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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 기업 구조조정 등 그간 야당의 경제정책 기조를 뒤바꾸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사진)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김 대표가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19일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재직하며 발간했다. 김 대표는 이 책에 양극화, 재벌개혁, 노사관계, 교육과 복지, 조세·재정, 금융 등 경제 전반에 걸친 개혁을 통한 ‘포용적 성장’ 구상을 담았다. 김 대표가 20일 제시한 적극적 기업 구조조정도 이 책을 통해 그가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부분이다. 김 대표는 저서에서 “소득 양극화 해소는 단순히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그 자체가 성장동력”이라며 “이를 위해선 경기부양책이 아닌 구조조정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 초기와 같은 공장 건설 등 물적 자원의 축적이 아니라 창의적인 인적 자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가 “보육과 교육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원동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경제정책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인 보육이나 교육 문제를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다 보니 낭비 또는 ‘포퓰리즘’이라는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이 책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는 더민주당이 이번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에 반영됐다. 김 대표는 당시 이미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을 시급한 과제로 거론했다. 한국은 외환위기 때 경제 구조를 바꿔야 했지만 과잉 투자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채 단기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집중했다는 것. 이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야기해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했다. 다만 김 대표는 기업 구조조정에 앞서 국가적 차원의 사회안전망 확충이 선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재원은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책이 발간된 2012년을 기준으로 정부 예산(326조 원)에서 10조 원 정도를 예산 구조를 바꿔 마련하고, 각종 감면 제도를 없애는 등 세제 개편을 통해 현재 19%인 조세부담률을 21% 정도로 높여 추가로 20조 원가량의 세수를 확보하면 해마다 30조 원 정도의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20일 “민생이 최우선”이라며 “내일부터 열리는 19대 국회 마지막 회의에서는 청년 실업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합의를 최대한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총선 사흘 뒤인 17일 광주에서 ‘2017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 대권 문제를 언급했다. 또 “모든 합리적 개혁세력을 모아 2017년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하는 등 최근 대선 정국을 방불케 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선이 곱지 않았다. 당 내부에서도 “안 대표는 대통령 선거만 생각한다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준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안 대표는 최근 민생 강조 모드로 바뀌었다. 이날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안 대표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이라며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청년 창업 지원과 공정시장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치가, 국회가 청년들의 절망에 답을 내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한다”며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결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국민은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서 파탄 난 경제와 도탄에 빠진 민생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나 21일부터 시작되는 4월 임시국회는 여야 3당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쟁점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6월 말 임기가 끝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임기 연장과 쟁점 법안 처리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4·13총선이 끝나자 국민의당 내부에서 중구난방(衆口難防)식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향후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 같은 당내 주도권 경쟁이 그 이면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에서 진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모인 국민의당 구성원들이 자기 성향에 따라 주도적으로 당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도를 나타내기 시작한 셈이다. 경제 현안에 대한 정리된 목소리부터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견제구 날린 주승용… ‘좌클릭’ 천정배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달 초부터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해온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의견에 대해 20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좀 시기상조인 느낌”이라며 “안 대표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선 때)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이 안 대표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주 원내대표가 안 대표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책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제각각이다. 주 원내대표는 “다당제로 되어 갈수록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3당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선진화법 폐기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목표를 평균임금의 50% 선으로 세워야 한다”며 “최저임금 결정 주체를 국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평균임금의 32% 수준에서 18%포인트 올리는 한편 노동계 경영계 등 인사들이 모인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권을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점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온 당의 총선 공약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앞서 진보 개혁적 성향이 강한 천 대표는 “청문회, 국정조사 등 모든 권력을 발휘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8년의 적폐를 단호히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결의안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 재촉구 결의안 등 ‘좌클릭’으로 보일 수 있는 주장들이 쏟아지자 안 대표 측에선 보수층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힘 얻는 ‘전당대회 연기론’ 차기 지도부 선출 문제를 놓고도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창당 6개월 이내인 8월 2일까지 전당대회(전대)를 열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안 대표 측에선 당헌 당규를 고쳐 당권-대권 분리 규정의 적용 시점인 올 12월까지 안, 천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한 뒤 전대를 열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상돈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의 체계도 덜 갖춰진 상황이니 내년 초까지는 안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맡도록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유력 당권 주자인 박지원 의원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국민의당이 당원도 없고 지역위원회도 없고 시도당도 없고 대의원도 없고, 있는 건 최고위하고 당선인 38명뿐”이라며 “현실적으로 전대 개최가 8월 2일까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안 대표 ‘재추대론’에 대해선 날선 반응을 보였던 천 대표도 현 체제 유지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한 최고위원은 “당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최대한 빨리 지도부 선출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외부 인사를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 톱’을 모두 호남 출신 의원으로 뽑으면 ‘호남당’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이들은 이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26일 당선자 워크숍을 열어 전대 개최 문제 등 향후 진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국회선진화법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4·13총선 전후로 180도 바뀌었다. 각 당의 처지가 완전히 달라진 탓이다. ‘망국법’이라며 선진화법 개정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새누리당은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선진화법이 야권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방패막이’기 때문이다. 다수당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며 선진화법 수호를 외쳐온 더불어민주당은 거꾸로 개정에 적극적이다. 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의 돌변은 19대 국회 ‘꼼수정치의 압축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월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고 욕먹는 건 선진화법 때문”이라며 “4·13총선 전에 반드시 (선진화법 개정을) 마무리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공천 내전(內戰) 속에 선진화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더욱이 총선에서 과반 붕괴에 2당으로까지 추락하자 선진화법 개정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과반이 무너졌는데 우리가 앞장서서 선진화법 개정을 주장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설령 개정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지도부가 붕괴된 상황에서 법안 처리의 동력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더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진화법 개정(정의화 국회의장 중재안)을 의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1월 안건신속처리 지정 요건을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냈다. 이렇게 국회법이 바뀌면 과반을 가진 야권이 ‘법안 주도권’을 쥐게 된다. 당초 더민주당은 선진화법 개정을 두고 “다수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권리를 달라는 억지”라고 주장했다. 더민주당은 그나마 선진화법의 긍정적인 면으로 꼽히던 정부 예산안의 자동 부의 제도도 뜯어고칠 태세다. 정부 예산안은 선진화법에 따라 국회 심사가 끝나지 않더라도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가도록 돼 있다. 야당이 예산안 처리 지연을 무기로 예산이나 법안 끼워 넣기를 못하도록 만든 조항이다. 하지만 더민주당 정성호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산안 자동부의제’로 인해 국회의 예산심사권과 예산 부수법안 입법권이 무력화되는 부분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선진화법 개정에 찬반을 밝히지 않은 채 “이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만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내심 개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38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은 국회 운영 룰이 과반수로 바뀌면 캐스팅보트의 파워가 더 강해진다. 122석인 새누리당과 123석인 더민주당 사이에서 국민의당이 법안 처리의 ‘심판자’가 되는 셈이다. 반면 ‘5분의 3 룰’이 유지되면 어차피 3당이 모두 합의해야 하는 만큼 국민의당의 ‘몸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의 20대 국회 당선자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당 응답자(26명)의 57.7%가 ‘여야 합의하에 선진화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것도 이런 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도 “선진화법은 양당 체제에서 필요한 법”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다만 안 대표는 지역구마다 의원을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를 여러 명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꾼 뒤에 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당 출현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묶여 있는 ‘정의화 중재안’은 다음 달 16일부터 과반 찬성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기존 주장을 스스로 뒤집어야 할 여야가 어떤 논리를 펼지 주목된다.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 기자}
여야 모두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를 놓고 골치를 앓고 있다. 탈당 막말 등 논란이 일었던 이들을 곧바로 받아들이기도, 거부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이들 중 일부는 복당할 경우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4·13총선에서 탈당해 당선된 무소속 7명 중 유승민 윤상현 의원의 복당 여부와 시기를 놓고 계파 간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는 19일 대구시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한 유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이다. 당내 역학 구도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복당 문제는 차기 지도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한시적 기구 성격이 강한 만큼 6월 전당대회에서 꾸려지는 새로운 지도부가 복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심의 분노가 임계치를 넘어섰다”며 “당이 정말 진정성 있는 변화를 해야 할 시점이며, 변화의 출발은 민심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분노를 정확히 파악하고 진영을 넘어 합의의 정치를 할 때가 왔다”면서 “서로 빼고, 나누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복당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비박계는 유 의원은 경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무소속 출마한 뒤 당선된 만큼 복당시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친박계 핵심 윤 의원의 경우 막말 파문을 일으킨 뒤 컷오프(공천 배제)되면서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만큼 복당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컷오프된 뒤 무소속 출마했다가 낙선한 조해진 류성걸 의원은 이날 각각 새누리당 경남도당과 대구시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복당원서를 제출한 무소속 이해찬 의원의 복당 여부를 놓고 시끄럽다. 친노(친노무현) 좌장 격인 이 의원의 복당 문제는 당내 친노 진영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신진 세력 간의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 의원은 이미 당선 직후 “곧바로 복당해 정무적 판단으로 공천을 배제한 김 대표에게 세종시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앞서 이 의원은 김 대표의 ‘정무적 판단’을 근거로 친노 진영 정청래 의원 등과 함께 컷오프됐다. 김 대표는 다른 후보를 전략공천했고, 이 의원을 도운 시의원과 당원에 대한 징계까지 지시했다. 당장 정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민주화운동으로 감옥 간 것도 아니고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은 과거사라도 당 대표 자격 기준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며 김 대표를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이에 김 대표는 이 의원의 복당 신청과 관련해 “복당 절차가 있으니 거기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만 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한 석이 큰 의미가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 당선자의 복당을 시급한 문제라고 보기도 어려워 이 의원의 복당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길진균 기자}
새누리당 원유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국민의당 주승용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총선 후 첫 회동을 하고 21일부터 4월 임시국회를 한 달 동안 소집하기로 했다. 본회의는 5월 초와 중순에 두 차례 개최할 계획이다. 19대 국회는 5월 29일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30분 만에 끝난 회동에선 시급한 경제, 민생, 안보 관련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 어색한 만남 16년 만의 여소야대, 20년 만의 원내 3당 체제가 이뤄지면서 이날 회동에선 각 당 원내대표의 자리에서부터 발언 순서까지 진풍경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반경 국회의장실에 들어선 각 당 원내대표는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할지 서로 눈치를 봐야 했다. 어색한 시간이 이어지자 이 원내대표가 평소 자신의 자리였던 정의화 국회의장 왼쪽 옆자리를 주 원내대표에게 양보했다. 결국 이날 자리는 정 의장 기준으로 오른편은 원 원내대표가, 왼편은 주, 이 원내대표가 앉는 것으로 정리됐다. 발언 순서를 두고도 우왕좌왕했다. 통상 국회의장에 이어 제1당이었던 새누리당부터 발언을 시작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정 의장은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 제1당 원내대표를 배려해 “이종걸 원내대표부터 한 말씀 하시라 할까”라고 운을 뗐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원유철 대표님, 비대위원장까지 되셨는데”라며 사양했다. 원 원내대표는 “아유, 1당 대표님께서 하셔야죠”라며 발언권을 다시 건넸지만 이 원내대표는 이번엔 주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권했다. 결국 발언은 주승용 이종걸 원유철 원내대표 순으로 이어졌다.○ 여소야대,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 두 야당 원내대표는 첫 대면부터 원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으로 국민이 새누리당을 혹독하게 심판했고, 더민주당도 호남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가 7월에 인양되면 6월 말에 끝나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인양 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제안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발(發) 민생경제 활성화라는 것이 국민들에 의해 거부됐다”며 “19대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 4법 등은 국민의 뜻대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노동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세월호특별법 개정은 반대하고 있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19대 국회가 두 달 남았는데 남은 기간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민생법안을 최대한 처리해 민생을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각종 쟁점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정 의장은 “각 당이 저마다 입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같이 잘 논의해 처리 가능한 것들은 처리해 주기를 의장으로서 바란다”고 말했다. 20대 총선 후 여야 3당 원내대표 첫 회동은 이렇게 30분 만에 종료됐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했다. 4·13총선을 앞두고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문 전 대표의 총선 후 첫 공식 일정이다. 문 전 대표의 이날 일정에는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가 동행했다. 문 전 대표는 하의도 주민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이번 총선 결과와 관련해 “호남이 우리 당에 회초리를 주셨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생가를 둘러본 뒤 방명록에 “그립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저희에게 남기신 말씀 꼭 받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두 사람은 19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다. 문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 당내에선 “문 전 대표가 당분간 현실 정치에서 멀어져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호남 방문을 시작으로 여러 지역을 돌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행보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총선 이후 첫 비대위 회의에서 “과거와 달리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당의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수도권 민심에 대해 기쁘면서도 두려움이 있다”며 “국민의 변화에 적응해 과거와 달리 새로운 모습을 갖고 정권교체를 이룰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총무본부장에 정장선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 조직본부장에 이언주 의원, 전략홍보본부장에 박수현 의원, 당 대변인에 박광온 의원, 대표 비서실장에 박용진 당선자를 각각 임명했다. 원외 대변인은 이재경 선대위 대변인이 맡는다. 이들은 대부분 비노(비노무현)·비주류 인사들로 꼽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대표는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표직 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강하다. 일각에선 김 대표를 전당대회가 아닌 중앙위원회를 통해 대표로 추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1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추대 시 수락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당 차기 대표는 내년 대선 경선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당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송영길 당선자는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대표직 추대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핵심은 문재인 박원순 정세균 김부겸 등 잠재적 대선 후보군과 그들을 중심으로 한 각 계파의 합의 여부다. 김 대표 측은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호남 총선 패배로, 다른 주요 계파는 ‘인물난’으로 특정 당권 후보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다수가 특정 후보와 가까운 대표보다는 ‘중립적 관리형’ 대표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2기 비대위’를 당내 대선 주자들과 밀접한 관계가 없는 인사들로만 구성한 것 역시 차기 당권까지 내다본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날 추가로 비대위원에 임명된 김영춘 이춘석 의원도 영남과 전북을 상징하면서도 계파색이 옅은 인사로 분류된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역대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표심이 이번 총선에선 범야권으로 돌아선 것으로 15일 분석됐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와 이번 4·13총선 정당투표 결과를 비교하면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55.8%(57만4024명)의 높은 지지를 보냈던 강남 3구는 이번 총선에선 새누리당에 20.3%포인트 낮은 35.5%(28만4213명)의 지지를 보내는 데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23.3%·18만6720명)과 국민의당(28.2%·22만6410명) 등 범야권에 대한 지지는 51.5%로 높아졌다. 특히 강남구는 2012년 대선 때 20만5563명(60.1%)이 박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으나 이번 총선에선 10만604명(38.2%)만 새누리당에 표를 던졌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만여 명이 투표를 하지 않았거나 지지 정당을 바꿨다는 뜻이다. 하지만 강남구 선거인 수는 2012년 46만1592명과 2016년 47만4972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강남 3구의 이번 총선 투표율은 58.9%로 대선 때 투표율 76.0%에 비해 크게 낮았다. 더민주당도 강남 3구에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43.1%)보다 19.8%포인트 낮은 23.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강남 3구 투표 참여자 중 상당수가 국민의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갤럽이 선거 이틀 전인 11, 12일 벌인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39%로 전주(43%)보다 4%포인트 하락했고, 새누리당 정당지지율은 37%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14%에서 17%로 상승했고, 더민주당의 지지율은 20%로 변동이 없었다. 결국 선거 막판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과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감 등이 어우러진 중도층의 표심 변화가 총선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새누리당(122석)과 더불어민주당(123석) 모두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원내 제3당이 된 국민의당은 향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확실하게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특히 여야 간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등장은 국회에 새로운 정치 관행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 자민련’ 꼬리표 뗄까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출발하게 됐다. 20년 전인 15대 총선 당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출현과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자민련은 각각 호남과 충청이란 지역을 기반으로 창당됐고, ‘지역 홀대론’이 지지층 결집에 주요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연이지만 두 당을 상징하는 색깔도 같은 녹색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당엔 ‘호남 자민련’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국민의당이 지역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언젠가 자민련처럼 거대 양당 중 한 곳으로 흡수될 운명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자민련과 차이가 있다. 자민련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보수’로 한정돼 신한국당(현 새누리당)과 지지층이 겹쳤다. 반면 국민의당은 더민주당과는 달리 사실상 ‘중도 보수’를 표방하고 있고, ‘정치 혐오층’으로 불리는 무당층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녹색 돌풍의 근원 역시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과 함께 ‘제3의 정치’를 희망하는 일부 새누리당 지지층과 무당층이었다. 실제 이번 선거 결과 38석을 얻은 국민의당의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은 26.74%를 기록해 제1정당인 더민주당의 25.54%보다 높았다. 특히 당선자를 2명밖에 내지 못한 서울에서 28.3%를 얻어 더민주당(25.93%)을 제쳤고, 대구에서도 17.42%를 얻어 더민주당(16.30%)을 따돌렸다. 김경록 대변인은 14일 “국민의당을 호남당이라고 하지만 소선거구제로 인해 유권자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의석 300석을 정당득표율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80석 정도 얻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구체적 정책 대안 제시해야 생존 지지층 확장 가능성은 국민의당이 전국 정당화를 자신하고 있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3당 체제’를 정립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역할을 해낸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대안’을 찾고 있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사로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국민의당이 경제, 안보 분야 등에서 구체적 정책 대안부터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당은 19대 국회에서 여야 간 갈등을 빚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에 대해 정부 측 보완 의견을 수용하되 재벌 편법 상속에 악용될 가능성은 향후 국회에서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선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한 상태로 우선 제정하고, 보건·의료 분야 포함 여부는 추후 보완키로 한 바 있다. 반면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반대하고 있다.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노동 4법 등에 대해서는 더민주당에 비해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 대안이 부족한 양비론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명지대 김형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의당은 기존의 야당과 달리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자신만의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갖고 거대 양당의 갈등을 조율해야 한다”며 “섣불리 통합부터 거론하는 것은 국민의당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20대 총선 결과 호남 참패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진 반면 새로운 주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대권 주자가 크게 늘면서 치열한 내부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블루칩’은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당선자다. 김 당선자는 야권의 불모지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소선거구제하에서는 1971년 이래 45년 만에 야당 깃발을 꽂았다. 16∼18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김 당선자는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19대 총선에서 여당 심장부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노무현식 정치실험’을 감행했다. 두 번째 도전에서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김 당선자는 ‘영남 출신 야당 대선 주자’라는 프리미엄을 확보하게 됐다. 같은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시달리는 문 전 대표와 달리 폐쇄적인 친노(친노무현) 이미지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투표장에선 결국 여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구시민들이 김 당선자를 선택한 것도 그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대선 후보 경선과 2014년 재·보궐선거(김포)에서 잇따라 패배해 정치생명이 위태로웠던 김두관 경기 김포갑 당선자도 두 번째 대선 도전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당선자는 고향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마을 이장을 시작으로 최연소 남해군수, 노무현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지사를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비록 문 전 대표에게 패했지만 만만찮은 득표력을 과시한 바 있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유력 대선 주자인 오세훈 후보를 누른 정세균 당선자도 차기 당권이나 대권 도전이 가능해졌다. 정 당선자가 범친노계인 만큼 친노를 대표해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당 대표를 3번이나 한 만큼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 가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시장 진영에선 4·13총선을 앞두고 10여 명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출사표를 냈지만 김종인 대표 체제 이후 당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대부분 경선의 벽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나마 기동민 당선자(서울 성북을)와 권미혁 비례대표 등 2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절반의 선전을 했다. 충남에 출마한 ‘안희정맨’ 나소열(보령-서천) 박수현 후보(공주-부여-청양) 등은 고배를 마셨지만 박완주 의원(천안을)은 재선에 성공했고 조승래 후보(대전 유성갑)도 당선됐다.길진균 leon@donga.com·손영일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치열한 경쟁 끝에 국민의당이 결국 호남을 품었다. 국민의당은 13일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14일 오전 1시 기준으로 국민의당은 38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존재감 있는 제3당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창당을 주도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내년 대선 가도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광주 8석 모두를 석권하고 전남 10석 중 8석, 전북 10석 중 7석을 차지했다. “광주는 표를 나눠주지 않는다”는 전략적 투표 성향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광주 광산을에서 더민주당 이용섭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에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는 우위를 나타냈으나 광주 민심은 결국 국민의당 권은희 당선자에게 모아졌다. 당선이 예상됐던 이 후보조차도 선거 운동 기간 거세게 몰아친 호남의 ‘녹색바람’을 막지 못한 것이다. 더민주당은 전남 1석, 전북 2석 등 3석에 그쳤다. 제3정당의 등장으로 호남의 간판이 바뀐 것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17대 총선 직전인 2003년 1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광주 7석과 전북 11석을 싹쓸이했고, 전남에서 과반인 7석을 차지했다. 반면 새천년민주당은 전남에서만 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반면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2개 의석을 확보했다. 이정현 당선자는 전남 순천에서 더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눌렀고 전북 전주을에선 이명박 정부에서 첫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당선자가 지역주의의 벽을 깼다. 국민의당이 야권의 심장인 호남의 ‘적자’로 부상하면서 안 대표는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 경쟁에서도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지 않은 새누리당 지지층의 교차투표로 정당득표율도 더민주당(24.2%)에 앞선 25.1%를 보이고 있다. 김성식 당선자(서울 관악갑)를 포함해 안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한 비례대표 의원이 의석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안 대표의 당내 기반도 탄탄해졌다. 안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당내에선 “국민의당의 확장성이 크다”는 명제가 확인됐다는 데 반색하고 있다. 안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후보 단일화 주장 등에 대해서도 “더민주당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다’고 한다면 오히려 더 확장성 있는 국민의당 후보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리”라고 반박해왔다. 결국 지지율 8%까지 추락했던 국민의당의 ‘반전’은 한때 ‘안철수 현상’까지 불러왔던 안 대표의 새 정치 이미지와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성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전국적 선거 지원을 위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도 “지역구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지역구 출마를 고수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선거운동 기간에 서울 40곳, 경기 41곳 등 142개 선거구를 방문하면서 주행거리 4079km의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당내 야권 통합 및 연대 논의에서도 ‘3당 체제 정립’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며 ‘강철수’로의 변신을 입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의 수도권 의석 수가 2∼4석에 그쳐 ‘호남당’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에서의 더민주당에 대한 경고와 ‘반(反)문재인’ 정서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은 것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시적인 지지인 만큼 정동영 당선자를 포함해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 등 다른 대선 주자에게로 언제든 호남 민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높은 정당 득표율이 전국 정당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안 대표의 대선 기상도는 20대 국회에서 3당의 존재감을 얼마나 보여 주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총선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정치적 의미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에 따라 정치지형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은 이명박, 박근혜라는 인물 중심으로 치러진 18, 19대 총선과는 달리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을 필두로 한 다극(多極) 체제로 출발했다. 이들의 승패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는 총선 이후 정국의 주요 포인트를 짚어본다. 》 ○ 1. 새누리, 야권분열 호재에도 과반 달성 실패하면? 공천 책임론 놓고 계파 갈등… 레임덕 가속 ① 과반 성공땐 대선주자 경쟁 돌입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과반 의석(151석)을 확보하면 차기 당권 및 대권 후보 경쟁 체제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차기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계파 재편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옥새 파동을 일으킨 김무성 대표와 비박(비박근혜)계를 압박해 차기 당권 경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김 대표는 대선주자 행보를 이어가며 당내 지지 기반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계파 간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문제는 과반 미달이다. 이 경우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라는 유리한 조건에서도 총선에서 패한 책임론을 놓고 “친박계의 무리한 공천 때문이다” “김 대표의 옥새 파동 때문이다”를 놓고 공천 전쟁 때보다 더 큰 파열음을 낼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여권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는 동시에 새누리당이 과반 이하인 145석 안팎을 확보하는 경우다. 앞서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내가 있는 한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후보의 복당은 절대 안 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의 복당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복당 문제라는 뜨거운 감자가 향후 계파 간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전당대회와 더 나아가 차기 대권 후보 경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당장 다음 달 초순 치러질 새 원내대표 경선부터 계파 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 ○ 2. 與텃밭 영남서 무소속-野후보 선전하면? 유승민 등 복당여부 ‘여권 세력 재편’ 불씨로 ② 공천파동 대구 ‘태풍의 눈’ 부상새누리당의 잠재적 위협 요소는 영남권에 대거 포진한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을 통틀어 67석 가운데 63석을 얻어 사실상 싹쓸이에 성공했던 기류와는 분명 달라졌다. 20대 총선에선 선거구 획정으로 2석 줄어든 65석 가운데 50석 정도밖에 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새누리당의 ‘심장’인 대구에서만 무소속 후보가 최소 2명 이상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무(無)공천 지역인 유승민 후보(대구 동을)의 무혈입성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여기에 더해 주호영(대구 수성을), 류성걸 후보(대구 동갑)까지 당선될 경우 여권 내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으로선 일부 야권 후보의 선전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무소속 홍의락 후보(대구 북을)의 당선 가능성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18, 19대 총선에서 여권이 12석을 모두 석권했던 대구에서 ‘반타작’에 그칠 경우 영남권 지각변동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천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된 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태환(경북 구미을) 강길부 후보(울산 울주), 여성우선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박승호 후보(경북 포항북), 옛 통합진보당 출신 윤종오(울산 북) 김종훈 후보(울산 동)의 원내 진입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이 지역은 모두 새누리당이 19대 총선에서 승리한 곳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영남에서 야권·무소속 후보가 어느 정도 당선될지는 남은 국정 동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 3. 호남의 ‘전략적 투표’가 야권 적통 결정했는데… 더민주 ‘야권의 심장’ 뺏기면 대선도 타격 ③ 의석수 적어도 ‘상징성’ 무시못해“호남은 단 한 번도 표를 나눠 준 적이 없다.”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이 이뤄진 1987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호남은 이른바 ‘전략적 투표’를 통해 야권의 적통을 결정했다. 2004년 4월 17대 총선 당시 새천년민주당에서 이탈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만든 열린우리당은 광주 7석, 전남·북 18석 등 25석을 확보하면서 새천년민주당을 대체하는 정당이 됐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전남에서 5석을 얻는 데 그쳐 이후 결국 소멸했다. 이번 총선도 호남에서는 2004년의 재판(再版)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호남 28석 가운데 국민의당은 2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할 경우 야권 내 주도권 싸움에서 국민의당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4년과는 달리 전국 차원이 아닌 호남에 한정된 야당 교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호남판 자민련’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다만 정치적 위상은 당시 ‘자민련’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1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호남의 지지는 야권 주자에겐 절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 기간에 두 차례나 호남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호남의 지지가 없으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더민주당이 의석수가 더 많다고 해도 국민의당이 호남이라는 전략적 고지를 차지할 경우 야권 내 주도권 싸움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결국 다시 야권 통합 논의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4. 국민의당 교섭단체 무난… 20년만에 3당 체제 → 캐스팅보트 쥐고 ‘쟁점법안 심판자’ 역할 ④ 대선 다가오면 야권통합론 재점화이변이 없는 한 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각 당이 자체 분석한 판세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은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민주연합이 충청을 석권했던 1996년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선거를 통한 3당 체제가 탄생하는 셈이다. 3당 체제가 구축되면 거대 양당의 일상적인 강경 대치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은 19대 국회와 달리 20대 국회는 좀 더 원활한 의사 진행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쥘 국민의당은 ‘중재자’라는 역할을 넘어 ‘심판자’ 역할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의석수를 뛰어넘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 여당이 반드시 통과시키려 하는 노동개혁법 등 각종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국민의당의 태도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층 더 처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대 국회가 3당 체제로 출발하더라도 대선이 채 2년도 남지 않은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국민의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야권 통합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당의 사실상 오너인 안철수 대표는 ‘3당 정립 체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만큼 후보 단일화를 넘어서는 당 대 당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 경우 호남 현역 의원 중 일부가 당을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송찬욱 채널A기자 song@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 4·13총선을 이틀 앞둔 11일 여야가 물고 물리는 마지막 난전(亂戰)을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로 인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유리한 상황을 맞는 듯하더니 공천 파동의 여파로 전통적 텃밭이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호남 이외에선 지역구 후보 경쟁력이 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강점 약점 기회 위협) 기법으로 이번 선거의 여야 막판 판세를 분석했다. 》 [새누리]견고한 지지층 강점… 공천파동은 약점새누리당의 강점은 ‘단일 보수 정당’이라는 상징성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연이어 집권할 수 있었던 조직력에 있다. 영남권에 두꺼운 지지층을 갖고 있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 등 총 65석에 이르는 영남권은 그동안의 총선에서 여당의 텃밭이었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토대로 영남권에서 최소 50석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총선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된 점도 새누리당에는 기회다. 김무성 대표는 평소 “선거는 구도 싸움”이라며 “분열하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야권 분열 이후 새누리당은 한때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총선 목표로 내세웠을 정도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많은 60대 이상 유권자가 이번 총선에서 4년 전 19대 총선 때보다 167만5623명 늘어난 것도 호재다. 야당 지지층이 많은 30대 유권자는 지난 총선에 비해 60만5346명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공천 무리수’를 두다 김 대표의 옥새 파동으로 이어진 건 약점으로 꼽힌다. 공천 과정에 실망한 여권 지지층의 이탈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4년 전 총선에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브랜드로 내세우며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차기 대선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당내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공천 파동으로 컷오프(공천 배제) 된 뒤 탈당한 무소속 출마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 등에서 새누리당 후보들과 맞붙는다. 이는 과거 선거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위협 요소다. 영남 일부 지역에선 야당 또는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는 곳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4년 차에 접어들면서 국정을 강하게 추진할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당 관계자는 “이미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개혁 프레임만 갖고 중도층을 흡수할 명분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초박빙 지역이 몰려 있는 수도권 선거에서는 후보별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더민주] ‘與 경제실패론’ 기회… 野분열은 위협새누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제1야당’이라는 정치적 위상은 더민주당의 최대 강점이자 존재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더민주당이 ‘거대여당 견제론’을 앞세워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오랜 역사를 가진 정통 야당이라는 뿌리를 갖고 있어 택할 수 있는 전략이다. 야권 현역 의원 대다수가 더민주당에 소속돼 있다는 것도 수도권 충청 등 박빙 지역의 3자 구도 속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강점이 되레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오랜 야당 생활에 익숙해진 더민주당 소속 의원 등 구성원들은 때로는 당 내부의 인적 혁신과 개혁에 저항하는 또 다른 기득권 세력으로 비치고 있다. 특히 운동권·친노(친노무현)로 상징되는 더민주당의 주류 세력은 일부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낡은 진보’로 치부되며 청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선거를 전면에서 지휘할 ‘간판’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평가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차르’라는 별명이 잊혀질 정도로 예전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표직 사퇴 후 칩거했던 문재인 전 대표는 선거 직전 정치 활동을 재개했지만 호남 일각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로 인해 전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경제 정책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더민주당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통상 대선은 ‘미래를 위한 선택’, 총선은 ‘현실에 대한 평가’로 정의하는 전문가가 많다. 더민주당이 ‘정부·여당의 경제 실패론’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대선을 1년 반 남긴 상황에서 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잠재적 대권 후보가 넓게 포진해 있는 것은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총선 이후에도 더민주당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인한 야권 분열과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 약화는 더민주당에 가장 큰 위협 요소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더민주당의 전신)은 당시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통해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로 맞섰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152석)였다. 여기에 호남에서의 우월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총선은 물론이고 더민주당의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드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출향민이 많은 호남의 특성상 호남의 정서는 직간접으로 수도권 표심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박빙의 승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3번’ 효과… 너무 安만 보여국민의당의 최대 강점은 ‘안철수’라는 당의 간판이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주장해온 정치 혁신과 반(反)기득권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안 대표가 최근 당내에서 제기된 야권 단일화 논의를 일축하며 ‘강철수(강한 철수)’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리더십의 안정감을 높였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시작된 ‘안철수 현상’과 2012년 대선 이후 안 대표의 고정 지지층도 당의 든든한 기반이다. 반대로 ‘안철수당’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약점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진보와 보수, 중도를 대변하는 대선 후보와 또 호남, 수도권, 충청, 영남 출신의 대선 후보가 경쟁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당을 자신의 사당(私黨)이 아닌 ‘플랫폼 정당’으로 만들어 문호를 넓히겠다는 의지다. 창당한 지 갓 두 달을 넘긴 신생 정당이라는 것도 약점이다. 거대 양당에 비해 조직과 자금에 한계가 있고 전체적으로 정치 신인들이 많다 보니 후보들의 인지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최근 나타나는 교차투표 움직임은 국민의당엔 기회다.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으로 지역구 후보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정당 투표에선 ‘기호 3번’을 찍겠다는 유권자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 불신 계층은 물론이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에 실망한 양당 지지층도 일부 국민의당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52석을 획득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이후 선거를 통한 ‘3당 체제’를 겪어보지 못한 유권자들도 국민의당의 출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선거 막판 양당 지지층의 결집과 동원은 최대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정 지역 방문과 정치 심판 호소,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같은 움직임이 양당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표 현장에선 야권 지지층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위기다. 이를 막기 위해 국민의당은 야당의 적자임을 내세우는 동시에 더민주당을 “만년 야당”으로 몰아붙이고 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안철수 대표를 제외하고는 호남 바깥에 한 명도 없는 당이 어떻게 정권 교체의 역할을 하겠느냐.”(9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남 탓하는 조직이나 사람치고 제대로 된 게 없다.”(10일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문 전 대표는 8, 9일 1박 2일간 방문한 호남에 이어 10일 수도권에서도 연일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맹공을 가했다. 안 대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표와 안 대표 둘 중 한 명은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어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 없는 벼랑 끝 승부를 벌이고 있다. ○ 文 “호남 재방문” vs 安 “수도권 집중” 호남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안 대표가 막판 수도권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문 전 대표는 11일 다시 호남을 방문하기로 했다. 전남 광양과 여수를 시작으로 선거일 전날인 12일 오후까지 전남과 광주 주요 접전지에서 유세를 벌이고 상경해 12일 저녁 마지막 수도권 지원유세를 할 계획이다. 문 전 대표 측은 ‘무릎 사과’와 ‘호남 지지 없으면 대선 불출마’ 선언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 일각의 ‘반문(반문재인) 정서’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겠다는 판단이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의) 여러 군데 (후보들의) 요청이 있다”며 “김종인 대표가 (물리적으로) 가지 못하는 곳을 나눠서 (문 전 대표가)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막판 호남에서 새로운 돌발변수 등장을 경계하며 수도권에 집중하고 있다.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문 전 대표의 1차 호남 방문 효과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혀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대표의 호남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호남에 다시 갈 계획은 없다”며 “수도권 경합 지역, 수도권 녹색바람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략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자칫 안 대표까지 호남을 방문할 경우 선거 막판 호남에서 문 전 대표와 안 대표를 놓고 야권 차기 대선 주자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듯하다. ○ 전선 좁히는 文 vs 확전하는 安 앞서 문 전 대표는 호남 방문 이틀째인 9일 ‘호남의 전략적 투표’를 강조했다. 전날 광주 민주화의 상징인 충장로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깜짝 선언 이후 내놓은 국민의당을 겨냥한 메시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무등산에서 시민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호남 밖에서는 안철수 대표 한 명 말고는 당선될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더민주당이 많이 부족했고 실망시킨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을 교체할 세력은 더민주당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를 적극 반박하며 새누리당까지 동시에 비판했다. 안 대표는 10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유세 중 기자들을 만나 “거대 양당이 창당한 지 이제 두 달 된 국민의당 탓만 하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나쁜 정치, 더민주당의 낡은 정치를 깰 것”이라고 말했다. 타깃을 새누리당으로까지 확장해 ‘문재인 대 안철수’ 간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4·13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122석)에서는 35%에 해당되는 43개 지역에서만 승부의 윤곽이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25곳, 더불어민주당은 16곳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고, 국민의당과 무소속이 각각 1곳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8일 각종 여론조사와 각 당의 판세 분석을 종합한 결과 나머지 79곳은 ‘경합 우세’ 또는 ‘경합’ 지역으로 어느 한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예측 불허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각 정당이 투표장에 지지층을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절반 가까이 혼전 양상 서울 49곳 중 상당수 선거구에서는 조사 시기나 기관에 따라 여론조사 1, 2위 후보가 뒤바뀌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정치 1번지’ 종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더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오 후보를 누르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우세’ 지역은 각각 10곳이 채 안 된다. 새누리당은 ‘우세’와 ‘경합 우세’ 지역을 합쳐서 16곳 정도, 더민주당은 11곳 정도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강남벨트(강남, 서초, 송파) 7곳 중 5곳에서 확실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 또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야권 지지층을 나눈 중-성동을과 동작을 등에서 당선을 점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야권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도봉을 지역구는 더민주당 유인태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새누리당 경합 우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더민주당은 야권 성향이 강한 강북과 서남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북을, 도봉갑, 노원을, 구로을 등이 대표적 지역구다. 아울러 더민주당은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송파을을 경합 우세 지역으로 꼽고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출마한 노원병 지역이 유일한 우세 지역이다.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인 은평을에서는 현역인 무소속 이재오 후보와 더민주당 강병원 후보, 국민의당 고연호 후보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표밭 경기 60곳 중 38곳 경합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60석이 걸린 경기는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지역이 많다. 하지만 여야가 각자 우세 지역으로 분류한 선거구는 합쳐서 22곳에 불과해 63%인 38곳에서 오차범위 내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우세 지역은 14곳으로 더민주당(8곳)보다 6곳 많다. 경합 우세 지역도 새누리당(14곳)이 더민주당(7곳)보다 7곳 더 많다. 60곳 중 절반에 가까운 28곳에서 상대적 우위가 있는 것으로 경합 지역 16곳 중 3곳에서만 이기면 과반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새누리당 우세 지역은 포천-가평, 여주-양평 등 경기 북부와 평택갑, 화성갑 등이다. 더민주당 우세 지역은 경기 남부 지역에 몰려 있다. 안양동안갑, 부천오정, 용인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우세인 새누리당도, 열세인 더민주당도 막판까지 안심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이 분열된 가운데 38곳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이 이뤄지면서 소폭의 표심 이동으로도 당락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가 5개로 늘어난 수원시에서는 모든 지역에서 어느 한 정당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무에서는 여론조사마다 순위가 뒤바뀌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48곳에 후보를 냈지만 우세로 분류된 지역은 없다. 김영환 의원 지역구인 안산상록을은 경합 지역이고, 부좌현 의원이 출마한 안산단원을은 새누리당 경합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대표의 지역구인 고양갑 1곳이 경합 우세 지역으로 꼽힌다. 인천은 전체 13곳 중 5곳이 경합 혼전 지역이다. 새누리당은 남갑, 연수을, 서갑 지역이 안정권이고, 더민주당은 계양을이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막말 파문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도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나머지 3곳은 여야 경합 우세 지역으로 경합 지역 5곳을 포함한 8곳의 승패에 따라 인천 판세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길진균 leon@donga.com·고성호·차길호 기자}
《 여야가 4·13총선을 앞두고 선거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가 사라지면서 여야 모두 막판 추가 표 얻기에 나선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더불어민주당은 ‘여당과의 일대일 구도’ 전략을 내세웠다. 국민의당은 기존의 여야에 실망한 ‘부동층 끌어들이기’를 전면에 내걸었다. 》 ○ 읍소전략으로 지지층 결집 호소“130석 전후, 많아 봤자 135석 정도가 나오고 있다.”(새누리당 안형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안 대변인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의 4·13총선 전국 판세를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이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자 선거 유세에서 ‘사죄와 반성’을 앞세운 읍소 전략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용서를 받아주시고 다시 기회를 주시고 도와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전날 대구지역 후보자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고 읍소한 데 이어 이날엔 양명모 후보(대구 북을)가 “새누리당이 오만했다”며 삭발을 했다. 당내 공천 갈등 후유증이 보수층의 투표 포기로 갈 경우 과반 의석(150석) 확보도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반성과 더불어 인지도가 높은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이날 안대희 후보(서울 마포갑) 지원 유세에 투입하는 등 총력전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접전지역이라고 보고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패한 뒤 공식 활동을 중단한 조 전 비서관을 끌어들였다. 한편 새누리당은 ‘반성과 다짐의 노래(반다송)’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김 대표와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등이 “안 싸울 게요”라고 후렴구를 부르는 영상이다. 다만 인터넷상에선 ‘반성하는 척 다급해 부르는 노래’를 의미하는 ‘반다송’ 패러디가 나오는 등 ‘엄살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巨與 견제” 死票방지 심리 자극“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투표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할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 더민주당은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자극해 ‘새누리당 대 더민주당’ 맞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단일화’를 이뤄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선거 유세 내내 “정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저희는 뭐 60∼70석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 위기론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최경환 (의원), 강봉균 (선대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관료 시절에 배운 딱 굳어버린 머릿속에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양적완화”라며 “그런 식으로 경제를 운용했기 때문에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외환위기)가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여야 맞대결 구도가 구축된다면 국민의당에 고전하는 호남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판세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호남에서도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추세”라며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목표인 110석 이상도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정치 바꿀 기회” 대안 정당 부각“정치를 불신하면서 까다로운 정치적 비판 의견을 가진 ‘스마트 보터(smart voter)’의 등장과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 국민의당이 선거운동 막판 양당 체제에 실망한 부동층 잡기에 나섰다. 이 본부장은 부동층을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직시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이 분명한 까다로운 유권자’라는 뜻의 ‘스마트 보터’로 규정했다. 투표를 유보하고 있는 이들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인 유권자나 정부 정책에 분노하는 ‘앵그리맘’을 예로 들었다. 이 본부장은 “이들에게 ‘투표를 하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줘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게 국민의당의 선거 후반부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지지율 상승세 속에서도 양당 이탈층의 회귀본능을 사전에 차단하고 더 많은 부동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양당에 실망해 국민의당에 눈길을 주다가도 투표장에서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원래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으로 돌아가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비교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해 수도권 ‘스마트 보터’ 전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7일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각인 13일 오후 6시까지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다고 6일 밝혔다. 다만 이 기간에도 6일 밤 12시까지 조사된 결과는 공표할 수 있다. 유권자 표심을 수치로 읽을 수 없는 ‘깜깜이’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선관위는 흑색선전 등 불법 선거운동 단속에 집중할 방침이다. 선관위와 각 당은 최근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관마다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아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가 음성적으로 유포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7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것이지 여론조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닌 만큼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여론조사 실시 및 결과 유포에 대해서는 엄중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야권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굴욕(?)을 겪고 있다. 당 소속 광주지역 일부 후보와 당원들이 지역 내 ‘반(反)문재인 정서’를 이유로 문 전 대표의 호남 유세를 집단 거부하고 나섰다. 더민주 광주지역 시의원과 구의원 등 지방의원 30여 명은 4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지역 8명의 후보 중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한 후보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광주지역 지원 유세는 문 전 대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광주의 더민주당 후보들은 자신들이 국민의당 후보에게 고전하는 이유가 지역 내 ‘반문 정서’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심지어 정준호 후보(광주 북갑)는 문 전 대표의 대권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며 3일부터 삼보일배까지 하고 있다. 이에 이철희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이제는 당이 판단해 (문 전 대표의) 동선이나 결정에 개입하겠다. 다만 권유는 할 수 있어도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도 “(당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필요하면 당과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전 대표 측은 “호남에서 지원 유세를 요청하는 후보가 있는 이상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4·13총선을 열흘 남기고 당 차원의 후보 단일화 ‘포기’를 선언하면서 ‘단일화 무산’이 122석의 수도권 선거 결과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더민주당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는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이 문제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지역 단위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은 충분히 뒷받침하겠다”고 하면서도 “앞으로 당에서 단일화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앞으로 단일화를 거론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제주에서 기자들을 만나 “안철수라는 국민의당 대표는 총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내년에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전국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대해서 기반이 없어지는 것이 불안해 연대를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본부장은 정의당과의 단일화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4일 투표용지 인쇄가 이뤄지면 단일화를 해도 사실상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남은 기간 동안 국민의당이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도권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단일화가 성사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일부 지역에서 후보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정치공학적 단일화 이슈에서 벗어나 여당에 대한 ‘경제 심판론’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향 수정인 셈이다. 더민주당은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자극하고 나섰다.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는 이날 진선미 후보(서울 강동갑) 지원유세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모아줘야 한다”며 “표로 유권자들이 후보를 단일화해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더민주당의 핵심 전략은 ‘거대 여당 견제론’이다. 정 본부장은 “초기에는 130석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많이 어려워졌다”며 “110∼120석으로 잡지만 그 정도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이 180∼200석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여전히 후보 간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이지수 후보(서울 중-성동을) 지원유세에서 “국민의당과 우리 당이 연대만 한다면 판세를 역전해서 당선시킬 수 있는 곳이 20곳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당 정의당 어느 당 후보로 단일화가 돼도 힘껏 도울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 국민의당에 대해 야권연대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절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며 “후보자 차원에서라도 활발하게 단일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도 “국민의당은 정치 변화, 그리고 정권 교체를 위해 태어난 당”이라며 단일화 요구에 쐐기를 박았다. 새누리당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겠다는 안 대표의 말이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내년 대선까지 야권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기존 정치 문화를 타파하겠다던 안 대표는 변화는커녕 탈당한 더민주당과의 차별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