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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내 사주팔자에는 없을 거라 굳게 믿는 스포츠가 어찌하다 보니 인생이 돼버린 기자가 족히 수천 번은 들은 질문이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누가 이길 것 같아.” 알 게 뭐람. 내가 그걸 알면 돗자리 깔고 떼돈 벌었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기자는 여태 월드컵 우승팀이나 한국전 스코어 맞히기 같은 내기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일반인보다 낫지 않나 하는 자부심이 있기는 하다.▶바로 이런 마음이다. 이 자리를 비집고 유혹이 찾아온다. 도박은 기자가 볼 때 ‘즉각성, 편의성, 예측 가능성, 환급률, 잭팟’의 다섯 지표가 중독률을 좌우한다. 1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로또보다 몇 분이면 결과가 나오는 경마가 빠져나오기 힘들다. 정선 산골까지 가기보다는 휴대폰만 있으면 되는 온라인 카지노가 시장이 크다. 운에 모든 걸 맡기는 로또보다는 전문성이나 정보가 있으면 맞힐 것 같은 토토나 경마가 중독성이 높다. 제도권의 5배 이상일 거라는 사설 도박은 세금을 안 떼니 대체로 환급률, 즉 배당이 높다. 잭팟 크기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지난 대통령 선거 때 국내에선 여론조사만 나왔지만 해외에선 베팅업체가 코너를 개설했다. 영국 정치 스포츠 베팅업체 스마켓(Smarkets)은 타국 대선에까지 끼어들어 돈벌이에 나섰다. 이 업체에 따르면 1월만 해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당선인을 더블스코어로 앞섰지만 2월엔 정반대로 역전됐다.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이달 초 배당률은 1.44배(윤석열) 대 3배(이재명)로 더 벌어졌다. 이는 1파운드를 걸면 각각 1.44파운드와 3파운드를 받게 된다는 것으로 배당률이 낮을수록 당선 확률은 높다. 지지율은 물론 당선 가능성조차 허구한 날 오차범위 안팎인 몇 퍼센트 포인트 차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국내 여론조사와는 달리 화끈한 예측이다.▶스마켓은 국내 스포츠 경기까지 매일 10개 가까이 올려놓고 있는 등 전 세계의 승부를 커버하고 있다. 분야가 워낙 다양한데다 인터페이스가 잘돼 있으니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겠다. 20일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24년 대선 당선 배당률은 4.7배로 뜻밖에도 조 바이든 현 대통령(6.2배)보다 낮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베팅에서도 배당률 2.5배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8배)를 압도한다. 2024년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다시 뽑힐 확률은 56.5%(1.77배)이다. 믿거나 말거나.▶국내에선 정치 분야 베팅이 불법이다. 로또를 비롯한 각종 복권과 강원랜드 카지노, 그리고 스포츠 관련인 토토, 경마, 경륜, 경정이 있을 뿐이다. 모두 정부가 사실상 독점권을 가진 사업이다. 이마저도 각종 규제로 묶어 놨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매출 총량과 인당, 회당 매입금액 등을 정해놓고 관리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까 ‘규제가 있으면 대책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사설 도박이 활개를 친다. 사설 도박은 환급률은 높을지 몰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한순간에 쪽박을 찰 수 있다. 국가의 주 수입원인 세금을 걷지 못하는 지하 경제다. 규제는 4차 산업 발전에도 대못을 박는다. 게임업계에선 P2E(Play to Earn)와 관련 코인 개발이 핫이슈이지만 업체들은 국내를 떠나 해외 출시로 활로를 찾고 있다. 게임 대국이지만 게임토토는 없어 국내 대작들은 외국 베팅업체에서 사용되고 있다.▶스포츠는 최근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스포츠의 전통적인 정의는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승부, 체력, 품새’이다. 하지만 바둑. 체스와 e스포츠 같은 멘털 종목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됨으로써 이제 승부만 남았다. 국내에선 도박으로 금기시돼온 카지노 게임도 외국에선 대회가 열리고 베팅이 이뤄진지 오래다. 스포츠베팅은 거대한 산업이다. 글로벌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업체인 스포트레이더(Sportradar)는 올해 세계 스포츠베팅 매출이 1조4500만 유로(약 1945조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10위인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과 거의 같다. 규제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고 이를 준비 없이 풀었을 때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러나 사설 도박을 양지로 끌어내고, 스포츠베팅이 산업이란 원론적 입장에서 보면 이미 갈 길은 정해져 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온라인 마권 발매는 아직도 무소식인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베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다행인 것은 윤석열 캠프가 내놓은 체육 공약은 다듬을 게 많지만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스포츠가 곧 복지”라는 윤 당선인의 말은 퍼주기 복지가 아니라 스포츠산업 지원을 통한 의료, 교육, 경제 활성화에 방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정부 권고안을 재검토해 체육계 진영 논리를 타파하겠다는 선언은 기자의 오랜 주장과 일치한다. 체육계를 성범죄와 폭력의 온상으로 취급하거나, 운동하는 학생보다 공부하는 선수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바보이거나, 의도를 갖고 한쪽 면만 보는 애꾸눈이다. 체육계는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성범죄와 폭력이 만연해 있지 않다. 설령 일부가 탈선했어도 특별법이나 기구가 왜 필요한가. 아인슈타인이 운동을 잘 할 이유가 없듯이 선수가 전인교육을 받을 이유 역시 없다.▶명색이 수포츠인데 숫자 얘기가 덜 나와 섭섭할 독자들을 위해 세계의 배팅업체가 내놓은 올해 메이저 대회의 예측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해보자. 먼저 11월 카타르 월드컵. 스마켓은 브라질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쳤다. 네이마르가 이끄는 브라질은 13.9%의 지지를 얻어 1월 중순 이후 프랑스(12.5%)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4강 후보는 잉글랜드(10.6%)와 스페인(10.4%). 독일(9.5%)과 아르헨티나(9.1%)가 뒤를 이었다. 반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FC 대한민국은 아직 순위권에 없다.▶메이저리그에선 LA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이 높다고 예측됐다. NBC스포츠는 베팅업체 포인츠벳(PointsBet)을 인용해 지난해 4강 다저스의 우승 배당률이 6배로 가장 낮다고 보도했다. 준우승팀 휴스턴(9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뉴욕 양키스(11배)가 뒤를 이었다. 우승팀 애틀랜타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메츠는 배당률 12배로 공동 4위. 류현진의 토론토와 최지만의 탬파베이는 나란히 13배, 김하성의 샌디에고는 14배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권이다. 꼴찌는 볼티모어와 피츠버그로 우승 확률 250대 1이다.▶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올린 3초짜리 스윙 영상 하나로 내년 마스터스 우승 확률이 100대 1 밖에서 35대 1로 껑충 뛰어올랐다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보도했다. 그가 나흘간 72홀을 걸어서 완주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지만 ‘우즈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지난해 5월 PGA챔피언십에서 최고령 메이저 우승 기록(50세 11개월 7일)을 세운 필 미클슨(65대 1)의 우승 확률보다 높다. 최상위권은 존 람,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순이다.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전국 640만 소상공인과 1413개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과 경영 정상화에 앞장서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842만 업체에 버팀목 자금 등 재난지원금 13조9000억 원을 지급하고 긴급 대출 4조2000억 원도 집행했다.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3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지난달 대비 각각 14.7포인트(68.6→83.3), 21.7포인트(58.0→79.7) 상승했다. 아직은 경기 호전이 기대되는 100 이하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오름세로 평가된다. 따뜻해진 날씨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 신학기 시즌이 호전 사유로 꼽힌다. 공단은 소비 진작을 통한 시장경제 살리기를 목표로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소비 트렌드에 맞춘 온라인 판로 확대에 나선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전국우수시장박람회, 대한민국동행세일, 우수지역상품전시회 등 오프라인 행사를 방역 상황과 시기에 맞춰 개최한다.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돕기 위해 입점 준비부터 라이브커머스 실무교육, 종합기획전 개최와 함께 판매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공단은 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상점가 스마트 신기술 보급(4000개),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진출 지원(1만7000개사),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 지원(22개 시장),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확대(5000억 원) 등으로 디지털을 통한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아울러 혁신행정으로 소상공인의 업무 편의성도 높일 방침이다. 공공 마이 데이터를 활용해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상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직원들이 현장에서 노력했다”며 “앞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경영 효율화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스포츠에도 이데올로기가 있다. 스포츠 수학을 한다면서 이념까지 끄집어내니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들을 때처럼 머리가 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용은 심플하다.▶상금 규모부터 살펴보자.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서울마라톤은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하는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라벨 대회다. 규정에 따라 남녀 순위 상금을 똑같이 책정한다. 8만 달러(약 1억 원)를 받는 남녀 1위 기록은 보통 20분 이상 차이가 난다. 스포트라이트는 남자 우승자에게 집중된다. 그래서 조직위는 기록 보너스로 남녀에 차이를 둔다. 이른바 수정사회주의다. 테니스는 남녀 차이가 전혀 없다. 남자는 5세트, 여자는 3세트로 승부를 가린다. 누군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페미니즘의 완결판이다.▶골프는 철저하게 시장 논리를 따른다. 미국프로골프 상금은 남자가 여자보다 몇 배나 많다. 올해 발표된 대회 평균 상금은 1027만 대 252만 달러로 4배 차. 남자 대회(47개)가 여자(31개)보다 많다 보니 전체 상금은 4억8260만 대 8570만 달러로 6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지난해 여자 상금왕 고진영은 약 43억 원을 벌어 존 람(약 95억 원)을 추격했다. 이에 비해 국내프로골프는 지난해 대회 평균 상금(9억2000만 원)과 우승 상금(1억3700만 원)이 거의 같다. 다만 대회가 여자(31개)가 남자(17개)의 2배에 가깝다. 따라서 전체 상금은 284억 대 156억 원으로 여자가 훨씬 많다. 지난해 여자 상금왕 박민지는 15억2100만 원을 벌어 김주형(7억5500만 원)을 압도했다. 국내에선 남자가 차별 받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선 남자 시니어 대회의 기와 상금 규모가 여자 대회에 비해 별로 처지지 않는다. 국내 남자 시니어 대회는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다.▶순수할 것만 같은 스포츠에서 왜 이런 남녀 차이가 생겼을까. 올림픽 정신으로 대표되는 아마추어리즘과 자본주의가 이끄는 프로페셔널리즘의 차이다. 대체로 유럽 스포츠는 남녀 혼성 종목을 한 개의 위원회가 통합 관리한다. 정점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있다. 테니스는 프로가 활성화 된 뒤에도 남녀 메이저 대회를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연다. 상금이 같을 수밖에 없다. 반면 골프는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여성의 진입 장벽이 높았다.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PGA와 LPGA로 분화됐다. 농구도 비슷하다. 반면 축구나 야구, 아이스하키 등은 여자 대회가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어서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그렇다면 여자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종목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피겨스케이팅은 기록이 아닌 채점 종목이지만 선수는 자신이 연기할 기술과 난이도를 직접 고르고, 심판은 그에 따른 배점에 가점과 감점을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남녀 비교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는 228.56점을 받았다. 남자 싱글 우승자인 에반 라이사첵이 받은 257.67점의 88.7% 수준이다. 김연아는 남자들과 함께 겨뤘다면 9위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세계를 매료시켰다. 점수가 높은 8명의 남자 선수는 비교도 안 될 돈방석에 앉았다. 남자가 아무리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금남(禁男)의 벽은 존재한다. 리듬 체조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남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혼성 종목에선 여자가 남자에게 도전하는 성 대결 시도가 있어 왔다. 골프가 대표적이다. 베이브 자하리아스는 1945년 PGA 로스앤젤레스오픈에서 컷 통과를 했다. 아쉬운 것은 3라운드에서 부진하자 4라운드를 기권하는 바람에 최종 순위를 남기지 못했다. 이후 반세기도 더 지난 2003년이 돼서야 성 대결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수지 웨일리는 그레이터 하트퍼드오픈 출전권이 걸린 지역 예선에서 우승했다. 타이거 우즈만큼 압도적 기량을 선보였던 안니카 소렌스탐은 초청 선수로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당시 14세이던 ‘천재 소녀’ 미셸 위도 183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를 앞세워 캐나다 베이밀스오픈에서 첫 도전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7세이던 2006년 아시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2라운드 합계 5언더파 공동 17위로 컷(이븐파)을 통과했다. 선두와 14타 차인 3언더파 공동 35위로 마감하며 7전8기를 이뤘다. 앞서 박세리는 2003년 국내투어 SBS최강전에서 컷 통과 뒤 공동 10위에 올랐지만 코스가 짧은데다 PGA 대회가 아니어서 빛이 바랬다. 최근에는 브리트니 린시컴이 2018년 바바솔 챔피언십에서 이글을 잡는 등 선전했지만 2라운드 합계 5오버파(컷 4언더파)로 높은 벽을 실감했다. 결국 정식 PGA 대회에서 여자 선수가 최종 순위에 든 경우는 아직 한 번도 없었다.▶여자 선수가 실패하는 이유는 홍일점 출전에 따른 중압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거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자 대회 코스 평균 전장은 6500야드인 반면 남자는 7200야드에 이른다. 그렇다면 거꾸로 남자가 여자 대회에 ‘청일점’으로 출전한다면 우승할 수 있을까. 이렇게 흥미로운 질문을 그냥 내버려두면 수포츠가 아니다. 미국프로골프에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지난해 남자가 296.2야드, 여자는 255야드 남짓(추산)으로 약 40야드 차이다. 남녀 코스 전장 차이인 700야드를 18홀로 나눈 38.9야드와 비슷하다. 이는 남자와 여자가 각자 대회에서 비슷한 거리를 남겨두고 세컨드 샷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남자가 여자 대회 코스에서 친다면 40야드 앞에서 세컨드 샷을 하는 것이다.▶이대로라면 젊은 타이거 우즈는 이변이 없는 한 백발백중 우승이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2006년 평균 306.4야드의 티샷을 날린 우즈는 100야드 안쪽 그린 적중률(안타깝게도 이런 세분화된 기록은 2001년부터 집계돼 있다)이 무려 92.3%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이때 웨지 샷을 핀에 붙이는 평균 거리는 3.88m로 역시 1위다. 이 중 36%를 버디로 마무리했다. 파4 10개 홀에서만 최소 3언더는 보장된다. 파5 홀은 매번 버디 또는 이글을 시도할 것이다. 우즈는 드라이버 샷이 빗나가 러프에서 올리는 그린 적중률도 61.2%로 역시 1위다. 티샷 페어웨이 안착률은 60.7%(139위)로 문제가 있지만 여자 대회 코스라면 3번 아이언 스팅어 샷으로도 충분하다.▶현 세계 랭킹 1위 존 람도 지난해 309야드 장타에 100야드 이내 그린 적중률 87.8%, 핀에 평균 5.03m 거리에 붙일 수 있는 능력을 자랑했다. 이때 버디 확률은 15%로 파4 10개 홀에서 1.5언더를 예약한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63.7%로 우즈보다 낫다. 반면 이들에 맞서야 하는 여자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지난해 그린 적중률 78.8%(2위), 평균 퍼트 29.6개(19위), 페어웨이 안착률 79.7%(13위)로 나무랄 데가 없지만 아무래도 힘겨운 경쟁이 예상된다. 파3 홀이야 어떻게든 맞춰보겠지만 파4와 파5 홀에서 차이가 날 게 분명하다. 결국 남자 세계 톱 랭커라면 여자 대회에서 빅 트러블 상황만 피한다면 우승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수포츠의 결론이다.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서양 민주주의는 자신들이 착취했던 흑인 남성보다 백인 여성에게 참정권을 늦게 줬다.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개와 여성 출입금지’ 푯말이 사라진 것은 20세기가 저물 무렵이다. 유리벽을 깨는 게 페미니즘인지 휴머니즘인지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엔 관심이 없다. 다만 남녀의 차이는 태초부터 있어 왔다. 스포츠 기자를 오래 하면서 품었던 궁금증. 운동 능력에서 남녀 차이는 과연 얼마나 날까. 종목별 부문별 편차는 어떨까. 여성이 이기는 역전 현상은 없을까.그리 어려운 질문도 아닐 텐데 온종일 검색 해봐도 무릎을 칠 만한 답을 찾을 수 없다. 구름 잡는 이론과 설은 넘쳐나지만 구체적인 숫자가 나온 것은 전무하다. 수포츠의 갈 길은 험난하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수포츠가 아니다.▶우선 기록경기 육상부터 살펴보자. 육상의 꽃인 100m와 200m 세계기록은 난공불락이다. ‘번개’ 우사인 볼트가 13년간, ‘달리는 패션모델’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34년간 근처에 오는 것조차 허용치 않고 있다. 100m는 볼트가 9초58, 그리피스 조이너가 10초49로 둘의 기록 차이는 91.3%(남자÷여자) 수준이다. 200m는 볼트가 19초19, 그리피스 조이너가 21초34로 89.9%이니 더 벌어진다. 아쉬운 것은 두 선수 모두 200m에서 기록 단축이 기대됐지만 이루지 못했다. 스타트보다 가속과 코너링 능력이 중요한 200m는 남자의 경우 100m 기록의 두 배보다 빠르고, 여자는 조금 더 나와야 일반적이다. 그런데 볼트는 0.03초, 그리피스 조이너는 0.36초를 넘겼다. 볼트는 너무 빨리 축구장으로, 그리피스 조이너는 1998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났다.▶거리에 따른 남녀 차이는 어떨까. 스타디움에서 뛰는 트랙경기는 400m(90.4%), 800m(90.0%), 1만m(90.2%)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거리와 관계없이 그 격차가 엇비슷하다. 그러나 기자는 이렇게 믿고 싶다. 순발력과 근력이 중요한 단거리일수록 남녀 차이는 벌어져야 마땅한데 그리피스 조이너란 위대한 여성이 왜곡현상을 일으켰다고. 실제로 이후 30여 년간 세계대회에서 여자 100m 우승자들의 기록은 10초 후반대로 볼트와 비교하면 80%대 중반까지 뚝 떨어진다.도로를 달리는 로드 경기는 양상이 다르다. 하프마라톤은 남자 57분31초, 여자 1시간2분52초로 91.5%. 마라톤은 남자 2시간01분39초, 여자 2시간14분04초로 90.7%다. 여자 선수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반대 견해도 있다. 앞의 기록은 남녀가 같이 달린 혼성대회 기록이다. 남자 페이스메이커들이 여자 선수를 둘러싸고 뛴다. 이 때문에 국제육상연맹은 혼성대회와 여자대회 세계기록을 따로 관리한다. 여자만 뛴 대회의 세계기록은 하프가 1시간05분16초, 풀코스가 2시간17분01초다. 거의 3분 가까이 늦다. 이 경우 남녀 수준 차는 각각 88.1%, 88.8%로 확 벌어진다. 남녀가 따로 뛰는 경보 50km는 남자 3시간32분33초, 여자 3시간59분15초로 88.7%이니 비슷하다. 결국 트랙 중장거리보다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이 남녀 차이가 더 벌어진 것으로 정리된다. 반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종목은 아닌 100km는 남자가 6시간9분14초, 여자가 6시간33분11초로 93.9% 수준이다. 이는 선수들이 기록보다는 순위 경쟁에 치중한 결과로 보인다.▶육상 필드 경기에선 달리기보다 훨씬 차이가 난다. 높이뛰기는 남자가 2.45m, 여자가 2.09m로 85.3%(여자÷남자)다. 멀리뛰기는 84.0%(남자 8.95m, 여자 7.52m), 장대높이뛰기는 81.9%(남자 6.18m, 여자 5.06m)로 더 벌어진다. 필드가 트랙보다 순발력, 근력이 더 필요하고 종합적인 운동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창던지기는 73.4%(남자 98.48m, 여자 72.28m)로 절정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포환던지기는 남자 23.37m, 여자 22.63m(96.8%)로 별 차이가 없다. 해머던지기도 남자 86.74m, 여자 82.98m(95.7%). 원반던지기는 여자(76.80m)가 남자(74.08m)를 앞선다. 그러나 이는 남녀가 사용하는 포환, 해머, 원반의 무게와 직경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이다.▶기록경기의 양대 산맥인 수영은 육상 트랙과 비슷하지만 거리가 늘어날수록 남녀 격차는 확연히 줄어든다. 총알 같은 스타트와 순발력이 필요한 자유형 50m 세계기록은 남자 20초91, 여자 23.67로 88.3% 수준. 반면 800m는 93.3%로 좁혀진다. 수영의 마라톤인 자유형 1500m는 94.6%. 선수들이 막판 스퍼트 전까지 순위 경쟁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200m까지 있는 배영은 자유형과 거의 똑같은 패턴이다. 반면 평영과 접영은 남녀 차이가 좀 더 난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기 때문이다. 평영은 50m에 이어 100m에서도 88.7% 수준이다. 접영은 100m가 89.1%, 200m가 89.4% 수준이다. 참고로 수영 4종목의 스피드는 자유형이 가장 빠르고 접영 배영 평영 순이다.▶남녀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종목은 뭐니 뭐니 해도 역도다. 유일하게 남녀 체급 단위가 같은 69kg 이하급 남자 세계기록은 인상 166kg, 용상 198kg이다. 반면 여자는 인상 128kg, 용상 158kg. 남자가 드는 무게의 77.1%, 79.8%밖에 들지 못했다. 무제한급에선 차이가 더 벌어진다. 라샤 탈라카제는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인상 225kg, 용상 267kg을 들어 8월 도쿄 올림픽에 이어 또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타타냐 카시리나(인상 155kg, 용상 193kg)는 그의 68.9%, 72.3%에 불과하다. 비교가 불가능해서 그렇지 복싱 레슬링 태권도 유도 같은 격투기에서 남녀가 맞붙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일반인들끼리 벌이는 스트리트 파이트에서야 여자가 이길 수도 있겠지만 엘리트 선수 간에 그런 결과는 나올 수가 없다. 구기종목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해볼만 하다고 여겨지는 골프에서 성 대결 시도는 제법 있었지만 여자 선수가 한 번도 만족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그렇다면 남녀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역전된 종목은 없을까. 단순 비교가 가능한 기록경기로는 사격과 양궁이 있다. 사격은 10m 공기 소총과 권총, 25m 권총 등에서 여자가 남자 세계기록을 앞선다. 다른 세부 종목에서도 차이가 거의 없다. 양궁은 전체적으로는 남자가 약간 앞선다는 게 정설이지만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에서 역전이 자주 일어난다. 이밖에 컬링, 승마 같은 경우는 성대결을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집중력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멘털 스포츠에서도 여자 선수가 강세를 보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바둑에선 루이나이웨이 9단이 2000년 국내 최고 기전인 동아일보 국수전에서 우승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여자 프로 기사의 실력은 남자 시니어 프로 기사와 비슷하거나 약간 아래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달로 사상 유례가 없는 100개월 연속 국내 여자 랭킹 1위를 기록 중인 최정 9단은 세계대회 6번을 포함해 22번이나 우승했지만 혼성 대회에선 2019년 참저축은행배에서 4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남녀 통합 랭킹은 29위. e스포츠인 스타크래프트에선 여자 게이머가 우승한 적은 없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독자들께 죄송하지만 겨울 스포츠 종목 비교와 골프 성대결에서 여자 선수가 이길 수 있는 비법 등에 대해선 다음 주에 연재할 것을 약속드린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기원전 9세기부터 약 1200년간 지속된 고대 올림피아 제전은 그리스 서부 올림피아에서 4년에 한 번, 닷새간 열렸다. 당시 세계의 중심인 로마의 달력이 오차가 심해 4년마다 표준시를 다시 정했는데 이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기념해 대회를 개최했다. 제전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제우스신에게 바치는 대회였다. 노예가 아닌 남자만 참가가 가능했다. 예술, 종교를 집대성한 헬레니즘 문화의 결정체란 평가가 있는 반면 뇌물과 반칙이 횡행하는 정치판, 선전판, 도박판으로 변질돼 간 것도 사실이다. 그리스를 지배한 로마의 네로 황제는 경기를 조작해 승리를 휩쓸었다는 기록이 있다. 승자는 영웅이 됐지만 패자는 상대 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죽음 또는 그에 상응하는 모욕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올림픽을 부활시켰을 때 올림픽은 승패보다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세계인의 관심사가 된 올림픽을 주위에서 그대로 놔둘 리가 있나. 20세기 들어 애국심으로 포장한 국가주의와 자본주의가 만든 상업성이 어우러지면서 근대 올림픽 역시 급변하고 있다.▶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20일 끝났다. 중국 베이징은 여름(2008년)과 겨울 올림픽을 모두 치른 세계 최초의 도시가 됐다. 하지만 홈 텃세, 편파 판정, 약물 의혹, 운영 미숙, 적자 누적, 코로나19가 어우러진 최악의 올림픽이란 불명예도 안게 됐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겨울 올림픽의 특성상 대회가 열리는 것조차 몰랐던 많은 사람들이 쇼트트랙 판정 시비와 피겨 1인자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의 약물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일명 국뽕으로 불리는 국가주의는 낡은 이념이라곤 하지만 여전히 위력적이라는 게 다시 증명된 셈이다. 국뽕은 우리나라에서도 올림픽 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지난해 도쿄 여름 올림픽에 비해 코로나 상황이 훨씬 위중함에도 중국에는 이상하리만치 호의적이던 여론은 쇼트트랙 판정시비가 생기자 비로소 공격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러시아로 귀화했다가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를 맡은 안현수와 김선태 감독은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들은 중국으로부터는 기대한 만큼 성적이 안 나오자 한국인 코치가 적절했느냐는 자질 시비의 이중고를 겪었다.▶한국 선수단은 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올림픽에서 근래 보기 드문 낙제점을 받았다. 금메달 2개, 은 5개, 동 2개로 종합 14위. 겨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시작한 최근 30년간 9번의 대회 중 가장 낮은 순위이다. 메달의 편중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외엔 노 메달이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긴 했어도 직전 대회인 2018년 평창(7위·금 5개, 은 8개, 동 4개)에선 스켈레톤, 봅슬레이, 스노보드의 설상종목에서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컬링, 스피드 추월, 매스스타트에서도 시상대에 섰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2010년 캐나다 밴쿠버(금)와 2014년 러시아 소치(은)에서 2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은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대회부터 겨울 올림픽에 선수단(임원 1명,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4명)을 파견했다. 첫 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에서 금 2개, 스피드에서 꿈에 그리던 메달(은 1개, 동 1개)을 수확했다. 순위는 10위.▶올림픽 정신을 앞세우는 국제올림픽위원회올림픽(IOC)는 공식적으로는 국가별 메달 집계를 하지 않는다. 국가간 지나친 경쟁과 금메달 지상주의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IOC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버젓이 메달 순위가 노출돼 있다. 우리가 보통 쓰는 금메달 순위가 먼저 나오고, 클릭 한 번 하면 합계 메달 순위로 바뀐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순으로 따지면 3위(금 9개, 은 4개, 동 2개)에 올랐지만 합계 메달로는 11위(15개)로 순위가 떨어진다. 어느 올림픽이든 대체로 주최국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반대로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9위(금 6개, 은 12개, 동 14개)에서 2위(32개)로 점프한다. 일본은 12위(금 3개, 은 6개, 동 9개)에서 6위(18개)로 상승. 선수층이 두텁고, 각 종목을 골고루 잘하는 국가들이다. 한국은 금메달과 합계 순위 모두 14위.▶올림픽은 종목별 메달 숫자의 편중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19세이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8개 종목에 출전해 금 6개, 동 2개를 따냈다. 어느 나라든 펠프스 한 명만 보유하면 바로 톱10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4번의 올림픽에서 무려 28개의 메달(금 23개, 은 3개, 동 2개)을 수집했다. 이번 대회에선 메달 5관왕이 바이애슬론에서 2명, 크로스컨트리에서 1명 나왔다. 금메달 3관왕 이상은 스피드스케이팅 1명을 포함해 5명이었다. 모두 98명이 2개 이상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쇼트트랙 최민정(금 1개, 은 2개)과 황대헌(금 1개, 은 1개)이 이 대열에 합류했는데 예전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올림픽 정식종목 채택과 메달 수 배정은 국력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수영 육상과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같은 기록경기는 거리별로 메달이 세분화돼 있고 계주 같은 단체전까지 있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메달을 차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종목들이 하나같이 유럽과 미국을 위한 스포츠란 점이다. 20세기 후반 들어 IOC가 아시아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유도 태권도 쇼트트랙 야구 등이 정식종목에 합류하긴 했다. 그러나 태권도 유도 같은 격투기는 한 명이 체급별로 1개의 메달밖에 가져갈 수 없다. 태권도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종주국의 위력이 반감된 상태. 판정 시비가 잦은 쇼트트랙은 승부에 변수가 많아 절대 강자가 나오기 힘들다. 양궁은 메달 수가 남녀 단체전까지 6개에 불과하다.▶메달을 많이 땄다고 늘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펠프스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돈을 벌었다. 볼트는 올림픽 메달이 8개(모두 금메달)이지만 2008년 베이징부터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100m와 200m를 사상 첫 3회 연속 제패했고, 400m 계주에선 2회 연속 우승컵을 안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오직 1개의 금메달만 걸려 있는 아이스하키와 농구 축구 야구 등 구기종목의 가치도 이에 못지않다. 국내에선 한국과 러시아 국적으로 8개의 메달을 딴 안현수(금 6개, 동 2개)나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금 4개, 동 1개)보다 김연아, 황영조(1992년 바르셀로나 마라톤 금메달), 박태환(2008년 베이징 수영 자유형 400m 금메달)이 훨씬 큰 돈방석에 앉았다.▶겨울 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엔 야외경기뿐이었고 참가 선수도 16개국 258명에 불과했다. 이후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실내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게 됐고, 규모가 커진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부터는 여름 올림픽과 2년 간격으로 열리게 됐다. 이와 함께 월드컵(1930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과 아시아경기(1951년 인도 뉴델리)도 여름 올림픽을 피해 개최 시기를 잡는 과정에서 겨울 올림픽과 같은 해에 열리게 됐다. 올해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스포츠대회 빅4 가운데 3개가 동시에 열리는 해다.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이어 9월 중국 항저우 여름 아시아경기, 11월 카타르 월드컵이 잇달아 개최된다. 스포츠 기자들이 4년마다 가장 바쁜 한 해다.▶기자는 1997년 무주·전주 겨울 유니버시아드를 시작으로 98년 나가노 겨울 올림픽, 99년 강원 겨울 아시아경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마카오 동아시아경기를 모두 팀장으로 현지 취재했다. 써놓고 보니 참 많이 다녔다. IOC 총회도 세 번 다녀왔다. 러시아 모스크바(2001년)에선 유색인종 최초 IOC 위원장에 도전한 김운용의 좌절을 경험했다. 체코 프라하(2003년)와 과테말라시티(2007년) 총회에선 평창의 겨울 올림픽 유치 실패를 맛봤다. 스포츠로 풍월 좀 읊었다는 점에서 감히 말한다면 스포츠라고 굳이 독야청청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어우러진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국뽕과 상업성이 절대선은 아니지만 절대악도 아니다.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한국계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여름과 겨울 통틀어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인 안현수와 베트남 축구 영웅 박항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태권도 사범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국계 골퍼 케빈 나, 미셸 위, 리디아 고의 우승에 많은 이는 열광한다. 피겨 프리프로그램에서 스스로 무너져 다 잡은 금메달을 놓친 16세 소녀 발리예바를 호되게 질책한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의 매서운 눈매가 잊히지 않는다. 외국 언론에선 그를 아예 마녀라고 표현했지만 어찌 보면 그야말로 진정한 올림피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코로나19 장기화가 음료시장 판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집밥이 일상화되고 홈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식사나 운동 전후 칼로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탄산음료를 찾게 됐다. 이런 추세에 맞춰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1월 말 선보인 ‘칠성사이다 제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칠성사이다 제로는 칠성사이다 70년 제조 노하우를 담은 제품이다. 기존 제품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로(0) 칼로리의 깔끔한 뒷맛을 살렸다. 오리지널과 동일한 초록색 바탕에 로고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제품의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라벨에 ‘칠성사이다 제로’라는 문구를 넣어 눈에 띄게 했다. 페트병 제품에는 검은색 뚜껑을 부착해 기존 제품과 쉽게 구별되게 했다. 칠성사이다 제로는 출시 초기부터 기존 제품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리고 칼로리에 대한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탄산음료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출시 약 9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캔(250mL 기준)을 돌파했다. 연말에는 누적 판매량 1억2000만 캔을 기록하며 국내 제로 사이다 시장을 선도했다. 이로써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제로를 비롯해 오리지널 제품인 ‘칠성사이다’, 새로운 맛의 사이다인 ‘칠성사이다 복숭아’ ‘칠성사이다 청귤’, 무라벨 제품인 ‘칠성사이다 ECO’ 등 소비자 기호를 다양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주요 계획 중 하나로 제로탄산 브랜드를 확장한다고 밝혔다. 기존 펩시콜라와 칠성사이다에서 대표 제품인 밀키스, 핫식스를 포함해 단종됐던 탐스까지 ‘제로 탄산’ 제품군으로 재탄생시킨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칠성사이다 제로는 칼로리 걱정 없이 청량한 탄산음료의 깔끔한 단맛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국내 탄산음료 시장 저변 확대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처음엔 늘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일이 점점 커질지 모르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스타는 누구일까. 그야 뭐 타이거 우즈 아닌가. 물론 기자의 개인 의견이다. 위대함을 판정할 단 하나의 수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종목 특성상 테니스에선 로저 페더러나 노박 조코비치의 우승 독식이 더 심하긴 하다.어쨌거나 오른쪽 정강이와 종아리뼈가 산산조각 나는 자동차 사고에서 1년도 안 돼 돌아온 우즈가 47세인 올해 부활할 수 있을까. 1975년 12월 30일생이니 만 50세를 넘기는 2026년에 시니어투어를 뛴다면 제2의 타이거 독재시대는 올까. 우상인 잭 니컬러스와 계급장 떼고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이런 의문들이 줄을 잇는다.●2000년 언터처블 타이거 우즈의 최고 전성기는 20대 중반인 2000년 무렵이다. 풀타임 3년차인 1999년 8승으로 시동을 건 뒤 2000년(9승)에는 이듬해 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 4개 대회 연속 우승인 타이거 슬램 신화를 썼다. 물론 서른을 넘긴 2006년(8승)을 전후한 시기와 섹스 스캔들에 이은 이혼, 그리고 평생 야차처럼 따라다니는 허리와 무릎 부상을 딛고 복귀해 불혹을 앞둔 2013년(5승) 무렵도 그는 여전히 올해의 선수였다.사실 타이거의 업적만 나열해도 A4 용지 한 움큼이 모자랄 정도이니 그런 건 이쯤에서 접기로 하자. 대신 그의 위대함을 입증할 숫자를 찾아보자. 2000년 타이거는 티끌조차 찾기 힘든 무결점 선수였다. 장타자는 보통 쇼트게임이 약하다고 하지만 그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오죽했으면 외계인이란 별명이 붙었을까. 다른 선수들이 드라이버를 들 때 우드나 롱 아이언으로 낮게 깔아 치는 미사일(일명 스팅어) 티샷, 송곳 아이언, 찰떡 어프로치, 넣어야 할 때 넣는 퍼트까지 주요 4개 부문에서 3위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티샷 평균 비거리는 298야드로 2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71.2%로 54위(그때나 지금이나 오른쪽 트러블이 문제)이지만 이 2개의 순위를 합한 토털 드라이브 포인트는 56점(2위+54위)으로 오히려 1위였다. 헤드 스피드는 시속 124마일로 2위, 볼 스피드는 182.2마일로 3위(2007년 통계다. 스피드는 이때부터 측정했다). 스크린골프장 좀 다녀본 아저씨들 눈높이에 맞춰 초속으로 설명하면 헤드 스피드는 55.4m, 볼 스피드는 81.4m이니 감탄만 나온다(우드와 아이언 티샷이 섞인 수치다). 그린 적중률은 75.2%로 1위, 그린을 놓쳤을 때 파 세이브 이상을 하는 스크램블링 능력은 67.1%로 3위, 홀 당 퍼트는 1.72개로 2위다. 무엇보다 빨간 상의를 입는 4라운드 평균 타수는 68.4타(2위)로 숙명의 라이벌 필 미클슨(70.1타)을 압도한다.타이거는 블랙 파워를 앞세운 장타력에 태국 출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아시아적 섬세함, 그리고 오로지 이기기 위해 길러진 승부근성이 더해져 탄생한 몬스터라는 게 정확한 평가일 듯싶다. 결국 타이거는 2000년 20경기에만 나가 우승 9회(45%), 준우승 4회, 3위 1회, 톱10 17회를 했다. 메이저 대회는 4경기 3승이니 75% 확률이다.●20세기 전설과의 맞대결 타이거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뤘지만 풀지 못한 2개의 숙제가 있다. 니클러스의 메이저 18승(타이거는 15승), 샘 스니드와 타이인 통산 82승을 뛰어넘는 것이다. 다승 신기록은 언제인지 몰라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메이저 승수를 깨긴 이제 힘들어 보인다. 타이거가 그동안 잦은 부상과 스캔들만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대목이다.그렇다면 이들 전설과 타이거가 전성기 기량으로 맞붙는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안타깝게도 이를 판정할 만한 신뢰할 데이터는 없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가 제대로 데이터를 입력한 것은 1980년부터다. 오래된 기사를 찾아보면 스니드는 나무 드라이버를 치던 1930년대 다른 선수들이 200야드를 겨우 넘길 때 홀로 270야드의 괴력을 뽐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지난해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는 296.2야드이다. 1위인 브라이언 디셈보는 323.7야드로 27.5야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히 스니드의 장타력을 엿볼 수 있는 데이터는 있다. 그는 68세인 1980년에 235.2야드를 쳤다. 초청선수로 나간 3경기 기록이지만 고령을 감안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당시 1위인 댄 폴은 274.3야드, 평균은 256.5야드. 만약 실제로 스니드가 젊은 시절 동료 선수보다 70야드 가까이 더 쳤다면 그의 손을 들어주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외계인이 아닌 이상 이런 통계는 나올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니클러스는 타이거처럼 다방면에 능한 선수였다. 40세로 전성기는 지났지만 2승을 거둔 1980년에 비거리 10위(269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13위(71.6%), 그린 적중률 1위(72.1%)에 올랐다. 아쉬운 것은 스클램블링과 퍼팅 데이터는 이때 없었다. 그럼에도 타이거가 스니드와 니클러스에 비해 앞선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단순 명료하다. 타이거는 경기를 지배하는 부문별 순위 경쟁력에서 전 부문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골프 산업은 타이거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타이거는 자신이 만든 골프 붐 때문에 전설들보다 몇 배나 심한 경쟁을 뚫고 우승 행진을 이어왔다. ●올해 성적표 드라이버 비거리나 아이언 정확도는 기술 발달로 급속도로 향상돼왔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타이거는 2000년 기량을 갖고 와도 예전 같은 독재는 힘들어 보인다. 그때보다 더욱 경쟁이 치열해졌고, 무엇보다 올해 28세인 존 람이란 괴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타이거의 후계자로 세르히오 가르시아, 아담 스콧,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등이 거론됐지만 모두 탈락했다. 타이거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은 매킬로이는 히팅 능력에선 여전히 최고이지만 쇼트게임과 꾸준함, 우승 결정력에서 약점을 보였다. 이제 나이도 33세가 됐다. 반면 현 세계 랭킹 1위인 람은 멀티 플레이어다. 지난해 기록을 보면 드라이버 비거리는 19위지만 309야드로 손색이 없다. 정확도를 합한 토털 드라이브 능력에선 1위(80점)다. 2위인 스코티 셰플러(101점)와는 21포인트 차. 프린지를 포함한 그린 적중률 1위(79.1%)이고, 평균 스코어 역시 1위(69.3타)로 2위 존슨에 0.62타나 앞선다. 2016년 PGA 데뷔 후 꾸준히 성적을 내온 것도 강점이다. 스크램블링 능력은 19위(63%), 퍼팅은 25위(1.73개). 아직 걷는 게 불편해 카트를 타고 다니는 현재 타이거로선 1승을 추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2026년 시니어 무대 챔피언스투어도 결코 녹록치 않다. 베른하르트 랑거가 65세의 나이에도 예전 타이거를 방불케 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나이보다 적은 63타를 쳐 에이지 슈터에 올랐고,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즌 대상인 찰스슈왑컵 포인트에서도 1위에 올라 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유럽투어에서 42승(통산 2위)을 거둔 그는 시니어 데뷔 첫 해인 2007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승 행진을 해 지난해 2승까지 젊은 시절과 같은 42승을 올렸다. 7승을 거둔 2017년에 드라이버 비거리는 24위(280.4야드)였지만 퍼팅과 토털 드라이브 포인트 각 1위, 그린적중률 2위를 기록하는 기량을 뽐냈다. 타이거가 시니어 무대에 데뷔할 때엔 랑거가 69세로 은퇴할지도 모르지만 5살 연상인 미클슨과 다시 숙명의 라이벌전을 펼쳐야 한다. 미클슨은 지난해 불과 6경기에 나가 시즌 최종전을 포함해 4승을 거뒀다. 이는 니클러스와 타이기록. PGA투어에서도 메이저인 PAG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령(50세 11개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흑인과 백인, 오른손과 왼손, 어퍼컷 세리머니와 엄지를 슬쩍 추켜올리는 답례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타이거와 미클슨. 이들의 승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예전엔 미클슨이 세기의 라이벌인 스니드와 벤 호건, 니클러스와 아널드 파머처럼 타이거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젠 타이거가 도전장을 내밀 차례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어쩌다 보니 스포츠로 밥을 먹은 지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었다. 내세울 건 없지만 수포츠(스포츠 수학)란 고유 브랜드를 만든 게 그나마 자랑이다. 스포츠부장 시절에 쓴 칼럼이니 10년이 좀 더 됐다. 수학적으로 잘못된 용어인 투수 방어율이 평균자책으로 바뀐 건 기자가 주장한 덕분이다. 늦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숫자로 풀어보는 스포츠 이야기를 ‘수포츠 시즌2’ 삼아 써나가고자 한다.자기 표절이 되더라도 이 말을 안 하고 수포츠를 시작할 수는 없겠다. 신문을 펼쳐보면(역시 옛날 사람이다. 요즘은 휴대폰을 열어도 된다) 숫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지면이 어디인지 아는가. 거친 숨소리, 비 오듯 흐르는 땀, 날카로운 눈매, 울퉁불퉁 근육. 이런 게 먼저 떠오르는 스포츠는 알고 보면 숫자의 집합체다. 초보 기자들이 쉽게 보고 달려들었다가 난관에 부닥치는 게 바로 복잡한 숫자들과의 싸움에서다. 그렇다고 스포츠 뉴스가 숫자만 난무한다면 누가 읽겠는가. 스포츠 기자에겐 숫자의 홍수를 걸러내고 이를 정리해서 먹기 좋게 식탁에 올리는 이야기꾼의 능력이 요구된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손맛을 두루 갖춰야 한다. 기자이면서 작가이고, 프로듀서여야 하는 1인 3역이다. 디지털로 표현되는 숫자의 뒷면에 선수들의 드라마 같은 삶과 승부가 있기 때문이다.▶서론이 너무 길었다(요즘 확실히 말이 많아졌다). 선거철이기도 하니 스포츠에서 일등을 가리는 방법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심플 그 자체다. 만 18세 이상 국민이 한 표씩 행사해서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남녀노소, 피부색, 지역에 따른 가중치나 과반, 결선투표 따위는 없다. 미국처럼 주마다 승자를 가려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변형이 아닌 그야말로 100% 직접선거다. 선거뿐 아니라 입시, 복지, 입법, 사법 등에서도 단순함이 가장 공정하다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는 이를 잘 따르지 않는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 맞춤형 솔루션을 찾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승부란 골칫덩이 때문이다.▶프로리그에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예전 칼럼을 대놓고 표절하면 ①3승 2패 ②2승 2무 1패 ③1승 4무 중 1위 팀은 어디일까. 퍼뜩 답을 내면 오히려 하수다.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무승부를 제외한 승률로 순위를 가리는 야구에선 1승 4무(승률 1.000)가 2승 2무 1패(0.667)나 3승 2패(0.600)보다 순위가 높다. 반타작 승부인 1승 1패보다 2무가 낫다는 얘기다. 반대로 승률 5할 이하의 하위권 팀들에게 이를 적용해보면 거꾸로 승률이 나온다. 수학의 오묘함이다. 결벽증이 있는 수학자라면 찝찝해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프로야구는 그동안 변형 승률제와 다승제도 시행해봤다. 변형 승률제는 1무를 0.5승 0.5패로 계산한다. 이 경우 세 팀 모두 승률 0.600으로 동률이다. 승수만 따지는 다승제에선 승률제와 정반대 순위가 나온다.천차만별인 프로리그 순위산정 방식순위 승률제 다승제 변형승률제 승점제① 1승4무(1.000) 3승2패 3승2패(9점)② 2승2무1패(0.667) 2승2무1패 모두 동률 2승2무1패(8점)③ 3승2패(0.600) 1승4무 1승4무(7점)▶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도출될까. 진정한 스포츠 마니아라면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다. 수학에서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 모르는 0의 딜레마가 무승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해가 쉽다. 승률제에선 고작 1승(99무) 팀이 99승(1패) 팀을 이긴다. 다승제에선 99패(1승) 팀이 무패(100무) 팀을 이긴다. 변형 승률제에선 반타작을 겨우 넘긴 팀(51승 49패)이 한 번도 안 진 팀(1승 99무)을 이긴다. 이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밤을 새든지 다음날 다시 하든지 무조건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선수층이 엷은 KBO리그나 체력부담이 많은 축구가 토너먼트나 포스트시즌이 아닌데도 무작정 서든데스를 하는 것은 무리이다.▶이에 따라 축구는 승점제를 만들었다. 무승부를 줄이기 위해서다. 승점제는 이긴 팀에게 3점, 비긴 팀에게 1점을 준다. 1경기 승리가 무려 3경기 무승부와 같으니 굳이 수학자가 아니라도 이상해 보인다. 이대로면 3승 2패(승점 9점)가 2승 2무 1패(8점)나 1승 4무(7점)보다 앞선다. 넓혀 보면 한 번도 지지 않은 팀(100무)이 승률 0.340에 불과한 팀(34승 66패)에 뒤진다. 프로배구와 아이스하키는 무승부는 안 나오지만 박진감 있는 승부를 유도하기 위해 차등 승점제를 실시한다. 배구는 세트 득실률에 따라 패배한 팀도 승점을 가져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아이스하키는 정규 피어리드냐, 연장이냐, 승부샷이냐에 따라 승점이 달라진다. 역시 이대로면 승률이 낮은 팀이 높은 팀을 이기는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연장전을 치르는 농구 아이스하키 골프와 듀스 제도가 있는 배구 테니스 탁구, 그리고 바둑 e스포츠 등에선 무승부가 나오지 않는다. 덤이 6집 반인 바둑은 삼패(三覇)나 장생(長生)같은 이례적인 무승부가 몇 십 년에 한번 나올 뿐이다. 그렇지만 이 종목들조차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 프로종목은 대체로 정규리그를 치른 뒤 상위 몇 팀이 따로 챔피언 결정전을 갖는다. 한 해 잘하는 것보다 포스트시즌 승부가 더 중요하다. 10팀 중 무려 절반인 5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KBO리그의 독특한 방식은 훨씬 오랜 전통의 미국과 일본에서 거꾸로 배워가기도 했다. 개인 종목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회 우승자를 가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세계 랭킹제를 도입한다. 메이저 챔피언이 따로 있다. 미국프로골프는 페덱스컵 포인트에 따라 천문학적인 상금을 놓고 왕중왕을 가리는 가을 시즌을 치른다.▶엘리트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승패를 가려 순위를 정하는 게임이다. 이를 위해 과연 어떤 방식을 쓰는 게 정답일까. 쓸데없이 거창해지자면 스포츠에서 공정이란 무엇일까. 한 발 더 나아가 단 하나의 완벽한 수식을 원하는 이상주의자들을 절망시키지 않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경기 그 자체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스포츠를 아래위, 좌우로 쪼개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다. 앞으로 수포츠를 통해 함께 가보자. 대한민국에서 ‘수포자(수포츠를 포기한 자)’가 사라지는 그날까지.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삼성생명이 국내 최초로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개념을 도입해 문을 연 ‘삼성패밀리오피스’가 11일 개소 10주년을 맞았다. 삼성패밀리오피스는 총자산 200억 원 이상,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자산가와 연매출 300억 원 이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주요 고객이다. 2012년 한국형 가문 관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0년간 누적 상담만 2만3000건에 이를 만큼 최고 수준의 자산관리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부유층(VVIP)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30, 40대로 컨설팅 대상을 확대해 연령대에 맞는 자산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개소 10주년이 되는 올해를 패밀리오피스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정하고 초부유층 자산관리 컨설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온·오프라인 소비패턴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걸쳐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패밀리오피스는 올해 1분기부터 건강한 자산승계와 백년기업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건강하지 못한 승계는 △계획이 없는 승계 △뜻과 유언이 없는 승계 △가업의 가치에 대한 2·3세대 교육이 없는 승계 △상속세 납부 준비가 없는 승계로 규정된다. 건강한 증여와 상속을 위한 자산관리 솔루션과 가업 승계를 위한 2세 교육 등 장기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가문관리 서비스는 자산 증식과 보존, 이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은 올해 법인 컨설팅 시스템도 새롭게 선보인다. 법인 컨설팅 시스템은 자산관리에 필요한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미래 방향을 수립하고 리스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삼성생명 WM지원팀장인 진형남 상무는 “안전한 자산 관리와 승계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패밀리오피스는 재산의 효율적인 관리와 승계에 중점을 둔 프리미엄 컨설팅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3세대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예방적 자산관리에 초점을 둔 컨설팅을 진행한다. 고위험군 투자 방식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에게는 종신보험, 신탁상품 등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자산의 보존과 이전이 가능한 솔루션을 제안해 건강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의 제공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주요 도시에 위치한 8개 FP센터와 연계해 건강한 자산관리 노하우를 공유하는 세미나를 열고 2·3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세대 관리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상반기에 최근 아트테크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발맞춘 ‘예술자산클래스 ART 프로그램’과 자녀에 대한 가문관리 교육인 ‘글로벌 인사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온라인에서는 ‘2030 비즈니스 라이브 온’을 통해 자산가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다. 전국 각지와 해외에 거주하는 3000여 명의 고객이 시청하는 삼성패밀리오피스의 대표적인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삼성패밀리오피스 김승권 센터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강한 자산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삼성패밀리오피스는 건강한 자산 보존 및 안전한 자산 이전을 위해 자산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마라톤대회인 ‘2019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제90회 동아마라톤대회와 함께 열려 그 어느 해보다 뜻깊은 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국제마라톤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골드라벨 대회다. 2010년부터 10년 연속 골드라벨 자격을 유지하고 있고 참가 인원도 3만8000명에 달한다.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한국명 오주한)가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5분 13초는 국내 대회 최고기록으로 이번에도 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특히 세계 6대 마라톤으로 꼽히는 뉴욕, 런던 마라톤대회를 후원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뉴발란스가 동아마라톤의 새로운 용품 협찬사로 참여한다. ▽17일 오전 10시부터 참가 접수 서울국제마라톤 사무국은 17일 오전 10시부터 참가 신청을 받는다. 대회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통해 유·무선으로 신청할 수 있다. 빠르게 늘고 있는 외국인 참가자를 위해 접수 홈페이지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안내 서비스를 개편했다.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뉴발란스 러닝화 특별 할인 혜택을 곁들인 ‘스페셜 패키지’도 러너들의 관심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3000명을 모집하는 릴레이 부문의 인기가 높아 참가 희망자는 신청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기념품+완주티+짐백 푸짐한 선물 내년 서울국제마라톤에는 기본 기념품 외에 완주기념 티셔츠와 짐백(gym bag)도 제공할 예정이어서 참가자들의 기대가 크다. 풀코스 참가자에게는 첨단 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싱글렛을, 10km와 릴레이 참가자에게는 활동성 반팔 티셔츠를 지급한다. 쿨링 기능을 넣어 착용감이 편안하다. 셔츠 뒷면 상단에 이어폰 고리도 있어 음악을 들으며 달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풀코스와 릴레이를 5시간 이내에 완주한 참가자에게 완주자(FINISHER) 문구와 톡톡 튀는 디자인의 반팔 완주 티셔츠를 대회 이후 집으로 보내준다. 릴레이와 10km 부문 참가자 전원에게 짐백을 추가로 제공한다. ▽코스 랜드마크 표현한 디자인 기념 티의 앞면에는 대회 코스의 랜드마크인 광화문, 남산타워, 한강, 잠실대교, 잠실종합운동장을 직선과 곡선만으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뒷면은 서울 지도를 선으로 표현하고 마라톤 시즌 넘버 ‘01’을 매겼다. 뉴발란스는 공주백제마라톤은 ‘02’, 경주국제마라톤은 ‘03’으로 매겨 올해 달리기의 여정(Run Journey)을 콘셉트로 잡았다. 완주 티셔츠는 뒷면에 서울국제마라톤 로고인 월계관 심벌과 피니셔 문구를 크게 새기는 빅 로고 전략으로 완주자의 자신감을 표현했다. ○ 신청: 대회 홈페이지 ○ 문의: 전화, e메일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 “꿈의 뉴욕-런던마라톤 보내드립니다” ▼서울국제-경주국제 우수 마스터스 1명씩 뽑아 세계적 대회 출전 지원 “우수 마스터스 뉴욕, 런던 마라톤 보내드립니다.” 서울국제마라톤 등 동아마라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마스터스는 해외 명문 마라톤대회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뉴욕, 런던 마라톤 후원사인 뉴발란스는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참가자 중 1명을 뽑아 11월 뉴욕 마라톤에 보내준다. 또 내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 참가자 중 1명을 2020년 4월 런던 마라톤에 파견한다. 대회 성적이 좋거나 감동 스토리를 가진 참가자 중에서 뽑을 예정이다. 선발 방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며 일체의 비용을 뉴발란스가 부담한다. 뉴욕과 런던 마라톤은 세계 6대 명문 대회 중 하나. 참가 희망자가 전 세계에서 몰려 경쟁률이 높다. ▼ 참가비 5만원+‘뉴발’ 러닝화=12만원 ▼4000명 한정 신제품 패키지 혜택 ‘마라톤 참가하고 러닝화 할인 혜택 누리세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참가비와 뉴발란스의 고급 러닝화를 묶은 스페셜 패키지를 판매한다.신상품 러닝화(소비자가격 14만9000원)를 53% 할인한 7만 원에 참가비 5만 원을 합쳐 12만 원 패키지를 4000명에게 선착순 제공한다. 대회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내년 2월 말 집으로 보내준다. 1월 중순까지 뉴발란스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신어볼 수 있다. 러닝화는 프레시폼 1080, 프레시폼 봉고, 소닉v2의 3종류(사진 위부터). 프레시폼 1080은 최상의 쿠셔닝화로 체격이 큰 러너나 아치가 높은 러너, 편안한 착용감을 원하는 러너를 위한 모델이다. 프레시폼 봉고는 안정 쿠셔닝화로, 안정화는 무겁고 느리다는 편견을 깨고 스피드와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소닉 v2는 스피드 경량화로서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경량 미드솔이 가볍고 빠른 러닝을 구현하게끔 제작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마라톤대회인 ‘2019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제90회 동아마라톤대회와 함께 열려 그 어느 해보다 뜻 깊은 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 6대 마라톤으로 꼽히는 뉴욕·런던마라톤대회를 후원하는 글로벌 스포츠브랜드인 뉴발란스가 동아마라톤의 새로운 용품 협찬사로 참여한다. 서울국제마라톤은 국제육상연맹(IAAF)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골드라벨 대회다. 2010년부터 10년 연속 골드라벨 자격을 유지하고 있고 참가 인원도 3만8000명에 달한다. 윌슨 로야나예 에루페(한국명 오주한)가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5분 13초는 국내 대회 최고기록으로 이번에도 신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17일 10시부터 참가 접수 서울국제마라톤 사무국은 17일 오전 10시부터 참가 신청을 받는다. 대회 홈메이지(www.seoul-marathon.com)와 모바일을 통해 유무선으로 접수가 가능하다. 빠르게 늘고 있는 외국인 참가자를 위해 접수 홈페이지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 안내 서비스를 개편했다.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뉴발란스 러닝화 특별 할인 혜택을 곁들인 ‘스페셜 패키지’도 러너들의 관심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3000명을 모집하는 릴레이 부문의 인기가 높아 참가 희망자는 신청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기념품+완주티+짐백 푸짐한 선물 내년 서울국제마라톤에는 기본 기념품 외에 완주기념 티셔츠와 짐백(gym bag)도 제공할 예정이서 참가자들의 기대가 크다. 풀코스 참가자에게는 첨단 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싱글렛을, 10km와 릴레이 참가자에게는 활동성 반팔 티셔츠를 지급한다. 쿨링 기능을 넣어 착용감이 편안하다. 셔츠 뒷면 상단에 이어폰 고리도 있어 음악을 들으며 달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풀코스와 릴레이를 5시간 이내에 완주한 참가자에게 완주자(FINISHER) 문구와 톡톡 튀는 디자인의 반팔 완주 티셔츠를 대회 이후 집으로 보내준다. 릴레이와 10km 부문 참가자 전원에게 짐백을 추가로 제공한다. 짐백은 운동을 하러 갈 때 소지품을 넣어 어깨에 걸치거나 멜 수 있도록 가벼운 소재로 만들었다. 대회 당일 소지품을 넣어 메고 뛰어도 좋다. ▽코스 랜드마크 표현한 디자인 기념티의 앞면에는 대회 코스의 랜드마크인 광화문, 남산타워, 한강, 잠실대교, 잠실종합운동장을 직선과 곡선만으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뒷면은 서울 지도를 선으로 표현하고 마라톤 시즌 넘버 ‘01’을 매겼다. 뉴발란스는 공주백제마라톤은 ‘02’, 경주국제마라톤은 ‘03’으로 매겨 올해 달리기의 여정(Run Journey)을 콘셉트로 잡았다. 완주 티셔츠는 뒷면에 서울국제마라톤 로고인 월계관 심벌과 피니셔 문구를 크게 새기는 빅 로고 전략으로 완주자의 자신감을 표현했다. ▽“코스 쾌적” 만족도 높아져 올해 대회부터 풀코스와 10km 코스에 대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잠실역사거리 왕복 8차선 도로를 중앙분리대를 중심으로 각각 4차선을 풀코스와 10km 코스로 분리해 운영하면서 쾌적한 레이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0km 골인지를 잠실종합운동장 남문 도로 앞에 별도 설치하면서 골인 후 혼잡 없이 물품보관소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신청: 대회 홈페이지(www.seoul-marathon.com)● 문의: 전화 02-361-1425~7, 팩스 02-361-1361, e메일 marathon@donga.com 장환수 zangpabo@donga.com ▼ ‘마라톤 참가하고 러닝화 할인 혜택 누리세요’ ▼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참가비와 뉴발란스의 고급 러닝화를 묶은 스페셜 패키지를 판매한다. 내년 봄 출시 예정인 신상품 러닝화(소비자 14만9000원)를 53% 할인한 7만 원에 참가비 5만 원을 합쳐 12만 원 패키지를 4000명에게 선착순 제공한다. 대회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내년 2월 말 집으로 보내준다. 1월 중순까지 뉴발란스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신어볼 수 있다. 러닝화는 프레쉬폼 1080, 프레쉬폼 봉고, 소닉v2의 3종류. 프레시폼 1080은 최상의 쿠셔닝화로 체격이 큰 러너나, 아치가 높은 러너, 편안한 착용감을 원하는 러너를 위한 모델이다. 프레시폼 봉고는 안정 쿠셔닝화로서 안정화는 무겁고 느리다는 편견을 깨고 스피드와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소닉 v2는 스피드 경량화로서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경량 미드솔이 가볍고 빠른 러닝을 구현하게끔 제작됐다. ▼ “우수 마스터스 뉴욕·런던마라톤 보내드립니다” ▼ 서울국제마라톤 등 동아마라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마스터스는 해외 명문 마라톤대회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뉴욕·런던마라톤 후원사인 뉴발란스는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참가자 중 1명을 뽑아 11월 뉴욕마라톤에 보내준다. 또 내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 참가자 중 1명을 2020년 4월 런던마라톤에 파견한다. 대회 성적이 좋거나 감동 스토리를 가진 참가자 중에서 뽑을 예정이다. 선발 방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며 일체의 비용을 뉴발란스가 부담한다. 뉴욕과 런던마라톤은 세계 6대 명문 대회 중 하나. 참가 희망자가 전 세계에서 몰려 경쟁률이 높다. 뉴욕마라톤은 358달러, 런던마라톤은 한국인 쿼터가 30명이라 참가가 어렵다. ‘일생에 한번’ 참가하고 싶은 꿈의 대회인 이유다. 한편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협찬사인 동아오츠카도 연말에 ‘포카리스웨트 영러너상’부문 남녀 수상자 각 1명에게 다음해 2월 도쿄마라톤 무료 출전권을 제공한다. 또 서울국제마라톤은 더위에 도전하는 역발상의 홋카이도마라톤(8월)에 동아마라톤 우수 참가자 1명을 뽑아 파견하고 있다.}
햇병아리 기자 시절인 1990년대 초 일이다. 프로야구단에 매니저란 직책이 있었다. 프런트와 그라운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직원. 일본에서 잘못 건너온 영어 표현이었다. 감독은 이 매니저를 주전자 당번쯤으로 여겨 온갖 심부름을 시켰다. 감독은 자신보다 젊은 단장이라면 부하 직원 다루듯이 하기도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감독이 바로 매니저이고, 단장은 그 위인 제너럴 매니저인데 말이다. 프런트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래도 당시 스포츠 기자들은 꿈이 있었다. 스포츠 시장이 지금은 미약하지만 20년쯤 지나면 창대해져 있으리란 희망. 덩달아 스포츠 전문기자의 위상도 올라갈 것이란 기대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스포츠 시장이 양적으로 급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정상급 선수는 자유계약선수 자격만 얻으면 100억 원에 육박하는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제리 맥과이어’ 같은 에이전트가 탄생했다. 하지만 구단의 적자폭은 갈수록 커졌다.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야구단은 한 해에 많게는 200억 원에서 적게는 5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이 실험적인 혁신안을 내놓았다. 독립법인인 야구단과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스포츠 팀을 제일기획에 한데 모았다. 승패만 쫓기보다는 수익 창출에 힘을 모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경영 논리로 시너지 효과는 긍정적이다. 당장 매출이 증가되는 제일기획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도 좋았다. 하지만 아직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스포츠 시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흑자 구단 탄생을 기대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수익 창출 부담이 시장 개척보다는 자칫 긴축 재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장부상으로 흑자를 내는 것은 크게 어렵진 않아 보인다. 넥센 히어로즈가 이미 그 모델을 보여줬다. 넥센은 구단 이름을 파는 네이밍 마케팅과 100개를 훌쩍 넘긴 억척스러운 브랜드 마케팅, 선수 보유권 이전을 통한 수입, 가장 높은 티켓 단가 등으로 독립 경영의 기반을 닦았다. 이미 흑자가 됐는데 쉬쉬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있다. 삼성은 그동안 쌓아온 명문 이미지와 팬 충성도, 내년부터 사용하게 될 2만5000석 규모의 라이온즈파크 구장 파워면 흑자 전환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문제는 삼성이 넥센은 아니라는 데 있다. 삼성은 한국 스포츠를 맨 앞에서 이끌어온 ‘빅 마켓’이다. 삼성의 실험은 한국 스포츠 전체의 명운이 걸린 일일 수 있다. 삼성이 ‘스몰 마켓’ 넥센을 따라잡으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삼성의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우승이고, 감동이고, 스토리다. 팬이 있어야 구단이 있다. 경영 전문가도 중요하지만 넥센 이장석 대표처럼 프런트와 그라운드를 아우를 수 있는 국가대표급 ‘매니저’를 삼성이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을 때가 온 것 같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년 전 프로야구 정규 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낙관하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눈여겨본 언론은 전무했다. 8개 구단이 팀당 133경기씩 총 532경기를 치르는 체제에선 전 경기가 매진되는 기적이 일어나야 1050만6100명의 관중 동원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는 휴지통으로 들어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반대다. 변화를 읽는 데 둔감했던 야구 기자들이 낯부끄럽게 된 것은 물론이고 이 보고서조차 너무 보수적으로 쓰인 것으로 판명됐다. 프로야구 관중은 보고서가 발표되고 첫 시즌인 2011년 681만 명으로 급증한 뒤 2012년 715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보고서의 예상 관중 달성 연도를 단숨에 10년가량 앞당긴 것이었다. ▷8개 구단 체제는 그대로이고, 규모가 큰 구장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입장 관중을 구장 수용인원으로 나눈 좌석점유율이었다. 2004년 22.1%로 2000년대 들어 최저였던 좌석점유율이 2011년 64.8%, 2012년 68.0%로 치솟았다. 이는 미국의 69.0%, 일본의 69.8%와 맞먹는 수치.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달리 홈팀이 방문팀과 입장 수입을 나누기 때문에 관중을 부풀려 발표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좌석점유율은 한국이 이미 세계 톱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았다. ▷프로야구 관중은 NC가 합류한 9구단 체제에선 2년 연속 650만 명 수준으로 답보 상태를 보였다. 팀당 128경기씩 총 576경기가 치러져 경기 수는 44경기가 늘어났지만 홀수 팀끼리 벌이는 리그에선 한 팀이 경기를 치르지 못해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경제 위기와 세월호 사태 등 외부 요인도 관중 감소의 원인이었다. ▷드디어 올해 KT의 1군 리그 합류로 프로야구는 10구단 체제의 퍼즐을 모두 맞췄다. 경기 수는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로 늘어났다. 당연히 관중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정규 시즌 736만 명의 관중은 KBO 보고서의 2026년 시계와 일치했다. 그러나 늘어난 경기 수만큼 관중이 증가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평균 관중은 1만222명으로 최근 5년 중 꼴찌였다. 2012년 평균 관중은 1만3451명이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신생팀이 합류한 시즌은 관중이 줄어드는 게 관례다. 올해는 궂은 날씨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향도 컸다. 희망적인 것은 상위권 전력 평준화와 KT의 막내 돌풍으로 6, 7월보다 8, 9월에 관중이 더 오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 내년엔 넥센이 고척스카이돔으로, 삼성이 라이온즈파크로 이사를 간다. 720경기를 기준으로 평균 관중이 1만3889명만 되면 1000만 관중이 달성된다. 전국 평균 2만5000석 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좌석 점유율이 55.5%만 되면 된다. 1000만 관중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제갈공명은 야사(野史)인 삼국지연의가 탄생시킨 최고의 영웅이다. 교과서 논쟁이 한창인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나관중이 조작한 대표적인 역사 왜곡 사례다. 공명은 비와 바람을 뜻대로 움직였다. 적벽에선 조조의 백만 대군을 수장시켰다. 죽어선 산 사마중달을 쫓아냈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덕만 앞세워 공명이 내놓은 실용을 번번이 물리치는 유비를 최악의 주군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정사(正史)인 진수의 삼국지를 보면 적벽대전 때 공명의 활약상은 찾을 수 없다. 노회한 중달은 스스로 군사를 물렸다. 승부의 관점에서 공명은 2인자일 뿐이다. 삼분지계로 촉한(蜀漢)을 세우는 데는 기여했지만 천하통일의 위업은 위(魏)가 달성했다. 그럼에도 공명이 중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유는 그가 한실의 부흥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아름다운 패장이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촉이 위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2인자나 아름다운 패자가 각광을 받기도 한다. 필 미컬슨은 타이거 우즈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지만 우즈 못지않은 명성과 부를 누렸다. 미컬슨은 1위는 고사하고 연말 기준으로 세계 랭킹 2위를 유지한 것조차 2007년과 2009년뿐이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LG 시절인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2승 4패로 물러났지만 당시 삼성 김응용 감독으로부터 ‘야신(野神)’이란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 주말 끝난 한국시리즈에선 삼성 류중일 감독이 큰 박수를 받았다. 삼성은 사상 최초의 통합 5연패 꿈이 좌절됐다. 도박 파문을 일으킨 핵심 투수 삼인방을 자체 출전 정지시킨 게 전력에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패배가 확정된 뒤에도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두산과 김태형 감독의 우승 축하 무대를 끝까지 지켰다. 사령탑에 처음 오른 2011년부터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그가 첫 패배의 아픔을 예쁘게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패배가 늘 아름답거나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승자를 기록한다. 스포츠에선 더 냉혹하다. 벌써부터 대구에선 안 좋은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도박 파문을 예방하지 못한 형님 리더십에 균열이 생겼다든가, 아무리 투수 3명이 빠졌어도 1차전의 기적 같은 역전승을 포함하면 사실상 5패로 물러난 것은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뒷말이다. 그러고 보면 여태 2위에 머문 사령탑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2002년 김성근 감독은 ‘야신’의 칭호는 얻었지만 LG와의 재계약엔 실패했다. 2013년 두산 김진욱 감독은 삼성에 3승 1패로 앞서다가 3연패한 뒤 경질됐다. 만년 2위 빙그레 김영덕 감독은 ‘새가슴’이란 오명을 안고 살았다. 삼성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2년 이전엔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21세기 최강팀 삼성이 안팎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까. 올겨울 스토브리그의 관전 포인트다.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김성근(74·프로야구 한화 감독)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이도 드물다. 4년 만에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올해엔 찬사와 비난이 더욱 엇갈렸다. 야신과 마리한화가 앞면이라면 한화고와 북한화는 뒷면이다. ▷초기 김성근 신화의 탄생은 필자를 비롯한 언론이 주도했다. 재일교포 2세, 히라가나, 조기 은퇴, 투수 조련사, 꼴찌 반란, 구단과 불화, 중도 사퇴, 그리고 마침내 품에 안은 우승컵까지…. 사회적 약자인 그가 시련을 딛고 야구의 신이 된 뒤 일기당천의 자세로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듯한 모습은 실로 매력적이었다. 가장 진보적인 집단임을 자처하는 젊은 체육기자들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보수의 시각에서도 지옥훈련, 외인구단, 인생역전의 키워드를 장착한 그는 영웅이었다. ▷세월은 흘러 김성근은 스포츠계를 넘어 대한민국의 아이콘이 됐다. 누군가는 타협 없는 그의 삶에서 새로운 경영 기법을 배운다고 했다. 반면 당시 젊은 체육기자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과연 노동자인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때쯤 중년을 맞이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구단의 어려운 형편도 알게 됐다. 피아의 구분이 불분명해지자 김성근에 대해서도 재검증을 시작했다. 그가 또 다른 의미의 기득권 세력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었다. ▷김성근에 대한 비판은 대체로 승리 지상주의, 선수 혹사, 독선적 팀 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태평양과 쌍방울에선 꼴찌 돌풍을, LG에선 신바람을 일으켰지만 우승 반지는 없었던 그가 2000년대 후반 신생팀 SK에서 4년간 3번이나 우승하자 하위 팀 맞춤 사령탑이란 비판은 사라졌다. 반면 앞의 세 단어는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다. 팬들을 무시한 공급자 위주의 재미없는 야구, 선수의 부상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냉정함, 김성근 사단으로 대표되는 폐쇄적인 지도 스타일이 한화의 하반기 급격한 추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김성근 신화의 초기 집필자 중 한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변명을 할 필요를 느낀다. 반대편에서 뭐라 하건 한화는 올해 10개 구단 중 가장 인기 있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권혁 박정진은 혹사를 당했지만 당사자가 불만을 토로한 것을 들은 적은 없다. 김성근의 독선은 구태이긴 하지만 일구이무(一球二無)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2010년대 들어 만년 꼴찌 팀 한화가 6위에 오른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김성근은 인간이다. 신이 아니다. 그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 정작 김성근 자신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선수를 대한다고 믿고 있다. 야구밖에 모르는 외골수다. 세상 다 끌어안는 인자함과는 거리가 멀다. 친아버지는 바꿀 수 없지만 감독은 바꿀 수 있다. 그건 시장논리에 따르면 된다. 필자가 구단주라면 웬만해선 그를 안 부를 것이다. 그러나 진짜 급하면 그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강정호(피츠버그)를 시즌 아웃시킨 크리스 코글린(시카고 컵스)은 사과를 했지만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코글린은 “강정호가 다친 건 나도 싫다. 누구도 사람을 일부러 다치게 하지 않는다. 나는 룰 안에서 열심히 했을 뿐이다”라고 강변했다. 강정호도 “코글린은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가 날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글린은 18일 오른발을 높이 든 채 2루 슬라이딩을 해 강정호의 왼 무릎과 정강이를 망가뜨렸다. 강정호는 남은 경기는 물론 내년 시즌 출장마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코글린은 신인왕을 차지한 6년 전에도 일본의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다치게 한 전과가 있다. 한일 양국의 야구팬들은 모처럼 합심해서 코글린을 공격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은 비난과 욕설로 도배됐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인 차별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현지 분위기는 강정호가 불운 내지는 부주의했고, 코글린은 정당했다는 반응이 주류다. 강정호가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발을 치켜들고 2루에 들어가는 동영상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문득 그 유명한 박찬호의 이단옆차기가 생각난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시절인 1999년 희생번트를 댄 뒤 애너하임 투수 팀 벨처가 가슴을 강하게 태그하며 터치아웃을 시도하자 11년 연상인 상대의 목 부위를 밀친 뒤 돌려차기를 작렬시켰다. 터놓고 말해 한국 팬의 입장에선 속 시원한 장면이었다. 경기 초반 빈볼 시비가 있는 등 이미 험악한 상황이었기에 박찬호는 최소한 팀 내에선 두둔을 받았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박찬호가 2013년 국내 한 방송에 나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당시 동료들에게서도 싸늘한 시선을 느꼈고, 밖에선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코글린과 박찬호는 같은 가해자이면서 서로 다르다. 코글린은 경기 중 행위였다. 컵스의 조 매든 감독 말처럼 “야구에서 100년간 해 오던 관례”인 것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볼 데드 상황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승부와 상관없이 상대를 다치게 한 점이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했다. 야구는 배구, 테니스처럼 코트를 나눠 쓰지 않지만 아이스하키, 축구와는 달리 몸싸움이 없는 경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베이스 주위, 특히 홈 플레이트와 2루에선 신체 접촉이 빈번하다. 투수가 위협구를 던지는 일도 종종 있다. 선수가 직접 상대에게 야유하는 게 허용되는 유일한 경기이기도 하다. 팀의 단합을 위해 일부러 벤치 클리어링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중성이 있는 게 야구다. 코글린, 이와무라, 박찬호는 이런 일을 겪은 뒤 한동안 부진에 빠졌다. 벨처는 곧 은퇴했다. 내셔널리그 유력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강정호는 큰 손실을 입었지만 어른스러운 대응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번 일을 롱런을 위한 전화위복으로 만들길 기대해 본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스포츠에도 이데올로기가 있다. 골프는 시장경제를 신봉한다. 인기가 곧 돈이다. 남자와 여자는 상금이 다르다. 미국은 남자가 약 3배(총상금)에서 5배(우승상금) 많다. 남자 상금은 상위권 편차가 심하다. 1타 차이로 타이거 우즈와 보통 선수가 구별된다. 우즈는 전성기에 상금 1000만 달러 안팎과 스폰서 수입을 보태 매년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벌었다. 요즘도 5000만 달러는 거뜬하다. 우리나라는 반대다. 여자 대회 수가 2배 이상 많다. 상금 규모도 약간 크다. 그렇다면 만 50세 이상의 남자 시니어와 박인비가 뛰는 여자 투어의 상금은 어느 쪽이 많을까. 뜻밖에도 미국은 거의 비슷하다. 여전히 300야드를 쳐내는 노장들의 인기가 만만찮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여자 상금이 남자 시니어보다 5배 이상 많다. 그런데 시니어와 2부 투어의 남녀 상금을 비교하면 사정이 다르다. 우리도 미국처럼 남자가 상금이 많다. 골프의 반대편에 테니스가 있다. 테니스는 남녀 상금이 같다. 남녀평등이란 이념적 가치가 시장경제를 물리친 경우다. 메이저 대회에서 여자는 3세트 경기를 하는 반면 남자는 5세트로 승부를 가린다. 체력 소모가 훨씬 심하다. 노동생산성으로 보면 남자가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 톱 랭커 저격수로 이름 꽤나 날린 프랑스의 질 시몽은 2년 전 프랑스오픈에서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다. 골프와 테니스가 서로 다른 길을 걸은 것은 미국과 유럽 스포츠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있다. 골프는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민간 주도로 스포츠가 성장한 미국은 생존 전략으로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를 따랐다. 반면 클럽이나 지역사회가 기반이거나 국가 주도로 스포츠가 발전한 유럽은 가치를 지킬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 스포츠가 양적인 성장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20세기 중반에 흑인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는 미국이 앞장섰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흑인에게 문호 개방을 한 결과 미국의 스포츠 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흑인들이 맹활약하는 야구 농구 미식축구가 골프나 아이스하키보다 인기가 높다. 미국 스포츠에는 자본주의 속의 사회주의가 눈에 띄기도 한다. 미국프로미식축구(NFL)는 각종 마케팅을 리그 사무국에서 하고 수익을 공평하게 분배한다. 입장수입은 홈과 방문팀이 나눠 갖는다. 구단의 연봉 총액도 별 차이가 안 난다. 전력 평준화가 되니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 이와 함께 미국은 주요 리그가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과 사치세(연봉 총액이 기준을 넘어가면 내는 벌금) 등의 규제로 시장을 통제한다. 우리나라도 농구와 배구에 샐러리캡이 있다. 한때 야구는 세계에 유례가 드문 연봉인상 상한제와 종신고용제가 있었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스포츠. 요모조모 뒤집어보면 세상이 보이기도 한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지난 주말 밤을 꼬박 새웠다. 타이거 우즈 때문이었다. 국내 언론은 주목하지 않은 대회. 우즈는 윈덤챔피언십에 난생 처음 출전했다. 이 대회는 상위 랭커들은 불참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다음 주부터 4주간 열리기 때문이다. 상금을 제외하고 우승 보너스만 1000만 달러에 이르는 돈 잔치. 그래서 페덱스컵 순위 125위 밑의 선수들은 역전 출전권의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마지막 경합을 펼친다. 코스가 비교적 쉽긴 했지만 우즈는 최근 2년간 실망스러웠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오른쪽으로 자주 밀렸던 티샷은 페어웨이를 시원하게 갈랐다. 드라이브는 350야드까지 나왔다. 아이언은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곧장 핀을 향해 쏘아 올렸다. 입스로까지 의심받던 어프로치는 나쁘지 않았다. 전성기의 날카로움은 사라졌지만 퍼팅도 괜찮은 편이었다. 한마디로 우즈의 기량과 체력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타이거의 시대는 끝났다”는 일부 전문가의 혹평은 틀려 보였다. 그는 대회 내내 선두권을 달렸다. 타이거 효과는 대단했다. 2라운드가 끝난 뒤 4만5000장의 표가 더 팔렸다. 그들만의 리그가 초특급 대회로 탈바꿈했다. 많은 팬들은 우즈가 이 대회에서 우승해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획득한 뒤 페덱스컵까지 안는 시나리오를 기대했을 것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확률이지만 우즈이기에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황제의 귀환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우즈는 4라운드 11번홀에서 온탕 냉탕을 오가며 트리플 보기를 한 끝에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오로지 우승을 해야만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었던 그는 187위이던 순위가 178위로 오르는 데 만족하며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우즈는 불륜과 이혼, 부상과 슬럼프의 잇단 악재를 맞이하며 황제의 위용을 잃은 지 제법 됐다. 하지만 올해 40세인 그가 여기서 멈춘다면 골프계는 물론이고 세계 스포츠계의 큰 손실이다. 골프는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운동이다. 비제이 싱은 41세에 29세의 우즈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는 38승 중 18승을 40대에 거뒀다. 톰 왓슨은 60세에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을 거머쥘 뻔했다.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즈를 따돌리고 우승한 선수는 51세의 데이비스 러브 3세였다. 우즈가 다시 기량을 회복해 내년엔 ‘타이거 키즈’로 불리는 세계 1위 조던 스피스, 2위 로리 매킬로이, 3위 제이슨 데이와 자웅을 겨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매킬로이는 최고의 스윙을 자랑하지만 성적에 관한 한 우즈만큼 압도적이진 못했다. 체력 관리에 실패한 사생활도 황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만스러운 샷이 나왔을 때 스피스가 내뱉는 거친 언행은 우즈의 그것에 비하면 카리스마가 떨어져 보인다. 이런 걸 보면 필자는 참 보수적인 사람인 모양이다. 젊은 피로의 세대교체보다는 타이거의 독재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중도 사퇴했다. 논란의 쟁점은 삼권분립이다. 국회는 법이 행정부의 시행령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청와대는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포츠계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일을 겪어왔다.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프로농구 전창진 KGC 감독. 사회부 기자들의 인터뷰 공세에 조곤조곤 말했지만 “경기 후반에 왜 2진급 선수를 투입했느냐”는 질문엔 정색을 했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입니다.” 김영기 프로농구연맹(KBL) 총재는 전 감독의 사법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자격심의를 하겠다고 했다. 최강의 선수를 기용(17조)하고, 최대의 능력을 발휘(70조)해야 하는 규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김응용 감독은 우승을 밥 먹듯이 한 해태에서 18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선수 선발과 트레이드는 물론이고 구단 운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면 프로 초창기 다른 팀에선 프런트가 출전 선수를 제안하고, 더그아웃에 작전 사인을 보내는 일까지 있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런 문제로 참 많이 싸웠다. 이게 그가 한 팀에 오래 있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다. 스포츠단은 경기를 책임지는 선수단과 살림살이를 하는 프런트로 나뉜다. 서로 분야가 다르기에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게 관례다. 사장과 단장은 직급에선 감독보다 위이지만 선수단 운영은 옆에서 지켜볼 뿐이다. 국가로 치면 입법부와 행정부 같은 관계다. KBL은 굳이 갖다 붙이면 사법부로 볼 수도 있다. 전창진 감독은 괘씸죄에 걸린 경우다. 선수단은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점수 차가 벌어지면 유망주들을 내보내 경험을 쌓게 하는 게 선수단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영기 총재가 오로지 규약만을 앞세워 자격심의를 한다면 그 결정은 잘못됐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김성근 감독은 프런트의 간섭엔 손사래를 친다. 만기친람을 하며 선수단의 능력을 극한까지 쥐어짜내는 만큼 업적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자신이 맡은 팀 내에선 집토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는 정반대다. 말이 나온 김에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자. 영화 ‘머니볼’(2011년)로 잘 알려진 미국프로야구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과 김응용 김성근 같은 감독이 한솥밥을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저비용 고효율을 주창한 빈 단장은 홈런이나 타율 같은 지명도보다는 무명이라도 출루율이 높은 선수로 팀을 바꿔놓는다. 이 과정에서 한 해 100승 이상을 거둔 아트 하우 감독의 의견은 무시된다. 제왕적 단장과 감독이 만나면 쪽박이 깨질지, 시너지 효과가 폭발할지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무난한 단장과 평범한 감독보다는 이런 이들을 붙여놓고 싶다.장환수 zangpabo@donga.com}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이 대회가 단일 언론사 주최로 가장 오랜 69회를 맞았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프로야구 스타를 배출했고, 올해 유일한 주말리그 왕중왕전으로서 지금 한창 경기가 열리는 중이란 사실을 아는 팬은 또 얼마나 될까. 지난 일요일 서울 신월야구공원 내 야구장. 8년째 전용구장이 없는 아마야구는 프로야구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그나마 대회 일정의 앞부분인 1, 2회전은 무료 입장 공원인 신월에서 치러진다. 야구관계자 수와 엇비슷한 관중을 바라보던 주성로 전 인하대 감독(넥센 스카우트 팀장)은 “고교야구가 되살아나려면 한 번 죽었다가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말인즉슨 죽었다가 깨어나도 안 된다는 한탄이다. 황동훈 전 동국대 감독은 격분했다. “프로야구에 밀려 방송 중계도 예전처럼 하지 않고, 야구장은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니 팬들이 언제, 어디서 경기가 열리는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몇 달 뒤면 프로에 갈 아이들에게 공부하면서 야구 하라고 하는 것도 우습고요.” 고교야구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됐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군산상고의 기적 같은 9회말 역전 우승, 선동열과 박노준의 세기의 맞대결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다. 1982년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2007년 ‘아마야구의 요람’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되면서 확실하게 사망진단서를 받았다. 그렇다면 고교야구를 부활시킬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2009년 작고한 박용오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과외만 없어지면 된다”고 설파했다. 아주 명료하면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백년대계인 교육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당장에 실현 불가능한 얘기란 게 슬프다. 신월에 모인 야구인들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데로 흘러갔다. 전용구장 문제는 내년에 고척 돔구장이 개장하니 목동을 쓰든, 고척을 쓰든 풀린다. 무엇보다 중계가 시급한데 방송사들이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는 고교야구를 선뜻 중계할 리가 만무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스포츠 전문채널인 SPOTV가 10년간 고교대회의 주요 경기를 중계하기로 대한야구협회와 합의했다.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부터 적용되는데 총 4경기를 중계한다. 결승전은 채널A도 함께 중계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턱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 관련 일자리가 터져야 한다. 프로에 진출하는 인원은 극히 제한돼 있으니 실업과 직장, 그리고 대학리그가 활성화돼야 한다. 병역 특례를 확대하고, 선수 출신이 입사 지원을 할 때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등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얘기도 나왔다. 체육인들이 똘똘 뭉쳐 선거 때 체육 관련 공약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체육인들은 그동안 거수기 역할만 했지 압력 단체로서의 기능은 못했다는 후회였다. 푹푹 찌는 날씨만큼이나 답답한 하루였다.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