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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리초의 텃밭 체험 “공부보다 텃밭 가꾸는 게 재밌어요.” 김동하 군(서울 염리초 4)의 텃밭 체험수업 소감이다. 김 군은 텃밭 수업을 통해 “채소는 먹을 수 있고 유용한 걸 알았다”고 했다. 이 수업은 7일 오전 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 마포구 염리동 염리초 운동장 구석에 조성된 텃밭에서 진행됐다. 4학년 5반 학생들은 40분간의 수업에서 수업 도우미로 참가한 그린썸원예치료연구소 강사 2명의 도움을 받으면서 직접 무와 배추의 모종을 심었다. 강사들은 모종을 심기 전 아이들에게 잎이 넓은 게 배추이고 잎이 작고 가는 게 무라는 걸 설명했다. 담임 교사까지 3명이 진행한 텃밭 수업은 아이들의 열띤 관심 속에 진행됐다. 염리초는 학교 안의 태양광 시설, 연못, 텃밭 등과 학교 밖의 경의선 숲길과 한강 공원 등을 활용해 도시 아이들에게 폭넓은 생태전환교육을 하고 있다.● 염리초의 ‘Y.E.S 탐험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생태전환교육의 핵심은 염리초의 ‘Y.E.S 탐험대’에 녹아들어 있다. Y.E.S는 ‘Yeomri Eco School’의 약자이면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탐험대는 탐구·체험·연대에서 따온 글자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어우러져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생태전환교육은 서울 시내 초등 609개교 중 551개교, 중학교 390개교 중 312개교에서 교육과정 연계를 통해 실시하고 있지만 고교에서는 확산이 더디다. 고교의 낮은 참여도는 진학 위주 교육의 벽을 뚫지 못한 것, 기존 환경 교육과의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한 것, 교사들이 조 교육감의 또 다른 교육실험으로 인식해 자발적 참여가 부진한 것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Y.E.S 탐험대’에 들어있는 탐구·체험·연대와 YES에 들어있는 가치는 서울교육 나아가 한국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실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태전환교육에는 생태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 외에 교과과정 연계, 융합 수업, 생활 속 실천을 통한 4C 함양, 학교 밖 연대, 체덕지(體德智) 등 진학 위주 경쟁교육을 완화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노력이 학생 변화와 학부모 호응 이끌어 성적에 민감한 중산층이 모여 사는 마포에서 생태전환교육의 호응은 ‘공부가 전부가 아닌 제대로 된 학교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정순자 염리초 교장은 학부모들의 호응을 “모든 게 생태전환교육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환경 교육의 의미와 가치에 공감하는 학부모들이 생태전환교육이 교과과정에 녹아들어 학습에도 문제가 없고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걸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리초는 ‘씨앗 교사단’의 노력에 힘입어 생태 감수성을 키워주면서 학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학교와 학원만 다니던 학생들은 생태전환교육을 통해 사회적 관심사에도 눈을 뜨고 있다. 2022년 탄소 중립을 배운 5학년 학생들이 이마트에 이메일을 보내 저탄소 식품 판매 전용 코너를 요구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게 한 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소고기보다 돼지고기 먹기 등 식생활에서 탄소 중립을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염리초 14명의 30∼40대 교사들은 생태전환교육, IB(국제바칼로레아), 탄소중립 등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모든 교과목을 연결한 융합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도 10여 년 전부터 형성된 ‘자발적 교사 문화’ 덕분이다. 차민경 교사는 “사회 수업에서 제로 웨이스트(재활용)의 개념을 배운 아이들이 체육 수업에 쓰레기 줍기를 제안하고 열심히 참여했다”면서 “융합 수업은 교과서를 벗어나 행동하는 것이 많아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환경 교육 한계 극복한 그린 급식에 학생 호응 “아이들은 쓰레기 가득 쌓인 바다, 바짝 마른 북극곰의 의미를 많이 봐서 잘 알고 있지만 그걸 보고 행동까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린 급식은 내가 먹고 있는 게 어떤 경로를 거쳐 오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를 알게 하기에 행동에 이른다.” 최유리 태릉중 교사의 말이다. 최 교사는 간식 사 먹을 돈도 아끼는 아이가 제로 웨이스트 가게에서 3000원짜리 빨대를 사는 이유를 알아야 세대에 맞는 환경 교육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태릉중의 그린 급식은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고 행동까지 변화시키는 촉매다. 5일 이 학교 급식실의 그린 급식바에는 상추, 깻잎과 아스파라거스, 양파, 마늘을 함께 볶은 채소들이 올랐다. 쌈류와 볶음 채소들은 점심 메뉴인 돼지 목살구이와 어울렸다. 그린 급식은 태릉중이 작년 9월 먹거리 생태전환교육 구체화를 위해 시작했다. 과일이 올라오는 날에는 학생들이 더 몰린다. 장윤서 양(2학년)은 “그린 급식 후에 친구들이 더 급식이 맛있어졌다고 한다. 더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은 수업과 체험 활동을 통해 익힌 탄소발자국 개념을 음식 선택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는 152개교에 그린 급식바가 있다.● 생태전환교육 뒷받침하는 체육 서울시교육청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개념을 익히고 스포츠에 들어 있는 공정, 배려, 협력 등의 가치를 교육에 접목하기 위해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체육 활동도 생태전환교육과 관계돼 있다. 학교스포츠클럽 23개 종목 확대, ‘365+ 체육 온’ 동아리가 학생들의 체육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저탄소 녹색 교통을 실천하기 위해 도입된 초등학교의 찾아가는 자전거 타기 안전 교실은 생태전환교육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여학생들의 체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시행 중인 ‘공을 차(치)자! 소녀들아! 서울에서!’도 축구 22개 팀, 야구 4팀 등으로 확대됐다. 건강 증진과 학습 향상을 위해 초등학교 중심으로 운동장 맨발 걷기와 ‘시즌2 다시 뛰는 아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김진효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예술교육 과장은 “스포츠를 통한 연대 경험은 사회 문제 해결에 함께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데 기초”라고 했다.● 오산고의 생태전환교육과 입시 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강 변에 있는 오산고는 생태전환교육을 전 학년의 교과, 비교과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오산고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 사회’라는 교사들이 집필한 교과서를 생태교육에 활용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한강, 텃밭, 태양광 시설, 에코 그린 카페, 풍력발전기 등이 교재 역할을 한다. 눈에 띄는 건 3학년에도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 사회’라는 과목을 교양과목으로 넣은 것. 박세민 교사는 “공존의 가치를 길러줌과 동시에 입시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오산고가 2021년 생태전환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된 이후 생태전환교육은 대입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됐지만 확대 해석은 경계한다. 박 교사는 “생태전환교육이 진로 탐구에 도움을 줘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낸 만큼 생태전환교육이 입시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학생과 학부모들이 인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학교의 노력은 다양한 학부모들이 교육 방향성에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실천과 연대를 위한 네트워크 구성 서울시교육청은 생태 행동 실천 습관화를 위해 서울시교육청 산하 기관과 학교의 화장실에 있는 모든 종이 수건을 없앴다. 1년 사용량을 생각하면 지구를 위한 꽤 의미 있는 실천이라는 자평이다. 또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이 참여하는 ‘기후행동 365’를 구성해 생태전환교육 실천과 연대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 학부모, 지역 문화 공간이 아이들을 함께 키워요. 그러다 보니 저도 성장하는 것 같아요. 이게 농촌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임진희 동상초 열린마을농촌유학센터장(51)의 말이다. 유학센터란 활동가가 유학생 부모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세 아이와 센터에 왔던 80여 명의 아이를 키워냈다. 임 센터장은 1993년 어머니가 시작한 센터를 2011년부터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센터에는 서울 유학생 4명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15명의 유학생이 산다. 꽉 짜인 시간표가 힘들어 보이지만 아이들은 즐겁게 살고 있다. 오전 7시 기상, 8시 30분 등교, 오후 4시 30분 하교 후 간식, 간식 후 1시간 놀기, 6시 저녁 식사, 핸드폰 안 하는 날 7시부터 1시간 TV 시청, 수토일 1시간 핸드폰 사용, 8시부터 1시간 개인 학습, 일기 쓰기, 9시 취침이 일과다. 주말에도 지역 역사 탐방, 숲 밧줄 놀이, 미술 멘토링, 쌀 요리 수업 등을 한다. 센터에서는 성별이 다른 학생의 방에 들어가는 걸 엄격히 금한다. 타인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했음에도 고치지 않으면 퇴소 대상이다. 부모들은 농촌 유학을 통해 인성, 건강, 학습이 개선되기를 원한다. 센터는 센터 방식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선후배, 또래와 함께 센터 주위의 계곡과 숲에서 놀며 자연을 경험한다. 전교생 활동, 마을 어른들과의 만남, 체험 활동도 사회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맡긴 부모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동상초의 학부모들이 어떤 민원도 제기하지 않고 학교가 하는 일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학교와 센터의 노력 덕분이다. 임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참는 걸 통해 어떤 세상이 와도 적응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어 한다. “글로 무용을 배우면 얼마나 어설픕니까”라는 말에는 한국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들어 있다. 그래서 미래 교육은 “몸으로 겪고 생활로 배우는걸”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도 하고 핸드폰 없는 생활을 이겨낸 아이들은 “불편한데 좋아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임 센터장에게는 지독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 고구마를 캐고 난 후 “농사짓는 모든 분을 존경하기로 했다”면서 안 먹던 반찬에 손이 가는 아이들의 변화가 기특하다.동상=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생태전환교육이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생태전환교육의 핵심인 농촌 유학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그 근거가 되는 조례를 폐지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농촌 유학을 전남, 전북에 이어 강원에까지 확대하며 맞서고 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기후·환경위기를 교육으로 극복하기 위해 조 교육감이 제시한 교육 방법론으로 환경 교육보다 범위가 넓다. 서울의 생태전환교육을 전남북 농촌 유학과 서울 각급 학교 실태 등을 통해 분석한다. ● 동상초, “온 학교가 함께 키워요” 지난달 22일 전북 완주군 동상면 동상초의 다모임 수업.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교생 21명이 체육관에 모였다. 다모임이란 전교생이 한 자리에 모여 학생 문제를 협의하거나 수업 또는 행사를 하는 것으로 이 학교에서는 한 달에 1회 실시한다. 이날 수업은 줄넘기와 컵 쌓기(스택킹)였다. 6학년 학생 3명의 주관 하에 학생들은 학년별로 나와 줄넘기를 한 뒤 컵 쌓기를 겨뤘다. 1∼2학년들의 줄넘기는 수십 번에 그쳤지만 4∼6학년들의 줄넘기는 200번을 넘기기도 했다. 동상초의 다모임에 전교생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학생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이 넘어가면 전교생 다모임은 엄두를 못 낸다. 전교생이 한 장소에 모여 공감할 수 있는 행사는 학생들 간의 유대감을 높인다. 이 학교의 전교생은 21명인데 유학생이 지역 학생보다 많은 11명이다. 이 가운데에는 서울에서 온 농촌 유학생 4명이 포함돼 있다. 도시에서 온 유학생이 없었다면 동상초는 폐교됐을지도 모른다. 유학생들은 학교에서 1km 남짓 떨어진 열린마을농촌유학센터에서 살면서 학교에 다닌다. 5학년은 5명으로 모두 외지에서 왔는데 서울 학생이 3명이고 나머지는 제주와 전주에서 왔다. 지역, 가정환경, 성장배경이 다른 아이들로만 구성된 5학년은 2명이 적응 실패로 다시 전학 가는 등 진통 끝에 안정을 찾았다. 박정애 담임 교사는 “교장, 교감까지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등 온 학교가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아이들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천태초의 ‘밥상머리’ 교육 지난달 23일 전남 화순군 도암면 천태초의 점심시간. 급식실은 병설 유치원 학생과 1∼3학년 학생들이 내는 소리에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은 식판에 닭살 파꼬치, 카레라이스, 멸치 고추장볶음, 고구마줄기볶음, 수박 등을 식판에 가득 채운 뒤 학년별로 앉았다. 교사와 학생들은 20여 분간 계속된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며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박수훈 5학년 담임 교사는 밥을 먹으면서 1학기 때 코딩 수업에서 가르쳐 준 파이선 프로그램을 활용한 방학 숙제가 어렵지 않았는지 물었다. 서울에서 농촌 유학을 온 박우주 군(5학년)은 “서울에서는 한 번도 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먹은 적이 없었지만, 여기서는 항상 같이 먹으면서 수업에서 몰랐던 걸 물어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얘기한다”고 했다. 천태초에는 8명의 서울 농촌 유학생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색다른’ 경험하고 있다. 천태초는 담임과 학생들이 점심을 같이 먹는다. 6년째 근무 중인 박지선 농산어촌 유학 담당 부장은 “이 학교에 처음 온 2019년부터 같이 밥을 먹었다”고 했다. 박 교사는 전교생이 41명에 불과한 천태초 같은 소인수 학교는 대개 교사와 학생이 같이 식사한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식사 자리에서 학생들이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식사 태도를 관찰하며 교우 관계도 파악한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얻은 정보들은 학부모와의 면담에 유용하게 쓰인다. ● 한 달에 두 번꼴로 현장 체험 전북 동상초와 전남 천태초의 농촌 유학 학생들의 하루는 학교 수업과 방과 후, 집에서의 짜임새 있는 생활로 바빴다. 아이들은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수업과 체험 활동에 만족했다. 동상초가 있는 동상면은 과거 전국 8대 오지에 꼽힐 만큼 도회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감과 대아저수지로 유명하며 자연 풍광이 뛰어나다. 아이들은 이 속에서 지내는 게 큰 즐거움이다. 동상초는 ‘4계절 생태 감성 힐링 교육’을 위해 학교 부근의 자연환경과 지역 축제, 생태 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지난해 숲 나들이, 생태 요리 만들기, 고창 갯벌 체험 등 18번의 현장 체험을 다녀왔다. 도시 학교에서는 엄두도 못 낼 정도의 잦은 체험이다. 오후 1시 10분부터 4시 10분까지 진행되는 방과 후 활동은 영어, 컴퓨터, 키보드, 바이올린, 뉴 스포츠 등 5개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는데 전교생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참여한다.● 바쁘지만 재밌어 천태초는 교육 프로그램과 방과 후 학습이 농산어촌 유학생을 끌어들일 만큼 경쟁력이 있다. 서울에서 온 김담희(5학년), 규희(2학년) 자매의 어머니 정수현 씨는 “아이들이 수업에 활발히 참여해 자신감이 늘었고, 방과 후 활동을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엄마로서 아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신 천천히 가는 삶도 있다는 걸 느끼도록 농촌 유학을 결정하면서 이왕이면 프로그램이 좋은 학교를 골랐다”고 했다. AI가 다 해주는 세상에서 “농촌에서 이것저것 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영어 수학 100점 맞기 위해 노력한 아이와 나중에 가면 분명히 다를 것”이기에 정 씨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삼성 스마트 스쿨인 이 학교 학생들은 질 높은 IT 교육을 받고 있다. 기자가 참관한 5학년 미술 수업과 6학년 사회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삼성 크롬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찾고 과제를 수행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자치회와 자율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체육과 예술이 강조된 방과 후 활동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기다. 서울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농촌 유학을 와 현지에서 사는 박자선 씨는 “서울에서는 예체능 위주로 사교육을 시키면서 두 아이에게 100만 원 정도 썼는데 여기는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이 서울보다 다양하면서도 무료여서 너무 좋다”고 했다. 천태초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골프 수영 스키 바이올린 피아노 사물놀이 등 10개가 넘는데 전교생이 3∼5개 정도 참여하고 있다. 방과 후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화순군의 지원으로 승마 교육도 하고 있다.● 농촌 유학 연장이 대세 농촌 유학은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때 시작됐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지 않으면 파국적 결말을 맞을 수 있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위기의식이 농촌 유학으로 구체화 됐다. 자연 친화적 교육과 등교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면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호응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이 대상인 서울시교육청의 농촌 유학은 올해 2학기까지 641명이 경험했거나 경험 중이다. 초등생이 57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학생들의 서울 거주지는 남부교육지원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강서·양천교육지원청 순으로 많았다. 사교육이 강한 지역이 들어있는 게 눈에 띈다. 현재는 248명이 전남, 전북, 강원에 체류 중이다. 6개월이 기본인 농촌 유학의 평균 연장률은 65.1%이고 2023년 2학기가 81.7%로 가장 높다. 농촌 유학은 거주 형태에 따라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가족 체류형, 아이들만 현지에서 거주하는 홈스테이·유학센터형 등 3종류가 있다. 농촌 유학 1기 때 3자녀를 모두 천태초로 데리고 온 김선미씨는 “선행 학습을 못 받는 게 조금 불안할 뿐 선생님들의 학습 지도도 서울보다 뛰어나고, 아이들이 모든 면에서 만족해 계속 연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의 큰 딸은 5학년 때 농촌 유학을 와 천태초를 졸업하고 나주의 중학교에 진학했다. 초3, 초4의 남매도 천태초를 졸업할 예정이다. ● 농촌 유학의 기대와 한계 농촌 유학의 목표는 학생의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고 다양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한편 지역을 살리는 것이다. 이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농촌 유학 학교는 뛰어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서울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자연 친화적 수업과 체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교육 환경과 문화적 차이는 농촌 유학의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농촌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 공동체의 변화와 농촌 학교의 혁신이 한국 교육 변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자연+에듀테크+교사들의 노력으로 나타난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K-에듀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 회생에도 농촌 유학의 기여도는 높다. 이도명 천태초 교장은 “전남은 서울 유학생들이 없었다면 복식 수업(2개 학년 이상의 학생을 한 교실에서, 한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을 하는 학교가 속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수 감소는 복식 수업-분교-폐교로 이어진다. 박지선 교사도 “도암면의 주거 환경이 나아지면 훨씬 많은 유학생이 와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농촌 유학이 여러 면에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한계가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서울 초중학생 0.01%의 경험만으로는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는 서울교육을 바꾸고 한국교육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인수학급에서 구현되는 질 높은 교육이 국내 학교 어디서나 이뤄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교사들의 자질을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또 외지 학생들을 위해 희생하는 농촌 교사들에 대한 배려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동상, 화순=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
노관규 순천시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3일 전남 순천시 순천대에 모여 ‘지역의 생태적 전환과 생태전환교육’ 주제의 포럼을 연다.생태를 매개로 지자체, 대학, 교육계 수장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처음이다. 포럼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에 생태에 대한 적극적인 의식 전환과 실천 방안 확산을 논의한다. 순천만 국가 정원을 지역균형개발의 모델로 만든 순천시의 사례를 대학과 유·초중등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한다. 생태 수도를 지향하는 순천시는 여느 지방 중소도시와 달리 늘어나는 인구와 첨단 산업과 문화콘텐츠를 동력으로 도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 지원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예비 선정된 순천대는 생태와 직접 연관이 있는 그린 스마트팜을 대학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생태전환교육을 한국형 교육(K-에듀)의 밑바탕으로 삼기 위해 중점 정책으로 추진 중인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교사, 학부모·시민의 연대와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노관규 시장은 생태가 도시의 미래와 경제도 견인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615만 명이 다녀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생태 도시 전환에 성공한 전략을 도심까지 확장하기 위한 구상을 밝힌다.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글로컬 대학 30 사업안에서 제시한 대학의 공유·개방을 통한 생태전환교육 모델을 설명한다. 대학이 지역발전을 이끌고 초중등 교육에까지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리 세이프(ReSafe) 모델’ 추진 성과와 ‘ESG 기반 고교-대학 연계사업’의 의미를 짚는다.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생태전환교육을 중요 정책으로 삼은 배경과 실천 방안을 설명한다. 유·초중등 교육과정에 생태 문명 지향에 필요한 교육과정 전환과 학생, 학부모·시민, 교사가 참여한 ‘기후행동 365’가 필요한 이유를 밝힌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교사의 교육 활동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저부터 뼈를 깎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인 지난달 21일 자신의 SNS에 쓴 글이다. 조 교육감의 글은 2014년 그가 처음으로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하면서 밝힌 ‘인권 친화적 교권 보장’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교권 회복을 위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조 교육감은 지난 19일 3만 명의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모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해 “많이 질타해 달라”고 했지만, 교권 추락에 대한 그의 책임은 사과로만 넘어가기에는 부족하다. 1년도 못 채운 교육부 장관이 수두룩한 한국 상황에서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 교육감 자리에 9년째 앉아 있기에 더욱 그렇다. 서울시 교육감으로서 한국 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서이초 교사 같은 비극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이 후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조 교육감은 재선, 3선 도전에서도 한국 교육 정상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이 평생을 살아갈 힘을 길러주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줬는지 후한 평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래를 선도하는 공교육의 표준이라고 자평하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서울형 혁신학교는 대한민국의 중산층이 모여 사는 강남 4구에서 확산이 더디다. 지구 환경 위기를 교육으로 극복하려는 생태전환교육도 예산이 삭감되는 등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대신 그에게는 좌파 교육, 전교조 후원, 내로남불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프레임에 갇힌 서울교육 수장의 존재는 교육감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 수도권 교육청의 부교육감은 “조 교육감과 참모들이 정책 결정과 집행을 잘 모르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한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은 비정상 교육에서 비롯된 사회 현상이 뒷받침하고 있다. 의대 올인 교육과 급증하는 사교육비, 정치·사회 문제가 된 학교폭력, 교육의 중심인 교사들의 명퇴 러시까지 한국 교육이 흔들리는 징후는 서울에서 뚜렷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비전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가진 주도적인 인간’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관건인 이 비전의 실현 전제는 진학 위주의 경쟁 교육 개선이고, 서울이 모범을 보일 때 파급력은 클 것이다. BTS는 2013년 랩 ‘학교의 눈물’에서 “학교란 이 사회의 축소판, 어른들이 만든 약육강식의 풍토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일갈했다. 조 교육감도 극에 달한 한국의 경쟁 교육을 ‘과잉 경쟁’ ‘자기 파괴적 경쟁’으로 진단했다. 해결책으로 ‘대안적 이탈’과 ‘혁신 실험’을 내세웠지만, 성과보다는 교육이 진영을 대변하는 도구가 되는데 빌미를 제공한 것이 더 부각됐다. 조 교육감은 2017년 전교조가 반대하는 IB(국제 바칼로레아)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에서 IB는 이제서야 올해 6월부터 도입을 검토하는 탐색학교 형태로 초중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이 주춤거리는 사이 대구와 제주에서는 IB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인 경쟁 교육 완화와 교권 신장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공교육이 정상화 된다는 건 교육이 제자리를 찾는다는 뜻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은 친구가 경쟁 상대가 아닌 동반자가 돼 ‘정글 교실’을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때 교권 회복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조 교육감이 남은 임기 동안 실험 대신 경쟁의 근원을 제거하는데 진력하기 바란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한라대가 ‘2023 미래형 이동 수단 중장기 교육프로그램 및 자작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한라대 HL만도소프트웨어 전공과 미래모빌리티공학부 연합팀은 영남대에서 열린 대회에서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이달 17일부터 이틀간 영남대 경산 캠퍼스 자율주행 플랫폼에서 전국 7개 대학 공학교육 혁신센터 공동 주관으로 열린 대회에는 경북대, 금오공대, 대구대, 안동대, 영남대, 한국교통대, 한라대 등 7개 대학 22개 팀 137명이 참가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올해 5월부터 자율주행 온오프라인 강좌를 수강한 뒤 1/5 크기의 유아용 전기자동차를 제작해 주행 실력을 겨뤘다.한라대팀을 이끌었던 고국원 교수(미래모빌리티공학부)는 2년 연속 우수한 성적을 거둔 원인을 올해 한라대가 과기부 주관 소트웨어중심사업단에 선정된 것과 3년 전부터 계속돼 온 HL만도와의 협업을 꼽았다. 한라대는 자율주행차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aMAP(AI-Mobility Accelerator Platform·인공지능 활용 자율주행 교육 플랫폼)와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 기업과의 협업으로 구축한 인공지능 전문가 플랫폼을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글로컬 30 예비대학에 선정된 순천대가 본 선정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중심국립대로서 유일하게 글로컬 대학 30 예비대학에 선정된 순천대의 발전 전략은 순천시의 생태도시 전략을 뒷받침하면서 첨단산업 및 문화 콘텐츠를 육성해 대학의 역량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순천대는 농업 분야 중심 특화 기업 육성에도 대학의 자산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순천대는 이 같은 목표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이달 10일부터 18일까지 5회에 걸쳐 글로컬 전략 구체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10일 열린 스마트 팜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클로컬 대학 30 사업 연계 토론회에서 이상엽 전남테크노파크 단장은 순천대의 농업 중심 전략에 대해 “농축산업·입업 등 다양한 분야까지 접근해 전남의 30년 후를 고려한 지자체-대학-산업체의 협력 방안을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11일 노관규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특화 분야 강소 지역기업 육성 토론회에서 김영정 전북대 명예 교수는 지역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역 흡수능력 부재로 진단하면서 해결책으로 제조기술 경영 동맹 구축과 혁신 생태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같은 날 열린 우주항공 및 첨단소재 관련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첨단 소부장 특화단지 육성방안을 활용해 순천대가 미래 첨단산업소재 국가산업단지 지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18일 열린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지역인재 양성 및 클러스터 조성에 순천대 관련 학과의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순천대는 글로컬 대학 30 사업의 예비대학에 선정된 대학보다 배후 산업과 지역 기반이 불리하다. 하지만 생태 도시로 지역균형발전의 모델이 된 순천시와 힘을 모아 생태+첨단산업+문화 콘텐츠가 융합된 강소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학 구성원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IB 전문가 하화주 반포고 교감 강의전북 남원 용북중의 IB(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가 전북의 IB 확산에 물꼬를 틀지 주목받고 있다. 전북 교육청은 지난 5월 화산중과 모현초 등 2개교를 IB 시범학교로 지정한 후 IB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범학교에 고교가 없고 시범학교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해 IB 도입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용북중은 지난 11일 IB 전문가인 하화주 서울 반포고 교감을 초빙해 IB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특강을 열었다. 하 교감은 IB의 바이블로 통하는 ‘IB를 말한다’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이다. 방학 중에 열린 특강에는 용북중 교사 전부와 도내 초중교 교장, 교감, 교사 및 도 교육청 장학사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 IB 도입은 다목적 포석IB 시범학교도 아닌 용북중이 IB 도입에 나선 것은 지역 명문 중학교 위상 회복과 교육 주도 성장을 통해 남원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개교 74년을 맞은 용북중은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남원에서 선호하는 학교로 입학 경쟁률이 3대1에 달하지만, 운영 학급수는 학년당 2개 학급에 불과하다.김대규 용북중 교장은 “용북중이 남원에서 최초로 IB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학교 발전과 함께 IB를 도입하려는 다른 학교에도 용기를 주고 인구 유입 촉매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IB로 인구 유입에 성공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예를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표선면은 지역 소멸 위험 지역이었지만 초중고에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인구 유입이 크게 늘었다. 표선초의 경우 몰려드는 학생을 감당하지 못해 모듈형 교실을 설치했고, 표선고는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 IB 학교 학폭 주는 등 변화 일어IB는 진학 위주 한국 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968년 시작된 IB는 160개국 6200여개 학교에서 운영 중인 국제 공인 교육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대구와 제주에서 활발하고 서울, 경기, 부산, 전남, 전북 등에서 IB 도입을 위한 시범학교가 운영 중이다. IB를 도입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도입 전에 비해 크게 줄고, 교사의 고민 1순위가 학부모 민원에서 학생의 성장 방안으로 바뀌는 등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대규 교장은 “학교 재단이 IB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적이고 학교 구성원들도 IB 도입으로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학생의 내적 성장을 이루는 데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는 IB를 잘 운영해 지방에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대학이 살아야 도시가 흥한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이 강조하는 제주대의 발전 이유다. 김 총장은 미국 피츠버그를 제주도가 발전해야 할 롤모델로 꼽는다. 제조업을 하기 힘든 제주도에서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몰락으로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 도시였던 피츠버그는 카네기멜론대와 피츠버그대의 의약·바이오를 중심으로 발전해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됐다. 제주대는 지난달 정부의 지방대 핵심 정책인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탈락했지만, 김 총장의 혁신 의지는 오히려 더 세졌다. 예비 지정에 합격한 15개 대학의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본 후 제주대 보고서의 허점을 찾았고, 내년에 어떤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지 방향이 섰기 때문이다. 16일 김일환 총장을 제주대 총장실에서 만나 제주대의 발전 방향을 들었다.수요자 중심 대학으로 거듭날 것-글로컬 대학 30 탈락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혁신성이 부족했다. 공과대 생명대 자연대 해양대 등 4개 단과대학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계획이 평가받을 것으로 착각했다. 우리 보고서에는 왜 통합하고 무엇을 하겠다는 전략이 없었다.”-내년 글로컬 대학 30 전략은 무엇인가. “제주대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 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통합되는 4개 대학의 31개 학과를 지역 주력 산업인 바이오, 에너지, 우주항공에 맞도록 재구조화하는 것과 연계돼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학 교육이 이바지해 제주도민과 학생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도 포함돼 있다.”바이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그린 바이오, 레드 바이오, 해양 바이오다. 제주대에는 바이오 분야별로 국내 최고 그룹이 있다. 이 그룹과 2025년 출범하는 4개 단과대학 통합 대학인 과학기술융합대학이 융합해 ‘바이오 제주’가 되도록 하겠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바이오 분야에 1조 3000억 원을 투자해 전략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가 있는데 대학의 목표도 같다.”-그린 바이오는 어떻게 육성하는가. “제주도는 육상, 해상 자원이 풍부하고 이를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지역이다. 한국 식물 자원의 60%가 제주도에 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제주 생물종다양성 연구소, 제주 국가 생약 자원관리센터, 제주대 아열대 원예산업연구소,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등 국가와 대학이 운영하는 특화된 연구소가 많다. 도내 바이오 연구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학 안에 첨단 바이오 융합연구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교수진과 국내에서 톱 5%에 들어가는 교수진을 채용하고 박사급 연구원 등을 합치면 200여 명으로 구성된 바이오 연구 허브가 될 것이다.”-레드 바이오와 해양 바이오의 수준은 어디까지 왔는가. “레드 바이오는 지금도 천연물 기반 기능성 의약품과 화장품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약대, 의대, 자연대가 공동으로 농촌진흥청, 식약처 등과 연계해 천연물 기반 신약 후보 물질 연구에 나설 것이다. 의대가 유전체 분석 전문 연구기업인 인바이츠지노믹스와 ‘제주지놈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 중인데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영돈 교수가 이끄는 해양 바이오는 어류 자원의 식량화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교수는 최고급 어종인 붉바리 양식화에 성공했으며, 어류 질병 분야에도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육식보다 수산물을 선호하는 이슬람 국가들에서 기술 이전이 요청이 오고 있다.”위성 발사 해상 플랫폼… 제주대 우주항공특화 기반-제주도의 우주항공산업 육성은 의외인데. “위성 발사에 유리한 요건을 활용해 제주도가 우주 항공발사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다. 제주 남쪽 바다에 해상 발사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제주도는 적도에 가깝고, 해상 발사여서 주변에 추진체 파편 낙하 피해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우주항공산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우주항공은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물리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이들 전공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 작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 부분 및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3차원으로 복원하는 전문기업인 아이옵스 등 기업과 MOU를 맺고 우주항공 분야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발사 후 위성을 추적하는 안테나들이 제주에 많이 깔리고 있고, 위성 관제 기업들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또 발사하려면 조립 과정에 관여하는 엄청난 수의 하청 업체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몰려오는 건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의미다. 제주대에서 공부하면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는 공식이 생길 것이다.”-정부가 최근 교육부에서 파견한 사무국장을 원대 복귀시켰다. 대학 자율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재정권과 인사권이다. 총장이 대학 발전을 위해 재량껏 쓸 수 있는 권한과 돈이 없다. 총장이 쓸 수 있는 돈은 간접비에서 뗀 5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재정권이 없어 우수 교수 영입과 필요한 연구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총장의 의사 반영이 힘들다. 대학이 사무국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사무국장 풀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하면 좋겠다. 인사권을 교수와 일반직 직원에게도 행사해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IB 적극적으로 지원-지난달 약대 수의대의 지역균형선발에 수능 최저 기준을 없애 2026학년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 5월 보직교수들과 IB DP(IB 고교과정)를 운영하는 표선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IB 프로그램이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걸 확신했다. 수업을 참관하면서 작년 말 표선고 출신 학생들이 도내 수학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오면 제주대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킬러 문항이 문제가 됐을 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표선고를 방문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IB를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걸 보고 공교육 정상화에 국가거점국립대가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학 위주의 교육을 변화시키려면 꺼내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IB가 좋은 대안이라고 봤다. 그래서 제주대의 간판 학과인 약대, 수의대의 지역균형선발에 수능 최저 제한을 푼 것이다. 제주대의 새로운 입시 전형은 학생의 가능성을 중시하는 데 있다. 그래서 새 전형은 꼭 IB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제주도의 모든 고등학생을 위한 것이다. 성적과 순위만을 따지는 한국 교육이 바뀌는데 제주대의 입시 변화가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앞으로 어떻게 IB를 뒷받침할 것인가. “의대에도 지역균형선발에 수능 최저 없는 전형을 도입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2024년부터 사대에 ‘글로컬 교사 양성 교육센터’를 설립해 IB 교사 양성에 나선다. 의대에 수능 최저 없는 전형이 도입되면 공교육만으로도 의대에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학교 현장에 던져 한국 교육이 바뀌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김일환 총장은1962년 제주 출생중앙대 전기공학 박사제주대 전기공학과 교수제주대 공대학장제주테크노파크 원장제주=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IB 전도사’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 DP(Diploma Program·일반고등학교 프로그램)에 더해 CP(Career-related Program·직업고등학교 프로그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소장은 “대통령의 수능 출제 발언으로 촉발된 킬러 문항 논쟁이 한국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참에 교육의 본령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DP와 CP의 도입이 가져올 교육적 논의가 한국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일 동아일보에서 이 소장을 만나 IB CP 도입이 어떻게 한국 교육 선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들어봤다.● 왜 IB CP 도입을 주장하는가. “우리나라 교육은 정답 맞히기 패러다임을 벗어나 실생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생각을 꺼내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고등학교 교육 전반을 글로벌 수준으로 선진화할 수 있는 DP와 CP의 확산은 한국 교육이 당면한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이다.”● 대구와 제주에서만 한국어 DP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의 DP는 순항 중이지만, 제주는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DP를 보는 시선이 다른데 CP까지 도입해야 할까. “CP는 여느 IB 프로그램처럼 메타인지 및 자신과 주변 공동체와의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직업적 전문성을 길러준다. 한국 교육은 정답 위주의 경쟁 교육이어서 ‘내가 누구고, 왜 공부를 하고, 공부한 게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학생 스스로 깨칠 기회가 없다. IB는 집어넣는 교육 25%, 꺼내는 교육 75%로 이뤄졌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해야 점수를 잘 받는 구조이다. 한국 교육에서는 친구가 경쟁 대상이지만 IB에서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경쟁한다. 한국 교육은 서열을 매겨야 하지만, IB는 성취 수준을 중시한다. 학폭 등 교육 외적인 문제에 집중하느라 교사들이 진을 빼는 한국 교육과 학생의 내적 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IB와의 차이점은 크다. 글로벌 시대의 전문 역량과 메타인지력을 길러주는 IB는 공교육 전반의 선진화를 위해 대입뿐 아니라 취업 목적인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서도 매우 도움이 된다.”● CP 도입이 공교육 선진화에 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특성화는 75% 학생만이 진학과 취업에 그치고, 교육과정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사회에서는 일반고 진학생보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어려운 IB 과정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성적이 낮다고 가능성도 없다는 오해는 이미 제주 읍면 지역의 IB 월드스쿨인 표선고 사례에서 깨졌다. CP를 통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학생들이 날개를 단다면 일반고 DP 도입의 심리적 문턱도 낮아질 것이다.”● CP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됐나. “7개 요소로 이뤄져 있다. DP 2과목, CP 핵심과정 4개 그리고 현장 실습 포함한 진로 연구다. DP 2과목은 여섯 영역의 DP 교과에서 고를 수 있다. 4개의 CP 핵심과정은 모두 현장 실습 및 진로 연구와 연계돼 있다. 완수하면 IB CP 이수증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지역에 도입되면 효과가 클 것으로 보는가. “서울과 경기다. 학령인구가 제일 많고 상징성도 크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IB 도입에 긍정적이고 초중학교에 시범학교 도입을 확정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는 대학입시와의 연계성 부족과 사교육을 더 조장한다는 DP에 대한 오해 때문에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에는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가 가장 많고 CP 이수자들의 진가를 인정해 줄 수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기에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 CP 도입과 정착에 걸림돌도 있을 것 같다. “IB가 외세 교육이라는 일부의 그릇된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 IB는 우리 국가교육 과정의 목표 역량을 잘 기르는 유용한 방법론이다. CP도 대입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기에 정시를 통한 대학 진학 문제가 해결되면 긍정적일 것이다. 지금 CP를 도입해도 결과가 나오는 건 5년 뒤로 빨리 대입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 외국의 CP 상황은 어떤가. “세계 354개교에서 도입 중인데 미국이 164개교로 제일 많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호주 등 56개 고교에서도 운영 중이다. CP를 도입한 대부분 학교에서는 DP와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DP와 CP를 융합하면 대학 진학과 직장 취업에 모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CP 진로 연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식 MOU를 IB 본부와 맺고, AI·코딩·데이터사이언스에 필요한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출판사이자 온라인 교육 기업인 피어슨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IB CP 진로 연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홍콩의 HTI, ICI 등 관광 기관들이 CP 학생들을 위해 IB 본부와 MOU를 맺고 있다. 미국, 유럽 대학에서도 CP 학생들을 위한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만드는 등 CP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올라간다! 올라가!” 14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국사봉중학교. 3학년 최두환 군이 교내 생태축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힘차게 소리를 지른다. 최 군은 자전거가 만든 전기가 모터를 돌려 분수 물줄기가 높아지는 걸 보자 페달을 더 힘차게 밟았다. 또래보다 체격이 좋은 김 군은 자전거를 돌리는 힘도 좋아 여느 학생보다 물이 2∼3m는 더 올라갔다. 옆에서 같이 자전거를 탄 동급생 김시우 군도 빨리 페달을 밟아 금세 물통을 채웠다. 자전거를 가져와 학생들의 생태 체험을 도운 윤별 ‘마을 기술센터 핸즈’ 매니저(45)는 “지구 온난화로 생태와 에너지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체험을 통해 깨끗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알려주고 학생들의 진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 학교 최소옥 교사(생태 전환 교육부장)는 “생태전환 융합수업에 많은 교과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생태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문제해결 능력과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 스포츠 학교 교육 접목국사봉중의 자전거로 전기 만들기는 생태 스포츠가 학교 교육에 접목된 예다. 생태 스포츠는 공존·다양성·연대·평등 등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으로 오정훈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이 2020년 처음 제기했다. 그는 코로나19와 학교 스포츠 폭력이 사회 문제가 돼 학교 체육이 지장을 받자 생태 스포츠 개념을 만들었다. 오 교육장은 이달 초 교육 전문직들과 함께 광주광역시에 있는 코리아 모빌리티를 방문해 바퀴살과 축이 없는 허브 리스 전기자전거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그가 허브 리스 전기자전거에 주목했던 것은 바퀴살과 축이 없이도 자전거가 될 수 있다는 혁신성과 전기자전거에 들어있는 융합적인 성격이 생태 스포츠가 지향하는 가치와 맞았기 때문이었다.○ 진학 위주 교육 문제점 보완오 교육장은 혁신과 융합을 통해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에서 비롯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생태 스포츠는 스포츠에 들어있는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고, 스포츠와 교육과정이 어우러진 융합 교육을 강조한다. 수학의 2차 함수는 구기 종목의 볼의 궤적을 통해 쉽게 익힐 수 있으며 국어의 읽고 쓰고 말하기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더 라스트 댄스’를 보고 토론과 독후감을 통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체육과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 가능성은 2020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이 시작한 ‘서울 학생 스포츠 온라인 한마당’에서 이미 증명됐다. 이 대회는 이듬해부터 교육부 주도로 전국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대면 스포츠를 통해 체력을 기를 수 있고, 다른 교과와 연관성이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참가한 학생들은 2인 이상 팀을 꾸려 참여도와 영상 완성도로 기량을 겨뤘다. 오 교육장은 “참가자들은 팀원끼리 협업, 소통, 배려를 바탕으로 다른 과목에서 배운 개념과 디지털 지식을 융합했다”면서 “연결, 연대, 실천 등 생태 스포츠의 주요 개념이 모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생태 스포츠는 스포츠의 본래 가치인 공정한 경쟁도 중시하는데 경쟁 교육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생태전환교육 방법론으로 주목생태 스포츠는 서울시 교육청을 중심으로 활발한 생태전환교육의 방법론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실천을 강조한 교육이다. 기존의 환경교육보다 관여하는 부분이 훨씬 넓은 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생태 스포츠는 스포츠를 통한 쉬운 접근, 디지털과 IT를 비롯한 다양한 교과와 융합, 일상 실천으로 생태전환교육의 구체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및 학생이 평생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생태백신’ 이라는 생태 스포츠의 슬로건도 생태전환교육의 응원군이라는 평가다. 생태전환교육을 한국 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산업화 시대의 1단계와 민주화 시대의 2단계를 잘 넘긴 한국 교육이 한국 사정에 맞는 교육을 통해 글로벌 교육을 만드려면 생태전환교육 중심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기 파괴적인 상황에 이른 한국의 경쟁 교육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생태전환교육이 중심이 된 3단계 교육혁명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 생태전환교육 가치 확산 필요생태전환교육은 절박한 기후 위기를 교육으로 극복하자는 발상이다. 지구는 화석 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최근 수천 년 이래 가장 뜨겁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를 두고 “지구가 모든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고 했다. 생태전환교육의 확산은 교육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하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가 “생태전환교육 예산이 농촌 유학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조례를 폐지한 것은 생태전환교육의 가치와 확장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결과다. 생태전환교육은 2022 개정 교육 과정에서 한국 교육의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됐지만, 교과간 융합 과정 운영과 교과서 제작 등 구체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교과서가 나오더라도 경쟁 교육이 판치는 한국 교육 현실에서 실천과 공감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부산 동명대가 대학 혁신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25일 전남 순천시와 순천대를 방문했다. 전호환 동명대 총장이 직접 나선 이번 방문은 혁신의 예를 비슷한 처지인 중소 대학과 중소 도시에서 찾았다는 데서 주목받았다. 이날 전 총장과 45명의 교직원은 노관규 순천시장과 이병운 순천대 총장으로부터 도시발전 전략과 글로컬대학 구상을 들었다. 순천대는 현 정부의 주력 대학 정책인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예비 선정 15개 대학 안에 들었지만, 동명대는 탈락했다. 글로컬대학 30 사업은 정부가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1000억 원을 지원하는데 올해는 10개 대학을 10월 말 최종 선정한다. 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동명대 방문단에게 그린 스마트팜,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우주항공·첨단소재 육성이 핵심인 글로컬 전략을 설명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노관규의 생태도시 실험, 대한민국을 흔들다!’라는 강의에서 습지와 논밭만 있었던 순천만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으로 바뀔 수 있었던 데에는 “상상력, 지혜, 신뢰, 시민의 눈높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동명대가 순천을 찾았던 것은 순천만 국가정원이 대한민국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생태를 발전 전략으로 삼아 인구를 모으고, 생태와 문화에 주목한 기업이 스스로 들어오는 등 지방 중소도시의 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 2006~2012년까지 시장에 재임하며 국가정원을 궤도에 올려놓은 노관규 시장이 지난해 10년 만에 복귀한 뒤 불과 7개월 만에 ‘한국형 정원’을 창조한 것도 혁신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정원에 삽니다’란 주제로 4월 1일 시작한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10월 31일까지 7개월간 순천만과 순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새롭게 단장한 국가정원에는 아스팔트를 걷어낸 ‘그린 아일랜드’, 정원에서 숙박이 가능한 ‘쉴랑게’, 동천 물을 활용한 수변공원 ‘오천 그린랜드’ 등 혁신적인 생각의 결과물이 정원 곳곳에 들어가 있다. 한국형 정원으로 재탄생한 순천만 국가정원은 관람객 위주의 운영도 호평을 받아 25일 현재 55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전호환 총장은 노 시장의 특강을 듣고 순천만 국가정원을 둘러본 뒤 “지방 도시와 대학이 처한 상황이 비슷한데 시장의 창의적인 생각과 엄청난 노력으로 대단한 성과를 냈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많은 걸 얻어 간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도윤 기획평가팀장은 “무학년·무학점·무티칭의 3무를 우리 대학에서 최초로 시도했지만, 다른 대학에서 먼저 진행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라면서 “교수, 직원 등 이익 집단 간의 소통을 통해 벽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전국교육장협의회는 10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생태전환적 관점으로 교육을 탐(探)하고 미래를 구(究)하다’라는 주제로 하계 워크숍을 열었다. 생태전환교육은 인간과 생태계가 공존하는 방법을 교육에서 폭넓게 구현한다는 목표를 가진 개념으로 기존의 환경 교육보다 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생태전환교육이 한국 교육의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되는 등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워크숍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3단계 교육혁명, 생태전환교육, 그리고 미래’ 주제의 강의에서 “한국의 조건에 맞는 글로벌한 선진국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태전환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산업화 시대의 1단계와 민주화 시대의 2단계를 성공적으로 거친 한국 교육이 도약하려면 생태전환교육이 중심이 된 3단계의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생태전환교육이 인간과 지구와의 공존, 한국이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의 극복, 지역소멸 대응에 적합한 교육적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전남 교육청 및 전북 교육청과 함께 실시하는 농촌 유학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두 개, 세 개의 정체성을 갖게 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다문화 시대에 필요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생태전환교육과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워크숍에서는 서울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위드 어쓰(With us & Earth), 경남 창원교육지원청의 에코 드림 등 전국 17개 교육청의 대표적인 생태전환교육 사례가 공유됐다.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발달장애인들의 체력과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2일 서울 양천구 신서중학교에서 ‘2023년 이만수배 발달장애인 티볼 야구대회’가 열렸다. 대회에는 서울서진학교, 서울애화학교,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영등포자립생활센터, 자혜직업재활센터, 호산나대학, 메타아카데미, 예은장애인주간보호시설 등 8개 기관 발달장애인 티볼 선수들이 참가했다. 대회를 공동 주관한 헐크파운데이션의 이만수 이사장(전 SK 감독)은 “야구로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대회명에 내 이름을 걸었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함께 어울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회를 기획한 손기서 신서중 교장은 “이 대회를 통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발달장애인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화보로 구성해봤다.티볼(Tee Ball)이란?티 위에 올려진 공을 치고 1루, 2루, 3루를 돌아 홈에 들어오면 점수를 얻는 스포츠다. 야구에서 변형된 뉴 스포츠로 투수가 없다는 게 야구와 다른 점이다. 멈춰져 있는 공을 치기에 초등학교 저학년도 쉽게 할 수 있다.사진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글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수능이 한국 교육의 모든 의제를 빨아들이는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에서 수능은 진영과 세대, 계층을 뛰어넘는 민감한 주제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교육부 수장인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은 수시와 정시 비율 조정 시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일찍이 낙마하기도 했다.한국사회 교육두고 소모적 논쟁#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교육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그 외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며 수능 방향을 제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통령이 ‘쉬운 수능’을 언급한 게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대통령실은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뜻이었다”며 “장관이 잘못 전달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 발언이 나온 뒤 교육부 대입 담당국장이 경질됐고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물러났다. 현재도 진행 중인 수능을 둘러싼 논란은 수능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위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교육을 두고 언제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럼에도 수능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항이 교육 문제의 전부로 여겨져 왔다. OECD 국가 중에서 내신과 국가 주관 대입 시험이 모두 객관식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나만의 생각이 없으면 자칫 AI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치고는 근시안적인 전개다. 교육이 도구가 된 진영 대립과 사회 문제는 조국 사태에서 경험한 바 있으며 이때 한국 사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용을 지출했다. HTHT 한국교육 나아갈 방향#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8일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학생 데이터 기반의 맞춤 학습 콘텐츠 제공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되며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배경을 “AI 등 첨단 기술을 통해 학생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 교육 실현에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한국은 국가교육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 나라가 된다. 이주호 장관은 이를 두고 “교육에서 글로벌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교육과정에서 AI 활용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가진 한국의 위상에 맞는 교육으로 평가할 만하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보편적 권리로 여겨지고 있는 학습자의 학습권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진도가 느리거나 빠른 학습자 모두에게 맞는 학습 방법으로 교사의 학생 수준별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주호 장관은 HTHT(High Tech, High Touch)가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하이테크와 관련돼 있지만, 집어넣는 게 아니라 꺼내는 교육이 핵심인 하이터치와 동반돼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이테크만 강조되면 진학 위주 교육이 더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 시도 교육청이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도입에 나서는 것은 자신만의 생각을 강조하는 IB 프로그램이 꺼내는 교육과 관련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B, 소통중시… 학폭과 거리멀어#15일 IB 월드스쿨인 대구시 중구 경북사대부속중학교와 남구의 덕인초등학교에는 IB 수업 공개행사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온 160여 명의 교사가 몰렸다. IB 월드스쿨은 IB를 운영하는 IBO가 인증한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최고 수준의 학교다. 오정훈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비롯한 소속 교장, 교감, 장학사, 교사 26명도 두 학교의 공개 수업을 참관했다. 9월 IB 탐색학교 31개를 운영하는 서울시교육청에서 대거 수업 참관에 나선 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주장하는 한국형 바칼로레아(Korean Baccalaureate, KB)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IB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빛나 난우중 교사는 공정이 주제인 6학년 수업을 보고 “공정을 핵심 개념으로 여러 교과가 어울려 초학문적 수업이 이뤄지는 것과 계단, 복도, 창문 등 교실 밖도 배움을 위해 활용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은 채 수업을 참관한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은 경북사대부중 3학년 학생들이 노트북을 활용해 2차 함수를 배우면서 학생들끼리 개념 이해를 돕는 걸 보고 “친구와 소통하고 배려하는 IB의 특징이 나타난 예”라고 했다. 소통과 배려는 폭력과 거리가 멀다. IB 학교가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느라 학폭 같은 ‘곁가지’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이유는 ‘IB 전도사’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의 “IB는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타인의 생각을 경청할 수밖에 없다”라는 설명에 들어 있다. 경북사대부중 역시 올해 한 번도 학폭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한다. 순위를 매겨야 하는 경쟁교육의 개선과 대안 제시 없이는 앞으로도 수능 발 사회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교육개혁을 위해 비판만 하기보다 대안을 찾고 무엇을 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제주대가 공교육 강화 방안에 호응하는 입시 정책을 내놨다. 제주대는 23일 약대, 수의대 지역균형 선발 인원 가운데 3명씩을 2026학년도부터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2026학년도 두 학과의 수능 최저 없는 지역 인재 선발 비중은 현재보다 각각 30%, 33.3% 늘어나게 된다.# 제주대만의 방법으로 공교육 강화 제시 제주대의 발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2일 국제 바칼로레아(IB) 월드스쿨인 서귀포시 표선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교육 강화를 위해 IB가 확대돼야 한다. 적극 지원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제주대는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 선발을 일반학과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제주대가 간판 학과인 약대, 수의대의 입학 전형을 바꾼 건 IB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 프로그램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진학 위주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에선 이미 정착 단계에 들어갔고 서울 경기 부산 전남 등에서 IB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거나 2학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김일환 제주대 총장이 입학 전형 변경 주도 제주대가 지역 인재 입학 전형에 변화를 준 것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도내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을 바꾸기 위해 거점 국립대인 제주대가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김일환 총장의 교육 철학에서 비롯됐다. 김 총장이 IB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은 2022년 표선고 학생들이 수학 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지난 5월 표선고를 방문해 IBDP(IB 고교과정)를 참관한 후 받은 느낌 때문이다. 당시 김 총장은 “학생들의 생기있는 표정을 보면서 이들이 왜 뛰어난 성적을 거뒀는지 알게 됐다”며 “IB 확대를 위해 제주대가 할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 제주대의 공교육 정상화 노력은 제주도교육청의 간섭을 받지 않는 제주대 부속 초중고에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걸 적극 검토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의대에도 수능 최저 없는 전형 적용 검토 중 제주대는 IB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사범대에 ‘글로벌 교사 양성 교육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IB 교육의 성공을 위해선 교사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국립대에서 IB 교원 양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제주대가 처음이다. 또 의대도 약대, 수의대와 같은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통한 지역 인재 선발을 검토 중이다. 성사될 경우 도내 고교 교육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대는 사교육 없이는 갈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학교 수업만으로도 의대에 갈 수 있다면 공교육 정상화의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변경될 제도는 공정 …표선 지역 학생, 학부모 안도할 듯 김 총장은 “수능 최저 없는 지역 인재 전형 확대는 IB 고교뿐만 아니라 도내 다른 고교생들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되는 제도”라면서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메시지로 초중고에서 읽혔으면 한다”고 했다. 제주대의 입학 전형 변경은 그동안 제주도교육청이 “제주대가 IB 확대에 협조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으로 동요하고 있는 표선면의 IB 학교 학생, 학부모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교육청은 “IB 프로그램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잘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지만, 제주대의 정시 전형 강행 등 비협조로 IB 교육을 받아선 대학에 가기 힘들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선 더 확대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혀왔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전북대가 15일 교내 진수당에서 내년 계약학과 형태로 설립 예정인 방위산업학과의 교육 인프라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한국 방위산업의 미래와 전북대학교 및 지역의 역할’ 워크숍을 열었다. 방위산업학과는 전북대의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학 발전을 이끄는 지산학(地産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워크숍에는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한국화이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휴니드테크놀러지스 등 국내 방위산업 분야를 이끄는 굴지의 대기업과 다산기공과 데크카본, 비나텍 등 10개 중소기업 등 모두 16개 기업이 참여해 방위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논의했다. 강은호 전북대 특임교수(전 방위사업청장)는 기조 발제에서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북대 방위산업학과의 설립 의미를 짚었으며, 이형택 이노티움 대표는 사이버보안 침해 현황과 국가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곽승환 GQT코리아 대표는 ‘양자 기술 현황 및 GQT KOREA의 미션’의 주제발표를 통해 전북대 산학협력 방안에 대해 제언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기업들과 전북도는 전북대 방위산업학과 설립과 학생 취업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업 전문가가 교육에 참여해 학생들의 방위산업 역량을 높이기로 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방위산업학과 설립은 국내 방위산업 분야를 이끄는 굴지의 기업들과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지역 전략산업 분야의 우수 인재를 전북대가 공급하고, 기업 맞춤형 인재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전북대가 대학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과의 벽도 과감히 허물어 대학과 지역이 상생 발전하는 글로컬 대학으로 나가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원주 한라대가 과기부 주관 소프트웨어중심대학(이하 SW중심대학)사업 특화 트랙에 5대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됐다. 이에 따라 한라대는 올해부터 6년간 과기부, 강원도, 원주시, 참여기업 등으로부터 약 90억 원을 지원받아 특화된 SW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 한라대는 SW중심대학 선정은 SW 교육플랫폼 구축, ‘만도 SW 트랙’ 등 미래 모빌리리 관련 기업과 특성화된 전공 트랙 운영, 지역 초중고 학생·주민 대상 SW 교육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한라대는 SW중심대학 선정으로 전교생 대상 SW 기본교육을 실시해 연간 150명 수준의 SW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HL만도, 만도브로제 등 모빌리티 분야 선도 기업과 협업해서 버추얼 트윈 기술을 활용한 실험 실습 교육을 강화해 기업 요구 수준에 맞는 인재 양성 및 취업률 제고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aMAP(인공지능 활용 모빌리티 교육플랫폼)과 ABCD(인공지능, 빅 데이터, 코딩, 디자인)를 활용해 관련 기업 및 미래 모빌리티 전공 전국 대학생과 고교생들에게 SW 교육을 실시한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전북대가 올해 안에 신설 예정인 방위산업학과의 교육 인프라 강화를 위해 2일 방위산업 기업인 한화시스템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과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이날 서울 한화시스템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한화시스템이 전북대 방위산업학과의 연구 개발과 교육비 지원, 학술정보 교류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상장회사인 한화시스템은 우주·항공 분야의 핵심인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해양 시스템에 필요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초소형 SAR 위성을 독자 개발하고 있으며, 최초의 국산 전투기인 KF-21에 탑재된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개발한 바 있다.전북대는 국내 최초로 학부 과정에 신설되는 방위산업학과의 교육 및 취업 환경 조성을 위해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과도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전북대의 방위산업학과 신설은 전북도가 새만금에 방위산업 분야 기업 집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지역발전을 이끄는 지산학(地産學) 모델이 될 전망이다.양오봉 총장은 “국내 방위산업 분야를 이끄는 세계적 기업인 한화시스템과 긴밀한 연대와 협력을 통해 대학이 지역 전략산업 분야의 우수 인재를 공급하고, 기업 맞춤형 인재도 양성하는 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글로컬 대학을 지향하는 전북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18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은 교육정책에 있다”고 강조하며 교육자유특구를 자세히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통합적”이라면서 대학가 초미의 관심사인 ‘글로컬대학 30’ 선정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우 위원장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대구시 교육감과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총장을 역임한 폭넓은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과 균형발전을 접목한 현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사실상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법안인 ‘지방자치 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야당과 교육감들이 반대했던 조항들을 당정 협의를 통해 수정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어떻게 수정했나. “교육자치 훼손 우려를 낳았던 35조의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라는 문구를 ‘연계·협력을 위해 노력한다’로 바꿨다. 36조의 교육자유특구의 설치·운영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 시·도지사, 교육감의 공동 신청을 거친다는 문구를 추가해 지역 사정에 맞는 교육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했다. ‘지방자치 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향후 입법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간판이 될 교육자유특구법과 기회발전특구법의 모법(母法)이 된다.”-‘지방자치 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세종으로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 “균형위 세종시 이전은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현이다. 대통령 직속 기구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두 달여 동안 세종에서 근무해 보니 근처의 유관 부처들과 긴밀한 정책 논의가 가능하고 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과 협업에 더 유리하더라. 이 법이 통과되면 균형위는 지방시대 위원회로 새 출발 한다.”-왜 교육정책이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인가. “교육 문제로 지역 불균형이 심화했기에 이를 해결하면 지역 불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저출산, 돌봄, 사교육비는 모두 교육과 관계 있다. 출산 친화적 교육정책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다.”-교육자유특구에서는 교육정책이 어떻게 구현되나. “교육자유특구는 각 지역의 사정에 맞게 지방정부, 교육청, 대학이 힘을 모아 교육정책을 설계한다. 최종 목표는 지방의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아 지방에 정착하는 것이다. 이 안에서는 지방정부가 돌봄과 보육을 책임지고, 교육청은 공교육을 경쟁력 있게 해 사교육비를 안 들어가게 하며 지역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에 혜택을 줘 인재 유출을 방지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엘리트 교육을 하는 지역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교육자유특구는 수월성 교육을 하는 특목고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국제 바칼로레아(IB)와 학생부종합전형 등에서 추구하는 창의적 교육을 하는 지역이다. 그래야 경쟁 교육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 지방은 사교육비 부담이 크고 수능에서도 고득점이 불리하지만, 교육과정과 내용을 혁신해 공교육으로만 의대에 간다면 교육 문제는 다 해결된다.”-글로컬 대학 30은 지역 균형개발에 어떤 의미가 있나. “지속 가능한 대학 30개란 의미다. 지방에 지역 발전과 지방시대의 동력이 될 수 있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몇 개 대학이라도 생존해서 그 지역의 혁신 역량을 보여줘야 지역이 산다. 글로컬 대학은 대학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특성화 대학, 성장 지향적 모델이 아니다. 교육부에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학 정책을 다뤄야 한다고 조언한다.”-균형발전 차원에서 글로컬 대학 선정에 어떤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가. “대학이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통합이 중요하다. 통합과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1000억 원을 지원하지만, 대학도 그 정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통합으로 하나의 대학이 됐을 때 정원을 줄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재원을 확충한다는 것도 있다. 1000억 원을 받고 손 터는 계획은 절대 안 된다. 대구가톨릭대 총장을 지냈던 내가 주교님께 전국에 있는 가톨릭 계열 대학 11개를 통합하자고 건의했다. 학생이 없어서 서울 광주 대구 교구에 대학이 하나씩만 있어도 유지될까 말까 하는 상황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등 3개 대학은 경쟁력 없는 학과는 없애고 경쟁력 있는 학과를 합치자는 합의를 했다고 한다.” -글로컬 대학 선정에 거점국립대에 대한 배려는 없는가. “글로컬 대학 선정은 거점국립대 위주가 아니며 거점국립대를 보장하는 논리도 없다. 거점국립대는 혁신 역량을 선도적으로 발휘할 때 가치가 있는데 지금까지 거점국립대는 혁신 노력이 없었다. 학생이 모자란 데 거점국립대가 거점 시도별로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부산대와 경북대를 통합해 학생 수를 반으로 줄일 테니 여기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게 더 맞다. 이게 정부가 바라는 것이다.” -글로컬 대학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학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시도지사들이 돈 나눠주는 권한만 행사할까 걱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이해해 예산의 10%를 대학에 쓰겠다는 이철우 경북지사 같은 분에게는 더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