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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알카라스(19·스페인·세계랭킹 6위)가 남자 테니스의 사마염(236∼290)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위·촉·오로 나뉘어 있던 중국 삼국시대의 막을 내린 사마염처럼 알카라스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1위), 라파엘 나달(36·스페인·4위), 로저 페더러(41·스위스·46위)가 군림하던 ‘남자 테니스 삼국지’의 결말을 책임질 샛별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알카라스는 9일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마스터스 1000 시리즈 마드리드 오픈 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25·독일·3위)에게 2-0(6-3, 6-1) 완승을 거두고 2002년 시작한 이 대회의 최연소(만 19세 3일)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알카라스는 “나달이 (2010년) 마드리드 오픈에서 우승하는 걸 보면서 테니스 선수라는 꿈을 처음 꿨다. 그래서 이 대회 우승이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바르셀로나 오픈 정상을 차지했던 알카라스는 이날 우승으로 자신의 우상인 나달(만 18세 11개월 6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마스터스 1000 시리즈에서 2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마스터스 1000 시리즈는 4대 메이저 대회 바로 아래 등급이다. 알카라스는 지난달 25일 만 18세 11개월 20일에 세계랭킹 9위에 자리하면서 역시 나달(만 18세 10개월 22일)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알카라스는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이 대회 8강에서 나달을 처음 꺾은 뒤 준결승에서는 조코비치를 연달아 격파했다.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두 선수를 모두 이긴 건 알카라스가 처음이다. 랭킹 10위 안에 든 선수를 상대로 7연승 중인 알카라스는 28승(3패)으로 시즌 최다승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알카라스는 16일부터 열리는 프랑스 오픈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나달 역시 19세였던 2005년 프랑스 오픈 우승을 계기로 남자 테니스 ‘빅3’의 한 축으로 발돋움했다. 알카라스는 “프랑스 오픈은 도전의 무대라고 생각한다. (5세트까지 경기를 치르는) 메이저 대회에서는 내 실력이 얼마나 통하는지 부딪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데이트 폭력’으로 물의를 빚었던 정지석(27·대한항공·사진)이 앞으로 1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6일 ‘국가대표 강화훈련 제외 심의위원회’를 열고 남자 배구 국가대표 정지석을 대표팀 강화훈련에서 1년간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대한체육회는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배구협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강화훈련은 협회가 선발한 선수와 지도자가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 국가대표 선수촌 등에서 하는 훈련을 말한다. 이 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는 건 결국 국가대표의 자격이 정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구협회는 7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지컵 남자대회 국가대표 명단에 정지석을 포함했다. 체육회는 당초 이 명단을 그대로 승인했지만 정지석의 과거 행적이 다시 도마에 오르자 6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정지석의 대표팀 승선을 막은 것이다. 정지석은 데이트 폭력 혐의로 지난해 9월 고소를 당한 뒤 고소인인 옛 여자 친구와 합의하면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한국배구연맹(KOVO)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벌금 500만 원을 부과했고 소속 팀 대한항공은 1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소리 없는 올림픽’ 그 이상을 꿈꾸는 명사수 남매가 나란히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청각장애인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누나’ 김고운(27·전남장애인체육회)은 6일 브라질 카시아스두술 헌팅앤드슈팅클럽에서 열린 대회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223.8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동생’ 김우림(24·보은군청)은 이미 전날 남자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상태였다.사격 시간 순서는 반대였다. 중학생인 누나가 사격을 시작하자 초등학교 6학년이던 동생이 따라서 총을 잡았다.데플림픽 출전도 누나가 먼저였다. 김고운은 이미 5년 전 삼순 대회 때는 50m 소총 복사에서 동메달을 따낸 적이 있다. 동생은 이번이 첫 데플림픽 출전이다. 이 남매 꿈은 데플림픽 무대를 넘어 비장애인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이다.김우림은 “그 꿈을 이루면 어머니 노은미 씨(50)가 분명 더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한국 선수단은 남녀 유도 단체전에서도 은메달 2개를 추가했다.이로써 한국 유도 대표팀은 금 2개, 은 6개, 동 2개로 역대 데플림픽 최고 성적을 새로 썼다.또 여자 탁구 대표팀도 김서영 모윤솔 모윤자 이지연이 나선 단체전에서 조2위로 준결승에 진출하며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한국은 이날까지 금 2개, 은 7개, 동 3개로 종합 순위 6위를 지켰다. 종합 1위는 금 24개, 은 9개, 동 13개를 차지한 우크라이나가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카시아스두술(브라질)=데플림픽 공동취재단}
유도 대표팀이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청각장애인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최선희(28·평택시청)는 5일 브라질 카시아스두술 레크레이우 다 주벤투지에서 열린 대회 유도 여자 70kg 결승에서 마르나 포호렐로바(43·우크라이나)를 절반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매트에 오른 홍은미(38·안산시장애인체육회)도 여자 78kg급 결승에서 안나 크라모로바(26·카자흐스탄)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추가했다.최선희는 “실감이 안 난다”면서 “원래 색깔 상관없이 메달을 따자고만 생각했다. 후회없이 즐기면서 경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즐기면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금메달이 따라왔다”며 활짝 웃었다. 최선희는 여름과 겨울 데플림픽을 모두 경험한 선수다. 컬링 선수로 2015 한티만시스크 겨울 대회에 도전한 뒤 2017년 삼순 여름 대회 때 카타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이번 카시아스두술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까지 차지했다.카타(形)는 한 팀에서 두 명이 나와 유도 기본 동작을 선보이는 종목이다.최선희는 “2013년 소피아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 무릎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2017년 삼순 대회 때 꿈에 그리던 첫 데플림픽에 나갔다. 카타와 단체전에서 메달을 땄지만 개인전 메달을 못딴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이어 “지금까지 잘 키워주시고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의 지원을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사진 작가로 봉사 활동 중인 최선희의 아버지 최효현 씨도 함께 했다.생애 첫 데플림픽 금메달을 딴 최선희와 달리 홍은미는 이번이 네 번째 금메달이다.2009년 타이베이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홍은미는 2013년 소피아 대회 때 2관왕에 이어 9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가져오며 2017년 삼순 대회서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씻어 냈다.홍은미는 “기분 최고였다”면서 “금메달을 더 따고 싶었다. 유도에 대해서만큼은 욕심이 있는 편이다. 결코 유도를 끊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곱 살 때 고열에 시달린 후 청각이 약해진 홍은미는 어머니 권유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도복을 처음 입었다.홍은미는 “너무 힘들지만 정말 재미있다. 태권도, 테니스, 육상 등 여러 종목을 해봤지만 내겐 유도가 제일 잘 맞더라”며 웃었다.2017년까지 충북도청 실업팀에서 전문선수로 활약한 그는 2018년부터 안산시장애인체육회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낮엔 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엔 운동을 하면서 데플림픽 금메달 꿈을 이뤘다.한국 유도 대표팀은 이날까지 금 2개, 은 4개, 동 2개를 기록하면서 삼순 대회(금2, 은3, 동2) 메달 숫자를 넘어섰다. 아직 단체전이 남아 있는 만큼 메달 숫자는 더욱 늘어날 확률이 높다.원재연 유도 대표팀 감독은 “최선희는 동메달만 따도 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장 많은 땀과 눈물을 쏟은 선수다. 기량의 200%를 발휘했다.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그리고 계속해 “홍은미는 일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이어 데플림픽 금메달까지 땄다. 멘탈과 자기관리가 놀라운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번 대회에 카타 종목이 없어지는 등 종목 숫자가 줄었는데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면서 “3년 후 도쿄 대회도 ‘유도 강국 코리아’는 분명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이날까지 금 2개, 은 5개, 동 2개를 따내 메달 순위에서 6위까지 뛰어 올랐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종합 3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카시아스두술(브라질)=데플림픽 공동취재단}
서울시청 휠체어농구단이 방탄소년단(BTS)급 후원을 받게 됐다.BTS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고 있는 코웨이는 4일 서울 구로구 G타워 본사에서 휠체어농구단 창단식을 열었다.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은 원래 서울시청에 몸담고 있던 선수단이 전원 코웨이로 소속을 옮긴 형태다. 이에 따라 임찬규 단장, 김영무 감독, 강희준 플레잉 코치를 비롯해 총 11명이 코웨이 정직원이 됐다.이날 창단식에는 이해선 코웨이 대표를 비롯해 오제세 대한장애인농구협회 회장, 주원홍 대한장애인체육회 부회장, 이미숙 서울시 체육관광국 과장 등이 참석해 코웨이 농구단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코웨이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장애인 고용 창출과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차원에서 휠체어농구단 창단을 추진했다”면서 “앞으로 선수를 추가로 채용해 선수진을 보강하고 휠체어농구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권라임(30·대구우리들병원)이 한국 대표팀에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청각장애인올림픽) 첫 메달을 안겼다.권라임은 대회 사흘째인 4일 브라질 카시아스두술 레크레이우 다 주벤투지에서 열린 대회 유도 여자 48㎏급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이 체급은 출전 선수가 5명밖에 되지 않아 참가 선수끼리 서로 한번씩 맞붙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했다.권라임은 3회전에서 반칙패를 당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 전부 승리하며 3승 1패로 은메달을 차지했다.세 살 때 고열로 청력을 잃은 권라임은 고교 2학년 때 허리 디스크에 운동이 좋다는 주변 권유로 유도복을 처음 입었다. 권라임은 “5년 전 삼순 대회 때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어깨도 좋지 않고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힘들었지만 의무실 선생님들이 치료와 테이핑을 잘해주셔서 끝까지 잘 버틸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그는 “한 경기라도 잘하자는 마음으로 출전했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니 은메달도 따게 됐다”며 웃었다. “첫 데플림픽이라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3년 뒤 도쿄에선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눈을 빛냈다. 은메달 획득 순간 가장 생각난 사람은 역시 ‘엄마’였다. 권라임의 어머니 박미순 씨(54)는 딸을 누구보다 믿고 응원하고 지지해준 이 세상 최고의 팬이자 후원자다.권라임은 “엄마는 핸드볼을 하셨는데 부상으로 국가대표의 뜻을 이루지 못하셨다. 늘 ‘우리 딸 하고 싶은 것 다하라’며 응원해주신 덕분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엄마가 못 이룬 꿈도 대신 이룰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권라임이 물꼬를 튼 뒤 이날 유도장에선 메달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여자 57㎏급 이현아(18·전주 우석고), 남자 73㎏급 황현(24·세종시장애인체육회)이 잇달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재연 유도 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세 달간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 모두에게 ‘축하한다.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원 감독은 은메달을 딴 선수 세 명에 대해 애정 넘치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그는 “권라임은 대구 우리들병원 실업팀에서 개인훈련을 꾸준히 해온 선수다. 오늘 가장 값진 결과를 얻었다. 이현아는 고교 3학년으로 어리고 전도유망한 선수다. 앞으로 몸관리만 잘하면 데플림픽에 3, 4번은 더 도전할 수 있을 것”라고 했다. 이어 “황현은 비장애인 유도에서도 워낙 잘했던 선수다. 작년 10월 십자인대가 끊어진 후 어렵게 대회에 출전했다. 금메달로 꼭 보상받길 바랐는데 제일 아쉬운 건 선수 본인일 것”이라면서 “단체전에선 꼭 금메달을 따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이날 은메달 3개로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가세했다. 5일에는 첫 금메달 소식도 기대하고 있다.원 감독은 “첫날 어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줬다. 내일은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출전한다. 김민석(포항시청), 양정무(평택시청), 홍은미(안산시장애인체육회) 중 하나는 금메달을 따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카시아스두술=데플림픽 공동취재단}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배구상’ 수상팀으로 뽑힌 천안고와 인하대사범대부속고에 장학금을 각 2000만 원씩 전달한다고 4일 발표했다.2017년부터 수상을 시작해 올해까지 총 68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한 최태웅 배구상은 연령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도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이 팀 최태웅 감독이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현대캐피탈은 “평소 유소년 배구 대회 현장을 자주 찾는 최 감독이 배구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 숫자고 줄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더 적극적으로 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최 감독은 “배구 팬들에게 지금까지 받아온 관심과 사랑을 배구에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장학금을 내놓게 됐다”면서 “한국 배구의 미래인 유소년들이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최 감독은 또 천안, 무주, 대구, 부산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구단 유소년 배구 교실과 지역 유소년 배구팀 교육 지원도 이어나갈 방침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우리는 소리없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피스! (We can change the world without noise. Peace!)”전 세계 청각장애 스포츠인 대축제,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이 2일 오전 6시 개회식을 통해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청각장애 선수들의 올림픽’ 데플림픽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보다 36년 앞선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번 데플림픽은 원래 지난해 12월 5~21일 브라질 남부에 있는 카시아스두술에서 개최 예정이었지만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5월 1~15일로 일정을 바꿨다. 남미에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77개국 선수단 4200여 명이 참가했다.이날 카시아스두술 세지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개회식, 대형 스크린엔 ‘영혼의 눈과 귀를 가졌다는 건 멋진 일(It’s wonderful to have ears and eyes in the soul)’이라는 헬렌 켈러(1880~1968)의 명언과 함께 ‘우리는 소리없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데플림픽기(旗)를 무대에 게양한 후 대회 마스코트 니노(코아티·긴코너구리)의 춤이 이어졌다. 이어 데플림픽 역사와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 이해, 평등, 연대, 페어플레이의 가치를 소개한 뒤 각국 선수단이 개회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데플림픽 초대 개최국 프랑스가 가장 먼저 입장했고, 알파벳 순서에 따라 각국 선수단이 차례로 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에 들어섰다. 전쟁 포화를 뚫고 데플림픽에 나선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은 개회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의 참가를 금지한 가운데 ‘장애인 스포츠 강국’ 우크라이나는 이번 대회 최다 규모인 259명을 파견했다. ‘STOP WAR(전쟁을 멈춰주세요)’ 라는 문구를 쓴 국기를 든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과 선수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인류 평화를 향한 지구촌의 연대와 지지를 전했다. 태권도 남자 80㎏급에서 3연패에 도전하는 이학성(27·김포시청)을 기수로 내세운 한국 선수단은 77개 참가국 중 38번째로 입장했다. 노란 상의에 쪽빛 하의, 개량한복 차림으로 등장한 선수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든 채 관중들과 호응하며 개회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다 규모인 선수단 148명(선수 81명, 경기임원 22명, 본부임원 45명)을 파견했다. 한국은 배드민턴, 사격, 수영, 유도, 육상, 축구, 탁구, 태권도 등 8개 종목에서 금메달 9개 이상, 종합 3위 수성을 목표 삼고 있다. 1985년 제16회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첫 선을 보인 한국은 2009년 타이베이, 2013년 소피아, 2017년 삼순 대회에서 3회 연속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3위를 달성했다. 가장 최근인 삼순 대회선 금메달 18개, 은메달 20개, 동메달 14개를 따냈다.이날 개회식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보우소나루 여사가 참석해 수어 연설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지를 표했다. 2019년 1월 남편의 대통령 취임식 때 수어 통역으로 직접 무대에 올라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퍼스트 레이디가 데플림픽 현장서도 전 세계 청각 장애인들과 자유롭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선수, 심판 대표 선서에 이어 성화가 경기장에 도착했다. 대회 성화는 국제농아인스포츠위원회(ICSD)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출발해 ‘데플림픽의 성지’ 프랑스 파리로 이동한 뒤 브라질 성화봉송자 26명의 손을 거쳐 개최지 카시아스두술에 도착했다. 브라질 청각장애 수영 금메달리스트 기렐미 카바치와 지역 어린이가 손잡고 건넨 성화를 최종 주자인 마리오 미펜텔 브라질농아인스포츠연맹 설립자 겸 전 회장이 이어받아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불꽃이 경기장을 환히 밝히며 대회 공식 시작을 알렸다. 개회식 직후 태극 전사들도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2일 오후 10시 김영욱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조별리그 첫 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3일 남자사격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김태영(32·대구시설공단), 김기현(29·창원시청)에게 첫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카시아스두술(브라질)=데플림픽 공동취재단}
왼쪽 아래팔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이 오른 류현진(35·토론토·사진)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일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 등에 따르면 류현진은 토론토가 휴스턴을 2-1로 물리친 이날 안방경기를 앞두고 3이닝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다. 라이브 피칭은 타석에는 타자를, 그라운드에는 야수를 세워두고 실제 경기 때처럼 공을 던지는 훈련을 가리킨다. 류현진이 라이브 피칭을 소화한 건 지난달 18일 IL 등재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이 건강을 되찾은 듯 보였다”면서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마이너리그 경기에 한 차례 등판시킨 뒤 이상이 없으면 MLB로 복귀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빈자리를 오른손 투수 로스 스트리플링(33)에게 맡겼다. 류현진과 LA 다저스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스트리플링은 대체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14이닝을 평균자책점 2.57로 막았다. 스포츠넷은 “스트리플링도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류현진 역시 전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몬토요 감독이 두 투수를 피기백(piggyback) 스타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피기백은 원래 ‘등에 업는다’는 뜻으로 야구에서는 선발 자원 두 명을 연달에 투입해 각각 3, 4이닝 정도씩 나눠 던지게 하는 ‘1+1’ 마운드 운용법을 가리킨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무적 LG 오지환, 무적 LG 오지환, 워어어어어어어. 무!적! L!G! 오!지!환!” 프로야구 LG와 두산이 맞대결을 벌인 22일 서울 잠실구장. 이날 개인 통산 1500번째 경기에 출전한 LG 오지환(32)이 타석에 들어서자 가수 박진영의 히트곡 ‘너의 뒤에서’ 멜로디를 따라 만든 응원가가 구장에 울려 퍼졌다. 두산 선발 이영하(25)가 던진 공을 오지환이 받아치자 응원가는 ‘와’ 하는 함성으로 바뀌었다. 이 타구가 두산 2루수 안재석(20)의 글러브 밑을 통과해 외야까지 굴러가면서 함성은 더욱 커졌다. 그 사이 2루에 있던 박해민(32)이 홈을 밟으면서 LG가 선취점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정부의 ‘새로운 일상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의무화 조치 해제’에 발맞춰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 전국 모든 구장에서 육성 응원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지붕 두 가족이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 이날 잠실구장에서 더 자주 육성 응원을 펼친 쪽은 LG 팬이었다. LG가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하면서 두산에 5-1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LG는 이날 승리로 두산을 밀어내고 3위에서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선두 SSG와 공동 최하위 한화가 맞붙은 대전에서는 안방팀 한화 4번 타자 노시환(22)이 “노시환상적으로 날려줘요”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SSG 선발 노경은(38)을 상대로 선제 타점을 올리면서 팀의 2-0 승리에 앞장섰다. 노경은은 3연승 후 첫 패를 기록했다. 노경은 등과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 있던 롯데 반즈(27)는 이날 대구에서 삼성을 상대로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기면서 다승 단독 1위로 치고 올라갔다. 반즈가 마운드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사이 피터스(27), 한동희(23), 안치홍(32)이 홈런을 1개씩 날리면서 롯데가 8-2 승리를 거뒀다. 반면 NC 선발 신민혁(23)은 팀이 KT에 3-4로 패한 이날 수원 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4번째 패배를 당한 선수가 됐다. 신민혁을 상대로 1회말과 2회말 각 2점을 뽑은 KT 타선은 이후 득점 추가에 실패했지만 투수진에서 NC 타선을 3점으로 막으면서 4연승을 이어갔다. 고척에서는 키움이 KIA에 4-5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KBO는 25일부터는 실내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도 팬들이 음식물을 먹으면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팬 사인회 같은 대면 이벤트도 다시 열기로 했다. 프로축구연맹도 23일부터 육성 응원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집행위원(54·사진)을 ISU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22일 밝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김 집행위원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시절 국제대회를 9번 유치했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후원 수익을 3배 이상 성장시킨 경험이 있는 스포츠 비즈니스 행정가”라며 “김 집행위원이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서 25년간 쌓아온 경험은 ISU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2011∼2016년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지낸 김 집행위원은 2016년부터 ISU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대한체육회 부회장,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선수단장,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 집행위원은 수익 창출과 시장 확대, 빙상 약소국과 저개발 국가 지원을 통한 기회 확대, IOC 및 다른 스포츠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집행위원은 “한국 스포츠는 경제 규모에 걸맞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며 “이제 한국도 스포츠를 통해 국제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ISU는 6월 10일 태국 푸껫에서 열리는 총회 때 각국 연맹 회장들의 투표로 새 회장을 선출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삐약이’ 신유빈(18·대한항공)이 탁구 코트로 돌아온다. 신유빈의 소속사인 매니지먼트GNS는 “신유빈이 재활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본격적으로 라켓을 잡고 경기 회복 훈련을 시작했다”면서 “다음달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서 열리는 WTT 피더(feeder) 시리즈가 복귀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22일 밝혔다. WTT(World Table Tennis)는 국제탁구연맹(ITTF)에서 만든 프로 탁구 토너먼트 주관 기구다. 신유빈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2021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도중 오른쪽 손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기권했다. 지난해 7월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을 연달아 소화한 후유증 때문이었다. 신유빈은 이후 항저우 아시아경기와 청두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 출전까지 포기하면서 재활에 매진해 왔다. 신유빈은 “복귀 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이전보다 더 멋진 경기력으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유빈은 프리몬트에서 컨디션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미국 뉴욕주 웨스트체스터로 경기 장소를 옮기는 피더 시리즈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KK’ 김광현(34·SSG)이 또 한 번 ‘산타 할아버지’ 모드를 발동했다. 김광현은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 경기에 선발 등판해 6회초에 선두타자로 나온 키움 신인 박찬혁(18)에게 1점 홈런을 내줬다. 북일고를 졸업하고 키움에 입단한 박찬혁은 이 시즌 3호 홈런으로 김도영(18·KIA)과 벌이고 있는 신인상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 가게 됐다. 박찬혁에게 홈런을 선물하며(?) 국내 복귀 후 18이닝 만에 첫 실점 기록을 남긴 김광현은 “‘홈런을 맞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가운데를 보고 던졌는데 박찬혁이 잘 쳤다”면서 “박찬혁이 스윙이 좋더라.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프로야구 인기가 올라가려면) 신인급 선수들이 더 잘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김광현이 신인상 경쟁에서 박찬혁의 손만 들어준 건 아니다. 데뷔 후 20타석 연속 무안타 갈증에 시달리던 김도영에게 데뷔 첫 안타를 선물한 것도 김광현이었다. 김도영은 9일 역시 문학 경기 6회초 1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서 김광현이 던진 시속 147km짜리 속구를 받아쳐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 안타는 5회초까지는 퍼펙트, 6회초에도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고 있던 김광현이 이 경기서 내준 첫 안타이기도 했다. 김광현은 김도영이 첫 안타를 때린 공을 직접 챙겨 KIA 더그아웃에 건네주기도 했다. 시즌 개막 전 미디어 데이 때 ‘김광현과 맞붙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김도영은 이날 이후 타율 0.286(35타수 10안타)를 기록하면서 프로 무대에 연착륙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광현에게 선물을 받은 신인 선수가 전부 잘 나가는 건 아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돌아온 뒤 첫 국내 등판이었던 지난달 22일 시범경기서 LG 송찬의(23)에게 홈런을 맞았다. 송찬의 역시 신인상 도전 자격을 갖춘 ‘중고 신인’이지만 정규 시즌 개막 후에는 7경기 나와 홈런 없이 타율 0.188에 그치며 퓨쳐스리그(2군)로 내려간 상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함성은 없지만 뜨거운 올림픽 ‘데플림픽’(청각장애인올림픽)이 막을 올린다.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 선수단이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결단식을 열고 ‘4개 대회 연속 종합 3위’를 목표로 내걸었다.이종학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회장의 개식사로 막을 올린 이날 결단식에는 심계원 선수단장,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제2 차관 등이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했다.이 회장은 수어 개식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낸 선수들의 땀방울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날 것”이라면서 “이번 대회에서 여러분이 준비한 것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면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심 단장은 “우리 선수들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데플림픽이 너무나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번 대회를 통해 데플림픽도 국민적인 성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데플림픽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보다 36년 앞선 1924년 파리(프랑스)에서 처음 열렸으며 청각 장애인 선수가 참가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 대회다.198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15회 대회부터 데플림픽에 참가하기 시작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선수단 150명(선수 82명, 경기 임원 22명, 본부 임원 46명)을 파견한다.정 회장은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무사히 견뎌 년 덕에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을 이번 대회에 파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한국은 전 세계 79개국에서 6000여 명이 참가해 20개 종목에서 승부를 겨루는 이번 대회에서도 배드민턴, 사격, 태권도 등에서 금메달 9개 이상을 따내 종합 3위 자리를 지킨다는 목표를 세웠다.한국은 2009년 타이베이(대만), 2013년 소피아(불가리아), 2014년 삼순(터키) 대회에서 이미 3회 연속 종합 3위를 차지한 상태다.24회째를 맞는 이번 데플림픽은 원래 지난해 12월 5~21일 브라질 남부에 있는 카시아스두술에서 개최 예정이었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5월 1~15일로 대회 일정이 바뀌었다.오 차관은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1만8000km 여정이 시작된다. 선수단 한 분, 한 분이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음을 가슴에 새기고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하는 국민들을 기억하셔서 부디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 돌아와 달라”고 응원했다.이날 결단식을 마친 한국 선수단은 마무리 훈련을 진행한 뒤 29일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피겨 스케이팅 유망주 신지아(14·영동중)가 한국 선수로는 2006년 김연아(32)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시상대에 올랐다.신지아는 18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총점 136.63점을 받았다.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69.38점과 합쳐 총점 206.01점을 기록한 신지아는 이사보 레비토(15·미국·206.55점)에 0.54점 뒤져 2위에 올랐다. 206.01점은 개인 최고점이기도 하다.역시 미국 선수인 린지 손그렌(17)이 총점 199.42점으로 3위에 올랐다.참가 선수 24명 중 23번째로 링크에 나선 신지아는 실수 없이 프리 스케이팅을 연기를 마쳤다.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로 연기를 시작한 신지아는 이후 트리플 루프, 트리플 살코, 더블 악셀 등 단독 점프 3개를 연달아 완벽하게 뛰었다.전반부 마지막 연기 요소인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은 최고 레벨인 4를 받았다.가산점 10%를 받는 후반부에도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러츠를 가볍게 뛰었다.스텝 스퀀스에서 레벨 3을 받은 신지아는 플라잉 카멜 스핀과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레벨 4로 처리하면서 연기를 마무리했다.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는 전년도 7월 1일 기준으로 만 13세 이상, 19세 미만인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한국 선수 가운데는 김연아가 2005년 은메달, 2006년 금메달을 딴 뒤로는 남녀부를 통틀어 아무도 이 대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차준환(21·고려대)은 2017년 5위, 유영(18·수리고)은 2019년 6위가 최고 성적이다.단, 이번 대회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선수가 참가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메달 경쟁이 덜 치열했다.신지아 이외에도 윤아선(15·광동중)이 총점 195.83점으로 4위, 위서영(17·수리고)이 186.72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윤아선은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66.28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신지아와 함께 동반 메달 획득 전망을 밝혔다.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129.59점을 받으면서 133.28점을 받은 쇼트 프로그램 4위 손그렌에게 시상대 마지막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의 ‘라이징 스타’ 사사키 로키(21·지바롯데·사진)가 17이닝 연속 퍼펙트 투구를 기록했다. 사사키는 17일 지바현 마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퍼시픽리그 니혼햄과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24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삼진 14개를 잡아내고 안타와 사사구는 내주지 않아 1명에게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8회초 마지막 상대 타자 노무라 유키(21)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날 102번째 투구가 시속 163km를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피칭을 했다. 일주일 전인 10일 오릭스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던 사사키는 9회에 마운드를 넘기면서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 기록까지 남기지는 못했다. 문제는 지바롯데 타선이었다. 7회말까지 니혼햄 선발 우와사와 나오유키(28)에게 안타 4개와 사사구 2개를 얻어내기는 했지만 점수는 1점도 내지 못했다. 8회말에는 1사 1루에서 3번 타자 나카무라 쇼고(30)가 병살타를 치면서 득점 찬스를 날렸다. 결국 이구치 다다히토 지바롯데 감독은 9회초부터 마무리 투수 마스다 나오야(32)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면서 만원 관중(2만9426명) 앞에서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첫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에 도전하던 사사키는 17이닝 연속 퍼펙트 기록만 남긴 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다다히토 감독은 “사사키가 7회초가 끝난 뒤 ‘조금 녹초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며 “건강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8회까지만 던지고 내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지바롯데는 10회초에 1점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키움 이정후(24·사진)가 아버지인 이종범 LG 코치(52)가 갖고 있던 역대 최소 경기 900안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정후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방문경기 5회초 무사 3루에서 상대 왼손 투수 최승용(21)으로부터 통산 900번째 안타를 쳤다. 만 23세 7개월 28일인 이정후는 통산 670경기 만에 안타 900개를 만들어 이종범 코치가 보유하고 있던 역대 최소 경기(698경기) 900안타 기록과 ‘국민 타자’ 이승엽(46)의 최연소(만 24세 9개월 13일) 900안타 기록을 모두 새로 썼다. 경기 뒤 이정후는 “900안타는 1000안타를 향해 가는 과정이다”라며 “타격감을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0.360으로 타격왕을 차지하며 ‘부자(父子) 타격왕 기록’을 완성하기도 했다. 키움은 두산을 6-2로 꺾었다. 롯데 외국인 투수 반즈는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KT 타선을 8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롯데 타선도 2, 4, 6회에 1점씩을 뽑으며 지원 사격에 나서 3-0 승리를 이끌었다. 반즈는 시즌 3번째 승리를 수확하며 SSG 노경은(38)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로 뛰어올랐다. 아직 한국 무대서 패전 기록이 없는 반즈는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완봉승을 노렸다. 그러나 2사 3루 상황에서 박병호(36)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면서 마무리 투수 최준용(21)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최준용은 KT 외국인 타자 라모스(30)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시즌 5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2016년 6월 11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섰던 레일리(34·현 탬파베이) 이후 롯데의 선발 투수가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건 반즈가 처음이다. 롯데 간판 타자 이대호(40)는 0-0 동점이던 2회초에 선제 1점포를 치면서 이번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KT 선발 엄상백(26)이 던진 시속 143km짜리 몸쪽 속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이 통산 352호 홈런으로 이대호는 ‘양신’ 양준혁(53·은퇴)을 제치고 역대 홈런 순위 단독 3위로 올라섰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야, 휠체어 타고 왔다고 안 일어나냐?” 장애인 체육 관계자가 모인 회식 자리였다. 건배사를 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부탁한 참석자가 지체장애인 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 장애인을 시작으로 웃음이 번졌다. “참, 너는 원래 못 일어나지”라는 다음 대사 때는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장애를 비웃은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때로 욕설이 돈독한 친구 사이를 드러내는 징표인 것처럼 이들도 이렇게 우정을 드러냈을 뿐이다. 이 에피소드가 생각난 건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때문이었다. 안산은 14일 트위터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후원 사실을 공개하며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오기를”이라고 썼다. 아니다.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는 건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거다. 당장 안산조차 장애인 선수처럼 휠체어에 앉아 상체 힘만으로 활을 조준하는 불편한 경기 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배려만으로는 장애인 차별을 없앨 수 없다.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심청전’ 등장인물 심학규처럼 봉사(奉事)를 지냈다. 이제 봉사는 ‘시각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됐지만 원래는 조선시대 종8품 관직 이름이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이 자리를 ‘하사하는’ 일이 많아 아예 시각장애인을 뜻하는 표현으로 굳은 거다. 벼슬을 내리는 국가적 배려도 관직명이 비하적인 뉘앙스로 바뀌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차별을 줄인 건 기술 발달이었다. 기술이 발달하면 물건값이 내려간다. 장애인복지법은 ‘더 좋은 쪽 눈’ 교정시력이 0.2 이하인 사람을 시각장애인으로 규정한다. 만약 안경이 고급 자동차 한 대 가격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거다. 그러나 라식 같은 시력교정수술까지 발전한 이 시대에 맨눈 시력이 0.2 이하라는 이유로 ‘나는 시각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익숙해지면 인식도 바뀐다. 19세기에는 ‘신체적 결함이 드러난다’면서 구매 여력이 있는 부유층조차 안경을 꺼렸지만 이제는 서민도 ‘패션 아이템’으로 안경을 착용하곤 한다. 이런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면 된다. 배려는 때로 차별일 때도 적지 않다. 휠체어 사용자에게 ‘너는 왜 안 일어나?’라고 농담을 건네는 건 배려가 부족할지 몰라도 차별적이지는 않다. 차별하지 않으면 이해하게 된다. 비장애인에게 불편함이 없는 모든 일은 장애인에게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시청, N서울타워 등을 장애 인식 개선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물들이는 ‘#WeThe15’ 캠페인을 진행한다. 전 세계 인구 15%가 장애인이라는 의미다. 이 캠페인을 보면서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낱말은 ‘배려’라는 명사가 아니라 ‘똑같다’는 형용사다.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고희진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 신임 감독이 선임 발표 이후 자신을 둘러싸고 들리는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의견을 밝혔다.고 감독은 14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낙하산이 아니다. 구단 면접 과정을 거쳤다”면서 “KGC인삼공사 감독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팬 여러분께서 믿을 주신다면 팀에 헌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팬 여러분과 빨리 만나는 기회를 얻어 직접 소통하며 오해를 풀고 싶다”고 덧붙였다.다음은 고 감독의 게시글 전문.KGC인삼공사 프로배구단을 아껴주시는 팬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신임 감독으로 내정된 고희진입니다.우선 최근 감독 선정 이후 언론 인터뷰 과정 중 저의 미숙함으로 인하여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먼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팬 여러분께서 제기하고 있는 저와 관련된 낙하산 인사 논란, 감독으로서의 역량 문제 등은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다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확대 해석되며 새로운 오해를 불러오는 상황에서 저 또한 조심스럽게 저의 19년 프로 배구 인생의 명예를 걸고 명확한 사실을 전달하고자 합니다.첫째, 낙하산 인사 논란 관련입니다.일반적으로 스포츠계에서는 구단 자체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거나 주변에서 추천을 받아 감독 선임 면접을 진행합니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저는 인삼공사의 감독으로 추천을 받고 구단의 면접을 보게 되었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립니다.둘째, 구단 고위관계자가 누구냐? 면접은 보았나? 라는 부분입니다.4월 7일(목) 구단에서 감독 선임과 관련해 면접 의향을 물어왔고, 장소와 시간을 전달받아 당일 오후 6시에 분당에서 단장님과 구단 관계자와 만났습니다. 주요 내용은 신인선수 육성, 외국인 선발, 현재 (KGC)인삼공사의 전력, 우승에 대한 감독의 자신감 등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셋째, 지난 시즌 6위로 성적을 마감한 감독이 인삼공사 배구팀에 적합하냐? 라는 부분입니다.지난 팀에서의 성적은 분명 제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팀에서의 부족함을 분석하여 (KGC)인삼공사에서는 팀의 분위기를 살리며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팬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단체 종목은 감독의 역량과 함께 팀의 분위기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의 노력과 선수단의 땀으로 팀의 분위기를 하나로 만들어 다가오는 시즌에는 꼭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이러한 저의 생각에 팬 여러분이 믿음을 주신다면, 저는 팀을 위해 헌신하고자 합니다.또한 이러한 저의 진심을 팬 여러분과 직접 소통하며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언제라도 저와 구단으로 연락을 주시면 소통의 자리를 통해 공감과 이해를 나누고 싶습니다.부탁드립니다. 빠른 만남의 기회를 주신다면 꼭 만나고 싶습니다.감사합니다.-KGC인삼공사 프로배구단 신임 감독 고희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국내 프로야구는 출범 30주년이던 2012년 관중이 경기당 평균 1만345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미치기 이전인 2019시즌엔 1만119명까지 떨어졌다. 평균 관중 1만 명 수성도 위태로워 보였다. 앞서 2016년엔 평균 관중이 1만1583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는데,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사상 첫 800만 관중 돌파를 강조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KBO리그 참가 팀이 8개에서 10개로 두 팀 더 많아졌고 한 시즌 전체 경기 수도 532경기에서 720경기로 늘면서 생긴 ‘착시 현상’이었는데 이를 모른 척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은 매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국내 프로야구 관심도’를 조사하고 있다.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은 올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도는 31%로 9년 전인 2013년의 44%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2일 개막한 올 시즌 프로야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입장 관중 수를 제한했던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수용할 수 있는 관중의 100%를 받기로 했지만 9일까지 치른 전체 35경기 가운데 ‘만원 관중’은 한 번도 없었다.○ 등 돌리는 20, 30대 젊은 팬 이처럼 프로야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이유는 20, 30대 젊은 팬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의 관심도를 보면 2013년엔 전체 성인 평균과 같은 44%였는데, 올해는 18%까지 낮아졌다. 프로야구에 대한 20대의 관심도가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1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30대의 관심도도 46%에서 28%로 낮아져 전체 평균보다 하락 폭이 컸다. 한국갤럽은 “젊은층의 관심도 하락은 프로야구 신규 관객 유입 적신호, 야구팬의 고령화 가속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해마다 야구를 비롯해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해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자료를 내고 있다. 지난해 나온 2020년 자료를 보면 프로야구 팬 가운데 ‘나는 KBO리그를 응원한 지 5년이 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46%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지만 이를 갖고 “야구도 ‘입덕’(어떤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하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 팬이 많다”고 하기는 어렵다. 여자 프로배구는 87.8%, 여자 프로농구는 85%가 입덕 팬이었다. 프로축구도 67.2%로 야구보다 더 높았다. 야구로 새롭게 눈을 돌리는 ‘신규 고객’ 비율도 다른 종목에 비해 높지 않은 상황이다. 2016년 서울대 박사 학위 논문 ‘스포츠방송콘텐츠의 경쟁구조 분석’은 ‘프로야구 (TV) 시청군’ 핵심 구성원으로 평균 43.8세 남성을 들었다. 이들과 띠동갑 정도의 차이가 나는 평균 31.8세 남성이 ‘게임(e스포츠) 시청군’ 핵심 멤버였다. 이들이 여섯 살씩 더 먹은 올해 프로야구 개막일인 2일 프로야구와 e스포츠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였다.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5개 구장을 찾은 관중은 총 6만6889명.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개막전(11만4028명)의 58.7%에 그쳤다. 이에 비해 e스포츠는 예매 시작과 함께 입장권 3500석이 모두 팔렸다. 이날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2022 스프링 결승전’을 시청한 온라인 동시 접속자(PCU)는 137만4155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e스포츠 팬은 누구나 직접 게임을 해볼 수 있다. 야구는 그러기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전 마지막으로 조사한 2019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조사를 보면 프로야구 팬 가운데 야구 경기를 직접 해봤다는 팬은 17.1%로, 6대 프로스포츠 중 직접 경험 비율이 가장 낮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야구처럼 ‘보는 스포츠’보다 골프 테니스 e스포츠처럼 ‘하는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골린이’(골프+어린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약 93만 건, ‘테니스’는 80만 건에 이르는데 ‘프로야구’는 39만 건밖에 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스프츠 외 콘텐츠도 경쟁 상대로 삼아야’ 경기 시간이 긴 것도 MZ세대의 야구 입덕을 막는 것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으로 프로야구는 한 경기가 끝나는 데 평균 3시간 14분이 걸렸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넘쳐나는 볼거리와 경쟁하기에는 러닝타임이 길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면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경기 장면 움짤 제작과 유통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다른 프로스포츠 리그와 달리 저작권 문제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움짤 금지’가 프로야구 인기 하락과 관련이 있다는 건 SNS 팔로어 수를 봐도 알 수 있다. TV 시청률과 구단 매출 등에서는 프로야구가 여전히 축구에 앞서 있지만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팔로어 수는 경기 움짤이 적지 않게 올라오는 프로축구가 약 13만6000명으로 프로야구(7만5000명)보다 1.8배 많다. 프로야구 스타 선수 이정후(24·키움)는 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 팀 대표로 참석해 “나도 경기가 끝나고 내 타석, 그것도 내가 공을 때린 장면만 찾아볼 때가 대부분”이라면서 “움짤 금지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해법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MZ세대가 사회적 책임에 민감한 ‘가치 소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선수들의 음주운전, 불법 도박 등의 일탈이 적지 않은 프로야구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니다. ‘팬 퍼스트’를 외치며 지난달 25일 취임한 허구연 신임 KBO 총재는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일부 선수의 일탈이 야구계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 달라”고 공개 메시지를 보냈을 정도다. 프로야구계는 스트라이크 존 정상(확대)화,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 강화 등 ‘올드 팬’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일에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지 게재 논문 ‘한국 프로야구 리그의 관중 수 결정요인 분석’은 통계 자료를 활용해 각 팀들의 전력 수준이나 국제대회 성적 같은 것이 관중 수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논문은 “사회·경제학적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처를 강구하고, 야구팬들의 새로운 트렌드를 정확히 분석해 수요에 부합하는 야구팬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프로야구가 멀어진 팬들의 관심을 되돌려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려면 야구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길을 찾아야 한다. 2022년 프로야구의 경쟁 상대는 인기 절정의 전성기 시절 프로야구가 아니라 야구장 밖에 있는 모든 즐길거리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