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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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9-20~20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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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형극 음악극 전래동화극… 대학로서 아이들 위한 축제 열린다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를 위한 공연 축제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가 내년 1월 1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아이들극장 등에서 열린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주최하는 아시테지 축제는 작품성과 재미를 함께 갖춘 작품을 엄선해 신뢰도가 높다. 제14회 아시테지 겨울축제에서는 12개의 작품이 공연된다. 제26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본선 진출작인 ‘내 친구 송아지’ ‘제랄다와 거인’ ‘씨앗 이야기’ ‘마쯔와 신기한 돌’ ‘할머니 엄마’ ‘거인 이야기’ ‘쓰레기꽃’ 등 7편이 우수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서울어린이연극상은 아동극 제작을 위해 아시테지 한국본부가 1992년 제정한 국내 유일의 아동극 시상식이다. 개막작인 ‘내 친구 송아지’는 황순원의 단편소설 ‘송아지’를 바탕으로 6·25전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과 인형극을 융합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 수상작 ‘오버코트’를 제작한 극단 하땅세의 신작 ‘거인 이야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빠와 단 둘이 보내는 하루 동안에 거인을 만난 사건을 그린 가족극이다. 어린이극 5편도 공식 초청작으로 공연된다. 제24회 서울어린이연극상에서 대상을 받은 ‘목 짧은 기린 지피’, 루마니아 국제애니메이션 축제 공식 초청작 ‘비발디의 사계, 동물의 사육제’, 감각적인 무대 연출이 돋보이는 감성 음악극 ‘작은 악사’, 서커스 체험 워크숍과 공연이 접목된 ‘서커스 광대학교’, 연극계 거장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의 전래동화극 ‘토끼와 자라’ 등이다. ‘토끼와 자라’는 수궁가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독일 예술가 플로리안 로이케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강렬한 색채의 스펀지 인형이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공연 날짜 및 공연장, 티켓 가격 등 자세한 내용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2만∼3만 원. 02-745-5862∼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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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초연 무대는 눈물바다였다”

    독일 음악의 거장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사진)의 일생을 정리했다. 브람스 서거 120주년을 맞아 클래식 애호가들의 명소로 유명한 풍월당에서 출간한 첫 작곡가 평전이다. 음악칼럼니스트인 저자가 2001년 출간한 브람스 평전 ‘자유롭지만 고독하다’를 전면 수정·증보했다. 저자의 사정으로 조기 절판됐던 ‘자유롭지만 고독하다’는 중고시장에서 10만 원대에 거래되며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책은 1,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브람스의 삶과 예술 세계를 꿰뚫는 전기다. 2부는 브람스와 관련된 각종 중요한 이슈를 담아 브람스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초판과 비교해 보면 2부에 브람스에 관한 면모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대거 추가했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 논쟁을 이끌었고 브람스와는 운명적으로 융화할 수 없었던 바그너, 브루크너와의 관계를 그린 2부 제10장 ‘안티테제의 숙명’ 등이 대표적이다. 대중서라기보단 클래식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한 전문서에 가깝다. 브람스의 대표 명곡인 ‘독일 레퀴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눈물바다가 된 초연 현장의 뒷이야기, 1848년 첫 독주 콘서트, 다양한 교향곡 작곡 과정 등 브람스의 음악 인생을 전문적으로 들여다봤다. 브람스의 별명이 ‘베토벤의 후계자’가 된 이유, 평생 흠모해온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사랑 등을 설명한 부분도 흥미롭다. 또 안토닌 드보르자크, 한스 리히터 등 브람스와 관련한 인물이 다수 등장하는데 당대의 유명 음악인들을 마주하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볼거리도 책의 장점이다. 브람스가 사랑한 여성 중창단 ‘함부르크 여성 4중주단’, 브람스가 거주한 다양한 집, 다양한 연령대의 브람스의 모습, 브람스 필사본 악보, 독일 레퀴엠이 초연된 브레멘 성 베드로 교회 전경 등 다양한 사진이 수록돼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람스의 첫 독주 콘서트 프로그램북 내용 등 저자가 수집한 다양한 브람스 자료가 책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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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구름을 만들어내는 구름공항이 있다고?

    활자 없이 그림으로만 이뤄진 그림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야기를 상상해 나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반전은 마지막 그림을 넘기면 등장한다. 그림 속 동화 줄거리가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주인공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체험학습을 간다. 소년은 86층 전망대에서 자신의 빨간 모자와 머플러로 짓궂은 장난을 거는 꼬마구름을 만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소년은 꼬마구름을 따라 수많은 구름이 갈 곳을 배정받고 드나드는 ‘구름공항’을 방문한다. 구름공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2000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으로 따뜻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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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시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뻐”

    “연출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동아연극상을 받게 돼 기쁩니다.”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로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인철 연출가(42·사진)는 “신인연출상을 건너뛰고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번 작업 과정에서 연출로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려고 노력했다. 다양한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는 살인자입니다’는 일본 공상과학(SF) 소설의 대가 호시 신이치의 주요 작품 8개를 선정해 옴니버스 형식의 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모두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전 연출은 “10여 분짜리 에피소드 8개를 한 편의 연극으로 만들었다. 한꺼번에 8개 작품을 올리는 것과 같은 힘든 작업이었다”며 “원작이 미래세계를 다룬 소설이라서 소설의 언어를 무대언어로 어떻게 바꿀지 가장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이 ‘공동 작업’의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처음부터 대단한 걸 만들고자 욕심내지 않았다. 원작 소설을 놓고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머리를 맞대 공동 작업한 작품이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논의한 과정 자체가 가장 귀한 시간이었다. 미술 무대 스태프들과 금배섭 안무 감독이 큰 역할을 했다.” 전 연출은 2007년 대학로 디아더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고요’로 데뷔했다. 2011년 탈북 여성의 시각에서 남한의 모습을 신선하고 경쾌하게 풀어낸 연극 ‘목란언니’를 통해 연출가로서의 능력을 안팎으로 인정받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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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극단 ‘가지’- 내친김에 ‘손님들’ 나란히 작품상

    제54회 동아연극상은 국립극단의 ‘가지’와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손님들’이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손님들’은 김정 연출과 고연옥 작가가 각각 신인연출상과 희곡상을 받아 3관왕에 올랐다. 올해는 대상을 배출하지 못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윤광진)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동아연극상 최종 심사를 진행해 이같이 결정했다. 올해 본심에 오른 작품은 심사위원 추천작 21편으로 지난해 27편에서 6편이 줄었다. 심사위원들은 “촛불정국,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파동 등을 거치며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 연극계 동력이 상당히 떨어져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젊은 연출가와 배우 중심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 다수 쏟아졌다”고 총평했다. 반면 “우수작들이 민간 극단보다 국공립 단체들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는 현실은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손님들’은 부모가 세상과 불화하며 고립돼 살아가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 소년이 부모를 살해한 뒤 절망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소년과 부모, 가족, 집의 끔찍한 풍경을 통해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사회의 아픈 현실을 뼈아프게 찔러낸 작품이며 의심할 여지가 없는 올해 최고의 수작”이라며 “김정 연출이 고연옥 작가의 희곡을 해석해 강점을 찾은 뒤 자기만의 언어로 완벽하게 무대화한 것이 돋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 작품상을 받게 된 국립극단의 ‘가지’는 재미교포 2세 요리사인 아들 레이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낯선 재회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레이가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알아가며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렸다. 심사위원들은 “음식을 소재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한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의미를 지닌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연기상은 연극 ‘노숙의 시’에서 1976년 동백림 사건부터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29민주화선언, 2016년 촛불광장까지 한국의 근대사와 함께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무명씨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명계남 씨와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 ‘가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정호 씨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명계남 배우는 최근 몇 년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작품 속에서 탄탄한 역량을 발휘했고, 김정호 배우는 올해 들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배역을 맡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새개념연극상은 연극 ‘파란나라’ 제작진에 돌아갔다.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공동 제작한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시민 배우 100명을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일반인 배우를 모집해 프로 배우들과 한 호흡으로 극우적인 집단주의를 매끄럽게 표현했다”며 “극장 공간을 활용해 집단적 광기를 체감하게 만든 시도 자체가 참신하고 도발적”이라고 평했다. 신인연출상은 작품상을 거머쥔 ‘손님들’의 연출가 김정 씨, 무대예술상은 ‘나는 살인자입니다’의 조명감독을 맡은 최보윤 씨가 받는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극단 산울림의 연극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 역을 맡은 전박찬 씨와 국립극단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에서 조끼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 박지아 씨가 선정됐다. 가장 이견이 없었던 부문은 특별상이었다. 특별상은 10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원로 극작가 겸 연출가인 윤조병에게 돌아갔다. 유치진 차범석으로 이어진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계승자라는 평가다. 심사위원들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희곡집을 발간한 것은 물론이고 연극 ‘위대한 놀이’ 대본을 번안하는 등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며 “원로 작가로서 많은 후배 연극인에게 귀감이 된 분”이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5일 서울 대학로 방송통신대 DMC 4층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조윤경 기자}

    •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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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정민 “10년만의 연극무대, 걱정 반 기대 반”

    ‘천만배우’ 황정민(47)이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내년 2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 ‘리차드 3세’를 통해서다. 그는 2008년 연극 ‘웃음의 대학’ 이후 10년간 주로 영화와 뮤지컬에 출연해 왔다. 그는 부인 김미혜 샘컴퍼니 대표가 제작한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리차드 3세’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영국 장미전쟁 때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초기 희곡이다. ‘리차드 3세’는 볼품없는 얼굴과 곱사등을 가진 신체적 불구이지만 모든 콤플렉스를 뛰어넘는 언변과 권모술수, 유머감각, 탁월한 리더십으로 경쟁 구도의 친족과 가신들을 숙청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는 인물이다. 20일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황정민은 “10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라 걱정 반, 기대 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가장 연기하고 싶은 작품이 ‘리차드 3세’였다.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 선배들이 하는 고전극을 보며 성장했고 배웠다”라며 “어느덧 선배가 된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공부가 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고 ‘리차드 3세’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간의 공연 동안 ‘원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한 배역을 놓고 2∼4명의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는 최근 공연계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그는 “예전 선배님들이 더블 캐스팅이 되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던 기억이 난다”며 “공연 기간 체력을 안배하며 연기하는 게 배우의 몫인데 왜 더블 캐스팅을 하느냐는 것이다. 선배들의 말씀을 기억하며 겁 없이 원 캐스트를 택했다”고 했다. ‘리차드 3세’는 쉽지 않은 캐릭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수많은 가면을 쓴 성격의 소유자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 공부를 많이 해야 연기로 잘 풀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리차드 3세’를 들여다보면 제가 출연한 영화 ‘아수라’의 시장 캐릭터가 떠오른다”며 “관객에게 ‘리차드 3세’의 다양한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비록 몸은 삐뚤지만 누구보다 정신이 무서운 사람인 걸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 6일∼3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3만3000∼8만8000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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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승환 총감독 “오각형 개-폐회식장, 남다른 그림 만들 것”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폐회식은 주최국의 정체성을 세계인에게 강력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올림픽 최대 문화이벤트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을 책임진 송승환 총감독(60)을 13일 만났다. 그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주경기장이 아닌 오각형 개·폐회식장에서 진행되는 만큼 과거에 본 적 없는 색다른 비주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에 2015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오각형 구조의 개·폐회식장을 지었다. 그는 “오각형의 독특한 구조로 이색적인 동선을 연출해 남다른 그림을 만들 것”이라며 “원형 무대에 설치된 두 대의 리프트 밑에선 수백 명이 한꺼번에 등장해 한편의 공연 예술처럼 다양한 입체미를 뽐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에선 한국의 전통문화부터 K팝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보안 약속 때문에 세부 내용과 출연진은 행사 당일까지 비밀이다. 그는 “개·폐회식에 3000여 명의 출연진이 등장한다”며 “한국무용, 전통 음악 예술가들을 비롯해 세계적 K팝 스타, 현대무용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자연미를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양에서 동양을 바라볼 때 주로 한중일 3개국을 떠올린다. 중국이 자연으로 압도하고, 일본은 아기자기한 인공적 꾸밈이 강하다면 한국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그는 “빛으로 된 영상을 쏘는 프로젝션 매핑 등 현대적 미디어 아트와 세계적인 한국의 영상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회식의 슬로건은 ‘피스 인 모션(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 폐회식은 ‘넥스트 웨이브(Next Wave·새로운 미래)’다. 그는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란 점에서 올림픽 정신 중 하나인 평화가 가장 맞아떨어지는 나라”라며 “스포츠를 매개로 세계인이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개회식 슬로건을 피스 인 모션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넥스트 웨이브’는? “평창 올림픽이 끝나도 한국이 좀 더 성장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국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미래의 물결, 한국이 만들어라’라는 메시지입니다.” 막판까지 종잡을 수 없는 변수도 있다. 북한의 참가 여부와 날씨다. 그는 “북한이 참가할 경우 개·폐회식의 일부 장면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밤 지붕 없는 야외에서 행사를 치르다 보니 날씨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 있다. 송 감독은 “극한 상황이 닥치면 장소를 옮겨 공식 행사 위주로 진행하고, 강풍이 불면 개·폐회식장을 이용하되 상부구조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년 2월 9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수십억 명의 눈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집중되는 만큼 TV 중계 화면에도 신경 쓰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산하 올림픽 주관방송사 카메라 35대와 미국 NBC 방송사 카메라 35대 등 총 70대의 카메라가 투입된다. 장면별로 콘티를 그려가며 카메라의 위치, 장면 전환, 타이밍, 각도 등 세밀한 부분까지 협의해 나가고 있다.” 1988 서울 올림픽 당시 화제가 된 ‘굴렁쇠 소년’처럼 이번 개·폐회식에서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될 명장면이 나올까. 그는 “서울 올림픽 당시 20∼30개의 ‘와우 포인트’(감탄사가 나오는 장면)를 만들었고, 그중 굴렁쇠 소년이 효과를 봤다”며 “이번 개·폐회식에도 10여 군데 와우 포인트를 만들었다. 그중 어떤 장면이 세계인의 감동을 이끌어낼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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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위안부 할머니들의 ‘압화’작품 모티브… 꽃무늬 가방-옷 만들어 수익절반 기부

    서울 성동구의 ‘마리몬드’ 매장은 온통 꽃으로 가득하다. 스마트폰 케이스, 가방, 노트, 텀블러, 의류 등 모든 제품이 형형색색의 만개한 꽃들로 패턴을 입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꽃을 선정한 뒤 패턴화 작업을 거쳐 디자인했다. 마리몬드가 유명해진 데에는 아이돌 가수 겸 배우인 수지의 공이 컸다. 2015년 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찍힌 수지의 ‘공항 패션’ 사진에서 그의 손에 쥐어진 화려한 꽃무늬 스마트폰 케이스가 유독 눈에 띄었다. 마리몬드 제품이었다. 그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기업의 제품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2014년 4억4000만 원이던 매출액은 1년 만에 16억3000만 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엔 45억 원, 올해는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리몬드의 수장 윤홍조 대표(31)는 청년사업가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다닐 때는 대기업 입사가 꿈이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군에서 제대한 후인 2011년 학회 ‘인액터스(Enactus)’ 활동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윤 대표는 “학회 자체가 대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체였다”며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는데 부채 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학회 친구 3명과 창업에 나섰다. 창업 아이템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심리 치료 차원에서 만든 압화 작품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제품이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소셜벤처육성사업에 선정돼 1년간 인큐베이팅을 거쳤다. 2012년 수익의 절반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부하는 소셜벤처 ‘마리몬드’를 창업했다. 윤 대표는 “창업 1년 만에 현대차정몽구재단에서 1억 원의 창업지원금을 받아 디자인 전문 인력을 늘릴 수 있었다”며 “4명으로 시작한 마리몬드는 현재 62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마리몬드는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비기금 등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착한 기업’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멤버 디오, 배우 이광수 등 연예인들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할 정도다. 윤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후기 사진을 보고 직원들도 연예인들이 직접 구매한 걸 알았다”며 “물건을 판 직원마저 ‘왜 못 알아봤지?’ 하면서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마리몬드는 최근 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압화 작품 외에도 다른 할머니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공부하고 있다. 그들을 대변하는 꽃을 선정해 다양한 꽃 디자인 작품을 패턴화하고 있다. 일명 ‘꽃 할머니’ 프로젝트다. 윤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존재한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존귀함을 해외에도 알릴 수 있는 작업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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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200만 관객시대 ‘활짝’… 클래식계 한한령 불똥에 ‘울상’

    공연계는 예년에 비해 드라마틱한 한 해를 보냈다. 뮤지컬 클래식 연극 무용 분야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사건들과 인물들을 선정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선정한 ‘2017 동아일보 공연 어워즈’ 결과를 발표한다. 200만 관객 돌파상- 뮤지컬 캣츠 뮤지컬 ‘캣츠’가 16일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 시대를 열었다.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가 100만 관객 시대의 포문을 연 지 10년 만이다. 뮤지컬 업계에서 200만 관객은 누적 매출액 2000억 원에 육박하는 대형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기준이다. 조기 목표 달성상―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은 말이 필요 없는 국내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스타다. 연주자로서 그의 목표는 미국 카네기홀 연주와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협연이었다. 올해 2월 카네기홀 데뷔를 이룬 데 이어 11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20대 초반에 모든 꿈을 이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상―한한령 불똥 올해 초 공연계에서도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번졌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중국 투어 공연이 아무런 이유 없이 취소됐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3월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4월 중국 상하이 발레단과의 공연이 비자 발급이 안 돼 불발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충정로 전용관은 문을 닫았다.다시 보고 싶다상―발레리나 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39)이 11월 ‘오네긴’ 무대를 끝으로 토슈즈를 벗었다. 황혜민은 “최고의 정점에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별 무대 다음 날 바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밝은 갈색으로 염색했다. 정점에서 내려온 그가 다시 보고 싶어질 것 같다.명예회복상―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 지난 정부에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명예가 복권된 한 해였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1호였던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최종 지원작에 선정됐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극단 ‘하땅세’ ‘놀땅’ ‘백수광부’ 등도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지원 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참신상―이머시브 공연 올해 공연계의 대세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었다. 김태형 연출의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관객들이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전역을 돌아다니며 극이 진행됐고,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꾿빠이 이상’도 무대와 객석의 동선이 뒤섞인 이머시브 공연 형태로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대학로 전체를 무대로 확장한 ‘로드씨어터 대학로2’ 역시 관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나이는 숫자상―발레리나들 유난히 30대 후반, 40대 무용수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다.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김세연(38), 발레리나 임혜경(46), 이향조(38), 김주원(40),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39)이 여러 무대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발레 등 무용이 ‘젊음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들을 보면 무용도 ‘시간의 예술’임을 확인할 수 있다.기억소환상―각종 추모공연 올해는 유독 유명 아티스트들을 기리는 공연이 많았다. 서울예술단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 윤동주(1917∼1945)를 기리는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를 공연했고, 가수 김광석을 기린 뮤지컬 ‘서른 즈음에’ ‘그 여름, 동물원’ ‘바람이 불어오는 곳’도 한꺼번에 무대에 올랐다. 시인 백석(1912∼1996)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코리아 원더풀상―소프라노들 올해 유난히 세계적인 소프라노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 출신 안나 네트렙코(46)가 10월 내한공연으로 포문을 열자, 안젤라 게오르기우(52·루마니아)와 디아나 담라우(46·독일), 리즈 린드스트롬(52·미국)이 차례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이제 한국은 세계적 성악가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코스가 된 듯하다. 최다 활약상―창작 뮤지컬 올해 뮤지컬 시장에선 ‘창작 뮤지컬’이 큰 활약을 벌였다. 뮤지컬 ‘서편제’ ‘광화문 연가’ ‘모래시계’ ‘햄릿 얼라이브’ ‘벤허’ ‘아리랑’ 등 대극장용은 물론이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빈센트 반 고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다양한 중소형 창작 뮤지컬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김동욱 creating@donga.com·김정은 기자}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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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가 살아남은 비결, 개와의 동맹 덕분?

    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됐고 현생 인류는 살아남았는가. 인간은 어떻게 가장 번성한 침입종이 됐는가. 인류학은 인간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인류학을 ‘역사를 다루는 과학’으로 정의한다. 인류학의 오랜 질문에 대해 저자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방사성동위원소, 탄소연대측정법 같은 정교한 분석기법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동물고고학과 화석생성학의 세계적 대가이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인류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인간이 지구상 가장 파괴적인 침입종이라고 주장한다.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진화한 이래로 거침없이 진출해 나가며 닥치는 대로 자연을 개척하고 적응한 끝에 지구 곳곳을 점령했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되고 현생 인류가 살아남은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 가설과 현생인류와의 경쟁가설을 꼽는다. 이 두 가설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새로운 능력을 갖춘 현생인류의 출현이 시너지 효과를 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고 주장한다. 몸집이 크고 근육질인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7∼9%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는데 이는 현생인류가 더 혹독한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중요한 신체조건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현생 인류가 남긴 뼈바늘을 근거로 현생인류가 옷을 만들어 입었고, 이는 추운 서식지에서 짐승 사냥을 하는 데 있어 더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또 현생인류는 원거리 투척 무기를 이용한 ‘추격 사냥꾼’이었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손에 무기를 들고 사냥하는 ‘매복 사냥꾼’이란 사실을 주목한다. 일례로 늑대에서 개로 탈바꿈하는 과정의 ‘늑대-개’가 인간의 사냥 조력자로서 인간이 생태계를 정복하는 데 있어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고 주장한다. ‘늑대-개’의 가축화 여부는 유라시아를 지키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과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을 가른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고 본다. 저자는 “현생인류의 능력이란 현생인류가 보유한 문화적 완충제 및 융통성과 더불어 가축화라고 부르는 또 다른 상위 포식자와의 전례 없는 동맹을 결성한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현생인류와 전례 없는 동맹을 결성한 포식자로 ‘늑대-개’를 꼽는다. 저자는 “침입종의 개념은 한 종이 역사적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하는 과정 이상을 의미한다”며 “침입종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한 가지 기준은 보통 침입이 불러오는 영향력에 있다”고 설명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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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 사랑꾼’ 김근태의 옥중 고백

    “걸음걸이가 휘적휘적하게 되었을 것이오. 한두 번쯤 복받쳐 오는 것이 있을 것이고, 필경 이것은 서러움이었을 게요. 젠장, 좀 서러워합시다….”(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렸던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1947∼2011)이 감옥에서 아내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64), 아들딸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은 신간 ‘젠장 좀 서러워합시다’가 출간됐다. 그간 김 전 고문의 편지글은 간간이 알려졌지만, 인 의원의 편지글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고문의 6주기(30일)에 맞춰 딸 병민 씨(35)가 가족의 절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김 전 고문의 편지에선 두 번에 걸쳐 5년간의 수감 생활 중 가족이 느꼈을 ‘남편의 부재’ ‘아버지의 부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는 아내의 생일을 맞아 구치소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아내에게 가요 ‘사랑의 미로’를 불러준 이야기를 아들 병준 씨에게 편지로 전하며 떨렸던 심경을 고백했다. “그렇게 자신 있게 불렀던 이 노래를 유리창을 통해 엄마를 마주 보면서 접견실에서 부르고자 하니깐 마구 떨리는 것 아니겠니. 몇 번 망설이다가 시작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음정이 불안해지다 틀렸단다.” 또 아빠가 보고 싶다면서 자주 떼를 쓰며 우는 딸에겐 “아빠도 네가 보고 싶어서 달을 쳐다보면서 너를 부르고, 부르고 했단다”는 내용의 편지글로 달랜다. 남편의 옥바라지와 자녀 양육, 민주화 운동 등 세 가지 일을 억척같이 해낸 인 의원 역시 남편 앞에선 강하지만 여린 여자였다. 그는 이사를 앞두고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의 체취가 남아 있는 우리 집을 떠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란 점은 분명하군요. 어제 자꾸 눈물이 나더군요”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또 5년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무조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을 작정이었다는 남편을 향해 “당신이 밖에서 계실 때도 항상 갖고 있던 나의 자유를 왜 새삼스럽게 선물로 주겠다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며 단호하게 혼을 내기도 한다. 병민 씨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책은 민주화의 대부 김근태에게 초점을 맞췄다가보다 묵묵히 그를 옥바라지한 어머니의 글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어머니를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그는 “어머니께서 처음엔 편지글 공개를 창피해하셨다”며 “워킹맘이자 남편의 옥바라지를 훌륭히 해낸 아내로서의 기록이 지닌 의미를 거듭 설득한 끝에 출간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근태재단은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갤러리인 ‘보안여관’에서 6주기 추모전 ‘김근태와 나누는 따뜻한 밥상’을 연다. 김 전 고문은 1983년 국내 최초의 공개적인 사회운동단체인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결성을 주도하며 초대 의장을 맡았다.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한 후 후유증에 시달리다 2011년 12월 30일 영면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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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백석이다’ 일찌감치 점찍었죠”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5)이 쓰고 연출한 연극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은 남북한 모두에서 거부당한 천재시인 백석(1912∼1996)의 고단한 삶과 시를 다큐멘터리처럼 엮은 연극이다. 초연 당시 백석 역을 연기한 배우 오동식(45)은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배우와 연출을 겸하며 주로 조연을 맡아오던 그는 ‘백석우화…’를 통해 메인 배우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난해엔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연극 ‘백석우화…’가 22일 서울 대학로 30 스튜디오 무대에 다시 오른다. 6일 백석 역의 오동식 배우와 동아연극상 최다 개인 수상 타이틀을 쥔 이윤택 연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연출은 배우를 캐스팅할 때 자신만의 직관을 믿는 편이다. 오동식은 “연출님 밑에서 국립극단의 ‘문제적 인간 연산’ 조연출로 일할 때였는데 하루는 연출님이 내게 ‘네가 백석이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이 연출은 “나는 오래전부터 극단 배우들에게 ‘너는 햄릿이야’ ‘너는 백석이야’ 이런 식으로 미리 캐스팅을 알려준다”며 “배우 스스로 역할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오동식은 연희단거리패의 핵심 배우진에서 약간 비켜나 있었다. 이 연출이 조연에 불과했던 오동식을 일찌감치 백석 역에 점찍어 둔 이유가 뭘까. 이 연출은 “오동식이 감정의 분출에 능하거나 리듬 감각이 남다른 배우는 아니지만, 사물을 인식하고 사유하는 힘은 우리 극단 배우 중 가장 뛰어나다”며 “‘백석우화…’는 사유의 연극이기 때문에 지적인 오동식을 선택했고, 그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연희단거리패는 창단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집단생활을 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이러한 불문율을 처음으로 깬 사람이 오동식이다. 오동식은 “극단에 애정이 깊지만, 집단생활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연출은 “백석 역시 공동체적 삶을 거부하다 북한에서 배제당한 인물”이라며 “백석과 오동식의 개인적인 성향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평안북도 정주 출생인 백석의 말투를 자연스럽게 구사해내는 것 역시 오동식의 강점이다. 그는 “아버지의 고향이 정주라 어릴 때부터 정주 말을 듣고 자라 익숙했다”고 설명했다. 오동식은 “눈물이 없기로 유명한 이 연출이 ‘백석우화…’ 첫 리딩 때 처음으로 단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여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 연출은 “시인 백석은 남북한 양쪽에서 예술가로서 활동이 금기시된 블랙리스트 예술가 1호”라며 “한국에서 예술가는 어떻게 사는가를 생각하니 막막했고, 서럽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기인 이 연출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공개 지지에 나섰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사업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쓴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은 문예위의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사업에서 희곡 분야 최고점을 받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제됐다. “정치와 예술은 본래 조화로울 수 없죠. 백석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시민 문학가였지만, 북에서 삼수갑산으로 유배당할 때에도 자신을 희생하며 지조를 지켜 많은 예술가들에게 귀감을 주는 예술인입니다.” 내년 1월 14일까지. 전석 3만 원. 02-766-9831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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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훌쩍 성장한 빌리… 성인 못지않은 무대 장악력 돋보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더 탄탄해진 완성도와 짜임새 있는 무대를 자랑하며 7년 만에 돌아왔다. 200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1980년대 광부들이 대파업을 벌이던 시기 영국의 한 탄광촌에 살던 빌리가 우연히 접한 발레에 빠져들어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여정을 그렸다. ‘빌리 엘리어트’는 7년 전과 비교하면 훌쩍 성장해 있었다. 총 10개월의 오디션을 거쳐 2년 가까이 트레이닝을 받은 빌리 역의 배우들은 아역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 러닝타임 내내 극의 중심을 잘 끌어나갔다. 프로 배우들에 비해 가창력이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아역 배우임을 감안할 때 그들은 이미 ‘프로’였다. 작품의 격을 높인 건 할머니 역의 박정자와 빌리의 발레 선생님 미세스 윌킨슨 역을 맡은 최정원 배우의 뛰어난 감초 연기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장면마다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기며 코믹한 장면을 연출했다. 두 여배우는 극의 중심추 역할을 했다. 빌리가 성인 발레리노가 된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며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선율에 맞춰 의자를 돌리며 추는 피루엣(한 다리로 팽이처럼 도는 동작) 2인무(파드되) 장면은 작품의 백미다. 특히 2인무 막바지, 와이어에 매달린 빌리가 공중을 휘저으며 어두운 무대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장면에선 관객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엘턴 존이 작곡한 뮤지컬 넘버도 인상적이다. 특히 1막에서 죽은 빌리의 엄마가 빌리에게 남긴 편지를 읽으며 노래하는 ‘The letter’ 등의 넘버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내년 5월 7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02-577-1987 ★★★★(★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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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보다 뛰어난 AI의 탄생… 어떤 미래 가져올까

    물리학자이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저자가 인공지능(AI)이 열어갈 인류와 생명의 미래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첫 포문을 범용인공지능(AGI)과 인류에 대한 흥미로운 소설로 연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범용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한 회사의 오메가팀에서 만든 AI ‘프로메테우스’는 스스로 또 다른 AI를 설계하는 능력을 지녔다. 프로메테우스의 초창기 단계에선 인간이 만든 영화를 빠르게 학습해 인간 못잖은 흥행 영화를 AI가 만들어 내고, 이렇게 제작된 영화는 넷플릭스보다 수십 배 저렴한 영상 제공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키며 세계 영화시장을 접수한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작’의 영역까지 거뜬히 성공할 수 있는 AI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프로메테우스 역시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며 AGI로 거듭나면서 다양한 산업, 미디어, 정치여론, 정부 구조 등을 점차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린다. 단편 공상과학(SF) 소설 같지만, 저자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시대 AI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생명을 ‘라이프 1.0’ ‘라이프 2.0’ ‘라이프 3.0’ 등 세 단계로 구분한다. 라이프 1.0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진화(進化)의 방식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는 생명형태다. 박테리아가 대표적이다. 박테리아는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아주 기초적인 반응을 할 순 있지만, 무언가를 학습하진 못한다. 그래서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없다. 라이프 2.0은 하드웨어는 진화해야 발전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생명형태다. 대표적인 예는 인간이다. 인간은 어릴 적부터 교육을 통해 말과 글을 배우고 학문을 습득한다. 게다가 이렇게 설계한 소프트웨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도 있다. 라이프 2.0 시대에는 진정한 문화가 등장하고 지식과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단계인 ‘라이프 3.0’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하드웨어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생명형태다. 라이프 3.0 생명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한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는 다시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이는 다시 하드웨어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 저자는 인간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미래의 AGI가 바로 ‘라이프 3.0’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라이프 3.0의 AGI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이 질문에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면서도 AGI가 등장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 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살핀다. 해외에서 먼저 출간됐으며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을 바로잡고 기본적인 용어와 핵심 논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유발 하라리·이스라엘 역사학자), ‘우리가 생명, 지능, 의식의 위대한 미래를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주칠 도전과 선택할 상황에 대한 설득력 있는 길잡이다’(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등 유명 인사들의 추천 평이 눈길을 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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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범죄도시’ 진선규 vs ‘칠수와 만수’ 진선규

    “내가 알던 연극배우 진선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영화 범죄도시 위성락의 반전 과거’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우연찮게 봤다. 배우 진선규였다. 삭발머리에 그을린 피부색, 잔인한 표정을 머금은 조선족 조직폭력배 위성락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과 과거 선한 캐릭터를 연기한 드라마, 영화의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동일 인물 맞음?’ ‘천의 얼굴이네’와 같은 댓글들도 달려 있다. 과거 기억하던 배우 진선규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2년 연극 ‘칠수와 만수’ 무대였다. 소탈한 만수 역을 연기했던 그는 선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출연한 뮤지컬 ‘난쟁이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나와 할아버지’ 등 여러 작품에서도 그는 유쾌하고 유독 밝은 캐릭터를 많이 소화했다. 무대 배우 중 공주와 황후, 영웅, 악당 등 특정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런 상황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카멜레온 같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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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추지 않는 ‘모래시계’… 뮤지컬로 감동 한 번 더

    1995년 ‘귀가시계’로 불리며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드라마 ‘모래시계’가 올해 말 창작 뮤지컬이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원작만큼이나 작품의 흥미를 돋우는 건 화려한 창작진이다. 올해로 연출 데뷔 20주년을 맞은 조광화 연출(52)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고,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레미제라블’ ‘영웅’ ‘맘마미아’ ‘엘리자벳’ 등 다수의 대작에서 음악을 담당한 김문정 감독(46)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두 사람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서편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호흡이다. 세 작품 모두 외국에서 그대로 들여온 라이선스 작품이 아닌 순수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 모두 끈끈한 ‘신뢰’ 관계를 자랑했다. 김 감독은 “‘모래시계’란 작품과 ‘남자충동’ ‘미친 키스’ 등 마초적인 성향의 작품을 많이 해온 조 연출의 성향이 잘 들어맞을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조 연출은 “워낙 선이 굵은 남성적인 작품을 많이 해온 터라 웬만해선 이 작품을 피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근데, 음악감독이 김문정 감독이라잖아. 마음이 흔들렸지. 결국 냉큼 하게 됐어. 하하.”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이정재…. 숱한 스타를 낳았던 원작 드라마와 비교해 뮤지컬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24부작 방대한 원작 드라마를 2시간 반짜리 작품으로 요약한 조 연출은 “노래 넘버 가사는 제가 직접 썼고, 대사들은 원작의 송지나 작가의 대사를 많이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수의 ‘나 지금 떨고 있니?’와 같이 너무 유명한 대사는 관객들이 배우 최민수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어 과감히 뺐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를 둔 캐릭터는 누구일까. 조 연출은 “과묵했던 재희(원작 드라마 이정재 역)가 노래하고 춤을 추니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는 “드라마와 달리 장면 구성 역시 태수, 우석(박상원 역), 혜린(고현정 역) 세 인물이 한데 모이는 사건 위주로 편집했다”고 덧붙였다. 음악 역시 캐릭터별로 각기 다른 맛을 자랑한다. 김 감독은 “태수는 록 음악으로, 올곧은 강직한 성격을 지닌 법조인 우석은 힘 있는 발라드, 혜린은 변박이나 노래의 템포를 조절해 그녀의 심한 감정 변화를 표현할 수 있게끔 했다”고 말했다. 캐릭터별 주요 악기도 달리한다. 태수는 기타, 우석은 푸근하면서도 넓은 소리를 내는 호른, 혜린은 여리지만 강직한 스트링 악기 위주다. 원작 드라마의 상징적 음악인 OST ‘백학’도 뮤지컬 무대에 소환된다. 김 감독은 “백학이 워낙 유명해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백학 음악을 기대하고 올 관객을 위해 1막 첫 장면에서 서곡으로 활용하고, 몇 넘버에 레이어링(덧입히기)해 관객에게 추억을 회상하는 장치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태수 역에는 배우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이 캐스팅됐고, 혜린 역은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가 번갈아 가며 맡는다. 우석 역은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이 연기한다. 5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4만 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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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무대가 고 김동현을 기억하는 법

    지난해 2월 뇌종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중견 연극 연출가 김동현(1965∼2016) 전 극단 코끼리맘보 대표를 기리는 추모공연이 두산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그의 아내인 손원정 연출을 비롯해 극작가 배삼식,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 극단 작은신화 최용훈 대표, 극단 그린피그 윤한솔 대표 등 고인과 각별했던 선후배들이 꾸미는 공연이다. 추모공연은 두 개의 작품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고인의 생전 작품들과 미발표 유작이었던 ‘¿Mrs MRI?’의 일부를 재구성한 공동창작극 ‘Are you okay?’와 배삼식 극작가의 신작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다. 10일까지 공연되는 ‘Are you okay?’는 손원정과 이지영 연출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고인 작업의 주요 주제였던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손 연출은 “2015년 봄 김동현 연출과 극단 코끼리맘보 단원들이 아주 거칠게 워크숍을 한 적이 있다”며 “그때 배우와 김동현 연출, 그리고 내가 함께 썼던 글의 일부를 다시 다듬어 작품의 대본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15일부터 25일까지 같은 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후…’는 연극 ‘착한 사람 조양구’ ‘하얀 앵두’ ‘벌’ ‘먼 데서 온 여자’ 등을 고인과 함께 작업한 극작가 배삼식의 신작이다. 배 작가와 고인은 ‘연극적 동지’라고 불릴 만큼 남다른 인연을 자랑한다. 배 작가의 아내이자 올해 5월 세상을 떠난 이연규 배우는 극단 코끼리맘보 소속 중견 배우였고, 그의 유작 역시 김동현 연출이 작업한 연극 ‘먼 데서 온 여자’였다. 손 연출은 “생전 연규 언니와 배 작가, 김 연출이 새로운 작품을 하나 해보자는 약속을 한 적이 있다”며 “배 작가가 심적으로 상당히 괴로웠을 텐데, 어려운 작업을 함께 해줬다”고 했다. ‘오후…’는 특이하게도 한 작품을 세 개 부분으로 나눠 이성열 최용훈 윤한솔이 각각 연출한다. 두 작품 모두 전석 3만 원. 070-7918-9077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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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우산을 활짝 펼치면 신기한 일이 생겨요

    꼬마돼지가 숲속을 걷던 중 너구리 아저씨가 운영하는 ‘신기한 우산가게’를 발견한다. 신기한 우산가게의 우산들은 펼치기만 하면 우산에 그려진 물건들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신기하게도 우산을 접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에서 쏟아지던 것들이 사라진다. 너구리 아저씨는 꼬마돼지에게 ‘덤’으로 검은 우산을 챙겨주며 “위험한 상황에 닥치면 펼쳐보라”고 조언한다. 꼬마돼지는 너구리 아저씨와 헤어지고 친구 토끼와 이야기하던 중 배고픈 늑대를 만나 위험에 빠지지만, 신기한 우산들을 활용해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산을 소재로 한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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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1세기 슈퍼엘리트들의 성공 신화는 믿을 만한가

    ‘21세기 슈퍼 엘리트들의 그럴싸한 스토리텔링 신화를 믿지 말라.’ 자신만의 매력적인 성공 스토리로 세계인의 ‘멘토’로 활약하는 사람들이 있다. ‘린인: 여성, 일, 리더가 될 의지’를 출간하며 여성에게 권력 쟁취를 격려하는 성공한 여성의 표상이 된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생태 경영’ 철학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세계 최대 유기농 식품 매장 홀푸드 최고경영자 존 매키, 가난한 흑인 여자아이에서 미디어계의 거물이 된 오프라 윈프리,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세계 최대의 기부자인 게이츠재단 설립자 빌 게이츠…. 급진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잡지 자코뱅의 편집주간인 저자는 이들을 ‘자본주의의 선지자’라 명명한다. 자본주의 선지자들의 성공 이야기가 되레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성공 여부를 개인의 능력과 근면, 성실의 문제로 귀결시켜 노동 착취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또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논리와 궤를 같이해 부와 힘의 불평등을 강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이 직장과 사회의 성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최선의 길은 자신처럼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성공해 권력 시스템의 정점에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셰릴 샌드버그를 향해 저자는 샌드버그가 기업의 정글짐에 오르는 것을 젠더 불평등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감췄다고 비판한다. 가난한 흑인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미국 미디어산업의 디바로 등극한 오프라 윈프리는 냉혹한 현실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나선다면 얼마든지 자신과 같이 부와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고 응원하지만, 저자는 윈프리의 이야기가 불평등이 만연한 정치·경제·사회적 구조를 가린다고 지적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착한 경영’을 내세운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 최고경영자 존 매키의 철학은 환경을 짓밟는 기업과 시장의 문제점을 은폐하게 만들고, 세계 최대 기부자인 빌 게이츠 역시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부의 불평등 문제를 자본주의 시장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풀어 나가려 한다고 비판한다. 신화적인 인물을 비틀어 본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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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박정훈 사장 재신임…방송사 최초 임명동의제 투표

    박정훈 SBS 사장(사진·61)이 사장 임명동의제 투표를 통과해 재선임됐다. SBS는 30일 “28일부터 3일간 사장과 본부장 임명동의제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박 사장을 포함해 전수진 편성실장, 남상문 시사교양본부장, 심석태 보도본부장 등 임명동의제 대상자 전원이 구성원의 임명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방송사에서 사장 및 본부장이 임명동의제 투표를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장은 1991년 SBS에 입사해 예능국장, 편성실장, 드라마본부장, 제작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2016년 SBS 사장으로 선임됐다. 박 사장의 임기는 2년이다. SBS 노사는 지난달 13일 사장과 본부장 임명동의제에 합의했다. 사장과 편성실장, 시사교양본부장은 구성원의 60%, 보도본부장은 50% 이상이 반대하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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