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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 여는 것도 죄송한 마음이죠. 하지만 임차료도 내야 하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과 약 50m 떨어진 곳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9일 참사가 발생한 후 처음 가게를 열었다는 그는 가끔 가게 밖으로 나와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 쪽을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 A 씨는 “그동안 마음을 추슬렀다고 생각했는데, 보니 다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국가애도기간이 5일로 끝나고 첫 평일인 이날 참사 후 문을 닫았던 이태원로 주변 가게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상인들은 대부분 참사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 상인들은 가게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멍하니 거리를 바라봤고,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괜스레 진열 상품을 만지기도 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박해일 씨(61)도 이날 처음 가게 문을 열었다고 했다. 박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사고 당일 늦게까지 가게를 열었더라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거리는 썰렁한 편이었고, 가게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이날 참사 후 처음으로 문을 연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 한 식당은 점심시간인 낮 12시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직원만 4명 앉아 있었다. 빈 테이블 20여 개를 바라보던 식당 주인 B 씨는 “영업할 기분은 아니지만 적자를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고 했다. 특히 사고 현장과 맞닿은 세계음식문화거리 가게들은 여전히 거의 문을 닫은 채였다. 행인도 드문 가운데 경찰들만 사고 현장 입구를 지켰다.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일부 시민들이 가끔 폴리스라인 앞에 꽃을 두고 가는 정도였다. 주민 임모 씨(32)는 “사고 현장 근처에 가면 참사가 연상돼 가능하면 피하고 있다”고 했다. 인근 주민 가운데는 이태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원에서 60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우성훈 씨(66)는 “안타까운 마음에 사고 현장에 10번 넘게 갔다”면서 “앞으로 이태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텐데 장사하는 사람이 무슨 죄가 있을까 싶다”며 씁쓸해했다. 이태원로 인근 상인 C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랫동안 상권이 위축돼 힘들었다가 이제야 다시 살아나나 싶었는데, 손님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5일 시민들은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와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등에서 희생자를 추모했다. 하지만 진보·보수 단체가 주최한 추모 집회에선 상반된 정치적 구호가 나왔다. 이날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에서 열린 ‘촛불승리전환행동’ 추모 집회에는 주최 추산 약 5만 명, 경찰 추산 약 9000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과 함께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이 추모다’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서 “무책임한 정부가 참사를 불렀다”며 정부 책임론을 부각했다. 반면 보수 성향인 신자유연대는 이날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온갖 선동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진짜 추모가 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는 ‘정치적으로 이용 말자’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추모에 동참하면서도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시청 앞 촛불집회에 참석한 김나겸 씨(20)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반면 시청 앞 시위를 지켜보던 이모 씨(56)는 “지난주까지 ‘윤석열 퇴진’을 외치던 진보단체 집회가 그대로 열린 것 같은데 정치적 목적으로 보인다”며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촛불집회 주최 측을 향해 “(진정한) 추모가 아니다”라며 날을 세웠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국민의 슬픔과 비극마저 정쟁과 정권 퇴진 집회에 이용하려는 것인지 충격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주말마다 열리는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민주당 조직이 동원된 정황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드러났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추모단장을 맡은 유기홍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주말 집회에 당이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시민단체의 자체적 추모 문화제였고 당은 공식 참여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운영 마지막 날을 맞아 5일 시청광장 앞 합동분향소를 찾은 일반 시민도 적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로 지인을 잃었다는 이가연 씨(22)는 “소식을 너무 늦게 접해 빈소를 못 찾았는데 분향소에서나마 명복을 빌고자 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엿새 동안 약 11만7000여 명이 찾았다. 시청 앞 분향소는 5일 운영을 마쳤지만 용산구가 운영하는 녹사평역 분향소는 12일까지 연장 운영된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핼러윈에 이태원을 갈 계획이었는데…. 저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잖아요.” 5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김나겸 씨(20)는 허공을 바라보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씨는 “희생자와 같은 또래라 더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시민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와 사고 현장, 추모 집회를 찾아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김경은 씨(52)는 중학교 1학년인 딸과 함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사고 현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김 씨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관련자들이 책임을 진대도 죽은 아이들이 돌아올 수 없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김 씨의 딸인 양규리 양(13)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분향소를 찾았다”고 했다. 합동분향소에서 눈물을 훔치던 이가연 씨(22)는 이번 참사로 지인을 잃었다고 했다. 이 씨는 “소식을 너무 늦게 알아 빈소에 못 가서 합동분향소에서나마 명복을 빌고자 왔다”며 “모두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앞 합동분향소에도 이날 오전부터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녹사평역 인근에 사는 김호윤 씨(26)는 “그동안 마음이 안 좋아서 오지 못하다가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인식과 대처가 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미국인 여행객 다이애나 씨(37)도 “미국인 사망자도 있다고 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기도하고 싶어 왔다”고 했다. 사고 현장 근처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에도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7살 아들을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이태양 씨(38)는 “마지막 날인 만큼 아들과 같이 와서 언니 오빠들이 왜 하늘나라에 갔는지, 남은 우리는 뭘 해야 하는지 말해줬다”고 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선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진보 성향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7시 30분까지 서울시청 인근에서 추모 집회를 열었다. 시청 앞 교차로부터 숭례문 교차로까지 약 400m 길이 5개 차로는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추모 집회에 동참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7시 30분경까지 이어진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 명(경찰 추산 9000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매뉴얼이 분명했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정부가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않았고, 정부의 직무 유기 범죄가 참사를 발생시켰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이 평화다’ 등 피켓을 든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보수 성향 단체가 주최한 추모 집회에서는 정반대의 정치적 구호가 나왔다. 신자유연대는 이날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서 주최한 ‘추모 집회 반대 및 윤석열 정부 퇴진 반대’ 추모 집회를 열었다. 촛불행동 추모 집회에 대한 ‘맞불 집회’다. 현장에는 ‘정치적으로 이용 말자’ 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촛불집회에서 온갖 선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추모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이유를 밝히고 법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그런 추모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다른 추모 집회와 행진들도 열렸다. 청년단체들은 오후 2시경 이태원역 4번 출구 앞에 모여 약 150여 명이 대통령 집무실 인근까지 약 1.5km를 침묵 속에 행진했다. 이들은 ‘6:34 우리에게 국가는 없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전쟁기념관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숫자 ‘6:34’은 사고 관련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을 뜻한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올 핼러윈 기간 이태원파출소 관할지역이 예년보다 4배 가까이로 확대되면서 112 신고 대응 부담이 과거에 비해 대폭 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사고 현장 일대에 몰린 인파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 애초부터 한 파출소에서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원파출소 담당 구역 3.8배로경찰은 핼러윈 전후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리는 점을 감안해 관례적으로 이태원파출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시 관할 조정을 해 왔다. 4일 동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 용산경찰서 ‘핼러윈 관련 관할 임시조정 계획안’에 따르면 2018∼2021년 이태원파출소는 주점과 클럽이 밀집된 이태원로와 보광로 일부 구간 약 9만4000m²를 담당했다. 평소 담당 구역은 더 넓지만 핼러윈 기간 해밀톤호텔과 이태원역 인근에 인파가 집중되는 걸 감안해 임시로 담당 구역을 축소한 것이다. 제외된 지역은 인접한 용중지구대, 한남파출소, 보광파출소 등이 나눠 맡았다. 그런데 올해는 이태원파출소 관할이 서울디지텍고 인근과 용산구청 주변 등이 더해져 35만3000m²로 늘었다. 예년의 약 3.8배에 달한다. 경찰이 이태원파출소 관할구역을 넓힌 것은 지난해 해당 구역의 112 신고가 일부 줄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시조정 계획안에 나온 조정 사유는 “2021년 핼러윈 주말 112 신고 건수 분석 등을 토대로 조정한 것”이었다.○ 몰린 인파는 2배 이상이었다문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다는 것이었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의 ‘서울생활인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 직전인 오후 9∼10시 사고 현장이 포함된 이태원로 북측 일부 구역의 인파는 1만6000명으로 지난해 핼러윈 기간 토요일 같은 시간(8034명)의 2배가량이었다. 오후 10∼11시에는 1만4688명이 몰려 지난해(5076명)의 3배 가까이나 됐다. 서울생활인구는 지하철 승하차기록 등 공공데이터와 휴대전화 통신데이터로 추산된 유동인구다. 2019년부터 해마다 핼러윈 기간 이태원을 방문했다는 문모 씨(24)는 “예년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인파에 길이 막혀 장시간 꼼짝 못하고 서 있었던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용산서는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에 경찰 137명을 배치했다. 코로나19 방역 단속을 위해 배치된 기동대 180명을 포함해 268명이 투입됐던 지난해에 비해 투입 인력이 줄었다. 용산서는 지난해 이번 사고가 발행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포함해 주요 골목 10곳에서 경찰기동대가 고정 근무를 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는 이 같은 지침이 없었다. 2020년에는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 및 추락 등 안전사고 상황 대비’ 계획도 있었지만 올해는 압사 대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112신고 출동 처리만으로도 버거웠을 것”이라며 “사전 대비를 했어야 할 서울경찰청과 용산서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통 관리에도 실패, 병원까지 1시간 반 걸려경찰은 또 핼러윈 기간 몰리는 인파에 대비해 교통 관리 계획을 세우고도 참사 당시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4일 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22 핼러윈 데이 교통관리 계획’ 문건에는 지난달 28∼30일 “핼러윈 관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태원 등에 차량 소통과 보행 안전 확보 등 선제적 교통관리로 교통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소방청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현장으로 처음 출동한 구급차가 소방서를 출발해 환자를 싣고 병원에 내려주기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렸다. 이동거리는 약 13km였지만 인파와 교통 혼잡 때문에 사고 현장에서 환자를 싣는 데만 40분이 걸렸던 것이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이 대응 매뉴얼과 근무수칙을 여러 차례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우려’ 등의 신고가 이어졌지만 상황팀장은 책임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책임자인 상황관리관은 상황실을 비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12 매뉴얼 안 지켜져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5분 참사 발생 직전까지 이태원역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 반경 100m 내에서 사고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총 11건 들어왔다. 인파 밀집이 심각하고 대형 사고가 일어날 것이 우려되니 즉각 경찰이 출동해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일한 장소에서 여러 신고자가 비슷한 내용을 잇달아 신고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12 신고 접수·지령’ 매뉴얼에 따르면 “대형재난, 재해 등 신고가 예상되는 경우 접수자가 상황팀장에게 통보하고 상황팀장이 모든 근무자에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또 유사시 상황팀장은 일과 중에는 112종합상황실장, 일과 후에는 상황실 당직 책임자인 상황관리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팀장의 사전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황팀장이 류미진 상황관리관(인사교육과장)에게 보고한 건 참사 발생 1시간 24분이 지난 이날 오후 11시 39분이었다. 류 관리관에게 보고를 받았어야 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사고를 인지하고 3분 후였다.○ 상황관리관은 근무지 이탈상황관리관이 상황실을 지켰다면 이어지는 신고에서 위험 징후를 포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류 관리관은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경찰 재난관리규칙’에 따라 재난관리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류 관리관은 근무수칙에 따라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1시 상황실에서 대기해야 했지만 자신의 사무실에 머물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상황관리관이 상황실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오랜 관행처럼 용인돼 왔다고 한다. 류 관리관이 김 청장과 경찰청 상황실에 보고하지 않으면서 서울청과 경찰청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에 구멍이 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 59분이 지난 다음 날 0시 14분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현장 대응도 112 매뉴얼대로 되지 않았다. 서울청 상황실이 신고 11건 중 8건을 위급한 상황을 뜻하는 ‘코드0’, ‘코드1’로 분류한 것까진 문제가 없었다. 이들 코드는 최단 시간 내 현장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 6건은 기록상 출동이 이뤄지지 않았고, 1건의 경우 조치 내용이 불분명하다. 특히 코드0 신고는 매뉴얼상 형사기동대, 인근 경찰관서 등과 공조해 출동하도록 돼 있지만 공조 출동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 의원은 “112 상황실의 매뉴얼 미준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고 했다.○ 112 신고→행안부 전달되도록 법 개정전문가들은 112 신고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112 신고 중 범죄 부문에 치중해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찰이 재난 신고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인식과 대응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참사 당시 경찰 신고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전달되지 않았던 보고 체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재난안전관리법 개정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주현우 인턴기자 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이 대응 매뉴얼과 근무수칙을 여러 차례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우려’ 등의 신고가 이어졌지만 상황팀장은 책임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책임자인 상황관리관은 상황실을 비웠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112 매뉴얼 안 지켜져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5분 참사 발생 직전까지 이태원역 해밀턴호텔 서편 골목 반경 100m 내에서 사고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총 11건 들어왔다. 인파 밀집이 심각하고 대형 사고가 일어날 것이 우려되니 즉각 경찰이 출동해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일한 장소에서 여러 신고자가 비슷한 내용을 잇달아 신고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112 신고 접수·지령’ 매뉴얼에 따르면 “대형재난, 재해 등 신고가 예상되는 경우 접수자가 상황팀장에 통보하고 상황팀장이 모든 근무자에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또 유사 시 상황팀장은 일과 중에는 112종합상황실장, 일과 후에는 상황실 당직 책임자인 상황관리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팀장의 사전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황팀장이 류미진 상황관리관(인사교육과장)에게 보고한 건 참사 발생 1시간 24분이 지난 이날 오후 11시 39분이었다. 류 관리관에게 보고를 받았어야 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사고를 인지하고 3분 후였다.●상황관리관은 근무지 이탈상황관리관이 상황실을 지켰다면 이어지는 신고에서 위험 징후를 포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류 관리관(인사교육과장)은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경찰 재난관리규칙’에 따라 재난관리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류 관리관은 근무수칙에 따라 오후 6시~다음날 오전 1시 상황실에서 대기했어야 했지만 자신의 사무실에 머물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상황관리관이 상황실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오랜 관행처럼 용인돼 왔다고 한다. 류 관리관이 김 청장과 경찰청 상황실에 보고하지 않으면서 서울청과 경찰청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에 구멍이 났다. 윤희근 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 59분이 지난 다음날 0시 14분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현장 대응도 112 매뉴얼대로 되지 않았다. 서울청 상황실이 신고 11건 중 8건을 위급한 상황을 뜻하는 ‘코드 0’, ‘코드 1’로 분류한 것까진 문제가 없었다. 이들 코드는 최단시간 내 현장 출동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 6건은 기록 상 출동이 이뤄지지 않았고, 1건의 경우 조치 내용이 불분명하다. 특히 코드0 신고는 매뉴얼 상 형사기동대, 인근 경찰관서 등과 공조해 출동하도록 돼 있지만 공조 출동도 이뤄지지 않았다. 동일 코드 부여 시 ‘다중 운집 등 사회적 관심도가 큰 사건을 우선 출동하도록 한다’는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다.●112신고→행안부 전달되도록 법 개정전문가들은 112신고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112신고 중 범죄 부문에 치중해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찰이 재난 신고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인식과 대응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참사 당시 경찰 신고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전달되지 않았던 보고 체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119와 달리) 112 관련 사항들은 저희가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며 “재난안전관리법 개정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김윤이기자 yunik@donga.com주현우 인턴기자 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대형 사고에 대처하는 112 신고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고 4시간 전부터 위험을 알리는 시민들의 신고가 되풀이됐지만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에서 일선 파출소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신속한 현장 통제나 경찰 기동대 투입 등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1일 경찰이 공개한 112 신고 기록에 따르면 첫 참사 위험 경고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에 이뤄졌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 ‘압사’를 언급한 신고 전화가 들어온 것이다. 첫 신고자인 박모 씨는 2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인파가 너무 많아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신고를 했다”며 “인파 때문에 남편, 딸과 헤어지는 등 소름 끼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은 박 씨 등이 한 신고 11건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한 뒤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로 전달했다. 신고 11건에서 ‘압사’라는 단어가 9번이나 반복됐고 위험도가 가장 높은 ‘코드0’과 다음 단계인 ‘코드1’ 신고가 쏟아졌지만 상황을 파악해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넘기기만 했다. 신고를 전달받은 용산경찰서 112상황실도 파출소에 출동 지령을 내렸을 뿐, 갈수록 늘어나는 신고와 악화되는 신고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하지 않았다. 결국 참사 당일 약 13만 명이 방문한 이태원 일대 현장 대응은 사고 당시 근무 인원이 20여 명에 불과한 이태원파출소 몫이 됐다. 이태원파출소 직원 A 씨는 1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직원들은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었고, 몰려드는 인원이 너무 많아 안전사고 우려 외에 다른 신고도 처리했다”고 했다. 파출소 직원들은 밀려드는 신고를 처리하느라 바빠 출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태원파출소가 신고 11건 중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확인된 건 4건뿐이다. 갈수록 신고가 늘고 신고 내용이 심각해졌는데 참사 1시간 전부터는 출동한 기록이 없었다. 이날 오후 10시 15분 참사가 발생한 직후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동아일보 기자는 참사 당일 오후 10시 반부터 약 30분 동안 이태원파출소 유리문 앞에 있었는데 근무자들은 주취자나 모의 총기를 사용하다 적발된 시민을 조사하는 등 크고 작은 신고와 민원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참사 발생 전후에 이미 현장에 나가 있던 일부 경찰관이 초기 구조에 동참한 걸 제외하면 현장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이 파출소 내 직원 다수가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참사 발생 35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날 오후 10시 50분경 한 시민은 파출소 앞에서 다급하게 “구급차가 못 빠져나가고 있다. 경찰이 길을 뚫어줘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야 각자 담당한 사건을 처리하던 파출소 근무자 2, 3명이 “(예정됐던) 마약 단속을 갈 게 아니다”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인명 구조 활동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부상자를 실은 구급차가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파출소 경찰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서울청은 신고 전달, 용산署는 출동 지령만… 현장 대응 미뤄 파출소에 떠넘긴 핼러윈 대응이태원파출소도 심각성 인지 못해파출소가 기동대 요청할 경로 없어권한 가진 용산서장 뒤늦게 요청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근무자들이 압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보니 ‘압사 신고’ 대신 ‘폭행 시비’ 출동이 우선시됐다. 참사 현장에서 “사람이 죽고 있다”며 반복해 외치는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확산된 이 파출소의 김백겸 경사도 폭행 시비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 도착한 뒤 우연히 사고 상황을 목격하고 구조 활동에 나섰다. 이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들은 대규모 인파가 밀집한 상황에서 자체 힘으로 대응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대응을 담당했던 파출소 직원 A 씨는 내부망에 “(우리가)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다”며 자신들을 향한 책임론에 억울해했다.○ “파출소→기동대 요청 경로 없다”대규모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인원 통제를 전담하는 조직은 경찰 기동대다. 일선서 경비과장은 집회나 시위, 축제, 행사 등이 발생하면 각 지방청 경비과에 보고하고 경찰 기동대 지원을 요청한다. 그러나 사고 발생 전까지 기동대는 전혀 투입되지 않았다. 파출소가 사전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동대 출동을 요청했다면 사태는 달라질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현직 경찰들은 112상황실에 접수된 신고를 바탕으로 파출소가 기동대 투입을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청 112상황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경찰은 “대규모 인파 관련 신고가 있다고 파출소에서 바로 일선서나 지방청 경비과에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공식 보고 절차 자체가 없는 걸로 안다”고 했다. 사전에 기동대 투입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관계자들의 증언이 엇갈린다. 이태원파출소 직원 A 씨는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사전) 대비 당시 용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으나 지원을 안 한 걸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청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비공식적 요청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공식 보고 체계를 통한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경찰 기동대 지원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감찰팀이나 수사팀이 파악(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용산서장 요청 기동대, 사고 2시간 뒤 도착 현재 경찰 시스템에서 현장의 위험을 감지하고 기동대 투입을 즉시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일선 경찰서장이다. 하지만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은 이날 저녁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 집회는 이날 오후 9시경 종료됐다. 이 서장은 참사 발생 5분 후인 오후 10시 20분에야 이태원역 인근에 도착했다.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기 근무하던 서울청 기동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건 이날 오후 11시 25분이었다. 이후 서장 요청으로 인접 경찰서 형사과와 경찰 기동대 등이 투입되기 시작한 건 30일 0시 20분경이었다. 사고 발생 후 2시간가량 지난 다음이다. 기동대 투입 권한을 지닌 김광호 서울청장은 사고 당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퇴근했다. 참사 위험을 경고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잇따르던 시점이다. 뒤늦게 용산서장의 전화를 받고 사고 발생을 인지한 김 청장은 다음 날 0시 25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오후 6시 이후면 경찰 지휘부가 사실상 다 퇴근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열쇠가 되는 사람이 112상황실장”이라며 “긴급 상황 발생 시 내부에서 바로 시도청장, 경찰청장에게까지 직접 연락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 내 지휘체계가 복잡하고, 부서별 업무가 세분화돼 있어 윗선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복잡한 계급 및 부서 체계를 통폐합하고 단순화해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 및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 112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있던 시민의 신고였는데 “너무 불안하다. 압사당할 것 같으니 통제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전화를 시작으로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총 11차례 참사를 예고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가 ‘압사’ 위험을 언급한 것만 9차례였다. 하지만 경찰이 11회의 신고에 현장 출동으로 대응한 것은 4회에 불과했다. 그나마 비교적 초반인 1, 2, 5, 6번째 전화에는 출동했지만 상황이 심각해진 사고 발생 1시간 이내에는 더 이상 출동하지 않았다. 또 경찰은 자체 규정에 따라 112 신고를 5단계(코드 0∼4)로 분류하는데 11건 중 위급한 상황임을 의미하는 ‘코드 0’이 1건, ‘코드 1’이 7건이었지만 이 중 실제로 출동한 건 1건에 불과했다. 위급한 상황에 오히려 출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4시간 전 “압사” 언급 신고경찰이 1일 공개한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자들은 구체적으로 위험 상황을 신고하면서 경찰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되풀이해 강조했다. 최초 신고자는 인파 밀집 장소를 ‘해밀톤호텔 옆 편의점’이라고 지목하면서 ‘압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로 3시간 40분 후 참사가 발생한 장소다. 이 신고자는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올라오면서 빠져나오는 인구, 클럽 줄과 섞여 있다”며 “아무도 통제를 안 한다. 너무 소름 끼친다”고 했다. 참사 원인까지 예고한 것이다. 이에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동해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중앙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 전화를 두고 “일반적인 불편 신고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경찰의 이 같은 안이한 태도가 참사를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시간 전 신고 “넘어지고 다치고”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졌다. 오후 8시 9분 접수된 2번째 신고에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신고자는 ‘이태원역 3번 출구 맞은편’이라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다치고 있다”고 했다. 또 “단속을 좀 해 달라”고 요청했다. 24분 후 신고한 3번째 시민은 “진짜 심각하다”며 “영상 찍어놓은 걸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경찰은 “112 문자로 보내면 된다”고 했지만 출동하진 않았다. 이후 걸려온 오후 8시 53분 신고에는 “아수라장이다”란 표현이 담겼고, 오후 9시에 신고한 시민은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라고까지 했다. 이날 신고 내용에는 ‘밀리다’ 및 ‘밀치다’란 표현이 7번, ‘난리’ 및 ‘사고’란 표현이 8번 등장했다. 또 신고자 중 8명은 ‘통제’ 등을 언급하며 즉각적 조치를 요구했다. 신고 위치는 11건 모두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서측 골목 100m 이내였다. 이태원 일대가 전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후 9시 10분 신고자가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다”고 하자 전화를 받던 경찰은 “위치가 어디냐” “상호명을 불러 달라”며 총 5차례 위치를 묻는 질문을 했다. 신고자는 답답한 듯 “상호명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 거리 전체가 그렇다고, 지금”이라고 했다.○ 사고 직전 ‘욕설’과 ‘비명’ 터져사고 발생(오후 10시 15분) 직전 걸려온 전화는 욕설과 비명으로 채워졌다. 오후 10시에 전화를 건 신고자는 “아, ××. 신고 좀 하려고요”라며 “압사당할 것 같으니 통제 좀 해달라”고 사정했다. 사고 직전인 오후 10시 11분 신고자는 “아, 아” 하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경찰은 2번 모두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참사 전까지 4시간여 동안 이태원파출소가 처리한 신고 79건 가운데 인파 관련 ‘위험 방지’ 신고 11건을 공개했다. 그러나 ‘교통 불편’ 등으로 분류된 나머지 신고 중에도 핼러윈 혼잡 상황과 관련된 신고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4차례 출동한 경찰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록상 출동한 경찰은 ‘시민 통제’ ‘인도로 안내’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각 신고 건마다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감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남성들이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1일 사고 현장 인근 방범용 폐쇄회로(CC)TV와 인근 상점 CCTV 영상 등을 전부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주도자로 특정한 인물은 없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사고 직전 “밀자”라고 외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한 가운데, ‘토끼 머리띠 남성’으로 지목된 한 남성은 자신의 SNS에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은 이날 “‘토끼 머리띠 남성’에 대한 부분도 살펴보고 있으며, 온라인에 공개된 시민 촬영 영상도 수집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의 구간, 시간대별로 어떤 현상이 있었는지 분석 중”이라며 “소방과 경찰의 출동 시각을 체크하고, 피해자 중 누가 어디서 넘어지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목격자 등 진술 조사도 병행 중이나 수만 명 운집한 상황이라 대략적인 시간대나 사고지점을 안다 해도 사고가 시작된 정확한 시점과 지점까지 특정하긴 상당한 시일 걸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1일 “골목길로 내려가는 초입에서 최초 한 여성이 넘어졌고 사람들이 밀지 말라고 소리를 쳤지만, 뒤에서부터 계속 인파가 밀려와 사고가 벌어졌다”는 취지의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SNS에서는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사고 당시 사람들을 밀었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한 남성이 지목되자 많은 누리꾼이 그 남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에 ‘토끼 머리띠 남성’으로 지목된 A 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핼러윈 사고 현장 범인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당일 토끼 머리띠를 하고 이태원에 방문한 사실은 맞지만, 사고 당시에 저와 친구는 이태원을 벗어난 후”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고 발생 20분 전인 오후 9시 55분경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합정역 방면으로 승차했던 탑승내역도 첨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마녀사냥의 여지가 있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잡음) 막 압사당할 것 같은데. 좀 부탁드릴게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막 제가… (잡음)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어요. 아수라장이에요 아수라장. (잡음) 장난 아니에요. 장난 전화 아니에요.” 29일 오후 8시 53분경.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골목 인근인 해밀톤호텔 뒤편에서 인파에 휩쓸렸던 시민 A 씨는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어 “장난 전화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파 속에서 걸려온 A 씨의 전화는 ‘지직’하는 잡음 소리로 가득했다. 그로부터 1시간 22분 뒤 골목길에 갇혀 있던 대규모 인파가 넘어지면서 156명이 깔려 숨졌다. 1일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전에 접수된 112 신고내용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고 직전 압사 사고를 우려하며 출동해달라는 11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9번은 신고자가 직접적으로 ‘압사’라는 단어를 언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 시각신고 내용오후 6시 34분"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오후 8시 53분"사람이 너무 많아서 00(지직) 막 압사당할 것 같아서 우리가 *** ***라는 곳이에요, 00(지직) 좀 부탁드릴게요"오후 9시 10분"아, 저기 저기, 아 저 뭐야, 뭐라고 하지, 할로윈 축제중인데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오후 10시 11분아~(비명소리) 아~(비명소리),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약 4시간 전 처음으로 압사 사고를 언급한 신고가 있었단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사고가 났던 골목의 한 편의점 인근에서 오후 6시 34분에 경찰에 신고한 B 씨는 “골목이 사람들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를 당할 것 같다”며 “너무 소름끼친다. 겨우 빠져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아 통제를 해줘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B 씨는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다 올라오는데 빠져나오는 인구와 섞이고 있다”며 “아무도 통제를 안 한다. 경찰이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뺀 다음에 들어오게 해줘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쏟아져서 다니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날 사고 발생 약 1시간 전인 오후 9시경 접수된 신고 전화는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진짜 사람 죽을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라는 내용이 담겼다. 오후 9시에 신고 전화를 신고자는 “긴급출동을 하셔야 될 것 같다. 대형 사고가 나기 일보 직전”이라며 “저는 지금 (술집 앞에서) 구조돼있다”고 했다. 오후 9시 2분에 걸려 온 다른 신고 전화엔 “진짜 사고 날 것 같다. 사람들 다 난리 났다”며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라는 다급한 내용이 담겼다.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 11분 걸려 온 신고 전화에는 비명이 담겨 있었다. 신고자 C 씨는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났어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 11건 중 4건에 대해서만 현장 출동을 했고, 나머지 6건에 대해서는 전화 상담으로 종결했다. 현장 충돌 기준에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출동 경찰관이 판단했던 것 같다”고 나머지 1건의 종결 내용에 대해선 “현재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특별 감찰 등을 통해 당시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55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뒤편에 있던 남성 일부가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민 것으로 보인다는 목격자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해당 증언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참사 현장에 있던 복수의 목격자는 “빽빽하게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오후 10시 10분 전후에 일부 남성이 ‘밀어’라고 외쳤고 사람들이 갑자기 확 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128m²(약 39평) 남짓한 골목에 1000여 명이 몰렸는데, 골목 위쪽에 있던 남성들이 아래쪽으로 사람들을 밀었고, 밀린 사람들이 6, 7겹으로 쌓이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증언이다. 이날 인파에 깔렸다 구조된 최승헌 군(17)은 “밤 10시 10분경에 ‘밀어!’라는 여럿의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며 “‘밀어’라고 외치는 사람과 ‘밀지 말라’는 사람들이 욕하고 싸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했다. 현장 인근에 있었던 최모 씨(24)도 “사람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오후 10시가 좀 넘었을 때 ‘밀어’ ‘밀지 마’라는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어느 순간 골목길 사람들이 확 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목격자들 사이에선 “남성 5, 6명이 의도적으로 밀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뒤에 있던 한 남성이 ‘밀자, 얘들아’라며 친구들과 함께 ‘밀어! 밀어!’라고 소리쳤고, 사람들이 줄줄이 넘어졌다”고 썼다. 사람들이 술집 테라스 난간으로 올라가려 하자 술집 직원들이 무전을 주고받으며 막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일부 목격자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갑자기 몰렸다”고 했다. 해당 인플루언서로 지목된 한 BJ(인터넷 방송인)는 “(저도) 인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술집으로 밀려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런 증언들과 관련해 CCTV 영상은 물론이고 SNS에 퍼진 영상을 입수해 당시 상황을 검증할 방침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공공 및 사설 CCTV 52대 내용물을 확보했고 SNS 영상물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면서 “목격자와 부상자, 인근 업소 종사자 등 44명을 1차로 조사하며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도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의적으로 민 사람들이 특정된다면 상해나 과실치사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밀었던 사람들을 특정하기도 어렵고,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실치사 혐의는 자신의 과실로 타인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결과를 객관적으로 예상해야 하고, 상해 혐의는 고의를 입증해야 해 둘 다 적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CCTV에는 소리가 녹음이 안 되기 때문에 책임질 사람들을 특정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154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뒤편에 있던 남성 일부가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민 것으로 보인다는 목격자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해당 증언의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사고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달 29일 참사 현장에 있던 복수의 목격자들은 “빽빽하게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오후 10시 10분 전후에 일부 남성들이 ‘밀어’라고 외쳤고 사람들이 갑자기 확 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128㎡(약 39평) 남짓한 골목에 1000여 명이 몰렸는데, 골목 위쪽에 있던 남성들이 아래쪽으로 사람들을 밀었고, 밀린 사람들이 6, 7겹으로 쌓이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증언이다. 이날 인파에 깔렸다 구조된 최승헌 군(17)은 “밤 10시 10분경에 ‘밀어!’라는 여럿의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며 “‘밀라’고 외치는 사람과 ‘밀지 말라’는 사람들이 욕하고 싸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했다. 현장 인근에 있었던 최모 씨(24)도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에서 오후 10시 약간 넘었을 때 ‘밀어’ ‘밀지 마’라는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어느 순간 골목길 사람들이 확 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목격자들 사이에선 “남성 5, 6명이 의도적으로 밀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뒤에 있던 한 남성이 ‘밀자, 얘들아’라며 친구들과 함께 ‘밀어! 밀어!’라고 소리쳤고, 사람들이 줄줄이 넘어졌다”고 썼다. 사람들이 술집 테라스 난간으로 올라가려 하자 술집 직원들이 무전을 주고받으며 막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일부 목격자들은 “유명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갑자기 몰렸다”고 했다. 해당 인플루언서로 지목된 한 BJ(인터넷 방송인)는 “(저도) 인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술집으로 밀려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런 증언들과 관련해 CCTV 영상은 물론, SNS에 퍼진 영상을 입수해 당시 상황을 검증할 방침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공공 및 사설 CCTV 52대 내용물을 확보했고 SNS 영상물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면서 “목격자와 부상자, 인근 업소 종사자 등 44명을 1차로 조사하며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도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의적으로 민 사람들이 특정된다면 상해치사 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밀었던 사람들을 특정하기도 어렵고,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사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도 “CCTV에는 소리가 녹음이 안 되기 때문에 책임질 사람들을 특정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참사가 벌어진 29일 밤 다른 쪽에선 시민들이 술자리를 이어가거나, 구급차 옆에서 노래까지 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핼러윈 복장으로 나온 이들이 많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사고를 목격한 김정원 씨(26)는 30일 “한쪽에서 사람들이 깔리고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상황인데, 다른 쪽에선 클럽 노래가 나오고 사람들이 줄을 서 노래를 불렀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차들이 대로변에 즐비한데도, 옆에서 단체로 클럽노래를 ‘떼창’ 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인근 클럽은 내부 전광판에 ‘압사 ㄴㄴ(노노) 즐겁게 놀자’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 인파에 밀리던 시민들은 담벼락에 오르거나 가게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손을 뻗는 시민도 있었지만 보기만 하거나 스마트폰을 들어 영상을 찍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최모 씨(27)는 “인파에 밀려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사고 현장을 영상으로 찍으며 웃고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30일 오전 1시부터 일대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 인근이나 건너편 술집들은 계속 붐비는 모습이었다. 김예진 씨(25)는 “구급차 소리가 계속되는데도 술집 안에선 술자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응급구조대가 시신을 옮기는 곳에서 도보로 10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휴일을 축하하는 사람으로 가득한 바 2곳이 영업 중이었다”고 지적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분실했다는 모자를 고가에 판매하려 했던 누리꾼 A 씨가 경찰에 모자를 제출하고 자수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정국이 외교부 청사에 놓고 간 모자를 1000만 원에 판다’는 글을 17일 올렸던 A 씨가 이튿날인 18일 경기 용인시의 한 파출소를 찾아 자수했다고 25일 밝혔다. A 씨는 문제의 모자도 경찰에 제출하면서 “습득 분실물을 제출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BTS 소속사 하이브를 통해 A 씨가 제출한 모자가 실제 정국이 착용했던 것인지 조사 중이다. A 씨는 전직 외교부 계약직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라 A 씨는 점유이탈물횡령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교부에서 (이 사안을) 내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그룹 ‘신화’의 신혜성(본명 정필교·43·사진)이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의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1일 오전 1시 40분경 서울 송파구 탄천2교에서 신혜성을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신혜성이 탄 차량은 10분 넘게 도로에 세워져 있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차가 다가서자 주행을 시작했다. 경찰차가 앞뒤로 막아선 뒤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수차례 거부했다고 한다. 특히 그가 운전한 차량은 도난 신고가 접수된 타인의 차량이었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입장문을 내고 “음식점 발레파킹 담당 직원분이 전달해준 키를 가지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만취한 상태로 본인의 차량이 아닌지도 모르고 운전한 신혜성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경찰은 신혜성이 음식점에서 출발할 당시에는 동승자가 있었지만 체포 당시엔 혼자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동승자가 누구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신혜성은 2007년에도 면허정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0.097%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총에 맞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 36분경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원 인근 도로에서 50대 남성 A 씨가 머리에 총을 맞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총알이 머리를 관통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탄 여러 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이 A 씨 옆에서 발견됐다. A 씨는 이 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군인이었던 A 씨 아버지가 보관하던 권총”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해당 권총은 수십 년 전 쓰이던 구형 모델인데 정식 일련번호도 새겨져 있었다. 현행법상 허가 없이 총기를 소지하는 건 불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퇴역군인이라는 이유로 총기 소지가 가능한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서에 등록된 총기가 아니어서 (A 씨가) 어떤 경로로 소지했든 합법은 아니다”라며 “총기 소지 경위를 밝히기 위해 일련번호를 토대로 육군본부 등 총기를 관리하는 모든 기관에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그룹 ‘신화’의 신혜성(본명 정필교·43·사진)이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의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1일 오전 1시 40분경 서울 송파구 탄천2교에서 신혜성을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도로 한복판에 차량이 정차해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운전석에서 자고 있던 신혜성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이다. 특히 그가 운전한 차량은 도난 신고가 접수된 다른 사람의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혜성의 소속사 ‘라이브웍스 컴퍼니’ 측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지인들과 모임을 가진 후 음주를 한 상태에서 음식점 발레파킹 담당 직원분이 전달해준 키를 가지고 귀가하던 중이었다“며 ”만취한 상태로 본인의 차량이 아닌지도 모르고 운전한 신혜성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음주 운전은 인정했지만 차량 도난은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실수였다는 것이다. 신혜성은 15년 전인 2007년에도 면허정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0.097%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바 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총에 맞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권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 36분경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원 인근 도로에서 50대 남성 A 씨가 머리에 총을 맞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총알이 머리를 관통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옆에선 실탄이 여러 발 장전된 38구경 권총이 함께 발견됐다. A 씨는 이 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군인이나 경찰이 아니며, 해당 권총은 사망한 A 씨 아버지가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군인이었던 A 씨 아버지가 보관하던 권총”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해당 권총은 수십 년 전 쓰이던 구형 모델인데 정식 일련번호도 새겨져 있었다. 현행법상 허가 없이 총기를 소지하는 건 불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퇴역군인이라는 이유로 총기 소지가 가능한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서에 등록된 총기가 아니어서 (A 씨가) 어떤 경로로 소지했든 합법은 아니다”라며 “총기 소지 경위를 밝히기 위해 일련번호를 토대로 육군본부 등 총기를 관리하는 모든 기관에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그룹 신화의 신혜성(본명 정필교·43·사진)이 음주 측정을 거부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신혜성은 도난 신고가 접수된 차량에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신혜성의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1일 오전 1시 40분경 서울 송파구 탄천2교에서 신혜성을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도로 한복판에 차량이 정차해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차 안에서 자고 있던 신혜성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신혜성은 이를 거부했다. 신혜성이 타고 있던 차량은 도난 신고가 접수된 차량이어서, 경찰은 신혜성이 이 차량을 운전한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신혜성의 소속사 ‘라이브웍스 컴퍼니’ 측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신혜성은 10월 10일 오후 11시경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가진 후 음주를 한 상태에서 음식점 발레파킹 담당 직원분이 전달해준 키를 가지고 귀가하던 중 도로에 정차한 상태에서 잠이 들었다“며 음주 운전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차량 도난은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음주운전을 한 사실과 만취한 상태로 본인의 차량이 아닌지도 모르고 운전한 신혜성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신혜성의 음주 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혜성은 2007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의 0.097%였다. 당시 신혜성은 “식사를 하며 반주로 소주 2잔을 마셨다”며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치고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당분간 자숙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1998년 그룹 ‘신화’로 데뷔한 신혜성은 성대 결절 등 건강상의 문제로 현재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올여름 강원도 서핑 해변 인근 술집에서 자연스럽게 마약을 투약하는 사람을 봤어요. 주변에 권유도 하더라고요.” 마약 중독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20대 중반 여성 A 씨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원도 유명 해변 풀 파티 같은 곳에선 대놓고 마약을 한다”면서 “관심 없는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젊은 층이 모이는 곳에선 마약 투약과 거래가 이미 공공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스물한 살 때 남자친구가 권유한 필로폰을 호기심에 접했다가 5년 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최근 정신병원에 입원한 끝에야 간신히 ‘마약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중독자들이 음습한 곳에서 몰래 사고팔거나 투약하는 것으로 치부됐던 마약이 최근 몇 년 동안 급속히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일상 공간까지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단위로 즐겨 찾는 동해안 관광지와 캠핑장, 어린이 놀이터와 카페, 서울 한복판의 야외 운동경기장…. 모두 최근 마약 거래가 목격되거나 중독자들이 마약을 투약하고 돌아다니다 경찰에 붙잡힌 곳들이다. 2016년 당시 스무 살이었던 김모 씨(26) 역시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성으로부터 “이걸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제안을 받았다. 단순한 ‘호의’로 받아들이고 남성이 선심 쓰듯 건넨 대마초에 불을 붙인 것이 중독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이후 그 남성과 함께 LSD, 코카인, 필로폰, 펜타닐 등을 투약했다. 약을 끊으면 온몸이 불에 타는 듯한 금단 증상에 다시 약을 찾는 악순환이 6년간 반복됐다. 김 씨 역시 “서울 홍대입구역이나 이태원 등에서 마약이 있을 것 같은 외국인에게 요청하면 10명 중 6명으로부터는 약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일상 공간에서 마약을 접하는 일이 늘면서 처음 마약을 투약했다가 검거되는 초범도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체 마약 사범 가운데 초범 비율은 81.2%였다. 2018년 72.3%였던 초범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 처음 80%대가 됐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세가 뚜렷하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연령별 마약 사범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392명이던 20대 마약 사범은 올해 1∼8월 기준 266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0대 마약 사범은 104명에서 227명으로 배 이상이 됐다. 마약 사범 중 20대 이하 비중은 같은 기간 18.5%에서 34.1%로 급증했다. 마약중독 재활 전문병원인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마약이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하게 들어온 상태”라며 “마약류 전체에 대한 경각심을 사회적으로 높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해변 술집서 어울려 마약”자취방-클럽-캠핑장-카페서 투약, 다크웹엔 한글로 된 중개사이트도필로폰 g당 100만원→70만원으로 SNS선 대량 구매 할인까지“약 끊으면 온몸 타는듯한 금단증상”… 10대, 20대들 다시 약 찾는 악순환 마약의 유혹이 일반인 가까이까지 침투해 있다는 것은 최근 붙잡힌 투약자 사례만 봐도 분명하다.○ 놀이터에서도 구할 수 있는 마약올 4월 서울 마포구에선 어린이 놀이터에서 마약을 구해 자취방에서 투약한 20대 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홍대입구역 근처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 ‘LSD’를 받았다. 투약 후 1명이 약에 취해 자해 소동을 벌인 탓에 덜미를 잡혔다. 올 8월 서울 송파구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페스티벌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약을 구한 20대 B 씨와 지인 5명이 함께 LSD, 대마초, 엑스터시 등 마약을 투약했다가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되기도 했다. 한 마약 투약 경험자는 “페스티벌에 가 보면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허공에 손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며 “냄새가 안 나는 마약의 경우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투약하기도 한다”고 했다. 마약 판매책들이 마약을 안 해본 젊은층을 타깃으로 마케팅용 ‘공짜 마약’을 뿌리기도 한다. 한번 투약하면 헤어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마약범죄 전문 법무법인의 박진실 변호사는 “강한 중독성을 악용한 돈벌이 전략”이라며 “마약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했다.○ 인터넷 쇼핑처럼 쉬운 마약 구매마약의 급속한 확산에는 온라인과 SNS를 통해 어렵지 않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텔레그램 등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니 마약 거래 대화방 6개가 바로 확인됐다. 개중에는 참가자가 1000명가량인 대화방도 있었다. 운영자는 보안을 위해 비밀 대화방에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는데, 가상화폐로 입금하면 수 분 내에 ‘던지기 수법’(특정 장소에 숨기면 구매자가 찾아 가는 수법)으로 받을 ‘좌표’(장소)를 보내준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인을 통해 구매하거나 계좌이체 등으로 대금을 지불했지만 요즘엔 비대면으로 거래하고 가상화폐로 지불해 추적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인터넷주소(IP)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에는 한글로 된 마약 전용 중개 사이트도 등장했다. 9일 취재팀이 확인한 한 마약 중개 사이트에는 판매 광고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다크웹 및 가상자산을 사용한 마약사범은 2018년 85명에서 올 8월까지 696명으로 급증했다. 수요가 늘고 일상화되면서 마약 가격은 떨어졌다. 과거엔 g당 100만 원 수준이던 필로폰이 현재 SNS 등에서 70만 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 구매 또는 재구매 시 할인해주기도 한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병원장은 “입원한 마약 투약자들은 대부분 지능지수(IQ)가 20∼30씩 떨어져 있다”며 “마약에 민감한 사람은 한 번만 투약해도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실장은 “마약은 한 번만 체험하면 100% 중독된다”며“호기심조차 가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마약 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C 씨는 “마약을 시작하면 그 끝은 정신병원이나 교도소, 아니면 죽음”이라고 경고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문수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