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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굳어 덩어리가 되는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은 초기 사망률이 30∼50%에 이를 만큼 위험하다.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심근세포가 섬유화돼 심장의 펌프 기능도 떨어진다. 지금까지 심근세포 섬유화를 치료하는 데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줄기세포로 근섬유아세포를 만든 뒤 다시 심근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이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개발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이 이용됐다. 하지만 iPSc를 비롯한 줄기세포 기반 세포재생 치료 기술은 과정이 복잡하고 세포의 생존율이 낮아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쉽지 않아 답보 상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테라그노시스 연구단’은 치료효과가 불완전한 유도만능줄기세포 대신 ‘엑소좀’을 근섬유아세포에 적용해 심근세포로 분화하는 기술을 최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테라그노시스란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을 합친 말이다. 줄기세포 기반 세포 재생 치료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50∼15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소포체로 다른 세포와 정보교환을 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가 처한 상태에 따라 엑소좀에 포함된 내용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소와는 다른 물질을 담은 엑소좀을 내보낸다. KIST 테라그노시스 연구단은 생체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해 질병 조기 진단은 물론이고 치료법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2012년부터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인 다나파버암연구소(DFCI)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에는 DFCI에 공동연구실을 열었다. 해외 대학 연구진과 현지에서 연구실을 함께 운영하는 국내 유일 연구단이다. 현재 미국에서 KIST-DFCI 공동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권익찬 KIST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엑소좀을 이용한 세포 재생 치료법은 자신의 세포를 넣는 방식이어서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독성이 없다”며 “근섬유아세포가 심근세포로 분화되는 비율이 최대 80%로,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KIST-DFCI 연구실은 엑소좀을 이용한 암 진단 및 치료 연구도 6년째 하고 있다. 권 책임연구원과 토머스 로버츠 DFCI 암생물학과 교수가 주도한다. 공동연구진은 암세포가 내보내는 특정 엑소좀을 바이오마커로 삼아 아직 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 환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엑소좀 속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면 이 유전자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암 전이도 막을 수 있다. 권 책임연구원은 “KIST 테라그노시스 연구단이 엑소좀을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로버츠 교수 연구진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다”며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워크숍을 올해 6월 서울에서, 9월 하버드대에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가적 재난 문제로 떠올랐다.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이나 피부 노화, 심지어 정신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체내로 유입된 미세먼지가 어떤 작용을 일으켜 질환을 유발하는지는 아직 학계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장안수 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16년 5월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지’에 발표했다. 장 교수 연구팀은 미세먼지(디젤 배출입자)를 초음파로 분무하는 밀폐시스템에서 실험용 쥐를 하루 1시간씩 일주일에 5일간, 총 석 달 동안 노출시키는 실험을 통해 미세먼지가 천식을 직접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찾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수록 인터루킨이나 인터페론 등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물질이 증가한다. 그러면 면역세포인 호중구와 림프구 등이 증가해 염증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기도 과민반응과 기도 염증이 유발돼 결국 천식이나 폐섬유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한다. 장 교수팀은 현재 위험하다고 알려진 초미세먼지보다도 훨씬 작은 100nm 크기의 입자가 염증 반응에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해 연구 중이다. 미세먼지 입자가 작아지면 그만큼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미 꽃가루 알레르기나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 면역반응에 의한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미세먼지가 병을 악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와 호흡기전문질환센터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어린이 2052명을 대상으로 알레르기 피부반응 검사를 한 결과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알레르기 비염 증상도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 7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AARD)’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세먼지 농도가 겨울철에 훨씬 높지만 알레르기 비염 증상 유병률은 봄철이 훨씬 높았다”며 “봄에 꽃가루가 많이 날리면서 미세먼지와 상승효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영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14년 국제학술지 ‘커런트 알레르기 및 천식 리포트’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은 모두 단백질”이라며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 등 단백질 성분이 체내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데, 미세먼지가 반응을 극대화하도록 촉매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정신 질환과 피부 노화에 초미세먼지가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종희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 연구팀은 6일 피부 질환이 없는 사람 188명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에 14일간 노출하는 실험을 한 결과,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피부가 노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유럽피부과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가 모공을 통해 피부 속으로 침투하면서 세포를 공격해 노화를 일으키는 물질인 활성산소를 생성해 피부 노화를 유발한다고 추정했다. 2월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초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정신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2003∼2013년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입원한 8만634명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 노출과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m³당 10μg 증가하면 정신 질환으로 입원하는 환자 수가 0.8%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016년 스웨덴 우메아대 연구팀도 18세 이하 50만여 명을 대상으로 분석해 미세먼지가 m³당 10μg 증가하면 청소년의 정신 질환이 4%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의학저널’에 내놨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으나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장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다른 질환과 어떤 상승 작용을 내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환까지 유발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선 미세먼지가 체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여름은 ‘극혐’의 대명사 바퀴벌레가 창궐하는 계절이다. 덥고 습한 날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혐오스러운 데다 생존력까지 경이로운 수준이니 더욱 마음에 안 든다. 하지만 과학자에겐 다르게 다가온다. 질긴 생명력은 생물학자들을 매료시켰고 유연성과 민첩성은 공학자들에게 기발한 로봇을 만드는 영감을 줬다. 늘 함께하지만, 함께하고 싶지 않은 바퀴벌레에 얽힌 과학을 살펴보자. 세계적으로 바퀴벌레는 4000종이 넘는다. 이 중 우리가 보는 것은 극히 일부. 전체 바퀴벌레 종의 99%는 야외에서 산다. 원래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사는 평범한 곤충인데 그중 일부가 도시에 적응했고, 교통과 무역의 발달에 힘입어 세계에 퍼져 지금 우리가 아는 바퀴벌레가 됐다. 한국에는 약 10종류의 바퀴벌레가 산다. 이 가운데 산바퀴와 경도바퀴는 밖에서 살며 독일바퀴와 일본바퀴, 미국바퀴(이질바퀴), 먹바퀴가 실내에 산다. 실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은 새끼손가락 한 마디 크기에 진한 갈색을 띠는 독일바퀴다, 이들은 실내 바퀴벌레의 83%를 차지한다. ‘바퀴벌레 혐오’는 건강에 유익하다. 대부분의 바퀴벌레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퀴벌레가 전파하는 병원체는 100종류가 넘는다. 이들은 음식을 먹을 때 배 속에 있는 것은 토해내는데, 이 과정에서 음식물을 오염시킨다. 여기저기 벗어놓은 허물도 문제가 된다. 세스코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허물이나 사체가 바짝 마르면서 부서져 먼지처럼 날리다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로 들어오면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바퀴벌레 배설물에 들어있는 물질도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사람에게는 비호감 해충이지만 과학자들에게 이들의 놀라운 생명력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바퀴벌레는 한 번만 교미해도 일생 알을 낳을 수 있다. 미국바퀴는 알 14∼18개가 든 알집을 4∼10일 간격으로 일생 동안 최대 59번 낳는다. 알을 자주 여러 개 낳는 데다 알집을 안전한 곳에 숨겨두는 습성이 있다. 빙하기가 들이닥치고, 지구에 소행성이 부딪쳐도 살아남은 비결이다. 수컷 없이 암컷끼리도 번식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올해 3월 나왔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팀이 암컷 세 마리를 같이 뒀더니 열흘 만에 미수정란을 이용해 자손을 번식했다. 바퀴벌레가 단성생식을 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밝혔다. 그 후 열다섯 마리를 함께 두는 실험을 했더니 이런 방식으로 3년 동안이나 무리를 유지했다. 놀라운 생존력은 바퀴벌레의 유연하고 민첩한 신체 덕분이기도 하다. 바퀴벌레의 이동 속도는 초속 25cm로 다른 곤충보다 빠른 편이다. 몸 두께를 원래보다 20% 이상 납작하게 만들어 좁은 곳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런 특성은 공학자를 매료시켰다. 러시아 이마누엘칸트발트연방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바퀴벌레의 재빠른 발을 흉내 내 로봇을 만들었다. 몸길이는 약 10cm이며 초당 약 30cm씩 움직인다. 내비게이션과 센서가 달려 있어 길을 찾거나 장애물을 피할 수 있으며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지난해 2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폴리페달 생체역학연구실 로버트 풀 교수와 하버드대 로봇공학자 코식 자야람 교수팀이 개발한 로봇은 외골격이 마치 트럼프카드를 여러 장 펼친 듯한 모양이다. 판들이 서로 겹쳐지면서 몸을 절반가량 납작하게 만들 수 있다. 산사태나 지진, 대형 화재 등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 생존자를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퀴벌레의 생존 노하우를 인간이 배운 셈이다. 바퀴벌레는 뇌와 신경계의 작동을 연구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팀은 2013년 바퀴벌레를 좀비처럼 원격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칩을 만들었다. 이 칩을 등에 단 바퀴벌레는 스마트폰 앱으로 조종하는 대로 방향을 바꿔 움직인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요즘 부쩍 천연 발효 빵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대량 생산된 빵에서 느낄 수 없는 소박하면서도 부드러운 풍미에 빠졌다고 입을 모은다. 빵은 밀가루 반죽 속 이스트(효모)가 미생물과 만나 발효하며 부푼 것을 구워 만든다. 천연 발효는 말 그대로 밀가루 반죽을 천연 상태에서 발효시킨 것이다. 효모와 발효 미생물이 살아 있는 누룩 덩어리인 발효종을 반죽에 넣어 발효시킨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많이 쓰이며, 40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빵 반죽의 발효는 밀가루와 미생물, 사람의 손길이 어우러져 일어나는 맛의 과학의 향연이다.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는 오늘날 빵 문화권을 낳은 일등공신이다. 기자가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의 알랭 상셰즈 제빵장과 함께 고대 이집트 빵을 재현하며 빵과 함께 살아온 ‘효모 사피엔스’의 기원을 찾아가 보았다.》 ○ 발효빵의 고향은 고대 이집트 기원전 2000년, 고대 이집트에서 발효빵이 처음 탄생했다. 기후가 따뜻하고 나일 강이 흘러 밀과 보리가 잘 자라는 곳이었다. 그전엔 발효되지 않은 밀가루를 그대로 구운 납작한 빵을 먹었다. 아마 어떤 요리사가 하루를 묵힌 밀가루 반죽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것을 우연히 보지 않았을까. 버리기 아까워 화덕에 넣은 반죽이 훨씬 부드럽고 향기로운 빵이 됨을 발견한 게 발효빵의 기원이라는 이집트 설화가 전해온다. 이집트에선 빵 관련 고대 유적과 유물이 가장 많이 나온다. 제빵 과정을 그린 벽화와 빵굼터, 화덕, 밀을 가는 도구 등이 발굴됐다. 멘투호테프 2세의 무덤에선 4000년 된 빵 화석도 발견됐다. 당시 빵의 종류는 40가지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의 빵 맛은 어땠을까. 서진호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현대의 빵보다 신맛이 강했을 것”이라며 “반죽을 천연 발효시키면 효모뿐 아니라 유산균이 작용해 초산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발효종을 쓰는 유럽에서는 빵에서 시큼한 맛이 난다.○ 기자가 직접 만들어보니… 고대의 빵을 재현하려면 우선 고대의 밀을 찾아야 한다. 당시 밀과 비슷한 품종이 지금도 있다. 국내서도 최근 ‘건강한 밀’로 유명한 호라산밀이다. 알레르기 위험이 있는 글루텐 함량이 적고 전분이 많아 칼로리가 낮다. 항산화물질인 셀레늄과 카로티노이드, 배변을 돕는 식이섬유도 많다. 호라산밀을 빻은 가루는 일반 밀가루보다 조금 거칠고, 미숫가루처럼 누렇다. 두 번째로 ‘이집트스럽게’ 발효시켜야 한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밀가루에 물을 붓고 반죽한 후, 상온에 두고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천연 발효 기법을 썼다. 그러다 맥주를 만들 때 쓰는 누룩을 떼어 빵을 빚게 되었다. 빵과 맥주 모두 맥주효모라는 미생물이 발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효모는 밀가루 반죽에서 포도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낸다. 빵을 부풀리고 다양한 향기를 낸다. 기자는 며칠에 걸쳐 천연 발효를 하는 대신, 막걸리로 직접 키운 발효종을 이용했다. 발효가 끝난 반죽을 굽는 일도 문제였다. 건조하게 굽기 위해서는 ‘이집트스러운 화덕’이 필요했다. 과거에는 흙으로 만든 화덕에 반죽을 구웠다. 물론 지금도 인도의 난이나 이탈리아 피자처럼 화덕에 빵을 굽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화덕과 달리, 당시에는 반죽을 불과 직접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두고 구웠다. 결국 오븐에서 스팀을 제거해 반죽에 열이 직접 닿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 먹어 보니, 술의 향기가 입안 가득∼ 갓 구워낸 빵은 이집트 전통 빵 아이시처럼 납작했다. 손으로 빵을 당기자 생각보다 단단했다. 글루텐이 거의 없어 점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입에 넣는 순간, 술의 향긋한 향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단단한 식감 탓에 천천히 오래 씹어야 했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발효종을 넣은 빵은 효모만 넣은 빵보다 맛있고 향기롭다. 발효종 안에는 효모 말고도 다양한 미생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빵을 만들 때 인위적으로 유산균(락토바실루스)을 넣으면 포도당 분해 후 산물의 85% 이상이 젖산이지만, 자연 상태에선 류코노스톡 등 다른 유산균이 함께 작용해 젖산 외에도 휘발성 물질인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휘발성 물질과 기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풍미를 많이 낸다는 뜻이다. 과학동아 6월호는 고대 이집트 빵의 레시피와 효모와 발효종의 차이점, 국내 과학자들이 개발한 전통 제빵효모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발효종::밀가루에 효모 및 여러 발효 미생물을 넣어 만든 누룩 덩어리.::천연 발효::자연 상태에서 발효하거나 발효종을이용해서 부풀리는 과정.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미국은 지리적인 특징 때문에 회오리바람(토네이도)이 자주 발생한다. 4월 27일 하루에만 312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340명 이상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1300여 개, 사망자가 52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2000년부터 10년간의 연평균 토네이도 발생 건수는 1274건. 6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벌써 평균을 훌쩍 넘긴 셈이다. 그러나 이런 토네이도가 반가운 사람들도 있다.》토네이도를 따라다니며 연구하는 기상학자와 취미로 토네이도를 뒤쫓는 아마추어 관측가들이다. 미국 현지에선 이들을 ‘토네이도 헌터’라고 부른다. 주로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대학 소속 교수와 연구원이 많다. 아마추어 토네이도 헌터들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방송국 등에 팔아 돈을 벌기도 한다. 토네이도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을 모아 관광 상품까지 판매하는 사람도 등장했다.토네이도 헌터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상학과의 폴 마코스키 박사는 “미국에서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과학자는 1000명쯤 된다”며 “아마추어까지 합하면 토네이도 헌터는 15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강력한 회전 상승기류 ‘메조사이클론’미국의 토네이도는 로키산맥을 건너온 차갑고 건조한 북서풍과 멕시코 만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남동풍이 광활한 평원에서 부닥치면서 생겨난다. 두 개의 바람이 만나면 강력한 공기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슈퍼셀’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토네이도의 씨앗이 된다.성질이 다른 두 기단이 부딪치면 따뜻한 바람이 위쪽으로, 상대적으로 차가운 바람은 아래쪽으로 흘러간다. 강한 바람이 서로 스쳐 지나가면 중간 부분에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빙빙 도는 ‘수평회오리’가 생긴다. 이 수평회오리가 상승기류를 만나게 되면 ‘벌떡’ 일어서면서 주변에서 공기를 끌어들인다. 이렇게 해서 강력한 회전 상승기류인 ‘메조사이클론’으로 발달하게 된다.거대 상승기류인 메조사이클론의 일부분이 지표면에 닿는 현상이 토네이도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동부와 네브래스카 주, 캔자스 주, 오클라호마 주, 텍사스 주 북부, 콜로라도 주 동부처럼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토네이도 앨리’라고 불린다.○ ‘고수’ 토네이도 헌터, 과학으로 무장초보 토네이도 헌터는 슈퍼셀 앞면에 생기는, 젖가슴 모양과 닮은 구름인 ‘유방운(乳房雲)’이 나타나거나, 폭우나 주먹만 한 우박이 쏟아지거나, 깔때기처럼 생긴 ‘벽구름’이 나타나는 것을 토네이도 징조로 여긴다. 하지만 메조사이클론이 발달했다고 해서 무조건 토네이도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확률은 50% 정도다. 무작정 사냥에 나섰다가는 거친 날씨에 고생만 한다.숙련된 토네이도 헌터들은 과학으로 무장한다. 대기와 폭풍의 성질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로 토네이도가 나타날 ‘징조’를 찾는다. 가장 유용한 장비는 ‘도플러 레이더’다. 레이더가 폭풍을 향해 빔(beam)을 쏘면 빗방울이나 수증기 입자, 얼음알갱이, 우박 등에 부딪쳤다가 돌아온다. 어떤 것에 반사됐느냐에 따라 빔이 감소한 비율이 다르다. 빔의 감소율을 측정하면 슈퍼셀 안에 어떤 입자가 얼마만큼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모니터에 여러 가지 색깔로 나타나는데, 토네이도 헌터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건 ‘붉은 갈고리(훅에코)’다. 빠르게 회전 상승하는 기류, 즉 메조사이클론을 뜻하기 때문이다. 물 입자가 레이더에서 멀어지는 부분은 붉은색으로, 레이더에 가까워지는 부분은 초록색으로 나타난다. 이 밖에 풍선에 기압계, 온도계, 습도계 등을 매달아 띄우는 ‘레이윈존데’ 같은 장비도 사용한다.미국에서 토네이도 헌터로 활동했던 박선기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토네이도는 오후 6시에 많이 발생해 ‘6시의 마법’이라고 부른다”며 “토네이도 연구에 이용하는 슈퍼컴퓨터가 더 빨라지면 예보시간을 지금보다 늘려 인명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셀과 메조사이클론, 토네이도가 생기는 자세한 원리는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과학동아 7월호 특집기사 ‘토네이도 vs 토네이도 헌터’를 통해 볼 수 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범죄자들은 TV, 신문, 잡지를 보고 범죄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범행 방법과 범행 도구가 무엇인지’ ‘증거를 어떻게 은폐하려 했는지’가 상세하게 보도되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은 현장에 남은 자신의 유전적 증거물(DNA)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혈흔은 닦아내고, 머리카락은 줍는다.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끼고, 정액을 흘리지 않으려고 콘돔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처럼 치밀한 범죄자들도 자세히 보면 흔적이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미세증거물’ 수사기법은 ‘완전범죄란 없다’는 해묵은 말에 힘을 실어준다. 미세증거물이란 옷의 섬유, 흙, 페인트 흔적, 유리조각, 화장품 가루 등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증거물을 말한다. 미세증거물로 어떻게 범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범인이 피해자를 한 번 끌어안기만 했어도 옷에는 흔적이 남는다. 용의자가 입었던 옷에서 피해자 옷의 섬유가 나온다면 서로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범인도 같은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 피해자의 옷이나 몸에는 사고 때 마찰이 생기면서 미세하게 녹은 자동차 페인트 흔적이 남는다. 이 페인트를 화학적으로 분석해 자동차 페인트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보면 차종과 연식까지 알아낼 수 있다. 과학동아 4월호는 특집 ‘과학수사 X파일, 내 앞에 완전범죄는 없다’를 통해 미세증거물을 비롯한 과학수사 주요 기법 5가지를 알기 쉽게 소개했다. ‘쥐 식빵 자작극’ ‘만삭 의사부인 질식사 사건’ 등 최근 화제가 됐던 각종 범죄를 해결한 과학수사 기법도 알아 볼 수 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과학동아와 한국해양연구원은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열대해양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할 독자 4명을 모집한다. 이번 행사는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축(Chuuk) 주에 있는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에서 열리며 스킨스쿠버로 바닷속 산호 관찰하기, 물고기 잡아 해부하기 같은 생생한 해양 체험을 할 수 있다. 과학동아 8월호 독자엽서에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에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적어 과학동아 편집부로 보내면 된다. 031-400-6076 과학동아는 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관광청과 함께 7일간 브리티시컬럼비아로 취재 여행을 떠날 ‘과학동아 에코 원정대’도 모집한다. 지원 팀(2, 3명)은 이달 16일까지 에코 원정대에 대한 블로그(blog.naver.com/tbckorea)를 만들고(1차), 에코 세미나에서 발표할 동영상을 제작해야 한다(2차). 최종 선발된 팀은 취재여행을 다녀온 뒤 과학동아 에코 포털 사이트의 객원기자로 활동한다. 02-777-1977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재미 한인 과학자가 상추, 시금치 등 채소에 묻은 병원균을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검출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검출기를 이용하면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같은 호흡기 질환의 감염 여부도 즉시 진단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 농생명공학과 윤정열 교수(사진)는 22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상추에 대장균이 한 마리만 묻어 있어도 오염 여부를 알 수 있는 ‘랩온어칩(Lab on a Chip)’ 기술을 이용해 병원균을 확인하는 휴대용 검출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랩온어칩은 ‘하나의 칩 위에 실험실을 올려놓았다’는 뜻으로 일종의 바이오칩이다. 칩의 미세한 채널에 혈액, 물 등 아주 적은 양의 액체를 흘려 수십∼수백 가지 생화학 실험을 즉석에서 할 수 있다. 윤 교수가 개발한 랩온어칩은 미세 채널을 따라 빛이 흘러가도록 해 기존의 유사 칩보다 검출 성능을 1000배 이상 높였다. 윤 교수는 “시료에 자외선을 쬐였을 때 병원균에 의한 자외선 산란은 최대한 키우고 채소의 식물세포나 먼지 등 병원균 이외의 물질에 의한 산란은 최소화한 것이 랩온어칩의 핵심”이라며 “2, 3년 뒤에는 휴대전화에 이 기능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해 2007년부터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공동으로 돼지 축사 인근 지역에서 공기를 포집해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윤 교수는 “신종 인플루엔자, 사스 바이러스 등을 현장에서 바로 검출하면 호흡기에 의한 전염병의 대유행을 초기에 막을 수 있다”면서 “강의실, 극장,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화재경보기 같은 경보 장치를 설치하고 공기 중 신종 인플루엔자가 감지될 때마다 경보음이 울리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싱싱한 회를 잘 골라 먹어야 하는 무더운 여름. 특히 복어회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복어 간과 생식기관에 든 독 탓이다. 자칫 잘못 먹으면 ‘좀비’로 변할지도 모른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사람이 복어 독을 먹으면 ‘좀비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과학자들이 있다. 아이티에선 부두교의 주술사가 시체에 주문을 외고, 묘약을 먹여 환생시켰다는 말이 돌았다. 캐나다 민속식물학자 웨이드 데이비스 하버드대 교수는 주술사들이 어떤 과학적인 현상을 악용해 산 사람을 좀비로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그가 아이티에서 입수한 8가지 ‘좀비 묘약’에는 공통적으로 복어 독(테트로도톡신)과 자이언트두꺼비의 침, 독말풀이 들어 있었다. 테트로도톡신은 치명적인 독이지만 아주 적은 양을 먹으면 죽지 않는 대신 호흡이 얕아지고 심박이 느려진다. 자이언트두꺼비의 침과 독말풀에는 환각 성분이 들어 있다. 주술사가 가사상태로 만든 사람을 주민들은 죽은 줄 알고 땅에 묻었고, 그 뒤 주술사가 ‘시체’를 몰래 파내 환각에 빠뜨린 것이다. 과학동아 8월호는 납량기획으로 좀비의 실체와 좀비 현상의 원리를 밝혔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 만드는 5가지 방법이 가능한지 의학적으로 뜯어봤다. 한편 과학동아는 ‘캐나다 에코원정대’ 한 팀(2, 3명)과 한국해양연구원 남태평양연구센터를 방문할 학생(4명)을 선발하는 행사도 연다. 참가비는 무료. 02-3148-0879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화성을 그리려면 반드시 남극에 다녀와야 합니다.” 32년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항공 일러스트를 전문적으로 그려온 패트 롤링스 씨는 우주 곳곳을 그리는 과학일러스트 작가다. 그는 우주비행사가 아니지만 우주 곳곳을 그린다. 화성 표면을 실제처럼 그리기 위해 지구에서 화성과 가장 닮은 남극에 다녀오기도 했다. 화성은 산화철 먼지로 덮여 있어 붉은빛을 띠지만, 전체적으로 춥고 건조한 사막이며 드라이아이스와 물로 이뤄진 거대 빙하가 있어 남극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천체는 지구와 판이하게 다르다. 롤링스 씨는 “우주비행사나 과학자를 취재해 천체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던 우주비행사와 우주왕복선을 타고 날아온 우주비행사가 우연히 만나 악수하는 모습이나, 달에서 다리가 부러진 우주인을 응급 치료하는 모습처럼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실감나게 그렸다. 과학일러스트 작가들은 우주뿐 아니라 인체 내 기관, 희귀한 동식물의 세밀한 모습,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원자와 분자까지 과학이 손을 뻗은 것이라면 무엇이나 그림으로 표현한다. ‘최초로 과학을 그림으로 그린 사람은 누구인지’ ‘한국에는 어떤 과학일러스트레이션이 있는지’ ‘벤젠고리를 육각형으로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등 과학일러스트레이션의 모든 것을 과학동아 6월호에서 만날 수 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