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 최초 종합 국립대인 부산대(총장 차정인)는 개교 75주년인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삼아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부산 울산 경남으로 구성된 동남대도시권 대표 대학이자 1위 국가 거점 국립대 위상을 갖추고 인재를 키워내는 데 역점을 뒀다. 다양한 변화와 혁신으로 대학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 대학 경쟁력을 배가시켰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균형발전을 더 높은 수준에서 이끌어 내기 위해 대학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역 인재가 출생지에서 교육받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정착해 지역을 발전시켜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비전을 펼치고 있다. 김해영 부산대 입학본부장은 “‘대학을 바꾸는 대학,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추구하는 부산대는 창조적 지식인 양성을 위해 학문의 영역을 허물어 새로움을 만드는 융합과 통섭(統攝·consilience)형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최고 교육을 통해 미래 사회 리더, 세계 지성을 이끌어갈 국제 전문가, ‘나눔과 봉사’ 정신을 전파하는 사회적 리더를 길러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대학 혁신 주도하는 부산대 부산대는 각계 연구·교육 분야 변화와 혁신, 입학전형 변화, 지역대학과 국립대학 역할 강화를 위한 실질적 법제도 개선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전국 지역대학에 적용될 공공기관 지역 인재 채용 50% 확대를 위한 ‘혁신도시법’ 개정, 국립대 역할과 재정 및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인 ‘국립대학법’ 제정, 국립대 재정 확보에 활력을 줄 ‘국립대학회계법’ 개정 등을 이끌고 있다. 지역 우수 인재에게 대학 문을 넓혀주는 획기적인 입학전형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2022학년도 지역인재전형 모집 인원을 504명으로 늘렸다. 의예과 입학정원 125명 가운데 80명(64%), 6년제로 전환한 약대 60명 중 36명(60%)을 지역 인재로 선발한다. 이 기준은 2023학년도에 더욱 넓히기로 했다.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교육 여건 변화 등에 주력한 결과 2022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 10.81 대 1에서 올해는 14.03 대 1로 크게 올랐다.2019년 유지취업률 거점 국립대 1위 부산대는 창의와 융합 교육 역량을 크게 높여 ‘학생이 행복한 대학’으로 만들고 있다. 교육 역량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체계화하고 미래를 대비한 융·복합 교육 및 비교과·교양교육 과정을 강화했다. 학문 단위를 최적화해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취업의 질을 나타내는 유지취업률(대학 졸업자가 일정 기간 후에도 취업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지를 나타내는 취업률) 지표에서 2019년 88%를 달성해 2년 연속 거점 국립대 1위를 차지했다.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같이 졸업생 진로를 지원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 지역에 살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 나갈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정부 ‘BK21 사업’(4단계)에서는 부산대 36개 교육연구단(팀)이 선정돼 서울대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한 결과 거의 모든 학문 분야의 교육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다. 졸업생 활약도 두드러졌다. 올해 국내 30대 기업 신임 최고경영자(CEO) 수 전국 2위, 100대 기업 CEO 배출 4위였다.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역 모두의 번영을 위한 시대적 과제다. 국립대 ‘맏형’ 부산대는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는 국가균형발전의 거점 중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사회,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대학을 바꾸는 대학’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정시모집 1451명 선발 부산대는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가’군 812명, ‘나’군 639명 등 모두 1451명을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과 실기 전형으로 나눠서 뽑는다. 전년도와 비교해 수시모집 자연계 모집 단위인 공과대학 건설융합학부 도시공학전공이 정시모집에서는 인문·사회계로 선발한다. 의예과 모집군은 ‘가’군에서 ‘나’군으로 변경됐다. 6년제로 바뀐 약학부는 ‘나’군에서 24명을 선발한다. 인문·사회계 및 자연계 모집 단위는 수능 100% 전형으로 선발한다. 예술계, 체육계 모집 단위는 수능과 실기 성적을 합산해 뽑는다. 수능 활용지표로 국어, 수학 영역은 표준점수를 사용하며 영어 영역은 등급 환산점수, 탐구 영역은 백분위를 활용한 부산대 자체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한다. 한국사 영역은 필수 응시 영역으로 모집계열별 등급 환산점수를 전형 총점에 가산한다. 수능 영역별 가중치를 적용하기 때문에 인문·사회계열은 국어 영역, 자연계열은 수학·과학탐구 영역이 우수한 학생이 유리하다. 자세한 내용은 2022학년도 부산대 정시모집요강을 참고하면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기업을 넘어 대학에까지 퍼지고 있다. 캠퍼스에 부는 ESG 열풍은 고려대(총장 정진택)를 뜨겁게 달궜다. 고려대 총장 직속 ESG위원회가 개최한 ESG아카데미가 높은 호응 속에 5일간의 과정을 마쳤다. ESG 가치 탐구에 대한 열정 ESG가 사회에 전하는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실제 경험을 맛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고려대 ESG아카데미가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평일 오후 2시간씩 모두 10회에 걸쳐 ESG 관련 강의를 했다. ESG아카데미 과정은 ESG 기본 개념, ESG 경영·지표, ESG컨설팅 과정과 실제 등 기업 현장 중심 강의로 이뤄졌다. ESG 개념과 현실 적용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소그룹 활동도 과정 중 이틀 동안 펼쳐졌다. 대학원생 20명, 학부생 60명 등 80명이 이번 ESG아카데미 과정에 참여했다. 지원자 115명 가운데 선정된 학생들이다. 이들은 5일간 강의 출석률 90%를 넘을 정도로 ESG에 대한 학구열을 보였다. 과정이 마무리된 다음에도 후속 ESG 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ESG위원회에 요청하는 열정을 드러냈다. 고려대는 앞으로 ESG프로그램을 추가로 마련하고 학생들이 실제 기업 ESG 평가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학생들은 ESG최고경영자 과정에 개설되는 고려대 트리니티 ESG아카데미에 재학생 팀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ESG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ESG담당자와 팀을 이뤄 기업별 ESG 행태 및 실적 평가, 토의,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사회적 책임 강조, ESG위원회 고려대 ESG위원회는 올 4월 신설됐다. 인류와 사회 발전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ESG 가치를 논의하고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위협하는 글로벌 기후변화, 교육 불평등 심화, 양극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길이기도 했다. ESG위원회를 토대로 고려대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행을 위한 사회혁신 생태계 모델을 캠퍼스에 구축하고 있다. 또 한국사회는 물론 전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제시라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학의 지식 기술 연구 인재 네트워크 역량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ESG 가치를 교육 연구 봉사 행정 운영 서비스 의사결정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대학 밖으로도 확산시켜 사회 문제 해결과 사회 혁신 방안을 제시, 지원하는 솔루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정진택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ESG위원회는 사회 공헌, 국제 협력, 환경 연구 같은 ESG 관련 대내외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교무부총장과 사회공헌원장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기획예산처장 인권·성평등센터장 다양성위원회위원장 국제개발협력연구원장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장 지속발전연구소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외 위원으로 이형희 SK SUPEX 위원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한국대표가 참여한다. ESG위원회는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에 부합하는 활동을 펼치거나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E) 관련 활동으로 환경 회복 연구 및 교육, 교내외 환경 협력 네트워크 구축, 내외 ‘Net Zero’ 운동, 지역사회 환경 캠페인, 국내 환경보호기관 협력, 국제 환경 콘퍼런스 활동을 전개한다. 사회(S) 해당하는 활동으로는 참여 및 봉사 연계 학습(Engaged/Service Learning) 강화, 사회 혁신 및 공헌 연구, 교내 사회혁신생태계 구축, 사회공헌원 활동 강화, 글로벌 사회공헌 강화 등을 역점 추진한다. 지배구조(G) 관련해서는 교내 ESG플랫폼 구축, 국내외 사회공헌 거점 마련, 교내외 사회혁신 협력네트워크 구성 및 활동, 거버넌스 중심 사회공헌 활동 강화, ESG 기반 대학경영에 나선다. 교내외 ESG 가치 실현 위한 노력 고려대는 ESG위원회 설치에 발 맞춰 2008년 지역사회 봉사와 글로벌 사회 공헌을 위해 만든 사회봉사단을 사회공헌원으로 격상했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더 높은 단계에서 수행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마친 셈이다.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논의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을 위한 대학 혁신’ 심포지엄을 열어 대학의 역할을 토론했다.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네이처 포럼을 개최해 플라스틱 폐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지속가능발전과 환경’ ‘인공지능 기반 KU-SDGs 실험실습을 위한 교육’ 같은 전공 관련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사회공헌원은 SDGs 이해와 대학 교육에 대한 전문 서적을 번역, 출간했고 고려대 SDGs 연구와 교육 활동을 엮은 SDGs 보고서를 국·영문으로 펴냈다. 지난해 8월에는 교육 및 연구뿐만 아니라 대학 행정업무에도 ESG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각 대학 부서에서 ESG 가치 실천 방안을 연구했다. 그 결과 ESG 관련 핵심 교양 교과목 편성, 교내 구성원 참여 ESG 캠퍼스 구축 방안 제시, 학생 중심 플랫폼 구축을 통한 ESG 가치 실현, 대학 및 의료원 ESG 관련 사회공헌 방안 제안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끌어냈다. 고려대는 ESG 가치가 교육 연구 행정 전 분야에 스며들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할 예정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난달 역대 최고의 매출액(650억 원)과 관람객(8만8723명)을 기록했던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대한 MZ세대의 뜨거운 관심이 ‘공예트렌드페어’로도 이어질까. 18~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사흘간 열리는 ‘2021 공예트렌드페어’는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 축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원장 김태훈)이 주관한다.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KIAF)에도 KCDF는 처음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전시회에 공예작품을 출품했다. 최명훈, 장연순 등 국내 최고의 공예작가 24점을 선보였다. 공예트렌드페어는 ‘비즈니스’에 특화된 공예 전시로 한국 공예 문화의 대중화, 사업화, 아시아 공예문화를 선도하는 전문적인 박람회다. 올해 ‘2021 공예트렌드 페어’의 주제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이다. 특히 올해는 패션디자이너 출신이자, 최근 ‘리움미술관’ 재개관 자문을 맡으며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활동하는 스타 디자이너 정구호 씨가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을 맡았다. 정 씨는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로 패션·인테리어 디자인·가구·조명·공연·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트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12년 국립발레단 ‘포이즈’, 2013년 국립무용단 ‘단(壇)’, 2015년 ‘향연(饗宴)’, 2019년 ‘묵향(墨香)’ 등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수 많은 무용 공연의 아트 디렉터 겸 연출로 참여한 바 있다. 또한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전시에서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미니멀한 무대 위에 한국적 색감을 펼쳐 온 정 씨가 총감독을 맡은 공예트렌드 페어 전시장을 어떻게 꾸밀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주제관 기획 전시는 약 1,200㎡에 달하는 공간에서 현대공예 분야와 전승공예 분야를 아우르는 한국 공예가 71명의 작품을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인다. 또한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헤리티지관’과 스튜디오, 브랜드, 기업, 공방들이 참여하는 ‘브랜드관’ 및 ‘창작공방관’, 학생들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는 ‘대학관’, 공진원의 사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KCDF 사업관’ 등 총 6개 관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보다 아트&헤리티지관의 규모가 확장되어 생활 공예 이외에도 아트 오브제로서의 예술 공예를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페어 행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개방된 형태의 주제관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시 이외에도 라이브 쇼핑이나 우수작가상 및 대학관 우수작품상 시상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정구호 총감독은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공예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재료, 형태, 기법, 색감을 가진 작품의 향연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인류 진화의 종착역일까? 미셸 푸코의 말처럼 ‘인간은 최근의 발명품’이며, 이제 그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갖춘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가 ‘호모 사피엔스’와 공생하는 시대가 임박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세원 교수의 신간 ‘포스트 휴먼의 초상’(미다스 북스)은 SF영화 속 장면을 통해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진화 인류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담은 책이다. 포스트휴먼의 시대는 인간 자신과 인간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대격변의 시대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미래에 적응하려면 고착된 관습의 틀에서 벗어나 낯설고 이질적인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는 또 다른 존재의 창조’는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수만 년 문명의 역사 속에서 그 욕망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신화와 같은 이야기나 ‘투르크인’, ‘지남차(指南車)’와 같은 자동기계장치로 시작하여 현재의 딥블루, 알파고, 소피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전해왔다. 신을 대신해 생명 창조를 재현하려는 이 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우리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몇 가지 논의를 ‘SF 영화’를 통해 제시한다. 인간을 가장 우월한 존재로 간주해온 근대 휴머니즘과 자체 진화를 주장하는 트랜스휴머니즘, 탈인간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을 비교하고 인공지능, 리플리컨트, 사이보그, 복제인간, 로봇 등 SF영화에 등장하는 탈인간적 존재들을 살펴봄으로써 미래 인간의 조건을 짚어본다. 1부에서는 로봇의 기원인 오토마타와 인간과 기계의 조합 사이보그, 인공지능의 역사를 살펴보고 유토피아적 미래를 전망하는 트랜스휴머니즘과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며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전망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주장을 살펴본다. 2부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립을 처음으로 그려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 작)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인공지능컴퓨터 할9000부터 2020년 시즌2가 제작된 드라마인 ‘얼터드 카본’의 타케시 코바치까지 지난 50여년 간 제작된 주요 공상과학영화속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SF영화가 그려내는 미래사회의 초인공지능은 인류에 위협이 되거나 공존이 가능한 두 가지 양상으로 그려진다. 첫째는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지적 능력과 물리력을 지닌 초인공지능이 인간들에 대한 살인 혹은 대량 학살을 자행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현대 과학기술은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 노동에서 해방시켜주었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생활 곳곳에서 인간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 인간과 기계의 엄격한 변별점은 모호하게 되었다. 이성적인 존재로서 가치를 부여받았던 인간은 이성적 판단까지 가능해진 기계의 진화로 기계와 인간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지켜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기술발달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인간이 미래에서 추방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인간 사회의 모든 기술과학적 진보는 ‘인간 종의 변형’을 향해 맞추어져 있다. 근대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이 인간의 생물학적인 한계를 극복할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면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트랜스휴머니스트는 현 인류의 생물학적 조건을 초월한 ‘포스트휴먼(posthuman)’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인간을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라고 부르며 인간의 진화를 인간 스스로 디자인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현 인류의 종말과 트랜스휴먼의 등장 그리고 아직 그 모습이 흐릿한 포스트휴먼의 모습을 조금은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상상하고 예측하는 ‘진화인류’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구현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미래와 인간의 가치에 대해 더 예리하게 느끼고 깊게 사유할 수 있다. “인류 진화의 긴 여정을 돌이켜보면, 사실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던 시기에도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데니소바 같은 다양한 계통의 인간 종이 있었지만 대부분 멸종하고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계통만 살아남아 오늘날의 인류로 진화했다.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겠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인류 진화의 종착역은 아니다.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리알토 다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배경이 된 곳이다. 소설에서처럼 지금도 이곳은 유리공예품, 귀금속, 가죽 제품을 파는 상점이 번성하고 있다. 1591년 완공된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 대운하 최초의 석조다리이자 19세기까지 유일한 다리로 명성을 날렸다. 넓이 26m, 길이 48m에 이르는 아치 밑으로 지나는 수상버스와 택시, 곤돌라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자! 떠나자 고래잡으러~” 울산은 고래의 도시다. 장생포항에서는 1986년까지 근대포경이 이뤄졌다. 천연기념물 제126호 ‘귀신고래 회유해면’로 지정된 울산 앞바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의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바로 올해 발견 50주년을 맞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다. 1971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견됐던 반구대 암각화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가득한 반구대 계곡 전체가 명승지로 지정됐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미술작품이자 신석기 시대의 생활상이 타임캡슐처럼 담긴 울주 반구대 계곡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반구대 암각화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계곡은 커다란 S자를 그리는 감입곡류천(嵌入曲流川)이다. 거북의 형상인 반구대에는 조선시대 화가 정선이 ‘반구(盤龜)’라는 그림에 그렸던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절벽이 펼쳐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어 엄숙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시작점에 향유 고래 모양으로 건축된 박물관이 서 있다. 영화 ‘모비딕’에서 나오는 네모난 머리를 가진 거대한 고래다. 이 곳에서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길을 나선다. 호젓한 계곡을 따라 대숲과 중생대 공룡발자국 화석지, 천연습지가 이어진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까지 2.3km의 ‘선사문화길’은 차분하게 걸으며 수천년 전 사람들과 정신세계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 해질녘에 낮게 뜬 햇살이 바위 절벽에 비치면 음각으로 새겨진 암각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암각화 사진 촬영을 위해 특별한 허가를 받고 강변까지 내려갔다. 높이 4m, 너비 8m의 바위를 캔버스 삼아 그려진 그림은 모두 300여 점. 이 중에 고래가 52마리나 그려져 있었다. 또한 호랑이, 표범, 사슴, 여우, 늑대 등 각종 동물을 물론 배를 탄 선원,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빼곡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마치 7000년 전의 세상이 파노라마 동영상처럼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이 스킨 스쿠버를 했던 것은 아닐까? 고래, 거북, 물개, 상어,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헤엄치는 모습은 바닷 속에서 본 장면처럼 생생했다. 귀신고래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고, 북방긴수염고래 3마리는 두 갈래로 물을 뿜고 있다. 배에 줄무늬가 선명한 혹등고래는 물 위에서 점프했다가 바다로 입수하는 특유의 ‘브리칭’(breaching) 동작을 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고래사냥’의 전과정(탐색-사냥-인양-해체)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 기록이라는 점이다. 고래의 등뼈 지느러미에 커다란 작살이 꽂혀 있고, 그물에 걸려 있는 고래는 사냥을 하는 모습이다. 작살이 꽂혀 피를 흘리다 힘이 빠져 죽은 고래를 찾기 위한 표식용 부구(浮具·가죽을 이용해 물에 뜨게 만든 기구)도 그려져 있다. 배 위에 탄 사람들이 고래를 끌고 가고, 항구에 내려져 거꾸로 죽어 있는 고래의 배에 칼집을 내놓은 그림도 있다.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 부위별 해체 그림은 현대에도 똑같은 형태로 이뤄진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비밀반구대 암각화를 보면서 몇가지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의문점을 풀어보았다. ―과연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에 배를 만들고, 수십톤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를 사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을까? “반구대 암각화에 작살이 꽂힌 고래를 사람들이 배로 끌고 가는 장면은 암각화의 제작시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2009년 인근의 울산 황성동 유적에서 고래뼈가 발굴됐는데, 사슴 앞다리뼈를 갈아서 만든 작살이 꽂힌 채 발견됐습니다. 탄소연대측정을 해보니 5000~6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창녕 비봉리 신석기 시대 패총에서 배와 노가 나오면서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증명됐습니다.” ―암각화가 그려진 울주의 반구대 계곡은 동해까지 직선거리가 26km나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 계곡에 고래, 호랑이, 사슴 그림을 그린 것인가? “공룡발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반구대 계곡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죠. 이곳에서 고래사냥을 가기 전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사냥에 성공하면 감사의 의미를 담은 제사를 지냈던 유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계절에따라 어떤 동물을 잡고, 어떻게 사냥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적 역할도 포함돼 있습니다.” 선사시대 그림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다. 다섯가지 색깔의 광물을 조합해서 화려한 색깔을 만들어낸 암채화(岩彩畵)다. 동굴 내부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불을 지핀 흔적도 있고, 붓과 팔레트까지 발견됐다. 반면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에 면을 깎거나 쪼고, 돌려파기해서 만든 작품이다. “차돌을 깨서 만든 도구를 나무 뿌리나 뼈로 만든 망치로 두들겨 완성한 그림입니다. 사람들은 라스코 동굴벽화처럼 화려한 것만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페인팅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바위를 파내서 수많은 바다와 육지 동물의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고급 기술이죠. 단순히 지나가다 그린 그림이 아니라, 영혼을 담아서 그린 그림입니다.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곳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반구대 암각화가 70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현장을 보니 알게됐다. 암각화 윗부분에 불쑥 튀어나온 절벽이 마치 처마처럼 비를 피해주고 있고, 왼쪽에 튀어나온 바위도 비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덕분에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암각화가 그려진 부분만 뽀송뽀송하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인근의 천전리 각석도 바위가 15도 가량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그림에는 빗물이 닿지 않는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각화를 그릴 바위를 신중하게 고른 지혜에 탄복할 수 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수천년 동안 물과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풍화 속에도 끄덕없던 반구대 암각화가 최근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1년에 4~8개월 동안 통째로 물에 잠기게 된 것. 암각화가 물 속에서 얼었다 녹기도 하고, 여름철 녹조가 낀 물이 스며들면서 암각화 표면이 급속히 부식되면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50년 전 처음 발견될 당시의 탁본과 비교했을 때 100여 곳 이상이 부서져 내려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대책이 없으면 최종 등재가 어려운 현실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포르투갈 북동쪽 코아계곡의 구석기시대 암각화 보존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코아강을 따라 17km 가량 이어진 바위에 약 2만년 전의 구석기인들이 염소, 사슴, 들소 등을 바위에 새긴 암각화로 외부에 노출된 유적지였다. 그런데 1995년 1월 수력댐 건설 공사가 시작돼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에 의한 암각화 보존 운동이 벌어졌다. 마침내 포르투갈 정부는 1997년 3억 달러 규모의 댐공사를 중단하고, 코아강 상류 지역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 대체 댐을 건설했다. 결국 1988년 코아계곡의 선사시대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김 관장은 “기록이란 문자만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 또한 당시의 생활상과 관습, 전통을 보여주는 훌륭한 기록”이라며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정신세계, 의식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 선사시대 예술품을 인류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의 장생포 앞바다는 예로부터 고래가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했고, 1962년 천연기념물 제126호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로 지정됐다. 귀신고래는 왜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새끼를 낳으러 왔던 것일까? 홍명숙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은 “울산에 고래가 많이 찾아온 이유는 울산의 명품인 돌미역과 관련이 있다”며 “옛 문헌에도 고래가 새끼를 낳고 미역을 먹기위해 찾아 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설명했다. 당나라 ‘초학기’(初學記)에는 “고려 사람은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하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국을 먹인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누군가가 고래의 배 속으로 빨려들어 갔는데 새끼를 막 낳은 어미고래의 배 속은 미역으로 가득했다. 미역으로 인해 악혈, 즉 굳은 피가 묽고 맑아져 있었다. 천운으로 살아 돌아온 그 사람에 의해 고래가 산후조리에 미역을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산모들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도록 했다”는 것이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마을’에는 상업포경이 금지된 1986년 이전의 번창했던 장생포 마을 모습을 재현했다. 고래마을에는 또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고래 해체장과 고래 기름을 짜는 고래 착유장, 고래고기를 삶아 파는 고래막, 그리고 포경선 선장과 포수, 선원의 집, 고래 연구를 위해 장생포에 머물렀던 앤드루스 박사의 하숙집 등 건물 23채가 들어서 있다. 추억의 학교와 이발소 책방 전파사 다방 등도 들어서 있다.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 공간도 상설로 꾸며져 있는 이곳에는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달고나, 오징어게임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가볼만한 곳=반구대 암각화에는 호랑이와 표범, 멧돼지, 사슴과 같은 수많은 동물도 그려져 있다. 주변에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9개의 산으로 첩첩이 둘러 싸여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간월산, 재약산, 신불산 주변의 200만 평 고원에는 대규모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특히 간월재 10만 평 규모의 억새밭에는 은빛 파도에 파묻혀 가을 낭만을 누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쏠린다.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에게 기념품으로 은화(6만5000원 상당)를 주고 있어 전국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도전하고 있다. 인기가 높아 기념은화 3만 개 중 현재 5000여개가 남아 있는데 곧 소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울산은 고래의 도시다. 장생포항에서는 1986년까지 근대 포경이 이뤄졌다. 천연기념물 제126호 ‘귀신고래 회유해면’으로 지정된 울산 앞바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의 흔적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바로 올해 발견 50주년을 맞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다.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견됐던 반구대 암각화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가득한 반구대 계곡 전체가 명승지로 지정됐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미술작품이자 신석기시대의 생활상이 타임캡슐처럼 담긴 울주 반구대 계곡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인류 최초의 고래사냥 유적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계곡은 커다란 S자를 그리는 감입곡류천(嵌入曲流川)이다. 거북의 형상인 반구대에는 조선시대 화가 정선이 ‘반구(盤龜)’라는 그림에 그렸던 수직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어 엄숙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시작점에 향유고래 모양으로 건축된 박물관이 서 있다. 영화 ‘모비딕’에서 나오는 네모난 머리를 가진 거대한 고래다. 이곳에서 암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길을 나선다. 호젓한 계곡을 따라 대숲과 중생대 공룡발자국 화석지, 천연습지가 이어진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까지 2.3km의 ‘선사문화길’은 차분하게 걸으며 수천 년 전 사람들과 정신세계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4시. 해질녘에 낮게 뜬 햇살이 바위 절벽에 비치면 음각으로 새겨진 암각화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암각화 사진 촬영을 위해 특별허가를 받고 강변까지 내려갔다. 높이 4m, 너비 8m의 바위를 캔버스 삼아 그려진 그림은 모두 300여 점. 이 중에 고래가 52마리나 그려져 있었다. 또 호랑이, 표범, 사슴, 여우, 늑대 등 각종 동물은 물론이고 배를 탄 선원,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빼곡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마치 7000년 전의 세상이 파노라마 동영상처럼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이 스킨스쿠버를 했던 것은 아닐까? 고래, 거북, 물개, 상어, 각종 물고기들이 한꺼번에 헤엄치는 모습은 바닷속에서 본 장면처럼 생생했다. 귀신고래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고 북방긴수염고래 3마리는 두 갈래로 물을 뿜고 있다. 배에 줄무늬가 선명한 혹등고래는 물 위에서 점프했다가 입수하는 특유의 ‘브리칭(breaching)’ 동작을 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고래사냥’의 전 과정이 표현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는 점이다. 고래의 등뼈 지느러미에 커다란 작살이 꽂혀 있고(사냥), 옆에는 고래를 찾기 위한 표시용 부구(浮具·가죽을 이용해 물에 뜨게 만든 기구)도 그려져 있다. 배 위에 탄 사람들이 고래를 끌고 가고(인양), 항구에 내려져 거꾸로 죽어 있는 고래의 배에 칼집을 내놓은 그림(해체)도 있다.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 부위별 해체 그림은 오늘날에도 똑같은 형태로 이뤄진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비밀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과 함께 의문점을 풀어보았다. ―과연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에 배를 만들고, 수십 t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를 사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을까. “반구대 암각화에 작살이 꽂힌 고래를 사람들이 배로 끌고 가는 장면은 암각화의 제작 시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2009년 인근의 울산 황성동 유적에서 고래 뼈가 발굴됐는데 사슴 앞다리 뼈를 갈아서 만든 작살이 꽂힌 채 발견됐습니다. 탄소연대측정을 해보니 5000∼6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창녕 비봉리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배와 노가 나오면서 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증명됐습니다.” ―암각화가 그려진 울주의 반구대 계곡은 동해까지 직선거리로 26km나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 계곡에 고래, 호랑이, 사슴 그림을 그린 것인가. “공룡 발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반구대 계곡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죠. 이곳에서 고래사냥을 가기 전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사냥에 성공하면 감사의 의미를 담은 제사를 지냈던 유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계절에 따라 어떤 동물을 잡고, 어떻게 사냥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적 역할도 포함돼 있습니다.” 선사시대 그림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다. 다섯 가지 색깔의 광물을 조합해 화려한 색상을 만들어낸 암채화(巖彩畵)다. 동굴 내부에는 어둠을 밝히기 위해 불을 지핀 흔적도 있고 붓과 팔레트까지 발견됐다. 반면 반구대 암각화는 바위에 면을 깎거나 쪼고 돌려파기를 해서 만든 작품이다. “차돌을 깨서 만든 도구를 나무뿌리나 뼈로 만든 망치로 두들겨 완성한 그림입니다. 사람들은 라스코 동굴벽화처럼 화려해야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페인팅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바위를 파내 수많은 동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훨씬 더 고급 기술이죠. 단순히 지나가다 그린 그림이 아니라 영혼을 담아 그린 그림입니다.” 그렇다면 반구대 암각화가 70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현장을 보니 알게 됐다. 암각화 윗부분에 불쑥 튀어나온 절벽이 처마처럼 비를 막아 주고 있고 왼쪽 바위도 비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 덕분에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암각화가 그려진 부분만 뽀송뽀송하다는 것. 인근의 천전리 각석도 바위가 15도가량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그림에는 빗물이 닿지 않는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암각화를 그릴 바위를 신중하게 고른 지혜에 탄복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수천 년 동안 물과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풍화 속에도 끄떡 없던 반구대 암각화가 최근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연간 4∼8개월간 통째로 물에 잠기게 된 것. 암각화가 물속에서 얼었다 녹고, 여름철 녹조가 낀 물이 스며들면서 암각화 표면이 급속히 부식되고 있다. 50년 전 처음 발견될 당시의 탁본과 비교했을 때 100곳 이상이 떨어져나가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 대책이 없으면 최종 등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 관장은 “기록이란 문자만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 또한 당시의 생활상과 관습, 전통을 보여주는 훌륭한 기록”이라며 “당시 사람들의 뛰어난 정신세계, 의식세계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 선사 예술품을 인류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볼 만한 곳 반구대 암각화에는 호랑이와 표범, 멧돼지, 사슴 같은 수많은 동물도 그려져 있다. 주변에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9개의 산으로 첩첩이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간월산 재약산 신불산 주변의 661만 m²(약 200만 평) 고원에는 대규모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특히 간월재 33만 m²(약 10만 평) 규모의 억새밭에는 은빛 파도에 파묻혀 가을 낭만을 누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쏠린다.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자에게 기념품으로 은화(6만5000원 상당)를 주고 있어 전국에서 도전자들이 나서고 있다. 글·사진 울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오랜만이야!”. 시작하는 연인 사이에는 단 하루도 오랜만으로 느껴지고 수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린 시절의 친구는 오랜만이지만 어제 만난 듯 느껴진다. 10년이라는 세월도 그렇다. 십년 동안 준비해 온 새로운 예술세계를 선보이는 김태규, 사마손, 정직성 작가의 3인전 ‘오랜만이야’(Long Time No See)가 열린다. 28일까지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최세영 갤러리. 자연순환운명학을 창시한 호호당(好好堂) 김태규 작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자아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여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하는 단위’라고 설명한다. 암담한 시절을 겪은 사람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희미하게 빛이 비추기 시작하게 되는 시간이고,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좌충우돌의 시절을 지낸 사람에게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화려한 시절을 보내던 사람이라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이고,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은 인생의 허무함과 방향 상실을 맛보는 세월이기도 하다. 김태규 작가는 다양한 경험 끝에 이제 60대 중반에 새로운 길에 나섰다. 어린 시절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화가를 꿈꿨지만 바램대로 미대에 진학할 수 없었다. 명문대 법대에 진학했고,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고 잠시 컨설팅 사업에 몸담기도 했다. 동서고금의 문화와 과학을 섭렵하여 ‘자연순환운명학’을 만들어낸 그는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작년에 첫 전시회를 열면서 무려 60년 만에 이루었다. 호호당이라는 별호(別號)를 짓고 남부끄럽지 않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수만 번이라도 붓질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딱 10년 만의 일이다. 김태규 작가의 풍경화는 지난 세월 속에서 만났던 오래된 풍경들이다. 수채화 물감과 함께 전통 재료인 먹을 써서 산수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순간순간 변하지만 늘 아름답고 신비로운 바람과 구름과 물의 흐름을 통해 작가의 마음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찬란한 순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사마손 작가는 청년 시절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2011년까지 네 차례 개인전을 열며 활동하다가 지난 10년 간 침묵하면서 자신의 소망과 염원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탐구하였다. 두텁고 꼼꼼한 채색을 통해 만들어진 층이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형성하면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공간이 탄생한다. 이 공간은 소중한 의미를 담은 사물들을 보관하는 비밀의 방이기도 하면서 드리워진 커튼을 젖히면 소중한 사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은 무대가 되기도 한다. 사물들은 대개는 익숙한 것들이지만, 익숙하지 않더라도 작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림 속에는 작가의 삶의 여러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보는 이에게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정직성 작가는 활발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중견 화가. 작가는 10여 년 전 우연히 얻은 옛 자개장에서 나전칠기 기법의 매력에 빠져들어 자개장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나전칠기 기법을 회화의 맥락으로 전용하여 새로운 그림으로 재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옛사람들의 상징물을 사물에 장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개와 옻칠로 자연의 힘과 역동성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빛을 머금은 아름다운 자개의 파편으로 명멸하는 생명력과 숭고함을 표현하는 회화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에게 모두 뜻깊은 ‘오랜 시간’에 대한 전시이다.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펼치고, 오랜 침묵 끝에 다시 비밀의 방을 열었으며, 사라져가는 기법을 되살려 새로운 그림으로 탄생시켰다. 세 작가가 보낸 오랜 시간의 의미를 작품으로 즐기는 전시회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629km 이상 떨어진 에든버러성은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가파른 절벽이 성의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천혜의 요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벌인 수많은 전쟁사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매해 8월 국제페스티벌이 열려 골목마다 연극, 퍼포먼스, 마술쇼, 군악, 연주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요즘 같은 쌀쌀한 가을 카페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를 탄 커피 한 잔이면 몸이 따뜻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원장 이주명)은 지난달 27일 ‘2021년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우수사례’ 13건을 선정했다. 농산물우수관리(Good Agricultural Practices·GAP) 제도는 농산물의 생산 수확 유통 단계에서 농약이나 유해미생물 등으로 인한 농산물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토양 용수 등 재배 환경과 종자 비료 등 농업자재, 선별 포장 등 작업 과정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다. 이번에 선정된 우수사례 13건은 생산 부문 7건, 유통 부문 4건, 학교급식 부문 2건이다. 생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충북 진천의 ‘농업회사법인 ㈜썬메이트’는 GAP 인증 이후 천적 및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이용한 농산물과 토양 등 재배 환경의 위해 요소 제거, 수확 시기 통일을 통한 등급별 품질 고급화 등으로 수출량이 29% 증가한 성과로 선정됐다. 금상을 수상한 ‘금성인삼연구회’(충남 금산)는 GAP 인증 기준에 따른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농약 사용 시 3차에 걸쳐 살포 시기 및 방법 확인, 재배지에 위험물질 유입 차단을 위한 인증표시 및 안전관리 표지판 설치 등을 통해 출하량이 39% 증가했고, ‘문산최고품질쌀단지’(경기 파주)는 GAP 인증 기준 종자, 농약 관리, 병충해 방제 관리, 작업환경 자체 점검, 전문검사원의 벼 품질관리 컨설팅을 통해 매출액이 32% 증가했다. 은상은 ‘가고파수출영농조합법인’(경남 창원), ‘송라보경산딸기영농조합법인’(경북 포항)이 수상했고, 동상은 ‘㈜머쉬텍’(강원 횡성)과 ‘임실군조합공동사업법인APC’(전북 임실)가 수상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4곳이 수상했다. 온라인 유통 부문 금상에는 GAP 전담 인력 운영 및 GAP 인증 농산물 특별관을 운영한 ‘남도장터’(전남 무안)가, 은상에는 ‘11번가’(서울 중구)가 선정됐다. 오프라인 유통 부문 금상은 GAP 인증 시설을 통한 위생·안전관리 등으로 청과물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현대그린푸드’(경기 용인)가 받았고, 은상은 ‘고맛나루공주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충남 공주)이 선정됐다. 올해 처음 선정한 학교급식 부문에서는 GAP 농산물 구매 실적, 취급 확대 노력,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등을 고려하여 2개 학교를 뽑았다. 금상은 예산전자공업고교(충남 예산), 은상은 대구도원초교(대구 달서)가 수상했다. 대상(1건)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과 500만 원의 포상금이 수여되며 금상(5건)은 농식품부장관상과 각 300만 원, 은상(5건)은 농식품부장관상과 각 200만 원, 동상(2점)은 농관원장상과 각 150만 원이 수여된다. 또한 우수사례집(e-book)을 제작해 배부하고, 농관원 홈페이지와 GAP정보서비스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농관원 이주명 원장은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GAP 인증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GAP 인증 우수사례 발굴 및 소비자 신뢰 제고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불고기 라면에 소주 칵테일, 후식은 달고나…. 지난달 31일 폐막한 제6회 런던 동아시아영화제(LEAFF·집행위원장 전혜정) 기간 동안 K-푸드가 영국 현지 관객들의 입맛을 저격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로 이미 친숙해진 농심 라면은 현지에서 새로운 퓨전 메뉴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Taste of Asia)’를 선보였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유명 백화점 셀프리지 안에 있는 영화관에서 불고기 라면과 소주를 재료로 한 한국 요리가 나왔다.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 특별 행사로 영화 관계자, 런던 푸드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식전주로 소주 칵테일에 이어 이날의 메인 음식 ‘불고기 신라면’과 ‘순라면 크로켓’이 나왔다. 불고기 신라면은 신라면에 불고기와 새송이 버섯, 통깨 소스를 더한 음식으로 ‘신라면 온 파이어(Shin Ramyun on Fire)’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메뉴다. 신라면 온 파이어는 영화관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물을 빼고 볶은 신라면에 불고기를 얹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스테이크를 곁들인 짜파구리에 이미 익숙해진 외국인 관객들은 매운 신라면과 불고기의 색다른 조합에도 환호했다. 한 영국 출신 푸드 인플루언서는 “신라면의 매콤한 맛에 불고기 소스와 통깨 소스의 단맛이 잘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맛이 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라면인 순라면은 비건 메뉴 ‘순라면 인 크로켓’으로 태어났다. 순라면을 비건 치즈와 섞어 치즈볼로 튀겨낸 것을 야채 샐러드 위에 얹은 음식이다. 접시 위 크로켓을 반으로 가르기 전까지는 라면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놀라움과 즐거움을 더한다. 순라면 인 크로켓은 비건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라면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가 관객들에게 제공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즉석에서 ‘뽑기’에 열중하던 현지 관객들 중 특히 우산모양 뽑기에 성공한 관객이 기뻐하자 주변에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시식회는 민규동 감독의 영화 ‘간호중’ 시사회와 함께 열려 음식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각광을 받았다. 이날 관객들에게 신라면 불고기와 순라면 크로켓을 선보인 셰프는 원주영, 곽호건, 조수진 셰프다. 런던 르코르동 블뢰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원주영 셰프는 런던 힐턴 온 파크 레인 호텔 최고급 프랑스식 레스토랑인 ‘갤빈 앳 윈도스’를 7년 동안 이끌며 미슐랭 1스타 주방장으로 활약했다. 원 셰프는 “아시아 영화와 더불어 음식으로 영국에 한국 및 아시아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은 런던 동아시아영화제는 ‘유체이탈자’ ‘광대: 소리꾼 감독판’ 등 다수의 한국 영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화 33편을 오데온 극장, 셀프리지 백화점 영화관, 치스윅 시네마 등 런던 시내 중심가 극장 일대에서 상영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원장 유준상)이 6일 미래의 화이트햇 해커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사이버 가디언즈 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를 선도할 청소년 대상으로 개최하는 ‘사이버 가디언즈 콘퍼런스’는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회 차를 맞이했다. △기조강연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국가보안기술연구소 김인중 박사) △진로특강 ‘클라우드 보안 로드맵과 인재 육성’(양혁재 테이텀 대표) △선배와의 대화(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서호진 학생)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의 노르망디에 있는 항구도시 옹플뢰르에는 요트와 수많은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를 따라,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옹플뢰르는 인상파의 선구자 외젠 부댕,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개척한 에리크 사티, 상징주의 선구자 보들레르 등이 살았던 곳이다. 항구 주변 카페에서 칼바도스(브랜디)로 절인 사과를 얹은 크레페에 시드르(발포성 사과 주스)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운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아저씨, 밀양이라는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 “뜻요? 뭐 우리가 뜻 보고 삽니까? 그냥 사는 거지.”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영화 ‘밀양(密陽)’의 영어 제목은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이다. 이 영화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은 극 중에서 상대역 배우 송강호에게 ‘밀양’에 와서 살게 된 이유를 밝힌다. ‘비밀의 햇볕’은 신(神)의 은총과 구원, 용서, 인간의 나약함을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영화 ‘밀양’ 덕분에 경남 밀양은 여행자들에게 비밀 같은 신비로움 가득한 곳으로 다가온다. 원래 ‘밀양’의 ‘밀’자는 ‘빽빽할 밀(密)’이라고 한다. 볕이 빽빽하고, 촘촘하게 드는 양지 바른 곳이라는 의미다. 밀양강가 영남루에 앉아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을 보고 있자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신비스러운 빛이든, 빽빽한 볕이든, 밀양은 가을날의 따스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시크릿 호수, 위양못 거울처럼 물에 비치는 하늘과 구름, 숲. 데칼코마니처럼 비친 풍경은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알 수 없다. 1.8km에 이르는 위양못 둘레길을 걷다 보면 울창한 고목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야말로 ‘시크릿 선샤인’처럼 느껴진다. 밀양시 부북면의 ‘위양못’은 통일신라 때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축조된 저수지다. 어느 곳을 보아도 서정적이고 동화 같은 풍경에 조선시대부터 풍류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던 곳이다. 팽나무, 소나무, 이팝나무 고목들이 우거져 있고, 버드나무가 호수에 머리를 감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수묵 담채화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위양못에 사진작가들이 몰리는 시기는 이팝나무 꽃이 피는 5월이다. 그러나 붉은 단풍이 들어가는 가을에도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의 남녀 주인공인 이준기와 아이유가 다정한 모습으로 거니는 장면을 촬영할 정도로 풍류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30분 정도 걸리는 호수 둘레길 걷기는 칠암교를 건너 저수지의 섬에 있는 완재정(宛在亭)에서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안동 권씨의 재실로 1900년에 지어진 정자인데, 팔작지붕 건물 주변으로 돌담을 쌓아 그 너머로 보이는 위양못이 그림 같은 풍경을 던져준다. 특히 저수지 풍경이 내다보이는 정자 앞 쪽문은 ‘인생 샷’을 남기는 포토존으로 인기다.○돌 물고기 떼가 퍼덕퍼덕 뛰는 만어사 운해밀양시 삼랑진읍 만어사를 찾아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길이었다. 해발 674m 만어산 8분 능선까지 차로 올라가 만어사 절 앞에 서니 구름에 싸인 영남 알프스의 산봉우리들이 발아래 놓여 있다. 그런데 절집보다 먼저 수만 개의 돌들이 여행객을 맞는다. ‘시커먼 돌 물고기 떼가 퍼덕퍼덕 산꼭대기로 뛰어 오르는 곳’이라고 해서 이 절의 이름이 ‘만어사(萬魚寺)’다. 실제로 만어사 대웅전 아래를 내려다보니 중형차, 소형차만 한 크고 작은 바위들이 폭 100m, 길이 500m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 돌들이 마치 고래나 상어, 참치처럼 헤엄치며 산에 오르고 있는 형상이다. 운해(雲海)가 가득한 날이면 영락없이 바닷물 위로 돌들이 주둥이를 내밀고 있는 물고기처럼 보인다고 한다. 맞배지붕 형식으로 지어진 만어사의 대웅전과 3층 석탑은 소박하지만 기품이 있다. 그러나 만어사에서 더 중요한 가람은 ‘너덜겅’(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이다. ‘삼국유사’ ‘동국여지승람’에도 이곳 너덜바위 이야기가 나온다. 동해 용왕의 아들이 신통한 스님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마련해 달라고 간청한 뒤 길을 떠나니 수많은 물고기 떼가 그 뒤를 따랐다. 그가 멈춘 곳이 이곳 만어사였다. 왕자는 미륵불로, 물고기들은 크고 작은 바윗돌로 변했다. 절에서는 수많은 돌들을 미륵의 설법을 듣는 물고기에 비유한다. 실제로 미륵전 아래 첩첩이 쌓인 경석(硬石)을 두드려 보면, ‘땡땡땡’ ‘탁탁탁’ 등 맑은 종소리가 나거나 목탁 소리가 난다. 만어사의 바위들을 보면 돌로 두드린 하얀 자국들이 보인다. 대웅전 앞 삼층석탑도 경석으로 만들어서 쇳소리가 난다. 만어사의 돌은 미륵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중생들의 깨달음을 향한 끊임없는 정진을 뜻하는 게 아닐까. 돌을 두드리는 청명한 소리가 가을의 산사에 울려 퍼진다. ○은행나무가 물들어 가는 금시당 밀양시 활성동으로 들어서면 굽어 흐르는 밀양강을 건너 산자락에 금시당(今是堂)이 보인다. 금시당은 1566년 조선 명종 때 학자로 좌승지를 지낸 이광진 선생(1517∼?)이 만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산수와 함께 조용히 학문을 닦고 제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돌아가자!/전원이 점점 황폐해지려는데/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 아직 멀리 벗어나지는 않았으니/지난 것 잘못되었음에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하리라.’ 이광진 선생의 호인 금시당은 중국 당나라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온 구절이다. 젊은 시절 벼슬을 하며 세파에 시달렸으니, 지금부터라도 자연과 더불어 바른 길을 가겠다는 그의 단호한 의지가 읽힌다. 옛날 중국에 공자가 제자들에게 학문을 강론하던 단을 행단(杏檀)이라 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서원이나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어 학문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금시당에도 이광진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450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몸통 둘레가 5.1m, 높이는 22m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담장 너머로 밀양강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금시당은 해마다 11월이면 황금빛 단풍잎을 우수수 쏟아내는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가볼 만한 곳 밀양 시내를 관통하는 밀양강은 요즘 노란색 해바라기와 분홍, 빨강, 보랏빛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꽃밭이 여행객을 부른다. 밀양강 주변인 산외면에 있는 기회송림 유원지는 캠핑장으로 인기가 높다. 입구에는 영화 ‘밀양’에서 신도들의 야외집회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유원지에는 수령 120년 된 소나무 9500여 그루가 빽빽이 들어서 숲속에서 향긋한 솔잎향을 맡으며 텐트 치고 야영할 수 있다. 기회송림 유원지 근처에는 밀양 맛집 ‘솔밭만두’가 있다. 숙성된 남해마늘과 표고버섯 육수로 만든 꽃새우만두와 영덕게살수프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인근 ‘솔솔카페’에서 ‘솔잎향 그득 에이드’를 마시면 소나무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경남 양산시 대운산 자연휴양림에 있는 ‘숲애서’는 명상과 요가, 영양관리를 통해 휴식과 산림치유, 건강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숲 치유길은 편도 600m 길이로,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글·사진 밀양=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불고기 라면에 소주 칵테일, 후식은 달고나….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LEAFF·집행위원장 전혜정) 기간 동안 K-푸드가 영국 현지 관객들의 입맛을 연일 저격하고 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로 이미 친숙해진 농심 라면은 현지에서 새로운 퓨젼메뉴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Taste of Asia)’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유명 백화점인 셀프리지 안에 있는 영화관인 ‘셀프리지 시네마’에서 불고기 라면과 소주를 재료로 한 한국 요리가 나왔다. 제6회 런던 아시아영화제 특별 행사로 영화 관계자, 런던 푸드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우선 식전주로 소주 칵테일에 이어 이날의 메인 음식 ‘불고기 신라면’과 ‘순라면 크로켓’이 나왔다. 불고기 신라면은 신라면에 불고기와 새송이 버섯, 통깨 소스를 더한 음식으로 ‘신라면 온 파이어(Shin Ramyun on Fire)’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메뉴다. 신라면 온 파이어는 영화관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물을 빼고 볶은 신라면에 불고기를 얹었다. 불고기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음식으로 영국인들도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스테이크를 곁들인 짜파구리에 이미 익숙해진 외국 관객들은 매운 신라면과 불고기의 색다른 조합에도 환호했다. 한 영국 출신 푸드 인플루언서는 “신라면의 매콤한 맛에 불고기 소스와 통깨 소스의 단 맛이 잘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맛이 됐다”며 찬사를 보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라면인 순라면은 비건메뉴 ‘순라면 인 크로켓 (Soon Ramyun in Croquette)’으로 태어났다. 순라면을 비건 치즈와 섞어 치즈볼로 튀겨낸 것을 야채 샐러드 위에 얹은 음식이다. 접시 위 크로켓을 반으로 가르기 전까지는 라면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놀라움과 즐거움을 더한다. 런던의 거의 모든 레스토랑엔 비건 메뉴가 있을 만큼 유럽에서 비건은 보편적인 음식이다. 순라면 인 크로켓은 채식음식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라면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달고나가 관객들에게 제공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즉석에서 ‘뽑기’에 열중하던 영국관객들 중 특히 우산모양 뽑기에 성공한 관객이 기뻐하자 주변에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시식회는 민규동 감독의 영화 ‘간호중’ 시사회와 함께 열려 음식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 세계의 온갖 다양한 문화가 꽃피는 런던에 걸맞는 이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9년 런던 아시아영화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보면서 런던 시민들이 컵라면과 소주를 시식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는 신라면 시식회 때 셰프에게 자세한 조리법을 묻는 푸드 인플루언서들의 질문이 쏟아져 한국 영화 속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분위기였다. 이날 영국 관객들에게 신라면 불고기와 순라면 크로켓을 선보인 셰프는 원주영, 곽호건, 조수진 셰프다. 런던 르꼬르동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원주영 셰프는 런던 힐튼 온 파크 레인 호텔 최고급 프랑스식 레스토랑인 ‘갤빈 앳 윈도즈 (Galvin at Windows)’를 7년 동안 이끌며 미슐랭 1스타 주방장으로 활약했다. 미슐랭 스타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선정 과정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호텔레스토랑 평가 지표다. 곽호건, 조수진 셰프도 런던에서 일하며 현지 입맛과 한식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요리를 선보여왔다. 농심의 특별 메뉴 개발을 담당한 원주영 헤드 셰프는 “아시아 영화와 더불어 음식으로 영국에 한국 및 아시아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며 “영국인들도 집에서 농심 라면을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 메뉴는 런던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셀프리지 백화점 영화관(The Cinema at Selfridges)과 대표적인 주거지역에 위치한 치즈윅 시네마(The Chiswick Cinema)에서 영화제 마지막 날인 10월 31일까지 제공된다. 올해로 제6회를 맞은 런던동아시아영화제는 21~31일 ‘유체이탈자’, ‘광대: 소리꾼 감독판’ 등 다수의 한국 영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화 33편을 오데온 극장, 셀프리지스 백화점 영화관, 치스윅 시네마 등 런던 시내 중심가 극장 일대에서 상영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아파트 관리비, 이동통신, 렌털, 보험, 스쿨뱅킹, 학습지, 넷플릭스, 왓챠, 멜론…. 매달 납부해야 하는 생활요금에 대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삼성카드 달달할인’(사진) 신용카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월 내야 하는 생활요금을 자동납부로 결제하면 자동납부 연결 건수 및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 최대 3만5000원 할인해 주는 신용카드다. 혜택이 적용된 결제금액에 대해서는 전월 실적에서 제외하는 최근 출시된 할인형 카드들과 달리 ‘삼성카드 달달할인’은 할인 혜택이 적용된 생활요금 결제 금액도 모두 전월 실적에 포함시켜 보다 쉽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할인점, 주유, 병원·약국 등 생활필수 업종 이용 시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1만5000원까지 5%의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최근 언택트 추세에 맞추어 디지털구독 서비스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와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쇼핑몰 멤버십 비용을 정기결제로 이용할 경우 최대 5000원까지 5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 달달할인’의 연회비는 국내 전용, 해외 겸용(마스터카드) 모두 2만9000원이다. 할인 항목별 전월 실적 금액에 따른 할인 한도 및 자세한 할인 대상 가맹점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강원도와 동해시가 주최하는 ‘2021 동해바다 국제 아트 프리비엔날레’가 23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춘천 강원디자인진흥원과 동해시에서 열린다. ‘물결(WAVE)’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국내외 유명 작가 200여 명이 참가해 포스터(동해문화예술회관), 일러스트레이션(연필뮤지엄), 깃발(해랑전망대 주변 야외) 등의 작품을 공개한다. 동해문화관광재단 심규언 이사장은 “2021 동해바다 국제 아트 프리비엔날레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펼쳐지는 동해시로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여행 위주로 관광산업이 재편됐다. 특히 제주도와 강원도 같은 곳에서 공유숙박으로 집을 빌려 잠시 머물거나 살아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며 여행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공유숙박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 ‘주류’ 여행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한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을 통해 한국에서 유발된 직접적인 경제적 영향은 한 해 약 1조37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공유숙박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110조 원에 이른다. 공유숙박이 단순한 민박 서비스의 개념을 넘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공유숙박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에어비앤비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상장에 성공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같은 도시지역에서는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관광객을 받을 수 없는 제도 때문이다. 도시지역의 공유숙박은 관광진흥법 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만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마저 끊기자 도심 내 공유숙박 개인사업자들은 2년간 잠정 폐업상태에 몰려 있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는 관련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16년 정부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도시지역 ‘공유민박업’ 신설을 추진한 이후 국회에서 총 4회 도심 내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을 위한 발의가 이루어졌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 정부에서도 공유경제 활성화, 혁신성장, 관광산업 규제혁신 추진 방안 중 하나로 내국인 공유숙박 제도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진전이 없다. 또한 기존 숙박업계(모텔업계 등)의 반발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내국인 공유숙박’의 경우 연간 180일만 운영하는 조건으로 수년째 유사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통과되지 않고 있다.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 7대 도시(서울 부산 광주 대구 인천 울산 대전)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코로나19 이후 국내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도심 내 공유숙박 활성화와 관련 산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응답자의 87.8%는 외국인 입국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외국인도시민박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유숙박업이 은퇴자들, 전업주부, 청년층 등 구직이 어려운 개인에게 남는 방 등 유휴공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해 소득 창출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77.4%가 동의했다. 국내 관광객의 활발한 국내여행은 관광산업의 활성화에 큰 토대가 된다. 실제 일본은 2012년 외국인 관광객 수가 836만 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3190만 명으로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이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 관광을 부흥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내국인을 위한 국내여행 시장 인프라는 미비한 실정이다. 경희대 관광산업연구원 서원석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2.6%가 공유숙박을 원하고 있는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국내 관광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내국인도 자유롭게 새로운 국내 여행 트렌드를 형성해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주택을 숙박용으로 제공하는 ‘공유숙박업’으로는 도시 지역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농어촌 지역의 ‘농어촌민박업’, 한옥을 이용하는 ‘한옥체험업’이 있다. 하지만 도시지역에서는 이름 그대로 외국인에게만 허용되고 있어 정부와 국회는 관련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독일 바이에른의 주도인 뮌헨은 맥주의 도시, BMW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뮌헨 여행은 마리엔 광장에서 시작된다. 네오고딕 양식 건축물인 뮌헨 신시청사 시계탑 인형춤은 즐거운 볼거리 가운데 하나. 사람 크기의 인형들이 펼치는 공연은 빌헬름 5세 시대 기마전이나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약 10분간 펼쳐지는 인형춤을 보려는 인파로 마리엔 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SPC삼립이 대표적인 겨울철 ‘국민간식’으로 손꼽히는 삼립호빵 이미지와 잘 맞는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선정하고, 신제품 23종을 출시했다. SPC삼립은 ‘발효미(米)종 알파’를 개발해 호빵 전 제품에 적용했다. 특허받은 토종 유산균과 우리 쌀에서 추출한 성분을 혼합한 ‘발효미종’에 쌀 당화액(쌀과 누룩의 발효로 생성된 당)을 더한 ‘발효미종 알파’로 쌀 특유의 감칠맛과 촉촉한 식감을 더욱 살렸다.삼립호빵은 올해도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제품을 선보인다.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매운맛 호빵이 그중 하나다. 매콤한 고추장과 부드러운 생크림을 더한 ‘로제호빵’, 미국 내슈빌 지역의 핫치킨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알싸한 고추 맛의 ‘내슈빌호빵’, 농심과의 컬래버레이션 일환으로 매콤한 비빔면 소스를 활용한 ‘배홍동호빵’ 등을 출시한다. 제품 패키지에 유재석의 부캐(부캐릭터) 콘셉트를 반영해 재미를 더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된 맛을 적용한 호빵도 내놨다. 민초단(민초와 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 트렌드에 맞는 ‘민트초코호빵’, 할매 입맛을 반영한 해표 협업 ‘들기름 매콤왕호빵’과 ‘참기름 부추왕호빵’ 등이다. 2000년대 추억의 캐릭터 ‘홀맨’을 활용한 ‘꿀씨앗호빵’, ‘단호박치즈호빵’, ‘구름소다호빵’ 등 레트로 감성을 담은 제품도 출시했다. 이 외에도 최근 집밥·혼밥 문화에 따라 간편하게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식사형 호빵’도 출시했다. 100% 국내산 돼지고기와 양배추를 넣은 ‘한돈고기호빵’, 돼지고기와 부추를 듬뿍 넣은 ‘고기가득만빵’, 한국인들의 소울푸드를 모티브로 만든 ‘찜갈비호빵’, ‘김치제육호빵’, ‘오모리김치만빵’ 등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