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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윤모 씨(52)가 유력인사에게 성접대 대가로 특혜를 받은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31일 윤 씨의 강원 원주 별장을 압수수색했다. 범죄정보과와 특수수사과 직원이 주축이 된 사건 수사팀 18명 대부분이 압수수색에 투입됐다. 수사팀은 별장에 드나든 유력인사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건물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지문을 채취했다. 또 별장에서 마약 파티가 벌어진 흔적을 찾기 위해 마약탐지견까지 동원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는 증거물을 확보한 뒤 윤 씨 등 피의자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별장 출입이 확인된 유력인사들이 경찰에 줄소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압수수색은 3월 18일 내사에 착수한 지 거의 2주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빈집 수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도 높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초경찰서가 지난해 12월 윤 씨에 대한 고소사건을 조사하면서 별장을 압수수색해 기초 자료는 이미 확보된 상태”라며 “이번 압수수색은 성접대 의혹 수사가 시작된 후 나온 참고인 진술을 바탕으로 사실 확인을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1945년 경찰 창설 이래 첫 여성 치안정감이 나왔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정부는 이금형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55)을 치안정감 보직인 경찰대학장에 임명하는 등 치안정감 인사를 실시했다. 이날 이성한 경찰청장(57)이 취임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이 경찰대학장 내정자는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36년간 재직하며 대통령치안비서관, 경북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냈다. 그는 역대 세 번째 여성 총경, 두 번째 여성 경무관, 첫 여성 치안감에 이어 첫 여성 치안정감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서울경찰청장에 김정석 경찰청 차장(51), 경기경찰청장에 이만희 경찰청 기획조정관(50), 경찰청 차장에 안재경 광주경찰청장(55), 부산경찰청장에 신용선 강원경찰청장(57)이 각각 내정 발령됐다. 치안정감은 10만여 명의 경찰관을 지휘하는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으로 정부 직제로는 1급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경찰 내에는 5명밖에 없다. 이번 인사는 경찰대 1명(이만희), 간부후보 1명(신용선), 고시특채 2명(김정석 안재경), 순경공채 1명(이금형) 등 입직 경로별로 고르게 배분됐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 윤모 씨가 유력 인사에게 성접대를 하고 편의를 제공받은 의혹과 관련해 문제의 동영상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사업가 K 씨의 지인 박모 씨 등 5, 6명이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경찰이 출국금지를 요청한 10여 명 가운데 김 전 차관을 제외하고 박 씨 등 5, 6명이 출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K 씨에게서 “윤 씨의 벤츠 승용차를 회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차를 가져온 인물로 트렁크에 있던 성관계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K 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금 대상에는 박 씨의 지시로 차를 운전해 온 또 다른 박모 씨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이 동영상 복사본을 K 씨에게 보내고 원본은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출금된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지금까지는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기초조사를 했고 앞으로는 물증 수집 단계로 들어간다”며 “윤 씨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인사들의 윤곽이 드러나면 절차에 따라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검찰에 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신청이 28일 기각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출금대상자 10여 명 가운데 김 전 차관을 포함해 절반이 조금 넘는 사람에 대해 출금이 불허됐고, 나머지에 대해선 출금조치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27일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법무부에 이들에 대한 출금을 요청했다. 검찰은 윤 씨의 성접대 및 고위층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주 윤 씨 등 관련자 3명에 대한 출국금지 이후 수사에 큰 진전이 없었다고 보고 일부 인사에 대해 출국금지가 부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경우도 출금 조치가 필요한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출금요청이 인용된 인사들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집행해 실체를 밝히고 기각된 사람들에 대해선 사유를 살펴보고 자료를 보완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위 공직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씨가 2006년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땅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부적절한 대출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윤 씨가 대표였던 J산업개발은 매출은 없고 빚만 있던 ‘부실기업’이었다. 그럼에도 부동산 담보의 13배가 넘는 금액을 대출받았다. 윤 씨는 대출을 더 받기 위해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회사까지 동원했다. 경찰은 대출 과정에서 윤 씨가 고위층 인맥을 동원해 외압이나 청탁을 한 것은 아닌지 저축은행 관련자를 조사했다. 28일 금융권과 목동아파트건립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J산업개발은 재개발사업을 명목으로 2006년 8월 31일 서울저축은행에서 80억 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이 대출금의 담보는 목동 131-46번지 등으로 당시 시세는 5억9200만 원에 불과했다. 통상 PF 대출금은 담보로 잡힌 땅 가격에 향후 아파트 재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수익을 더해 산정하기 때문에 담보가격보다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J산업개발은 목동 부동산에 손을 댔던 2006년 당시 매출액이 전혀 없었고 감사도 받지 않아 경영건전성이 불투명한 부실기업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PF 대출 전문가는 “당시 부동산경기가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6억 원도 안 되는 땅을 담보로 80억 원을 빌려준 것은 정상적인 대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씨가 2006년 목동 일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직전 I디엔씨와 J개발이라는 유령회사를 세워 추가 대출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I디엔씨와 J개발은 각각 목동 128-46번지 일대 25억2000만 원짜리 땅, 131-54번지 일대 21억9000만 원짜리 땅을 담보로 80억 원씩 대출을 받았다. 목동아파트건립추진위 관계자는 “I디엔씨와 J개발의 대표는 ‘바지사장’이었고 실제로는 윤 씨가 운영했다. 당시 한 기업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가 80억 원이었기에 추가로 두 회사를 더 내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축은행과 유착되지 않고서는 부실기업과 실체도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이런 금액을 대출해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J산업개발 등 3개 회사는 대출금만 받아놓고 재개발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서울저축은행(올해 2월 15일 영업정지)은 2008∼2010년 3개 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않자 담보를 잡은 땅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지난해 윤 씨에게 대출금 반환 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출금에 비해 땅값이 지나치게 낮아 차액만큼 고스란히 부실채권으로 떠안게 됐다. 경찰은 25일 대출에 관여한 서울저축은행 관계자를 조사한 데 이어 목동아파트건립추진위 소유였던 땅을 윤 씨가 사들이는 과정에 관련된 인물들과 페이퍼컴퍼니를 세울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조동주·김호경·권오혁 기자 djc@donga.com}
경찰이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전현직 고위층 성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유력 인사 10여 명에 대해 27일 검찰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도 출국금지 요청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윤 씨가 대검찰청과 경찰청 등 사정당국 관계자와 자주 통화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인사들과의 유착관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문제의 동영상 속 남성이 누군지 아직 특정되진 않았지만 유력 인사들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성접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10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의혹을 뒷받침할 별다른 물증이 없어 검찰이 경찰의 출국금지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경우 고소를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출금시킨 검찰이 이번 성접대 의혹 사건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출금을 거부할 경우 명단에 포함된 ‘자기 식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경찰은 윤 씨의 지난해 휴대전화 통화 명세를 확인한 결과 윤 씨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광주고검, 경찰청 내 10여 개 유선번호로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은 윤 씨가 검경 인사들과 연락하며 자신과 관련된 형사 사건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윤 씨와 통화한 사람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윤 씨가 전직 경찰 간부와 억대의 돈거래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윤 씨는 2003년 5월 서울 동대문구 상가 분양자들로부터 받은 상가개발비 70억 원 가운데 1억2000만 원을 당시 총경급 간부 A 씨에게 줬다. A 씨는 “윤 씨에게 사업자금으로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접대 동영상이 이번 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며 “윤 씨가 고위층 접대 대가로 이권과 관련해 청탁을 하고 특혜를 받은 사실을 밝히는 게 수사의 목표인 만큼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신광영·김호경 기자 neo@donga.com}
유력 인사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문제의 동영상 속 여성의 신원 확인에 나서는 한편 촬영자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모 씨(52)를 조만간 소환하기로 했다. 동영상이 증거 효력을 가지려면 촬영시간과 장소, 등장인물 등이 특정돼야 하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만으론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일 가능성이 있지만 동영상의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 작업에서 (김 전 차관과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얼굴 윤곽선이 비슷하다고 동일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여성 사업가 K 씨(52)에게서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진 성관계 동영상은 휴대전화로 찍은 걸 컴퓨터 모니터로 재생해 다시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어서 화질이 떨어진다. 결국 경찰이 촬영자와 등장인물을 확인해야 동영상의 증거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무엇보다 원본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성접대 의혹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진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이외에 또 다른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도 윤 씨에게 접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윤 씨가 2006년 서울 양천구 목동 재개발지역에 아파트를 짓겠다며 토지매입과 건축자금 명목으로 서울의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240억 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신광영·조동주 기자 neo@donga.com}
이성한 경찰청장 내정자(57)가 박사학위 논문 일부를 표절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4월 동국대 행정대학원 경찰학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면서 2007년 다른 대학에 제출된 박사학위 논문 중 두 쪽의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내정자는 논문 맨 뒤 참고 문헌 항목에서만 인용 논문의 출처를 밝혔다. 학계에서는 다른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오면서 재인용 표시를 하지 않으면 표절로 간주한다. 이 내정자가 논문을 낸 지난해 4월은 문대성 의원의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문 표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이 내정자는 “교수 지도에 따라 성실하게 작성했지만 본의 아니게 인용 과정에서 출처를 누락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건설업자가 고위층에 성접대를 한 의혹을 두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단순한 ‘섹스 스캔들’을 들춰내는 수준에서 끝나느냐, 아니면 정관계 인사들과 민간업자 간의 부적절한 거래를 밝혀 내는 부정부패 사건 수사로 발전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세간의 관심은 성접대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맞는지, 아니라면 또 다른 정관계 인사인지 등 오로지 동영상에만 쏠리고 있다. 하지만 동영상은 건설업자 윤모 씨(52)와 고위 인사들의 검은 커넥션을 밝히는 데 필요한 증거 중 하나에 불과하며, 앞으로 경찰 수사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윤 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각종 특혜의 실체를 밝히는 데 모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수사의 궁극적 목표는 성접대를 받은 인사들이 그 대가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건설업자 윤 씨의 불법 행위를 도와 준 혐의를 밝히는 것이다. 26일 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대해 “설사 국과수가 해당 남성이 김 전 차관이 유력하다는 결론을 냈더라도 수사 상황에 별다른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제의 동영상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증거(독과)는 수사나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독수독과(毒樹毒果·fruit of poisonous tree)’ 원칙에 따라 증거 능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동영상은 찍힌 사람들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도촬)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의심되는 성관계가 찍힌 동영상이라면 그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촬영에 동의한 것일 수 있겠느냐는 것. 이 동영상을 찍은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 씨 주변에서도 문제의 동영상이 ‘협박용’으로 쓰였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경찰 수사 이후 계속될 검찰 수사나 기소 이후 법원의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새 검찰총장 취임 뒤에는 불미스러운 논란이 계속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영상 이외의 증거가 풍부하게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 법관 출신의 중견 변호사는 “경찰이 동영상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통해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수독과론은 권위주의 시대에 고문이나 도청, 민간인 사찰 등 불법적인 수사에 대한 반성에 따라 확립된 법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증거 수집을 제한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법원이 노회찬 전 의원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 원칙이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노 전 의원은 2005년 삼성과 검찰의 유착 의혹을 폭로하며 이른바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쪽은 노 전 의원이다. 경찰은 동영상이 아닌 다른 물적 증거를 찾아야 성접대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 그리고 경찰 수뇌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청와대 등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경찰의 수사 의지를 뒷받침해 줄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건을 맡아 국민적 심판대에 올라 있다”며 “주요 연루자들이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물증을 찾아내겠다는 게 일선 수사팀의 확고한 의지지만 상층부에선 다른 기류가 엿보일 때가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전지성·신광영 기자 verso@donga.com}
경찰이 성접대 의혹을 받는 인사들의 명단이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떠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유명 인사들의 실명을 무단 유포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25일 경고했다. 최근 인터넷과 트위터, 카카오톡 등에선 10여 명의 실명이 담긴 ‘성접대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이들의 이름을 검색하면 ‘성접대’가 관련 검색어로 뜰 만큼 소문이 마구잡이 식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경찰은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무고한 인사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소문 유포자를 단속할 계획이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사실을 드러낸 사람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유포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3년 이하 징역과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 윤모 씨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성접대 동영상’을 정밀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경찰에 통보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경찰은 동영상이 촬영된 장소도 윤 씨의 강원 원주시 별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변호인을 통해 “윤 씨는 모르는 사람이고 별장에 간 적도 없다. 동영상 속 인물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동영상 속 남성과 김 전 차관이 동일인인지를 확인한 결과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하게 관찰돼 같은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목소리 분석은 잡음이 많고 녹음상태가 불량해 비교가 어려운 상태”라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은 휴대전화로 촬영한 성관계 장면을 컴퓨터 모니터로 재생한 것을 다시 휴대전화로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결과에 대해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로 신중히 해석하고 있다”며 “당시 상황을 알 만한 사람이나 동영상 촬영자, 동영상 속 여성 등을 다각도로 검증해야 김 전 차관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국과수는 유전자 감식 등에서는 명확하게 결론을 내지만, 화면이나 음성 분석에서는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의견을 낸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본청 과학수사센터 영상분석팀에 의뢰한 동영상 감정에서도 국과수 결론과 비슷한 내용의 구두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여서 동영상이 이를 보완하는 물증으로서 효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윤 씨의 별장을 탐문 조사한 결과 실내구조와 가구가 동영상 속 배경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 등 관련자들로부터 “동영상에 찍힌 장소는 윤 씨 별장이 맞다”는 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 경찰, 정부 국장급 소환… “동영상 찍혀 협박 받았나” 추궁 ▼■ 고위층 인사론 첫 소환… “골프 치고 저녁 먹고 왔다” 당사자는 성접대 부인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동영상 속 인물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 국과수 검사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답답하다”며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윤 씨를 조사하면 참석자가 누구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동영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다. 하루빨리 윤 씨를 조사해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전 차관 외에도 윤 씨에게 성접대를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현직 정부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 P 씨를 22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현직 정부 고위 간부가 경찰에 소환된 것은 P 씨가 처음이다. 경찰은 P 씨 외에도 윤 씨에게서 서울 서초구 빌라를 싸게 분양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전 감사원 국장급 간부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P 씨는 경찰 조사 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지난해 6월 지인의 소개로 원주 별장에서 윤 씨를 처음 만났고 얼마 뒤 별장에 한 번 더 간 게 전부”라며 “골프 치고 저녁 먹고 당일에 올라왔다. 성관계나 성접대가 있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2분30초짜리 동영상을 봤는데, 등장인물의 얼굴이 잘 안 보였다. 화면이 흔들리고 그 와중에 얼굴이 잠깐 나오는 거라 김 전 차관의 사진을 보고 동영상을 봤는데도 분간이 안 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 씨가 P 씨를 비롯해 별장에 초대된 인사들에게 환각제를 투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환자들에 대해 마약 반응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P 씨는 “마약 조사를 한다고 해서 소변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고 국과수에 검사를 의뢰한다며 모발도 60가닥이나 채취해 갔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윤 씨가 평소 접대해 온 병원장의 도움으로 9억 원 규모의 병원 관련 공사를 수주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병원을 방문해 입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당시 입찰에는 2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공개입찰을 가장한 수의계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병원 재단은 해당 병원장이 의혹 연루자로 거론되자 학교와 병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보직 해임했다. 다만 교수직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신광영·조동주·권오혁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전현직 고위 공직자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윤 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 외에도 다른 사정기관 고위 간부들과 친분을 유지해 온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윤 씨가 그동안 20여 차례나 형사입건되고도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나 사정기관 간부들이 영향력을 미쳤는지 조사하고 있다. 2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수년 전 당시 사정기관 간부인 A 씨에게서 윤 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재는 공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김 전 차관도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A 씨를 통해 윤 씨를 알게 됐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 씨가 탄탄한 법조계 인맥을 등에 업고 형사처벌을 피해 왔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건설업을 하며 2000년 이후 횡령과 배임, 사기, 사문서 위조, 강간 공갈, 간통 등 20여 건으로 형사입건된 전력이 있지만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윤 씨 측근은 2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윤 씨가 2008년 중반 이후 사업이 잘 안 돼 사정 당국 쪽 인맥을 넓히려 했고, 김 전 차관과 A 씨, B 씨(전직 지방기관장) 등과 친분을 쌓았다”고 주장했다. 여성 사업가 K 씨(52)가 지난해 11월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을 때도 성폭행 등 주요 혐의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고 성접대 의혹은 조사되지 않았다.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52)를 형사처벌하려면 성접대 대가로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경찰은 윤 씨가 2000년 이후 20여 건의 고소, 고발을 당하면서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검찰 고위 인사가 윤 씨의 뒤를 봐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윤 씨를 소개해준 인물이 당시 사정기관 간부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전직 간부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조 인맥 동원해 수사 무마 의혹우선 지난해 11월 윤 씨가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됐을 때 ‘봐주기 수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여성사업가 K 씨(52)는 “윤 씨가 차에서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했다. 빚 15억 원을 안 갚으려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은 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윤 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K 씨가 윤 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점에서 강간과 공갈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에 송치했다. 동영상 촬영이나 총포도검법 마약물관리법 위반 등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수적 혐의에만 기소 의견을 냈다.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나 경찰 수뇌부가 외압을 넣었는지,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당시 수사팀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K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경찰이 (윤 씨와)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윤 씨는 2007년과 2010년, 그리고 지난달 등 총 3차례에 걸쳐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주상복합빌딩 분양 피해자들로부터 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당했다. 피해자들은 “윤 씨가 대표로 있던 J산업개발이 2003년 상가를 분양하면서 인테리어 공사 등을 위해 조성한 개발비 71억 원을 횡령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2007년과 2010년 고소 건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고소인 중 한 명인 김모 씨(62)는 2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경 검사가 사건을 1년 넘게 끌면서 윤 씨와 합의를 하라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나자 담당 검찰 수사관에게 ‘수사를 제대로 했느냐’고 따졌지만 수사관이 ‘검사가 수사관 도장을 달라고 해서 넘겨줬을 뿐’이라고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별장 이용해 문어발식 인맥 확장윤 씨는 자신의 강원 원주시 별장을 정관계 법조계 인맥을 넓히는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별장은 당초 한 개동으로 지었지만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기 위해 2006년 4개동으로 증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씨가 유력인사를 별장으로 끌어들여 성접대를 하면서 동영상을 찍은 뒤 이를 약점 잡아 요구를 관철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윤 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김 전 차관과 전 사정기관 간부 A 씨 등 고위층 인사들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의 한 측근은 본보 취재팀에 “사업 투자금을 모집할 때 다양한 유력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절대 (사업이) 실패할 염려가 없다’고 자주 강조했다”고 전했다.한편 경찰은 25일부터 경찰청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 여성·청소년 조사 전문 여경 등 8명을 지원받아 기존의 특수수사과 수사팀을 8명에서 16명으로 늘려 이번 사건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참고인들이 별장에서 수천만∼수억 원의 도박판을 벌였다는 의혹과 마약성 약물을 복용한 채 환각파티를 벌였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전 감사원 국장급 간부가 윤 씨가 지은 빌라(217.8m²형·66평형)를 정상가보다 싸게 구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이 전직 간부는 본보 취재팀에 “5억5000만 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이 빌라의 3.3m²(1평)당 분양가가 1100만∼125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 분양가는 7억 원이 넘는다. 이 전직 간부는 “나중에 알고 보니 3억∼4억 원에 집을 산 사람이 태반이었고 나는 엄청 비싸게 산 것”이라고 말했다.신광영·최예나·최지연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전현직 고위관료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해온 30대 중후반 여성 C 씨가 아닌 제3의 여성인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이 여성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이 동영상의 촬영 시기는 2010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C 씨와 별개의 인물로 보인다고 22일 밝혔다. C 씨는 최근 경찰에서 “2008년 말 윤 씨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을 만나 성접대를 했다”며 “그런데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은 김 전 차관으로 보이지만 여성은 내가 아니다. 다른 20대 여성인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세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우선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앞서 20일 건설업자 윤 씨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검찰에 보냈을 때 첨부된 동영상을 본 일부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정당국 관계자는 “동영상을 제출한 여성 사업가 K 씨와 C 씨는 김 전 차관이 맞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를 받은 여성들 중 일부는 ‘김 전 차관이 계속 부인하면 나와 대질신문을 시켜 달라’며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의 주선으로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 C 씨 외에도 또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K 씨는 “김 전 차관이 2011년 고검장이던 시절 윤 씨에게 성접대를 받는 동영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C 씨가 김 전 차관과 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한 시기는 2008년 말∼2009년 초다. 김 전 차관과 관계를 맺었다는 C 씨의 주장이 아예 거짓일 가능성도 경찰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도 “C 씨와는 별장은 물론이고 그 어디서든 한 번도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의 강원도 별장에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 자체는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동영상의 배경이 된 장소도 그 별장이 거의 확실하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조사를 받은 여성 대다수가 문제의 동영상을 본 뒤 ‘윤 씨 별장이 맞다’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는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식 결과가 나와 봐야 결론지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윤 씨가 별장에서 지인들과 히로뽕 등 마약을 복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마약을 투약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말 여성 사업가 K 씨가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조사하면서 윤 씨의 벤츠 승용차를 압수수색해 뒷자리에서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진정 수면효과가 있는 로라제팜 알약 1정을 발견했다. 경찰은 윤 씨가 여성들에게 약물을 몰래 먹여 성접대에 동원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3명에는 윤 씨와 윤 씨 조카, 로라제팜을 윤 씨에게 공급한 사람이 포함돼 있다. 윤 씨가 주선한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은 주부 등 평범한 여성이 많아 경찰이 관련 진술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윤 씨가 일반 여성을 소개받은 뒤 한두 번 만나다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협박하는 바람에 여성들이 질질 끌려다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별장에 초대받은 인물 리스트에 올라있는 전 감사원 국장급 간부와 관련해 윤 씨는 2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서울 반포동의 빌라 한 채를 시가보다 1억 원 이상 싸게 팔았고 향응도 100번 이상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직 관료는 “윤 씨가 부탁해 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21일 전격 사퇴했지만 이번 사건은 앞으로 더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김 차관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관계가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았고, 건설업자 윤모 씨에게서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가 김 차관 외에도 10여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상황에 따라 성 상납 대가로 불법 거래가 오간 대형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하거나, 사회 고위층의 성도덕 문란을 드러내는 집단 성추문 스캔들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별장 성접대 의혹 진실 규명 막바지우선 김 차관이 갑자기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굳이 사퇴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사업가를 모른다는 말인지, 별장에 가지 않았다는 말인지, 성접대를 받지 않았다는 말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차관의 연루 정황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사퇴 권유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계속 나오는 만큼 사실 여부를 떠나 공직자로서 사퇴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현재 김 차관 등 유력 인사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내사 착수 이틀 만에 김 차관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성접대를 받는 장면이 담긴 2분 30초 분량 동영상 파일을 입수했다. 김 차관에게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30대 여성 C 씨에게서 “동영상 속의 남자가 김 차관이 맞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의 신원과 배경이 된 장소가 별장이 맞는지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김 차관 측은 “별장에서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경찰은 동영상 속 장소가 별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 고위층 엮인 대형 게이트 될 수도윤 씨가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고위층 인사 가운데 김 차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이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차관 외에 다른 인사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이다. 특히 윤 씨 별장에서 이뤄진 성관계는 남녀 여러 명이 뒤섞인 ‘집단 섹스 파티’ 형태로 이뤄진 정황까지 나와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엮일 수 있다.변태적인 성관계 자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경찰은 성관계 도중 마약을 투약하는 등 불법적인 행태가 있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수사팀에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요원까지 투입시켰다.윤 씨가 고위층 성접대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폭로한 여성사업가 K 씨는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씨가 (특정 인사)의 청문회를 보면서 ‘자는 것도 찍어놓고 해서 그걸 다 까면 정권도 바뀔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K 씨는 또 “윤 씨한테서 ‘OOO가 검찰총장이 되면 크게 한번 써먹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윤 씨가 성접대 장면을 촬영한 이유를 설명했다. 윤 씨가 성접대 장면을 촬영해 유력 인사들을 협박한 정황은 그의 조카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윤 씨 조카는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작은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김 차관의 성접대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내 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윤 씨에게 성접대를 받은 인사들이 이 같은 협박에 못 이겨 윤 씨 사업에 불법적으로 편의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경찰은 윤 씨에게 접대를 받은 것으로 거론된 한 병원 원장의 병원 내부 공사를 윤 씨가 운영하는 건설사가 수주한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21일 이 병원을 찾아 공사 입찰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갔다. 한편 허준영 전 경찰청장(61)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고위층 성접대 관련자로 허준영의 이름이 돈다는데 있을 수 없는 음해”라면서 “명예 하나로 살아온 저의 인격에 대한 모독을 중지 바란다. 만일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할복자살 하겠다”고 썼다.윤 씨의 성접대 대상으로 거명되는 인사는 정부부처와 검찰, 국가정보원의 전직 고위 간부와 전직 국회의원, 현직 언론사 간부 등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경찰로선 김 차관뿐 아니라 이 인사들에 얽힌 의혹까지 밝혀야 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신광영·이철호·최창봉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학의 법무부 차관(57)이 21일 전격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성관계 동영상 속의 인물이 자신이라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해 진실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거나 ‘난교(亂交)파티’를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현직 고위관료 및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이름이 10명 넘게 거론되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문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차관은 이날 A4용지 1장 분량의 설명 자료를 통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하고, 더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로 인해 개인의 인격과 가정의 평화가 심각히 침해되는 일이 더이상 없기 바란다”며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문제의 성관계 장면이 찍힌 2분 30초짜리 동영상을 여성사업가 K 씨로부터 확보했다. K 씨는 경찰에서 “김 차관이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김 차관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성관계 당사자인 C 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이 동영상을 본 뒤 “나와 성관계를 맺은 사람은 김 차관이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동영상이 실제 김 차관의 성관계 영상인지 시중에 떠도는 일반 음란물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동영상에 나오는 장소도 실내 구조와 시설물을 비교해봐야 윤 씨 별장이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동영상의 배경이 된 장소가 건설업자 윤 씨의 별장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팀을 강원 원주시에 있는 별장에 급파했다. 경찰은 윤 씨뿐 아니라 윤 씨 운전기사 등 관계자 2명을 추가로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윤 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신청뿐 아니라 성접대를 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나온 전현직 고위관료 등 유력인사를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차관의 사퇴 소식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차관에 대한 인사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시간을 끌지 않고 김 차관이 사퇴 결단을 내려줘 청와대가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의 사퇴로 의혹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임명한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신광영·최창봉·동정민 기자 neo@donga.com}
정부 고위관료 A 씨 성 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단순 성 접대가 아니라 사회 유력인사들의 은밀한 ‘집단 섹스 파티’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조사한 관련자만 30여 명에 달하고, 이들 중 “남녀가 집단으로 버스를 타고 별장에 가 포르노를 보며 성교를 했다”는 진술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별장 파티’에 수차례 가봤다는 한 남성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전직 대통령이나 유명 배우의 가면을 쓴 채 고급 양주를 마시며 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지도층 인사들이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에서 잘나가는 의사인 빌(톰 크루즈)이 비밀리에 초대받은 상류층 난교파티와 비슷한 자리를 빈번하게 가져온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은 당시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름이 나오면서 내사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여성이 밝힌 ‘별장 파티 참가자 리스트’에는 현직 고위관료 3명, 전직 고위관료 4명, 전직 국회의원 1명, 병원장 2명, 언론사 간부 2명 등 총 12명이 등장한다. 경찰은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성 접대를 벌인 곳으로 알려진 강원 원주시의 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 영상을 분석하면 별장을 다녀간 인물들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 접대를 받은 인사들의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지난해 11월 윤 씨에 대한 고소 사건을 조사하면서 별장 CCTV 영상을 확보했다”며 “수사팀에서 CCTV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접대 대상자로 추가 거론된 피부과 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씨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전직 경찰 간부는 “윤 씨를 알긴 하지만 접대는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역시 이름이 거론된 현직 경찰 간부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나를 왜 더러운 일에 엮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별장 성 접대에 관여했던 여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상대 남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성들이 윤 씨에게서 접대 대가로 받기로 한 돈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 씨에게 성 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C 씨는 지난해 11월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한 여성사업가 K 씨와 함께 서초경찰서를 찾았을 때 “2008년 윤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협박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경찰에 냈다. 이 여성은 K 씨의 고소장에 자신을 피해자로 추가시키는 방법으로 윤 씨를 고소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 여성이 윤 씨를 고소한 배경에는 A 씨 등 고위층 인사를 성 접대한 대가로 받기로 했던 돈을 윤 씨가 주지 않아 이에 대한 항의 차원이 강했다”며 “다른 성 접대 여성들도 비슷한 피해를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가까운 지인부터 사업상 접대가 필요한 유력 인사들까지 다양한 사람을 주말마다 별장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금요일에 이들을 초청해 인근 골프장에서 내기 골프를 친 뒤 별장으로 와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윤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건설사가 2011년 7월부터 경찰교육원 골프장 신축공사를 47억 원에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전직 경찰 고위 관계자가 공사 수주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당초 이번 의혹을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일축했던 청와대는 언론보도 후 구체적인 정황, 관련자들의 증언까지 속속 나오자 ‘진실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본인 말만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며 “실제 고위관료가 이런 일에 연루됐다면 정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주 민정수석실에서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고했다”며 “이미 청와대의 손을 떠났다.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사 착수와 더불어 청와대는 시시각각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새로운 증거가 나와 청와대가 당혹해한다는 얘기도 들린다.신광영·김성모·이재명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 윤모 씨가 고위관료 A 씨 등 유력 인사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논란의 핵심인 2분 분량의 성관계 동영상을 20일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윤 씨를 출국금지했다. 경찰은 법무부에 보낸 출국금지 요청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시했다.경찰과 검찰 법무부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건설업자 윤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했던 여성사업가 K 씨를 19일 소환 조사하면서 성접대 동영상을 제출받았다. K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윤 씨가 A 씨뿐 아니라 여러 고위 인사를 성접대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A 씨와 성관계를 한 것으로 알려진 C 씨를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한 상세한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동영상 속 남자가 A 씨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밀 분석이 끝나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키로 했다. 경찰은 본보가 “작은아버지(윤 씨)의 요청으로 고위관료 A 씨에게 성접대 동영상의 스틸사진을 보내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고 보도한 윤 씨의 조카도 소환 조사해 노트북컴퓨터를 제출받았다. 경찰은 윤 씨가 다른 고위인사 성접대 동영상도 보관하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윤 씨의 조카가 고위관료 A 씨의 동영상을 보관해 뒀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웹하드도 압수수색할 계획이다.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별장을 다녀간 전현직 고위층 인사 10여 명의 이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리스트’가 나온 것이다. 동영상에 찍힌 것으로 의심받는 A 씨를 포함한 전현직 고위급 관료 7명, 전직 국회의원, 병원장 2명, 언론사 간부 2명 등이 별장을 다녀간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이들은 사실상 ‘집단 난교(亂交) 파티’를 벌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최근 성접대가 이뤄진 윤 씨의 강원 원주시 별장을 수색해 변태 성행위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쇠사슬과음란영상물을 다수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여성사업가 K 씨는 건설업자 윤 씨가 공사 수주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정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씨가 조만간 피의자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른 관련자 진술을 통해 윤곽을 어느 정도 그린 뒤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성접대 여성 등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이름이 나오는 인사들에 대해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충분할 경우 지위 고하를 떠나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신광영·박훈상 기자·차주혁 채널A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의 사회 고위층 성 접대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은 고위 관료를 포함해 성 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도층 인사와 여성 등 30여 명이 이 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19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해 말 첩보 수집에 나선 이후 파악한 관련자가 성 접대를 받았다고 거론된 인사 5, 6명, 접대에 동원된 여성 10여 명, 성 접대 관련 정황을 아는 사람들을 합쳐 모두 3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정 당국 관계자는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에 “경찰이 건설업자 A 씨의 알선으로 고위 관료 B 씨와 성관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일반인 여성과, 강간 협박을 당했다며 지난해 11월 A 씨를 고소한 여성 사업가 C 씨를 각각 2차례 접촉해 관련 내용을 알아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또 한 관계자는 “경찰이 19일 C 씨를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C 씨는 A 씨가 빚을 갚지 않아 빼앗아 온 A 씨 소유의 벤츠 승용차 트렁크에서 고위 관료가 등장하는 동영상 등 CD 7개를 발견했다고 폭로한 사람이다. C 씨가 경찰에 문제의 CD를 제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하지만 이 사건을 내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B 씨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건설업자 A 씨가 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하고 사업상 특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A 씨가 관여했던 각종 사업의 인허가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또 C 씨의 고소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자를 19일 불러 당시 조사 내용과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은 모두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은 한 병원 원장이 A 씨에게서 접대를 받은 뒤 병원 공사를 수주하게 해 준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병원장은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당시 건설사 2곳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공사를 잘한다고 알려진 곳에서 수주한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업체가 A 씨 회사인지 몰랐다. 병원에서 결정했을 뿐 내가 입김을 넣을 사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A 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두세 번 만나 저녁 먹고 술 한잔한 게 전부였고, 술자리에 특별히 높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전 국장급 간부는 “1999년 고향 선배를 통해 A 씨를 만났다”며 “몇 년 뒤 A 씨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해 거절했고 2008, 2009년경 좋은 사람을 소개해 준다며 별장에 놀러가자고 했지만 신뢰가 가지 않아 거절했다”고 밝혔다.신광영·김호경·권오혁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 A 씨에게서 성 접대를 받은 뒤 협박당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정부 고위 관료 B 씨가 이 건설업자와 연락하면서 차명 또는 ‘비공식’ 휴대전화를 사용한 정황이 나왔다. B 씨는 얼마 전까지 다른 한 사업가 명의의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자 A 씨의 조카는 16일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과 만나 “2008년경 성 접대 동영상 스틸사진을 작은아버지(A 씨)가 알려준 B 씨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보냈는데 가운데 번호가 ××××였다”고 밝혔다. 당시 A 씨 조카는 “B 씨에게 문자로 보낼 때 전화번호가 ‘010-××××’이었고 뒤 번호는 개인정보여서 밝힐 수 없다”며 “문자 수신자는 B 씨, 발신자는 작은아버지 번호로 지정해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2008년 이후 B 씨의 ‘공식’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결과 가운데 번호로 ‘××××’를 쓴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카가 거짓말을 하거나 전화번호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의 주장이 맞는다면 B 씨가 차명의 휴대전화 또는 자신 명의의 다른 휴대전화를 이용해 A 씨와 연락을 주고받았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일 취재팀 확인 결과 B 씨는 건설업 관련 일을 하는 한 사업가에게서 수년 전 차명 폰을 받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가는 B 씨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준 게 문제가 돼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받기 전 이 사업가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건장한 남성 4명에게서 “차명 휴대전화라고 밝히면 안 된다. 당신이 사용한 전화기라고 진술해 달라”고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은 조사 이후 차명 휴대전화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현재는 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 씨의 조카가 사진을 보낸 B 씨의 전화가 이 사업가에게서 넘겨받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B 씨가 차명 휴대전화를 썼는지, 이 휴대전화가 어떤 용도에 사용됐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11월 여성 사업가가 A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했던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자를 19일 직접 불러 당시 조사 상황을 샅샅이 점검하고 있다. 유력 인사 성 접대 등 당시 A 씨에 대해 제기됐던 모든 의혹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은 당시 수사에서 미진한 부분이 없었는지, 부당한 외압은 없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의혹의 핵심인 성 접대 동영상을 찾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A 씨 조카는 취재팀에 “B 씨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인터넷에 저장해 놓았다”고 말했다. 조카가 이 파일을 삭제할 경우 동영상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찰이 최대한 빨리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신광영·최창봉 기자·노은지 채널A 기자 neo@donga.com}
건설업자 A 씨가 정부 고위관료를 포함해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 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배당됐다. 의혹에 대한 첩보수집 단계에서 본격 내사 단계로 전환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성 접대 의혹의 실체가 나오진 않았지만 건설업자의 불법행위 여부를 샅샅이 파헤쳐 구체적 정황이 나오는 즉시 본격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라며 “A 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우선인 만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명목상 내사 단계지만 사실상 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A 씨가 성 상납으로 정관계 고위층과 친분을 맺은 뒤 건설 관련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수집하면서 성 상납에 동원된 여성과 주변인들에게서 “성 접대를 받은 남성 가운데 유력인사가 상당수 포함돼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이 인사들의 성행위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나중에 자신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협박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에게 약점이 잡힌 유력인사들이 불법으로 이권에 개입하거나 추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형 게이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은 A 씨에게서 성 접대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한 병원장이 지난해 병원 관련 시설 건립을 추진하며 A 씨가 운영하는 건설사에 인테리어 공사를 맡긴 정황을 확인하는 등 A 씨와 유력인사들 사이에 불법적인 뒷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와 사정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동영상이 실제 있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최근 이 추문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경찰, 검찰 등에도 의혹이 사실인지를 확인했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17일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혹이 계속 커져 당혹스럽다”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의혹이 불거진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했더니 ‘사실 무근’이라고 펄쩍 뛰더라”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동영상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긴 했지만 전방위적 수사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새 정부 초기에 고위 공직자까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인 만큼 경찰 수뇌부나 검찰이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첩보 수집 단계에서부터 경찰 안팎에서 이런저런 압박이 들어왔다. 고위층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상당히 확인했는데도 경찰 수뇌부가 새 정부에 부담을 줄까 봐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신광영·김성모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