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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북한이 (상호 군사 지원을) 결정할 때가 오면, 우리가 주권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해당 조약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군 파병이 정당한 행위임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풀이되나, 유사시 러시아도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다는 걸 공개 천명했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 공조를 재확인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한반도에도 긴장감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전쟁을 2년 이상 이어오면서도 북한 핵 비확산엔 서방과 공조해 왔지만, 이번 파병을 계기로 ‘최후의 보루’마저 넘어설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세계 핵 비확산 체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러 군사 협력, 주권적 결정”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북-러 조약에서 ‘한쪽이 공격받아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다른 쪽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한 제4조를 이틀 내내 언급했다. 그는 25일 국영 로시야1 방송에서 “이건 우리의 주권적 결정”이라며 “우리가 무언가를 사용할지, 어디서 어떻게 필요로 할지, 일부 훈련이나 경험 전수에 사용할지는 우리의 문제”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24일부터 북-러 조약을 언급한 건 당일 오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의 조약 비준이 끝나길 기다렸단 해석이 나온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군사 협력이 조약에 기반한 주권 사항이라 말해 왔다”며 “더 이상 부인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러 협력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자국 안보를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을 받듯 러시아도 북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단 논리다. 진행자인 올가 스카베예바가 “대통령 발언으로 미 워싱턴에서 폭발적 반응이 있었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어떤 폭발인진 모르겠지만 파편이 멀리 가진 않았다”고 농담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특별군사작전’으로 이웃 국가와 협력하는 건 스스로 결정할 문제란 논리”라고 설명했다. 현 부원장은 이어 “한반도에서 우발적 충돌이나 전쟁 가능성이 있을 때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이 된다”고 짚었다. 국내 외교가에선 “러시아가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파병을 부인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훈련이나 경험 전수’를 언급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러 군용기, 북에서 모스크바로”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최전방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배치돼 이르면 27일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25일 “탄약을 비롯해 침구, 의류, 신발 등과 매달 화장지 50m, 비누 300g이 북한군에 배급됐다”고 밝혔다. HUR에 따르면 북한군 약 1만2000명은 러시아 동부 우수리스크와 울란우데, 예카테리노슬랍스카, 크냐제볼콘스코예, 세르게옙카 등 5개 군사 훈련장에서 훈련받고 있다. 북한군 훈련은 유누스베크 옙쿠포르 러시아 국방차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옙쿠포르 차관은 제1, 2차 체첸전쟁 등을 이끈 ‘전쟁 베테랑’이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한군은 꽤 양호한 응집력과 사기를 갖췄을 수 있다”고 평했다. 북한군 파병으로 국제사회 질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NYT는 24일 “북-러 군사 동맹이 강화되며 북핵 문제를 둘러싼 공조가 무너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의 로버트 피터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핵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 아이뉴스에 따르면 최대 436명이 탈 수 있는 러시아 특수비행편대의 군용기가 23일 밤 북한 황주 공군기지를 출발해 24일 오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아이뉴스는 “북한의 추가 병력 등을 이송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 합동 대표단이 다음 주 초 서방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찾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파병한 ‘폭풍군단’의 전선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나토의 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25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대표단(단장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은 28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에서 북한군 파병 현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NAC는 32개 나토 회원국의 상주 대표들이 참여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등 고위 관계자와 면담도 예정돼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뤼터 총장과의 통화에서 “상세한 정보 공유를 위해 한국 정부가 나토에 대표단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표단을 신속히 파견하고 한국과 우크라이나·나토 간 안보 협력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이어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를 찾아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참여하는 정치안보위원회(PSC)에서도 북한의 파병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대표단은 국정원의 해외 대북 정보 업무를 총괄하는 홍장원 1차장을 단장으로 군 합동참모본부의 박진영 정보부장, 벨기에 현지에 있는 유정현 주벨기에 유럽연합 대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정부가 북-러 군사협력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나토와 유럽연합과의 정보 공유는 물론 이들이 구상 중인 대응 방향을 확인한 뒤 이를 기초로 우리 대응 조치의 윤곽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까지도 열어둔 만큼 나토가 무기 지원을 비롯한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해 당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해 한국을 찾아 가졌던 특별 강연에서 “한국이 군사적 지원이라는 특정한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나토 회원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내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공동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러 군사협력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유럽 지역 안보에 큰 위협이라는 점을 우방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알리고 북-러가 파병 규모를 늘리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 합동 대표단이 다음주 초 서방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찾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파병한 ‘폭풍군단’의 전선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나토의 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25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대표단(단장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은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에서 북한군 파병 현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NAC는 32개 나토 회원국의 상주 대표들이 참여하는 최고 의사 결정기구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등 고위 관계자와 면담도 예정돼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뤼터 총장과의 통화에서 “상세한 정보 공유를 위해 한국 정부가 나토에 대표단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표단을 신속히 파견하고 한국과 우크라이나·나토 간 안보 협력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이어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를 찾아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참여하는 정치안보위원회(PSC)에서도 북한의 파병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대표단은 국정원의 해외 대북 정보 업무를 총괄하는 홍장원 1차장을 단장으로 군 합동참모본부의 박진영 정보부장, 벨기에 현지에 있는 유정현 주벨기에 유럽연합 대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정부가 북-러 군사협력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나토와 유럽연합와의 정보 공유는 물론 이들이 구상 중인 대응 방향을 확인한 뒤 이를 기초로 우리 대응 조치의 윤곽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까지도 열어둔 만큼 나토가 무기 지원을 비롯한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해 당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해 한국을 찾아 가졌던 특별 강연에서 “한국이 군사적 지원이라는 특정한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나토 회원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내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공동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러 군사협력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유럽 지역 안보에 큰 위협이라는 점을 우방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알리고 북러가 파병 규모를 늘리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여야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막바지까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현장 국정감사에선 야당이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의혹 감사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최재해 감사원장이 재차 거부했다. 야당은 최 원장과 최달영 사무총장을 회의록 제출을 거부한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야당은 이날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황제 관람 의혹 등을 정조준하며 각 상임위원회 불출석 증인들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날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증인 9명 중 5명이 김 여사 의혹과 관련된 인물이다. 여당은 “정치쇼”라고 반발하며 퇴장하는 등 감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11월 1일 국감 종료를 일주일 앞둔 이날까지 국감이 ‘김건희 블랙홀’에 빠지면서 “민생과 정책을 외면한 정쟁 국감”이란 비판이 나왔다.● 野 “부실 감사” 與 “정치적 중립성에 영향”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진행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는 절차적으로도 정당하지 않고 내용적으로도 부실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감사였다”며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만 덜컥 믿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은 “21그램이라는 무자격 업자가 관저 공사를 한 것에 대해 김 여사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을 온 국민이 갖고 있다”며 “이를 덮기 위해 온 감사원이 총동원돼 막고 있는 형국 아닌가”라고 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위원들의 발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감사위원의 독립성과 적극적 의견 개진, 정치적 중립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회의록 공개를 반대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최고로 중시하는 기관”이라며 “회의록은 감사위원들의 회의와 심의의 독립성을 존중해 공개를 안 하는 게 오랜 관행”이라고 거부했다. 야당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람을 거부한 최 원장과 최 사무총장 등 두 사람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상임위 곳곳에서 동행명령장 발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선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와 관련된 김태영 21그램 대표와 이재선 원탑종합건설 대표, 전해갑 아원고택 대표 등 불출석 증인 3명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를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 소속 맹성규 위원장은 “국정감사에 응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동행명령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위원회도 이날 종합감사를 시작하자마자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을 겨냥해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 등 2명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를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설 교수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는 8일 국정감사에 이은 두 번째다.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김건희 여사 황제 관람’ 준비 의혹을 받는 최재혁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등 불출석 증인 2명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안건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 입원한 최 비서관을 찾아갔지만 최 비서관은 오전 허리 시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국회에 출석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이 현장에서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고 했지만 최 비서관은 “심장이 뛰어 답을 못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26년간 국정감사 활동을 평가해 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7∼18일 국정감사에 대한 결과 보고서에서 낙제점 바로 위인 ‘D―’로 평가하며 “모든 상임위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재판, 김 여사 의혹으로 감사가 아닌 수사를 하는 듯한 정쟁 국감이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정쟁성’으로 증인을 채택하고, 증인이 불출석하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행태를 반복했다는 점도 비판했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하루 세끼 고기, 신선한 야채, 빵을 제공합니다.”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 시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상대로 ‘한국어 선전전’에 돌입했다. 러시아를 도와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지 말고 양질의 음식과 쉼터를 제공하는 우크라이나에 투항하라는 내용이다. 최근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국장은 미국 군사매체 ‘워존’에 “북한군 첫 부대가 빠르면 23일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도착한다”고 예상했다. 이번 선전전도 북한군의 배치가 임박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우크라이나는 ‘나는 살고 싶다’는 텔레그램 채널에 한국어로 된 1분 14초 분량의 영상과 게시물을 올리고 북한군의 투항을 촉구했다. 이 채널은 2022년 2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군의 투항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채널에 북한군을 대상으로 한 선전물이 등장한 건 처음이다. 한국어 게시물에는 “조선인민군 병사들에게 전한다. 푸틴 정권을 돕기 위해 파견된 여러분이 다른 나라의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을 필요가 없다”며 “항복하라. 우크라이나는 여러분을 보호하고 음식과 따뜻함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게시물에 첨부돼 있는 영상에는 우크라이나군이 투항한 북한군을 위해 준비한 수용 시설의 모습이 담겼다. 개인 침대가 딸린 방에서 고기, 신선한 야채가 포함된 하루 세끼를 제공받는다는 내용이다. 또 한국어로 “가까운 장래에 포로가 된 최초의 북한 점령군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수천 명의 러시아 군인이 이미 옳은 선택을 했으며, 현재 전쟁이 끝나기를 좋은 환경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포로 수용소는 어떤 국적, 종교, 이념의 병사라도 받을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여단장을 지낸 올렉산드르 사이엔코 전 대령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파병된 북한군에는 포병 부대, 특히 미사일과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을 운용하는 부대가 포함돼 있다”며 “이는 러시아 소식통에게 확인한 정보”라고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하루 세 끼 고기, 신선한 야채, 빵을 제공합니다.”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 시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상대로 ‘한국어 선전전’에 돌입했다. 러시아를 도와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지 말고 양질의 음식과 쉼터를 제공하는 우크라이나에 투항하라는 내용이다. 최근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국장은 미국 군사매체 ‘워존’에 “북한군 첫 부대가 빠르면 23일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도착한다”고 예상했다. 이번 선전전도 북한군의 배치가 임박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이날 우크라이나는 ‘나는 살고 싶다’는 텔레그램 채널에 한국어로 된 1분 14초 분량의 영상과 게시물을 올리고 북한군의 투항을 촉구했다. 이 채널은 2022년 2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군의 투항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채널에 북한군을 대상으로 한 선전물이 등장한 건 처음이다.한국어 게시물에는 “조선인민군 병사들에게 전한다. 푸틴 정권을 돕기 위해 파견된 여러분이 다른 나라의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을 필요가 없다”며 “이미 수십만 러시아 군인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운명을 겪고 있으며, 여러분이 그 길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항복하라. 우크라이나는 여러분을 보호하고 음식과 따뜻함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게시물에 첨부돼 있는 영상에는 우크라이나군이 투항한 북한군을 위해 준비한 수용 시설의 모습이 담겼다. 개인 침대가 딸린 방에서 고기, 신선한 야채가 포함된 하루 세 끼를 제공받는다는 내용이다. 또 한국어로 “가까운 장래에 포로가 된 최초의 북한 점령군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고 했다.우크라이나 측은 “수천 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이미 옳은 선택을 했으며, 현재 전쟁이 끝나기를 좋은 환경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포로 수용소는 어떤 국적, 종교, 이념의 병사라도 받을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한편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여단장을 지낸 올렉산드르 사이엔코 전 대령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파병된 북한군에는 포병 부대, 특히 미사일과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을 운용하는 부대가 포함돼있다”며 “이는 러시아 소식통에 확인한 정보”라고 밝혔다. 사이엔코 전 대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3000여 명을 파병한 것에 대해 “북러의 합동 작전 가능성을 평가하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파병된 북한군에는 포병 부대, 특히 미사일과 다연장로켓시스템(MRLS)을 운용하는 부대가 포함돼있습니다.”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 군의 여단장을 지낸 올렉산드르 사이엔코 전 대령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 소식통에 확인한 정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2011~2012년 주프랑스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했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우크라이나 군에서 복무하며 여단장을 지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현재까지 3000여 명의 군인을 파병했다고 우리 정보당국이 23일 밝혔고, 미 백악관도 이를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사이엔코 전 대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3000여 명의 군인을 파병한 것에 대해 “북러의 합동 작전 가능성을 평가하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파병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성공적으로 통합된다면 앞으로 6개월 내지 8개월 안에 기존 4개 여단(1만여 명) 외에 추가 파병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 “파병 북한군, 당분간 동부 군관구서 러시아와 합동작전 할 것” 퇴임 후 우크라이나 비정부 기구인 독립반부패위원회(NAKO)에서 군사 분석 전문가로 활동 중인 사이엔코 전 대령은 현재 러시아 4개 지역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북한군이 조만간 극동 지역을 담당하는 러시아 연방군의 동부 군관구에 배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부 군관구는 사하 공화국(야쿠티아)과 부랴트 공화국 등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동양계 병사들이 많아 북한군이 파병돼 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러시아가 최대한 숨길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도 북한군 파병 부대가 러시아 동남부 지역인 쿠르스크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쿠르스크도 동부 군관구의 관할 지역 중 하나다. 사이엔코 전 대령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우수리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데 하바로프스크나 우수리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부대를 훈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들을 ‘북부 민족 대표’로 위장하려는 시도”라며 “유럽인은 부랴트족과 한국인을 외모로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이엔코 전 대령은 북한군이 동부 군관구에서 러시아군과 충분한 합동 작전 경험을 쌓은 뒤로는 내년 2월 전후로 별도의 통합 부대 형태로 전선에 배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군과 합동 근무 조건에 적응하고, 합동 임무를 수행할 때 언어 장벽을 극복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적대행위 지역에 북한군으로 이뤄진 별도의 부대를 파견하는 건 적어도 3~5개월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다만 그는 파견된 북한 특수부대의 일부는 당장 러시아의 특수목적 여단이나 상륙 돌격여단 구성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가장 준비가 많이 된 북한군 부대 중 일부는 14개의 별도 특수목적 여단과 83개의 별도 상륙돌격여단 구성에 작전적으로 포함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러시아군 일부 군단, 여단은 후방 지역에서 복무하지 않고 전투 지역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했다. ● “1만명으로 전쟁 판도엔 변화 없어… ‘北 전투 학습’이 문제” 사이엔코 전 대령은 북한산 탄도 미사일을 운용할 북한군 부대 일부가 지난해 연말부터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당시는 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탄도미사일 ‘KN-23’ 등을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혔던 시기였다. 이무렵 북한산 미사일을 러시아에 수출한 북한이 이를 운용할 군인들과 미사일 기술자도 현지에 보내 ‘현장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이 1만 명을 파병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북한이 실전 경험을 쌓고, 무기를 현장에서 시험하면서 ‘학습 효과’가 이뤄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이엔코 전 대령은 “앞으로 태평양 지역엔 실제 전투 작전에서 무기를 시험하고, 상당한 전투 경험을 쌓은 공격적인 (북한과 러시아라는) 두 개의 대규모 군대가 생겨나는 것”이라며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는 것은 결국 한반도와 태평양 지역 전체의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불법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북한의 미사일 제작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이 거래되는 공급 채널을 각국이 찾아내 가능한 많이 폐쇄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 파병을 받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제재를 회피해 유조선으로 가스와 석유를 실어나르는 행위를 실질적으로 차단시키는 노력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서는 유엔 헌장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국가인만큼 안보리에서 배제하는 문제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크게 지원할 수 있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 무기가 도열해 있는 지하 격납고로 보이는 장소를 포함한 비밀 기지를 전격 시찰했다.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미 본토를 직접 타격 가능한 ICBM은 물론이고 극초음속미사일도 배치된 중장거리미사일 기지를 처음 공개한 것. 북한은 이달 초 미 본토를 위협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발을 예고한 바 있다. 한미 당국은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을 전격 결정한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란 뒷배를 믿고 미 대선을 전후해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ICBM 정상각도(30∼45도) 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美본토, 괌 타격 가능한 미사일 동시 공개 23일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좁은 수풀 사이 오솔길을 걸어가는 모습과 지하벙커 터널로 보이는 곳에서 간부들에게 지시하는 모습 등이 담긴 5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대형 격납고에선 신형 ICBM ‘화성-18형’과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6나’ 등이 포착됐다. 북한은 이곳을 ‘전략미싸일기지’라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장소, 시찰 일자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통상 ICBM 발사 장소인 평양 순안 인근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화성-18형은 지난해 12월 시험 발사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기습 타격까지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의 이 ICBM은 북한의 핵심 미사일 자산이다. 화성-16나 역시 고체연료 기반으로 중장거리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마하 5(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불규칙하게 비행하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진 만큼 기존 한미 요격체계로 대응이 어려운 전략무기로 평가된다. 북한은 미 본토까지 갈 수 있는 화성-18형과 주일미군기지,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6나를 이번에 이례적으로 동시에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전략적 핵 수단들이 주는 위협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며 “핵 무력의 철저한 대응 태세를 엄격히 갖출 것”을 지시했다. 핵무기 증강 의지를 또다시 드러낸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던 북한이 이번엔 올해 시험 발사를 하지 않은 화성-18형까지 다시 내놓으며 미국을 향해 ‘우리를 말려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러시아에 1만2000여 명 규모의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김 위원장이 이번 동선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사전 교감을 나눴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같은 교감 속에 김 위원장이 대미 연쇄 전략 도발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자연스럽게 대기권 재진입 등 ICBM 관련 핵심 기술을 푸틴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기술 이전의 사전작업으로 ICBM 시험 발사에 러시아 기술진이 참관할 것이란 관측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러 기술 받아 군사정찰위성 우선 발사할 수도 이미 파병으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북한이 앞서 ‘연내 3기 발사’ 목표를 세웠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우선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선 발사대 주변 정리를 포함해 로켓 엔진 연소시험 등 정찰위성을 쏘기 위한 사전 작업 동향이 최근 꾸준히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전 북한 정찰위성 발사에도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가 정찰위성 관련 핵심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당국은 올해 5월 발사에 실패하긴 했지만 북한이 당시 정찰위성에 기존 방식이 아닌 러시아 방식의 액체추진 로켓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쏴올렸지만 해상도가 정찰위성급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 ‘만리경-1호’보다 해상도를 향상시킨 ‘만리경-2호’ 개발에 러시아가 우선 핀포인트 지원할 거란 관측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러시아의 대북 첨단 무기기술 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북한의 정예 특수부대는 물론 미사일 개발·운용을 담당하는 기술진까지 파병된 정황들이 속속 확인된 가운데, 추가 파병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 한미 정부는 러시아의 첨단 무기기술 이전을 북-러 간 군사협력의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이나 군사정찰위성 기술 등을 제공받을 가능성을 우선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무기만 러시아에 지원해온 북한이 대규모 추가 파병까지 단행해 북-러가 혈맹으로 단단히 묶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기술 이전 요구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쉽게 거절하기 힘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北, 러에 ICBM 재진입 기술 우선 요구 가능성21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18일 국가정보원은 러시아에 파견된 미사일 기술자로 추정된다며 사진 속 한 인물을 지목했는데, 그와 유사한 인물이 지난해 12월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도 등장했다. 당시 신형 ICBM ‘화성-18형’ 발사 이틀 뒤 김 위원장이 ‘붉은기중대’ 군인들을 불러 격려한 행사 영상이었다. ‘붉은기중대’는 북한에서 신형 ICBM 등 주요 무기 개발의 핵심 부대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일각에선 북-러 간 은밀한 미사일 거래를 위해 핵심 무기 개발 기술자가 보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국정원은 두 인물이 동일인일 가능성에 대해 이날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파악 중”이라고만 했다.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이달 초 미 본토를 위협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발을 예고하며 ICBM 정상각도(30∼45도) 발사 가능성 등을 내비친 만큼,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선 ICBM 관련 대기권 재진입·다탄두 기술 등부터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ICBM 기술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이 기술들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북한은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기습타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 ICBM(화성-18형) 시험발사까지 성공했지만 ICBM 정상각도 발사를 통해 대기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은 입증하지 못했다. 당장 러시아가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북한은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 엔진 연소시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5월 북한이 실패했던 정찰위성 3호기 발사를 올해 안에 다시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북한은 신포조선소에서 2021년 8차 당대회 당시 김 위원장이 언급했던 전략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이 이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소형원자로 기술 등을 러시아에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지원받으면 장시간 잠항 후 기습 핵타격이 가능하게 된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첨단 방공체계인 S-400 미사일포대 등이 북한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F-35A 전투기 등 한미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 공중전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정부, 155mm 포탄 지원 우선 검토할 듯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기술을 제공해 ‘레드라인’을 넘는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 우리 정부는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등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파병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무기 지원 시 정부 내부에서 우선 거론되는 무기는 155mm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이다. 지난해 초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155mm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대여해 주며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다. 이 무기들은 병력 지원 없이 상호 호환도 가능해 우크라이나군이 바로 전쟁에 투입 가능하다. 또 살상 반경이 좁아 확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2015년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을 주도한 인민군 부대를 찾아 서울 공격을 위협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사용하겠다”면서 서울이 표시된 작전지도를 펼쳐 놓고 구체적인 군사 행동 지침까지 내렸다. 북한은 김정은의 위협 이틀 전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10m 떨어진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김 위원장이 한국 지도에서 서울을 콕 집어 도발 위협에 나선 것은 2023년 9월 이후 1년여 만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찾아 전투 대기 태세로 전환한 관할 여단 준비 상태를 점검한 뒤 군사행동 계획을 담은 중요 문건을 검토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부대 회의실에서 북한군 지휘부와 함께 대형 지도를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지휘봉으로 특정 지점을 가리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지도 상단은 흐리게 처리했지만 ‘서울’이라는 문구가 파악돼 유사시 2군단의 서울 공격 계획 등이 담긴 작전지도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적는 북한군 지휘부의 뒤쪽 벽면엔 서울 등 한국 전역의 주요 지점을 붉은색으로 표시한 흐릿한 지도도 포착됐다. 군 당국자는 “대남 전면 도발 시 한국 내 최우선 타격 목록과 투입 전력, 무기 등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 뒤쪽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선 비무장지대(DMZ)를 굵은 파란색으로 표시한 한반도 지도가 띄워져 있었다. 회의장 밖에선 연일 거친 대남 비난 담화를 쏟아내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대형 작전지도 앞에서 손가락과 지휘봉으로 서울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를 가리키며 ‘전쟁 억제력(핵 무력)’ 강화를 지시했다. 용산 대통령실 등 한국의 전쟁 지휘부를 겨냥한 ‘핵 초토화’ 위협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한국을 “명백한 적국” “타국”이라고 누차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틀 전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단순한 물리적 폐쇄만의 의미를 넘어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도 했다. 또 “우리의 공격력이 사용된다면 합법적인 보복 행동” “적을 다스릴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고수하는 평화만이 믿을 수 있는 평화”라고 발언하는 등 대남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인민군 2군단은 2015년 DMZ 내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을 감행한 부대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과 탄약 지원을 넘어 북-러 관계가 전장에서 함께 싸우는 혈맹(血盟)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전쟁 시 지체 없는 상호 군사원조 내용을 담은 군사동맹 조약을 근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한반도 유사시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대한 대가로 한반도 파병을 요청할 경우 러시아가 참전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파병까지 한 만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반대급부를 더 미룰 수 없게 됐다는 분석도 외교가에서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을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18일 “파병까지 해준 북한을 상대로 러시아가 더 이상 말로만 때울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며 “러시아가 북한이 원하는 핵심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 경우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경고해 온 레드라인을 넘은 셈이 된다. 대통령실은 레드라인을 넘으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도 배제하지 않고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군의 참전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도 우리 안보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전쟁 시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한다는 북-러 군사조약을 근거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위기를 겪게 되면 러시아가 언제든지 참전할 수 있다는 명분과 선례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이번 러시아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한국에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국정원은 “그간 북한이 지난해 8월부터 70여 차례에 걸쳐 1만3000여 개 컨테이너 분량의 포탄, 미사일, 대전차로켓 등 상살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지금까지 120·152mm 포탄 등 총 800여만 발 이상의 탄약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北 특수부대 ‘폭풍군단’ 1만2000명, 러 파병”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를 러시아에 대규모로 파병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미 1500명이 러시아 함정을 타고 현지로 이송됐고, 추가 이송을 통해 파병 규모가 1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 파병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전쟁 시 상호 군사원조 내용이 포함된 군사동맹 조약을 맺은 북-러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통해 혈맹으로 나아가면서 한반도와 세계 안보를 흔들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군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8∼12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며 “북한군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파병 부대는 북한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이며 총 10개 여단 가운데 4개 여단에 해당하는 약 1만2000명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합의했다”면서 “이 중 선발대 1500명이 러시아에 도착해 전선 투입 전 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폭풍군단은 수도권 및 후방 침투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총 10개 여단으로 구성된다. 국정원에 따르면 청진과 함흥, 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호위함 3척을 이용해 북한 특수부대 15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 러시아 해군함대의 북한 해역 진입은 1990년 이후 처음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파병된 북한군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고,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러-북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의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을 넘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르면 다음 달 1일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 중인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유사시 서울 침투 北특수부대 1500명, 러 군복 입고 현지 훈련”[北 ‘폭풍군단’ 러 파병]국정원 “이달 8~13일 1차 이송… 조만간 2차 수송작전 진행 예정”러, 北군인들에 위조 신분증 지급… “북한군 투입 사실 숨기려 위장”북한이 한국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비슷한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을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한 것으로 18일 확인되면서 한반도 안보는 물론이고 국제 정세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 러 군복·무기-위조 신분증으로 위장 1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폭풍군단 예하 4개 여단(약 1만2000명)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러시아와 합의했고, 이달 8∼13일 러시아 상륙함과 호위함 등 7척이 청진과 함흥, 무수단 등 북-러 접경지역에서 선발대 1500여 명을 실어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을 마쳤다. 국정원은 “조만간 2차 수송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12일 청진항 앞바다에서 포착된 러시아 함정과 16일 연해주 우수리스크와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의 러시아 군 시설에 분산돼 훈련 중인 북한군 수백 명을 촬영한 위성 사진도 공개했다. 이들은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는 북한군에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했다. 또 북한 군인과 비슷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 부랴티야 지역 주민 명의의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12일 파병에 앞서 이 특수전 부대를 참관했다.● 北 최정예 전투부대, 역대 최대 규모로 파병 북한은 과거 베트남전과 제4차 중동전쟁에도 파병했지만, 그 규모는 수십∼수백 명 수준이었다. 1만 명이 넘는 최정예 특수부대를 사단급으로 파병한 것은 역대 최초다. ‘폭풍군단’은 서울 등 수도권과 후방 침투 임무를 수행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특수전 부대다. 한국의 특전사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작전 임무 범위도 넓다. 부대의 모체는 1969년 창설된 특수8군단이다. 특수8군단은 1968년 1·21 청와대습격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부대다. 폭풍군단은 김정일이 직접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11군단 사령부는 평안북도 덕천시에 있고, 현 사령관은 리봉춘 중장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폭풍군단 예하엔 4개의 경보병여단, 3개의 해상저격여단, 항공육전병여단 3개 등 10개 여단이 편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폭풍군단의 주임무는 개전 초 최단 시간에 한국에 침투한 뒤 남한 주요 거점을 점령하고 정치공작 활동과 요인 암살, 교란 작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폭풍군단 출신 탈북민은 과거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각 부대엔 테러 대상지로 전국의 주요 도시가 할당돼 있고, 내 임무는 충주시장을 암살하는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폭풍군단은 경보병여단과 저격여단 병력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군 특수부대와 후방에 침투해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을 저격하거나 주요 표적의 폭파 임무 등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푹풍군단’의 파병이 전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선 관측이 엇갈린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고강도 훈련을 거친 특수부대인 만큼 우크라이나 후방 교란 등을 통해 러시아 전과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투 경험이 없고, 언어 문제와 낯선 전장 환경에서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별다른 전과도 못 거두고 ‘총알받이’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선발대 2600명이 빠르면 다음 달 1일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 중인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최근까지 800만 발 넘는 포탄을 지원했다고 국가정보원이 18일 밝혔다. 우리 정보 당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규모를 직접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이 무기거래가 본격화된 지난해 8월 이후로 이날까지 총 70여 차례에 걸쳐 1만 3000여 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고 평가했다. 북한과 러시아를 오간 화물선에 실린 컨테이너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국정원은 지금까지 총 800여 만 발이 넘는 포탄이 러시아에 제공됐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무기는 재래식 무기인 122mm·152mm 포탄과 불새-4 대전차 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으로 파악된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제 무기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다. 사거리가 600~800km에 달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KN-23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을 공격하는 데 활용돼 상당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밝힌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다수의 북한제 무기들이 불량률이 높고 정확도도 낮아 ‘정밀 타격용’ 보다는 전선을 유지하기 위한 ‘물량 공세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레이디알’과 ‘앙가라호’ 를 비롯한 대북제재 위반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실어 블라디보스토크 두나이항까지 오가는 방식으로 무기 거래를 지속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전면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정부 안팎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올 6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이후로 무기거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방부장관 시절이었던 올 2월 국방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8월 말부터 헤아려보니 최근까지 북한에서 러시아로 간 컨테이너가 6700여 개에 달했다”고 했다. 올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무기거래 누적량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를 러시아에 대규모로 파병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이미 1500명이 러시아 함정을 타고 현지로 이송됐고, 추가 이송을 통해 파병 규모가 1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 파병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전쟁 시 상호 군사원조 내용이 포함된 군사동맹 조약을 맺은 북-러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통해 혈맹으로 나아가면서 한반도와 세계 안보를 흔들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한 것이다.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군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8~12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며 “북한군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은 “파병 부대는 북한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이며 총 10개 여단 가운데 4개 여단에 해당하는 약 1만2000명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합의했다”며 “이 중 선발대 1500명이 러시아에 도착해 전선 투입 전 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폭풍군단은 수도권 및 후방 침투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총 10개 여단으로 구성된다.국정원에 따르면 청진과 함흥, 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호위함 3척을 이용해 북한 특수부대 15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 러시아 해군함대의 북한 해역 진입은 1990년 이후 처음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 국정원은 “파병된 북한군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스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고,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러-북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의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을 넘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까지 배제하지 아낳고 있다는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여부에 대해 “우리 생각을 지금 밝힐 수 없다”고만 했다.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르면 다음 달 1일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 중인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北 대규모 파병에… 국제 정세도 파장북한이 한국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비슷한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11군단)을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한 것으로 18일 확인되면서 한반도 안보는 물론이고 국제 정세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러 군복·무기-위조 신분증으로 위장1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폭풍군단 예하 4개 여단(약 1만 2000여명)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러시아와 합의했고, 이달 8~13일 러시아 상륙함과 호위함 등 7척이 청진과 함흥, 무수단 등 북-러 접경지역에서 선발대 1500여명을 실어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을 마쳤다. 국정원은 “조만간 2차 수송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12일 청진항 앞바다에서 포착된 러시아 함정과 16일 연해주 우수리스크와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의 러시아 군 시설에 분산돼 훈련 중인 북한군 수백 명을 촬영한 위성 사진도 공개했다. 이들은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러시아는 북한군들에게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했다. 또 북한인과 비슷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 부라티야 지역 주민 명의의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12일 파병에 앞서 이 특수전 부대를 참관했다.● 北 최정예 전투부대, 역대 최대 규모로 파병북한은 과거 베트남전과 제4차 중동전쟁에도 파병했지만, 그 규모는 수십명~수백명 수준이었다. 1만 명이 넘는 최정예 특수부대를 사단급으로 파병한 것은 역대 최초다.‘폭풍군단’은 북한의 대표적인 특수전 부대다. 한국의 특전사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작전 임무 범위도 넓다. 부대의 모체는 1969년 창설된 특수8군단이다. 특수8군단은 1968년 1·21 청와대습격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부대다.특수8군단은 1983년 경보교도지도국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91년 제11군단(일명 폭풍군단)으로 확대 개편된 뒤 2017년 특수작전군으로 통합됐다. 폭풍군단은 김정일이 직접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11군단 사령부는 평안북도 덕천시에 있고, 현 사령관은 리봉춘 중장으로 파악됐다”고 했다.폭풍군단 예하엔 4개의 경보병 여단, 3개의 해상저격여단, 항공육전병여단 3개 등 10개 여단이 편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폭풍군단의 주임무는 개전 초 최단 시간에 한국에 침투한 뒤 남한 주요 거점에 점령하고, 정치공작 활동과 요인 암살, 교란 작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다. 폭풍군단 출신 탈북민은 과거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각 부대엔 테러 대상지로 전국의 주요 도시가 할당돼 있고, 내 임무는 충주시장을 암살하는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러시아에 파병된 폭풍군단은 경보병여단과 저격여단 병력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군 특수부대와 후방에 침투해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을 저격하거나 주요 표적의 폭파 임무 등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푹풍군단’의 파병이 전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선 관측이 엇갈린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고강도 훈련을 거친 특수부대인만큼 우크라이나 후방 교란 등에 통해 러시아 전과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투 경험이 없고, 언어 문제와 낯선 전장 환경에서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별다른 전과도 못 거두고 ‘총알받이’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북한이 최근 개정한 헌법에 “대한민국은 적대국”이란 표현을 명시했다. 1972년 ‘평화통일’ 개념을 헌법에 포함시킨 지 52년 만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남북관계를 완전히 부정하고 나선 것. 북한은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파병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상호 군사원조를 명시한 북-러 군사동맹을 등에 업은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헌법을 명분으로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남·대미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경의선·동해선을 폭파했던 사실을 전하며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에 따른 조치라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 일부를 개정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경의선 등 폭파 사실을 알리며 개정 헌법 내용을 밝힌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해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라고 지시한 만큼 개정 헌법에는 이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헌법에 대남 적대 노선을 분명히 못 막은 건 미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위기 수위를 끌어올려 판을 흔들어 보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악화된 경제 사정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최근 심상치 않다”며 “김정은이 신냉전 기류 속에서 북-러 군사동맹이란 뒷배를 믿고 고립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전쟁땐 대한민국 점령’ 김정은 지시, 北 새 헌법에 반영한듯北 ‘대한민국=적대국’ 헌법에 명시선대의 ‘민족 대단결’ 유훈 버리고대남 군사도발 법적 근거 완성“한미 관심 끌 ‘도발 옵션’ 고민할 것”“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해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라.”앞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에 해당)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닌 ‘적대국’으로 헌법에 명시하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은 헌법에서 삭제하라고도 했다.이후 9개월 만에 북한은 실제 헌법을 개정해 김 위원장 지시대로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했다. 선대의 유훈인 ‘민족대단결’을 미련 없이 버리는 대신 한국을 적대국으로 못 박으며 향후 군사 도발 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완성한 것. 북한은 대남 단절 조치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앞서 15일엔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제거하는 ‘폭파 도발’까지 벌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이제 한미의 관심을 가장 끌 만한 ‘도발 옵션’ 몇 개를 테이블에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도발 후엔 개정 헌법을 명분으로 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삭제했을 듯17일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틀 전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한 사실을 밝히면서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보도에는 “폐쇄된 남부 국경”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앞서 1월 영토 조항 신설도 지시한 만큼, 이번 헌법 개정에 영토 관련 내용 신설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이번 헌법 개정으로 기존 헌법 서문에 있던 ‘통일은 민족 지상의 과업’ ‘조국통일 위업을 성취하기 위한 길’ 등 문구를 통째로 들어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원칙에서 조국통일 실현을 위해 투쟁한다”는 헌법 9조 역시 전면 삭제됐을 가능성이 크다.김 위원장은 1월 시정연설에서 남북 단절과 관련해 6가지를 지시한 바 있다. 그중 ‘한국을 적대국으로 헌법에 반영’ ‘경의선 육로 단절’ ‘조국통일 3대 헌정기념탑 철거’ 등 3가지는 이미 실행에 옮겨졌다.● “러시아 뒷배 믿고 위험한 도발 계획 가능성”다음 달 5일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헌법 개정을 단행한 북한은 미 정권 교체기에 한반도 위기를 부각시켜 관심을 최대한 끌어보겠단 속셈을 내비쳤다. 정부 소식통은 “외부의 적을 분명하게 (헌법에) 명시해 먹고살기 힘든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러시아를 위해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한 정황까지 포착될 정도로 밀착한 북-러 관계가 한미를 겨냥한 북한의 대담한 공세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러시아를 위한 무기 지원이나 파병 등에 대한 대가를 분명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란 ‘뒷배’를 믿고 더 위험한 도발을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정부는 당장 북한이 남북 단절 조치를 가시화하기 위한 조치로 비무장지대(DMZ) 지역 내 방벽 쌓기 등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등 도발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해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라.”앞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에 해당)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닌 ‘적대국’으로 헌법에 명시하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은 헌법에서 삭제하라고도 했다. 이후 9개월 만에 북한은 실제 헌법을 개정해 김 위원장 지시대로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했다. 선대의 유훈인 ‘민족 대단결’을 미련 없이 버리는 대신 한국을 적대국으로 못 박으며 향후 군사 도발 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완성한 것. 북한은 대남 단절 조치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앞서 15일엔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제거하는 ‘폭파 도발’까지 벌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이제 한미의 관심을 가장 끌만한 ‘도발 옵션’ 몇 개를 테이블에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도발 후엔 개정 헌법을 명분으로 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삭제했을듯 17일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틀 전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한 사실을 밝히면서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보도에는 “폐쇄된 남부 국경”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앞서 1월 영토 조항 신설도 지시한 만큼, 이번 헌법 개정에 영토 관련 내용 신설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이번 헌법 개정으로 기존 헌법 서문에 있던 ‘통일은 민족 지상의 과업’ ‘조국통일 위업을 성취하기 위한 길’ 등 문구를 통째로 들어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원칙에서 조국통일 실현을 위해 투쟁한다”는 헌법 9조 역시 전면 삭제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1월 시정연설에서 남북 단절 관련해 6가지를 지시한 바 있다. 그 중 ‘한국을 적대국으로 헌법에 반영’ ‘경의선 육로 단절’ ‘조국통일 3대 헌정기념탑 철거’ 등 3가지는 이미 실행에 옮겨졌다.● “러시아 뒷배 믿고 위험한 도발 계획 가능성” 다음달 5일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헌법 개정을 단행한 북한은 미 정권 교체기에 한반도 위기를 부각시켜 관심을 최대한 끌어보겠단 속셈을 내비쳤다. 정부 소식통은 “외부의 적을 분명하게 (헌법에) 명시해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러시아를 위해 북한이 우크라이나 파병한 정황까지 포착될 정도로 밀착한 북-러 관계가 한미를 겨냥한 북한의 대담한 공세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러시아를 위한 무기 지원이나 파병 등에 대한 대가를 분명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란 ‘뒷배’를 믿고 더 위험한 도발을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부는 당장 북한이 남북 단절 조치를 가시화하기 위한 조치로 비무장지대(DMZ) 지역 내 방벽 쌓기 등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등 도발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정부가 중국이 14일 벌인 대만 겨냥 훈련을 “도발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6일 서울에서 열린 제14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도발적 행위, 특히 최근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훈련에 대해 우려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더 이상의 행위가 취해져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하며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반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이날 한미일을 주축으로 한 11개국은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를 감시할 새 모니터링 기구인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 팀(MSMT·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을 출범시켰다. 올 들어 러시아의 임기 연장 거부로 해산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기구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미일을 주축으로 한 11개국이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를 감시할 새 모니터링 기구를 16일 출범시켰다. 올 들어 러시아의 임기 연장 거부로 해산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기구다.● 11개국 뜻 모아 ‘대북제재 CCTV’ 재가동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岡野正敬) 일 외무성 사무차관 및 8개국 주한 대사들과 함께 새 모니터링 기구의 출범을 발표했다. 참여국들은 공동성명에서 “새 메커니즘의 목표는 제재 위반이나 회피 시도에 대해 엄격한 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보를 공표해 유엔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새 모니터링 기구의 이름은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 팀(MSMT·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이다. 한미일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까지 총 11개국이 참여한다.11개국 정부 연합체인 ‘MSMT’는 북한의 핵 위협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하고, 각국 첩보를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기존 유엔 전문가 패널의 역할을 이어받아 그대로 수행하게 되는 것. 외교부 당국자는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람하거나 공개 브리핑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다만 새 감시기구는 유엔 안보리 산하에 있었던 전문가 패널과는 달리 유엔 바깥에 설치됐다. 당초 한미일은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모니터링 기구를 유엔총회 산하에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유엔 바깥에 연합체를 만드는 안을 택한 것이다. 유엔 산하에 모니터링 기구를 두려면 조직을 설립하고 예산을 확보하는데 길게는 몇년의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나 중국이 기구 출범을 위한 의결 과정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바깥에 감시 기구를 설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메커니즘을 논의하는 와중에도 북한이 불법 핵·미사일을 확대하고 금지된 미사일과 무기 수출을 자행하며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상황이 지속됐다“며 ”지체 없이 감시 체제의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새 감시기구는 ‘정부 연합체’ 인만큼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한 ‘전문가 그룹’인 기존의 유엔 전문가 패널과는 차이가 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과 한국·일본·싱가포르 등 총 8개국 전문가 8명으로 꾸려졌지만 새 감시기구에는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는 빠졌고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가 포함됐다. 기존 유엔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매년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결의를 통해 연장됐지만 새 감시기구는 이런 임기 연장 투표 없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유엔 전문가 패널이 연 2회 정례 보고서를 냈던 것과는 달리 새 감시 기구는 정례 보고서 뿐 아니라 이슈가 발생했을 때마다 수시로 보고서를 내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러 참여 안해 ‘감시 실효성’ 우려도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북-러 간 불법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도 내지 못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활동까지 종료되면서 대북제재 이행 여부를 감시할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이 공백을 메꿀 다자 메커니즘으로 한미일 등이 MSMT를 출범시켰지만 얼마나 효과적인 감시 수단이 될 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러가 이 기구의 감시결과에 대해 “특정 국가들의 일방적 주장”이라 치부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일 등 11개국이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고육지책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만큼 감시 결과물에 대해서도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적극 부정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결성된 유엔 전문가 패널은 올 4월 30일 해산되기 전까지 15년 동안 북한의 불법 핵실험과 대북제재 위반 의혹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한 해 두차례 보고서 형태로 국제사회에 발표해왔다. 2022년 북한 풍계리 핵시설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정황을 위성사진 판독을 통해 포착했고, 올 들어 컨테이너를 실은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을 오간 사실을 파악해 북러 무기거래 의혹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 패널은 매년 상임이사국 표결을 거쳐 임기를 연장해왔다. 하지만 ‘북러 무기거래 의혹’이 불거진 뒤인 올 3월 러시아가 임기 연장을 거부했고 중국도 기권하면서 올 4월 말을 끝으로 해산 수순을 밟았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이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어 폭 1m가량의 노란 선 앞으로 다가간 노 대통령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더니 성큼 왼발을 내디뎌 MDL을 넘어갔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당시 노 대통령 부부가 노란 선을 넘자마자 시작된 경의선 북측 도로 한편엔 ‘개성 공업지구 5km’라고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2024년 10월 15일. 17년이 지난 뒤 이 ‘개성 공업지구 5km’ 표지판은 또 등장했다. 북한군이 이날 경의선 육로를 폭파했는데 우리 군이 공개한 폭파 영상에 등장한 것. 북한은 노 대통령이 감격하며 MDL을 넘어 진입한 그 지점에서 보란 듯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물로 여겨진 경의선 폭파를 감행했다. 북한이 이날 일부 폭파한 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한반도 서쪽과 동쪽에서 남북을 잇던 대표적인 육로다. 남북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던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 철도와 도로 구간을 연결하는 데 합의했고, 곧이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2002년 말 경의선 동해선 임시도로가 완공됐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는 각각 개성공단 기업의 물류 수송과 금강산 관광객의 이동 통로였다. 경의선 남북 철로는 2003년 연결됐고, 2007년 5월부터는 문산부터 개성 구간에서 222회에 걸쳐 화물열차가 운행됐다. 동해선은 2005년 고성 제진부터 금강산에 이르는 구간이 연결됐다. 순조로웠던 경의선 운행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당해 숨진 뒤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해 남북 철도를 다시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대북제재가 강화된 데다 북-미 정상회담도 ‘하노이 노딜’로 끝나면서 실제 경의선 운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 2002∼2008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에 대한 철도·도로 및 역사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와 공사 장비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1억3290만 달러(약 1800억 원)의 차관을 제공한 바 있다. 통일부는 이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진행돼 온 대표적 남북협력 사업”이라며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2020년 6월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에는 북핵 협상을 위한 신뢰 조치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2008년엔 핵시설 불능화를 내세우며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15일 일부 폭파한 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한반도 서쪽과 동쪽에서 남북을 잇던 대표적인 육로이자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물로 여겨져왔다.일제강점기였던 1906년 일본이 물자 수송을 위해 개통한 경의선은 서울을 출발해 파주를 거쳐 북한 개성, 평양, 신의주로 이어지는 길이 518km의 철도다. 1937년 개통된 동해선은 강원도 고성을 거쳐 함흥까지 이어지는 길이 180km 철도로, 금강산이 구간에 포함돼있다. 남북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던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계기로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 구간을 연결하는 데 합의했고, 곧이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경의선은 2003년 완공됐고, 2007년 5월부터는 문산부터 개성 구간에서 222회에 걸쳐 화물열차가 운행됐다. 동해선은 2005년 고성 제진부터 금강산에 이르는 구간이 연결됐다.순조로웠던 경의선 운행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당해 숨진 뒤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해 남북 철도를 다시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대북제재가 강화된 데다 북-미 정상회담도 ‘하노이 노딜’로 끝나면서 실제 경의선 운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이 이날 경의선·동해선 일부 구간을 폭파하면서 남북 간 육로 통로는 이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화살머리 고지만 남게 됐다. 다만 앞서 북한군이 지난해 말부터 JSA에서 무장하면서 이곳에서 왕래가 중단됐고, 화살머리고지 일대 육로 역시 봉쇄된 상태로 알려졌다.앞서 2002∼2008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에 대한 철도·도로 및 역사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와 공사 장비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1억3290만 달러의 차관을 제공한 바 있다. 통일부는 이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되어 온 대표적 남북협력 사업“이라며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