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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서울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길은 27일 밤부터 28일 새벽 사이 출발해야 비교적 정체가 덜할 것으로 예측된다. 귀성·귀경 차량이 몰리는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는 모두 면제된다. 국토교통부는 ‘추석 연휴 특별교통대책’을 9월 27일∼10월 3일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전국 1만46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연휴 통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총 이동 인원은 4022만 명이다. 하루 평균 이동 인원은 575만 명으로 작년(635만 명)보다 9.4% 줄었다. 연휴가 지난해(5일)보다 2일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동 수단으로 자가용을 고른 사람은 10명 중 9명꼴(92.0%)이었다. 귀성객은 추석 전날인 28일 오전 10∼11시경에, 귀경객은 추석 다음 날인 30일 오후 2∼3시경에 몰릴 것으로 조사됐다. 티맵모빌리티가 SK텔레콤과 함께 최근 5년간 명절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에서도 27일 오후 9시부터 28일 오전 6시 사이 귀성길 차량 정체가 비교적 덜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27일 오후 11시경부터 28일 오전 3∼4시 사이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분석됐다. 귀경길은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날짜와 관계 없이 고르게 혼잡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책 기간 중 고속도로 주요 휴게소·졸음쉼터 임시화장실은 기존 1만3789칸보다 794칸 늘어난 1만4583칸이 운영된다. 옥산, 천안호두 등 5개 휴게소에서는 이동형 전기차 충전시설 35기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속버스 운행 횟수는 3만6708회로 기존(2만8266회)보다 8442회(29.9%), 철도 운행 횟수는 총 5904회로 기존(5680회)보다 224회(3.9%) 증가한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다음 달 전국 아파트 3만3000여 채가 집들이 채비에 나선다. 25일 직방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3375채로 전월(2만4152채)보다 약 38%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 단지 및 연립주택 등은 제외한 수치다. 수도권 입주 물량은 1만9577채로 전월(9121채)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경기 성남시 신흥동 산성역자이푸르지오(4774채), 인천 부평구 청천동 e편한세상부평그랑힐스(5050채) 등 재개발 대단지가 입주를 앞둔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는 강동구 강일동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809채),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여의도(454채)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방 입주물량은 1만3798채로 전월(1만5031채)보다 약 8% 줄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6267채로 가장 많았고 충남(1643채), 부산(1313채), 대전(1116채) 등 순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매 가격 반등 조짐, 청약시장 회복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입주율 또한 오르고 있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1.5%로 전월(68.7%)보다 2.8%포인트 올랐다. 지방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69.5%로 집계됐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 수산양식 박람회인 ‘2023 Sea Farm Show’가 2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막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박람회는 이날부터 24일까지 ‘우리 바다 안심 먹거리’를 주제로 열린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기업 등이 총 123개 부스를 차리고 우리 양식수산물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여 이날 행사장 곳곳은 바다 내음으로 가득했다. ● ‘바다의 맛’으로 가득한 박람회이날 오전 11시경 박람회장 부스 곳곳에 우리 수산물 상차림이 펼쳐져 점심을 따로 먹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전복자조금관리위원회가 선보인 전복버터구이는 한입 씹자 입안에 버터 내음이 퍼져 전복 고유의 식감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복을 맛보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충남어촌특화지원센터는 ‘태안 간장게장 국시’와 ‘서천 게국지면’ 등 수산물로 만든 밀키트를 내놓았다. 특히 ‘중식은 굴소스, 한식은 꽃게소스’를 모토로 선보인 꽃게소스는 고소한 볶음밥과 조화를 이뤄 풍미를 더해 인기를 끌었다. 추석을 앞두고 수산물을 사는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저민 굴로 만든 소시지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춘 관람객도 많았다. 임소영 씨(67)는 “굴이 쫀득쫀득하고 맛있어 집에 사 갖고 가 요리해 먹을 생각”이라고 했다. 장어와 쥐포를 샀다는 한순원 씨(82)는 “여기서 구입하는 먹거리는 모두 맛이 보장된 ‘보증수표’ 같다”고 했다. 우럭찜이나 송어회는 물론이고 당진 찹쌀을 김과 미역, 다시마에 발라 만든 빠삭뽀삭부각(해나루), 가을이 제철인 홍가리비(경남 가리비수협), 바다 내음이 일품인 멍게주먹밥(멍게수하식수협), 미국 일본 등에 수출되는 제주광어어묵(제주수협) 등 바다 별미가 가득했다. 수협중앙회의 룰렛 행사에는 관람객들이 김밥김, 해삼양갱 등이 담긴 선물세트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이가은 씨(19)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100명이 시식할 수 있는 ‘셰프 요리쇼’도 눈길을 끌었다.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미슐랭에 소개된 중식당 ‘진진’의 황진선 셰프는 현장에서 전복과 가이란(중식에서 주로 쓰는 채소)을 기름에 데쳐 소스로 버무린 요리와 ‘깐풍우럭’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미래 양식업 이끌 품종 화제“오늘 판매하는 제품으로, 바다의 산삼으로 불리며 피로 해소와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박람회장 부스에서 ‘라방’(라이브커머스·실시간 소통 방송)에 나섰다. 인터넷 대화창에 ‘전복’이란 답변이 쉴 새 없이 떴다. 행사 기간 매일 오전 11시 반부터 1시간 동안 네이버 라이브를 통해 수산물을 살 수 있다. 23일에는 가자미식해와 해물새우강정이, 24일에는 우럭을 활용한 밀키트가 판매대에 오른다. 평소 보기 힘든 어종도 접할 수 있다. ‘다금바리 사촌’으로 불리는 ‘대왕범바리’가 수조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길이 약 50cm, 무게 4.5kg가량의 얼룩덜룩한 무늬의 물고기로 국립수산과학원이 대왕바리(자이언트 그루퍼)와 범바리(타이거 그루퍼)를 교배해 만든 양식 물고기다. 질병에 강한 데다 고수온에 유리해 기후 온난화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어종이다. 바다에서 자라지만 민물이 유입돼도 잘 살아남는 고상품성 암컷 ‘참조기’도 볼 수 있다. 두 품종 모두 맛이 일반 품종과 비슷해 양식에 적합하다. 방문객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도 우리 수산물이 안전한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부스에선 수산물 방사능 검사 절차부터 검사 현황, 원산지 표시제, 유통 이력제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의문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다. 수산양식물 배합 사료 원료를 만드는 엔토모 등 수산 스타트업도 참가했다. 조 장관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조업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어획 생산성과 수익 증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양식산업이 첨단 미래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개막식 축사에서 “양식 산업의 현대화, 첨단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튼튼하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추석 명절이 다가오는데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맛있는 우리 수산물을 즐겨 달라”고 했다. 박람회는 24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며 참가비는 없다. 매일 선착순 100명에게 5000원 할인권을 준다. 23일엔 양식수산물 요리대회 본선과 시상식이, 24일엔 퀴즈쇼와 바다 스마트폰 그립톡 만들기 행사가 각각 열린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국내 최대 규모 수산양식 박람회인 ‘2023 Sea Farm Show’가 22일 개막한다. 올해 8회째를 맞는 Sea Farm Show는 ‘우리 바다 안심 먹거리’라는 주제로 이날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서울 서초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동아일보와 채널A,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국내 양식산업 기술 혁신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우리 양식수산물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자리다. 특히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활용되는 수산양식 특산물을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하는 등 풍성한 행사가 마련된다. 이번 Sea Farm Show에는 9개 지방자치단체와 6개 공공기관, 45개 기업이 참여해 △정책·미래산업관 △지자체관 △판매관 △특별관(고향사랑관, 라이브커머스관)으로 나뉘어 총 123개 부스를 차린다. ● K전복-우럭, 미슐랭 셰프 손끝서 재탄생양식 수산물의 대표 주자인 전복을 중식 요리의 ‘감초’로 불리는 야채인 카이란과 함께 먹어보면 어떨까. 삶은 전복을 얇게 썰고 카이란과 함께 기름에 튀기듯 데친 후 파기름과 각종 소스를 활용해 버무리면 전복 고유의 식감을 배가시킬 수 있다. 조피볼락(우럭)은 포를 뜬 후 닭껍질에 말아넣어 전분과 함께 튀기면 별미인 ‘깐풍우럭’으로 변신한다. 이 모든 요리는 22일 낮 12시 반 미슐랭 1스타로 선정된 중식 레스토랑 ‘진진’의 황진선 셰프가 현장에서 직접 선보이게 된다. 23일 열리는 수산양식 박람회의 대표 프로그램인 ‘양식수산물 요리대회’에는 67개 팀 중 예선을 통과한 12개 팀이 한데 모여 각자의 솜씨를 뽐낸다. 대상팀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함께 상금 200만 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번 박람회장 곳곳에서 시식 행사가 열리는 만큼 수산양식물 애호가라면 부지런히 걸어다니며 수산양식물 풍미를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는 피조개 오일파스타와 우럭찜을, 사단법인 한국전복산업연합회는 전복 버터구이 등으로 허기진 관람객들의 배를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전복, 장어, 반건조 수산물 등 추석을 앞두고 여러 선물세트도 선보인다. 온라인으로 ‘라이브 커머스’도 진행된다. 전복, 가자미식해, 해물새우 강정, 우럭 밀키트 등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박람회 기간 매일 오전 11시 반부터 1시간 동안 네이버 라이브를 통해 판매된다. 첫날 진행되는 라이브커머스에는 조승환 해수부 장관이 직접 눈꽃전복선물세트를 판매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안전관리 등 첨단 수산기술 한눈에올해 박람회에는 우리 수산물이 어떻게 안전하게 만들어지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도 들어선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가 직접 현장에 나와 수산물 안전관리 체계와 생산단계, 수산물 안전성 조사(방사능 검사) 절차 및 현황을 설명한다. 국내 해양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 해양수산기술의 현황과 미래도 엿볼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부스에서는 수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어종인 대왕범바리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담수가 유입되더라도 잘 살아남는 ‘참조기’를 빠르게 길러낼 수 있는 양식 기술도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이 마련한 부스에서는 경남지역 특화 상품인 꼬막장, 굴젓갈 등은 물론 인천의 연평도 꽃게 육수팩, 충남 게살핫바, 제주 성게미역국 등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남도 부스에서 이벤트에 참여하면 지역 특산물인 미역을 선물로 받을 수도 있다.● 퀴즈쇼에 경품까지… 다채로운 행사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22일에는 퀴즈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사람에게 양식수산물을 경품으로 증정하는 퀴즈대회를 진행한다. 24일에는 합성수지(레진)를 활용해 바다 모습을 담은 ‘나만의 그립톡’을 직접 만드는 체험형 클래스도 열린다. 일일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상품당 최대 5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권도 증정한다. 이 외에도 △구매 영수증 이벤트 △SNS 인증샷 이벤트 △도장 모으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주요 일정과 박람회 관련 정보는 홈페이지(www.seafarmshow.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다음 달 서울 마곡에서 전용면적 59㎡ 공공주택이 3억 원대에 분양된다. 국토교통부는 22일부터 마곡10-2, 하남교산, 구리갈매역세권 등 7개 지역에서 3295채 규모의 공공주택 ‘뉴:홈’ 3차 사전청약을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시세보다 30% 낮은 가격인 ‘나눔형’ 공공분양주택인 마곡10-2(260채)는 전용 59㎡의 추정 분양가가 3억1119만 원으로 매겨졌다.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입주 시 월 70만 원가량의 토지 임차료를 내야 한다. ‘나눔형’인 하남교산(452채)과 안산장상(440채)의 전용 59㎡ 추정 분양가는 각각 4억5639만 원, 2억9303만 원이다. 시세의 80% 수준인 ‘일반형’ 물량이 있는 구리갈매(230채)는 전용 59㎡의 추정 분양가가 4억5642만 원이다. ‘일반형’인 남양주진접2(381채), 인천계양(614채)의 경우 같은 평형의 추정 분양가가 각각 3억4975만 원, 5억2770만 원이다. 6년간 우선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형’ 물량도 처음 공급된다. 총 918채가 공급되며 추정 보증금은 전용 59㎡ 기준으로 군포대야미(346채)가 7952만 원, 남양주진접2(287채)와 구리갈매(285채)가 각각 6931만 원, 9132만 원이다. 분양 전환 가격은 입주 시 감정가와 분양 시 감정가의 평균으로 매겨진다. 7개 지역 모두 특별공급은 다음 달 16, 17일, 일반공급은 다음 달 18, 19일 신청을 접수한다. 당첨자 발표일이 다른 사전청약에는 중복 신청할 수 있지만 둘 다 당첨됐을 경우 앞서 발표된 당첨만 인정된다. 자세한 정보는 뉴:홈 홈페이지나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하면 된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울에서 3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목적의 매매가 많은 재건축 아파트 특성상 최근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부동산R114가 서울에 있는 아파트 약 116만 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단지 중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의 8월 매매가격은 전달(0.12%)보다 0.03% 올랐다. 올해 6월(0.02%) 14개월 만에 상승으로 돌아선 후 3개월 연속 오른 것. 8월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달(―0.01%) 대비 보합(0%) 수준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는 실거주보다는 투자성 자산으로 분류된다”며 “주택 공급 대책에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이 추가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이젠 정치권이 수산물 안전을 정치적 논란에서 분리해야 합니다. 수산물 안전과 ‘오염 처리수’ 방류 찬반은 별개 문제입니다. 1만5000원 하던 소금이 7만 원 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민들 생명이 달려 있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69)은 목소리가 걸걸했다. 올해 3월 취임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사람들을 만나 하도 말을 많이 해 목소리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로 어민들을 만나고 현장 목소리 청취, 수산물 안전 홍보 등을 하느라 일주일에 나흘 이상은 전국 현장을 돌아다닌다는 그는 “한국처럼 방사능 검사를 많이 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어민들은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데 100% 자신이 있다”고 인터뷰 내내 목소리를 높였다. 노 회장은 “전국 220여 곳의 위·공판장에서 매일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고, 유통 단계에서도 빠짐 없이 검사를 하고 있다”며 “미세먼지처럼 실시간으로 보여 줄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8월부터 노량진, 가락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게 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노량진시장을 찾는 등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나서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추석 이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수협중앙회는 18일 현재까지 SK그룹, 포스코 등 8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5억5400만 t 규모 단체 급식용 수산물을 납품하기로 하는 등 수산물 소비 촉진에 힘쓰고 있다. 또 45개 기관에서 13억1100만 원어치 추석 선물세트 주문도 받았다. 23, 24일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추석맞이 ‘수산대축제’를 열고 최대 50%까지 수산물을 할인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수산물 소비 감소에 대비해 산지 수매 확대(1000억 원), 조합 자금 지원(1000억 원), 소비 진작(100억 원) 등 2100억 원 규모 예산까지 편성해둔 상태다. 노 회장은 “처리수 문제가 아니더라도 기후변화로 어획량이 줄고 고령화로 외국인 인력이 80%가 넘는 등 어촌의 어려움이 크다”며 “농가는 땅이라도 남는데, 어가는 나이가 들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유통 혁신’을 통해 어업인 소득이 안정적으로 창출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피조개 양식 어민 출신으로 경남 진해수협 조합장을 두 차례 지낸 그는 “수산물 가공 공장을 운영하며 밀키트로 소포장 수산물을 팔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고 했다. 노 회장은 “가락시장, 노량진시장, 강서공판장을 연계해 소포장 회를 구매할 수 있는 무인 활어센터를 편의점처럼 서울 곳곳에 만드는 사업을 내년 중 추진하려 한다”며 “수협이 직영하는 ‘로컬매장’도 올해 22곳을 추가로 열어 도심 어느 곳에서든 10∼30분 내에 신선한 수산물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각 지역의 위·공판장이 대부분 경치 좋은 바닷가에 있는데, 여기에 카페나 포장마차를 열어 젊은 사람들이 어촌을 찾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노 회장은 10월 중으로 지방 수협 조합이 서울 소재 수협은행에 복합점포 9곳의 문을 열고 대출 상담을 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는 “지방의 열악한 조합이 수도권에서 여신 상담을 하며 발생하는 수익을 지방으로 가져갈 수 있는 일종의 상생 사업”이라며 “어촌 어르신들이 그래도 노후에 조금이라도 여윳돈을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수협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근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노량진 수산시장 잔여부지 개발에 대해서는 “공항 이용도 편리하고, 철도 요충지인 만큼 국제수산지구로 개발해 수산물 수출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내년 중 구체적인 개발 계획 수립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관련해서는 “수협은행의 수익은 안정적이지만 일부 일선 수협 중에 실적이 줄어든 곳이 있다”며 “내실과 안정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업 종사자가 전국에 100만 명인데, 이분들의 가족까지 생각하면 300만, 400만 명이 수산물 소비에 관련돼 있는 겁니다. 우리 수산물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입증된 만큼 수산물을 정치 영역에서 다루는 일을 멈추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이달 15일 아직 컴컴한 오전 3시경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 이날 인근 바다에서 잡은 수산물을 어종과 크기에 맞게 분류하는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 소속 직원과 함께 고등어와 갈치, 삼치 등 3개 어종을 무작위로 약 6마리씩 봉투에 담았다. 3시간 뒤인 오전 6시 경매가 열리기 전에 이들 수산물에 방사성 물질이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이 3시간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영향을 받았는지 가려낼 ‘골든타임’이다. 이날 채취한 시료는 바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부산지원으로 옮겨 1kg 무게의 반죽 형태로 만든 뒤 1800초(30분) 동안 방사성 물질이 있는지 검사한다. 오전 4시 45분경 나온 검사 결과는 모두 ‘불검출’. 공동어시장에 들어온 수산물은 정상 유통됐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약 50년간 선별 작업을 해온 김헌태 씨(72)는 “각각 다른 해역에서 잡은 어종을 검사하는데, 직전 일주일 처리 물량과 조업 해역 등을 고려해 선정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해수부는 전국 위판장에서 실시하는 정밀 검사와는 별개로 지난달 말부터 이 같은 유통 전(前) 긴급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전체 위판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43개 위판장이 대상이다. 해수부 측은 “1100여 건 시행했는데, 전부 방사성 물질이 불검출됐다”며 “만약 검출되면 판매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전날인 14일 오전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옛 국제여객부두) 남서쪽 약 20km 지점 바다. 1679t 규모의 조사선 ‘탐구 23호’가 수심 1.5m 깊이의 바닷물을 길어 올렸다. 이렇게 채취한 표층수 약 10L는 부산 영도구 해양환경공단 해양환경조사연구원으로 옮겨와 분석한다. 해수부는 8월부터 한 달에 3회, 75개 정점에서 세슘-134·137과 삼중수소를 긴급 조사하고 있다. 2015년부터 92개 정점을 정기 조사하던 것에서 추가됐다. 정기 조사의 경우 세슘은 약 5일 후에, 삼중수소는 약 한 달 후에 조사 결과가 나오지만 긴급 조사는 2일 안에 결과가 나온다. 기준치 역시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기준보다 100배 강화됐다. 올해 6월부터는 매달 일본 인근 북서태평양 공해상에서도 방사능 수치를 조사하고 있다. 한기준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은 “8월 말부터 실시한 긴급 조사 검출치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며 “방사성 물질은 자연이나 우리 몸에 미량으로 존재하는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해수부는 방사능 조사 결과를 해수부 홈페이지(mof.go.kr)와 해양환경정보포털(meis.go.kr) 등에서 공개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 방사능 검사를 8만 건 이상 했지만 부적합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부산=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울산시에서 건축 인허가와 감리 검토 등을 맡는 ‘지역건축안전센터’. 건물 설계가 제대로 됐고 시공이 설계 도면대로 됐는지 따져보는 전문인력인 구조기술사는 8개월째 공석이다. 올 초 어렵사리 채용한 구조기술사가 정식 발령 직전 입사를 돌연 취소했다. 민간 회사에 가겠다는 이유였다. 연봉을 두 배 준다고 하니 무작정 붙잡을 수도 없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민간 연봉이 1억 원이 넘는데 센터 연봉은 5500만 원 정도”라며 “전문인력 채용이 법적 의무지만, 연봉을 절반이나 깎아가며 센터에 들어오려는 전문 인력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했다. 부실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2곳 중 1곳꼴로 센터를 설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를 설치한 지자체도 상당수가 전문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현 인력의 이직 의사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로 민간 감리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며 공공의 건설 현장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할 조직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에 시달리며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2014년 2월 사망자 10명 등 사상자 204명이 나온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핵심 대책이지만, 10년 가까이 되도록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해 1월 의무화…지자체 140곳 중 79곳만 설치 13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지역건축안전센터 의무 설치 지자체는 총 140곳이지만 이 중 설치를 완료한 곳은 79곳으로 전체의 56.4%에 그쳤다. 특히 마우나오션 리조트가 위치해 도입 계기가 됐던 지자체인 경주시조차 센터가 없다.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2014년 마우나오션 리조트 건물 붕괴 원인으로 부실 공사가 지목되면서 건축물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가 부실 공사를 감시·감독하기 위해 생겼다. 지난해 1월부터는 △광역시도 △인구 50만 명 이상 △건축허가 면적 또는 노후 건축물 비율이 상위 30% 이내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지자체는 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됐다. 우선 센터는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고급기술인 포함)를 각각 1명 이상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채용을 모두 완료한 지자체는 의무 설치 대상 지자체의 4분의 1 수준인 33곳(23.6%)에 그쳤다. 윤혁경 ANU디자인사무소 대표(건축사)는 “건축 분야가 점점 전문화되고 있어 센터 소속 일반 공무원이 건축사나 구조기술사 역할을 대신하긴 어렵다”고 했다. 센터가 설치돼도 전문인력이 없는 경우 유명무실하다는 의미다. 지방일수록 채용난이 심하다. 광주 광산구, 경북 포항·성주시 등에서는 3번이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결국 전문인력을 못 뽑고 있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문인력 1명을 채용하려고 채용 공고를 7번이나 내야 했다”며 “서울도 이렇게 사람 뽑기 힘든데 지방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예산 부족·인력난에 겉돌아…공공 감리 구멍 인력난 원인으로는 예산 부족이 꼽힌다. 경력 있는 건축구조기술사의 경우 민간업체에서 받는 연봉이 1억5000만 원 안팎이다. 이들의 연봉이 지자체장 연봉보다 많은 경우도 많아 공공이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채용에 성공한 지자체도 대부분 시간제 공무원으로 이들을 고용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센터 소속 건축사는 주 15시간 근무로 오전에만 일하고, 구조기술사는 근로시간이 주 24시간이라 한 주에 3일만 일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문인력 채용이 쉽지 않아 건축 관련 협회로부터 필요시 조언 받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채용된 센터 소속 전문인력은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력 부족으로 업무량이 과도한 데다 설치한 지 얼마 안 돼 업무도 불명확하다는 것. 국토부 산하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AURI)이 4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0곳 중 7곳꼴로 전문인력이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 기간도 약 1년에 그쳤다.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각 지자체에서 편성한 센터 운영 예산 총액은 353억4100만 원으로 전년(359억2700만 원)보다 1.6% 줄었다. 서울시의 경우 50억5600만 원으로 전년(101억2400만 원) 대비 반 토막 났다. 센터 운영 재원은 대부분 각 지자체가 불법 건축물 소유주에게 걷는 이행강제금에서 온다. 이행강제금이 부족한 지자체는 센터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비 지원은 센터 설치 때 지급하는 2000만 원이 전부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6월 발간한 ‘건축 규제 합리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전문인력 수급 현황, 채용 방식 및 필요 예산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도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10월 중 철근 누락 사태 등과 관련한 ‘건설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는 부실 공사 대책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안전은 비용에 따라 판가름 나는 만큼 필요 예산을 충분히 마련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최창식 대한건축학회장은 “안전 대책은 아무리 많이 쏟아져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정부가 대책을 만든 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들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전세사기 우려와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전세시장과 달리 아파트 전세시장은 전셋값 오름세가 나타나며 역전세난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 같은 전세시장이어도 아파트와 빌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14%)보다 0.17% 상승했다. 5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17주 연속 오름세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역시 6월 넷째 주(0.02%)부터 상승 전환했고, 9월 첫째 주에는 전주 대비 0.18% 올랐다. 이처럼 빌라와 아파트 전세시장이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것은 빌라와 달리 아파트 매매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데다 아파트 시세가 빌라에 비해 명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세계약에 문제가 생기면 집을 판 돈으로 보증금을 보전받아야 하는데 빌라에 비해 아파트는 이 과정이 수월할 거라고 세입자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전셋값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일각에서 전세난 우려까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대규모 신축 단지 입주가 이어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올해 10∼12월 경기는 약 3만3000채, 인천은 1만5000채 등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고 서울 강남권에서도 래미안 원베일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대단지 입주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경남에 있는 전기전자부품 제조업체. 주 52시간제 도입 후 인력이 부족해 매년 7억 원을 들여 자동화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손이 달려서 여전히 납품기한(납기) 맞추기에 허덕이고 있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부품은 2∼7월에 수요가 몰리는데 주 52시간제로 직원들의 초과 근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73)는 “종업원 10명 중 2명은 초과 근무를 해서 수당을 더 받고 싶어 하지만 제도에 가로막혀 못 하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며 “업체는 납기를 맞추지 못해 힘들고 종업원들은 초과 근무를 원하지만 못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주일 내 총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시간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 개편 없이는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킬러 규제’로 꼽히지만 올해 3월 최대 주 69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개편안이 무산된 후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특정 시기에 일감이 몰리거나 기한을 맞춰야 하는 업종의 경우 해당 제도를 지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서 상가건물 증축·인테리어를 맡고 있는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노무대장에 기입하지 않고 52시간 초과 근무를 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추가 공사를 하거나 발주처의 요구사항이 바뀌는 경우 일이 갑자기 생기기도 하는 데다 형틀, 목공, 철근 작업은 10명 넘게 팀으로 움직일 때가 많아 일을 몰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회사 대표는 “공사기한을 못 맞춰 지연배상금을 물어주는 것보다 수당을 챙겨주고 52시간 넘게 일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주 52시간제라고 거래처에서 사정을 봐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 단위로 관리하는 경직된 근로 제도를 월, 분기 단위로 확대하고 근로자·사용자가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 52시간제 개편이 어려운 이유는 불필요한 초과 근무가 늘어날 거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기술적 인프라를 마련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지난달 25일 찾은 경기 남양주시의 한 폐지 전문 재활용업체. 직원 20명 규모로 폐지를 수거하고 압축해서 재생용지나 화장지 등을 만든다. 폐지를 수거할 때 약 10m 길이의 ‘기계팔’을 매단 5t짜리 집게차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1종 보통 운전면허만 있으면 별도 자격증 없이도 혼자 운전도 하고 조작도 할 수 있다. 단, 이는 내국인에 한해서다. 이 회사 대표 A 씨(65)는 집게차 운전기사를 찾지 못해 6개월째 한 대당 2억 원에 이르는 집게차를 놀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재활용업체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어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집게차가 특수차로 분류돼 집게차의 집게를 조작할 수는 있지만 도로뿐만 아니라 작업장 내에서의 운전도 아예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 신문에 월급 400만 원을 내걸고 구인 공고를 내봤지만 선뜻 나서는 내국인이 없었다. 결국 그는 외부 영업을 대폭 줄이고 집게차를 직접 몰기로 했다. A 씨는 “보통 집게차 작업은 기사 1명만 하는데 규정대로라면 내국인을 더 뽑아야 해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효과가 사실상 없어진다”며 “폐기물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젊은층은 아예 오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최근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각종 ‘틈새 규제’가 여전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업종별, 업무별로 세세하게 고용 여부를 규제하거나, 외국인 고용을 위한 행정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려 외국인 고용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종별, 업체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각종 인력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외국인 고용, 건강 확인에만 한달반… 현장 투입 급한데 발 동동 [킬러규제에 무너지는 중기 생태계]〈5〉 ‘틈새 규제’에 묶인 외국인 근로자외국인등록증 받아야 건강검진… 시간 너무 걸려 되레 골치만 썩어까다로운 장기체류 절차도 걸림돌… “현장 맞춤형 규제 완화 병행해야”경기도에 있는 김치류 제조업체는 올해 외국인 인력을 새로 뽑지 않았다. 지난해 외국인을 뽑으려다가 ‘외국인등록증’ 때문에 겪은 행정적인 불편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서였다. 외국인을 투입하려면 장티푸스 같은 병이 없는지 확인하는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아야만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등록증 발급까지 한 달 반(약 6주)가량 걸린다는 것. 입국 때 건강에 이상 없어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없어 골치만 썩었다고 했다. 이 업체 대표 B 씨(69)는 “건강진단을 안 받고 근로자를 현장에 투입하는 건 있을 수 없지만 절차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더라도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록증 받는 데 6주…‘틈새 규제’가 발목외국인 고용 규제는 엔데믹 등을 계기로 완화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외국인 고용이 여전히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고용노동부는 내년에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규모를 12만 명으로 늘리고 숙련 근로자는 최장 10년가량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외국인 고용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재활용업체 등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및 원료 재생업’도 올해 1월부터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폐기물을 차에서 내리거나 분류하는 업무 정도만 할 수 있다. 정부는 내국인 근로자 보호를 위해 외국인이 운송업에 진입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집게차 같은 특수차는 외국인이 운전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은 상태다. 외국인은 적재나 하역 분류 작업만 할 수 있어서 면허가 있어도 운전은 못 한다. 먼 거리를 운전해서 가는 것은 물론이고 업체 인근을 오가며 폐기물을 실어 나르는 것도 원천적으로 할 수 없다. 경기도에서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C 씨(72)는 “워낙에 내국인을 뽑기 어렵다 보니 외국인의 집게차 운전이 허용된다면 별도의 교육비를 들여서라도 채용할 의사가 있다”며 “외국인이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일이 우려된다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고려해 업종이나 차종, 지역 등에 제한을 두고 규제를 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인력난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을 고용한 뒤에도 인력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다. 충남의 한 콘크리트 제품 제조업체 대표는 “성실하게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회통합 시스템 교육을 이수해 장기 체류하고 싶어 하는데, 교육 받을 강의 자체가 적고 이수 요건이 까다로워 일하면서 교육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선박용 구성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원하는 만큼 근무할 수 있도록 영주권을 주고 가족도 데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만 해도 가족을 데려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고용주) 측에 문제가 있거나 근무처 변경이 불가피할 때 5차례까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가 오히려 장기 근무를 통해 숙련 근로자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외국인 근로자(E-9 비자)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받은 기업 중 약 34.7%가 입사 3개월 이내에 계약 해지를 요구받았다고 답변했다. 직무 숙련도를 높여 놨는데 외국인이 중도 퇴사하면서 적응 교육을 시킨 게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충북에 있는 한 합성수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D 씨는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건 알지만 단순히 수도권으로 가서 일하고 싶다거나, 주변에 같은 국적 근로자가 많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며 “입국 후 일정 기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식으로 제한을 둘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특별 쿼터 허용 확대해 인력난 풀어야올해부터 202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조선업에 적용되는 전용 고용허가제(E-9 비자)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조선업 사업장은 전체 제조업 쿼터 내에서 E-9 인력을 배정받았지만 앞으로는 매년 5000명 규모를 별도로 채용하게 된다. 인력 모집 단계부터 조선업 관련 직업 능력 등을 고려해 선발할 수 있게 돼 효율성이 높아진 셈. E-9 비자가 비전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숙련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자인 E-7 비자에 대한 규제도 함께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를 하며 숙련 근로자가 되는 경우 E-7 비자로 전환해 계속 고용하고 싶어도 전환 쿼터가 부족하다는 것. 경기에 있는 한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E-9 비자는 100인 이상 사업자이고 기피 업종으로 분류될 때 가산점을 받아 고용허가제 쿼터가 배정되는데, E-7 전환 쿼터는 이런 특례가 없다”며 “전환하려 해도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고 출입국관리사무소나 담당자마다 기준이 다른 경우도 많다”고 호소했다. 영세 사업장이 오히려 신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사업장 규모가 작으면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뽑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행정 절차가 복잡한 근본적인 이유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외국인 고용 규제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어 이 같은 ‘부처 간 칸막이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두 부처가 함께 산재돼 있는 외국인 관련 현안을 묶어 종합대책을 마련해 준다면 좀 더 예측 가능하고 종합적인 외국인 인력 관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최근 E-9 비자 근로자 수를 늘리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지만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불필요한 규제를 푸는 맞춤형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양주=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요즘은 이사할 집을 구할 때 먼저 챙겨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체크 리스트’를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햇빛이 잘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남향인지, 주변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채광만큼은 현장을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채광과 관련해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가 더 좋다는 ‘속설’이 있는 것 아시나요? 이번 부동산 빨간펜 주제는 ‘채광’입니다. Q. 정말로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볕이 잘 드나요? “마침 최근에 이 속설을 확인해볼 수 있는 측정 결과를 내놓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GS건설의 1호 사내벤처였다가 지난해 3월 분사한 스타트업 인디드랩이죠. 1980년 이후 지어진 서울 아파트 약 160만 채에 대해 1년, 즉 8760시간 동안 해의 위치와 인근 지형, 건축물 등을 바탕으로 일조시간을 측정한 결과를 최근 내놓은 것인데요. 그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7년까지는 하루 평균 일조 시간이 대체로 6시간 30분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하루 일조시간이 6시간을 넘는 연도는 없었습니다. 올해 12월까지 입주를 앞둔 21개 단지, 2만624채의 하루 평균 일조시간은 5시간 16분으로 1980년 이후로 가장 낮았죠. 35층 이상인 고층 아파트가 대거 입주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일조 시간이 가장 긴 아파트는 2009년 지어진 273채 규모 서울 중구 남산센트럴자이와 2004년 준공된 2104채 규모 관악구 관악푸르지오아파트였습니다. 가장 볕이 오래 드는 곳은 하루 평균 9시간 59분 동안 들어온다고 하네요. 아파트 2채 중 1채(47.5%)는 일조시간이 하루 6시간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입니다. 아파트 남쪽이 저층 건물이 있는 구시가지인 점, 인근 지역과 높이 차가 20m가량으로 큰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Q. 왜 예전 아파트가 일조시간이 더 긴 건가요? “아파트 배치계획이 그동안 바뀌어왔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초기 아파트는 방과 거실이 옆으로 나란히 있는 판상형 모양입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 단지가 ‘一’자 모양이죠. 이렇게 지으면 같은 규모로 아파트를 지을 때 다른 모양보다 남향인 집을 더 많이 배치할 수 있게 됩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1971년),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1978년) 등이 대표적입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주상복합이 등장하며 탑상형(타워형)의 시대가 펼쳐집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2002년)를 기점으로 목동 현대하이페리온(2003년), 대치동 동부센트레빌(2005년)에서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2011년), 최고 56층인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2015년)로 이어집니다. 건물 외관이 세련되고 전체 대지 면적에서 건물 면적을 늘리기 최적화된 구조이지만 남향뿐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도 아파트를 지어야 해 판상형보다는 일조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판상형과 타워형을 절충한 ‘L’자 모양 주동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부메랑 또는 갈매기 모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남향, 조망,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건축물 간 간격, 지하 주차장 등 복잡하게 얽힌 변수를 풀어내는 해법이라 할 수 있죠. 그만큼 햇빛이 잘 드는 집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죠.” Q. 아파트 중에도 일조권 문제를 겪는 곳이 있다는데 맞나요? “그렇습니다. 일조권은 주거 환경에 직결되는 만큼 한국에서는 건축법 시행령에 건축물을 지을 때 지켜야 하는 일조 관련 조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조권 침해로 인한 갈등을 미리 방지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조항은 땅의 용도가 준공업 또는 상업지역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신축 건물이 들어설 때 새로 짓는 건물의 높이나 채광창, 건물 간 거리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주거지역’인 경우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비주거지역에서 일조권과 조망권 훼손으로 갈등이 벌어지는 일이 잦습니다. 최근 한 시행사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상업지역에 있는 주유소 부지를 매입해 오피스텔을 지으려 했지만 바로 옆 주상복합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사업이 멈췄습니다. 준공업지역에 있는 한 아파트 옆에 있던 공장 부지가 지식산업센터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건축계획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공장이나 상가가 밀집한 지역에 들어선 ‘나 홀로 아파트’도 일조권 보호의 대상일까요? 이미 건물을 짓고 입주할 때부터 주변에 높은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다는 걸 감안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반면에 사실상 주거지역이니 그에 준해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겠죠. 최근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준공업지역 등 비주거지역을 활용하겠다는 정책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언제든 e메일()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요즘은 이사할 집을 구할 때 먼저 챙겨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체크 리스트’를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햇빛이 잘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남향인지, 주변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채광만큼은 현장을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채광과 관련해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가 더 좋다는 ‘속설’이 있는 것 아시나요? 이와 관련해 한 스타트업에서 1980년 이후 지어진 서울 아파트 약 160만 채의 일조 시간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이번 부동산 빨간펜 주제는 ‘채광’ 입니다. Q. 정말로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볕이 잘 드나요?“마침 최근에 이 속설을 확인해볼 수 있는 측정 결과를 내놓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GS건설의 1호 사내벤처였다 지난해 3월 분사한 스타트업 인디드랩이죠. 1년, 즉 8760시간 동안의 해의 위치와 인근 지형,건축물 등을 바탕으로 개별 세대의 일조시간을 측정한 결과를 최근 내놓은 것인데요.그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7년까지는 하루 평균 일조 시간이 대체로 6시간 30분 이상이었고 6시간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1983년에 지어진 아파트의 하루 일조 시간은 7시간 20분으로 연구 결과 중 가장 높았죠. 하지만 2005년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하루 일조시간이 6시간을 넘는 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올해 12월까지 입주를 앞둔 21개 단지, 2만624채의 경우 하루 평균 일조시간은 5시간 16분으로 1980년 이후로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35층 이상인 고층 아파트가 대거 입주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가장 볕이 오래 드는 곳은 하루 평균 9시간 59분동안 들어온다고 하네요. 아파트 2채 중 1채(47.5%)는 일조시간이 하루 6시간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입니다. 일조 시간이 가장 긴 아파트는 2009년 지어진 273채 규모 서울 중구 남산센트럴자이와 2004년 준공된 2104채 규모 관악구 관악푸르지오아파트에서 나왔습니다. 아파트 남쪽이 저층 건물이 있는 구시가지인 점, 인근 지역과 높이차가 20m 가량으로 큰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이 결과는 해당 년도에 지어진 아파트 세대의 연간 일조시간을 365일로 나눈 평균값입니다. 또 일조시간은 여름에 더 길고, 겨울에는 짧아지겠죠. 또 준공년도가 동일한 아파트더라도 개별 아파트·세대의 일조시간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합니다.”Q. 왜 예전 아파트가 일조시간이 더 긴 건가요?“아파트 배치계획이 시간에 따라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초기 아파트는 방과 거실이 옆으로 나란히 있는 판상형 모양입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 단지가 ‘一’자 모양이죠. 이렇게 지으면 같은 규모로 아파트를 지을 때 다른 모양보다 남향인 집을 더 많이 배치할 수 있게 됩니다. 보통 거실과 주방이 서로 마주보는 모양이라 양쪽 창문을 열면 자연 환기가 돼 통풍에도 효율적이죠.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1971년),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1978년) 등이 대표적입니다. 판상형 아파트를 ‘ㅁ’ 모양으로 이어붙이는 격자형 단지도 나타납니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1·2·3차(1981년), 강동구 길동 삼익파크맨숀(1982년), 수유동 벽산아파트(1992년) 등에서 나타나고 1988년 지어진 올림픽선수기자촌에서도 일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지는 올림픽광장을 중심으로 부채꼴처럼 뻗어나가는데 광장과 같은 선상에 놓이는 땅에는 격자형으로 아파트를 세웠습니다.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됩니다.2000년대 이후부터는 주상복합이 등장하며 탑상형(타워형)의 시대가 펼쳐집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2002년)를 기점으로 목동 현대하이페리온(2003년), 대치동 동부센트레빌(2005년)에서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2011년), 최고 56층인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2015년)로 이어집니다. 타워형은 전체 대지 면적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을 늘리기에 최적화된 구조죠. 건물 외관이 판상형보다 세련된 점도 수요자 인기를 끄는 요소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 남향뿐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도 아파트를 지어야 해 판상형보다는 일조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물론 판상형의 인기가 식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판상형과 타워형을 절충한 ‘L’모양 주동도 나타났습니다. 사람에 따라 부메랑 또는 갈매기 모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남향, 조망,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건축물간의 간격, 지하주차장 등 복잡하게 얽힌 변수를 풀어내는 해법이라 할 수 있죠. 아파트 단지 형태를 획일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공급하려는 건설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읽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햇빛이 잘 드는 집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죠.”Q. 아파트 중에도 일조권 문제를 겪는 곳이 있다는데 맞나요?“그렇습니다. 일조권은 주거 환경에 직결되는 만큼 한국에서는 건축법 시행령에 건축물을 지을 때 지켜야 하는 일조 관련 조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조권 침해로 인한 갈등을 미리 방지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조항은 땅의 용도가 준공업 또는 상업지역인 경우에는 적용받지 않습니다. 신축 건물이 들어설 때 새로 짓는 건물의 높이나 채광창, 건물 간 거리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주거지역’인 경우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비주거지역에서 일조권과 조망권 훼손으로 갈등이 벌어지는 일이 잦습니다. 최근 한 시행사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상업지역에 있는 주유소 부지를 매입해 오피스텔을 지으려 했지만 바로 옆 주상복합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사업이 멈췄습니다. 준공업지역에 있는 한 아파트 옆에 있던 공장 부지가 지식산업센터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건축계획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공장이나 상가가 밀집한 지역에 들어선 ‘나홀로아파트’도 일조권 보호의 대상일까요? 이미 건물을 짓고 입주할 때부터 주변에 높은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다는 걸 감안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반면에 사실상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주거지역에 준해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겠죠. 최근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준공업지역 등 비주거지역을 활용하겠다는 정책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dongaland@donga.com)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정부가 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2025년 12월까지 새로 수립하려는 새만금 기본계획이 이차전지 소재 업체와 같은 첨단 산업체들이 입주할 산업용지를 늘리는 ‘신산업 중심 개발’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정부 내에서 나왔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2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차전지 투자 협약식에서 새만금 산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만금에 투자하고 싶지만 산업용지가 부족하다. 농·생명 권역의 농업용지를 산업용지로 바꾸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후 국토교통부 산하 새만금개발청이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협의에서 “기본계획 변경 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해 필요한 것만 남기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기존 새만금 SOC 사업 중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 등의 적정성과 경제성을 내년 6월까지 재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검토 결과에 따라 (일부 SOC)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새만금 30년 ‘표류’… 농지→경제특구→재생에너지 기지→재검토 [새만금 개발 전면 재검토]尹정부, 신산업 산단 조성안 구상리조트-테마파크 휴양도시도 거론정권 바뀔때마다 개발 계획 변경… “이번엔 제대로 될까” 우려 나와 정부가 새만금 개발사업의 ‘빅 픽처’(큰 그림)를 다시 그리겠다고 나서면서 당장 새만금국제공항과 일부 도로 건설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만금 사업은 국내 역사상 최대 간척 사업으로 2050년까지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가 넘는 409㎢ 규모의 땅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새만금 사업 원점 재검토를 통해 2025년 12월 말까지 기본계획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이차전지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기업투자가 유치되면서 이에 맞는 인프라를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며 신산업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1991년 첫 삽을 뜨고 30여 년 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발 방향이 바뀐 새만금이 다시 기로에 서게 되면서 정치에 이용당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새만금 국제공항 등 SOC 적정성 재검토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에서 적정성 검토에 들어가는 사업은 새만금국제공항과 새만금 인입철도, 지역 간 연결 도로다. 새만금국제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정부의 국가균형 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돼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해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에도 비용 대비 편익(B/C)이 0.503에 그쳤고, 약 1.3km 떨어져 걸어서 20분 안팎 걸리는 군산공항이나 차로 1시간 반 거리(143km)인 전남 무안공항과 수요가 겹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착공해 공사가 진척된 신항만 건설 사업이나 새만금∼전주고속도로 사업 등은 재검토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완전 중단은 아니지만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권 따라 표류했던 새만금 개발 정부가 SOC뿐만 아니라 새만금 기본계획 자체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이번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우려도 벌써 나온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 때 새만금을 농업 식량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100% 농지로 추진됐다. 이후 김영삼 정부는 대중국 교두보로, 김대중 정부는 환황해 경제권의 생산 교육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하려 했고, 노무현 정부 들어 새만금을 산업 관광단지 등이 조성될 수 있는 복합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농지 비중을 72%로 줄였다. 이명박 정부 때는 농지 비중을 낮추고 ‘동북아 경제중심지’를 앞세웠다가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한중일 경제협력특구에 초점을 맞춰 기본계획을 바꿨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전진기지로 새만금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으로 2021년 2월 기본계획을 바꿨다. 현 정부는 이차전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30일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편안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구조를 수립한다는 틀 아래 새만금 개발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국가산업단지는 31개 기업에서 6조6000억 원 투자를 유치했고, 이 중 16곳가량이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은 큰 공장을 필요로 하고, 용수를 많이 쓴다”며 “넓은 산업용지와 용폐수 처리 기반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산세나 취득세 감면 등 기업 혜택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발굴한다. 리조트나 테마파크 등 사람들이 찾고 즐길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는 안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산업구조 변화 등에 발맞춰 개발계획을 수정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확한 근거 없이 정치적 논리가 개입돼 사업이 무산되거나 예산이 크게 삭감되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할 수 있어 국가 전체로 봐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추석 명절을 맞아 31일부터 약 한 달간 농축수산물을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31일부터 9월 28일까지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할인대전’을 공동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행사 품목에는 △명태 △고등어 △오징어 등 대중성 어종과 △고사리 △도라지 △전복 △마른 김 등 제수용품이 포함된다. 26개 대형·중소형 마트와 33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로페이 앱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최대 4만 원)으로 구입해 전통시장 내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행사도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행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전국에서 착공한 아파트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2∼3년 뒤 부동산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공급의 마중물이 돼야 할 공공주택 인허가 물량도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나면서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서부지사에서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택공급혁신위원회를 열고 최근 주택공급 동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금리, (공사) 비용 상승, 분양 수요 위축 등으로 (주택 공급) 속도가 느려지는 부분이 있다”며 “서민이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이 꾸준히 공급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 안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착공 물량은 6만9361채로 전년 동기 대비 50.4% 줄었다. 인허가 물량도 16만3856채로 같은 기간 21.3% 줄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준공된 아파트는 15만2908채로 전년 동기보다 9.8% 늘어났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착공한 물량이 완공되며 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 통상 주택은 착공 2∼3년 뒤, 인허가 3∼5년 뒤 실제 공급(입주)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준공 물량이 소화된 뒤부터는 주택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주택 공급도 급감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주택 신규 사업승인 물량은 2만2622채로 전년(4만8728채)보다 53.6% 줄어들었다. 이 중 공공임대는 7520채로 전년 대비 69.2% 감소했다. 이처럼 주택 공급이 급감한 것은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현장 가동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쓰는 고장력철근 가격은 t당 94만5000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보다 1.5배 이상 오른 상태다. 시멘트 가격 역시 국내 대형 시멘트사 7곳 중 6곳이 친환경 전환을 이유로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인상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금리가 높아지면서 주로 지방에서 기존 주택 개발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주택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금리도 안정세”라며 “정부가 자금 조달 지원 등을 통해 공급 여건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의 인허가 물량 감소는 향후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청약 경쟁률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수도권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규제가 풀려야 집값 안정화 메시지가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고강도 수술’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LH 발주 아파트 부실공사 사태에 대해 “LH는 이권 담합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강도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태 원인 중 하나로 전관특혜 등 ‘이권 카르텔’이 꼽히면서 현재 국토부는 LH 혁신안을 마련하고 있다. 원 장관은 “민간보다 턱없는 실력으로 민간 위에 군림하는 부분도 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덩치가 커져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LH의 사업구조가 맞는 것인지 근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토부 자체와 다른 산하기관에도 매를 들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를 낸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건설업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며 “국토부 직권으로 한다는 점, 과태료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이 과거 영업정지 처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철근 누락이 발견된 서울 수서역세권(A3) 아파트의 공사를 발주한 LH 본사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철근 누락 사태로 경찰이 LH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한편 원 장관은 최근 수도권에서 일부 집값 오름세가 나타나고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오늘이 가장 싸다’는 심리가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공급이 차질 없이 꾸준히 진행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어떻게 내보낼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심리적 요인과 시장의 수급, 미래 전망만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집값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라며 “화살표 방향(집값 상승) 자체를 꺾는 것은 정책 당국의 오만”이라고 덧붙였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030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민간공항 부문 건설에 드는 비용이 2조5768억 원으로 추산됐다. 국토교통부가 이 같은 내용의 TK신공항 민간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사타)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TK신공항은 대구 도심의 K-2 군공항과 대구국제공항을 대구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로 이전하는 사업으로, 민간·군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국내 첫 사례다. 사전타당성 검토는 항공 수요에 따른 시설 규모, 배치 등 개략적인 공항 건설 계획을 짜고 경제성을 미리 들여다보는 절차다. 예정 사업비인 2조5768억 원은 3년 전 대구시에서 자체 산출한 1조400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늘어난 액수다. 국토부 측은 “접근도로 건설 비용,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비가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사타 결과, TK신공항 민간공항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은 1.03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해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6년 7월 착공할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TK신공항 전체 부지 면적은 1782만 ㎡로 현 대구공항(753만 ㎡)의 2배가 넘는다. 이 중 민간공항 면적은 약 92만 ㎡로 현재(약 17만 ㎡)의 5배 이상으로 확대된다. 민간이 쓰는 활주로 길이도 기존 2755m에서 3500m로 늘어난다. 시설로는 △여객터미널 10만2000㎡ △화물터미널 1만 ㎡ △계류장 29만6000㎡ 등이 들어선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고속도로에서 신공항까지 직결도로를 놓고, 국도 28호선 연결 등을 사업에 반영할 예정이다. 여객 수요는 2019년 467만 명에서 개항 후 30년 뒤인 2060년 1226만 명으로 162.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공항 건설로 예상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5조1000억 원으로 약 3만7000여 명을 고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재택 업무가 많은 사람은 거실 대신 ‘홈 오피스’를 넓힌다. 아이 있는 집은 드레스룸 대신 놀이방을, 가족이 함께 요리하는 집은 주방을 확장한다. 1인 가구라면 침실을 줄이는 대신 ‘홈 짐(gym)’ 같은 취미 공간을 더 확보한다. 최근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초개인화’ 주거 공간 수요가 늘면서 맞춤형 아파트 평면이 개발됐다. 내부에 벽이 없어 거주자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구획하고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모듈화된 바닥·벽체·화장실 등을 설치할 수 있다. 아파트도 맞춤 주문할 수 있는 시대가 본격 열리게 된 것이다. ● “침실은 저기, 거실은 여기로 해주세요” 삼성물산은 2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 주거 모델인 ‘넥스트 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구조 방식인 ‘넥스트 라멘 구조’가 도입된다. 라멘 구조는 건물 무게를 벽이 아닌 수직 기둥과 수평 자재인 보(대들보)를 통해 버티는 구조. 삼성물산은 이때 짓는 기둥을 아파트 주거 공간 내부가 아닌 바깥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기둥이 없는 무주(無柱)공간을 만들었다. 입주자가 원하는 집을 블록으로 집 짓듯 만들게 하기 위한 취지다. 흰 도화지처럼 빈 집을 채우는 ‘인필(In-Fill) 시스템’도 마련됐다. 가구 자체가 하나의 벽이 될뿐더러 이동까지 되는 자립식 가구를 설치해 주거 공간을 시시각각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욕실도 공장서 사전 제작해 설치할 수 있다. 물이 나와야 하는 주방이나 화장실도 어디든 둘 수 있다. 물 사용을 위해 배관이 오가는 길을 집의 평면 좌우로 배치하고 설비 배관용 바닥 공간도 따로 설치해 어디서나 급수와 배수를 할 수 있다. 조명이나 에어컨 제어를 넘어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예약, 차량 주차 등록, 로봇 서빙 등도 가능한 전용 플랫폼 ‘홈닉’도 들어간다. 이런 수요자 맞춤형 공간이 등장한 이유는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 비율은 2005년 20.0%였으나 2022년 34.5%까지 올랐다. 10채 중 3채는 1인 가구인 것.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비중이 늘면서 올해 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에 거주하는 정상 가족의 가구원 수가 모호해지면서 건설사도 맞춤 평면을 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 안전-친환경 다 잡는다 이 구조는 기존 벽식 구조보다는 비용이 12% 정도 더 들지만 시공 기간은 비교적 단축할 수 있다. 최근 안전 문제가 불거진 무량판 구조와 달리 하중을 뒷받침하는 보가 있어 심리적 저항도 낮다. 기둥이 아파트 외벽으로 돌출되는 문제는 일체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친환경성을 높이고 아파트 외관을 색다르게 디자인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다만 보 두께만큼 천장이 낮아지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부사장)은 “친환경·장(長)수명 주택 등에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있고 층간소음, 층고 완화 등에 대한 인센티브도 추진돼 시장성이 크다”며 “주거 공간 모듈의 거래 과정이 원활하도록 관련 생태계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조혜정 삼성물산 라이프솔루션 본부장(상무)은 “홈닉은 8월 말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를 시작으로 12월부터 기존 래미안 단지 등에도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