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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시아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차지하기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결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종전’ 없이 ‘휴전’으로 끝난 후 ‘장기간 분단 및 초장기 대치’로 이어진 한반도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17, 18일 양일간 러시아군이 돈바스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집중 공격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또한 이어지고 있어 어느 한쪽으로 전세가 확 기울기 어렵다는 의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또한 19일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평했다.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정전 협정에 따라 위도 38도 부근에 군사분계선을 긋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약 70년간 종종 군사 갈등이 벌어지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WP는 러시아가 돈바스를 점령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일부 지역 간 갈등이 지속되면 이곳에서도 남북한 대치 같은 분단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헤르손,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요 점령지를 묶어 ‘준(準)국가’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헤르손 및 마리우폴, 돈바스를 이어 친러 위성 국가를 세우거나 아예 러시아에 병합하려 한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연설에서 “미국 중심의 단극 세계질서는 끝났다. 전쟁의 장기화 여부는 오로지 서방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옛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했을 때 자신을 ‘신의 대리인’처럼 여겼지만 전 세계에서 책임은 지지 않고 이익만 취했다고 비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친러시아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차지하기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결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종전’ 없이 ‘휴전’으로 끝난 후 ‘장기간 분단 및 초장기 대치’로 이어진 한반도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17, 18일 양일간 러시아군이 돈바스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집중 공격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또한 이어지고 있어 어느 한 쪽으로 전세가 확 기울기 어렵다는 의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또한 19일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평했다.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정전 협정에 따라 위도 38도 부근에 군사분계선을 긋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약 70년간 종종 군사 갈등이 벌어지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WP는 러시아가 돈바스를 점령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일부 지역간 갈등이 지속되면 이 곳에서도 남북한 대치 같은 분단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헤르손,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요 점령지를 묶어 ‘준(準)국가’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헤르손 및 마리우폴, 돈바스를 이어 친러 위성 국가를 세우거나 아예 러시아에 병합하려 한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연설에서 “미국 중심의 단극 세계질서는 끝났다. 전쟁의 장기화 여부는 오로지 서방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옛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했을 때 자신을 ‘신의 대리인’처럼 여겼지만 전 세계에서 책임은지지 않고 이익만 취했다고 비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항상 외국 작곡가 노래를 외국어로 공연했어요. 최근 들어 무언가 한국적인 것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극장에서 만난 세계 정상의 성악가 소프라노 조수미 씨(59)는 ‘한국적’이라는 말에 힘을 줬다. 조 씨는 이날 저녁 이 극장에서 제14회 한-프랑스 친선 공연 ‘평화를 위한 디바’ 무대에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콘서트가 대부분 취소돼 2년여 만에 오른 유럽 무대였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거침없이 “가장 우수하게 잘하는 것”이라며 “한국인은 뭐든 열심히 하고 잘한다. 세상이 그런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류나 한국 문화의 결과물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에 각광받는다는 의미다. 조 씨는 “(데뷔 후 36년간) 한 번도 ‘최정상에 섰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늘 저 자신이 부족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극복하려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팔과 등 근육은 탄탄했다. 최상의 무대를 위해 매일 운동한 결과다. 조 씨는 자신의 우상 마리아 칼라스(1923∼1977)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있다고 했다. 오페라의 전설 칼라스는 술 담배에 빠지며 짧은 전성기를 누렸다. 2003년부터 유네스코 평화예술인으로 활동하는 조 씨는 이날 공연 제목이 ‘평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승자는 없고 아까운 인명피해만 커지고 있다. 무의미한 희생을 멈춰야 한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조 씨는 ‘한국적인 것은 가장 우수하게 잘하는 것’이라는 자기 말을 증명하듯 무대에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아리아 ‘아, 꿈속에 살고 싶어라’, 한국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 등을 열창해 관객의 찬사를 끌어냈다. 함께 공연한 프랑스 바리톤 플로리앙 상페, 미국 피아니스트 제프 코언은 공연 도중에도 박수를 보냈다. 조 씨는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현재 KAIST와 함께 예술에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기술을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와 제작 중인 음악 다큐멘터리는 9월경 나온다. 프랑스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류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의 메아리(Echos de la Coree)’가 매년 주최하는 한불 친선 콘서트는 올해로 14번째다. 양국 문화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를 주제로 공연을 진행한다. 이미아 한국의 메아리 대표는 “평화는 만들어 가는 것이고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평화 콘서트를 계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2월 4유로(5400원)였던 계란 12개가 지금은 5유로가 넘습니다. 수박 4분의 1 조각도 5유로에서 8유로가 됐어요.”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15구의 한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부 레이몽 씨가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파리 시민 부르노 씨 역시 “과거엔 일주일 치 장을 봐도 100유로에 못 미쳤는데 이제 130유로가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할인마트에서는 계란 한 판(12개)을 다른 곳보다 최대 1달러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그 대신 한 번에 6판까지밖에 못 산다. 집에서 30분 넘게 운전해 왔다는 찬드라 씨(61)는 “계란값이 너무 올라 이곳까지 왔는데 6판밖에 살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붙인 에너지, 식료품 가격 급등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시민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세계적인 밀, 사료 생산국이어서 식료품값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주도했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계란 한 판이 2.87달러로 두 달 전보다 54% 올랐다. 우유 도매가는 4월 한 달간 38% 상승했다. 소고기 닭고기 과일 채소 가격도 오르고 있다. 미국의 상당수 서민과 중산층은 자동차를 집에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일부는 식료품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무료급식소의 문을 두드린다. 5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8.6% 상승해 41년 만에 최고였다. 프랑스는 지난 1년간 파스타(15%), 밀가루와 냉동육(각각 11%), 다진 고기(8%), 건조 과일(7%) 가격 모두 뛰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소비자물가는 8.1% 상승해 1997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였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2월 4유로(5400원)였던 계란 한 판(12개)이 지금은 5유로가 넘습니다. 수박 4분의 1 조각도 5유로에서 8유로가 됐어요.”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15구 한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부 레이몽 씨가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파리 시민 부르노 씨 역시 “과거엔 1주일치 장을 봐도 100유로에 못 미쳤는데 이제 130유로가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할인마트에서는 계란 한 판(12개)을 다른 곳보다 최대 1달러 싼 값에 팔았다. 대신 한 번에 6판까지 밖에 못 산다. 집에서 30분 넘게 운전해 왔다는 찬드라 씨(61)는 “계란 값이 너무 올라 이곳까지 왔는데 6판밖에 살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붙인 에너지, 식료품 가격 급등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시민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세계적인 밀, 사료 생산국이어서 식료품값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주도했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계란 한 판이 2.87달러로 두 달 전보다 54% 올랐다. 우유 도매가는 4월 한 달 38% 상승했다. 소고기 닭고기 과일 채소 값도 오르고 있다. 미국의 상당수 서민과 중산층은 자동차를 집에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일부는 식료품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 무료급식소 문을 두드린다. 5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8.6% 상승해 41년 만에 최고였다. 프랑스는 지난 1년간 파스타(15%) 밀가루와 냉동육(각 11%) 다진 고기(8%) 건조 과일(7%) 가격 모두 뛰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소비자물가는 8.1% 상승해 1997년 통계 집계 후 최고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10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마린스키 공원(면적 14만6000m²)은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공원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니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 소총을 든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 공원을 통과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주하며 집무를 보는 마린스키궁이 나오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만큼 평가가 순식간에 180도 달라진 국가 정상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코미디언이던 그는 2015년 방영된 TV 드라마에서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교사 역으로 인기를 얻은 뒤 정계에 입문해 정치 혁신을 내세워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후 정부 요직을 TV 드라마 감독 같은 과거 동료로 채우면서 ‘아마추어 대통령이 나라를 망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직전인 올 1월 그의 지지율은 20%대에 불과했다.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율은 90%대다. 이 같은 지지율 반전은 올 2월 24일 러시아군이 전면 침공한 그날부터 시작됐다. 러시아군 특수부대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마린스키궁을 급습했다. 미국은 “폴란드로 옮겨 망명 정부를 세우고 저항하라”며 대피를 권유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탈출 차량이 아니라 탄약을 달라”며 거부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그의 의지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결집시켰다. 10일 만난 키이우 시민들은 그를 미국 마블 슈퍼히어로에 빗대 ‘캡틴 우크라이나’라고 불렀다. 각국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설득하고 호소하는 모습에 국제사회는 ‘현대판 처칠’이라며 칭송했다. 기자도 그의 용기가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집단학살’을 자행한 키이우 외곽 소도시 부차와 이르핀을 취재하면서 조금씩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민간인 시신 150여 구가 암매장된 부차 교회 뒷마당에서 만난 갈리나 씨는 “러시아군 총격을 받아 남편과 친구의 여섯 살, 열 살 자녀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기자가 지난주 나흘간 방문한 키이우 외곽 지역 민간인 사망자는 1100명이 넘었다. 결사 항전 리더십은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리더십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2014년 강제병합된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고 밝혔다. 과거 러시아가 무력으로 앗아간 영토까지 되찾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전쟁 중인 대통령이 영토를 포기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향후 휴전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기 위해 포석을 까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명분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 이르핀 시민 세니아 씨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민을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 ‘진짜’ 리더십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실적으로 10∼20년 걸린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계획을 2019년 헌법에 규정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러시아는 이를 꼬투리 잡아 침공 명분으로 삼았다. 물론 그렇다고 전쟁 책임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전쟁 주범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의 화마에 오늘도 희생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묻는다. “무엇이 국민에게 최선인가요.” 비단 그에게만 요구되는 리더십은 아닐 터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군이 16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점령이 임박한 동부 돈바스의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최후의 항전을 펼쳤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등 10억 달러(약 1조2850억 원)의 무기 지원을 약속하며 서방 내에서 불거진 휴전론을 불식시키려 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통화에서 군사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9, 30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12년 만에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한다. 특히 러시아를 ‘잠재적인 전략적 파트너’에서 ‘전략적 적’으로 바꾸고, 중국도 대서양 동맹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새로 규정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 바이든, 우크라에 1조 원 이상 추가 지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약속을 흔들림 없이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선 돈바스 등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휴전을 얻어내자는 ‘영토 양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일축한 것이다. 지원되는 무기는 수천 km 거리의 물체를 감지해 타격하는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시스템 2기, 155mm 곡사포 18기, 포탄 3만6000개 등이다. 캐나다도 155mm 곡사포 부품 등 약 90억 원의 군사 지원을 하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연합(EU) 가입, 중무기 지원 등을 논의했다. 3국 정상은 그동안 전폭적 지원보다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해왔다. 이 때문인지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3국 정상과 인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돈바스 내 루한스크주 북부 일대에 공격부대를 집중시켜 9개 방면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루한스크주 최대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 남서부에 있는 아조트 화학공장을 거점 삼아 결사 항전했다. 이 공장에는 병사뿐 아니라 아동 40명을 포함해 민간인 500여 명이 대피해 있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서방의 추가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일전일퇴의 교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곡물 가격 폭등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해 전쟁이 더 길어지면 휴전 요구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푸틴-시진핑 “군사협력 강화” 러시아 크렘린궁은 중-러 정상이 “서방의 비합법적인 제재 정책의 결과로 조성된 국제 경제 상황에서 에너지, 금융, 산업, 운송 등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하고 군사 및 군사·기술 관계의 추가 강화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방의 무기 지원이 강화되면서 중국도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스프롬은 16일부터 노르트스트림1 송유관으로 독일에 공급되는 가스를 기존 1억 m³에서 6700만 m³로 33%가량 줄이기로 했다. 이탈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량도 15%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오후 MWh(메가와트시)당 120유로(약 16만 원)로 뛰는 등 전날보다 20% 이상 급등했다. CNN은 “이번 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42% 급등하는 등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졌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군이 16일 러시아군의 점령이 임박한 동부 돈바스의 거점도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최후의 항전을 펼쳤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등 10억 달러(1조2850억원)의 무기 지원을 약속하며 서방 내 불거진 휴전론을 불식시키려 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쟁이 2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바이든, 우크라에 1조 원 이상 추가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약속을 흔들림 없이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선 돈바스 등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휴전을 얻어내자는 ‘영토양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일축한 것이다. 지원되는 무기는 수천 ㎞거리의 물체를 감지해 타격하는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시스템 2기, 155㎜ 곡사포 18기, 포탄 3만6000개 등이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돈바스 함락 시도와 관련해 “전쟁 상황은 자주 급변한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캐나다도 155㎜ 곡사포 부품 등 약 90억원의 군사지원을 하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역시 이날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연합(EU) 가입, 중무기 지원 등을 논의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돈바스 내 루한스크주 북부 일대에 공격부대를집중시켜 9개 방면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맞서 우크라니아군은 루한스크주 최대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 남서부에 있는 아조트 화학공장을 거점 삼아 결사 항전했다. 올렉산드르 스트리우크 세베로도네츠크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군이 반격하고 있으니 (도시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공장에는 병사 뿐 아니라 아동 40명을 포함해 민간인 500여명이 대피해있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서방의 추가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일전일퇴의 교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곡물 가격 폭등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가운데 전쟁이 더 길어지면 휴전 요구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푸틴-시진핑 “군사협력 강화” 서방의 무기 지원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군사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돼 배경이 주목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중-러 정상이 “서방의 비합법적인 제재 정책의 결과로 조성된 국제 경제 상황에서 에너지·금융·산업·운송 등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하고 군사 및 군사·기술 관계의 추가 강화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 적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방의 무기 지원이 강화되면서 중국도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스프롬은 16일부터 노르트스트림1 송유관으로 독일에 공급되는 가스를 기존 1억 입방미터에서 6700만 입방미터로 33% 가량 줄이기로 했다. 가스프롬은 이탈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15%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오후 메가와트시(㎿h)당 120유로(약 16만원)로 뛰는 등 전날보다 20% 이상 급등했다. CNN은 “이번 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42% 급등하는 등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키이우=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개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국방물자 지원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국방 접촉 그룹(UDCG)’도 무기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핵심 거점을 장악하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 나토 회원국 7개국 정상들은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회담 후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중화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에서 지원안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등 50개국이 참가하는 UDCG 회의도 15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무기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CNN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서방은 러시아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3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 △돈바스 교전이 수년간 지속되며 세계 경제 악화 △러시아가 돈바스 내 친러시아 세력 점령지 등을 확보해 승리 선언한 뒤 전쟁 일시 중단 △러시아가 돈바스 장악 후 수도권 재진격 등이다. 이들 시나리오의 시작점은 러시아군의 돈바스 내 지역인 루한스크 점령이다. 러시아군은 14일 돈바스 루한스크주 거점도시이자 보급로인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연결하는 교량 3개를 모두 파괴해 우크라이나군을 고립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맹공에 맞서면서 고통스러운 손실을 겪고 있다”며 “(돈바스 수성의) 성공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일주일 내에 루한스크주 전역을, 수주 안에 돈바스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대규모 군사 지원 약속에도 우크라이나군은 “실제 지원된 군사장비는 약속보다 훨씬 적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7일 우크라이나에 후보국 지위 부여를 권고하기로 했다. 23, 24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하면 우크라이나는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은 후 정식 가입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러시아는 아동 23만4000여 명을 포함해 1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고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밝혔다. WP는 “러시아의 아동납치는 어린이들을 인질로 삼아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복을 요구하거나,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흡수하려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키이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2일(현지 시간)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 친(親)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유로마이단 혁명’(2014년)을 비롯해 주요 시위 현장이자 정치의 상징으로 통하는 곳이다. 이날 시민들은 광장 잔디밭에 종이로 된 우크라이나 국기를 꽂았다. 국기에는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과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중학생 소피아 양(14)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희생자가 너무도 많아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강경론 속 종전론 대두 우크라이나 전쟁이 16일로 113일째다. 동부 돈바스를 중심으로 국지전이 길어지고 있다. 교전도 치열해졌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2일 “하루 평균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100여 명, 부상자 약 500명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민간인 사망자도 3만 명에 육박한다. 키이우와 ‘집단학살’ 현장인 부차, 이르핀에서 기자가 9∼12일 만난 시민들 사이에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과 “평화협상도 생각해야 한다”는 종전론이 공존했다. 키이우의 상징 ‘성(聖)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 한쪽 벽면에는 러시아군에 희생된 우크라이나인들을 추모하는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반면 수도원 앞 광장에는 키이우 함락에 실패한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버린 탱크 장갑차 등이 전시됐다. 국민 사기와 항전 의지를 높이도록 정부가 기획한 전시였다. 대학생 한나 씨는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고통스럽다. 평화협상이 재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발리에라 씨는 “러시아와 끝까지 싸워 영토를 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돈바스 전투 상황과 전쟁이 언제 끝날지 서로 이야기했다. 키이우 외교 관계자도 “각국 외교관 사이에서는 ‘이번 전쟁이 3년가량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은 푸틴 편? 키이우 대통령 관저 마린스키궁 앞에서 만난 안톤 씨는 “러시아군의 수도 침공도 잘 막아냈고 ‘계속 항전해야 한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00% 지지한다”며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가 유리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첫 번째 침공 목표는 키이우를 속전속결 함락시켜 젤렌스키 정권을 축출하고 친러 괴뢰정권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막혀 키이우 함락이 실패하자 4월 초 수도권과 북부 병력을 철수시켜 돈바스와 남부 마리우폴 등에 집중시켰다. 러시아군은 15일 현재 돈바스 루한스크주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일주일 내에 세베로도네츠크, 리시찬스크 그리고 몇 주 안에 돈바스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은 에너지 및 곡물 가격 폭등과 공급망 교란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으로 각국 경제 위축이 가속화하면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나 카자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같은 유럽 동·중부 국가 정상들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끝까지 몰아내야 한다”며 평화협상 재개마저 반대한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 정상들은 전쟁이 장기화해 자국 경제에 미칠 피해를 더 걱정한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전쟁 피로감, 에너지·곡물 가격 폭등과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에 빨간불이 커지면서 서방 정상들이 (전쟁 지속에) 부담을 느낀다”며 “강한 제재로 러시아 경제에 피해를 입혀 푸틴을 변화시키려는 전략도 성과가 불확실해졌다”고 분석했다. EU는 지난달 30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이어 천연가스 수입 제한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사실상 접었다. 각종 서방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지표상 안정을 되찾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1달러당 140루블대로 치솟았던 자국 통화가치도 13일 57루블까지 내려갔다. 러시아 주식지수 RTS도 침공 후 610 선까지 폭락했지만 2배 이상으로 올라 이날 1268.83을 기록했다.젤렌스키 지지 기류 바뀔 수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완전 철수’를 요구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동영상 연설에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로서 “영토를 포기한다”고 선언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실현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군사 전문가들과 유럽 관료들은 크림반도 회복은커녕 러시아의 돈바스 장악을 막아내는 것도 우크라이나의 능력을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수복하려 한다면 서방이 더 이상 도와주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교 관계자들은 전쟁 장기화로 키이우 여론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난달 9일 우크라이나 국제공화문제연구소(IRI) 설문조사에서 94%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올 1월 지지율이 23%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지지율이다. 하지만 ‘영토 완전 수복’ 같은 현실성 희박한 목표를 계속 내세운다면 후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기류가 생겼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교전에서 승리해도 영토 수복은 쉽지 않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 이언 본드 외교정책국장은 영국 BBC에 “서방은 ‘돈바스에서 승리해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같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 장악 지역이나 크림반도 탈환 시도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우크라이나 ‘승리 조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서방이 최소 탱크 500대, 장갑차 2000대,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300대, 곡사포 1000대 등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추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유럽 7개국 정상회의, 나토를 비롯한 세계 50개국이 참가하는 우크라이나 국방자문그룹(UDCG) 회의가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우크라이나가 현실적인 ‘승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휴전 후 국가부강 방안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 지역을 장악하면 장기간 휴전을 추진한 뒤 서방의 대규모 재건 지원을 받아 사회 정상화에 매진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입은 경제적 피해는 약 5000억 달러(약 646조 원), 파괴된 기반 시설 복구 비용만 약 1000억 달러(약 130조 원)로 추산된다. 휴전 이후 재건에 나서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을 두루 발전시켜 유럽연합(EU) 가입을 가시화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란 주장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 싸움을 지속하면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며 “진정한 승리는 전장에서가 아니라 이번 전쟁으로 생성된 국민 단합 및 국가 에너지를 활용해 더 강하고 번영한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이우에서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거점도시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차지했다. 세베로도네츠크가 속한 루한스크주는 물론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가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돈바스 해방’을 침공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세베로도네츠크는 폴란드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서방 무기가 돈바스 곳곳으로 배포되는 요충지다. 특히 인플레이션 위협 등으로 13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급락했음에도 이날 러시아 증시는 4.6% 올랐고 루블 가치도 상승했다. 고유가의 수혜를 입은 경제 덕택으로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장기화할 기반 또한 마련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에서도 “러시아와 협상하라”는 현실론이 나오고 있다.○ 러, 돈바스 장악 임박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14일 AP통신에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차지했다. 도시로 이어지는 다리 3개를 모두 파괴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베로도네츠크에는 약 1만2000명의 시민이 있으며 이 중 500명 이상이 아조트 화학공장에 피신한 상태다. 러시아군은 이 공장에도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13, 14일 양일간 무차별 폭격을 가해 세베로도네츠크는 물론 이웃 도네츠크주의 요충지 리시찬스크를 전면 포위한 상태다. 특히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잇는 강에 설치된 교량 3개를 다 파괴해 민간인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할 통로를 차단했다. 독일 dpa통신은 러시아가 돈바스를 장악하면 돈바스 내 친러 주민 보호 및 나치 세력 축출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동영상 연설을 통해 서방의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를 거론하며 “크림반도를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크림반도 수복을 전쟁 목표라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러 경제는 나 홀로 호황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내에서도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러시아 위협에 시달리는 폴란드, 발트 3국 등은 전쟁을 지속하자는 입장인 반면 독일, 프랑스 등은 고유가와 식량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서방이 러시아에 굴욕감을 주거나 복수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며 협상을 촉구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3개국 정상이 이달 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러시아와의 협상을 촉구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서방의 대대적인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가 고유가에 힘입어 잘 버티고 있다는 점도 곳곳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13일 러시아 RTS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 올라 이날 3, 4%대씩 급락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와 대조를 보였다. 루블 가치 또한 달러당 57루블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달러당 140루블대로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가치가 큰 폭 상승했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한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침공 후 100일간 러시아는 화석연료 수출로만 약 930억 유로(약 125조 원)를 벌어들였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경상수지 흑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 275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늘어난 958억 달러를 기록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여기가 우리 아파트 지하 벙커가 있던 자리예요. 러시아 미사일이 여기를 정통으로 맞혀 벙커 안에 숨어 있던 18명이 죽었습니다.”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에서 만난 주민 페트로 씨(65)는 무너진 아파트 앞에 둥그렇게 팬 곳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말했다. 수도 키이우에서 54km 떨어진 보로댠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3월 최대 격전지였다. 러시아군은 키이우로 가는 첫 관문인 이곳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1만2000명이 살던 소도시는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이날 보로댠카 시내의 한 대형 상가는 과자가 부스러진 듯 무너져 내려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었다. 주민들은 3월 2일 도시 곳곳에 러시아군의 집속탄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탄두가 폭발할 때 내부의 작은 폭탄 수백 개가 흩뿌려지는 대량살상무기다. 국제법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페트로 씨는 “조만간 다시 러시아군이 우리 마을을 공격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키이우를 재공격하려면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키이우 인근 이르핀도 러시아군이 3월 점령한 뒤 최소 290명의 민간인이 집단학살을 당했다. 수많은 건물이 불에 타 3개월이 지난 이날까지도 거리에 탄 냄새가 진동했다. 주택가 한 산부인과 정문에는 총알 세례 자국이 선명했다. 인형과 장난감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 세니아 씨는 기자에게 “우리 집 마당뿐 아니라 일대에 러시아군 지뢰가 묻혀 있으니 조심해서 이동하라”고 일러줬다. 수도권 일대 국도에 러시아군이 4월 퇴각하면서 버리고 간 탱크와 장갑차들이 곳곳에 보였다. 주민들은 “7월에 ‘러시아 악마’들이 수도권을 다시 공격해 올 수 있다”며 불안해했다.서방 장거리포 내달 우크라에… 시민들 “러軍 또 와도 결사항전” 우크라 보로댠카-이르핀 르포 ‘전쟁의 화마’ 또 덮칠까 불안감 속러軍 몰아낸 자신감에 전의 다져 “마을 안떠나고 러軍에 맞서 싸울것”서방 지원 장거리 무기 내달 배치, CNN “이번 전쟁의 변곡점 될것” “조심하세요! 취재하다가 죽고 싶습니까. 정말 긴장해야 합니다.” 1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인 이르핀 주민 세니아 씨(41)는 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기자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기자가 집 앞에 동그랗게 파인 땅 옆을 무심코 지나치던 순간이었다. 세니아 씨는 “지난주에도 우크라이나군 공병들이 와서 지뢰 검사를 했다. 이번 주에 지뢰를 추가로 제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3월 2일 이르핀을 점령했을 당시 그의 집 주변 등 마을 일대에 지뢰를 설치했다.○ 민간인 주거지 곳곳에 남은 러 지뢰세니아 씨 집에 들어서자 포격으로 무너진 집 한쪽을 비닐로 막아놓은 방이 보였다. 그 안에서 어린 자녀들이 러시아군 AK소총 총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세니아 씨 남편은 3월 포격 당시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세니아 씨는 아이들 손에서 총알을 빼앗으며 말했다. “무섭긴 하지만 다시 러시아군이 쳐들어와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맞서 싸울 겁니다.” 기자가 10, 11일 수도권 거점 도시인 보로댠카와 이르핀을 오가며 만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또다시 전쟁으로 짓밟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동시에 “러시아군이 다시 와도 물리칠 수 있다”며 전의를 다졌다. 보로댠카 주민 막심 씨는 “우리 도시에서 러시아군이 고문과 집단학살을 자행해 이번 전쟁의 큰 피해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한편으론 3월 말 러시아군을 몰아내면서 반격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로댠카, 이르핀 주변 국도에는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버리고 간 탱크, 장갑차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같은 군 장비들을 일부러 치우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버려진 러시아군 전차는 우리에겐 승리와 항전의 상징”이라며 “부서진 러시아군 탱크를 보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키이우 도심 광장에는 러시아군이 버리고 간 탱크와 장갑차, 미사일 등 각종 무기들이 설치미술 작품처럼 상세한 설명 문구와 함께 전시돼 있었다. 주변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생 드미트로 씨는 “지금은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할 때가 아니다. 우리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러시아와 싸우고 버텨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곳곳에 러軍 버린 탱크·장갑차들수도권 주민들 사이에선 ‘곧 러시아군이 다시 공격해올 것’이라는 두려움과 ‘맞서 싸우겠다’는 전의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다음 달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끊는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동부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시켜온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 하르키우 북쪽의 러시아 국경을 통해 군수품을 보급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보급로를 집중 포격하기 위해 서방에 장거리용 무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10일 “러시아의 포 10∼15문에 대항하는 우리의 대포는 1문뿐”이라며 “서방의 무기 지원에 모든 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최대 사거리 80km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중거리유도다연장로켓시스템(GMLRS) 등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해 7억 달러(약 8800억 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약속한 상태다. 이 무기들이 전선에 배치돼 러시아군에 타격을 입히면 수도권은 러시아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키이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 새로운 목표물로 공격을 확장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미사일 공습이 재개됐다. 미 CNN은 “서방 장거리포가 지원되는 7월이 이번 전쟁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로댠카·이르핀=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군 장갑차가 우리에게 (총탄을) 마구 쐈어요. 내 남편이, 함께 피란 가던 친구의 여섯 살, 열 살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27km 떨어진 소도시 부차. 주민 갈리나 씨(56)는 자신이 겪은 ‘지옥’을 얘기하다 말문을 닫고 눈물을 흘렸다. 올 2월 24일 침공한 러시아군이 키이우로 진격하면서 길목의 부차부터 짓밟았다. 갈리나 씨는 포격으로 주변 주택들이 무너져 내리자 집을 떠나기로 했다. 3월 4일 오전 7시 그와 친구 가족은 각자 차를 타고 서쪽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500m도 못 가 러시아군 장갑차가 나타났다. 장갑차는 민간 차량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갑자기 총탄을 퍼부었다. 자동차 앞 유리를 뚫고 들어온 총알은 갈리나 씨 남편과 친구 차의 두 아이를 맞혔다. 갈리나 씨는 “세계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의 전쟁범죄를 단죄하도록 내 이야기를 꼭 기사화해 달라”며 “끔찍한 불행의 기억을 다시 꺼낸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러시아군이 33일간 점령한 부차에서는 암매장된 민간인 시신 300여 구가 발견되는 등 집단학살 정황이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부차를 찾았다.‘집단학살’ 우크라 부차 르포부차 곳곳서 암매장 시신들 발견… 상당수 양손 뒤로 묶여 머리 관통100~200m마다 하나꼴 무너진 건물… 참혹했던 침공, 생생히 보여줘시민들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 러 전쟁범죄 알리려 인터뷰 응해” “여기입니다. 너무 비극적인 일이라…. 차마 입에 담기도, 다시 생각하기도 힘드네요.” 9일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교회 뒷마당에는 잔디가 벗겨지고 평평한 황토색 흙바닥이 드러난 공간이 있었다. 한쪽에 강철 십자가 모양 추모비가 서있고 그 아래 화분과 꽃이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러시아군이 민간인 150여 명을 살해하고 그 시신들을 암매장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여기만이 아니다. 부차 곳곳에서 암매장 시신들이 발견됐다. 상당수가 양손을 뒤로 묶이고 머리를 총알로 관통당해 검은 비닐에 돌돌 말린 상태였다. 반쯤 타거나 팔다리가 잘린 시신도 적지 않았다. 학살의 현장이다.○ 주민들 “집단학살 악몽은 계속”기자가 이날 만난 부차 시민 10여 명은 “남겨진 사람들은 여전히 지옥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레그 씨는 “무차별 포격이 지금도 생각난다. 여전히 무섭고 힘든 시간이다. 러시아군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좀비 같았다”며 몸서리쳤다. 인구 3만7000명의 부차는 주변 환경이 아름답고 고즈넉해 우크라이나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소가 됐다. 수도 키이우 공략에 나선 러시아군은 침공 사흘 뒤인 올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부차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부차를 탈환한 직후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정황이 세상에 알려졌다. 안드리 네비토우 키이우 경찰청장은 “점령 기간 부차에서 숨진 1000명 넘는 민간인 가운데 약 650명은 미사일 포격이나 포탄 파편이 아닌 러시아군이 쏜 총에 ‘처형’됐다”고 말했다. 부차가 겪은 비참함, 비통함, 분노는 기자가 부차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느껴졌다. 부차를 알리는 표지판은 기둥에서 떨어져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전쟁의 상처는 시내 여기저기 가득했다. 2월 24일 러시아 침공 직후 기자가 취재한 남부 체르니우치, 서부 르비우에서는 포격에 무너진 건물이 드물었다. 하지만 부차는 거리 100∼200m마다 하나꼴로 아파트와 주택을 비롯해 약국 쇼핑몰 식당 같은 건물이 철골 뼈대만 남거나 무너져 있었다. 곳곳에 불타거나 총알 세례를 받은 자동차, 죽은 이들의 옷과 신발도 버려져 있었다. 미사일에 맞아 한쪽 외벽이 날아간 아파트 앞에서 만난 라리사 씨는 “지옥 같던 당시 상황이 요즘도 악몽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3월 초 아파트에서 자고 있던 라리사 씨 부부는 굉음에 깼다. 전투기 헬기 소리, 거기서 발사된 미사일 소리 직후 일대 아파트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 100여 명은 황급히 지하 은신처로 뛰어 내려갔다. 물도, 식량도, 전기도 없고 화장실도 1개뿐인 그곳에서 며칠을 지냈다.○ “러軍, 은신처 찾아내 여성 성폭행”밤에 몰래 나가 먹을거리를 찾아야 했다. 포탄에 맞은 아파트에 살던 알렉산드르 씨는 “굶주린 아이들이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녔다. 촛불을 켜고 신에게 ‘우리 가족을 살려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아이들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굶주림은 나은 상황임을 곧 깨달았다. 은신처를 찾아낸 러시아군이 들이닥쳐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갔다. 주민들은 그들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시민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알렉산드르 씨는 “생각하기도 싫고, 죽고 싶은 심정이지만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며 “더 이상 부차 같은 비극이 없게 해달라”고 했다. ‘부차 학살’ 이후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은 러시아군 전쟁범죄를 조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몇 차례 주장했다. 하지만 푸틴을 재판대에 세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부차=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전쟁이 초기로 되돌아간 거 같아 무섭습니다. 이 전쟁이 다시 전국으로 확대되면 어떡하죠. 또 얼마나 길어질까요….”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포딜 지역에서 만난 막스 씨는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고층 건물을 바라보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의 눈앞에 키이우의 유명 쇼핑몰인 ‘레트로빌’이 파괴된 상태로 있었다. 이 쇼핑몰은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키이우의 랜드마크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3월 20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시민 6명이 목숨을 잃었다. 9일 동아일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키이우를 직접 찾아 전쟁의 상처를 들여다봤다. 한국 정부는 침공 이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의 키이우 취재를 허용했다. 이날 키이우 시민들은 다시 시작된 러시아의 공습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5일 러시아군은 레트로빌 쇼핑몰에서 불과 5, 6km 떨어진 키이우 다르니츠키, 드니프로우스키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시민들은 “키이우가 공격당한 것은 4월 이후 38일 만”이라고 했다. ○ “전면전으로 확산될까 두려워”이날 키이우 중심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궁 일대 경비도 삼엄했다. 포격을 당한 주택가의 한 아파트는 한쪽 면이 절단된 상태였다. 인근 주유소도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아파트 철거 공사를 하던 인부 바실 씨는 “러시아군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이제 또다시 키이우를 공격하고 있다”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도 나서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올렉산드라 씨는 “(5일 공격) 당시의 공포가 눈에 선하다”며 딸(9)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또다시 키이우를 공격할지 몰랐다”며 “이번 키이우 공격을 계기로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시민들도 나서서 (러시아군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키이우와 일대 수도권 지역은 러시아군 침공 초기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다. 수도를 단숨에 점령해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부딪히자 4월부터 ‘2단계 작전’을 선언했다.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일부를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 배치했다. 키이우는 러시아군의 직접 공격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5일 푸틴 대통령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무기를 제공하면 이제까지 공격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러시아군 전략폭격기가 키이우에 미사일 5발을 발사했다. 이 중 4발이 키이우 일대 민간 시설과 차량 수리 공장, 군사 시설에 떨어졌다.○ “수도 공격 재개는 전쟁 장기화 신호탄”키이우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다시 본격화할 경우 전쟁이 장기화하는 제3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키이우 등 전국에서 전투가 벌어진 한 달이 1단계로 분류된다. 4월 초부터 러시아군은 2단계 작전이라며 동부 돈바스 공략에 나섰고,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 영토를 다시 찾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9일 0시경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검문소를 출발해 키이우까지 버스로 약 900km를 이동했다. 국경검문소 통과에만 2시간 이상 소요되는 등 도착까지 17시간이 걸렸다. 전쟁으로 비행기가 다니지 않아 교통편은 기차와 버스뿐이다. 이 또한 안전하지 않다. 러시아군은 미군기지가 있는 폴란드 국경도시 제슈프와 프셰미실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로 이어지는 철도와 도로가 서방 군수품 보급로로 쓰인다는 이유로 언제든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키이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전쟁 초기로 돌아간 거 같아 무섭습니다. 이 전쟁…. 다시 전국으로 확대될까봐 두렵습니다. 또 얼마나 길어질까요?”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포딜(podil) 지역. 지역주민 막스 씨의 어두운 표정으로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건물을 바라봤다. 눈 앞에는 키이우의 명물 쇼핑몰 ‘레트로빌’이 대부분 부숴진 채 서 있었다. 쇼핑몰과 피트니트센터 등 각종 시설로 연간 수십만 명이 용했던 곳이다. 이곳은 3월 20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 그 여파로 여러 층에서 화재가 나 키이우 시민 6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러시아는 침공 초기 키이우를 함락하기 위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키이우 시민들은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있었다. 러시아군이 4월 초 동부 돈바스 함락에 집중하면서 수도 키이우는 짧은 평화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5일 전인 이달 5일 러시아군의 전략폭격기가 이 쇼핑몰에서 불과 5, 6km에 불과한 키이우 다르니츠키, 드니프로우스키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출발한 기자가 도착한 키이우 버스 정류장과 불과 15km 거리에 있는 지역이다. 키이우 시민들은 “당시 수도 키이우가 공격당한 것은 4월 이후 38일 만”이라고 밝혔다. 키이에서 일하는 영어 교사 올렉산드라 씨는 “당시의 공포가 눈에 선하다”며 “사실 러시아군이 다시 키이우를 공격할지 몰랐다. 이번에 공격을 다시 받으면 시민들까지 나서 (러시아군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국 언론 중 최초로 수도 키이우를 직접 찾아 전쟁의 상처를 상세히 취재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무기를 제공하면 이제까지 공격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공격하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힌 선전포고다. 미국,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중거리 다연장 로켓 발사대. 대포병 레이더 등 고성능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반발해 전방위 공격을 예고한 것. 이날 러시아군 전략폭격기가 수도 키이우에 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중 1발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파괴됐지만 나머지 4발은 키이우 일대 민간 시설, 차량 수리공장, 군사 인프라 시설 등을 폭격했다. ● 다시 커진 전쟁 공포“다시 수도 키이우를 공격하면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9일 만난 올렉산드라 씨는 전쟁의 화마가 다시 닥칠 것을 우려했다. 특히 9살 딸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키이우와 일대 수도권 지역은 2월 24일 침공과 함께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다. 수도를 단숨에 점령해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수도권 일대 부차, 이르핀 등의 지역이 러시아군에 함락됐고, 그 여파로 수백 명의 시신이 고문의 흔적과 함께 발견됐다. 세계는 러시아의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비판했다. 수도 사수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의 처절한 방어에 러시아군은 4월부터 ‘2단계 작전’을 선언하며 친 러시아 세력이 많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키이우는 러시아군 위협에서 벗어났다. 한국 대사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서남부 지역으로 대피한 각국 대사관들도 다시 키이우에 복귀하면서 정상화가 점차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달 5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한 것. 전쟁 발발 105일째인 9일 키이우 중심가는 여전히 긴장에 가득차 있었다. 대통령궁 일대도 경비가 삼엄했다. 수도 키이우가 본격적으로 다시 공격을 받을 경우, 이번 전쟁이 제3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단계는 2월 24일 전쟁 시작과 함께 약 한달 간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제2도시 북부 하르키우, 남부 주요항구도시 마리우폴, 헤르손 등 전국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이후 4월 초부터 러시아군은 ‘2단계 작전’을 선언하며 동부 돈바스 공략에 나섰고,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5일에 이어 다시 수도 키이우이 이뤄질 경우 전면전과 함께 전쟁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강경대응에 나선 상태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7일 “2월 24일 전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 의미있는 승리”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 영토를 다시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17시간 걸린 키이우 행 기자는 9일 자정경 폴란드 크르초바 국경검문소를 지나 우크라이나 키이우 도착까지 17시간이나 걸렸다. 국경 검문소 통과에만 2시간 이상 소요됐다. 전쟁 때문에 비행기가 다니지 않는 상황에서 수도 키이우에 가는 방법은 기차나 버스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달부터 미군기지가 있는 폴란드 국경도시 제슈트, 프세미실부터 우크라이나 국경을 지나 서부 르비우를 거치는 철도 등이 서방 군수품을 보급한다는 이유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기자는 폴란드 크라쿠프부터 약 900㎞를 버스로 이동했다. 새벽 2시경 국경을 지나 키이우로 향하던 중 버스 운전사의 실수로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맞은편 대형 트럭과 충돌할 뻔 했다. 서로 충동을 피하는 과정에서 버스가 전복될 뻔 했고, 두 차량은 양쪽 가드레일을 받은 후에야 멈췄다. 경찰이 출동해 버스 운행이 2시간 20분 간 정체되면서 키이우는 버스 탑승 후 17시간 만에 도착했다.글·사진 키이우=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점령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주민 약 600명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가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 전쟁범죄 1만여 건을 상세히 기록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 “신체 훼손에 전기고문까지”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타밀라 타체바 우크라이나 대통령 직속 크림반도 상임대표는 7일(현지 시간) “헤르손 주민 약 600명이 지하 고문실에 감금돼 고문을 받아왔다. 주로 전쟁포로나 반(反)러시아-친우크라이나 시위 등을 조직한 언론인 사회운동가 등이 희생자”라고 밝혔다. 올 4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은 동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지난달 25일부터 러시아 시민권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러시아에 병합시키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헤르손 지역 언론 기자 올레 바투린 씨는 영국 BBC에 “러시아군이 침공한 후 납치돼 8일간 갇혀 기관총으로 얼굴 등 온몸을 맞아 갈비뼈 4대가 부러졌다”며 “(다른 주민이) 고문 받거나 모의 처형 (형식의 고문을) 당하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주로 사람들 손발을 묶어 놓고 구타하거나 목에 줄을 매달고 끌고 다니는 식으로 고문을 자행했다. 심한 경우 신체 일부를 자르거나 성기나 복부를 인두로 지지기도 했으며 심지어 전기고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헤르손 지역 한 의사는 “사람 사타구니에 자동차 배터리와 연결된 전선 두 개를 부착하고 물에 젖은 천에 서게 한 뒤 전기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지하 고문실에 감금한 이들에게 “나머지 가족도 데려와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심리 고문도 가했다고 한다. 고문을 당한 600여 명 가운데 300여 명은 지금도 갇혀 있으며 나머지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비롯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갇혀 있다고 타체바 대표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러시아 전쟁범죄를 정리해 세계에 알리는 시스템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행한 집단살인 강간 약탈을 비롯한 전쟁범죄를 수집, 정리하는 ‘사형집행인의 책(Book of Executioners)’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검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전쟁범죄는 1만2000건을 넘었다. 다음 주 전범 용의자 약 600명의 범죄 형태와 신상정보가 담긴 간행물 ‘사형집행인의 책’도 낼 계획이다.○ 젤렌스키 “전쟁 교착은 선택지 아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교착 상태는 선택지가 아니다. 영토를 완전히 탈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을 2월 24일 침공 전 영역으로 내모는 것이 잠정적 승리”라며 “최종 목표는 영토를 모두 탈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에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지원을 요청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예우헨 코르니추크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대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아이언돔을 비롯해 방어용 무기를 이스라엘에 요청했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듯 우리도 시민을 보호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경을 맞댄 시리아 문제로 러시아와의 갈등을 꺼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을 제공할지는 미지수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사진)가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말미암은 보수당 신임투표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존슨 총리의 불신임을 요구한 ‘반란표’가 41%나 나와 당내 리더십 붕괴 직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스스로 사퇴하라’는 목소리까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6일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 359명을 대상으로 한 총리 신임투표 결과 찬성 211표, 반대 148표로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해 존슨 총리를 재신임했다. 존슨 총리는 2020∼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역 간 이동 및 모임이 금지된 봉쇄 기간에 총리 관저 등에서 수차례 파티를 즐긴 것이 확인돼 최근 범칙금이 부과됐다. 현직 총리가 범칙금을 물게 된 것은 존슨 총리가 처음이다. 지난해 말 파티게이트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여론이 악화돼 신임투표까지 이르게 됐다. 존슨 총리는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완전한 승리(complete triumph)”라며 “설득력 있고 결정적인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국민을 돕는 일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은 그의 지도력이 치명적으로 손상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등에 대응할 리더십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BBC는 “존슨 총리가 이번 투표에서 얻은 찬성률(59%)은 2018년 12월 브렉시트 문제를 풀지 못하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보수당 신임투표 때 받은 63%보다 낮다”며 “존슨의 권위는 이미 약화됐고 사임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 전 총리는 재신임을 받았지만 6개월 뒤 물러났다. 일간 가디언도 “소속 당 의원 10명 중 4명이 불신임할 정도로 신임을 잃었다”며 “보수당은 존슨 탓에 계속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 총리는 이날 “조기 총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그의 내각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 당내에서 조기 총선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설문조사 결과 존슨 총리 지지율은 지난해 7월 44%에서 올 4월 22%까지 하락했다. 존슨 총리 부부가 3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에 등장하자 군중은 심한 야유를 보냈다. 야당은 존슨 총리와 보수당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했다. 제1야당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분열된 집권당이 문제 해결 계획이 없는 존슨을 신임했다”며 “존슨 내각 및 여당의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술잔치를 벌인 일명 ‘파티 게이트’ 여파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사진)에 대한 불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가 6일(현지 시간) 진행됐다.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속한 집권여당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들의 모임인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레이디 위원장은 이날 “여당 하원의원의 15% 이상인 54명 이상이 불신임투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총리 불신임투표 요건이 충족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8시(한국 시간 7일 오전 3시)경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현재 보수당 하원의원(359명)의 과반인 180명 이상이 불신임에 표를 던지면 존슨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불신임 투표의 배경은 ‘파티 게이트’에 따른 존슨 총리의 신뢰 하락이다. 총리실 직원들이 관저 등에서 노래방 기계를 동원해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존슨 총리도 2020년 6월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문제와 관련해 부인 및 리시 수낵 재무부 장관과 함께 각각 50파운드의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현직 영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벌금을 물었다. ‘파티 게이트’ 여파로 지난달 6일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200개 지역구에서 총 399석을 잃었다. 반면 제1야당 노동당(238석)과 자민당(189석) 등은 의석을 늘리면서 여당 내 존슨 총리 책임론이 부각됐다. 존슨 총리는 “사임할 생각은 없다”며 버텨 왔다. 내각 소속이자 여당 핵심 인사들인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 등은 이날 존슨 총리 지지 의사를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무기 지원을 구실로 그동안 공격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지역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방이 약속한 대로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전 지역이 동부 돈바스에서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러시아 국영 로시야1TV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면 새로운 목표물을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를 38일 만에 공습했다. 그럼에도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6일 “러시아군 전술 변화에 맞춰 무기 지원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평지인 돈바스 전투에 맞는 M270 다연장 로켓발사기를 예정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미국 독일 영국 등은 첨단 고속기동포병 로켓시스템(HIMARS), Mi-17 헬리콥터, 전술 장갑차 지원 계획을 밝혔다. AFP통신은 “서방 첨단 무기가 돈바스 전선에 공급되면 러시아군에 큰 타격”이라며 “푸틴이 경고하고 나선 이유”라고 전했다. 돈바스 공방이 격렬해지면서 우크라이나군 병력 손실은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하루 평균 우리 군 60∼1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전 때 미군의 피해가 가장 컸던 1968년 미군 전사자는 하루 평균 50명 미만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동남부 자포리자 전선의 부대를 찾아 사기 진작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두고 러시아와 서방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한 밀을 아프리카에 파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3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아프리카 식량 위기를 논의했다. 미 국무부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및 아프리카 12개국 등과 “도난당한 곡물 판매를 막기 위해 협력 중”이라며 (이들 국가에) 러시아 화물선 3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밀을 싣고 항구를 떠났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올 2월 24일 침공 이후 밀을 최대 50만 t 훔쳤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모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마음은 항상 국민과 함께 있습니다. 가족 도움을 받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계속 섬기겠습니다.”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4일간의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가 끝난 5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6)은 영국민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전날까지 사흘 연속 플래티넘 주빌리 주요 행사에 불참해 여왕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대한 반응이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BBC에 따르면 여왕은 이날 성명에서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70주년을 축하해줬다. 겸허한 마음으로 깊이 감동했다”면서 “새로운 유대감이 여러 해 동안 계속 느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플래티넘 주빌리 대미를 장식한 행사는 1953년 대관식 때 여왕이 행진한 버킹엄궁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약 3km 구간에서 벌어진 퍼레이드였다. 1만여 명이 참여한 이날 행진에는 대관식 때 여왕이 탔던 길이 7.3m, 무게 4t의 황금마차가 다시 등장했다. 황금마차에는 대관식 때 여왕 모습을 담은 홀로그램이 투영됐다. 약 1500만 파운드(약 235억 원)가 투입된 퍼레이드가 시작되려 하자 여왕은 초록색 투피스 치마 정장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타나 운집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왕위 계승 1순위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 왕세자빈, 2순위 윌리엄 왕세손 및 캐서린 왕세손빈과 이들의 장남 조지 왕자, 장녀 샬럿 공주, 차남 루이스 왕자가 함께했다. 시민들은 국가 ‘하느님, 여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며 화답했다. 고령의 여왕에게 영국민의 기대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민 58%는 ‘여왕이 살아 있는 동안 군주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여왕 종신 집권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여왕이 은퇴하고 왕좌를 물려줘야 한다’는 응답은 26%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왕이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도 통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여왕은 찰스 왕세자 등에게 왕의 임무를 많이 나눠 주겠지만 승계는 여왕 사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