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저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한국 영화와 사랑에 빠진 지 아주 오래됐습니다. 한국 영화계 수준을 따라갈 나라가 없다고 생각해요.”(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59) “(영화계의 변화가) 저 역시 겁이 나고 기대도 됩니다. 영화를 휴대전화로만 보지 않으시면 좋겠어요(웃음).”(박찬욱 감독·60) 한국을 방문한 서랜도스 CEO가 박 감독과 함께 21일 한국 영화 전공 학생들을 만났다. 두 사람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하며 ‘시네필’(영화광)로 거듭났던 공통된 경험과 영화에 대한 철학을 나눴다. 박 감독은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머들이 등장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박 감독은 7일 넷플릭스가 제작을 확정하고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을 캐스팅했다고 발표한 영화 ‘전, 란(戰,亂)’의 시나리오 집필과 제작자로 참여 중이다. 박 감독이 넷플릭스와 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좋은 조건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서랜도스 CEO는 “깜깜한 영화관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거대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선택권이 많아졌고 (시청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방대한 영화 세계에 빠질 수 있게 됐다. 그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넷플릭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제가 만든 영화를 추천해줬다(웃음). (개개인의) 영화 세계가 넓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단오(22일)를 맞아 20일부터 25일까지 경기 고양시 고양어린이박물관 1층 ‘우리놀이터 고양’에서 ‘시시때때 세시풍속(사진)’ 전시체험전을 연다. ‘무뎌져 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24절기로부터 시작되는 아름다운 풍습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24절기에 하는 다양한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다. 윷을 세 번 던져 하루의 운세를 점쳐보기, 복(福)자 모양의 나무 막대를 색칠하기, 쑥으로 호랑이 그림을 꾸며 악귀를 쫓는 족자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성배 작가의 책 ‘매일매일 세시풍속’(닷텍스트)의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만든 전시 구조물과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세시풍속으로 하는 놀이와 음식, 의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주말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종국 닥종이 작가와 함께 한지 부채를 만드는 프로그램인 ‘바람을 담아 부치는 부채’가 진행된다. 상시 체험은 고양어린이박물관 1층 ‘우리놀이터 고양’에서 현장 접수 후 무료로 할 수 있다. 주말 특별 프로그램은 고양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세시풍속과 관련된 전통문화체험을 통해 보다 많은 이가 우리 전통문화를 즐기고 관심도 가지면 좋겠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KBS 및 계열사 임직원 1080명이 김의철 KBS 사장과 이사진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김 사장과 경영진이 이를 해결할 자격과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KBS를 위한 KBS 직원과 현업방송인 공동투쟁위원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KBS의 위기는 현 경영진의 편파방송과 무능경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들의 퇴진 없이는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장과 이사진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 KBS 및 계열사 임직원 1080명이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KBS와 계열사의 임직원은 총 4500여 명이다. 공동투쟁위원회는 “그동안 국민을 실망시킨 KBS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해 사죄하고 공정방송을 위해 편성과 경영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며 “이 모든 노력의 첫 단추는 사장 퇴진과 이사진의 총사퇴”라고 강조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년) ‘문라이즈 킹덤’(2012년) 등을 통해 독보적인 미장센과 색감으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28일 개봉한다.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만큼이나 재기발랄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지난달 열린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영화의 배경은 1955년 미국의 가상 소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다. 운석이 떨어진 이곳에서는 매년 이를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가 열리고, 천문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청소년들이 초청된다. 주인공인 종군 사진기자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워츠먼)은 아들 우드로(제이크 라이언)를 데리고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향한다. 그리고 ‘소행성의 날’ 행사에 딸을 데리고 온 유명 배우 미지 캠벨(스칼릿 조핸슨)을 만난다. 행사 도중 참가자들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도시에 격리되고, 혼란이 시작된다. 앤더슨의 영화답게 눈을 뗄 수 없도록 아름다운 미장센이 돋보인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토색 사막과 민트색 하늘, 등장인물들의 빨갛고 노란 옷차림을 보노라면 마치 다른 세계에 초대된 듯하다.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 만든 것처럼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고 대칭적이다. 초호화 캐스팅도 눈에 띈다. 슈워츠먼과 조핸슨뿐 아니라 스틴벡의 장인 스탠리 잭 역에는 톰 행크스, 과학자 히켄루퍼 박사 역에는 틸다 스윈턴이 출연한다. 이 외에도 스티브 캐럴, 마고 로비, 홍 차우 등 할리우드 톱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내용은 앤더슨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난해하다. 영화는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벌어지는 일 자체가 연극이라는 설정의 ‘극 중 극’ 형식을 띤다. 연극처럼 막과 장을 나눠 형형색색의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야기 사이사이에 흑백으로 연출자와 배우들이 등장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밖에서 스틴벡은 존스 홀, 캠벨은 머세이디스 포드라는 배우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라는 무대에서 연기를 한다는 설정이다. 어떤 이야기가 진짜고 어떤 이야기가 연극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연극 톤에 대사량이 많아 영화를 한 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 후 6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앤더슨 영화답게 기발하고 아름답다는 평가다. 조핸슨은 “앤더슨 감독의 (캐스팅 제안)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기간에 받은 최고의 전화였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제 나이도, 인디아나 존스의 나이도 외면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이 든 인디아나 존스의 이야기를 해야 시리즈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배우 해리슨 포드(81)가 15년 만에 ‘인디아나 존스’로 돌아왔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5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북미보다 이틀 빠른 2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포드는 이번 영화에 대해 “내가 연기하는 마지막 인디아나 존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레이더스’(1981년)로 시작한 시리즈의 모든 작품에서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를 맡았다. 그간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번 신작에서 총괄 제작자로 참여한다. 16일 화상으로 만난 포드는 정장에 초록색 넥타이까지 갖춰 입고 인터뷰에 참석했다. 성성한 백발에 전성기 때보다 어깨도 몸집도 작아졌지만 특유의 깊은 눈빛은 그대로였다. 그는 15년 만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전부터 이 시리즈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면서 “영화를 다시 만든다면 (주인공인) 인디아나 존스의 나이 든 모습을 꼭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디아나 존스가 시간이 흘러 그저 나이가 든 노인일지, 여전히 (모험을 떠나는) 인디아나 존스일지, 아님 둘 다일지를 보여주는 게 흥미로운 소재가 될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신작의 주인공 역시 인디아나 존스다. 채찍을 휘두르며 모험을 떠났던 젊은 시절이 아닌, 교수 정년퇴임을 앞둔 백발의 노교수로 등장한다. 대학에서 수업을 귓등으로 듣는 학생들과 씨름하는 신세지만 우연히 시간의 균열을 찾아내는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을 찾는 여정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또 한 번 모험을 시작한다. 백발의 노배우는 뛰고 구르고 날아다닌다. 전작보다 느리고 몸은 삐걱대지만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며 반짝이는 그의 눈을 보면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와 배우 포드가 겹쳐진다. 노인이지만 여전히 모험가인 인디아나 존스, 고령에도 여전히 열정의 불씨가 살아있는 배우 포드가 꼭 한 사람 같다. 80대의 나이로 액션 연기를 소화한 것에 대해 포드는 “사실 저는 액션 연기가 재밌다”면서 “액션이 조금 위험할 수 있는 경우엔 제가 하고 싶어도 못 하게 했다. 안전을 고려한 것인데 그럴 때마다 너무 화가 났다”며 웃었다. 그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액션 영화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을 위한 오락 영화”라며 “굉장히 오랜 세월 동안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그 덕분에 저는 새로운 영화 팬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관객들에게 ‘스파이더맨이 우리 동네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번 영화엔 특히 세계의 많은 문화권 이야기가 포함됐어요.” 21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연출한 켐프 파워스 감독은 14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스파이더맨…’은 제91회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을 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년)의 속편이다. 전작이 마블 코믹스 만화 컷들을 스크린에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독특한 영상미와 속도감 있는 전개, 비트감이 돋보이는 음악으로 호평을 받은 만큼 이번 작품도 팬들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 파워스 감독은 “이번 영화는 전작과 비교해 감정선을 건드리는 장면들이 더 많다. 주인공들에 대한 이해도를 돕는 이야기가 더 담겨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추가로 등장한다”고 했다. 이번 편은 전작과 같은 멀티버스 세계관 속에서 주인공 흑인-히스패닉 혼혈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샤메익 무어)가 다른 세계의 수많은 스파이더맨들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파이더우먼 그웬(헤일리 스테인필드), 아기 아빠가 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제이크 존슨), 임산부 스파이더우먼 제시가 드류(이사 레이), 인도인 스파이더맨 파비트르 프라바카르(카란 소니) 등 다양한 인종과 성별, 배경을 가진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한다. 모랄레스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샤메익 무어는 “1편이 모랄레스가 거미 인간이 된 운명을 받아들이고 능력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이번 편은 다중 우주 속 여러 스파이더맨과 교류하며 그들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일스의 노력과 고군분투를 그렸다”고 했다. 그는 스파이더맨이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에서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게 (원조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에서부터 시작됐어요. 너무 평범하고 모범생 같은 사람인데 마스크를 끼면 이웃을 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죠. 피터가 매력적이었던 것처럼 모랄레스도, 어떤 스파이더맨 캐릭터라도 대중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서장인 아버지와 대립하는 스파이더우먼이자 모랄레스에게 사랑과 연민을 느끼는 그웬 역의 헤일리 스테인필드는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에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사랑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영화의 면면을 제대로 감상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번은 봐야 한다”며 웃었다. 영화 제작에는 박태현 모델링 슈퍼바이저, 벤 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이승희 수석 애니메이터, 지나 윤 VFX 라이팅·컴포지팅 아티스트 등 한국인들도 여럿 참여했다. 파워스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로 송강호를 꼽았다. 그는 “송강호는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라 작품이 나올 때마다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언급하며 “봉준호는 ‘히어로’다. 최근 활동하는 감독 중 가장 훌륭한 감독 중 한 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계에는 감독, 배우, 스태프 할 것 없이 최고의 구성원으로 가득하다. 꼭 같이 협업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테인필드 역시 “‘오징어게임’의 정호연 배우를 만난 적이 있다.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사진)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200’에서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는 스트레이 키즈의 정규 3집 ‘5-star(파이브스타)’가 24만9500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빌보드200 1위에 올랐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테일러 스위프트, 모건 월렌을 제친 것이다. 이로써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해 미니앨범 ‘ODDINARY(오디너리)’와 ‘MAXIDENT(맥시던트)’로 빌보드200 정상에 각각 오른 데 이어 세 번째로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200에서 3회 이상 1위에 오른 한국 가수는 방탄소년단(BTS)과 스트레이 키즈뿐이다. 스트레이 키즈 정규 3집에는 타이틀곡 ‘특’을 비롯해 ‘위인전’ ‘아이템’ 등 12곡이 실렸고, 대부분 한국어 가사로 돼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영화 ‘신세계’(2013년), ‘마녀’ 시리즈(2018, 2022년)로 한국 액션 영화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박훈정 감독이 추격 액션물 ‘귀공자’로 관객들을 만난다. 21일 개봉하는 ‘귀공자’는 필리핀 빈민가에서 시작한다. 불법 도박 복싱장에서 복서로 돈을 벌던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마르코(강태주)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인 아버지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고용한 변호사라는 사람이 마르코를 찾아온다. 그는 “아버지도 너를 무척 보고 싶어한다”며 함께 한국에 가면 병원비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낯선 이들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탄 마르코. 찜찜한 마음으로 한국에 가고 있는 그에게 귀공자(김선호)가 접근한다.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친구’라 소개한 그는 마르코에게 “너는 죽으러 한국에 가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남기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마르코를 납치한다. 가까스로 도망친 마르코는 그때부터 귀공자, 아버지 쪽 인물인 한 이사(김강우), 의문의 여성 윤주(고아라)에게 영문도 모른 채 쫓기기 시작한다. 영화는 전반부 내내 마르코가 왜 쫓기는지, 쫓는 이들의 목적은 뭔지 단서를 주지 않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맨몸 달리기 추격뿐 아니라 화려한 자동차 추격전도 벌인다. 후반부에 나오는 귀공자와 한 이사의 피 튀기는 액션신은 영화의 정점을 찍는다. 영화는 요즘 극장가에서 드문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박 감독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코피노 이야기를 예전부터 굉장히 하고 싶었다”며 “차별받는 이들이 차별하고 무시하는 이들에게 한 방 먹이는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개성이 강하다. 귀공자 역의 김선호는 소위 ‘맑은 눈의 광인’처럼 뜻 모를 웃음을 띠며 마르코를 쫓고, 무시무시한 전투력으로 사람들을 죽인다. 김선호는 “사전 준비 때 정말 미친 사람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순수하게 추격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박 감독은 극 중 인물인 ‘귀공자’를 작품 제목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내가 ‘깔끔한 미친놈’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했다. 신인 배우 강태주는 3차에 걸친 오디션 끝에 무려 198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르코 역에 뽑혔다. 박 감독은 “한국-필리핀 혼혈 역할이라 특유의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깊은 연기를 해야 해서 오디션을 꼼꼼하게 봤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이 남자, 빛보다 빠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엉성하고 실수투성이다. 배가 고프면 초능력을 제대로 쓸 수 없어 길거리 소녀에게 “먹던 거라도 던져 달라”고 모양 빠지게 구걸해야 한다. 벽 따위 손쉽게 통과하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몸조차 제대로 못 가눈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에서 눈 깜짝할 새 아기들을 안전하게 받아내지만 아무리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도 사랑하는 사람은 구해낼 수 없음에 가슴을 친다. 완벽하지 않아 더 완벽한 DC스튜디오 히어로 ‘플래시’(사진)가 14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북미 사전 상영회에서 “최고의 DC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북미보다 이틀 빨리 개봉하는 DC스튜디오의 새 기대작 ‘플래시’는 경찰 화학 연구원으로 일하던 배리 앨런(에즈라 밀러)이 번개를 맞고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빛보다 빠른 히어로 ‘플래시’가 된 그는 빠르게 달리면 시간을 역행할 수 있단 걸 알게 되고, 어렸을 적 사고로 죽은 엄마를 되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가 과거를 바꾸면서 우주의 모든 시간과 차원이 붕괴된다. 플래시는 은퇴한 배트맨(마이클 키턴)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엉망이 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DC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플래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사랑받은 제임스 건 감독이 DC스튜디오 수장으로 발탁된 뒤 처음 선보이는 영화다. ‘플래시’는 그가 추구하는 히어로물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4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홍보를 위해 내한했을 때 MCU 작품들이 고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화려한 스펙터클과 더 멋진 슈퍼히어로도 좋지만 캐릭터들에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중심이 돼 영화에 더 많은 감정을 실었으면 한다.” ‘플래시’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슈퍼히어로이지만 사랑하는 엄마를 되살려내고 싶은 그의 마음에 관객들은 쉽게 이입된다. 엉성하고 부족한 히어로가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고 내리는 마지막 결정은 감독이 원했던 ‘감성적 히어로물’에 걸맞다. ‘배트맨 2’(1992년) 이후 31년 만에 돌아온 ‘원조 배트맨’ 마이클 키턴과 새로운 슈퍼걸(사샤 카예)의 등장도 DC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 같다. ‘할리우드의 새 악동’이라 불리는 밀러가 이 작품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밀러는 최근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폭행, 주거침입을 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사진작가 아버지와 설치미술 작가 아들이 분단의 역사를 바라본 ‘계단 위의 관찰자’ 전시가 6∼16일 서울 종로구 메타포32에서 열린다. 35세 차이가 나는 부자(父子)가 분단을 바라보는 시각을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를 지낸 아버지 김녕만 작가(74)는 1980년대 초부터 꾸준히 판문점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퇴직 후에도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비무장지대(DMZ) 등을 담아 왔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인 아들 김호성 작가(39)가 느끼는 분단은 아버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에 부자는 접점을 모색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찍은 북한 병사의 얼굴 사진 옆에 컴퓨터로 만든 가상의 북한 병사 얼굴 사진을 걸었다. 김녕만 작가는 “분단에 대한 여러 세대의 인식을 살펴보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10년에 걸쳐 죽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관람 후 마음에 소중하게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배우 사카구치 겐타로) 스무 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에 대한 기대로 반짝여야 할 나이에 앞으로 남은 생이 10년뿐이라는 선고를 받는다면 어떤 마음으로 살게 될까. 시한부인 여자와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남자가 우연히 만나 사랑하며 생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이 지난달 24일 개봉했다.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주연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가즈토 역)와 고마쓰 나나(마쓰리 역)가 내한해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고마쓰는 “한국 관객들은 매우 정열적이고 솔직하다. 무대인사 때 뜨겁게 반응해 줘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사카구치 역시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긴장했는데 (관객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모두 즐겨줘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남은 인생 10년’은 난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사카 루카가 쓴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고사카 작가는 영화 속 마쓰리와 같은 폐동맥 고혈압으로 투병하다 소설을 편집 중이던 2017년 39세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생에 대한 고사카 작가의 찬가이자, 산다는 게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하는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더욱 진심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마쓰리의 투병 노트는 고사카 작가의 노트를 그대로 재현했고, 작가의 가족으로부터 들은 에피소드를 각본에 반영했다고 한다. 영화는 일본의 사계(四季)와 두 주인공이 살아내는 모습을 아름답게 담기 위해 1년에 걸쳐 촬영했다. 고마쓰는 “작가의 고향에 가서 (그의) 가족을 만나고 묘지를 참배했다. 경의와 사랑을 담아 뜨거운 마음으로 만든 영화”라고 했다. 그는 영화가 끝난 뒤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 느낌이 들었고 마음속이 텅 빈 것 같았다”며 “관객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주위 사람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건축물은 생각과 물질이 만나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다. 건축물은 건축가의 상상력과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여 완성되는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건축가인 저자는 지난 100년간 지어진 건축물 중 30개를 엄선해 소개한다. 기준은 ‘충격과 감동을 받을 만큼의 창의성’이다. 각 건축물은 건축 역사에 새 시대를 열었다고 할 만한 작품들이다. 저자는 건축가의 의도와 당시 이를 접했던 사회 분위기 등 건축물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낸다. 저자가 꼽은 건축물 중 하나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다. “파리의 심장에 이집트 피라미드를 심었다”고 평가받는 이 건축물은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밍 페이(1917∼2019)의 작품이다. 당시 “파리의 상징물로 부적합하다”는 대중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완공의 일등공신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1916∼1996)이었다. 1980년대 건축계의 난해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류에 굴하지 않고 이 파격적인 건축안을 승인한 것. 결국 오늘날, 이 유리 피라미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건축물이 됐다. 독일 국회의사당 역시 특별한 배경을 가졌다. 독일이 통일 이후 국회의사당을 리모델링하는 공모전을 열었는데,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안이 채택됐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속한 연합국에 패했다. 그래서 이는 한국 국회를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짓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독일은 공모전 결과를 받아들였다. 국회의사당의 돔은 전망대이자 사람들이 아래층에 있는 국회 회의장을 내려다볼 수 있게 고안됐다. 시민이 국회를 감시한다는 민주주의적 태도가 녹아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가족 모두 잠자리에 들고 홀로 방 안에 누운 밤. 희미한 불빛 사이 방 저편 깜깜한 문틈 사이에 눈길이 멈춘다. 벽장 속 무언가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 애써 외면해 보지만 눈을 감았다 뜨면 정체 모를 그것이 얼굴 앞에 다가와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한 채 이불 속에 숨어 밤이 깊어진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어둠에 대한 공포를 바탕으로 한 영화 ‘부기맨’이 6일 개봉한다. 공포 스릴러물의 대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공상과학(SF) 공포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제작자인 숀 레비와 댄 코언이 제작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장르물 팬들의 기대작으로 꼽힌다. ‘부기맨’은 벽장이나 침대 밑에서 등장하는 괴물로, 특정한 모습이 없이 아이들의 공포를 통해 형상화되는 존재다. 영화는 엄마가 갑자기 죽은 후 슬픔에 빠진 세이디(소피 대처) 가족에게 잔뜩 겁에 질린 남자가 찾아오며 시작된다. 세이디의 아빠인 심리 치료사 윌(크리스 메시나)에게 남자는 자신의 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벽장 속 존재에 대해 털어놓는다. 하지만 윌은 이를 믿지 않고, 남자는 윌의 집 벽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남자가 다녀간 뒤 세이디의 동생 소여(비비언 라이라 블레어)는 벽장 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세이디는 이를 믿지 않지만 그 존재는 가족에게 서서히 다가온다. 롭 새비지 감독은 영국 PA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븐 킹이 영화를 보고 정말 무서웠고 재밌었다고 말했다”며 “킹을 무서워하게 만든 영화를 내놨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한국인이 얌전한 것 같은데 작품을 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표출되고, 그걸 다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에 (픽사 직원들이) 놀라워 해요.” 14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 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애니메이터 이채연 씨(34·사진)는 31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 씨는 디즈니·픽사의 첫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과 함께 영화 홍보차 한국을 찾았다. 픽사 내에서는 20명 정도 되는 한국계 직원에게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 씨는 한국인 애니메이터의 경쟁력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많이 본 (트렌디한) 한국 드라마와 유행을 빠르게 습득하는 문화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게임회사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캐나다에서 유학했다. 2021년 픽사에 입사해 ‘버즈 라이트이어’(2022년)에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픽사는 누구나 꿈꾸는 회사죠. 유학 갈 때 친구들이 농담으로 ‘픽사에 입사하라’고 했는데 정말 이뤄졌어요.” ‘엘리멘탈’은 불 물 흙 공기 등 4원소가 서로 섞이지 않고 배척하는 ‘엘리멘탈 시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다른 원소들과 특히 잘 융화되지 못하는 불의 모습에는 이민 2세대인 손 감독의 경험이 녹아 있다. 이 씨에게도 ‘엘리멘탈’은 특별한 작품이다. 제작 중 손 감독이 구심점이 돼 이민자, 특히 한국계 직원들끼리 공감대를 쌓았다고 한다. “손 감독은 친구처럼 편했어요. (이민 1세대인) 부모님과의 이야기를 들려줘 애니메이터들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죠. 한국인들끼리 자장면을 먹으며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개인적으로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습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영화를 만드는 동안 미국 이민자 출신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르쳐준 많은 것들은 대부분 그분들이 한국에서 자랄 때 배운 것들입니다. 그 가르침을 영화에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들고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디즈니·픽사의 첫 한국계 감독 피터 손(46)이 말했다. 손 감독이 자신의 첫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2016년) 이후 두 번째로 한국 관객과 만나는 작품인 ‘엘리멘탈’은 물, 불, 흙, 나무라는 4원소가 서로 섞이지 않고 배척하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민자 2세대인 손 감독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한국인인 이채연 애니메이터도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는 27일(현지 시간) 끝난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돼 5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지는 등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다음 달 14일 개봉한다.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감독은 ‘엘리멘탈’과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했다. “제가 자란 미국 뉴욕의 한 동네에는 한국인도 있었고 인도, 멕시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커뮤니티는 서로 잘 섞여들었지만 어떤 곳은 그렇지 않았어요. 외국인 혐오나 차별을 겪기도 했는데 어떻게 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를 작품에 담으려 했습니다.” ‘엘리멘탈’에서는 다혈질이지만 열정 넘치는 불 앰버와 유쾌하고 감성적인 물 웨이드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앰버의 부모님은 오래전 불들만 모여 살던 파이어랜드를 떠나 엘리멘트 시티에 도착한다. 하지만 모든 걸 불태워 버리는 불의 특성 때문에 다른 원소들에게 배척당하고, 불들만 모여 있는 파이어타운에 둥지를 틀게 된다. 앰버는 어렸을 때부터 고생한 아버지의 식료품 가게를 물려받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여기며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어느 날 파이프를 타고 떠내려 온 웨이드를 비롯해 다른 원소들과 만나며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다른 배경과 성질을 가진 존재들이 용기를 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재치 있게 그렸다. 웨이드가 앰버의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맵고 뜨거운 음식을 삼키거나, 앰버가 웨이드의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깨진 유리 조각을 뜨거운 열로 이어 붙이는 능력을 보여주자 모두가 감탄하는 등 다른 문화가 섞이는 순간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앰버와 웨이드가 서로에게 다가가려 할 때 웨이드는 증발해 버릴까 봐, 앰버는 불이 꺼져 버릴까 봐 두려워하지만, 마침내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영화 곳곳에는 손 감독이 밝힌 것처럼 그의 삶이 녹아 있다. 손 감독의 부모님은 1960년대 말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현지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 손 감독은 “제가 첫째라 가게를 물려받게 돼 있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것으로 (부모님과) 많이 싸웠다. 어머니가 그림을 찢어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파이어타운은 아시아 문화를 지닌 곳으로 묘사된다. 특히 멀리 떠나는 자식이 부모님에게 큰절을 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손 감독은 “영어를 못 해도 손님들이 필요한 걸 다 알고 공감해준 아버지의 모습을 캐릭터에 녹이려 했다”며 “자라면서 느낀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한국 관객과 이 작품을 나눌 수 있어 정말 영광”이라고 덧붙였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제3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가 다음 달 1∼6일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와 열린송현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자유와 정의’가 꽃말인 락스퍼(라크스퍼·참제비꽃)에서 이름을 따와 2021년 시작된 영화제는 올해 ‘자유를 품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6·25전쟁 정전 70주년 및 원자력 관련 특별기획전도 마련했다. 개막작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뉴클리어 나우’, 폐막작은 잔 울카이 감독의 ‘아일라’다. 영화 ‘빨간 마후라’, ‘연평해전’, ‘가버나움’을 비롯해 국군 포로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잊혀진 영웅들’도 상영한다. 2∼5일에는 ‘맘마미아’, ‘쿵푸팬더’, ‘맘마미아2’를 무료로 야외 상영한다. 지난해에 이어 이장호 감독이 올해도 집행위원장을 맡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영화 마지막에 장대한 전투신이 있어요. 인간 주인공 노아가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기존 시리즈엔 없던 장면이라 관객들이 좋아할 겁니다.”(스티븐 케이플 주니어 감독) 화려한 비주얼로 관객을 압도하는 ‘로봇 군단’이 돌아왔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7번째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이 미국보다 사흘 앞선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이번 작품에는 고릴라, 치타 등 동물 모습을 본뜬 로봇 군단 ‘맥시멀’이 등장해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출을 맡은 할리우드 신예 케이플 감독은 2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 감독 등 쟁쟁한 할리우드 제작진이 참여했던 전작들을 의식한 듯했다. 그는 특히 맥시멀 구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동물 자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반영하려고 했어요. 자연스러운 동물 상태에 있을 때와 로봇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DNA,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팬들이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사랑했던 모든 것을 실사로 만드는 데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모든 캐릭터에 목적과 이유가 있으니 보시면 정말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로봇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끄는 ‘오토봇’ 군단이 맥시멀 군단과 연합해 은하계를 위협하는 빌런 ‘테러콘’ 군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199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과 페루의 마추픽추가 배경이다. 2007년 시작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거대 변신로봇을 주인공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시각효과를 보여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1편이 740만 명, 2편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년)이 750만 명, ‘트랜스포머3’(2011년)가 77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하지만 4, 5편으로 갈수록 줄거리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관객 수가 줄었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케이플 감독을 영입하고 세계관을 재정비하며 절치부심했다. 제작자인 로렌초 디보나벤투라 프로듀서는 “케이플 감독이 우리의 세계관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노아 역의 배우 앤서니 라모스는 “트랜스포머의 오랜 팬이었는데 기회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엘레나 역의 도미니크 피시백은 “팬들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매일 가슴 벅차게 일했다”고 했다. 올해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양쯔충도 맥시멀 ‘에어레이저’ 역에 성우로 참여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성이 세 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는 깊은 변화의 새벽에 서 있습니다.” 27일(현지 시간) 열린 제76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성으로는 사상 세 번째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의 쥐스틴 트리에 감독(45·프랑스)이 말했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한 작가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고, 앞을 볼 수 없는 아들이 유일한 목격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앞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성 감독은 ‘피아노’(1993년)의 제인 캠피언과 ‘티탄’(2021년)의 쥘리아 뒤쿠르노뿐이다. 트리에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상업화로 프랑스 문화가 무너지고 있다”며 프랑스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날 시상식이 열린 칸 뤼미에르 극장 무대에 황금종려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제인 폰다는 트리에 감독이 호명되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손뼉을 쳤다. 심사위원대상은 ‘더 존 오프 인터레스트’의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영국)가, 감독상은 베트남 출신 프랑스인인 ‘더 포토푀’의 감독 쩐아인훙이 각각 수상했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계가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일본이 약진했다. ‘괴물’(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나리오를 쓴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상을, 독일 영화 ‘퍼펙트 데이즈’(빔 벤더스 감독)에 출연한 일본 배우 야쿠쇼 고지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일본 배우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2004년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송강호는 튀르키예 영화 ‘어바웃 드라이 그라시즈’의 배우 메르베 디즈다르에게 상패를 건넸다. 송 씨는 우리말로 “오늘 이 자리, 무대 위의 기쁨을 위해서 긴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견디지 않나 생각한다”며 축하했다. 송강호는 주연을 맡은 영화 ‘거미집’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여덟 번째로 칸을 찾았다. 한국 영화는 올해 ‘화란’ ‘잠’ ‘탈출: 사일런스’ ‘우리의 하루’ 등 장편 5편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경쟁부문 진출작은 없었다. 영화학교 학생들의 단편 영화에 시상하는 ‘라 시네프’ 부문에서 황혜인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 ‘홀’로 2등상을 받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언니는 죽기를 원했고, 나는 언니가 살기를 바랐다. 우리는 적이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골방에서 잘 써지지 않는 책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던 무명작가 욜리(앨리슨 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언니 엘프(세라 가던)가 또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 병원에 누워 있는 엘프는 욜리를 메마른 눈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실수가 아니었어. 안락사를 할 수 있게 스위스로 데려가 줄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자매의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이 다음 달 14일 개봉한다. 자매의 슬픔은 10년 전 아버지의 자살로부터 시작됐다. 욜리와 엘프의 아버지는 평소와 같던 어느 날 열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가족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특히 웃는 모습까지 아버지와 쏙 빼닮았던 언니 엘프에겐 더욱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성공한 피아니스트에 다정한 남편이 있는 남부럽지 않은 인생이지만, 엘프에겐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 그저 이 고통을 여기서 끝내고 싶을 뿐. 욜리는 그런 언니를 이해하고 싶지 않다. “아빠가 자살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살아남아서 내 언니 노릇을 해!”라며 악다구니를 쓰지만, 욜리는 엘프의 마음을 도무지 되돌릴 수 없다. 서로의 일상을 시시콜콜 이야기하며 공유하지만, 욜리는 언니의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고통이라는 영역에서 우리는 모두 타자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의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년)에서 만삭의 교사로 나왔던 배우 앨리슨 필이 욜리 역을 맡았다. 그는 언니를 보며 느끼는 슬픔과 괴로움을 실감 나게 연기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의 원작은 미리엄 테이브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All my puny sorrows’)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흑인 캐스팅 논란을 낳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년)의 실사판 영화가 북미(현지 시간 26일)보다 앞서 24일 국내 개봉한다. 34년 만에 실사로 돌아오는 ‘인어공주’는 주인공 에리얼 역에 흑인 가수이자 배우인 핼리 베일리가 발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쟁이 불붙었다. 논란을 딛고 실사 인어공주가 흥행할지 관심이 높다.● 레게 머리 한 흑인 인어공주탐스러운 빨간 머리카락에 백옥 같은 피부와 크고 파란 눈. 지금껏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인어공주 에리얼을 기대했다면 이번 에리얼은 조금 낯설지 모른다. 긴 머리카락은 레게 스타일로 땋았고, 피부와 눈동자가 짙은 갈색인 흑인 인어공주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베일리가 에리얼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30년 넘게 사랑받았던 에리얼의 이미지가 있는데 디즈니가 무리한 캐스팅으로 원작을 망쳤다는 불만과, ‘블랙워싱(blackwashing)’ 및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했다는 비판이 컸다. 블랙워싱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무조건 흑인을 캐스팅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말이다. 온라인에서는 #Not My Ariel(내 에리얼이 아니야)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에리얼에게 중요한 것은 목소리이지 외모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원작에서 에리얼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 조디 벤슨은 “에리얼에 대한 베일리의 해석은 정말 아름답다. 완벽한 캐스팅이다”라며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영화 개봉 전 유튜브에 먼저 공개된 OST ‘Part of the world’에는 “베일리의 노래 실력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영화에선 소녀같이 통통 튀면서도 힘 있는 베일리의 음색이 호기심 많고 강단 있는 에리얼 캐릭터와 잘 어우러진다. 연출을 맡은 롭 마셜 감독은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에 “에리얼을 찾기 위해 세계에서 수백 명을 만났는데 결국 가장 처음 오디션을 봤던 베일리를 능가했던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실사판에는 흑인뿐 아니라 아시안 인어도 등장해 인종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실감 나는 물속 인어공주 움직임 한편으로는 실사화된 바닷속 캐릭터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돼 인어공주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에리얼의 단짝 친구인 귀여운 꼬마 물고기 플라운더를 보고 일각에서는 “횟감 물고기 같다”는 혹평도 나왔다. 영화 자체는 인간 세상을 동경하던 에리얼이 조난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워킹)를 구해 주며 그와 사랑에 빠지고, 우르술라(멀리사 매카시)의 계략에 빠져 목소리를 잃을 뻔했다가 인간이 된다는 원작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재현했다. 바다 안으로 강한 빛이 들어오는 일부 장면은 세트장을 보는 것처럼 어색해 아쉽다. 하지만 물결에 따라 움직이는 머리카락, 인어 꼬리는 실감 나게 표현했다. 물속 움직임은 컴퓨터그래픽(CG) 작업 중에도 최고 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셜 감독은 “영화의 배경 절반 이상이 물속이기 때문에 촬영 설계 단계부터 매우 힘들었다”며 “구상과 작업에 5년 이상 걸렸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주제곡으로 유명한 ‘언더 더 시(Under the sea)’를 포함해 익숙한 곡들을 영화에서 듣는 재미도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