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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출근하지도, 너무 늦게 퇴근하지도 않겠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외교부 5급 이하 직원들과 비공개 대화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대화는 외교부 청사 2층 강당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 20분 정도 ‘TED 형식’으로 열렸다. 외교부 직원들은 경직된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고 강 장관은 이날 수첩에 꼼꼼히 직원들의 이야기를 적으면서 경청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가 쇄신될 수 있도록 제안들을 과감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저부터 6시 퇴근 지켜보려고 노력하겠다. 너무 일찍 출근하지도, 너무 늦게 퇴근하지도 않겠다”며 “조직이 의지가 있으면 흘러내려와서 (장관이) 말을 안 해도 (직원들이) 하게 되니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웃음소리가 터지기도 했다. 강 장관은 ‘워킹맘’으로서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문화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강 장관은 “아이 셋을 위해 100%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일년간 전업주부로 살았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일년 뒤 엄마가 학원 스케줄을 짜면서 교육을 관리하는 것보다 아이의 생김새를 잘 파악해서 생긴 대로 크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는 직원 약 400여명이 직접 참석해 강당을 꽉 채웠고, 본부와 재외공관 직원 2200여명을 위해 외교부 내부망을 통해 생중계 됐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당초 한미 양국이 합의한 계획에는 2017년 말까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1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까지 배치하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로 사드 배치가 늦어지는 게 아니라 원래 내년까지 배치하는 게 양국의 합의 사항이라는 취지다.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구체적 일정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된 후 보고받은 내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모든 일정이 앞당겨졌다”며 “이런 가운데 환경영향평가라는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가 소홀하게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국방부가 밝혀온 내용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7월 당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내년(2017년) 말을 목표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지만 한미가 좀 더 노력을 배가해 빠른 시기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방부는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기)를 늦어도 연내에 배치한다”는 방침을 반복적으로 밝혀 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 할 얘기가 없다.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사드 배치에 따라 국내 기업에 취한 모든 보복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동맹으로 중국의 협력이 없다면 제재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머지않아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나 6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강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첫 통화를 가졌다. 강 장관은 “사드를 중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 절차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틸러슨 장관은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고 답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중 외교안보대화에 대해 “지금 우리(미국과 중국)가 하고 있는 것은 ‘평화적인 압박 캠페인’이다”라고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우경임 기자}
일본 정부가 21일 독도가 자국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명시했다. 또 중학교 해설서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 중인 ‘헌법 개정 절차의 이해’를, 초등학교 해설서에 자위대의 역할을 처음으로 명기하도록 해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 행보를 학생들에게 교육하도록 했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각급 학교에서 실제로 가르쳐야 할 내용과 세부사항에 대해 정한 것이다. 교과서 제작 업체에는 편집지침이 되고 현장 교사들에게는 수업 지도의 지침이 된다. 이를 통해 일본 학생들은 ‘독도=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배우며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2020년부터 초등학교, 2021년부터 중학교에 각각 도입될 예정이다. 새 해설서에는 3월 확정된 학습지도요령에 일본 영토로 명기된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더해 독도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고유 영토로 규정하는 구체적인 이유에 해당하는 내용이 지시됐다. 가령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에서는 “독도는 한국이 불법 점거해 일본이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할 것을 명시했다. 독도는 역사적, 국제적으로 일본 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사회의 공민 분야에선 독도 및 북방영토와 관련해 방문 제한과 선박의 나포, 선원 억류 등이 이뤄져 과거 일본 측에 사상자가 나온 사실을 한국 중국의 ‘불법 점거로 인한 주권 침해 실태’로 다루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본의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잘못된 영토 관념을 주입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날 기타가와 가쓰로(北川克郞)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우경임 기자}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21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시사한 워싱턴 발언과 관련해 “(학자로서 얘기인데) 이게 큰 문제가 되나”라며 개인적 의견임을 강조했다. 거듭해서 “학술회의에서 학자로서 얘기했을 뿐인데 왜 이러냐”고 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전 4시경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보라는 자격으로 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특보지만 내 직업은 연세대 교수이고 내 역할은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관련) 자문(조언)을 주는 것”이라며 “자문을 받고 안 받고는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누구에게서 경고를 받았나’ ‘청와대와 사전 조율했느냐’ 등의 질문을 받은 문 특보는 다소 불쾌한 어조로 “청와대는 모른다. 그런 거 없다. 이게 (뭐) 큰 문제가 된다고 그러느냐”고 답했다. 문 특보는 방미 중인 16일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고 청와대는 19일 “문 특보에게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21일 첫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통화는 일본 측 요청으로 오전 11시 20분부터 20분간 이뤄졌다. 외교부는 이날 통화와 관련해 “양 장관은 북한의 계속적인 도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으며, 한일 및 한미일 공조 하에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외상은 강 장관의 취임을 축하하며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앞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으며, 강 장관은 “일본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으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양국의 간극만 확인했다. 기시다 외무상이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데 대해 강 장관은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 대다수와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런 점을 직시하면서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가 밝혀온 위안부 합의에 대한 기본 입장을 강 장관이 다시 한 번 밝힌 것이다. 이어 양측은 올해 일본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앞으로 다양한 계기에 수시로 연락하기로 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일본 문부과학성이 공표한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일본의 일방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첫 인사를 통해 여성 보좌진을 대거 발탁했다. 강 장관은 20일 장관 특별보좌관 겸 개발협력대사에 오영주 주유엔 차석 대사(외시 22회)를 임명했다. 오 특보는 강 장관이 2005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을 지낼 당시 국제연합과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이후 주유엔 차석 대사를 지내면서 유엔에서 근무하던 강 장관과 가깝게 지낸 측근으로 꼽힌다. 장관 보좌관과 비서관에도 여성인 한우정 서기관(외시 37회)과 김면선 서기관(외시 38회)을 각각 임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장관은 여성 및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존 장관 보좌진이 남성 일색이었던 것에 비해 여성 외교관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전했다. 주러시아 대사관에 근무한 한 서기관 외에 중국·일본통인 김상훈 동북아3과장이 장관 보좌관으로 발탁됐고 미국통인 조현우 장관 보좌관은 유임됐다. 양자·다자외교 분야에서 골고루 인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편 이날 외교부는 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직과 인적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관계의 이상 조짐이 해소되기는커녕 확대되는 형국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 논란이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6·15남북공동선언 축사,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워싱턴 발언이 잇따라 나오자 미국 조야(朝野)는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회의 도중 한국의 사드 배치 논란에 크게 화를 냈고, 욕설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의 한미 관계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미 관계의 균열 조짐은 결국 북한에만 득이 될 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문정인 발언은 사견? 문 특보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 주최로 열린 세미나와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했다. 문 특보의 개인 의견이라면서 공개적인 대응을 피했던 청와대는 19일 태도를 바꿔 문 특보를 향해 ‘공개 경고’를 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문 특보도 이날 미국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반도 위기가 한미 동맹에 주는 함의’라는 주제의 조찬 세미나에 참석해 “나는 (한국) 정부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대변할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런 제재를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반된 인식 사이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신뢰 구축 공간이 전혀 없고,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큰 딜레마이자 걱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미 워싱턴은 문 특보의 발언을 단순히 학자적 소신으로만 여기지 않고 있다. 문 특보는 노무현 정부 당시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내면서 동북아균형자론과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활약했고, 문 대통령의 ‘통일 멘토’로 대선 과정에서 외교안보 자문그룹의 좌장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문 특보의 발언에는 무게가 실린다. 또 문 특보가 직접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힌 것처럼 이번 발언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누누이 밝혔던 ‘북핵 해법’과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문 대통령은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만약에 북한이 우선 핵 동결을 하고 충분히 검증된다면 한미 간 군사훈련을 조정하고 축소한다든가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북핵 해법 시각차만 드러내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때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웠고 한미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축사에서 북한의 핵 동결을 남북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문턱을 낮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대북 압박 정책을 폈지만) 참담하게 실패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남북 대화가 이뤄져야 북핵 문제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대화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완성 단계에 이른 지금 10년 전처럼 대화를 통해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유효한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또 문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북한은 남한이 내민 손을 잡으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북-미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북-미 간 뉴욕 채널이 차단됐음에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1년 넘게 북한 평양과 유럽 등지에서 북한 최고 외교 당국자와 비밀 접촉을 이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미국 국장 등과 1년 넘게 접촉을 이어왔고, 이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뿐 아니라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외교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대화를 추진하고 남한을 압박하면서 실리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한미 간 대북정책 균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미국의 우려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문 특보가 대북 유화 발언을 내놓으며 한미 정상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됐다 ‘식물인간’으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씨 사건으로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어서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선 “문 특보 발언의 의도가 뭐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악하는 워싱턴 문 특보가 16일(현지 시간)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한국 내 전략무기 자산 축소를 시사하자 미 국무부는 즉각 반박 논평을 냈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와 중단은 북한과 중국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사안이다. 올 3월 중국은 미국에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의 방어 협력 차원에서 벌이는 훈련을 북한의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과 비교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에서 문 특보를 비공개로 만난 한 외교 소식통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이러니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문 특보가 연세대 특임명예교수라는 개인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내놓은 발언이라는 이유에서다. 청와대는 비공식 브리핑에서도 “학자로서 개인적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개인 의견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문 특보를 임명하면서 “통일, 외교, 안보 정책 기조와 방향을 저와 함께 챙길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주로 다자외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만큼 북핵·통일 외교에서는 문 특보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특보가 대화의 조건을 놓고 북-미 간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정체된 상황을 흔들기 위해 전략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남북대화 조급함 노출” 비판도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가 잇따라 이견을 노출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에 대한 진상 조사 이후 미국의 압박이 고조되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하며 가까스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던 데서 다시 분위기가 얼어붙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조급함을 노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북핵 해결 방안으로 1단계 핵 동결, 2단계 비핵화 등 단계적 해법을 제시하고 핵 동결 시 군사훈련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문제는 다자외교의 틀 내에서 어떻게 서로 동의하고 검증할 수 있는 단계를 거쳐 포괄적 해결에 이르느냐”라고 밝혀 북한이 확실하게 핵 동결을 해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하지만 한미 간 사전 조율이 이뤄지기 전 미국이 문 특보의 발언을 반박하면서 한미 양국의 견해차만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15일 6·15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전제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미 국무부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우경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지만 북한은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을 계기로 오히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나섰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부터 시급히 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남조선의 새 당국자들이 집권 첫날부터 온당치 못한 언행을 일삼으며 벌써부터 북남관계의 전도를 심히 흐려 놓고 있다”며 “제재와 대화, 압박과 접촉의 그 무슨 ‘병행’에 대해 떠들며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추태이며 명백히 자기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6·15남북공동선언을 “장장 반세기 이상 지속된 불신과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 놓은 특대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족 공동의 합의들이 이행됐다면 북남관계가 지금과 같은 파국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북한이 당장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할지는 미지수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북한은 핵·미사일은 남북이 아닌 북-미 관계에서 다룰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며 “2000∼2007년 남북 장관급회담이 21차례 열렸지만 핵·미사일 문제는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고립주의적 대외정책을 볼 때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즉각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내다봤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청와대와 정부의 머리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악수를 무난하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정상회담에서라면 이런 부분은 고민거리가 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 때마다 악수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3월 미국과 독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란히 앉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악수하실래요?”라고 직접 제안을 했음에도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2월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19초 동안 손을 잡고 흔들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는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손등까지 토닥였다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철저한 준비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은 이를 악물 정도로 상대방의 손을 강하게 잡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손이 아픈지 살짝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나라 정상들 간의 지금까지 회동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두 정상 간 악수부터 동선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은 밝힐 수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원만한 악수’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 대비에도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관례를 깨고 정상회담 내용을 언론이나 트위터에 공개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한편 이날 한미 정상회담 사전 준비차 방한한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면담한 뒤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 두 나라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계속 공을 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신나리 기자}
13일 오후 10시 20분경(현지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렁큰 공항. 북한에 17개월째 억류됐다가 12일 석방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오자 미국인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억류되지 않았다면 올해 미 버지니아대를 졸업했을 웜비어는 이날 전혀 의식이 없어 보였다. 머리는 삭발을 하고 코에 튜브를 꽂은 채 사람들에게 들려 평양에서 타고 온 걸프스트림 전용기에서 내렸다.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는 성명을 내고 “버림받은 잔혹한 정권에 의해 우리와 아들이 얼마나 괴롭고 공포에 떨었는지 온 세상이 알기를 바란다”며 울부짖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한 미국인 대학생을 이처럼 만든 북한 측 처사는 세계에서 가장 사악하고 고립된 체제 가운데 하나임을 고려하더라도 절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이에 따라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까지 이어진 웜비어의 석방이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웜비어의 상태를 감안했을 때 이번 윤 대표의 방북은 순수 인도주의적 목적에 방점이 찍혔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윤 대표의 12일 방북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윤 대표는 방한 중인 토머스 섀넌 국무부 정무차관을 수행할 예정이었는데 방한 직전 명단에서 빠졌다. 윤 대표가 이달 6일 북한의 요청으로 뉴욕에서 자성남 주유엔 북한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 대학생 웜비어가 지난해 3월부터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균 감염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뒤 급히 방북 일정을 잡았기 때문이다. 웜비어의 상태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서 보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를 잘 챙기라”며 방북을 지시했고, 윤 대표는 두 명의 의료진과 함께 민간항공기인 걸프스트림을 타고 일본을 경유해 이날 오전 평양에 도착했다. 앞서 윤 대표는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북-미 간 ‘트랙 1.5 회담’(민관 대화)에 참석해 억류 미국인 4명의 석방을 위한 협상의 물꼬를 튼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윤 대표의 방북 추진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미 정부가 한국 정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웜비어 석방 건을 자세히 알려준 것은 아니지만 동맹 간 정보 공유 차원에서 필요한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윤 대표가 1박 2일 동안 평양에 머물며 다양한 북측 인사를 접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직전까지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한성열 등을 만났다면 더 깊은 대화가 오갔을 수도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웜비어 석방을 계기로 윤 대표의 방북 못지않게 지난해 7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를 선언했던 ‘뉴욕채널’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부활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무부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간 채널을 뜻하는 뉴욕채널은 북한의 핵실험 후에도 가동될 정도로 북-미 간에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던 소통 창구였다. 이것이 웜비어 석방 건으로 재가동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북-미 간 소통의 계기가 지금보다는 자주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미국이 내건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고, 최근까지도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온 만큼 이번 방북으로 북-미 간 대화가 당장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많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구타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유사한 방식으로 석방할 때마다 북-미 대화론이 나왔지만 실제론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일각에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보다는 웜비어의 상태가 더 나빠져 북한에서 사망이라도 하기 전에 석방할 필요성을 느껴 미국과의 대화를 요청했고, 미국도 웜비어를 빼내기 위해 윤 대표를 평양에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억류자가 혼수상태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진 방북이고 추가적인 억류자 석방이 없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 재개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때마침 방북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데니스 로드먼은 웜비어의 석방과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로드먼의 방북은 개인적인 일정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져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우경임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준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국회 시정연설과 높은 국정 지지를 바탕으로 ‘강경화 구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 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투표는 물론이고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따로 만나 추경안 협조와 함께 강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직접 설득할 예정이다.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도 10일 “강 후보자가 조속히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돼 주요 외교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지 성명을 발표해 문 대통령에게 힘을 보탰다. 특히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에 앞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북한의 반응을 알아보자고 말했다고 회고록에서 주장해 이번 대선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송민순 전 장관도 성명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야3당은 일제히 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11일 기자들을 만나 “(강 후보자는) 민간 연안 여객선 선장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전시에 대비할 항공모함 함장을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도덕성뿐 아니라 역량과 자질도 미흡하다는 얘기다. 이어 “적격한 후임자를 빨리 발탁해 국회로 보내면 하루빨리 외교부 장관을 임명하는 데 협조하겠다”며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압박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도 “청와대가 부적격 인사들을 일방적으로 임명한다면 향후 급랭(急冷) 정국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민주당에 있음을 명심하라”며 “부적격 후보자들의 자진사퇴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12일 강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우경임 기자}
일본 자민당 ‘넘버2’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특사로 1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고 7월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타진한다. 외교 소식통은 “니카이 특사는 아베 총리의 최측근이면서 한일 관계를 중시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이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11일 말했다. 니카이 특사는 전남 목포에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10일), 보육시설인 공생원(11일)을 찾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공생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의 외동딸인 윤학자(일본명 다우치 지즈코) 여사가 고아들을 돌보며 일생을 바친 곳이다. 한일 간 오래된 교류의 역사를 부각시킨 일정인 셈이다. 그러나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니카이 특사는 10일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에) 한 줌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은 박멸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다만 이 자리에 동석한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니카이 간사장은 ‘한일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일본이나 한국의 인사들이 있다면 박멸시키자’라 했고 이는 소수의 극단적 발언을 자제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노력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니카이 특사는 11일 전남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니카이 특사가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다시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감사원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국방부의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집중적으로 감사할 방침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방부의 자체 조사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국방조사국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차원에서 조사를 마무리했지만,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포함한 사드 배치 전 과정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감사원의 추가적인 직무 감찰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부지 33만 m² 미만)가 가능한 32만8779m²의 부지만 공여를 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환경평가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으면서 평가 대상 부지를 15만4550m²로 제한해 ‘꼼수 공여’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방부가 전략 환경영향평가와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사드 부지를 고의로 쪼개어 주한미군에 공여한 것인지 △이 과정을 누가 지시했는지 △국방부와 환경부 간 협의는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사원은 한미 간 사드 배치 결정 과정 등 외교정책 차원에서 결정된 부분은 감사 범위를 넘어선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감사가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감사원은 이달 안에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에도 공식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녹색연합 등 40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총 13만1185명이다. 이 가운데 이미 절반 이상이 세상을 떠나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는 6만746명이다. 이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생존자의 63%를 차지한다. 이산가족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제 북한의 선의에 기댄 이벤트성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85년 9월 서울과 평양에서 첫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 이후 2015년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고작 20차례만 상봉이 성사됐다. 2015년 상봉 행사는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 긴장 상황에서 고위 당국자 간 ‘8·25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돼 이뤄졌다. 이처럼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좌우된 탓에 그동안 단 4186건(1만9930명), 이른바 ‘로또 상봉’이 이뤄졌다.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을 볼모로 남한의 지원을 얻어내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철저한 감시 속에서 이뤄지는 상봉 방식이나, 다시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일회성 상봉 역시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제 이산가족 상봉을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극소수일 뿐이고 일제 해방기와 6·25전쟁 당시 월남한 450만 명, 국군 포로 및 북한군 포로, 납북자 및 탈북자까지 합치면 남북한 이산가족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벤트성 상봉 행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공론화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통곡도 못하고 뚜드리도 몬허고…살아생전 마지막 만남이라 먼 산만 쳐다봤다 아입니까.” 납북 어부인 정건목 씨의 동생 정향 씨(56·여)는 “편지만 생각하면 원하는 게 돈인 건지, 괜히 오빠가 다치는 건 아닌지 미칠 지경”이라며 답답해했다. 편지가 와서 되레 화가 치밀었다. 7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30대 초반의 탈북 여성이 접근해 “오빠와 직접 통화시켜주겠다”며 300만 원을 가져갔다. “돈이 어디를 넘어가고 있다”며 띄엄띄엄 연락이 오다가 ‘김정은 정권으로 바뀌면서 단속이 심해졌다’며 소식이 끊겼다. 지난해 초 정건목 씨의 편지를 건네받아 남측 가족에게 전달한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가족들을 데리고 함께 중국 단둥(丹東)으로 오라. 건목 씨를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 이사장은 “과거부터 북한 보위성이나 북측 사람들이 이산가족과 납북자들의 아픔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족들을 꾀어 돈을 요구하고 중간자 역할을 한 사람들을 납치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식이다.심리적인 트라우마에 탈북 브로커 사기까지 상봉의 후유증을 겪는 것은 비단 정건목 씨 가족만이 아니다. 감시 아래 이뤄지는 짧은 만남, 다시 기약할 수 없는 만남에 이산가족들은 두 번 울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당시 상봉 이후 이산가족 4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4%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면증, 무력감, 그리움, 우울증 등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동아일보는 2015년 10월 20∼22일, 24∼26일 이뤄진 마지막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애틋한 사연으로 시선이 집중됐던 이산가족들을 인터뷰해 상봉 이후의 삶을 추적해 봤다.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북측 최고령 할아버지 리흥종 씨(90)가 ‘꿈꾸는 백마강’을 나직하게 부르자 딸 이정숙 할머니(70)는 정말 아이처럼 울었다. 그리고 상봉 이후 두 달 동안 이 할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줄줄 흘렸다. 지난해 6월 아버지를 그리던 이 할머니에게 북-중 무역을 한다는 사업가가 아버지에게 돈을 전달할 수 있다며 접근했다. “방에 TV가 없다”는 아버지 말이 귀에 맴돌던 이 할머니는 돈을 보내려고 했다. 2000달러면 아버지가 방 세 칸짜리 집도 살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그 대신 아버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브로커는 답이 없었다. 이 할머니는 “상봉 끝나고 금전이든, 서신이든 당사자끼리 직접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엉뚱한 사람들이 돈을 벌고 있다”며 다시 흐느꼈다. 2년 전 이산가족 상봉 당시 구상연 할아버지는 98세로 남측 최고령 상봉자였다. 65년 만에 주름진 할머니가 된 두 딸 송자 씨와 선옥 씨를 만났다. 구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서 석 달 뒤 돌아가셨다. 아들 형서 씨는 “오직 그날만 기다리신 것 같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다시 생이별을 한 북측 누나들을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으나 전달할 방법이 없다. 65년 만에 재회한 신혼부부였던 오인세(85), 이순규 씨(86·여)의 아들 장균 씨는 이산가족 상봉 이후 7개월 동안 술에 의존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참 혼났다”고 했다. 장균 씨는 평생 처음 본 아버지 어깨를 주물렀다가 살이 없이 갈비뼈만 앙상한 마른 몸매에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는 또 들쭉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면서 허겁지겁 비우고는 머쓱해했다. 그런데도 팔 힘이 어찌나 센지 당해낼 수가 없었다. “팔 힘이 왜 이리 좋아요”라고 물었더니 “일만 했다”고 속삭였다. 그런 아버지를 떠올릴 때마다 장균 씨는 가슴이 메어졌다. 어머니 역시 “보고 싶긴 뭘 보고 싶냐”라고 하셨지만 돌아와서는 내내 시름시름 앓았다. “얼마나 아버지를 그리워했겠습니까. ‘아버지’ 불러봤으니 좋았죠. 그런데 만나고 나니 불쌍하고 가여운 모습이 잊혀지지를 않아 여태껏 속만 상합니다.” 누나 윤금순 씨(83)를 만난 희표 씨(81)는 남북이 단절된 채 살아온 세월이 만든 간극이 컸다고 회고했다. 희표 씨는 “누나의 막내며느리가 ‘미국 놈들이 빨리 나가야 우리가 통일된다’ 그러기에 ‘미국이 손바닥만 한 나라에 왜 있겠느냐. 통일되면 붙잡아도 나갈 거다’라고 했더니 눈을 흘겼다”며 “이후 북측 가족의 말수가 줄어들면서 변변한 대화를 못 나눴다”고 했다. 희표 씨는 “명절마다 돼지고기 서너 근씩 준다”고 자랑하는 누나 손을 꼭 잡고 “죽지만 말고 살아 있어라. 데리러 올게”라고 한 후 돌아섰다.북한 당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 ‘보여주기식 만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철저한 북한 당국의 감시 아래 이뤄진다. 한 번 이산가족 상봉을 했던 가족들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부터 든다고 한다. “이산가족 테이블 위에는 담뱃갑만 한 녹음기가 올려져 있고, 테이블 주변에는 감시요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화장실을 가도, 담배를 피우러 가도 따라다녔다. 2시간의 만남이 끝나면 매가 병아리 채 가듯 아버지를 데려갔다. 그리 핍박받고 사나 싶어 한동안 술만 들이켰다.”(장균 씨) “대화도 하고 밥도 편하게 먹는 줄 알았다. 막상 가 보니 잠도 같이 못 자고, 대화도 1, 2시간씩 쪼개져 있고…. 감시원들이 지켜보다가 깊은 얘기를 할 때마다 눈빛을 보냈다. 요즘에는 이산가족 만나봤자 마음만 더 아플 것이라고 말린다.”(희표 씨) 누나 박룡순 씨(85)를 상봉한 용득 씨(83)도 이산가족 상봉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개방된 장소에서 감시를 당하고 있으니 누나는 눈치를 보며 눈물만 흘리고 용득 씨도 대화를 길게 할수록 추궁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니 말이 절로 조심스러워졌다고 했다. “북한이 바뀌지 않는데 자주 만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편지 왕래를 하더라도 모두 검열할 텐데 안부밖에 더 묻겠나. 이산가족 상봉할 때만이라도 같이 잠도 자고, 감시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면 이렇게 가슴에 맺히지는 않을 것이다.”(장균 씨) 우경임 woohaha@donga.com·신나리·신진우 기자}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남색 상의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억하는 나비 배지가 달려 있었다. 최근 나눔의 집 방문 당시 위안부 할머니가 손수 달아준 것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는 각종 의혹 제기에는 연신 “죄송하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본인의 전공인 ‘인권’에 대해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 강 후보자는 “유엔의 인권을 6년간 담당한 입장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나왔을 때 굉장히 의아스러웠다”며 “과연 피해자 중심의 접근으로 도출한 합의인지, 과거 역사의 교훈으로 남을 부분을 제대로 수용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후보자는 “위안부 문제는 전시 성폭력이라고 하는 인권 유린 문제”라고 규정하고 “(합의에 포함된) 불가역적·최종적 합의는 군사적 합의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며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강 후보자는 “인권 유린 상황에 있어 가장 핵심은 피해자 중심의 법적 책임과 배상”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한일 외교) 장관 간의 합의라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도 밝혔다. 법적 구속력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한일 위안부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강 후보자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추진할 것인가”를 묻자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보완)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이 자리에서 예단하긴 어렵다”고 일단 재협상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 피해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방향으로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자는 또 “(위안부 외교 협상 과정에서) 외교부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장관이 되면 꼼꼼히 검토해 보겠다”며 “책임을 추궁할 부분이 있다면 추궁하겠다”고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1일 발표된 국가정보원의 차장 인사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박선원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54·사진)의 이름은 없었다. 박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아 단장이었던 서훈 국정원장과 호흡을 맞추며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국정원의 차장 등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미국 특사단 일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비서관은 안보실 차장 인사에서 빠진 데 이어 국정원 차장으로도 발탁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개혁의 칼자루’를 쥐는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기용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여의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비서관이 당분간 공직과 거리를 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청와대가 이념적 색깔이 짙은 ‘자주파’의 중용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석과 맞물려 있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자주파’로 분류되는 박 전 비서관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당시 침몰 원인에 대해 “좌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교안보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주파의 중용은 국내외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 원장이 “국정원을 반드시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국정원 내부 출신으로 진용을 꾸리면서 배제됐다는 해석도 나온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를 놓고 국내 국제적으로 복잡한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다른 이유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드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본심(本心)은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어떤 해법을 찾으려는 것인지 짚어본다. 》 청와대는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날 만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언론 인터뷰 내용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더빈 총무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드 배치 및 운용 비용인) 9억23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그런 발언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진상 조사 지시 이후 우려됐던 외교적 후폭풍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여론 달래기 위한 시간 벌기?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가 단순한 ‘즉흥적 카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보고 여부를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는 사드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드 배치 철회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드를 되돌려 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뜻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정을 하지는 않겠지만, 즉각적인 배치 역시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적법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사드 배치에 대해 “지난 정부의 결정에서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논의라는 두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에게 사드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중국을 향한 제스처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사드의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에 한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달래려고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북핵 문제 해결을 논의하다 보면 국면이 바뀌어 사드 배치에 대한 여론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중의 외교적 압박 거세질 수도 보고 누락 논란이 커지면서 미국은 ‘신속한 배치’, 중국은 ‘배치 철회’라는 상반된 태도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한 사드 논란이 길어질수록 한국에 가해지는 외교적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표출될 경우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면서 ‘북핵 해결을 통한 사드 해법 마련’이라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진상 조사 지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외교부 경로를 통해 한미동맹 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점을 공개한 것도 국내외에 ‘한미동맹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 안보실장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사드 조기 배치를 협의한 당사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한다. 전날 청와대에서 사드 보고 누락 경위를 조사받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2일 출국한다. 한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등과 회담을 갖고 양국이 합의한 사드 배치 결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우경임 기자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사진)가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 예방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사드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더빈 의원은 국방 예산을 담당하는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더빈 의원은 “내가 만약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한국에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 시스템을 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사드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더빈 의원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그런 발언은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어제(31일) 브리핑에서 밝혔듯 더빈 의원이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미 정부가 한국에 사드 배치를 위해 9억2300만 달러(약 1조 원)를 지급할 예정인데 한국 내에서 논란이 있어 놀랍다’는 발언을 한 적은 있다”며 “합법적 절차 필요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설명에 더빈 의원이 공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방미길에 올랐다. 정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사드 진상조사 지시를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 실장은 미국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문병기·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