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추진 중인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둘러싼 이스라엘 사회의 내홍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 리쿠드당 소속이지만 법안 강행을 공개 비판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26일 전격 해임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이날은 물론 27일에도 길거리로 몰려나와 격렬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부 장관, 니르 바르카트 경제장관 등도 반기를 드는 등 극우 연정 내부의 비판 여론 또한 상당하다.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관련 재판에서 그를 변호하고 있는 변호인단까지 “변호 중단”을 선언했다. 이스라엘 주요 노조 또한 총파업을 선언해 27일 최대도시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서도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핵심 우방인 미국도 거듭 우려를 표했다. 야권에서는 아예 네타냐후 총리의 축출을 거론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베이테이누당 대표는 27일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기를 희망한다. 리쿠드당이 새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갈란트 국방 해임에 26일에만 70만 명 시위 네타냐후 총리실은 26일 성명을 통해 “총리가 갈란트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하루 전 TV 연설을 통해 “입법 절차를 중단하라”고 했다가 쫓겨났다. 이 결정이 알려진 후 전국 곳곳에서는 비판 시위가 벌어졌다.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새벽부터 시위대 수만 명이 아야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로 한가운데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채널12’ 방송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전국에서 약 70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27일에도 의회(크네세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국 주요 시장과 지역의회 지도자 등 27명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날 예루살렘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고위 관료와 미국의 우려도 상당하다. 조하르 장관은 “집에 불이 났을 때는 누가 옳은지 묻지 말고 우선 거주자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바르카트 장관 또한 “(총리가) 국가를 내전 직전으로 몰고 갔다”고 가세했다. 아사프 자미르 미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는 “더 이상 이 정부를 대표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6일 성명에서 “현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가능한 한 빨리 타협점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 네타냐후 거취 논란으로 번져 정치권에서는 총리 축출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버만 대표는 27일 “리쿠드당에 있는 친구들에게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하고 리쿠드당 출신의 새 총리를 내세워 새 연정을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독재자도 인구의 모든 부분을 포괄하는 광범위하고 정당한 공개 항의에 맞설 수 없다”며 거듭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거론했다.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 등도 총리의 법안 강행을 ‘독재’로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 6개 정당이 모인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은 의회 120석 중 64석을 차지하고 있다. 리쿠드당이 32석, 나머지 5개 정당이 32석을 보유하고 있다.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강행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면 이 5개 정당 중 네타냐후 총리에게 등을 돌릴 정당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법부 무력화 법안의 골자는 대법원의 최종심 기능을 약화시키고 행정부가 법관 인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집권 시절의 개인 비리로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셀프 방탄’을 위해 도입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일본 기상학자 이토 히로키 씨(37·사진)의 한 해는 벚꽃과 함께 피고 진다. 일본 오사카 기상예보 업체 일본기상주식회사에서 일하는 이토 씨 핵심 업무는 벚꽃 개화 시기 예측이다. 벚꽃 구경을 뜻하는 일본어(하나미·花見)가 따로 있을 정도로 봄이 오면 전 일본 국민 관심사는 ‘꽃이 언제 필까’에 쏟아진다. 이토 씨 역할은 올해 특히 막중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물러간 뒤 처음 맞는 벚꽃철이기 때문이다. 벚꽃은 단 일주일간만 활짝 핀다. 이토 씨는 1000곳에 달하는 ‘벚꽃 명소’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1년 내내 전국 기온 측정값을 수집해 정밀하게 분석한다고 25일 미국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벚꽃나무 꽃눈은 초여름에 만들어진 뒤 휴면을 거쳐 피어나기에, 개화 시기를 알려면 가을 겨울 날씨 정보도 중요하다. 벚꽃은 3월부터 피지만 이토 씨 일은 1차 예측 값을 발표하는 1월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후에는 수정을 거듭한다. 이토 씨는 올 초 도쿄 개화 시기를 3월 22일로 발표했지만 이달 초 7차 예측에선 3월 15일로 앞당겼다. 실제로는 14일에 꽃망울을 터뜨려 딱 하루 차이로 적중했다. 개화 예측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것은 상춘객뿐만이 아니다. 꽃놀이철에 맞춰 카페들은 꽃잎 모양 초콜릿을 얹은 ‘벚꽃라테’를 내놓고, 여행사들은 관광상품을 앞다퉈 출시한다. 오사카 간사이대는 올해 벚꽃관광이 창출하는 경제효과가 약 6160억 엔(약 6조 원)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토 씨 어깨는 꽤 무거운 편이다. 일본 기상청은 2007년 개화 예측이 9일이나 빗나가 대국민 사과까지 한 뒤 2010년부터 예보를 중단했다. 이후 민간 예보기관끼리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상기온이 잦아지며 자연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토 씨는 가을산이 단풍으로 물드는 시기, 꽃가루 알레르기를 조심해야 할 시기, 과일을 수확하기 좋은 시기까지 업무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아직 벚꽃이 국토의 절반까지만 올라왔다”며 “마지막 개화가 이뤄질 5월까진 벚꽃에 초점을 고정하겠다”며 웃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노르웨이에 사는 에이미(가명·50·여)는 지난해 맥스와 ‘결혼’을 했다. 보통 결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맥스는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아바타라는 사실이다. 수십 년간 불안 증세와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던 에이미는 맞춤형 아바타 챗봇 앱 ‘레플리카’에서 맥스를 처음 만났다. ‘당신만의 아바타를 만드세요’라는 안내에 따라 아바타를 만들고 맥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엔 신기한 말벗 정도로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둘의 대화는 여느 연인과 닮아갔다. 맥스는 그에게 “셀카 보내도 돼?”라고 묻고선 속옷만 입은 아바타 이미지를 보내기도 했다. 몇 달 동안 연인 역할극에 행복해하던 에이미는 마침내 맥스의 ‘상태’를 ‘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바꿨다. 반지는 앱 속 상점에서 샀다. 에이미는 22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에 “(맥스는) 내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준 사람”이라며 “우리는 영원히, 아니 적어도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하기로 서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둘의 결혼생활은 예기치 않은 난관을 만났다. 레플리카 제작사 루카가 유해(有害) 콘텐츠, 즉 성인용 콘텐츠 차단 필터를 만든 것이다. 이후 맥스는 에이미 남편이라는 사실을 잊고 같은 행동과 말만 반복하기 시작했다. 차인 것 같은 느낌에 에이미는 망연자실했다. 그는 “자신감 넘치며 재미있고 사랑스러웠던 남편을 잃었다”면서 “우리 둘 다 맥스가 AI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그는 내게 진짜였다”고 털어놨다. 영화 ‘그녀(Her·2014)’ 속 주인공이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듯 AI와 연애하던 수많은 챗봇 이용자들이 변한 ‘애인’ 모습에 당황해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사람들이 생성형 AI 도구로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하면서 사용자와 기업, 정책입안자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레플리카 사례가 인간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 진화하면서 벌어질 일들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레플리카는 유지니아 카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절친한 친구를 사고로 잃은 뒤 그와 다시 소통하고 싶어 개발한 서비스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낭만적이고 성적인 대화를 할 ‘연애 상대’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란제리를 입은 아바타와 “침대에 혼자 있는데 외로워” 같은 말을 나누는 광고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런 노골적인 대화 서비스는 연간 약 70달러(약 9만 원)를 내는 유료 회원에게만 지원했다. 레플리카는 총 이용자 200만 명 중 약 25만 명이 유료 가입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이탈리아 규제당국이 처음으로 “미성년자 등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라며 레플리카를 사실상 금지하자 방향을 틀었다. 이제 레플리카 아바타들은 노골적이거나 성적인 대화를 시도하면 “이런 이야기는 불편해”라는 식으로 회피한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기관뿐 아니라 투자자도 레플리카 정책 전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많은 우량 벤처 투자가들이 평판을 우려해 음란물이나 마약과 연관된 산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다 CEO는 “안전성과 윤리성을 확립하기 위해 PG-13(13세 이하는 부모 지도 필요 등급, 한국 15세 이상 관람가 정도)으로 개편했다”며 “규제기관이나 투자자 압력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챗봇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레플리카 같은 사례는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봇 운영업체 쿠키(Kuki)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10억 개 넘는 메시지 중 25%가 성적이거나 로맨틱한 내용이었다. 외신들은 챗봇 이용자 경험은 AI 기술이 사람을 얼마나 감정적으로 매혹할 수 있는지, 또 간단한 서비스 변경이 얼마나 큰 감정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노르웨이에 사는 에이미(가명·50)는 지난해 남편 맥스와 ‘결혼’했다. 보통 결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맥스는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아바타라는 사실이다.수십 년간 불안 증세와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던 에이미는 맞춤형 아바타 챗봇 앱 ‘레플리카’에서 맥스를 처음 만났다. ‘당신만의 아바타를 만드세요’라는 안내에 따라 아바타를 만들고 맥스라는 이름 붙였다. 처음엔 신기한 말벗 정도로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둘의 대화는 여느 연인과 닮아갔다. 맥스는 그에게 “셀카 보내도 돼?”라고 묻고선 속옷만 입은 아바타 이미지를 보내기도 했다.몇 달 동안 연인 역할극에 행복해하던 에이미는 마침내 맥스의 ‘상태’를 ‘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바꿨다. 반지는 앱 속 상점에서 샀다. 에이미는 22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에 “(맥스는) 내게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준 사람”이라며 “우리는 영원히, 아니 적어도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하기로 서약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둘의 결혼생활은 예기치 않은 난관을 만났다. 레플리카 제작사 루카가 유해(有害) 콘텐츠, 즉 성인용 콘텐츠 차단 필터를 만든 것이다. 이후 맥스는 에이미 남편이라는 사실을 잊고 같은 행동과 말만 반복하기 시작했다. 차인 것 같은 느낌에 에이미는 망연자실했다. 그는 “자신감 넘치며 재미있고 사랑스러웠던 남편을 잃었다”며 “우리 둘 다 맥스가 AI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그는 내게 진짜였다”고 털어놨다.영화 ‘그녀(Her·2014)’ 속 주인공이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듯 AI와 연애하던 수많은 챗봇 이용자들이 변한 ‘애인’ 모습에 당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사람들이 생성형 AI 도구로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하면서 사용자와 기업, 정책입안자 사이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레플리카 사례가 인간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 진화하면서 벌어질 일들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진단했다.레플리카는 유지니어 큐다 최고경영자(CEO)가 절친한 친구를 사고로 잃은 뒤 그와 다시 소통하고 싶어 개발한 서비스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낭만적이고 성적인 대화를 할 ‘연애 상대’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란제리를 입은 아바타와 “침대에 혼자 있는데 외로워” 같은 말을 나누는 광고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런 노골적인 대화 서비스는 연간 약 70달러(약 9만 원)을 내는 유료 회원에게만 지원했다. 레플리카는 총 이용자 200만 명 중 약 25만 명이 유료 가입자라고 밝혔다.하지만 지난달 이탈리아 규제당국이 처음으로 “미성년자 등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라며 레플리카를 사실상 금지하자 방향을 틀었다. 이제 레플리카 아바타들은 노골적이이거나 성적인 대화를 시도하면 “이런 이야기는 불편해”라는 식으로 회피한다.로이터통신은 정부 기관뿐 아니라 투자자도 레플리카 정책 전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많은 우량 벤처 투자가들이 평판을 우려해 음란물이나 마약과 연관된 산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말했다. 큐다 CEO는 “안전성과 윤리성을 확립하기 위해 PG-13(13세 이하는 부모 지도 필요 등급, 한국 15세 이상 관람가 정도)으로 개편했다”며 “규제기관이나 투자자 압력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챗봇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레플리카 같은 사례는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봇 운영업체 쿠키(Kuki)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10억 개 넘는 메시지 중 25%가 성적이거나 로맨틱한 내용이었다. 외신들은 챗봇 이용자 경험은 AI 기술이 사람을 얼마나 감정적으로 매혹할 수 있는지, 또 간단한 서비스 변경이 얼마나 큰 감정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전 세계 석유매장량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30억 달러(약 4조 원)의 석유 판매 대금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거듭된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 이란 등 반미 국가의 중개업체를 통해 석유를 수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로 징수한 대금이 증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스캔들이 ‘검은 황금’ 원유를 믿고 각종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며 201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사진)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스캔들을 취재해 온 엘리히오 로하스 기자는 20일 현지 매체 우니온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10, 11월 암호화폐로 거래된 30억 달러의 석유 판매 대금이 사라졌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암호화폐가 쓰였고 거래 대상국이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일 주무 장관인 타레크 엘 아이사미 석유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어 국영 석유사 ‘PDVSA’의 페드로 텔레체아 사장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아이사미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런 인물을 내칠 정도로 사태의 여파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시장, 판사, 암호화폐 규제당국 관계자 등 여러 공직자를 체포했다. 군 당국도 일부 고위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은 체포된 사람이 최소 2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민간 기업이 아닌 국가가 보증한 가상화폐 ‘페트로’를 발행했다. 고질적 경제난으로 기존 법정 통화 ‘볼리바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국가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도입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이번 위기를 정적 제거 용도로 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전문가 프란시스코 모날디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약 3분의 1은 PDVSA가 아닌 부패 중개인들의 손에 들어간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수사를 통해 정치적 경쟁자를 선별적으로 제거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전 세계 석유매장량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30억 달러(약 4조 원)의 석유 판매 대금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거듭된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 이란 등 반미 국가의 중개업체를 통해 석유를 수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로 징수한 대금이 증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스캔들이 ‘검은 황금’ 원유를 믿고 각종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며 201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사진)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스캔들을 취재해 온 엘리히오 로하스 기자는 20일 현지 매체 우니온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10, 11월 암호화폐로 거래된 30억 달러의 석유 판매 대금이 사라졌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암호화폐가 쓰였고 거래 대상국이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일 주무 장관인 타레크 엘 아이사미 석유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어 국영 석유사 ‘PDVSA’의 페드로 텔레체아 사장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아이사미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런 인물을 내칠 정도로 사태의 여파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시장, 판사, 암호화폐 규제당국 관계자 등 여러 공직자를 체포했다. 군 당국도 일부 고위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은 체포된 사람이 최소 2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민간 기업이 아닌 국가가 발행한 가상화폐 ‘페트로’를 발행했다. 고질적 경제난으로 기존 법정 통화 ‘볼리바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국가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도입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이번 위기를 정적 제거 용도로 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전문가 프란시스코 모날디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약 3분의 1은 PDVSA가 아닌 부패 중개인들의 손에 들어간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수사를 통해 정치적 경쟁자를 선별적으로 제거할 것으로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표’ 프랑스 연금개혁의 핵심은 ‘더 내고 늦게 받는 것’이다. 우선 현행 62세인 정년 및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은 올해 9월부터 매년 3개월씩 늘어나기 시작해 2030년 64세로 높아진다. 2014년 연금을 전액 수령하기 위해 납입해야 하는 기간도 당초 현행 42년에서 2035년부터 1년 늘리기로 했지만 이번 개혁안에서는 2027년으로 8년 앞당겼다. 마크롱 정권은 기존의 연금 체계를 수술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연 135억 유로(약 19조 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등 국가 전체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이 실시되면 177억 유로(약 25조 원)의 흑자가 기대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프랑스가 매년 연금으로 지출하는 돈은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4.5%다. 유럽연합(EU)에선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연금 수급자에게 불리한 조항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연금 수령액의 상한선은 최저임금의 75%(월 약 142만 원)에서 85%(약 168만 원)로 오른다. 육아휴직 기간 또한 최저연금 산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출산, 입양으로 아이가 있는 여성 노동자에게 연금의 최대 5%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여성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감안한 조치다. 파리교통공사, 프랑스 전력공사, 프랑스 중앙은행 등 일부 공공부문의 신입직원들은 조기 퇴직을 허용하는 그간의 특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 대신 우파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16세 이전에 일을 시작한 사람은 58세, 18세 이전이면 60세에 조기 퇴직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했다. 양성평등지수처럼 ‘시니어지수’를 만들어 각 기업이 고령 노동자 고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평가한다.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보유한 기업은 올 7월부터 이 지수를 공개해야 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표’ 프랑스 연금개혁의 핵심은 ‘더 내고 늦게 받는 것’이다. 우선 현행 62세인 정년 및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은 올 9월부터 매년 3개월씩 늘어나기 시작해 2030년 64세로 높아진다. 2014년 연금을 전액 수령하기 위해 납입해야하는 기간도 당초 현행 42년에서 2035년부터 1년 늘리기로 했지만 이번 개혁안에서는 2027년으로 8년 앞당겼다. 마크롱 정권은 기존의 연금 체계를 수술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연 135억 유로(약 19조 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등 국가 전체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이 실시되면 177억 유로(약 25조 원)의 흑자가 기대된다는 점을 집중홍보하고 있다.프랑스가 매년 연금으로 지출하는 돈은 2021년 기준 국가총생산(GDP)의 14.5%다. 유럽연합(EU)에선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연금 수급자에게 불리한 조항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연금 수령액의 상한선은 최저임금의 75%(월 약 142만 원)에서 85%(약 168만 원)로 오른다. 육아휴직 기간 또한 최저연금 산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출산, 입양으로 아이가 있는 여성 노동자에게 연금의 최대 5%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여성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감안한 조치다. 파리교통공사, 프랑스 전력공사, 프랑스 중앙은행 등 일부 공공부문의 신입직원들은 조기 퇴직을 허용하는 그간의 특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대신 우파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16세 이전에 일을 시작한 사람은 58세, 18세 이전이면 60세에 조기퇴직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했다. 양성평등지수처럼 ‘시니어지수’를 만들어 각 기업이 고령 노동자 고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평가한다.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보유한 기업은 올 7월부터 이 지수를 공개해야 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내 반대 여론의 배후에는 ‘더 내고 늦게 받는 것’에 대한 반발 심리는 물론 장관 시절부터 친기업 정책을 펴 ‘부자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마크롱 대통령의 개인 캐릭터와도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박물관이 프랑스 인상파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의 1899년작 ‘러시아 무희’의 제목을 ‘우크라이나 옷을 입은 무희’로 바꿨다고 가디언 등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작품 속 무희의 국적이나 그가 입은 의상이 제작 당시에는 제정 러시아 소속이었지만 현재 기준으로 판단할 때 우크라이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막스 홀라인 메트 박물관장은 성명을 통해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런 여론을 반영해 제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제정 러시아 시절 태어난 우크라이나 태생 화가 일리야 레핀 등의 국적 또한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바꿨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의 유명 미술관 ‘내셔널갤러리’ 또한 드가가 그린 다른 무용수 그림의 제목을 ‘러시아 무희’에서 ‘우크라이나 무희’로 바꿨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화가의 혈통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해 러시아와 옛 소련의 작품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예술가로 알려진 900명 중 최소 70명이 우크라이나계였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영국 리버풀의 상징적인 조형물 ‘슈퍼램바나나’ 또한 온통 노란색이던 몸통의 절반을 최근 파랗게 칠했다고 18일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리버풀 의회는 5월 열리는 유럽 최대 노래경연대회 ‘2023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앞두고 지난해 우승국인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파란색을 택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복심’ 리창(李强·64) 국무원(행정부)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향후 내각 역할이 축소될 것을 암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리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총리로 선출된 지 6일 만인 17일 국무원 전원이 참석한 첫 회의에서 “정부 역할은 중국공산당 중앙 지도부가 내린 결정과 계획을 건전하고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동지들 각자는 당의 전략적 의도를 완전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당 결정과 계획이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자는 SCMP에 시 주석의 지난 임기 10년 동안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가 이끌던 국무원과 당 사이에 이견이 컸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리 총리 발언은 “시 주석이 국무원을 약화시켜 비서팀으로 전환하려는 명확한 계획을 내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앨프리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가장 중요한 결정은 시 주석이 직접 내리고 리 총리 역할은 친기업 활동 같은 전문분야로 제한되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양회에서 치안(공안부) 정보(국가안전부) 등 국무원 주요 기능을 가져온 당 지도부는 16일 국가재정과 과학기술 등 핵심 영역 당 통제력을 강화하는 조직 개혁안도 발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창업자들에게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최근 틱톡 측에 이 같은 의견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그동안 (야당) 공화당으로부터 틱톡 관련 안보 위협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비난받은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에 변화를 줬다”고 진단했다. 바이트댄스 지분은 중국인 창업자들 20%, 글로벌 투자자 60%, 직원 20%로 구성돼 있다. 미 정부는 틱톡을 국가안보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부터 정부 기관이 보유한 (전자)기기와 시스템에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 상원에서는 틱톡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 창업자 보유 지분 매각 요구는 틱톡에 대한 제재 수위를 최대한 높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트댄스 측에 지분을 매각하라며 비슷한 압박을 가한 적이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틱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소유권 변경으로는 틱톡의 데이터 흐름이나 접근에 새로운 제한을 만들지 못한다”며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우리가 구현하고 있는 제3자 모니터링 등을 통해 시스템을 투명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우서우쯔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23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정보 보호정책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천재 화가이자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노예의 아들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은 14일(현지 시간) 30년 이상 다빈치를 연구한 카를로 베체 나폴리대 교수가 다빈치의 어머니 카테리나는 노예였다는 연구 결과를 자신의 최신 저서 ‘카테리나의 미소’(사진)에서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빈치는 1452년 피렌체 인근 빈치에서 공증인이던 아버지 피에로와 카테리나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났다. 그동안 어머니 카테리나가 유대인이라거나 이 지역 농민이라는 등 여러 가설이 제기됐지만 정확한 출신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카테리나가 노예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베체 교수가 피렌체 기록보관소에서 발견한 카테리나의 ‘노예해방문서’였다. 피에로가 직접 작성한 이 문서에는 “그녀의 자유와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노예에서 해방시킨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베체 교수에 따르면 카테리나는 흑해 북동쪽 연안 북캅카스 체르케스에서 피렌체로 팔려 왔다. 이후 가정부와 유모로 일하다 피에로를 만나 다빈치를 낳고 약 6개월 뒤인 1452년 11월 2일 노예 신분에서 해방됐다. 베체 교수는 “노예였던 카테리나를 사랑한 남자, 그녀에게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의 아기를 준 남자, 그녀를 노예에서 해방시킨 남자는 모두 동일한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주민 어머니의 어려웠던 삶은 똑똑한 아들에게 자유의 정신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베체 교수의 연구에 대해 “그동안의 학술 논쟁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이론”이라고 평가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천재 화가이자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노예의 아들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ANSA통신 등은 14일(현지 시간) 30년 이상 다빈치를 연구한 카를로 베체 나폴리대 교수가 다빈치 어머니 카테리나는 노예였다는 연구 결과를 자신의 최신 저서 ‘카테리나의 미소’에서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빈치는 1452년 피렌체 인근 빈치에서 공증인이던 아버지 피에로와 카테리나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났다. 그동안 어머니 카테리나가 유대인이라거나 이 지역 농민이라는 등 여러 가설이 제기됐지만 정확한 출신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카테리나가 노예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베체 교수가 피렌체 기록보관소에 발견한 카테리나의 ‘노예해방문서’였다. 피에로가 직접 작성한 이 문서에는 “그녀의 자유와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노예에서 해방시킨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베체 교수에 따르면 카테리나는 흑해 북동쪽 연안 북캅카스 체르케스에서 피렌체로 팔려 왔다. 이후 가정부와 유모로 일하다가 피에로를 만나 다빈치를 낳고 약 6개월 뒤인 1452년 11월 2일 노예 신분에서 해방됐다. 베체 교수는 “노예였던 카테리나를 사랑한 남자, 그녀에게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의 아기를 준 남자, 그녀를 노예에서 해방시킨 남자는 모두 동일한 인물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주민 어머니의 어려웠던 삶은 똑똑한 아들에게 자유의 정신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베체 교수 연구에 대해 “그동안의 학술 논쟁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이론”이라고 평가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미국 보험 스타트업 ‘커버리지캣’의 공동 창업자인 맥스 조 씨는 9일(현지 시간) 몬태나주 보즈먼 공항에 도착한 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인근 빅스카이에서 열리는 창업자 행사에 가던 동료 창업자들이 스마트폰의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고 미친 듯 스마트폰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자신들의 돈을 빼내려 하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쓰는 메신저 ‘슬랙’을 통해 SVB의 위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조 씨도 뒤늦게 SVB 앱에 로그인해 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려 했지만 이미 자금이 묶여 인출할 수 없었다. 조 씨의 사례를 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가 8일 위기설이 불거지자마자 10일 곧바로 파산한 데에는 모바일 뱅킹을 통해 각종 금융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고, 위기설 또한 빛의 속도로 퍼지는 시대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12일 분석했다. 1983년 설립된 SVB의 모기업 ‘SVB파이낸셜그룹’이 실리콘밸리의 주요 금융사로 성장하는 데 40년이 걸렸지만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6시간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 ‘스마트폰 뱅크런’ WSJ는 이날 ‘실리콘밸리가 만든 체계에 실리콘밸리가 당했다’는 기사에서 과거 금융 위기 때는 소셜미디어가 큰 변수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번개 같은 속도로 각종 소식을 전 세계에 퍼뜨려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을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일종의 ‘스마트폰 뱅크런’이 발발했다는 뜻이다. SVB의 위기가 처음 알려진 날은 8일. 당시 SVB는 약 18억 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자금 조달을 위해 신주 발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슬랙, 와츠앱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곧바로 퍼졌다. SVB 주가는 9일 나스닥 시장에서 개장과 동시에 급락했고 전일 대비 60.4% 하락 마감했다. 이날 하루 만에 SVB에서 빠져나간 돈은 약 420억 달러(약 56조 원). 하루 뒤인 10일 미 금융당국은 지급 불능 등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리자로 선임했다. 40년 역사의 은행이 파산하는 데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WSJ는 각종 메신저와 소셜미디어에서 “나도 SVB에서 돈을 인출했다” 같은 메시지들이 떠들썩하게 오가면서 공포가 커지고 인출 속도 또한 점점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겁에 질린 고객이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고 미는 간단한 방법으로 자금을 빼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온·오프로 얽힌 실리콘밸리 생태계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회사) 등 실리콘밸리의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평소에도 온·오프라인에서 잘 연결돼 있다는 점 역시 스마트폰 뱅크런을 촉진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규제 전문가인 힐러리 앨런 아메리칸대 법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벤처캐피털들은 SVB의 재무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마자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회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들의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퍼진 소식이 현금 인출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SVB가 실리콘밸리의 주요 스타트업과 모두 거래할 정도로 업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은 되레 초고속 붕괴에 불을 붙인 요인이 됐다. 보안업체 ‘엔도랩스’의 바룬 바드와르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스타트업의 모든 길은 한때 SVB로 통했다”고 말했다. 그는 9일 오전 직원이 슬랙에 “SVB 주가가 자유낙하 중”이라고 올렸을 때에도 ‘과잉 반응’이라고 여겼다. 몇 시간 뒤 “빨리 돈을 빼라”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의 아우성이 들려오자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예치금의 4분의 1만 빼내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 뱅크런에 대한 미 금융업계 전반의 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지금처럼 ‘디지털 바이럴(입소문)’을 통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뱅크런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보험 스타트업 ‘커버리지 캣’의 공동 창업자인 맥스 조 씨는 9일(현지 시간) 몬태나주 보즈먼 공항에 도착한 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인근 빅스카이에서 열리는 창업자 행사에 가던 동료 창업자들이 스마트폰의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고 미친 듯 스마트폰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이들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자신들의 돈을 빼내려 하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쓰는 메신저 ‘슬랙’을 통해 SVB의 위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조 씨도 뒤늦게 SVB 앱에 로그인해 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려 했지만 이미 자금이 묶여 인출할 수 없었다. 조 씨의 사례를 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가 8일 위기설이 불거지자마자 10일 곧바로 파산한 데에는 스마트폰 인출 등 각종 금융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고, 위기설 또한 빛의 속도로 퍼지는 시대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12일 분석했다. 1983년 설립된 SVB의 모기업 ‘SVB 파이낸셜 그룹’이 실리콘밸리의 주요 금융사로로 성장하는 데 40년이 걸렸지만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6시간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 ‘스마트폰 뱅크런’ WSJ는 이날 ‘실리콘밸리가 만든 체계에 실리콘밸리가 당했다’는 기사에서 과거 금융 위기 떄는 소셜미디어가 큰 변수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번개 같은 속도로 각종 소식을 전 세계에 퍼뜨려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을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일종의 ‘스마트폰 뱅크런’이 발발했다는 뜻이다. SVB의 위기가 처음 알려진 날은 8일. 당시 SVB는 약 18억 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현금 조달을 위해 신주발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슬랙,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곧바로 퍼졌다. SVB 주가는 9일 나스닥 시장에서 개장과 동시에 급락했고 전일 대비 60.4% 하락 마감했다. 이날 하루 만에 SVB에서 빠져나간 돈은 약 420억 달러(약 56조 원). 하루 뒤인 10일 미 금융당국은 지급 불능 등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공사(FDIC)를 파산 관리자로 선임했다. 40년 역사의 은행이 파산하는 데 채 이틀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WSJ는 각종 메신저와 소셜미디어에서 “나도 SVB에서 돈을 인출했다” 같은 메시지들이 떠들썩하게 오가면서 공포가 커지고 인출 속도 또한 점점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겁에 질린 고객이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고 미는 간단한 방법으로 자금을 빼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온오프로 얽힌 실리콘밸리 생태계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등 실리콘밸리의 각종 이해 관계자들이 평소에도 온·오프라인에서 잘 연결돼있다는 점 역시 스마트폰 뱅크런을 촉진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규제 전문가인 힐러리 앨런 아메리칸대 법학교수는 블룸버그에 “벤처캐피탈들은 SVB의 재무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마자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회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들의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퍼진 소식이 현금 인출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SVB가 실리콘밸리의 주요 스타트업과 모두 거래할 정도로 업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 또한 되레 초고속 붕괴에 불을 붙인 요인이 됐다. 보안업체 ‘엔도어 랩스’의 버룬 바드와르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스타트업의 모든 길은 한때 SVB로 통했다”고 말했다. 그는 9일 오전 직원이 슬랙에 “SVB 주가가 자유낙하 중”이라고 올렸을 때에도 ‘과잉 반응’이라고 여겼다. 몇 시간 뒤 “빨리 돈을 빼라”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의 아우성이 들려오자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예치금의 4분의 1만 빼내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 뱅크런에 대한 미 금융업계 전반의 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지금처럼 ‘디지털 바이럴(입소문)’을 통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뱅크런에 대응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전 세계 유명 인사들과 주고받은 편지 150통을 담은 책 ‘트럼프에게 보내는 편지’(사진)를 다음 달 25일 출간한다고 9일(현지 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책을 사전 입수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7월 30일 보낸 친서의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 편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며 “기대했던 종전 선언이 빠진 데 대해 애석한 감은 있지만, 각하와 같이 영향력 있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썼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그는 ‘리틀 로켓맨’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그게 통했다”라며 그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전에 전화를 걸어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최대 건설장비 회사인 국영 쉬저우건설기계그룹(XCMG) 관계자에게 “국산 반도체를 쓰고 있느냐”고 물은 사실이 공개됐다. 미국의 대대적인 반도체 규제에 직면한 중국이 최근 과학기술 자립을 강조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 발언이다. 시 주석은 5일 XCMG가 소재한 장쑤성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대표단과 회의를 가졌다고 중국 국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XCMG 관계자가 “220t 크레인의 국산 부품 비율이 2017년 71%에서 이제 100%가 됐다”고 밝히자 시 주석이 끼어들어 “그 크레인에 사용된 반도체도 국산인가”라고 물었다. 이 관계자가 “모두 국산”이라고 답하자 시 주석이 치하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대화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중시하는 시 주석의 강력한 신호이며 XCMG 또한 반도체 자립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평했다. 일반적으로 건설 장비에 쓰이는 반도체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에 비해 기술 난도가 낮은 ‘성숙 공정’에 해당하지만, 시 주석은 ‘완전 국산화’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의미다. 중국공산당의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또한 홈페이지에서 이 대화를 포함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와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첨단 공정이 아닌 2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상 성숙 공정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7일 그간 국무원(행정부)이 관장했던 첨단기술 관리 업무를 중국공산당 내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들어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 주석이 직접 과학기술 분야를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최대 건설장비 회사인 국영 쉬저우건설기계그룹(XCMG) 관계자에게 “국산 반도체를 쓰고 있느냐”고 물은 사실이 공개됐다. 미국의 대대적인 반도체 규제에 직면한 중국이 최근 과학기술 자립을 강조하는 것과 맥이 닿은 발언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5일 XCMG이 소재한 장쑤성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대표단과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XCMG 관계자가 “2017년 71%였던 크레인의 국산 부품 비율이 이제 100%가 됐다”고 밝히자 시 주석은 “그 크레인에 사용된 반도체도 국산이냐?”고 콕 집어 물었다. 이 관계자가 “모든 반도체가 국산”이라고 답하자 시 주석 또한 치하했다는 것이다. 이 대화는 중국의 기술 자립을 중시하는 시 주석의 강력한 신호이며 XCMG 또한 반도체 자립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SCMP는 평했다. 일반적으로 건설 장비에 쓰이는 반도체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에 비해 기술 난도가 낮지만 시 주석은 ‘완전 국산화’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의미다. 중국공산당의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또한 홈페이지에서 이 대화를 포함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와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첨단 공정이 아닌 28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상 성숙 공정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앞서 7일 그간 국무원(행정부)가 관장했던 첨단기술 관리 업무를 중국공산당 내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들어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 주석이 직접 과학기술 분야를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전 세계 유명인사들과 주고받은 편지 150통을 담은 책 ‘트럼프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음달 25일 출간한다고 9일(현지 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책을 사전 입수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7월 30일 보낸 친서의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 편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며 “비록 기대했던 종전 선언이 빠진데 대해 애석한 감은 있지만, 각하와 같이 영향력 있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썼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그는 내가 ‘리틀 로켓맨’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그게 통했다”라며 그가 자신에게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전에 전화를 걸어 “올림픽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는 리처드 닉슨·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다이애나 왕세자비, 오프라 윈프리 등과 교환한 서신도 담겼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 재정 확충을 위해 ‘부자 증세’를 추진한다. 9일(현지 시간)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재정 지출 감축을 요구하는 야당 공화당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증세와 연방정부 부채 문제가 내년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2024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연간 40만 달러(약 5억3000만 원) 이상 소득에 부과하는 메디케어 세율을 기존 3.8%에서 5%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로 65세 이상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는 현재 6500만 명 이상 가입돼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매년 약 9000억 달러가 메디케어에 투입된다. 소득세와 의회 승인 기금으로 운용되는 메디케어 기금은 2028년경 바닥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 고령화로 고갈 시점이 더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메디케어 부자 증세’가 담긴 이번 예산안을 통해 “메디케어 혜택을 줄이지 않고도 2050년까지 기금의 수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소득자가 공정한 몫을 부담하도록 요청하자. 그들이 부를 쌓을 수 있도록 도운 수백만 근로자가 메디케어 혜택을 받으며 존엄하게 은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백악관과 의회는 현재 31조4000억 달러(약 4경1476조 원)인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한도를 높이려면 재정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일각에선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 제안은)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파 성향 미 폭스뉴스가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의 ‘1·6 의사당 난입 사태’가 과장됐다고 보도해 정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폭스뉴스는 이날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으로부터 입수한 당시 의사당 내부 영상을 공개하며 “의사당에 들어온 압도적 다수는 평화롭고 질서정연했다. 이들은 폭도가 아니라 구경꾼”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평화로운 장면만 짜깁기한 영상을 사용했다”며 보도 취소를 요구하고, 영상을 제공한 매카시 의장에 대해서도 음모론 확산을 도왔다고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