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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경기가 열리는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 사흘 내내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 윤지수(30·서울시청)가 한국 펜싱의 대회 세 번째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윤지수는 26일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사오야치(27·중국)를 15-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지수는 개인전보다 단체전과 인연이 더 깊었던 선수다. 한국이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처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때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할 때도 윤지수는 대표팀에서 활약했고, 2021년 도쿄 대회에서 한국 여자 사브르가 올림픽 단체전 첫 메달(동)을 딸 때도 자기 몫을 다했다. 그러나 국제종합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딴 건 이날이 처음이다. 한국 여자 사브르 선수가 아시안게임 개인전 정상을 밟은 건 2014년 인천 대회 이라진(33)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대회 결승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김지연(35·서울시청)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윤지수는 이라진의 부산 양운중 3년 후배이기도 하다. 개인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결승 무대에 선 윤지수는 2-2에서 연속 6득점에 성공하며 8-2로 1피리어드를 마쳤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인 사오야치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방 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사오야치는 2라운드 한때 11-9까지 쫓아왔지만 윤지수가 페이스를 되찾으며 결국 다섯 점차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우승을 확정한 윤지수는 피스트 위에서 마스크를 벗고 포효했다. 결승까지 오르는 길도 쉽지만은 않았다. 무릎 통증을 참으며 이 대회에 출전한 윤지수는 토너먼트 첫 경기인 16강에서 만난 파올라 플리에고(29·우즈베키스탄)에게 15-14 진땀승을 거뒀다. 12-14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3점을 올리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윤지수는 준결승에서 또 한 번 우즈베키스탄 선수 자이나브 다이베코바(21)를 상대했다. 다이베코바는 도쿄 올림픽 개인전 16강에서 윤지수에게 패배를 안겼던 선수다. 그러나 이날 경기 결과는 15-14 승리였다. 윤지수는 프로야구 롯데에서 투수로 100완투를 기록한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능기부위원(62)의 딸이다. 중학교 시절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펜싱을 접한 윤지수는 운동을 반대했던 아버지의 허락을 간신히 받아낸 뒤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은 이날로 개인전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27일부터 단체전 일정을 시작한다. 한국은 윤지수 이외에 최인정(33·계룡시청)이 여자 에페, 오상욱(27·대전시청)이 남자 사브르 금메달을 따면서 결국 금 3개, 은 2개, 동메달 1개로 종목 순위 1위로 개인전을 마쳤다. 윤지수는 29일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대회 2관왕과 3연패에 동시 도전한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대표팀 막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윤지수는 항저우에서는 주장이자 ‘맏언니’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 멤버 중 이번 대회에 출전한 건 윤지수뿐이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수영이 새 역사를 썼다. 양재훈(25), 이호준(22), 김우민(22), 황선우(20)로 이뤄진 한국 수영 남자 계영 800m 대표팀은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 종목 결선에서 7분01초73의 아시아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 단체전 정상에 오른 건 남녀를 통틀어 처음이다. 이날 앞서 열린 남자 자유형 50m에선 지유찬(21)이 21초72의 대회기록이자 한국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이 종목 정상에 오른 건 2002년 부산 대회의 김민석 이후 21년 만이다. 한국은 이날 사격 남자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정유진(40), 하광철(33), 곽용빈(29)으로 팀을 이룬 한국은 1668점으로 북한과 동점을 기록했으나 표적 한가운데를 맞힌 횟수에서 앞서 1위를 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선 오상욱(27)이 금메달을 추가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결승에서 패했던 선배 구본길(34)에게 설욕하며 정상을 밟았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장준(23)은 겨루기 남자 58kg 결승에서 마디 하지무사에이나푸티(이란)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품었다. 이번 대회 태권도 겨루기 종목에서 나온 한국 첫 금메달이다. 요트 남자 윈드서핑 RS:X급의 조원우(29)는 남아 있는 26일 두 번의 레이스 결과에 관계없이 일찌감치 금메달을 확정하며 한국 선수단에 수상 종목 첫 금메달을 안기게 됐다. 조원우는 25일까지 12차례 레이스에서 2위를 기록한 10차 레이스를 제외하고 모두 1위를 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펜싱 사브르 남자 국가대표 오상욱(27)은 선배 구본길(34)을 다시 만났다. 5년 전과 같은 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승 무대에서였다. 당시 구본길에게 1점 차로 패하며 금메달을 놓쳤던 오상욱은 이번엔 달랐다. 구본길을 8점 차로 크게 따돌리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오상욱이 결승에서 선배 구본길을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5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길에게 15-7로 승리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구본길에게 패해 개인전 은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풀었다. 한국 선수들끼리의 맞대결에 이날 양측 코치박스는 비워진 채 경기가 진행됐다. 경기를 앞두고 구본길은 오상욱에게서 물병을 건네받아 목을 축이기도 했다. 1피리어드에선 6차례 동점 끝에 오상욱이 8-7로 아슬아슬하게 앞섰다. 그러나 2피리어드 들어 오상욱은 7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갈랐다. 경기 뒤 구본길을 향해 펜싱 칼을 들어 보인 뒤 왼손으로 악수하며 피스트에서 내려왔다. 오상욱은 “자카르타 대회 때 후회가 많이 남아 지더라도 내 기술을 다 써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리벤지 매치에서 금메달을 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겼을 때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였다. 형이 왜 울었는지 이해된다”고 했다. 키 192cm의 장신에 유연성과 빠른 스피드를 갖춘 오상욱은 ‘펜싱 괴물’로 불린다. 펜싱을 시작하던 중학교 때는 키가 160cm로 크지 않은 편이라 기술적인 플레이를 주로 연습하다 고교 때 키가 190cm까지 크면서 큰 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스타일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2019년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정상에 섰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당시 단체전 멤버인 선배 김정환(40), 구본길, 김준호(29)와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아시아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체전 4연패를 일궈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금메달 기대를 모았던 도쿄 올림픽 개인전에서는 8강에서 오심 논란 끝에 멈춰 섰다. 지난해 11월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고 결국 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28일 열리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대회 2연패와 함께 2관왕에 도전한다. 구본길은 한국 선수 최초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4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5년 전 결승에서 후배 오상욱을 꺾고도 미안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던 구본길은 이날은 패하고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후배에게 축하를 전했다. 당시 오상욱은 병역 혜택이 걸려 있던 개인전 결승에서 패한 뒤 단체전 금메달로 같은 혜택을 얻었다. 구본길의 개인전 4연패는 무산됐지만 단체전 3연패 목표는 남아 있다. 구본길은 오상욱과 힘을 합쳐 28일 단체전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를 보유한 구본길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양궁 양창훈(53), 승마 서정균(61), 수영 박태환(34), 펜싱 남현희(42), 볼링 류서연(35)과 나란히 한국 선수 여름 아시안게임 최다인 6개 금메달을 갖게 된다. 이날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는 홍세나(25)가 중국 황첸첸(21)과의 준결승전에서 8-15로 패하면서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도하 대회부터 이어졌던 한국의 여자 플뢰레 개인전 연속 우승 기록은 4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한국 펜싱은 이틀간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아시아 최강’다운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외국 선수들이 저를 보고 더 무서워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근대5종 간판 전웅태(28·광주광역시청)는 자신감이 넘쳤다. 방금 전까지 2시간여 동안 승마, 펜싱, 수영에 사격과 육상을 결합한 레이저런까지 5개 종목을 소화한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였다. 전웅태는 2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총점 1508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면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개인전 2연패에 성공했다. 근대5종 남자 개인전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이 종목 2연패에 성공한 건 전웅태가 처음이다. 전웅태는 또 개인전 2위 이지훈(28), 4위 정진화(34·이상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단체전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근대5종은 국가별 상위 3명의 점수를 합산해 단체전 메달 색을 결정한다. 한국은 4477점으로 중국(4397점)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전웅태는 이날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런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펜싱, 승마에서 각 7위를 하는 등 앞선 3개 종목에서 주춤했던 전웅태는 당시 1위 이지훈과 32점 차 공동 2위로 레이저런 경기를 시작했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전웅태에 이어 은메달을 땄던 이지훈도 금메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러나 이지훈은 승마 경기 전 말 적응 훈련을 하던 중 낙마하면서 뇌진탕을 겪었던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사이 레이저런이 최대 장점인 전웅태는 세 번째 사격에서 이지훈을 따라잡은 뒤 남은 레이스에서 여유롭게 선두 자리를 지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두 대회 연속으로 동갑내기 친구 이지훈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전웅태는 “지훈이가 1등을 하든 내가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한국에서 개인전 금메달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뒤를 바짝 따랐다. 기쁘면서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동메달을 따면서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 주인공이 됐던 전웅태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하나의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이 좋지 않았지만 아시안게임을 잘 마무리하게 돼 다시 한번 자신감이 생긴다”며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목표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김선우(27·경기도청)가 개인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선우는 김세희(28·BNK저축은행), 성승민(20·한국체대)과 함께 단체전 동메달도 목에 걸었다. 김선우의 개인전 은메달은 한국 선수단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첫 번째 메달이기도 했다. 한국은 금 2, 은 2, 동 1개로 개최국 중국(금 2, 은 1, 동 2개)을 제치고 근대5종 종목 순위 1위에 올랐다. 대회 전 “도쿄 올림픽을 통해 근대5종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이 근대5종 강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던 전웅태의 바람도 그렇게 현실이 됐다. 한편 남자 근대5종 대표팀 맏형 정진화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정진화는 “대표팀 인생의 마지막을 금메달로 장식할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하고 만족한다”고 말했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이 3전 전승 무실점으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하며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부상 재활과 소속팀(프랑스 파리생제르맹) 사정 등으로 대표팀에 늦깎이 합류한 이강인(22)도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36분간 그라운드를 밟으며 대표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한국은 24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최종 3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앞서 쿠웨이트에 9-0, 태국에 4-0 완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했던 한국은 3경기 동안 16골을 넣으면서 무실점 기록을 이어갔다. 황 감독은 이날 안재준과 조영욱 뒤에 이강인을 세웠다. 앞서 두 경기를 건너뛰었던 이강인을 선발로 내보내면서 활용 방안을 점검했다. 이강인은 경기 시작부터 상대 파울을 유도해내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전반 36분 만에 불러들였다. 전반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 들어 한국은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후반 16분 중앙수비수 이한범이 헤딩골로 포문을 열었고, 후반 29분에는 백승호가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9분에는 고영준이 쐐기 골을 성공했다. 한국은 이날 슈팅수에서도 26-1로 바레인을 압도했다. 유효슈팅수도 한국이 5개인 반면 바레인은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총 5장의 교체카드를 쓰며 선수들을 골고루 실험했다.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27일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F조 2위인 키르기스스탄과 16강전을 치른다. F조 최종전에서 대만을 4-1로 꺾은 키르기스스탄은 대만, 인도네시아와 1승 2패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 다득점 등을 따져 조 2위로 16강에 합류했다. 한편 F조의 북한은 이날 인도네시아를 1-0으로 꺾으며 3전 전승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북한은 앞서 대만을 2-0,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제압했다. 이에 따라 남자축구에서 ‘남북대결’은 결승에서나 이뤄지게 됐다. 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했다.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기준)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항저우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16일간의 대장정을 열었다.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5년 만에 아시아인의 축제가 돌아왔다.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기도 하다.이날 개회식이 열린 항저우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은 ‘큰 연꽃’으로도 불린다. 28개의 큰 연꽃잎과 27개의 작은 연꽃잎 형태의 구조물로 구성됐다. 첸탄강의 물결과 항저우의 비단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 이날 개회식의 테마는 ‘아시아에 이는 물결(Tides surging in Asia).’개회식을 앞두고 종일 비가 내리면서 대안으로 정해뒀던 항저우올림픽 스포츠센터 실내농구장 개최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개회식에 앞서 빗줄기가 그치면서 예정대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개회식장 주변 온도는 최고 24도로 시원한 가을 날씨 수준이었다. 교통 통제도 삼엄했다. 23일 오전 7시부터 개회식이 끝날 때까지 대회장 주변의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인근 엑스포센터 지하철역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정차가 중단되기도 했다. 개회식이 예정된 오후 8시(현지시간 기준)를 2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된 오프닝 퍼포먼스는 ‘가을빛의 물(Water in Autumn Glow)’을 주제로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하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개회식장 공중에 걸어놓은 스크린을 전광판 삼아 영상을 구현해내기도 했다. 오성홍기 게양과 함께 각국 선수단의 입장이 시작됐다. 한국 선수단은 이날 총 45개국 중 16번째로 입장했다. 개최국 중국을 제외하고 알파벳 순서에 따라 순서를 정했다. 한국은 펜싱 구본길, 수영 김서영이 공동 기수로 선수단 앞에 섰다. 구본길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남자 주장, 김서영은 여자 주장을 맡기도 한다. 선수들도 밝은 표정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축제의 순간을 각자의 기억에 새겼다. 개회식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도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역대 최다인 1140명의 선수단(선수 867명, 임원 273명)을 파견했다. 금메달 50개에 종합 3위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북한은 앞서 7번째로 입장했다. 기수는 남자 사격의 박명원, 여자 권투의 방철미가 맡았다. 개최국 중국이 마지막 45번째로 입장하면서 개회식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의 개회 선언에 맞춰 스크린에는 ‘디지털 불꽃놀이’가 선보여졌다. 이어 중국의 남자 배드민턴 정스웨이, 여자 탁구 순잉샤가 선수단, 육상 양종민, 사격 가오쟈치가 심판진을 대표로 선서를 했다. 이어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갈라쇼가 이어졌다.하이라이트는 성화 점화였다. 조직위원회가 사전 예고한 대로 마지막 주자 중국 수영 국가대표 왕슌이 성화를 받아들자 스크린 화면을 통해 디지털로 구현한 성화주자가 함께 성화대로 향했다. 여기에 1억 명이 넘는 디지털 성화 봉송자들이 더불어 가상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점화 장면을 연출하며 16일간 항저우를 밝힐 성화가 불붙었다. 이어 대회 주제가 ‘The Love We share‘이 개회식장에 울려퍼지며 2시간여의 개회식이 끝났다. 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항저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일 오후 중국 항저우 샤오산국제공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사흘 앞두고 이곳에 도착한 한국 선수들은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국 취재진 앞에서 출전 각오를 한 마디씩 남겼다. 그런데 한 선수의 차례가 되자 취재진이 재빨리 다가와 마이크 스탠드 높이를 많이 낮췄다. 선수 키가 145cm밖에 되지 않아 마이크가 얼굴을 다 가렸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문강호였다. 초등학교 6학년인 문강호는 2011년 4월생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 1140명(선수 867명, 임원 273명) 중 두 번째로 어리다. 체스의 김사랑 역시 초등학교 6학년으로 2011년생인데 문강호보다 7개월 뒤인 11월에 태어났다. 둘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중 ‘유이한’ 초등학생 선수다. 문강호는 “정말 설렌다.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을 우리나라에 알리고 싶다. 결승 진출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부지게 말했다. 문강호는 아직 ‘사인’을 만들지 못해 팬들이 요청하면 이름을 그냥 또박또박 적어준다고 한다. 김사랑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체스 세계랭킹 1위 허우이판(29·중국)을 꺾고 싶고 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 한다. 한국 체스는 아직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23일 공식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 중 83명이 10대다. 10명 중 1명꼴이다. 문강호가 출전하는 스케이트보드 대표팀은 6명 전부 10대로 평균 나이가 15.6세다. 19세 대학생인 한재진이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최고령이다. 10대에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의 실력들을 갖췄으니 더 어렸을 때부터 ‘영재’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선수가 많다. ‘삐약이’ 신유빈이 대표적이다. 2004년 7월생으로 19세인 신유빈은 여섯 살 때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탁구 실력을 알렸다. 당시 탁구대 위로 머리만 보일 정도의 키로 라켓을 휘두르며 ‘탁구 신동’으로 불렸다. 2019년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14세 11개월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아 역대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로도 이름을 올렸다. 띠동갑 언니인 전지희(31)와 함께 여자복식 세계 랭킹 1위인 신유빈은 아시안게임에서 21년 만의 한국 탁구 금메달에 도전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양궁 영재’로 TV에 나왔던 김제덕(19)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한다. 김제덕은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이미 금메달 2개(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를 목에 건 한국 남자 양궁의 간판이다. 세계선수권에서도 3번(2019, 2021, 2023년)이나 정상에 올랐다. 문강호도 스케이트보드 입문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영재인데 항저우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어한다. 문강호는 아버지가 강릉의 집 마당에 만들어준 파이프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실력을 키웠다.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채현 역시 열 살 때부터 방송을 통해 암벽 타기 재능을 알린 선수다. 2003년생으로 11월에 20번째 생일을 맞는 서채현은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항저우에서 금메달로 풀겠다는 각오다. 여자 핸드볼의 ‘슈퍼루키’ 김민서는 국내 리그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최고 선수 자리에 도전한다. 올해 2월 고교를 졸업하고 삼척시청에 입단한 김민서는 2022∼2023시즌 핸드볼리그 여자부 신인왕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지난해 18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로 선정됐다. 비유럽 국가 최초의 우승이었다. 2004년 2월생으로 19세인 김민서는 항저우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의 아시안게임 3연패를 위해 힘을 보탠다. 손지인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에 한국 리듬체조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메달에 도전한다. 당시 손연재가 금메달을 땄다. 2006년 12월생으로 16세 9개월인 손지인은 얼굴도 손연재와 닮아 ‘제2의 손연재’로 불린다. 아시안게임 4연패에 도전하는 야구 대표팀엔 마산용마고 3학년 투수 장현석(사진)이 있다. 19세인 장현석은 고교 선수로는 최초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뽑혔다. 최고 시속 156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장현석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12강에서 탈락했다. 대회가 공식 개막하기도 전에 토너먼트에서 미끄러지며 1962년 자카르타 대회(5위) 이후 61년 만의 아시안게임 노 메달이라는 굴욕을 안게 됐다. 14회 연속 메달 획득의 기록도 끊겼다.세계랭킹 27위 한국은 22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시에서 열린 파키스탄(51위)과의 12강에서 0-3(19-25, 22-25, 21-25)으로 완패했다. 졸전 끝에 1시간 23분 만에 경기를 내줬다. 메달 경쟁 대신 7~12위 순위결정전으로 밀리게 됐다. 앞서 조별리그(C조) 1차전에서 73위 인도에게 2-3 충격 패했던 한국은 3경기 만에 토너먼트에서 탈락하며 냉정한 현주소를 보여줬다. 한국은 ‘한 수 아래’ 평가를 받아온 파키스탄을 상대로 시종일관 불리한 경기를 했다. 1세트를 26분 만에 내준 한국은 세터 황택의와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을 교체 투입했지만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공격은 무뎠고, 수비는 허술했다. 3세트 들어서 이날 한국의 첫 블로킹이 나올 정도로 높이에서도 압도당했다. 공격 득점(34-45), 블로킹(5-9) 모두 파키스탄에 열세였다. 범실도 뼈아팠다. 분위기를 탈 때마다 범실을 기록하며 스스로 승기를 내줬다. 2세트 21-22에서 나경복의 범실로 동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한국은 어포짓 스파이커 허수봉(11득점)이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파키스탄은 윙 스파이커 우스만 파리아드(20득점), 어포짓 스파이커 칸 무라드(19득점)을 앞세워 한국 코트를 휘저었다. 특히 키 2m5㎝의 무라드에 고전했다. 경기 뒤 임도헌 한국 대표팀 감독은 “드릴 말씀이 없다. 국제대회에서 우리 실력이 이 정도다. 기본적인 디펜스 등 앞으로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장 황택의(세터)는 “세터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 전광인이 대회 기간 부상으로 허덕이긴 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것 또한 문제다. 앞서 아시아 챌린지컵 3위, 아시아선수권대회 5위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베테랑 세터 한선수를 소방수로 긴급 투입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적은 고사하고 ‘세대교체’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금메달을 목표로 내걸었던 한국은 어느 때보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으며 앞으로의 숙제만 남겼다. 사오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역대 아시안게임 골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수확한 나라는 한국이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이 된 골프에서 그동안 총 36개의 금메달이 나왔는데 한국이 그중 13개를 거머쥐었다.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남·여 개인, 단체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두 싹쓸이했다. 그랬던 한국 골프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노 골드’에 그쳤다.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건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 골프가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는 이유다.》13년 만에 金 도전하는 남자 골프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에는 큰 변화가 있다. 지난 대회까지 남녀 모두 아마추어 선수만 출전이 가능했는데 이번 대회부터는 프로 골퍼의 출전도 허용된다. 아마추어, 프로 선수의 숫자는 국가별로 정한다. 한국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시우(28)와 임성재(25)가 남자 대표팀에 합류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4월 세계랭킹 상위권자 자격으로 항저우 티켓을 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국가대표를 새로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대한골프협회는 강화위원회를 거쳐 명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PGA 투어 통산 4승의 김시우와 2승의 임성재는 명실상부 세계 정상급 플레이어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PGA 투어 페덱스컵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투어 챔피언십 무대를 나란히 밟기도 했다. ‘맏형’ 김시우는 올 1월 소니 오픈에서 우승을 맛봤다. 2021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 이후 2년 만에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2018∼2019시즌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최초로 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했던 임성재는 큰 무대에 강하다. 2020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준우승을 하며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 기록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총 9차례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데뷔 시즌부터 5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초대받으며 탱크 최경주(4회)를 넘어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기록도 썼다. 두 선수가 합류한 이번 한국 남자 대표팀은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김시우와 임성재는 항저우에서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끊긴 남자 골프 금맥을 13년 만에 잇겠다는 각오다. 둘이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혜택까지 받으면 투어 활동에서도 날개를 달 전망이다. 아마추어 동생들의 기세도 좋다. 조우영(22)과 장유빈(21)은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각각 프로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조우영이 4월 골프존 오픈, 장유빈이 8월 군산CC 오픈에서 정상에 섰다. 코리안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2승을 합작한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대회를 앞두고 투어 대회에 초청 선수로 꾸준히 출전하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남자 골프 단체전의 경우 매 라운드 4명 중 상위 3명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겨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중요하다. 남자 골프 메달 경쟁 상대로는 인도, 태국 등이 꼽힌다. 인도는 DP월드투어(옛 유러피안 투어)에서 2승씩을 따낸 아니르반 라히리(36)와 슈반카르 샤르마(27), 태국은 올해 신한동해오픈에서 연장 끝에 준우승한 파차라 콩왓마이(24)가 주요 선수로 꼽힌다. 골프 경기는 웨스트레이크 인터내셔널 골프코스에서 진행되는데 페어웨이가 좁지 않은 등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다.세계 1위 중국 인뤄닝 넘어야 하는 여자 골프 여자 대표팀은 ‘고등학생 3총사’ 유현조(18), 임지유(18), 김민솔(17)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3명이 나서는 여자 대표팀은 애초 프로 1명, 아마추어 2명으로 팀을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프로에서 마땅한 지원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아마추어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여자 단체전의 경우 매 라운드 3명 중 상위 2명의 스코어를 합산한다. 막내 김민솔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 등에서 우승한 김민솔은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선수들을 뚫고 공동 4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17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금융그룹 읏맨오픈에서도 공동 5위를 했다. 여자 골프의 경우 개최국 중국의 강세가 전망된다. 특히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인뤄닝(21)이 출격한다. 올 3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디오 임플란트 LA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인뤄닝은 6월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서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달 12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오르며 중국 선수로는 펑산산에 이어 두 번째 톱 랭커가 됐다. 이 밖에 세계랭킹 12위 린시위(27)도 출사표를 냈다. 안방 코스의 이점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이 밖에 대만, 태국 등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골프 대표팀은 경기 시작 사흘 전인 25일 결전지 항저우로 향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9·사진)이 출국했다. 영국에서 A매치(국가대항전) 2연전을 치르고 입국한 지 닷새 만이다. 20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자택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다음 달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 일정을 앞두고 미국 집으로 가서 짐도 챙기고 개인 업무를 본 뒤 9월 말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다. 독일 출신인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미국 이중 국적자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유럽 리그에서 뛰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영국에서 A매치 2연전을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당초 그는 영국에서 바로 독일로 가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관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른바 ‘재택근무’에 따른 불성실 논란이 거세지자 계획을 바꿔 한국으로 왔다. 입국 후 국내에 머물면서 16, 17일 이틀 동안 프로축구 K리그1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봤다. K리그1 경기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에도 열린다. 클린스만 감독은 2월 27일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고 9일 뒤인 3월 8일 한국에 왔다. 이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한국에 머문 기간은 73일이다. 클린스만호는 10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 17일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A매치를 치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 배구는 2021년 8월 도쿄 올림픽 4강에 들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동네북’에 가까운 신세가 됐다. 이달 열린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14개 참가국 중 6위에 그쳤다. ‘세계 4강’이던 한국 여자 배구가 ‘아시아 4강’에도 들지 못한 것이다. 한국 여자 배구가 1975년 창설된 아시아선수권에서 4강에 오르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김연경 떠난 뒤 구심점 잃어2024년 파리 올림픽 여자 배구 예선이 17일부터 폴란드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딸 거라 믿는 배구 관계자는 거의 없다.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망도 밝지 않다. 그동안 한국 여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6년 도하 대회(5위)가 유일하다. 당시 18세였던 ‘배구 여제’ 김연경(35)이 무릎 수술을 받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는데도 대표팀에 선발한 게 결국 화근이 됐다. 2023년 현재도 한국 여자 배구는 ‘김연경 이후’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대표 간판 아웃사이드 히터였던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던 김수지(36), 양효진(34·이상 미들블로커)도 나란히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또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4·이탈리아)이 떠나고 수석 코치로 라바리니 감독을 보좌했던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46·스페인)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한국은 2년 동안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4전 전패를 당하는 등 아시아선수권까지 36경기 5승 31패(승률 13.9%)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조 ‘최하위 결정전’에서 크로아티아에 이겼고 나머지 4승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대만(45위), 우즈베키스탄(81위), 호주(63위), 인도(65위)를 상대로 따낸 것이다. 그러면서 도쿄 올림픽 때 14위였던 세계랭킹도 36위까지 떨어졌다. 이제 한국 여자 배구는 남자 배구(27위)보다 세계랭킹이 더 낮다. 해설위원 A는 “김연경이 빠진 뒤 수십 경기를 치르면서 확실한 선발 라인업조차 꾸리지 못한 걸 보면 곤살레스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 감독 선임과 전임 감독제를 원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 예전처럼 국내 프로 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심판 B는 “선수들 사이에 구심점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배구 여자 선수 평균 연봉이 1억5200만 원(2023∼2024시즌 기준)까지 올라가면서 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들렸다. 일례로 야구는 국제대회 참가 및 성적에 따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획득에 필요한 선수 등록 일수를 추가로 제공한다. 축구는 A매치(국가대항전)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해외 진출 기회로 이어지는 ‘쇼 케이스’ 역할을 한다.● 女高 배구팀 한국 18개 vs 일본 3534개 배구계에서는 ‘국가대표 B팀’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가령 올림픽 예선에 A팀이 나간다면 아시아선수권에는 B팀을 내보내는 등 대회 수준에 따라 팀을 따로 운영해 긴 호흡으로 대회를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대한배구협회는 국민체육진흥기금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B팀 운영에 드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 팀 관계자 C는 “축구만 해도 스폰서 후원은 물론이고 중계권, 입장료 등 수입원이 다양하다. 배구협회도 대표팀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자체 수입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구 단체가 이원화된 것도 문제다. 현재 대표팀은 배구협회, 프로배구 V리그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관장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에이전트 D는 “올림픽을 앞두고는 자국 리그 일정을 축소하는 나라도 있다. 대표팀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고민해 볼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B팀까지 운영하기엔 ‘선수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소년 배구부터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여자 배구팀 수는 중학교 21개, 고등학교 18개가 전부다. 선수도 중학교 271명, 고등학교 204명밖에 되지 않았다. 일본은 중등부에 6741개, 고등부에 3534개의 팀이 있다. 예전에 ‘센바쓰(選拔·선발)’라고 불리던 일본고교배구선수권대회 본선 참가 팀 수가 52개로 한국 전체 여고 팀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이런 배구 저변을 바탕으로 일본은 세계랭킹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학교 배구부 수를 단기간에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새 시즌부터는 프로팀들이 기존 외국인 선수 외에 아시아 지역 선수를 추가로 보유하는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면서 학교 배구부를 운영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아시아 쿼터 도입 이후 프로 구단들이 신인 드래프트 순번에 따라 각 학교에 주던 지원금을 점차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10년 뒤까지 보는 장기 플랜 세워야 KOVO가 아시아 쿼터를 도입한 건 ‘제대로 된 유망주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프로팀들의 하소연 때문이다. 프로 감독 E는 “기본기가 부족한 신인들이 너무 많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을 만한 재목이 점점 줄고 있다”고 했다. 프로 코치 F도 “그저 키 큰 선수들을 뽑아다가 공격부터 시키는 게 학교 배구부의 현주소다. 선수별 장단점을 잘 파악해 맞춤형 지도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김연경(192cm)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세계 톱클래스’ 선수가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릴 때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중학교 시절 키가 158cm밖에 되지 않아 ‘(수비 전문 선수) 리베로라도 되자’는 생각으로 수비 연습에 매달렸다. 그러다 고교 1학년 때 갑자기 20cm가 자란 뒤로 공격수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고가 사리나(27·NEC)도 180cm로 배구 선수치고는 큰 편이 아니다. 그래도 올해 VNL에서 209득점(9위), 디그(상대 득점을 막아낸 수비) 118개(12위)를 기록하면서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기본기를 갖춘 선수를 발굴하려면 유소년 배구클럽이나 아카데미 등을 활성화해 취미로 배구를 시작한 이들이 ‘엘리트 스포츠’로 넘어오도록 유도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귀화 선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브라질배구연맹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대비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때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브라질 남녀 대표팀이 나란히 세계랭킹 4위까지 떨어지자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십년지계를 세운 것이다. 한국 배구는 코앞에 닥친 대회 성적에만 목을 매는 게 현실이다. 프로팀 감독 G는 “뭔가를 하루아침에 바꾼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세계 배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한국 배구의 현실과 특성을 고려한 장기 플랜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
“지금은 나 자신을 믿고 플레이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KOREA’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타난 남자 골프 국가대표 장유빈(21·한국체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함께 출전하는 대표팀 선배 김시우(28)와 임성재(25)한테 받고 싶은 ‘원포인트 레슨’이 있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형들과 함께 연습하고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될 것 같다. 형들과 친해져 인스타그램 맞팔로를 하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장유빈은 아마추어 선수이고 김시우와 임성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다. 한국 남자 골프는 이들 셋에 아마추어 선수인 조우영(22)까지 4명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꾸렸다. 항저우 대회에선 골프 종목에 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됐다. 최근 인천 클럽72 골프장에서 만난 장유빈은 넉 달 전 임성재와의 식자 자리 얘기를 꺼냈다. 장유빈은 “성재 형이 (국내 대회 출전을 위해) 5월 한국에 왔을 때 밥을 같이 먹었다. 그때 형이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하자’고 하더라”며 “농담 삼아 말했는데도 진심인 것처럼 들리더라”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남자 골프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시우와 임성재는 지난 시즌 PGA투어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명만 출전할 수 있는 투어 챔피언십 무대를 밟았다. 아시안게임 참가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명에 든 선수는 김시우와 임성재, 김주형까지 한국 선수 3명뿐이다. 아마추어 동생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조우영(4월 골프존 오픈), 장유빈(8월 군산CC 오픈)은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각각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프로 잡는 아마추어’로 이름을 알렸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대표팀 모두 ‘노 골드’에 그쳤던 한국 골프는 항저우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특히 남자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광저우 대회에서 한국은 골프에 걸린 금메달 4개(남녀 개인전과 단체전)를 싹쓸이했었다. 남자 대표팀 막내 장유빈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는 게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어떻게든 한 타라도 더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달 전부터 장유빈은 아시안게임 대회장인 웨스트레이크 인터내셔널 골프코스대로 구현한 스크린 연습장에서 훈련해 왔다. 장유빈은 “경기장에 가서 잔디 상태를 직접 봐야 하겠지만 페어웨이가 좁지는 않은 편이다.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장유빈은 올 시즌 코리안투어에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300.42야드(약 275m)를 기록 중이다. 투어 중상위권 수준이다. 장타에 대한 자신감으로 다른 선수들이 잘 쓰지 않는 2번 아이언도 종종 잡는다. 장유빈은 지난해 4월 대한골프협회장배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을 따냈다. 그런데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장유빈은 프로 전향도 미룬 채 대회를 준비해 왔다. 장유빈은 언젠가 PGA투어에 진출해 ‘롤 모델’인 타이거 우즈처럼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는 게 꿈이다. 장유빈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 말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후회 없는 경기로 꼭 금메달을 걸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골프 경기가 시작되기 사흘 전인 25일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른다.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사진)은 경기 전 빵을 먹지 않는다. 빵을 먹고 경기에 나섰다가 0점을 쏜 아픈 기억 때문이다. 경기를 말아 먹을까(망칠까)봐 밥도 국에 말아 먹지 않는다. 승리를 위한 그만의 루틴이다. 아티스틱스위밍 국가대표 이리영은 렌즈를 왼쪽부터 끼고, 여자 근대5종 대표팀 김선우는 경기 전에 반드시 손톱을 깎는다.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하루를 이겨내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입장권 가격이 가장 비싼 종목은 e스포츠로 나타났다. 17일 대회 입장권 판매 사이트에 따르면 e스포츠 입장권은 세부 종목에 따라 200∼400위안(약 3만6000∼7만3000원)에서 시작한다. 20위안부터 시작하는 유도, 하키 등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비싼 것. 골프(300위안), 리듬체조(200위안) 정도만 e스포츠와 비슷한 수준이다. 돈이 있다고 e스포츠 입장권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복권 추첨 방식으로 입장권을 판매하는 종목은 e스포츠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e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항저우 e스포츠 센터’는 약 41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시범 종목이었던 e스포츠는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으며 총 7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한국은 ‘페이커’ 이상혁, ‘쵸비’ 정지훈 등을 앞세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금메달을 노린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0·고양시청)이 세계역도선수권대회 3관왕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인 장미란도 선수 시절 해내지 못했던 한국 여자 역도 선수 최초의 기록이다. 박혜정은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국제역도연맹(I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87kg 이상급(최중량급)에서 인상 124kg, 용상 165kg을 들어 합계 무게 289kg을 기록했다. 인상과 용상, 합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박혜정은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지난해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합계 8위를 했던 박혜정은 1년 사이에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상과 용상 합계 무게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세계선수권은 3개 부문을 각각 시상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은 2005∼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4회 연속 합계 1위를 했는데 모두 2관왕이었다. 인상에서 4차례 모두 2위를 했다. 올림픽이 열린 2008년엔 세계선수권이 개최되지 않았다. 남자 선수는 61kg급 신록(21)이 2021년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에 올랐었다. 박혜정은 장미란의 경기 장면을 보고 역도를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바벨을 잡은 박혜정은 국내 중학생 기록(합계 259kg), 주니어 기록(290kg)을 잇달아 작성하며 ‘제2의 장미란’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해 5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도 3관왕을 차지했다. 박혜정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더욱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혜정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리원원(23·중국)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박혜정은 5월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리원원에게 밀려 합계 2위를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리원원이 현재 87kg 이상급 세계 랭킹 1위, 박혜정이 2위다. 인상(148kg), 용상(187kg), 합계(335kg)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보유한 리원원은 이번 세계선수권 인상 1, 2차 시기에서 130kg에 연이어 실패한 뒤 기권했다. 박혜정은 항저우에서 리원원을 꺾기 위해 합계 300kg을 목표로 매일 총 무게 2만5000kg에 이르는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박혜정의 개인 최고기록은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작성한 합계 295kg이다. 2021년 세계선수권 용상과 합계에서 여자부 2관왕에 올랐던 손영희(30·부산시체육회)는 이번 대회 인상에서 122kg을 들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아시안컵이 우리의 시험대다.” 영국에서 A매치 친선경기 2연전을 치르고 14일 귀국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9)은 “우리가 (아시안컵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때 비난하고 비판해도 늦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2월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이후 자신의 지도력과 이른바 ‘재택근무’에 따른 불성실 논란 등을 둘러싼 비판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또 “결과가 안 좋으면 그때는 정말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게 감독의 숙명”이라고도 했다. 당장의 대표팀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기 때문에 그때 가서 결과를 보고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3월 입국하면서 “당장은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었다. 한국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안컵에서 1960년 이후 63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2연전 이후 잡혀 있던 자신의 일정을 바꿔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귀국한 이유에 대해 “당신들이 오라고 해서 바로 돌아왔다”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에 머문 시간이 70일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축구 팬들은 ‘재택근무’ ‘원격 지휘’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김민재의 소속 팀인 바이에른 뮌헨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었다. 그는 “해외 방문경기를 마치면 감독도 대개는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다는 얘기를 대한축구협회 등 많은 분한테서 들었다. 그래서 일정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1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고 부임 후 6경기 만에 힘겹게 첫 승을 신고했다.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은 10일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역대 가장 많은 1140명의 선수단(선수 867명, 임원 273명)이 참가한다. 안방에서 열렸던 2014년 인천 대회(1066명) 때보다 많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국가대표 중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가장 많이 딴 선수는 수영 남자 다이빙의 우하람(25)이다.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로 모두 8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은메달과 동메달 2개씩을 목에 걸었다. 우하람은 항저우에서 다이빙 세계 최강인 중국 선수들을 넘어 개인 첫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딴 선수는 남자 펜싱의 구본길(34)과 여자 사이클 나아름(33)으로 각각 5개의 금메달을 갖고 있다. 구본길이나 나아름이 항저우에서 각각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면 새 기록을 쓰게 된다. 수영의 박태환(34) 등 5명이 각각 역대 최다인 6개의 금메달을 땄다. 2018년 대회에서 구본길은 2관왕, 나아름은 4관왕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최다 출전 선수는 육상 남자 해머던지기의 이윤철(41)이다. 2002년 부산 대회부터 이번 항저우 대회까지 6회 연속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는다. 한국기록(73.77m) 보유자인 이윤철의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은 2006년 도하 대회에서 거둔 4위다. 최고령 선수는 여자 브리지의 임현으로 73세다. 최연소 선수인 여자 체스의 김사랑(12)과 61세 차이가 난다. 브리지는 52장의 트럼프 카드로 승부를 겨루는 마인드 스포츠다. 함께 참가하는 가족도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종국 감독(50)과 서채현(20)은 부녀 사이다. 사이클 신동인(29)과 이주미(34)는 부부다. 수영 다이빙의 김영남(27), 김영택(22)은 형제 국가대표다. 육상 400m 한세현(29)과 장대높이뛰기 한두현(29)은 쌍둥이 형제다. 소프트볼 대표팀에는 코치인 배내혜(38)와 선수인 배유가(34) 자매가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지 플리크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58·사진)이 일본에 3골 차 패배를 당한 바로 다음 날 경질됐다.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건 전임 감독제가 도입된 이후 9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전 완패가 독일 축구에 안긴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독일축구협회는 “플리크 감독을 즉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독일축구협회 회장은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낸 대표팀에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독일축구협회는 또 내년 6월 자국에서 개최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를 앞두고 대표팀이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건 1926년 전임 감독제 도입 후 처음이다. 플리크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 시절인 2019∼2020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와 축구협회컵,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하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지도자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도 자리를 지켰던 그는 최근 A매치 3연패를 당하면서 2021년 8월 부임 후 2년 1개월 만에 결국 지휘봉을 빼앗겼다. 특히 10일 안방(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일본에 1-4로 완패한 게 결정타가 됐다. 독일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일본에 1-2로 졌다. 독일이 A매치에서 3연패를 당한 건 서독 시절인 1985년 이후 38년 만이다. 독일은 일본전을 포함해 최근 5차례 A매치에서 1무 4패를 기록했다. 독일 대표팀 후임 사령탑으로는 율리안 나겔스만 전 뮌헨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로 이적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사진)의 활약에 미국이 들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시가 마이애미 데뷔전을 치른 7월 21일 하루에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의 MLS 2023시즌 구독자가 11만 명 이상 늘었다. 정가 90달러짜리 경기 입장권도 18.6배 비싼 1674달러에 ‘2차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스타 파워’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가대표 상비군 박정훈(17·수성방통고)이 국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인 허정구배 제69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박정훈은 8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박정훈은 2위 임태영을 3타 차로 제쳤다. 박정훈은 이번 대회 참가자 107명 중 유일하게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적어냈다. 키 170cm인 박정훈은 겨울 훈련을 통해 몸무게를 55kg에서 67kg으로 불렸다. 스윙에 힘이 실리면서 드라이버 비거리가 20m 정도 늘어난 약 280m가 됐다. 비거리가 늘어난 데 힘입어 지난달 제주도지사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박정훈은 아마추어 대회 중 가장 많은 랭킹 포인트(우승 750점)가 걸려 있는 허정구배 우승으로 내년 국가대표 선발이 유력해졌다. 1954년 창설된 이 대회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다. ‘한국 골프의 요람’으로 불리는 이 대회는 김경태(2004, 2006년 우승), 노승열(2005년 우승), 김비오(2008년 우승) 등 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