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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재진 환자의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재진’의 폭이 너무 좁아 정기적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3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대면 재진이 가능한 기준을 30일에서 두 달 이상으로 늘리는 데 이어 이를 넘겼더라도 의사 판단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지혈증이나 역류성 식도염처럼 12대 만성질환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현재는 고혈압 등 12대 만성질환을 제외하고는 30일 이내에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또 정부는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산이나 섬 같은 격오지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숨은 벽지’로 확대하고, 병원이 문을 닫는 야간과 휴일에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탈모약 처방 등) 급하지 않은 약을 처방받으려는 초진 환자들까지 야간, 휴일에 비대면 진료를 받는 게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14일 박민수 2차관 주재로 공청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 개편안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떠난 이를 기리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남편의 흔적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산 기부를 선택했어요.” 준비 없이 맞닥뜨린 이별이었다. 잔병치레 한 번 없던 남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건 지난해 여름. 평소 건강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으나 확진 판정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집에서 쓰러졌다. 남편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장연희 씨(37)는 그렇게 허망하게 동갑내기 남편 오상운 씨를 떠나보내야 했다. 슬픔을 추스르고 남편의 삶을 정리하던 장 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국내에서도 유산 기부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 씨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아동 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남편의 유산 중 2000만 원을 기부했다. 장 씨는 기부금을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써줄 것을 굿네이버스에 요청했다. 생전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남편의 유지를 이어 간 것이다. 오 씨는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재능 기부로 영어 과외를 해주기도 했다. 장 씨는 “사랑하는 남편의 삶을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존재만으로도 사랑받고 마음껏 꿈꿀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유산이 아프리카 ‘생명수’로매년 9월 13일은 유산 기부의 날이다. ‘유산 기부’란 사후에 남겨진 재산을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공익단체에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기부를 원하는 사람이 생전에 유산 기부를 약정하거나, 사후에 유가족이 고인의 뜻을 기려 기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굿네이버스는 유산 기부를 했거나, 하기로 한 회원들을 ‘더네이버스 레거시(legacy·유산) 클럽’에 등재해 예우하고 있다. 법률, 세무, 신탁 등 전문가를 통해 기부자 개인별로 증여 방법을 설계해 주고, 기부자의 이름은 특별회원 예우 공간에 새겨진다. 2017년 작고한 김생섭 할머니도 더네이버스 레거시 클럽 회원이다. 아들 김봉호 씨가 지난해 4월 어머니를 추모하며 마을 이장으로 받은 봉급 450만 원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아들 김 씨는 어머니 명의로 매월 3만 원씩 후원도 이어 오고 있다. 김 할머니 모자가 낸 기부금은 에티오피아 케베나 지역의 학교에 식수 시설과 화장실을 설치하는 데 사용됐다. 아들 김 씨는 “(어머니 생전에) 여행 한 번 보내드리지 못했고, 맛있는 음식 하나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었다”며 “평생 자식과 이웃을 위해 사셨던 어머니를 빛낼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굿네이버스는 기부자 및 유가족과의 상담을 통해 원하는 곳에 기부금을 투입하고 있다. 유산 기부금으로 아프리카 니제르 잠비아 등에 학교를 짓는 사업, 모잠비크에 보건소를 세우는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기가정 아동 및 학대 피해 아동에게 의료비와 심리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긴급구호 지원 사업에도 유산 기부금이 투입됐다.● 국민 26% “유산 기부 의향 있어”2019년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발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명 중 1명(26.3%)은 사후에 유산을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유산 기부로 모인 기부금은 2163억 원으로, 전체 기부금 대비 비중이 1.4%에 불과하다. 영국의 경우 전체 기부금의 16%인 5조8153억 원, 미국은 9.1%인 60조 원이 유산 기부로 이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듯 유산 기부 사례가 활발하지 않은 데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상속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부자가 생전에 유산 기부 의사를 밝혔더라도, 사후 유가족들이 유류분 반환 소송 등 상속 분쟁을 벌이면서 고인의 뜻대로 기부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유산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51.6%)은 상속세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질 경우 유산을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영국의 경우 유산의 10% 이상을 기부할 경우 상속세를 40%에서 36%로 감면해주고 있다.● 신탁, 보험으로도 유산 기부 가능유산 기부를 약정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유언 공증이다. 기부자가 증인 2명과 유언집행인 1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증인(변호사) 앞에서 유언을 말하고, 공증인과 증인이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방법이 너무 까다롭다면 유언 대용 신탁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기부자가 금융회사와 자산신탁계약을 맺고 자산관리를 위탁하면서 사후 자신의 재산 중 원하는 금액을 기부 단체에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보험으로도 유산 기부를 할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해 매달 정해진 보험료를 내면서 수익자를 기부하고자 하는 단체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보험금 수익자를 2인 이상으로 나눠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망보험금을 유가족에게 지급하면서도 원하는 만큼만 기부할 수 있다. 한편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도 유산 기부할 수 있고, 장례식에서 모인 조의금을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중 굿네이버스 대외협력부장은 “유산 기부는 대규모 자산가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소액이라도 얼마든지 기부해 뜻깊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산을 어떻게 분배할지 가족들과 먼저 충분히 상의하고, 남은 재산 일부를 후원하면 가족 간에 분쟁의 소지도 줄고, 고인의 생전 뜻도 잘 받들 수 있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중국 국적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진료받거나 약을 타는 데 투입된 건보 재정이 지난해 1인당 19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 적용을 받는 사람 중 피부양자의 비율도 중국 국적자가 다른 외국인에 비해 높았다. 외국인 중 유독 중국 국적자에게서만 매년 건보 재정이 적자를 기록하는 데는 이처럼 피부양자들에게 쓰이는 돈이 많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국적의 건보 피부양자는 11만753명이다. 중국 국적인 가입자가 56만8506명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 국적 가입자 5명당 1명꼴로 피부양자가 있는 셈이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적 외국인의 경우 피부양자 비율이 가입자 7명당 1명 수준이었다. 백분율로 나타내면 중국 국적자는 건보 적용자 중 피부양자의 비율이 다른 국적 외국인에 비해 37%가량 높다. 건보 적용을 받는 외국인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재정에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 매달 보험료를 내는 직장 및 지역 가입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인 가족 밑에 들어가 보험료는 내지 않고 혜택만 받기 때문에 피부양자가 많을수록 적자가 쌓이게 된다. 피부양자 1명에게 투입되는 공단부담금도 중국이 다른 국적 외국인에 비해 77%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부담금이란 전체 의료비에서 본인이 낸 금액을 뺀 돈을 뜻한다. 지난해 중국 국적의 피부양자 1명에게 쓰인 공단부담금은 194만9000원이었다. 반면 다른 국적 피부양자의 경우 1명당 평균 110만1000원의 공단부담금이 지급됐다. 이렇듯 중국 국적자는 피부양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1명당 투입된 돈까지 많아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체 건보 재정 중에서 외국인들이 낸 보험료와 받아 간 공단부담금을 비교하면 5560억 원 흑자다. 그런데 이 중 중국 국적 가입자만 떼어놓고 보면 229억 원 적자였다. 이 추세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건보 재정 안정을 위해 우리 국민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피부양자 기준을 연 소득 3400만 원 이하에서 2000만 원 이하로 강화해 27만 명이 피부양자 자격을 잃었다. 또 소득이 없더라도 가진 재산이 9억 원을 넘어가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의 경우 모국에서 벌어들인 재산이나 소득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 심사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백 의원은 “우리 국민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국인 건보 피부양자에 대한 체계적인 자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는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2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소청과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전시성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 책임자인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가 지목한 대표적인 ‘전시 행정’ 사례는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의 임금에 매달 100만 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으로 44억 원을 배정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련을 마친 뒤에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는 게 문제인데, 수련 중에만 지급되는 월 100만 원의 수당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진료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의료비) 인상과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피 전공 1순위로 꼽힌 소청과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 정원은 208명이었는데, 전국에서 33명만 충원됐다. 추가모집 성격인 하반기(7∼12월)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4명에 그쳐 필요 인원 대비 지원율이 2.8%에 그쳤다. 반면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는 지원율이 300%대를 기록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가 정부의 소청과 지원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2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소청과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복지부는 전시성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정책 책임자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소청과의사회가 지목한 대표적인 전시 행정 사례는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우)의 임금에 매달 100만 원의 수련 보조 수당을 지급한다는 정책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말 확정된 2024년도 예산안에서 소청과 수련 보조수당 예산으로 44억 원을 배정한 바 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10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수련을 마친 뒤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게 문제인데, 수련 중에만 지급되는 월 100만 원의 수당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결국 복지부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돈을 쓸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청과 진료에 대한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의료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한편 소청과의사회는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대해 의료진을 형사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모 등 보호자들이 소청과 의료진에 대해 과도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의 ‘소청과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소청과는 인턴을 마친 새내기 의사들이 기피하는 전공 1순위로 꼽히며 과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 정원은 208명이었는데, 뽑힌 인원은 전국에서 33명에 불과했다. 추가모집 성격인 하반기(7~12월)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4명에 그쳐 필요 인원 대비 지원율이 2.8%에 그쳤다. 대표적인 ‘인기 전공’인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는 지원율이 300%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신규 지원자뿐만 아니라 기존에 일하던 레지던트마저 소청과를 떠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올해에만 1년 차 전공의 3명이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하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소청과 전공의 1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데 그쳤다.임 회장은 “내년도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까지 두 달 남았다”며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지원자들이) 소청과에 미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기자 easy@donga.com}
정부가 재진으로 제한된 비대면 진료 대상을 일부 초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밤 시간대와 휴일에는 초진과 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주 비대면 진료 공청회를 열어 의료 공백이 발생하기 쉬운 야간과 공휴일, 연휴에는 초진 환자에게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대도시 인근이라고 해도 의료기관이 부족한 ‘숨은 벽지’에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는 한편, 비대면 진료 시간대 확대도 검토한다. 이렇게 되면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 청소년도 야간과 휴일에는 초진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6월부터 운영 중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선 섬과 벽지 거주자, 거동 불편자 등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재진 기준도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를 제외하고는 30일 이내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에만 재진 환자로 본다. 하지만 30일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많았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난해 15∼64세 여성 10명 중 6명은 직장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 고용률이 처음으로 60%에 도달했지만 급여 수준과 일자리의 질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6일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하는 15∼64세 여성의 고용률은 60%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남성 고용률(76.9%)보다는 낮지만 그 격차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 30대에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40대 이후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M자형 추세’가 완화되고 있다. 30∼34세 여성의 고용률은 2000년 47.3%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엔 68.5%로 2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35∼39세 여성의 고용률을 보더라도 60% 수준이 유지된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 측면에선 격차가 컸다.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1만8113원으로, 남성 근로자 평균(2만5886원)의 70%에 불과했다. 또 여성 4명 중 1명(22.8%)은 중위 임금 대비 3분의 2 미만의 월급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도 여성의 경우 46%에 달해 남성(30.6%) 대비 1.5배 수준이었다. 직장 내에서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의 비율도 여전히 남성에 비해 크게 적었다. 지난해 공공기관과 지방공사 및 공단, 500명 이상 민간 기업에서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21.7%였다. 2013년 17%였던 것에 비해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여성 근로자에 대한 ‘유리 천장’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공사 및 공단은 여성 관리자의 비율이 10.7%에 불과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은 급증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근로자는 3만7884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28.9%)이 남성이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이 5.6%에 불과했었다. 한편 2021년 성폭력 발생 건수는 3만2080건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하지만 성폭력범 검거율은 90.4%로 오히려 5.1% 하락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최근 5년간 음주와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투입된 건강보험료가 25조 원을 넘어섰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암·뇌심혈관 등 환자 중 흡연, 음주 습관과 관련성을 보인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인 건강보험 진료비는 총 31조3574억 원이었다. 이 중 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 건보 재정이 쓰인 진료비는 25조6380억 원이었다. 술과 담배 때문에 병을 얻은 사람을 치료하는 데 한 해 평균 5조 원이 넘는 건보료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정부는 담배 1갑당 841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고, 이렇게 모인 건강증진기금의 일정 부분(65% 미만)을 건보 재정에 투입한다. 2018∼2021년 건강증진기금에서 건보 재정으로 지원된 돈은 7조4851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기간 담배로 인한 질병 치료에 쓰인 돈은 10조7880억 원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통해 충당된 건보 재정보다 질병 치료에 쓰인 건보료가 3조3000억 원 이상 많다는 것이다. 주류에 대해선 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 관련 현안질의가 예정됐던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했다. 여가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이 국회 경내에서 대기 중이라는 소식에, 김 장관의 전체회의 참석을 요구하며 직접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여가부 대변인을 쫓아 여자 화장실까지 따라가 장관 소재를 따져 묻는 촌극이 빚어졌다.● 의원들, ‘김현숙 찾기’ 숨바꼭질 여야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앞두고 전날 밤까지 참고인 채택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던 잼버리 개영식 당일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이유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의 출석을 요구했는데 여당이 이를 거부하면서다. 국민의힘은 회의 불참을 최종 통보했고, 결국 이날 회의장에는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소속 여가위원들만 참석한 채 개의가 30분 이상 지연됐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과 김 장관이 모두 불출석한 점을 성토하며 대책을 논의하던 중 여가부가 ‘김 장관이 국회에서 출석을 대기 중’이라고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로 공지한 사실을 전해 듣고 직접 국회에서 김 장관 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을 비롯해 양경숙 양이원영 등 의원들은 화장실에 있던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을 발견한 뒤 몰려가 김 장관의 소재에 대해 따져 물었다. 조 대변인이 “장관이 국회에 있다”고 답변하자 권 위원장은 “장관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 “어디 화장실로 도망가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들은 김 장관을 찾아내겠다며 상임위 회의실이 있는 국회 본청 5층과 국무위원 대기실이 있는 3층도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회의장으로 복귀했다. 조 대변인은 이날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장관은 국회 경내에 있었다”고만 답했다.● 野 “장관 해임 건의안 요구” 김 장관과 여당이 끝내 불참한 가운데 반쪽으로 열린 회의에서 야당은 김 장관의 불출석을 성토하며 ‘해임 건의’ 카드까지 언급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여가부 장관의 귀책 사유를 묻고 책임을 물어 법안을 검토하신다든지 상임위 차원에서 장관 해임 건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김 장관이 거듭) 출석 요구를 거부한다면 국무위원을 대표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출석을 요구해 명백한 사과와 해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일단 김 장관 출석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 위한 ‘국무위원 출석 요구의 건’을 의결하고 오전 중 정회했지만, 그 뒤로도 한 시간 넘게 김 장관이 출석하지 않자 결국 산회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이었던 민주당 김윤덕 의원도 이날 출석 요구에 대비해 경내에서 대기했지만 회의 파행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입장문을 내고 “정쟁을 멈추고 상임위나 국정조사를 통해 꼭 불러 달라”며 “만약 국회에서 증언이 무산된다면 5인 조직위원장과 전북도지사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여당과 협의해 추후 현안질의 일정을 다시 잡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소동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화장실까지 쫓아가서 여가부 대변인을 괴롭히는 건 또 무슨 경우냐”며 “입버릇처럼 인권 얘기하던 당 맞느냐. 왜 국회에서 ‘런닝맨’을 찍으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납부한 의료비 중 본인부담 상한액을 넘어선 금액에 대한 환급 절차를 23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본인부담상한제는 환자가 낸 건강보험 적용 연간 의료비가 일정액을 넘어서면 그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4년 도입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하위 10%는 본인부담금 상한선이 83만 원이다. 즉, 소득 하위 10%인 사람이 지난해 건보 적용 의료비를 100만 원 냈다면 이번에 차액 17만 원을 돌려받게 된다. 본인부담금 상한선은 소득에 비례해 높아져 상위 10%는 598만 원이 기준이다. 미용 시술 등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자들은 개별적으로 건보공단이 보낸 안내문을 받게 된다. 안내문에 따라 인터넷이나 전화 등으로 환급을 신청해야 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이번에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의료비를 환급받는 사람은 총 186만8545명이다. 총환급액은 2조4708억 원으로, 1인당 132만 원꼴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역당국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현행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확진자 5만 명을 넘어서던 코로나19 여름 유행이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해외에서 새로운 변이인 ‘BA.2.86’이 유행 조짐을 보이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1일 오후 7시부터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자문위) 18차 회의가 열린다.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여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게 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회의를 거쳐 수요일(23일)에 4급 하향을 발표하고, 이르면 28일부터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4급 감염병으로는 인플루엔자(독감)가 있는 만큼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이 관리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당초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시점에 맞춰 병원급 의료기관과 요양원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자문위 내에선 병원 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만큼 감염병 등급을 내린 이후에도 한동안 더 유지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현지 시간) 코로나19의 신종 변이인 ‘BA.2.86’을 ‘감시종’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감시종이란 아직 전파력이나 중증화율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추적 관찰이 필요한 변이 바이러스를 뜻한다. BA.2.86은 13일 이스라엘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덴마크, 미국, 영국에서 연이어 확인됐다. 미 CNN에 따르면 덴마크 보건부는 “BA.2.86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30개 이상의 아미노산 돌연변이가 생겼다.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발표했다. 방역당국도 BA.2.86의 확산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당장 코로나19 등급 하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변이 정도가 심하다는 게 꼭 위험도가 커짐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가 백과사전식 ‘개혁안’을 내놓은 채 논의를 마무리했다. 8개월간 20차례 넘게 회의했지만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에 방점을 둔 연금 개편안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 개혁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현 정부의 주요 과제인 연금 개혁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험료율 등 조합하면 18개 시나리오 정부가 3월 발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현재 10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고갈된다. 매달 소득의 9%씩 내는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는 재정계산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재정계산위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합의를 보지 못했고 12%, 15%, 18%로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각각 제시하기로 했다. 보험료율 인상 폭에 따른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추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마련된 3개의 기본 시나리오에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라는 변수가 추가된다. 재정계산위는 현재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66, 67, 68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여기에 기금 운용 연평균 수익률을 현재보다 0.5∼1%포인트 상향 조정해 계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이번에 제안된 보험료율이나 수급 개시 연령 개편안 중 상당수는 5년 전 지난 정부의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나 올해 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서도 이미 검토했던 수치다. 오히려 전보다 변수가 늘어나면서 이를 조합해 계산하면 연금 개혁 시나리오가 18개가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재정계산위 논의를 토대로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재정계산위가 특정 방안을 권고하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늘어놓는 데 그치면서 정부의 개혁안 도출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금 수익률 1%포인트 상향에 현실성 지적도 재정계산위가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기금투자 수익률 제고’를 든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재는 기금 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4.5%로 잡고 장기 재정전망을 하는데, 이를 5∼5.5%로 상향해 계산하면 예상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월 열린 재정계산위 9차 회의에서 “미래 70년 동안 수익률을 일괄적으로 0.5%포인트보다 초과한다고 가정하는 건 확률적으로 낮은 가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재정계산위 보고서에는 현재 만 60세 이전까지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만 65세 이전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60∼64세는 희망자만 보험료를 냈는데, 이제는 납부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출산으로 일을 쉬어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도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디트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둘째 아이 출산 시부터 출산크레디트를 적용받았는데, 첫아이부터 혜택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출산크레디트를 적용받는 기간의 연금보험료는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 내주게 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현숙 장관이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기간 중 에어컨이 나오는 국립공원 숙소에 머물렀다는 지적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장관이 신변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20일 내놨다.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김 장관에게 전화로 “현장을 지키며 참가자 안전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장관은 4일부터 전북 부안에 머물렀지만, 그가 묵은 곳은 잼버리 야영장이 아닌 국립공원공단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이었다. 이 숙소는 야영장에서 약 17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모든 객실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반면 김관영 전북지사는 행사 기간 내내 야영장 텐트에 묵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4~6일 사흘간 야영장에서 생활했다.이에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장관은 숙영을 검토했으나,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으로 경찰의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숙영 시 위해 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숙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 장관의 신변을 위협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전북경찰청이 신변보호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게시물이 올라온 날짜와 구체적인 글의 내용 등은 밝히지 않았다.한편 여가부는 “김 장관은 대회 기간 내내 현장에 머물며 잼버리 병원, 허브클리닉, 화장실, 샤워장, 물류창고, 운영요원 식당, 대집회장 등 영지 시설을 점검하고 제기되고 있는 불편 사항 개선 등 안전한 행사 진행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또 “대회 초반 제기된 화장실 등 위생시설 개선을 위한 조치 및 온열환자 발생 등 폭염에 대비한 잼버리 병원 내 의료 인력 확충, 적십자 냉방차 추가 조치 등을 현장에서 즉시 시행했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5일 전체 회의를 열고 잼버리 파행에 대한 여가부의 책임 소재를 물을 예정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어르신, 좋은 아침입니다. 혈압약 드실 시간이에요. 꼭 챙겨 드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충남 당진시 치매노인센터는 2021년부터 지역 내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 사용하는 AI 스피커는 겉보기엔 보통 집에서 쓰는 AI 스피커와 비슷하지만 주인에게 먼저 말을 건다는 것이 다르다. 노인이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날이 많이 뜨거우니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말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이처럼 치매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IT 기기들은 노인이 낙상하거나 다친 것을 감지해 조치를 취하거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학습 도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AI, 치매 노인의 말벗 겸 건강 지킴이 당진시에서 활용하는 AI 스피커는 노인들의 말동무가 돼 주며 적적함을 달래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좋다. 노인이 집을 나서며 “병원 다녀올게”라고 말하면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하고 답하는 식이다. 당진에 사는 이모 할아버지(90)는 “AI 스피커가 말을 걸어 주니 손자, 손녀와 함께 사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AI 스피커의 기능 중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음성으로 원하는 노래를 검색해 재생하는 기능이다. 73세 김모 할머니는 “평생 TV에서 나오는 노래만 듣고 살았는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아무 때나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정윤숙 당진시 치매안심센터 주무관은 “처음엔 어르신들이 매달 300곡씩 들을 수 있게 지원했는데, ‘더 듣고 싶다’는 요구가 많아 재생 횟수를 무제한으로 늘렸다”고 했다. AI 스피커는 노인이 위급 상황에 빠졌을 때 119에 신고하는 SOS 기능도 갖추고 있다. 노인이 낙상하거나 쓰러졌을 때 “살려줘”라고 말하면 24시간 운영되는 관제센터로 전달되고, 센터에서 노인에게 전화를 건다. 노인이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전화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즉시 119에 신고가 접수된다. AI 스피커를 개발·운용하는 SK텔레콤에 따르면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SOS 호출은 6000건 넘게 발생했고, 이 중 500여 건은 실제로 119 출동으로 이어졌다.● 스마트워치가 낙상 감지해 실시간 신고 전남 나주시 치매안심센터와 한양대 생존신호정보연구센터는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노인 안전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해 치매 고위험군 노인 80명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는데, 착용한 노인이 낙상 사고를 당하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관제센터와 자녀에게 알림을 보낸다. 산소포화도와 심박수도 실시간으로 측정해 건강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알림을 보낸다. 아직은 시범 단계지만 응급상황 발생 시 경찰과 소방에 자동으로 신고를 접수시키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치매 노인의 인지 능력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IT가 활용되고 있다. 광주 동구 치매안심센터는 기존에 사용하던 책 대신 태블릿PC를 활용해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이 집에서 태블릿PC를 가지고 틀린 그림 찾기, 시계 보고 시간 맞히기 등의 퀴즈를 푸는 형태다. 광주 동구 치매안심센터가 사후평가를 해 보니 3개월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치매 노인들의 인지선별검사(CIST) 결과가 평균 14.3점에서 16.7점으로 높아졌다. 이 센터 정소희 주무관은 “태블릿PC를 활용하면 글이 아닌 음성과 그림으로 안내가 나오니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가 매달 내는 직장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를 최소 9만 원 올리는 개편안에 잠정 합의했다.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추는 등의 조치를 통해 연금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에서 2093년 이후로 미룰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정계산위는 18일 제21차 회의를 열고 이런 개편안을 담은 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다. 민간위원 13명과 정부위원 2명으로 구성된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 여건과 출산율 등을 따져 개편안을 제시한다. 이번이 5차 재정계산이다. 재정계산위는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약 8개월간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현행 9%와 40%에서 각각 어떻게 조정할지를 논의해 왔다. 그 결과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을 이르면 2025년부터 12∼18%로 인상하는 ‘재정안정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노후소득 보장 방안’을 도출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최소 3%포인트의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한다. 올 4월 기준 직장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29만2737원)에 대입하면 직장인은 매달 9만7579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인 4만8789원씩 부담)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가입자는 월평균 4만2011원을 더 낸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개편안에 대해 30일경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10월 말 정부안으로 재정리해 국회에 제출한다.자문위, 국민연금 3%P 더 납부 공감… 받는돈 ‘유지 vs 인상’ 격론 국민연금 보험료 조정 제안연금 보험료율 인상폭 낮추려면받는 나이 늦추거나 국고투입 필요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70년 후에도 국민연금 기금을 남기는 것이다. 이론상으론 5년 후인 2028년에 태어날 아이가 만 65세 노인이 될 때까지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설계한다. 국민들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대의에 동의해 보험료 인상이라는 ‘쓴 약’을 감내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 보험료 인상만으로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하려면 당장 2025년부터 보험료율을 17.86%로 올려야 한다. 국민이 수용하기도, 국회의 동의를 얻기도 어려운 방안이다. 보험료율 인상 폭을 줄이려면 연금 받는 나이를 늦추거나 국고를 투입하는 등 여러 재정안정화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연금 개혁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진 이유다.● 재정계산위 방안대로면 수십 개 개편안 나와 재정안정화 방안은 보험료율을 △12% △15% △18%로 각각 인상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연금받는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66∼68세로 늦추거나 연평균 4.5%인 기금 운용 수익률을 5.0∼5.5%로 높이는 등의 조치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소득 보장 방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을 13% 수준에 묶어두려면 보험료 외에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건강보험 제도처럼 국민연금 재정에도 국고를 투입하거나, 주식 수익 등 자본소득에도 추가로 보험료를 매기는 보완 조치가 뒤따른다. 재정계산위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도출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제안한 셈이다. 다만 재정계산위 내에선 재정안정성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대체율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온 일부 위원은 이런 방향성에 반발해 11일 열린 20차 회의에서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재정계산위는 18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내부 의견 봉합에 나설 방침이다. ● 국민연금 개편안, 다시 복지부로 일각에선 국민연금 개편에 있어서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이 도출되기 어려운 만큼, ‘최선’이 아닌 ‘차악’의 방안일지라도 실행에 옮기는 데 더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당시엔 복지부가 재정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 사이에서 한쪽을 택하지 못한 채 복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원동력을 잃었고, 개편도 결국 무산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복지부는 10월까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도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받아 든 복지부가 단일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연금 개혁은 다시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국민연금 개편안 도출에 실패하고 복지부로 공을 넘긴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개혁안이 좌절되면, 5년 후에는 더 비싼 청구서를 받게 될 게 확실시된다. 재정계산 시점으로부터 70년 후까지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은 2013년 3차 재정계산 당시 12.72%였지만 2018년엔 16.02%로 올랐고, 올해 기준으로는 17.86%가 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선이 월 소득 인정액 202만 원(1인 가구 기준)으로 지난 15년 사이 5배나 올랐다. 기초연금이 상대적으로 덜 빈곤한 노인에게도 지급되면서 노인 빈곤 해소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 위원들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개혁 방향성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개편안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08년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이 처음 시행될 당시엔 월 소득 인정액 40만 원 이하인 노인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됐다. 그런데 올해는 기준이 되는 월 소득 인정액이 202만 원이다. 매달 받는 금액도 월 32만3180원으로 올랐다. 월 소득 인정액은 월 소득과 금융자산, 부동산 등을 합쳐 일정 공식에 따라 계산한다. 올해는 월 소득 인정액이 선정 기준이 되는 202만 원보다 낮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제도를 자세히 뜯어보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의 상한선은 더 올라간다. 노인의 월 소득에서 108만 원을 일괄 공제하고, 여기에 0.7을 곱한 금액을 ‘소득 인정액’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월 최대 396만5000원을 버는 노인까지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등 재산도 소득 인정액 산정에 포함되지만, 대도시 기준으로 1억3500만 원까지는 재산이 ‘0원’인 것으로 친다. 이처럼 기초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발생하는 첫 번째 문제는 국가 재정 악화다. 연기금에서 지급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충당된다. 둘째로 국민들의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문제도 생긴다. 국민연금을 월 46만 원 이상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 금액이 최대 50%까지 감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정계산위 내에선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 폭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월 개최된 6차 회의에서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목표수급률을) 소득 하위 70%로 정한 이론적, 실제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같은 달 열린 7차 회의에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기초연금 수급자 중 3분의 1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빈곤 노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달 말 공개될 재정계산위의 연금 개편안에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를 줄일 구체적인 방안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월 4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감염병인 말라리아 환자가 국내서 급증하고 있다. 올해 누적 감염자가 500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첫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환자 수 이미 넘어서15일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둘째 주(6∼12일)까지 확인된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총 513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시점의 누적 환자 수가 211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4배에 이르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한 해 1000∼2000명대의 말라리아 환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하지만 말라리아 방역 사업이 효과를 내면서 2010년대 이후부터 한 해 환자가 1000명 이하로 줄었다. 특히 2020년부터는 한 해 환자가 500명 미만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야외 활동이 줄어든 까닭이다. 질병청은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순차적으로 해제된 것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세로 돌아선 주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청은 3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말라리아 경보 제도는 올해 생겼다. 지난달 중순 경기 파주시에서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질병청 관계자는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발견됐다는 건 말라리아가 그만큼 많이 퍼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욱 퍼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6개월∼1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해 폭염의 영향은 내년도 환자 추이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8시간 간격으로 증상…치명률은 낮아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삼일열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렸을 때 감염되며, 감염 후 6개월∼1년이 지난 시점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증상으로 발열과 오한, 구토, 두통 등이 있는데, 48시간을 주기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확진되면 항말라리아제를 복용해 치료할 수 있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증상이 호전돼도 의사 처방에 따라 끝까지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제대로 치료받으면 치명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외 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치명률이 10%에 이른다. 국내에서 말라리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경기 북부와 인천, 강원 일부 지역이다. 북한의 경우 말라리아 방역 상황이 한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에 국내서도 북한과 접경 지역에서 말라리아 발생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는 전체 국내 발생 말라리아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다. 4∼10월에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간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엔 긴 소매, 긴 바지를 입는 게 좋다.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질병청은 “국내 위험 지역에 거주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국립대병원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 해제 추진 상황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병원은 인건비, 예산, 정원 등이 정부 규제에 묶여 있지만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자유롭게 양질의 의료 인력을 고용하고 정원을 늘리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국립대병원 규제 완화 진행’ 상황에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동아일보 ‘지역의료난 부추기는 규제’ 기획 보도(7월 10일자 A1면)를 접한 뒤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국립대병원 규제 완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며 진행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월 서울대 어린이병원 방문 당시 “기타 공공기관 규제 때문에 인력 충원이 어렵다”는 건의사항을 받고 규제 완화를 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날 지시에 대한 추진 경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 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며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기타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된다. 매년 인상할 수 있는 인건비 총액에 제한이 걸리는데, 올해 기준 상한선은 1.7%다. 또 기재부의 승인 없이는 정원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전국 17곳의 국립대병원은 이러한 규제가 지역 필수의료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국립대병원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호소해 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감염병인 말라리아 환자가 국내서 급증하고 있다. 올해 누적 감염자가 500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환자 수 이미 넘어서15일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둘째 주(6~12일)까지 확인된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총 513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시점의 누적 환자 수가 211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4배에 이르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한 해 1000~2000명대의 말라리아 환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하지만 말라리아 방역 사업이 효과를 내면서 2010년대 이후부터 한 해 환자가 1000명 이하로 줄었다. 특히 2020년부터는 한 해 환자가 500명 미만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야외 활동이 줄어든 까닭이다. 질병청은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순차적으로 해제된 것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세로 돌아선 주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질병청은 3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중순 경기 파주시에서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질병청 관계자는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발견됐다는 건 말라리아가 그만큼 많이 퍼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여기에 내년에는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욱 퍼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6개월~1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해 폭염의 영향은 내년도 환자 추이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8시간 간격으로 증상…치명률은 낮아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삼일열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렸을 때 감염되며, 감염 후 6개월~1년이 지난 시점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증상으로 발열과 오한, 구토, 두통 등이 있는데, 48시간을 주기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확진되면 항말라리아제를 복용해 치료할 수 있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증상이 호전돼도 의사 처방에 따라 끝까지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제대로 치료받으면 치명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외 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치명률이 10%에 이른다. 국내 환자 중 약 10%는 해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국내에서 말라리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경기 북부와 인천, 강원 일부 지역이다. 북한의 경우 말라리아 방역 상황이 한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에 국내서도 북한과 접경 지역에서 말라리아 발생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는 전체 국내 발생 말라리아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다. 4~10월에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간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엔 긴 소매, 긴 바지를 입는 게 좋다.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질병청은 “국내 위험 지역에 거주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여성가족부에 대해 과잉 지탄이 가해지고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2020년 7월 잼버리 조직위원회 첫 구성 당시 이정옥 전 여가부 장관) “행정안전부가 구체적인 책임을 지기는 어렵다고 본다.”(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던 기간 행안부 차관을 지낸 A 씨) 동아일보는 11일 막을 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파행 원인을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백서(白書)를 쓰기 위해 10∼13일 잼버리 준비와 운영에 참여한 관계기관의 전현직 책임자 11명을 인터뷰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취재팀이 인터뷰를 시도한 대상은 잼버리 조직위원회 소속 5개 기관(여가부, 행안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스카우트연맹,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을 비롯해 집행위원회를 맡은 전북도, 대통령실, 국무조정실 등 총 8개 기관이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과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는 통화가 성사되지 않았다. 수차례 전화와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문체부와 행안부,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은 “답하기 곤란하다”며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 의원은 “지금 시점에선 답하기 적절치 않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지만 13일 기자회견에서 “힘이 센 기관이 일선 공무원을 희생양 삼기 위한 감찰 시도로는 본질을 규명할 수 없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잼버리 행사의 컨트롤타워는 (전북도가 아닌) 조직위원회였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이처럼 아무도 책임지거나 반성하지 않는 현실이 잼버리 행사를 ‘3000억 원짜리 관재(官災)’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 부처와 전북도가 모두 책임 규명 과정에서도 ‘남 탓’으로 일관한다면 앞으로 잼버리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前여가장관 “과잉지탄” 前행안차관 “책임못져” 前총재 “잘못없다” 반성 없는 ‘파행 잼버리’갯벌 부지 선정 책임자들 침묵조직위 2인→5인 위원장 변경뒤 책임소재 모호… 서로 네 탓만총리 주재 회의도 2차례 그쳐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여가부 장관을 중심으로 5명이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전북도지사는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 역시 의사결정에 관여했다. 예산과 인력 등을 총괄한 여가부와 기반 시설을 담당한 전북도 외에도 여러 기관을 참여시킨 이유는, 폭염 등 재난안전 관리는 행정안전부가 맡는 식으로 전문성과 책임감을 발휘해 행사를 성공시키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일을 떠넘기다가 행사가 파행으로 흐르자 책임을 피하기 급급했다. 행사에 관여한 전·현직 관계자들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런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갯벌 야영장’ 선정-점검 책임자들 “난 잘못 없다” 잼버리 행사는 2015년 9월 전북 부안군 새만금을 국내 후보지로 정한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비판이 많다. 기존 매립지 대신 갯벌을 부지로 정하면서 매립 공사에만 3년이 소요됐고, 다른 행사 준비도 줄줄이 지연됐다. 부지 선정 당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김윤덕 의원이 ‘새만금에 유치하자’는 의견을 처음으로 냈고, 송하진 당시 전북도지사가 이를 적극 추진해 한국스카우트연맹이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2012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한국스카우트연맹을 이끈 함종한 전 총재는 “(나는) 사실 새만금을 찬성하지 않았는데 여러 사람이 밀어붙여서 결정됐다”며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송 전 지사는 여러 차례 취재팀의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김 의원도 13일 기자회견에서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017년 8월 잼버리 유치가 확정된 이후에라도 정부가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세계스카우트연맹에 부지 변경을 신청해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여가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장관 일정에 따르면 전임 장관 4명 중 새만금을 방문한 사람은 정영애 장관뿐이었다. 정현백 전 장관은 잼버리 파행에 대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면서도 본인이나 여가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다음에 필요할 때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진선미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에 총리도 ‘총괄’ 역할 손 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도 행사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행사 개막을 불과 6개월 앞둔 올 2월까지 야영장 전기·통신 설비 진행률이 5%에 그쳤다. 샤워장과 급수대는 3월에야 설치하기 시작했다. 잼버리 행사 준비에 참여했던 한 공무원은 “여가부와 한국스카우트연맹, 전북도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당초 2인 체제(여가부 장관, 김 의원)였던 조직위는 2월 행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위원장으로 추가된 5인 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책임 소재는 오히려 더 불명확해졌다. 대표적인 게 폭염 대책이다. 행사 시작 후 참가자 사이에서 온열질환이 속출하면서 폭염 대책이 부실을 드러냈지만, 안전 대책을 맡은 행안부도 책임을 피하기 바빴다. 전직 행안부 차관 A 씨는 “(행안부) 자치행정과 소속 십수 명이 전국 상황을 챙겨야 한다”며 “(잼버리에 대해) 행안부가 구체적인 책임을 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K팝 공연 장소를 급하게 바꾸고 아이돌 그룹을 무리하게 섭외했다는 논란에 대해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날짜를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도 다양한 관계 기관의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대회를 원만하게 마무리한 후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언급을 피했지만, 내부적으론 전북도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잼버리 행사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 지원’을 약속해 왔다. 잼버리 사업예산 1171억 원 중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870억 원(75%), 전북도가 265억 원(22%), 부안군이 36억 원(3%)을 집행했다. 지자체 탓만 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국무조정실은 2021년 4월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를 꾸렸지만 회의는 같은 해 11월과 올 2월 두 차례만 열렸다. 국무조정실 측은 “(파행 책임 등은) 추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부안=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