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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쓰신 글을 읽는 동안 무릎을 치며 공감했습니다. 제가 쓴 미숙한 글에도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국내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읽고 무심코 발송자가 보낸 대용량 문서 파일을 내려받았다. ‘해킹이 심하다 보니 보안이 강화돼 파일을 열려면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 안내에 따라 인증까지 했다. 하지만 해당 이메일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인 ‘김수키(kimsuky)’가 보낸 ‘피싱용 이메일’이었다.● 전직 장차관급 공무원도 털려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북한 해킹조직 김수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인 지난해 4∼7월 전·현직 고위공무원 등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피싱용 이메일’을 보내 해킹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전직 장관급 공무원 2명과 차관급 공무원 1명, 학계 전문가 4명, 현직 간부급 공무원 1명, 언론사 기자 1명 등 9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수키는 국내외 서버 138개를 경유하며 인터넷주소(IP주소)를 바꾼 뒤 통일·안보 전문가, 기자 등을 사칭하며 외교안보 전문가 등 150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주로 책자 발간이나 논문 관련 조언, 인터뷰 등을 요청했다. 김수키는 “건강 유의하시고 한반도 평화 증진에 애써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접근한 뒤 대용량 문서 파일을 보내 다운로드를 유도했다. 이후 보안상 절차라며 본인 인증을 하도록 하며 피해자의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었다. 이어 피해자가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킹조직이 이 정보를 가로채 피해자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자료나 주소록 등을 수개월 동안 수시로 들여다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해커들은 해킹 성공 후에도 “졸고를 꼼꼼히 봐주셔서 감사하다” “단 몇 글자 주심에도 책 전체가 탈바꿈한 듯하다” 등의 답장을 보내며 의심을 피했다. 경찰은 “이메일에 ‘봉사기’(서버), ‘랠’(내일), ‘적중한 분’(적합한 분) 등 북한식 어휘를 사용했고 공격지 IP주소, 경유지 구축 방식 등을 토대로 김수키 소행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킹조직이 새 정부에서 입각하거나 대북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목표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를 입은 장차관 3명은 10여 년 전 외교부와 통일부에서 장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A 씨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경찰 연락을 받고서야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자료가 나도 모르게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北, 3500만 달러 가상화폐도 해킹한 듯 경찰은 이들이 장악한 서버에서 가상화폐 지갑 주소 2개를 발견했는데 해당 지갑에선 200만 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 탈취 시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유명 가상화폐 지갑 플랫폼 ‘아토믹 월렛’에서 발생한 3500만 달러(약 455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 배후에 북한 해킹그룹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이터 분석 업체 일립틱은 해당 자산이 북한 해킹그룹 라자루스가 자금 세탁에 주로 사용하는 믹서 플랫폼 ‘신바드’로 이동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6일(현지 시간) 내놨다.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고 섞는 기술로, 여러 번 되풀이하면 자금 출처 등을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 앞서 5월 미 재무부는 라자루스의 대규모 해킹 사건에 연루됐던 믹서 ‘블렌더’를 제재했다. 일립틱은 신바드가 블렌더의 변형 버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교수님이 쓰신 글을 읽는 동안 무릎을 치며 공감했습니다. 제가 쓴 미숙한 글에도 코멘트 부탁드립니다.”국내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읽고 무심코 발송자가 보낸 대용량 문서 파일을 내려받았다. ‘해킹이 심하다 보니 보안이 강화돼 파일을 열려면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 안내에 따라 인증까지 했다. 하지만 해당 메일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인 ‘김수키(kimsuky)’가 보낸 ‘피싱용 이메일’이었다.● 전직 장차관급 공무원도 털려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북한 해킹조직 김수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인 지난해 4~7월 전·현직 고위공무원 등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피싱용 이메일’을 보내 해킹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전직 장관급 공무원 2명과 차관급 공무원 1명, 학계 전문가 4명, 현직 간부급 공무원 1명, 언론사 기자 1명 등 9명으로 집계됐다.경찰에 따르면 김수키는 국내외 서버 138개를 경유하며 인터넷 주소(IP)를 바꾼 뒤 통일‧안보 전문가, 기자 등을 사칭하며 외교안보 전문가 등 150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주로 책자 발간이나 논문 관련 조언, 인터뷰 등을 요청했다.김수키는 “건강 유의하시고 한반도 평화 증진에 애써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접근한 뒤 대용량 문서 파일을 보내 다운로드를 유도했다. 이후 보안상 절차라며 본인 인증을 하도록 하며 피해자의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었다. 이어 피해자가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킹조직이 이 정보를 가로채 피해자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자료나 주소록 등을 수개월 동안 수시로 들여다본 것으로 밝혀졌다.북한 해커들은 해킹 성공 후에도 “졸고를 꼼꼼히 봐주셔서 감사하다”, “단 몇 글자 주심에도 책 전체가 탈바꿈한 듯하다” 등의 답장을 보내며 의심을 피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통보할 때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이메일에 ‘봉사기’(서버), ‘랠’(내일), ‘적중한 분’(적합한 분) 등 북한식 어휘를 사용했고 공격지 IP주소, 경유지 구축 방식 등을 토대로 김수키 소행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경찰은 해킹조직이 새 정부에서 입각하거나 대북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목표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를 입은 장차관 3명은 10, 20년 전 외교부와 통일부에서 장·차관을 지내고 현재는 학계에 몸담고 있다고 한다.● 北, 3500만 달러 가상화폐도 해킹한 듯경찰은 이들이 장악한 서버에서 가상화폐 지갑 주소 2개를 발견했는데 해당 지갑에선 200만 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 탈취 시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최근 유명 가상화폐 지갑 플랫폼 ‘아토믹 월렛’에서 발생한 3500만 달러(약 455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 배후에 북한 해킹그룹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이터분석업체 일립틱은 해당 자산이 북한 해킹그룹 라자루스가 자금 세탁에 주로 사용하는 믹서 플랫폼 ‘신바드’로 이동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6일(현지 시간) 내놨다.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고 섞는 기술로, 여러 번 되풀이하면 자금 출처 등을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앞서 5월 미 재무부는 라자루스의 대규모 해킹 사건에 연루됐던 믹서 ‘블렌더’를 제재했다. 일립틱은 신바드가 블렌더의 변형 버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세계 대기업 절반은 앞으로 3년간 사무 공간을 줄일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원격 재택근무 열풍은 사그라들었지만 사무실에 대한 대기업 시각이 바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가 글로벌 기업 347개사를 대상으로 3년간 부동산 관련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직원 5만 명 이상 기업 65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축소 규모는 대부분 10~20%로 내다봤다. 직원 1000명 이하 기업 가운데 13%만 ‘줄이겠다’고 답했고 63%는 오히려 ‘확장할 것’이라고 한 것과는 상반된다.최근 많은 대기업이 원격 근무 대신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고 있음에도 대기업이 사무 공간을 줄이려는 것에 대해 리 엘리엇 나이트프랭크 리서치 책임자는 “기업이 사무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양보다 질’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그는 “진정한 ‘포스트 팬데믹’ 세계가 온 만큼 기업은 눈가리개를 벗고 부동산 전략을 판단하고 있다”라며 “자사 업무 공간이 유연근무제에 적합한지,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는지, 신기술이 직원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여러 가지가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실제 미래 근무 형태에 대해 전체 응답자 56%가 원격 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가 대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직원에게 고정석을 주는 대신, 책상을 공유하는 유연한 사무 공간을 운영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사무 공간 축소 움직임이 특히 미국 주요 도시 상업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엘리엇 책임자는 “미국 1인당 사무 공간은 유럽과 아시아보다 훨씬 큰 편이어서 다른 도시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동산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대기업 사무 공간 효율화가 진행되면 인기가 낮은 지역 상업부동산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낡고 오래된 건물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면서도 “대기업이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재택근무에 익숙한 직원들을 사무실로 유인할 수 있을 만한 ‘최고 공간’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최근 영국 부동산 업체 세빌스는 상업부동산 공실로 가장 고통받는 도시가 미 샌프란시스코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공실률은 팬데믹 이전 9.5%로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도시로 꼽혔지만 현재는 30%가 비어 있거나 내년에 빌 예정이다. 30년 만에 가장 높은 공실률이다. 세빌스는 “단순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난 추세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경기 추이, 인구 구조 변화 등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예고편이나 그 어떤 광고 없이 다음 달 개봉한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는 2일 일본 월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감독 은퇴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홍보 마케팅 없이 개봉한다고 말했다. 2013년 은퇴를 선언하고 4년 만에 철회한 미야자키 감독의 신작이자 은퇴작 개봉 소식을 알린 것이다. 제목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1937년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同名) 소설에서 따왔다. 하지만 작품 줄거리는 물론이고 등장인물, 출연 성우를 비롯해 영화 관련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공개된 것은 거칠고 대담한 붓놀림의 영화 포스터(사진)뿐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스즈키 대표에게 “당신이 만든 최고의 포스터”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감독 오른팔로 불리는 스즈키 대표는 “1984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함께 작업했지만 진심으로 칭찬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그 칭찬을 힌트 삼아 포스터만으로 홍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고편을 보면 영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 수 있고, 그 때문에 극장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며 “이번엔 (일반적 마케팅과) 반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다음 달 14일 일본에서 개봉된다. 해외 개봉 계획은 미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및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5일(현지 시간) 법원에 제소했다. SEC는 이날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자들 자산을 큰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 CEO는 2017년 중국에서 바이낸스를 설립했다. SEC에 따르면 자오 CEO는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별도 법인들에 바이낸스 고객 자산을 송금한 뒤 다시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에 투자하게 만들어 거래량을 부풀렸다. 또 미국 큰손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규제망을 회피하도록 했다고도 지적했다. 미국인의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직접 투자를 금지한 법망을 우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혐의 13건을 통해 자오 CEO와 바이낸스 법인이 광범위한 속임수, 이해 상충, 투명성 부족, 의도적 법 회피에 연루된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가상화폐는 물론 미 증시 상장 관련주들도 일제히 폭락했다. 비트코인은 5일 2만5636달러(약 3350만 원)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낸스 자체 가상화폐 BNB도 8% 이상 급락했다.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9% 이상 떨어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예고편이나 그 어떤 광고 없이 다음달 개봉한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는 2일 일본 월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감독 은퇴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홍보 마케팅 없이 개봉한다고 말했다. 2013년 은퇴를 선언하고 4년 만에 철회한 미야자키 감독이 신작이자 은퇴작 개봉 소식을 알린 것이다. 제목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1937년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同名) 소설에서 따왔다. 하지만 작품 줄거리는 물론 등장인물, 출연 성우를 비롯해 영화 관련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공개된 것은 거칠고 대담한 붓놀림의 영화 포스터뿐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스즈키 대표에게 “당신이 만든 최고의 포스터”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감독 오른팔로 불리는 스즈키 대표는 “1984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함께 작업했지만 진심으로 칭찬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그 칭찬을 힌트 삼아 포스터만으로 홍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고편을 보면 영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 수 있고, 그 때문에 극장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며 “이번엔 (일반적 마케팅과) 반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다음 달 14일 일본에서 개봉된다. 해외 개봉 계획은 미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달 대선 승리로 종신 집권 기반을 닦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인사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그동안 고수하던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비상식적 경제 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취임 선서를 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내각을 발표하면서 경제 정책을 지휘하는 재무장관에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를 임명했다. 심셰크 신임 재무장관은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 출신 경제 전문가로 2009년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2015∼2018년 부총리를 지내며 시장친화적 경제사령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7년 5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굳힌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2018년 해임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8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높이지 않고 저금리를 유지하며 경제난을 부채질했다. 또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에 앉히고 최근 4년간 중앙은행 총재를 3번이나 갈아치우는 등 경제 정책을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와 민심 동요는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재집권 가도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부통령에도 정통 경제 관료로 평가받는 제브데트 이을마즈가 임명됐다. AP통신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정통으로 낙인찍힌 경제 정책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앞으로 몇 달간 금리를 올릴 기반이 마련됐다며 “명백한 유턴 신호”라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선거 기간 분노를 뒤로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만회하자”며 재건을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달 대선 승리로 종신 집권 기반을 닦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인사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그동안 고수하던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비상식적 경제 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취임 선서를 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내각을 발표하면서 경제 정책을 지휘하는 재무장관에 메흐멧 심세크 전 부총리를 임명했다. 메흐멧 신임 재무장관은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 출신 경제 전문가로 2009년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2018년 부총리에 임명되며 시장친화적 경제 사령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7년 5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굳힌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2018년 해임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8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높이지 않고 저금리를 유지하며 경제난을 부채질했다. 또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에 앉히고 최근 4년간 중앙은행 총재를 3번이나 갈아치우는 등 경제 정책을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와 민심 동요는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재집권 가도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부통령에도 정통 경제 관료로 평가 받는 세브데트 일마즈가 임명됐다. AP통신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정통으로 낙인 찍힌 경제 정책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앞으로 몇 달간 금리를 올릴 기반이 마련됐다며 “명백한 유턴 신호”라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선거 기간 분노를 뒤로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만회하자”며 재건을 강조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영국 록밴드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의 제목이 ‘몽골리안 랩소디’로 붙여질 뻔한 정황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쓴 이 노래의 가사 초고에서 이 사실이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간 머큐리의 친구이자 상속인인 메리 오스틴이 보관해 온 이 초고는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 소더비가 이날 공개한 15쪽 분량의 초고에 따르면 머큐리는 당초 ‘몽골리안 랩소디’라는 문구를 적었다가 ‘몽골리안’에 줄을 긋고 위에 ‘보헤미안’을 다시 적었다. 머큐리가 곡의 제목을 ‘몽골리안 랩소디’로 생각했다가 수정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래 도입부 가사 또한 초고와 최종본이 달랐다. 초고에는 “엄마, 전쟁이 시작됐어요(Mama. There’s a war began). 오늘 밤 떠나야 해요”였지만 이후 “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Mama. Just killed a man)”로 바뀌었다. 이 초고는 영국 항공사 브리티시 미들랜드가 1974년 발행한 메모지에 작성됐다. 소더비 측은 낙찰 예상가를 최소 120만 파운드(약 19억7000만 원)로 예상하고 있다. 머큐리가 공연 때 사용한 왕관, 빨간 망토, 신발 등도 출품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9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한 공원에서 왼쪽 이마에 흉터가 있는 16세 흑인 소년 랠프 얄이 메달을 받았다.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열린 36회 ‘뇌 손상을 위한 레이스’에서 1.5마일(약 2.4km)을 완주한 랠프는 주최 측 관계자가 목에 메달을 걸어주자 나지막이 “와우”라고 읊조렸다. 랠프는 46일 전인 지난달 13일 총을 맞았다. 이웃집에 놀러 간 두 동생을 데리러 갔다가 실수로 다른 집의 초인종을 눌러 변을 당했다. 집주인인 84세 백인 남성 앤드루 레스터가 쏜 권총에 머리와 팔을 맞은 것이다. 머리에 날아든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총격의 트라우마는 오래 남았다. 촉망받는 ‘음악 소년’인 랠프는 매일 학교에 나가 합주를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갈망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시간을 공처럼 몸을 웅크린 채 침대에서 보낸다. 편두통과 불안감, 감정 기복 때문이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레스터는 아직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모인 페이스 스푼모어는 “랠프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단번에 치유할 수도 없는 상처”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랠프는 혼자가 아니다. 캔자스시티스타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팀 랠프’라는 이름으로 등록한 뒤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랠프의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해 1000명 가까운 참가자들이 공원에서 함께 걷고 달렸다고 전했다. 이날 레이스는 뇌 손상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례 모금 행사였다. 사고 이후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리던 랠프는 이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섰다. 출발선에 설 때까지도 말이 없었지만 완주를 한 뒤엔 같이 달린 ‘동료’들과 웃으며 주먹 인사도 나눴다. 대회 시작에 앞서 랠프의 어머니인 클레오 나그베는 “모두가 뇌 손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뇌 손상 환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 주면 좋겠다”며 총기 폭력을 막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스푼모어는 “랠프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사고를 당한 뒤에도 여전히 좋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9일(현지 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한 공원에서 왼쪽 이마에 흉터가 있는 16세 흑인 소년 랠프 얄이 메달을 받았다.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열린 36회 ‘뇌손상을 위한 레이스’에서 1.5마일(약 2.4km)을 완주한 랠프는 주최 측 관계자가 목에 메달을 걸어주자 나지막이 “와우”라고 읊조렸다.랠프는 46일 전인 지난달 13일 총을 맞았다. 이웃집에 놀러 간 두 동생을 데리러 갔다가 실수로 다른 집의 초인종을 눌러 변을 당했다. 집주인인 84세 백인 남성 앤드루 레스터가 쏜 권총에 머리와 팔을 맞은 것이다. 머리에 날아든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총격의 트라우마는 오래 남았다.촉망받는 ‘음악 소년’인 랠프는 매일 학교에 나가 합주를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갈망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시간을 공처럼 몸을 웅크린 채 침대에서 보낸다. 편두통과 불안감, 감정 기복 때문이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레스터는 아직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모인 페이스 스푼모어는 “랠프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단번에 치유할 수도 없는 상처”라고 말했다.다행히도 랠프는 혼자가 아니다. 캔자스시티스타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팀 랠프’라는 이름으로 등록한 뒤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랠프의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해 1000명 가까운 참가자들이 공원에서 함께 걷고 달렸다고 전했다. 이날 레이스는 뇌 손상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례 모금행사였다. 사고 이후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리던 랠프는 이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섰다. 출발선에 설 때까지도 말이 없었지만 완주를 마친 뒤엔 같이 달린 ‘동료’들과 웃으며 주먹 인사도 나눴다.대회 시작에 앞서 랠프의 어머니인 클레오 나그베는 “모두가 뇌 손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뇌 손상 환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주면 좋겠다”며 총기폭력을 막는데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스푼모어는 “랠프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사고를 당한 뒤에도 여전히 좋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으면 한다”라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8일 튀르키예(터키)의 대선 결선 투표가 치러진 가운데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사진)의 재집권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4일 1차 투표에서 당초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고 1위를 기록했고,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시난 오안 승리당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의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에 재집권을 확정 지은 뒤 임기 도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현재 69세인 그가 79세까지 집권할 길이 열려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경제 심판론’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야권의 전략이 패착이었다고 진단했다. 야권 단일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는 고물가에도 저금리를 고집하는 에르도안 정권의 비상식적인 경제 정책이 리라 가치 하락, 고물가 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외메르 타쉬피나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튀르키예는 대공황 수준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금융 위기가 일어나지 않는 한, 경제가 성장하기만 한다면 고물가는 견딜 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에르도안 정권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 도시 빈민층 등은 대출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오히려 저금리를 반긴다. 미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무스타파 아크욜 연구원 또한 NPR방송에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가 아니라 ‘정체성 정치’와 ‘문화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오스만튀르크 시절의 영광 부활’을 외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민족 우선주의가 보수 유권자에게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장기 집권을 통해 사실상 언론을 장악한 것도 그에게 유리한 선거 환경을 만들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달 국영방송 ‘TRT뉴스’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보도한 빈도가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의 60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5만여 명이 숨진 올해 초 대지진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지진이 발생한 남동부 지역은 최대 도시 이스탄불 등과 달리 에르도안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나는 기독교인, 보수주의자, 공화당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인자였으며 복음주의 개신교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64)은 과거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강력한 반(反)낙태, 반동성애 노선을 걸으며 창조론과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그의 지향점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미 NBC방송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할지 여부에 대해 “다음 달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강한 미국’을 주창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로 공화당을 되돌리겠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수의 이단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으로 정통 보수의 가치가 훼손된 만큼 보수 적자(嫡子)인 자신이 이를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 “트럼프식 포퓰리즘에 저항해야”펜스 전 부통령은 2021년 1월 미 의회 난입 사태 등을 거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했다. 당시 그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응하지 않았고, 상원의장으로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의 당선 결과를 인증하기 위해 회의를 열다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으로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지지율 자체는 저조한 편이다. 펜스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24일 선거 예측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 기준으로 아직 5.3% 수준이다. 펜스 전 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중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로 규정하며 “포퓰리즘에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우파, 국가 안보를 강조하는 매파, 재정 정책에선 정부 지출 축소를 지향하는 보수파 등으로 구성된 레이건 시절의 공화당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령층 건강보험제도(메디케어)와 사회보장 지출에 관해서는 “판박이”라며 모두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대해서도 다른 공화당 주자들과 달리 “이 전쟁은 냉전의 현대판”이라며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태에 대해선 “미 전역에서 15주 이상의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인 외 여성과 단둘이 식사 안 해” 펜스 전 부통령은 대선 주요 경합주인 인디애나주 출신이다. 1959년 아일랜드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와 형제는 모두 민주당 지지자다. 가톨릭교도이며 같은 아일랜드계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다. 하지만 그는 개신교도가 설립한 하노버칼리지를 다니며 개신교로 개종했고,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지지 정당을 공화당으로 바꿨다. 인디애나주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0년 정계에 입성했다. 6선 하원의원과 인디애나주 주지사를 거쳐 부통령에 올랐다. 펜스 전 부통령은 1985년 두 살 연상의 미술 교사 캐런(66)과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그는 부인 이외의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펜스 룰’로도 유명하다. 이 규칙은 원래 이를 주창했던 유명 개신교 목회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이름을 따 ‘그레이엄 룰’로 불렸지만 펜스 전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규칙을 수차례 강조하며 부인에 대한 사랑을 과시한 뒤부턴 ‘펜스 룰’로 불린다. 다만 그의 원칙주의자 이미지가 대선 후보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시민단체 ‘윤리공공정책센터’의 헨리 올슨 선임 연구원은 “현재 공화당 유권자는 투사를 원한다”며 “정권 탈환이 목표인 야당의 대선 후보에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과 인연도 깊다. 그의 부친 에드워드 펜스는 미 육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공로로 1953년 미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펜스는 현직 부통령이던 2017년 한국을 찾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기도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어맨다 고먼(25)의 시집이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에서 ‘금서’로 제한했다.문제의 시집은 당시 고먼이 낭독했던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을 표제작으로 한 동명 시집이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서문을 쓴 이 시집은 2021년 9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해당 시에는 극심하게 분열된 국가에 대해 희망을 찾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고먼은 이 시를 쓰던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벌인 1·6 의사당 난입 사태 등이 벌어진 만큼 미국의 분열상을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미 플로리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 위치한 ‘밥 그레이엄 교육 센터’의 한 학부모가 ‘부적절하다’라며 불만을 제기하면서 고먼의 시집이 초등학생용 도서관에서 금지됐다고 미 마이애미해럴드 등이 보도했다. 이 학교는 우리나라의 유치원부터 중학교 과정까지를 통합운영하는 학교다. 시민단체 ‘플로리다의 읽을 자유 프로젝트(FFTRP)’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금지 요구서를 작성한 것은 두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데일리 샐리너스였다. 그는 3월 제출한 요구서에서 ‘우리가 오를 언덕’이 “교육적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혐오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며 “학생들을 세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특정하지 않았을뿐더러, 시집의 저자를 고먼이 아닌 윈프리로 잘못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학교는 요구를 접수한 뒤 약 일주일 만에 고먼의 시집을 중학생용 도서관으로 옮겨두기로 했다. 학교의 검토위원회는 고먼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최연소 시인이자, 2017년 미국의 첫 ‘청년 계관시인’으로 선정되는 등 역사적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시에 사용된 어휘들이 중학생에게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미 NPR방송은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책이 옮겨졌지만, 교내에서 금지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초등학생이 사서에게 책을 읽고 싶다고 요청하고 자신이 중학생 수준의 책을 읽는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으면 고먼의 시집을 읽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고먼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담하다”라며 “어린이들이 문학 작품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책을 금지하는 것은 검열이며, 미국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고먼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미 CNN 방송은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취임한 뒤 플로리다에서 학생들에게 인종차별이나 성소수자 등의 논쟁적 주제에 대해 가르치지 말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소위 ‘부모의 권리’ 법안들이 도입되며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FFTRP 관계자는 NPR에 “이번 조치는 현재 플로리다에서 매우 전형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관련 법률의 모호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사나 처벌을 받을까봐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특정 책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플로리다 밖에서도 점점 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 전미도서관협회(ALA)는 지난해 도서관이나 도서에 대해 이뤄진 검열 시도가 총 1269건으로, 20여 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숫자였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공중보건 당국 수장이 “소셜미디어가 아동과 청소년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표가 많다”고 공개 경고했다. 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23일 발표한 19쪽 분량 권고문에서 “소셜미디어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안전하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술기업과 부모에게 즉시 보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머시 단장은 소셜미디어가 소수 인종이나 성소수자 청소년이 동질감을 느낄 친구를 찾고 자기를 표현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두뇌 발달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더 강조했다. 성인도 소셜미디어 폐해로 고통받을 수 있지만, 사회적 관계를 학습하고 자존감과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어린이는 성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머시 단장은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은 미국에서 우울증, 불안, 자살, 외로움 관련 지표가 동시에 올라가는 것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0∼24세 자살률은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57% 급증했다. 그는 이런 모든 문제를 아이와 부모 책임으로만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기술기업과 정부가 어린이 보호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머시 단장은 전날 미 NPR방송 인터뷰에서도 “어린이용 자동차 카시트나 장난감 같은 제품처럼 소셜미디어에도 안전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고문은 가족에게도 식사 때같이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에는 서로 대화하며 유대감을 키울 수 있도록 스마트폰 같은 기기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했다. 머시 단장은 AP통신 인터뷰에서 각각 5세, 6세인 자신의 자녀도 중학교 입학 전까진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게 할 것이라며 “쉽진 않겠지만 많은 다른 부모가 함께한다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공중보건 당국 수장이 “소셜미디어(SNS)가 아동과 청소년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표가 많다”고 공개 경고했다.비벡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은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19쪽 분량 권고문에서 “SNS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안전하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술 기업과 부모 등에게 즉시 보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권고문은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미국 13~17세의 95%, 8∼12세의 40%가 SNS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머시 단장은 “많은 SNS 플랫폼이 13세 이상으로 사용 연령 제한을 하지만 실제로 제한하고 있다면 이런 결과가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서전 제너럴)은 국가 보건정책 전반을 총괄해 ‘미국 주치의’로도 불린다. 대중에게 배포되는 ‘서전 제너럴 권고’는 국민 관심과 즉각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긴급한 보건 현안이 있을 때 발표하는 공식 권고문이다.머시 단장은 SNS가 소수인종이나 성소수자 청소년이 동질감을 느낄 친구를 찾고 자기표현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이점도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SNS가 두뇌 발달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강조했다. 성인도 SNS 폐해로 고통 받을 수 있지만 어린이는 사회적 관계를 학습하고 자존감과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성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또한 머시 단장은 SNS가 남들과의 지나친 비교, 괴롭힘과 혐오 등을 불러일으킨다며 “SNS가 젊은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에서 우울증 불안 자살 외로움 지표가 동시에 올라가는 것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0~24세 자살률은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57% 급증했다.그는 이런 모든 문제를 모두 아이와 부모 책임으로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기술 기업과 정부가 어린이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머시 단장은 전날 미 NPR방송 인터뷰에서도 “어린이용 자동차 카시트나 장난감, 의약품 같이 아이들이 사용하는 다른 제품처럼 SNS에 대해서도 안전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미 뉴욕타임스(NYT)는 보건 당국이 1960년대 흡연, 1980년대 에이즈(AIDS), 2000년대 비만 등에 대해 국가 차원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머시 단장이 최근 총기 폭력과 외로움에 이어 SNS 부작용을 사회적 논의 대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권고문은 가족에게도 식사 같이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에 서로 대화하며 유대감을 키울 수 있도록 스마트폰 같은 기기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했다. 머시 단장은 AP통신 인터뷰에서 현재 각각 5세, 6세인 자신의 두 자녀도 중학교 입학 전까진 SNS를 사용하지 않게 할 것이라며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많은 다른 부모들이 함께한다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Vivek Murthy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기후변화 대응의 리더’를 자임하는 주요 7개국(G7)이 21일 폐막한 일본 히로시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확대를 강조하는 등 ‘탈탄소’ 목표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생산에 있어 화석연료 비중이 비교적 높은 일본과 독일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반면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와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탈탄소를 늦출 명분이 될 순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G7, 러시아 핑계 대며 LNG 투자 확대” ‘우리는 LNG 공급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LNG 확대 투자는 현재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잠재적 가스 공급 부족을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이다.’ G7이 20일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 세계적 에너지 공급 불안, 물가 상승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유로 언급됐다. G7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낮춰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가스에 대한 투자가 일시적 대응으로서 적절할 수 있다고도 했다. 성명서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수소 및 암모니아를 활용한 석탄 발전이 탄소 배출을 저감시켜 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의) 목표 달성에 부합한다면 계속 개발되고 사용돼야 한다. 탄소 포집이 탄소 저감의 중요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G7의 이번 공동성명은 1년 전보다 오히려 퇴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5월 열린 G7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기 위해 LNG의 중요성이 언급되긴 했지만 당시엔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개발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줄이고 해당 자금을 재생에너지 지원에 투입해야 한다’는 합의가 성명에 담겼다. 환경단체인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은 “천연가스와 LNG 인프라에 문을 열어두는 G7의 올해 합의는 지난해의 약속과 모순된다”라고 비판했다.● 화석연료 비중 큰 일본-독일이 주도 올해 이 같은 공동성명을 주도한 국가는 최근 ‘완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과 이번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이번 성명을 최종 조율한 국가가 독일이라고 전했다. NYT도 “독일은 경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지난해 G7의 탈탄소 관련 내용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압박했다”라고 전했다. 일본 역시 지난달 삿포로에서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 담당 장관회의에서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도 ‘청정에너지’ 전환 단계로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2021년 기준 일본 천연가스와 석탄 발전 비중은 총 68%에 이른다. 올해 G7 성명에 담긴 암모니아를 활용한 석탄 발전과 탄소 포집 기술 장려는 현재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국 컨설팅업체 E3G는 일본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불확실한 기술에 의존하는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비판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일시적 에너지 위기는 이미 지나갔고, 유럽은 지난겨울 전력 부족도 넘겼다”라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는 저탄소 에너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63%에 이른다. NYT는 미국은 양측 사이에서 곤혹스러워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내세워온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 대응’과 화석연료 활용도를 높이려는 동맹국들의 요구 사이에 끼였다”라고 분석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옥스팜의 ‘불평등 정책’ 책임자인 맥스 로슨은 “G7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핑계로 새로운 천연가스 투자를 위한 명분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중국이 하와이, 괌 등 아시아태평양 내 주요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극초음속미사일 ‘둥펑(東風·DF)-27’을 최소 2019년부터 4년 이상 실전 배치해왔다고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이 서방의 정밀 분석 등을 우려해 아직 공개한 적도 없는 둥펑-27의 실전 배치를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둥펑-27의 전신인 ‘둥펑-17’ 또한 2019년 10월 건국절 열병식에서 최초 공개했다. 둥펑-27은 단일 극초음속 활공체(HGV),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최신 무기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중국 소셜미디어에 둥펑-27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담긴 무력시위 영상이 돌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SCMP에 “인민해방군은 ‘비장의 카드’인 둥펑-27을 너무 일찍 공개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전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통상 음속의 약 5배(마하 5)를 넘는 빠른 속도로 나는 데다 비행 궤적 또한 변화무쌍해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좀처럼 요격이 어렵다. 미국 또한 둥펑-27의 위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21년 보고서에서 “둥펑-27의 사거리가 5000∼8000km에 달한다”며 새로운 형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올해 초 공개된 미 기밀문서에도 “인민해방군이 올해 2월 25일 둥펑-27 발사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미 ‘미사일방어망(MD)’을 뚫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 둥펑-27이 거리로는 미 서부 알래스카까지 닿을 수 있지만 괌, 일본 등을 타격하는 것이 주 목표라고 SCMP 등은 분석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집권 7년을 맞은 20일 “평화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의 유일한 선택지”라며 “어느 쪽도 비평화적인 방식으로 현상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 전 세계의 분명한 공통 인식”이라고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우리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군사 위협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의 한 대학 강사가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에게 대거 ‘졸업 유예’ 통보를 내리면서 교내 AI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텍사스A&M대 농업대의 동물과학 강사인 재러드 멈이 15일 이번 학기 자신의 수업 수강생 모두에게 ‘미달’을 뜻하는 ‘X’ 학점을 주겠다고 통보했다고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멈은 챗GPT에 학생들이 제출한 에세이를 입력한 뒤 AI로 쓴 글인지 판단하라는 명령을 넣었고,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별받은 학생들에게는 0점을 줬다고 밝혔다. 불과 직전 주말에 졸업파티를 즐겼던 4학년 학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한 학생은 WP에 “학위를 받기 위해 들여온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내 인격이 의심받는 것이 정말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멈이 과제를 다시 제출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면서 실제 졸업이 취소된 사례는 없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교육계에선 아직 찬반 양론이 뚜렷하다. 뉴욕시는 표절을 조장하고 학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공립학교에서 챗GPT를 쓰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많은 교수는 챗GPT를 계산기 등에 비교하며 교육 커리큘럼을 기술 발전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WP는 “지적 능력을 평가한다”는 개념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며, 챗봇을 교육에 활용하자는 측에서도 아직 지침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챗GPT 관련 표절 탐지 프로그램도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공대 이언 링클레터는 “교육자들이 AI를 놓고 학생들과 전쟁을 벌일지, 아니면 윤리적 사용 지침을 가르칠지 판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애플이 회사 기밀정보 유출을 우려해 일부 직원에게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등 외부 기업이 만든 AI를 업무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AI 챗봇이 성능 개선 등을 위해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개발자들에게 전송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 정보가 새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 코딩 AI인 ‘코파일럿’에 대해서도 기밀 유출 우려를 들어 함께 금지했다. WSJ는 애플이 2011년 일찌감치 음성비서 ‘시리’를 내놓으며 소비자용 AI 앱에 발을 들였지만 이후 아마존의 ‘알렉사’ 등 다른 제품들에 뒤처졌다며 “애플도 현재 챗GPT와 비슷한 AI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뿐만 아니라 JP모건체이스 등 금융업계에서도 내부 보안을 위해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사내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이날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챗GPT 앱을 공식 출시하며 주도권 확장에 나섰다. 한편 북미와 유럽 정·재계 엘리트들의 비공개 모임인 ‘빌데르베르흐 회의’는 올해 AI를 최우선 의제로 논의한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 MS 사티아 나델라 CEO, 구글의 에릭 슈밋 전 CEO 등 AI 업계의 거물들도 총출동한다. 18일부터 나흘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빌데르베르흐 회의 주최 측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AI는 올해 13가지 의제 중 맨 위에 올랐다. 미 CNBC 방송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MS가 오픈AI의 챗GPT를 자사 검색 엔진 ‘빙’에 탑재했고, 구글도 챗봇 ‘바드’를 대항마로 내세우는 등 AI 전쟁에 불이 붙자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최근 AI 규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 시스템과 중국, 에너지 전환 등도 회의 테이블에 오른다. 올해 초 미국과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잇달아 파산하는 사태가 이어지자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1954년 시작된 빌데르베르흐 회의는 모든 참석자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비공식 회의’다.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되 발언자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 채텀하우스 규칙에 따라 운영된다. 69회째인 올해 회의에는 23개국 산업·금융·언론계 지도자와 전문가 128명이 참석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