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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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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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6~20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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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다리 지방종, 심방세동에 무너진 체력… 탁구로 되살리죠”

    김익수 MD안과의원 원장(59)은 15년 전 누나의 권유로 탁구장을 찾은 뒤 탁구에 빠져들었다. 아내 박소영 씨(58)와 함께 병원 일을 마치고 저녁 때 탁구장을 찾아 개인 지도를 받으며 2, 3시간 공을 쳤고 오전 2, 3시까지 개인 훈련을 하기도 했다. 1주일 내내 친 적도 있다. 건강을 위해 검도와 합기도, 복싱, 골프 등을 즐겼지만 탁구가 가장 오래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방세동 시술을 받은 데 이어 오랫동안 그를 괴롭힌 지방종이 재발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무너졌다. “2007년 왼쪽 종아리 윗부분에 10cm가 넘는 근육 내 지방종이 생겨 제거했는데 이후 계속 재발했어요.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급격히 뛰는 심방세동 증세가 악화해 2022년 5월 심장에 고주파 관을 심는 시술을 받았죠. 그런데 그 2개월 뒤 네 번째 지방종을 발견한 겁니다. 이번엔 악성이었습니다. 제거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후유증으로 무릎 관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있죠. 이래저래 운동을 못 하게 된 겁니다.”지방종 수술은 근육까지 잘라내기 때문에 제거 후 움직임에 어려움이 따른다. 심방세동 수술 후유증으로 폐정맥 4개 중 아래 2개의 약 90%가 막혀 양쪽 폐 하측 기능 부전 상태까지 됐다.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러다간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원장은 지난해 초부터 다시 탁구 라켓을 잡았다. 늘 함께해준 아내와 함께 탁구장을 찾았다. 그는 “아내와는 병원에서도 함께 일하고, 검도와 합기도, 골프 등을 할 때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1년이 넘으면서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탁구 전성기 때보다는 아직 못하지만 체력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탁구를 시작한 지 약 10년이 되던 2018년 무렵이 전성기였다고 했다. 그땐 “더 잘 치려고 새벽까지 하루 6, 7시간 탁구를 쳐도 지치지 않았다”고 했다. 지름 40mm, 무게 2.7g의 작은 탁구공이 주는 운동량은 대단했다. 몸풀기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10분만 쳐도 땀이 쏟아졌다. 김 원장은 “다시 탁구를 칠 땐 공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지만 차근차근 체력을 만들어 치다 보니 이젠 2, 3시간 칠 수 있는 체력이 됐다”고 했다. 탁구의 매력은 언제든 게임을 할 수 있어 승부욕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뭐 잘 치지는 못하지만 한 수 위 회원과 겨루고 싶죠. 저보다 못 치는 회원에게 지면 자존심이 상해 더 열심히 치게 되죠. 운동 효과도 큰데 게임으로 자극받아 탁구에 더 매진하게 되는 겁니다. 탁구 치고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그 상쾌함에 기분이 좋죠. 탁구는 제 삶의 활력소가 됐습니다.” 김 원장은 생활체육 탁구에서 5부에서 4부 사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탁구교실에선 4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창 물이 올랐을 때인 2016년 서울시 구청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두 차례 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몸 건강은 물론이고 탁구를 잘 치기 위해 근육운동도 하고 있다. 피트니스에 빠져 있는 대학원생 아들이 근육운동 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김 원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헬스를 즐기던 아들이 ‘근육을 키우는 게 미래에 몇억 원의 병원비를 줄여줄 수 있다’며 직접 지도도 해준다”고 했다. 주 2회 이상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 원장은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는 ‘직업병’도 탁구를 통해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단 1%의 부작용에 관해서도 얘기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너무 진지하다 보니 미간을 찡그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처음 온 환자는 내 인상을 좋지 않게 본다”고 했다. “탁구를 칠 때도 집중하다 보면 인상을 쓰게 됩니다. 승부욕까지 있다 보니 저의 모습에 상대가 당황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게 탁구더라고요. 그래서 즐겁게 땀 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심장 건강을 위해 흥분하면 안 돼 탁구가 해가 될 수도 있지만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치니 폐활량이 좋아졌다. 건강해야 병도 견딜 수 있다. 이제 탁구는 평생 친구”라며 웃었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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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과 국내외 대회 출전…부부 금실 쌓는데 마라톤이 최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마라톤 동호회에서 회식하는 날 남편을 만났어요. 그때부터 함께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도 했죠. 전 마라톤 풀코스 도전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매번 풀코스에 출전해 상위권에 입상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어떤 기분이길래 저렇게 달릴까’ 생각했고, 풀코스를 완주해야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풀코스 출전을 감행했죠.”회사원 목영주 씨(41)는 2016년 가을 처음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했다.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 이병도 씨(40)가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다. 3시간47분대 기록으로 완주했고, 그때부터 마라톤에 빠져 들었다. 목 씨와 이 씨는 마라톤이 인연이 돼 2017년 결혼했고, 훈련과 대회 출전을 함께 하고 있다.목 씨는 2009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10km 대회에 함께 나가자는 친구의 권유로 뛰었다. 주 1, 2회 건강을 위해 달리며 10km 코스에 가끔 출전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풀코스에 입문하며 마라톤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그는 “전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이 잘 달렸다고 했다. 그때부터 풀코스 기록 단축을 위해 달렸다”고 말했다.마스터스 마라토너들 꿈의 무대인 보스턴마라톤 출전을 목표로 잡았다. 보스턴마라톤은 참가 자격 기준이 있다. 여자 30대의 경우 3시간35분 이내 기록이 있어야 했다. 하루 5~8km, 한 달 평균 100km를 달리던 그는 월 평균 약 200km로 달리는 거리를 두 배로 늘렸다. 주당으로 따지면 50km다. 퇴근한 뒤 저녁에 주 5일을 이상을 달렸다. 그는 “그동안 풀코스 완주에 대해 ‘과연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니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3시간40분에 완주했고, 그해 11월 3시간 27분을 기록해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얻었다. 2019년 남편 및 지인들과 함께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해 개량 한복을 입고 즐기며 4시간59분에 완주했다. 그는 2018년에도 남편과 런던마라톤을 달렸다. 남편이 지난해 베를린마라톤을 달릴 땐 따라가 응원했다. 목 씨는 “남편 응원도 좋았지만 남녀 엘리트 부문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눈앞에서 직접 본 게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2023 베를린마라톤 여자부에서 티지스트 아세파(28·에티오피아)가 2시간11분53초의 세계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남자부에서는 2022년 이 대회에서 세계 기록(2시간1분09초)을 세운 엘리우드 킵초게(30·케냐)가 2시간2분42초로 개인 통산 5번째 베를린마라톤 챔피언에 올랐다.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대회가 없어져 주춤했다. 2019년 가입한 ‘더뉴런(The New Run)’이란 동호회에서 달렸고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대회는 없었지만 도로와 산을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다시 대회가 활성화되면서 개인 최고기록 경신에 도전했다. 그리고 지난해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56초를 기록했다. 그는 “월 400~500km를 달렸다. 주당 100km를 넘게 달려야 해 힘들었지만 최고 기록이란 결과물을 얻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지금은 다시 월 200km로 줄였어요. 약 10년 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무릎 인대를 다쳤었는데 무리를 하니 통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젠 즐겁게 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목 씨는 사람들과 어울려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과 함께 달리기도 하지만 동호회를 찾아 달렸다. 더뉴런은 주로 경기 성남탄천운동장에서 모여 주 2회 달린다. 그는 “트랙을 달리면 바른 자세로 꾸준하게 달릴 수 있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시내를 달리는 ‘7979 서울 어반 러닝크루(SURC)’에서도 달리고 있다. 7979 SURC는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제공하는 러닝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가 2022년 광화문광장 개장을 기념해 만든 러닝 크루다.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함께 달리며 친구(79)가 된다는 의미다. 그는 스포츠브랜드 마라톤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남편과는 주로 지방 대회에 함께 참가하고 있다. 지방 대회는 축제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볼거리와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8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에서도 함께 달렸다. 그는 “여름엔 더워서 주로 산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20세부터 달리기 시작한 남편은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선 잘 나가는 강호다. 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남자 풀코스 3위(2시간32분12초)와 경주국제마라톤 남자 풀코스 4위(2시간38분16초)를 기록해 그해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남자 30대 우수선수로 선발됐다. 남편은 올 3월 열린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28분22초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4위를 기록해 3회 연속 서울마라톤에서 입상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목 씨도 9월 1일 열린 GTNS 트레일러닝 5.5km에서 1위, 9월 8일 열린 철원dmz마라톤 5km에서 3위를 하는 등 각종 단축마라톤에서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최근엔 풀코스보다는 단축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 부상 방지 차원도 있지만 빨리 달리고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열린 바다의 날 마라톤 10km에서는 남편과 동반 우승하기도 했다. 목 씨는 “이제 대회에 출전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다. 남편과 함께 달리며 건강과 사랑을 동시에 쌓고 있어 즐겁다”고 했다.“긴 거리를 달리면 무릎에 통증이 오다 보니 가급적 피하게 됐죠. 이젠 풀코스에 대한 미련을 버렸어요. 즐겁게 달리며 열심히 달리는 남편 응원하는 재미도 좋아요.”목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과 함께 ‘몽도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달려오면서 많은 응원을 받아 그에 대해 무엇으로 보답할지 고민하다 러닝 비수기 때 한시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러닝 빌드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일종의 재능기부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빌드업은 속도를 천천히 시작해 km마다 점점 빠르게 뛰는 훈련이다. 남편은 풀코스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을 목표로 하는 ‘급행열차’를 운영하고, 목 씨는 10km 50분 이대를 목표로 달리는 ‘완행열차’를 운영한다.목 씨는 이젠 우승보다는 펀런(즐기며 달리기)에 초점을 둔다. 훈련도 부상 방지에 중점을 준다. 달리기 전 스트레칭 체조를 많이 해주고 달리는 리듬을 살려주는 스킵(Skip) 등 보조운동도 많이 한다. 무릎 및 발목 부근 근육을 강화하는 근육 운동도 자주한다. 달리고 단 뒤 회복을 빠르게 하기 위해 냉찜질도 한다. 그래서 아직 달리다 다친 적은 없다. 한때 갑상선 기능 항증증과 기능 저하증이 동시에 나타난 적도 있지만 달리면서 증세가 사라졌다. 목 씨는 “오래 달리려면 다치면 안 된다. 이젠 목표가 다치지 않고 달리는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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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달리기로 남편 만나, 함께 달리며 부부 금실 쌓아요”

    회사원 목영주 씨(41)는 2009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10km 대회에 함께 나가자는 친구의 권유로 뛰었다. 바로 마라톤에 빠지진 않았다. 주 1, 2회 건강을 위해 달리며 10km 코스에 가끔 출전했다. 그러다 2016년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마라톤 동호회에서 만나 2017년 결혼한 남편 이병도 씨(40) 덕분이었다. “남편과 사귈 때 남편이 늘 풀코스에 출전해 상위권에 입상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어떤 기분이기에 저렇게 달릴까’ 생각하며 출전했죠. 남편이 페이스메이커를 해줬어요. 첫 도전에 3시간47분대를 달렸어요. 전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이 잘 달렸다는 겁니다. 그때부터 풀코스 기록 단축을 위해 달렸습니다.”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의 무대인 보스턴마라톤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보스턴마라톤은 참가 자격 기준이 있다. 30대의 경우 여성은 3시간35분 이내 풀코스 완주 기록이 있어야 했다. 하루 5∼8km, 한 달 평균 100km를 달리던 그는 월평균 200km로 달리는 거리를 두 배로 늘렸다. 주당으로 따지면 50km다. 주 5일 이상 퇴근한 뒤 달렸다. 그는 “그동안 풀코스 완주에 대해 ‘과연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니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3시간40분에 완주했고, 그해 11월 3시간27분을 기록해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얻었다. 2019년 남편과 함께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해 개량 한복을 입고 즐기며 4시간59분에 완주했다. 그는 2018년에도 남편과 런던마라톤을 달렸다. 남편이 지난해 베를린마라톤을 달릴 땐 따라가서 응원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없어져 다소 주춤했다. 2019년 가입한 ‘더뉴런(The New Run)’이란 동호회에서 달렸고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대회는 없었지만 도로와 산을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지고 대회가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개인 최고 기록 경신에 도전했다. 그리고 지난해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56초를 기록했다. 그는 “월 400∼500km를 달렸다. 주당 100km를 넘게 달려야 해 힘들었지만 개인 최고 기록이란 결과물을 얻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지금은 다시 월 200km로 줄였어요. 약 10년 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무릎 인대를 다쳤는데 무리하니 통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젠 즐겁게 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목 씨는 사람들과 어울려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과 함께 달리기도 하지만 동호회를 찾아 달렸다. 더뉴런은 주로 경기 성남탄천운동장에서 모여 주 2회 달린다. 그는 “트랙을 달리면 바른 자세로 꾸준하게 달릴 수 있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시내를 달리는 ‘7979 서울러닝크루’에도 참여하고 있다. 남편과는 주로 지방 대회에 함께 참가하고 있다. 지방 대회는 축제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볼거리와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에서도 함께 달렸다. 그는 “여름엔 더워서 주로 산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 20세부터 달리기 시작한 남편은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선 잘 알려진 건각이다. 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남자 풀코스 3위(2시간32분12초)와 경주국제마라톤 남자 풀코스 4위(2시간38분16초)를 차지해 그해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남자 30대 우수 선수로 뽑혔다. 남편은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28분22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4위를 기록해 이 대회 3회 연속 입상했다. 목 씨도 1일 열린 GTNS 트레일러닝 5.5km에서 1위, 8일 열린 철원dmz마라톤 5km에서 3위를 하는 등 각종 단축마라톤에서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최근엔 풀코스보다는 단축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 부상 방지 차원도 있지만 빨리 달린 뒤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열린 바다의 날 마라톤 10km에서는 남편과 함께 동반 우승했다. 목 씨는 “이제 대회에 출전하면 많은 사람이 알아본다. 남편과 함께 달리며 건강과 사랑을 동시에 쌓고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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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축구협회, 손준호 영구 제명… ‘국제 적용’땐 선수생명 위기

    손준호(32·수원FC·사진)가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의 징계를 받았다. 중국축구협회는 10일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해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는 중국 내에서 평생 축구와 관련해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를 포함해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4명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17명에게는 5년 자격 정지 징계를 각각 내렸다.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지난해 5월 상하이 훙차오 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돼 임시 구속됐다. 금품을 받고 승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공안은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면서 손준호에 대한 구속 수사까지 진행했다. 손준호는 약 10개월간 공안의 조사를 받은 뒤 올해 3월 풀려나 귀국했고, 6월 수원FC에 입단해 K리그 무대에서 뛰고 있다. 손준호 측 대리인은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해 “당황스럽고 납득할 수 없다”며 1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중국축구협회는 현재로선 중국 내 징계이지만 국제적으로 확대시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징계는 해당국 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하면 국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결과를 받아들여 각 회원국에 이를 공유하게 되면 손준호는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프로 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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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진성 “주 3일 셔틀콕 때린 덕에 50곡도 거뜬히 불러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안동역에서’ ‘보릿고개’ 등 트로트 가수로 유명한 진성 씨(본명 진성철·64)는 학창 시절부터 축구, 배구 등 스포츠를 좋아했다. 전북 부안동초교 땐 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전북 체중에 갈 수도 있었지만 집안 사정상 일찍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가수가 된 뒤에도 축구와 테니스 등을 즐겼다. 50세가 되면서 배드민턴에 빠져들었다.‘헉 헉….’ “아 오셨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8월 28일 오전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 배드민턴 복식 경기를 하던 진 씨가 웃으며 말했다. 온 몸을 던져 네트 바로 앞에 떨어지는 헤어핀을 받아 올렸고, 날아오는 셔틀콕에 스매싱을 때렸다. 폼이 잘 잡혀 있지는 않았지만 오래 친 노련함이 느껴졌다.“제가 20대 때부터 축구, 테니스를 즐겼는데 어느 순간 자꾸 다치는 겁니다. 비슷한 운동인데 배드민턴은 테니스에 비해 비교적 쉬우면서도 운동 효과는 좋았죠. 그래서 배드민턴으로 갈아탔죠. 14년 전이니 딱 쉰 살 때였죠.”2010년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배드민턴을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고양배드민턴클럽이 있어 가입해 회원들하고 어울려 쳤다. 직업상 지방에 가야하는 일이 많아 매일 칠 수는 없었지만 주 3회 이상은 꼭 쳤다. 오후에 일정이 많아 오전 9시부터 2~3시간 치고 있다. 배드민턴은 일반적으로 1시간에 300~500칼로리를 소비한다. 좁은 코트(단식의 경우 13.4m X 5.18m)에서 셔틀콕 하나를 때리지만 전후좌우 움직임이 많고, 헤어핀 하이클리어 스매싱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다. 최고의 다이어트 스포츠로 불리기도 한다.그는 배드민턴 치는 연예인들을 모아 ‘스타민턴’이란 동호회도 만들었다. 가수 홍서범 현숙,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백승일, 탤런트 겸 가수 김성환 씨 등이 함께 한다. 정기적인 모임은 아니고 1년에 2~3회 부정기적으로 만나 배드민턴을 친다.진 씨는 큰 병을 앓은 뒤 건강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2016년 림프종 혈액암에 걸려고, 이어 심장판막증 진단까지 받았다. 항암치료를 6차례 받았다.“제가 혈액암 치료 중에 심장판막증까지 왔어요. 스텐트를 심어야 하는데 당시 항암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고 있어서 의사가 심장판막 수술을 할 경우 자칫 쇼크가 올 수 있다고 약으로 대신했죠. 그래서 스텐트 수술을 받는 시기를 놓쳤어요. 지금도 약으로 다스리고 있습니다. 혈액암은 완치가 없어요.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합니다. 운동이 아주 좋습니다.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려면 몸을 적당히 움직여야 합니다.”진 씨는 어릴 때부터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대 때부터 유랑극단 따라다니며 노래를 불렀는데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했다.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 20대 들어선 술도 많이 마셨다. 그러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졌고, 결국 혈액암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전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으니까요. 게으르면 운동 못해요. 전 지금도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배드민턴장으로 나옵니다. 지금도 운동하면 즐겁고 행복해요.”진 씨가 고양동으로 이사 온 이유도 몸을 쓰기 위해서다. 그는 약 4600㎡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중 약 600㎡ 정도를 아내 용미숙 씨(62)와 함께 가꾸고 있다. 현재 채소와 야채 등 20여 가지를 키우고 있다. 바쁠 땐 하루 2~3시간은 투자해야 한다. 그는 “농사일도 운동이 많이 된다. 게다가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들까지 먹으니 일석이조”라고 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운동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체력유지, 향상을 위한 훌륭한 신체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가사는 ‘노동’이란 개념이 있지만 신체활동 뿐만 아니라 뇌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또한 은퇴한 노년 남성을 조사해 보니 이들 중 아내의 집안일(가사)을 도와주는 남성들이 훨씬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결과도 있다. 특히 장수하는 노인들은 주변에서 몸을 생각해서 쉬라고 계속 말려도 집안일을 기꺼이, 즐겁게 한다.진 씨는 49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하면서 안정을 찾았다.“사실 결혼식도 안 올리고 혼인신고만 하고 살았죠. 그래서 아내에게 늘 미안합니다. 제가 장돌뱅이처럼 떠돌아다니다 가정이라는 게 생기니 안정이 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30~40대 바쁘게 지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부수 기지입니다. 뭐 능력이 돼야 결혼하죠. 괜히 데려가 고생만 시킬 수 있고…. 그래서 결혼이 늦어졌는데 아내 때문에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어요.”진 씨가 혈액암에 걸렸을 때도 아내 용 씨의 헌신적인 간호가 큰 힘이 됐다.그는 연예인 축구단에서도 활동했다. 코미디언 고 남보원 씨가 운영하던 남보원 축구단에서 뛰었다. 그는 “남 선배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내가 그 축구단을 운영하기로 했었는데 나도 몸도 좋지 않아 엄용수 선배님께서 맡았다”고 했다.진 씨는 한 달에 2~3차례 콘서트를 연다. 다른 가수들하고 함께 할 땐 나눠서 부르기 때문에 다소 수월한데 혼자서 하면 하루 50곡을 넘게 불러야 한다. 그는 “개인 콘서트를 열면 하루 2회를 할 때도 있다. 각 콘서트에서 25곡 이상을 부르면 숨차고 힘들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 잘 버티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건강하니 가끔 (김)성환 형님 같은 분들을 만나 소주도 한잔 마실 수 있다”며 웃었다.20대부터 트로트 메들리 음반을 발매하면서 무명 가수로 시절을 보낸 그는 1994년 ‘님의 등불’로 데뷔했다. 이후 메들리 음반을 계속 발매하면서 김용임, 김란영, 신유 등과 함께 ‘트로트 메들리 4대 천왕’으로 불렸다. 2002년 발표한 ‘내가 바보야’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2005년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태클을 걸지마’를 발표했지만 무명 가수를 탈출하지는 못했다.2008년 ‘안동역에서’를 발표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 2012년 정경천이 새롭게 편곡한 ‘안동역에서’가 2014년부터 공전의 히트를 하게 됐다. 2년 만에 암투병을 해야 했지만 건강을 회복한 뒤 ‘보릿고개’ ‘못난 놈’ ‘그 이름 어머니’ ‘내 여인’ ‘소금꽃’ 등이 연이어 히트하며 정상급 가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그는 “지금이 트로트 가수론 최고의 시절”이라고 했다.“지금 사실 어찌 보면 트로트가 최고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젊은 가수들이 미스터트롯이나 미스트롯을 통해 많이 발굴돼 저변이 넓어졌어요. 요즘 초등학생들도 제 노래 안동역에서를 부르고 다니니까…. 참 시대가 많이 달라졌죠. 또 과거 트로트하면 신세타령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젠 다양한 가사에 음악 템포도 빨라져 젊은이들이 좋아하게 됐죠.”그래서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래도 주 3회 이상 배드민턴을 치려고 노력한다. 건강을 지키는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절대 무리하지는 않는다. 그는 “신체도 흐름에 맞게 움직여 줘야 건강하다. 이젠 한번 무리하면 힘들고 며칠 고생한다”고 했다. 배드민턴 치며 몸을 만들고, 지방을 돌아다니며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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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진성 “셔틀콕 때린 덕에 콘서트서 50곡 거뜬히 불러요”

    ‘헉 헉….’ “아, 오셨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 배드민턴 복식 경기를 하던 가수 진성(본명 진성철·64) 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온몸을 던져 네트 바로 앞에 떨어지는 헤어핀을 받아 올렸고, 날아오는 셔틀콕에 스매싱을 때렸다. 폼이 잘 잡혀 있지는 않았지만 오래 친 노련함이 느껴졌다. ‘안동역에서’ ‘보릿고개’ 등 트로트 가수로 유명한 진 씨는 학창 시절부터 축구, 배구 등 스포츠를 좋아했다. 전북 부안동초교에 다닐 땐 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전북체중에 갈 수도 있었지만 집안 사정상 일찍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가수가 된 뒤에도 축구와 테니스 등을 즐겼다. 50세가 되면서 배드민턴에 빠져들었다. “제가 20대 때부터 축구, 테니스를 즐겼는데 어느 순간 자꾸 다치는 겁니다. 비슷한 운동인데 배드민턴은 테니스에 비해 비교적 쉬우면서도 운동 효과는 좋았죠. 그래서 배드민턴으로 갈아탔죠. 14년 전이니 딱 쉰 살 때였죠.” 2010년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배드민턴을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고양배드민턴클럽이 있어 가입해 회원들과 어울려 쳤다. 직업상 지방에 가야 하는 일이 많아 매일 칠 수는 없었지만 주 3회 이상은 꼭 쳤다. 오후에 일정이 많아 오전 9시부터 2, 3시간 치고 있다. 배드민턴 치는 연예인들을 모아 ‘스타민턴’이란 동호회도 만들었다. 가수 홍서범 현숙,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백승일, 탤런트 겸 가수 김성환 씨 등이 함께한다. 정기적인 모임은 아니고 1년에 2, 3회 부정기적으로 만나 배드민턴을 친다. 진 씨는 큰 병을 앓은 뒤 건강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2016년 림프종 혈액암에 걸렸고, 이어 심장판막증 진단까지 받았다. 항암 치료를 6차례 받았다. “제가 혈액암 치료 중에 심장판막증까지 왔어요. 스텐트를 심어야 하는데 당시 항암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고 있어서 의사가 스텐트 수술을 하면 자칫 쇼크가 올 수 있다고 했죠. 그래서 스텐트 수술을 받는 시기를 놓쳤어요. 지금도 약을 먹고 있죠. 혈액암은 완치가 없어요.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합니다. 운동이 아주 좋습니다. 신진대사가 원활하려면 몸을 적당히 움직여야 합니다.” 진 씨는 어릴 때부터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대 때부터 유랑극단을 따라다니며 노래를 불렀는데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했다.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 20대 들어선 술도 많이 마셨다. 그러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졌고, 결국 혈액암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혈액암 진단을 받고 3년 6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전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으니까요. 게으르면 운동 못 해요. 전 지금도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배드민턴장으로 나갑니다. 운동하면 즐겁고 행복해요.” 진 씨가 고양동으로 이사 온 이유도 몸을 쓰기 위해서다. 약 4600㎡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그중 600㎡를 아내 용미숙 씨(62)와 함께 가꾸고 있다. 현재 채소 등 20여 가지를 키운다. 바쁠 땐 하루 2, 3시간은 일해야 한다. 그는 “농사일도 운동이 많이 된다. 게다가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까지 먹으니 일석이조”라고 했다. 그는 연예인 축구단에서도 활동했다. 2020년 별세한 코미디언 남보원 씨가 운영하던 남보원 축구단에서 뛰었다. 그는 “남보원 선배님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내가 그 축구단을 운영하기로 했었는데 나도 몸이 좋지 않아 엄용수 선배님께서 맡았다”고 했다. 진 씨는 한 달에 2, 3차례 콘서트를 연다. 다른 가수들과 함께 하면 나눠서 부르기 때문에 다소 수월한데 혼자 하면 하루 50곡을 넘게 불러야 한다. 그는 “개인 콘서트를 열면 하루 2회, 각 25곡 이상을 부른다. 숨이 차고 힘들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 잘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건강하니 가끔 (김)성환 형님 같은 분들을 만나 소주도 한잔 마실 수 있다”며 웃었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절대 무리하지는 않는다. 그는 “신체도 흐름에 맞게 움직여 줘야 건강하다. 이젠 한번 무리하면 힘들고 며칠 고생한다”고 했다. 배드민턴 치며 몸을 만들고, 지방을 돌아다니며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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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갑 넘었지만 골 넣으면 축구스타 손흥민이 부럽지 않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그런 것 있잖아요. 좋아는 하는데 소질이 없었다는 것을 느끼는….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공부를 했죠. 그런데 서울로 올라와서 자리 잡고 살만해지니 축구가 생각나는 겁니다. 그래서 동호회에 가입해 공을 차기 시작했죠.”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축구 명문 대구 대륜중 시절엔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그런데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포기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릴 적 꿈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그의 발걸음은 생활축구 동호회로 향했다. 정진설 서울 서초구축구협회 회장(62)은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말마다 녹색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1980년대 후반이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둥지를 틀고 줄곧 살았다. 서울서일초교에서 공을 차는 동호회에 들어가 매 주말 공을 찼다. 당시 축구 동호회는 조기축구 개념이라 새벽에 훈련 겸 경기하고 주말에는 친선경기 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정 회장은 개인 사업상 토요일 오후, 일요일 오전에 공을 찼다. 2006년엔 ‘허리케인’이란 축구 클럽을 창단해 서초구생활체육축구연합회(현 서초구축구협회)에 가입해 활동했다.정 회장은 클럽팀 활동도 하지만 서초구60대대표팀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서울시 25개 구축구협회는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대표팀을 운영하며 서울시 대회는 물론 전국대회에도 출전한다. 2018년 서초구축구협회 회장을 맡은 그는 당시 50대 대표로 활약했고, 지금은 60대 대표로 뛰고 있다. 정 회장은 “각 연령대 대표팀을 운영하며 나도 뛰다 보니 더 열심히 몸을 관리하게 됐다. 회장 명함으로 대표가 아니란 것을 실력으로 보여줘야 했다”고 했다.서초구70대대표팀이 2022년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60대대표팀이 서울시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9월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대통령기 대회에는 서울시 60대대표로 출전한다. 2019년 서초 FC로 이름을 바꾼 클럽팀은 토요일 오후 서울 언남고 운동장에서, 서초구60대대표팀은 일요일 오전 서울 양재근린공원축구장에서 경기를 한다.“사업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주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을 해요.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주말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수비형미드필더로 공 차며 땀을 쫙 빼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 그리고 골을 넣는 순간은 한국 최고의 공격수 손흥민 부럽지 않습니다.”정 회장이 주말에만 축구를 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2022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말에만 격렬한 운동을 해도’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심박수로 따지면 분당 142박동 이상의 운동이다. 축구도 대표적인 격렬한 스포츠다. 정 대표의 경우 매주 25분 경기를 3경기 이상을 소화하기 때문에 준비운동부터 따지면 WHO기준에 부합하는 운동량이다.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만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에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주말 등산만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정 회장은 주말 축구로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주말에만 축구를 즐기는 축구동호인들도 많다.두 아들이 축구선수로 활약한 것도 정 회장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더 불태웠다. 큰 아들은 일찍 축구를 그만두고 현재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는 고려대를 거쳐 프로팀에서 뛰었지만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었다. 둘째 아들은 해외에서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한 뒤 지금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고 있다.“솔직히 저도 축구를 일찍 포기한 이유가 성공하기 쉽지 않아서거든요. 아들들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강력하게 말렸어요. 그런데 자식들은 부모 의지대로 안 된다고…. 그 뜻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축구하다보니 축구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죠.”정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이다. 미드필더로 비슷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것도 있지만 둘째 아들과 함께 고려대에서 공을 찼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고 했다. 물론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에이른 뮌헨) 등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 다 좋아한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해외리그, 프로축구 K리그 경기도 TV로 자주 시청한다.정 회장은 재능기부도 한다. 2021년부터 서초구축구협회 재능기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유소년축구와 여성축구교실은 물론 육상 등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 회장은 “서초구의 지원을 받는데 우리도 사회적으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했다. 당초 더 일찍 시작하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여파로 늦어졌다. 정 회장은 주말마다 상대 팀을 초청해 25분 경기를 6쿼터씩 진행하는데 3쿼터 이상 출전한다. 환갑을 넘었음에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참 어렸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나이를 계속 먹는데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껴요. 젊어지는 느낌이랄까. 수비형미드필더다 보니 제가 좀 많이 뛰어 다니는데 해가 갈수록 더 잘 뛴다는 평가를 받아요. 물론 주말 축구로만은 이렇게 뛸 수 없죠. 나이가 들면서 주중 3~4일은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거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어요.”그는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는 재미에 삶이 건강하고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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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어릴 적 축구선수 꿈, 생활축구에서 이뤘어요”

    축구 명문 대구 대륜중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일찍 포기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릴 적 꿈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그의 발걸음은 생활축구 동호회로 향했다. 정진설 서울 서초구축구협회 회장(62)은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런 것 있잖아요. 좋아하는데 소질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공부를 했죠. 그런데 서울로 올라와서 자리 잡고 살 만해지니 축구가 생각나는 겁니다. 그래서 동호회에 가입해 공을 차기 시작했죠.” 1980년대 후반이었다. 서울 서초동에 둥지를 틀고 줄곧 살았다. 서초동 서울서일초교에서 공을 차는 동호회에 들어가 주말마다 공을 찼다. 당시 축구 동호회는 조기축구 개념이라 새벽에 훈련 겸 경기를 하고 주말에는 친선경기를 하는 식이었지만 정 회장은 개인 사업상 토요일 오후, 일요일 오전에 공을 찼다. 나중엔 허리케인이란 축구 클럽을 창단해 서초구생활체육축구연합회(현 서초구축구협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정 회장은 클럽팀 활동도 하지만 서초구 60대 대표팀으로도 뛰고 있다. 서울시 25개 구 축구협회는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대표팀을 운영하며 서울시 대회는 물론이고 전국대회에도 출전한다. 2018년 서초구축구협회 회장을 맡은 그는 당시 50대 대표로 활약했고, 지금은 60대 대표로 뛰고 있다. 정 회장은 “각 연령대 대표팀을 운영하며 나도 뛰다 보니 더 열심히 몸을 관리하게 됐다. 회장 명함으로 대표가 된 게 아니란 것을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서초구 70대 대표팀이 2022년 전국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60대 대표팀이 서울시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9월 경북 안동시에서 열리는 대통령기 대회에는 서울시 60대 대표로 출전한다. 2019년 서초FC로 팀 이름을 바꾼 클럽팀은 토요일 오후 서울 언남고 운동장에서, 서초구 60대 대표팀은 일요일 오전 서울 양재근린공원 축구장에서 경기를 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주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해요.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주말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 차며 땀을 쫙 빼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 정 회장은 재능기부도 한다. 2021년부터 서초구축구협회 재능기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유소년축구와 여성축구 교실은 물론이고 육상 등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 회장은 “서초구의 지원을 받고 있어 우리도 사회적으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당초 더 일찍 시작하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늦어졌다. 두 아들이 축구선수로 활약한 것도 정 회장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더 불태웠다. 큰아들은 일찍 축구를 그만두고 현재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는 고려대를 거쳐 프로팀에서 뛰었지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었다. 둘째는 해외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한 뒤 지금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솔직히 저도 축구를 일찍 포기한 이유가 성공하기 쉽지 않아서였거든요. 아들들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강하게 말렸어요. 그런데 자식들은 부모 의지대로 안 된다고…. 그 뜻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다 보니 축구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정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뛰고 있는 이재성이다. 미드필더로 비슷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것도 있지만 둘째 아들과 함께 고려대에서 공을 찼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고 했다. 정 회장은 주말마다 상대 팀을 초청해 25분 경기를 6쿼터씩 진행하는데 3쿼터 이상 출전한다. 환갑을 넘었음에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렸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나이는 계속 먹는데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껴요. 젊어지는 느낌이랄까. 수비형 미드필더다 보니 제가 좀 많이 뛰어다니는데 해가 갈수록 더 잘 뛴다는 평가를 받아요. 물론 주말 축구로만은 이렇게 뛸 수 없죠. 주중 3∼4일은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거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있어요.” 그는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는 재미에 삶이 즐겁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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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 초대석]“한국 스포츠 발전 최대 걸림돌은 체육계 내부의 정치화”

    《#1. 대한민국이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땄다. 역대 최다 금메달을 기록했던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림픽 개막 전 대한체육회 목표치(금메달 5개)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전체 메달은 32개를 기록했다.#2. ‘금의환향’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13일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며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예정됐던 해단식이 사라진 것이다. 먼저 귀국한 김우진(양궁), 허미미(유도), 구본길(펜싱) 등도 공항을 찾았지만 결국 헛걸음이 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선수들의 피로를 고려해 축소 진행하겠다는 뜻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공문으로 전달했다”면서 “선수들은 좋아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파리 올림픽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명과 암을 다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안세영 작심 발언’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의 민낯도 드러났다. 강준호 서울대 사범대학장(스포츠경영학)은 “이젠 선진국형 스포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분명한 청사진을 그리고, 이를 실현할 탁월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스포츠매니지먼트 전문가인 강 학장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 및 조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싱가포르 국가스포츠전략 자문위원도 맡았었다.》―이번 파리 올림픽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달라. “메달 수로 보면 선전한 것이 맞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들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딴 직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배드민턴협회와 같이 갈 수 없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파리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이 갑자기 취소됐다. 진종오 의원(국민의힘)이 대한체육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2개월 전 내부 검토를 통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식적으로는 왜 금메달 5개가 목표라고 발표했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21세기의 선수와 20세기의 스포츠 행정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금메달 13개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나. “메달 수로만 보면 좋은 성과다. 하지만 메달 수에 가려 오히려 한국 스포츠의 현실과 문제가 묻히고 한국 스포츠가 괜찮은 것으로 국민들이 착각할까 봐 걱정이다. 현재 한국 스포츠는 일부 경기단체를 제외하면 개발도상국형 후진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수나 팀이 없어 경기력은 고사하고 뿌리부터 무너지고 있다. 사실 대한체육회 발표대로 금메달을 5개만 획득했다면 오히려 위기의식을 가지고 근본적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금메달이 13개나 나왔고 ‘한국 스포츠가 아직 살아 있네’ 하고 안도하는 분위기로 넘어가는 찰나에 안 선수의 폭탄 발언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안세영 인터뷰 발언을 어떻게 봐야 하나. “안 선수는 개인적인 문제를 토로했지만, 한국 스포츠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종목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스포츠계는 사회(본토)로부터 고립된 외딴섬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 섬에서는 4년마다 본토를 위해 불꽃놀이(올림픽)를 해주고, 국민들은 그때만 잠깐 환호할 뿐 그것이 끝나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그 섬에는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과 규범이 작동하지 않는 그 섬만의 문화와 규범이 있고, 때로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는데도 잘 개선되지 않는다. 감독과 주장의 폭언, 폭행 등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못 견디고 극단적 선택을 했던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스포츠의 문제는 무엇인가. “스포츠시스템, 즉 스포츠 행정의 문제다. 한국 스포츠가 선진국형으로 시스템과 체질이 바뀌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은 스포츠계 내부의 정치화다. 과거에는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스포츠계가 지연, 학연 등 연줄로 나뉘고 정치화됐다. 현재 스포츠계는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지방체육단체장까지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하게 돼 있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정치화를 수반한다. 모든 리더를 꼭 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체육회장을 선거로 뽑으면 스포츠계 정치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킨다. 선진국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리가 아니라면 위원회를 구성해 소수의 최종 후보자를 발굴한 뒤 그들의 과거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검토하고 수개월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해 뽑는다. '하고 싶은'사람이 아닌 '잘 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한체육회의 회장은 한국 스포츠의 실질적 수장으로서 미래지향적 스포츠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시대를 앞선 생각과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분이 공적으로 봉사하는 자리다. 한국 양궁의 ‘지속적인 탁월함’은 시스템과 생태계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은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의 리더십에서 시작된 것이다. 대한체육회장은 정부로부터 4000억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받아서 집행한다. 이런 자리에 걸맞은 자질과 비전,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그동안 그런 성과를 보여주었는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늘 스스로 자문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일본은 금메달 20개로 종합 3위를 했다. “메달 수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일본의 스포츠정책이 추구하는 가치와 긴 안목,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이 부럽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종합 순위 3위를 기록하며 경기력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 저변만 튼튼하면 엘리트 스포츠는 저절로 잘될 것으로 생각하고 생활 스포츠 중심의 스포츠정책을 추진한 결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종합 순위 23위까지 추락했다. 2000년대 들어 생활 스포츠와 학원 스포츠, 엘리트 스포츠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고, 종목별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일관되게 추진해 지금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선진국형 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했다. 일본축구협회는 일본 축구 생태계 구축을 위한 100년 구상을 내놓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일본올림픽위원회는 경기력과 함께 ‘인간력(인격+매력)’을 강조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 메달 획득 현황을 보면 양궁과 사격, 펜싱 등 종목이 다소 편중돼 있다. “모든 종목을 다 잘할 수도 없고 잘할 필요도 없다. 스포츠는 나무와 같다.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에서 잘 자라는 나무가 다르다. 기후와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잘 자라는 나무가 있듯이 한국인의 기질과 특성, 그리고 현재 한국의 사회문화적 토양에서는 양궁, 사격, 펜싱, 골프라는 나무가 잘 자란 것이다. 스포츠는 그 사회의 거울과 같다. 우리가 팀 스포츠가 약한 것은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이 더 선진화된다면 사회의 다양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스포츠도 보다 다양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중장기 스포츠 정책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스포츠정책이 왜 중요한가. “나무가 뿌리, 줄기, 열매로 이루어져 있듯이, 개별 종목의 생태계는 학원 스포츠, 생활 스포츠, 엘리트 스포츠가 각각 뿌리, 줄기, 열매의 역할을 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숲이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듯 스포츠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나무가 많아지면 이산화탄소 흡수, 홍수 방지, 목재 활용, 열매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처럼, 잘 구축된 스포츠 생태계는 저절로 돌아가면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 스포츠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돼 가는 한국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의 건강과 행복, 사회적 결속과 활력, 의료 비용 감소와 경제 활동 연령 증가, 산업적 가치와 국가의 소프트파워 제고까지 ‘다목적 저비용 고효율’ 정책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역할을 분담하고 유기적 협력이 일어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문체부는 미래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 그리고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한 지속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청사진과 정책을 만들고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윤석열 대통령이 선수단 환영식에서 안 선수 발언과 관련해 ‘낡은 관행들은 과감하게 혁신해 청년 세대의 가치관과 문화와 의식에 맞는 자유롭고 공정한 훈련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게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총론 차원의 백과사전식 정책 나열이 아니라 현실을 고려한 구체적이고 정교하고 전략적인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역량 있는 스포츠 행정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해 종목별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도록 해야 한다.” 강준호 학장(57)△서울대 스포츠과학 학사△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미시간대 스포츠경영학 박사(PhD)△전 코네티컷대 스포츠경영학 교수△전 서울대 기획처장△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 및 조직위원회 전문위원△전 싱가포르 국가스포츠전략 국제자문위원△IOC Olympism365위원회 위원△서울대 사범대학 학장(스포츠경영학 교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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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을 바꾸면 100㎞ 마라톤도 즐거워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이한구 씨(63)는 7월 27일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500회째, 8월 4일 100km 이상 울트라마라톤을 100회째 완주했다. 20년간 대회에 출전해 달린 거리만 3만1000km가 넘는다. 이 씨는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제20회 부산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 100km에 출전한다. 100km 100회를 완주하고 2주 만에 다시 달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100km를 100회 넘게 달린 사람은 그가 국내 36번째라고 했다.이 씨는 등산을 즐기다 2004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문들이 주축이 된 휘문교우마라톤동호회(휘마동)를 만나면서다. “산을 타다 2003년 우연한 기회에 10km 단축마라톤에 출전했어요. 기록이 52분대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기록이 좋다고 마라톤을 해보라는 겁니다. 그래도 막상 할 엄두를 못 내다 휘마동을 알게 됐죠. 2004년 1월부터 함께 달렸습니다.”휘마동은 매주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3시에 서울 한강 여의도공원이나 남산에서 만나 달린다. 2002년 결성된 휘마동은 회원 수가 100여 명에 매번 참석하는 인원은 30명가량이다. 백두대간 종주를 할 정도로 산을 많이 타서 하체가 잘 발달한 덕분인지 그는 마라톤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2004년 3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4시간 56분에 완주했다. 그해 말 4시간30분, 2005년 10월 3시간 58분으로 ‘서브포(4시간 미만 기록)’를 달성했다. 최고 기록은 2012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32분. 동아마라톤은 2005년부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달렸다. 이 씨는 2012년이 개인적으로 마라톤으로 최고의 해였다. 마라톤 풀코스를 약 50회 달려 100회째를 완주했고, 울트라마라톤 100km 2회 완주에 대한민국 횡단 308km도 성공했다. 대한민국 횡단 308km는 인천시 강화에서 출발해 강원도 강릉 경포대로 골인한다.“2009년 울트라마라톤을 처음 달렸습니다.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울트라마라톤이 보이더라고요. 그해 4월 서울 남산에서 열린 50km를 완주했고 6월 처음 100km를 13시간 50분에 완주했어요. 풀코스와 병행하며 1년에 100km 이상을 2~3차례 달렸는데 2017년 1961년생 소띠울트라마라톤모임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게 됐습니다.”‘소띠모임’은 훈련을 함께하는 게 아니라 전국 울트라마라톤대회를 함께 출전하는 전국 단위 동호회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KUMF)에 가입한 회원들 중심이다. 그는 “전국에 흩어져 있어 모여 훈련하기는 힘들다. 대회에서 만나 즐겁게 달리고 회포를 푸는 모임”이라고 했다. 이 씨는 2017년 8회, 2018년 17회, 2019년엔 무려 25회나 100km 이상 대회를 뛰었다. 2019년 6월엔 200km도 34시간 42분에 완주했다. 100km 개인 최고기록은 2018년 11월 세운 11시간33분. 하지만 13시간에서 16시간까지 천천히 달리고 있다.“사람들이 울트라마라톤하면 겁부터 먹습니다. 그런데 마라톤 풀코스보다 더 쉬워요. 전 오르막은 걷고 평지와 내리막에서만 달립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입니다. 힘들면 쉬었다 갑니다. 10시간 이내에 들어오려고 열심히 달리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 몸이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습니다.”이 씨는 마라톤 시작 초반에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훈련하지 않고 대회 출전만 하고 있다. 이 씨는 “풀코스를 4시간 이내로 들어오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훈련하는 게 스트레스가 됐다. 매일 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폴코스 50번 완주한 뒤부터는 훈련하지 않고 대회만 뛰고 있다”고 했다. 휘마동 모임을 나가며 거의 매 주말 대회에 출전했다. 전국의 마라톤대회는 거의 다 달렸다. 마라톤 풀코스도 기록이 아닌 완주 그 자체가 목표다.스포츠 과학적으로 주말 마라톤 대회 출전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의학회지(JAMA)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말 전사(Weekend Warrior·격렬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사람)’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테니스 단식 경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중강도 운동은 시속 4.8km로 걷기나 시속 16km 이하 자전거 타기, 테니스 복식경기 등을 말한다.이 씨는 풀코스의 경우 4시간 안팎, 100km의 경우 14시간 정도를 달린다. 거의 매주 대회에 출전했으니 WHO 기준을 훨씬 초과한다. ‘스포츠 천국’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만 마라톤에 출전하는 사람들과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에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거나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마라톤은 풀코스의 경우 최소 4시간 이상, 등산도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말 산행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 있으니 등산 인구가 많은 것이다. 주말 대회만 참가하는 마라토너들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3년전 다니던 회사를 정년퇴직하고 2년 전부터 개인택시를 모는 이 씨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하루 600~700보 밖에 걷지 못해 훈련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마라톤대회가 크게 준 것도 그의 경기력을 떨어뜨렸다. 대회 출전 수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풀코스에서 ‘서브포’ 기록을 내기 힘들고, 100km도 16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펀런(즐겁게 달리기)’도 기본적인 체력이 돼야 할 수 있다.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풀코스 ‘서브포’를 만든 뒤 다시 즐겁게 대회 출전만 할 계획이다.등산과 마라톤 풀코스, 울트라마라톤의 차이는 뭘까?“산행은 좋은 공기 속에서 멋진 경관을 구경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있고요. 마라톤 풀코스는 일정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에 달리는 데만 집중해야 합니다. 대신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울트라마라톤은 언뜻 보기에 힘들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전 울트라마라톤이 더 쉬워요. 거리만 길지 난이도는 더 낮아요. 전 지인들하고 얘기하면서 즐겁게 달립니다. 생각의 차이입니다. 기록을 포기하고 여유를 찾으려 합니다. 완주하면 몸 안의 온갖 찌꺼기가 빠져나간 느낌이죠. 이 재미로 달립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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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100㎞ 100회 완주… 즐기며 달리니 무릎 멀쩡해요”

    등산을 즐기다가 2004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문들이 주축이 된 휘문교우마라톤동호회(휘마동)를 만나면서다. 회사를 정년퇴직하고 2년 전부터 개인택시를 모는 이한구 씨(63)는 지난달 27일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500회째, 4일 100km 이상 울트라마라톤을 100회째 완주했다. 20년간 대회에 출전해 달린 거리만 3만1000km가 넘는다. “산을 타다가 2003년 우연한 기회에 10km 단축마라톤에 출전했어요. 기록이 52분대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기록이 좋다고 마라톤을 해보라는 겁니다. 그래도 막상 할 엄두를 못 내다가 휘마동을 알게 됐죠. 2004년 1월부터 함께 달렸습니다.” 휘마동은 매주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한강 여의도공원이나 남산에서 만나 달린다. 백두대간 종주를 할 정도로 산을 많이 타서 하체가 잘 발달한 덕분인지 마라톤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2004년 3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4시간 56분에 완주했다. 그해 말 4시간 30분, 2005년 10월 3시간 58분으로 ‘서브포’(4시간 미만 기록)를 달성했다. 최고기록은 2012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32분. 동아마라톤은 2005년부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달렸다. 이 씨는 2012년이 개인적으로 마라톤으로 최고의 해였다. 마라톤 풀코스를 100회째 완주했고, 울트라마라톤 100km 2회 완주에 대한민국 횡단 308km도 성공했다. 대한민국 횡단 308km는 인천 강화에서 출발해 강원 강릉 경포대로 골인한다. “2009년 울트라마라톤을 처음 달렸습니다. 풀코스를 완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울트라마라톤이 보이더라고요. 그해 4월 서울 남산에서 열린 50km를 완주했고 6월 처음 100km를 13시간 50분에 완주했어요. 풀코스와 병행하며 1년에 100km 이상을 2, 3차례 달렸는데 2017년 1961년생 소띠울트라마라톤모임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게 됐습니다.” ‘소띠모임’은 훈련을 함께 하는 게 아니라 전국 울트라마라톤대회를 함께 출전하는 동호회다. 이 씨는 2017년 8회, 2018년 17회, 2019년엔 무려 25회나 100km 이상 대회를 뛰었다. 2019년 6월 200km도 34시간 42분에 달렸다. 100km 개인 최고기록은 2018년 11월 세운 11시간 33분. 하지만 13시간에서 16시간까지 천천히 달리고 있다. “사람들이 울트라마라톤 하면 겁부터 먹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쉬워요. 전 오르막은 걷고 평지와 내리막에서만 달립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입니다. 힘들면 쉬었다가 갑니다. 10시간 이내에 들어오려고 열심히 달리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 몸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습니다.” 이 씨는 마라톤 시작 초반에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훈련을 하지 않고 대회 출전만 하고 있다. 이 씨는 “풀코스를 4시간 이내로 들어오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훈련하는 게 스트레스가 됐다. 매일 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풀코스 50번 완주한 뒤부터는 훈련을 하지 않고 대회만 뛰고 있다”고 했다. 그 대신 거의 매 주말 대회에 출전했다. 전국의 마라톤대회는 거의 다 달렸다. 하지만 택시를 운전하면서 하루 600∼700보밖에 걷지 못해 훈련이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마라톤 대회가 크게 준 것도 그의 경기력을 떨어뜨렸다. 출전 대회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풀코스에서 ‘서브포’ 기록을 내기 힘들었고, 100km도 16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펀런(즐겁게 달리기)’도 기본적인 체력이 돼야 할 수 있다.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이 씨는 17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제20회 부산썸머비치울트라마라톤 100km에 출전한다. 100km 100회째를 완주하고 2주 만에 다시 달린다. 지금까지 100km를 100회 넘게 달린 사람은 그가 국내 36번째라고 했다. “생각의 차이입니다. 전 울트라마라톤에 출전할 때 지인들과 얘기하며 즐겁게 달립니다. 여유를 찾으려 합니다. 완주하면 몸 안의 온갖 찌꺼기가 빠져나간 기분이죠. 이 재미로 달립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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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대 훈련비 제대로 쓰는지…문체부, 대한체육회 조사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훈련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또 안세영의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 직후 발언과 관련해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사격 국가대표 출신 진종오 의원(국민의힘)은 ‘체육계 비리 국민제보센터’를 온라인으로 개설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파리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계 전반에 대한 개혁 작업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문체부는 최근 산하 기관인 한국스포츠과학원을 통해 ‘국가대표 훈련비 배분 적정성 검토 및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대한체육회가 정부 예산을 재원으로 하는 국가대표 훈련비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용역 참가 의향서 제출자의 프레젠테이션이 13일 열린다. 문체부는 파리 올림픽 개막 전부터 국가대표 훈련비뿐 아니라 대한체육회의 예산 집행 내역 전반에 관해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었다. 문체부는 파리 올림픽 기간 안세영의 발언과 관련해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12일 밝혔다. 올림픽 폐회식이 끝나고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다. 안세영은 5일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자신의 부상 관리, 훈련 지원 등과 관련해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을 포함해 10명 이상으로 조사단을 꾸렸다. 오늘(12일)부터 조사를 시작하고 9월 중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엄정하고 공정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날 온라인 국민제보센터를 개설한 진 의원은 “국민들이 모르는 체육계 문제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정부, 배드민턴協 조사 착수… 與의원, 체육비리 제보센터 개설문체부, 국대 훈련비 점검 연구용역안세영 발언 관련 운영실태 조사… 정부 보조금 71억 집행내역도 확인대한체육회 훈련비 집행 문제땐, 각 경기단체에 예산 직접지원 방침“각 종목 경기단체에 주는 예산을 앞으로는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해당 단체에 직접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첫 단계를 밟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12일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훈련비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 용역 발주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원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점검한 뒤 내년 예산 집행 때부터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가대표 훈련 지원비는 여름 종목 570억 원, 겨울 종목 127억 원 등 모두 697억 원이다. 연구 용역을 통해 그동안의 훈련비 집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앞으로는 관련 예산을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각 경기 단체에 직접 주겠다는 것이다. 올해 문체부의 대한체육회 지원 전체 예산은 4094억 원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그동안 “(문체부가) 각 지역 체육회와 종목 경기단체에 주는 예산을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집행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6월 여자 배구 국가대표 은퇴 선수 간담회와 지난달 체육 분야 간담회 자리에서 ‘종목 단체 예산 직접 교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역 체육회와 경기단체들의 자율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예산 분배 권한을 빼앗아 체육회의 힘을 빼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문체부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이 파리 올림픽 기간에 했던 발언과 관련해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문체부는 12일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을 마친 뒤 휴식이 필요해 좀 더 시간을 두고 만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문체부는 안세영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배드민턴협회의 안이한 부상 관리, 복식 선수 위주의 대표팀 운영, 대회 출전 강요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뿐 아니라 스폰서십 계약 방식, 선수 연봉 체계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문체부는 올해 기준으로 연간 71억2000만 원의 보조금을 배드민턴협회에 지원하고 있는데 이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안세영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 관계 확인도 필요하겠지만 이번 조사는 불합리한 관행이나 제도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부터 조사를 시작하지만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다른 경기단체로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냈다. 지금이 체육 정책을 다듬고 개혁할 적기”라며 “배드민턴협회 하나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체육 정책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학교 체육, 생활 체육, 엘리트 체육 등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 내년 예산이 반영된 뒤에 체육 정책 개혁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겠다”고 했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세영 선수의 발언은 우리 체육계의 잘못된 관행과 소통 부재를 드러냈다. 한국 스포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체육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체육계의 권익 신장과 인권 보호, 쇄신을 위해 국민제보센터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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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산 명봉 타다 집근처 산 300m 오르니 새 세상이 보여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젊었을 때 산 잘 탄다는 평가에 너무 무리해서인지 이젠 높은 산을 못 타요. 오르는 것는 괜찮은데 내려올 땐 무릎 통증에 시달려요. 수술하지 않고 무릎을 보호하면서 등산을 즐기는 방법을 찾다 평지를 걷거나 낮은 산을 오르고 있어요. 그런데 낮은 산을 타다 보니 그동안 안 보이던 아름다움이 보이네요.”한때 히말라야 8000m 14좌 중 하나인 가셔브룸2봉(8035m)까지 올랐던 여성 산악인 박경이 전 국립산악박물관 관장(58)은 요즘엔 가급적 낮은 산을 탄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강원 속초시에 사는 박 전 관장은 매일 영랑호 둘레길 8km를 걷거나, 주변 주봉산(331m)이나 청대산(230m)을 오른다.“젊어서 설악산 오를 땐 못 느꼈던 설악산 전경(全景)의 아름다움을 주봉산 청대산을 타면서 제대로 느끼고 있어요. 솔직히 설악산 등산하면 오르는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전체적인 경관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아요. 정상에 올랐을 땐 그 산의 외관이 더 잘 보이죠. 명산 명봉을 오르는 것도 좋지만 집 근처 낮은 산에 올라도 그 주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더군요.”박 전 관장은 서울교대 1학년 때인 1985년 산악부에 가입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 캠핑을 좋아해 산악부를 찾았는데 당시 산악부는 암벽 등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잘못 알고 들어갔지만 나하고 잘 맞았다. 야영도 하고 등반도 하고. 암벽 등반에선 또래 중 가장 잘 탔다”고 했다. 북한산 인수봉에서 못 올라가는 코스가 없었고, 전국의 암벽 등반 명소도 많이 올랐다. 방학 땐 설악산 지리산 소백산 등 장거리 능선종주산행을 했다.한국대학산악연맹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박 전 관장은 “산악부에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다른 대학과도 어울렸고 대학연맹 운영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대학연맹 부회장으로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완성했다.“선배들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백두대간 및 조선 시대 지리서 산경표 연구자인 고 이우형 선생님이 ‘산경표에 나와 있는 대로 백두대간을 실제로 답사해야 한다’고 부탁해서 시작했죠. 백두대간 개념이 생소하던 때라 대학연맹 집행부가 약 4달 동안 지도 수십 장을 강의실에 깔아놓고 산경표를 바탕으로 지도의 능선을 잇는 작업을 했었죠. 지금이야 백두대간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때는 정보도 없고 개인이나 산악회 차원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어요. 백두대간을 15구간으로 나눈 후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지도를 들고 7월에 4박 5일간의 종주를 시작했죠. 전 이화령에서 속리산까지 내려가는 구간의 대장이었어요. 종주 후에 우리가 쓴 보고서가 발표되고, 1990년대부터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어났죠.”히말라야도 올랐다. 1991년 아마다블람(6812m), 1997년 가셔브룸2봉을 올랐다. 가셔브룸2봉 정상에 오를 때 사실상 죽음 문턱까지 갔던 박 전 관장은 “아이 둘 낳은 뒤 올랐는데 ‘딱 죽기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모험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8000m 봉은 오르지 않았다. 그즈음 고 박영석 대장이 함께 히말라야 8000m 고봉을 등정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 대신 6000m급 봉우리를 올랐다. 2002년 아르헨티나 아콩카과(6962m), 페루의 안데스 쵸피칼키(6354m)와 와스카란(6768m)을 등정했다.겨울엔 아이들과 스키를 즐겼다. 한창 스키를 탈 때 산악계 선배가 보고 산악스키 아시안컵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2007년 대회에 출전해 3위를 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산악스키 심판자격증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 전 관장은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 국립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국립산악박물관 관장을 지냈다. 국립산악박물관은 우리나라 산악의 역사를 알리고 등산을 대중화하기 위해 2014년 세워진 국내 유일의 1종 국립박물관이다. 1종 박물관은 100점 이상의 유물과 학예사, 전시실, 수장고, 세미나실 등을 갖춘 시설 중 심사를 통해 국가 인증을 획득한 곳이다.2021년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란 책을 쓴 박 전 관장은 최근 다섯 명의 저자와 함께 ‘우리가 몰랐던 백두대간’이란 책을 냈다. 서울교대 산악회 선배인 김광선(76학번) 김우선(77학번) 신인수(78학번), 차성욱(00학번) 씨 등이 공동으로 책을 썼다. 그는 “‘히말라야’는 고산등반을 알리고 싶었고, ‘백두대간’은 사람들이 종주를 하면서도 백두대간에 대해 너무 몰라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등반엔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6000m, 7000m, 8000m 등판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7500m 그 위를 죽음의 지대라고 부른다. 죽음의 지대에서 발생하는 여러 신체적 위험요소와 산악인들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오를까?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가. ‘히말라야’에서 이런 궁금증을 설명하고 있다.‘백두대간’은 백두대간에 얽힌 모든 스토리가 담겼다.“백두대간 종주가 버킷리스트라는 사람들이 많아요.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고, 하려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백두대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백두대간의 모든 것을 설명했습니다. 알고 종주하면 더 의미 있는 산행이 될 수 있습니다.”‘백두대간’에는 조선시대에 백두대간으로 통했던 한 나라의 지리 체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은 한 민족이나 사회의 무관심, 또는 집단 기억상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책자로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70여년간 잊혀졌다가 되찾은 백두대간’이라는 말의 허구를 필자들은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게 결코 자발적으로 잊은 것이 아니라 식민통치기구에 의한 금지령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러면서 들이댄 1910년 11월 19일자 조선총독부 관보에는 금지되고 몰수당한 지리, 역사, 국어 교과서 목록이 빼곡히 들어있다고 서술하고 있다.박 전 관장은 산악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도 하고 있다. 이미 ‘고산등반의 의미에 관한 문화기술적 연구’, ‘산악연구의 동향 분석 및 미래연구 방향’, ‘국립산악박물관 체험프로그램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재방문에 미치는 영향’, ‘미래 산악관광 연구 방향에 관한 탐색적 연구’… 등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도 산악 연구와 저술을 하며 즐거운 산행을 하고 있다.지난해 여름 일본 후지산(3776m), 올 6월엔 백두산(2744m)을 다녀온 박 전 관장은 최근 카약도 타기 시작했다. 카약은 호수나 강에서 타는데 캠핑을 하며 등산도 할 수 있다.“집 근처 영랑호가 있어 카약을 시작했는데 정말 색다른 묘미를 줘요. 호수나 강 근처에는 산이 있어요. 캠핑 도구를 챙겨 카약을 타고 가다 보면 좋은 캠핑 장소가 나옵니다. 그리고 산도 오를 수 있죠. 산악 선진국에서는 카약을 산악스포츠로 부르고 있어요. 그 이유를 카약을 타 보니 알겠습니다.”박 전 관장은 무릎을 최대한 보호하는 운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무릎이 망가진 것은 젊었을 때 20~30kg의 배낭을 매고 고산을 올라서다. 그는 “무거운 짐을 지고 설악산 지리산 능선을 타다 보면 어느 순간 무릎이 펴지지 않기도 한다. 그땐 몰랐는데 나이 드니 고스란히 고통으로 이어졌다”고 했다.“무릎을 살살 사용하려고 노력하죠. 오래전부터 자전거를탔어요. 자전거는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전신 운동을 할 수 있어 좋았죠. 거의 매일 피트니스센터에서 무릎 주변 근육 강화운동도 많이 하고 있죠.”박 전 관장은 거의 매일 운동한다. 주중 4~5일 걷거나 집 근처 낮은 산을 오른다. 헬스클럽도 자주 찾는다. 주말엔 고산의 능선을 천천히 오르거나 카약을 탄다. 그는 “고산 등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낮은 곳을 찾으니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명산 명봉도 좋지만 집 근처 낮은 산을 올라도 건강도 챙기며 등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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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히말라야 올랐던 제가 이젠 낮은 산 타며 카약도 즐겨요”

    한때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중 하나인 가셔브룸2봉(8035m)까지 올랐던 여성 산악인 박경이 전 국립산악박물관 관장(58)은 요즘 가급적 낮은 산을 탄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강이나 호수에서 즐기는 카약도 시작했다. “젊었을 때 산 잘 탄다는 평가에 너무 무리해서인지 이젠 높은 산을 못 타요. 오르는 건 괜찮은데 내려올 땐 무릎 통증에 시달려요. 수술 하지 않고 무릎을 보호하면서 등산을 즐기는 방법을 찾다 평지를 걷거나 낮은 산을 오르고 있어요. 몇 달 전부터 카약을 타기 시작했는데 산을 색다르게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었어요.” 박 전 관장은 서울교대 1학년 때인 1985년 산악부에 가입해 산을 타기 시작했다. 캠핑을 좋아해 산악부를 찾았는데 당시 산악부는 암벽 등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잘못 알고 들어갔지만 나와 잘 맞았다. 야영도 하고 등반도 하고. 암벽 등반에선 또래 중 가장 잘 탔다”고 했다. 북한산 인수봉에서 못 올라가는 코스가 없었고, 전국의 암벽 등반 명소도 많이 올랐다. 방학 땐 설악산 지리산 소백산 등 장거리 능선 종주 산행을 했다. 한국대학산악연맹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박 전 관장은 “산악부에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다른 대학과도 어울렸고 대학연맹 운영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대학연맹 부회장으로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완성했다. “백두대간 및 조선시대 지리서 산경표 연구자인 고 이우형 선생님이 ‘산경표에 나와 있는 대로 백두대간을 실제로 답사해야 한다’고 부탁해서 시작했죠. 백두대간 개념이 생소하던 때라 대학연맹 집행부가 약 넉 달간 강의실에 지도 수십 장을 깔아놓고 산경표를 바탕으로 지도의 능선을 잇는 작업을 했었죠. 지금이야 백두대간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때는 정보도 없고 개인이나 산악회 차원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어요. 백두대간을 15구간으로 나눈 후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지도를 들고 7월에 4박 5일간의 종주를 시작했죠. 전 이화령에서 속리산까지 내려가는 구간의 대장이었어요. 종주 후에 우리가 쓴 보고서가 발표되고, 1990년대부터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어났죠.” 히말라야도 올랐다. 1991년 아마다블람(6812m), 1997년 가셔브룸2봉을 올랐다. 가셔브룸2봉 정상에 오를 때 사실상 죽음 문턱까지 갔던 박 전 관장은 “아이 둘 낳은 뒤 올랐는데 ‘죽기에 딱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모험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8000m 봉은 오르지 않았다. 그즈음 고 박영석 대장이 히말라야 8000m 고봉을 함께 오르자고 했는데 거절했다. 그 대신 6000m급 봉우리를 올랐다. 2002년 아르헨티나 아콩카과(6962m), 페루의 안데스 초피칼키(6354m)와 우아스카란(6768m)을 등정했다. 겨울엔 아이들과 스키를 즐겼다. 한창 스키를 탈 때 산악계 선배가 보고 산악스키 아시안컵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2007년 대회에 출전해 3위를 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 산악스키 심판 자격증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 전 관장은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 국립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다. 2021년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란 책을 쓴 박 전 관장은 최근 다섯 명의 저자와 함께 ‘우리가 몰랐던 백두대간’이란 책을 냈다. 그는 “‘히말라야’는 고산 등반을 알리고 싶었고, ‘백두대간’은 사람들이 종주를 하면서도 백두대간에 대해 너무 몰라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일본 후지산(3776m), 올 6월엔 백두산(2744m)을 다녀온 박 전 관장은 최근 카약도 타기 시작했다. 카약은 호수나 강에서 타는데 캠핑을 하며 등산도 할 수 있다. 그는 “카약을 타고 산자락으로 가 그동안 가 보지 못한 코스로 오를 수 있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강원 속초시에 살고 있는 박 전 관장은 매일 영랑호 둘레길 8km를 걷거나, 주변 주봉산(331m)이나 청대산(230m)을 오른다. 그는 “설악산을 오를 땐 못 느꼈던 설악산 전경(全景)의 아름다움을 주봉산 청대산을 타면서 제대로 느낀다”며 “어느 산이든 오르면 건강도 챙기고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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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가 주목한 ‘수영 세기의 대결’… 호주 티트머스 ‘승’ 올림픽 2연패

    아리안 티트머스(22·호주)가 세계가 주목한 ‘수영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올림픽 여자 자유형 400m 2연패를 달성했다. 티트머스는 28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수영 여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57초49로 우승했다. 서머 매킨토시(17·캐나다)가 3분58초37을 기록해 2위, 케이티 러데키(27·미국)가 4분0초86으로 3위에 올랐다. 여자 자유형 400m는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해외 언론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언 소프(호주)와 피터르 판덴호헨반트(네덜란드), 마이클 펠프스(미국) 등 3인방이 맞붙었던 남자 자유형 200m에 이어 세기의 대결이라고 전망했다. 도쿄 올림픽 챔피언인 티트머스와 ‘신성’ 매킨토시, ‘리빙 레전드’ 러데키 등 모두 세계기록을 세웠던 선수들의 대결이었다. 러데키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자유형 400m에서 3분56초46의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기록을 티트머스가 2022년 3분56초40으로 갈아치웠다. 2023년 3월 당시 16세였던 매킨토시가 3분56초08로 다시 세계기록을 새롭게 하자, 4개월 뒤 티트머스가 현 세계기록인 3분55초38을 찍었다. 티트머스는 자신의 세계기록을 경신하지는 못했지만, 강력한 라이벌들을 따돌리고 도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여자 자유형 400m 챔피언에 올랐다. 티트머스는 “내가 우승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멋진 레이스였다. 우리 셋 모두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금메달 2개를 딴 티트머스는 파리에서도 2관왕에 도전한다. 네 번째 올림픽을 치르는 러데키는 개인 통산 11번째 메달(금 7개, 은 3개, 동 1개)을 수확했다. 러데키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다. 메달 색에 대한 서운함은 전혀 없다”며 활짝 웃었다. 티트머스는 “러데키와 같은 전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다. 러데키를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매킨토시는 올림픽 첫 메달을 은빛으로 장식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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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운동으로 몸 달라져…시니어 슈퍼모델, 핏모델 됐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남 건강은 챙겨주면서 정작 제 건강은 등한시하고 있더라고요. 근육은 없고 체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이었어요. 체력도 떨어졌고, 어깨까지 굽어 체형이 이상하게 변했어요. 운동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죠.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가 PT를 받기로 했죠.”피부 및 체형관리를 해주는 백스테라피 백수정 원장(52)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1년이 지난 2021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오래전 수영을 했었고, 최근에도 요가를 하는 등 건강에 관심이 있었지만 꾸준하지는 못했다. 그는 “요가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확산 탓에 다 문 닫아서 가지 못했죠. 운동은 해야겠고,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뭔가를 생각하다 근육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이런 것 있죠. 남들 건강 관리를 해주다 보니 제가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 찾아오는 사람 상담하고 어떻게 해야 건강하다고 조언을 해주는 직업인데 정작 저는 골골하면 안 되잖아요. 그게 근육 운동을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였습니다.”근육 운동이 쉽지 않았다. 적응하느라 고생했다. 근육 운동은 안 하다 하면 근육 통증이 심하다. 사실상 온몸이 쑤시기 때문에 웬만해선 꾸준히 하기 힘들다. 그래도 백 원장은 주 2회 PT는 꼬박꼬박 받았다. 그는 “솔직히 PT 외 시간에도 운동해야 효과가 좋은데 너무 힘들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통증도 문제였다. 허리가 삐끗하면 1~2주 운동 못 하고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 2회 근육 운동에도 몸은 바뀌었다. 그즈음 지인으로부터 “시니어 모델 대회를 나가는 게 어떻느냐”는 권유를 받았다.백 원장은 모델 워킹과 포즈 등을 배워 2022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더 그레이스’에 출전했다. 더 그레이스는 과거 한국 슈퍼모델을 발굴했던 SBS가 개최한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였다. 백 원장은 전체를 아우르는 대상 등 2관왕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50세의 나이에도 20, 30대 못지않은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아나운서와 배우, 모델 출신 등 다양한 인물들이 출전한 가운데 모델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백 원장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저도 놀랐죠. 제가 피부 관리 일을 하다 보니 피부 노화 방지에는 신경을 써 오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근육 운동으로 체형이 바뀐 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구부정하던 몸이 쫙 펴져서인지 키도 커졌죠. 몸매도 탄탄하게 바뀌었어요. 더 그레이스에서 대상을 받은 뒤 근육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죠.”대상 수상의 선순환 효과였다. 대상을 받은 원동력이 온전히 근육 운동의 효과는 아니었지만 대회 출전 뒤엔 주 2회 받는 PT 외에 개인 훈련도 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거의 매일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다. 그는 “하루 2회 근육 운동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지금은 출근하기 전 새벽에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거나 개인 훈련을 하고 오후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루틴이다. 유산소 운동은 퇴근한 뒤인 오후 9시 이후에 하고 있다. 유산소 운동은 개인적으로 효과가 큰 실내 계단 운동(일명 천국의 계단)을 주로 한다. 피트니스센터 스테핑머신에서 일정한 강도로 계단을 오르듯 계속 오르는 운동이다. 백 원장은 “천국의 계단 30분이 러닝머신 1시간보다 효과가 높다”고 했다.백 원장은 7월 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 웰니스 머슬 피트니스 챔피언십(WMFC) 핏모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여자 핏모델 50대 부문에서 1위를 했고 20대 등 여자 전체 핏모델 중 최고가 된 것이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약 5개월간 보디빌더의 식이요법까지 한 게 효과를 봤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해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식이요법으로 체지방을 줄이면 근육의 선명도가 높아진다. 그는 “식이요법을 한 뒤 몸이 확 바뀌었다”고 했다.“핏모델은 피트니스의 핏(Fit)으로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레깅스를 입은 모습을 평가하는데 근육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전반적으로 날씬하게 건강한 사람을 뽑는 것 같아요. 어쨌든 나이 불문하고 최고로 뽑혀 너무 기뻤죠.”백 원장과 함께 WMFC에 출전한 남편 김대훈 씨(52)도 핏모델 남자 50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백 원장은 “다른 운동을 즐기던 남편이 뒤늦게 저랑 함께 근육 운동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다”고 했다.백 원장 부부 스토리는 많은 교훈을 준다. 근육은 나이에 상관없이 키울 수 있다. 1990년 미국의사협회 저널에 ‘90세 어르신들의 고강도 근육훈련’이란 논문이 발표된 이후 나이에 상관없이 근육 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을 시켰는데 근력도 좋아졌고 걸음걸이도 향상된 것이다. 근육을 키우면 최소 10년은 젊게 살게 된다. 그래서 근육운동은 젊음을 되돌려주는 회춘약(回春藥)으로 불린다.근육은 젊음의 표상이다. 젊음은 에너지란 말과 같다. 다양한 힘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나이 들면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 차이가 근육량의 차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질 수 있다. 몸이 달라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도 오게 된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근육 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존감이 상승한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주기도 한다.근육 운동은 백 원장의 삶을 바꿨다. 그의 몸매를 탄력적이고 멋지게 만들어 시니어 모델로 만들어준 것도 있지만 삶의 질이 달라졌다. 건강해졌다. 한때 최고 60kg까지 나가던 체중이 이젠 50kg을 유지하고 있다. 만성 피로가 사라졌다. 갱년기로 인해 몸이 붓는 게 사라졌다. 혈관 질환 등 성인병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지구력이 생겨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는 “하루 종일 다른 사람 몸을 만져주는 일에 지쳐 있었는데 지금은 더 활기차게 하고 있다”고 했다. 모델 활동을 병행하며 테라피스트 일도 즐겁게 하고 있다.백 원장은 “아직 덜 바뀌었다”고 했다.“제가 이렇게 변신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잖아요. 솔직히 좀 오래 걸린 겁니다. 어떤 사람은 6개월 만에 확 바뀌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처음엔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었지만 싫었거든요. 한때 피트니스센터에서 나는 땀 냄새, 고무 냄새 등도 싫었죠. 지금은 달라요. 근육 운동이 절 탈바꿈시켜 주고 있으니까요. 시니어 모델, 핏모델도 됐잖아요. 더 몸을 만들어 또 다른 도전도 하고 싶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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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근육운동한 뒤 시니어 슈퍼모델… 몸이 달라졌어요”

    피부 및 체형관리를 해주는 백스테라피 백수정 원장(52)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1년이 지난 2021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수영과 요가를 하는 등 운동에 관심이 있었지만 꾸준하지는 못했다. 체력이 떨어진 데다 어깨까지 굽어 체형이 이상하게 변하자 “운동밖에 답이 없다”라고 생각하고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남 건강은 챙겨주면서 정작 제 건강은 등한시하고 있더라고요. 근육은 없고 체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이었어요. 수영은 오래전에 했었고, 최근에 요가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다 문을 닫아서 가지 못했죠.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마스크 쓰고 웨이트트레이닝 개인 PT를 받기 시작했죠.” 근육운동은 쉽지 않았다. 근육운동은 안 하다 하면 근육 통증이 심하다. 사실상 온몸이 쑤시기 때문에 웬만해선 꾸준히 하기 힘들다. 그래도 백 원장은 주 2회 PT는 꼬박꼬박 받았다. 그는 “솔직히 PT 외 시간에도 운동을 해야 효과가 좋은데 너무 힘들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통증도 문제였다. 허리가 삐끗하면 1∼2주 운동을 못하고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 2회 근육운동에도 몸은 바뀌었다. 그즈음 지인으로부터 “시니어 모델 대회를 나가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다. 백 원장은 모델 워킹과 포즈 등을 배워 2022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더 그레이스’에 출전했다. 더 그레이스는 과거 한국 슈퍼모델을 발굴했던 SBS가 개최한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였다. 백 원장은 전체를 아울러 대상 등 2관왕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50세의 나이에도 20, 30대 못지않은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아나운서와 배우, 모델 출신 등 다양한 인물들이 출전한 가운데 모델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백 원장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 “저도 놀랐죠. 제가 피부 관리 일을 하다 보니 피부 노화 방지에는 신경을 써 왔지만, 무엇보다 근육운동으로 체형이 바뀐 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구부정하던 몸이 쫙 펴져서인지 키도 커졌죠. 몸매도 탄탄하게 바뀌었죠. 더 그레이스에서 대상을 받은 뒤 근육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죠.” 대상 수상의 선순환 효과였다. 대상을 받은 이유가 온전히 근육운동의 효과 때문은 아니었지만 대회 뒤엔 주 2회 받는 PT 외에 개인 훈련도 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거의 매일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갔다. 그는 “하루 두 차례 근육운동을 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지금은 출근하기 전 새벽에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거나 개인 훈련을 하고 오후엔 유산소운동을 하는 게 루틴이다. 유산소운동은 퇴근 뒤인 오후 9시 이후에 하고 있다. 유산소운동은 기계식 계단 운동(일명 천국의 계단)을 주로 한다. 피트니스센터 스테핑머신에서 일정한 강도로 계단을 타듯 계속 오르는 운동이다. 백 원장은 “천국의 계단 30분이 러닝머신 1시간보다 효과가 높다”고 했다. 근육운동은 유산소운동과 병행했을 때 효과가 크다. 백 원장은 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서울 웰니스 머슬 피트니스 챔피언십(WMFC) 핏모델 부문에서도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세계보디빌딩연맹(IFBB) 경기 규정에 따라 진행된 대회 여자 핏모델 50대 부문에서 1위를 했고, 연령대별 여자 전체 핏모델 우승자 중 최고가 된 것이다.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약 5개월간 보디빌더의 식이요법까지 한 게 효과를 봤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 야채 위주로 식사를 해 근육의 선명도를 높였다. “핏모델은 피트니스의 핏(Fit)으로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레깅스를 입은 모습을 평가하는데 근육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전반적으로 날씬하게 건강한 사람을 뽑는 것 같아요. 어쨌든 나이 불문하고 최고로 뽑혀 너무 기뻤죠.” 근육운동은 그의 삶을 바꿨다. 그를 시니어 모델로 만들어준 것도 있지만 삶의 질이 달라졌다. 건강해졌다. 한때 최고 60kg까지 나가던 체중이 이젠 50kg을 유지하고 있다. 만성피로도 사라졌다. 갱년기로 인해 몸이 붓는 현상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지구력이 생겨 일을 열심히 하게 됐다. 그는 “다른 사람 몸을 만져 주는 일에 지쳐 있었는데 지금은 더 활기차게 하고 있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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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수영 등산, 남편은 축구…환갑 넘어서도 부부 금실 좋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 때 부부는 함께 축구장으로 갔다. 매일 수영을 하던 아내가 스포츠시설이 폐쇄되자 축구하는 남편을 따라나선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스포츠시설이 거의 다 폐쇄됐는데 지방에선 축구장을 개방하는 곳이 있었다. 김선여 씨(63)는 매주 토요일 남편 신재철 서울 동대문60대축구상비군 단장(66)이 축구하는 곳에 따라가 응원하고 있다.김 씨는 남편이 축구를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남편이 주말마다 축구하러 가면서 산악회를 따라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2000년 집(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근처에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이 생기면서 새벽에 수영도 하고 있다. 25년째 매일 새벽 수영하고 주말엔 산을 타고 있다.“제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요. 주말을 함께 보내던 남편이 축구한다고 나가면서 저도 뭔가를 해야 했고, 주변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있어 산을 타게 됐죠. 또 제가 물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거예요. 바로 등록했죠.”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산과 들을 뛰어놀아 ‘운동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 땐 탁구를 배우기도 했다. 약 4개월 만에 4개 영법(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을 다 배웠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 수영장으로 가 1시간씩 물살을 갈았다. 전신 운동인 수영을 하면서 체중도 약 5kg 늘었다.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늘어서다. 근육이 지방보다 더 무거워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몸매도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이렇다 보니 주위에선 “나이보다 훨씬 젊어졌다”라는 평가를 받는다.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부터는 수영을 할 수 없어 남편 따라 축구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젠 주말 토요일은 남편 축구 응원하고, 일요일은 등산하는 게 루틴이 됐다.신 단장은 지방에 있다 서울로 올라온 축구광 후배의 권유로 축구를 시작했다. 신 단장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축구로만 건강을 다지고 있다. 미국의학회지(JAMA)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말 전사(Weekend Warrior·격렬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사람)’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테니스 단식 경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중강도 운동은 시속 4.8km로 걷기나 시속 16km 이하 자전거 타기, 테니스 복식경기 등을 말한다.‘스포츠 천국’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에 축구하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축구는 25분씩 3~4경기를 뛴다. 75분에서 100분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주말 축구, 등산으로도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골키퍼를 주로 하면서도 필드플레이어로도 뛴다는 신 단장은 “크고 작은 부상은 있었지만 건강에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다시 김 씨 얘기다.“축구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그라운드를 누비는 남편팀을 응원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당일 일정은 물론 강원도 평창 등 1박2일 일정도 따라다녔죠. 1박2일로 갈 땐 콘도나 펜션에서 여러 사람과 맛있는 것도 먹으며 수다도 떨어 좋더라고요. 제가 따라다니니 다른 회원들 아내들도 나와서 3~4명의 응원단이 꾸려졌어요. 상대팀에 음식과 음료수 등도 나눠주죠. 이제 상대팀에서도 저 모르면 간첩이에요. 상대팀 회원들이 화장품과 영양제 등도 가져다줘요. 토요일엔 맘껏 소리 지르며 응원하고, 일요일엔 조용히 산을 오르죠.”축구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손흥민(토트넘)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국내 프로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도 남편과 함께 자주 관전한다. 그는 “기술과 전술은 잘 몰라도 패스해야 할 때, 슈팅해야 할 때는 안다. 그래서 회원들이 실수하면 ‘그것도 못 하냐?’고 야유를 보낸다”고 했다. 축구를 직접 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는 팀이 없어 포기하고 응원만 한다고 했다.등산하며 정확하게 수를 세지는 않았지만 전국 100대 명산은 다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약 30년을 매월 4회씩 산을 탔으니 일 때문에 몇 번 빠졌다고 해도 산행 횟수가 1000번을 훌쩍 넘는다. 산은 그에게 많은 것을 줬다. 산에 오를 때 평균 4~5시간, 길게는 6~7시간 타기 때문에 심폐지구력 등 체력이 좋아졌다. 이 때문에 수영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산은 공기도 좋은데 꽃과 나무, 돌, 개울 등 볼 것도 많다. 올라갈 땐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볼 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성취감도 느낀다”고 했다. 최근에도 제주 한라산을 다녀왔다.김 씨는 5년 전 노원구 공릉동으로 이사 간 뒤에도 새벽 수영은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다. 그는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제기동으로 와서 6시부터 수영을 시작한다”고 했다. 수영은 삶의 활력소다. 하루라도 안 하면 몸이 찌뿌드드해 하루가 엉망이 된다. 물속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샤워를 마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그럼 하루가 즐겁다. 수영한 뒤에는 복지관 근처 남편 공장(스카프 손수건 등 제조)으로 가서 일을 거든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제가 수영하고 등산 갈 때 빼고는 같이 붙어 다닌다. 남들은 ‘아직도 그러느냐’고 말하면서도 부러워한다”며 활짝 웃었다. 두 부부는 결혼해서 아직 각방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김 씨는 요즘 퀼트(바느질로 무늬 만들기)도 배우고 있다. 그는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해서 취미 삼아 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 신 씨는 “아내는 하루 종일 움직인다. 쉬는 것을 못 봤다”고 했다. 김 씨는 “정말 집에서 노래 틀어 놓고 왔다 같다 하더라도 낮잠은 안 잔다. 뭐든 하고 있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김 씨는 매사에 적극적이다. 재경남원향우회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신 씨는 “아내가 뭐든 건강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 코로나19 때문이지만 부부가 함께 축구장에 가면서 금실이 더 좋아졌다. 부부가 함께하는 취미가 있으면 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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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주중 수영, 주말 등산 25년… 건강하니 사는 게 즐거워요”

    김선여 씨(63)는 남편 신재철 서울 동대문60대축구상비군 단장(66)이 축구를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남편이 주말마다 축구하러 가면서 산악회를 따라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2000년 집(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근처에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이 생기면서 새벽에 수영도 하고 있다. 25년째 매일 새벽 수영하고 주말엔 산을 타고 있다. “제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요. 주말을 함께 보내던 남편이 축구한다고 나가면서 저도 뭔가를 해야 했고, 주변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있어 산을 타게 됐죠. 또 제가 물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 근처에 수영장이 생긴 거예요. 바로 등록했죠.” 약 4개월 만에 4개 영법(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을 다 배웠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 수영장으로 가 1시간씩 물살을 갈랐다. 전신 운동인 수영을 하면서 체중도 약 5kg 늘었다.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늘어서다. 근육이 지방보다 더 무거워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몸매도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이렇다 보니 주위에선 “나이보다 훨씬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0년부터는 수영을 할 수 없어 남편 따라 축구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 등 수도권은 스포츠 시설이 거의 다 폐쇄됐는데 지방에선 축구장을 개방하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엔 남편 축구하는 곳에 따라가 응원하게 됐다. 이젠 주말 토요일은 남편 축구 응원하고, 일요일은 등산하는 게 루틴이 됐다.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운동장을 누비는 남편 팀을 응원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당일 일정은 물론 강원 평창 등 1박 2일 일정도 따라다녔죠. 1박 2일로 갈 땐 펜션에서 여러 사람과 맛있는 것 먹으며 수다도 떨어 좋더라고요. 제가 따라다니니 다른 회원들 아내들도 나와서 3, 4명의 응원단이 꾸려졌어요. 상대 팀에 음식과 음료수 등도 나줘 주죠. 이제 상대 팀에서도 저 모르면 간첩이에요. 상대 팀 회원들이 회장품과 영양제 등도 가져다 줘요. 토요일엔 맘껏 소리 지르며 응원하고, 일요일엔 조용히 산을 오르죠.”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손흥민(토트넘)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국내 프로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도 남편과 함께 자주 관전한다. 축구를 직접 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는 팀이 없어 포기하고 응원만 한다고 했다. 등산하며 정확하게 수를 세지는 않았지만 전국 100대 명산은 다 올랐을 것이라고 했다. 약 30년을 매월 4회씩 산을 탔으니 일 때문에 몇 번 빠졌다고 해도 산행 횟수가 1000번을 훌쩍 넘는다. 산은 그에게 많은 것을 줬다. 산에 오를 때 평균 4∼5시간, 길게는 6∼7시간 타기 때문에 심폐지구력 등 체력이 좋아졌다. 이 때문에 수영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산은 공기도 좋은데 꽃과 나무, 돌, 개울 등 볼 것도 많다. 올라갈 땐 힘들지만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볼 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성취감도 느낀다”고 했다. 최근에도 제주 한라산을 다녀왔다. 김 씨는 5년 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으로 이사 간 뒤에도 새벽 수영은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다. 그는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제기동으로 와서 오전 6시부터 수영을 시작한다”고 했다. 수영은 삶의 활력소다. 하루라도 안 하면 몸이 찌뿌드드해 하루가 엉망이 된다. 물속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샤워를 마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그럼 하루가 즐겁다. 수영한 뒤에는 복지관 근처 남편 공장(스카프 손수건 등 제조)으로 가서 일을 거든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제가 수영하고 등산 갈 때 빼고는 붙어 다닌다. 남들은 ‘아직도 그러느냐’고 말하면서도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김 씨는 요즘 퀼트(바느질로 무늬 만들기)도 배우고 있다. 그는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해서 취미 삼아 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 신 씨는 “아내는 하루 종일 움직인다. 쉬는 것을 못 봤다”고 했다. 김 씨는 “정말 집에서 노래 틀어 놓고 왔다 갔다 하더라도 낮잠은 안 잔다. 뭐든 하며 움직일 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신 씨는 “아내가 뭐든 건강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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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양종구]또 축구인 방패막이 삼는 대한축구협회 수장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고 약 5개월 만에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을 지켜본 뒤 팬들은 물론 축구인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엉성한 행정을 펼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축구협회 최고 책임자는 정몽규 회장이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마지막 결정은 회장님께 보고하지 않았다. 최종 후보자 명단을 받고 회장님께 보고드렸더니 ‘지금부터 모든 결정을 다 하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이 총괄이사가 결정하고 책임도 지라는 뜻이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한 번은 실수지만 계속 반복되면 고의라는 말이 있다. 정 회장은 2013년 축구협회 수장이 되면서 늘 책임을 회피하고 뒤에 숨었다. 정 회장 체제에서 축구인 출신 임원들은 ‘얼굴마담’이었다. 각종 행사에 회장 대신 참석하지만 ‘실권’은 거의 없다. 축구협회 행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회장이 매번 책임져야 할 순간에 축구인들을 앞세우고 뒤로 빠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꼬집었다.책임져야 할 순간 축구인 뒤에 숨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뒤 ‘음주 영상 파문’까지 일자 당시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허정무 부회장이 희생됐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에게 계속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비난 여론이 멈추지 않자 홍 감독은 사퇴했고, 책임은 허 부회장이 지고 물러났다. 2017년 11월에는 당시 김호곤 부회장이 당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부진하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 뒤 후임 감독을 찾는 과정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 재영입 논란’이 일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 측 한국 인사가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맡고 싶어 한다”고 김 부회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 제안이 문제가 됐다. “카톡 문자가 공식 제안이냐”는 김 부회장의 반발에 “제안이다”는 히딩크 감독 측 인사의 주장에 동조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히딩크 감독을 원하는 팬들의 무차별적 비난이 이어졌다. 축구협회는 모든 책임을 김 부회장에게 넘겼고, 결국 김 부회장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3월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 48명을 사면한 뒤 비난이 일자 사면을 번복하는 어이없는 행정을 펼쳤다. 그때도 박경훈 전무이사 등 축구인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정 회장은 그즈음 문제의 클린스만 감독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영입해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이번에는 홍명보 감독이 ‘희생양’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축구인만 희생되고 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감독 선임 최종 과정에서 사퇴했다. 정 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감독에 앉히자고 했는데 정 회장이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축구인들이 비판하자 정 회장은 이임생 총괄이사에게 전권을 주는 척 뒤로 빠진 것이다. 그리고 이 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최종 선택하자 축구협회 이사들로부터 서면 결의를 받아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했다. 지금 평생 축구에 헌신해 온 홍 감독에게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 회장은 어떤 설명도 없이 숨어 있다. 늘 그랬듯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자세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축구인을 방패막이 삼아 한국 축구를 퇴보시키는 정몽규 회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축구협회가 이런 난맥상을 보이자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 최근 축구협회의 운영과 관련해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 때문에 한국 축구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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