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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시한(13일)이 9일 앞으로 다가온 4일에도 여야의 ‘총선 룰’ 논의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박상천 상임고문의 빈소에서 “300석보다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재 우리(새누리당)에게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론은 복잡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본격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강세지역인 영남에서 의석을 더 잃을 수 있어 불리하다는 모의실험 결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원정수 유지 이외에는 뚜렷한 반대논리가 없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면 다당제가 현실화돼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여당에 꼭 불리해서가 아니라 대단히 현실적인 이유인데 이를 내세우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 비공개회의에서도 “분당 가능성이 있는 야당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다”,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빅딜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들이 제시됐다고 한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빅딜론을 제기한 데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의원정수 확대 주장으로 곤욕을 치른 탓인지 의원정수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놓고도 영남과 호남의 온도차가 크다. 김영춘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한 영남권 5개 시·도당위원장과 당원 50여 명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30일에도 영남권 지역위원장 57명이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열세인 영남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새정치연합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영남의 지역위원장들이 비례대표 후보로 많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상당수가 친노(친노무현) 성향 및 운동권 출신이다. 이 지점에서 문재인 대표 체제에 불만이 많은 호남권 의원들의 생각은 복잡해지는 것 같다. 당 관계자는 “호남 의원들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지만 영남의 친노 인사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이 꼭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홍수영 gaea@donga.com·민동용 기자}
《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8월 초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전셋집을 계약한다. 연수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을 적용하면 선거구 인구 상한을 초과하게 돼 분구(分區)가 유력한 지역. 비례대표인 민 의원은 20대 총선 출마를 결심하며 이 지역을 선택했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어서 교수 출신이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자신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있는 현역 의원들을 피하자는 이유도 컸다. 민 의원은 “내가 원외 인사라면 안면몰수하고 현역과 붙어보겠지만 같은 당 현역 의원끼리는 정말 ‘원수’가 된다”며 “가능한 한 비어 있는 지역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내년 4월 13일 치러지는 20대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로 7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현역 의원 대부분은 ‘지역 챙기기’ 모드로 들어갔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지역을 찾는 현역 의원이 부쩍 늘었다. 재기를 노리는 전직 의원들도 공공기관장 등의 직을 속속 내려놓으며 총선 채비에 한창이다. ○ 비례대표 “분구를 잡아라” 총선을 향해 잰걸음을 하는 인사들은 여야 비례대표다. 총선 첫 관문인 지역구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단계에서 ‘전투력 부족’으로 백기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는 분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가 생기면서 ‘해볼 만하다’며 뛰고 있다.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최근 자신이 쓴 자녀 교육 관련 서적이 많이 팔린 지역을 조사했다. 앞서 분구가 예상되는 부산 해운대구 출마도 타진했지만 일부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나오자 뜻을 접었다. 신 의원은 “교육열이 높은 서울 근교의 분구 예상 지역이나 책이 많이 팔려 인지도가 높은 지역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를 정했더라도 마음은 급하다. 이미 책임 당원을 많이 확보하고 표심 다지기를 하는 현역 의원에 비해 출전 준비가 늦었다고 생각해서다.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인 A 의원은 서울 강북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평일에도 수시로 지역구를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신이 발의한 법안만 처리하고 회의장을 떠나 다른 의원들이 황당해하기도 했다. A 의원의 보좌진은 다른 의원들에게 “지역에 일이 있어 갔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 지자체장 출마설에 떠는 현역 의원 일부 현역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출마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가 실시될 경우 가장 무서운 게 지명도이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에서는 3선의 곽대훈 달서구청장의 출마 여부에 새누리당 홍지만(달서갑), 윤재옥(달서을), 조원진 의원(달서병)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곽 구청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상당한 득표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달서구는 국회의원이 3명이지만 구청장은 1명이라 구청장 인지도가 의원보다 더 높다”고 전했다. 신당론이 불거진 전북의 경우 기초단체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무소속 단체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현역 의원과 기초단체장 간 사적인 인간관계에 의존한 ‘우리가 남이가’ 식 주고받기 협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시사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가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에 긴장하기도 한다. 경북 지역의 B 의원은 “다음주부터 여의도 일정을 최소화하고 지역에 내려갈 예정”이라며 “어르신들에게 종편 출연자의 인지도가 높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기관장 “직 내려놓고 지역으로” 여권에서는 의원 출신 공공기관장들의 총선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입후보자 공직 사퇴 시한은 내년 1월 14일이지만 지역구 다지기를 위해 사임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 그 스타트는 정옥임 전 의원이 끊었다. 정 전 의원은 6월 30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하나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3년의 임기 중 1년 7개월만 채운 것이다. 7월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에서 물러난 손범규 전 의원을 비롯해 18대 국회에서 활동한 이은재 한국행정연구원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도 총선 출마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장인 한 전직 의원은 언론인 등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그만두는 게 좋겠느냐” “사임의 변에 총선 출마를 언급해야 하느냐” 등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가능성에 19대 총선에서 낙천했거나 낙선한 원로, 중진들도 정치권 복귀를 노리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6선의 홍사덕, 4선의 이윤성, 3선의 조진형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명도에서 지역의 다른 경쟁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이전 조직을 재가동하는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홍수영 gaea@donga.com·민동용 기자}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의 추경 11조8000억 원 가운데 세입 부문은 5조6000억 원 중 2000억 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세출 부문은 6조2000억 원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 5000억 원을 줄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예산 등으로 쓰기로 했다.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사건은 야당이 주장하던 국회 정보위원회 청문회 대신 사실상 청문회 형식과 절차를 준용해 정보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3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와 4시간 반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이같이 합의했다. 여야가 모처럼 잠정 합의한 추경 처리시한(24일)을 지킨 것이다. 여야는 추경에 ‘정부는 연례적 세수 결손 방지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입 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하고, 국회와 논의하여 대책을 수립한다’는 부대의견을 달기로 했다. 이는 부대의견에 ‘법인세 정상화’를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새정치연합과 소득세 감면제도 정비를 바라는 새누리당이 한발씩 양보한 셈이다. 국정원 논란을 두고는 다음 달 14일까지 관련 상임위인 정보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방위, 안전행정위를 열어 관련 자료 및 현안 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8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여야는 이어 4개 상임위가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정보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통상 정보위 출입이 허용되지 않던 증인, 감정인, 참고인의 출석과 제출이 허용되지 않는 증거방법은 양당 합의로 결정하기로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차기 당직 인선’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20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첫 혁신안을 통과시킨 뒤 당 정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문 대표는 2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위의장과 5개 본부장에 대한 최종 인선작업을 한 뒤 22일 그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정책위의장에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가까운 재선의 최재천 의원이 유력하다. 사무총장 직이 폐지되고 구성될 5개 본부장 자리 중 당 인사와 재정을 맡을 총무본부장엔 최재성 전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내년 총선 때 지역구 의원의 평가와 관련한 현장 실사를 이끌 조직본부장에는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재선인 이윤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계로 통하는 이 의원은 지역구가 전남 무안-신안으로 당 주요 보직에 호남 인사가 별로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기존의 전략홍보본부장과 디지털소통본부장은 안규백 홍종학 의원이 각각 유임됐다. 이번 인선을 두고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이달 초 이 원내대표에게 한 약속을 지킨 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직 인선 문제로 갈등을 빚던 두 사람이 2일 회동했을 때 문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조직사무부총장 추천권은 이 원내대표에게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문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조직사무부총장 역할을 하는 조직본부장을 비노 몫으로 건넸다는 것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의혹을 두고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임모 과장의 유서가 전날 공개되고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까지 발표되자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며 발끈한 것이다. 전날 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의 ‘선(先) 진상규명, 후(後) 현장조사’라는 차분한 기조와는 사뭇 다른 격한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인의 죽음이 오히려 사건의 의혹을 더 키웠다”면서 “검찰의 조속한 수사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즉각 수사와 압수수색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국정원의 은폐와 정보 인멸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표는 “국민의 불안감과 의혹이 커지는데도 새누리당은 거꾸로 국정원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섰다”며 “심지어 야당 책임이라며 정쟁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안 위원장은 국회 차원의 청문회 등 조사가 이뤄진 다음 밝혀지지 않는 게 있다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표는 검찰 수사부터 하자고 강경 발언을 한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은) 2005년 휴대전화 도청 의혹 사건인 ‘안기부 X파일 사건’보다 100배, 1000배 더 심각한 사건”이라며 “진상 규명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과 방관이 더이상 길어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국정원의) 대간첩작전이라는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특검 등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고 가세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4월 중순 어느 저녁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과 미국 정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참석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이 의원은 빙그레 웃으며 “책임과 수습”이라고 했다. 큰일이 터졌을 때 한국은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수습’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치인이든 관료든 누구든 책임을 지고 현직을 사퇴하면 사태는 정리 국면에 들어간다. 반면 미국에서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찾기보다 상황 수습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했다. 한국은 누군가 책임을 지고 나면 수습은 등한시한다.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의 실책을 문제 삼으려 하면 여론이 악화된다. ‘책임지고 물러났으면 됐지…. 다 끝난 일 아니냐’는 동정론이 우세해진다. 반면 미국은 수습이 되고 나면 책임자들의 잘잘못을 따져 엄정히 처리한다는 것이다. 의원 개인의 인상비평적 관찰이긴 하다. 그러나 정치에서 책임과 수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 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석 달 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린 이유는 새정치연합의 현재 상황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었는데도 제1야당의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다.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비노(비노무현) 진영, 당 대표와 원내대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갈등은 이제 일상화됐다. 신당, 분당, 탈당…. 설(說)들이 어지럽다. 4·29 재·보궐선거 이후 책임과 수습의 부재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성싶다. 당 대표가 된 지 2개월여 만에 맞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문재인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당시 여론도 문 대표의 사퇴 쪽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거 패배 이튿날 문 대표가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책임지는 자세는 아니었다. 한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그때 ‘책임을 통감한다. 의원총회나 중앙위원회에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면 비노 진영이 차마 불신임을 했을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책임은 지나갔지만 수습은 남았다. 선거 패배 후의 새로운 당직 인선이 그것이다.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더 넓게 탕평하겠다”라는 문 대표의 공언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결과는 유쾌하지 않았다. 어느새 당직 인선은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삼켜져 버린 형국이다. 전당대회 때 문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한 486 의원은 “수습할 여지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수습을 혁신으로 덮어 버리지 않았느냐”라고 탄식했다. 혁신안이 20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문 대표에게는 다시 한번 수습할 기회가 온다. 사무총장직이 없어지고 5개 본부장 체제로 바뀌면서 닥칠 또 한번의 당직 인선이다. 답은 나와 있다. 서두에 밝힌 의원의 주장을 역으로 생각하면 한국 정치에서는 수습을 하고 나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반이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까. ‘신당(新黨)’ 창당은 명분, 인물(대선주자), 물적 토대라는 3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다. 신당이 출범한다 해도 그 정당이 정계개편을 추동할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야권의 신당 담론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박지원 의원 3개 축으로 돌고 있다. 이들의 구상과 한계를 짚어봤다.○ 전방위 접촉에 나선 천정배 박지원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당은 상수(常數)”라고 말했다. 그 상수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천 의원이다. 그는 4·29 재·보궐선거 광주 서을에서 당선하면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표방했다. 9일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한 당원 100여 명 중 일부는 천 의원 선거를 도왔다. 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당이나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야권을 재편하겠다고 이미 출마하면서 밝혔다”고 했다. 최근 천 의원을 만난 새정치연합 인사는 “천 의원은 궁극적으로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언론, 법조, 재야에서 새로운 인사들을 발굴한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천 의원 자신을 비롯해 정동영 김근태 신기남 추미애 등이 국회에 입성했고, 이듬해 DJ 집권의 밑거름이 됐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친분 있는 의원들과도 만나고 있다. 8일에는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 등과 저녁을 했다. 문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도 가깝다. 재·보선에서 천 의원의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염동연, 이철 전 의원은 이미 여의도 부근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채일병 조재환 김낙순 전 의원도 가세했다고 한다. 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신당의 설계는 끝났다. (총선에 나설) 장수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개혁 보수인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을 상대로 합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천 의원이 10월 재·보선에 후보를 낼지도 관심사다. 최종심이 나진 않았지만 전북 익산시장과 전남 장흥군수 선거가 예상된다. 호남 민심을 재확인할 기회인 셈이다. 천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천 의원은 신당설을 퍼뜨리는 전·현직 의원들과의 결합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년 총선에서 시민연대 형식으로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정예 인사와 출마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열쇠는 얼마나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달렸다. 신당 인사들이 전직 의원들 중심으로 채워질 경우 신당 바람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한길 ‘중도 정당’으로 힘 모을까 최근 김한길 의원을 만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김 의원은 수직선상의 양극인 진보와 보수의 중간이라는 의미의 중도가 아니라 그것의 위 공간을 점유하는 중도를 구상하더라”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이념, 지역, 세대를 뛰어넘는 중도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올해 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의 재구성과 창조적 파괴’를 강조했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김 의원의 마음은 당에서 이미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 대표가 5월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공천 지분 나눠먹기에 매달리는 사람들로 규정한 듯한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파문을 일으키자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 의원의 당내 추동력이 부족하다는 점. 외부의 동력은 천 의원뿐이다. 그러나 ‘뉴 DJ’를 모으겠다는 천 의원에게 김 대표는 같이할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정치토론회를 열었던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과 함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가 탈당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김 의원은 최근 일부 언론의 ‘신당 추진’ 기사를 보고 “너무 빠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뜻이다. ○ 신당 분위기만 잡는 박지원 박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신당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신당과 분당(分黨)이 언급된 건 문재인 당 대표를 뽑은 2·8전당대회 때부터였다. 당시 문 대표의 경선 상대였던 박 의원은 “문 후보가 당선되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표 취임 후 친노 패권주의 논란은 계속됐고 탈당한 천 의원은 당선됐다. 그러나 박 의원 본인은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여기에 이날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그의 행보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됐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신당을 얘기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위기론을 키워 기득권을 지키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길진균 기자}
《 내년 4·13 총선은 2017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격이다. 여야 정치권은 벌써부터 총선체제 전환을 서두르며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피치 못할 이유로 정치 일선에서 잠시 떠나 있는 여야 거물급 원외(院外) 인사들에게도 20대 총선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이다. 선수(選數) 하나를 보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 총선에서 당선되면 국회 복귀를 통해 본격적으로 당내 대선 경쟁을 펼칠 수 있겠지만 자칫 낙마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도 크다. 그래서 출마지역 선정에서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 마련이 시급한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의원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는 가운데 지난해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새정치연합 전 상임고문 등의 행보가 주목된다. 》 여권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잠룡’들로서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총선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며 화려하게 정계 복귀를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는 여권에서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전략공천이 없었다.김문수 ‘대구 수성갑’ 출마 선언 우선 김 전 지사가 표밭갈이에 가장 적극적이다. 김 전 지사가 출사표를 낸 대구 수성갑은 이미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탄탄하게 지역 기반을 다져온 곳이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 수성갑은 현재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지만 이 의원은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무주공산이 된 곳이기도 하다. 김 전 지사의 대구 수성갑 출마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표 응집력이 강한 ‘대구·경북’이라는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어야 당내 대선 후보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 출마가 차기 대선의 교두보 확보 차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를 두 차례나 지낸 그가 한 석이 아쉬운 수도권에 출마하지 않고 여당의 지역 기반이 강한 대구에 출마하는 것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사람의 행보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김 전 지사는 “대구 지역 의원들이 대안이 없어서 (나에게 출마를) 요청한 것”이라며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김 전 의원이 (지역에서) 세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오세훈 서울 출마 지역 ‘갑론을박’ 오 전 시장은 총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어느 지역에 출사표를 낼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17대 의원을 지낸 오 전 시장은 2010년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지만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율이 개표 기준(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못 미쳐 투표함도 열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바 있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차기 서울시장으로 급부상하게 된 토양을 마련해줬고, 안 원장의 양보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결국 야권에서 두 명의 대선 주자가 더 만들어지게 됐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오 전 시장이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맞붙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새정치연합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이자 오 전 시장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광진을 출마 등도 언급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 지역도 거론된다. 현재 종로는 5선의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다. 하지만 종로는 3선 의원 출신인 박진 전 의원도 복귀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지역구다. 박 전 의원은 “나는 종로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뼈를 묻을 사람”이라며 “오 전 시장에게 ‘종로는 지나가는 정거장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통화에서 출마 지역구를 묻는 질문에 “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려운 지역에 나가겠다”며 “아직 확정적으로 지역구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요청이 있으면 따르겠다”면서도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지역에 나가겠다”고 했다.정몽준 “현재로서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울 종로 출마설이 나온다. 현재 정 전 대표는 종로구 평창동에 거주하고 있고, 종로에는 자신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도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일단 출마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정 전 대표는 통화에서 “요즘 아내와 새벽예배를 하며 26년 국회의원 생활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것을 매일 반성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내년에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도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 전 대표는 “회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면 출마를 할 것”이라면서도 “내가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를 떠났지만 여러 현안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정치라고 본다면 마음에서 정치가 떠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거취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상태인 만큼 당의 강력한 요청이 있을 경우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8년 총선 때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권유로 5선을 지낸 울산 동구 대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당선됐다.권영세-안경률 ‘권토중래’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지낸 권영세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이 지역에서 2002년부터 내리 3선을 했지만 2012년 총선 때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에게 패하고 국회를 떠났다. 권 전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서울은 전체적으로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내가 (4선 도전에) 실패한 곳이기 때문에 재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윤선 전 의원의 출마도 관심사다. 당 안팎에서는 서울 양천갑과 경기 의왕-과천, 경기 광명 지역 등이 출마 지역으로 거론된다. 조 전 의원은 출마 여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정무수석과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경력과 대중 인지도도 높은 편이어서 총선 차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안경률 전 의원도 부산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에서 3선 의원을 지냈으나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안 전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 국책자문위원회 상근부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며 부산 해운대구와 기장군 일대를 돌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냈던 임태희 전 의원도 자신이 3선을 지낸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에 공들이고 있다고 한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정진석 전 의원은 충남 공주에서 뛰고 있다. 국회 사무총장과 3선 의원을 지낸 권오을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도 경북 안동 출마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총선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또 탈당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과 지난해 6·4 인천시장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새정치연합 소속 송영길 전 시장의 행보도 주목된다.손학규 측 “단 한 번의 기회 살려야”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낙선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 있는 손 전 고문이 총선 출마설에 휘말린 것은 새정치연합 내부 상황과 관련 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뒤 벌어진 당의 극심한 분열상과 문재인 대표에게서 이반하는 흉흉한 호남 민심이 손 전 고문으로 하여금 정계 은퇴를 번복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침 이달 초 손 전 고문의 ‘정치 곰팡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정계 복귀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손 전 고문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보고 정치를 다시 하라고 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정치 욕심이 간혹 곰팡이처럼 피어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어렵다고 해서 내가 정치를 다시 한다면 ‘(약속을 번복하는) 저게 정치냐’고 손가락질을 당할까 봐 그게 무섭다”고도 했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당의 대안을 손 전 고문에게서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치 복귀에 신경을 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손 전 고문 측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강조한다. 새정치연합 최원식 의원은 “주변에서 부추기는 사람이 있어 (출마의) 개연성은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본인은 아무런 (정치 재개의)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김유정 전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 대변인처럼 출마에 반대하는 측근도 다수다. 김 전 대변인은 “(손 전 고문) 본인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당에서 ‘더이상 대안이 없다’고 할 때, 계파가 아닌 국민이 원할 때 (대선후보로) 등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한 번의 기회를 당선 여부도 불투명한 총선에서 쓸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손 전 고문은 정치 재개와 관련된 어떤 활동을 하지는 않고 있다. 한 측근은 “평소에 하던 활동도 (총선 출마설이 나오자) 안 하는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달 15일 스승의 날에 서울에 올라와 은사 몇 분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는 강진으로 돌아갔다고 한다.정동영 “힘없는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정치”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서 3위로 떨어진 정 전 고문은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이다. 정 전 고문은 재·보선 패배 직후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출마할 생각이 없다. 당분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정 전 고문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 전 고문은 인터뷰에서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있어야 하며,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 살게 해주는 것이 정치”라면서 “나의 정치가 그런 것이라면 계속한다”고 말했다. 정치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호남에서 민심을 잃어가는 새정치연합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정 전 고문이 고향인 전북에서 재기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출마한다면 자신이 초·재선을 지냈고, 2009년 무소속으로도 당선된 전주 덕진이 유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고향 같은 지역구 유권자들이 정 전 고문을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전북 지역 한 언론은 ‘정 전 고문의 측근이 전주에 사무실을 냈다’는 보도를 했다. 밑바닥에서 벌써부터 움직인다는 얘기다.송영길, 다시 인천으로 지난해 7월 1일 중국 칭화대 연수를 간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다음 달 1일 귀국해 정치 행보를 재개할 예정이다. 송 전 시장 주변에서는 총선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송 전 시장 스스로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송 전 시장을 도와 인천시 대변인을 지낸 새정치연합 허종식 인천 남구갑 지역위원장은 “송 전 시장이 정치 재개를 하려면 총선에서 뛰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장 재선에 실패한 뒤 대권 플랜은 잠시 보류한 상태다. 2017년 대선을 위해서도 총선 승리가 관건이라는 취지다. 허 위원장은 “강화나 중-동-옹진을 제외하고는 인천 어디에 나가도 이길 수 있다”며 “인구상한선에 걸려 총선에서 인천의 선거구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김진표 전 의원도 전 지역구였던 수원 영통의 분구 가능성에 대비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고성호 sungho@donga.com·강경석·민동용 기자}
지난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취임한 뒤 국회의사당의 안전(보안) 대책은 강화됐다. 출입증만 보여주면 의사당 본관 출입이 가능했던 일은 옛말이 됐다. 지금은 먼저 들고 있는 가방이나 짐을 화물 X선 검색대 컨베이어벨트에 놓고 통과시켜야 한다. 공항에 설치된 것과 똑같은 기종으로 보인다. 검색 모니터에 흉기나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이 보였다면 일단 멈춰야 한다. 가방이나 짐에 이상이 없다고 확인되면 몸은 문틀 모양의 금속탐지대를 지나야 한다. 역시 둔기가 될 만한 금속이 있다면 “삐” 소리가 난다. 거기를 지나면 마지막으로 지하철 개찰구 같은 기계에 출입증을 대고 “띵” 소리와 함께 가로대가 열려야 의사당에 들어갈 수 있다. 국회에 따르면 원래는 개인별로 갖고 있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컴퓨터까지 꺼내 놓도록 했다. 출입구마다 공항세관에서나 등장하는 플라스틱 바구니까지 십여 개 마련했다. 그러나 어디서 반발이 있었는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이달 중순에는 발열현상을 보이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도록 입구 옆에 적외선 열감지기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이런 복잡한 절차가 생겼음에도 국회의원은 예외다. 수행원이 들고 있는 짐도 무사통과다. 의원들은 ‘메르스도 비켜갈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적외선 열감지기를 지나지 않아도 된다. 국회의 안전이란 곧 의원의 안전을 뜻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란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은 적어도 의사당 안에서는 뜻하지 않은 폭력이나 테러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 의장이나 국회 사무총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 헌정사에서 국회 내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대부분 의원들이었다는 점이다. 똥물을 단상에 퍼붓거나, 닫힌 상임위원회 회의장 문을 해머로 부수거나, 국회의장실 테이블을 박차고 오르거나, 방호원의 뺨을 때리거나, 넥타이를 잡아당겨 다른 의원의 목을 조르거나, 본회의 도중 최루탄을 터뜨린 이는 죄다 현역 의원이었다. 그러니 국회, 즉 의원의 안전을 진정 도모하려 했다면 사실 의원들을 가장 경계해야 맞다. 누구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의사당 내부의 안전을 도모하는 만큼 국회 경내를 거니는 보행인, 즉 국민의 안전도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경내 도로를 다니는 차량은 시속 30km의 속도 제한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지키는 차량은 절반 정도다. 출근 시간 택시들은 경주하듯 시속 50km를 훌쩍 넘는다. 또 오전 회의에 늦었는지, 점심 약속시간이 급한지 의원들의 차량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의원 차량 표지를 차 앞 유리에 부착한 고급차들이 급정거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적외선 열감지기까지 설치하는 세심함이라면 국회 경내에서 차량이 시속 30km 이하로 달리게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소한 일 같다고? 사소한 일은 흔히 원칙이라 불린다. 그걸 지키지 않아 세월호 참사도 일어났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후안무치(厚顔無恥·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 정당이 됐다. 문재인 대표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광주 서을)은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에 소통, 성찰, 반성, 책임 등 ‘4가지’가 없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등 크고 작은 선거에서 대부분 지고서도 원인을 찾기 위한 소통, 성찰을 통한 반성 그리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3월 탈당하며 ‘회초리론’을 내걸었던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 비판에 거침이 없었다. 문 대표를 향해선 “민심을 좀 더 진지하게 깊숙이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표와 198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지난달 17일에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한 문 대표의 요청으로 광주에서 만나기도 했다. 천 의원은 “소주 한잔하자고 해서 만났더니 진짜로 소주만 한잔 먹고 말았다”며 “링 위에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했는데 의제를 갖고 회담을 해야지 ‘킬링 타임’을 같이할 사이는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천 의원은 “친노(친노무현)는 없고 분열을 조장하는 외부의 프레임”이라고 보는 문 대표의 시각도 정면 반박했다. “계파 패권주의를 얘기할 때 친노가 더 큰 책임이 있는 건 틀림없다. (친노가 아닌 사람이 비노라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말이 일리가 있다.” 그는 “혈서를 써놓은 친노나 호적 신고를 한 친노는 없다”며 “그러나 계파 중에서도 가장 결합력이 세고 조직력 세고 우월감을 갖고 배타적인 계파”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노인들은 무슨 선명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친노만도 못하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내에선 문 대표가 경선 원칙을 지켜 공천했는데 뭐가 잘못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하자 천 의원은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가망이 없다고 본 것이다. 권리당원을 많이 확보한 지역위원장, 그들만의 리그에 의해서 경선이 이뤄진 것이다. 광주 시민들의 바람은 뭐냐. ‘내 손으로 내 의원 뽑고 싶소’였다.” 호남에서 ‘정권 교체의 열망’을 확인했다는 천 의원은 호남을 넘어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인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호남신당을 넘어 ‘제3신당’을 내다본다는 것이다. 그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진보와 보수, 개방적 자세를 가진 세력을 모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까지 비전을 갖추고 추진할 세력이 모이면 대선주자도 자라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철수 전 공동대표 같은 인물들이 신인에 있다고 하면 ‘뉴 안철수’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영입하려는 ‘뉴 DJ’의 요건으로 △능력 △개혁적 성향 △참신성 △국민을 섬기는 자세 등 4가지를 꼽았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뉴 DJ’를 영입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새로운 비전과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시스템을 갖춰 간다면 기성 정치권 안에도 좋은 사람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해체 후 재구성’으로 간다는 전략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민동용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한 뒤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윤태영 씨의 회고록 ‘바보, 산을 옮기다’(문학동네)에 그런 생각의 일단이 드러난다. 이 책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이 PK(부산-경남) 지역에 출마해 당선하는 데 한몫하고 싶어 했다. 그는 “…전면에는 안 나서더라도 PK에서 한 축을 만들겠습니다”, “사실 내 생각은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을 활용해 영남에서 거사를 해보자는 것이었는데…”라고 말했다. 2006년 4월 청와대에 (대통령 후보) 경선 캠프 참모진을 부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며 “그 다음에 자네들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 어떤 명분을 가진 정파로 발전하게 될지…”라고도 했다. 종합해 보면 이런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청와대 참모들이나 장·차관(급)을 지낸 인사들을 PK에서 당선시켜 당내 한 정파를 이뤘으면 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짙어질 때였다. 그는 외롭고 어느 정도 울분에 차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구도 타파’라는 가치를 좇는 측근들이 당내에서 한 정파로 커 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책에 국한해 보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하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명분을 가진 정파”를 머릿속에 그렸다는 건 당내 한 그룹을 형성하겠다는 뜻이지 완전히 등을 돌리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당신들과 나(우리)는 다르다. 그렇지만 함께 간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6주기가 막 지난 노 전 대통령을 새삼 길게 이야기한 까닭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생각나서다. ‘노무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문 대표는 지난달 14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하려다 주변의 만류로 보류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다 알려졌다. 문 대표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 글에서 문 대표는 4·29 재·보궐선거 참패를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당내 의원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거나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당이 어려운 틈을 이용해 기득권과 공천권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당 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고 싶지 않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호감’이라 여기고 그들보다 문 대표를 좀 더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정치권 지인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문 대표의) 그 글을 읽었는데 걱정이다. 문 대표가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고 ‘틀렸다’고 보는 것 같다.” 상대가 틀렸다면 자신은 옳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같이 가기는 쉽지 않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이번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8, 9일)를 앞두고 이렇게 강조했다. 1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정국은 전운이 감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수정할 근거를 마련한 국회법 개정안을 끝내 통과시킨 이 원내대표는 ‘연계 투쟁 아니냐’는 지적에 “연계가 아니라 세월호 특별법을 위반한 시행령을 고쳐야 할 국회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곧 황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황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저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총리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여러 가지 (황 후보자의) 원칙과 소신은 검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총리는 아니다. 공과 사를 구별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공적 지위에 있는 나로서도 (황 후보자 임명 반대에) 나의 100%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 원내대표는 황 후보자와 경기고 동기에 성균관대 법대 입학 동기다(이 원내대표는 이후 서울대에 다시 들어갔다). 황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누락됐을 때는 이 원내대표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에게 이야기를 해준 적도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표가 발표를 보류한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읽어봤나. “봤다.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그런데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문 대표는 지난달 14일 ‘구태정치’ ‘기득권 정치’라며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겨냥하는 듯한 비판적 메시지를 발표하려다 최고위원들의 만류로 보류했다. 이 원내대표는 비노로 꼽힌다. ―친노(친노무현)-비노의 불편한 동거 체제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친노, 비노로 나누고 싶지 않다. 나를 (지도부의) 한 축인 원내대표로 뽑아준 의원들 생각도 그렇다고 본다. 공무원연금법 개혁안과 세월호법 시행령의 연계나 혁신위원장 선정 등에서 문 대표와 내가 충돌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표현의 차이일 뿐이지 친노, 비노라 생긴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게 (의견 충돌로) 보려는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게 뭔지는 말하지 않겠다.” ―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표는 친화력 있게 전화를 하거나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는 분이 아니다. 크게 가는 분이다. 나 역시 이런 공격에 쓸데없이 노출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나라도 전화를 자주 하고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조국 교수의 혁신위원장 카드에 반대했다고 들었다.“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이번에는 (당 혁신기구의) 적임자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지 않았나. 나도 말은 안 했지만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했다. 조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의원, 당원들로부터의 수용성이….” 조 교수가 당내 의원들에게 위원장으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혁신위의 인적 쇄신, 공천 물갈이에 동의하나. “일단은 그렇다. 당의 명운을 김 혁신위원장에게 맡겨놓았다. 지금은 (당 구성원 모두가) 자기 존재의 기본적 가치마저도 부정함으로써 스타트라인을 재조정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혁신위원장의 판단과 주문에 따라야 한다.” ―‘연계’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고수한 이유가 뭔가. “연계가 아니다. 지난달 10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한 테이블에 올려놓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아이들이 수장됐고,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있다. 그런데 정부의 시행령은 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걸 고치는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하다.” ―강경파라는 말에 동의하나. “나는 굉장히 우유부단하다. 우유부단의 좋은 측면은 부드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강경하다는 평가가 나올까. 정부가 약속을 안 지키기 때문이다. 정치를 핸들링해 나가는 사람들의 수준이 정말 비합리적이다. 입법권 독재? 말도 안 된다. 초등학교 5학년들에게 물어봐도 다 안다. 울화증이 난다. 그래서 강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있다. “거부권은 박 대통령의 권리다. 그러나 국회의원 211명이 동의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결한다 해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지리라 믿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주례회동도 하지 않고 있다. “매일이라도 만나고 싶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당청 관계에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것 같다. 이럴 때 자주 보는 건 그에게 좋을 것 같지 않다.”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호(號)’ 혁신위원회가 닻을 올린 27일 문재인 대표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을 강조했다. 자신의 살이 베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의 뼈를 끊어내겠다는 표현이다. 당내에선 “결국 공천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 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새정치연합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다”라고 문 대표의 말에 화답했다. ‘의원 자리 지켜주기’는 혁신의 목표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곤 “혁신위 동안 패권-계파 없어”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새정치연합의 혁신을 꼭 이뤄내겠다”며 “문 대표가 백의종군 심정으로 함께해 줄 때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문 대표에게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사약(賜藥)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이라며 “새정치연합은 절벽 위에 매달려 있다. 국민과 당원이 내밀어 준 마지막 한 가닥 동아줄을 부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맹자의 ‘우산지목(牛山之木)’ 고사를 인용하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주의자 김근태를 배출한 희망의 정당이 본래 모습이었다”면서도 “권력을 소유하겠다는 패권과, 개인과 계파의 이익을 위해 우산의 싹을 먹어치우듯 새정치연합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고 당내 고질적 계파 패권주의를 질타했다. 그는 특히 “혁신위 활동 기간 중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파의 모임조차 중지하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계파와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내 여론 수렴에도 잰걸음이다. 이날 김부겸 전 의원과 오찬을 한 데 이어 다음 달 1일에는 문 대표 사퇴를 사실상 촉구했던 권노갑 상임고문 등 상임고문단과 만나기로 했다. 다음 달 초에는 당내 대선주자들과 만나 혁신위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8일 전남 여수에 내려가 주승용 최고위원도 만날 생각이었으나 일정이 엇갈려 무산됐다.○ 혁신위 순항? ‘인적 쇄신’이 열쇠 당내에선 혁신위의 성공은 결국 인적 쇄신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그 핵심은 ‘공천 물갈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문 대표 측은 “‘육참골단’ 발언이 물갈이를 지칭하는 건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만큼 제 살을 베어내는 정도의 결의를 갖고 혁신위를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공천혁신을 말한 것도 ‘제도와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라는 토대 위의 혁신이라는 얘기다. 혁신위에 공천 제도와 시스템의 혁신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결국 ‘호남 물갈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의원은 “문 대표가 사석에서 ‘새누리당은 영남 물갈이를 해서 항상 이기더라’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호남 물갈이의 신빙성이 높다고 전했다. 제 살을 벤다는 ‘육참’을 먼저 이야기했으니 선제적으로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일부 물갈이도 불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지난 전대 경선 과정에서 문 대표 측이 이해찬 한명숙 문희상 의원 같은 중진 친노의 용퇴를 설득해 일부 비노(비노무현) 중진의 불출마를 끌어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돌았다”고 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이 11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섣부른 물갈이는 갈등과 분당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육참골단에서 ‘골단’은 정권교체일 텐데 자칫하면 내부로 칼이 겨눠질 수 있다”며 “그러다간 골육상쟁(骨肉相爭)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호’ 혁신위원회가 27일 출범한다. 이를 앞두고 새정치연합 사무총장과 비서실장을 비롯한 원내 정무직 당직자들이 지난주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다. 혁신위는 당직 쇄신에 이어 근본적으로는 공천 혁신에 손을 댄다. 그 핵심은 ‘공천 물갈이’라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 김현미 비서실장 등 사의 표명 24일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기 이틀 전인 22일 양승조 사무총장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정무직 당직자들의 사표를 받았다. 양 사무총장 본인과 김현미 비서실장, 김영록 수석대변인, 유은혜 대변인,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 김관영 조직사무부총장 등이다. 김성수 대변인 등 원외 정무직 당직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비서실장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무직은 다 (사표를) 냈다”며 “당 쇄신에 부담을 덜어 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 분열을 해소하고 혁신 작업에 돌입할 김 혁신위원장의 부담을 사전에 줄여 주고 문재인 대표의 행보를 자유롭게 해 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이날까지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김 비서실장은 “혁신위 구성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바로 결정하기는 그렇지 않으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 박지원 “획일적인 호남-486 물갈이는 혼란” 당내에선 공천 물갈이 대상으로 안방인 호남을 주목하고 있다. 역대로 총선을 앞두고 어김없이 호남 공천을 쇄신의 본보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만만하면 호남이냐”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호남 의원들의 심기는 불편하다. 당권을 쥔 친노 세력이 혁신 카드로 호남 물갈이를 내세울 것이라는 의구심에서다.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 공천에 반대하진 않지만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획일적으로 호남 출신 또는 486, 이렇게 했을 경우에는 또다시 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수도권 친노 불출마론 제기 친노 의원들은 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을 듣는 문 대표가 혁신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친노 의원 일부를 바꿔야 한다는 게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주장이다. 그러나 친노 의원들은 “단지 문 대표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쇄신 대상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 486과 중진 책임론 부상 40대 후반에서 50대 초중반이 된 486 의원도 물갈이 대상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 경력을 발판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공천을 받아 정치권에 들어왔지만 “지난 15년 동안 정치 발전에 무슨 기여를 했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4선 이상 중진들이 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혁신위 합류가 유력시되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이 같은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물갈이는 혁신이 아니다”라는 반박도 있다. 3선의 유인태 의원은 “과연 17대 국회에 108명의 초선 의원이 등장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생겼느냐”고 반문했다.배혜림 beh@donga.com·민동용 기자}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벌어진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분열정치’에 대한 여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당직자는 25일 “노건호 씨의 독설과 비노(비노무현) 인사에 대한 물세례는 당내 갈등의 숨은 불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비노 진영이 봉하마을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당을 깨자고 나서지는 않겠지만 궁극적으로 당의 원심력을 강화시킬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친노의 좌장인 문재인 대표가 보여주는 리더십 부재는 제1야당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감 표명 없는 文 대표 새정치연합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이날 “왜 문 대표가 물벼락과 야유를 받은 김한길 전 대표와 천정배, 박지원 의원에 대한 유감 표시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비노 진영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의 독설에 대해 “다 적절하고 필요한 말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추도식에 온 손님에 대한 예의는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노 씨의 당일 발언에 친노의 입김이 가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지만 문 대표는 추도식의 분열정치 양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6주기 행사가 열렸던 23일 “친노 비노로, 노무현의 이름을 앞에 두고 분열하는 모습이 부끄럽다”고 했을 뿐이다. 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정청래 최고의원의 ‘공갈막말’ 사태 당시를 상기시키며 “이번에도 수습을 못하고 있다. 아니 수습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쓴소리를 했다. 친노 진영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지만 개별 인사들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전해철 의원은 트위터에서 “노건호 씨 발언은 있지도 않은 NLL 포기 발언 등으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대선에 악용한 분이 어떠한 반성, 사과 없이 추도식에 참석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했다. 최민희 의원도 “종편들이 ‘노건호 발언’을 갖고 야당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고 썼다. ○ 미래가치 논쟁은 보이지 않아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이처럼 진영논리에만 파묻혀 계파끼리 치고받기만 계속하다가는 공멸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총선, 대선 모두 패하고 말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번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에서 벌어진 문 대표에 대한 싸늘한 호남 민심이나,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일어난 친노 세력의 비노 진영에 대한 비토(veto·거부)는 당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있다. 가치나 노선의 충돌이 아니라 ‘호남패권주의’와 ‘친노패권주의’의 충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데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재야·시민단체 세력 또는 소위 진보정당과의 선거용 합종연횡만 있었을 뿐 가치와 노선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합의는 없었던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486세력을 비롯한 50대 정치인들도 새로운 비전이나 기치를 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이나 미국 민주당 빌 클린턴의 ‘뉴민주당’이 아예 나올 수 없는 토양이라는 자탄이 나오는 이유다.○ DJ-노무현 이름만 붙잡아 새로운 노선을 두고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노 전 대통령이라는 이름만 붙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의원들은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이라는 DJ의 격언이나 ‘지역구도 타파’라는 노 전 대통령의 숙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말로서 끝이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거나 자신만의 미래비전을 만들어내는 정치인은 드물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제발 분열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이제 편하게 놔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작가 고종석 씨는 트위터에 “문 대표의 말대로 이제 그분을 놓아드리자. 그런데 그 발화자가 문 대표라는 게 어이없다. 고인을 악착같이 붙들고”라고 썼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대선후보로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6주기(23일)를 맞아 최근 출간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회고록 ‘바보, 산을 옮기다’(문학동네)에 실렸다. 이 책에 따르면 2007년 초 당으로 복귀하는 한 총리가 “앞으로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우리 참모들 중 누구라도 필요하면 불러다 쓰시라. 내가 결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알려 달라”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요청했다. 한 총리는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는 말로 대신하면서 대선후보가 되면 자신의 이념 문제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노 대통령은 자신을 ‘스트라이커’에 비유하면서 “지금은 스트라이커보다는 외유내강의 인물이 필요하다”며 한 총리를 대선후보로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윤 전 대변인은 기술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경선에 이해찬 전 총리도 출마한 것을 두고는 시간이 지난 뒤 “한 총리는 온건하고 화합형이다. 이 총리는 해박하긴 하지만 말렸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고 이 책은 주장했다. 2005년 여름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이미 그해 5월에 구상이 시작됐다. 그해 4·30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인 5월 2일 이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연정 수준을 하는 구도로 정치가 가야 한다”고 처음으로 밝혔다는 것. 2006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파동이 벌어졌을 때 노 대통령은 이에 반대하는 이 총리와 언쟁을 벌였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유 장관의 입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 대통령이 “당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자 이 총리는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라”고 맞받았다. 한동안 고성이 오간 끝에 노 대통령은 “그럴 거면 그만두세요”라고 성을 냈다. 노 대통령은 유 장관에게 “활을 쏴보니, 활대와 시위가 화살을 담아내는 탄력을 갖고 있더라. 활처럼 사람들과 관계 개선을 했으면 좋겠다”며 포용성을 당부하기도 했다. 2006년 5월 중동 순방길에서 노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교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반 장관과 따로 만나 “일본을 향해 (내가) 쓴소리를 해야 할 때는 장관이 걱정된다. 이래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진출하는 데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며 “장관 자리를 면하게 해드리는 게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 장관은 “현직을 유지해야 유리하다”며 에둘러 장관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책은 “노 대통령은 당당한 한일 외교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려 했지만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거를 위해 포기했다”고 설명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새정치민주연합이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친노의 중심인 문재인 대표가 비노 진영을 “공천 나눠 먹기에 집착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자 비노 진영은 “사실상 선전포고”라고 받아쳤다. 상황은 물러서는 쪽이 패배하는 ‘치킨게임’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단 당 지도부는 15일 계파를 아우르는 혁신기구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기서 공천 문제를 포함한 쇄신안을 마련해 수습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에 대한 신뢰를 접은 비노 진영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공천 지분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당내 갈등이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비노-호남 진영은 15일 오전부터 부글부글 끓었다. 문재인 대표가 자신들을 “자기 지분만 챙기려는 기득권 세력”으로 치부하자 ‘친노 패권주의 척결’과 ‘당 쇄신’을 요구한 게 진영 이기주의로 매도당했다며 격앙됐다. 그러다 이날 오후 문 대표가 ‘초계파 혁신기구’를 제안하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며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공천 지분 프레임으로 역공하나” 13일 문 대표와 비공개 오찬을 했던 의원그룹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최원식 의원은 15일 성명을 내고 “문 대표는 민집모를 공천권을 요구했다는 전제로 기득권 집단으로 규정했다”며 “공천권 등 어떠한 요구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 대표가 먼저 요구해 이뤄진 자리에서 갈등 수습을 위해 전달한 이야기를 왜곡한다면 어떻게 소통을 하겠는가”라며 “과연 민주주의 지도자의 올바른 태도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지역구인 전남 여수에 머물고 있는 주승용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에게 계파 청산하라고 했더니 공천 지분으로 역공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주선 의원은 “자기 논리로 민심을 폄훼하면 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며 분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노 진영 관계자는 “문 대표가 갈등 수습보다는 대권 행보에만 주력하는 듯하다”고 탄식했다.○ “文, 결단해야” 박지원 의원은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 나와 전날 문 대표가 발표하려다 주위 만류로 취소한 성명에 대해 “친노의 고도의 정치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문 대표가) 격하게 ‘반노(반노무현)들은 패권주의를 내려놓으라’고 해놓고 발표를 안 하기로 했다는 것이냐”며 이렇게 밝혔다. 비노 진영을 면박하는 내용은 다 알려져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이어 “비노가 무슨 기득권이 있느냐”며 “문재인 대표에게 결단을 내려라(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의원을 비롯한 김상현 이용희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조찬을 했다. 정 고문은 “정치는 결과에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내가 문 대표라면 물러난다”고 했다. 권 고문은 문 대표의 ‘공천 지분 요구’ 주장과 관련해 “있을 수 없다. 잘못된 생각”이라며 “우리와 상황인식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권 고문은 이후 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성명의 경위를 물었고, 문 대표는 “이미 폐기된 것이기 때문에 입장을 낸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이들은 조만간 문 대표에게 상임고문단 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이날 논의한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퇴 요구를 하겠다는 얘기다.○ 김무성 “文, 공천권 내려놓으면 해결”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야당의 내홍을 두고 “(문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으면 다 해결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야 비판을 자제하던 김 대표가 공천 문제를 놓고 문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날 김 대표는 경기 성남시 중원구를 찾아 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의 집 사정을 얘기 안 하려고 하는데 지금 새정치연합이 저렇게 복잡한 건 공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강조하며 “당내에서 반발이 많았지만 ‘내가 공천을 안 한다는데 왜 당신들이 난리냐’고 해서 당론을 확정했다”며 “하지만 야당에서는 안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악연’이 질기다. 그동안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기념곡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새정치연합과 박 처장은 빈번히 충돌했다. 박 처장이 14일 다시 불을 질렀다. 보훈처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며 “이 노래를 다 같이 부르는 제창으로 할 경우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부를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발끈했다. 박 처장이 또 종북몰이를 하며 억지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보훈처의 주장은 이미 지난해 8월 23일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도 문제가 돼 비판받은 내용”이라며 “그런데도 버젓이 다시 (이 노래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건 의도적인 5·18 기념식 방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13일 “정치 지도자는 책임을 지는 것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이날 오후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이 원내대표가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 여사의 말씀은 문재인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원내대표로서 저한테 책임감을 가지라는 말씀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6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도 이와 비슷하게 “정치 지도자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문 대표를 향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 여사는 이 원내대표에게 “당이 어렵다. 당의 한 축이 돼서 갈라지는 당을 화합으로 일치시켜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는 “(당의 다른 축은) 문 대표라는 얘기일 것 같다. 어느 한 축으로 가지 말고 당이 균형 있어야 서로 화합할 수 있다는 말씀을 했다”고도 전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12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겨우 3건의 법안만 처리하자 정치권의 무능함과 정치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상대의 비협조만 지적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무능한 ‘식물국회’의 현주소였다.○ 여야 모두 “너 때문이야” 여야는 이날 부실 처리 책임이 상대에게 있다며 ‘네 탓’ 공방만 벌였다. 새누리당은 “야당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장이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합의를 파기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에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을) 본회의로 보내지도 않고 있다”며 “국민 보기에 참 부끄럽다”고 새정치연합을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소득대체율 50%를 합의안에 명기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당론은)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반의회적 폭거를 생각하면 본회의 개최도 생각하기 어렵지만 민생을 위해 결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그럼에도 협상을 계속해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며 “협상가에게 재량을 주지 않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함께 우회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연일 공무원연금법과 국민연금 연계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문 대표는 대여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 월권 공방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이날까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 57건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아 법안을 3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고 야당 탓을 했다. 이 법사위원장이 법사위에서 방망이를 두드려 통과시킨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다만 법사위 통과 법안은 법사위원장이 전자결재로 해당 상임위원장에게 보내고 그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넘기는 절차를 밟는다. 국회 관계자는 “법적 구속이 있다기보다는 형식적이고 행정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까지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법안 60건 중 12일 본회의 처리한 3건을 제외한 57건은 전자결재를 하지 않았다. 이에 새누리당은 “이 위원장이 사실상 본회의 부의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단순 요식행위 절차인데 법사위원장이 자기에게 전자결재 권한이 있다며 그걸(법안을) 안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원인 김도읍 의원은 “이 위원장이 착각을 해도 너무 과하게 착각했는지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통과 절차를 본인의 결재권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게 월권인지, 직권남용인지, 직무유기인지…”라며 혀를 찼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이 위원장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과 이 위원장은 ‘법안 3건 처리’는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법사위원장에게 책임을 미루는 건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식의 비난은 일반 시정배도 하지 않는 비겁한 짓”이라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일방 처리했고,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약속을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손짓에 따라 파기를 했다. 그래서 법사위에서 그때 붙잡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애초 새누리당은 법사위 통과 법안 60건을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지 않았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의 월권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 사안이지 절차를 따질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도 국회의장의 결재가 없으면 형식적으로는 정부에 넘어가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의장이 국회의원의 표결 결과를 막지는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의 ‘월권’이 실효적이지 않다는 얘기다.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