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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에 가입한 13만 명의 카드 고객이 그동안 낸 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8개 전업 카드사들과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에 관한 업무협약(양해각서·MOU)’을 맺었다고 16일 밝혔다. DCDS란 신용카드 고객이 사망하거나 중병에 걸리는 등 특정 사고를 당했을 경우 해당 월 카드 이용액의 결제를 면제하거나 상환을 유예해 주는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그 대신 고객은 매달 결제 금액의 약 0.35%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카드사가 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마치 무료인 것처럼 안내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해왔다. 현재 DCDS의 불완전판매를 당한 것으로 확인된 65만 명 가운데 아직 13만 명(141억 원)이 수수료 환급을 받지 못했다. 금감원은 각 카드사에 올해 6∼9월 중 환급을 마치도록 했다. 또 추가로 피해 보상을 신청하는 고객에게도 환급해줄 것을 지도했다. 금감원은 또 카드사들이 임의로 책정해온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상품의 금리를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정하도록 했다. 앞으로 카드사들은 모범규준에 맞게 금리를 정하고 그 과정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감시가 철저히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제3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에 국적 해운사 중 한진해운만 포함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THE 얼라이언스가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현대상선이 재무구조를 개선해 해운동맹에 다시 낄 수 있을지가 해운업 구조조정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현대상선이 한진해운보다 해운동맹 가입에는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진해운이 속해 있던 CKYHE는 주요 회원사가 빠져나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지만, 현대상선이 속한 G6는 세계 5위의 선사인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남아 동맹 재편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의 ‘영업력’과 ‘규모’를 더 중요하게 봤다. 한진해운이 CKYHE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영업력을 유지해 온 반면 규모가 작은 현대상선은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내리 영업손실을 봤고, 한진해운은 2014년과 지난해 소폭이나마 영업이익을 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저격용 총을 가진 스나이퍼인데 당장 총알(현금)이 없고,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으로) 총알은 있는데 권총만 가진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한진해운은 151척, 현대상선은 116척의 선대를 운영하고 있어 규모 면에서도 한진해운이 유리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3월 홍콩에서 열린 박스클럽(세계 컨테이너선사 최고경영자 모임)에 참석하는 등 해운동맹 결성을 위한 물밑 작업을 해왔다. 현대상선은 당장은 THE 얼라이언스에 들진 못했지만 “선사별 재무 상황 등에 따라 회원사 구성은 바뀔 수 있다”며 아직 해운동맹 구성이 끝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THE 얼라이언스는 내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며 그 전에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정부의 반독점 관련 승인 절차 등이 남아 있다. 현대상선이 속한 G6도 계약이 내년 3월까지여서 그때까지는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남아 있을 수 있다.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 초 THE 얼라이언스에 편입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THE 얼라이언스가 각국 정부의 승인을 얻는 9, 10월 전에 새 해운동맹에 편입되는 것은 전혀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가 13일 급히 일본 도쿄(東京)로 출국해 함께 G6에 속했던 일본 NYK를 접촉하고 해양수산부와 대책을 협의하는 등 이번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도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제외와 관계없이 기존에 진행하던 구조조정 방안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산은은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남아 있어 당분간 가입이 유보된 것일 뿐”이라며 현대상선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를 위해 다음 주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이는 용선료 협상부터 사채권자와 채권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의 채무 재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성규 sunggyu@donga.com·김철중 기자}
‘제3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에 국적 해운사 중 한진해운만 포함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THE 얼라이언스가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현대상선이 재무구조를 개선해 해운동맹에 다시 낄 수 있을지가 해운업 구조조정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현대상선이 한진해운보다 해운동맹 가입에는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진해운이 속해 있던 CKYHE는 주요 회원사가 빠져나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었지만, 현대상선이 속한 G6는 세계 5위이 선사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남아 동맹 재편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의 ‘영업력’과 ‘규모’를 더 중요하게 봤다. 한진해운이 CKYHE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영업력을 유지해온 반면 규모가 작은 현대상선은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내리 영업손실을 봤고, 한진해운은 2014년과 지난해 소폭이나마 영업이익을 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스나이퍼인데 당장 총알(현금)이 없고,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으로) 총알은 있는데 권총을 가진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한진해운은 151척, 현대상선은 116척의 선대를 운영하고 있어 규모면에서도 한진해운이 유리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3월 홍콩에서 열린 박스클럽(세계 커테이너선사 최고경영자 모임)에 참석하는 등 해운동맹 결성을 위한 물밑작업을 해왔다. 현대상선은 당장은 THE 얼라이언스에 들진 못했지만 “선사별 재무상황 등에 따라 회원사 구성은 바뀔 수 있다”며 아직 해운동맹 구성이 끝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THE 얼라이언스는 내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며, 그 전에 미국, EU, 중국 정부의 반독점 관련 승인 절차 등이 남아 있다. 현대상선이 속한 G6도 계약이 내년 3월까지여서 그때까지는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남아 있을 수 있다. 현대상선은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초 THE 얼라이언스에 편입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THE 얼라이언스가 각국 정부의 승인을 얻는 9, 10월 전에 새 해운동맹에 편입되는 것은 전혀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가 13일 급히 일본 도쿄(東京)로 출국해 함께 G6에 속했던 일본 NYK를 접촉하고 해양수산부와 대책을 협의하는 등 이번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도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제외와 관계없이 기존에 진행하던 구조조정 방안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산은은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남아 있어 당분간 가입이 유보된 것일 뿐”이라며 현대상선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를 위해 다음주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이는 용선료 협상부터 사채권자와 채권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의 채무재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화생명이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2016년 연도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최고의 상인 ‘여왕상’은 지난해 수입보험료(매출)로 180억 원을 돌파한 신울산지역단 다운지점의 정미경 영업팀장(가운데)이 수상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은 “올해는 한화생명이 역사적인 자산 100조 원 시대를 열고 세계 초일류 보험사로 도약하는 원년”이라며 “그룹의 주력사인 한화생명이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넘어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도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사무실이 옮겨지면서 폐기될 위기에 놓인 금융위원회 표지석(사진)을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인수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27일부터 3일까지 ‘표지석 무상 인수 신청’을 받은 결과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힌 김 전 위원장에게 표지석을 양도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가로 2m·세로 77cm·폭 40cm의 크기인 표지석은 금융위가 2012년 서울 영등포구의 금융감독원 건물에서 중구 프레스센터로 이사하면서 만들어졌다. 서예가인 학정(鶴亭) 이돈흥 선생이 글을 썼고, 제작과 설치에 1300여만 원이 비용을 들였다. 하지만 금융위가 21일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함에 따라 표지석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서울청사는 행정자치부, 통일부 등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사용해 개별 부처가 표지석을 따로 설치할 수 없어서다. 이에 금융위는 표지석을 국가기록원에 넘기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2012년 당시 금융위의 수장으로 표지석 설치를 진두지휘했던 김 전 위원장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인수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위원장은 2013년 금융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현재 법무법인 지평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표지석은 무상으로 양도되지만 수백만 원의 이전 비용은 김 전 위원장이 내야하며 국가적 요청이 있을 경우 다시 반환해야 한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지난달 19일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롯데센터하노이 9층에 자리한 신한베트남은행 하노이지점. 20, 30대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마이카대출’ 영업팀이 고객 명단이 적힌 서류 뭉치를 쌓아놓고 회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강형훈 신한베트남은행 영업총괄부장은 “베트남에도 오토바이가 아닌 자가용을 사는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자동차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영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동양생명과 한국알리안츠생명을 연이어 인수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 자본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사들은 포화상태인 한국을 떠나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일찌감치 현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현지인 상대로 한 본격적인 금융서비스 신한은행은 1995년 국내 은행 가운데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2009년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지점을 늘렸다. 신한은행은 올해도 베트남 금융당국에서 4개 지점의 설립을 인가받아 HSBC(15개)를 제치고 지점 수가 가장 많은 외국계 은행이 됐다. 외형뿐 아니라 내실도 성장했다. 법인 설립 초기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법인과 주재원을 상대로 영업했지만 2013년부터는 베트남 현지인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2011년 5000명 수준이던 카드회원 수가 올해 3월 말 14만6000명으로까지 늘었다. 김재준 신한베트남은행 북부지역 본부장은 “신한카드에 가입하면 현지 CGV 영화티켓을 받을 수 있고, 한국 비자를 발급받을 때 재정 관련 서류를 내지 않아도 돼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등 한국의 정보기술(IT)도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모바일전문은행 ‘써니뱅크’ 가입자는 현재 2만 명에 육박한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날 하노이 지점을 방문한 리에우 티투흐엉 씨(26)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송금할 때 걸리는 시간이 타행에 비해 짧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시스템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보험설계사 사관학교 동남아에 진출한 보험회사들은 은행에 비해 순이익은 적지만 영업기반은 착실히 다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2009년 국내 보험사 중에는 최초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설립 첫해 18억 원이던 수입보험료 실적이 지난해 372억 원으로까지 증가하면서 올해에는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보험설계사(FC)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는 한화생명은 현지에서 ‘FC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보험설계사 수도 설립초기 405명에서 지난해 말 1만2459명으로까지 늘었다. 박성모 한화생명 베트남법인 기획팀장은 “현지 교육과 한국 연수 등을 꾸준히 진행한 덕분에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우리 FC들을 데려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현지 은행이나 보험사를 인수합병(M&A)하는 금융사들도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지난해 초 우리소다라은행을 출범했다. 동부화재도 지난해 베트남 손보업계 시장점유율 5위인 PTI를 인수한 뒤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백종국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은 1년에 중산층 수가 200만∼300만 명씩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하는 나라”라며 “1980년대에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에 대거 진출했던 것처럼 우리 금융사들도 동남아 시장을 적극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하노이·호찌민=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국 첫 조선소’인 한진중공업이 11일 경영정상화 절차에 착수했다. 1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자율협약개시를 의결한 지 4개월 만에 채권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 따라 채권단은 2월 1300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이번에 12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또 협약 만료 기간인 2018년 말까지 출자전환을 통해 1000억 원대의 이자 감면 및 원금상환 유예 등을 지원한다. 한진중공업이 2009년 부산 영도조선소의 좁은 부지(26.4m²)와 높은 인건비를 극복하기 위해 필리핀에 건립한 304만 m² 규모 수비크 조선소에 대해서도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이 제시한 자구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노동조합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점이 추가 자금 지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인천 율도 부지와 발전 계열사 대륜발전 매각 등을 통해 향후 2조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부동산을 매각해 지난해부터 총 7300억 원을 조달했고, 올해 4월엔 희망퇴직으로 60명이 회사를 떠났다. 국내 자율협약 중인 조선사는 SPP조선,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대선조선에 이어 5개로 늘었다. 한진중공업은 1937년 문을 연 국내 첫 조선소다. 1989년 한진그룹이 인수했고, 2005년 계열분리해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이 경영해왔다. 2011년 정리해고에 대한 반발로 ‘희망버스’ 사태를 겪었다. 2012년부터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하고 있지만, 최근 조선 시장 침체로 2013년 적자 전환했다.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2조1800억 원이며 부채비율은 237%다. 지난해 79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진중공업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영도조선소는 군함과 쇄빙선 같은 특수선, 수비크 조선소는 상선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가기로 했다. 현재 영도조선소 수주잔량은 23척이다. 수비크 조선소는 28척으로, 이 중 3척이 2만6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수비크 조선소는 2014년 수주잔량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김철중 기자}
지난달 중순 베트남 호찌민 외곽의 신발 제조업체 ‘성현비나’ 공장. 하늘색 작업복을 맞춰 입은 직원들 사이에서 낯익은 한국말이 들려왔다. KOTRA의 ‘글로벌마케팅 인턴사업’을 거쳐 지난해 말 정직원으로 채용된 정지원(27), 박우림(25), 김현주 씨(24)가 시끌벅적한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한국인 미녀 삼총사’의 맏언니 정 씨는 베트남 생활에 대해 “주 6일 근무에 찌는 듯한 더위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면서도 “베트남의 성장을 매일매일 느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며 활짝 웃었다.○ 입사 2개월 신입사원도 과장 역할 인구 9000만 명이 넘는 베트남 경제는 지난해 6.7% 성장했다. 과거 한국처럼 빠르게 성장하며 아시아의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급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젊은이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주관한 연수·인턴·박람회 등을 통해 베트남에 취업한 사람은 모두 205명으로 2013년 17명, 2014년 72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고속 성장하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많다는 점도 한국 청년들이 현지 취업에 도전할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다. 박상협 KORTA 호찌민 무역관장은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만 4400여 개”라며 “베트남 현지 직원을 관리하고 한국인 경영진과의 가교 역할을 맡아줄 젊은이를 찾는 수요가 넘쳐나는데 마땅한 사람이 부족해 뽑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청년들 대부분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이 현지에서 창업한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로 근무한다. 정 씨가 근무하는 성현비나 역시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 회사의 베트남 현지법인이다. 이곳에서 한국인 30여 명이 베트남 직원 5000여 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정 씨를 포함한 ‘삼총사’ 모두 입사한 지 2개월 된 신입사원이지만 직책은 입사할 때부터 각 부서에서 ‘매니저(중간관리자)’다. 정 씨는 “베트남에 오기 전 영국의 신문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당시 전화 응대나 허드렛일만 했다”며 “베트남에선 인턴 때부터 관리자로 일하니 권한도 많고 책임감도 생겨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에 비해 물가가 싸지만 급여 수준은 한국 기업에 맞춰져 있다. 정 씨처럼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초봉은 2만5000∼4만5000달러(약 3000만∼5200만 원) 정도다. 현지 KOTRA 관계자는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부서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 입사하는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일찍 중요 업무를 맡고 승진도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어 익히고 현지 창업에 도전 동남아 국가에서 직장을 얻고 정착하려면 ‘현지어’라는 장벽을 넘어서는 게 필수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흥옌공업단지에서 만난 유병선 씨(32)는 한국에서 첫 직장인 삼성전자를 다니다 그만두고 베트남을 찾았다. 가구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베트남어가 발목을 잡았다. 유 씨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주관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을 통해 이를 극복해냈다. 이 과정은 매년 100여 명의 학생을 선발해 약 10개월간 베트남 언어와 직무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고용부의 ‘K-MOVE’ 사업으로 선정돼 연수비 전액이 국비로 지원된다. 유 씨는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오후 10시까지 어학 공부에 매진했다. 외출이 허용되는 일요일에는 시장, 상점 등을 돌아다니며 현지인들과 어울렸다. 유 씨는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영어를 섞어 쓰지만 현지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작업 실수를 없애려면 베트남어를 빨리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베트남에서 취업에 성공해 일하다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도 있다. 2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 온 이진희 씨(28)는 물류회사에 취직했다. 회사에서 통관 대행 업무를 직접 총괄하며 업무 경험을 쌓았다. “통관 대행의 역량은 현지 세관과의 관계예요. 세관 직원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일처리 결과가 크게 달라지니까요. 세관원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베트남 각 지역의 세관을 돌며 함께 술도 마시며 어울렸죠.” 올해 1월 회사를 그만둔 이 씨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그 대신 베트남 북부의 작은 도시인 라오까이로 가 물류회사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라오까이는 중국과의 접경지대에 있지만 교통이 불편한 내륙지방이어서 중국과의 물류 이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하노이와 라오까이 사이에 고속도로가 개통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씨는 “모든 산업이 포화상태인 한국과 달리 동남아는 큰 자본이 없어도 도전할 만한 ‘블루오션’이 많은 편”이라며 “1년여의 회사 생활을 통해 닦아놓은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믿고 일단 부딪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노이·호찌민=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을 담당할 자문사로 영국의 유명 로펌 프레시필즈를 선정했다. 현대상선은 다음 주까지 용선료를 28% 정도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 선주들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11일 한진해운 측은 “영국 로펌 프레시필즈와 자문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 세계 해운업계에서 2014년 이스라엘 컨테이너 선사 ‘짐(ZIM)’이 용선료 인하에 성공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성공 사례로 알려져 있는데, 프레시필즈가 이 협상을 담당했다. 한진해운은 프레시필즈가 가진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실무자들은 10일부터 외국 선주들을 찾아 출국했다. 한진해운의 외국 선주는 총 18곳이며 주로 영국, 그리스, 일본 등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영국 ‘조디악’과 그리스 ‘다나오스’ 등 상당수의 선주가 현대상선이 협상을 해야 하는 선주와 겹치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협상 결과가 한진해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마크 워커 미국 변호사와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이 진행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늦어도 20일까지 협상을 끝내고 채권단에 협상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해외 선주들과 막바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은 계약 상대방과 선박의 종류, 인하 폭 등이 제각각이지만 총 용선료의 28.4%(3년 6개월간 약 7200억 원)를 인하하는 것이 목표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채권단은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경우, 최소 25% 이상 용선료를 내릴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이 가지고 있는 일부 벌크선은 지난해 이미 선사들로부터 용선료를 할인받은 바 있다. 이런 부분도 채권단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 채권단은 다음 주중 약 76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협약채권의 50∼60%를 출자전환하고 원금에 대한 이자를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채무재조정안을 다음 주에 부의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상선의 협약채권 규모는 약 1조4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은 8000억 원이다. 출자전환 규모는 자율협약에 포함된 협약채권 가운데 일반채권은 60%,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은 50%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비율을 적용할 경우 전체 출자전환 규모는 약 7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 데드라인을 다음주 후반으로 정해 놓은 상황에서 절차를 함께 진행하기 위해 출자전환 여부도 그 전에 미리 안건으로 올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채권단협의회에서 안건을 부의(附議)하면, 채권은행들이 내부 논의를 거쳐 약 일주일 후 최종 결정한다. 다만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출자전환이 결정된 이후라도 용선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거나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이 성사되지 않으면 출자전환은 무산된다.김성규 sunggyu@donga.com·김철중 기자}
지난달 중순 호주 시드니의 부촌인 에지클리프에 위치한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미슐랭 가이드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 식당 안내서인 ‘고미오’가 모자 3개(5개 만점)를 줘 유명한 곳이다. 여기의 총주방장이 한국인 류진하 씨(30·사진)다. 류 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뒤 양식 요리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 전 혼자 호주에 왔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시드니 외곽의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했다. 류 씨는 “호주 직업학교에서 조리법이나 요리에 대한 마음가짐 등을 배운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을 옮겨가며 경력을 쌓은 류 씨는 영국의 유명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동양인 최초로 지역총괄 주방장에 오르는 성공신화를 썼다. 류 씨는 “주방에서 일하는 건 한국이나 호주나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호주에서는 기술직에 대한 차별이 없고 합당한 보상을 해준다”고 말했다. 류 씨처럼 성공을 꿈꾸며 일자리를 좇아 호주를 찾는 한국 청년이 점점 늘고 있다. 2010년 한때 호주에서 취업 연계 연수를 받는 한국 학생이 1700명을 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청소나 농장일 등 단순 노무직만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K-MOVE 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호주 내 공신력을 갖춘 직업훈련기관을 선정해 연수를 진행하면서 이런 문제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만 K-MOVE 사업을 통해 모두 363명이 교육을 받았다. 호주에서 진행 중인 K-MOVE는 여러 가지 형태로 추진되지만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직업훈련학교(TAFE)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높다. 이는 1년 코스인 관광경영학(Hospitality)과 노인복지, 유아교육 관련 TAFE를 17주 과정으로 압축해서 수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종열 해외취업연수팀 과장은 “호주 현지인들도 TAFE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TAFE를 수료할 경우 관련 분야에서 일할 기회를 얻기 쉽다”고 말했다. 이경은 씨(26·여)도 TAFE를 통해 호주에서 유치원 교사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원대를 나온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도 유치원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신체 활동보다는 지식 교육을 더 중시하는 한국의 유치원 운영 시스템이 맞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호주행을 선택했다. 이 씨는 현재 TAFE 과정을 수강하며 현지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유치원에서 이 씨를 데려가려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씨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집에서 직접 교구재를 만들어 가서 아이들과 놀아줬다”면서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호주에서도 ‘능력’보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성공 비결을 귀띔했다.시드니=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10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를 열면서 조선업계 임·단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한국 조선업계는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선박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오히려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올해도 거센 하투(夏鬪)가 전망된다.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4일 열린 노조 임·단협 출정식에서 “인사, 경영에 개입해 무능 경영, 부실, 부패를 끝장내겠다”며 투쟁을 예고해 3년 연속 파업 우려도 커진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9만6712원 인상과 성과급 250% 이상 지급, 해외 연수자 확대,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고용 세습 등은 물론이고 사외이사 추천권 등 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에 ‘임금 동결, 쟁의행위 자제’를 약속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임·단협에서 ‘고용 보장(구조조정 반대)’과 ‘생활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급은 동결하지만 매일 잔업을 1시간씩 보장하고, 호봉 간 임금 격차를 조정해 실제 수령액을 높여 달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기본급 동결’과 ‘고용 보장’을 제1요구안으로 내걸었다. 또 회사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PI)를 상·하반기 100%씩 고정 지급하라는 주장도 담았다. 회사가 지난해 1조5019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조합원들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자 아예 인센티브를 고정급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다. 문제는 조선업계가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10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조선업계 수주량은 ‘0’이었다. 클라크슨리서치가 수주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한국 조선업계 월별 수주량이 ‘0’인 때는 9·11테러의 영향을 받았던 2001년 10월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 3번째다.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시급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이번 주 KEB하나은행에 사무직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 부서 391개를 305개로 감축, 비핵심 자산 매각, 효율성이 떨어지는 독 가동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이르면 이번 주 KDB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번 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을 만나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김철중 기자}
국내은행들이 건전성 악화 우려와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앞 다퉈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중으로 7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올해 3월 해외 시장에서 5억 달러(약 59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내놨고 다음달 1일 3000억 원 어치를 다시 발행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은 4월에 4000억 원 규모를 발행했고, 우리은행은 3월 2500억 원 어치에 이어 올해 하반기 추가 발행을 검토 중이다. 코코본드는 채권 형태지만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을 떼일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일반 채권에 비해 금리가 높다. 코코본드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코코본드를 건전성 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바젤Ⅲ가 국내에 도입된 2013년부터는 기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의 자본 인정 비율이 매년 10%씩 줄어들고 있어 은행들은 이를 대체할 만한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꼭 바젤Ⅲ가 아니어도 은행들은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여파로 대손충당금을 대거 적립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여러 금융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대부분 가입금액이 1만 원 이하인 ‘깡통계좌’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ISA 금융사 가입금액별 계좌 현황 자료’에 따르면 ISA가 출시된 이후 한 달 동안 은행권에서 개설된 ISA는 일임형과 신탁형을 합해 136만2827개였다. 총 가입금액은 약 6312억 원으로 계좌당 평균 가입액은 46만3000원이었다. ISA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었지만 가입액이 1만 원 이하인 계좌가 101만3663개로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은행에서 개설된 전체 ISA 4개 중 3개는 사실상 투자 목적이 아닌 ‘깡통계좌’인 셈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들이 최소 가입액을 1원으로 설정한 탓에 1000원 이하인 계좌도 13만5513개(10.0%)에 달했다. 가입액이 1000만 원이 넘는 계좌는 1.6%에 그쳤다. 1000만 원 초과 계좌는 계좌당 평균 가입액이 1840만 원이었다. 이들의 총 가입액이 은행권 전체 ISA 가입액의 절반이 넘는 64.4%를 나타내 쏠림 현상이 심했다. 증권업계는 평균 가입액이 은행권보다 컸지만 깡통계좌도 적지 않았다. 증권사에서 개설된 ISA는 14만2830개, 가입액은 약 3878억 원이었다. 계좌당 평균 가입액이 271만4000원으로 은행의 5.9배나 됐다. 그러나 1만 원 이하 계좌가 36.4%, 1000원 이하 계좌도 12.6%로 집계됐다. ISA가 국민들의 재산 증식을 돕겠다는 취지를 벗어나 금융회사들의 실적 경쟁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깡통계좌’의 양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NH농협은행은 ISA 출시 첫날인 3월 14일 하루에만 약 15만 명에게 ISA를 팔았다고 신고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실제 투자 목적보다는 일단 개설하는 데 의의를 둔 고객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앞으로 금융사별로 수익률 비교가 가능해지면 본격적인 투자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기프트카드(무기명 선불카드) 이용액이 지난해 40% 가까이 급감했다. 연간 사용액이 2조 원을 넘었던 6년 전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모바일 상품권 등 편리한 대체 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보안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카드회사들이 발급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프트카드 이용액은 5413억 원으로 2014년(9012억 원)에 비해 39.9% 줄었다. 간편함과 익명성을 앞세운 기프트카드는 2010년 이용액이 2조3743억 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모바일 상품권 등 대체 수단이 생겨나면서 2011년 2조226억 원, 2012년 1조6038억 원, 2013년 1조2102억 원, 2014년 9012억 원으로 사용액이 매년 빠르게 감소했다.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에서 기프트카드 관련 보안 사고가 잇따르면서 카드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중국 해킹 조직에 의해 2개 카드사의 기프트카드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돼 고객들이 수억 원의 피해를 본 사실이 올 2월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기프트카드 판매를 중단하고 영업점에서만 판매하도록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프트카드가 수익성도 거의 없어 카드사별로 아예 발급 자체를 중단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회의원이 불러내는 것은 약과죠. 사방에서 ‘구명(救命) 로비’가 빗발쳐 어떨 때는 은행장이 집을 나와 호텔에 며칠씩 피해 있는 일도 있습니다.”(금융권 고위 관계자) 지난해 우리은행은 자금난을 겪던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했다. 더 이상의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자 곧장 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 채권은행 은행장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불러 ‘성동조선 금융지원 방안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성동조선해양이 자리한 경남에 지역구를 둔 그는 간담회 내내 성동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치권의 압박이 심했지만 추가 지원을 중단했다”며 “한국 사정을 잘 아는 해외 투자자는 ‘정치권 요구를 거절하다 은행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한국 금융계에 깊숙이 파고든 정치(政治)금융은 제때 정리돼야 할 좀비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키면서 산업 대개조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국회의원의 입김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헛바퀴를 도는 사이 좀비기업은 늘어나고 한국 경제는 멍들어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만성적 한계기업은 2009년 말 1851개에서 2014년 말 2561개로 급증했다. ○ 좀비기업 정리 방해하는 정치권 외풍(外風) 형식적으로 구조조정의 칼자루는 채권단이 쥔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이 재무개선작업을 요청하면 채권단이 회생 가능성을 판단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외압이 작용해 합리적 판단과 절차가 무시되기 일쑤라는 점이다. 경남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채권은행이나 감독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금융 지원을 요구했다. 정무위는 금융 당국을 쥐락펴락하는 자리다. 결국 금융업계에서 까다로운 여신 심사로 유명한 신한은행이 추가 지원에 나서야만 했다. 경남기업은 2013년 3차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도 대주주 무상감자와 같은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 경남기업 임원으로 잠시 재직한 바 있는 A 씨는 “경남기업의 사례는 솔직히 일반적인 워크아웃 절차와는 달랐다”며 “금융 지원에 나선 신한은행도 평소의 신한은행답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쌍용건설의 경우 정치권의 구명 여론이 가세하면서 구조조정이 장기화됐고 부실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2011년에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워크아웃을 막기 위해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실세 국회의원 보좌관 등에게 수억 원을 건넸다는 사실을 고백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정치금융의 폐해는 이번 4·13총선에서도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울산을 찾아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해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의지를 꺾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도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구조조정 이슈가 전면에 나왔다”며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이뤄진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 정치권의 인사 개입도 구조조정의 걸림돌 금융회사 요직을 비전문가인 정치권 인사가 나눠 갖는 것도 금융권의 구조조정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했지만 ‘금융 문외한’인 정(政)피아들이 여전히 금융회사 감사와 사외이사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정치권의 ‘뜻’을 금융회사에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 4월 친박계 서병수 부산시장의 선거캠프 출신인 김영준 씨를 예탁결제본부장(상무)으로 영입했다. 신용보증기금도 4월 김기석 전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앞서 2014년 10월에는 우리은행이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낸 정수경 변호사를 감사로 앉힌 바 있다. 모두 금융권 이력이 거의 전무한 인사들이었다. 최근에도 한 청와대 비서관이 KB국민은행 감사로 사실상 내정됐다가 낙하산 인사라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내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야 할 국책은행의 최고경영자(CEO)도 정치권 인사들의 차지였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대선캠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학자 출신으로 금융권 실무 경험이 없는 홍 전 회장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데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행장 역시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는 “금융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상은 정치권 낙하산이 요직을 차지하는 등 인사 개입이 적지 않다”며 “금융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경영 체제를 만들어줘야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게 됐다.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7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한진해운 채권단은 4일 이같이 결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3월 29일부터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같은 조건으로 공동 관리할 예정”이라며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들의 채무 조정, 해운동맹 유지 중 하나라도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자동 종료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전체 채권금융회사들의 동의를 얻어 한진해운의 금융 부채 7000억 원의 상환을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앞으로 3개월 안에 용선료를 깎고 사채를 출자전환하는 등 채무 재조정을 끝내야 한다. 채권단은 필요하면 1개월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혀 8월 말까지가 최종 시한이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개시로 구조조정의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험난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이 없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용선료 협상 등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달 중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서고 19일에는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8억 원에 대한 조기상환 연기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20일을 데드라인으로 22개 선주를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협상에 부정적이던 몇몇 선주가 막판에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하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채무의 60%가량을 출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배를 빌려준 선주들이 상당수 겹쳐 있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가 한진해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협상의 최종 타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일 언론사 부장단과의 2차 오찬간담회에서 “선주별로 용선료 수준과 남은 기간 등이 다 다른데 100% 동의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신수정 crystal@donga.com·김철중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게 됐다.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7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한진해운 채권단은 4일 이같이 결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3월 29일부터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같은 조건으로 공동관리할 예정”이라며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 해운동맹 유지 중 하나라도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자동 종료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전체 채권금융회사들의 동의를 얻어 한진해운의 금융부채 7000억 원의 상환을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앞으로 3개월 안에 용선료를 깎고 사채를 출자전환하는 등 채무 재조정을 끝내야 한다. 채권단은 필요하면 1개월 더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혀 8월 말까지가 최종 시한이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개시로 구조조정의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험난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자금 지원이 없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용선료 협상 등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달 중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서고 19일에는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8억 원에 대한 조기상환 연기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20일을 데드라인으로 22개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협상에 부정적이었던 몇몇 선주들이 막판에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하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채무의 60% 가량을 출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배를 빌려준 선주들이 상당수 겹쳐 있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가 한진해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협상의 최종 타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일 언론사 부장단과의 2차 오찬간담회에서 “선주별로 용선료 수준과 남은 기간 등이 다 다른데 100% 동의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앞으로 고객이 원하더라도 금융회사 직원은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고위험 상품을 추천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해당직원은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불합리 관행 개선 및 신뢰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고객이 고위험 투자 상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투자성향 부적합 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현재 금융사들은 고객의 투자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부적합 확인서’를 받고 있다. 고객이 확인서에 서명하면 ‘위험한 것을 알고 투자했다’는 뜻이어서 일종의 ‘면죄부’가 된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상품을 팔면서 부적합 확인서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이 판매한 주가연계신탁(ELT)의 52%, 펀드의 51%가 부적합 확인서를 받고 판매했다. 금감원은 이를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객이 부적합 확인서에 서명한 것과 상관없이 금융사 직원이 먼저 특정 투자 상품을 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고객이 특정상품에 대해 문의하면 수익률이나 관련 정보만을 제공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또 고객의 투자성향보다 높은 위험등급의 상품을 권유하는 금융사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적합성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어길 시 제재 규정이 없다”며 “금융위와 협의해 해당 금융사나 직원을 징계할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4자 간 정기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최근 일부 상장사들이 자신들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를 압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증권사 리서치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전력이 있는 투자자들의 이용계좌, 인적사항 등을 취합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이들을 집중 감시하도록 했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업무 정보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올해 중점 검사 사항으로 선정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산업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이던 A 씨는 2006년 5월 퇴직한 뒤 대우조선해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은이 A 씨에게 제안한 자리는 전무 직급의 감사실장이었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구조조정을 주도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그에게 1년 만기 고문 계약서를 내밀며 “산은 출신의 다른 고문들처럼 조용히 쉬었다 가라”고 압박했다. 기가 찼던 A 씨는 산은에 부당함을 알렸지만 산은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당초 약속받은 자리를 되찾는 데까지 1년이 걸렸다. A 씨는 “은행에서 퇴직자들을 내보내기에 급급할 뿐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 채 사실상 방치했다”고 말했다. 첫 단추부터 틀어진 A 씨와 대우조선은 갈등을 이어갔다. 결국 취업 2년째 되던 때 대우조선은 A 씨를 대기발령내고, 한 달 뒤 해고했다. A 씨가 회사를 떠난 즈음 당시 정권과 친분이 있는 ‘낙하산 인사’들이 줄줄이 고문으로 선임됐다. A 씨는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냈고, 2011년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산은은 A 씨 이후 최근까지 대우조선에 3명의 퇴직자를 부사장급 등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이 지난해까지 수조 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산은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16년이 넘도록 천문학적 부실을 떠안은 채 방치됐다 침몰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과 산은의 관계는 한국 경제의 망가진 ‘구조조정 시스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젯밥에만 관심 둔 국책은행 올 하반기 조선 해운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이 작업을 주도할 국책은행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책은행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내기는커녕 한계기업들의 병만 키우고, 은행 스스로도 부실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7조30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5.68%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수출입은행 역시 지난해 말 부실채권 비율이 3.24%로 2010년(0.77%)에 비해 420% 급증했다. 국책은행의 부실채권이 급증한 주원인은 구조조정을 위해 떠맡은 기업들을 제대로 치유하기보다는 자기 조직 유지와 퇴직 인력 재취업에만 몰두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실이 산은에서 받은 자료에서 이는 사실로 확인된다.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상반기(1∼6월)까지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한 43명은 전원이 산은의 자회사(출자 포함)나 투자·대출 등 거래 관계가 있는 기업에 취업했다. 이들은 자회사의 경영 개선과 효율적인 구조조정 지원을 명분으로 해당 기업에 취업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2013년 한 워크아웃 대상 대기업의 감사로 취업한 산은 출신 B 씨는 지난 3년 동안 모두 3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 기업은 B 씨가 취업한 지 1년 만에 자본금이 모두 잠식되고 주식 거래가 중단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지난해에는 100억 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퇴직 인력을 전문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재취업시키는 것은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고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 ‘낙하산 인사’에 무기력해진 조직 국책은행이 젯밥에만 관심을 두는 사이 구조조정의 칼날은 무뎌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기업이 한계기업(기업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태)으로 판명되기 약 1년 2개월 전에 워크아웃에 착수했다. 반면 국책은행은 한계기업으로 판명되고도 평균 1년 3∼4개월이 지나서야 워크아웃에 나섰다.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시점이 시중은행에 비해 2년 반가량 늦는다는 의미이다. 국책은행들의 이 같은 ‘판단 미스’로 인해 한계기업에 쏟아붓는 정책금융의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책은행이 대기업에 지원하는 금액 가운데 한계기업에 제공된 자금은 2009년 1.9%에서 2014년 12.4%까지 높아졌다. 산업 재편과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위해 써야 할 귀중한 재원이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에 점점 더 많이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의미다.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 등으로 흔들어 대는 것도 국책은행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산은이 금융위원회나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청와대 고위직을 지냈던 한 인사는 “국책은행장들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청와대를 찾아와 ‘자신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각서를 써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김철중 tnf@donga.com·박희창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학생들의 금융지식을 높이고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 중인 ‘실용금융’ 강좌 개설을 위해 대학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1일 금감원에 따르면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전국 339개 대학교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실용금융 강좌를 개설해달라고 당부했다. 진 원장은 편지에서 “대학생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어 금융사기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올해 1학기 실용금융 강좌가 개설된 22개 대학에 금융교육 강사를 지원하고, 관련 교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금감원은 2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2학기 실용금융 강좌 개설과 관련해 각 대학들로부터 추가 지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