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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4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혼란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내년도 의대 증원도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수능 한 달 남은 이 시점에 말이 오락가락하는 정부가 너무 밉다. 의대 휴학 승인 이슈도 있어 내년도 정원이 다시 바뀌는 것 아닌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올해는 의대 정원 난리통에 너무 힘들다.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아이가 없거나, 자녀를 유학 보낸 고위공직자들은 우리 마음을 모른다”는 글을 남겼다. 의대 정원은 의약학 계열은 물론이고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만에 하나 증원 규모가 다시 조정될 경우 의대 입시생뿐 아니라 수험생 상당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의대 증원을 염두에 두고 휴학 등을 하고 입시를 준비 중인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도 상당수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시 원서 접수도 이미 끝났고 수능이 코앞인데 의대 정원이 다시 조정되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내년도 의대 정원의 경우 테이블에 놓고 의견을 얘기할 순 있지만 사실상 활시위를 떠났다. 지금 룰을 바꾼다는 것은 굉장한 혼란을 초래하고 법적으로는 소송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할 순 있지만 바꾸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근 서울대 의대의 의대생 집단 휴학 승인과 관련해 교육부가 4일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들을 소집해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교육부는 이 자리에서 “추가로 동맹휴학을 승인하는 대학이 나와선 안 된다. 학사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사이에선 “정부에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휴학 유급 불가 방침’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휴학 승인 시 엄정 대처” 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날 의대가 있는 대학 40곳의 총장을 모아 오석환 차관 주재로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휴학 승인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대 의대가 휴학을 승인한 뒤 나흘 만에 총장들을 소집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회의를 마친 후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로 보기 어려우므로 대규모 집단휴학을 승인하지 말아달라고 다시 한 번 요청했다”며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해 정부도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대학들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이 자리에서 “만약 지금 휴학을 승인하면 학생들이 올해 아예 돌아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연내에만 돌아오면 어떻게든지 수업이 가능하니 학생들을 끝까지 설득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수업할 경우 의대생들이 11월 중순에 복귀해도 내년 2월 말까지 1년 치 수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을 주장해도 총장이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처럼 학칙상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가져도 법적인 최종 권한은 총장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맹 휴학을 승인할 시 현장 점검 등에 나서겠다”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교육부는 올 2월 의대생 수업 거부가 현실화되자 이후 여러 차례 “의대생 집단 휴학을 승인할 시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 등을 점검할 것”이라는 취지의 압박성 공문을 보냈다. 또 2일부터는 “최대한 강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서울대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아무 대책 없이 언제까지나 휴학을 막을 순 없다”며 난감한 모습이다. 또 의대 교수들은 교육부가 현실을 제대로 모른다며 “1년 치 수업을 3개월에 몰아서 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등록 제적이나 유급을 막기 위해서라도 휴학 승인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대학 관계자는 “7월에 발표했던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똑같이 되풀이했다.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등에 대비한 방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회의에서 “휴학이 길어지는 의대생들의 어려움에도 귀 기울여 달라”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1학년 2학기 수강신청 ‘0명’ 의대 학생들은 여전히 대다수가 강의실로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의예과 1학년 재적 학생 142명 중 2학기 수강신청을 한 재학생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예과 2학년 학생들이 듣는 수업 16개 중 14개 과목에서도 수강 신청이 한 명도 없었다. 수업 2개(의학연구의 실제2, 자유주제탐구)에만 2학년 재적 학생 154명 중 각각 2명과 9명이 수강을 신청했다. 대학들은 일단 교육부 압박에 휴학 및 유급 관련 의사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다. 한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국립대라 정부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긴 어려울 것 같다”며 당분간 분위기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다른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일단은 등록기한 및 학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연장할 순 없다. 서울대 의대 휴학 승인도 현실적으로 남은 기간에 1년 치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4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혼란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4일 교육계에 따르면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내년도 의대 증원도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한 수험생은 “수능 한 달 남은 이 시점에 말이 오락가락하는 정부가 너무 밉다. 의대 휴학 승인 이슈도 있어 내년도 정원이 다시 바뀌는 것 아닌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올해는 의대 정원 난리통에 너무 힘들다.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아이가 없거나, 자녀를 유학 보낸 고위공직자들은 우리 마음을 모른다”는 글을 남겼다.의대 정원은 의약학 계열은 물론이고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인 만큼 만에 하나 증원 규모가 다시 조정될 경우 의대 입시생뿐 아니라 수험생 상당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의대 증원을 염두에 두고 휴학 등을 하고 입시를 준비 중인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도 상당수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시 원서 접수도 이미 끝났고 수능이 코앞인데 의대 정원이 다시 조정되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한편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4일 “내년도 의대 정원의 경우 테이블에 놓고 의견을 얘기할 순 있지만 사실상 활시위를 떠났다. 지금 룰을 바꾼다는 것은 굉장한 혼란을 초래하고 법적으로는 소송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할 순 있지만 바꾸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3일 시작됐다. 보수 및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한 조전혁 후보와 정근식 후보는 이날 오전 각각 서울 광화문역 앞과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그간 교육감 선거는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깜깜이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유권자 관심이 적었다. 두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서울 곳곳을 돌며 ‘학력 신장’ ‘역사 교육 강화’ 등 여러 공약을 강조했다. 두 후보의 첫날 선거운동 일정을 동행 취재하며 인터뷰했다.》조전혁 “등교할때 휴대전화 걷겠다”… 10·16 서울시교육감 후보 르포보수 조전혁 후보초등 지필평가 부활 추진“불법 행위 조희연 계승 안돼”조전혁 후보는 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첫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서이초는 지난해 2년 차 교사가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리다 사망하며 교권 침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곳이다. 교권을 강화해야 공교육이 강화된다고 강조한 조 후보는 “당선되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학생권리의무조례와 수업방해학생분리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광화문역 일대서 출정식을 가진 조 후보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등교시 휴대전화 반납’ 공약을 설명했다. 휴대전화는 교권 침해와 수업 방해의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학생 인권을 이유로 교사들이 손대기 어려웠던 문제다. 조 후보는 “교육적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 등에만 교사 승인 뒤 사용하게 하고 학생이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걷었다가 하교 때 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보급하는 교육용 태블릿 PC ‘디벗’도 학교에서 보관하게 할 방침이다. ‘학력 신장’을 강조하는 조 후보는 초등학교 지필평가를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좌파 진영(정근식 후보)에서 ‘애들을 줄 세운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비판하는데 오히려 반대”라며 “학교에서 평가를 안 하고 공교육이 만족스럽지 못하니 학원 가서 돈 내고 레벨 테스트를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정에서 수시로 각 과목의 실력을 점검할 수 있도록 진단 키트를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지필평가라는 용어가 없다. 형성평가는 각 학교에서 관찰형, 지필형 등 여러 형태로 진행한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선 조 후보가 이야기하는 지필평가 부활이 어떤 것인지는 추후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후보는 곽노현 전 교육감 때 도입돼 조희연 전 교육감이 확대한 혁신학교는 폐지하고 관련 예산을 방과후학교 지원금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또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허용하도록 정부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확대한다. 한편, 조 후보는 이날 출정식에서 “세금 600억 원이 낭비되는 이번 보궐선거는 조희연 전 교육감의 불법 행위로 이뤄지는 것인데 진보 진영 후보는 조 전 교육감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정근식 “역사왜곡 맞설 교재 만들것”… 10·16 서울시교육감 후보 르포진보 정근식 후보학습진단 치유센터 설립 공약“학생인권조례 등 계승할 것”3일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출정식 연설로 첫 공식 선거운동에 나선 정근식 후보의 일정은 ‘역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출정식에서 정 후보는 지난달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역사 왜곡 논란을 언급하며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자들이 학생들에게 친일 사관을 심어주려고 한다. 올바른 역사 교육의 뿌리를 심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후보는 △역사 자료센터 설립 △서울시교육청 역사위원회 구성 등 ‘역사공약 1호’를 발표했다.정 후보는 “학생, 교사, 학부모 등에게 기초적인 역사 자료를 제공하는 역사 자료센터를 만들고 자료의 공신력을 위해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교육청 역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 ‘우리 역사 바로 알기’ 같은 부교재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 후보는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묘역을 참배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가리라고 상상해 본 적 없다. 그런데 최근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 논란을 지켜보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정 후보는 이날 오후 6시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첫 거리 유세도 가졌다. 정 후보는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이기도 하고, 교육적으로는 창의적인 역량이나 자유로운 교육을 강조하고 싶어 ‘젊은이의 거리’라는 상징성을 살렸다”고 설명했다.정 후보는 전임 조희연 교육감 등 진보 진영 교육감들의 정책을 대체로 유지·계승할 방침이다. 최근 교권 추락과 맞물려 제동이 걸린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학생 인권 강화와 교권 추락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이를 증명한 경험적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기초학력 보장과 교육격차 해소’를 강조하며 “대학과 협업해 학습 부진, 경계선 지능 등 문제점을 진단하는 ‘학습진단치유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그는 “어떤 후보는 중간·기말고사를 부활시켜 50, 60년 전 입시지옥을 다시 만들려고 한다”며 경쟁자인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의대 증원, 무산된 초등학교 조기 입학 정책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정부가 각 대학에 국고 인센티브 등을 줘 가며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전공 자율선택제(무전공 선발)를 대폭 확대한 가운데 무전공 선발이 예상보다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종로학원이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무전공 선발을 신설한 21개 대학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71.4%에 해당하는 15곳은 각 대학의 수시 전체 경쟁률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 자율선택제는 보건·의료, 사범 계열 등을 제외하고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1과 계열·학부 등 단위로 모집한 뒤 단위 내 모든 전공을 택하거나 단위 내 학과별 정원의 150% 범위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유형2로 나뉜다. 유형1을 신설한 12개 대학 중에서는 서강대와 동국대 등 6개 대학이 각 대학 수시 전체 평균 경쟁률보다 낮았다. 유형2를 신설한 9개 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모두 개별 대학 평균을 밑돌았다. 다만 서울대와 고려대의 자유전공학부 등 일부 상위권 대학은 학교 평균보다 경쟁률이 높았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역사교육 정근식! 깨끗한 교육감 정근식!”3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독립공원. 파란색 모자와 재킷을 입은 선거운동원들과 지지자들 250여 명이 둥둥 북소리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노랫소리와 선거유세 인파에 지나가던 시민들이 멈춰서 보기도 했다. 이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진보진영이 단일후보로 추대한 정근식 후보가 이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 후보의 일정에 동행하며 인터뷰했다.● 독립문 앞에서 “올바른 역사교육할 것”정 후보의 선거 유세 첫날 첫 일정은 독립문 앞에서의 출정식. 11시 30분경 도착한 정 후보는 선거 유세차로 향하는 동안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거나 사진 촬영을 함께 하느라 몇번씩 걸음을 멈췄다.연단에 오른 그는 “잠시 저 하늘을 봐달라”라며 “오늘은 하늘이 열린 개천절이자, 이 곳은 사대주의를 헐고 당당하게 독립을 선언한 자리다. 하늘 아래 부끄럽지 않은 진보교육감이 될 것을, 바른 역사관을 강조하는 교육감이 될 것을 선언한다”며 첫 마디를 열었다.이어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뉴라이트 친일 사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제 이름 정근식, 뿌리를 심는다는 의미다. 올바른 역사교육의 뿌리를 심겠다”고 말했다.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낸 정 교수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정 후보는 동아일보에 “그동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가리라고 상상해보지 않았는데, 최근 광복절이나 뉴라이트 역사 논란을 지켜보며 결심했다”고 말했다.출정사에서 경쟁자인 보수 진영의 조전혁 후보의 공약과 논란 등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 후보는 “어떤 후보는 중간·기말고사를 부활시켜 50년, 60년 전 입시지옥을 다시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조 후보의 학창시절 학교 폭력 논란을 겨냥하며 “학교폭력을 단호히 분쇄해야 하는데 교육감 후보가 학폭 전력이 있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최근 의대 증원 및 무산된 초등학교 조기입학 정책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졸속, 불통, 퇴행’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 정책 계승과 보완 함께할 것”정 후보의 이날 일정은 역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출정식을 독립공원에서 연 데 이어 오후에는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묘역을 참배했다. 동시에 이날 △역사 자료센터 설립 △서울시교육청 역사위원회 구성 △‘우리역사 바로알기’ 부교재 만들기 등 ‘역사공약 1호’를 발표했다.정 후보는 “역사 자료센터는 역사 교육을 목표로 기초 자료를 모아 학생·교사·학부모·시민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또 자료의 공신력을 위해 교육청 산하에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교육청 역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친일사관이 포함된 역사 교과서 검정에 대해서도 교육부에 취소 의견을 내거나, 학교 현장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이날 오후 6시부터는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첫 거리 유세를 한다. 정 후보는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이기도 하고, 교육적으로는 창의적인 역량이나 자유로운 교육을 강조하고 싶어 ‘젊은이의 거리’라는 상징성을 살렸다”고 설명했다.정 후보는 전임 조희연 전 교육감 등 진보 진영 교육감들의 정책을 대체로 유지·계승할 방침이다. 최근 교권 추락과 맞물려 제동이 걸린 학생인권조례의 폐지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물론 학생 인권을 위해서는 교권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면서도 “학생 인권 강화와 교권 추락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학생 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에서 교권 침해 사례가 더 많다거나 등의 경험적 증명이나 자료가 부족해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평생 대학 강단에 선 그는 ‘초중등 교육 현장을 모르지 않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그건 상대편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웃었다.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 역시 대학교수이자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어 “지적을 받아들이며 매일 현장의 교사들, 교장선생님들을 만나 지난 10년간 어땠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듣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정 후보는 그외 ‘학습진단 치유센터’를 설치해 기초학력 부진, 경계성 지능 등을 겪는 학생에게 전문적 진단을 실시하거나,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인간다움과 감수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디지털 선도학교’ 등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이전 진보 교육감 정책을) 계승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간 부족했던 부분을 체크하고 보완도 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대 의대가 전국 의대 40곳 중 처음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의대생 휴학 승인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학칙상 총장 대신 의사인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가진 대학의 경우 ‘시기의 문제일 뿐 조만간 승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교육부는 2일 서울대를 대상으로 ‘최대 강도의 감사’를 시작하고 전국 의대에 ‘동맹휴학 불허’ 공문을 발송하며 사태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연세대 의대 “휴학 불가피, 주중 결정”연세대 의대의 경우 올 5월 이미 교수회의에서 ‘올바른 의학교육을 위해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다만 학칙상 휴학 승인권이 총장에게 있고 위임 전결 규정에 따라 학장에게 위임된 상황이다 보니 당시는 ‘휴학 및 유급 불가’라는 교육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는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본부 측과 다시 상의하고 있다”면서 “가급적 이번 주중 (휴학 승인을)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나 연세대처럼 휴학 승인권이 의대 학장에게 있거나 의대 학장에게 위임된 대학은 전체 의대 40곳 중 절반가량에 달한다. 이들 대학의 경우 의대 학장이 의사 후배인 의대생의 유급이나 미등록 제적을 막기 위해 조만간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휴학 승인권을 가진 한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학장은 “내부적으로는 휴학 처리하는 것으로 정리한 상태”라며 “서울대가 스타트를 끊은 만큼 다른 대학 동향을 보며 타이밍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휴학을 승인한 후 긴급 내부회의를 열었다는 한 서울 사립대 의대 학장은 “일단 이번 달까지 학생 복귀를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회의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른 학교들 움직임이 있으면 우리도 승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대 의대 역시 전날(1일) 대학 본부와 긴급회의를 열고 “일단 이번 달까지는 지켜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확산 막아야” 4일 총장 소집 한편 교육부는 이날 오후 직원 12명으로 감사팀을 꾸려 서울대에 파견했다. 감사는 11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교육부는 언론에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 의대에 다시 한번 “동맹휴학 허용은 안 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4일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 40명과 온라인 회의를 하며 휴학 승인 확산을 막을 방침이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상 휴학 사유는 병역, 장애, 임신·출산, 그리고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로 국한돼 있는데 학칙상 동맹휴학을 허용하는 학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측은 “규정상 휴학 이유와 상관없이 승인은 학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일 “휴학계 미승인에 따른 집단 유급 사태와 법적 소송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휴학 허용을 간곡하게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또 KAMC를 포함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5개 의사단체는 이날 공동으로 “서울대 의대의 정당한 결정이 전국 의대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모든 서울대 교수의 모임인 서울대 교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을 진급시키겠다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라며 “정부가 강압적 방법을 동원해 대학을 길들이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면 전국 대학 교수회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서울대 의대가 전국 의대 40곳 중 처음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의대생 휴학 승인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칙상 총장 대신 의사인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가진 대학의 경우 ‘시기의 문제일 뿐 조만간 승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교육부는 2일 서울대를 대상으로 ‘최대 강도의 감사’를 시작하고 전국 의대에 ‘동맹휴학 불허’ 공문을 발송하며 사태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연세대 의대 “휴학 불가피, 주중 결정”연세대 의대의 경우 올 5월 이미 교수회의에서 ‘올바른 의학교육을 위해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다만 학칙상 휴학 승인권이 총장에게 있고 위임 전결 규정에 따라 학장에게 위임된 상황이다 보니 당시는 ‘휴학 및 유급 불가’라는 교육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는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본부 측과 다시 상의하고 있다”며 “가급적 이번 주중 (휴학 승인을)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서울대나 연세대처럼 휴학 승인권이 의대 학장에게 있거나 의대 학장에게 위임된 대학은 전체 의대 40곳 중 절반 가량에 달한다. 이들 대학의 경우 의대 학장이 의사 후배인 의대생의 유급이나 미등록 제적을 막기 위해 조만간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휴학 승인권을 가진 한 비수도권 사립 의대 학장은 “내부적으로는 가능한 한 휴학 처리하는 것으로 정리한 상태”라며 “서울대가 스타트를 끊은 만큼 다른 대학 동향을 보며 타이밍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서울대가 휴학을 승인한 후 긴급 내부회의를 열었다는 한 서울 사립 의대 학장은 “일단 이번 달까지 학생 복귀를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회의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른 학교들 움직임이 있으면 우리도 승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 의대 역시 전날(1일) 대학 본부와 긴급회의를 열고 “일단 이번 달까지는 지켜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확산 막아야” 4일 총장 소집한편 교육부는 이날 오후 직원 12명으로 감사팀을 꾸려 서울대에 파견했다. 감사는 11일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또 언론에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전국 의대에 다시 한 번 “동맹휴학 허용은 안 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4일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 40명과 온라인 회의를 하며 휴학 승인 확산을 막을 방침이다.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상 휴학 사유는 병역, 장애, 임신·출산, 그리고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로 국한돼 있는데 학칙상 동맹휴학을 허용하는 학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측은 “규정상 휴학 이유와 상관없이 승인은 학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일 “휴학계 미승인에 따른 집단 유급 사태와 법적 소송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휴학 허용을 간곡하게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냈다.또 KAMC를 포함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6개 의사단체는 이날 공동으로 “서울대 의대의 정당한 결정이 전국 의대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모든 서울대 교수의 모임인 서울대 교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을 진급시키겠다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라며 “정부가 강압적 방법을 동원해 대학을 길들이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면 전국 대학 교수회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 수업 거부가 7개월 넘게 이어지자 서울대 의대가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제출한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전국 의대 40곳 중 의대 증원 반대를 이유로 낸 휴학계를 승인한 첫 사례다. 휴학계 승인을 막았던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 학장의 독단적 휴학 승인에 즉각 감사를 추진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며 정면 대응 방침을 밝혔다. 1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김정은 학장의 판단에 따라 의대생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하고 이 사실을 대학본부에 알렸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대학 총장이 아니라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다.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상 한 학년에 30주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지금 돌아와도 내년 2월까지 수업을 마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유급을 막으려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휴학 승인은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휴학 불허 방침을 고수 중인 교육부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1일 “서울대 의대 학장이 독단적으로 휴학 신청을 승인한 것은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즉시 감사에 착수해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가 의대 40곳의 학칙을 확인한 결과 서울대를 포함해 11곳은 총장이 아닌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선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는 대학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서울대 의대, ‘휴학 불가’ 방침에 첫 반기… 교육부 “문책” 강경[의료공백 장기화]의대생 집단휴학 승인 충돌“교육 못받은 학생 진급 시킬순 없어”… 정부 경고에도 ‘승인’ 또 나올수도충북대, 유급 막기 위해 교칙 개정… “내년 1학기까지 복귀하면 진급”서울대 의대가 학생들의 휴학계를 승인한 사실이 알려진 1일 교육부는 즉각 자료를 내고 “정부와 대학이 그동안 의대 학사 정상화 및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지속해 온 노력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또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즉각 감사에 착수하고 관계자를 문책할 수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대의 경우 학칙상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의대 학장이 휴학을 승인한 것에 절차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의대 40곳 중 서울대를 포함해 11곳은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단체는 의사인 이들 대학 의대 학장들을 향해 “휴학 승인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의대 11곳은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교육부는 올 2월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자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휴학계를 반려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월에는 “대학이 동맹휴학을 승인하면 행정적, 재정적 조치를 할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하지만 의대 40곳 중 서울대를 포함해 11곳은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휴학을 승인해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 교육부가 “감사를 통해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겠다”며 조건부 제재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교육부 관계자는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거나 총장에게 부여된 휴학 승인권을 단과대 학장에게 위임한 경우가 전체 의대 40곳의 절반가량”이라며 “이들 대학이 휴학을 승인한 경우에도 사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또 이날 다른 대학들을 향해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며, 동맹휴학 신청이 승인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반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다른 의대들의 휴학계 승인을 독려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의대생을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킬 순 없다”며 “다른 의대 학장, 대학 총장께서도 곧 같은 조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지난달 말 교육부에 ‘의대생 휴학 허용’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 충북대는 내년 1학기까지 유급 안 시키기로정부는 올 2월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시작한 뒤 ‘휴학 및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다. 휴학이나 유급을 승인할 경우 내년에 신규 의사 3000여 명이 배출되지 않고 의대 예과 1학년 학생들은 내년 7500여 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의대를 둔 대학들은 교육부와 의대생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으로 꼽은 9월을 넘기면서 휴학이나 유급 이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기준으로 전국 의대 40곳의 재적 인원 1만9374명 중 2학기에 등록한 학생은 653명(3.4%)에 불과했다.일부 대학은 휴학 승인을 하지 않는 대신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칙을 바꿔 수업을 듣지 않아도 유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육지책을 강구하고 있다. 충북대의 경우 대학평의원회가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올해 1학기부터 2025학년도 1학기까지 의대생의 등록, 수강 신청, 학점 인정, 제적 등과 관련해 총장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충북대 의대생은 2025학년도 1학기까지만 등록하면 유급을 피할 수 있다. 다른 대학들도 미등록 제적을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해 2학기 등록 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중앙대 의대는 등록 기한을 내년 1월까지로 미뤘고 경희대 의대도 등록 기한을 12월 말까지 연장했다.한편 정부는 의대생 복귀 마지노선을 11월로 미룬 상황이다. 교육부는 의대 학부 수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하면 15∼20주 안에 두 학기(30주)를 모두 이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의대 교수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학사 운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지금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 4시까지 수업이 있는데 수업량을 2배로 늘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임상 실습을 두 그룹으로 나누면 밤에 환자를 깨워 실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두 달 앞두고 치러진 9월 모의평가(모평)에서 전 영역 만점자가 6월 모평의 10배 이상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및 수학 영역 만점자는 5000명에 육박해 난이도 조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과 9월 모평의 난이도가 ‘극과 극’으로 나뉘면서 수험생들은 극심한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수학 만점자 의대 정원보다 많아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1일 9월 모평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재학생 18명, 졸업생 등 45명으로 총 63명이었다. 이는 6월 모평(6명) 때의 10배 이상이다.국어 영역 만점자는 4478명으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 4485명(정원 내 기준)과 비슷했다. 수능이 이 정도 난이도로 나올 경우 국어 영역은 의대 등 최상위권 입시에서 변별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6월 모평에서 만점자는 83명, 2024학년도 수능에선 64명이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29점으로 2022학년도 9월 모평(127점) 이후 가장 낮았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 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게 나온다. 수학 영역 만점자는 4736명으로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넘어 역시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 여부에 따라 135점, 136점으로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진행된 총 11차례의 수능 및 모평 중 가장 낮았다. 통합수능 도입 이후 가장 쉽게 출제된 것이다.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1등급 비율이 10.94%로 ‘역대급 난이도’라는 평가를 받았던 6월(1.47%)보다 크게 높아졌다. 1등급 수험생 수는 4만2212명에 달해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도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번 모의평가에 응시한 수험생은 38만6652명으로 재학생이 29만5071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이 9만1581명이었다.● “수능은 6, 9월 모평 사이 난이도”수험생 사이에선 모평 난이도가 ‘불수능’과 ‘물수능’을 오가다 보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영어 영역의 경우 모평만 따지면 1등급 비율이 15.97%(지난해 9월), 1.47%(올해 6월), 10.94%(올해 9월) 등으로 널뛰는 모양새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6월 모평에서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어 조정하다 보니 난도가 내려간 측면이 있다”며 “11월 14일 치러지는 수능은 6, 9월 모평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 난이도로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입시 전문가들은 11월 수능에선 의대 증원 요인 등으로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은 16만1784명에 달하는 만큼 평가원 측이 변별력 확보를 더 고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9월 모평 점수로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은 9월 모평보다는 다소 어렵겠지만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도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 영역은 6월 모평 수준에 근접하게, 영어는 9월 모평보다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남은 기간 공부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 진보 진영의 두 단일후보는 시민사회단체 등의 지지를 앞세우며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보수 진영 단일 후보인 조전혁 후보는 1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함께 필승결의대회를 열었다. 조 후보는 “번번이 실패하던 중도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번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서울시교육감 탈환이란 대의 아래 여러 후보들이 뜻을 모아주신 것”이라며 보수 단일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사무소는 2년 전 교육감 선거 때도 사용했던 사무소인데 선거 후에도 교육감 탈환이란 염원을 담아 캠프를 해산하지 않고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 측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와 보수 기독교 표심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직 역량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며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선거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영입했고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와 만나 지지 약속을 받았다. 또 일요일마다 대형교회 예배에 참석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정근식 후보는 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참교육동지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 퇴직교사 모임) 등 진보 성향 단체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 측은 지난달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지지 선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후보는 2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신촌을 근거지로 젊은 층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무소 장소를 골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개소식에는 진보 진영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던 예비후보들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 교육계 관계자들이 모여 ‘승리 기원 응원의 날’ 행사를 연다. 한편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3일부터 시작된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서울시선관위)는 “3일부터 본투표 전날인 15일 밤 12시까지 서울시교육감 선거운동이 진행된다”고 1일 밝혔다. 이 기간 후보들은 차량을 이용한 거리 유세, 대담·토론회, 신문·방송 광고, 벽보·현수막 게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자원봉사 대가로 수당이나 실비를 요구하거나 받을 수 없다”며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적시한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공유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 진보 진영의 두 단일후보는 시민사회단체 등의 지지를 앞세우며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보수 진영 단일 후보인 조전혁 후보는 1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함께 필승결의대회를 열었다. 조 후보는 “번번이 실패하던 중도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번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서울시교육감 탈환이란 대의 아래 여러 후보들이 뜻을 모아주신 것”이라며 보수 단일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사무소는 2년 전 교육감 선거 때도 사용했던 사무소인데 선거 후에도 교육감 탈환이란 염원을 담아 캠프를 해산하지 않고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조 후보 측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와 보수 기독교 표심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직 역량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며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선거캠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영입했고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와 만나 지지선언을 접수했다. 또 일요일마다 대형교회 예배에 참석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중이다.한편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정근식 후보는 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참교육동지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 퇴직교사 모임) 등 진보 성향 교원 단체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 측은 지난달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지지선언을 접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정 후보는 2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신촌을 근거지로 젊은층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무소 장소를 골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개소식에는 진보 진영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던 예비후보들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 교육계 관계자들이 모여 ‘승리기원 응원의날’ 행사를 연다. 한편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3일부터 시작된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서울시선관위)는 “3일부터 본투표 전날인 15일 자정까지 서울시교육감 선거운동이 진행된다”고 1일 밝혔다. 이 기간 후보들은 차량을 이용한 거리 유세, 대담·토론회, 신문·방송 광고, 벽보·현수막 게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자원봉사 대가로 수당이나 실비를 요구하거나 받을 수 없다”며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한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공유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두 달 앞두고 치러진 9월 모의평가(모평)에서 전 영역 만점자가 6월 모평의 10배 이상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및 수학 영역 만점자는 5000명에 육박해 난이도 조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과 9월 모평의 난이도가 ‘극과 극’으로 나뉘면서 수험생들은 극심한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수학 만점자 의대 정원보다 많아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1일 9월 모평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재학생 19명, 졸업생 등 34명으로 총 63명이었다. 이는 6월 모평(6명) 때의 10배 이상이다.국어 영역 만점자는 4478명으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 4485명(정원 내 기준)과 비슷했다. 수능이 이 정도 난이도로 나올 경우 국어 영역은 의대 등 최상위권 입시에서 변별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6월 모평에서 만점자는 83명, 2024학년도 수능에선 64명이었다.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29점으로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127점) 이후 가장 낮았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 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게 나온다. 수학 영역 만점자는 4736명으로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넘어 역시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미적분 또는 기하 선택 여부에 따라 135, 136점으로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진행된 총 11차례의 수능 및 모평 중 가장 낮았다. 다른 말로 하면 통합수능 도입 이후 가장 쉽게 출제된 것이다.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1등급 비율이 10.94%로 ‘역대급 난이도’라는 평가를 받았던 6월(1.47%)보다 크게 높아졌다. 1등급 수험생 수는 4만2212명에 달해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도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이번 모의평가에 응시한 수험생은 38만6652명으로 재학생이 29만5071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이 9만1581명이었다.● 널 뛰는 난이도에 수험생 혼란수험생 사이에선 모평 난이도가 ‘불수능’과 ‘물수능’을 오가다 보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영어 영역의 경우 모평만 따지면 1등급 비율이 15.97%(지난해 9월), 1.47%(올해 6월), 10.94%(올해 9월) 등으로 널뛰는 모양새였다.교육부 관계자는 “6월 모평에서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어 조정하다 보니 난도가 내려간 측면이 있다”며 “11월 14일 치러지는 수능은 6, 9월 모평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 난이도로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입시 전문가들은 11월 수능에선 의대 증원 요인 등으로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은 16만1784명에 달하는 만큼 평가원 측이 변별력 확보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9월 모평 점수로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다.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은 9월 모평보다는 다소 어렵겠지만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도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 영역은 6월 모평 수준에 근접하게, 영어는 9월 모평보다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남은 기간 공부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7개월 넘게 이어지자 서울대 의대가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제출한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전국 의대 40곳 중 의대 증원 반대를 이유로 낸 휴학계를 승인한 첫 사례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서울대 의과대학장의 독단적 휴학 승인에 대해 즉각적인 현지 감사 등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대 휴학 승인, 교육부 “제재 검토”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고 대학 본부에 통보했다. 서울대는 다른 대부분의 대학들과 달리 대학 총장이 아니라 의대 학장이 의대생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다.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상 한 학년에 30주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지금 돌아와도 내년 2월까지 수업을 마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유급을 막으려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휴학 및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해 온 교육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교육부는 올 2월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자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휴학계를 반려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월에는 “대학이 동맹휴학을 승인하면 행정적, 재정적 조치를 할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이는 휴학이나 유급을 승인할 경우 내년에 신규 의사 3000여 명이 배출되지 않고 내년에 예과 1학년이 되는 의대생들은 7500여 명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교육부는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어렵지만 추후 상황을 보며 (제재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서울대에서 시작된 휴학 움직임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의대협회도 “휴학 허용해야” 공식 건의의대를 둔 대학들은 의대생과 교육부 사이에서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으로 꼽은 9월을 넘기면서 휴학이나 유급 이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연세대의 경우에도 이미 의대 내부적으로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휴학 승인 권한이 의대 학장에 위임돼 있는 만큼 승인도 고려했지만 대학 본부에서 반대해 실제 승인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지난달 말 교육부에 ‘의대생 휴학 허용’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일부 대학은 휴학 승인을 해 주지 않는 대신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칙을 바꿔 수업을 안 들어도 유급을 면제해주는 고육지책을 내고 있다. 충북대의 경우 대학평의원회가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올해 1학기부터 2025학년도 1학기까지 의대생의 등록, 수강 신청, 학점 인정, 제적 등과 관련해 총장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충북대 의대생은 2025학년도 1학기까지만 등록하면 유급을 피할 수 있다.다른 대학들도 미등록 제적을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해 2학기 등록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중앙대 의대는 등록기한을 내년 1월까지로 미루기로 했고, 경희대 의대도 등록기한을 12월 말까지 연장했다.정부는 의대생 복귀 마지노선을 11월로 미룬 상태다. 교육부는 의대 학부 수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하면 15주 안에 두 학기(30주) 과정을 모두 이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지금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 4시까지 수업이 편성돼 있는데 수업량을 2배로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임상 실습을 두 그룹으로 나누면 밤에 환자를 깨워 진행해야 한다”며 “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지난 주말 이불을 바꿨다. 이불 바꿔라, 철철이 공기가 바뀌는가 싶으면 계절보다도 먼저 찾아오는 엄마의 레퍼토리. ‘아직 괜찮다’며 두세 번 잔소리가 되고야 움직이곤 했는데 올해는 냉큼 바꿨다. 새하얀 냉감 소재 여름 이불을 못 해도 석 달은 쓴 것 같다. 중간에 한 번 빨았어도 누레지려던 차다. 베이지색 차렵이불에 살을 부비니 포근하면서도 찹찹하다. 여름이었다.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환경 기사를 담당하면서 가장 많이 쓴 기사는 아마도 이상 기후였을 것이다. 기사의 생리가 그렇지만 봄이 봄답고 가을이 가을다우면 기사가 안 된다. 그렇게 날씨 기사를 ‘써댈 수’ 있었던 건 지구가 가장 뜨거웠다던 지난해, 때가 때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5월엔 때 이른 여름이라고 12월엔 때늦은 여름이라고 썼다. 일 년 내내 ‘여름이었다.’SNS에서 ‘여름이었다’ 밈이 유행한 것도 벌써 2, 3년쯤 됐나. 보기는 많이 봤지만 정확한 유래는 몰랐는데 찾아보니 이렇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학교에 시를 창작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없다”는 고민에 다른 사용자가 “개소리 써놓고 끝에 ‘여름이었다.’만 붙이면 그럴싸해진다”는 조언을 하면서다. 어느 계절인들 붙이면 안 그렇겠냐만- 정말 그다지 맥락 없는 말들도 그럴듯하게 읽히는 걸 보면 여름이 꽤 서정적인 계절인 건 맞나 보다. 얼마 전 오랜만에 홍대 앞을 걸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데이트도 친구들 약속도 다 이 근처였는데 어쩐 일인지 오지 않게 된 지 한참 됐다. 나는 오랜만이어도 홍대 공식 만남의 장소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은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붐볐다. 지금의 나는 영 입지 못할 것 같은 옷차림들까지. 해는 밝고 사람들은 북적이는데 갑자기 길을 잃은 것 같았다.대학 시절 친구는 성수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단다. 업무차 식사 자리가 있던 금요일 저녁, 유튜브에서나 봤던 세상 힙한 청년들 사이를 정장 차림으로 가로지르려니 조금 부끄러웠다고. 우리도 그렇게 쏘다니며 놀던 때가 있었는데.“여름이었다…☆”친구와 10년도 더 전 그 시절을 떠올리다 이내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 그런데 걔네도 취준생 되면 정장 입은 널 부러워할걸.” “맞아 그땐 사원증도 부러웠지…. 끔찍ㅋㅋㅋ”그랬다. 홍대 앞 맛집을 찾아다니며 웃었던 만큼 그 앞 도서관과 스터디카페에서 울던 날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계절도 적절한 때 과거형이 되어야 추억도 할 수 있다. 그 여름이 끝나지 않았더라면.오늘은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날이 훅 쌀쌀해진다고 한다. 긴 더위를 마치는 비라니 ‘호우시절(好雨時節·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아, 조금 어폐가 있구나. 내년엔 조금 더 때맞춰 오는 비이길. [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교육부가 정원이 늘어난 의대의 ‘무더기 인증 탈락’을 막기 위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1년 이상 보완할 기간을 주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또 평가·인증기관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의사 단체에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진행하는 의대 교육 평가·인증을 무력화하고 경우에 따라 인증기관 역할도 박탈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고 입법예고에는 800건 넘는 반대 의견이 올라왔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입법예고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대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불인증 전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의대 40곳은 교육부로부터 평가·인증 권한을 위임받은 의평원의 인증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며, 인증을 못 받으면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의평원은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에 정원이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매년 주요 변화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평가 기준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확대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복지부가 불인증 시 보완 기간을 주겠다고 한 것은 올 11월부터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 증원 의대들의 무더기 불인증 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입법예고에는 인증기관이 존재하지 않거나 평가·인증이 불가능한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의평원이 증원 의대에 대해 무더기 불인증을 강행할 경우 보완 기간을 주고 그 사이에 의평원의 인증기관 지정을 취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의평원을 의대 평가기관으로 재지정할 때 조건으로 평가·인증 기준 변경 시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 사전 심의를 제시했는데 의평원이 이를 안 지켰다. 심의 후 보완 지시나 권고를 했음에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지정 취소도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한편 교육부의 입법예고에는 “인증기관 무력화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다”, “의대 교육 질 저하가 우려된다” 등 8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달렸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교육부가 정원이 늘어난 의대의 ‘무더기 인증 탈락’을 막기 위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1년이상 보완할 기간을 주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또 평가·인증기관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기존 평가 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의사 단체에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진행하는 의대 교육 평가·인증을 무력화하고 경우에 따라 인증기관 역할도 박탈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고 입법예고에는 800건 넘는 반대 의견이 올라왔다.2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입법예고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대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불인증 전 1년 이상의 보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현재 의대 40곳은 교육부로부터 평가·인증 권한을 위임받은 의평원의 인증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며, 인증을 못 받으면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의평원은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에 정원이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매년 주요 변화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평가 기준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확대했다.복지부가 불인증 시 보완 기간을 주겠다고 한 것은 올 11월부터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 증원 의대들의 무더기 불인증 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입법예고에는 인증기관이 존재하지 않거나 평가·인증이 불가능한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의평원이 증원 의대에 대해 무더기 불인증을 강행할 경우 보완기간을 주고 그 사이에 의평원의 인증기관 지정을 취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교육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의평원을 의대 평가기관으로 재지정할 때 조건으로 평가·인증 기준 변경 시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 사전 심의를 제시했는데 의평원이 이를 안 지켰다. 심의 후 보완 지시나 권고를 했음에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지정 취소도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한편 교육부의 입법예고에는 “인증기관 무력화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다”, “의대 교육 질 저하가 우려된다” 등 8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달렸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과 수도권 소재 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이 최근 5년 중 가장 높게 치솟으면서 비수도권 대학과의 격차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입시업계는 의대 증원으로 최상위권의 ‘빈 자리’를 노린 상향 지원이 많아지면서 ‘인서울’ 선호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했다.29일 종로학원이 194개 대학의 최근 5년간(2021~2025학년도) 수시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학년도 수시 평균 경쟁률은 서울 소재 대학(42곳) 18.74대 1, 경기·인천권 대학(41곳) 12.99대 1을 기록하며 5년새 가장 높았다. 반면 지방의 111개 대학 수시 평균 경쟁율은 5.99대 1에 그쳐 경쟁률 격차 역시 가장 크게 벌어졌다.서울권 대학 경쟁률은 5년간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2021학년도 14.67대 1, 2022학년도 16.01대 1, 2023학년도 16.85대 1, 2024학년도 17.79대 1, 2025학년도 18.74대 1로 계속 올랐다. 경인권 대학의 수시 경쟁률(12.99:1) 역시 2021학년도(10.64대 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율은 5년간 비슷한 수준에 머물르며 서울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의 수시 경쟁률 차이 역시 2021학년도 8.95대 1부터 내년도 12.75대까지 해마다 벌어졌다.비수도권 대학 수시 경쟁율은 전년 대비 지원자가 약 9만 명 늘어나며 지난해(5.53대 1)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실상 미달’ 상황이다. 수시 모집에서서는 수험생이 최대 6개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고, 복수 대학에 합격하면 상위 대학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경쟁률이 6대 1이 안 되면 미달로 여겨진다. 전국 194개 대학 중 수시 경쟁률이 6대 1 미만인 대학은 85개로 이중 68개 대학(80%)은 비수도권 대학들이었다.입시업계는 의대 증원 이슈가 결과적으로 서울·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정원이 늘어나면서 (최상위권이 의대로 몰릴 것을 기대하고) 상위권이나 중상위권에서 합격선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가 나타나면서 상향 지원이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27일 마감됐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15명 안팎의 예비후보가 난립했던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단일화 기구를 통해 통합 후보를 추대하며 보수 측 조전혁 후보와 진보 측 정근식 후보의 양강 구도가 완성됐다. 독자 출마한 후보 2명까지 합치면 총 4명이 경쟁한다. 조 후보는 26일 후보 등록을 마친 후 “진보 교육감 10년 동안 무너진 서울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초등학생의 지필 평가 부활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최대 100만 원 지원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학생권리의무조례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 후보는 명지대와 인천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7일 후보 등록을 한 정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조희연 전 교육감의 혁신 교육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40여 년간 전남대와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쳤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등을 지냈다. 정 후보는 △지역사회와 혁신교육플러스 위원회 구성 △문화예술 교육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 밖에 윤호상 전 서울미술고 교장과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의원도 후보 등록을 마쳤다. 조 후보 측은 “윤 후보는 보수 후보가 아닌 만큼 조 후보가 보수 단일화에 성공했다”는 입장이다. 진보 진영의 경우 출마 의사를 밝혔던 조기숙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반면 최 후보는 완주 의지를 보이고 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올 한 해 걷힐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30조 원 가까이 적을 것이란 전망을 정부가 내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실적 악화 탓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정도로 경기 상황이 심각했지만 이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탓이다. 올해도 연장을 거듭한 유류세 인하 등 줄 이은 감세 정책도 세수 펑크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역대 최대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수십조 원대 세수 부족이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는 빈 곳간을 메울 뚜렷한 재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휘청이는 내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재정 실탄마저 부족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26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를 재추계한 결과 국세 수입이 337조7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세금이 367조3000억 원 걷힐 것이라고 봤는데, 이보다 29조6000억 원 낮춰 잡은 것이다. 정부 예상보다 56조 원 넘게 부족했던 지난해 국세 수입보다도 6조4000억 원 세금이 덜 걷히는 셈이다. 세수 오차율도 ―8.1%로 세수가 부족했을 때만 놓고 보면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크다. 2021년부터 발생한 세수 오차 규모는 200조 원에 육박하며 나라 살림 운용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대규모 세수 펑크의 주요 원인은 법인세였다. 법인세는 예상한 것보다 14조5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지난해 정부가 고수한 ‘상저하고(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과 달리 기업경기가 내내 부진했던 탓이다. 법인세 큰손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올 3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기재부는 소득세, 상속증여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다른 세목에 대해서도 세수 예상치를 줄줄이 내렸다. 정부는 기금의 여윳돈을 활용하고 일부 사업에 대해선 편성된 예산 집행을 취소해 세수 부족분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은 국회 등과 논의하겠다는 계획만 밝힐 뿐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진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세수 재추계 현안보고’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코로나19 이후 4년간 세수 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올해 예상되는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 내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우선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정부, 세수 예측 4년연속 크게 어긋나… 기금 돌려막기할 판올해도 30조 세수 결손법인세 14.5조 줄어 부족분의 절반… 소득세수도 예상보다 8.4조 덜 걷혀국세서 지급하는 교육교부금 5조↓“경기 낙관론, 세수오차 키워” 지적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건 경기 회복 속도가 정부 예상에 못 미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국채 추가 발행이 힘든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처럼 각종 기금 등에서 예산을 끌어오는 ‘돌려막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30조 원 가까이 덜 걷히면서 국세에서 일정 비율을 떼서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도 최대 5조 원 넘게 줄어들게 됐다.● 지난친 경기 낙관에 감세 정책 남발기획재정부가 26일 발표한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법인세수는 63조2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정부 예상치(77조7000억 원)보다 14조5000억 원 적은 규모다. 전체 세수 부족분(29조6000억 원)의 49%가 법인세수에서 발생하는 것이다.연이은 감세 조치도 세수 부족을 키웠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유류세율 인하 조치를 이어가면서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당초 예상(15조3000억 원)보다 4조1000억 원이 줄어든 11조2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사과 등 각종 먹거리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할당관세 조치로 관세도 예상보다 1조9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가장 대표적인 세목으로 꼽히는 소득세수도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크게 줄어 당초 예상(125조8000억 원)보다 8조4000억 원 부족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자산 시장 침체 흐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경기를 예측하고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도 연장하면서 큰 폭의 세수 오차가 발생했다”고 말했다.정부의 세수 예측은 2021년부터 크게 빗나가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예상보다 50조 원 넘게 세금이 더 걷혔고, 지난해와 올해는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잡았던 것보다 세금이 부족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0∼2023년 한국의 평균 세수 오차율을 12.4%였다. 미국(7.8%), 일본(7.3%) 등 세계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세수가 더 많이 들어오면 재정 확장 유인으로 작용해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고, 세수가 예상보다 줄면 당초 계획대로 예산을 쓰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여야, 역대급 세수 오차 일제히 비판팬데믹 이후 기업 경기 예측에 지속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세수 추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세수를 추계하는 전체 과정에서 예산정책처, 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가 가진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고 인공지능(AI) 기술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분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선을 그어 국채 발행을 늘릴 순 없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각종 기금과 회계의 여윳돈으로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가 급한 불을 껐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외평기금에서 약 20조 원을 활용했지만 ‘외환 방파제’를 허물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정치권에서는 ‘경기 낙관론’이 낳은 대규모 세수 오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건전 재정 기조로 경제가 침체되고 그에 따라 세입 기반이 붕괴되면서 세수 오류가 생기는 문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도 “정부가 여러 차례 제도 개선 노력을 다짐했는데도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반복되는 것을 무엇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교육부는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라 교육교부금도 하반기(7∼12월) 감액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79%와 국세 교육세 일부로 조성되는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된다. 줄어드는 폭은 최대 5조3000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