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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화우가 정부, 감독기관 및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며 기업 맞춤형 컨설팅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16일 화우에 따르면 최종문 전 외교부 2차관, 박재현 전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 김용태 전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혁신국장이 최근 화우의 고문으로 합류했다. 전일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은 전문위원으로 영입됐다. 외무고시 17회로 1983년 공직에 입문해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주프랑스대사, 외교부 2차관 등을 거친 최종문 신임 고문은 인도·태평양 전략 등 다자이슈 및 경제안보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2014년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 2016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교섭대표, 다자외교조정관 등 역임한 그는 화우 기업자문그룹에 소속돼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의 각종 현안에 대해 통합적 자문을 제공할 예정이다. 박재현 고문은 언론계에 몸담은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정부, 국회, 지자체 및 언론을 상대로 한 기업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기업에 특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화우 ‘GRC(Government Relations Consulting)센터’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금감원에서 핀테크혁신실장, 디지털금융혁신국장 등을 역임한 김용태 고문은 자타공인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화우 금융그룹에 소속으로 금감원 관련 업무 및 디지털 금융 자문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공정위에 몸담은 베테랑 조사관 출신 전일구 전문위원은 화우 공정거래그룹에서 공정위 현장조사 대응 및 자문을 맡게 된다. 이명수 화우 경영 담당 변호사는 “새로운 고문과 전문위원들의 합류로 기업자문 및 공정거래 분야의 컨설팅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핵심 인재 영입을 통해 화우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관련 수사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15일 이 연구위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연구위원이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은 있다”면서도 “이 연구위원의 행위와 수사 방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가 이뤄졌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연구위원이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지 못한 것은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연락,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안양지청 사이의 소통 부재 등이 종합된 결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 출금 의혹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된 김 전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을 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던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 하자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 위조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공익제보를 통해 제기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불법 출금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검사 등 3명에 대해 직권남용 등 주요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이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 서류를 작성할 때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로 쓴 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했다”면서도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과거사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가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킨 공직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항소할 것” 이라고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주가조작 선수들과 모의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6명의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실명이 30여 차례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특히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의 증권계좌가 시세조종 등에 쓰인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10일 권 전 회장에게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판결문에서 “(주가조작)1단계에 이어 제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김 여사의 어머니)최은순, 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 라며 “김건희 계좌는 (2010년)1월 29일경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1단계 주가조작 주포) 이모 씨에게 계좌관리를 맡겼다고 볼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지만 제 2단계 이후에 주포가 변경됨에 따라 범행의 방식이 갱신되자 권 전 회장을 통해 재차 위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총 6개 계좌로 보유했고, 이들 계좌에서 2012년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가 이뤄졌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았다. 앞서 법원은 2010년 10월 21일 이후의 범행부터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재판부는 또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계좌들의 거래가 통정·가장매매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에서 김 여사의 계좌 역시 “권 전 회장, (2단계 주포) 김 씨, 투자자문사 임원 민모 씨 사이에 시세조종행위를 한다는 공모가 성립해 있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해당 계좌는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때 거래는 2010년 11월 1일 김 씨가 당시 김 여사의 계좌를 위탁받은 민 씨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3300원에 8만 주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도주문을 했던 거래가 포함됐다. 법원은 2단계 주가조작에 관여된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파일이 있었던 점도 시세조종에 계좌가 사용된 근거로 인정했다.다만 위법한 시세조종으로 유죄가 인정된 범행에 계좌가 쓰였다고 해서 바로 김 여사의 공모관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가 처벌을 받으려면 작전 세력과 공모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10일 선고에서 권 전 회장을 포함해 주가조작 등 혐의로 기소된 9명 중 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전체 시기와 종가를 보면 주가의 변동이 크지 않고, 일부 피고인들은 상당한 손해를 입기도 했다. 일반투자자들이 손해를 입거나 시장 질서에 심각한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집행유예의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미 수사 단계부터 나와 수차례 언론 보도까지 되었던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며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추미애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 시절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기소조차하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인터넷언론사 관계자들이 1000만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부장판사 김익환)은 10일 김 여사가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촬영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의소리 측은 제20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1월 MBC 방송을 통해 김 여사와 이 기자의 7시간 분량의 통화 내용을 보도했는데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 결정에 따라 보도하지 않아야 할 부분도 별도로 유튜브에 게시했다. 이에 김 여사는 “인격권, 명예권을 침해당했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백 대표는 선고 직후 “김 여사가 ‘입막음’용으로 소송을 낸 것 같다. 항소해서 대법원까지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0일 주가조작 선수 등과 모의해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을 포함해 주가조작 등 혐의로 기소된 9명 중 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선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별도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김 여사로부터 계좌를 받아 2010년경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선수’ 이모 씨의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기소면제)’ 판결했다. 범행 중 1단계에 해당하는 2009년 12월∼2010년 9월의 범행과 2단계 초반인 2010년 9∼10월까지의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공소 기각한 것이다. 다만 시효가 남은 기간에도 김 여사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내역이 일부 있는 만큼 추후 혐의가 발견될 경우 수사가 개시될 여지는 남아 있다. 실제로 권 전 회장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2단계 주가조작 시기에 해당하는 2010년 10월∼2011년 1월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 다만 김 여사 측은 당시 거래는 계좌를 위탁했던 1단계 주포 이 씨에게 돌려받은 주식을 정리하기 위한 개인적 거래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았다며 특검 공세에 불을 붙였다. 민주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 계좌의 마지막 거래일은 2011년 1월 13일로, 유죄 판단을 받은 주가조작 기간 내 행위”라고 했다. 이들은 “김 여사가 공범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치는데 검찰은 여전히 소환조사는커녕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감감무소식”이라며 특검을 촉구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씨의 면소 판결에 대해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맞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錢主)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깨졌다”며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가짜뉴스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친문’ 검찰은 김 여사를 탈탈 털었지만 혐의가 나온 것은 없었다”며 “이재명 대표 방탄에 대한 국민 비난의 화살을 돌릴 대상으로 김 여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행태는 이른바 ‘막가파식’ 스토킹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홍보나 마케팅 없이 앉아만 있어도 의뢰인이 찾아오고, 억대 연봉을 벌던 시절은 예전에 지나갔습니다.” 최근 동아일보 취재진과 만난 한 40대 변호사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것은 ‘변호사 연봉’이란 말이 법조계에서 유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0일 97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당선된 김정욱 변호사(43·변호사시험 2회)의 취임 일성도 “변호사 업계가 위태롭다”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은 “3만 명 가까운 변호사 중 2만 명이 청년 변호사”라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변호사 업계가 위태롭다”고 했다. 대표적인 고수익 전문직으로 여겨지던 변호사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법률시장이 포화에 달했고, 실질적 성장도 멈췄다는 것이다. 로펌은 로펌대로, 개인 변호사는 개인 변호사대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변호사 매출 10년째 제자리걸음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 1명당 연평균 매출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세청 자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 수 등을 종합하면 2012년 약 2억4886만 원 수준이던 변호사 1인당 연간 매출은 지난해 2억4632만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물가가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실질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빠르게 늘어난 변호사 수와 관련이 있다. 법률시장의 전체 규모는 2012년 3조6096억 원에서 2021년 7조7051억 원 수준으로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변호사 수 역시 1만4534명에서 3만1281명으로 역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변호사 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3만3000명을 넘었다. 그동안 성장세를 이어오던 로펌업계에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최근 금리 상승에 따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증시마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신규 투자 등을 통한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주식 및 회사채 공모발행액 실적은 전년 대비 26조9046억 원(11.6%) 감소한 204조5747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대형 로펌의 M&A 담당 변호사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자문 등 지출을 최소화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M&A 딜이나 투자 유치 등에 대한 법률자문 수요가 많이 줄었고,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뭉쳐야 산다” 합병 나서는 로펌들 로펌업계에선 활로를 찾기 위해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신규 전문 분야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연초 중견 로펌인 법무법인 클라스와 한결, 강소 로펌인 LKB파트너스와 린이 합병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를 합병을 통해 보완하고, 회사 규모를 키워 규모가 큰 대기업 사건 등을 수임하겠다는 취지다. 판검사 출신 전관들이 많아 송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던 법무법인 클라스로서는 건설·부동산, M&A, 노동 등 자문 업무에서 두각을 보여온 한결과의 합병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자문을 맡긴 로펌에 송무까지 위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와 린도 합병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엘리트 판검사 출신이 대거 포진해 ‘서초동의 김앤장’이라고 불리며 송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LKB와 기업자문 및 금융 분야에서 다수의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급성장한 린 역시 합병을 통해 굵직한 대기업 사건을 수임할 계획이다. 이들 로펌 4곳이 2곳으로 합병되면 변호사 수가 각각 150명을 넘으며 기존의 대형 로펌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추게 된다. 과거에도 로펌 간 합병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01년 법무법인 세종이 열린합동법률사무소를 흡수하고, 광장이 한미합동법률사무소와 합병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8년에는 중형 로펌이던 지평과 지성이 지평지성으로 합병한 후 2014년 지평으로 개편했다. 2009년에는 대륙과 아주가 통합하며 지금의 대륙아주가 출범했다. 이들 로펌은 모두 현재 10위권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로펌업계 순위를 보면 김앤장이 지난해 추정매출 약 1조3000억 원을 올리며 로펌업계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광장(3762억 원)과 태평양(3683억 원)의 2위 싸움이 10여 년간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율촌(3040억 원)은 사상 처음으로 ‘3000억 원’ 로펌에 자리매김했고, 이 뒤를 세종(2985억 원)이 바짝 뒤쫓고 있다. 10위권 진입을 둘러싼 각축전도 치열하다.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하면 일부 변동이 생기기도 하지만 동인(575억 원)이 매출 기준 10위에 자리잡았고 YK, 로엘, 충정 등도 10위에 바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이 로펌들은 모두 변호사 수가 100명이 넘는다. 중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10위권 진입을 둘러싼 각축전도 치열하다”며 “합병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로펌들은 국내 10위권 자리를 두고 동인, YK, 로엘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영역 발 빠르게 선점, 사내변호사도 인기 시장 및 제도 변화에 따라 새로 각광받는 ‘전문 법률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로펌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김앤장은 중대재해법 태스크포스(TF)를 100여 명 규모의 ‘중대재해 대응그룹’으로 확대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광장도 ‘산업안전·중대재해팀’을 꾸렸다. 화우는 디지털금융팀을 출범시켜 금융규제, 개인정보 및 정보보안, 마이데이터, 가상화폐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로펌마다 공정거래, 인공지능(AI), 부동산 등에 대한 전담팀 구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 전문 분야에 대한 로펌 간 팀 단위 영입전도 벌어진다. 태평양 관계자는 “로펌은 회사 대 회사가 아니라 팀 단위, 업무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선 3, 4년 전부터 팀 단위 스카우트가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전문 분야를 등록하고 ‘○○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는 사례도 최근 늘었다. 과거에는 이혼, 형사, 금융 등 분야를 특정하지 않고 모두 다루는 ‘전천후’ 변호사가 더 많은 수임 계약을 할 수 있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온라인 검색이 간편해지며 자신만의 ‘특화 분야’를 가진 변호사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자산 관련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는 5년 차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면 공부를 그만해도 되나 싶었는데 한정된 시장에서 몸값을 높이려면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사내변호사 채용을 늘리면서 기업에 자리를 잡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기업에 속해 안정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길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사내변호사 보수가 최근 공격적 채용 과정에서 다소 늘면서 네트워크와 경험이 부족한 젊은 변호사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내변호사회에 따르면 2018년 말 1974명이던 이 단체의 회원 수는 2020년 2219명, 2021년 2235명에 이어 올해 2500명을 넘어서며 5년 동안 27%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0일 주가조작 선수 등과 모의해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을 포함해 주가조작 등 혐의로 기소된 9명 중 6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선고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별도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김 여사로부터 계좌를 받아 2010년경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선수’ 이모 씨의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기소면제)’ 판결했다. 범행 중 1단계에 해당하는 2009년 12월∼2010년 9월의 범행과 2단계 초반인 2010년 9~10월까지의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공소 기각한 것이다.다만 시효가 남은 기간에도 김 여사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내역이 일부 있는 만큼 추후 혐의가 발견될 경우 수사가 개시될 여지는 남아 있다. 실제로 권 회장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2단계 주가조작 시기에 해당하는 2010년 10월∼2011년 1월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 다만 김 여사 측은 당시 거래는 계좌를 위탁했던 1단계 주포 이 씨에게 돌려받은 주식을 정리하기 위한 개인적 거래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았다며 특검 공세에 불을 붙였다. 민주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 계좌의 마지막 거래일은 2011년 1월 13일로, 유죄판단을 받은 주가조작 기간 내 행위”라고 했다. 이들은 “김 여사가 공범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치는데 검찰은 여전히 소환조사는커녕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감감무소식”이라며 특검을 촉구했다.반면 대통령실은 이 씨의 면소 판결에 대해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맞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錢主)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깨졌다”며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가짜뉴스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친문’ 검찰은 김 여사를 탈탈 털었지만 혐의가 나온 것은 없었다”며 “이재명 대표 방탄에 대한 국민 비난의 화살을 돌릴 대상으로 김 여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행태는 이른바 ‘막가파식’ 스토킹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고대영 전 KBS 사장(사진)을 2018년 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정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함상훈)는 9일 고 전 사장이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피고가 2018년 1월 23일 원고에 대해 한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KBS 이사회는 2018년 1월 22일 임기 10개월이 남아있던 고 전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고, 문 전 대통령은 다음 날 이를 재가했다. 이에 고 전 사장은 “경영 성과를 도외시한 채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이유로 해임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 합격 점수에 미달된 책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심사 점수가 현저히 미달하진 않았고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고 전 사장에 대한 해임이 절차적으로도 위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는 당시 야권 성향 이사(강규형 전 KBS 이사)를 위법하게 해임해 KBS 이사회 구성을 변경했다”며 “위법한 이사 해임이 없었다면 고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 전 이사는 2017년 12월 업무추진비 유용 등의 사유로 해임됐으나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해 2021년 9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선고 직후 고 전 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문 전 대통령과 방통위원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고대영 전 KBS 사장을 2018년 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정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함상훈)는 9일 고 전 사장이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피고가 2018년 1월 23일 원고에 대해 한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KBS 이사회는 2018년 1월 22일 임기 10개월이 남았있던 고 전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고, 문 전 대통령은 다음날 이를 재가했다. 이에 고 전 사장은 “경영 성과를 도외시한 채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이유로 해임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1심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 합격 점수에 미달된 책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심사 점수가 현저히 미달하진 않았고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고 전 사장에 대한 해임이 절차적으로도 위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는 당시 야권 성향 이사(강규형 전 KBS 이사)를 위법하게 해임해 KBS 이사회 구성을 변경했다”며 “위법한 이사 해임이 없었다면 고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 전 이사는 2017년 12월 업무추진비 유용 등의 사유로 해임됐으나, 해임취소소송을 제기해 2021년 9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선고 직후 고 전 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문 전 대통령과 방통위원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심판에 착수했다. 헌재는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법에 정해진 심판 기간 180일을 넘기지 않고 가급적 빨리 선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선애 이석태 헌재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신속 심리 방침… 재판관 교체가 변수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서를 송달하는 즉시 헌재는 심리를 개시하게 된다. 헌재는 의결서를 접수하는 대로 신속하게 사건 배당 및 변론 일정 수립 등 심판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헌재 관계자는 “절차상 피소추자인 이 장관에게 소추의결서 접수를 통지하고 답변서 제출을 요청하는 게 먼저”라며 “이후 관계기관 의견서 제출과 변론준비기일, 변론기일을 거쳐 선고기일을 잡게 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심판의 경우 180일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63일 만에 기각 결론이 났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92일 만에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첫 법관 탄핵소추 대상이었던 임성근 전 판사의 경우 탄핵소추안 의결 후 267일 만에 각하 결정이 나왔다. 탄핵을 인용하려면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그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이선애 이석태 재판관이 3월과 4월 각각 임기가 끝난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이 헌재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인선을 진행 중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임명될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 만큼 헌재에서도 가급적 빠르게 심리할 것”이라면서도 “재판관 7명만으로도 결정이 가능하지만 주요 사건의 경우 헌재가 그동안 공석을 채우지 않고 심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현재 9명의 헌재 재판관은 진보 6명, 중도 보수 3명으로 진보색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하는 이선애 재판관은 중도 보수 성향, 이석태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표결에서 한두 표 차이로 결론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보수나 진보 성향 재판관 1, 2명만 바뀌어도 선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탄핵 인용 가능성 두고 전문가 의견 나뉘어 헌법은 ‘국무위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탄핵의 요건으로 적시하고 있다. 결국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대응에 있어 파면될 정도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는지가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인사 상당수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각될 확률이 90% 안팎일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의 전례에 따르면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오로지 법적 책임만 확인하고 묻겠다는 것이 헌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소재 대학교수(헌법학)는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은 대통령과 임명직인 장관은 구별해야 한다”며 “인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배가 있었느냐가 기준이었지만 장관은 대통령과 달리 국민이 선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진 않다는 것이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50억 원(세후 2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받은 혐의에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내려졌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았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8일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는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하고 50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김 씨로부터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에 남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도와준 대가로 아들 병채 씨를 화천대유에 취직시킨 뒤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 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 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얻은 이익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선거자금 등으로 현금 5000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은 이 돈이 변호사 비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률 상담의 대가로는 지나치게 과다해 정당한 변호사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돈을 건넨 남 변호사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곽 전 의원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무죄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아들이 받은 돈이) 나와 관련 있다고 말한 증인이 아무도 없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날 선고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나온 첫 판결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향후 수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객관적 증거 등에 의해 확인된 사실관계에 비춰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판결문을 분석한 후 적극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사살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부장판사 박진수)은 7일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응우옌티탄 씨(64)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3000만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응우옌 씨는 “1968년 2월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녓 마을에서 민간인 74명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됐을 때 가족을 잃었다”며 2020년 4월 한국 정부에 3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국 정부는 한국 군복을 입고 베트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군이 가해자임을 증명할 수 없고, 행위 시점 역시 수십 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 측 증거 등에 따르면 당시 해병2여단 제1중대 병사들이 원고의 가족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는 채권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며 소멸시효 적용의 예외로 인정했다. 응우옌 씨는 선고 직후 대리인단과의 화상통화에서 “희생된 영혼들에게 이 소식이 위로가 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32·사진)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는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환에게 “피고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오로지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살해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았다”며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15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전주환은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 아버지는 엄벌을 탄원했다”며 “사건 범행의 중대성과 잔혹성을 보면 죄책이 매우 무거워 엄중한 형으로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범행으로 처벌받게 된 것임에도 피해자를 탓하며 살해하는 보복범죄를 저지른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살인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전주환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해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교화의 여지가 없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형생활을 통해 자신의 성격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앞선 재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해 유기징역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피고인 조국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잘못에 대해선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3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6일 판결문을 통해 양형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해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은 물론이고 피고인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로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됐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대해선 “당시 저명한 대학교수로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피고인에게 요구되던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리고 자녀 입시에 유리한 결과만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편법도 문제 될 것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범행이) 비롯됐다”고 했다. 또 “두 자녀의 입시가 이어진 수년간 같은 범행을 반복했고 시간이 갈수록 범행 방법이 더욱 과감해졌다”고 지적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에 대해선 “부당한 청탁과 압력을 막아달라는 특감반의 요청에 눈감고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과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선고 당일 항소했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사진)도 이날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저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며 “검찰 언론 본인들은 스스로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또 “(선배들로부터 의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67)의 딸 정유라 씨(27)는 페이스북에 “내 승마 선수로서 자질은 뭐가 그렇게 부족했길래 너네 아빠(조 전 장관)는 나한테 그랬을까”라며 “웃고 간다”고 썼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배후로 재차 지목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민간업자들한테 이재명 대표 이름을 팔면서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이라며 “(대장동 사업에서) 이재명이란 이름은 금기였다. (하지만) 민간업자들도 다 알고 있었고 같이 공유됐던 내용 ”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니면) 어떻게 일사천리로 (일이) 다 진행될 수 있었겠냐”며 “성남시로부터 재검토 지시 같은 것들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정민용 변호사가 재판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이 돈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받아갔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7000만 원으로 기억한다.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으러 온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전 부원장은 “돈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2만여 명의 회원이 속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제97대 회장에 김정욱 변호사(44·변호사시험 2회·사진)가 당선됐다. 지난 선거에서 로스쿨 출신 중 처음 서울변회 회장에 당선됐던 김 변호사는 청년 변호사들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변회 정기총회에서 김 변호사는 총 1만660표 가운데 5472표(51.33%)를 얻어 윤성철 변호사(55·사법연수원 30기)를 누르고 당선됐다.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김 회장은 결과 발표 직후 “지난 2년 동안 추진했던 정책들에 책임감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사설 법률플랫폼 금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법원, 법무부 등과 공공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로톡 등 사설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와 서울시립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5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후 대한변협 부협회장과 서울변회 부회장 등을 거쳐 제96대 서울변회 회장을 지냈다.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5화입니다.“그때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몫이)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늘 3명(이재명 정진상 김용)이 세트로 같이 있었기 때문에…”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7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민용 변호사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천화동인 1호는 형들의 노후자금’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형들’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포함되는지를 묻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측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재판의 공동 피고인 중 한명입니다. 정 변호사는 앞선 이달 16일 진행된 71차 대장동 공판에서 ‘천화동인 1호’가 이 대표 최측근들의 노후 준비용이라고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날 재판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까지 지목한 것입니다. ● “노후자금 챙길 ‘형들’에 이재명 포함된다 생각” 참고로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을 통해 4054억 원의 수익을 배당받은 민간사업자 중 단일 법인으로는 가장 많은 1208억 원을 챙겨갔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 등 ‘이재명 측’이 김 씨로부터 향후 천화동인 1호의 지분 24.5%에 해당하는 428억 원을 받기로 약속한 적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이날 재판에서 나온 것입니다. 정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천화동인 1호 관련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쓸려는 게 아니고 형들 노후 자금 이야기하면서 대선자금 필요한데 큰일’이라고 섞어서 이야기했다”며 이 같이 이해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로부터 들어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측 지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발언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정 변호사가 이 대표와 함께 지목한 ‘형들’ 역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입니다. 거론된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20억 원을 말해서 그 정도 범위에 대해서만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검찰이 파악한 정황과도 같은 액수입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21년 2월 유전 직무대리에게 “대선 준비를 위해 20억 원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 측 변호인이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친하다고 과장했다거나 허풍이라고 느끼지 않았냐”고 묻기도 했지만 정 변호사는 “의심한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초기에도 정 전 실장에게 보고를 하라고 하거나 심부름을 시켰고, 김 전 부원장은 늘 통화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결코 허풍처럼 보일 수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대장동 사업 지시한 이재명, 유동규 “시장님은 천재” 칭찬 ‘대장동 일당’의 비용 부담을 덜어준 1공단 공원사업 분리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직접 결정했다는 증언도 이날 재판에서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2016년 1월 1공단 분리를 이 시장에게 보고한 뒤 결재받았나’라는 김 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시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1공단 분리가 이미 승인됐다고 들었는데, 이재명 시장이 설명을 듣더니 ‘분리 개발은 안 된다, 그러면 공원화를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며 “그래서 1시간가량 토론을 거쳤고 결국 이 시장이 분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반을 꼼꼼하게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당초 성남시는 이 대표의 공약사항 중 하나로 대장동과 1공단을 결합해 개발하고자 했지만, 사업을 분리해 대장동이 먼저 개발됐습니다.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은 관련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모델 설계 등 사업 전반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거듭된 재판에서 수차례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2015년 초 이 시장에게 대장동 사업을 보고했을 때의 상황과 관련해 “(이 시장이) 확정적으로 먼저 (이익을) 받아오는 것은 본인이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이 같은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지시와 관련해 ‘시장님이 천재같지 않냐’고 감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앞선 20일 재판에서 정 변호사는 2015년 초 보고 당시 이재명 시장이 민간사업자 이익이 이렇게 적으면 공모가 흥행이 되겠냐고 언급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공사 측에서 성남시 제1공단 공원화 비용 2561억 원을 환수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1260억 원의 이익이 남는다고 보고하자, 이 대표가 당시 민간사업자 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장동 민관합동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를 가진 공사가 확정이익 1822억 원만 챙기기로 하면서 고작 7%의 지분을 가진 민간사업자들은 788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가져갔습니다. 다만 정 변호사는 “공사가 확정이익을 받아야 민간 이익이 극대화 된다는 말을 유 전 직무대리나 이 대표에게 직접 들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 했습니다. 또 “당시 공사가 확정이익을 가져오는 사업 방식 자체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향후 부동산 경기를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확정이익 방식이 반드시 공사에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입니다.● 진술 번복한 정민용, “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 거짓 진술” 한편 정 변호사는 거듭 된 증인신문 과정에서 기존 검찰조사에서 했던 진술 일부를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선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를 작성할 당시 공사가 받을 필지에 대해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와 협의했다고 했지만,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사실 협의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대장동 개발이 민간에 수익을 몰아주는 방식인지 미리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당시에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나 남욱 변호사의 진술에 맞춰 진술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공판은 법원 정기인사 등을 고려해 다음달 10일에 진행됩니다. 정 변호사에 대한 남욱 변호사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천화동인 1호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을 통해 4054억 원의 수익을 배당받은 민간사업자 중 단일 법인으로는 가장 많은 1208억 원을 챙겨 간 곳이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출석한 정민용 변호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말한 ‘천화동인 1호는 형들의 노후자금’ 발언과 관련해 “당시 (형들에)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비롯해 이 대표도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냈다. 정 변호사는 ‘왜 이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생각했냐’는 질문에 “(유 전 직무대리가) 천화동인 1호 관련해 얘기하면서 대선자금 얘기도 (함께) 했다. 당시 저에게 ‘내가 쓰려는 게 아니고 형들 노후자금이다. 대선자금이 필요한데 큰일’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는 거론된 대선자금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20억 원을 말해서 그 정도 범위에 대해서만 안다”고 덧붙였다.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선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들어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측 지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선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모델 설계 등 사업 전반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이어졌다. 정 변호사는 2015년 초 이 시장에게 대장동 사업을 보고했을 때 상황과 관련해 “(이 시장이) 확정적으로 먼저 (이익을) 받아오는 것은 본인이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장동 민관합동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를 가진 공사가 확정이익 1822억 원을 갖기로 하면서, 7%를 가진 민간사업자들은 배당금을 포함해 788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이익을 챙겨 갔다. 다만 정 변호사는 “공사가 확정이익을 받아야 민간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말을 유 전 직무대리나 이 대표에게 직접 들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전국으로 확대된 뒤 처음 이뤄진 법원장 인사에서 각 지법의 수석부장판사가 대거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임 서울고등법원장에는 윤준 광주고등법원장(사법연수원 16기)이, 서울중앙지법원장에는 김정중 수석부장판사(26기)가 임명됐다. 대법원은 법원장, 고법 부장판사, 고법 판사 등 121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다음 달 20일자로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올 9월로 6년 임기가 끝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마지막 법원장 인사다. 일선 법관들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이번 인사에서 전국 지방법원으로 확대됐다. 법원장 후보 추천이 부결된 울산지법과 제주지법을 제외하고 12곳의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에서 후보 추천제가 시행됐는데 이 중 8곳에서 해당 법원의 수석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서울남부지법원장에는 황정수 수석부장판사(28기)가, 서울북부지법원장에는 박형순 부장판사(27기)가 임명됐다. 서울가정법원장은 최호식 수석부장판사(27기)가, 서울회생법원장은 안병욱 수석부장판사(26기)가 각각 맡는다.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가 대거 법원장이 되면서 민주적 절차로 법원장 후보를 추천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직과 관계없이 기수 등을 토대로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했던 과거보다 오히려 더 자의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제민 대전지법 판사가 서울고법 판사로 승진하는 등 김 대법원장 산하 법원행정처에서 심의관으로 근무한 인사들이 고법 판사로 다수 이동하면서 ‘측근 챙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날 대법원 인사 결과 고법 판사 15명이 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대법원장 취임 뒤 고법 부장판사제가 폐지되면서 법원장 승진 경로가 사라진 고법 판사들의 퇴직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여성가족부가 26일 발표한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인정해 처벌하자는 내용을 담았다가 9시간 만에 철회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무고한 상대방을 성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법무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관련 법안 개정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여가부는 이날 발표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에서 형법상 강간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동의 간음죄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성관계를 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인정해 형사처벌하는 법안으로 여성계의 숙원 중 하나였다. 현재는 폭행과 협박을 동원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비동의 간음죄를 두고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통상적인 성관계에서 계약서 등 동의 여부를 입증할 증거를 남겨놓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성관계 당시 구두로 동의했는데 이후 상대방이 생각을 바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여가부의 발표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20, 30대 남성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만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이날 저녁 공식입장을 통해 “제3차 계획에 포함된 비동의 간음죄 개정 검토와 관련해 정부는 개정 계획이 없다”며 “해당 과제는 2015년 제1차 양성평등기본계획부터 포함돼 논의돼 온 것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이 검토되거나 추진되는 과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형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도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