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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1이 지났건만 여전히 미미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 아직 기회는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시작한 KBS2 ‘화랑’은 방영 전부터 여러모로 관심이 컸다. 소재가 일단 삼국시대 신라의 화랑(花郞) 아닌가. 꽃처럼 아름다운 인재들, 캬. 그에 걸맞게 박서준 박형식 최민호 등 청춘스타가 대거 포진했다. 게다가 소문엔 중국 LeTV에 ‘태양의 후예’보다 후한 가격에 팔린 100% 사전 제작 작품. 흥미 끌 만한 요소는 차고 넘쳤다. 스토리도 살짝 뻔하긴 하나 인기를 모을 맥락은 제법 갖췄다. 죽은 친구(이광수)의 신분으로 세상에 뛰어든 선우(박서준)와 그를 오라비로 알면서도 연정을 느끼는 아로(고아라). 왕후의 섭정에 고뇌하며 세상을 떠돌던 진흥왕 삼맥종(박형석). 이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화랑을 둘러싼 권문세족의 암투, 로맨스와 브로맨스가 뒤섞이고 코믹에서 정통멜로, 정치 장르까지 다 건드린다. 한국 특유의 ‘비빔밥’ 사극이 또 한번 맛깔 나게 차려졌다. 허나 청룡언월도에 적토마까지 타고 나섰는데 상대가 하필 ‘람보’였다니. 이미 월화드라마는 한 달 앞서 시작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점령한 상태였다. 멀리서 쏴대는 M60 총탄에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하는 형국. 3일 ‘낭만…’은 시청률 25.1%(닐슨코리아)까지 찍으며 포효하고 있건만 ‘화랑’은 8.0%로 잔걸음만 총총댄다. 그런 뜻에서 ‘화랑’에게 지난해 12월 27일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하루였다. 7%대였던 시청률이 이날 하루만 13.1%까지 치솟았다. 허나 다음 날 다시 7.5%로 내려앉으며 이 작품이 고전하는 원인은 분명해졌다. 그날은 ‘낭만…’이 연말특집으로 결방했던 것. 묘하게 이날부터 ‘화랑’은 한중 동시방영도 멈춰버렸다. 중국 측이 잘 내보냈던 작품을 갑작스레 내려버렸다. KBS 관계자는 “현지에서 별다른 통보가 없어 현재는 사태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칙적으로 계약위반은 맞으나 일단 추이를 지켜본 뒤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럼 ‘화랑’은 거함 ‘낭만…’의 시대가 끝나길 마냥 기다려야 하나. 그럼 축복의 그날처럼 시청률도 반등할까. 가능성은 적지 않다. 다소 강약 조절이 안 되던 드라마가 3일 6회부터 ‘화랑’이란 사관학교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는 역시 호그와트에 있어야 제맛.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땀과 눈물로 뒹구는 묘미가 조금씩 살고 있다. 게다가 초기부터 박서준 고아라 등 주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산만한 캐릭터가 조금만 가다듬어진다면 근사한 후반전을 기대해 봄 직하다. 다만 비빔밥 사극이 아무리 대세라지만 온갖 나물을 모두 버무리는 방식은 그만뒀으면 좋겠다. 바로 앞 신에서 세상의 고통에 힘겨워하다가 곧장 낄낄대며 장난질하는 건 연기자들조차도 갈피 잡기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알바’ ‘미식축구’ 같은 요즘 말을 사극에 갖다 쓰는 개그코드는 2006년 영화 ‘음란서생’ 이후 이젠 식상한 수법이다. 사전 제작이라 전체 틀을 바꾸긴 어렵더라도, 편집에서라도 좀 더 다듬어야 반격의 가능성도 높아지리라. 아무리 화랑이라도 전열을 갖추지 않으면 오합지졸과 진배없다. ★★☆(★ 5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는 한국 방송의 설계자이며 개국 전문가다. 한국 방송은 그가 깔아놓은 길을 따라 걸어왔다.”(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방송계의 산증인이자 채널A의 전신인 동아방송(DBS)의 초석을 놨던 최창봉 한국방송인회 이사장(사진)이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1925년 평북 의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홀로 월남해 고려대 영문학과에 다니다 6·25전쟁 때 군에 입대했다. 전쟁이 끝난 뒤 1954년 국방부 군 방송실장을 맡아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최창봉의 삶이 한국 방송의 삶”(장한성 한국방송인회장)이란 말처럼 고인은 대한민국 방송사(史)를 열고 펼치고 닦은 인물이었다. 1956년 국내 최초의 TV 방송사인 HLKZ의 개국을 주도했으며, 역시 최초의 TV 드라마인 ‘사형수’ 연출을 맡은 한국 TV PD 1호였다. 이후 MBC 라디오 개국 기초를 닦은 뒤 개국 한 달을 앞두고 1961년 군사정권에 징발돼 국영TV KBS 개국 준비 책임자가 되기도 했다. 40년 가까운 고인의 방송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1963년 동아방송 개국이었다. 고인의 자서전 ‘방송과 나’(2010년)에서 “동아방송은 1980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 문을 닫을 때까지 17년 7개월이란 제한된 기간에 우리 방송 문화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방송”이라고 회고했다. 고인의 방송 인생에서 ‘앵무새 사건’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가 신설한 프로그램 ‘앵무새’는 국내 최초의 라디오 칼럼. 당시 군사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담당 실무자들과 옥고를 치렀다. 1967∼1975년 동아방송 PD로 일했던 김학천 전 EBS 사장은 “고인 덕분에 광고나 청취율, 옆(군사정권)의 간섭에 휘둘리지 않고 올곧은 방송을 만드는 대단한 축복을 누렸다”고 돌아봤다. ‘국민배우’ 최불암 동아방송예술대 석좌교수는 “선생님과 함께 했던 술자리가 그립다. 선생님의 남자다운 모습을 그리워하고, 선생님의 결단력과 고집을 사랑한다”고 추모했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라디오와 TV, 국영과 민영, 공영방송을 두루 섭렵한 거의 유일한 방송인이다. 방송사에 끼친 그의 업적과 족적은 전설로 남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7년 금관문화훈장을 비롯해 충무무공훈장(1953년) 보관문화훈장(1979년)을 받았다. 호암문화상(1993년) 월남장(2003년) 방송위원회대상 특별상(2007년) 대한언론인회 언론공로상(2008년)도 수상했다. 유족은 영이 영경 영진 씨 등 3녀.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발인은 31일 오전 7시. 02-2072-2011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어벤저스 집합(Avengers, Assemble)!” 심장이 벌렁벌렁하다. 드디어 TV 시사예능에도 ‘어벤저스’라 부를 만한 조합이 탄생했다. 27일 오후 11시 첫 포문을 여는 채널A 신규 프로그램 ‘외부자들’에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시사평론가들이 ‘입담 불꽃쇼’를 펼쳐 보인다. ‘내부자는 보지 못하는 각종 시국 현안의 큰 그림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명쾌하게 풀어본다’는 취지를 가진 ‘외부자들’은 출연 명단이 공개됐을 때부터 화제를 불렀다. 전여옥 정봉주 안형환 전 의원과 진중권 동양대 교수. 딱히 설명 달 필요도 없는, 이름 석 자로도 파괴력을 지녔다.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엔 “도대체 이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냐”는 의심(?)의 글도 쏟아졌다. 여기에 평소 정치사회적 이슈에 소신 발언을 해왔던 개그맨 남희석의 MC 낙점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그럴 만했다. 전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다 강력한 비판을 하며 결별했던 이력으로 최근 뜨겁게 재조명받는 인물. 같이 출연한 진 교수조차 “현재 가장 다시 주목받는 정치인”이라 말할 정도다. 화제성이라면 정 전 의원도 뒤지지 않는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활약해온 정 전 의원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수배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기자 출신으로 채널A ‘안형환의 시사포커스’를 진행하는 안 전 의원과 정연한 논리로 ‘모두 까기’ 신공을 발휘하는 진 교수까지. 센 캐릭터를 가진 이들 사이에 내분이 벌어질까 걱정될 정도였다. 첫 녹화 현장에 모인 ‘독수리 5형제’는 초반 탐색전이 시작되나 싶더니 곧장 서로의 청룡언월도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최순실 사태부터 특검과 국정조사까지 거칠 게 없었다. 남 MC는 “냉철하게 비판하면서도 웃음과 활력을 놓치지 않는 명인(名人)들의 공연을 본 기분”이라며 “‘몸 풀기’에 해당하는 첫 회가 이 정도니 앞으로 엄청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녹화 4시간 동안 출연자들은 그들 나름의 정세분석으로 막혀 있던 궁금한 사안들을 뻥뻥 뚫어준다. 특히 조기대선 판도까지 점치는 대목은 압권이다. 정 전 의원이 판을 키워 공세를 열어가는 플레이메이커라면, 전 전 의원은 골을 터뜨리는 확실한 스트라이커, 진 교수는 날카로운 슈팅까지 겸비한 패스마스터, 안 전 의원은 철벽수비에 오버래핑까지 탁월한 풀백이었다. ‘한때는 내부자였던’ 외부자인지라 들려주는 비화들도 재미있다. 전 전 의원이 언론인 시절 당시 야인이던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과 식사를 했던 에피소드나 정 전 의원이 짜장면 먹다가 현상금 건 사연 등은 놓치면 아쉽다. 김군래 PD는 “진영을 뛰어넘는 최고의 훈수꾼들이 팩트를 바탕으로 토론을 벌였다”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시사예능을 기대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첫 방송은 특집 편성돼 90분간 방영할 예정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빠가 우리 아빠여서 너무 감사해요.” 채널A와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 주관한 ‘아빠에게 편지로 말해요’ 캠페인 시상식이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채널A 인기 프로그램 ‘아빠본색’의 시청자 참여 이벤트로 무려 2600여 명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담은 사연을 보내왔다. 수상자는 △채널A 대상 김소현(서울 서문여중 3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대상 권태린(경기 안양시 벌말초 5년) △우수상 박민영 오명유 이종혁 송은주 이유진 나종옥 등이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을 비롯해 이춘호 한국우편사업진흥원장과 임채청 채널A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지난달 9일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툰 ‘아일랜드 2부’는 두 손 모아 기원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래, 아직 초반일 뿐이야.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거라 증명해주길. 제발. 무려 15년을 기다렸단 말이다. 윤인완 양경일 콤비의 ‘아일랜드’는 엄청난 만화였다. 1997년 선보인 이 판타지 호러물은 등장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남녀 주인공, 제주도를 무대로 출몰하는 한국형 악령들. 여기에 섬뜩하면서도 짜릿한 스토리와 그림체는 “드디어 한국도 1980년대 일본 만화 ‘공작왕’(오기노 마코토)에 견줄 작품이 나왔다”는 극찬을 받았다. 2001년 단행본 7권으로 갑작스레 마무리됐음에도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그런 작품이 돌아온다니. ‘왕의 귀환’이란 환영사가 쏟아졌다. 게다가 ‘청소년 구독 불가’. 오오, 얼마나 강력한 컴백을 보여주려고. 5월부터 약 5개월 동안 1부(기존 작)를 다시 온라인에 연재할 땐 찔끔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이 책을 읽던 자취방의 친구 놈은 지금 미국에서 뭐하고 있으려나. 근데…. 2부는 자꾸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게 한다. 장기 공백을 무시한 채 그냥 어제 일처럼 이어진 설정은 그렇다 치자. 근데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 예전 그대로다. 뭣보다 현재 웹툰에 익숙한 눈높이에선 너무 속도가 느슨하다. 긴장감이 떨어진달까. 게다가 ‘하이브’나 ‘갓 오브 하이스쿨’보다 훨씬 덜 잔인한데 왜 19금인지 모르겠다. 혹 전자담배 피워서? 물론 아직 평가를 내리긴 이르다. 허나 22일 공개된 7화를 보며 문득 걱정은 더 커졌다. 왠지 직진 길 놔두고 한참 돌아갈 기미까지 보이니. 하아, 어쩌면 변한 건 우리가 아닐는지. 끝까지 볼 테지만, 아사코도 세월을 비켜가진 못하는 건가. 일단 별점은 유보.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016년 방송계는 언제나 그랬듯 왁자지껄했다. 사건사고만 쳐도 보따리가 넘칠 지경. 그래도 연말엔 벌보다는 상을 주는 게 인지상정. 대중문화팀은 올해 달력을 펼쳐놓고 ‘이달의 플레이어’를 뽑아봤다.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손흥민을 9월의 선수로 선정했듯이. 수상자는 따로 상패까진 마련치 못했으니 마음만 받아주시길. ①월의 선수 조진웅=만장일치였다. tvN ‘시그널’ 이재한 형사는 올해 방송계 남우주연상 감. 원래도 연기력이 출중했으나 이젠 특급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다. 라이벌은 내부에 있었다. 김은희 작가와 배우 김혜수. 같은 방송사서 16일 종영한 ‘응답하라 1988’도. 허나 “20년이나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 그죠?”란 절절함을 어찌 당할쏘냐. ②월의 선수 아이오아이(IOI)=“픽미 픽미 픽미 업.” 엠넷의 ‘프로듀스101’은 초기엔 ‘성 상품화’ 논란이 컸던 예능. 허나 직접 걸그룹을 뽑는다는 유혹은 곧 시청자를 달아오르게 했다. 내년 시즌2도 나온다. 우승한 전소미, ‘국민이 뽑는다’는 원칙에 가장 잘 맞았던 김소혜 등 개인에게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우리끼린 싸우지 않기로 했다. ③월의 선수 송중기=역시 이견이 없었지 말입니다. KBS2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 약 40%를 기록한 대박 드라마. 뭣보다 유시진 대위는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김수현) 이후 최고의 한류 히트상품이었다. 구글에 따르면 ‘태양…’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TV 분야 톱10(9위)에 이름을 올렸다. ④월의 선수 김숙=의외이리라. 사실 이때도 맹위를 떨친 건 유 대위였다. 허나 4월은 ‘언니들의 슬램덩크’(KBS2)가 닻을 올린 달. 여성만 호스트인 예능은 지상파에서 2007년 종영한 ‘여걸식스’ 이후 처음이었다. ‘언니…’의 성패와 상관없이, 김숙은 박미선 송은이 다음 끊길 뻔한 여성 예능 MC 계보를 이었다. ‘멋진 언니’의 앞길에 경배를. ⑤월의 선수 서현진=tvN ‘또 오해영’이 터질지 누가 알았으랴. 가수에서 전향한 ‘그저 그런’ 배우로 보였던 서현진은 9회말 대타 역전 홈런을 날린 격이었다. 오해영은 20, 30대 ‘흙수저’ 여성을 완벽하게 대변했다는 평. 현재 시청률 20%가 넘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반짝 스타가 아님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⑥월의 선수 음악대장=밴드 ‘국카스텐’의 리드보컬 하현우에겐 평생 이 별명이 따라다닐 게다. 음악대장은 MBC ‘복면가왕’을 넘어 올 상반기 예능계를 평정했던 아이콘이었다. 5일 하현우가 10연승을 앞두고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온 뒤 복면가왕이 하락세인 것만 봐도 그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⑦월의 선수 나나=선정 시 가장 의견이 분분했다. 파급력을 보자면 엠넷 ‘쇼미더머니5’ 우승자인 비와이가 낫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허나 비와이는 방송보다는 음악 쪽. 국내 최초로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굿와이프’에서 나나는 ‘누구도 몰라봤던’ 신인 여우상감 연기를 펼쳤다. ⑧월의 선수 김국진&강수지=작품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사례는 많았지만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다 4일 열애를 인정한 두 사람만큼 주목받은 적은 드물었다. ‘박근혜&최순실’만 없다면 올해의 커플상도 떼어 놓은 당상일 터. 수없이 터진 연예인 열애 속에서도 “이게 어른스러운 연애”라는 아우라를 보여줬다. ⑨월의 선수 박보검=MBC ‘W’ 이종석이란 강력한 경합자를 제쳤다. 그만큼 올가을 박보검 신드롬은 엄청났다. 유 대위를 떠나보낼 만치. 솔직히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연기는 김유정이 나았다. 그럼 뭐하랴. 먼발치라도 ‘이영 세자’ 보겠다며 서울 광화문에 5000여 명이 몰려드는 걸. ⑩월의 선수 조정석=나나와 비와이만큼 치열했다. 상대는 tvN ‘혼술남녀’. 혼밥·혼술족이란 사회현상을 다뤘다는 메시지에도 조정석의 원맨쇼를 당해내질 못했다. 물론 SBS ‘질투의 화신’은 공효진 없인 불가능했을 드라마. 하지만 B급 연기를 특급으로 해내는 그의 능력은 끝을 알 수 없다. ⑪월의 선수 ‘광화문 촛불집회’=평상시라면 6일 SBS ‘런닝맨’ 마지막 방송을 마친 개리에게 주어졌을 상. 최근 런닝맨은 내년 초 종영까지 알렸다. 허나 10∼12월 국내 방송 보도는 농단 세력들이 평정했다. 그 와중에 오롯이 빛난 건 ‘이백만 개의 촛불’.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건 광화문광장이었다. ⑫월의 선수 공유=올해 그는 뭘 해도 된다. 현재진행형인 tvN ‘도깨비’ 신드롬은 영화 ‘부산행’ ‘밀정’에 이은 3연타석 홈런. 대중문화계 전체 ‘올해의 선수’로는 그가 가장 유력하리라. 젠장, 도깨비도 저리 멋지면 어쩌란 거냐. 이 시국에 주말 오후 8∼9시 뉴스시간대 철옹성을 무너뜨린 그의 위력. ◇올해의 선수―김은숙 작가 두말할 나위 없다. 올해 ‘태양…’과 ‘도깨비’ 2편이나 메가 히트시켰다. 언제나 기본 얼개는 ‘백마 탄 왕자와 억척 민폐녀’지만 이를 천변만화(千變萬化)시키는 필력. 특히 남성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재주는 도깨비급.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다 ‘올해의 재기상’에 낙점된 건 들국화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였다. 2004년 발표한 곡이 올해 상반기 ‘응답하라 1988’로, 하반기엔 촛불과 함께 한반도를 물들였다.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
“감독님이 생전에 영화 ‘일급기밀’을 내년 상반기엔 개봉하자고 말씀하셨어요. 힘들겠지만 그 약속 꼭 지키려 노력하겠습니다. 저세상에서 많이 도와주시지 않을까요.” 18일 오후 안훈찬 미인픽쳐스 대표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15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홍기선 감독의 장지에서 나오던 길에 전화를 받은 그에게 뭔가를 묻는 게 염치없었다. 고인의 유작을 제작한 안 대표는 “12일 영화 촬영을 마치고 한 ‘쫑파티’ 때도 너무 건강해 보여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87년 영화제작집단 ‘장산곶매’ 창립 멤버인 홍 감독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오! 꿈의 나라’(1989년)를 제작하며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신매매 불법 어선을 소재로 한 감독 데뷔작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1992년)부터 고인은 줄곧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성 짙은 작품을 선보였다. “감독님을 정의할 수 있는 한마디는 바로 ‘한결같다’예요. 진중하고 수줍음 많던 성격도 30여 년 전 처음 봤을 때부터 변함없습니다. 답답할 정도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고요. 무엇보다 ‘진실을 향한 갈구’가 끊임이 없었습니다.” 9일 촬영을 종료한 ‘일급기밀’도 그랬다. 이 작품은 2002년 차세대전투기 외압설을 폭로했던 조주형 전 공군 대령과 2009년 계룡대 군납문제를 알렸던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군 내부 비리로 고심하던 장교(김상경)가 방송국 여기자(김옥빈)의 도움을 얻어 진실을 규명한다는 줄거리. 안 대표는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뒤 지금까지 ‘일급기밀’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 이번 영화야말로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갈 작품이 될 거란 기대가 컸다”며 안타까워했다. “술잔을 기울이며 제작진 출연진 모두 ‘참 신기한 작품’이란 평이 많았습니다. 촬영 내내 날씨 같은 예상외 변수로 인한 촬영 연기가 한 번도 없었어요. 감독님도 ‘연출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9월 23일 크랭크인 들어가기까지 워낙 고생해서 보상받은 거 같다며 웃어넘겼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감독님의 마지막 작품이라 하늘도 도와줬나 싶습니다.” 영화 ‘일급기밀’의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선장이 떠나간 영화의 후반 작업은 어쩌면 더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내심 감독님은 3, 4월엔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길 바랐다. 부담스럽지만 그 소망을 이뤄 주는 게 남은 이의 몫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꽃피는 봄이 오면 평생 영화에 바친 그의 열정도 은막에 피어나길. 삼가 조의를 표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한국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는 앞으로 어디까지 갈까.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를 보다 문득 궁금증이 밀려온다. 뭐랄까. 최근 이 ‘웹툰스러운’(실제로 웹툰 원작인 경우가 많다) 장르는 사극이나 불륜만큼 흔하게 쏟아진다. 하나의 장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살짝 지겨워질 찰나, 도깨비는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래도 안 봐? 이제 겨우 시작이야.” 오늘 5회가 방영될 ‘도깨비’는 매우 한국적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다. 고려 시대 억울하게 죽어 도깨비가 된 김신(공유)은 영겁의 세월에 지쳐 자신에게 ‘죽음의 안식’을 선사할 도깨비 신부를 기다리는 존재. 그런 그 앞에 태어나지도 못할 운명을 거스른 여고생 지은탁(김고은)이 나타난다. 영혼을 보는 눈을 가진 소녀는 자신이 바로 도깨비 소녀라 주장하는데…. 둘은 망자를 관장하는 저승사자(이동욱)와도 묘하게 얽히고설키며 복잡한 사건을 맞이한다. 현재까지 이 작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무척 뜨겁다. 지난주 4회 시청률은 12.7%(TNMS 제공)까지 치솟았다. 같은 판타지 로맨스 계열이라 어쩔 수 없이 비교되는 전지현 이민호 주연의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최근 시청률은 14.8%. 살짝 앞서긴 하나 지상파 어드밴티지를 감안하면 겸연쩍은 우위다. 이마저도 향후 분위기를 점칠 수 있는 ‘화제성’을 보면 뒤집어질 공산이 크다. 온라인 분석업체 ‘굿데이터 코퍼레이션’(대표 원순우)이 12일 발표한 12월 첫 주 드라마 부문 순위를 보면 도깨비의 화제성 점유율은 47.6%에 이른다. ‘푸른…’은 2위이긴 하나 14.9%로 엄청난 격차다. 이는 올해 최고 인기작인 김은숙 작가의 전작 ‘태양의 후예’와 견주어도 놀라운 폭발력. 방송 2주 만에 1만2000점을 넘었는데, 이는 ‘태양…’이 5주 차 때 기록한 스코어다. 초반이긴 해도 ‘태양…’마저 누를 기세다. 도깨비는 왜 이렇게 인기일까. 이게 너무 간명해서 오히려 설명이 녹록잖다. 그냥 ‘잘 만들었다’. 공유는 어마무시하게 근사하고, 김고은은 얄밉게 연기를 잘한다. 이동욱이나 유인나(써니 역)도 특급 디자이너의 오트쿠튀르(맞춤복)를 입었다. 설정도 흥미롭고, 대사도 쫄깃하다. 초반에 캐나다 촬영분이 많은데 캐나다 관광청 신났겠다 싶다. 다른 드라마도 기왕 돈 쓸 거면 이렇게 좀 찍었으면. 공유가 광고 모델인 ‘카× 커피’ 간접광고 노출마저 웃어넘겨진다. 물론 도깨비 역시 ‘김은숙 드라마’의 도돌이표 스타일이 기시감이 크긴 하다. 멋들어진 ‘백마 탄’ 남주인공은 ‘시크릿가든’ ‘상속자들’ ‘태양…’으로 쭉 이어졌다. 여주인공은 언제나 억척스럽고 독립적이지만 결정적일 때 ‘민폐녀’인 것도 낯익다. 화면 구성은 최대한 근사하게 가면서도 코믹을 섞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엔 김고은이 고3 설정인지라 ‘원조교제’ 필이 난단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걸 어쩌랴. 그래도 재밌는걸. 뻔하지 않은걸. 영화 ‘부산행’ ‘밀정’까지 대박 난 공유는 올해 뭘 해도 되나 보다. 그래,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지. 그런 맥락에서 도깨비는 판타지 로맨스란 파도가 밀려왔을 때 어떻게 노를 저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인어는 헤엄치느라 배울 틈이 없었던. 그건 그렇고. 도깨비 놈 때문에 시청자는 앞으로 판타지 로맨스 한참 보게 생겼다. 뭐, 이렇게 만들어만 준다면 흑묘백묘 가리겠냐만. 금 나와라, 뚝딱! ★★★★(★5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연예인 닮은꼴 찾기? 에이, 너무 식상하잖아.” 물론 그럴 수 있다. 명절용 외국인 노래경연만큼 익숙한 포맷 아닌가. 그 맘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17일 오후 11시 잠깐 짬을 내 채널A를 틀어보자. 기존 선입견을 파고들, 잡았던 리모컨을 스르륵 놔버릴 독특한 예능프로그램이 당신을 맞이할 테니. 바로 ‘도플갱어 쇼-별을 닮은 그대’다. ‘진행지왕(進行之王)’ 신동엽과 함께. 》 분신이나 복제를 뜻하는 독일어가 어원인 도플갱어가 달린 제목에서 짐작되듯, 이 신규 예능은 스타를 닮은 일반인들을 찾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근데 ‘도플갱어 쇼’는 어지간하게 비슷한 사람이 나와 “와, 똑같네” 환호, 대충 흉내 내면 박수 받고 들어가는 기존 스타일과 전혀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닮은꼴 찾기의 ‘복합쇼핑몰’쯤 된다. 17일 방송될 첫 회를 살짝 엿보는 스포일러를 해보자. 모델 장윤주를 닮은 출연자는 얼굴 몸매 모두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근데 프로그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검증카메라란 형식으로 그를 데려가 연예인들에게 장윤주라고 소개한다. 이때 보여주는 다양한 반응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하나 더. 슈퍼스타 아이돌을 닮은 남성은 연예정보 프로그램 인터뷰인 척 길거리로 나가는 과욕(?)까지 부리는데…. 과연 일반 시민은 그가 가짜란 걸 한눈에 알아챌까. 여기에 ‘도플갱어 쇼’의 묘미가 담겨있다. 이쯤에서 멈췄다면 어찌 복합쇼핑몰이라 부를 수 있겠나. 여기에 ‘B급 코드’의 강렬한 양념을 흩뿌려 풍미를 더한다. 도대체 비슷하다 말하기 민망한 이가 나오는가 하면, 닮은꼴로 출연해선 엉뚱한 장기자랑이나 별 연관 없는 직업정신 발휘로 촬영장을 초토화시킨다. 앞으로 이런 재주꾼을 어떻게 쭉 찾아낼는지. 그게 더 걱정될 정도다. 너무 이것저것 차려놓아 자칫 산만해질 수도 있었을 터. 허나 MC 신동엽이 제대로 닦고 기름 치고 조여 준다. 게다가 패널로 출연한 개그맨 김태현과 배우 김가연, 성우 서유리 등도 역시 어시스트엔 일가견 있는 전문가들이다. 특히 신동엽 김태현은 여러 프로그램에서 합(合)을 맞췄던 내공을 진하게 뿜어낸다. 이들은 “사실 촬영을 앞두곤 뻔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찍은 뒤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 닮은꼴 찾기와 몰래카메라에 ‘스타킹’(SBS)과 ‘너의 목소리가 보여’(tvN)까지 얹어 한방에 시청한 기분”이라고 후기를 전했다. 사실 토요일 오후 11시는 늦은 밤임에도 최근 엄청난 시청률 격전이 벌어지는 시간대. 새로이 전장에 뛰어드는 제작진 각오도 남다를 터. ‘도플갱어 쇼’의 제작을 맡은 신정호 PD는 “닮은꼴 찾기라는 시청자에게 친근한 포맷을 참신한 시각으로 해체 조합한 새로운 기획”이라며 “단지 스타와 비슷한 이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뛰어넘는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채널A, 넷플릭스와 조우하다.’ 15일부터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채널A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 채널A는 14일 “넷플릭스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채널A 드라마들에 대한 판매 계약을 맺었다”며 “15일부터 한국을 비롯해 넷플릭스 서비스가 가능한 190여 개 나라에서 편하게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사들인 채널A 드라마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을 비롯해 모두 7편. ‘천상의…’는 2011년 채널A 개국특집 작품으로 이종한 PD가 연출하고 국민배우 최불암과 유호정 김호진 등이 출연한 따뜻한 가족드라마다. 지금은 훌쩍 성장한 김새론의 앳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컬러 오브 우먼’(재희 윤소이 이수경)과 ‘판다양과 고슴도치’(동해 윤승아)는 달달하고 신선한 젊은 남녀의 연애를 다룬 트렌디 드라마. ‘해피앤드’(이일화 황인영)와 ‘굿바이 마눌’(류시원 홍수현)은 복잡 미묘한 부부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또 박선영 한재석 이하늬가 출연해 한식 요리를 소재로 다룬 ‘불후의 명작’(박선영 한재석 이하늬)과 고은아 홍경민이 주연을 맡은 아이돌 스타의 성공기 ‘K-Pop 최강 서바이벌’(고은아 홍경민)도 리스트에 올랐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의 채널A 드라마를 서비스하게 돼 기대가 크다”며 “내년에도 채널A와 더 많은 협업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현 채널A 글로벌비즈니스팀장은 “더 많은 시청자가 채널A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세계 시장에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정양환기자 ray@donga.com}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전직 사우의 모임인 동우회(東友會)가 1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2016 동우 송년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조강환 동우회장(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인사말에서 “격동과 시련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소중한 동우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 감사하다”며 “올해가 먼 훗날엔 성장을 위한 진통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동아일보와 채널A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한국의 현대사는 동아일보와 함께 해왔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며 “이런 미증유의 난국일 때야말로 동아일보가 가장 크게 힘을 발휘해온 만큼 지금 국민의 마음속에서 타고 있는 촛불도 동아일보가 함께 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호택 동아일보 전무는 “동아일보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같은 시대의 급류 속에서도 차별화된 시각과 깊이 있는 보도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잘 지켜내고 있다”며 “동아방송의 후신으로 개국 5주년을 맞은 채널A 역시 특종보도와 심층해설, 참신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열린 ‘동우 몽도상’ 시상식에서는 홍민규 동우가 이 상을 받았다. 몽도상은 고 이동수 초대 동우회장의 유족이 기탁한 5000만 원으로 제정됐다. 몽도(夢桃)는 고인의 아호다. 이날 감사패는 박홍길 동우에게 수여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사장을 비롯해 최영철 전 국회부의장, 박경석 전 국회의원,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준하 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학준 전 동아일보 회장,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선휘 삼양염업 고문,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이경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태선 전 동아일보 이사,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박기정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전만길 전 대한매일신보 사장,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최규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고문,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상임부회장 등 전현직 사우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 출연했던 배우 김주혁과 이유영이 실제 연인이 됐다. 김주혁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13일 “영화계에서 좋은 선후배였던 두 배우가 최근 연인으로 발전했다. 열애를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됐으니 좋은 시선으로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유영의 소속사 풍경엔터테인먼트 역시 두 배우의 연애를 인정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17세 차이인 김주혁과 이유영은 지난달 개봉했던 ‘당신 자신과…’가 9월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홍 감독과 함께 동반 참석하기도 했다. 김주혁은 2005년 별세한 배우 김무생의 아들로 1998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영화 ‘싱글즈’ ‘광식이 동생 광태’ ‘방자전’ ‘비밀은 없다’와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려 왔다. 2014년 영화 ‘봄’으로 데뷔한 이유영은 영화 ‘간신’ ‘그놈이다’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누리꾼들은 “구탱이 형(KBS2 ‘1박 2일’ 출연 당시 김주혁 별명) 사랑에 빠졌네”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축하를 보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디어 환경은 모바일이란 새로운 플랫폼의 주도 아래 급속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미디어 페스티벌(SMF)’은 이런 흐름을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입니다.”(치홍탓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장관) 2017년 세계 미디어 시장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나갈까. 6∼9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MBS)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TV 포럼 & 마켓(ATF)’은 조금이나마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SMF의 핵심 행사 가운데 하나인 ATF는 세계 60여 개국 TV 콘텐츠 관계자들이 모이는 미디어마켓. 16회째를 맞은 올해도 미국 디즈니와 CBS방송 등 전 세계 738개 미디어업체가 참석했다. 가장 큰 관심이 쏟아진 분야는 가상현실(VR)이었다. 싱가포르나 프랑스는 아예 VR를 소개하는 부스를 따로 차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VR업체 ‘그린라이트 인사이츠’의 클리프턴 도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VR는 단순히 교육이나 게임을 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선 거실에 앉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여행 체험’ VR 콘텐츠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콘텐츠에선 전통의 강자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주목도가 확실히 컸다. 특히 포럼 ‘포켓몬 고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나’에는 많은 관계자가 몰렸다. 일본 후지TV네트워크의 다카 하야카와 디렉터는 포켓몬 고의 성공에 대해 “온라인 세상이 만든 최고의 변화는 콘텐츠 개발에 드는 ‘협력의 비용(cost of collaboration)’을 대폭 줄였다는 점”이라며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시간, 자본이나 정부 지원 등은 매우 사소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 위상을 반영하듯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국내 방송사 및 드라마·애니메이션 제작사가 89개 업체나 대거 참여했다. 8일 오전 국내 TV 드라마나 예능 포맷을 소개하는 섹션 ‘끝내주는(smashing) K-포맷이 왔다’엔 수백 명이 몰려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섹션을 진행한 영국 미디어 컨설팅업체 ‘K7미디어’의 케리 루이스 브라운 대표는 “신선하고 매력적인 예능 포맷이 많아 미리 선점하고 싶다. 소개하기 아까울 정도”라며 웃었다. 다만 이런 열기에 비해 실제 계약 체결은 살짝 아쉽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귀띔.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영일 부장은 “국내 업체들이 콘텐츠를 소개하는 데만 그치고 있다”며 “해외 유명 프로그램 못지않다는 호평이 쏟아지는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싱가포르=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요? (중국) 정부에서 그런 지시가 내려온 적 없습니다. 한류 콘텐츠를 배제하는 분위기란 말도 처음 들어봐요.” 6일 오후 ‘아시아 TV 포럼 & 마켓(ATF)’이 열린 마리나베이샌즈(MBS)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중국미디어그룹 ‘LeEco’(옛 LeTV)의 최고제작책임자인 하오팡(학舫) 씨는 손사래부터 쳤다. 하오 씨는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며 지난해 매출 130억 위안(약 2조2135억 원)을 기록한 LeEco에서 콘텐츠 제작을 총괄하는 최고위급 인사. 중국 미디어업계 핵심 관계자가 국내 언론에 한한령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오 씨는 오히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정치와 관련 없는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왜 연결짓느냐”며 “한국 드라마나 예능은 중국 젊은층에게 큰 지지를 받아 앞으로도 적극 유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eEco는 19일 KBS2에서 처음 방영되는 드라마 ‘화랑’을 선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IPCN의 리위안(李遠) 콘텐츠부문 최고경영자(CCO)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리 CCO는 “(한한령이란) 말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한국 콘텐츠나 프로그램 포맷을 구매하며 그런 측면을 고려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IPCN은 영국 런던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 홍콩을 거점으로 해외 미디어 콘텐츠를 중국으로 들여와 공급하는 업체. 그는 “최근에도 한국 음악예능 포맷을 구입해 중국 지역방송국에 ‘기적의 청중(Miracle Audience)’이란 이름으로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허나 현장에서 만난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반응이 전혀 달랐다. 수면 위로는 한한령이 없다지만 아래론 실재하는 ‘투 트랙 전략’일 수 있단 지적이다. 한 업체 대표는 “중국 정부 산하기관에 콘텐츠를 팔기로 구두 합의했는데 지난달 갑자기 파기하고 연락도 끊어버렸다”며 분개했다. 중국 업체들과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온 애니메이션 업체 ‘픽토스튜디오’의 전유혁 최고경영자(CEO)는 “사드 때문인지는 몰라도 분명 이전보다 분위기가 냉랭해졌다”며 “과도한 의존을 피하고 장기적 계획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드디어 ‘대박의 기준’이란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그런데 왜 이리 확 타오르는 기분이 안 들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현재 지상파 미니시리즈에서 독보적 존재다. 물론 같은 방송사 ‘푸른 바다의 전설’이 전지현 이민호 덕에 더 화제긴 하다. 허나 초반 엉성한 짜임새 탓에 제대로 시청자 맘을 ‘훔쳤다’고 보기는 아직 힘든 상황이다. 첫 회 9.5%(닐슨코리아)로 출발해 줄곧 상승세더니 8회(지난달 29일) 21.7%까지 찍은 ‘…김사부’야말로 입소문 타고 대박 나는 흥행 맛집의 정석을 걷고 있다. 하지만 ‘…김사부’는 MBC ‘하얀 거탑’(2007년) 같은 리얼리티는 부족하다. 그런데도 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만화(특히 일본 만화)에서 자주 접한 감동 짜내기가 매우 능숙하다. 이번 주 8회 초반을 다시 짚어보자. 강간범 수술실에 침입한 피해자 가장(이철민). 절절한 사연이니 살의를 품고 쳐들어온 건 알겠다. 근데 이성을 잃었던 그가 “30분 줄 테니 수술 끝내라”고? 그 와중에 침착하게 수술을 집도한 김사부(한석규). 근데 일부러 과정 하나를 생략해 환자를 평생 불구로 만들다니. 게다가 정신적으로 나약한 윤서정(서현진)은 인질로 잡혀 죽을 뻔해놓고 아무렇지 않게 남 걱정만 한다. 드라마의 이런 ‘낭만적’ 짜임새는 곳곳에서 삐져나온다. 솔직히 수술 성공률 97%란 것부터 어이없으니까. 헌데 이런 구멍을 배우들이 다 메운다. 아니 차고 넘친다. 단역에 가까운 이철민만 해도 딸을 향한 ‘눈물웃음’ 하나로 화면을 잡아먹는다. 한석규야 말할 나위 없다. 역시 한글을 창제한(SBS ‘뿌리 깊은 나무’ 세종 역) ‘발성의 왕’. 서현진은 로맨틱 장르만 강한 게 아니란 걸 스스로 증명했다. 이런 연기들이 드라마를 세련되고 흥미롭게 업그레이드시켰다. 다만 연극무대 출신 배우들과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한 배우들의 톤과 호흡이 자주 엉키는 건 아쉽다. 허나 해진 데 꿰매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드라마는 12회가 더 남았건만 ‘뻔하게’ 일직선으로 흐른다.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주인공 쇼타가 초밥왕이 된다는 걸 누구나 알듯이. 강동주(유연석)는 언젠가 각성해 ‘참의사의 길’로 가겠지. 김사부와 도윤완(최진호)의 싸움은 신 회장(주현)이 키를 쥐고 있겠지. 뻔하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고루한 건 분명하다. 때문에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눈물은 찔끔 나는데 손에 땀을 쥐진 않는다. 토로한 김에 하나 더. 세계적으로 인기였던 미국 NBC 드라마 ‘ER’는 1994년에 나왔던 작품이다. 벌써 20여 년 전에 시청자는 현실감 짜릿한 의학드라마란 어떤 것인지 맛봤단 얘기다. 그런데 우린 지금도 의학 장르를 찍으면 꼭 ‘천재’ ‘의성(醫聖)’이 등장한다. 그만큼 현실의 의료 환경에 불만족스럽단 얘기겠으나…. 이젠 그만 허준을 놔드려도 되지 않을까. 이젠 보통 의사도 보통 사람도, 보통 상식으로 잘 사는 세상을 보고 싶다. ★★☆(★5개 만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지난 주말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봤다 말입니다. 아이쿠, 북조선에서 (선전물로) 보던 싸움이 벌어지나보다 싶었디요. 그런데 거리에 애기들도 많고 다들 질서를 잘 지키는 겁니다. 솔직히 아직도 이런 게 낯설지만…. 다시 깨달았습니다. 아, 남조선은 그래도 이렇게 모여 할 말 할 수 있는 세상이구나.”》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북한을 탈출해 올해 남한으로 넘어온 최송죽 씨(50)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솔직하면서도 조리 있고 재치가 넘쳤다. 그리고 말이 끊임없었다. 먼저 이만갑에 출연한 딸 이안니 씨(27)가 “이러니 내 자리가 위태롭지”라며 짐짓 성난 척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최 씨는 9월 18일 추석특집에 초대됐다가 ‘말솜씨’로 화제를 모으며 고정패널이 됐다. “에이, 처음엔 싫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만갑 보며 다 거짓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북조선 얘긴데 처음 듣는 게 너무 많더란 말입니다. 하도 딸이랑 제작진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졸라서…. 근데 (출연자들) 만나보고 알았습니다. 우린 여행을 못 하고 평생 살던 데만 살아서 모르는 게 많았던 겁니다. 평양도 오빠 죽었을 때 ‘전사증’(군용 사망확인서)받으러 이틀 가본 게 전부란 말입니다.” 엄마의 말에 이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첫 출연 때 양강도 골짜기에서 움막 짓고 살던 얘기하면 아무도 믿질 않더라고요. 인민들조차 서로의 삶을 모를 정도로 정보가 없습니다. 남조선에 끌려가면 ‘피 뽑고 장기까지 판다’는 말을 믿는 게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모녀는 출연을 떠나 이만갑을 너무나 사랑하는 팬이 됐다. 제작진이 하나같이 친절하고 예의 바르기 때문이었다. MC 남희석은 젠틀했고, 박은혜는 따뜻했다. 연예인 패널과 제작진도 마찬가지. 이 씨는 “출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인사도 상담할 정도로 가족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남조선에서 제일 놀란 게 그겁니다. 내 이름에 ‘님’ 자를 붙이더란 말입니다. 우린 장군님한테만 허락되는 건데. 아, 날 사람으로 존대하는구나. 기분이 좋았지요. 근데 이 자릴 빌려서 박은혜 씨한테 해명할 게 있습니다. 처음에 ‘아지미’라 부르니 ‘아줌마’인 줄 알고 당황하는 겁니다. 우린 젊고 예쁜 여성을 ‘아지미’라고 부릅니다. 박은혜 씨가 결혼도 안 한 걸로 알았어요.” 엄마와 딸은 이제 딱히 큰 욕심이 없다. 어미는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던 딸을 찾았다. 딸내미는 생지옥에서 고생하던 가족을 끝내 구해냈다. 뭘 더 바라겠나. 허나 둘은 4일 방송될 이만갑 5주년 특집을 찍으며 또 하나의 소원을 살며시 품었다. “그날 촬영은 기분이 묘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출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나도 모르게 ‘통일’이 떠오르더란 말입니다. 통일이 딴 게 있습니까. 어디든 맘대로 가고, 누구든 맘껏 만나고. 하루 빨리 당당하게 평양 가서 이만갑 찍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촬영 끝나면 아들딸 손잡고 고향에 갈 겁니다. 내 손으로 지어 올린 귀틀집에 가야죠. 온갖 일이 다 떠오르겠지만….” “엄마, 또 운다. 왜 자꾸 그래. 나까지 눈물 나게….” 평양에서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 아, 그땐 ‘이제 만났습니다’로 바뀔는지도. 그렇게 만나러 가는 날은 햇빛이 쨍쨍하면 좋겠다. 서울도 평양도, 이만갑도.정양환기자 ray@donga.com}
“5년 동안 시청자가 보여준 사랑. 이제 10년, 20년을 향해 만나러 갑니다.” 2011년 12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가 4일 259회로 5주년을 맞는다. 새터민들이 출연해 북한 관련 얘기를 나누며 남북 소통에 앞장선 이만갑은 드물게 재미와 정보, 교훈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종합편성채널 사상 최장수 예능으로 우뚝 선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만갑은 방영 내내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과 칭찬이 잇따랐다. 2012년 종편 최초로 통일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통일방송대상’(2012년) ‘서재필언론문화상’(2013년) 등을 받았다. 2013년엔 영국 민영방송사 채널4의 다큐멘터리 ‘지상 최대의 쇼’에서 MBC ‘무한도전’과 함께 한국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밖에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BBC, 일본 NHK 등도 이만갑을 보도했다. 5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도 꾸준했다. 올해도 2월 14일 최고시청률 전국 5.127%(닐슨코리아)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4% 안팎의 안정된 시청률을 유지해왔다. 윤정화 채널A 제작본부장은 “MC 남희석을 비롯해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제작진이 새터민 출연자들과 오랜 시간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온 게 최고의 강점”이라고 자평했다. 이만갑에 출연해온 새터민들 역시 희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만갑의 꽃미남’으로 불렸던 이형석 씨는 유엔 사무총장이란 부푼 꿈을 안고 학업에 정진하더니 실제로 유엔본부에서 근무하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 배우로 데뷔한 김아라 씨는 마동석 주연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 캐스팅됐으며, 김현정 씨는 12월에 앨범을 출시하고 가수로 활동한다. 신은하 한송이 씨 등은 이만갑 스핀오프(원작에서 파생된 프로그램)인 채널A ‘잘살아보세’에도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정양환기자 ray@donga.com}
tvN 예능 ‘SNL 코리아 시즌8’이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띄운 동영상이 성추행 논란을 일으키며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SNL은 이날 메인 호스트로 출연한 아이돌 그룹 ‘B1A4’와 고정 출연자들의 만남을 담은 ‘캐스팅 비화’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SNL 여성 출연자들이 멤버들의 민감한 부위를 만지는 듯한 모습이 나온 것. B1A4 팬은 물론이고 많은 누리꾼은 ‘성희롱’ ‘성차별’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SNL 측은 논란이 커지자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제작진은 27일 “B1A4에게 과격한 행동을 보여 불쾌감을 느꼈을 멤버들과 팬에게 사과드린다.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개그우먼 이세영(사진) 역시 SNS를 통해 “잘못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다. “글 몇 자 올리는 걸로 책임 있는 사과라고 할 수 있나” “그간 SNL은 물론이고 여러 방송에서 이런 역차별 성추행이 버젓이 벌어졌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애봉아, 차비 사천 원. 사천 원만!”(조석) “(입 모양만 보고) 그래. 사귀자.”(애봉)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 20회 타이밍의 한 장면. 조석이 하는 말을 애봉이 입 모양만 보고 ‘사귀자’로 오해하는 대목에서 웃음이 ‘빵’ 터졌다. KBS가 제작한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가 28일 재생수 2000만 뷰를 돌파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첫 회 뒤 일주일 만에 1000만 뷰를 넘어선 드라마는 이제 다음 달 9일 오후 KBS2 방영까지 앞뒀다. 사실 드라마 ‘마음의 소리’는 공개 전 큰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었다. 올해로 10년 장기 연재 중인 웹툰은 지난달 본보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재만화 2위에 올랐던 인기작. 당연히 드라마 제작이 화제를 모았지만 그만큼 원작을 얼마나 잘 살릴지도 의문이었다. 한 드라마 제작사 이사는 “워낙 기상천외한 개그만화인지라 솔직히 다들 쉽지 않다고 여겼다”며 “막상 제작이 결정된 뒤에도 KBS 내부에서조차 여러 연출진이 부담을 느껴 고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뭣보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성공적이었다. 그간 웹툰 실사판 영화나 드라마는 실제 배우가 만화 캐릭터와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놓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이광수가 주인공 조석 역을 맡는 등 출연진이 복덩이였다. 연출을 맡은 하병훈 PD는 전화 인터뷰에서 “주요 출연진인 가족 4명은 모두 작가진과 함께 1순위로 꼽았던 배우들이 그대로 캐스팅됐다”며 “특히 배우 김병옥(아버지 조철왕 역)과 김대명(형 조준 역)은 온라인에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 불릴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조석의 피앙세 ‘애봉이’였다. 여성에게 이런 말은 실례겠지만 ‘최배달+강호동+타이슨’을 합친 듯한 최강자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는 솔직히 지구상엔 존재하지 않는다. 하 PD 역시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는데 배우 정소민은 만나볼수록 의외로 털털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에너지를 지녀 제작진이 마음을 뺏겼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드라마 역시 원작이나 초기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정소민의 원래 성격을 최대한 살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면 외모는? 하 PD는 “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별로 없는데 만화에서도 애봉이는 초창기에 매우 예쁘장하게 그려졌다”며 “TV 드라마에선 왜 조석이 애봉이를 못생기게 그리게 됐는지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원작의 무게에 억눌리지 않고 유연함을 잘 살린 점도 플러스 요인. ‘마음의 소리’는 그간 ‘스펀지’ 등 예능프로그램 조연출로 경력을 쌓아온 하 PD가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작품. 예능에서 자주 쓰는 자막이나 컴퓨터그래픽(CG), 개그 코드를 드라마로 옮겼다. 하 PD는 “예능국에서 작가, 출연진과 해왔던 방식 그대로 대본에 구애받지 않고 같이 회의하며 만들어가는 소통을 중시했다”며 “그런 시너지 효과를 시청자가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자평했다.정양환기자 ray@donga.com}
150만 명이 함께 맞이한 첫눈. 그 아랜 따스한 ‘배려의 촛불’이 모여 있었다. 26일 서울 광화문은 말로만 듣던 ‘멜팅폿’(melting pot·융합의 항아리)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자리였다. 1∼4차 집회도 그랬지만 모든 게 뒤섞여 있었다. 현장을 채운 깃발부터 그랬다. 세종대로사거리에 모인 정당과 노동계 깃발. 그 사이를 ‘전대협 동우회’와 ‘중학생 혁명’이 가로질렀다. 뭘 뜻하는지 아리송한 ‘얼룩말 연구회’와 비아그라를 패러디한 ‘하야하그라’까지. 그 펄럭이는 아우성을 타고 온갖 노래도 비벼졌다. 민중가요와 ‘그 여자’(드라마 ‘시크릿 가든’ OST)가 양쪽에서 스피커를 찢어대자, 고속도로 디스코 리듬을 타고 ‘아리랑목동’을 개사한 ‘하야가’가 비집고 들어왔다. 경기 여주시에서 온 이모 씨(28·직장인)는 “세상에서 가장 큰 ‘풍물시장’에 온 기분”이라며 “농악대와 힙합이 묘하게 어우러지니, 분노해서 나왔는데 괜스레 흥겨워졌다”고 말했다. 옷차림도 각양각색이었다. 시위 ‘작업복’인 아웃도어도 적지 않았지만 데이트나 나들이 복장도 상당했다. 짙은 색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30대 여성은 “친구 결혼식 끝나고 같이 ‘광화문 피로연’ 하러 왔다”며 하이힐이 든 쇼핑백을 메고 있었다. 이탈리아 명품 패딩 ‘몽클레르’를 입은 아이가 고급 유모차 ‘스토케’를 탄 모습도 보였다. 쌍꺼풀이 어여쁜 아이 손엔 촛불이 들린 채. 엄마는 “많이 고민했는데 (애가) 추울까봐…”라더니 “그래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겸연쩍어했다. 허나 그 다르고 다름은 흩날리는 첫눈처럼 한 색깔로 뭉쳐졌다. 유모차나 아이가 지나갈 땐 모두들 길을 비켜줬다. 한 50대 여성은 꼬마에게 목도리를 벗어주려다 말리는 애기엄마랑 웃음 띤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유모차를 인도로 함께 올려주던 남성은 “친구가 쓰던 거”라며 간이방석을 아이 품에 안겼다. KT 광화문빌딩 인근, 아빠가 목말을 태운 여자애에게 전기 양초를 쥐여준 60대 김모 씨는 “아이까지 나오게 만든 상황이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슴푸레해지자 눈도 그쳤다. 청와대를 가렸던 눈구름도 잘금잘금 걷혀 갔다. 그리고 광장에선 문화제가 시작됐다. 가수 안치환 씨와 밴드 노브레인, ‘깜짝 손님’인 가수 양희은 씨가 무대에 올랐다. ‘아침이슬’과 ‘상록수’ ‘마른 잎 다시 살아나’와 ‘사람(하야)이 꽃보다 아름다워’ ‘비와 당신’과 ‘젊은 그대’가 어둠을 헤치고 울려 퍼졌다. 시위에서 술자리에서 노래방에서 회사 워크숍에서 부르던 곡들이 한 광장에서 손을 맞잡았다. 1987년 6월 항쟁과 2002년 월드컵과 2014년 4월 16일(세월호 참사)이 어깨동무라도 한 듯. 서로가 달라도 서로가 같다고. 그게 우리라고 감싸 안았다. 해질 녘 목도리를 건넸던 파마머리 어머니는 새댁을 이리 다독였다. “감기 올까봐. 안 아파야 또 나오지. 더 아프면 안 돼. 더 이상은.”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