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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을 계속 이어갈지를 판단할 데드라인을 내부적으로 설정했다. 길게 잡아야 내년 3월경으로 이제 3개월 남짓 남았다. ‘시간표에 구애받지 않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대화 시한을 정한 것은 좀처럼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을 향한 인내가 임계점에 닿았기 때문. 게다가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후반부로 접어들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트럼프 행정부 견제가 2월 이후 본격화될 것인 만큼 대내 여건도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계속 나서지 않을 경우 조만간 워싱턴 내 대북 대화 동력도 약해지고 상황에 따라 대북 기조가 대화에서 공세로 전환될 수 있다. 이제 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워싱턴, 김정은에 대해 임계점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19∼22일 한미워킹그룹회의 방한 기간 동안 대북 선물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었다.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 허가를 시사했고, 당장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제재 면제 조치를 받아 열차를 타고 행사장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됐다.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 등 인도적 조치도 이뤄진다. 하지만 비건 대표의 ‘선물 보따리’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미국의 마지막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오히려 북-미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의 태도에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폭발 일보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6일(현지 시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조문단장으로 워싱턴을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협상을 거부하는 김 위원장을 향해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의 유화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기 전 북한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1일(현지 시간)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비건 대표가 발표한) 여행금지 조치 완화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정은한테 실망했느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엔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들(북한)은 더 이상 로켓을 발사하지도, 핵실험을 하지도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대통령의 어젠다를 집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이른바 ‘시한부 전략적 인내 전술’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고 대북제재를 언급하려던 연설을 취소했다.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만큼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내년 3월이 비핵화 분기점” 공감 미국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북-미 긴장이 커지는 상황을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내년 2∼3월을 넘어가면서 (비핵화 협상에) 변화가 없다면 민주당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것이고 여러 측면에서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핵화가 본격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분위기가 더 어려워진다면 남북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를 유지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내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추진해 북-미 간 비핵화 중재 동력을 다시 확보할 계획이다. 또 26일 철도 착공식을 통해 북한이 보다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착공식 자체가 상징성이 큰 만큼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남북이 동해선 도로 ‘사전 현장 점검’을 21∼23일 실시한다. 26일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전에 남북이 약속했던 현장 조사 실시가 어려워지자 점검이란 형식으로 변경한 것. 하지만 조사 장비 하나 챙겨가지 않아서 착공식 전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이 동해선 도로 북측 구간(고성∼원산 100km)에 대한 점검을 21일부터 사흘간 한다. 통일부, 국토교통부, 도로 전문가 등 10여 명이 현장을 찾는다. 북측도 비슷한 숫자가 나온다. 당초 남북은 10월 15일 고위급 회담에서 “착공식을 위한 현장 공동조사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경의선 철도·도로, 동해선 철도에 대한 현장 조사가 이뤄졌지만 동해선 도로는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이에 “일부 현장은 한 번도 안 가보고 착공식을 한다”는 비판도 일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북이 착공식 전에 동해선 현장을 찾는 모양새가 됐지만 제대로 된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당초 통일부는 “동해선 도로 조사에 일주일은 걸린다”고 했지만 이번 점검은 사흘에 그친다. 조사 장비도 없이 눈으로만 점검한다. 장비를 북한으로 반입하기 위해 필요한 제재 면제 승인을 받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24일 개성지역 4km 구간에서 경의선 도로 추가 점검이 이뤄진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개성 판문역 착공식 준비와는 무관한 도로 조사 차원”이라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일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국민에 대한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review)하겠다고 19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끌고 있는 비건 대표는 제2차 한미워킹그룹회의 참석차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미리 준비한 A4용지 1장을 꺼내 들고 “내년 초 미국의 지원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대북) 지원을 더욱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특히 이번 겨울을 맞아 더욱 그렇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 및 미국민 방북 허용 등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유도하려는 당근책이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리뷰(review)’만 6번 반복했다. 비건 대표는 “다음 주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 및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면서 “많은 인도 지원 단체들이 엄격한 대북 제재로 인해 종종 북한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지연된다고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엔은 대북 인도적 지원 제공을 위한 허가(licenses)의 면제 요청을 면밀하게 재검토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는 2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수석대표 협의,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면담 및 워킹그룹회의를 갖는다. 비건 대표가 전격적으로 인도적 지원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 관련 제재 면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제재는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유지한다는 게 현재로선 정답”이라며 비건 대표 발언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북한 비핵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황인찬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미국인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준비된 깜짝 이벤트였다. 비건 대표 측에서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도착 전 일부 외신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비건 대표는 미리 준비한 A4용지 한 장짜리 성명을 꺼내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사전에 언질이 없어서 (입장 발표는) 조금도 생각 못 했다”며 “긍정적인 조짐으로 보고 있다”고 반색했다.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착공식과 관련된 제재 면제 여부가 핵심인 워킹그룹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도 비건 대표의 발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비건 대표는 이날 6번이나 ‘검토한다(review)’는 표현을 반복해 썼다. 검토의 대상은 △민간·종교단체의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정책 △미국 국민이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데 대한 조치 완화다. 그간 미국이 명확한 법률적 규정 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단체들의 방북 또는 대북 반출물자 심사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해 왔는데 이를 풀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국무부는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에 의약품을 보내도 장마당에 팔아먹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당국자들이 적지 않았고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0일(현지 시간)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북한이 요청한 유엔의 인도적 지원금은 스스로 충당 가능하다”고 한 적도 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최근 들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신호탄은 지난달 말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유진벨 재단 대북지원 물자(결핵약) 제재 면제 승인이었다.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라도 대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한 소식통은 “이달 초부터 대북 인도 지원 기준 완화를 통해 대북 압박 이미지도 누그러뜨리고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본격적인 제재 완화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분명 의미 있는 움직임이지만 비건 대표의 이번 발언이 명확히 제재 해제를 겨냥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장 엄격한 대북 제재의 허들을 낮추겠다는 제재 완화(ease)나 해제(lift)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현상 유지로 결론날 수도 있는 ‘검토’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장 발표를 뜯어보면 정책 검토 수요에 대해서 늘어놨을 뿐, 이로 인한 정책 변화를 분명히 예고한 것도 아니다. 변수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제재 유지에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응 조치 차원으로 북한의 체면을 차려줘 대화에 호응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과 당장 대화를 하긴 쉽지 않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담길 대미(對美) 메시지에 영향을 주기 위한 미국 측 나름대로의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18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간 비핵화 관련 실천적 조치나 상응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향후 북-미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내년 1분기, (특히) 2∼3월까지 비핵화가 본격 궤도에 오르느냐가 2020년까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향을 좌우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만큼 최근 북-미 회담은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완전한 비핵화 및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해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상대가 어떤 것을 조치로 취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제시도, 체계적인 정리도 안돼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취했을 때 제재 완화가 상응 조치로 제대로 확보될 수 있겠느냐는 부분에서 계산, 판단이 쉽지 않고, 고민하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황인찬 기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 중 한 대목이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인재(人災)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안전무시 관행 근절대책’이 올해 사회복지 분야 정책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다. 교육문화 분야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정책은 ‘깜깜이’ 기준으로 대학들의 반발을 산 대학기본역량 평가였다.》복지교육 분야 “이번이라고 다를까요? 참변이 발생하면 난리가 나지만 며칠 지나면 안전의식과 대책은 연기처럼 사라질 겁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시민들은 불안한 동시에 허탈해하고 있다. 늘 인재(人災)라는 말이 뒤따르고 뒷북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새로운 인재를 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및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분석한 사회복지 분야 정책평가에서 ‘안전 무시 관행 근절대책’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교육문화 분야에선 대학기본역량 평가가 최악의 정책으로 꼽혔다.○ 반복되는 사고에 불신 커진 안전대책 행정안전부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이 대형사고의 원인이라며 5월 ‘안전 무시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등 7가지 주요 안전 무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종합 평균 점수는 3.22점으로 사회복지 분야 평균(3.4점) 이하였다. 정책 인지도는 일반인 2.2점, 전문가 2.6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효과성은 2점에 그쳤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주요 원인은 올해 안전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시작으로 7월 김해공항 BMW 과속사고와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윤창호 씨 사건, 11월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그리고 18일 강릉 펜션 사고까지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안전 무시 관행은 이 사고들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문재인표 복지정책, 지속 가능성 의문 건강보험 보장 항목을 확대하는 일명 ‘문재인 케어’와 올해 9월 도입된 아동수당 등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책 체감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속성이나 효과성 등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평균 점수 3.50점을 받은 문재인 케어의 항목별 평가를 보면 목표명확성과 사회현안 반영도는 각각 3.7점으로 높은 반면 실현가능성은 3.2점, 효과성은 3.1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장성을 확대하면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료는 3.49% 인상된다. 2011년 5.9% 인상 이후 8년 만에 인상폭이 가장 크다. 2025년에는 문재인 케어에만 100조 원이 넘는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동수당제도 역시 사회현안 반영도(3.9점)나 목표명확성(3.7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책임성(3.1점)과 효과성(3.3점)에서 평균 점수가 깎였다. 아동수당은 내년 9월부터 지급 대상이 생후 0∼83개월로, 현재보다 12개월 더 확대된다. 지급 대상을 선진국 수준(12∼15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경우 연평균 8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을 최대 40만 원까지 올리는 방안이 담긴 국민연금 개편안도 14일 발표됐다. 향후 연 40조 원의 예산이 들 수 있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이 재정 고갈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 자율 외면한 대학기본역량 평가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교육문화 분야 10개 정책 중 가장 낮은 점수(2.65점)를 받았다. 전체 분석 대상 정책 40개 중 39위였다.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평가 방식으로 대학의 반발을 사면서 전문가들이 낙제점을 줬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아질 때를 대비해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3년마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가 안 좋은 대학은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혀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올해는 전체 323개 대학 중 116곳이 정원 감축 조치를 받았다. 이 중 50곳은 재정 지원이 제한된다. 최하위 11곳은 학자금 대출까지 막혀 사실상 ‘퇴출 대학’으로 분류됐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는 정량과 정성 평가로 이뤄지는데 정성 평가 기준은 불분명하다. 평가위원들은 대학 관계자와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위원끼리 의견을 나눠선 안 된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이런 비정상적인 조건에서 대학의 미래지향적 고등교육 품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학 스스로 혁신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교육 평가: 윤견수, 김두래 고려대 교수▼ 이산상봉 지원-복무기간 단축 호평… ‘고사 위기’ 방위산업 정책 최하위권 ▼외교안보 분야 지난해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 군사분계선(MDL)을 오간 남북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대화 국면 속에 무려 5687대의 차량(18일 기준)이 육로로 남북을 오갔다. 지난해 남북을 오간 인원은 115명이었지만 올핸 이미 7000명을 넘겼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실시한 2018 대한민국 정책평가에도 이런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일반 국민과 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화와 교류를 강조한 외교안보 정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정책 평가 대상이 된 각 부처의 40개 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5점 만점에 3.66점)를 받은 건 통일부의 ‘이산가족 문제해결 지원’이었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총 170가족 833명이 상봉 행사를 가졌다.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행사에선 개별 상봉이 이전보다 1시간 늘어 3시간이 됐고, 객실 내에서 가족끼리만 도시락 점심을 먹게 돼 호평을 받았다. 김병대 통일부 인도협력국장은 “‘도시락 점심’ 등 우리 측 편의 제안을 북측이 적극 수용했다”고 했다. 남북 교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각 부문에서 전방위로 펼쳐졌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46명이 참가했고, 9월 평양 정상회담 때는 재계 총수들을 비롯한 각계 관계자가 평양으로 갔다. 이와 관련한 통일부의 ‘남북 사회문화교류 활성화 추진’과 ‘남북대화 재개 및 남북 관계 재정립’ 정책은 나란히 3.44점을 받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후에도 핵위력을 증강하는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우리 군사적 대응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의 ‘북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억제 및 대응능력 강화 정책’은 3.17점을 받아 비교적 양호한 점수였지만 이는 2018년 방위력 개선비가 13조520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 느는 등 ‘수치적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상황에서 실전 대응 태세가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사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방위산업의 정책인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 및 일자리 창출지원’과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실효적 제재 정책’(이상 방위사업청)은 각각 3.16점, 3.14점에 그쳐 외교안보 평가 대상 중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및 발굴 강화(국가보훈처)’는 3.47점, ‘병 복무기간 단축’(국방부)은 3.37점으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를 향한 따뜻한 보훈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산비리 관련 사건이 최근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이전 방산비리로 인해 ‘방위산업=비리’라는 이미지가 굳어져버린 것 같다. 제도 개선 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최지선 기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외교안보 평가: 김선혁, 임현 고려대 교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주기 참배에 나섰지만 별도의 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전날 북한은 “비핵화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제재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상대 정상에 대한 ‘신뢰감’은 밝히고 나선 상황이라 내년 1, 2월 북-미 2차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탐색전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인권제재 오른 최룡해 옆에 세워 김 위원장이 이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신문이 1면에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은 지난 7년 세월 장군님의 사상과 노선, 장군님식 혁명원칙을 고수하고 유훈을 관철하기 위하여 투쟁해 왔다”며 “장군님의 구상과 염원을 끝까지 실현하기 위해 억세게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지난해 ‘나 홀로 참배’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엔 간부들을 대거 대동했다. 최근 미국의 인권제재 대상에 오른 최룡해 당 부위원장을 오른쪽에 세웠다. 왼쪽은 리수용 국제부장이었다. 자리 배치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북측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제재를 맹비난하고 있다. 13일 ‘정현’이란 개인 명의 논평에서 “물속에서 불을 피울 수 없듯이 조미(북-미)관계 개선과 제재 압박은 병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6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를 통해선 “제재 압박과 인권 소동을 높여 우리가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타산하였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으며”라면서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며 경고했다. 다만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미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연구실장 담화에 대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비핵화 약속을 했다. 지켜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북-미가 양 정상에 대한 비난은 삼간 채 ‘제재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 한-러 이어 한미 ‘비핵화 연쇄 실무회담’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잇따라 접촉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비핵화 협상 장기전에 대비할 태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과 한-러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첫 러시아 방문이 나란히 불발된 상황에서 한-러 북핵 수석대표가 만나 김 위원장 방문 및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후반에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또다시 방한해 이 본부장과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남측 열차가 올라가는 부분에 대한 제재 면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측 철도 동해선 금강산∼안변(약 80km) 구간이 낙후돼 사실상 열차 통행이 불가한 것으로 현지 조사 결과 확인됐다. 안변에서 두만강(약 700km)까지도 열차가 시속 약 30km로밖에 달리지 못했다. 남북철도공동조사단 남측 단장인 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장은 17일 동해선 첫 조사를 마치고 귀환한 뒤 취재진을 만나 “(금강산∼안변 구간의) 교량이나 터널 등 한 10km 정도 구간이 굉장히 노후화돼 있다. 이 구간에는 열차가 다니지 못하고 있고, 일부 구간에서만 필요할 때 (열차가) 다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버스를 타고 다니며 점검했다. 이어 “(안변에서) 두만강까지는 시속 30km 내외”라며 “물론 나진이나 청진을 넘어갈 때 조금 빠른 속도가 나올 수 있는데, 그전까지는 선로가 굉장히 급하고 낮고 하다 보니 궤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급속한 운행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조사를 마친 경의선 구간도 시속 20∼60km로 달렸던 것을 감안하면 북측 구간 철도 현대화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것으로 보인다. 26일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예정대로 추진 중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만간 철도·도로 착공식 협의를 위한 선발대가 버스를 타고 북측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고성=공동취재단}
한미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사실상 연내 타결이 불발됐다. 주한미군은 협상 불발을 전제로 내년 4월부터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 휴직을 예고했다. 11∼13일 서울에서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을 가졌지만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고 외교부가 14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총액과 한두 가지 쟁점을 제외한 모든 사안에 합의하고 문안을 정리했다”면서도 “가장 (이견이) 큰 것은 총액 부분이다. 입장차가 아직도 크다”고 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현재보다 약 50% 인상된 연간 12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한국 정부의 분담금은 약 9602억 원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남북 경의선 동해선의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북측 지역인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다. 앞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연내 착공식 약속이 지켜지는 것.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착공식에 참석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13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착공식 관련 실무회의를 가진 결과 이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착공식에는 남북 인사 각 100명가량, 총 200여 명이 참석하기로 했다.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및 도로 현대화’는 남북 경협의 상징이자 양 정상이 큰 관심을 보인 부분이지만 이날 실무협의에서 착공식에 양 정상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장관급 이상 인사가 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착공식은 본격적인 공사 시작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상징적인 행사다. 정부는 이날 착공식 날짜와 장소 등에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행사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착공식 형식을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의하며 제재 위반 논란을 비켜 나갈 계획이다. 앞서 남북 산림협력에선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 물품을 마지막에 반출 목록에서 제외한 바 있다. 20일 전후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도 착공식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남측 열차가 착공식에 올라갈 수도 있고 여러 방안이 있다. 제재 논의를 해야 하며 이에 따라 착공식 형식이나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착공식에 포함되는 구간은 철도 경의선(개성∼신의주 약 400km)과 동해선(금강산∼두만강 약 800km), 도로 경의선(개성∼평양 약 170km)과 동해선(고성∼원산 약 100km)이다. 이 가운데 동해선 도로 조사를 아직 하지 못했지만 정부는 이와 상관없이 착공식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동해선 도로가 경의선에 비해 험난한 데다 본격적인 겨울이 된 만큼 연내 조사를 펼치기가 어렵다. 이에 일부 구간은 한 번 가보지도 않은 채 공사 시작을 선언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미가 내년 초 종전선언을 건너뛰고 아예 평화협정 체결로 직행할 수 있도록 한국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놓고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하자는 구상을 놓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1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 선행 없이 2019년 초반 평화협정 협상 직행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종전선언에 초점을 맞출 때 평화협정 협상이 지체되는 단점도 생길 수 있다”면서 “최근 북-미 실무협상이 부진한 상황에서, 남북미 정상 간 신뢰를 활용한 톱다운 방식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도 간담회에서 “교착 국면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비핵화의 속도를 어떻게 압축적으로 전개하느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며 “종전선언 논의를 뛰어넘어서 평화협정 개시 시점을 조금 앞당기는 게 비핵화를 촉진하는 일종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위험한 구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미가 거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완료에 대한 보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앞당기자는 것은 지나치게 북한 쪽으로 편향된 구상이라는 것. 통일연구원이 전날 내놓은 평화협정 초안을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초안에는 2020년 초까지 약 50% 수준의 북한 비핵화가 진척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후 90일 안에 유엔사 해체, 비핵화가 완료되는 2020년 이내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협의에 착수하자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뒤 “평화협정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최종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유엔사 지위나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대해선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한미 불협화음 논란에 대해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한 가운데 정부의 통일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국책연구기관이 주한미군 감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과격한 제안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불필요한 오해와 남남 갈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한번 시작해보자는 취지에서 초안을 발표했던 것”이라며 “최종 보고서는 내년 1분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대사관의 동료들과 저는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한국팀들과 마치 ‘공동상황실’을 운영하는 것처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13일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야말로 밤낮없이 서로 대화하고 조율하는 것이 한미관계”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어 “지난 한 해 바쁘고 때로 쉽지 않은 현안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다행히 한미관계는 어느 때 못지않게, 더욱 돈독한 생명과 신뢰 관계를 지속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북핵 대화 국면에서 남북이 북-미 관계를 앞서간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한미 공조에는 이상이 없다고 재확인한 것. 조 대사는 “미국은 문자 그대로 우리의 최대 동맹이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사정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워싱턴 분위기에 대해 “(북한이) 진정성이 확실히 있다는 분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더 두고 보자. (이번에는) 다를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기대는 있다”고 전했다. 11월 8일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뒤 북-미 양측은 물밑접촉을 진행하고 있으나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해 후속 회담 일정이 정해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붓어머니인 김성애(94·사진)가 사망한 것을 정부 당국이 공식 확인했다. 그동안 여러 번 사망설이 돌았던 김성애의 사망을 정부가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사망 시점 및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김성애 사망을 확인함에 따라 연내 발간될 ‘북한인물정보’ 책자에 이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김성애 사망과 관련한 동향이 있다”고 했다. 1924년생인 김성애는 6·25전쟁 당시 김일성 비서로 일하다가 1953년 결혼했다. 김일성의 첫째 부인 김정숙은 1949년 사망했다. 김성애는 장남인 김평일 체코 주재 북한대사(64)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뒤 1990년대 말부터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절반 정도 진척된 시점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평화협정 체결 시점을 제시한 것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은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연 학술회의에서 총 9개 조항으로 구성된 평화협정 시안을 발표했다. 이 시안은 2020년 초까지 북한의 비핵화가 약 50% 진척될 것을 가정해 작성됐다. 앞선 평화협정 시안들과 달리 비핵화 프로세스 중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협정 자체가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가 서명하는 포괄협정 방식을 채택한다. 미중 간 분쟁이 한반도 평화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군비 통제 관련 조항에선 “한국과 미국은 (북)조선의 비핵화 완료 이후 한반도의 구조적 군비 통제에 착수한다”는 원칙적인 내용과 더불어 “비핵화가 완료되는 2020년 이내에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협의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주한미군 감축 협의가 이뤄질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각 11곳)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남북이 DMZ 내 GP를 상호 방문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대령급(북측 대좌급)이 이끄는 남북 검증반(7명)이 오전엔 북측 GP, 오후엔 남측 GP를 각각 찾아 검증했다. 남북 각 11개의 검증반, 총 154명(검증요원, 촬영요원)이 투입돼 화기와 병력 등의 철수 상황을 살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직접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20분간 검증 작업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GP 철수와 상호 검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오늘의 오솔길이 평화의 길이 되고, 비무장지대가 평화의 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남북, 13일 ‘철도 착공식’ 실무회의 한편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개최 관련 실무회의를 13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연다. 남측은 김창수 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이, 북측은 황충성 공동연락사무소 부소장이 참석하며 남북 관련 실무자들도 참여한다. 정부가 이미 착공식 기본계획안을 북측에 전달한 뒤 열리는 실무회의여서 착공식 날짜와 장소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문병기 기자}
연말 연초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안개가 더욱 짙어지게 됐다. 미국이 올해 북-미 대화 국면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등 ‘북한 핵심 실세’ 3인방을 나란히 대북 인권제재 대상에 올리는 초강수를 두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비핵화에 나서면 대북제재도 완화할 수 있다’고까지 달랬지만, 평양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라는 강력한 채찍을 꺼낸 것. 이날 조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연내 답방 가능성은 더욱 어두워졌다.○ 美, 아껴둔 ‘인권제재’ 충격 요법 꺼내 미 재무부가 10일(현지 시간)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 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성 국가보위상(우리의 국가정보원장 격),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등 3인을 나란히 인권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겉으로 보면 미 국내법을 준수하려는 조치다. 2016년 2월 의회를 통과한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에 따라 미 행정부는 180일마다 대북 인권보고서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북한 책임자를 인권제재 명단에 올려 왔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10월 3차 인권제재 대상을 공개한 이후 추가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 올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관련 보고서도, 추가 제재도 발표하지 않았다. 그만큼 참아 왔다는 것. 그런데 북한이 고위급 회담에도 응하지 않는 등 비핵화 프로세스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자, 이날 유엔이 정한 세계의 인권의 날을 맞아 아껴둔 ‘충격 요법’을 쓴 것이다. 미국은 이번에 제재 대상 기관은 추가하지 않고 2인자 최룡해 등 개인 3명만 제재에 포함시키는 ‘핀셋 제재’를 했다. 최룡해 등 3인이 조직지도부 등 이미 제재 대상이었던 기관들의 수장이란 사실을 미국 차원에서 재확인하며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 한 정부 관계자는 “북-미 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이 다양한 대북 압박 옵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최룡해 등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처음 오른 것은 ‘제재 대상 기관의 책임자가 된 것을 미국 정부 차원에서 확인했다. 앞으로 더 추가할 수 있다’며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더 어려워질 듯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협조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양한 제재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행정명령으로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근거를 마련한 뒤 10월 4일 김 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466건의 개인 및 기관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미국의 대북 인권 압박을 겨냥해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 정신에 배치되는 극악한 적대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어 “앞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확약하고 돌아서서는 대화 상대방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으며 제재 압박 책동에 광분하는 미국의 이중적 처사가 내외의 비난과 규탄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강원 원산을 찾아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미국의 대북제재를 직접 비난했다. 미국이 추가 인권제재에 나서며 제재를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중재자를 자처한 한국 정부는 다시 처지가 난감해졌다. 당장 연말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려면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서 제재 면제 승인을 추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미국이 인권이나 제재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북한에 강하게 내비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나 북-미 고위급 회담으로 가는 문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10일 “미국은 ‘너무 남북 관계가 앞서가면 북-미 관계에서 미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의 입장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아태정책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한국 정부는 ‘북-미 관계가 어려울 때 남북 관계가 앞서가면서 한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지 않으냐’는 입장과 함께 미국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런 문제(미국의 불만)가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 특보의 이런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관계에 엇박자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근거 없는 추측성 얘기”라고 반박한 바 있다. 문 특보는 “최근 북-미 협상에서 미국은 북측이 신고 의지만 구두로 보여도 종전선언을 해줄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북측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불가역적 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도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취하는 게 순리”라고 했다. 앞서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과 관련해 “연내가 아니면 내년 초라도 서울 답방이 가능한가에 대해선 북-미 관계도 보고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북-미 교착상태에 대해선 “미국 측에서는 북한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선희나 김영철에게 10번, 20번 넘게 전화를 했지만 평양으로부터 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내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이면서, 북한 지도자의 첫 방한으로 올해 비핵화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도 그만큼 미뤄질 듯하다. 청와대는 내년 초 답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청와대의 거듭된 답방 요구에도 ‘전략적 침묵’을 이어가는 게 다름 아닌 2차 북-미 회담으로 직행하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이라는 얘기다. ○ 김정은, 트럼프와 담판부터 노리는 듯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현 상황에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내부 준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과 경호 문제에 대한 내부 이견 때문에 답방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도 9일 자신의 블로그에 3가지 이유를 들어 “김 위원장의 다음 주 서울 방문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답방 결정 통보를 위해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전 회담을 갖지 않았다는 점과 리용호 외무상 등 주요 외교 참모가 외국에 나가 있다는 점, 북한 대남매체가 김 위원장 답방 환영단체의 활동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는 연말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 철도 연결 착수식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연내 답방이 늦춰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답방 몽니’를 두고 미국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선(先)비핵화를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비핵화에 대한 즉각적인 ‘동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남북이든 북-미든 대화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안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내년으로 미뤄진 북-중,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역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남북 대화보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文 “남의 장단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춰야”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내년에도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주도적으로 비핵화 국면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948년 남북 협상에서 “이제는 남의 장단에 춤출 것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을 추는 것이 제일”이라는 김규식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이 말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가는 원칙과 방향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중심의 국익외교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과거의 외교를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해 달라”고 했다. ‘우리 장단’에 맞춰 비핵화 협상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의 합의를 이끌어낼 창의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가 곧 인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선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종전선언, 한미 군사훈련 연기와 함께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 조치로 제시한 바 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대북 슈퍼 매파’로 꼽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비핵화 성과를 보이면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6일(현지 시간)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위해 문을 열어뒀고, 북한은 그 문으로 걸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말을 이행할 또 한 번의 기회”라며 “새해 첫날 이후 어느 때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우리는 성과를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성과를 얻는다면 (대북) 경제 제재 해제를 살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를 이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올해 한반도 형세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며 “북-미 양측이 서로 합리적인 우려를 배려해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 계속해서 긍정적인 진전을 얻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중국은 계속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협력 추진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김 위원장의 안부와 축원을 시 주석에게 전한 뒤 “북한은 계속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와 지역 평화 안정을 위해 중국과 밀접한 소통 협력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시 주석을 면담하기 전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북-미 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7일 회담 자료를 내고 “양 장관은 기존 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미 고위급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미가 ‘제재 유지’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황인찬 기자}
“북쪽이랑 전화가 되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과 관련해 ‘북측에 전화는 해봤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남북 정상 간 설치해 운용키로 한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쪽에서 연락이 왔느냐’는 질문에도 “안 오네요”라고 했다. 연내 답방 요청에 가타부타 말이 없는 북한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답답한 기류를 전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가급적이면 연내 답방하는 방향으로 북측과 협의해 오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북한이) 합의대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북측에서 구체적 답은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답방 가능성을 몇 퍼센트로 보느냐’는 질의엔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일단 더 보고 있다”고 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강경화 장관도 답방과 관련해 “일단 제가 알기로는 북측에서 특별한 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지난달 30일 정상회담을 갖고 서울 답방이 비핵화 회담을 촉진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 답방을 향한 ‘문’을 활짝 열었지만 김정은이 들어오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소장회의에서도 답방 논의는 없었다. 9월 14일 사무소 개소 뒤 남북은 매주 소장회의를 갖기로 했지만 북측 소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툭하면 회의에 불참해 남측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바람맞히곤 했다. 하지만 북측이 전날 전종수의 참석을 예고하면서 답방 언급을 기대했지만 철도, 산림 등 사업 논의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우리 측에 답방 일정을 통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종수가 먼저 관련 사안을 언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준비 과정을 고려하면 다음 주 답방은 사실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북측이 시간을 끌면서 워싱턴 조야에서는 연내 답방이 사실상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강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회동에서도 답방 지연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황인찬 hic@donga.com·장원재 기자}
북측 경의선 철도 구간이 낙후돼 시속 20∼60km로밖에 달릴 수 없다는 것이 현지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향후 남북 철도 연결 시 예상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경의선 북측 구간(개성∼신의주 400km) 조사를 위해 올라갔던 남북철도공동조사단의 남측 인원 28명이 엿새간의 조사를 마치고 5일 돌아왔다. 남측 조사단장인 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장은 기자들과 만나 “(조사단 열차는) 시속 20∼60km 정도로 달렸다. 평양 이남은 더 느리고 평양 이북은 국제열차 등이 움직여서 다소 빠르게 갈 수 있었다”고 북측 상황을 전했다. 남북은 이번에 11년 만에 철도 공동조사에 나섰다. 임 과장은 “그전보다 나아진 게 없고, 썩 더 나빠진 것도 없다”면서 “향후 추가 조사나 정밀 조사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공동조사단은 열차에서 숙식을 하며 조사했다. 우리 측 열차는 6량, 북측 열차는 5량(기관차 포함)이었다. 북측도 우리 측과 비슷하게 인원을 꾸려 약 50∼60명이 공동조사에 나섰다. 북측 열차에만 식당칸이 있어 남북이 교대로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 조사는 남측 인원이 가져간 휴대용 기기를 통해 터널과 교량 등 구조물 상태를 보여주면 북측이 추가 의견을 내는 방법 등으로 진행했다. 4일 비가 와서 청천강의 800m 길이 교량을 직접 걸어가면서 조사한 날이 가장 어려웠다고 조사단 측은 밝혔다. 8∼17일에는 동해선 공동조사가 실시된다. 임 과장은 철도 연결 착수식과 관련해서는 “조사 일정이 너무 빠듯해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해야 되겠다’는 공감대를 나눈 정도”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파주=경의선 공동취재단}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8∼20일 서울 답방을 제안하고 자체적인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내내 롤러코스터처럼 이어졌던 북핵 비핵화 이벤트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마무리될 경우,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프로세스가 내년부터 다시 본궤도에 올라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 남북 교류도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단 청와대는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주요 대기업들과 연락하며 김 위원장 답방을 전제로 한 일정, 동선 등을 조율하고 있다. 청와대가 제안한 대로 이달 20일 전후에 답방이 성사된다 해도 준비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4일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야경 투어’에 나선 것처럼 우리의 경제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일정도 포함될 것”이라며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이행한다면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한미 정상의 메시지에 힘이 실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시찰 장소로는 삼성전자 등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총수가 방북했던 주요 대기업이 유력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좀 더 논의해 봐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주변 상황도 김 위원장 연내 답방 가능성에 조금씩 무게를 더하고 있다. 올해 북-미 간 실무 협상을 주도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이 방한해 3일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을 만나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6일부터 중국을 찾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용호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 2월경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과 미리 관련 논의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북한 문제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힌 상황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에 협조할 것인지 북한이 직접 확인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언론들도 북한 최고 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4일 김 위원장이 내년 9월 서울을 찾는다고 긴급 보도했다가 관련 보도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이 아직까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 답방이 연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뉴질랜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다 중요한 건 그 시기가 연내냐 아니냐보다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하고 더 큰 진전을 이루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비공개간담회에 참석해 김 위원장 답방 여부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김한정 의원은 “연내가 되면 좋겠지만 (조 장관이) 긍정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또 “북한의 핵 활동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핵화는 평화로 가는 과정인데 그 부분에서 결정적 장애가 될 우려할 만한 활동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