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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랍계 등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 조짐, 급증하는 중남미 이민자, 2개의 전쟁 후폭풍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내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 편만 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낙선 운동을 미 전역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투표장에서 바이든을 배제함으로써 미국을 구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낙선 운동으로 비(非)백인에게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까지 감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바이든을 버리라(#Abandon Biden)’는 해시태그 등을 사용하며 반(反)바이든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아랍계 미국인은 345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다. 2020년 대선에서 무슬림 유권자의 약 59%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정도로 집권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특히 이들이 바이든 낙선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지역이 미시간, 미네소타, 애리조나 등 주요 경합주라는 점도 바이든 재선 캠프의 고민을 더한다. 4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내에서도 그의 재선 도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명 칼럼니스트 마크 티슨은 지난해 12월 29일 칼럼에서 “재선 도전으로 대부분의 미국인이 원하지 않는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을 유력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트럼프가 재집권할 가능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야당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카리브해의 유명 휴양지인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낸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성명을 통해 “남쪽 국경이 위기인데 대통령은 버진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비판했다. 최근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퍼부으면서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실패를 보여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랍계 등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 조짐, 급증하는 중남미 이민자, 2개의 전쟁 후폭풍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지난해 12월 30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내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 편만 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낙선 운동을 미 전역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투표장에서 바이든을 배제함으로써 미국을 구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낙선 운동으로 비(非)백인에게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까지 감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바이든을 버리라(#Abandon Biden)’는 해시태그 등을 사용하며 반(反)바이든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아랍계 미국인은 345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다. 2020년 대선에서 무슬림 유권자의 약 59%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정도로 집권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특히 이들이 바이든 낙선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지역이 미시간, 미네소타, 애리조나주 등 주요 경합주라는 점도 바이든 재선 캠프의 고민을 더한다.4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내에서도 그의 재선 도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명 칼럼니스트 마크 씨선은 같은 달 29일 칼럼에서 “재선 도전으로 대부분의 미국인이 원하지 않는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을 유력하게 만들었을 뿐아니라 트럼프가 재집권할 가능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야당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카리브해의 유명 휴양지인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낸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남쪽 국경이 위기인데 대통령은 버진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비판했다. 최근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퍼부으면서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실패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 세계가 한 세대 만에 가장 격동적인 한 해를 맞고 있다.” 제니퍼 웰치 미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지경학(地經學·geo-economics) 분석가의 말이다. 그는 세계 주요국에서 대선 및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4월 한국 총선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대만 인도 등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칠 선거가 몰려 있어 ‘슈퍼 선거의 해’로 꼽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76개국에서 42억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세계인은 특히 내년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주목한다. 현재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하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해 동맹국과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이 대(對)중국 정책 기조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돌리며 더욱 중국을 옥죌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말했지만 북한의 기존 핵무기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톱다운(Top-down·하향식)’ 담판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어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중대한 변동이 예상된다. 대만,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세계 정치·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거가 치러진다. 지구 전반에 걸쳐 생산 공급망과 안보 지형으로 촘촘히 연결된 한국으로서는 모든 선거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1월 대만 총통 선거 미중 대리전 슈퍼 선거의 해 출발은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입법위원 선거다. 대만은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 경쟁의 최전선이다. 미국에 대만은 중국 군사력의 태평양 진출 저지선이자 반도체 공급망 핵심 파트너다. 최근 대만의 방어 역량 확대를 지원하는 2024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킨 미국은 대만에 친중(親中) 정권이 수립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흡수하려는 중국은 친중 정권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조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하며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세는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여당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가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대만 언론 메이리다오뎬쯔보(報)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는 38.9% 지지율로 허우 후보(29.4%)를 앞섰다. 허우 후보는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4) 후보와의 단일화를 노렸지만 단일 후보 선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 탓에 허사로 돌아갔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에만 중국 정찰풍선이 수차례 대만 상공에서 포착됐고,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와 군함 등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오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 약 120만 명이 총통 선거에 참여할 경우 허우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인과 그 가족이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강준영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상으로는 집권 민진당이 다소 앞서지만 대만 ‘샤이(shy) 국민당’ 성향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투표 직전까지 매우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 후보가 승리해 친미(親美) 성향 정권이 수립된다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왕짜이시(王在希) 전 중국 국무원(정부 격)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은 23일 중국 관영 환추시보 개최 포럼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하면) 중국과 대만의 군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만 유권자 다수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점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해도 양안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3월 러시아 대선 ‘스트롱맨’ 푸틴 독주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1)의 사실상 종신 집권을 확정하는 대관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9.3%로 집계됐다.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푸틴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이기면 78세가 되는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2000년부터 2030년까지 30년간 현대판 차르로 군림하게 되는 그는 개헌으로 두 차례 더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게 돼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푸틴 대통령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미국은 올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 재선 레이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정권 교체기로 들어가고 대만에도 불안이 증폭될수록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며 “종신 대통령이 유력한 푸틴이 이런 유리한 환경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인정받고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재선하면 올 9월 푸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상회담 이후 시작된 북-러 ‘신(新)밀월 관계’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북한에서 지원받아 우크라이나 대반격을 막아내고 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에서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서도 내년 3월 31일 대선이 예정돼 있다. 2019년 당선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5월 말까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여서 모든 선거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계엄령을 일시 해제하고 대선을 치를지, 아니면 선거를 연기하거나 일정을 새로 잡을지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단 대선을 연기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범을 보이라면서 예정대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선 모디 총리 ‘다극 세계 질서’ 주도할까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 총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총선이 한국의 대선 격이다. 유권자가 9억 명에 달하는 인도는 지역별로 투표 날짜가 달라 내년 4월 30일을 시작으로 5월까지 총선을 치른다. 이번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73)의 3연임이 매우 유력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50%대로 높다. 인도의 가파른 경제 성장은 모디 총리의 행보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인도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인 6.3%로 내다봤다. 모디 총리는 “세 번째 임기 안에 (미국, 중국에 이어) 경제 3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내놓으면서 표심을 잡고 있다. 모디 총리의 정경유착 의혹과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를 대신할 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야당 26곳이 이례적으로 결집해 인디아(INDIA) 연합을 결성했으나 정치적 구심점이 약해 총리 후보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신흥국)’ 리더로서 입지를 노리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줄타기 외교’ 실력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4자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 회원국이면서 동시에 중국이 이끄는 신흥국 협의체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협의체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서 극우 돌풍 이어지나유럽도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치른다. 2020년 1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다. 유럽은 최근 이주민 대량 유입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민족주의, 반(反)이민, 외국인 혐오 등을 앞세워 수년간 빠르게 세력을 키워 온 극우 정당이 대약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극우 정당이 득세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축소, 기후변화 목표 조정 등 국제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에서 나와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영국은 내년 봄 또는 가을 총선이 유력하다. 영국은 현행법상 늦어도 2025년 1월까지는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유권자들의 조기 총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보수당을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와 정권교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올 초 물가상승률이 10%에 이르면서 기준금리가 5.25%까지 오르자 고금리로 인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상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영국 내에서 “이토록 가난했던 때가 없었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6월 2일 치러지는 중미 멕시코 대선에선 사상 최초로 여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 여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과 야당 연합의 후보 모두 여성이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남성주의적 ‘마초 문화’가 지배하는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여권 신장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내년 3월 1일 총선을 실시한다. 지난달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야당 후보 중 28% 이상이 자격을 잃었고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거 과정에 파행이 우려된다. 인도와 국경 분쟁 중인 인구 2억4000만 명의 핵보유국 파키스탄도 내년 2월 의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된 아프리카 튀니지는 내년 10월경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日 기시다 지지율 추락 ‘포스트 기시다’ 주목 사실상 자민당 1당 독식 체제인 일본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6) 현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취임 2년 2개월 만에 지지율 10%대로 추락한 가운데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내년 3월 혹은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리는 9월 전에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새로 선출된 총재가 사실상 차기 총리가 된다. 누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는지는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郎·60) 디지털상은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며 부친은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하원) 의장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6) 전 자민당 간사장은 주요 정치인 중 과거사 등 한일 관계에 가장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2) 경제안보담당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보다 극우 성향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중국이 공석인 국방부장(장관)에 둥쥔(董軍·62·사진) 전 인민해방군 해군 대장을 29일 임명했다. 부패 혐의 등으로 올 8월 말부터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고 같은 해 10월 공식 해임된 리상푸(李尚福) 전 국방부장의 후임이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임위원회는 이날 둥쥔 전 해군사령원(참모총장)을 새 국방부장으로 임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 “이는 리상푸 전 부장의 갑작스러운 해임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는 것”이라고 밝혔다.1978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둥 신임 부장은 해군에서 군사부장, 북해함대 부참모장, 동해함대 부사령원, 해군 부참모장, 남부전구 부사령원 등을 지냈다. 지난해 10월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으로 선출됐다.리 전 부장은 시 주석의 각별한 총애를 바탕으로 올해 3월 장관에 취임했지만 군 장비 납품 비리 등으로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8월 중국-아프리카 안보 포럼 기조연설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실종 및 해임설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올 10월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돌연 그의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 직책을 박탈했다고 밝혔다.리 전 부장은 2018년 러시아 항공기 및 장비를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첫 번째 국방부장이었다. 이와 달리 둥쥔 신임 부장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리 부장은 재임 기간 동안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지 않았다”며 새 국방부장의 주요 임무가 미중 국방 수장의 소통 재개일 것으로 점쳤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한국과의 무기 구매 (계약)에 문제가 있었다. 구매 자금 상당 부분을 한국 정부가 승인하는 융자금으로 조달하기로 했는데, 한국 측 융자금 제공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총선을 거쳐 이달 13일 취임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2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전임 정부가 한국 방산업체와 체결한 방산 계약의 근거였던 한국 정부 측 금융 지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만 투스크 총리는 한국과의 계약을 유지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과의 방산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려 하지만 계약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그중 일부를 변경하게 만드는 그 어떤 것도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투스크 총리가 전임 정부의 무기 구매 계약을 유지하려면 금융 지원을 하라고 사실상 한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출범한 투스크 정부는 전임 정권 흔적 지우기에 적극 나서면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등 갈등이 증폭돼 왔다. 이 때문에 한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이기로 한 전임 정부의 결정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앞서 국내 방산업계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K-2 전차 등 2차 수출 기본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을 통한 정부의 수출금융 지원 한도 부족 등으로 이행 계약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목표를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에서 ‘종전 협상 시 유리한 위치 확보’로 바꾸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점령지를 인정하는 것으로 전쟁을 끝내려 한다는 것이다. 27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 군대를 러시아군 방어에 초점을 둔 영토의 동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방안에는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 강화, 철조망 및 대전차 장애물 등으로 북부 벨라루스 방면 국경 요새화, 우크라이나 방위산업 재건 등이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이 전쟁은 협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그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방어 태세로 전환할 경우 현재 자원을 보존하면서 러시아군 전진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점령지 일부를 넘겨줘야 할 가능성이 있어 점령지에서의 러시아군 완전 철군을 협상 조건으로 내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앞서 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약 20%를 그대로 통치하게 된다면 휴전 협상에서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 원) 규모의 무기 지원을 발표했다. 올해 마지막 무기 지원으로 포탄 및 방공 시스템용 탄약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하원에서 야당인 공화당 반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했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정치 지도자이자 가자지구 실권자 야히야 신와르(사진)가 “이스라엘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전쟁 개시 후 첫 공개 메시지를 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하마스 완전 제거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며 장기전(a long war)을 예고했다. 25일 신와르는 아랍권 최대 보도채널인 알자지라 방송에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에 맞서 격렬하고 폭력적이며 전례 없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며 “점령군의 조건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의 제거 1순위인 그가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신와르의 이날 메시지는 2주간 휴전, 전후 가자지구 긴급 안보 정부 수립, 전면 휴전이라는 이집트의 ‘3단계 종전안’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집트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인질 추가 석방 가능성 외에는 어떠한 양보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하마스 척결과 가자지구 비무장화, 팔레스타인 급진주의 포기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이란 대리인 하마스는 파괴돼야 한다”면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비무장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몽상”이라고 했다. ‘전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PA 통치하에 재통합돼야 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배치되는 주장이다. 이날 전쟁 개시 후 두 번째로 가자지구를 찾은 네타냐후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 장병들과 만나는 사진을 올리며 “하마스가 끝장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당 리쿠드당 의원들과도 만나 “전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주변의 무력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시리아에 군사 고문으로 파견된 사이드 라지 무사비 이란혁명수비대 준장이 숨졌다고 이날 주장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가 이라크 북부 아르빌 미군 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3명이 다쳤다고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밝혔다. 미군은 보복 공습을 가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한국 방산업체들과 20조 원 규모 구매 계약을 맺는 등 ‘K방산’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폴란드에서 좌파 총리와 우파 대통령 사이에 극심한 내홍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총선을 통해 집권한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가 전임 정권 흔적 지우기에 나서자 임기가 1년 반 남은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데 따른 것이다. 폴란드는 국민 직선으로 뽑은 대통령과 총선 결과에 따른 제1당이나 연정 출신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총리가 실권을 쥐고 있지만 의회에서 통과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대통령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한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이기로 한 지난 정권의 결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 총리 ‘前 정권 지우기’에 대통령 ‘거부권’ AP통신 등에 따르면 두다 대통령은 23일 새 정부가 만든 내년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 예산안을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부권을 예고한 예산안은 공영방송 지원금을 올해와 같은 수준인 30억 즈워티(약 1조 원)로 동결하고 교사와 공무원 임금을 각각 30%, 20%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새 정부 예산안은 헌법과 법의 원칙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투스크 총리도 X에 “부끄러운 줄 알라. (두다 대통령의 조치로) 영향을 받는 국민들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양측의 갈등은 10월 총선에서 좌파 성향 시민강령당과 제3의길, 신좌파가 야권 연합을 구성해 집권 여당이던 우파 성향 법과정의당(PiS)을 누르고 정권 교체를 하면서 시작됐다. 13일 출범한 투스크 연립정부는 첫 조치로 공영방송인 ‘폴란드 텔레비전(TVP)’과 ‘폴란드 라디오(PR)’, 국영 통신사의 사장과 이사진을 모두 해임했다. 공영언론이 전임 PiS 정부 8년간 정권 선전도구로 전락한 데다 외국인·동성애 혐오 여론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 법질서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새 정부를 비판했다. 두다 대통령은 현재 당적이 없지만 PiS의 지지를 받아 2015년과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임기는 2025년 8월까지다. 두다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새 정부의 예산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투스크 정부가 의회에서 이를 재의결하는 데 필요한 의석수(460석의 60%인 276석)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총리-대통령 갈등’ K방산에 불똥 튀나 8년 만에 좌파 성향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러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전임 PiS 정부는 반이민 정책, 벨라루스 국경장벽 설치 등 우파 민족주의 정책을 펼쳐 왔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에 반발하며 금수 조치를 연장했고,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자 무기 지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반면 투스크 총리는 친EU 성향이 강하다. 두다 대통령과 투스크 정부의 갈등이 지속되면 PiS 정부 시절 폴란드가 한국과 체결한 대규모 무기 수입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한국 방산업체로부터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문 등을 구매하겠다는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올 7월 윤석열 대통령과 두다 대통령의 회담에서도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 협의가 이뤄졌다. 투스크 정부는 국방력 강화를 중시해 온 전임 정부와 달리 국방 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과의 방산 계약을 줄이는 대신 독일로 무기 공급처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투스크 총리는 이달 의회 국정 연설에서 “부패와 연루된 경우가 아니라면 전임 정부가 체결한 모든 무기 도입 계약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겨루는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사진)가 ‘민심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 접전까지 따라잡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헤일리가 공화당 지지층을 넘어 무당층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부통령 후보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인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이 14∼20일 공화당 뉴햄프셔주 예비경선(프라이머리) 참여 예상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33%)과 헤일리 전 대사(29%)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4%포인트로 나타났다. 두 주자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들어선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헤일리 측은 “이제 헤일리와 트럼프 간 2인 경선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가짜뉴스”라며 이번 조사 결과를 깎아내렸다. 다음 달 23일 열리는 공화당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는 당적이 없는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이 그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잇달아 거친 발언을 쏟아내자 부동층에서 그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 측은 이를 노리고 지난주부터 뉴햄프셔주에서 무당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광고에 나섰다. 이 지역 무당층은 20만 명 규모로, 이들을 겨냥해 광고비로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을 쓸 방침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2일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의 최근 상승세를 주목하며 참모들에게 ‘니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주변 공화당 인사들에 대해 묻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헤일리 전 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헤일리 전 대사의 영입설에 선을 긋고 있다.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에 제동을 건 콜로라도주(州)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을 넘겨받은 미 연방대법원이 내년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일부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을 선동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신이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결정을 연기해 달라고 20일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반면 백악관과 집권 민주당은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현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해 일부 대법관을 관련 재판에서 제외하라고 촉구했다. 연방대법원은 49년간 유지된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지난해 폐기하는 등 최근 잇따라 논쟁적 판결을 내놓고 있다. 일부 대법관의 향응 의혹으로 ‘민주주의 최후 보루’라는 신뢰 또한 급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대선 과정에 영향을 끼칠 주요 결정을 내리게 됐다. ● “대선에 직접 개입하게 된 연방대법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20일 “공화당의 유력 주자를 대선 캠페인이 한창일 때 수개월간 형사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은 명백한 당파적 이해를 공익으로 가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이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야당 유력 주자에 관한 재판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6 사태’ 가담 혐의 등으로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주장에 대법원에 특권 여부를 신속히 판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은 빠르면 내년 1월 신속 판결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대법원이 면책특권을 기각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경선이 한창인 내년 3월부터 관련 재판을 받는다. 민주당은 일부 대법관의 중립성을 문제 삼는다. 민주당 하원의원 8명은 최근 대법관 9명 중 경력이 가장 오래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재판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소속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91년 임명했다. 또 보수 성향 로비스트인 그의 부인 지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에도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대법원은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격돌했을 때도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막는 결정을 합법으로 인정해 부시 전 대통령의 승리를 확정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이 다시 대선에 직접 개입하게 됐다며 “대법원이 가시방석(Hot seat)에 앉았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지지자, 주 대법관 살해 위협까지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 후폭풍도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에 “내가 직면한 모든 사건은 백악관 소행”이라며 “조 바이든(대통령)이 나에 대한 모든 정치적 허위 기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대선 캠프는 각계에 정치자금 모금 이메일을 보내 이번 사태를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 또한 이 사안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콜로라도주 대법원을 향해 “판사가 아니라 유권자가 내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강성 지지층은 온라인에 콜로라도주 대법관의 사무실 주소 등을 올리고 “이들을 죽이면 끝난다”는 위협 글까지 게재했다. 민주당에서는 올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사법 기소가 오히려 그의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듯 이번 콜로라도주의 판결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수석 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트럼프에게 제기된 모든 법적 도전은 공화당 경선에서 그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도 똑같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확실히 내란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콜로라도주 경선 참여권 박탈에 대해선 “법원이 결정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워싱턴이 더 많은 일을 할수록 미국은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국민이 직면한 문제는 입법보다 혁신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올해 10월 공화당 강경파 주도로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하원의장에서 해임됐던 케빈 매카시 전 의장(58)은 6일(현지 시간) 올해를 끝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면서 이같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실제로 19일 의회에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원의원 임기는 2025년 1월까지인데, 이보다 1년여 앞서 의원직을 내려놓은 것입니다.매카시 전 의장은 15년 간 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하다 2002년 캘리포니아 주의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2006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한 차례도 낙선하지 않고 임기 2년인 하원 선거에서 내리 9선에 성공했습니다. 2014년과 2018년에는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로 뽑히며 중앙 정치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갔습니다. 공화당 안팎에서는 그가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 승계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의장직에 오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공화당 강경파가 영향력 과시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하원의장 해임 기준을 간소화하고, 자신들을 주요 상임위원회에 배치해달라면서 올해 1월 하원의장 선거를 15차례나 무산시켰습니다. 매카시는 결국 이들의 조건을 수락하며 어렵게 하원의장에 선출됐습니다. 하원의장에 오른 그는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를 지시하는 등 강경파의 목소리를 일부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중요 법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강경파와 거리를 두면서 백악관 및 민주당과 대화와 타협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정부가 일시적 업무 정지(셧다운)에 이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 중재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 의원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습니다. 결국 상대편인 민주당과 손잡고 초당적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습니다. 그는 “요즘 워싱턴에서는 (초당적 협력이)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미국 국민을 위해 성과를 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셧다운 위기를 극복한 셈이었지만 매카시 개인에게는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공화당 강경파는 부채한도 삭감이라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자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투표에 나섰습니다. 그는 소수 강경파에 의해 미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에서 쫓겨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고, 결국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 “극단 정치 염증” 미국 역대급 불출마 행렬매카시 전 의장처럼 많은 미국 정치인이 의회 정치에 염증을 느끼면서 정치권을 떠나고 있습니다. 내년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는 19일 기준 40명(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33명)에 이릅니다. 주로 민주·공화당 온건파에 속하는 이들입니다. 의회를 떠나는 의원 수가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현역 의원이 재출마할 경우 사실상 당선이 보장돼 있습니다. 중앙당이 주도하는 공천 물갈이가 없고 당내 경선을 치르기 때문에 인지도와 조직 기반을 갖춘 현역 의원이 별다른 하자가 없다면 매우 유리합니다. 또 지역구에 따라 민주·공화 지지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는 특성상 본선에서도 손쉽게 승리합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90% 넘는 선거구에서 재출마한 현역이 당선됐습니다. 이렇게 꽃길이 보장된 현역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유는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극단적 대립이 심해지면서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핵심 기관인 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10선을 지낸 브라이언 히긴스 하원의원(64·뉴욕)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해 워싱턴 D.C.의 속도는 특히 느리고 실망스러웠다”며 “심사숙고 끝에 저는 의회를 떠나 지역사회에 봉사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고 했습니다.실제로 미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올해 11월 미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이는 15%에 그쳤습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2%에 달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혼란스러운 정치 환경 탓에 의정 활동이 매력을 잃고 있다”면서 “의회 밖에서 일하는 것이 미국의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의원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불출마 행렬로 생긴 빈자리를 양당 강경파가 차지하면서 정치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공화당의 경우 강성 트럼프 지지자가 대거 의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 정치전문 매체 액시오스는 “(불출마 행렬이) 강경파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재는 떠나고 정치꾼은 버틴다K정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방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올해 4월 10일 내년 총선을 딱 1년 앞두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오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 한다”며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반성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경제 전문가인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 홍성국 의원도 13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야당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을 바꿔 보려 노력했지만 제로섬 법칙이 지배하는 정치 현실에 한계를 느꼈다”면서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정치인의 소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여의도의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권에 입성했지만 진영 논리, 당리당략, 정치적 생존을 위한 투쟁 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공천을 받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중앙당에서 권력자와 가까워지거나 지역 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재선을 원할수록 당내 권력자와 밀착하고, 지역구 민원을 챙기는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영남지역 법조인 출신의 한 초선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고 지역구 의원으로서 챙길 행사가 너무 많아 놀랐다고 했습니다. 지역구 행사가 많을 때는 하루에 10건 가까이 있는데, 축사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갔다고 했습니다. 평소에도 조찬 모임부터 시작해 세미나, 친교 활동, 식사 모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정치적 비전이나 정책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 불출마 행렬에도… 與 친윤·초선, 野 친명·86 침묵국민의힘은 당을 혁신해야 할 초선의원 대부분이 앞다퉈 윤심(尹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친윤을 자처하는 초선들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연판장을 돌리고, 최근 김기현 대표 사퇴를 막고자 의원 대화방에서 집단행동을 벌였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제기된 친윤·영남 중진 희생 문제는 김기현 대표 사퇴와 장제원 의원 불출마 이후 진전이 없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국민의힘 텃밭에 대거 출마하면서 꽃길을 걷고자 합니다.야당인 민주당은 상황은 더욱 극명합니다. 대부분 3~4선을 하고 있는 86 운동권 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는 조국 사태를 비롯해 86그룹의 맏형인 송영길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여러 물의를 일으켰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86세대는 우상호 의원 한 명뿐입니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과거 민주당의 주축이었던 ‘올드보이’들은 호남에서 재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친이재명 세력은 이 대표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자객 공천을 노리는 형국입니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달 4~6일 국가기관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국회 신뢰도는 15%로 조사 기관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정부(37%), 검찰(38%), 지방자치단체(45%) 등과 현저한 격차를 보인 꼴찌였습니다. 국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이들은 다음 선거 준비에 혈안이 돼 있는데, 정작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한 이들이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났습니다. 불출마의 역설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혁신을 꿈꾸는 유능한 이들은 떠나지만 금배지만을 꿈꾸는 정치꾼들은 그 빈자리를 차지하려 합니다. 특히 ‘윤석열 대 이재명’의 재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다음 총선에서는 민심이 아닌 권력자의 마음을 쫓는 이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매번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회가 지금보다 더 짠 맛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데도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사회와 자국민을 향한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국방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서방이 원한다면) 국익에 따라 협상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흔들기에 나서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원조를 촉구했다. ● 푸틴 “협상 가능” vs 젤렌스키 “회담 불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 내년 계획을 논의하는 국방부 이사회에 참석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식 표현)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참전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도 “핵무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최고 수준의 군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 동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해 2월 이후 러시아의 무기 생산량이 탱크 5.6배, 무인기(드론) 16.8배, 포탄 17.5배가 증가했다고 밝히는 등 자국 군사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서방이 협상을 원한다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뜻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은 미 대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수도 키이우에서 약 2시간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는 올해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회복력을 잃지 않는다면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 지도부로부터 50만 명 정도의 병력을 추가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세가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도 물러서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는 러시아와의 평화회담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의 군대 철수’ 등의 제안을 준비 중이며, 이를 러시아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안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진 것과 관련해선 “미국이 전쟁 피해국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으며, EU와의 관계에도 감사하고 있다”며 재차 원조를 촉구했다. ● 美, 동맹국 통한 우회 지원 가능성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긴급히 필요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을 우선 지원하고 부족분을 일본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614억 달러(약 8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통과되지 않자 동맹국을 통한 우회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22일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개정해 자국에서 제조한 패트리엇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대상은 신형인 패트리엇 미사일3(PAC-3)와 구형인 패트리엇 미사일2(PAC-2)로 패트리엇 미사일은 상대 공격을 요격하는 방어용이라는 점에서 수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는 WP에 “일본의 방위 장비 수출 규정 변경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이 이뤄질 경우 미국에 155mm 탄약 수십만 발을 ‘우회 지원’한 한국에도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한 뒤 부족분을 한국의 수출분으로 채워 왔다. 155mm 포탄의 경우 공격용 무기여서 일본 정부의 수출이 어려워 한국에 추가 지원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데도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사회와 자국민을 향한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국방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서방이 원한다면) 국익에 따라 협상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흔들기에 나서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원조를 촉구했다. ● 푸틴 “협상 가능” vs 젤렌스키 “회담 불가”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 내년 계획을 논의하는 국방부 이사회에 참석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식 표현)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참전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도 “핵무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최고 수준의 군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 동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해 2월 이후 러시아의 무기 생산량이 탱크 5.6배, 무인기(드론) 16.8배, 포탄 17.5배 증가했다고 밝히는 등 자국 군사력을 강조하고 나섰다.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서방이 협상을 원한다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뜻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은 미 대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수도 키이우에서 약 2시간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는 올해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회복력을 잃지 않는다면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 지도부로부터 50만 명 정도의 병력을 추가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세가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도 물러서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그는 러시아와의 평화회담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의 군대 철수’ 등의 제안을 준비 중이며, 이를 러시아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진 것과 관련해선 “미국이 전쟁 피해국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으며, EU와의 관계에도 감사하고 있다”고 재차 원조를 촉구했다. ● 美, 동맹국 통한 우회 지원 가능성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긴급히 필요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을 우선 지원하고 부족분을 일본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614억 달러(약 8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통과되지 않자 동맹국을 통한 우회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22일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개정해 자국에서 제조한 패트리엇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대상은 신형인 패트리엇 미사일3(PAC-3)과 구형인 패트리엇 미사일2(PAC-2)로 패트리엇 미사일은 상대 공격을 요격하는 방어용이라는 점에서 수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는 WP에 “일본의 방위 장비 수출 규정 변경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일본의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이 이뤄질 경우 미국에 155㎜ 탄약 수십만 발을 ‘우회 지원’한 한국에도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한 뒤 부족분을 한국의 수출분으로 채워왔다. 155㎜ 포탄의 경우 공격용 무기여서 일본 정부의 수출이 어려워 한국에 추가 지원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교황청이 동성 연인에게도 가톨릭 사제가 축복을 내릴 수 있도록 공식 승인했다. 동성애에 대해 교리를 훼손한다며 축복할 수 없다는 기존의 교리를 전향적으로 바꾼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8일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에서 “동성 연인의 축복 의식을 장려해서는 안 되지만, 단순한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려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막아서도 안 된다”면서 “동성 연인이 요청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2021년 교리 선언문에서는 동성 결합은 이성 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리를 훼손하기 때문에 축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은 2021년 교리를 대체하게 된다. 동성애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접근 방식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취임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동성애 성직자에 관한 물음에 “내가 누구를 판단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다만 신앙교리성은 이번 선언문에서도 “동성 연인에 대한 축복이 혼인 성사를 위한 축복과 혼동을 일으켜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교회 정규 의식과 미사에선 축복을 집전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결혼은 이성 간에만 성립한다는 기존 교리를 유지하면서 동성 연인에 대한 축복은 허용한 것이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 대표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또한 전쟁의 후폭풍에 휘말렸다. NYT의 기존 노조인 ‘뉴스길드’가 최근 “양측의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는 주장을 펴자 이에 반발한 일부 인사들이 새로운 노조 성격의 ‘독립 코커스’란 단체를 만들었다. 반(反)유대주의를 둘러싼 논란이 미 대학가를 포함해 미 전역을 강타한 가운데 언론사 뉴스룸도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1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실을 알려 전 세계에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시킨 퓰리처상 수상자 메건 투이를 비롯해 줄리언 반스, 에밀리 버젤런 등 유명 기자, 일부 비(非)기자 직군 직원 수 십 명이 ‘독립 코커스’를 결성했다. 이들은 친(親)팔레스타인 행보로 읽힐 수 있는 뉴스길드의 주장이 NYT의 정치행동 금지 강령을 위반했으며, 이 곳에서 취재 중인 동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스길드는 최근 온라인 회의를 통해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려 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반대 여론이 상당해 실제 성명 발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독립 코커스의 일부 조직원은 뉴스길드에서 완전히 탈퇴하기 위해 변호사와 법적 절차도 논의했다. 독립 코커스는 “NYT 기자 외에 다른 언론사 직원의 가입도 받겠다”고 선언했다. 뉴스길드는 약 2만6000명이 속한 대형 언론노조다.이번 사건은 최근 정치사회적 사건에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려는 일부 언론인들의 요구가 ‘불편부당(不偏不黨)’이라는 전통 언론의 오랜 가치와 어떻게 충돌하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WSJ는 진단했다. 특히 주요 언론사가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면서 기자 직군이 아닌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마케터 등을 속속 영입했으며 이 여파로 뉴스룸의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NYT의 사주인 셜즈버거 가문이 유대계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셜즈버거가(家)는 1896년 NYT를 인수해 현재까지 경영하고 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60여 년에 걸쳐 사실상 1당 지위를 유지해 온 자민당 독주와 파벌정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자민당 총재가 곧 내각총리를 맡는 구조에서 당내 유력 정치인은 총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파벌을 활용해 왔고, 경쟁적으로 파벌을 키우기 위해 금권정치를 벌이는 악습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1988년 일본을 뒤흔든 ‘리크루트 사건’은 자민당 파벌 보스가 연루된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 부패 스캔들이다.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리크루트가 자민당 실세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준 사실이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여파로 이듬해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가 이끌던 내각은 총사퇴하고 막후 실력자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도 자민당을 탈당했다. 1955년 창당 이래 1당 체제를 구축한 자민당이 1993년 총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야당으로 전락한 것도 이때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자민당 비자금 조성 사건이 ‘21세기판 리크루트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2년에는 정부의 각종 인허가가 필요한 택배업체 사가와규빈이 자민당 유력 파벌인 헤이세이연구회(현 모테기파) 소속으로 부총리를 지낸 실력자 가네마루 신 의원에게 5억 엔(약 46억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파벌에 의한 정치자금 조달 제한, 각료의 파벌 불참 조치가 이어지면서 한때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2년 집권하면서 세이와정책연구회(아베파)가 자민당 내 최대 파벌로 떠올랐고, 이후 파벌 구조는 지속적으로 공고화됐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앞으로 중국에서 ‘중국 경제 위기’ 관련 발언을 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언급에 대해 “중국 경제가 쇠퇴할 것이라는 ‘인지적 함정’에 빠뜨리려는 시도를 단속하고 처벌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16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는 전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오늘날 경제 분야는 국가 간 경쟁의 중요한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이 전장에서 중국 경제를 쇠퇴시키려는 ‘말의 흉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이 같은 범죄 행위를 단호히 단속하고 처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안전부의 이 같은 발표는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경제 선전과 여론 지도를 강화하고 ‘중국 경제 광명론(光明論)’을 강조해야 한다”는 방침이 내년도 정책 계획에 포함된 것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국가안전부는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지속적으로 공격해 중국을 전략적으로 포위하고 탄압하려는 시도”라면서 “이 같은 시도를 하는 자들은 중국이 외국 자본을 배척한다거나 민영기업을 탄압한다는 등의 날조된 이야기를 퍼뜨려 이른바 ‘중국 위협론’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중국 내 최고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류지펑(劉紀鵬) 정법대 자본금융연구원장의 웨이보(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계정이 최근 삭제됐다. 그가 중국 자본시장의 병폐를 비판하며 투자를 만류하는 글을 올린 직후 계정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유대인을 학살하자’고 주장한 학생을 징계할 것이냐는 미국 의회 청문회 질문에 답변을 유보해 반(反)유대주의 옹호 논란에 휩싸인 미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이 자진 사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이후 미 주요 대학 내 이른바 진보적 학생들의 반유대주의 주장에 대한 주류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9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사진)은 이날 “학교의 중요한 사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교수진, 학생, 직원, 졸업생 및 지역사회 구성원과 협력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매길 총장은 5일 대학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 및 반유대주의 확산 관련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질의를 받았다. 그는 “그런 위협이 (말뿐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어 ‘유대인 제노사이드(인종 대량학살)를 부추기는 게 유펜 행동 강령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후 매길 총장의 답변이 반유대주의를 옹호했다는 비판이 교내외에서 이어졌고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유펜 온라인 청원에 2만6000명 이상 서명했다. 유펜 거액 후원자 로스 스티븐스 스톤리지자산운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억 달러(약 1300억 원) 기부를 철회하면서 총장이 교체되면 결정을 재고하겠다고 사퇴를 압박했다. 매길 총장은 6일 “유대인 학살 주장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폭력을 촉구하는 것이라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며 사과문을 냈지만 논란 4일 만에 물러났다. 당시 청문회에서 같은 질문에 매길 총장과 비슷한 원론적 답변을 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 샐리 콘블루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올해 10월 자신이 속한 미국 공화당 내 강경파 주도로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에서 해임됐던 케빈 매카시 전 의장(58·사진)이 이달 말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을 떠나며 “워싱턴(미 의회)이 손을 댈수록 미국이 더 나빠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연말에 하원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내리 9선을 했으며, 의원 임기가 2025년 1월까지지만 이보다 훨씬 앞서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매카시 전 의장은 중소기업을 경영했던 자신의 이력을 밝히며 “기업가들과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려는 이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정치를 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이어 “워싱턴이 더 많은 일을 할수록 미국은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며 “국민들이 직면한 문제는 입법보다는 혁신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좌절한 배경을 털어놨다. 또 “차세대 지도자가 될 인재를 모집하고 지원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새 세대의 보수 지도자’를 뜻하는 ‘영 건(Young Guns)’ 세대의 종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0년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 에릭 캔터 전 공화당 원내대표와 공동 집필한 저서 ‘영 건’을 통해 당시 공화당 지도자들을 ‘원칙을 저버린 사람들’이라고 비판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들과 함께 공화당 신(新)주류로 떠올랐다. 그러나 앞선 두 사람 모두 강경파와의 갈등 속에서 정계를 은퇴한 데 이어 매카시 전 의장도 같은 길을 걷게 됐다. NYT는 “지난 10년간 이들은 모두 극우 세력에 의해 서서히 밀려났다”고 분석했다. 매카시 전 의장이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공화당(219석)은 하원에서의 과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민주당(213석)과의 의석수가 6석 차로 줄면서 당내에서 2표만 이탈해도 법안을 처리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표결 시 공화당 강경파의 입김이 더욱 세지고, 하원의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저는 여의도의 문법도, 셈법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누구에게도 빚진 것 없고, 어떠한 패거리도 없습니다. (중략) 저처럼 여의도 정치 전혀 모르고 발 디뎌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정부를 맡는 것 자체가 정치교체 아닙니까.”검사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정치교체를 약속했습니다. 후보 시절 한 예능 방송에 출연해서는 정치 경험 부족에 대해 “나는 어려움이 생겨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며 “어떤 새로운 일이라도 성공시키는 건 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식 국정운영에 지친 많은 유권자들은 초보 정치인을 과감하게 선택했습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며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던 윤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입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윤 대통령의 임기도 3분의 1을 지나게 됩니다. 집권 3년 차인 내년에는 현 정부의 중간고사 성격을 가진 총선이 치러집니다. 윤 대통령이 유권자에게 했던 약속에 대한 평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여의도식 소통 문법 거부한 尹 대통령윤 대통령은 26년 간 검사로 일한 만큼 대선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전광석화 같은 추진력을 강조했습니다. 효율적인 일 처리를 위해 보안을 중시하고 수직적 체계를 갖춘 검찰식 문화를 선호했습니다. 반면 여의도식 정치는 기질적으로 싫어했습니다. 말로 이슈를 선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인보다는 입이 무겁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을 가까이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선거대책본부의 주요 보직 인사 중에는 검찰, 경찰 출신이 유독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선거 캠프임에도 보안과 근무 기강을 강조했습니다. 일부러 여의도에서 멀리 떨어진 광화문에 초기 캠프를 꾸렸고, 선대본부 상황실에서는 종종 캠프 실무자들의 근무 태도를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선거 캠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이러한 수직적인 리더십은 선거 과정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빛을 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위기 때마다 이준석 대표와의 극적 화해, 유튜브 쇼츠·페이스북 단문 메시지 활용, 빠른 사과 등을 통해 반전을 이뤄냈습니다.하지만 집권 후에는 이러한 조직문화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119 대 29’ 대패로 끝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득표 상황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선거 막판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나라보다 돈을 10배로 쓴다는 소문과 함께 국정원, 외교부, 심지어 대통령실 내부에도 ‘도저히 뒤집을 수 없는 판세’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주력 사업에 대해 실패를 예견하며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특정 참모의 책임을 묻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듣기보다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 유형이다 보니 직언하기 더욱 어렵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통치 스타일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었는지 차분히 살펴볼 시점입니다. 0선의 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는 반(反) 여의도 성향에 가까운 언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로 싫더라도 만나서 치열하게 협상하면서 양보와 협치를 하는 것이 의회 정치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임에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을 꺼리고 있습니다. 그간 이 대표가 여덟 차례에 걸쳐 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이를 모두 거절했습니다. 아무리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피의자 신분의 대표이더라도 그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국은 꼬일 대로 꼬이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이준석 전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여러 가지 혐의로 기소돼 있는데, 그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되면 안 만날 건가”라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은 틈만 나면 국무위원 탄핵안을 발의하고, 법안 강행 처리를 시도하면서 의회 내 힘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역시 힘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야당이 법안을 대거 강행 처리하는 것도, 대통령이 사안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0선 대통령’과 ‘0.5선 제1야당 대표’ 시대가 낳은 K정치의 신(新)풍경입니다. ● 아쉽게 끝나버린 0선 새정치 실험물론 정치권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기성 정치 문법을 깨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간 사례도 있었습니다.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당선자와 현장 기자들 간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기자실을 같은 건물에 만들고 도어스테핑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도어스테핑은 용산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과의 충돌 이후 잠정 중단됐고, 지난해 11월 총 61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상태입니다. 올해에는 신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마저 열리지 않아 국내 언론 기자들은 이제 윤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로이터통신 등 해외 언론사와의 인터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 추진 방침을 밝혔습니다. 3대 개혁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커 표 계산에 빠른 여의도 정치에서는 회피하는 의제입니다. 여의도 카르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윤 대통령이 용기 있는 도전에 나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3대 개혁 중 어느 분야에서도 행동으로 보여준 게 없습니다. 여권에서는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벽에 가로막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안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윤 대통령이 야당 설득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과연 개혁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0선 지도자’ 돌풍은 전 세계적 현상정치 경험이 없는 이들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비단 K정치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0선 지도자 돌풍이 일고 있습니다. 정치 경험이 없어도 성공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해외 지도자가 입증하고 있습니다.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45)은 2015년 자신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드라마 ‘국민의 종’을 통해 단숨에 국민적 스타가 됐습니다. 드라마에서 부패 정치인을 몰아내는 대통령 역할을 맡았던 그는 2019년 5월 대선에서 73% 지지를 받으며 눈 깜짝할 새 현실에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당선 초기 국제사회가 그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가를 지키겠다면서 전투복을 입고 국내외를 돌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줬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국민을 결집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은 젤렌스키에 대해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다”고 평가했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그를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Rizz) 정치인으로 꼽았습니다.국민적 저항을 뚫고 연금 개혁을 완수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6)도 의회 경험이 없었습니다. 30대의 나이로 경제 장관을 역임했던 그는 좌우가 극한 대립하는 정치 현실에 절망했습니다. 스스로 좌파도 우파도 아닌 자유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청년과 함께 사회운동 단체 ‘앙 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이끌고 정치 세력화에 나섰고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그는 좌우 한쪽 진영이 아닌 중도파 유권자의 지지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념과 진영을 떠나 국가적 의제에 자신의 정치적 승부수를 걸 때가 많습니다. 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컸지만 그는 지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 의료 개혁에 거침없이 나서고 있습니다.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2030 엑스포 유치 실패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임기 3분의 1을 지나는 시점에서 새 얼굴로 윤석열 정부 2기가 구성되는 모습입니다. 그의 2기는 어떨까요. 윤 대통령이 잘 모르는 인사들이 깜짝 발탁되고 여성 장관 비중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한 ‘존경하는 검찰 선배’를 5개월만에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힐 정도로 검찰 출신을 중용하는 모습에서 인사를 통한 변화의 메시지는 흐려진 상태입니다. 이제 곧 윤 대통령도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정치 신인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을 수 없게 됐습니다. 기득권 정치에 물들지 않겠다고, 성과 하나만은 자신 있다던 윤 대통령이 집권 2기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그가 0선 정치인의 한계를 뚫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한국 정치의 수준은 왜 나아지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를 각각 두 번씩 취재하며 가진 의문에 대해 해외 정치와 비교하면서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empty@donga.com으로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