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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18개월 동안 국내 기업인들이 총 175개국 관계자를 만나며 이끌어낸 성과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전혀 교류가 없었던 태평양 도서국과 아프리카, 중남미 소국들까지 방문하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뜻밖의 사업 기회를 발견하거나 천연자원의 공동 개발 제안을 받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역시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상반기(1∼6월)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펼치던 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개발 협력 제안을 받았다. 크로아티아의 리예카항을 LNG 터미널로 개발하면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중부내륙의 에너지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제안이었다. SK 관계자는 “그간 관광 국가로만 생각했던 나라에서 뜻밖의 에너지 사업 협력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 E&S와 크로아티아 원유 운송기업 JANAF는 지난달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을 방문하면서는 리튬, 텅스텐 등 자원 공동 개발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한 사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8월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를 방문해 유치전을 펼치는 한편 해당 국가들과 잇달아 흑연 공급망 구축 MOU를 체결했다.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소재로 사용되는 흑연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원으로 꼽힌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포스코그룹은 연간 총 9만 t의 인상흑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동유럽을 주로 맡았던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체코, 슬로바키아 총리와 각각 면담하는 한편 해당 지역 자동차 공장을 향후 전기차 공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LG그룹은 현지 사업 네트워크가 적었던 아프리카를 주요 담당 지역으로 맡으면서 구광모 ㈜LG 대표가 직접 현지를 찾는 등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이에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새롭게 시장에 진출해 LG 브랜드를 알리는 방안도 타진 중이다. 삼성도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인 정보기술(IT) 인재 양성 기회를 넓혔으며, 소규모 현지 판매법인의 경우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로 향후 사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이 펼쳐진 18개월 동안 국내 기업인들이 총 175개국을 만나며 이끌어낸 성과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간 전혀 교류가 없었던 국가들에서 우리 기업들은 뜻밖의 사업 기회를 발견하거나 천연자원의 공동 개발 제안을 받기도 했다. 재계에서 “국내 기업들에 큰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 평가하는 이유다.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펼치던 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개발 협력 제안을 받았다. 크로아티아의 리예카항을 LNG 터미널로 개발하면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중부내륙의 에너지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제안이었다. SK 관계자는 “SK E&S 등 관련 계열사에서 검토에 들어갔다. 그간 관광 국가로만 생각했던 나라에서 뜻밖의 에너지 사업 협력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을 방문하면서는 리튬, 텅스텐 등 자원 공동 개발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한 사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8월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를 방문해 유치전을 펼치는 한편 해당 국가들과 잇달아 흑연 공급망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소재로 사용되는 흑연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원으로 꼽힌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포스코그룹은 연간 총 9만 t의 인상흑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동유럽을 주로 맡았던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체코, 슬로바키아 총리와 각각 면담하는 한편 해당 지역 자동차 공장을 향후 전기차 공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LG그룹은 현지 사업 네트워크가 적었던 아프리카를 주요 담당 지역으로 맡으면서 구광모 ㈜LG 대표가 직접 현지를 찾는 등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이에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새롭게 시장에 진출해 LG 브랜드를 알리는 방안도 타진 중이다. 삼성도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인 IT 인재 양성 기회를 넓혔으며, 소규모 현지 판매법인의 경우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로 향후 사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기업들이 엑스포 유치 활동에 치중하느라 부담이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이 기회를 통해 그간 미지로 남아 있던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거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27일 예년보다 한 주 앞당겨진 2024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며 10년 뒤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 임무를 맡긴 신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양대 부문장을 유임시키는 등 비교적 소폭의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안정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번 인사에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사장)은 모두 유임됐다. 이로써 2021년 시작된 ‘투톱 체제’가 내년에 4년 차를 맞게 됐다. 내년 초까지 사법 리스크와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변화보다는 안정, 내년 체제로의 빠른 전환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달 17일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눈에 띄는 건 신규 부회장 조직의 등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대표이사 직속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과거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며 ‘포스트 권오현(전 삼성전자 회장)’으로 불렸던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을 단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에 대해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현호 부회장이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신규 부회장 조직이 신설된 것은 ‘이재용 체제’의 변화를 주도할 신호탄일지 주목된다. 앞서 삼성은 13년 전인 2010년 신사업추진단을 발족해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등 현재 그룹의 주력으로 떠오른 신산업을 포함한 ‘5대 신수종 사업’을 발굴한 바 있다. 당시 김순택 삼성SDI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단장을 맡았고, 같은 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로 미래전략실이 만들어진 뒤 초대 실장을 겸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신임 사장 2명의 승진을 발표했다. 2022년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2023년 사장 승진 7명 대비 사장단 승진자를 대폭 줄였다. 사내 TV 개발 전문가인 용석우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부사업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임 VD사업부장을 맡았다. 1970년생으로 삼성전자 첫 ‘70년대생 사장’ 타이틀을 가져가며 세대교체를 이뤘다. 용 신임 사장의 선임으로 기존에 VD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던 한 부회장은 DX부문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만 겸임하게 됐다. 김원경 DX부문 경영지원실 GPA(Global Public Affairs)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GPA팀도 GPA실로 격상됐다. 김 사장은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참사관 출신으로 2012년 삼성전자에 영입돼 글로벌 공공업무를 담당하며 최근 이 회장의 해외 출장길에 주로 동행해 왔다. 이날 영국, 프랑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 회장과도 김포공항 귀국길을 함께했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전자 계열사 사장들도 모두 유임돼 경영 안정에 초점을 뒀다. 삼성의 투자 전문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는 삼성전자 대외협력팀장 겸 글로벌미디어그룹장 김이태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난해 147억 원의 매출을 올린 자동차부품사 코르텍은 지난달 11일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코르텍은 2021년 15억6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자본 총계가 ―7억6200만 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도 6억30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자본은 ―13억8900만 원으로 더 악화됐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인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13일 인천 미추홀구의 6층 높이 코르텍 본사는 모든 불이 꺼진 채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매물로 나온 공장 문 앞에 붙은 부동산 매매·임대 홍보물만 바람에 나풀거렸다. 바로 옆 회사의 한 직원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문을 닫더니 저렇게 방치돼 있다”며 “건물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간 지는 두세 달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계에서 ‘경기 반등’ 신호가 나오고 있음에도 국내 전반의 기업 경기는 여전히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곳도 많았다. 21일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전국 지역상공회의소 회장 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2명 중 28명(38.9%)이 “지금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응답도 33.3%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가 폭락, 환율 급등, 국내총생산(GDP) 하락, 실업률 상승 등 온갖 악재가 쏟아졌던 시기다. 그런데도 10곳 중 7곳이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고 본 것이다. 전국 73개 지역상의에 가입한 기업 수는 약 20만 곳이다. 상의 회장단 조사는 일부 대기업의 상황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은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9월 말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데, 이런 부동산 위축이 실물 경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공장 돌릴수록 적자, 접을 날 고민”… 파산신청 1363건 10년새 최대 산단 업체들 “주문 줄고 재료값 올라이대로라면 내년에 줄줄이 망해”지역-업종 관계없이 ‘생존위기’ 호소… “中企 붕괴, 대기업에도 타격” 우려 인천 미추홀구 기계산업단지는 총면적 35만 ㎡ 규모에 전자부품, 정밀기기, 금속·플라스틱 가공, 자동차 부품 등 18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13일 오전 이곳에서 만난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역대급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플라스틱 사출 전문업체 A사 직원은 “최종 소비재 기업들로부터 주문이 들어와야 우리 같은 가공업체들도 먹고사는데 살아날 기미가 영 보이질 않는다”며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30%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 B사 관계자는 “다들 언제 사업을 접을지 타이밍을 보는 중”이라며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만 쌓여 이대로면 내년엔 줄줄이 망한다”고 전했다. 수출이 지난달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반도체 경기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만 전국 곳곳의 산업 경기는 여전히 ‘빨간불’인 상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줄도산 우려까지 하고 있다. 중소기업계가 붕괴될 경우 중견기업과 대기업들도 연쇄적으로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상황 개선 안 되면 내년 생존 장담 못 해” 인천 기계산단에서 차로 40분 거리의 뷰티풀파크(옛 검단산단) 내 표면처리 및 목가공 업체들도 “앞이 안 보인다. 내년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뷰티풀파크 표면처리단지는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로 110개의 도금·도장 업체가 입주해 있다. 단지 운영을 맡고 있는 장석복 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 전무는 “엊그제도 한 곳이 문을 닫고 떠났다”며 “주문은 줄어드는데 원재료 값은 오르고, 특히 전기료 인상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장 전무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치권에서는 노란봉투법이니 중대재해처벌법이니 규제만 계속 만들어대 사업주들이 기력을 잃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목재 업체들도 공장 마당에 재고만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C목재업체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건설업 불황에 시달린 지 3년이 넘었다”며 “주변에서 문 닫기 시작한 업체 소식이 하나둘 들리는데 지금보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은 대부분 생존을 장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기업들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1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총 1363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1004건을 넘어섰다. 파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다.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20년으로 1069건이었다. 한편으론 올해 10월까지 회생 신청은 1287건이었다. 다시 일어서려는 회생보다 사업을 포기하는 파산이 많은 이른바 ‘데드크로스’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비금융 외감기업 2936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보다 금융비용이 큰 기업의 비중은 올 2분기(4∼6월) 기준 35.2%로 전년 동기(29.0%)보다 6.2%포인트 늘었다.● 지역, 업종 가리지 않는 불황 불황은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부산의 경우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유통, 물류, 조선·기계 산업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구조적 문제에 빠져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심재운 부산상의 경제정책본부장은 “최근 부산 기업 전반을 점검해봤더니 유통·물류는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며 “지금까지는 대부분 건설업 위주로 기업들이 회생절차를 밟았는데 이제 제조업 전반에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해외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타격도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데다 공급망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구자천 창원상의 회장은 “창원은 중국과 중간재 및 원자재 거래를 하고 미국에는 내구소비재 수출을 주로 한다”며 “두 국가 간 분쟁이 길어지면서 그 사이에서 사업하는 지역 산업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국이 제1위 교역국인 대구도 중국의 내수경기 침체, 재고 과잉 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업체가 많은 경기 평택, 화성이나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울산, 전남 여수, 충남 서산 등의 체감경기도 바람이 차다. 반도체 경기는 터널 끝이 보인다고 하지만 지방 현장에서는 재고 누적으로 체감 경기는 한겨울이었다.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업황이 나았다지만 기업마다 해외 사업 비중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석유화학 업계도 경기 침체에 더해 최대 수출처였던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수요도 부진한데 중국이 자체적으로 석유화학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상의는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등 연쇄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해외 리스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국 상의 회장 50.0%는 ‘고금리 장기화’를, 26.4%는 ‘중국 경제성장률 저하’를 꼽았다. 국내 리스크에 대해서는 41.7%가 ‘고물가 지속’을 위협이라고 봤고 30.6%가 ‘산업별 인력난 문제’를, 20.8%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지적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견·중소기업은 국내 기업 수 99%, 고용의 88%를 차지할 만큼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중요한 생태계”라며 “중견·중소기업이 무너지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결국 새롭게 해외 공급망을 찾아야 하는 비용까지 낳기 때문에 심각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높은 이자비용 때문에 투자를 중단한 기업들이 상당하다”며 “경기가 점차 반등한다고 하지만 중견·중소기업들의 회복은 이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인천=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19일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기일을 이틀 앞둔 17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36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CJ그룹 사장단이 가장 먼저 선영을 찾아 이 창업회장을 추모했다. 이어 한솔그룹 사장단, 신세계그룹 사장단 순으로 참배했다. 이 창업회장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재판에 참석하며 추도식에 불참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일가(一家)도 이날은 선영을 찾지 않았다. 가족들은 주말에 선영을 찾아 창업회장의 뜻을 기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등도 주말 중 선영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창업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추도식과 별개로 19일 이 창업회장이 살았던 서울 중구 고택에서 제사를 지낸다. 이 창업회장은 1938년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를 세웠고 이를 삼성물산으로 성장시켰다. 1953년 CJ그룹의 전신인 제일제당과 1954년 제일모직을 각각 설립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19일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기일을 이틀 앞둔 17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36주기 추도식이 열렸다.이날 CJ그룹 사장단이 가장 먼저 선영을 찾아 이 창업회장을 추모했다. 이어 한솔그룹 사장단, 신세계그룹 사장단 순으로 참배했다.이 창업회장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재판에 참석하며 추도식에 불참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일가(一家)도 이날은 선영을 찾지 않았다. 가족들은 이 회장의 주말에 선영을 찾아 창업회장의 뜻을 기릴 것으로 알려졌다.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등도 주말 중 선영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창업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은 추도식과 별개로 19일 이 창업회장이 살았던 서울 중구 고택에서 제사를 지낸다.이 창업회장은 1938년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를 세웠고 이를 삼성물산으로 성장시켰다. 1953년 CJ그룹의 전신인 제일제당과 1954년 제일모직을 각각 설립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결국 한국식 저출산의 해답은 공동육아로 돌아가는 거예요. 거리를 기준으로 인접한 커뮤니티 공동체를 되살려야 합니다.” 올해 삼성행복대상 수상자이자 여성학자·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연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75·여)는 저출산 문제 돌파구에 대해 이처럼 답했다. 조한 교수는 현재 제주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는 서면 및 전화로 진행됐다. 조한 교수는 최근 한국이 마주한 저출산과 개인 소외 문제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했다. 첫 번째는 공동육아의 소멸, 두 번째는 교육의 붕괴다.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페미니즘이 번성하던 당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인류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조한 교수는 제주도 해녀 사회 연구를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한 교수는 “제주에서 사회경제적 주체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해녀가 인상 깊었다”며 “해녀 사회는 남편과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이웃 모두가 아이를 돌보는 공동체적 보살핌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귀국 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도 그는 동료 교수와 문인, 학생들과 대안 문화 모임인 ‘또 하나의 문화’를 창립하고 주말과 방학에 어린이 캠프 등을 비롯한 공동육아 실험을 이어 왔다. 이는 국내 공동육아 운동 확대로 이어져 전국 72개소 공동육아 어린이집 개소 등에 기여했다. 궁극적으로 조한 교수는 공동육아의 기반이 될 ‘동네 공동체’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엄마가 하는 카페가 아지트가 돼도 좋고, 아파트 공동육아센터가 돼도 좋다”며 “은퇴한 사회인들이 아이들과 공부 모임을 열고, 음식 잘하는 어르신이 국을 끓여 주시고, 열 살짜리 아이는 그분들에게 스마트폰을 알려드리고, 그렇게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아지트가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의 성장에는 부모 외에 제3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쟁과 적대와 불신의 사회에서 벗어나 상호 돌봄과 신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기쁨과 치유의 힘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한 교수는 내년에 20주년을 맞는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인 ‘하자센터’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하자센터는 입시 위주 학제를 버리고 대안 교육을 찾는 청소년들에게 ‘작업장’을 제공해 자기 진로를 스스로 찾아가게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작가 문지원 씨가 이 하자센터 작업장학교 1호 졸업생이다. 조한 교수는 “감독이 되고 싶은데 학교에서 영상을 못 찍게 해 자퇴하고 하자센터 영상 작업장학교를 이끈 학생이었다”며 “우영우에 등장하는 고래가 작업장학교의 심벌이다. 고래는 우리처럼 특별한 소리로 대화하고 세상과 소통하지만 이를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조한 교수가 강조한 것은 인간 대 인간, 존재 대 존재로서의 관계 맺음과 공생 사회의 회복이었다. 조한 교수는 “지금도 동네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섞인 ‘심심모임’, ‘난감모임’ 등 차담회를 한다”며 “그렇게 어른과 아이가 모두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의 시공간을 넓혀 가는 것, 그게 우리가 되찾아야 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일 서울 용산구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2023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수상자로 조한 교수를 비롯한 8명을 선정했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각각 5000만 원(청소년상 각각 500만 원)이 수여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그룹이 29년 만의 프로야구 LG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가전제품을 비롯한 주요 소비자 제품 할인 및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 LG전자는 ‘LG 윈윈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21일 오전 10시부터 온라인 브랜드숍에서 특정 행사 모델을 대상으로 한정 수량을 29% 할인 판매한다. 18일부터 소진 시까지 LG트윈스 챔피언 에디션으로 특별 제작한 이동형 TV ‘스탠바이미Go’ 한정판을 온라인 브랜드숍에서 판매한다. 스탠바이미Go에 정규 시리즈 우승 엠블럼을 디지털 인쇄한 제품이다. 우승 축하 인증 이벤트도 연다. LG전자 온라인 브랜드숍에서 LG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엠블럼 이미지를 내려받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축하 메시지 및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뒤 URL을 응모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LG전자는 총 3000명에게 커피 쿠폰을 제공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뷰티, 생활용품 온라인 직영몰을 중심으로 각 브랜드의 대표 제품들을 소비자가에서 71% 할인해 29% 가격에 판매한다고 16일 밝혔다. 화장품 14개 브랜드 직영몰에서 대표 제품 위주로 할인이 진행된다. 비욘드는 17일부터 26일까지 11번가, SSG닷컴에서 2900명 한정으로 ‘29% 할인 쿠폰’을 즉시 발급한다. 생활용품은 대형마트에서 16일부터 29일까지 페리오, 온더바디, 엘라스틴 등 LG생활건강 대표 브랜드 제품의 ‘1+1 행사’를 개최한다. LG유플러스는 멤버스 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OTT 1년 무료 이용권과 ‘무너×LG트윈스’ 유니폼 등 굿즈를 선물한다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전자는 11kW(킬로와트) 완속충전기와 175kW 급속충전기를 내년 상반기(1∼6월) 중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16일 밝혔다. 11kW 완속충전기는 벽에 부착하거나 세우는 등 공간 활용이 자유롭다. 또한 쇼핑몰, 마트 등 충전기가 설치된 상업 공간의 전력 상황에 따라 출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부하관리 솔루션이 탑재됐다. 안정된 품질의 충전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것이다. 175kW 급속충전기는 미국 내 CCS1과 NACS 등 두 가지 충전 방식을 동시에 지원한다. 충전기 외부에는 충전 현황을 확인하고 광고를 통한 추가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내년 하반기(7∼12월)에는 상업용·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급속충전기 라인업도 확대할 계획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으로 네덜란드를 찾는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반도체업계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최 회장은 다음 달 12∼13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네덜란드에는 반도체 핵심 장비 업체 ASML과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 NXP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있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장비 생산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연간 생산 대수가 제한돼 ‘슈퍼을(乙)’로 불린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거나 고도화할 때 ASML 장비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공식 방한 당시에도 베닝크 CEO와 차담회를 가지며 파트너십을 다졌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해 6월에도 ASML 본사를 직접 찾아가 베닝크 CEO와 회동했다.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와 함께 3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으로 꼽히는 NXP와의 협력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 이후 NXP는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유력 후보로 부상하기도 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울산에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연간 32만 t의 폐비닐과 폐페트병, 폐섬유 등이 플라스틱 소재로 재탄생하는 ‘도시 유전’인 셈이다. SK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지오센트릭은 15일 울산 남구 부지에서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첨단 재활용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기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기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 관계자 250여 명이 참석했다. 울산 ARC에는 SK지오센트릭 외에도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선도 기업인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영국 플라스틱에너지 등 3사가 합작으로 참여한다. 총투자금 1조8000억 원을 투입해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축구장 22개 규모인 21만5000㎡ 부지에 건설될 예정이다. 2025년 말 완공해 2026년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상업 가동을 하면 매년 폐플라스틱 32만 t이 이곳에서 플라스틱 소재로 재탄생한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 t)의 약 10%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약 8만 t의 폐플라스틱으로 이뤄진 ‘태평양 쓰레기 섬’은 ARC를 통해 3개월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폐플라스틱 재활용에는 세척, 분쇄 등 기계적 재활용 방식이 주로 사용돼 왔다. 울산 ARC에는 열분해나 해중합(고온에서 분해해 순수 원료만 회수) 등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적용된다. 기계적 재활용의 경우 오염되거나 성분이 뒤섞인 경우엔 적용이 어려웠지만 화학적 재활용은 그와 무관하게 원료로 환원할 수 있다. 환원된 플라스틱 소재는 투명도와 강도 등 품질 면에서 나프타를 기반으로 만든 새 플라스틱 소재와 동일하다고 SK지오센트릭 측은 밝혔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ARC가 매출 7000억 원, 영업이익 2500억∼3000억 원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약 2600명의 직접 고용, 3만8000명의 간접 고용 효과가 있고, 간접 생산 유발 효과는 연 1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상업 가동 시 연 7억 달러(약 9100억 원)의 수출 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에비앙, 로레알, 록시땅 등 거대 고객사와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3개 합작사가 울산 ARC에 참여하게 된 배경으로는 인접 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성과 한국 정부의 지원이 꼽힌다. 기공식 전날 사전간담회에서 잉 스태턴 플라스틱에너지 부사장은 “아시아 국가 중 한국 정부는 이 방면에서 상당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ARC를 기반으로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국들이 재활용 플라스틱을 확대하도록 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회계법인 삼일PwC에 따르면 이 시장은 올해 약 63조1800억 원에서 2027년 82조94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기공식 인사말에서 “울산 ARC는 환경에 기여하는 사업으로 혁신을 추진 중인 SK이노베이션에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SK그룹의 핵심 가치인 지속 가능성을 관통하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은 전 계열사 23곳의 임직원 약 11만 명이 동참한 사회 환원 주간 ‘나눔위크’를 내년에 더 확대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나눔위크는 올해 처음 실시됐는데, 전국의 삼성 사업장에서 기부와 헌혈, 사회봉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앞으로 그 취지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시켜 일상 속 나눔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이날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부품연구동(DSR)에서 ‘2023 하반기 나눔의 날’ 행사를 열고 이달 1일부터 2주간 진행된 하반기(7∼12월) 나눔위크의 성과를 공유했다. 앞서 5월 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나눔의 날 행사를 연 데 이어 두 번째다. 중복 인원을 제외하면 두 번째 행사에 10만7000명이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내년부터 나눔위크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정례화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만큼 삼성 나눔위크는 지역사회의 호응을 받았다. 수원사업장 소속 임직원들은 수백 명 단위로 지역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수거)에 참여했다. 아동들에게 소프트웨어(SW) 코딩을 교육하거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를 하기도 했다. 경북 구미사업장 임직원들은 지역 내 시각장애인협회를 방문해 시각장애인들의 건강걷기 도우미 활동에 참여했다. 광주사업장 임직원들은 광주고려인마을을 찾아 모자이크 벽화를 그렸고, 삼성중공업 임직원들은 조선소가 있는 거제도에서 사내 잠수동호회 주도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임직원들은 사업장 내에서 손쉽게 사원증을 가까이 대면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인 ‘나눔 키오스크’ 기부와 헌혈 캠페인에도 대거 참여했다. 2주간 삼성 관계사 임직원들이 나눔 키오스크로 기부한 총액은 약 2억 원으로, 희귀질환이나 장애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 기간 헌혈에는 총 4000여 명이 참여했다. 삼성은 나눔위크에 이어 연말까지 내년에 기부할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미리 정하는 ‘기부페어’도 15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은 기부페어 기간에 사내 인트라넷에서 내년에 기부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정하고 원하는 기부액을 설정할 수 있다. 임직원이 정한 기부액은 매월 급여에서 자동 기부되며 회사는 임직원이 약정한 금액에 일대일로 매칭해 기부금을 출연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는 14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코리아 2023’을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전경훈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은 환영사를 통해 “미래 기술의 키워드인 디지털 혁신을 실현하는 데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경쟁력은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며 “개발자들과의 긴밀한 소통 및 꾸준한 기술 교류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인공지능(AI)과 스마트싱스, 헬스케어, 갤럭시 제품·서비스, 전장 등 부문에서 최신 정보기술(IT)과 정보를 공유한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SDS, 카카오, 현대자동차, 아주대의료원, LG유플러스 등 다양한 업계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들이 발표자로 참여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에너지는 10일 이사회에서 원유 운영(도입 및 저장) 및 해상출하 조직을 인적분할해 ‘SK 탱크터미널’(가칭)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신설 법인은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이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2024년 1월 1일부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법인 신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운영 경쟁력 및 신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결정됐다. 기존의 원유 운영, 해상 출하 조직은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보관하고 출하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저장탱크와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SK 탱크터미널은 탱크 등 저장설비를 외부 고객에게도 제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한편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저탄소 원료 및 제품을 저장, 출하하는 영역으로 비즈니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속 모바일용 D램인 ‘LPDDR5T’의 16기가바이트(GB) 패키지 제품을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vivo)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패키지 제품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77GB로, 풀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1월 LPDDR5T 개발에 성공한 직후부터 글로벌 모바일 기업들과 성능 검증을 진행하며 제품 상용화를 준비해 왔다. 이날 비보는 자사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X100’과 ‘X100 프로’에 SK하이닉스의 최신 메모리 패키지를 탑재해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8월 SK하이닉스는 LPDDR5T를 미디어텍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적용해 진행한 성능 검증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부사장(D램마케팅담당)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스마트폰은 온디바이스(On-device·기기 기반) AI 기술이 구현되는 필수 기기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모바일 시장에서 고성능, 고용량 모바일 D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에서 확보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D램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갈 것”이라고 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11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코치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포드-코치 3사가 올해 2월 체결한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그 여파가 국내 배터리 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3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튀르키예 바슈켄트 지역에 약 25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향후 이를 45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포드가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에서 생산하고 유럽 및 북미 시장에 판매하는 상용차에 탑재될 예정이었다. 해당 계획이 9개월을 채 못 가 철회되면서 전기차 시장 둔화를 둘러싼 국내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현재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했을 때 튀르키예에 건설 예정이던 배터리셀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에 상호 동의했다”며 “포드 측은 대신 LG에너지솔루션의 기존 생산공장에서 배터리를 직접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SK온도 올해 8월 총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증설에 나섰던 충남 서산 3공장 공사를 이달 6∼10일 5일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를 고려한 속도 조절의 일환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SK온 측은 이와 관련해 “서산 3공장 건설 관련 공사 비용은 단계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 단계 비용 의결 시까지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했으며 11일부터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온은 미국 유럽 등 신규 공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이후 라인 안정화에 시일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최근 시장 위축으로 유동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26년부터는 신규 수주 잔액이 급감해 내년부터 일부 라인 가동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배터리 업계의 속도 조절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맞물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0∼2021년 전기차 판매 대수가 115.0% 늘었고, 2021년∼지난해에는 61.2%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둔화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도 투자 계획을 속속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달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서 기존에 계획했던 50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투자액 가운데 120억 달러의 지출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온과 합작한 미국 켄터키주 2공장 가동 시점도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GM도 당초 내년부터 전기 픽업트럭을 양산할 예정이었던 미시간주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연기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멕시코 공장에 힘을 쏟기 전에 전 세계적인 경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멕시코 기가팩토리 계획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이라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인 만큼 배터리 업계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1일 ‘2023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은 마라톤 42.195km에서 이제 4km 정도 뛰었다”며 “급히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다지다 보면 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경제단체들은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노사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함께 노란봉투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노란봉투법은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법안 처리를 강행한 야당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호소했다. 경제계는 특히 ‘사용자 범위’가 크게 확대돼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임금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총은 “국내의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 체계로 구성돼 있다”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성명서에서 “경제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길 요청한다”고 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근간과 질서를 흔들고 오랫동안 쌓아온 법률 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해 국내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지금이라도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로 노사 관계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러한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도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법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바에 따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했던 경제 6단체는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며 연이틀 우려를 표시했다. 경제 6단체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란봉투법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중소기업 전문 민간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임금 결정 방식에 따른 노란봉투법 도입 효과’ 보고서를 통해 노란봉투법 시행 후 연간 일자리는 19만3000개(0.84%), 실질 GDP는 연간 8조7000억 원(0.4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질설비투자는 8000억 원(0.45%), 실질소비는 7000억 원(0.05%)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연구원 측 주장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인도 14억 명의 인구는 14억의 기회다. 두꺼운 청년층은 경제 혁신의 원천이 될 것이다.” 4월 유엔인구기금의 안드레아 워즈나르 인도 대표는 인도 인구가 중국을 넘어섰다고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인구 14억2862만 명을 기록하며 중국(14억2567만 명)을 앞질러 처음으로 인구 1위 국가에 올라서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1년 인도의 경제활동인구가 9억 명을 넘어섰고 2030년에는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1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도 인도에서 정면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거대 시장 잠재력 터트리는 인도 인도는 특히 탈(脫)중국 흐름에 올라탄 기업들에 가장 매력적인 대체지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기준 애플 아이폰이 가장 많이 팔린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순이었다. 그리고 인도가 프랑스와 독일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톱5’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인도 현지 매체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2023년은 인도와 애플에 특별한 해”라며 “팬데믹 전 인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4% 수준이었던 프리미엄폰(400달러 이상 기준) 시장 비중이 최근 10%까지 늘었다”고 했다. 기존에는 ‘인구가 많아도 값싼 물건만 팔린다’는 인식이 강했던 인도 시장이 과거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프리미엄 제품 소비에 있어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 세계적 수요 침체 속에서도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출하량 기준)은 1억4810만 대로, 중국(2억7790만 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스마트폰 종주국 미국(1억2010만 대)을 3위로 밀어낸 것이다. 특히 인도 시장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전자업계는 인도 인구의 40%가 아직 피처폰을 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정부는 적극적인 정보기술(IT) 산업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차세대 격전지 인도 시장이 중요해진 만큼 글로벌 IT 업계 거물인 삼성전자와 애플 간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아직은 중저가 모델부터 프리미엄폰까지 제품군이 다양한 삼성전자가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샤오미와 출하량 기준 분기별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샤오미가 20.7%, 삼성이 17.6%였다. 삼성전자는 1월 뉴델리에 체험 매장인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를 연 데 이어 2월에는 벵갈루루 삼성오페라하우스에서 인도 고객을 위한 별도의 ‘갤럭시 언팩’ 을 개최했다. 인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따라 인접 공급망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S23’의 인도 물량 전체를 현지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은 벵갈루루 언팩 행사 당시 “인도는 모바일에서 굉장히 중요해 1위 자리를 탈환하고 지키는 것이 우리의 당연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현재 인도 시장에서 6, 7위권(지난해 4.4%)에 그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감안해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의존했던 생산라인을 다변화해 지난해 ‘아이폰14’를 시작으로 인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인도를 독자적 판매 지역으로 승격시켰고, 4월 뭄바이·뉴델리에 인도 첫 애플스토어를 개장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개장 축하 행사 참석을 위해 7년 만에 인도로 날아갔다. 지난달 19일(현지 시간)에는 구글마저 내년 ‘픽셀8’부터 인도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히며 경쟁에 가세했다. 픽셀폰을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해 오던 구글이 인도에서의 생산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원 넘게 오른다. 가정과 자영업자가 쓰는 주택용과 일반용은 동결됐다. 올겨울 가스요금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한국전력이 추가로 얻는 수익은 연간 3조 원도 안 돼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전기요금을 9일부터 kWh당 평균 10.6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일반 가구, 자영업자 등에 대해선 인상 속도 조절을 위해 이번은 요금을 동결하고 앞으로 국제 연료 가격, 환율 추이 등을 살펴가며 요금 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전기요금은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겨울철에 소비가 집중되는 가스요금 역시 올리지 않기로 했다. 가스요금이 다섯 차례에 걸쳐 인상되며 지난해 초보다 45.8% 올라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등을 보면서 추후 요금 인상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한전이 추가로 거두게 되는 전기 판매 수익은 연간 2조8000억 원 수준이다. 한전의 누적 적자 규모는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약 47조 원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연 수익이 한전 누적 적자의 6%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이 한전의 근본적인 기업 정상화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 자구책도 내놨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하고 자회사인 한전KDN 지분 20%를 팔기로 했다. 본사 조직을 20% 축소하고 인력 2000여 명도 감축한다.총선앞 기업 전기료만 올려… 200조 빚 한전, 3조 ‘찔끔’ 재무개선 가정용 동결… 대-중견기업만 인상대기업, kWh당 13.5원↑… 月3억 늘어한경협 “경영활동 크게 위축 우려”한전, 인재개발원 부지 등 매각나서“부채의 1.8% 수준 그쳐 생색내기” 정부가 전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전기요금만 인상에 나선 건 한국전력의 적자를 일부 해소하면서도 내년 4월 총선에서 표를 잃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3개월 연속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된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올리면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면서 유가가 뛰면 전기요금도 오르는 ‘연료비 연동제’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전기요금 원가주의’는 사실상 폐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전기요금 한 달에 3억 원 상승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한 전기요금은 산업용 중에서도 ‘을’ 요금이다. 광업,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요금이다. 하지만 해당 요금 중에서도 송전 전압에 따라 인상 폭이 다르다. 중견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고압A’는 kWh당 6.7원, 대기업이 쓰는 ‘고압B’와 ‘고압C’는 kWh당 13.5원 오른다. 대기업 전기요금이 중견기업 대비 더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한전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중견기업은 매월 200만 원, 대기업은 2억5000만∼3억 원의 전기요금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커서 (전기요금 인상분을) 부담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업들이 그동안 값싼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한 혜택을 누려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반도체 업계 등은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철강업계에선 전기요금이 kWh당 1원 오르면 원가 부담이 연간 200억 원 추가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기업의 고통 분담도 필요하지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우리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까 우려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에너지 효율이 개선될 수 있도록 원가주의에 입각한 가격체계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연료비 연동제와 전기요금의 원가주의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산업계에서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올린 건 이해가 되지만 가정과 자영업자가 쓰는 전기요금도 일부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정용과 산업용의 전기 원가는 같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전력 시장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추가 전기요금 인상은 힘들 것”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적자 해소를 위한 추가 자구책도 함께 내놨다. 특히 서울 노원구에 있는 64만 ㎡ 넓이의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는 자산 가치 등을 고려해 그간 매각 대상에선 제외돼 왔다. 자회사인 한전KDN은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뒤 지분 20%를 팔 방침이다.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사업 보유 지분 38%도 전량 매각한다. 한전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약 1조 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얻게 될 추가 수익(연간 약 2조8000억 원)까지 합하면 약 3조8000억 원이다. 올 상반기(1∼6월) 한전의 부채가 약 201조 원이기 때문에 부채의 1.8%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기요금 인상과 추가 자구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 한전은 본사의 본부장 직위 5개 중 2개를 없애는 등 본사 조직을 20% 줄이기로 했다. 창사 이래 두 번째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라 올 1월 감축한 정원보다 더 많은 488명은 올해 말까지 내보내고, 2026년까지 운영인력 약 700명을 추가로 감축한다.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은 현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요금 인상에 회의적인 상황에서 한전이 더 내놓을 자구책이 없으면 추가 요금 인상은 힘들 것”이라며 “조만간 1분기 요금 인상 논의에 들어가야 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정치적 고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작품이에요, 제품이에요?” 최근 가전업계가 선보이는 신제품들을 보면 이런 질문이 절로 나오게 된다. 냉장고, 세탁기가 예술 작품을 입고 유명 디자인 전시회에 등장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가전테리어’(가전+인테리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1인 가구와 프리미엄 수요 증가로 가전제품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5∼28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한옥 갤러리 ‘지우헌’에는 예술 작품 대신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제품들이 들어섰다. ‘영원(Timeless)’을 주제로 한 전시로, 한국 전통을 새롭게 해석해 독창적인 기법으로 표현하는 디자인 그룹 ‘슈퍼포지션’이 삼성전자와 협업한 결과물이다. 지우헌 갤러리에는 디지털 그래픽으로 바다를 표현한 병풍 작품과 비스포크 냉장고 인피니트 라인, 블랙 원목으로 뒤주를 형상화한 작품과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의 인덕션·식기세척기가 ‘전시’됐다.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스툴 형태의 소반, 디지털 아트를 접목한 아크릴 캐비닛 등 슈퍼포지션의 작품들도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과 어우러져 배치됐다. 삼성전자가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사례는 적지 않다. 올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 ‘밀라노 디자인위크’ 기간 장외 전시에서 현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인 ‘토일렛페이퍼’와 협업한 비스포크 냉장고가 화제가 됐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토일렛페이퍼 공동 창립자는 이 프로젝트를 두고 “토일렛페이퍼의 디자인이 꼭 잡지나 디자인 스튜디오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주방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LG전자도 올해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 컬렉션에 네덜란드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모오이’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모오이는 토끼 형태의 램프, 실제 크기로 갓을 쓴 말 등 다양한 동물 이미지를 활용해 예술 작품과 같은 인상을 주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LG전자는 양 사가 협력한 작품 중 올레드 TV 포제, 테이블형 공기청정기 에어로퍼니처 등 2종을 엄선해 모오이 에디션을 지난달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했다. 이 중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 모오이 에디션’은 옆에서 보면 패널과 본체가 U자를 그리는 곡선 디자인이 돋보이는 라이프스타일 TV다. 화면 아래와 뒷면 패브릭에 모오이의 디자인을 더했다. 가구형 공기청정기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에어로퍼니처’의 상단 테이블에도 모오이 디자인을 적용했다. 제품 종류에 따라 MZ세대를 겨냥한 스트리트 패션 디자인 업계와 ‘콜라보’를 하기도 한다. LG전자는 올 초 ‘CES 2023’에서 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 디자이너 제프 스테이플과 협업해 신발 관리 솔루션 ‘스타일러 슈케이스’에 한정판 신발을 넣은 ‘크리에이터 룸’ 전시관을 선보였다. 전시관에는 LG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뿐만 아니라 스테이플이 디자인한 피규어, 소품 등도 함께 전시돼 젊은층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1인 가구 증가 및 MZ 고객층의 개성 중시 트렌드에 따라 인테리어 요소로서 가전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빅데이터 콘텐츠 플랫폼 KPR 인사이트 트리는 ‘소비자의 가전제품 구매 요인’ 관련 최근 53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디자인과 인테리어’ 유형의 연관어 증가율이 지난해에 비해 최대 104% 증가했다고 밝혔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개인화된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되면서 가전제품도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특화된 기능과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