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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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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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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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카뮈와 샤르의 아주 사적인 만남

    ‘르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내 안에 깃든 빈자리가, 공허가 오직 당신의 글을 읽을 때 채워집니다.’ ‘이방인’ ‘페스트’ 등 걸작을 낳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1913∼1960)가 프랑스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르네 샤르(1907∼1988)에게 썼던 편지의 한 대목이다. 두 프랑스 문인은 시와 소설을 넘어 편지로 마음을 나눴다. 책은 카뮈가 교통사고로 숨지기 직전까지 13년간 두 문학 거장이 주고받은 편지 184통을 묶은 서간집이다.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됐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에선 말로 전하기 힘든 진심이 엿보인다. 특히 집필 중이던 작품에 대한 고민, 시대 상황, 가족에 대한 마음, 삶에 대한 고민 등이 편지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루에 열 시간씩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은 더디고 힘듭니다. 게다가 아주 못난 아이가 태어날 것 같습니다.’ ‘내 책의 몇 군데를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손에서 놓을 마지막 순간까지 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카뮈가 ‘반항하는 인간’을 집필하며 느낀 고통과 어려움을 샤르에게 토로하는 편지의 일부다. 속내를 드러낼 정도로 깊었던 문학 동반자의 우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르네 역시 편지글을 통해 카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1957년 카뮈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에 기뻐하며 ‘참으로 절망적인 날들 사이에서 내게는 이날이 최고의 날이자 가장 환한 날입니다’라고 편지를 보낸다거나 카뮈의 책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둘이 주고받은 편지글을 통해 페스트 발표 이후 엄청났던 주위의 반응에 대한 카뮈의 속내 등 알려지지 않은 둘만의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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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험표=할인 티켓… “친구야 반값이래”

    “수험표 가져가서 할인 받으세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수험표가 할인티켓으로 바뀐다. 시험 준비로 지친 몸과 마음을 문화생활로 달래보는 건 어떨까. 23일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을 위해 공연계와 영화계가 할인 이벤트를 마련했다.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수험표와 신분증을 꼭 챙겨가야 한다.  ○ 고가의 뮤지컬 티켓, 최대 반값 할인 7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광부들이 대파업을 벌이던 시기, 영국의 한 탄광촌에 살던 빌리가 우연히 접한 발레에 빠져들어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28일부터 12월 8일까지 수험생 본인에 한해 전석 티켓가의 40%를 할인해준다. 티켓 수령 시 수험표를 깜빡하면 할인받은 차액을 지불해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미친 가창력’으로 통하는 배우 홍광호와 고은성이 주인공을 맡은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도 수능 수험표를 제시할 경우 1인 2장까지 40% 할인해준다. 화∼금 평일 공연에 한해 수험생 할인이 적용된다. 단, 크리스마스인 25일은 제외된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6만∼13만 원. 추리소설 창시가로 알려진 실존 동명 작가의 삶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수험생 1인당 티켓 2장에 한해 반값 할인에 나선다. 단, VIP석을 제외한 R석, S석, A석만 할인 대상에 포함된다. 6만∼12만 원,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이외에도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세종문화회관) ‘베어 더 뮤지컬’(백암아트홀)이 수험생 포함 1인 2장까지 40% 할인해 준다. 예술의전당도 나선다.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11시 콘서트’(12월 14일)와 ‘토요콘서트’(12월 16일)는 50% 할인하고, 1970년대 독일로 건너간 한국 간호사들의 세계 시민 성장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자유소극장)는 5만5000원의 정면석을 2만 원에 판매한다. 26일까지 열리는 전시 ‘무민 원화전’은 수험생 본인과 동반 1인에 한해 입장권 3000원 할인 및 오디오 가이드 무료 대여 혜택을 제공한다. ○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수험생 할인 CGV는 12월 15일까지 ‘청소년 브랜드 페스티벌’을 연다. 만 13∼18세의 중고교생이 수험표나 학생증을 제시하면 동반 1인까지 일반 2D 영화 표가 6000원이고, 일부 메뉴는 3000원을 할인해준다. 핫트랙스, 스무디킹, 교보문고, 디뮤지엄, 빕스, 계절밥상 등에서도 10∼80% 할인을 제공한다. 롯데시네마도 수능이 끝난 첫 주말인 25, 26일 수험생 본인이 수험표 지참 시 영화와 싱글콤보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ONEDAY PASS’를 1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12월 13일까지는 수험생들에게 일반 2D 영화가 6000원이다. 메가박스는 수험표나 학생증을 지참하면 영화 관람 티켓이 6000원이고 일부 세트 메뉴가 할인된다.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는 12월 6일까지 수험표를 지참하면 ‘땐뽀걸즈’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김정은 kimje@donga.com·조종엽 기자}

    •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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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성 “햄릿이 우유부단? 누구보다 강한 남자죠”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역사상 이렇게 유명한 대사가 또 있을까.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이 올해 말 뮤지컬이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주인공 햄릿 역을 맡은 고은성(27)은 공연계에서 주목하는 무서운 신예다. 데뷔 때부터 풍부한 성량 덕분에 ‘미친 가창력’으로 통했고, 한 캐릭터에 고정되지 않는 다양한 이미지를 담은 외모 덕분에 캐릭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손꼽힌다. 1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은성은 햄릿 캐릭터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제작사로부터 햄릿 역 캐스팅 소식을 접한 뒤 자비를 들여 원작 소설의 배경이 된 덴마크 크론보르성을 다녀왔다. 그는 “캠코더 하나만 달랑 들고 떠난 여행이었다”며 “성 곳곳을 돌며 햄릿이 이곳에서 어떤 감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삼촌에게 복수하려 했을까를 상상했다. 많은 영감을 얻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크론보르성 곳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걸어서 햄릿 속으로’라는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가 된 마음으로 재미나게 찍었어요. 배우로서 영감을 얻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뮤지컬 관람객들에게도 정보를 드리고 싶어 찍어온 영상을 제작사에 보냈죠.” 해당 영상은 제작사인 CJ E&M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에 동영상 게시물로 올라와 있다. 조회수가 열흘 만에 4900회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햄릿’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고은성의 눈빛과 목소리에선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고은성은 “오디션 때 ‘햄릿이 어떤 캐릭터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아버지를 죽인 삼촌에게 단호하게 복수할 줄 아는 반항아 캐릭터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햄릿이 우유부단하고 결정 장애가 있는 인물이란 분석이 많잖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햄릿은 강한 남자예요. 스스로 복수의 칼을 들고 주도적이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인물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했던 스타 배우 홍광호와 햄릿 역에 더블 캐스팅된 사실이 알려지자 주위에서 ‘고은성, 너 어쩌냐’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넌 이제 비교돼서 욕먹을 일만 남았다고도 했어요. 근데 제 생각은 달라요. 광호 형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고, 제 입장에선 좋아질 일만 남은 거 아닌가요? 광호 형과 저의 햄릿은 확연히 다른 매력을 지녔어요.” 고은성은 2014년 뮤지컬 ‘그리스’에서 30 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연소 대니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당시 연출님이 ‘제발 나이트에 좀 가라’고 하셨어요. 여자를 왜 꼬시지 못하냐고요. 다시 하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고은성은 가수 출신 배우이자 8세 연상인 아이비와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와 피에로를 연기하며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1년 넘게 열애 중이다. 23일∼내년 1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6만∼13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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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배우, 무대]11m 높이 선실 계단으로 입체미 살려

    뮤지컬 ‘타이타닉’은 2시간 30분 러닝타임 내내 멋진 항해를 펼친다. 이 뮤지컬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는 단연 무대다. 좌우에 각각 배치된 11m 높이의 철골 탑을 중심으로 총 7개의 플랭크(철재 계단 건축물)를 사선으로 연결해 타이타닉호의 입체적인 선실 모습을 구현해 냈다. 특히 배우 20명이 플랭크 위로 대거 올라가 동선 대형을 이루면 입체미가 더욱 살아난다. ‘타이타닉’의 노병우 무대감독은 “플랭크 바닥은 계단으로 돼 있거나 실제 선실 바닥 통로 디자인과 같은 그레이팅(상하수도의 철망 뚜껑 모양) 구조로 만들어 사실감을 더했다”고 말했다. 무대 중앙에 있는 삼각형의 배 앞머리를 중심으로 사선으로 연결된 5개의 플랭크는 짧게는 7m, 길게는 10m에 이른다. 뮤지컬 ‘타이타닉’의 무대는 다른 뮤지컬과 달리 유독 객석과 가깝다. 비밀은 무대에서부터 객석 2층 좌우 출입문까지 사선으로 연결된 두 개의 플랭크에 있다. 노병우 감독은 “배우들이 자주 움직이는 무대로 사용되다 보니 1층 객석 중앙열 좌석 인근까지 배우의 동선이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된 뒤 승객들이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총 4명의 남자 배우가 무대 천장에서부터 서서히 내려온 뒤 팔다리를 움직이거나 360도 회전하며 실제 물에 빠진 사람처럼 리얼한 연기를 펼친다. 이 장면의 비결은 뭘까. 노병우 감독은 “무대에서 11m 떨어진 천장 높이에 ‘캣워크’라는 좁은 공간의 통로가 있다”며 “캣워크에 대기하던 배우들이 허리 양쪽에 와이어를 찬 뒤 한 명씩 무대 쪽으로 내려가며 다양한 동작을 펼친다”고 말했다. 뮤지컬 ‘타이타닉’은 사실 한국 뮤지컬의 흥행공식을 여러모로 비켜간 작품이다. 주요 캐릭터 한두 명을 부각시켜 티켓파워를 지닌 스타를 캐스팅해 흥행에 열을 올리는 여느 작품과 달리 배우 20명이 주·조연 구분 없이 여러 명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는 멀티 롤(multi-role) 뮤지컬이다. 게다가 동명 영화가 제작되기 전 만들어진 뮤지컬이라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잭 도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즐릿) 캐릭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 라인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 서정적인 멜로디의 뮤지컬 넘버는 관객의 만족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88-5212 ★★★★(★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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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엄마와 약속했어요… 아무나 따라가지 않기로

    주인공 ‘루’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스스로를 아동범죄로부터 지켜낸다. 엄마와 약속한 사람들만 따라가는 것. 어느 날 길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리던 루에게 지나가던 여러 이웃 주민들이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루는 따라가지 않는다. 루는 사람들에게 “엄마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라고 답하며 같은 장소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루가 엄마와의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미리 부모님과 함께 따라가도 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루에게 미리 약속된 사람만 따라가도록 교육시켰고, 루는 배운 대로 실천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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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빌게이츠와 구글은 왜 무료 강의에 투자했을까

    중국 기업 텐센트(騰訊)는 어떻게 인스턴트 메신저 QQ로 100조 원을 벌었을까. 노르웨이의 작은 신문사 십스테드는 어떤 전략으로 42개국 광고 산업을 점령할 수 있었을까. 세계적 부호 빌 게이츠와 구글은 왜 보잘것없던 무료 온라인 강의 칸 아카데미에 투자했을까. 폭스는 수억 달러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NFL 중계권을 인수한 속내가 뭘까. 이코노미스트의 성공 전략은 왜 뉴스위크를 망하게 했을까. 디지털의 발 빠른 발전과 함께 재빠르게 자기 길을 찾아 성공한 기업이 있는 반면 그러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도 있다.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전략담당교수인 저자가 디지털 변혁 20년의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인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분석했다. 저자는 다양한 글로벌 성공 기업의 실제 사례를 분석해 성공 전략을 ‘연결’이란 키워드로 풀어낸다. 저자는 분야에 상관없이 비즈니스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 제품 및 기능을 적절히 연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연결 관계는 오늘날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며 “연결고리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며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외에도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진짜 원인으로 ‘콘텐츠 함정’을 꼽는다. 저자가 정의한 콘텐츠 함정이란 새로운 콘텐츠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 잘못된 전략을 의미한다. 두꺼운 분량과 함께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실제 사례 위주로 재미나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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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운이 좋은 배우들이 많아졌으면…

    얼마 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배우 신구는 “팔십 평생 배우라는 직업 외에 ‘사이드 잡(job)’을 가져본 적 없다”며 “운이 좋았다”고 했다. 많은 배우들, 특히 적은 벌이의 무대 배우들은 연기만으로 생활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부업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 을지로 일대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커피한약방’에 간 적이 있다. 앤티크 가구와 조명 덕분에 마치 1920년대 경성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점심 무렵 발 디딜 틈이 없다. 연극배우 정수영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재미난 건 주문을 받은 뒤 그 내용을 큰 소리로 우렁차게 말하는 이들의 ‘말투’다. 신인 연극배우들이 일부 있는데 그들이 구사하는 특유의 정확한 발음이 인상적이다. 공연을 담당하는 기자의 ‘직업병’일까, 그들의 표정과 말투를 새삼 눈여겨보게 된다. 생계를 위해 배우라는 직업 외에 또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 배우 신구처럼 운이 좋은 배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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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페북-구글 엔지니어와 작업… 한뼘 더 자란 美창업의 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5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실리콘밸리 글로벌혁신센터(KIC)가 공동 주관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학점 연계 프로젝트 인턴십’ 2기 참여자들이다. 참여자 5명은 2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담은 소회를 청년드림센터에 보내왔다. 이들은 다음 달까지 인턴으로 근무한다.○ 세계적 엔지니어와 직접 만나… 이윤솔(22·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4학년) 실리콘밸리 특성상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어도비, 오라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의 엔지니어들과 소통하며 일할 수 있는 건 제게 특별한 경험입니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될 페이스북을 미리 체험해 보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내부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종합 쇼핑몰 아마존과 오라클의 웹 서비스를 비교해 보며 어떻게 발전시킬지 본사 개발자들과 토의하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컴퓨터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엔컴퓨팅 글로벌(Ncomputing Global)입니다. 회사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특히 다양성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집중된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장점은 저를 ‘세종대 졸업 예정자’가 아닌 ‘이윤솔’이라는 사람 그 자체로 봐 준다는 겁니다.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제가 가진 경험을 토대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며 부전공으로 하드웨어를 공부했습니다. 인턴을 시작하면서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회사는 제게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심는 업무를 맡겼습니다. 직원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다양한 기회를 주는 회사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줍니다. 아직은 한참 부족하고 배울게 많지만, 최선을 다해 남은 인턴십 기간 동안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완성해 내고 싶습니다. ○ 美 스타트업 탄생과정 경험… 이지희(22·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3학년)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하며 가장 좋은 점은 선진 창업문화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창업정신을 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인턴 생활을 하고 있는 엔컴퓨팅 글로벌의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시장의 세계적 동향을 평가한 뒤 직원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 나갑니다. 이러한 경험은 미국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고 싶은 저의 꿈을 이루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도 실리콘밸리의 인턴 생활은 만족스럽습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해 집주인과 함께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불을 피워 스테이크를 구워 먹거나 마시멜로를 구워 스모어를 만들어 먹는 이색적인 체험을 합니다. 자전거와 스케이트보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또 회사 앞에 창고형 옷가게가 있는데 한국에서 쉽게 사기 어려웠던 미국 유명 브랜드의 옷이나 신발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가성비 갑’ 쇼핑의 재미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인턴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하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난생처음 실탄 사격장에 가서 실제 총으로 사격을 해보기도 했고, 실내 스카이 다이빙장에 가서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액티비티를 체험해 보기도 했습니다. 비용도 저렴한 편이라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 여러 프로젝트 맡아볼 수 있어… 이종민(23·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3학년) 제가 일하고 있는 피지오큐(PhysioCue)는 고혈압 진단이나 환자진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회사입니다. 기술협력이 필요한 다른 회사와의 미팅에 참여하기도 하고, 비즈니스 엑스포에선 부스를 운영하며 회사를 소개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단순히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성장하는지를 몸소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팀이 구성돼 있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습니다.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업무에서는 직접 진행을 도맡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메디컬 스타트업 콘서트에 참가해 여러 전문가와 새로운 의학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경험도 인상 깊었습니다. 복지환경도 뛰어납니다. 퇴근 시간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평일에도 운동을 비롯한 여가활동을 맘껏 즐길 수 있습니다. 회사 건물 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가 있는데 평일에는 퇴근 후 이곳에서 운동을 한 뒤 퇴근합니다. 비슷한 시간에 운동하는 동료가 많아 가끔 이곳에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며 운동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말에는 조기축구 모임에 참가하기도 하고,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주변의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큰 맘 먹고 캐나다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인턴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됐습니다. 정말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고, 앞으로 저의 진로와 꿈을 이루는 데 좋은 영양분이 돼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칸막이 없앤 수평적 문화 독특… 전은비(21·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3학년) 차량 역경매 사이트 운영 회사인 실리콘밸리의 카팜(KarFarm)에서 9월 11일부터 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사무실은 코워킹 플레이스(Coworking place) 개념으로 여러 기업들이 ‘GSV labs’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공유합니다. 공간 콘셉트는 ‘자유’ 그 자체입니다. 직원들은 사무실 내 애견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스케이트보드나 자전거 등을 데스크 책상 옆에 자유롭게 놓고 사용합니다. 무엇보다 칸막이를 없애 조직원 간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기업 엔지니어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카팜 직원들 외에도 다른 회사의 분위기나 시스템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업무방식도 효율적입니다. 직원들은 매주 화요일 슬랙(slack)이라는 인트라넷 페이지에 새 프로젝트를 올립니다. 프로젝트는 목요일에 중간회의를 거쳐 그 다음 주 월요일까지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인턴 직원에 대한 회사의 배려도 인상적입니다. 대표님이 저의 성격과 적성에 맞는 업무가 매칭될 수 있도록 첫 2주간 여러 업무를 배운 뒤 제게 업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출퇴근은 다른 직원들과 카풀을 이용하거나 우버 택시를 이용합니다. 주말에는 회사 주변에 위치한 스탠퍼드대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애플 등 글로벌 회사들을 구경하곤 합니다. ○ 하고싶은 일에 확신 커져… 최고은(21·대전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첫 출근 날 대표께서 “단순히 인턴이라고 해서 정해진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인턴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담당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평소에 배워보고 싶던 웹 개발 분야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한국과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서툴고 어려웠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배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카팜은 전체 직원이 11명인 작은 스타트업 기업입니다. 장점은 건의할 사항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표와 논의해 수정 및 보완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인턴 생활을 통해 가장 변화된 것은 저의 생활 태도입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진로를 설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더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 걸 느낍니다. 미국 인턴 생활이 더욱 안정적인 건 홈스테이 가족들의 배려와 사랑입니다. 홈스테이 주인 아주머니는 늘 제게 “네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지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홈스테이 가족뿐만 아니라 회사 직원들 역시 가족적인 분위기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인턴십 주관기관들에 감사드립니다. 정리=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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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비 “혜나와 노래 비교될까봐 걱정했죠”… 박혜나 “아이비, 무대서 시선 강탈하는 매력”

    서른다섯 동갑내기 여배우 아이비와 박혜나가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여주인공 카와지리 마츠코 역으로 변신했다. 이 뮤지컬은 일본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베스트셀러 소설(2004년)을 원작으로 한 작품. 국내에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졌다. 이 뮤지컬은 마츠코의 조카 쇼가 죽은 마츠코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상처만 안긴 세상을 뜨겁게 살다 간 마츠코의 인생을 흡인력 있게 다룬 작품이다. 10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공연 중인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아이비와 박혜나는 모두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아이비는 “동명 영화의 열렬한 팬이라 이 작품이 창작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대본은커녕 제작사와 연출가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이 작품을 하겠다고 덤벼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비는 대형 라이선스 해외 뮤지컬 섭외 제안을 고사하고 중극장 규모의 창작 뮤지컬인 이 작품을 선택했다. 대형 뮤지컬 여주인공을 도맡아온 박혜나 역시 “창작 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제안이 들어와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두 여배우는 사실 외모 이미지나 목소리 톤이 전혀 다르다. 아이비는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 ‘아이다’의 암네리스 공주, ‘위키드’의 글린다 역을 연기하며 주로 화려하고 섹시한 캐릭터를 도맡아왔다. 반면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마녀로 이름을 알린 박혜나는 ‘데스노트’의 사신 렘 등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풍부한 성량과 깔끔한 고음처리는 박혜나의 장점이다. 아이비는 “혜나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노래로 비교하면 어떡하지 고민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아이비는 한동안 뮤지컬 ‘벤허’ 공연과 이 작품의 연습을 병행했다. 그는 “‘벤허’ 대기실 등에서 ‘혐오스런…’의 넘버(음악)를 하도 연습하니까 벤허의 모든 출연 배우들도 외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박혜나는 “아이비가 앓는 소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며 “아이비는 무대에 서면 관객의 시선을 강탈하는 매력이 있는 배우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아이비의 연기 스타일은 마츠코란 캐릭터와 접점이 많다”고 칭찬했다. 같은 배역을 연기하지만 서구적인 외모의 아이비 분장 콘셉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인 반면에 동양적인 마스크인 박혜나는 ‘최대한 화려하게’다. 아이비는 “혜나는 선이 고운 배우라 아무리 진하게 화장해도 야한 느낌이 심하지 않은데 저는 조금만 과하게 분장해도 예쁘지가 않다”며 “제가 스스로 투명 메이크업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박혜나는 결혼 이후 처음으로 남편 김찬호와 같은 작품에 함께 출연한다. 김찬호는 마츠코의 조카 ‘쇼’ 역을 맡았다. 그는 “뮤지컬 ‘헤이, 자나!’에 출연하며 남편을 만났다”며 “결혼하고 함께하는 첫 출연인데 서로 모니터링도 해주고 큰 힘이 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4만4000∼8만8000원. 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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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션 많아 힘들지만… 폭발적 무대 느끼실것”

    500여 년 전 허균은 무슨 사연을 모티브 삼아 ‘홍길동전’을 써 내려갔을까. 10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칠서(七庶)’는 홍길동전의 탄생 비화를 그린 프리퀄(Prequel·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작품이다. 칠서의 배경은 광해군 5년(1613년)에 일어난 ‘계축옥사’다.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받아야 하는 시대의 부조리에 항거한 서자들이 일으킨 난이다. ‘홍길동전’의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진 이 역사적 사건에 홍길동전 탄생비화 픽션을 덧붙인 작품이 뮤지컬 칠서다. 칠서의 우두머리이자 홍길동의 모델이 된 서양갑 역의 배우 박영수를 만났다. 그는 서울예술단의 대표적인 스타다. 7년여 동안 단원으로 활동하며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신과 함께 저승 편’ ‘바람의 나라’ 등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외부 제작사의 러브콜도 쇄도해 뮤지컬 ‘서편제’ ‘더 데빌’ ‘마마돈크라이’ ‘지구를 지켜라’ 등에서도 주연으로 활약했다. 뮤지컬 칠서의 첫 장면은 박영수가 연다. 그는 “허균이 홍길동전을 탈고하기 전 일곱 명의 칠서가 모여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는 장면인데 상당한 고음이 필요하다”며 “첫 노래부터 배우로서 매우 긴장되는 도전적인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장면에서 관객들도 무대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서양갑이란 인물에 대해 “1막과 2막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반전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1막에선 서자로서 뜻을 많이 못 펼치는 인물이라면, 2막에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확고한 신념을 토해낸다”고 말했다. 박영수는 “홍길동의 모델이 된 인물이다 보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분신술과 둔갑술을 연기해야 한다”며 “격한 안무와 무술 등 액션이 많아 체력이 심하게 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몸이 견뎌낼지 모르겠지만 본공연 때는 더욱 격동적으로 표현해 내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3만∼8만 원. 02-523-098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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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생은 때로 낯선 운명을 받아들이는 일

    “나는 나 자신을 설명할 때 이스탄불을, 이스탄불을 설명할 때 나 자신을 설명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저자 오르한 파묵(사진)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나고 자란 터키 이스탄불에 대입해 말할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의 아홉 번째 신작 ‘내 마음의 낯섦(A Strangeness in My Mind)’의 배경 역시 이스탄불이다. 작가는 열두 살에 시골을 떠나 이스탄불로 이주한 주인공 메블루트의 생애를 따라 동서양의 문화와 사상, 종교, 계급이 충돌한 이스탄불의 40여 년 현대사를 씨줄과 날실처럼 엮었다. 1968년 이스탄불은 과거 서울처럼 돈을 벌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이 넘쳐난다. 시골 아나톨리아에 살던 주인공 메블루트와 그의 아버지 카라타쉬도 그중 하나였다. 그들은 이스탄불 외곽 무허가촌인 게제콘두에 자리를 잡고, 거리에서 터키 전통 음료인 보자를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메블루트 인생을 180도 바꾼 건 친척 코르쿠트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본 아름다운 소녀 라이하였다. 첫눈에 소녀에게 반한 메블루트는 이후 3년간 열렬히 구애 편지를 보낸다. 코르쿠트의 동생이자 메블루트의 동갑내기 사촌 쉴레이만이 이들의 편지를 대신 전달하며 사랑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한다. 장인에게 거액의 지참금을 줄 여력이 없던 메블루트는 한밤중 쉴레이만의 도움을 받아 라이하와 도망을 친다. 끝내 가까운 거리에서 라이하의 얼굴을 온전히 바라보게 된 순간, 메블루트는 깨닫는다. 그가 잊지 못한 첫사랑의 눈은 라이하가 아님을…. 그가 진짜 사랑한 소녀는 라이하의 한 살 터울 동생 사미하였음을 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는 잠시 혼란에 빠진다. “메블루트는 지금 자신이 빠져들고 있는 낯선 침묵이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리라는 걸 느꼈다.” 메블루트는 꼬여버린 상황에 대해 남을 탓하기보단, 그저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한다. 오히려 잠든 라이하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잘 때 책임감을 느끼고 행복해지려 노력한다. 메블루트는 라이하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아간다. 운명의 장난은 훗날 쉴레이만의 고백에서 밝혀진다. 쉴레이만은 라이하에게 자신이 사미하를 맘에 둬 일부러 메블루트에게 사미하의 이름을 라이하로 알려줬다고 털어놓는다. 라이하가 서른 살에 숨지게 되고, 혼자가 된 메블루트는 마흔을 전후해 20년 전 연애편지의 진짜 주인공이었던 사미하와 재혼한다. 하지만 메블루트가 보자 통을 들고 거리를 나서며 혼자 뇌까리는 말은 독자의 허를 찌른다. “나는 이 세상 무엇보다도 라이하를 사랑했어.” 저자의 대표작 ‘내 이름은 빨강’처럼 신작 역시 주인공 외에도 여러 화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을 그려나간다. 그 과정에서 라이하가 여동생을 억지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에게 “우리는 파는 물건이 아니에요”라고 항의한다거나 자신을 때리지 않는 남편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대목에서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에 대한 비판의식도 느껴진다. 메블루트의 사랑과 삶 외에도 소설을 읽는 내내 이스탄불의 변천사를 마주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스탄불 부동산 발전의 연대기, 건축물의 변화상, 전기 소비의 역사, 정치적 재앙과 탄압 등 터키 현대사의 굵직한 역사적 사실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신작은 지난해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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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 토크쇼]“노배우들끼리 모여… 시트콤 한편 찍어보고 싶어”

    《 ‘꽃보다 할배’ ‘국민 할배’ ‘국민 배우’…. 연기인생 61년, 55년을 자랑하는 배우 이순재(82)와 신구(81)의 이름에 공통으로 따라붙는 수식어다. 팔순을 넘긴 두 배우는 연극과 예능프로, 시트콤 등의 장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우리 시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로 살아왔다.》  둘은 다음 달 15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의 앙리 할아버지로 더블캐스팅 됐다. 연기자로서 같은 작품에 나란히 캐스팅된 것은 연극 ‘황금연못’(2014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롱런의 비결 이들의 1년 스케줄은 여전히 빽빽하게 잡혀 있다. 인터뷰 막간에도 섭외 들어온 작품에 대한 조언이 오갔다. 롱런의 비결이 뭘까. 신구는 특유의 너그러운 미소를 얼굴에 머금은 채 “예명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내 본명이 본래 신순기예요. 촌스럽게 느껴지고 애정이 안 갔지….” 그는 서울예대 전신인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1기 출신이다. 스승이던 극작가 유치진 선생(1905∼1974)이 ‘오랠 구(久)자’가 들어간 예명을 지어줬다. 신구는 “옛말에 ‘이름대로 산다’는 말이 있는데, 선생이 내게 딴 생각 말고 배우 생활을 길게 하라고 지어주신 이름 같다”고 했다. 듣고 있던 이순재는 “신 선생이나 나나 아직 건강하니깐 연기를 오래 할 수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가까운, 영원한 라이벌? 공연 관계자들은 연륜에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가까운,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평한다. 두 사람은 ‘신 선생’ ‘이순재 선배’라고 부른다. 분명한 건, 연기에 대한 이들의 스타일은 확실히 다르다는 점이다. 서울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이순재는 학구파다. 그는 서울대 철학과 후배로 이미 타계한 김의경 전 현대극장 대표와 서울대 연극부를 정비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사실주의 연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 이론서 ‘배우수업’ 일본어판을 구해다 번역해가며 공부했고, 정확한 발성을 위해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살았다. 제멋대로 해석해 무대로 옮기는 후배 연극인에게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경기고 출신으로 성균관대 국문과를 다니다 연기와 인연을 맺은 신구는 실전파다. 그는 “극작가 유치진, 초대 국립발레단 임성남 단장 등 예술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스승들에게 연기를 배웠다”고 말했다. 연기이론을 파고들기보다 몸으로 부딪치는 쪽에 가깝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쓴소리는 잘 하지 못한다.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어린 친구들에게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시트콤 하고 싶다 앙리 할아버지는 까칠한 성격이지만 인생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대학생을 만나 진솔한 멘토로 거듭나는 캐릭터다. “나보다 신 선생이 그 역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이순재) 신구는 연극의 경우 원캐스팅이 아닐 경우 거절한다. 같은 배역을 놓고 티켓 판매를 위해 여러 배우를 캐스팅하는 제작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금연못’ 공연 때 딱 한 번 더블캐스팅에 응했다. 상대가 이순재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묻자 신구는 “이순재 형은 선배잖아…. 허허”라고 했다. 그런 신구를 바라보며 이순재의 말이 이어졌다. “신 선생. 우리가 더 나이 먹으면 무대 위에서 별안간 깜빡하고 대사를 잊을 수가 있어. 그런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제작자들이 점검하려고 더블캐스팅 한 게지. 드라마나 영화처럼 중간에 NG 내고 촬영할 수 없잖아.” 이들의 화제는 공연계 안팎을 갈등으로 몰아넣은 블랙리스트 사태까지 이어졌다. “정부 차원에서 리스트를 노골적으로 만들어 특정 연극인을 차별한 건 분명 잘못된 행위죠. 하지만 예술인 역시 작품 본질에서 벗어나 과하게 정치적 의미 부여를 한 건 없는지 되돌아볼 측면도 있어요.”(이순재) “옳은 말씀, 어쨌든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었던 거지…. 허허. 안 그래요?”(신구) 이들의 ‘연기 욕심’은 나이를 뛰어넘었다. “나랑 신 선생, 백일섭 박근형 같은 노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트콤을 채널A에서 만들어주면 좋겠어요.”(이순재) ▼ 깨알 같은 ‘순재 대본’ vs 형형색색 ‘신구 대본’ ▼ 대본 암기 같은 듯 다른 스타일 노배우들은 인터뷰 직전까지 대본을 뚫어져라 정독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각자의 대본을 펼쳤다가 접어놓기를 반복했다. 대본의 종이는 이미 구겨져 낡아 있었다. 고3 수험생, 고시생의 참고서처럼 깨알 같은 메모와 밑줄도 가득했다. 모두 팔순을 넘긴 연륜 있는 배우지만 대본을 외우고 분석하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철저하다. 공연 개막까지는 아직 30여 일 남아 있다. 이순재는 검은색 볼펜 하나만 사용해 호흡을 끊어 읽어야 할 곳을 표시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특히 자신의 대사마다 번호를 매겨 놓는데, 이는 수십 년 전 대사 수에 따라 배우의 등급을 최고 A부터 E까지 매겨 출연료를 주던 제작자들의 모습을 본 뒤 생겨난 습관이다. “옛날에 나는 B였어. 알고 보니까 (대사가) 백 몇 마디가 넘어야 B, 구십 몇 마디가 넘으면 C야.”(웃음) 그는 스스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빽빽하게 적은 대본을 보여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우린 처음부터 이렇게 훈련 받아서…. 각자 습성인 거야.” 반면 배우 손숙으로부터 ‘대본 암기왕’이라는 평까지 받은 신구의 대본은 형형색색 화려함을 자랑했다. 자신의 대사는 노란색 형광펜으로 칠해 놓고 연출 디렉션과 자신의 생각은 빨간 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갈수록 대본은 복잡하고, 지저분해지고. 수정할 게 너무 많으니까 혼란스럽지. (그럴 때마다) 자기 나름대로 표시해 기억하는 거지.” 조윤경 yunique@donga.com·김정은 기자}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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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원조의 힘

    “초연 당시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가 워낙 연기를 잘해 ‘안중근=정성화’의 이미지가 강하다. 초연 배우와 함께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배우로서 큰 부담이다.” 지난해 뮤지컬 ‘영웅’에서 정성화(사진) 이지훈 양준모와 함께 안중근 역을 맡았던 배우 안재욱이 최근 방송에서 한 말이다. 무대 배우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초연빨’에 대한 얘기다. 배우의 능력과는 별개로 관객이 초연 배우의 연기를 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정답’으로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얼마 전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에서 주인공 ‘그 녀석’ 역을 맡은 가수 홍경민을 만났다. 그는 “동물원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적이 있는데 원곡 특유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며 “많은 가수가 명곡을 리메이크하지만 원곡을 뛰어넘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동물원 멤버 박기영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음악적 구성은 리메이크곡들이 더 풍부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이 원곡자에게 더 익숙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듣고 보니 그렇다. 원조의 힘이란….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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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계의 지배받는 인간… “미래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고”

    “이 재미있고 잊을 수 없는 풍자극은 ‘21세기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를 만하다.”(영국 더 타임스) 새로운 공연에 목말라 있던 관객들에게 놀라운 즐거움을 선사할 영국 작품이 16∼19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4년 런던의 영 빅(Young Vic) 시어터에서 8주간 전석 매진을 기록한 연극 ‘골렘’이다. 현재 영국에 머물고 있는 골렘의 애니메이터 폴 배릿(43)과 작가 겸 연출가인 수전 앤드레이드(37)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눴다. 영국 ‘극단 1927’이 만든 골렘은 찌질한 모태 솔로 로버트가 진흙 인형 골렘을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로버트는 자신의 일을 대신 하는 골렘 덕분에 회사에서 고속 승진하는 등 잘나가는 삶을 살게 되지만, 훗날 진화된 골렘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이에 대해 앤드레이드는 “골렘 캐릭터는 1차적으로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를 상징한다”며 “작품은 인간이 기계처럼 행동하고 자동화되는 미래 디스토피아에 대한 상상이자 경고”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 골렘은 총 3가지 버전이다. 앤드레이드는 “골렘1은 주인이 조종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면 기술적으로 진보된 골렘2는 사용자의 삶의 개선시키고 사용자를 특정한 종류의 사람으로 만든다”며 “가장 발달된 골렘3은 인간 전체의 정신을 조종하고 대중 조작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극단 1927은 골렘을 통해 대량생산된 디지털 기기의 지배를 받고 획일화된 삶을 사는 현대사회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던진다. 공연 영상을 통해 미리 관람한 골렘의 백미는 무대 세트와 소품을 대신하는 화려한 애니메이션이다. 마치 배우들이 애니메이션 세상 안에 들어가 연기하는 느낌이랄까. 애니메이터 배릿은 “장면에 따라 빠르게 전환되는 화려한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집중력을 높인다”며 “영화와 연극을 합친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작품에서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골렘1은 점토 인형으로 제작해 걷고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한 뒤 애니메이션 영상에 덮인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촬영했다. 배릿은 로버트 등 주요 배역 배우들이 애니메이션 영상에 맞춰 길을 걷는 연기를 할 때 일등 공신은 ‘가이드 테이프’라고 소개했다. 그는 “배우의 행동과 애니메이션 영상이 일치할 수 있도록 엄청나게 많은 가이드 테이프가 무대 바닥에 깔린다”며 “배우들에겐 등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4만∼8만 원, 02-2005-011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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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쿵덕쿵덕 떡 찧는 소리, 방앗간의 정겨운 하루

    어린 손주의 눈으로 동네 사랑방인 ‘할머니네 방앗간’의 일상을 그림으로 엮은 책이다. 할머니네 방앗간은 사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동네의 알람시계 같은 존재다. 봄에는 쑥 향기, 여름에는 고소한 미숫가루 냄새, 아이의 엄마 아빠 큰엄마 큰아빠 할머니의 움직임이 바빠지는 가을에는 맵디매운 고춧가루 냄새, 추운 겨울에는 고소한 참기름과 쫄깃한 찹쌀떡 냄새가 배어 나온다. 수채화 물감으로 다채롭게 그려낸 방앗간의 풍경은 따뜻하면서도 화려하다. 그림 곳곳에 계절별 다양한 떡 재료인 쑥, 곡물 등의 실제 사진을 삽입해 현실감을 높인다. 손글씨 글자체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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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강력한 힘 있어야 좋은 리더가 될까

    ‘트럼프의 미국,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 아베의 일본….’ 많은 사람이 한 명의 리더가 그 나라를 대표하고 이끈다는 설명에 익숙하다. 그리고 국가를 이끄는 인물이라면 마땅히 ‘강한 리더’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현대 정치 리더십 연구의 권위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저자는 20세기 이래로 등장한 나라별 주요 리더를 분석해 강한 지도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저자는 성공한 리더를 두 가지 범주, ‘재정의형(redefining) 리더’와 ‘변혁적 리더’로 분류한다. 재정의형 리더는 이미 만들어진 중심을 차지하는 대신 자신이 서 있는 곳으로 중심을 옮겨와 정치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 스타일이다. 재정의형 리더로 경제 대공항 당시 뉴딜정책을 과감히 시행해 성공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복지국가 정책을 멈추고 시장이 주도하는 국가로 바꿔 놓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냉전 종식 세계화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통일을 이끌어낸 독일의 헬무트 콜 전 총리가 소개된다. 저자는 “이들 모두 정치의 중심을 자신에게 옮겨 놓고, 그 사회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바람직한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변혁적 지도자로는 링컨, 고르바초프, 덩샤오핑을 꼽았다. 저자는 “리더십은 특정 리더의 강력한 카리스마에서 비롯되기보단 경청, 자율, 토론, 협의, 위임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세계 여러 국가의 리더를 다각도로 분석한 점이 인상적이다. 원제는 ‘The Myth of Strong Leader’.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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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독 간호사 증언 토대로 한 다큐 연극”

    요즘 문화계의 화두는 ‘실화’다. ‘택시운전사’ ‘군함도’ 등 실화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화제를 낳고 있는 가운데 연극계에도 유독 실화 연극을 추구하는 젊은 연출가가 있다. 다큐멘터리적 연극 화법으로 재치와 유머를 버무려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연극 연출가인 김재엽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44)다. 김재엽 연출은 11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를 올린다. 예술의전당이 3년 만에 내놓는 기획공연이다. 최근 만난 그는 “2015년 연구년을 맞아 독일 베를린예술대에 방문교수로 1년간 체류할 당시 만난 파독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14년에도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 내세운 실화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제작했다. 김 연출은 이 작품으로 제5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희곡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병동소녀…’는 ‘재독여성한인모임’의 주축이 된 고 유정숙 여사와 파독 간호사들을 인터뷰해 얻은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는 “파독 간호사들의 생생한 역사를 그들의 2세조차 제대로 알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록 차원에서 파독 간호사분들의 증언을 토대로 연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는 외국인 노동자로서 겪었던 부당함에 맞선 모습,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적극적 행동,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을 위해 희생했던 아픔 등 파독 간호사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들이 파독 간호사들이 독일 사회에서 뿌리 내리기 위해 어떻게 능동적으로 행동했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쉽게도 이번 작품에선 유정숙 여사 역을 맡았던 배우 예수정이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개인 사정으로 하차했다. 예수정은 빠졌지만 전국향 홍성경 이영숙 등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중년 여배우들이 무대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11월 7일부터 12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만5000∼5만5000원. 02-580-130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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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문화-IT 결합으로 新산업 연다”

    ‘문화데이터로 4차 산업혁명에 도전하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이 24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2017 문화데이터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3∼6월 열린 ‘제5회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의 시상식과 함께 열렸다. 문화 분야 공공 데이터 개방에 대한 성과 보고 및 세미나 등도 진행됐다. 올해 5회째를 맞은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정부에서 개방한 문화데이터를 활용해 창업한 사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3개월의 공모 기간에 제품개발·창업 부문 89건, 아이디어 부문 328건 등 417건이 접수됐다. 제품개발·창업 부문에서는 음악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스(Juice)’가 대상을 받았다. 주스는 순수 음악 활동을 하는 전문 개발자와 기획자들로 구성된 팀이다. 사용자가 요청한 단일 악보를 오케스트레이션 총보(소프라노, 알토, 테너, 오보에 등)로 변환해 주는 악보 변환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이디어 부문에선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화데이터를 결합한 체육 플랫폼을 제시한 ‘스매치(SMATCH)’가 선정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순수 예술과 문화데이터를 활용한 신기술의 결합 사례가 많이 접수됐다”며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문화데이터를 활용해 창업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문화데이터 분야별 활용 우수 사례 전시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 문화데이터를 주제로 한 세미나 및 전문가 토크콘서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와 숙박시설 예약 애플리케이션 야놀자의 김종윤 부대표, 배상민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회장 등이 강사로 나섰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가상현실(VR) 콘텐츠 및 홀로그램, 관광 분야 콘텐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시장 내에는 문화데이터를 활용한 박물관 VR 서비스와 증강현실(AR) 서비스 등의 체험존도 운영됐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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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화 “취임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연극인 자녀 장학기금 만들기”

    24일 연극배우 윤석화 씨(61)가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한다. 윤 신임 이사장은 2005년 재단 설립 때부터 12년간 이사장을 맡았던 연극배우 박정자 씨 후임으로 추대됐다. 2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설치공간 정미소’에서 윤 신임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자리는 200% 봉사직”이라며 “주어진 임기 동안 선후배 연극인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 교육 여가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연극인들의 복지를 위해 2005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윤 이사장은 취임 이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연극인 자녀 장학금 기금 신설과 연극인 의료기금, SOS 기금 확대를 꼽았다. 윤 이사장은 “임기 3년 동안 꼭 해내고 싶은 일은 연극인 자녀 장학금 지급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후배 연극인들로부터 자녀 교육 뒷바라지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연극인으로 산 것을 가장 후회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같은 동료로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속상했다. 연극인 자녀 대학 입학 시 일정 금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기금을 꼭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윤 이사장은 장학기금 외에도 현재 재단에서 운영 중인 연극인 의료기금과 SOS 기금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는 “프리랜서인 연극인 가운데 암에 걸리거나 공연 중 갑자기 사고가 생겼을 때 의료비용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10%도 안 될 것”이라며 “1년에 5명으로 제한된 의료지원금과 지원 대상자가 아니지만 급히 치료비용이나 간병인 비용이 필요한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SOS 기금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기금 확충이 필수조건이다. 윤 이사장은 “벌써부터 서류가방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정기후원 서류를 한 뭉치씩 넣고 다닌다”며 “만나는 사람마다 후원 부탁을 드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도 바쁜 시간을 보낼 예정이지만, 배우의 삶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윤 이사장은 “내년에 극작가 이강백 선생의 신작을 연출할 예정”이라며 “여배우 3명이 주인공인 작품인데 선배 연기자 박정자, 손숙과 함께 무대에 오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3명의 노장 여배우 A팀과 30, 40대 중견 여배우로 구성된 B팀으로 나눠 번갈아 무대에 오를 예정이에요. 연극계 선후배 간의 쟁쟁한 경합전이랄까요. 하하.” 윤 이사장의 취임식은 24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설치공간 정미소에서 열린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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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제사회의 잔혹한 민낯… 배우 이승헌의 연기로 몰입감 더해

    결코 쉬운 작품은 아니다. 조지 오웰이 쓴 원작 소설만큼이나 심오한 주제의식과 모순되고 복잡한 구조를 담았다. 국립극단의 신작 연극 ‘1984’는 영국 극작가 겸 연출가 로버트 아이크와 덩컨 맥밀런의 각색 본을 바탕으로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소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에 없는 미래의 북클럽과 호스트(북클럽을 이끄는 리더)를 설정한 점이다. 북클럽 회원들이 읽게 되는 한 권의 책을 매개로 미래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액자식 구성을 띤다. 큰 틀에서 연극 역시 ‘빅브러더’로 대변되는 통제사회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당의 통제로 인해 개인 행동과 생각마저 감시받는 사회, 절대 권력을 의심하고 저항했다가 가혹하게 처벌받는 개인 등을 그린다. 2013년 영국 초연 공연은 일부 관객이 객석에서 구토를 할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함됐지만, 한태숙 연출의 한국 공연에선 이보단 수위를 낮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스턴이 당 간부 오브라이언으로부터 고문을 받는 극 후반부 일부 장면은 다소 잔혹하게 그려진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 역을 맡은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 이승헌의 연기가 단연 인상적이다. 날카로운 눈매와 인상, 폭발력 있는 연기력 등 여러모로 무대 위 이승헌은 완벽한 윈스턴으로 변신한다. 통제사회 시스템을 의심하고 여자친구 줄리아와 함께 조금씩 저항해가는 과정에선 결의와 비장함이, 극 후반부 오브라이언에게 배신당한 뒤 고문 받는 장면에선 처절함과 나약함을 드라마틱하게 연기했다. 11월 19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 ★★★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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