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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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hong@donga.com

취재분야

2024-11-19~2024-12-19
미국/북미34%
국제정치20%
인사일반10%
유럽/EU10%
국제정세7%
대통령5%
국제일반5%
중동5%
국제교류2%
국제인물2%
  • G7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로 AI 통제 연내 논의”… 기시다 “인간 중심의 신뢰할 수 있는 AI 필요”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통제하기 위한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를 출범하기로 했다. 지적 재산권 문제나 개인정보 침해, 허위 정보 확산 등 AI 기술의 잠재적인 위험을 규제하기 위한 논의를 G7이 주도해가겠다는 것이다. 올해 의장국인 일본 정부는 이날 첫 번째 세션의 보도자료를 통해 정상들이 “생성형 AI와 몰입형 기술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G7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에 대해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를 통해 담당 장관들이 신속히 논의하고 올해 안에 결과를 보고하기로 합의했다.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생성형 AI 관련 국제 규범과 국제적 정보 유통의 틀을 만들기 위해 정상 간 합의를 거쳐 가동하겠다고 밝힌 제안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신뢰성 있는 자유로운 정보 유통’를 구체화하겠다며 “일본은 의장국으로서 적절한 재정적 기여를 포함해 공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뢰성 있는 자유로운 정보 유통’은 일본이 2019년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주장한 개념으로, 국경을 넘어 자유롭고 원활하게 정보를 교환해 경제성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인간 중심의 신뢰할 수 있는 AI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국제적인 논의의 틀을 조기에 설립할 수 있도록 G7의 협력을 얻고 싶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약 80분간 진행된 이번 세션에서는 세계 무역 정세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기시다 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규칙에 기반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체제가 글로벌 성장과 안정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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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美대선 조작 위험”… ‘챗GPT 아버지’의 경고

    대화형 챗봇 ‘챗GPT’ 등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거짓 정보나 조작된 이미지, 영상 등이 여론과 선거에 영향을 미쳐 민주주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내외에서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에서 AI 청문회가 처음 열린 가운데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은 “AI를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년 4월 22대 총선과 11월 미 대선 등을 앞두고 국내외 정치권은 물론 테크 업계 내부에서도 AI 기술 개발과 사용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챗GPT의 아버지’, ‘미스터 챗GPT’ 등으로 불리는 올트먼 CEO는 이날 미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사생활·기술·법 소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고 기술이 점차 발전하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용자와) 일대일로 상호 작용하는 AI 모델이 여론을 조작하거나 움직이고 거짓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 대선 유세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해 거짓 정보를 퍼뜨려 여론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을 경고한 것이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당)도 “AI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훼손할 가능성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이뤄진 별도 감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트먼 CEO는 “우리가 만든 도구(AI)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모델이 될 만한 국제 규제기구 사례로 언급하며 “미국이 다른 국가와 협력해 AI 국제 표준을 설정한다면 세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뇌·인지과학자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도 “AI 문제를 다루려면 전문지식과 협업이 필요하다”며 정부 부처 수준의 별도 기관 설립을 촉구했다. 다만 또 다른 증인 크리스티나 몽고메리 IBM 부사장 겸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는 기술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구 설립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청문회는 4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올트먼 CEO를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업계 대표 4명을 백악관으로 부른 자리에서 AI 기업의 ‘책임 있는 혁신’을 주문한 지 약 2주 만에 열렸다. 국내 정치권은 “내년 총선이 AI를 통한 여론 조작이 벌어지는 첫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규제 법안 검토에 들어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신뢰도 회복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AI 선거개입 우려… 유권자에 허위정보 믿게해 여론조작 가능” 美의회 AI 청문회… 선거 악용 우려AI, 여론조사 결과 예측할수 있어잘못된 투표절차 정보 제공할수도 “인공지능(AI)이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까요?”(미국 공화당 조시 홀리 상원의원) “‘AI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일대일 대화로 여론을 조작하고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16일(현지 시간) 미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사생활·기술·법소위원회가 사상 최초로 ‘AI 청문회’를 개최했다.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청문회는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AI가 악용될 가능성을 정계 및 테크 업계 관계자 모두 상당히 우려하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특히 ‘챗GPT’ 열풍을 일으킨 올트먼 CEO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AI가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 AI 청문회서 ‘가짜 목소리’ 시연이날 청문회 개시 직전 장내 스피커에선 소위 위원장인 집권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기술이 규제를 앞질러 가면 개인정보 오남용, 거짓 정보 확산, 불평등 심화 같은 문제가 벌어진다”는 내용의 개회사를 발언했다. 개회사가 끝나자 블루먼솔 의원은 “이 목소리와 발언은 모두 내 것이 아니다”라고 ‘깜짝 발언’을 했다. 챗GPT가 원고를 썼고, 자신의 음성은 AI로 합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재생된 것이 신기하거나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만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도력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면 무서웠을 것”이라고 했다. AI로 인한 거짓 정보 확산이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에이미 클로부샤 상원의원은 “챗GPT가 투표 절차 관련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홀리 의원은 챗GPT 같은 LLM이 여론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선거 캠프가) AI의 예측을 활용해 유권자의 특정 반응이나 행동을 유도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여론 조작 위험성을 경고했다. 올트먼 CEO는 “챗GPT가 선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디자인 프로그램) 포토샵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종종 합성 이미지에 속았지만 사진이 ‘포토샵 (처리) 될 수 있다’는 개념에 곧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AI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가 진실이 아니며 콘텐츠의 진위를 가리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AI발(發) 혁명으로 대량 실직 우려 AI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블루먼솔 의원은 “AI로 인한 산업혁명 때문에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이동하고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올트먼 CEO는 “AI 기술이 일부 일자리를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정부에 과도기적 지원을 요구했다. 이날 첫 AI 청문회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치권과 업계에서 AI 의제를 진지하게 살피고 있는 인물들이 AI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논한 자리”라며 초당적인 규제 지침의 토대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AI뿐만 아니라 어린이 보호 등 여러 분야의 규제에서 다른 나라보다 뒤처졌다”며 AI의 악영향을 막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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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지리아 女셰프, ‘100시간 연속 요리’ 기네스 신기록

    나이지리아 요리사 힐다 바시(27)가 ‘100시간 연속 요리 마라톤’에 성공하며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은 87시간 45분이었다. 바시는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 행사장에서 11일 오후 3시(현지 시간)부터 15일 오후 7시 45분까지 서아프리카 대표 요리 졸로프 라이스를 비롯해 나이지리아 음식 수십 가지를 만들었다. 휴식 시간은 1시간마다 5분, 혹은 12시간마다 1시간에 불과했다. 수천 명이 모인 행사장은 나흘 밤낮 음악과 환호성이 이어졌다. 바시는 만든 음식을 관객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어려서부터 엄마에게서 요리를 배웠다는 바시는 2021년 요리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며 일약 나이지리아 ‘국민 요리사’로 떠올랐다. 식당과 요리교실 운영, 방송 출연은 물론이고 배우로도 활약한다. 바시는 11일 이번 도전에 대해 “나이지리아 청년의 근면함과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며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된 젊은 아프리카 여성들을 응원한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기네스 측은 15일 “증거를 확인한 뒤 곧 공식 기록 인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트위터에 “힐다(바시)의 추진력과 야심, 인내심이 나이지리아 요리의 독창성에 대한 전 세계 관심과 통찰을 불러일으켰다”며 “나이지리아에 위대한 날”이라고 추켜올렸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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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각국 3040 지도자 전성시대… 경험부족에 좌충우돌 실패도

    14일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43세의 젊은 정치인 피타 림짜른랏이 이끄는 진보 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도 젊은 정치인들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40대 기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도 참신함과 활력, 친근함을 내세운 3040 지도자층이 두꺼워지는 추세다.● 美, 민주-공화 40대 주자들 약진 미국에서는 40대 정치인들이 각 분야의 리더로 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내년 대선주자로는 집권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81), 야당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의 지지율이 여전히 가장 높지만 이들의 뒤를 이을 신진 세력들은 대부분 1970년대생인 ‘젊은 피’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47)이 대표적이다. 2020년 지명 당시 AP통신 등 외신들은 “역사상 가장 젊은 국가안보보좌관 중 한 명”이라며 주목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41)도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며 신예로 떠올랐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던 2020년 45세의 나이로 중책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 수장에 오른 캐서린 타이 대표도 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5)가 급부상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젊고 유능한 지도자’란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한때 ‘리틀 트럼프’로 불렸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견제할 정도로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에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국민당의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장완안(蔣萬安·45) 타이베이 시장이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대만 초대 총통 장제스(蔣介石)의 증손자로, 2022년 수도 타이베이 시장선거에 국민당 후보로 나서 42.3% 득표율로 완승을 거뒀다.● 화려한 관심 속 취임… 실패 땐 실망도 두 배 최근 세계 각국에선 3040세대가 ‘차세대 주자’를 넘어 국가 최고지도자로 연이어 오르면서 ‘젊은 정상들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2019년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5)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치밀한 국제 여론전으로 서방의 지원을 얻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46)도 극우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며 30%대의 안정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의 주목을 받으며 임기를 시작한 젊은 국가수반들이 국정 운영에서 경험 부족 등 한계를 드러내며 더 큰 실망을 불러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37)은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승리하며 국가수반에 올랐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운동 이후 첫 대선이었던 만큼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인 그를 향한 관심은 더욱 컸다. 하지만 물가 폭등과 치안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집권 6개월 만에 실시된 개헌 국민투표도 부결됐다. 앞서 2019년 ‘최연소 총리’로 집권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8)는 지난달 총선에서 실패하며 실각했다. 마린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의 굵직한 성과를 냈고, 화려한 패션 감각으로 젊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클럽에서 새벽까지 춤을 추는 ‘파티 영상’이 유출되는 등 사생활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48)는 영국의 ‘첫 40대 총리’이자 ‘최단명 총리’라는 두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부자 감세 등 경제 실책으로 대혼란을 초래해 취임 44일 만에 직을 내려놔야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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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총기 희생자 하루 평균 133명… 이념 갈등에 대책은 ‘깜깜’

    “미국인의 총기 소지권을 위한 전사(戰士)가 되겠다. 총기 사건은 정신 건강의 문제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이 죽어야 하는가. 공화당은 총기 규제에 협조하라.”(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의 한인 교포 부부와 이들의 어린 자녀가 숨진 6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 총기 난사를 비롯해 최근 미 전역에서 총기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이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 해법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에 계류된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미 올 들어 현재까지 1만4000명이 숨진 총기 사건 사고의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규제에 동참하라고 촉구한다.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면 모두가 공멸할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개인의 무기 소지권을 명문화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워 “총기 희생자가 많아질수록 자위권 행사를 위해 총기를 보유하려는 시민의 권리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맞선다. 서부 개척의 역사, 50개 주가 사실상 독립국가나 다름없는 미국에서는 총을 자기방어의 핵심 수단이자 자유주의의 상징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연방정부 권력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한 점도 이런 논리에 힘을 더한다. 이처럼 총기 문제는 낙태, 이민과 마찬가지로 미 사회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리는 ‘뜨거운 감자’다. “저렇게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데 왜 정부나 사회 전체가 손을 놓고 있느냐”는 단순한 잣대로 접근하기 어려운 의제란 뜻이다. 대형 사건이 발생하거나 주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총기 규제 찬반양론이 나오지만 실질적인 해법이 도출된 적이 거의 없는 것 또한 이렇듯 극단적으로 양분된 여론, 이에 따른 정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은 총기 사망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총기 관련 사망자 수는 4만8830명이다.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자(4만5404명)보다 많다. 하루 평균 133.8명이 총기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기준 미국에는 전 세계 총기의 약 40%인 약 3억9000만 정의 총기가 있다. 미 인구(3억3000만 명)보다 6000만 정이 많다. 이 외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총기까지 합하면 실제 훨씬 많은 총기가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2020년 기준 2280만 정의 총기가 새로 팔렸다. 이미 총기가 많은데도 연 2000만 정의 총기가 새로 팔릴 정도니 이로 인한 범죄 발생과 희생자 수 증가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10여 년간 범인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량 총기 난사(mass shooting)’가 급증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미 총기 관련 비영리단체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7일까지 127일간 범인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량 총기 난사 사건은 208건에 이른다. 2013년만 해도 연간 대량 총기 난사는 256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 415건, 2020년 610건, 2021년 690건, 2022년 646건으로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해 건수는 2013년보다 2.5배 많은 수치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대량 총기 난사는 600건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미국인들이 신변 보호를 위해 총기를 대거 구매하고, 3차원(3D) 프린터 기술 발달 등으로 개개인이 집에서 손쉽게 사제 총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대부분의 주에서 주류 판매 허용 연령(21세)보다 낮은 18세 이상에게 총기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점 또한 사건 사고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교-직장 사건 이유 1위는 ‘원한 관계’ 총기 관련 비영리단체 ‘더 바이올런스 프로젝트(TVP)’에 따르면 미 총기 난사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소매상점(38건)이다. 식당·술집(27건), 공장·창고(25건), 사무실(18건), 야외(18건), 거주 시설(17건), 유치원·학교(14건), 예배 시설(11건), 대학과 정부기관(이상 9건) 등이 뒤를 이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 수는 1자루(42%)가 가장 많았고 이어 3자루 이상(33%), 2자루(25%) 등이었다. 범인 중 50%가 특정 인물 1명을 목표로 총기를 발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까지 희생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학교와 직장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에서 범인들은 ‘원한 관계’를 이유로 드는 경향이 뚜렷했다. 3월 테네시주 내슈빌의 총기 난사범 오드리 헤일(28)과 마찬가지로 학교 총기 난사범의 91%는 해당 학교의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이었다. 학교 내 총기 난사범의 80%는 범행 전 자살 징후를 보였다. 또 56%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직장 총기 난사범의 70%는 해고 등 고용 문제를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4월 켄터키주 루이빌의 한 은행에서 4명을 죽인 코너 스터전(25) 또한 해고 통보를 받자 이 같은 만행을 벌였다.● 양분된 여론 “백약이 무효” 회의론도 총기 사건 사고 건수와 희생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미 여론은 상당히 갈라져 있다. 지난달 21∼24일 폭스뉴스가 미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총기 폭력을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주로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1%는 6일 앨런 아웃렛 참사에서 쓰인 ‘AR-15’ 소총 같은 “공격무기 금지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45%는 “더 많은 시민이 총을 지니는 것을 선호한다”고 맞섰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의 응답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자의 84%는 “공격무기 금지”를 거론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불과 36%만 “공격무기 금지를 선호한다”고 밝혀 대조를 보였다. 공화당 지지자의 61%가 “더 많은 시민의 총기 보유”를 지지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지지 비율이 27%에 불과했다. ‘더 엄격한 총기 규제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정파에 관계없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43%가 “나라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서는 9%포인트 높은 52%가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무슨 대책이 나와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냉소적 응답이 7년 전 20%에서 31%로 큰 폭 증가했다. ● 공화당 전당대회 방불케 한 NRA 총회 정치권의 대립 상황은 사태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공격무기 금지,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 의무화 등의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발의해도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 문턱을 넘기 어렵다. 상원 100석 또한 민주당 및 친민주당계 무소속의 합산 의석과 공화당 의석이 51 대 49로 비슷하다. 총기 옹호 로비단체 ‘전미총기협회(NRA)’는 공화당의 주요 정책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지난달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NRA 연례 총회는 마치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장이나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 등 공화당의 주요 대선주자가 모조리 등장해 바이든 행정부의 총기 규제 강화 행보를 비판하고 “내가 집권하면 총기 옹호나 규제 완화 정책을 펴겠다”고 외쳤다. 참석자들은 우레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을 “역대 미 대통령 중 최고의 총기 찬성자이자 수정헌법 제2조의 수호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기 난사에 대해 “총기 문제가 아니라 정신 건강의 문제”라며 민주당이 “좌파 십자군처럼 행세한다”고 몰아붙였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바이든의 (총기) 전쟁을 끝내겠다”고도 했다. 펜스 전 부통령 역시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신이 주신 권리(총기 보유권)를 짓밟는 것을 중단하라”고 동조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헌법적 권리를 빼앗으려는 세력에 맞서 여러분은 항상 내 편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자신을 부각시켰다. 디샌티스 주지사 또한 영상으로 본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총기 규제책 강화 방침에 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방정부의 규제 이행을 거부하는 것이 (유권자로부터) 인기가 없다는 점을 잘 알지만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의원도 아닌 대선주자들이 특정 로비단체의 행사에 참석해 입을 모아 총기 옹호 발언을 내놓은 것은 NRA의 막강한 로비 능력에 기인한다. 미 비영리 조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NRA는 의원들의 총기권 우호도를 ‘A’부터 ‘F’ 등급까지 6단계로 나눠 로비를 벌인다. 당연히 ‘A’ 등급 의원이 많은 지원을 받는다. 반면 총기 보유를 강하게 반대하는 ‘F’ 등급 후보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낙선 운동도 불사한다.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총기 규제를 언급한 유명 의원이 NRA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무명 주자에게 패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현재까지 NRA는 총기 옹호 의원들에게 1억4000만 달러(약 1820억 원) 이상을 썼다. 기록에 남은 돈만 이 정도이고 추적이 어려운 ‘슈퍼팩(Super PAC·특별 정치활동위원회)’ 등으로 흘러간 돈까지 합하면 얼마를 썼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은 ‘시계 제로’ 다만 공화당의 총기 옹호 정책이 내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공화당은 최근 수십 년간 ‘낙태 반대’와 ‘총기 규제 완화’를 충성심 높은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수단으로 썼다. 이 중 낙태 반대 전략은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1973년부터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 왔던 ‘로 vs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며 정점을 찍었다. 당시 공화당은 환호했지만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의 반발 또한 거셌다. 반(反)공화당 성향의 유권자가 대거 결집하면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초 상원 다수당 위치를 잃을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고수할 수 있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낙태 의제가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주에서 민주당의 승리로 이어졌다며 내년 대선에서는 총기 의제가 비슷한 양상으로 경합주 표심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민주당이 중간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부동층은 총기 의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美 수정헌법 제2조“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를 지닌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받을 수 없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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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총격참상 사진-영상 방치… 폭력적 콘텐츠 무분별 확산 책임”

    한인 일가족 등 8명의 생명을 앗아간 6일 미국 텍사스주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 등 적나라한 현장 사진과 영상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전방위적으로 퍼졌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트위터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가 지적받는 대목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뒤 콘텐츠의 안전성과 위법성을 검토하는 신뢰·안전팀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는 점이다. NYT는 “폭력적 콘텐츠 관리에 대규모 투자를 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는 이번 사건을 검색해도 뉴스 보도나 덜 폭력적인 영상들이 주로 나타났다”고 비교했다. 외신들은 트위터가 해명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트위터가 도입한 유료 계정 인증제 ‘블루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계정에는 “가해자는 흑인 우월주의자”라는 가짜 주장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방송도 “머스크 CEO는 유료 사용자의 게시물이 더 많이 노출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이들이 올린 폭력적 이미지는 더 많이 퍼졌다”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는 베트남 전쟁 때 보도된 ‘네이팜 소녀’ 사진이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자극적인 이미지들이 때때로 중요한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소셜미디어는 총기 난사 등 폭력적인 콘텐츠를 무책임하게 확산시킨다는 비판이 인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세라 로버츠 교수는 “안타깝게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는 전통적 미디어 기업과 달리 이미지를 유통해 이익을 얻도록 설계돼 있다”고 짚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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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총기난사 핏자국이 그대로”… 트위터, 현장 사진 퍼져도 방치

    한인 일가족 등 8명의 생명을 앗아간 6일 미 텍사스주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 등 적나라한 현장 사진과 영상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통해 빠르고 전방위적으로 퍼졌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트위터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가 지적받는 대목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뒤 콘텐츠의 안전성과 위법성을 검토하는 신뢰·안전팀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는 점이다. NYT는 “폭력적 콘텐츠 관리에 대규모 투자를 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는 이번 사건을 검색해도 뉴스 보도나 덜 폭력적인 영상들이 주로 나타났다”고 비교했다. 외신들은 트위터가 해명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트위터가 도입한 유료 계정인증제 ‘블루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계정에는 “가해자는 흑인 우월주의자”라는 가짜주장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방송도 “머스크 CEO는 유료 사용자의 게시물이 더 많이 노출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이들이 올린 폭력적 이미지는 더 많이 퍼졌다”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는 베트남 전쟁 때 보도된 ‘네이팜 소녀’ 사진이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자극적인 이미지들이 때때로 중요한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는 경우도 있었다.하지만 최근 소셜미디어는 총기 난사 등 폭력적인 콘텐츠를 무책임하게 확산시킨다는 비판이 인다. LA캘리포니아대학(UCLA) 사라 로버츠 교수는 “안타깝게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는 전통적 미디어 기업과 달리 이미지를 유통해 이익을 얻도록 설계돼있다”라고 짚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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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의 기술 봉쇄에… 中 ‘반도체 인해전술’로 AI 자급자족 시도

    글로벌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수출 규제를 비롯한 ‘반도체 봉쇄’ 끈을 죄고 있는 미국에 대응해 중국이 기술 자급자족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촘촘한 대중(對中) 규제가 오히려 중국 첨단 기술력 향상을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 고성능 첨단 반도체에 의존하지 않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유입 규제 같은 미 수출 규제에 대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술(IT) 업계가 시도 중인 우회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재 대상이 아닌 저성능 구형 반도체를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에서 자체 기술로 생산한 여러 유형의 반도체를 결합해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IT 업계에서 생성형 AI ‘챗GPT’ 같은 고성능 거대언어모델(LLMs) 훈련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반도체는 미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과 H100이다. GPU는 동시에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어 AI의 학습과 운영에 주로 쓰이는 시스템 반도체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시행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로 중국은 더 이상 이 반도체들을 수입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 규제 대상이 아닌 저성능 구형 반도체 A800과 H800을 공급하고 있다. WSJ는 두 반도체에 대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 같은 소규모 AI 개발에는 효과적이지만 대규모 AI 모델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챗GPT 같은 대규모 AI 모델에 고성능 반도체가 5000∼1만 개 들어간다고 추정했다. 최근 비공개회의서 나온 중국 반도체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확보된 A100 반도체 재고는 4만∼5만 개에 불과하다. 중국 기업들은 제재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첨단 반도체를 최대한 아껴 놓는 길을 택했다.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기술기업의 자체 생산 반도체는 아직 성능이 떨어진다. 이에 텐센트 같은 중국 업체들은 ‘질보다 양’을 택해 구형 반도체를 많이 활용해 최첨단 반도체 성능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양유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H100을 100개 쓰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내려면 H800이 3000개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결합해 성능을 높이는 방법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일반적으로 여러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하면 작동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플랫폼스의 AI연구원 수전 장은 “미국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평했다. 이 같은 중국 자구책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중국은 지난해 본토에 상장된 반도체 회사 190곳에 보조금 2조3000억 원을 지급하는 등 ‘기술 굴기(崛起)’에 힘쓰고 있다. WSJ는 “중국 기술기업의 다양한 우회 시도가 성공한다면 미국 제재를 극복하고 미래에 닥칠 제약에 더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중국에 첨단 장비 수입이 제한되는 이상 자체 기술만으로 미국에 맞먹을 만큼 성장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일단 하드웨어 기반을 마련하면 소프트웨어 측면의 AI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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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러 극초음속미사일, 패트리엇으로 격추”

    우크라이나군이 4일 수도 키이우 상공으로 날아온 러시아의 최신 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격추했다고 6일 밝혔다. ‘킨잘 격추’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또한 지난해 10월 강제 합병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남동부 4개 지역에서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행사를 열겠다며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내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소이탄의 일종이며 인체에 치명적인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등장하는 등 양측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6일 우크라이나 공군은 “패트리엇 미사일로 4일 ‘킨잘’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말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인도받아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체계를 갖추게 됐다. 러시아의 단거리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조한 킨잘의 비행 속도는 음속의 10배(마하 1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6일 러시아군이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바흐무트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백린탄은 가연성이 강한 ‘백린(白燐)’ 파편을 타격 지점 주변에 광범위하게 흩뿌리는 화학 무기다. 파편이 인체에 닿으면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고 심한 화상을 입는다. 소이탄은 민간인에 대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지만 백린탄은 명확한 금지 규정이 없어 러시아군이 종종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와중에 러시아군의 내분이 커지고 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5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비판하며 “바그너 용병이 탄약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바흐무트에서 죽어가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10일 이후 우리 용병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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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中견제 위해 ‘중동지역 철도망’ 건설 나서, 中은 서남아 공략… 아프간 “中일대일로 동참”

    미국이 최근 중동과 서남아시아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등을 잇는 교통망 건설을 추진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서 철도, 항만 등 기간 시설을 속속 건설해주는 대가로 사실상 해당 지역을 중국의 경제 식민지로 만들고 있다는 평을 얻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다. 이에 중국은 2021년 8월 미군 철수 후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통치하고 있으며 극도로 낙후된 아프가니스탄까지 일대일로에 포함시키겠다고 ‘맞불’을 놨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6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사우디, UAE, 인도 고위 관계자와 만나 교통망 건설을 논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최측근 겸 외교 책사인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해 7월 사우디를 직접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사우디를 찾은 미 최고위 인사다. 이 교통망은 시리아 북동부 레반트 지역에서 시작해 사우디, UAE 같은 페르시아만 일대 아랍국을 철도로 잇는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후 페르시아만부터 인도까지는 바다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인도(India), 이스라엘(Israel)과 미국(US), UAE 4개국 협의체 ‘I2U2’의 지난해 회담에서 이스라엘 측이 처음 제시했다. 미국이 여기에 최근 중국과 부쩍 밀착하고 있는 사우디까지 포함시켜 중국과 사우디의 추가 협력을 차단하려 하는 것이다. 중국은 올 3월 중동의 대표적 앙숙 겸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외교 정상화 합의를 배후에서 주재하며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런 상황에서 설리번 보좌관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한 것은 중국의 중동 장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전 이스라엘 관료는 액시오스에 “이 계획은 처음부터 중국을 노린 것”이라고 했다. 친강(秦刚) 중국 외교부장은 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 파키스탄, 아프간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세 사람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파키스탄 남서부 과다르항을 잇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에 아프간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CPEC는 중동산 원유를 중국 내로 곧바로 들여오기 위해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이다. 최소 600억 달러(약 79조 원)가 투입돼 일대일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미군 철수 후 서방 주요국이 치안 불안을 우려해 아프간과의 경제 협력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는 점을 노려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CPEC 또한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미르 한 무타키 아프간 외교장관 대행은 이날 “아프간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일대일로의 틀 안에서 경제, 무역, 인적 교류 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친 부장 또한 “국제 정세와 지역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편에 설 것”이라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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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러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격추”…러, 백린탄 투하 의혹도

    우크라이나군이 4일 수도 키이우 상공으로 날아온 러시아의 최신 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격추했다고 6일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킨잘 격추’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이다. 반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소이탄의 일종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양측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백린탄이 투하되면 하늘이 온통 작은 폭탄 불빛으로 물들어 ‘지옥의 화염’을 연상시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6일 우크라이나 공군은 “패트리엇 미사일로 4일 ‘킨잘’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말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인도받아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체계를 갖추게 됐다. 러시아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조한 킨잘의 비행 속도는 음속의 10배(마하10)에 달한다. 이 미사일은 방공 레이더를 교란시켜 요격이 어렵지만 이번에 격추에 성공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6일 러시아군이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바흐무트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백린탄은 가연성이 매우 강한 ‘백린(白燐)’ 파편을 타격 지점 주변에 광범위하게 흩뿌리는 화학무기다. 파편이 인체에 닿으면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고 극심한 화상을 입힌다. 소이탄은 민간인에 대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지만 백린탄은 명확한 금지 규정이 없어 러시아군이 종종 사용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는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안군의 내분이 커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5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을 비판하며 바그너 용병이 탄약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바흐무트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상태가 계속되면 10일 이후 우리 용병을 철수시킬 것”이라며 “철수 결정은 전적으로 러시아 국방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강제합병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남동부 4개 지역에서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행사를 열기로 했다. 특히 바흐무트가 있는 도네츠크에서는 ‘불멸의 연대’ 행진 등을 추진하기로 해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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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테크 CEO들 부른 백악관 “AI 안전성 책임져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공지능(AI) 분야 최전선에 있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를 4일(현지 시간) 백악관으로 초청해 AI의 “책임 있는 혁신”을 강조했다. 생성형 AI의 대표 주자인 ‘챗GPT’를 필두로 AI 기술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도 AI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 잠시 들러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은 엄청난 잠재력과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책임감 있는 혁신, 그리고 사람들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언급하기 위해 들렀다”며 “AI는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이지만 기회를 잡으려면 우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그리고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 등 네 명의 업계 대표 CEO가 참석했다. 백악관에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제프 자이언츠 대통령비서실장,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백악관은 AI 기술과 관련된 보안과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회의 후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민간 부문은 그들의 제품 안전성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법적 책임이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AI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추진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백악관, AI 규제 시사… 출시된 제품 공개평가도 나서 백악관 ‘AI 대책회의’“AI 정보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1800억원 투자 국립硏 7곳 신설” 2일부터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 바로 옆에 있는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들렀다”고 입을 뗐다. 이어 “기술 발전은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도 우리에게 알려 달라”라며 “이것은 정말,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챗GPT를 직접 사용해 본 뒤 마음을 빼앗겼다”고도 전했다. 백악관은 기업들이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악의적 공격으로부터 AI 제품을 보호해야 한다는 세 가지 핵심 분야가 논의됐다며 “CEO들은 국민들이 AI 혁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할 규제의 구체적 내용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를 계기로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AI 관련 규제 추진 움직임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유럽연합(EU)은 광범위한 AI 규제 법안을 연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한국도 9월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기로 했다. 반면 주요 빅테크 기업을 다수 보유한 미국은 상대적으로 규제 논의에 더딘 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는 AI 기술이 사생활 침해나 불평등 조장 등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을 규제할 수단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백악관은 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미 국립과학재단에서 국립AI연구소 7곳을 신설하는 데 1억4000만 달러(약 186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백악관은 학계와 공공기관, 산업계 등의 협력을 촉진해 윤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책임감 있고 공익에 기여하는 AI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출시된 AI 제품들을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작업도 시작된다. 여기에는 구글을 비롯해 엔비디아, 오픈AI 등 주요 기업들도 참여할 방침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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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중학생 역사성적 역대 최저… 부실교육 논란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사회 과목의 성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한국의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미 8학년 학생들의 역사 점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민(civics) 과목 점수 또한 최초로 이전 조사 대비 하락했다. 미 교육부는 지난해 전국 학생 약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학업성취도평가(NAEP)’에서 역사 점수가 500점 만점에 평균 258점이었다고 3일 밝혔다. 1994년 NAEP에 역사 과목 평가가 포함된 후 가장 낮다. NAEP는 과목 및 학년별로 다르게 치러지며 역사 과목은 4년마다 한 번씩 실시된다. 점수는 기초 이하, 기초, 능숙, 우수 네 등급으로 나뉜다. 이번 조사에서 역사 성적이 ‘기초 이하’인 비율 또한 40%에 달했다. 2014년(29%)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능숙’ 성적을 받은 학생은 2014년 18%에서 지난해 13%로 줄었다. 1998년부터 평가에 포함된 시민 점수 또한 처음으로 이전 조사 대비 하락했다. 특히 ‘기초 이하’의 성적이 31%에 달했다. 3명 중 1명은 정부의 기능이나 시민의 권리 및 책임 등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다. 평가를 주관한 국립교육통계센터(NCES)의 페기 카 평가위원은 “국가적으로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고 개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교육 당국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기 위해 수학, 독해 등에 치중한 공교육을 실시한 것이 사회 과목의 빈약한 성적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역사 교육을 둘러싼 미 사회의 첨예한 갈등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인종차별이 특정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차별을 부추기는 사회 체제 때문이라는 ‘비판적 인종이론(CRT·critical race theory)’을 학습시켜야 하느냐를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텍사스, 아칸소 등 보수 성향이 강한 몇몇 주는 주법으로 CRT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성향의 주는 CRT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선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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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 “트위터서 기사 보면 건당 비용 청구”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수익 개선을 위해 이달부터 트위터에서 언론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건당 비용을 청구하기로 했다. 미 주요 언론이 월정액을 지불하면 모든 기사를 읽을 수 있는 ‘페이월(paywa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트위터는 기사를 건별로 유료화해 언론사들과 이익을 나누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그는 감원, 직원 복지 혜택 축소 등 비용 절감 및 수익 개선을 위한 정책에 치중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 달부터 언론사가 이용자에게 기사를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월 단위 구독을 하지 않는 독자들이 원하는 기사만 유료로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제휴 언론사와 기사 가격, 수수료율 등을 어떻게 책정할지 세부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AFP통신은 언론사들이 수익을 위해 소위 ‘낚시성 기사’를 대거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논평했다. 과거에도 적지 않은 미 언론이 건당 유료화를 실험했지만 대다수 이용자가 월간 구독을 선호해 잘 정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무료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 트위터가 이번 방침을 현실화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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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NCG 모델된 ‘나토 NPG’, 유럽의 ‘소련 핵 공포’ 잠재워

    한미 정상이 북핵 대응을 위해 창설하기로 한 한미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은 냉전 시대 설립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기획그룹(NPG·Nuclear Planning Group)을 본뜬 모델이다. NPG는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회원국 27개국 국방장관이 참여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NCG에 대해 “(미국이 NPG를 통해) 핵무기 등 전략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유럽과 긴밀히 정보를 공유하며 굳건히 동맹을 유지했던 것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향후 한미가 NCG의 운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나토 NPG가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냉전 긴장-동맹 의심 불식한 나토 NPG 나토 NPG의 시작은 냉전 시대로 거슬러간다. 소련의 군사적 급부상으로 유럽의 긴장이 극에 달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약속에 대한 나토 회원국들의 불신이 커지던 때였다. “당신은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맞바꿀(trade) 수 있는가.” 1961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던진 이 질문은 당시 유럽 대륙을 휘감았던 극도의 긴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대통령의 면전에서 “미국은 소련이 미 본토에 보복할 위험을 감수하고도 유럽 동맹들을 지킬 것이냐”라는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력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자 ‘미국이 워싱턴과 뉴욕을 포기하고 우리를 지키겠느냐’는 확장억제 회의론이 한국에서 제기됐던 상황과 유사하다. 서방 국가들은 1949년 공동방위를 위해 나토를 창설했지만, 당시 소련의 군사력이 무서운 속도로 팽창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1953년 7월 유럽에 핵무기 배치를 시작했지만 관리 주체와 운용 방안이 모호해 유럽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프랑스는 자체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1962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가 전환점이 됐다. 당시 로버트 맥너마라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핵 능력과 운용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판단해 ‘핵기획체계’를 제안했다. 이 회의를 계기로 동맹국 간 핵무기 사용 지침에 대한 실효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 결실로 4년 뒤인 1966년 NPG가 출범했다. 윌슨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5일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산플레넘에서 “과거엔 1급 비밀이었던 정보들까지 동맹국 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바뀌었다”라고 평가했다. NPG는 현재 역내 불안에 대응하는 유효한 틀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나토 사무총장이 직접 NPG를 주재하고, 비공개로 실시되던 연례 핵억지 연습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공개했다. ● ‘전술핵 없는 한미 NCG’ 실효성 우려도한미 NCG와 나토 NPG는 핵무기 사용의 최종 권한이 모두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지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 일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델란드, 튀르키예 등 나토 회원국 5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그야말로 ‘핵 공유’다. 반면 한국에 핵무기 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나토 NPG는 상설 사무국을 두고 배치된 핵무기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회원국들과 공동 기획한다. 협의(Consultative)에 방점이 있는 NCG보다 수위가 높다. 다만 NPG가 세계 핵질서의 근간이 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채택 이전에 만들어진 틀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 전경주 연구위원은 “미국은 최근 동맹국들의 역량을 자국의 전략기획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 한미 간에 국익을 둘러싼 긴밀한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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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불공항 테러 배후… IS-K 지도자 사살돼

    2021년 8월 미군 철군 과정에서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테러의 배후 지도자를 탈레반이 사살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이 25일 보도했다. AP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탈레반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고위 지도자를 아프가니스탄 남부 IS 근거지에서 최근 사살했다”고 밝혔다. 카불공항 테러를 주도한 IS-K는 탈레반과 적대 관계인 IS의 지역 분파다. 2021년 미국의 철군 발표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든 카불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170명과 미군 13명이 숨졌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사살된 IS 지도자에 대해 “카불공항 테러 작전에 직접 관여한 핵심 인물”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 신원이나 사망 장소 등은 밝히지 않았다. 한 익명의 고위 당국자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우리는 (사살 관련) 탈레반과 손을 잡지 않았지만, 이번 성과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테러 배후 지도자가 제거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당시 테러로 숨진 미군들 유족에게 먼저 알렸다. 하지만 한 유족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우리 아들은 목숨을 바쳤는데 정부는 우리에게 (사살된 인물)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길 바랐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카불공항 테러는 20년간 이어지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겠다며 ‘질서 있는 철군’을 약속한 바이든 행정부에 치명타를 입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보복을 천명했다. 하지만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뒤 수행한 대테러 작전은 단 한 차례”라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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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정상회담서 나올 확장억제 공약 문서 상징적 의미 있어”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 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약속과 관련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만드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5일, 한반도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도와 구체성을 높일 방안들을 논의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이날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아산플래넘 2023’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70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청사진이 다채롭게 소개됐다. 매년 4월 전 세계 안보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대형 포럼인 아산플래넘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대면으로 재개됐다. ● 한미정상회담서 도출될 ‘美 확장억제 제공 강화 공약’에 기대 아산플래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올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강화에 집중해 논의를 진행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다면, 미국은 확장억제 전략에 따라 분명하게 핵무기로 대응할 것이고 북한 정권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한반도 핵공격시 북한 정권의 종말을 야기할 수단으로 미국의 핵 사용을 시사한 것.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미국의 억제 철학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며 “우리의 적국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기에, 모호한 것이야말로 최상의 억제효과가 있다”라고 짚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의 위협은 전례 없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어 확장억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테리 국장도 “미국 정부가 북한이 규모와 상관없이 크든 작든 핵무기를 사용하면 대응할 것이라는 걸 (한미정상회담 후) 문서로 발표한다면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그것을 통해 한 단계씩 구체적인 억제책을 논의한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을 활용할 수도 없어 현재 상황에서 북한에 압박을 가할 수단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계를 언급했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은 영상 축사에서 “확장억제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우리가 한국과 나란히 함께 싸우겠다는 것이며 필요시 핵무기 사용으로까지도 그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취지”라면서도 “그러나 이것만으로 한국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와 지속해 협력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며 이것을 다루는 게 첫 단계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자체적 핵 억제력에 대한 부담과 의무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일부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확장억제 방식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미가 핵 전술무기를 주저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또는 누가 됐든 그 후계자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를 통해 한국이 독자적 핵능력을 갖추길 원하는지 오랫동안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다종다양한 핵무기 개발에 커지고 있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로 관리할 수 있다는 취지다. ● 성 김 “여전히 북 비핵화 가능…한미 양국 대북 압박해야” 확장억제 뿐 아니라 북핵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방안도 논의됐다. 김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한미 양국이 힘을 합쳐 강력히 북한을 압박해야 할 시기”라며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하며 한미일이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 없이도 50개의 북한관련 활동을 제재하고 있다. 미 정부는 북한 대중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한 발에 30억~50억 달러(약 4조80억 원~6조6800억 원)가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폐쇄된 사회를 흔드는 정보전이나 심리전이 유효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이날 “북한 핵개발의 목적은 하님동맹에 대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하며 “동북아시아에서 핵 대결은 미국이 러시아 중국 북한을 3:1로 대항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임을 인지해 지역적인 핵 국가를 추가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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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군비지출 작년 3000조원 육박 사상최대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2조2400억 달러(약 2992조 원)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4일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군비를 증강한 데 따른 것으로 1년 새 3.7% 늘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13%를 기록해 1989년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가팔랐다. 유럽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군사비 지출이 한 자릿수 변동률을 보이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급증했다. 게다가 많은 국가들이 향후 약 10년간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라고 SIPRI는 분석했다. 지출 증가 폭이 가장 큰 국가는 우크라이나(640%)를 제외하면 핀란드(36%)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핀란드가 미국산 최정예 전투기인 F-35를 수십 대 구매한 것이 이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공식 가입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리투아니아(27%)와 스웨덴(12%), 폴란드(11%)도 군사비 지출이 많이 늘었다. 지출액 1위는 예년대로 미국(8770억 달러·약 1171조 원)이 차지했다. 전 세계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이른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뒤를 이었다. 일본의 군비 지출액은 460억 달러(약 61조 원)로 1960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의 경우 2.5% 감소한 464억 달러(약 62조 원)로 22년간 이어져온 증가세가 멈췄다. 다만 SIPRI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이라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증가율이 2.9%라고 했다. 한국의 지난해 군비 지출액 순위는 세계 9위로, 2021년보다 한 계단 올라서며 일본과 자리를 바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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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진보 이슈 장려 ‘깬 교육’… 대선주자들 가세 선거 쟁점으로

    ‘워크(Woke).’ 2024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이 표현을 두고 ‘문화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워크는 원래 흑인과 성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차별에 깨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 진영이나 매체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집착하는 이들을 조롱할 때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케이 아이비 주지사(공화당)도 21일 주의 유아교육 수장인 바버라 쿠퍼를 해임하며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 현장에서 ‘워크 운동’은 좋은 교육과 관련이 없고 분열만 일으킨다. (인종이나 성 등 논쟁적인 주제를) 영유아는 물론이고 모든 연령대의 교실에서 세뇌시키려 해선 안 된다.” 쿠퍼가 주(州) 내 공립유치원에 배포한 교사용 지침서에 미국은 인종주의 위에 설립된 국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여러 진보적 의제가 과도한 PC에 빠졌다고 치부하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워크 논란’은 1년 반 남은 미 대선 정국에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앞두고 ‘문화 전쟁’ 본격화‘깨어난’, ‘각성한’이라는 뜻의 워크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내 인종차별 철폐 운동에서 긍정적 의미로 쓰여 왔다. 하지만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보수 지지층에선 “백인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라는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종, 낙태, 성 정체성 등 진보 진영이 주도해온 의제들에 대해 누적돼 온 피로감과 거부감이 터져 나온 것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용해 보수 표심을 자극했고, 공화당 후보들도 주요 선거에서 진보 진영을 비난할 때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이란 단어가 비하 목적으로 쓰이게 된 것과도 유사하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반(反)워크’ 움직임은 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미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인 인종과 젠더 문제가 교육 현장에 침투해선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파에서는 ‘워크’를 진보 진영을 견제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지만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선 직접적인 방어에 소극적이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2월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은 깨어 있는가”라고 묻자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공화당에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언어학자 토니 손은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워크는 어느 순간부터 보수 우파가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 등 모든 문제의 책임을 (진보 진영에) 돌리기 위해 쓰는 단어가 됐다”라고 말했다.● 디샌티스 등 공화당 인사들 집중 공격‘워크’ 논란을 공론장으로 끌고 들어온 일등 공신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워크를 비판하며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름부터 노골적인 ‘워크 중단’ 법에 서명했다. 학교나 기업 내에서 인종과 성 관련 논의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학년생에게 성적 취향이나 성 정체성을 가르치는 것도 막았다. 공화당 소속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도 “아이들에게 ‘인종’이란 렌즈를 통해 인생을 보도록 가르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각성’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부패시키려는 위협은 외부 위협보다 더 심각하다”고 썼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공화당 주자들은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워크를 적극적으로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에도 사회 전반에 퍼진 ‘깨어 있는 척’에 지친 유권자가 상당하다는 점 역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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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진보 이슈 장려 ‘깬 교육’…대선주자들 가세 선거 쟁점으로

    ‘워크(Woke).’ 2024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이 표현을 두고 ‘문화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워크는 원래 흑인과 성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차별에 깨어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 진영이나 매체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집착하는 이들을 조롱할 때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케이 아이비 주지사(공화당)도 21일 주의 유아교육 수장인 바바라 쿠퍼를 해임하며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 현장에서 ‘워크 운동’은 좋은 교육과 관련이 없고 분열만 일으킨다. (인종이나 성 등 논쟁적인 주제를) 영유아는 물론, 모든 연령대의 교실에서 세뇌시키려 해선 안 된다.” 쿠퍼가 주(州)내 공립유치원에 배포한 교사용 지침서에 미국은 인종주의 위에 설립된 국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여러 진보적 의제들이 과도한 PC에 빠졌다고 치부하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워크 논란’은 1년 반 남은 미 대선 정국에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앞두고 ‘문화 전쟁’ 본격화‘깨어난’, ‘각성한’이라는 뜻의 워크는 지난 수십 년 간 미국 내 인종차별 철폐운동에서 긍정적 의미로 쓰여 왔다. 하지만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보수 지지층에선 “백인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라는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종, 낙태, 성정체성 등 진보 진영이 주도해온 의제들에 대해 누적돼온 피로감과 거부감이 터져 나온 것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용해 보수 표심을 자극했고, 공화당 후보들도 주요 선거에서 진보진영을 비난할 때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이란 단어가 비하 목적으로 쓰이게 된 것과도 유사하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반(反)워크’ 움직임은 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미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인 인종과 젠더 문제가 교육 현장에 침투해선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파에서는 ‘워크’를 진보 진영을 견제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지만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선 직접적인 방어에 소극적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월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은 깨어있는가”라고 묻자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공화당에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언어학자 토니 손은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워크는 어느 순간부터 보수 우파가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 등 모든 문제의 책임을 (진보 진영에) 돌리기 위해 쓰는 단어가 됐다”라고 말했다.● 디샌티스 등 공화당 인사들 집중 공격‘워크’ 논란을 공론장으로 끌고 들어온 일등 공신은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워크를 비판하며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름부터 노골적인 ‘워크 중단’ 법에 서명했다. 학교나 기업 내에서 인종과 성 관련 논의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학년에게 성적 취향이나 성정체성을 가르치는 것도 막았다. 공화당 소속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도 “아이들에게 ‘인종’이란 렌즈를 통해 인생을 보도록 가르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각성’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부패시키려는 위협은 외부 위협보다 더 심각하다”고 썼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공화당 주자들은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워크를 적극적으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에도 사회 전반에 퍼진 ‘깨어있는 척’에 지친 유권자가 상당하다는 점 역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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