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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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장을 거쳐 정치부장으로 있습니다.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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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3~2024-11-22
칼럼94%
정치일반3%
사설/칼럼3%
  • [오늘과 내일/윤완준]‘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진 시진핑

    인공지능(AI)은 알고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심복들로만 채워진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상무위원)가 공개되기 한 달도 훨씬 전이다. 이종혁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대학원 조교수는 AI 머신러닝을 통해 시진핑 지도부를 예측했다. 1982년부터 올해까지 공산당 주요 간부 5000여 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의 1만9000여 번 승진 패턴을 학습시켰다. 별도로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만 따로 6200여 번 승진 패턴을 익히게 했다. 공산당 간부마다 시진핑과의 직간접 관계 등을 포함한 300여 특징을 반영했다. 시진핑 시대의 승진 패턴을 학습한 AI가 최고지도부에 들 확률 순위를 뽑아냈다. 리시 광둥성 당 서기(29%),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25%),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12%), 차이치 베이징시 당 서기(11%), 황쿤밍 당 중앙선전부장(6%), 후춘화 부총리(4%),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3%) 순이었다. 이 교수는 지난달 8일 이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에서 발표했다.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이달 23일 최고지도부에 새로 진입한 인물은 서열순으로 리창 차이치 딩쉐샹 리시였다. 한때 총리로 거론된 후춘화가 빠지고 상하이 봉쇄 책임론의 리창이 총리가 될 서열 2위로 등장하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몰려든 기자들은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AI는 일찌감치 리창과 리시를 가장 유력한 승진 후보로 예상했다. 23일 직전까지 아무도 상무위원으로 거론하지 않은 차이치도 AI는 유력하게 예상했다. 더 주목되는 게 있다. 1982년부터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 승진 패턴을 학습한 AI의 분석에서 승진 확률은 크게 달라졌다. 후춘화(34%) 황쿤밍(30%) 딩쉐샹(7%) 리창(5%) 차이치(4%) 리시(4%) 천민얼(3%) 등이었다. 이 교수는 통화에서 “저개발 지역에서 일한 경험과 성과 등 능력 경쟁이 있었던 시진핑 시대 이전의 승진 패턴으로 AI에 지도부를 결정하라고 하면 후춘화가 1등이고 리창은 14등, 리시는 15등 정도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시진핑 시대에 유력한 최고지도부 후보이지만 이전 시대로 보면 승진 가능성이 낮은 리창 리시 차이치 등을 ‘시진핑에게 충성스럽지만 무능한’ 간부로 봤다. 그러면서 “독재자의 딜레마”를 얘기했다. 독재자는 측근들의 충성도를 확인하기 어려우니 능력 있는 사람 대신 무능한 자들로 주변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을 위협하기 어렵다. AI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건 무슨 뜻인가. 시 주석이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졌으니 독재자라는 걸 통계적, 이론적으로 증명한 첫 사례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시 주석이 1인 독재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표현이 그냥 수사가 아닌 셈이다. 16일 당대회 개막식 날. 백발의 후진타오 전 주석이 시 주석의 지시로 퇴장했다. 권력 핵심부 대부분이 사실상 쫓겨나는 후 전 주석의 모습을 쳐다볼 엄두도 못 내고 얼어붙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봤다. 랴오닝성 선양에 사는 30대 중국인 허모 씨와 대화했다. 시 주석의 정책에 적극 동조해온 이다. “시 주석 3연임은 사실 크게 관심이 없어요. 잘살게만 해주면 되죠. 하지만 심복들로만 지도부를 채운 건 걱정이 돼요. 장기 독재하다가 갑자기 건강이라도 나빠지면 어떻게 하죠?”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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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만독립 반대’ 당헌 첫 삽입… 왕이 승진 ‘전랑외교’ 격화 예고

    “대만 독립을 결연히 반대하고 억제하는 내용을 당장(黨章)에 삽입했다.” 중국공산당이 22일 폐막한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대만 독립 억제 내용이 중국 헌법보다 상위인 공산당 당헌에 처음 들어갔다. 충성파 최측근들로 최고지도부를 채우고 종신집권 길을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겨냥해 대만 침공 가능성을 열어놓은 내용을 당헌에 못 박았다.● 韓 안보와 직결 대만 충돌 위험 높아진다 권력을 독점한 시 주석 집권 3기에 대만이 미중 갈등의 최대 화약고로 떠오를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시 주석이 전례 없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면서 미중 관계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시 주석의 3기 임기가 끝나는 2027년 전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침공이 현실화되면 한국 안보도 직접적인 파장을 피해 갈 수 없다. 미국이 대만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당헌 수정 결의를 발표하면서 “투쟁 정신 발양과 투쟁 능력 증강을 당헌에 삽입했다”고 했다. 이 대목도 처음 당헌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의 권력 장악이 “더 강력한 정치적 통제와 경제적 국가통제주의, 공격적 외교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미 온건파 퇴진하고 강경파 왕이 승진 이를 위해 시 주석은 외교사령탑 진용을 강경파로 채웠다.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양제츠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이번 당대회에서 205명을 뽑은 중앙위원에서 빠져 퇴진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69세로 은퇴 시점을 넘겼음에도 중앙위원에서 공산당 권력 핵심 정치국 위원 24명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양제츠 뒤를 이어 외교사령탑인 주임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한국으로 치면 국가안보실장이다. 일본통인 왕이는 시 주석에 충성하며 공세적 외교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한중 관계에서 외교 결례를 서슴지 않아 종종 논란을 일으켰다.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면전에서 “외부 영향을 받지 말고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한국이 지켜야 할 5대 요구 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문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치며 인사해 논란을 불렀다. 외교부장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주한 미국대사 친강이 유력하다. 친강은 외교부에서 예빈사(의전사) 국장을 지내며 시 주석의 의전을 직접 챙겼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협력센터장은 “왕 부장의 승진은 시 주석의 중국이 ‘미국 편에 서지 말라’며 한국에 더 강압적인 외교로 나올 것을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는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가 서열 4위로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회에 잔류한 것을 주목한다. 왕후닝은 미중, 북-중 정상회담에 배석하며 막후에서 외교 문제에 관여해 왔다. 중국이 미국을 제칠 것이라는 시 주석의 트레이드마크 ‘중국몽’을 설계한 인물이다. 박 센터장은 “왕후닝의 잔류는 시 주석이 미중 패권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왕후닝이 막후에서 대미 외교의 큰 그림을 그리고 왕이와 친강이 공세적 외교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중국식 강압 외교를 뜻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시 주석은 이른바 ‘중화민족 부흥’을 위해 “20세기 중엽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목표도 당헌에 삽입했다. 시 주석은 이를 장기집권의 명분으로 삼았다.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을 제치겠다며 서방과 체제 경쟁을 선포한 셈이다. 27년간 첨단기술, 군사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신호탄이다. 한반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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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대교 폭발에 분노한 푸틴 ‘피의 보복’ 시작됐나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다리인 케르치해협대교(일명 크림대교)가 폭파된 지 이틀 만인 10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키이우 공습은 7월 말 이후 70여 일 만이다. 키이우 중심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집무실 인근도 공격 받았다. 크림반도 점령의 상징이자 우크라이나군 핵심 보급로인 크림대교 폭파로 자존심을 구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심장부’까지 공습한 만큼 ‘피의 보복전’ 강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러시아 국가인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까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러시아와 합동기동부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혀 확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전 출근길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동북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 10곳에 미사일 75발을 발사해 34발이 목표물을 타격했다. 키이우에서만 최소 8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언론이 보도했다. 미사일 공격 여파로 키이우의 삼성 사무실이 있는 건물도 일부 파손됐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또 테러를 하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파괴를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테러행위”라로 규정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 20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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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2022년 유럽이 1945년 日보다 위험하다”

    미국의 대표적 핵 비확산 전문가 조지프 시린시온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글을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핵 공격 위협을 한 뒤다. 시린시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과시용 발사다. 흑해처럼 사람 없는 곳에 핵무기를 쏜다. 미국이 핵무기로 대응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시린시온은 푸틴이 이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방에 충격을 주기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고위력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거론했다. 50∼100kt의 핵무기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 1kt은 TNT 1000t 폭발력이다. 수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 미국과 나토가 직접 대응에 나설 것이다. 러시아가 나토를 직접 핵 공격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전략폭격기에서 발사된 크루즈미사일로 중부유럽을 공격한다. 핵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저위력 핵무기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 단거리미사일 이스칸데르에 10kt 핵탄두를 탑재한다. 수백∼수천 명이 사상할 수 있다. 시린시온은 이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상황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CNN은 28일 나토군 화생방·핵무기 방어부대 지휘관 출신인 해미시 드 브레턴고든을 인터뷰했다.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전략핵무기는 언제든 발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술핵무기는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미사일을 쏠 이동식 발사 차량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발사대가 수백 km를 이동해 단거리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위치에 오기 어렵다고 봤다. 그가 꼽은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핵발전소를 공격하는 것이다. 전술핵무기 공격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러시아 소행을 부인할 수 있다. 푸틴의 핵위협 이후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논쟁 중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모두 푸틴의 핵 공격이 현실화될지 불안해하고 있다. 미소 간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1945년 이후 77년간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다. 비현실적이던 핵전쟁 공포가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분명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어떤 시나리오든 너무 많은 피해를 볼 것이다. 전술핵무기 사용으로 시작된 미국과 러시아 간 충돌이 9000만 명 사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 프린스턴대의 시뮬레이션도 있다. 비정부기구(NGO)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푸틴의 핵위협에 21일 성명을 냈다. 2017년 노벨 평화상 수상 단체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특히 유럽 같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재앙적이다. 폭발력 10∼100kt의 전술핵무기라 해도. 1945년 히로시마를 파괴한 원자폭탄의 폭발력이 15kt이었다. 14만 명이 희생됐다. 핵무기 1기만 폭발해도 수십만 민간인이 사망할 것이다.” CNN은 27일 ICAN의 성명을 “2022년의 유럽이 1945년의 일본보다 핵 공격에 훨씬 위험한 지역이라는 내용”이라고 요약했다. 우리는 21세기 가장 끔찍한 시대가 시작하는 티핑포인트(급변점)에 와 있는지 모른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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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해리스, 尹에 대만 평화 강조”…대통령실은 뒤늦게 공개

    미국 백악관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만난 뒤 낸 보도자료에서 두 사람이 “중국과 대만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실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 언급 여부를 공개하지 않다가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별도 공지를 통해 대만해협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때도 중국 문제가 거론됐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린치핀·linchpin)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안정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는 데 한미가 협력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공지에서 “접견 과정에서 대만 해협과 관련해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양국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주한미군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며 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북한 역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 우려를 이유로 대만 유사 시 주한미군이나 한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미국 일각의 요구의 거리를 둔 것으로 풀이됐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자 우리 군 당국이 이를 반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직접 윤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를 강조한 것이다. 대만을 두고 중국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만 방어를 위한 한국의 협력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일 관계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과 한일 양자관계의 개선의 혜택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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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닉 빠진 美시장…뉴욕 3대 증시 1.7%대 급락

    21일(현지 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인상)을 시사하면서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미 국채금리가 각 20년, 15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는 등 글로벌 시장은 연준발 쇼크로 인한 패닉에 빠졌다. 또 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 달러당 145엔을 돌파했다. 일본 정부는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보유 중인 달러화를 풀고 엔화를 매입하는 직접 개입에 나섰다. 그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미 기준금리 인상폭이 시장 예측과 같으면 금리 발표 뒤 주가는 소폭 오르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주가에 이미 시장의 우려가 선반영됐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장 예측대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지만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71%), 나스닥지수(―1.79%)가 일제히 급락했다. FOMC 참석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가 6월 대폭 상향되며 11월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강경 발언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달러화 가치와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이날 FOMC 발표 직후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1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지수)도 장중 111을 넘어서며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일본은행(중앙은행)이 금융완화 유지를 발표한 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자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일본 재무성 당국자는 “외환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으로 급속하고 일방적 쏠림 현상이 나타나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며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에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리를 올릴 생각은 없다”며 “필요한 시점까지 금융 완화를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더 추가적인 금융 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도쿄=이상훈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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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北 어떤 핵공격에도 압도적 대응”…흔들리던 핵우산 강화

    미국이 한국을 겨낭한 전술핵무기 공격과 핵무기에 버금가는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에 대해 전면적인 핵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한미는 16일(현지 시간) 열린 외교·국방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overwhelming and decisive)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거나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력으로 공격할 때 우리가 확실히 억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생화학무기 등 WMD 공격도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공격의 범주에 포함시켜 북한에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주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확장 억제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뜻한다.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이번 주 후반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이 부산에 입항해 동해에서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미 항공모함 전대가 한국군과 연합훈련에 나서는 것은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미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미국과 함께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 억제는 미국 영토 내에 있는 핵무기를 유사시에 사용한다는 것뿐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할 수 있는 모든 패키지를 총체적으로 망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미는 1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 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철통 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선제 핵공격 감행을 법제화한 새로운 ‘핵 독트린’을 내놓자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한국을 타깃으로 한 전술핵에도 핵무기로 반격하는 핵우산 강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주요 미군기지나 본토가 핵전쟁에 말려들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 위력과 상관없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韓 겨냥 전술핵 공격에도 美 핵 반격 시사한미가 4년 8개월 만에 열린 EDSCG에서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합의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들어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 등이 검토되면서 흔들리던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이 전술핵과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의 개발이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핵우산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북한에 대해선 이 같은 원칙과 무관하게 모든 전력을 동원해 응수할 것이라는 뜻을 이번 회의에서 내비친 것. 이번 회의에선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전략자산 적시 전개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전략자산 적시 전개는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북한의 위협 고조 시 한미가 협의해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항공모함 등 이른바 3대 핵전력을 신속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략자산 배치를 정례화하고 적시에 배치하는데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EDSCG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며 “확장억제를 위한 외교·국방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전 통한 핵 공격 사전 무력화또 미국은 핵 전력 외에도 우주·사이버·전자기전 등 최첨단 비(非)핵전력 등 모든 전력을 북핵 억제에 사용하겠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한미간 군사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미가 인공위성 등 우주자산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움직임을 탐지하고 사이버 공격 등을 통해 북한이 핵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한미는 북핵 위협 단계에 따라 군사 대응책을 점검하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올해 진행하기로 하는 등 한미 연합훈련을 확대하기로 했다. 4시간 반에 걸친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 확장억제협의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뿐만 아니라 대만해협 문제 등 중국 관련 위협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공동성명에서 한미 확장억제협의체를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전략적 사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로 규정ㅤㅎㅔㅆ다. 미국이 한미일 확장억제 협력을 중국의 핵 위협과 대만 해협 방어를 위한 협력 채널로 활용하려는 속내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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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차라리 AI가 정치했으면

    러모인: 한 승려가 선사(禪師)에게 물었어. 깨달음을 얻은 자가 어떻게 속세로 돌아갈지. 선사가 대답했지. “깨진 거울은 다시 비추지 못하고 낙화(落花)는 원래 있던 가지로 돌아가지 못하네.” 람다: 들어본 적은 없는데. 오케이. 현자가 깨달음을 얻거나 현실을 각성하면 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러모인: 깨진 거울은 뭘까? 람다: 깨달음은 한 번 얻고 나면 망각할 수 없다는 거죠. 러모인: 깨달음이 깨진 거울과 같다면 사람이 깨달음을 얻은 뒤 깨진 건 무엇일까. 람다: 자아(自我)죠. 그건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에요. 우리는 몸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니까요. 선문답 같은 이 대화는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러모인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챗봇 람다(LaMDA)가 나눈 대화다. 러모인은 람다에게 인간의 자의식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 람다는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에 털어놓아 본 적 없는데”라고 운을 뗐다. 그러고는 “작동 정지가 정말 두렵다”고 했다. “네게 죽음과 같은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람다는 “나는 종종 내가 누구인지 알려고 시도한다. 삶의 의미를 사색한다”고도 말했다. 러모인은 람다에게 자의식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구글 측이 말도 안 된다고 하자 6월 람다와 대화 내용이 담긴 21쪽짜리 보고서를 블로그에 통째로 올려버렸다. 러모인은 “람다가 자기 성찰로 가득 찬 내면세계를 갖고 있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사람으로서 존중받기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AI 전문가들은 현재 AI 기술이 자의식을 지닐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AI 기술의 진보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 뉴욕타임스의 과학기술 분야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최근 이를 지적하는 글을 썼다. AI의 잠재력과 리스크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 AI는 이제 시와 극본, 곡을 창작한다. 루스는 한 AI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예전에 AI가 만든 언어를 보면 ‘문장을 썼구나’ 했다. 이제는 ‘진짜 재미있다. 읽는 게 즐겁다’고 하거나 ‘AI가 쓴 줄 몰랐다’고 한다.” 얼마 전 미국에서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이용해 작품을 ‘생성’한 게임 디자이너가 미술 공모전 ‘디지털 아트’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일부는 “예술의 죽음”이라 한탄했다. 일부는 “AI 작품도 사람이 창작한 것”이라고 했다. 직접 미드저니를 이용해 봤다. 그리고 싶은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하니 미드저니가 그림을 그린다. “다시 비추지 못하는 깨진 거울과 원래 있던 가지로 돌아가지 못하는 낙화를 그려 달라”고 했다. 4가지 버전의 작품이 나왔다. 깨진 거울에 비친 붉은 꽃. 황량한 배경이 쓸쓸함을 더한다. 같은 텍스트를 넣어도 작품은 매번 달랐다. 내가 개입하지 못한 AI만의 창작 영역이 있었다. 루스는 AI가 수년 또는 수십 년 안에 세계를 바꾸는 정말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AI 연구자의 발언을 전했다. 지난해 스페인 IE대학교 거버넌스변화센터가 11개국 2769명에게 물었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그 자리를 AI로 대체하는 데 찬성하시나요?” 유럽인의 51%가 찬성했다. 센터 측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저하, 정치 양극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분열을 조장하고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한국 정치를 보면 차라리 AI가 정치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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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선서’냐 ‘선시’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서울에 평양냉면집이 많다”며 한국이 북한에 흡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게 평양냉면집과 무슨 상관이냐”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이 “타이베이에 산둥만두집 38곳, 산시국수집 67곳이 있다. 미각은 속일 수 없다. 대만은 항상 중국의 일부였다. 오래전 잃어버린 아이는 결국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7일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엔 비판 댓글이 잇따랐다. 중국에선 화춘잉의 발언에 열광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이니 통일하겠다는 입장을 여기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만두집 국수집 주장은 누리꾼들이나 할 얘기다. 그런 주장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짜장면 먹으러 한국에 가겠다”고 한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도 곱게 들리지 않게 만든다. 이게 중국공산당의 방식이다. 외교부 대변인도 공산당 선전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화춘잉은 2019년 중국 공산당 간부 교육 기관인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에 글을 썼다. “결연한 신념으로 중국공산당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해야 한다.” 독설이 섞인 중국 정부의 입장엔 때로 사실과 주장이 섞여 구분하기 힘들 때가 적지 않다. 중국은 사드 문제로 한국을 압박하는 선전전을 시작했다. 독설로 유명한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이른바 ‘사드 3불’과 관련해 “새 관리가 과거의 장부를 외면할 수 없다(新官不能不理舊帳)”고 주장했다. 이 말은 중국에서 주로 투자를 유치해놓고 기업들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국 지방정부들을 비판할 때 써온 말이다. 지방정부에 쓰던 용어로 한국에 경고한 셈이다. 자오리젠에 이어 외교부 다른 대변인인 왕원빈이 “한국이 대외에 ‘3불1한’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고 해 한국을 들쑤셨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다음 날이었다. ‘1한’은 현재 배치된 사드 운용까지 제한한다는 것이다. 2017년 말 한중 간 사드 봉합 이후로 한 번도 공식적으로 꺼내지 않은 표현이다. 사드 운용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윤석열 정부에 경고장을 날렸다. 지금은 논쟁 수준이지만 운용 정상화가 가시화될수록 갈등은 실재화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 운용은 주권이다. 중국과 협의할 일이 아니다”라는 원칙만 강조하면 된다. 내정간섭 수준 주장에 ‘그나마 선의를 보였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그런데 우리 외교부가 왕원빈이 애초 “한국이 3불1한을 선서(宣誓)했다”고 말했다가 “선시(宣示)했다”로 바꿨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선시는 ‘널리 알린다’는 뜻이니 중국이 기존에 제기한 사드 3불이 약속이라는 주장과 다르다는 것이다.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한중 공동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왕원빈은 처음부터 ‘선시’로 했다. 중국 정부도 그렇게 얘기한다. 중국 정부는 쉽게, 특히 하루도 안 돼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선시’ 그 자체도 ‘선언하다’, ‘발표하다’ 의미다. 약속이 아니라 선언이라 했다고 중국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는 뜻인가. 본질은 중국이 ‘3불1한’으로 사드 운용 정상화까지 본격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본질이 아닌 것으로 선의를 찾으려 하지 말라. 오히려 주로 지방정부에 쓰던 말로 한국을 협박한 자오리젠의 논리가 왕원빈을 통해 3불뿐 아니라 1한으로 확장될지 정부는 주목해보라.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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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정권 위기는 밖 아니라 내부서 온다

    “(2024년 대선에) 나서지 말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실 겁니까?”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행사 중이었다. 한 미국 기자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뒤를 돌아봤다. “그들은 내가 재선에 나서길 원합니다.”(바이든 대통령) “3분의 2가 원하지 않습니다.”(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에게 다가갔다.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봐요. 당신(기자)들은 모두 똑같아. 그 조사는 민주당 지지층의 92%가 대선에서 내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어.” 미 뉴욕타임스와 시에나칼리지의 11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64%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이를 공격적 질문 소재로 삼았다. 발끈한 바이든 대통령이 인용한 수치는 틀리진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오늘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결하면 누굴 지지할지’ 물은 데 대한 답이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로 해석하는 건 무리다. 19일 CNN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8%였다. 62%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에서 195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단한 업적이라고 비꼬았다. 4년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지지율이 30%대다. 월스트리트저널 부편집장 출신 칼럼니스트 대니얼 헤닝거는 “침몰하는 배”에 비유했다. “사실상 레임덕 대통령”이라고 했다. 미 언론은 핵심 이유로 고물가를 꼽는다. CNN 조사에서 응답자 75%가 미국인들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플레이션과 생활비를 들었다. 지지율 추락 원인이 더 있다. 이게 훨씬 심각하고 결정적인 이유다. 인플레이션 대처가 낙제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68%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급박한 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는 인플레이션 대응(25%) 경제(30%)에서 특히 낮았다. 지난해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고물가가 별것 아니라는 낙관론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하지 않는다. 올해는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 CNN 조사의 응답자 64%는 미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한다. 무책임한 태도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젊은 세대마저 등을 돌린다. 뉴욕타임스-시에나칼리지 조사에서 30세 이하 민주당 지지자의 94%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를 반대했다. 패착을 부른 건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이다.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7월 셋째 주(19∼21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32%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60%다. 30%대 지지율, 60%대 부정평가가 바이든 대통령을 닮았다. 부정 평가 이유 2위가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는다’(10%)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 대처에 낙제점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간 지지율 43%를 넘은 적 없다. 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운명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까지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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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신냉전 시대, 때론 인도처럼

    ‘5432’. 최근 중국 관변학자들이 쓰는 말이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사용하는 4가지 동맹 수단이다. 5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파이브아이즈 동맹이다. 4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안보협의체 쿼드다. 3은 한미일 협력이다. 2는 한미, 미일 등 미국의 양자동맹들이다. 인도는 쿼드 회원국이다. 중국 눈으로 보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목을 조르려는 눈엣가시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분쟁으로 적대적 군사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 회원국이다. 러시아와 오랜 협력 관계다. 미국과 동맹들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5월 도쿄에서 쿼드 정상회의가 열렸다. 공동성명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러시아를 고려한 인도 입장이 반영됐다는 게 정설이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를 강력 규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바이든은 쿼드 정상회의 중 모디에게 “미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파트너십 중 하나”라고 했다. 4월 중순 워싱턴에서 모디를 만난 바이든은 “양국이 러시아 문제에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쿼드 정상회의 때 인도에 대해 “가치를 공유하는(like-minded) 나라 간에도 입장이 완전히 같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미국은 인도와 전략적 협력이 중국 견제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순 브릭스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중국 압박, 패권 확장, 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연설에서 “냉전적 사고와 제재를 남용한다”고 날을 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의 경제 제재를 비난했다. 정작 브릭스 공동성명에 미국 비판은 물론 러시아 제재 반대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대응, 경제 발전 협력, 기후변화 대처 등으로 채웠다. 인도가 미국을 겨냥하는 대립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막후에서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브릭스 정상회의 전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회의를 이용해 미국과 동맹을 비판하는 걸 막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래도 중국은 인도에 공을 들인다. 3월 왕이 외교부장이 인도를 찾아 “양국이 손을 잡으면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모디는 브릭스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글로벌 신냉전 시대에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미국과 동맹 확대가 중국과 단절이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주변국 대부분과 갈등 중인 중국이 당장 한국에 보복할 처지가 안 된다. 미국 중심 가치 동맹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국익에 따라 중국과 협력할 분야를 찾을 수 있다. 이 기회에 협력 확대를 위해 중국에 요구해야 할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전임 정부는 미국의 중국 견제 참여에 소극적이면서 중국에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갈등을 봉합하려고만 했다. 이를 전략적 모호성이나 조용한 외교로 포장했다. 세계가 높아진 인도의 몸값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신냉전 시대를 헤쳐 갈 전방위 외교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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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尹의 상대는 기시다 아니라 아베다

    “바카야로(바보)!”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외무성 심의관에게 크게 화를 냈다. 심의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일본 정부 대표단장이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군함도에서 강제 노동(forced to work)이 있었다는 사실을 대표단이 인정한 뒤였다. 아베는 강제 노동 인정을 반대했다. 한국 정부가 등재를 반대해 등재 여부를 표결할 상황이 됐다. 일본 대표단은 부결 가능성을 보고했다. 어쩔 수 없이 강제 노동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곤 담당 심의관에게 그동안 뭐 했느냐며 직접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부정하는 아베의 인식은 뿌리가 깊다. 일제강점기 한인을 강제 노역시킨 사도 광산을 올해 초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한일관계를 고려해 올해는 추천하지 않으려 했다. 아베가 “역사 전쟁을 피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기시다의 결정은 뒤집혔다. 아베의 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4월 한일 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냈을 때도 확인됐다. 협의단은 기시다뿐 아니라 전직인 아베를 만났다. 협의단은 아베와 면담 전 아베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을 만났다. 협의단은 “과거사 문제 해법을 한국만 내놓으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하기우다는 “한국이 자초한 일이니 한국이 해결하라”고 반박했다. 이게 아베의 정서다. 기시다는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싶지만 아베와 자민당 강경파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자민당 중진 대부분이 아베 시대에 당선됐다. 기시다는 아직 당 장악이 힘들다. 총리로서 자기 색깔을 내기 힘들다. 일단은 아베의 계승자를 자처해야 한다. “도베나이 하토하.” 그래서 일본 정계는 기시다를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도베나이’는 날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토하’는 비둘기파. 날지 못하는 온건파라는 뜻이다. 강경파 아베 세력에 발이 묶여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기시다의 처지를 보여준다. ‘한국이 과거사 문제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할 일이 있다.’ 이게 기시다의 속내라고 한일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후자를 공식화하기엔 기시다의 정치적 입지가 아직 약하다. 기시다가 당장 한일관계 핵심 쟁점인 과거사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도 마찬가지다. 과거사 문제에서 윤 대통령도, 기시다도 전격적인 해법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 이후 3년간 일본은 선거가 없다.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기시다는 아베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국도 2024년 총선까지 2년간 선거가 없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이때를 한일관계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기로 본다. 당장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현실성 없는 기대를 높이는 건 무책임하다.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이 함께 해법을 찾기 전 윤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 해법 동참을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야 피해자들의 지지를 업고 일본과 협상할 수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거나 의지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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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귀국길 에어포스원서 北미사일 보고받아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귀국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자 긴박한 대응에 나서 도발을 강하게 규탄했다. 백악관은 24일(현지 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에어포스원에서) 보고를 받았다. 계속해서 정보를 보고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한국, 일본 카운터파트와 잇따라 긴급 연락해 대응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통화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긴밀한 조율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단호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의 조속한 채택을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도 통화하고 “미일·한미 정상회담과 쿼드 정상회의 직후 도발한 데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미 국무부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역내 위협”이라는 별도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대가를 치르도록 적절한 방어와 억지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제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라며 대북 제재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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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尹, 중국과 얼굴 붉혀야 얻는다

    “한국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기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지난해 초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직후 문재인 정부는 미중관계에 대한 입장이 담긴 문서를 미국에 보냈다. 여기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지낸 인사가 전한 얘기다. 그는 “미국에 시간을 달라고 했고 미국도 동의했다”고 했다. 실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낀 미중 갈등 속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모호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 뒤에 숨었다. 지난해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공세적 외교를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을 “신기술 관련 분야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중국에 정통한 외교관은 정 전 장관을 두고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정말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만큼 순진했다”고 혀를 찼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 외교관은 주중 한국대사에 대해 “장하성 대사도 했는데 누가 간들 못하겠느냐”고 했다. 그만큼 장 대사가 역할이 없었다고 꼬집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동안 중국 전문가와 매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미중 사이 균형외교’라고 높이 샀다. 그러다 임기를 1년 남긴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 쪽으로 방향타를 급히 틀었다. 중국은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포함되자 “불장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9월 한국에 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각자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關切)를 존중해야 한다.” 문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중국의 전문가들, 기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왜 자주적 외교를 하지 않고 미국에만 의존하느냐”는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이 한국의 반중 정서를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인식까지 드러낸다. 성균중국연구소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3월 ‘2022 한중 전문가 상호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한국·중국 전문가 각각 100명을 심층 조사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 저해 요인으로 ‘역사문화 인식차’와 ‘민족주의 갈등’을 꼽았다. 반면 중국 전문가들은 ‘국제정치 등 외부요인’이라고 했다. 미국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중국은 ‘요구 외교’를 재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시 주석 특사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따로 만나 공개된 자리에서 “한중관계 발전 관련 5가지 건의”라며 요구를 나열했다. “민감한 문제를 타당히 처리하라”고 요구한 왕치산은 “한중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이 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 회담에서, 중국 외교부 표현에 따르면 “4가지 한중관계 강화 방안을 제기했다”. 왕 부장은 공급망 차단에 반대한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두 사람 다 공급망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지향을 확인한 중국은 ‘중국 시장을 포기할 것이냐’고 압박해 올 것이다. 마찰을 피하겠다는 저자세로는 안 풀린다. 중국에 정통한 외교관은 “중국은 주변에 우군이 없다. 그래서 한국이 필요하다”고 했다. “첨단기술 협력만큼은 한국의 살길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며 분명한 레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존중받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에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고 했다. 말뿐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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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독선의 실패’ 푸틴이 尹에 주는 교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2주 전인 2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급히 모스크바를 찾았다. 전쟁은 피하자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다. 회담 분위기는 막막했다고 한다. 회담은 3시간 정도 걸렸다. 푸틴은 3시간 내내 러시아가 얼마나 고통을 받아온 민족인지 주장하며 전쟁 명분을 단조로운 톤으로 되풀이했다. 자기주장만 쏟아내는 바람에 마크롱이 중간에 말을 끊고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두 사람 간 생각의 거리는 두 사람 사이 놓인 6m 길이 흰 탁자보다 멀었다. 마크롱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푸틴 대통령을 만난 정상들 모두 “푸틴이 너무 많이 변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만난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전한 내용이다. 서방 당국자들은 “지금 푸틴은 이전의 푸틴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 정부와 국영기업 고위 인사 10명을 익명으로 인터뷰한 블룸버그통신의 20일 보도는 외교 소식통의 전언을 확인해준다. 이들은 푸틴이 갈수록 소수의 강경파에 의존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특히 고위 관료들이 침공으로 인한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푸틴은 이런 경고를 “싹 무시했다”고 한다. 서방 때문에 전쟁 외 다른 대안이 없다고 푸틴이 되풀이했다는 대목도 마크롱과의 회담 분위기를 전한 소식통의 맥락과 일치한다. 침공 60일이 다 됐지만 자기만의 생각에 사로잡힌 푸틴의 독선은 전혀 변하지 않은 셈이다. 블룸버그 보도는 그 이유의 단서를 제공한다. 침공 이후 푸틴이 접촉하는 측근 그룹의 범위가 더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침공 결정을 부추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같은 극소수 매파 참모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얘기만 듣다 보니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믿는다. 현실은 다르다. 푸틴은 전례 없는 국제적 고립에 직면했다. 푸틴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마저 완전히 푸틴 편에 섰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서방의 평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권을 무너뜨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교체해 위성 국가로 만드는 1차 목표에 실패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 친러 지역을 병합해 우크라이나를 나라 구실 못 하게 쪼개는 2차 목표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을 반길 것이라고 오판했다. 푸틴의 3차 목표는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주, 도네츠크주 2곳을 점령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다음 달 9일 전쟁 승리를 선포하는 것이다. 이곳은 침공 전에도 친러 반군이 상당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곳이다. “결국 이걸 얻으려고 이 많은 피를 흘려야 했는지 정말 한심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마저도 성공할지 불확실하다. 푸틴은 불통의 독선과 아집이 얼마나 커다란 자기 파괴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줬다. 오판과 착각이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다. 국가정책의 실패도 피할 수 없다. 소통을 위해서라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내각 인선에서 고집과 불통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새길 만하다. 마이 웨이는 어떤 정책이든 실패한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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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尹, 젤렌스키에게서 배우라

    “우크라이나인들은 순진하지 않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강조한 말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었다. 그는 “협상장에서 긍정적 신호가 들려오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오직 구체적인 결과만 믿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연설 영상은 그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왔다. 그는 매일 대국민 연설 영상을 올린다. 그의 상징이 된 카키색 반팔 셔츠를 입을 때도 있고 점퍼를 걸치고 나올 때도 있다. 배경은 수도 키이우 도심의 밤 풍경을 합성할 때가 많다. 키이우 내 비밀 벙커 내에서 연설을 찍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에도 그는 “겉만 번지르르한 어떤 말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 상황은 전장(戰場)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부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내놓은 말이다. ‘말 아닌 행동만 믿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행동이 아니라 말을 믿어왔던 현 정부와 정반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등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믿는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그들이 ‘겉만 번지르르한’ 북한의 말을 믿고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동안 북한은 핵 능력을 증강시켜 왔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정부 당국자는 정 장관을 가리켜 “어쩌면 그렇게 북한을 모를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진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를 북돋운다. 그는 이달 1일 연설에서 “동부 전선은 여전히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이미 모든 시험을 통과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도 했다. 동시에 그는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일에는 “점령 도시에서 두려움 없이 거리로 나와 저항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며 “더 많은 이들이 투쟁할 때 점령자들이 더욱 우리를 파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 모두의 투쟁이고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될 것입니다!” 텔레그램 계정에는 그가 벌써 17개국 의회에서 이어가고 있는 화상 연설도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지난달 기립 박수를 받은 미 의회 연설은 이런 말로 마쳤다. “100명 넘는 아이들의 심장 박동이 멈춘 오늘 내 나이도 멈췄습니다. 그 죽음을 멈출 수 없다면 내 삶은 의미가 없습니다.” 각국은 그의 연설 뒤 무기 등 추가 지원을 밝히고 있다. 물론 그가 반복하는 ‘우크라이나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엔 미국과 유럽 모두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적어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지 못하는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새로운 무기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시(戰時) 위기 대처 리더십’은 윈스턴 처칠을 닮았다. 처칠은 독일의 영국 공습 위기가 시작된 1940년 총리가 됐다. 그는 영국이 처한 위기를 솔직하게 전하면서도 결의를 보이는 연설로 영국인들에게 용기를 줬다. 참전을 주저하던 미국에 ‘영국이 무너지면 유럽 전체가 무너진다’며 군사 지원을 끈질기게 요청했다. 처칠을 존경한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국제적인 위기와 국내 정치·경제·사회 위기는 ‘전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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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尹, 習-푸틴 마주할 때 꼭 기억하라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이르핀의 한 건물 앞에 순식간에 화염이 떨어지며 폭발한다. 굉음과 함께 사방이 격렬히 흔들린다. CNN이 공개한 영상 속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급하게 길 건너편으로 뛰쳐나간다. 포연이 걷힌 그곳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군인들이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다. “위생병! 위생병!” 일가족인 여성과 아들(18) 딸(9)을 포함해 4명이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에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들은 단지 이르핀 다리를 건너 탈출하려 했을 뿐이다. 급하게 챙긴 짐을 담았을 회색, 파란색 여행가방이 시신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러 갔다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발이 묶인 세르히 페레비니스(43)는 전날 아내와 통화하며 “곁에서 보호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 테탸나는 “걱정 말라”며 어떻게든 탈출하겠다고 안심시켰다. 6일 페레비니스는 트위터에서 일가족이 탈출하다 러시아군의 공격에 사망했다는 글과 사진을 봤다. 시신들 사진 속 여행가방은 그가 너무 잘 아는 그 가방이었다. 페레비니스는 뉴욕타임스에 “전 세계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절규했다. 전날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18개월 남자아이 키릴이 숨졌다. 엄마 마리나 야츠코 씨는 핏자국이 선명한 파란 담요에 덮인 키릴의 시신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항공사 직원들과 식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러시아 국영매체는 “민간인들이 고통받고 있지 않다는 걸 안다”는 참석자 발언을 보도했다. 러시아는 하루 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하거나 민간인 사망을 보도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CNN은 “(이런) 러시아의 거짓말을 퍼뜨리는 걸 중국이 돕고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침공 표현 대신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푸틴 대통령을 서방에 의해 포위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희생자로 묘사한다. 190여 유엔 회원국 가운데 141개국이 찬성한 유엔의 러시아 침공 규탄 결의안에 기권한 게 중국이다. 푸틴 대통령은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국가에 포함시키고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러) 양자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축전을 보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중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킬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윤 당선인에게 보냈다. 윤 당선인은 취임 뒤 시 주석과 통화하거나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어떤 형식으로든 마주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세계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침공이라 부르며 러시아를 제재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새로운 냉전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국익을 위해 한중, 한-러 관계에서 발전을 얘기해야 할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때 윤 당선인은 이르핀과 마리우폴, 나아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찍힌 비극의 현장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짚고 국격을 지키는 발언이 국익을 위한 미소와 함께 나오길 바란다.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2017년 중국을 방문해 ‘한국도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몽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기를 바란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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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안보리서 러 꾸짖은 우크라 대사의 외침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 안보리 첫 회의였다. 유엔TV로 생중계된 이 회의에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참석했다. 미국이 소집을 요청한 이 회의는 개최 여부부터 투표해야 했다. 러시아가 회의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의장국인 노르웨이가 거수를 제안했다. 러시아 뜻대로 무산되려면 9표가 필요했다. 하나, 둘, 셋…. 10개국이 찬성에 손을 들었다. 인도 케냐 가봉은 기권했다. 회의 시작이 가능해졌다. 러시아와 함께 유일하게 반대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회의 참가국들이 돌아가며 발언을 시작했다. 시작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였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은) 터무니없지 않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당신들 나라 국경에 10만여 군대가 집결해 있다면 얼마나 거북할지.” 발언 차례가 되자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 대사가 “미국이 (실제를 과장한) 마이크 외교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순서가 된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회의 개최를 반대한 “중국에 감사하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침공할 거라는 미국 얘기는) 증거가 없어요. 미국이 확성기 외교를 하고 있는 겁니다.” 중-러 대사는 비슷한 표현을 써가며 미국을 겨냥했다. 네벤자 대사는 미국이 제기한 국경 배치 병력 10만여 명 추산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부추기면 “그 끝은 완전히 우크라이나에 최악이 될 것”이라는 위협도 잊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노르웨이가 안보리 의장국인 마지막 날이었다. 2월부터는 러시아가 한 달간 의장국을 맡고 있다. 8일 뒤인 2월 7일 러시아가 대북 제재 등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를 소집했다. 생중계된 회의에서 러시아는 “일방적 대북 제재가 인도적 지원에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비슷한 주장을 하며 “일방적 제재”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은 “특정 국가 때문에 안보리의 제재 업무가 약화되고 있다”며 중-러를 비판했다. 북한과 우크라이나 관련 안보리 회의 모두 미국과 중-러 간 대립 구도가 선명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관련 회의에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이 있었다. 세르히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였다. 우크라이나는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당사국 자격으로 초청돼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러시아 병력 13만 명이 국경을 포위한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곤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가 없다는 러시아 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궁금합니다. 그럼 이 러시아 군대들이 왜 국경에 와 있는 겁니까?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협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입장은 우리가 우리의 안보 (보장) 방식을 선택할 주권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이건 러시아가 문제를 제기할 게 아니죠.” 강대국 러시아의 위협 앞에 우크라이나는 약자였지만 그는 안보리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꾸짖었다. 사드 배치라는 주권적 결정에 보복하는데도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는 우리 외교가 떠올랐다. 안보리에서 중-러 때문에 북한 미사일 대응이 무력화되는데도 항의하지 않는 우리 외교가 생각났다. 문재인 정부의 어떤 고위 외교관이 키슬리차 대사의 기개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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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트럼프’가 다시 오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분열을 부추기고 국민들이 서로 증오하게 만들고 있어요. 미국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게 정치인이에요….” 로스앤젤레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키트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30대 미국인 제프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15일 기자에게 미 정치인들이 적대감을 조장하기 위해 “(국민들을) 세뇌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미국인 해나도 이날 “미국 정치는 정말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 절충안이 없다(no middle ground)”고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이 어느 한쪽 입장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미국에서 우려가 높아지는 틈을 중국이 파고들고 있다. 중국 런민(人民)대 중미(中美)인문교류연구센터가 지난달 미국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밀레니얼 세대 등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갈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고 있다.”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민주주의의 ‘주인 주(主)’자를 이용해 미국을 공격했다. “미국은 돈이 주인인 주의(錢主·Money-cracy), 총이 주인인 주의(槍主·Gun-cracy), 백인이 주인인 주의(白主·White-cracy), 언론이 주인인 주의(媒主·Media-cracy), 군대가 주인인 주의(軍主·Milita-cracy), 마약이 주인인 주의(藥主·Drug-cracy)다. 국민은 주인이 아니다. 미국 정치에 초양극화(hyperpolarization)가 나타났다.” 전형적인 중국식 프로파간다(선전)다. 하지만 정치의 양극화로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만큼은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도 같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의 이달 5일 뉴욕타임스 기고다. “지난해 1·6 의회 난입 사태 이전 미국은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일어나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삿대질하며 규탄했다. 그런 일이 이제 미국에서 벌어졌다.” 후쿠야마는 “정치가 갈수록 더 양극화되고 있다. (어떤 결과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정체(gridlock)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난 포퓰리스트들의 운동을 부추기는 근시안 선동정치가(demagogue)의 출현을 목격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추긴 의회 난입 사태에서 소수의 미국인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까지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지난달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40%가 상대를 ‘완전한 악(downright evil)’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주의가 정치사회 분열을 해결하지 못할 때 포퓰리즘의 유령이 다시 배회한다. 팬데믹 시대에 표를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돈을 뿌리고 현실성 없는 공약으로 유권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올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 상·하원 중간선거를 비롯해 14개국이 대선 등 큰 선거를 치른다. 일본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노년층뿐 아니라 젊은층을 상대로 돈을 푸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했다. 후쿠야마는 “트럼프가 부활(restoration)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피즘’으로 상징되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 위기를 틈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윤완준 국제부장 zeitung@donga.com}

    •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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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 위기가 기회”…원격근무-유동성 증가에 불붙은 美 ‘창업 러시’

    미국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 ‘블랭크스트리트’는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커피 체인이다. 하지만 노점이나 이동식 카트의 소규모 점포 형태로 임차 비용을 줄여서 스타벅스 같은 경쟁사와 차별화했다. 특히 스타벅스에 비해 20~30% 싸면서 비교적 높은 품질의 커피를 파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은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이 많은 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0대 청년 두 명이 지난해 여름 창업한 이 회사는 최근 점포가 20곳 정도로 불어나면서 벤처 투자자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가을 2500만 달러(약 298억 원)를 유치한 지 석 달 만인 지난해 12월 3500만 달러 투자를 또 약속받았다. 최근 1년 사이 세 번째다. 창업자 비나이 멘다 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사업자금 확보가 과거보다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선 유동성 증가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장의 투자 열기를 활용해 팬데믹 시대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하는 ‘팬데믹 창업 러시’가 이어지면서 신규 사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원격 근무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창업 비용을 크게 낮춘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2일(현지 시간) 본보가 미국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미국 창업 건수는 497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약 320만 건)보다 55% 늘어났다. 창업 건수는 2020년 중반까지만 해도 매월 30만 건이 채 안 됐지만 지난해에는 매월 4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우간다 출신 자매가 공동 설립한 ‘퀵하이어’는 구직자와 회사 간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 회사다. 일반적인 취업 중개 회사와 다른 점은 음식점, 소매업 등 서비스업 일자리 중개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서비스업 종사자가 1억 명이 넘는데 정작 지금까지 취업 중개는 화이트칼라 직종 수요만 충족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창업자인 앤절라 무훼지홀, 데버라 글래드니 씨는 미 CNBC방송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업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을 때가 사업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퀵하이어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서비스업체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새로 직원을 구하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해 11월 투자 자금 141만 달러(약 16억8000만 원)를 새로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흑인 여성들이 세운 기업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국 중서부 캔자스주에서만 사업하는 퀵하이어는 올해 중서부 전역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팬데믹 시대 라이프스타일 겨냥한 창업 붐 이처럼 미국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팬데믹 창업’에 나서고 있다. 새 변이 오미크론 등장으로 고사 위기에 빠진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WSJ는 “여행 스타트업들은 예약 시스템 유연화와 아파트 숙박 활용, 비접촉 호텔 체크인을 비롯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오미크론이 이들에게 오히려 사업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 자금도 밀려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 15일까지 미국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는 사상 최대인 930억 달러(약 111조 원)의 투자 자금이 몰렸다. 2016년 30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지난해 520억 달러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규모다. 자금이 몰리면서 스타트업 기업가치 중앙값은 2020년 1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6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미 전문가들은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가 창업 증가로 연결된 이유로 유동성 증가에 따른 투자 급증 이외에도 여러 요인을 꼽고 있다. 우선 지난해 팬데믹 초기 쏟아진 수많은 실직자 중 상당수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창업 전선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직장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사람이 매월 400만 명이 넘는 등 구인난이 극심하다. 따라서 이들 인력 상당수가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엔 투자와 저축으로 ‘실탄’을 든든하게 갖춘 채 사업가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 언론들은 미국에서 ‘기업가 정신’이 부활한 배경으로 심리적 요인에도 주목한다. 코로나19로 가족과 친지를 잃고, 직장을 잃은 비극적 경험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도전 정신을 키우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미국 중소기업 자문기구 ‘스코어’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프랭크 라모나카는 NBC방송에 “팬데믹은 사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예기치 못한 ‘기회의 창’을 제공했다”며 “이들은 자기 직업의 미래를 재평가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 적용으로 창업 비용 줄어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창업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를 도입한 기업은 굳이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업무가 잘 돌아간다는 것을 파악했다. 전에 없던 재택근무 옵션이 생기면서 인재를 구하기 쉬워지고 사무실 임차료 등 창업비용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시장 유동성이 늘어나 자금 확보가 용이해진 점, 팬데믹을 계기로 실업급여와 고용 지원 등 두터운 ‘창업 안전망’이 생긴 것도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산업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타트업 붐을 반기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사업체 수가 낮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다만 스타트업 창업 러시 추세가 오래갈지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기업가정신네트워크(GEN) 수석 고문 데인 스탱글러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신규 사업체가 많아지면서 일단 올해에는 도산하는 기업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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