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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소백산국립공원에 방사된 여우 한 쌍 가운데 암컷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수컷도 밀렵용 덫에 걸려 현재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21일 오전 6시경 충북 단양군 가곡면 야산에서 수컷 여우가 ‘창애’에 걸려 있는 것을 추적 중이던 기술원 직원들이 발견했다. 창애는 원형 쇠틀에 날카로운 톱니가 달린 밀렵도구로 동물이 건드리면 자동으로 오므라들어 걸려든다. 주로 멧돼지나 고라니 등 큰 동물을 잡을 때 사용되며 이번에 수컷 여우가 걸린 창애도 지름이 20cm에 이른다. 여우는 왼쪽 앞다리 피부가 찢어진 상태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대 손상 가능성이 있어 정밀진단을 할 예정이다. 종복원기술원은 치료 후 상태에 따라 재방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정부가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력을 채용할 때 해당 중소기업에 반대급부로 지원을 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인 데다 중소기업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 실효성이 의심된다. 고용노동부는 19일 ‘대·중소기업 공생발전을 위한 인력 양성 협력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로 중소기업의 피해가 크다는 판단 때문. 가이드라인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숙련 기술인력을 채용할 때 해당 중소기업에 금전 또는 비금전적 방법으로 지원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방법, 수준 등은 해당 대·중소기업이 자율 협의를 통해 결정토록 했다. 당초 고용부는 ‘직종별 이적료’를 책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오히려 기술인력 유출을 정당화해 줄 뿐”이라며 반대하자 자율 협의라는 내용의 최종안을 만들었다. 이 밖에 중소기업 기술인력 육성을 위해 대기업의 기업대학을 설치하고 숙련 인력을 중소기업에 파견하도록 했다. 또 대기업이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할 때 중소기업의 숙련 인력 수급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은 권고안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크든 작든 대기업과 일정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이 상당수인데 인력을 빼갔다고 정색을 하고 충분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라며 “오히려 대기업에 일종의 면피 장치를 만들어 줄 우려도 있다”라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8일 오후 직장인 박민혁 씨(45·경기 용인시 수지구)는 현관에 모아둔 신문지와 빈 병 등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매주 일요일은 박 씨가 사는 아파트단지의 쓰레기 분리수거일. 그는 1주일 동안 나온 폐지와 플라스틱, 빈 병 등을 차곡차곡 정리한 뒤 분리수거장의 마대에 넣었다. 늘 그렇듯이 빈 병을 넣을 때는 혹시 깨질까 각별히 조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 씨는 “신경 써서 모았는데 버릴 때 깨지기라도 하면 ‘재활용’을 못하지 않겠냐”면서 “이렇게 분리수거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에코라이프’라고 생각한다”며 뿌듯해했다.○ 재활용? 재사용! 박 씨처럼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분리수거를 통해 1주일에 한 번 ‘친환경 생활’을 실천한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폐기물 재활용이 반드시 친환경 생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빈 병 때문이다. 이날 박 씨가 ‘신경 써서’ 버린 빈 병들은 마대 통째로 수거 차량에 실린다. 차량은 여러 아파트단지에서 수거한 빈 병 자루를 아무렇게나 실은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으로 향한다. 덜컹거리는 차량 적재함에서 빈 병들은 이리저리 부딪히고 상당수는 파손된다. 천신만고 끝에 선별장에 도착해도 자루를 옮기고 빈 병을 쏟는 과정에서 또 깨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유리병만큼은 예외다. 유리병 가운데 소주병 맥주병 청량음료병은 재활용보다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재사용은 상태가 온전한 빈 병을 살균 및 세척한 뒤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에 재활용은 녹여서 다시 유리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스병 드링크병 우유병 등이 해당된다. 소주병이나 맥주병 청량음료병은 만약 조금이라도 파손되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흔히들 가정에서 소주병에 기름을 넣어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세척이 어려워 재사용할 수 없다. 재사용을 하려면 가정은 물론이고 폐기물 수거 과정에서 남다른 주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일 사단법인 한국용기순환협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출고된 소주, 맥주, 청량음료는 약 52억 병. 이 가운데 회수된 빈 병은 약 50억 병으로 회수율은 98%가 넘는다. 그러나 회수된 병 가운데 파손이나 오염된 병은 15%로 7억5000만 병에 이른다. 빈 병 재사용 횟수도 5∼10회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독일은 재사용 횟수가 40∼50회가 넘고 일본은 재사용률이 94%에 이른다. 핀란드 캐나다의 빈 병 재사용률도 각각 98.5%와 96%에 이른다. ○ 유리병은 친환경 용기 국내 소비자들은 유리병 대신에 페트병이나 금속캔 사용을 선호한다. 무게가 가볍고 유리병처럼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보기 힘든 페트병 맥주가 국내에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페트병이나 캔 사용이 늘면 이를 담는 비닐이나 종이상자 사용도 덩달아 늘어나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 유리병을 재사용하면 페트병이나 금속캔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다. 페트병 100만 개를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는 어린 잣나무 6561그루를 심어야 줄일 수 있다. 금속캔 100만 개는 어린 잣나무 124그루, 유리병 재활용은 1250그루를 심어야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 반면에 유리병 재사용은 잣나무 15그루 정도의 온실가스만 배출된다. 한국용기순환협회는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위해 소비자들이 빈 병을 쉽게 반환할 수 있도록 수도권 등지의 대형마트 10여 곳에 ‘빈병보증금환불센터’를 설치했다. 이곳에 빈 병을 가져가면 개당 20∼300원씩의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6월에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국내 1호 용기순환센터가 문을 열었다. 하루 평균 1만2000∼1만5000병이 이곳을 거쳐 재사용된다. 이곳에는 국내 유일의 빈 병 재사용 홍보관인 ‘생명 담은 빈병 이야기’도 운영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빈 병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용기순환센터는 전국으로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 박연수 한국용기순환협회 부회장은 “음료나 술을 마시고 난 뒤 가까운 마트에 가지고 가서 빈 병을 반환하고 보증금을 환불받는 것이 빈 병의 반복 사용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파손과 오염을 막기 위해 반드시 병마개를 닫아 반환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중학교밖에 못 나왔더니… 이런 일밖에 못하네.’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 중인 한 사회문화 교과서에 건설현장 근로자를 가리켜 씌어진 내용이다. 같은 교과서에는 또 공장 근로자 그림과 함께 ‘한 달 급여가 최저 생계비라니… 역시 난 너무 가난해’라는 표현도 담고 있다. 반면 같은 과목의 다른 교과서에는 ‘교사와 의사 등의 직업과 같이 ‘선생님’으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 집단과…’ ‘명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한 김 변호사는 이제 한국의 최상위층이 되었다’(이상 A출판사) 등의 표현이 기술돼 있다. 또 법조인 사진 아래 ‘권력과 소득 및 위신이 보장되는 직업’이라고 설명한 부분도 있다. 이처럼 학력주의를 조장하고 기술인력을 천시하는 부정적인 내용들이 교과서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고교 7개 과목의 교과서 16종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내용이 학력 차별 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고용부는 “우선 표현이 심각한 10여 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해 교과서 개편 때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4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0도까지 떨어져 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본격적인 겨울 강추위는 다음 달 중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인천 등 수도권과 서해안 곳곳에는 13일 밤 14일 오전 올 들어 첫눈이 관측됐다. 눈은 땅에 닿자마자 녹아 쌓이지는 않았다. 서울의 첫눈은 지난해보다 9일, 평년보다는 8일 이른 것이다. 기상청은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14일 서울 등 전국 주요 지역의 아침기온이 크게 떨어지겠다”며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 추위는 실제 기온보다 더 심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14일 지역별 아침 최저기온은 강원 춘천 영하 3도, 세종시와 경기 수원 0도, 인천과 충북 청주 1도 등이다. 낮에도 서울과 인천 6도, 대전과 전북 전주 8도, 울산 11도, 부산 12도 등 전국이 10도 안팎에 머물러 쌀쌀하겠다. 특히 경기 남부 서해안, 충남 서해안과 전남북에는 한두 차례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위는 15, 16일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잠시 나아졌다가 일요일인 18일 다시 전국적으로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륙고기압 확장에 따른 대기 불안정으로 이달 말까지 비바람이 치거나 곳에 따라 천둥번개와 우박이 떨어지는 등 궂은 날씨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초순에는 주기적으로 기온 변화가 크겠지만 중순부터는 맑고 건조한 가운데 기온도 평년(영하 3도∼영상 5도)보다 낮아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 3월부터 최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는 한 여성이 자주 나타났다. 영화 ‘색, 계’와 ‘만추’ 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중국의 인기 여배우 탕웨이(湯唯·사진)였다. 그녀는 7월 구미동 일대에 있는 485.9m²의 땅을 13억5000만 원에 사들였다. 구미동은 분당에서도 고급 빌라 및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현지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찬찬히 여러 물건을 비교해 보고 주거용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2. 5월 중국인 관광객 20여 명이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를 찾았다. 이들이 여행사의 인솔을 받아 김포를 단체 방문한 이유는 아파트 때문이었다. 이들이 ‘한국 아파트를 한번 둘러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여행사가 삼성물산의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 분양사무소에 연락해 부랴부랴 본보기집 투어가 성사됐다. 방문은 단순한 투어로 끝나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3월 분양을 시작한 이후 한 달에 2, 3채씩 지금까지 모두 20채 정도가 중국인들에게 팔렸다. 임홍상 분양소장은 “중국 아파트와는 다른 깔끔한 마감재, 공항에서 가까운 위치에 호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제주와 부산 등지에서 시작된 외국인들의 한국 부동산 구매 열기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북상(北上)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수도권 아파트의 투자가치에 중국 등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한국 아파트는 비싸다’는 외국인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84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특히 이달 1000만 명째 관광객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숙박시설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 호텔 수요는 3만6300실인데 공급은 2만8000실에 그치고 있어 급증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8300실 이상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민간 투자회사들이 호텔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완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을 ‘돈 벌 틈새’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GS건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짓는 고급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의 분양광고를 9월 중국권 신문인 ‘다지위안(大紀元)시보’에 싣자 홍콩, 싱가포르의 투자자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쳤다. 메세나폴리스 분양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중국권 관광객들을 상대로 단기 임대를 주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만 투자자, 부동산컨설팅사 관계자 등 20여 명이 분양 상담을 받으러 올 예정”이라고 전했다.여유가 있는 외국인들은 별장 개념의 ‘세컨드 하우스’를 물색하기도 한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를 사들인 중국인을 살펴보니 한국을 자주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며 “한국에 숙소가 필요한 외국인들이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을 보고 투자를 겸해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입지가 좋은 ‘신흥 개발지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뜨겁다. 대우건설이 시공하고 오케이센터개발이 시행하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의 경우 3월부터 두 차례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현지 설명회를 통해 교포 등 현지인들에게 아파트 42채를 팔았다. 손봉균 오케이센터개발 이사는 “교포나 외국인들은 건물이 빽빽이 들어찬 서울보다 쾌적한 신도시를 선호한다”며 “게다가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3.3m²당 3000만 원이 넘지만 송도는 평균 1000만∼1100만 원 수준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외국인 토지소유 규모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토지소유 면적은 2억2471만 m²로 2분기(4∼6월)에 204만 m²가 늘어났다. 3개월 동안에만 서울 여의도 면적(290만 m²·윤중로 제방 안쪽 기준)의 3분의 2가 넘는 땅을 외국인이 새로 사들인 것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한국 토종여우 복원이라는 부푼 기대 속에 지난달 31일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한 쌍 중 암컷이 6일 폐사한 채 발견됐다. 여우의 죽음과 관련해 먹이가 줄어들고 날씨마저 차가워질 때 방사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 반 소백산국립공원과 가까운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 임곡마을 내 민가 뒤편 아궁이 안에서 암컷 여우(관리번호 KF-05)가 숨져 있는 것을 수색에 나선 공단 직원이 발견했다. 발견된 장소는 방사한 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5km, 국립공원 경계에서 약 1km 떨어진 곳이다. 발견 당시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죽은 여우는 태어난 지 8개월 됐으며 몸무게는 5.83kg이었다. 보통 야생 여우의 수명이 5, 6년인 것을 감안할 때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에 해당한다. 올해 4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8월 말부터 자연적응훈련을 거친 뒤 방사됐다. 공단 측은 여우 사체를 부검한 결과 위 속에서 설치류로 보이는 동물이 발견돼 굶어죽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그 대신에 최근 날씨가 추워지고 비가 자주 내려 여우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여우를 방사하던 날 소백산 일대에는 이슬비가 내렸고 이후에도 간간이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낮은 기온과 먹이 부족이 우려되는데도 무리하게 방사해 결국 폐사에 이르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방사에 앞서 환경부와 공단 내부에서조차 “시기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종 복원을 위한 여우 방사는 봄과 가을이 최적기”라며 “만약 내년으로 시기를 늦추면 야생성을 잃게 돼 방사의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방사 시기가 한 달 정도 빨랐으면 적응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정확한 폐사 원인을 분석해 방사 시기와 자연적응훈련 등에 문제가 있었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와 공단은 내년에 추가로 여우를 방사한 뒤 2020년까지 개체수를 50마리로 늘릴 계획이었다. 한편 이번에 함께 방사된 수컷 여우는 현재 방사 지점 반경 1km 내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꿈을 잃은 것일까? 자기만의 인생을 찾는 것일까? 외환위기 직후 취업난이 가중되자 대학가에는 창업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2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 1000여 명에게 물은 결과 가장 선호하는 창업 분야로 정보기술(IT) 업종(42%)을 꼽았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인한 취업난을 ‘창업’으로 뚫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했을까. 6일 한국고용정보원이 전국 대학생 1000명의 창업 관련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와 딴판이다. 창업 의향을 밝힌 대학생 가운데 커피숍 식당 등 요식업을 꼽은 응답자가 35.7%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문화 예술 레저 관련 업종(12.6%)이었다. 10여 년 전 부동의 1위였던 IT 업종은 10.4%로 3위에 그쳤다. 선후배들과 창업을 준비 중인 서울 모 대학 4학년 박모 씨(27)는 커피전문점과 식당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박 씨는 “어차피 대기업에 취업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자유롭게 내 생활을 하면서 오래할 수 있는 가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휴학생 김경태 씨(26)는 “솔직히 IT 같은 ‘본격 비즈니스’ 부문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매달려야 한다”며 “평생 그런 스트레스 속에서 사업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요행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자신의 삶을 즐기며 고소득을 올리길 바라는 대학생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과거와 비교하면 그만큼 포부가 작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사회가 대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은 지식 기반의 벤처 창업”이라며 “창업 준비생들의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이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수능 한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5일 “이번 수능시험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구름이 많고 기온은 평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7도로 평년의 5.8도보다 높고, 낮 최고기온도 14도로 평년 14.2도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9도, 대구 6도, 광주 8도, 전북 전주시 7도, 강원 춘천시 3도 등 다른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다. 낮 최고기온은 13∼17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전국 공립 초중고교에서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급식조리원들이 9일 총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업에 동참하는 조리원이 많으면 상당수 학교에서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서 등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0월 23일부터 진행해 온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6일 오후 6시 마감한다. 연대회의는 학교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호봉제 도입과 직접 고용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관련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며 교섭을 벌여 왔다. 연대회의에 속하는 조합원 중 급식조리원은 약 2만 명. 조합에 가입한 수천 명의 초등학교 돌봄강사까지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파업이 가결되면 우선 학교 실정에 맞게 학부모 자원봉사나 도시락 싸기 등으로 혼란을 해결한 뒤 대응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중에 숨지거나 다친 근로자들에게 재해보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출연기관이다. 산재 여부를 조사하고 판정하는 일인 만큼 공정성은 업무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이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감사기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고용보험 확대 적용, 사회보험료 지원, 택배 및 퀵서비스 근로자 산재보험 확대 적용, 30인 이하 사업장 퇴직연금서비스 확대 실시 등 사업영역이 넓어지면서 윤리경영이 한층 강화됐다. 근로복지공단은 모든 감사인에게 최고 수준의 윤리성을 요구하며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로 ‘청렴한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감사인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청렴·윤리경영교육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청렴 서약서도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상피제도(相避制度)’도 눈에 띈다. 감사인이 직전에 근무했던 부서나 연고지역을 감사할 경우에는 당사자를 배제하는 것이다. 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통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의 최고감사인교육과정을 수료토록 했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 강화와 독립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다른 공공기관의 감사인이 내부감사에 투입되는 이른바 ‘교차감사’도 눈길을 끈다. 이 제도는 근로복지공단과 같은 준정부기관에서는 처음이다. 비리 발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예방활동도 윤리경영의 핵심이다. 부패영향평가 전담반이 운영 중이고 실국마다 일상감사를 맡는 담당자가 지정됐다. 올해 3월에는 3명의 감사인으로 구성된 청렴감찰팀을 신설했다. 이들은 비리 발생 소지가 있는 취약 업무 및 인물에 대해 상시 감찰활동을 벌인다. 시민 등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청렴거버넌스’도 전방위적인 반부패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신고 활성화를 위해 유족급여, 확정정산 등 고위험 업무 분야의 민원인 전체를 대상으로 부패 여부를 확인하는 ‘ACS(Auto Calling System)’ 제도와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헬프라인(Help-Line)’ 제도도 시행 중이다. 이 같은 근로복지공단의 적극적인 윤리경영은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시책평가 ‘우수기관’이라는 성적표로 나타났다.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윤리경영과 청렴을 공단이 지향해야하는 최우선 가치로 삼고 부정부패 근절 및 예방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조직 내에 청렴문화가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어데예, 을매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불산 좀 마셨따꼬 어찌 굶긴단 말입니꺼?” 28일 오후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마을. 한우 축사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던 박명석 이장(49)이 힘없는 목소리로 ‘불산 좀 마셨다고 굶길 수 없다’며 넋두리했다. 그는 한 달 전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 때문에 마을을 떠나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소들 끼니 걱정에 매일 오전 오후 하루 2번씩 축사를 찾는다. 주인의 모습에 한우 55마리는 앞다퉈 ‘음메∼’ 하고 울음소리를 냈다. 이렇게 정성으로 키운 소를 ‘불산 공포’ 때문에 모두 도살해야 한다는 당국의 지시에 박 씨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구제역도 이겨낸 가족 같은 소를… 그는 이날 평소보다 많은 사료와 여물을 먹였다. 곧 도살된다니 ‘더 해줄 건 이것뿐’이란 생각에서다. “죽을 날 받아놓았잖소. 배불리 먹이기라도 해야제…. 우량 고급 한우 만들어보겠다고 큰돈 주고 사오고 구제역 때도 끄떡없었던 녀석들인데….” 박 이장은 30년 가까이 소를 키웠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보낼 줄 몰랐다며 가슴을 쳤다. 1900m²(약 600평) 규모의 축사는 사고가 난 공장에서 100여 m 떨어져 있다. 사고 당시 불산을 덮어쓴 소들은 한동안 침과 콧물을 흘리고 극심한 식욕 부진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한 달이 된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르다. 예전처럼 잘 먹고, 움직임도 활발하다. 평상시처럼 마리당 하루 8kg 정도의 사료를 부지런히 먹고 있다. 사고 이후 한 달간 사료 값만 650여만 원이 들어갔다. 정부합동조사단 발표에서도 박 이장의 소들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피해지역 22개 농가의 소 염소 닭 등 142마리에 대한 표본조사에서도 모두 이상이 없었다. 불산의 불소 성분은 가축 체내에 들어가면 불화칼슘, 불화마그네슘 등의 형태로 존재하거나 배출되는데 그 수치도 다른 지역의 정상 가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 조사단은 ‘식품 건전성’ 차원에서 모두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불산에 노출된 가축이 도축돼 유통되면 전체 축산물 시장에 혼란과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민들은 정든 소를 떠나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에 답답해하고 있다. 박 이장은 “1등급 받으려고 어릴 때부터 수입한 마른 풀과 비타민제까지 먹여 키웠다”면서 “도살하면 전국 평균 시세로 취급받을 텐데 마리당 최소 80만 원 이상 손해를 볼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단지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몰살 현재 신고가 접수된 피해지역 가축은 3622마리. 개가 1738마리로 가장 많고 소 951마리, 닭 588마리 등이다. 별도로 양봉은 321통에 이른다. 정부는 비식용 말이나 사냥용 개 등을 제외하고 모든 가축을 도살할 방침이다. 불산에 노출됐는지 분명하지 않은 가축도 다수이지만 구미에 산다는 이유로 떼죽음을 피하지 못할 처지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일괄적인 폐기 계획을 철회하라”며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2년 전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을 때 무려 996만 마리의 가축이 매몰됐다. 일부는 산 채로 매장당해 큰 충격을 줬다. 녹색연합과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등은 최근 공동 성명에서 “전염병이나 대형 사고 때 피해 입은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이형주 팀장은 “모든 가축을 무조건 폐기할 것이 아니라 불산 노출 여부를 정확히 확인한 뒤 폐기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불산 노출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기 쉽지 않고 다소 광범위하더라도 구미 지역 축산물을 모두 폐기해야 축산물 불안감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이 느낄 불안감도 이번 처분의 중요한 이유”라며 “(산 채로 매장했던) 구제역 때와 달리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안락사 시킨 뒤 ‘렌더링(고압스팀으로 멸균처리)’ 방식으로 폐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축과 농작물 보상을 위한 피해 평가는 이르면 이번 주에 시작된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지난해 7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독실산 자락에서 지렁이 한 마리가 발견됐다. 기존 국제생물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종. 무척추동물 분야의 자생 생물을 발굴하던 연구단은 이 신종 지렁이를 가거도의 이름을 따 ‘아민타스 가거도(Amynthas gageodo)’라고 명명했다. 이보다 앞서 제주 곽지해수욕장에서는 저서성 요각류(바다 밑바닥에 사는 소형 갑각류) 신종이 발견됐다. 이 요각류는 ‘아포돕실루스 곽지엔시스(Apodopsyllus gwakjiensis)’, 다른 요각류는 한국 대표음식인 김치에서 이름을 따 ‘아메이라 김치(Ameira kimchi)’라고 명명했다. 경기 여주군 청미천 근처 지하수층에서 처음 발견된 고하류(소형 갑각류의 일종)는 한강의 옛 이름(아리수)과 청미천의 이름을 따 ‘아리수바티넬라 청미엔시스(Arisubathynella cheongmiensis)’로 불리게 됐다. 또 신종 패충류(조개와 비슷한 소형 갑각류)에는 삼국시대 신라를 의미하는 ‘칸도나 실라에(Candona silla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말 학명이 붙은 6종 등 자생 생물 신종 26종과 미기록종 33종에 대한 연구논문 14편이 국제학술지 ‘주택사(ZOOTAXA)’ 특별호에 게재됐다고 22일 밝혔다. 주택사는 분류학 전문학술지로 특정 국가의 논문으로만 구성된 특별호를 내는 것은 2001년 발간 이후 처음이다. 조주래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자생 생물을 지속적으로 조사 및 발굴한 결과 이번에 신종 생물에 우리말 학명을 부여하게 됐다”며 “한국 생물종의 다양성을 인정받고 생물주권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세계 40여 개국 장관급 인사가 참여하는 ‘기후변화 장관급회의(Pre-COP18)’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의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18) 의제를 점검하는 자리다. 또 어려움에 처한 기후변화 글로벌 대응체제의 해결 방안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는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UNFCCC 사무총장과 18차 당사국총회 의장인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카타르 부총리, 토드 스턴 미국 기후변화 특사, 셰전화(解振華) 중국 개발개혁위원회 위원장 등 세계 기후변화 협상 과정의 중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카타르와 함께 공동의장국을 맡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의견을 조율한다.}
수도권매립지 골프장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빚어진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해결됐다. 환경부는 22일 오전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주민지원협의체위원회와 ‘수도권매립지 골프장에 관한 주민 상생협약’을 체결한다. 협약에 따르면 이달 중 환경부와 공사, 주민협의체가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골프장 공동 운영에 나선다. 협의회는 법적 공식 기구는 아니지만 공사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골프장 운영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골프장 운영 수익은 매립지 영향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사업에 전액 사용된다. 앞서 공사는 지역주민 지원과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 활용을 위해 2007년부터 제1매립장 153만 m²(약 46만 평)에 총 36홀 규모의 골프장 공사를 시작해 지난달 완공했다. 이어 내년 5월 개장 예정인 골프장 운영권을 민간업자에 맡기기로 하는 등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골프장 민영화에 반발한 주민들이 지난달 3일부터 매립지에 들어오는 폐기물 감시 활동에 들어가면서 처리량이 평소의 10분의 1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이곳을 이용하는 수도권 일부 지자체에서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얼마나 더 끔찍한 범죄가 벌어져야 사형 선고를 내리겠다는 건가요. 죽은 우리 누나만 불쌍하죠….”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 형사법정 404호.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358조각으로 무참하게 훼손한 조선족 오원춘(42)에게 법원이 1심의 사형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순간 한 남성이 방청석에서 벌떡 일어섰다. 피해 여성의 남동생이었다. 멍하니 재판정을 바라보던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법정을 나섰다. 동아일보 기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자포자기한 듯 힘없는 목소리였다. “공판 때마다 지켜봤는데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누나가 떠난 뒤 부모님과 큰누나 등 가족 모두가 망가진 채로 비참하게 살고 있다”며 “국회 앞이나 정부중앙청사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유가족은 오원춘이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그동안 백방으로 뛰어 왔다. 그는 “판사가 우리 가족에게 ‘당신들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며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한아름 양(10)을 성폭행하려다 목 졸라 살해한 김점덕(45)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 양의 아버지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점덕의 불우한 가정환경이 사형을 면한 이유라는데 내 딸은 그럼 죽을 이유가 있어서 죽었느냐. 우리 집도, 아름이도 가정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다”며 울부짖었다. 그는 “20여 일 전 딸이 꿈에 나타났다”며 “꿈에서라도 오랜만에 본 얼굴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스쳐갔다. (재판 결과를 미리 알았는지) 얼굴이 너무 어두웠다”고 말했다. “무기징역형은 종신형이 아니잖아요, 수형생활이 모범적이면 언제든 나올 수 있잖아요. 어떻게 김점덕 같은 사람에게…. 도저히 용서가 안 됩니다.” 흉악범의 손에 숨져간 꽃다운 영혼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 그들의 인권은 누가 지켜주고 억울함은 이제 누가 풀어줘야 하는 것일까.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통영=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국립공원에서의 비바크(biwak·일명 ‘비박’)는 불법입니다.” 가을 등산철을 맞아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비바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비바크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침낭과 매트리스만을 이용해 야외에서 숙박하는 것. 야간 산행이나 ‘나 홀로’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등산장비가 발달하면서 최근 수년 사이 인기 있는 산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국립공원 내 비바크가 불법인 데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것. 단속도 그만큼 쉽지 않다. 보통 단속직원들이 6∼10시간씩 산을 타야 하는 데다 등산객들은 더 한적하고 전망 좋은 곳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 10여 명이 ‘심야 단속’에 나섰다. 오전 9시 사무소를 떠나 칠선계곡을 거쳐 천왕봉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6시. 꼬박 9시간이 걸려 단속 지역에 도착한 이들은 오후 8시경 천왕봉과 중봉 일대에서 버젓이 1인용 텐트와 침낭을 펴고 야영 중이던 등산객 5명을 찾아냈다. 등산객들은 갑작스러운 단속에 “몰랐다” “대피소에 못 가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변명하거나 일부는 “침낭 하나 깔고 자는데 뭐가 문제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에게는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됐다. 그나마 이처럼 적발된 사람들은 다행이다. 단속을 피해 계곡이나 가파른 능선을 골라 다닐 경우 사고가 나도 구조가 어렵다. 또 지리산의 경우 종종 민가의 가축을 습격하는 반달곰이나 멧돼지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설악산처럼 산세가 험하고 암벽이 많은 곳에서는 실족이나 추락사고의 위험도 크다. 지난해 설악산에서 불법 산행을 하다가 4명이나 사망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단속 과정에서 등산객이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사고 우려가 높기 때문에 가급적 너무 위험한 지형까지는 접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른바 비바크 마니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설악산 비바크 명당 좀 알려주세요’ ‘속리산 무박(無泊)으로 야간 산행합니다’ 같은 내용의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국립공원에서 비바크는 불법이 아니다’ ‘텐트를 가져가서 폴만 세우지 않으면 단속되지 않는다’ 같은 잘못된 정보도 많다. 3, 4개월에 한 번씩 야간 산행을 즐긴다는 김모 씨(45·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비바크나 야간 산행을 무조건 단속한다고 해서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며 “차라리 안전한 곳에 비바크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다음 달 15일까지 비바크나 야간 산행에 대해 특별단속을 한다고 16일 밝혔다. 과거와 달리 대피소 주변에서 암묵적으로 허용되던 비바크 행위도 이번에는 강력히 단속하기로 했다. 불법 산행을 유도하는 산악회나 여행사도 단속 대상이다. 공단 관계자는 “비좁은 대피소 때문에 그동안 근처에서의 비바크를 묵인하면서 자연 훼손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드시 미리 대피소를 예약한 후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중소기업 인력의 무분별한 대기업 유출을 막기 위한 ‘직업능력 개발 보상금 가이드라인’이 빠르면 이달 중 마련된다. 고용노동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핵심인력을 계약기간 중 채용하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보상금을 자율적으로 지불하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검토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보상금은 일종의 ‘이적료’ 성격으로, 중소기업 소속 인력을 대기업에서 채용할 경우 일정한 액수를 지불하게 된다. 보상금은 중소기업의 인력 양성에 쓰이게 된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제2차 직업능력개발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이런 내용의 가이드라인 제정 방침을 밝혔다. 현재 산업계 노동계 전문가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산업 및 직종별로 ‘이적료’ 기준이 제시되고 정기 실태조사를 통해 조정된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가을산에 오르면 평소 쌓였던 스트레스나 근심을 잊을 수 있다. 그러나 단풍의 화려함에 정신이 팔려 평소 가지 않던 등산로에 가면 자칫 탈진하거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자신의 체력과 복장, 장비에 맞는 등산코스를 선택하는 것은 가을 산행의 필수조건. 이를 위해 주요 명산지 탐방로의 난이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한 결과가 처음 나왔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한산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 9개 국립공원 내 탐방로 117개의 난이도를 조사했다고 12일 밝혔다. 1년 동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직접 탐방로를 이동하며 경사도를 측정하고 폭, 노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난이도는 매우 어려움, 어려움, 보통, 쉬움, 매우 쉬움 등 5개 등급으로 나누었다. ‘매우 어려움’은 아주 심한 경사와 돌로 이뤄진 장거리 산행코스로 등산 전문가에게 적절하다. ‘어려움’은 동행자와 대화하기가 불편할 정도의 심한 경사와 대부분 돌로 이뤄진 중거리 코스다. ‘보통’은 등산로 중에서 비교적 쉬운 코스로 약간의 경사와 대부분 흙으로 이뤄진 단거리 구간이다. ‘쉬움’은 비교적 평탄한 흙길 위주의 탐방로로 어린이나 노인도 쉽게 다닐 수 있는 코스다. ‘매우 쉬움’은 길이 매우 평탄하고 경사도 완만해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쉬움과 매우 쉬움은 산책로나 나들이 코스의 성격이 크다. 117개 탐방로 가운데 최고난도인 곳은 지리산 종주코스. 노고단부터 중산리까지 30.9km에 이르는 구간으로 18시간 30분이 걸린다. 쉬운 탐방로는 설악산 소공원∼비선대 등 전체의 6%에 달했다. 공단은 이달 중 등급 안내판을 설치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계획이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정부가 불산(弗酸·불화수소산) 누출 사고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구미시 산동면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책을 10일 발표했다. 우선 피해 주민과 기업체 등에 부가가치세와 소득세의 신고 납부 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하고 국민건강보험료도 최대 50% 깎아 준다. 국민연금보험료는 12개월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요금도 최대 3만 원 깎아 주기로 했다. 농작물과 주택 피해자는 연 3% 금리로 경영자금을 대출해 준다. 하지만 일부 지원책은 받을 사람도 없는 유령 지원책에 불과하다. 지식경제부는 사고지역에서 무너진 건물은 전기요금을 한 달 동안 면제해 주고 침수, 파손된 건물은 한 달간 전기요금을 50% 깎아 주기로 했지만 사고지역에는 무너지거나 침수된 건물이 없다. 또 상당수 주민이 대피한 상태에서 거주지 전기요금 감면은 생색내기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전화요금 감면(유선 4개월, 휴대전화 최대 3만 원)도 명확하게 신체나 재산상 피해가 확인돼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수혜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대책위원장인 박명석 봉산리 이장(49)은 “시골 마을 노인들이 전기를 쓰면 얼마나 쓰겠느냐”며 “실생활에 필요한 지원이 절실한데 답답하다”고 했다. 한편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휴브글로벌 구미공장에서는 3년 전 비슷한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중상을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휴브글로벌 구미공장에서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2009년 6월 30일에는 이번처럼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박모 씨(당시 43)가 크게 다쳤다. 박 씨는 전치 6주 진단을 받아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았고 이후 회사를 그만뒀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