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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한 게 20년은 거뜬히 넘었을 거 아냐? 머리는 한순간 잊는다 해도 몸은 확실히 기억하니까 걱정 마라.”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奧田英朗·63)는 2004년작 ‘공중그네’에 이렇게 썼다.그런데 야구 선수에게는 몸이 기억을 잊어버리는 병이 찾아올 때가 있다. 맞다. 은어로 ‘쪼당’이라고도 하는 입스(yips)다.입스는 원래 피아니스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일에서 유래했다.야구에서는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거나 △야수가 가까운 거리로 정확하게 공을 던지지 못하거나 △포수가 투수에게 제대로 공을 던져주지 못할 때 흔히 이 표현을 쓴다.프로야구 롯데 팬들 사이에서 ‘지시완(28)이 입스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물론 이 중 마지막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지시완은 지성준이라는 이름을 쓰던 한화 시절에도 입스에 시달린 적이 있다.지시완은 2018년 7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투수가 던지는 공을 잡는 게 힘들었다. 계속 불안해서 공을 잡지 못하니 블로킹도 제대로 못 했다”고 말했다.그리고 “타석에 들어설 때도 ‘수비가 안 되니 방망이로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겨 결과가 안 나왔다”고 덧붙였다.한화 시절에는 포구 입스에 시달렸는데 이번에는 송구에 입스가 찾아온 것이다.송구가 마음대로 안 되는데 도루 저지라고 잘할 리가 없다.지시완은 2014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통산 도루 저지율이 22.1%였던 선수다.이 역시 좋은 기록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올해는 15.4%로 더 나빠졌다.롯데는 5월 이후 14승 1무 23패(승률 0.378)에 그치면서 2위에서 8위로 미끄러진 상태다.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4.56으로 한화(6.22) 다음으로 나쁘다.이런 상황에서 마인홀드 투수 코치(36)가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기로 했다.주전 포수 지시완마저 흔들린다면 반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성민규 단장(40)에게도 지시완의 성공이 필요하다.성 단장이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 가운데 지시완이 보기 드문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다.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시완은 롯데 이적 이후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1.53을 기록 중이다.성 단장이 여섯 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1군 선수 8명 가운데 누적 WAR가 1을 넘는 건 지시완이 유일하다.전체 트레이드 결과를 봐도 롯데에서 나간 선수는 WAR 합계 5.16을 기록한 반면 들어온 선수는 0.97이 전부다.롯데를 떠나 KT에서 백업 포수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김준태(28)의 올 시즌 현재 WAR가 1.04다.롯데가 살려면 그리고 성 단장이 내년 이후에도 롯데 살림살이를 맡으려면 일단 지시완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을 따르겠다. 예외 케이스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16일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이스 셔 미국테니스협회 회장은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세계랭킹 3위·사진)의 US오픈 테니스 대회 참가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에 따라 US오픈 정상을 3번 차지한 조코비치가 8월 29일 뉴욕에서 막을 올리는 올해 대회에 참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C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올해 1월 호주오픈 참가를 위해 멜버른 공항에 도착했지만 호주테니스협회에서 발급받은 ‘백신 접종 면제 허가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해 끝내 입국을 거부당했다. 그러면서 대회 4연패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당시 21회) 우승 달성 기회를 모두 놓쳤다. 그래도 조코비치는 “억지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면 차라리 우승 트로피를 포기하겠다”며 백신 접종 반대 의사를 꺾지 않았다. 이후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조코비치는 프랑스오픈에 정상 참가했고, 27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하는 윔블던 참가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서양을 건너려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사진)가 코트로 돌아온다. 윌리엄스는 15일 흰 운동화를 신은 채 잔디를 밟고 있는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띄우면서 “SW와 SW2019, 거기서 만나자(it’s a date)”라고 썼다. SW는 자신의 이름 이니셜이고 SW2019는 영국 런던 서남쪽에 자리한 윔블던 우편 번호다. 윔블던은 잔디 코트 시즌을 마무리하는 메이저 대회고, 이 대회 참가 선수는 흰색 옷을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윔블던 1회전 도중 발목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한 뒤 1년 동안 코트를 떠나 있던 상태였다. 그 사이 세계랭킹이 1208위까지 떨어졌지만 와일드카드(초청 선수)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윌리엄스가 27일 막을 올리는 올해 윔블던에서 우승하면 통산 24승으로 마거릿 코트(80·호주)와 함께 메이저 대회 단식 역대 최다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다. 윔블던에서 7번 우승한 윌리엄스는 딸 올림피아를 임신한 상태로 2017년 1월 호주 오픈 정상을 밟은 뒤로는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지 못했다. 한편 미국테니스협회는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도 8월 29일 개막하는 올해 US 오픈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올잉글랜드클럽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 출신 선수는 윔블던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2 한국 휠체어농구리그가 93일간의 정규리그 일정에 돌입한다.한국휠체어농구연맹(KWBL)은 17일 오후 2시 15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리는 지난 시즌 챔피언 코웨이(옛 서울시청)와 제주삼다수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일정을 진행한다고 15일 발표했다.올 리그에는 고양홀트 대구시청 무궁화전자 제주삼다수 춘천시장애인체육회 코웨이 등 6개 팀이 참가하며 9월 18일까지 3라운드에 걸쳐 정규리그 총 45경기를 치른다.정규리그 경기는 △제주 한라체육관 △수원 칠보체육관 △고양 홀트종합체육관 △대구 시민체육관 △춘천 호반체육관 등을 순회해 열리며 12월 2일부터는 포스트시즌을 진행한다.정규리그 2, 3위 팀이 12월 2일부터 4일까지 제주 구좌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3전 2승제)를 치른 뒤 플레이오프 승자와 정규리그 1위 팀이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3전 2승제)을 치르는 방식이다.KWBL은 제주삼다수, 춘천시장애인체육회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 코웨이가 삼파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올해 개막전은 KBS1을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생중계 된다. 한편 KWBL은 휠체어농구 저변 확대 차원에서 고양파이브휠스,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춘천스마일 등 4개 휠체어농구단이 출전해 6경기를 치른는 2부 리그 일정도 대회 기간에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선거 과정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투표자는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일이 많다. 이를 ‘밴드왜건 효과’라고 부른다. 선수 생활 내내 주전보다 ‘백업’이 익숙했던 삼성 포수 김태군(33·사진)이 프로야구 올스타 투표에서 중간 집계 선두를 달리는 것도 이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3일 공개한 2022 프로야구 올스타전 팬 투표 1차 중간 집계 결과를 보면 김태군은 총 33만4057표를 받아 KIA 양현종(32만8486표), 삼성 피렐라(32만5587표) 등을 제치고 최다 득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투표에서는 전체 1494만 표 가운데 가장 많은 332만 표(22.2%)가 KIA 선수를 향했다. 키움 한화 KIA LG NC 선수를 대상으로 한 ‘나눔 올스타’ 투표에서는 전체 12개 포지션 가운데 11개 포지션이 KIA 선수 차지였다. 외야수 한 자리만 키움 이정후에게 돌아갔을 뿐이다. KIA 선수에게 표를 던지려고 투표에 참여한 팬들은 두산 롯데 삼성 KT SSG 선수가 대상인 ‘드림 올스타’ 선수도 뽑아야 한다. 드림 올스타 쪽에서는 삼성 팬이 12개 포지션 가운데 9개 포지션을 1등으로 만든 상태였다. 그러니 올스타 투표에 가장 많이 참가한 KIA 팬이 드림 올스타 쪽에서는 삼성 선수에게 표를 던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기에 드림 올스타 포수 부문은 타율만 봐도 김태군(0.340)이 KT 장성우(0.257), 두산 박세혁(0.222), 롯데 지시완(0.213), SSG 이재원(0.196)에게 앞선다.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약하다 보니 김태군 쪽으로 밴드왜건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났던 것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화와 SSG가 맞붙은 11일 프로야구 문학 경기. 4회말 SSG 선두 타자로 나온 전의산(22)이 3루 쪽으로 굴러가는 시속 57km짜리 땅볼 타구를 때렸다. 평소 같았으면 충분히 아웃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이었다. 그러나 2루와 3루 사이가 비어 있던 덕에 전의산은 2루까지 뛰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한화 수베로 감독(사진)이 내야수 전원을 2루 오른쪽에 배치하는 수비 시프트 작전을 구사했던 것이다. 이날이 데뷔 후 네 번째 1군 경기 출장이었던 전의산은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수비 시프트가 나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시프트를 걸 때는 선수 이름이 아니라 타구 분포도를 본다”면서 “퓨처스리그(2군) 기록을 참고해 시프트를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타구 분포도가 수베로 감독 생각처럼 잘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비 시프트 작전을 구사하는 건 상대 타자가 ‘홈런이 아닌 페어 타구’(인플레이 타구)를 쳤을 때 이를 최대한 아웃 카운트로 연결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인플레이 타구 가운데 몇 %를 아웃으로 연결했는지 알려주는 ‘범타 처리율(DER·Defensive Efficiency Ratio)’을 보면 한화는 13일 현재 0.663으로 롯데와 함께 공동 최하위다. 야구는 아웃 카운트를 ‘창의적으로’ 빼앗는 팀이 아니라 ‘많이’ 빼앗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수베로 감독은 “수비 시프트에는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면서 “2루타나 3루타 등 장타를 충분히 칠 수 있는 선수들도 (빈자리가 있는 곳으로 공을 보내려고) 스윙을 바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현재 한화가 허용한 2루타와 3루타는 경기당 평균 2.21개(총 135개)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아웃은 제일 적게 잡고 장타는 가장 많이 허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경기당 평균 실점(5.62점)도 리그 최다다. 이 부문 2위 두산(4.71점)과 비교해도 경기당 0.9점 넘게 차이가 난다. 실점이 많으니 성적도 좋을 리가 없다. 지난주 1승 5패에 그친 한화는 NC와 자리를 바꾸면서 최하위(10위)로 내려앉았다. 한화가 올해도 10위에 그치면 창단 후 9번째 최하위 기록을 남긴다. 현재까지 프로야구에서 최하위를 9번 기록한 건 롯데 한 팀뿐이다. 한 해설위원은 “감독은 작전이 실패해도 ‘나는 좋은 작전을 지시했다. 선수들이 따르지 못한 것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할 때가 있다. 수베로 감독이 수비 시프트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뉴욕 양키스는 에런 저지(30)에게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할까. 저지는 양키스가 시카고 컵스를 8-0으로 꺾은 12일 메이저리그(MLB) 안방경기에서 홈런 2개를 치면서 시즌 홈런 수를 24개로 늘렸다. 이날 승리로 양키스는 시즌 59경기에서 43승 16패(승률 0.729)를 기록하며 MLB 전체 승률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양키스 구단 역사에서 60경기를 치르기 전 시즌 24호 홈런을 날린 건 베이브 루스(1895∼1948), 미키 맨틀(1931∼1995) 같은 ‘전설’에 이어 저지가 세 번째다. OPS(출루율+장타력)도 1.079로 MLB 전체 1위인 저지는 홈런 공동 2위 그룹에 7개 차이로 앞서면서 한 시즌 66홈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페이스대로면 저지는 1961년 61홈런을 친 팀 선배 로저 메리스(1934∼1985)에 이어 61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60홈런을 넘긴 아메리칸리그(AL) 타자가 된다. 내셔널리그(NL)까지 포함해도 배리 본즈(58)가 73개, 새미 소사(54)가 63개를 친 2001년 이후 20년 동안 6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없다. 저지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양키스는 지난 스토브 리그 때 저지에게 30세 이상 선수로는 역대 6위에 해당하는 2억3300만 달러(약 2982억 원)에 8년 연장 계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저지는 “최소 3억 달러(약 3840억 원)는 받아야겠다. 시즌이 끝나고 다시 이야기하자”며 거절했다. 저지는 큰 체격(키 210cm, 몸무게 128kg) 때문에 부상이 잦다. 2017년 만장일치로 AL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2018∼2020년 3년 연속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지난해 633타석을 소화하고도 내구성에 대한 물음표를 떼지 못했던 이유다. 이 때문에 ‘언제 다칠지 모르는 선수가 굴러들어 온 호박을 발로 찼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 후 저지가 부상 우려를 지워버리면서 ‘3억5000만 달러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일단 “시즌 도중에는 저지와 계약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존 헤이먼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는 “캐시먼 단장이 (항복하겠다는 뜻으로) 수건을 던질 때가 됐다”면서 “양키스는 하루빨리 저지를 MLB 최고 몸값 야수로 만들어 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저지는 3억 달러에만 계약해도 MLB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계약을 따낸 30대 선수가 된다. 지금까지는 2008년 당시 33세이던 알렉스 로드리게스(47)가 양키스와 2억7500만 달러에 10년 연장 계약한 게 최대 규모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사회인 농구에 한창 빠져 있던 때 일이다.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 선수 출신 후배가 휴가 중인 현역 육군 소위와 함께 나왔다. “학창시절 내내 농구만 한 녀석이 어떻게 장교 친구도 있냐?”는 물음에 고교 졸업 후 생수 배달 일을 하던 후배는 ‘농구로 대학까지 간 친구’라고 소개했다. 농구 선수가 장교가 된 사연은 이랬다. “중3 여름방학 때 ‘나는 농구로는 성공 못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찾아왔습니다.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아무리 ‘통밥’을 굴려 봐도 공부보다는 농구 쪽으로 대학에 가기가 수월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농구부에 남았습니다. 결국 운 좋게 ‘깍두기’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간 뒤 소집 첫날 ‘그만두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학군장교(ROTC)에 지원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공부는 손을 놓은 지 너무 오래라 다른 길을 찾은 거죠.” 이날 저녁이 다시 생각난 건 탁구 유망주 신유빈(18·대한항공), 아니 정확하게는 아버지 신수현 GNS 매니지먼트 대표 때문이었다. 신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신유빈이 중학교 졸업 후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입단을 선택한 사정을 이야기하다 “유빈이가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 제한 때문에 도저히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2019년 이후 대회 또는 연습 참가 때문에 학교를 빠진 경우 초등학생은 10일, 중학생은 15일, 고등학생은 20일까지만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나머지 기간에는 다른 학생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하는 게 원칙이다. 신 대표는 “유빈이는 탁구에 인생을 걸었는데 그러려면 학교생활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려드리겠다. 신유빈 같은 ‘1등’이 아니라 고1 때부터 키 성장이 멈추는 바람에 오라는 대학 팀이 없던 후배나 운동에서 이미 마음이 떠났는데도 계속 운동부에 남아 있어야 했던 육군 소위 같은 ‘보통들’을 위한 정책이다. 신유빈은 평생 ‘너는 뭐 하느라 고교 졸업장도 못 땄느냐’는 핀잔을 들어야 할 일이 없다. 반면 세상에는 ‘운동도 못 하고 배운 것도 없는 ×’이라는 수군거림에 시달리며 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한체육회 ‘은퇴 운동선수 실태 조사’ 최신판(2019년)에 따르면 운동선수는 평균 23세에 은퇴하며, 41.9%가 은퇴 후 무직 상태다. 취업에 성공해도 46.8%는 한 달에 200만 원을 못 번다. 현실이 이런데도 “학생 선수에게는 운동도 공부”라며 운동부원은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는 게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어른도 적지 않다. 프로야구 팀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뒤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신일고 야구부 출신 박건우 씨(20)는 “공부와 야구를 병행한 게 아니라 학교생활과 야구를 병행했을 뿐이다. (야구부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사귀다 보니 공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말했다. 맞다. 학교 운동부원은 ‘선수 학생’이 아니라 ‘학생 선수’다. 선수보다 학생이 먼저다.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덴버 브롱코스가 북미 프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팀이 됐다. 공교롭게도 세계 최대 유통 업체 ‘월마트’가 이 최고액과 가장 관련이 깊은 회사다. 덴버 구단은 “46억5000만 달러(약 5조8371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팀 소유권을 롭 월턴 전 월마트 회장(78)을 비롯한 월턴앤드페너 가문에 넘기기로 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전까지는 2년 전 스티브 코언 SAC캐피털어드바이저스 회장(66) 등이 메이저리그 팀 뉴욕 메츠를 인수할 때 쓴 24억 달러(약 3조168억 원)가 최고 기록이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세계 19번째 부자(총 자산 약 82조 원)로 꼽은 월턴 전 회장은 딸 캐리 씨(52)와 사위 그레그 페너 현 월마트 회장(53) 부부 그리고 멜로디 홉슨 스타벅스 이사회 의장(53)과 함께 덴버 구단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였다. 덴버 구단은 원래 볼런 가문 소유였다. 1984년 7000만 달러(약 880억 원)에 처음 이 팀을 인수한 팻 볼런 구단주(1944∼2019)는 1960년 창단 이후 한 번도 슈퍼볼 우승이 없던 덴버를 1997년, 1998년, 2015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정상으로 이끌면서 NFL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볼런 구단주는 세상을 떠나면서 조 엘리스 사장(65)에게 ‘내가 죽거든 3년간 구단주 대행을 지낸 뒤 자식 7명 가운데 후계자를 결정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상속 과정에서 형제자매 간에 싸움이 끊이지 않으면서 결국 구단 소유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덴버를 제외한 NFL 31개 팀 구단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볼런 가문은 38년 만에 구단 소유권을 넘기게 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게 V리그 현실이다.” 국내 프로배구 V리그의 한 감독은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 차 일정을 최하위(16위)로 마친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경기력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일본, 독일, 폴란드에 연달아 0-3으로 완패한 한국은 이전까지 15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던 캐나다를 상대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결과는 역시 0-3이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국 중 1주 차에 단 한 세트도 따지 못한 건 한국뿐이다. 아시아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 팀 성적이 더욱 아쉽다. 일본은 4전 전승(승점 11)으로 선두에 올랐고 중국이 3승 1패(승점 10)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동안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태국도 3승 1패(승점 8)로 7위다. FIVB 랭킹 2위 중국에 2-3 패배를 안긴 팀이 바로 태국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서브 리시브 효율 5위(51.3%)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대회 때 12위(21.9%)보다 좋아졌다. 그러나 공격 효율은 0.089로 최하위다. 지난해에는 그래도 14위(0.223)였다. V리그 현실을 지적한 감독은 “세계 배구는 이미 리시브를 공격 준비 과정으로 본다. 세터 머리 위로 무조건 정확하게 공을 띄우는 것보다 서브를 받고 나서 어떤 공격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염두에 두고 리시브에 임한다는 뜻”이라며 “한국은 리시브를 한 선수가 ‘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수비 대형을 취한다. 그러니 공수 전환이 잘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구 여제’ 김연경(34·레프트)은 물론이고 김수지(35), 양효진(33·이상 센터)이 동시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으니 시행착오를 겪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세터 염혜선(31)과 공격수 사이에 호흡이 이 정도까지 맞지 않는 건 준비 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한국 대표팀 감독은 소속팀 바키프방크(터키) 일정 때문에 출국 사흘 전인 지난달 24일에야 한국에 들어왔다. 17일 한국은 역시 4전 전패를 기록한 도미니카공화국과 2주 차 첫 경기를 치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1993년 10월 14일 이진택(50)의 점프 이전엔 한국 높이뛰기 선수 누구도 2m30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스마일 점퍼’ 우상혁(26·상무·사진)은 이제 점프의 리듬이 흔들려도 2m30은 넘는다. 우상혁은 3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열린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대학·일반부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0을 넘어 우승했다. 2위 윤승현(28·울산시청·2m22)과는 8cm, 3위 박순호(22·군산대·2m13)와는 17cm나 차이가 났다. 이로써 우상혁은 이번 시즌 출전한 네 차례 실외 경기에서 모두 바 높이 2m30 이상을 넘었다. 경기장 환경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우상혁의 이날 기록은 더욱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필드에서 높이뛰기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트랙에서는 여자 일반부 5000m 경기가 열렸다. 이 때문에 우상혁은 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자신이 원할 때 떼지 못하고 트랙 바깥에서 5000m 주자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육상 꿈나무와 팬들의 박수를 유도하기 위해 양팔을 흔들었다가도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멈춰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이어졌다. 3차 시기 만에 2m30을 넘은 우상혁은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위기를 돌파하는 것도 좋은 준비”라며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 믿고 응원해 주시면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혁의 다음 목표는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실외)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1980년대 인기 가수 구창모(68)가 부른 ‘희나리’는 홍콩으로 건너가 ‘기허풍우(幾許風雨)’가 됐다. 영화 ‘영웅본색’에도 들어간 이 리메이크곡 제목은 ‘몇 번의 바람과 비’라는 뜻이다. 프로야구 NC 왼손 투수 구창모(25·사진)도 껍질을 깨고 나오려고 할 때마다 늘 부상이라는 바람과 비에 시달려야 했다. 롯데를 맞아 선발 등판한 3일 창원 안방경기는 부상이 없을 때 구창모의 영웅본색이 어떤 빛인지 증명한 무대였다. 허벅지 부상 탓에 시즌 초반 일정을 건너 뛴 구창모는 이번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이날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2회초에 피터스(27)에게 안타를 맞은 뒤로는 18타자를 연속해 범타 처리하기도 했다. 구창모는 그러면서 지난달 28일 복귀전 이후 2경기 연속 승리를 챙겼다. 구창모는 “동료 투수들이 잘 던지고도 승리를 못 챙기는 일이 많은데 내 승운이 동료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 선발 반즈(27)도 이 승운을 나누고 싶을 것이다. 반즈는 이날 7이닝 3실점으로 세 경기 연속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세 경기 연속 패전 투수가 됐다. 잠실에서는 LG가 선발 켈리(33)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선두 SSG를 7-1로 물리쳤다. LG는 이날 수원에서 KT에 2-5로 패한 KIA와 공동 3위가 됐고, KT는 롯데를 8위로 끌어내리며 7위로 올라섰다. 대구에서는 5위 삼성이 6위 두산을 8-5로, 대전에서는 9위 한화가 2위 키움을 14-2로 이겼다. KBO “음주운전 3회땐 영구 실격”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음주운전 관련 처벌 규정을 손질했다”고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선수나 리그 관계자는 △면허정지 70경기 출장정지 △면허취소 1년 실격 △음주운전 2회 5년 실격 △음주운전 3회 이상 영구 실격 처분을 받는다. KBO는 “이에 해당하는 경우 상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재하기로 했다”면서 “음주운전 횟수는 관련 규정을 처음 만든 2018년 9월 11일부터 따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형이 왜 거기서 나와?’프로야구 키움에서 푸이그(32)를 처음 영입할 때만 해도 이런 이야기 나왔다. 사실 푸이그가 KBO리그로 건너오기 전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긴 타자는 아니었다.2000년 삼성에서 뛴 프랑코(원하시는 나이를 넣으시오)는 148개, 2014년 SK에서 활약한 스캇(44)은 135개로 푸이그(132개)보다 MLB 통산 홈런도 더 많았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푸이그보다 일반 팬에게 더 유명하지는 않았다.‘에이그, 형이 왜 거기서 나와?’2022년 시즌 개막 후에 한 달이 지났을 때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푸이그는 올해 4월을 타율 0.233(37위)으로 마쳤다. 홈런 3개(공동 8위)를 때려낸 게 그나마 위안거리일 정도였다.재미있는 건 이 홈런 3개가 전부 화~목요일에 열리는 주중 3연전에서 나왔다는 점이다.주중 3연전에는 타율도 0.311(45타수 14안타)을 기록했다.‘으이그, 형 이제 거기서 나와?’그렇다고 경기를 화~목요일에만 치를 수는 없는 노릇.홍원기 키움 감독은 5월 10일부터 푸이그를 4번이 아닌 2번 타순에 기용하기 시작했다.그래도 ‘안 터지자’ 8번으로 다시 타순을 조정했다.그제야 푸이그는 42타석에서 타율 0.343, 출루율 0.429, 장타력 0.686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력)를 계산하면 1.175다.‘형 다시 거기서 나와?’방망이에 불이 붙자 홍 감독은 2일 안방 경기에서 푸이그를 다시 4번에 기용했다.푸이그는 3안타를 몰아치면서 팀이 삼성에 6-5 역전승을 거두는 데 일조했다.시즌 타율은 여전히 0.235지만 최근 15경기에서는 0.302다.이 15경기 OPS도 0.952로 이제 확실히 외국인 타자 티가 난다.‘형 계속 거기서 나와?’푸이그가 살아나자 팀도 살아났다.키움은 이 15경기에서 12승 3패(승률 0.800)를 기록했다. KIA와 함께 이 기간 공동 선두다.그러면서 6위였던 팀 순위도 2위까지 올라섰다.여전히 선두 SSG(35승 2무 16패)와는 4경기 차이지만 그렇다고 1위 자리가 마냥 멀어 보이지만은 않는다.‘형 계속 거기서 나와!’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를 갖춘 2015년 이후에는 5월말 순위가 최종 순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참고 기사: )그런 의미에서 키움은 올해도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을 확률이 높다.푸이그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팀 동료들이 그의 몫까지 대신한 결과다.키움이 현재 시즌 끝까지 현재 자리 그 이상을 원한다면 ‘야생마’ 푸이그가 본격적으로 힘을 내야 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 시구를 10개 구단 팬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다.KB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3년 만에 열리는 올해 올스타전 시구자를 공모한다고 30일 발표했다.KBO는 “출범 4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를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다시 도약하자는 의미를 담아 10개 구단 팬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시구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단, 시구자가 7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올해 올스타전 마운드에 직접 오르는 건 아니다.각 구단 연고 지역에서 사전에 영상으로 시구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올스타전 당일 전광판 화면을 통해 내보내는 방식이다.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이번 시구자 공모에 참가할 수 있다. 참가 희망자는 올스타전과 관련한 특별한 인연이나 이번 올스타전 시구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를 자유롭게 작성해 e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글은 물론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활용해 응모할 수도 있다.KBO는 3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은 뒤 15일 선정 대상자에게 개별 연락할 계획이다.시구자로 선정되면 올스타전 기념품도 받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인천고와 덕적고가 모두 황금사자기 16강에서 탈락하면서 구도(球都·야구 도시) 인천이 자존심을 구긴 하루였다. 북일고는 2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에서 인천고를 7-1로 꺾고 준준결승행 티켓을 차지했다. 2002년, 2012년에 이어 10년 주기로 황금사자기 우승을 노리고 있는 북일고가 대회 8강에 오른 건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인천고는 이날 ‘에이스’ 이호성(3학년)에게 선발 마운드를 맡겼다. 이호성은 32강전에서 개성고를 2-0으로 물리친 뒤 계기범 인천고 감독이 “내가 더 뭐라 할 게 없을 만큼 스피드와 제구, 경기 운영 능력까지 모두 뛰어나다”고 치켜세운 투수였다. 이호성은 이날도 북일고 톱타자 김지환(3학년)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종우가 이호성이 초구로 던진 빠른 공을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비거리 105m)으로 연결하면서 계 감독 평가와 정반대 분위기가 펼쳐졌다.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상위 순번이 유력한 이호성의 투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프로 팀 스카우트 사이에서 “오늘은 이상하게 공이 가운데로 몰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고 구속도 시속 143km로 평소보다 5km 정도 떨어졌다. 이호성은 결국 2와 3분의 1이닝 동안 5실점(4자책점)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했다. 김종우는 “이호성이 빠른 공에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이었기에 빠른 공 하나만 노리고 들어갔다”면서 “우리 팀 투수들이 잘한다. 타자들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집중해 꼭 전국 대회 2회 연속 우승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일고 마운드는 이날 선발 김범근(3학년)이 50개를 던진 뒤 이어 김휘건(2학년)이 51개, 김서현(1학년)이 23개, 최준호(3학년)가 13개를 던졌다. 대회 규정에 따라 60개 이하로 던진 투수는 이틀 후인 27일 열리는 8강전에 등판하는 데 지장이 없다. 북일고의 8강 상대는 또 다른 구도 부산을 대표하는 경남고다. 경남고는 덕적고에 10-3, 7회 콜드승을 거뒀다. 지난해 창단한 덕적고는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32강전에서 경민IT고를 7-2로 꺾고 공식전 첫 승을 기록했지만 전통의 명문 경남고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주일고는 황금사자기 16강에 처음 진출한 라온고에 7-5 진땀승을 거두고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회 8강에 진출했다. 광주일고는 8회말까지 라온고에 7-1로 앞섰지만 9회초에 4점을 내주면서 7-5로 쫓겼다. 그러나 1사 2루에서 구원 등판한 이준혁(3학년)이 2번 타자 한다현(1학년)을 우익수 뜬공, 3번 타자 이호열(3학년)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광주일고는 선린인터넷고와 역시 27일 8강 경기를 치른다. 선린인터넷고는 휘문고에 11-4, 8회 콜드승을 거두고 2015년 이후 7년 만에 8강에 합류했다.오늘의 황금사자기(8강전)▽목동야구장청담고(1루) 10시 대전고(3루)청원고(1루) 13시 마산고(3루)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마산고가 ‘디펜딩 챔피언’ 강릉고를 물리치고 황금사자기 8강에 선착했다. 청원고는 율곡고를 꺾고 22년 만에 황금사자기 준준결승에 올랐다. 우승 후보 대전고도 설악고를 제압하고 창단 첫 황금사자기 우승을 3보 앞에 두게 됐다. 청담고는 안산공고를 물리치고 2016년 창단 후 첫 전국대회 8강에 올랐다. 마산고는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 첫 경기에서 강릉고에 6-3 승리를 거뒀다. 마산고가 26일 8강에서도 승리하면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3년 제67회 대회 준우승 이후 9년 만에 4강 무대를 밟는다. 마산고는 지난해 열린 제6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현 신세계 이마트배) 정상 등극으로 1980년 야구부 창단 이래 첫 전국대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아직 4대 메이저 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 우승 기록은 없다. 황금사자기에서는 2013년과 1995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우승팀이자 재작년 준우승팀인 ‘대어’를 잡은 고윤성 마산고 감독은 “강릉고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응집력을 무기로 오늘 경기를 이긴 것처럼 마산 야구 특유의 끈적끈적한 ‘촌놈 스타일’로 끝까지 가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마산고에서는 8번 타순에 들어선 양제민(1학년)과 박현우(2학년)만 안타가 없었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5번 타자 유격수 신성호(3학년)는 4타수 3안타를 쳤고 6번 타자 1루수 이정윤(2학년)은 2회초 무사 1, 2루에서 결승타를 때려내는 등 2타점을 올렸다. 마산고의 8강 상대는 이어 열린 경기에서 율곡고에 12-5, 8회 콜드승을 거둔 청원고다. 청원고가 8강에서 마산고를 꺾으면 1961년 동대문상고 야구부로 창단한 뒤 61년 만에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4강 진출 기록을 쓴다. 윤성훈 청원고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3학년 투수 이재빈이 공을 많이(69개) 던지는 바람에 다음 경기 투수 운용이 걱정이지만 타선의 힘을 믿고 마산고와 맞붙어 보겠다”고 말했다. 투구 수 제한 규정에 따라 61∼75개를 던진 투수는 2일간 경기에 등판할 수 없어 청원 고는 이재빈 없이 마산고를 상대해야 한다. 이날 세 번째 경기에서는 대전고가 설악고에 10-3, 7회 콜드승을 거두고 8강에 합류했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황금사자기 우승만 없는 대전고는 1회초부터 7점을 뽑으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16강에 오른 설악고를 물리쳤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청담고가 2-2 동점이던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김민호(3학년)의 끝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안산공고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역시 26일 대전고와 8강에서 맞붙게 됐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마산용마고 3학년 나종덕은 2016년 제7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때 “학창 시절 강민호(37·삼성)보다 낫다”는 평을 듣는 포수 유망주였다. 모교를 준우승으로 이끈 나종범은 이듬해부터 롯데 선수가 됐지만 프로의 벽은 높기만 했다. 데뷔 3년 차인 2019년까지 ‘포텐셜’을 터뜨리지 못하자 극성 팬들로부터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나종덕은 결국 2020년 투수 변신을 시도하면서 이름도 나균안으로 바꿨다. 지난해부터 1군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한 나균안(사진)은 20일 잠실 경기에서 6과 3분의 2이닝 5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롯데가 안방 팀 두산을 4-0으로 꺾는 데 앞장섰다. 롯데는 시즌 첫 승을 거둔 나균안의 호투로 4연패에서 탈출한 반면 두산은 5연패에 빠졌다. 같은 해 황금사자기 70주년 현역 올스타 투표에서 포수 부문 수상자로 뽑힌 홈런 선두 박병호(36·KT)는 대구 방문경기에서 시즌 14호 포를 터뜨리며 팀이 삼성에 5-1 역전승을 거두는 발판을 놓았다. 2018년 제72회 대회 때 광주일고를 우승으로 이끈 KIA 정해영(21)은 NC와 맞붙은 광주 안방경기에서 9회초에 등판해 팀의 5-3 승리를 지켜내고 세이브 부문 공동 2위(12세이브)로 올라섰다. 2005년 대회 때 모교 안산공고를 창단 후 첫 황금사자기 4강으로 이끈 김광현(34·SSG)은 문학 안방경기에서 7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SSG는 LG 2루수 이상호(33)가 시즌 첫 끝내기 실책을 저지르면서 5-4 승리를 거뒀다. 2015년 선린인터넷고 소속으로 제69회 황금사자기 우승을 경험한 한화 이진영(25)은 이날 고척 경기서 7회초 2점 홈런을 치고도 팀이 키움에 3-4로 패하면서 마음껏 웃지 못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끝판대장’ 오승환(40·삼성)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통산 35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오승환은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팀이 2-1로 앞선 연장 10회말 등판해 안방 팀 한화 타선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1번째이자 KBO리그 통산 350번째 세이브를 챙겼다.2005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그해 4월 27일 대구에서 LG를 상대로 개인 첫 세이브를 따냈다.그래도 데뷔 시즌 초반에는 마무리 투수 권오준(42·은퇴)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이 그의 자리였다.그는 늘 무표정한 얼굴로 마운드에 올라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위기를 지우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그래서 이재국 당시 스포츠서울 기자가 붙여준 별명이 바로 ‘돌부처’였다.돌부처가 위기를 지우면 ‘저승사자’ 권오준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했다.권오준과 오승환이 철벽 방어를 이어가자 언론에서는 두 선수 성(姓)에서 따와 ‘OK 펀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그러나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은 이 별명을 ‘KO 펀치’로 바꾸기로 마음 먹는다. 두 선수 자리를 바꿔 권오준을 셋업맨으로 오승환을 마무리 투수로 쓰기로 보직을 바꾼 것이다.선 감독은 당시 농담 삼아 “OK 펀치보다 KO 펀치가 세기 때문”이라고 보직 변경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본격적으로 마무리를 맡은 뒤 14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결국 16세이브(10승 1패 16홀드)로 시즌을 마감했다.신인상도 당연히 오승환의 차지였다. 대졸 선수로 데뷔 첫 해 신인상을 탄 건 여전히 오승환이 마지막이다.이후로는 문자 그대로 승승장구였다. 2007년 9월 18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통산 100세이브를 기록했고 2012년 7월 1일에는 대구에서 넥센을 상대로 개인 통산 228세이브를 거두면서 역대 세이브 1위로 올라섰다.통산 277세이브를 남긴 채 2014년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한 오승환은 이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를 거쳐 2020년 다시 삼성으로 돌아왔다.2020년 6월 16일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로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남겼고 지난해 4월 25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통산 300세이브를 올린 뒤 다시 50세이브를 추가했다.한미일 통산 세이브 기록도 472개까지 늘었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올해 안에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도 가능하다.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50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건 마리아노 리베라(53·전 뉴욕 양키스·652세이브)와 트레버 호프먼(55·전 샌디에이고·601세이브) 둘 뿐이다.이제 오승환은 이렇게 성공한 투수가 됐지만 고교 시절에는 타자로도 이름을 날렸다.한서고에 다니다가 경기고로 학교를 옮긴 오승환은 신일고와 맞대결한 2000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치면서 팀 우승을 이끌었다.이날 중계하던 하일성 전 KBS 해설위원(1949~2016)도 “프로에서 통할 만한 타격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할 정도였다.올해도 20일까지 서울 목동야구장과 신월야구장에서 제76회 황금사자기가 열린다.미래의 오승환이 타자로 뛰고 있을지도 모를 올해 황금사자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서울서 우리 (한)기주 보러 오셨능가?” 소변기 앞에 나란히 선 사내는 여태 오줌만큼 궁금증도 참았다는 듯 이렇게 물었다. 광주 무등구장 관중석 뒷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였다. 야구장은 기본적으로 ‘여럿이 놀러 가는 곳’이다. 그러니 혼자 스케치북처럼 생긴 공책(야구 기록지)에 볼펜 색을 바꿔 가며 낯선 기호를 채워 넣기 바쁜 앞자리 주인이 궁금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본인도 혼자 야구장을 찾았으니 마침 말동무도 필요했을 거다. 한기주(35)는 아직도 프로야구 신인 선수 최고액인 계약금 10억 원을 받고 그해 광주 연고 팀 KIA에 입단한 투수였다. 프로 생활만 KIA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광주에서 나고 자란 ‘본토박이’였다. 광주 팬들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게 당연한 일. 그러나 이날 안방경기에서는 이제 롯데 감독이 된 서튼(52)에게 홈런을 맞는 등 1회에만 3실점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2회부터 이상화(42)로 투수가 바뀌자 사내는 “여까지 멀리 왔는디 아쉬워 어째쓰까나”라며 녹차 섞은 소주잔을 내밀었다. 한입에 비운 잔을 돌려주자 사내는 양동시장 통닭 한 조각을 권했다. 통닭 다음에는 이름이 오갔고 결국 ‘민증’ 확인까지 마치면서 사내는 ‘성님’이 됐다. 이후에도 KIA 타선이 0의 행진을 이어가자 성님은 관중석 한쪽을 가리키며 “애기들이 없어서 그런가 오늘은 영 힘을 못 쓰는구먼”이라고 말했다. 성님이 가리킨 쪽에는 치어리더가 일렬로 앉아 있었다. KIA는 그날 결국 1-6으로 졌다. 성님은 경기가 끝난 뒤 ‘(이)종범 성’이 자주 찾는다는 육전 집으로 동생을 안내했다. “울 아부지가 5·18 유공자”라는 이야기에 동생은 궁금한 걸 묻고 또 물었다. 성님은 자랑하듯 “우리 광주는 말이여”로 시작하는 답변을 이어가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야구 기록지 위에 전화번호를 휘갈겨 쓴 뒤 서둘러 가게를 나섰다. 이로부터 16년이 흘러 ‘꼭 연락하고 지내자’던 약속은 거짓말이 됐고, 한기주는 결국 대구 팀 삼성에서 은퇴했으며, 스러져가던 무등구장 역시 으리으리한 챔피언스필드로 바뀌었지만, KIA가 해마다 5월 18일 안방경기 때 응원단을 운영하지 않는 건 여전히 그대로다. KIA는 지난해 이날 광주일고 출신 신인 투수 이의리(20)를 앞세워 ‘의리의리한 데이’라는 마케팅 행사를 진행하려다 여론 뭇매에 뜻을 접기도 했다. 황지우 시인은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일고와 대구 경북고의 야구 경기에 빗댄 뒤 “광주일고는 져야해! 그게 포에틱 자스티스야.”/“POETIC JUSTICE요?”라고 썼다(‘5월 그 하루 무덥던 날’). 5월 18일 광주에서 KIA가 응원 받지 못하는 팀이 된 것도 시적(詩的) 정의(正義)일까. 성님과 만난 그날부터 KIA는 5월 18일에 치른 12경기에서 4승 8패(승률 0.333)에 그쳤다. 지난해 꼴찌 한화도 승률 0.371(49승 12무 83패)은 올렸다. 올해 5월에는 다시 그 육전 집에 가봐야겠다.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28+7=35’를 증명하시오.” 테니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에게 이런 문제가 떨어졌다. 시비옹테크는 고교생이던 2019년 프랑스 오픈 16강에서 탈락한 뒤 “이제 기말고사 공부를 해야 한다.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라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2020년 이 대회 정상을 차지한 뒤에도 “코트를 기하학으로 이해하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던 시비옹테크였다. 시비옹테크는 15일 이탈리아 오픈 결승에서 온스 자브르(28·튀니지·7위)에게 2-0(6-2, 6-2) 완승을 거두고 최근 28연승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여자 테니스 선수가 기록한 최다 연승은 2000년 비너스 윌리엄스(42·미국·530위)가 남긴 35연승이다. 시비옹테크가 23일 막을 올리는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 7승을 거둬 우승하면 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남자 단식에서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16일 같은 대회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4·그리스·4위)를 2-0(6-0, 7-6)으로 꺾고 프랑스 오픈 2연패 전망을 밝혔다. 치치파스는 지난해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맞대결한 선수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 거부 사태로 이번에야 시즌 첫 우승을 거둔 조코비치가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면 라파엘 나달(36·스페인·5위)과 함께 메이저 대회 최다승(21승) 기록을 공동 보유하게 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명은 이제 시작하는 선수고 다른 한 명은 커리어 막바지에 다다른 선수지만 랭킹 1위고 또 랭킹 1위처럼 플레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선수를 강력한 프랑스 오픈 우승 후보로 꼽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