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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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9-20~20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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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공연 도중 지진 훈련하는 일본… 한국은?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관객분들은 직원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대피해 주십시오.” 7일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 대극장. 테너 기시나미 아이가쿠(岸浪愛學)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던 도중 지진 발생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오페라 성악팀 ‘피봇’의 공연이 시작된 지 고작 17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극장 객석에 앉아 있던 1200여 명의 관객들은 하우스매니저들의 안내에 따라 차분히 극장 밖으로 7분 만에 대피했다. 일본 신국립극장이 마련한 제2회 피난 체험 오페라 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재난 상황을 불시에 연출해 출연자 및 관객, 극장 관계자들이 피난 훈련을 하고 훈련 종료 후 다시 공연을 이어가는 방식의 공연이다. 2014년 첫 피난 체험 공연을 시작으로 이번이 두 번째다. 무료로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재난 훈련 콘서트’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재난 대피 훈련 콘서트의 목표는 재난 안내 방송 후 10분 이내에 1200명 관객 전원이 대피하는 것이었다. 이날 공연에선 7분 만에 모두가 대피했다. 극장 밖으로 일사불란하게 대피한 관객들은 시부야 소방서 관계자들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다시 극장으로 이동해 1시간가량 오페라 공연을 관람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예술의전당도 2014년 6월 IBK챔버홀에서 문화가 있는 날 공연으로 열린 ‘아티스트 라운지’에서 관객 참여 화재 대피 훈련을 연 바 있다. 공연 관람 후 관객 400여 명과 직원들이 무대에 화재가 났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세우고 대응 훈련을 펼쳤다. 이외에도 예술의전당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간 4회씩 주기적으로 재난 대비 훈련을 실시한다. 국립극장 역시 1년에 6회가량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난 대비 훈련을 실시 중이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지진과 화재 대피 훈련뿐만 아니라 심폐소생술, 소화전 사용 방법 등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실습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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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6시간 춤 연습, 공부보다 재밌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7년 만에 돌아왔다.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1980년대 광부들이 대파업을 벌이던 시기 영국의 한 탄광촌에 살던 빌리가 우연히 접한 발레에 빠져들어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여정을 그렸다. ‘빌리…’는 아역 배우가 주인공이다. 아역 대다수가 프로무대의 경험이 적다 보니 ‘빌리’ 역의 오디션은 그야말로 ‘흙 속의 진주’를 찾는 과정으로 유명하다. 10개월간의 오디션에서 40 대 1의 경쟁을 뚫고 천우진(13), 김현준(12), 성지환(11), 심현서(10), 에릭 테일러 군(10)이 당당히 빌리 역을 차지했다. 공연을 두 달여 앞두고 18일 서울 중구 다산동 뮤지컬연습장에서 5명의 소년을 만났다. 이국적인 외모로 벌써부터 팬 층을 확보한 에릭 테일러 군은 최종 오디션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재도전 끝에 다섯 번째로 합류를 결정지었다. 에릭은 “엄마 아빠가 첫 데이트 때 봤던 영화가 ‘빌리 엘리어트’라 우리 가족에겐 소중한 추억과 같은 작품”이라며 “탈락한 뒤에도 꾸준히 애크러배틱, 탭댄스 등을 연습하며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두 살 터울의 여동생 애슐리(8)는 그의 든든한 무대 선배다. 에릭은 “2년 전 여동생이 뮤지컬 ‘원스’에서 아역 배우로 섰던 공연을 지겨울 정도로 챙겨 봤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빌리 역에 도전하게 된 데엔 원작 영화와 뮤지컬의 팬인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천우진 군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열혈 팬이었던 엄마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오디션이 진행될수록 빌리가 되고 싶다는 나 자신의 욕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5명 중 심현서 군은 유일하게 여섯 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다. 심 군은 “어릴 때 학원에 가면 저만 남자아이라 놀림을 받곤 했다”면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발레리노가 되려고 애썼던 빌리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빌리 친구인 마이클 역에 도전했다가 되레 주인공 ‘빌리’ 역을 맡게 된 김현준 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영국에서 ‘빌리…’를 봤을 때는 그저 재밌고 좋았는데, 얼마 전 일본에서 다시 볼 땐 ‘나도 저 장면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7개월간 이들은 주 6일 매일 6시간 동안 애크러배틱, 탭댄스, 발레, 필라테스 등을 배웠다.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들이 꼽은 가장 애착 가는 장면은 뭘까. 천우진·심현서 군은 발레리노가 되겠다는 빌리의 꿈을 반대하던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게 만드는 ‘드림발레’를, 에릭·성지환·김현준 군은 화난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는 1막 마지막 장면의 ‘앵그리 댄스’를 꼽았다. 11월 28일∼2018년 5월 7일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02-577-1987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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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킬러 콘텐츠’ 판권까지 넘겨… 대학로 실신직전

    소극장 연극의 중심지 대학로가 요즘 뒤숭숭하다. 최근 1년 새 내로라하는 대학로 연극 제작사 대표들이 수십억 원의 부채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1998년 국내 초연 이후 20년간 평균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해온 대학로 대표적인 흥행 연극인 ‘라이어’마저 뮤지컬 제작사에 판권이 팔리는 신세가 됐다. 뮤지컬 ‘엘리자벳’ ‘레베카’ ‘마타하리’를 제작한 EMK 엄홍현 대표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라이어의 국내 판권을 가진 파파프로덕션의 이현규 대표로부터 8개월 전 판권판매 계약 제안을 받고 현재 구두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판권료는 20억 원대다. 엄 대표는 “해외 오리지널 제작사 측으로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넘겨받는 9월 말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황에 허덕여 온 대학로 연극계는 관객 유인책으로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이며 티켓을 덤핑 판매해 왔다. 엄 대표는 “EMK가 연극 라이어를 제작하게 되면 공연을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한 뒤 현재 1만∼1만5000원대인 티켓 가격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침체된 대학로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연극열전’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홍기유 ‘적도’ 대표가 지난해 부채에 시달리다 자살했다. 지난달에는 ‘대학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최진 아시아컨텐츠브릿지 대표도 90억 원의 부채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수로 프로젝트’ 등 20여 편의 다양한 작품을 쏟아내며 의욕적으로 창작활동을 해온 최 대표는 배우 및 스태프 출연금 미지급 사태 등에 시달리다 지난달 3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3주 뒤 목숨을 끊었다. 공연 관계자들은 대학로 제작자들의 연쇄 부도 및 자살 사태에 이어 대학로 대표 킬러 콘텐츠인 ‘라이어’의 판권이 팔린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라이어’의 제작사인 파파프로덕션은 한때 대학로의 ‘현금 인출기’로 불릴 만큼 탄탄한 현금 회전력을 자랑해 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라이어’의 흥행 덕분이었다. 한때 라이어는 시리즈 1∼3편이 대학로를 중심으로 서울에서만 5개 전용 공연장에서 공연되며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국내 공연 20주년을 맞아 ‘스페셜 라이어’란 제목으로 대학로는 물론이고 전국 8개 지역에서 공연 중이다. 파파프로덕션이 라이어 국내 판권을 뮤지컬 제작사에 넘긴 것은 30억∼40억 원대 규모의 부채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기 위해 카페 운영 등 비전문 분야에 투자하면서 입은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한 공연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메르스 파동, 탄핵 및 촛불정국 등 관객들의 극장행을 막는 대형 악재가 수년간 계속되고 있다”며 “대학로 제작사들 사이에서 그나마 파파프로덕션은 판권을 팔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최진 대표 자살 이후 대학로는 집단적 우울증에 걸린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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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반전의 상징 ‘게르니카’를 둘러싼 비밀

    세로 3.5m, 가로 7.8m 크기의 캔버스 위에 펼쳐진 아비규환. 이리저리 도망치는 사람들, 소리 높여 우는 말, 경악해 돌아보는 황소, 쓰러진 병사를 무채색으로 그려낸 그림…. 20세기 천재 화가 피카소의 ‘게르니카’(사진)는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어리석음, 반전(反戰)의 심벌로 인식되는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으로 소도시 게르니카가 폭격당한 사실을 알게 된 피카소가 조국의 공화국을 지원하고자 붓을 들어 완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반전의 심벌인 ‘게르니카’를 둘러싼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흥미를 돋운다. 소설은 2003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9·11테러 보복 명분으로 이라크 공습 개시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출발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는데, 당시 유엔본부에 내걸린 게르니카의 태피스트리(명화를 천에 복제해 그린 것)가 암막에 가려져 있었다. 반전의 상징인 게르니카 앞에서 이라크 공습을 알리는 아이러니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을 터. 실제 뉴욕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 출신인 저자는 뉴스에서 이 장면을 본 뒤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 이 장면은 소설의 중요 모티브다. 주인공은 피카소 전문가로 통하는 MOMA의 큐레이터 요코. 그는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유엔본부 게르니카 태피스트리의 암막 사건 용의자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요코를 누구보다 아껴 온 MOMA의 이사장 루스 록펠러는 누명을 씌운 세력에 분노하며 요코에게 스페인으로 가서 진짜 게르니카를 가져오라고 한다. 게르니카를 찾아 나선 요코, 게르니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가 게르니카 태피스트리를 훔쳤을까. 소설은 두 개의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인물들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큐레이터 요코의 이야기와 번갈아가며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작업하던 1937년의 파리를 그의 연인 도라 마르의 시선으로 보여주며 독자의 상상력에 힘을 불어넣는다. 사진작가였던 도라는 실제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작업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고, 게르니카 그림 속 흐느끼는 여인의 모델로도 유명하다. 두 개의 시간의 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흡인력 있게 전개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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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향적이시네요, 책 ‘미움 받을 용기’를 추천합니다”

    ‘당신의 성향과 더 가까운 것을 고르세요. 사람 사이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vs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 12일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 한쪽에 마련된 하비랩(Hobby lab·취미연구소) 코너. 4, 5대의 태블릿PC에는 독자의 성격 유형을 분석할 수 있는 34개 문항이 담겨 있었다. 해당 문항을 따라 답변을 입력하자 △내향형 △현실감각형 △외향형 △직관형 등 4가지 성격 유형 중 해당하는 성격이 나왔다. 각각의 성격에 맞는 책과 취미용품도 추천됐다. 지난달 11일부터 27일까지 교보문고 강남점에서도 이 부스가 운영돼 인기를 끌었다. 내향형 독자에겐 ‘미움 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인플루엔셜)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말라’(유은정·21세기북스)와 같은 책을, 현실감각형에겐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을유문화사)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스튜어트 다이아몬드·에이트 포인트) 등을 추천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달 11일까지 약 한 달간 광화문점과 강남점의 하비랩 코너를 통해 책을 추천받은 고객 수가 1만3444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최근 서점가에 고객 맞춤형 책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인기다. 인터파크도서는 지난달 23일 ‘도서 톡집사’를 선보였다. 전문 책 컨설턴트 프로그램인 ‘알프레드’가 독자의 과거 도서구매 이력과 관심사를 분석해 1 대 1 대화로 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도서 추천뿐만 아니라 배송, 반품, 취소, 교환 등 고객이 원하는 상품에 대한 상담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알라딘은 2010년 8월부터 큐레이션 서비스인 ‘추천 마법사’를 운영 중이다.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관심분야를 추출한 뒤 비슷한 성향의 다른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책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알라딘 관계자는 “하루 평균 3만 명 이상의 고객들이 추천 마법사 코너를 방문해 추천받은 책을 실제 구매 활동에 참고하고 있다”며 “베스트셀러 코너보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1.5배 많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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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예술가들의 애환 담은 이야기 쇼… 구성은 다소 산만

    구보 박태원, 시인 이상, 소설가 김유정, 화가 구본웅 등 1930년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을 무대 위로 소환했다. 실존했던 등장인물 덕분에 익숙할 법도 한데, 어쩐지 낯선 형식의 연극이다. 성기웅 연출의 신작 연극 ‘20세기 건담기(建談記)’는 1936년 경성을 배경으로 실존 예술인들의 행적을 ‘이야기 쇼’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작품의 출발은 구보 박태원과 이상이 스스로를 ‘건담가(建談家·말로 많이 떠들어대는 사람)’라 칭하며 입담으로 주변 문학인들을 웃기고 다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그래서인지 막이 오르면 구보와 이상이 라디오 쇼를 통해 21세기 미래의 청중을 향해 만담 커플처럼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상의 캐릭터는 유쾌하고, 구보 박태원의 캐릭터는 다소 진중하다. 여기에 몸이 쇠약한 소설가 김유정, 이상에게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화가 구본웅이 가세하며 본격적인 극이 진행된다.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선 등장인물들은 마치 속사포처럼 랩을 하듯 대사를 쏟아낸다. 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이런 형식을 띠다 보니 관객에게 다소 피로감을 주는 게 아쉽다. 만담부터 라디오 드라마, 변사 쇼, 악단 공연 등 다양한 구성으로 ‘이야기 쇼’를 이어가며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상과 이를 견디며 살아가는 조선 예술가의 아픔과 애환을 토로하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행인 건 만담 장면 사이사이에 김유정과 이상이 죽어가는 과정 등을 일부 넣은 점이다. 그 덕분에 이야기의 연결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극을 끌어가는 배우들의 힘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박태원 역의 이명행, 이상 역의 안병식, 수영이 역의 백종승, 김유정 역의 이윤재, 구본웅 역의 김범진 등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작품에 힘을 싣는다. 특히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만담 형식에서 이야기의 맛을 살려내는 이명행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1만∼3만 원. 02-708-5001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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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아 판소리 원더풀”… 10분간 이어진 커튼콜

    “한국의 판소리가 이렇게 강렬한 음악인지 처음 알게 됐습니다.”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120분의 공연이 끝난 뒤 10분간 이어진 커튼콜에서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극의 70% 이상을 이끈 헤큐바 역의 김금미는 러닝타임 내내 비장한 오열을 쏟아내며 한의 정서를 잘 살려냈다. 싱가포르예술축제에 초청돼 8일(현지 시간) 빅토리아예술극장에서 공연된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 대한 반응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 고전 ‘트로이 전쟁’ 3부작 가운데 하나인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트로이가 그리스·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왕비 헤큐바를 비롯해 트로이 여인들이 그리스에 노예로 끌려가기 직전의 이야기를 그렸다. 각색을 맡은 극작가 배삼식이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원작과 달리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흥미로운 건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된 뛰어난 외모의 헬레나 역을 여배우가 아닌 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가 맡았다는 점이다. 여장 연기를 선보인 그는 오묘하면서도 매력적인 연기를 펼쳐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설자로 등장한 안숙선 명창 역시 시작과 끝에 등장해 극의 흐름을 정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에서 활동해온 싱가포르 국민 연출가 옹켄센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에 대한 현지 언론과 관객의 관심은 상당했다. ‘옥자’의 음악을 담당한 정재일이 음악감독으로 나선 데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싱가포르 주요 언론 ‘더 스트레이츠 타임’은 9일자 신문에서 ‘순수한 감정의 뮤지컬(A musical of pure emotion)’이란 제목의 리뷰 기사를 통해 “국립창극단의 작품은 관객의 넋을 빼놓고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옹켄센 연출이 일본 등 다양한 국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많이 봐온 회사원 마크 쳉 씨(25)는 “강렬한 한국의 전통 음악과 판소리와 모던한 무대 연출이 조화를 이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세계 각국의 공연 배급·유통 관계자들을 비롯해 싱가포르 관객 500여 명이 관람했다.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은 현지에서 예정된 3회 공연이 모두 전석 매진됐다. 이 작품은 11월 22일∼12월 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2018년 5, 6월에는 브라이턴 애튼버러센터,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에서 영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싱가포르=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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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퇴사 후 떠난 봉사활동… 삶의 의미를 돌아보다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로 살아가며 쳇바퀴 돌 듯 지친 삶을 살아가던 저자의 유일한 돌파구는 고작 다른 출판사로의 ‘이직’이었다. ‘회사만 바꾼다고, 과연 행복해질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고민 끝에 스물일곱 살의 저자가 찾은 해답은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장애인 공동체 ‘캠프힐’이었다. 책은 저자가 캠프힐에서 1년여간 자원봉사자인 코워커로 살아가며 겪은 일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었다. 총 3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책 구석구석에는 캠프힐의 사람들과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배치돼 있다. 캠프힐은 독특한 공동체 마을이다. 고풍스러운 큰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각 집마다 관리인이자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하우스페어런츠,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코워커와 장애인이 공동생활을 한다. 대부분의 먹거리는 농장과 목장을 운영하며 얻고, 생필품도 마을 공동 상점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일종의 자급자족형 마을이다. 저자는 덴마크 출신 하우스페어런츠, 자폐증을 겪는 안나, 세상을 모두 납작한 평면으로만 인식하는 장애를 지닌 크리스틴 등 총 9명의 식구들과 1년여간 살아가며 느리지만 서툰 슬로 라이프를 몸소 체험한다. 저자는 평온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대자연 속 캠프힐에서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가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경험한다. 성공을 향해 달려야 하는 지친 삶이 아닌 나를 찾아가는 삶의 여유와 가치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매일 한 뼘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저자의 선택이 쉬운 결정은 아니기에,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전문 작가가 아님에도 저자의 필력이 상당한 점도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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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美 면접관에게 질문 마구 던지세요”

    ‘실리콘밸리 대학생 인턴’ 2기 5명이 3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실리콘밸리 글로벌혁신센터(KIC)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학점연계 프로젝트 인턴십’ 프로그램에 선발된 정보통신 전공 대학생들이다. 학교장 추천, 서류심사, 현지 기업과의 화상 또는 대면 면접 등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파견돼 4개월간 인턴으로 일하며 학점도 인정받는다. 정부가 항공료, 인턴비자 발급비, 체재비 등 1350만 원을, 현지 기업이 월 1000달러씩 4000달러(약 450만 원)를 지원한다. 인턴 2기 학생들이 일할 실리콘밸리 기업은 고혈압 진단이나 환자 진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기 및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피지오큐(PhysioCue)’, 차량 역경매 사이트 운영 회사인 ‘카르팜(KarFarm)’ 등 소프트웨어(SW) 관련 기업 4곳이다. 지난달 24일 IITP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학생들의 표정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이종민 씨(23·고려대 컴퓨터학과 3학년)는 “지난해부터 학교 연구실에서 의과대학과 교류해 의학 데이터 알고리즘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종민 씨가 일하게 된 피지오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지역에 있다. 종민 씨는 “인턴생활을 하게 된 스타트업은 고혈압과 편두통 등을 진단하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앱을 개발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의료 관련 스타트업 창업이 꿈이다. 4개월간 SW 개발 엔지니어로 일하며 미국 스타트업의 도전정신을 한 수 배워 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면접 방식이 국내와는 달랐다고 했다. 합격 비결로는 ‘적극적인 자세’를 꼽았다. 컴퓨터 가상현실(VR) SW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엔컴퓨팅 글로벌(NComputing Global)’에서 일하게 된 이지희 씨(22·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3학년)도 마찬가지였다. 지희 씨는 “스카이프로 화상 면접을 했는데 영어를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모든 질문에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이려고 했다”며 “여러 기업이 마지막 질문으로 ‘우리에게 궁금한 게 있느냐’고 묻는데 이때 자신이 얼마나 열정이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격하면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맡게 될지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면접을 하던 기업 대표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대부분 지원자들이 ‘질문이 없다’며 웃고 마는데 적극적으로 묻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고 한다”고도 했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이윤솔 씨(22·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4학년)도 한마디 거들었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면접자의 태도나 지식 등을 검증하듯 질문을 쏟아내고 정답을 확인하려 해요. 그런데 실리콘밸리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지원자에게 먼저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더라고요. 그런 점이 새로웠습니다.” 윤솔 씨는 “지원하는 회사의 주력 기술과 현재 시장의 트렌드를 연결시켜 적극적으로 답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셨다”며 “면접관께서 ‘회사의 보유 기술에 대한 지원자의 관심이 상당해 매우 인상적’이라고 하셔서 합격을 예감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는 다른 기업문화에 매력을 느껴 아예 해외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학생도 있었다. 최고은 씨(21·대전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는 아버지가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고은 씨도 해외 취업을 꿈꾸게 됐다. 고은 씨는 “미국 회사들은 연차가 어린 직원들에게도 기회를 많이 주고 수평적인 문화인 것으로 안다. 기술적인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어떻게 효율성을 높이며 일하는지를 배워오고 싶다”고 했다. 고은 씨와 함께 카르팜에서 인턴생활을 하게 된 전은비 씨(21·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 3학년)는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먼저 취업한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개발 단계가 거의 끝난 산업 분야라 회의감이 든다는 경우가 많았다”며 “초기 자본이 적게 들면서도 기술 개발 퍼포먼스가 상당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령 IITP 인재양성단장은 “올 초 5개월간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으로 인한 1기 학생 5명의 성과가 좋았고 현지 기업들의 만족도도 상당했다”며 “2기 인턴 역시 능력과 열정을 갖춘 학생들이 선발돼 한국 학생들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관심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인턴 1기 5명 중 3명은 이미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로부터 ‘졸업 후 정식 채용’을 약속받은 상태다. 한편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청년드림 실리콘밸리 캠프’를 개관했다. 이후 실리콘밸리 KIC와 인턴십 프로젝트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해왔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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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배우, 무대]실제 크기의 말 전차 전투신, 압도적인 볼거리

    대형 창작 뮤지컬 ‘벤허’는 압도적인 무대가 인상적이다. 한국 창작진의 손에서 빚어진 벤허 무대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의 라이선스 작품 못잖게 웅장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프랑켄슈타인’ 등에서 무대를 꾸며온 데뷔 20년차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48)가 벤허 무대를 맡았다. 벤허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치는 주인공 유다 벤허와 메셀라의 전투신에 등장하는 여덟 마리의 말 모형과 높이 7.2m인 로마의 함대다. 서 디자이너는 “두 개의 전차마다 4개의 말 모형이 달린다”며 “고무의 일종인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로 관절과 뼈대가 드러나는 실제 말 크기의 인형을 만든 뒤 그 안에 모터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모형은 영국 극립극단의 연극 ‘워 호스(War horse)’에서 호평을 받은 말 모형을 떠올리는 모양새다. 워 호스에선 나무로 만든 말 모형을 3명의 배우가 머리와 가슴, 다리 부분으로 나눠 세밀하게 동작을 표현한 반면 벤허에선 모터를 이용해 기계로 말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전차당 나란히 연결된 네 마리의 말 모형은 가로 4m, 길이(세로) 5m 크기다. 말의 움직임은 배우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서 디자이너는 “배우들이 전차 손잡이에 설치된 스위치로 말의 앞발을 들거나 내린다”고 말했다. 유다 벤허가 로마 함대의 노를 젓는 노예로 끌려간 뒤 해적선의 공격을 받은 로마 장군을 구하는 장면에선 가로 2.5m, 높이 7.2m의 거대한 함대가 무대에 등장한다. 서 디자이너는 “함선은 총 세 개의 덩어리로 이뤄져 있다”며 “함선 양옆은 평면적인 무대인 데 반해 노군들이 두 줄로 나눠 앉아있는 가운데 판 무대는 사다리처럼 무대를 내려 입체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함대는 무대 바닥에서 1.8m 정도 공중에 떠 있다. 서 디자이너는 “벤허 역의 배우 가운데 고소공포증이 심한 경우가 있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간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뮤지컬 벤허는 10월 2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5만∼14만 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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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만석 “여장남자 역 능숙? 평소엔 상남자”

    뮤지컬 ‘헤드윅’ 초연 배우 오만석(43)이 5년 만에 헤드윅 무대에 복귀했다. 트랜스젠더 로커의 삶을 그린 뮤지컬 헤드윅은 2005년 초연 당시 오만석 외에도 배우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이 헤드윅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숱한 마니아 관객을 낳아 10년 넘게 롱런하는 작품이 됐다. 오만석은 2012년에도 박건형과 함께 헤드윅을 연기했다. 5년 만에 세 번째 ‘오드윅’으로 돌아온 그는 완벽한 헤드윅으로 변신해 있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하루 한 끼 샐러드 다이어트로 폭풍 감량에 성공했고, 공연이 없는 날에도 그의 손톱에는 화려한 글리터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었다. 그리고 특유의 호탕한 모습 외에도 헤드윅의 묘한 긴장감이 언뜻언뜻 보였다. 그는 “초연 때부터 사랑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엄청 두렵기도 하고,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오만석은 유독 ‘여장 남자’ 역할과 인연이 많았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爾)’에서 공길 역을 시작으로, 여장 남자 캐릭터 뮤지컬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헤드윅과 킹키부츠 초연에서 각각 주인공 헤드윅과 롤라로 변신했다. 그는 “운동 좋아하는 ‘상남자’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웃었다. 그는 연극 ‘이’에서 보인 공길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인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초연 당시 주인공 네 명 중 자신이 가장 배움의 속도가 느린 배우였다고 고백했다. “승우는 능수능란하게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며 이야기를 끌어갔고, 다현이는 예쁜 외모가 매력적이었어요. 용진이는 원래 록 음악을 했던 친구라 음악적으로 눈에 띄었죠. 전…, 애매한 배우였죠.” 오만석은 “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저 때문에 당시 음악감독님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울 정도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지금의 오만석은 노래는 물론이고 드라마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배우로 평가받는다. 2007년 내한한 원조 헤드윅 존 캐머런 미첼(뮤지컬 영화 헤드윅 연출 및 주연)이 오만석에게 ‘당신의 헤드윅을 유튜브에서 본 뒤 꼭 만나고 싶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그는 초연 때보다 달라진 또 다른 부분으로 체력을 꼽았다. 헤드윅은 인터미션 없이 2시간가량 진행된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두 발로 걷기 힘들 정도로 체력이 고갈됩니다. 숨이 차서 퇴장 후 10분 동안은 아무것도 못하죠. 스스로에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베테랑 오만석도 설레는 순간이 있다. 헤드윅이 객석으로 다가가 관객 중 한 명의 좌석 팔걸이 위에 올라가 자동 세차를 하듯 몸을 비비는 ‘카워시’ 장면이다. 관객은 물론이고 배우도 긴장한다. 하지만 오만석은 농염하게 ‘카워시 원해?’라고 관객에게 의사를 물을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제가 넘 아줌마 같지 않나요? 매번 공연 분위기와 관객 반응이 달라요. 관객과 가장 가까이 호흡하는 장면이라 긴장되면서도 묘하게 설레죠.” 11월 5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5만5000∼9만9000원. 02-3485-87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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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소비는 단순한 욕망 아닌 그 시대의 역사

    연세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근대 이후 정치제도, 문화사 등이 인간의 소비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인간의 소비 이면에 숨겨진 근대 이후의 문명사, 정치제도, 저항과 연대의 역사 등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엮었다. 그래서인지 전문성보다는 대중성이 더 짙다. 다양한 소비품 이면에 숨겨진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묶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간다. 책에 따르면 홈쇼핑은 흥미롭게도 1880년대 말 미국의 한 역무원의 부업에서 시작됐다. 미국 미네소타주 작은 마을의 역무원이었던 시어스사 창립자 리처드 워런 시어스는 우편주문 방식을 통해 시계를 팔기로 작정하고 회사를 차려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어스사는 중서부 넓은 평원의 외딴 마을 농부들이 물건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이용했다. 판매 상품 정보가 실린 카탈로그를 무상으로 배포하고, 주문을 받아 물건을 배송했다. 시어스사는 큰 상점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까지 물건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만들며 미국 시장의 소비 평준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카탈로그 쇼핑’이 홈쇼핑의 기원이 됐다는 분석이다. 소비의 행태는 서로 다른 대륙에도 영향을 미쳤다. 17세기 유럽 사회에 도자기 열풍을 이끈 건 다름 아닌 중국의 도자기였다. 당시 유럽 엘리트층 내 유행하던 노벨티(novelty·새로운 것) 열풍에 힘입어 이국적인 물건인 중국 도자기는 유럽 지배계급의 특권과 지위를 나타내는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상업의 발달로 재산을 축적한 사람이 늘며 엘리트의 장벽은 점차 무너졌다. 지위 상승 욕구를 지닌 중간계층이 상류층의 소비행위를 따라하기 시작하며 중국 도자기에 대한 유럽 내 수요는 엄청난 속도로 늘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왕이나 제후의 지원 및 통제하에 중국 도자기를 본뜬 도자기 산업을 발전시켰을 정도다. 흑백을 구분하는 이분법 세계관과 인종차별주의도 소비의 역사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비누는 백색신화를 전파한 최초의 식민주의 상품으로 손꼽힌다. 백인우월주의가 팽배하던 시대에 비누 광고는 ‘흑인마저도 하얗게 만드는 힘’이란 광고 문구를 달고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 미백 기능을 갖춘 화장품 등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면에도 검은색을 띤 것을 차별하는 백색신화의 연장선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방문판매의 세계적 원조격인 미국 화장품 회사 에이본사의 여성 판매원 제도를 통해 여성 사회활동 및 여성 소비 마케팅의 기원을 바라본다거나 프랑스 혁명과 영국 혁명을 통해 양복 등 기성복의 발달 과정 등을 분석한다. 또 세계 최초로 할부판매를 도입한 재봉틀 회사 ‘싱어’, 미국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주도한 국산품 애용운동 ‘바이 아메리칸’ 등의 사례를 통해 소비 역사의 흐름을 짚는다. 책에 실린 200여 컷의 그림 및 사진을 통해 근·현대 소비문화의 현장을 접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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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뮤지컬 빛낼 샛별들 ‘반짝 반짝’

    “뮤지컬 무대의 샛별이 되겠습니다.” 29일 서울 동작구 흑석로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배우 남경주 씨의 사회로 진행된 제1회 동아뮤지컬콩쿠르 시상식에서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학·일반부 금상을 받은 임효원 씨(22·세종대 1년)는 수상 후 한참을 울먹였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채널A, 중앙대가 후원한 이번 콩쿠르에서 임 씨는 뮤지컬 서편제 여주인공인 소리꾼 송화의 넘버 ‘원망’을 애절하게 불러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넘버 ‘산다는 거’로 고등부 금상을 수상한 김수민 양(18·안양예고 3년)은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심사위원을 맡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전 부문 중 고등부 참가자들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 경쟁이 치열했다”며 “부문별 금상 수상자의 공통점은 가사와 노래에 대한 해석, 전달력이 뛰어났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김수민 양은 “평소 뮤지컬 공연을 많이 보며 뮤지컬 무대를 동경해왔다”며 “여성 캐릭터를 색다르게 표현하는 옥주현 배우처럼 좋은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로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참가자도 있었다. 중등부 은상 수상자인 정연우 양(15·국립전통예중 3년)은 뮤지컬 ‘구름빵’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아역으로 열연한 인재다.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뮤지컬 영재로도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뮤지컬 ‘위키드’의 넘버 ‘파퓰러(Popular)’로 깜찍하고 발랄한 글린다를 연기해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심사위원들의 애정 어린 조언도 이어졌다. 뮤지컬 ‘벤허’ ‘프랑켄슈타인’ 등 다수 인기작의 음악을 도맡은 이성준 음악감독은 “참가자들이 너무 고음에만 연연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전체 곡의 90%에 달하는 중저음을 소홀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 씨도 “가수를 뽑는 콩쿠르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의 자질을 보는 콩쿠르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 가사 전달력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부 장려상 수상자인 표바하 양의 아버지인 개그맨 표인봉 씨는 “딸아이가 간절히 콩쿠르 대회 참가를 원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명단과 본선 채점표는 동아닷컴()에서 다음 달 8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대학·일반부 금상 수상자인 임효원 씨는 31일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에 출연해 수상 소감 등을 밝힐 예정이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대학·일반부 △금상 임효원(세종대 1년) △은상 윤태호(단국대 3년) △동상 정승민(명지대 3년) △장려상 김수혜(중앙대 1년) 박경은(연세대 졸) 정은영(용인대 졸) 송다훈(중앙대 2년) 강동우(명지대 4년) 김민주(서울문화고 졸) 고예빈(연세대 3년) ▽고등부 △금상 김수민(안양예고 3년) △은상 정민석(동양고 3년) △동상 임다희(안곡고 3년) △장려상 손설빈(전주예고 3년) 임태호(한림연예예고 3년) 표바하(서울공연예고 2년) 안홍주(국립전통예고 3년) 신예지(인일여고 3년) 김다연(부광여고 3년) 한가람(전주예고 3년) ▽중등부 △금상 신의(광장중 3년) △은상 정연우(국립전통예중 3년) △동상 권소영(대구대평중 3년) △장려상 우지훈(철산중 3년) 박민찬(성남백현중 1년) 김은애(미사강변중 3년) 김예나(정천중 3년)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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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어! 이 작품이 왜 떴을까

    최근 만난 출판계와 공연계 관계자들의 고민은 공통점이 있었다. 기존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있거나 함량이 떨어져 외면했던 콘텐츠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형 출판사 편집자는 “‘언어의 온도’ ‘새벽 세 시’처럼 주로 감성에 호소한 책들이 왜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얻는지 공부 중”이라며 “처음에는 ‘왜 이 책이 잘나가지?’라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손놓고 있기엔 독자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고 말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나폴레옹’은 연습 기간 중 연출자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서 “배우들이 거의 장면을 만들어 가까스로 공연을 올렸다”라는 말도 나오지만 정작 객석에서는 호평이 나온다. 어쨌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예술은 생명력을 얻기 쉽지 않다. 사랑만 어려운 게 아니다. “관객과 독자, 어렵다 어려워.”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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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격과 새로움…세계 공연의 場 선다

    연극과 무용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매년 가을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공연 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SPAF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3만∼7만 원대의 가격에 볼 수 있어 해마다 티켓 예매 전쟁이 벌어진다. 다음 달 15일부터 한 달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 등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에선 7개국 17개 단체, 17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올해도 신선한 발상과 세계 공연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작품이 많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 예술 감독으로 유명한 연출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신작 ‘위대한 조련사’다. 연극 무용 미술 등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복합 공연으로 ‘인간 발굴’이란 주제를 담았다. 출연자가 공연의 상당 부분을 나체로 나오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이다. SPAF와 아비뇽 축제,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등 7개의 세계 유명 극장 및 페스티벌 등이 공동 제작했으며 올 7월 아비뇽 축제에서 공개돼 호평을 받았다. 9월 27∼29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아시아 초연된다. 리허설과 연출, 무대 세트 없이 배우와 관객만 존재하는 새로운 형식의 즉흥 1인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도 선을 보인다. 2011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소개된 뒤 32개국에서 공연된 즉흥극 시리즈로 배우가 무대에 오른 뒤에야 봉인된 대본을 뜯어 볼 수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대본 역시 기본 뼈대만 제시됐을 뿐, 이야기의 살은 배우가 즉흥적으로 붙여 연기해야 한다. 배우 손숙, 이호재, 예수정, 하성광, 김소희, 손상규가 하루씩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른다. 9월 15∼17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개막작은 셰익스피어의 정치심리극 ‘줄리어스 시저’를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가 재해석한 동명 연극이다. 폐막작(10월 12∼13일)은 영국의 스타 안무가 아크람 칸의 ‘언틸 더 라이언즈’다. 2017∼20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공식 프로그램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온 얼음인형극 ‘애니웨어’, 캐나다 출신 카롤린 로랭 보카주가 안무한 4시간짜리 야외 무용극 ‘추억에 살다’도 기대작이다. 이 외에도 국내 작품 가운데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극단 유랑선의 ‘나는 바람’, 극단 하땅세의 ‘위대한 놀이’ 등이 SPAF 무대에 오른다. 02-2098-298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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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의 밭은 세상”…이야기 얻으려 택시 운전도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 씨(46)는 최근 3년 가장 주목받는 연극인으로 손꼽힌다. 연극 ‘여기가 집이다’(2013년) ‘환도열차’(2014년) ‘미국 아버지’(2014년) ‘햇빛샤워’(2015년)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동아연극상 희곡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을 휩쓸었다. 올가을, 장 씨의 두 작품이 연달아 연극무대를 달군다. 2년 만에 재공연되는 국립극단의 ‘미국 아버지’(9월 6∼25일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연출을 맡았다. 서울시극단 김광보 단장과 11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신작 ‘옥상 밭 고추는 왜’(10월 13∼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대본을 직접 썼다. 24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 있는 극단 이와삼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연극계의 뛰어난 ‘이야기꾼’인 그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대학로에서 시도 때도 없이 ‘잠수’를 타기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데뷔 22년 차를 맞았지만 잠적 기간을 다 합치면 7년가량 된다. 그는 잠적 기간 동안 도금 공장도 다녔고, 택시 운전사, 지방 방송국 작가로도 일했다. 장 씨는 “연극의 밭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작 ‘햇빛샤워’ 등 많은 작품들이 이런 생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연하는 ‘미국 아버지’는 2004년 5월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에 의해 공개 참수된 첫 희생자 미국인 닉 버그 가족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장 씨는 “닉 버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잃은 뒤 A4 두 장 분량의 편지를 써 영국의 전쟁 반대 단체에 보냈다”며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이 편지를 읽고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편지글에서 아들의 끔찍한 죽음이라는 개인적 고통을 뛰어넘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세계인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점을 적었어요. 놀라웠죠. 그의 사유에 매료돼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는 성공한 공연을 다시 올리더라도 절대 반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전달을 우선시했다”며 “대사 사이에 지방을 많이 뺏고 러닝 타임도 많이 짧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극 ‘불역쾌재’에서 함께 작업한 원로배우 이호재에게 배운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선생은 정확하게 말을 해요. 군더더기가 너무 없어서 드라이하다 느낄 정도죠. 감정 호소보단 배우가 상황을 딱 짚어주는 정확한 바늘 한 방으로 관객의 마음이 움직이거든요.” 김광보가 연출하는 ‘옥상밭 고추는 왜’는 서울 변두리 동네의 한 연립빌라 옥상의 밭에서 키우는 고추를 몰래 따 간 이웃과 벌어지는 다툼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관계의 도덕과 윤리 의식의 충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1995년 김광보가 연출한 연극 ‘지상으로부터 20미터’에서 극작가로 데뷔했다. 당시 포스터 그림은 배우 윤상화가 그렸다. 공교롭게도 ‘미국 아버지’의 주인공 빌 역을 배우 윤상화가 맡았다. 그는 “김광보 형이나 윤상화랑은 인연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관계”라며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지음(知音)”이라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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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회서 상처받은 이들 자발적 실종을 택하다

    일본 사회에서는 매년 10만여 명이 실종된다. 자발적으로 ‘증발인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1989년 도쿄 주식의 급락을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락,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이 이어진 ‘잃어버린 10년’이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됐다. 증발인생을 선택한 사람들은 빚, 파산, 이혼, 실직 등 각종 실패에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숨긴 채 외진 시골이나 원전 사고가 터진 후쿠시마 지역 등에서 숨어 사는 행태를 보인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아내와 사진작가인 남편이 2008년 우연히 증발하는 일본인이 상당히 많다는 뉴스를 접한 후 흥미를 느껴 직접 일본으로 날아갔다. 증발인생을 선택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대면 인터뷰하며 5년간 심층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이들의 삶을 통해 일본 사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다. 잘나가는 자산관리사의 삶을 살다 잘못된 투자로 고객 돈 4억 엔을 날린 뒤 도망친 사람, 병든 어머니를 모텔에 버리고 현실 도피한 남자, 부모의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고자 가출해 수십 년을 서류상 죽은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 갑자기 사라진 막내아들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10년간 믿고 사는 가족…. 저자가 만난 이런 ‘증발인간’ 덕분에 일본 사회에선 야반도주를 돕거나 가짜 신분을 만들어주는 업체까지 생겨날 정도다. 저자는 증발현상 이면에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체면을 중시해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매우 문제시하는 사회적 정서다. 저자는 일본인들은 실패, 수치심, 거절을 견디는 힘이 유독 약하다고 평가하며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성향이 짙다고 분석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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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뭉친 ‘동방신기’… 유노윤호-최강창민 전역

    ‘군필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최근 나란히 군복무를 마친 멤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21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요계 복귀를 알렸다. 서울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일본 도쿄로 건너가 롯폰기힐스에서도 취재진과 만났다. 21일 서울 기자회견에서 유노윤호는 “둘 다 군복무를 하는 동안 시간도 많이 흘렀고, 시대가 달라진 만큼 현실적으로 무게감이 더 느껴진다”며 “다시 동방신기로 뭉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동방신기는 10월 25일 일본 히트곡을 모은 복귀 기념 앨범 ‘파인 컬렉션∼비긴 어게인∼(FINE COLLECTION∼Begin Again∼)’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규앨범 ‘위드(With)’ 이후 2년 10개월 만의 앨범으로, 총 40곡으로 구성된다. 이어 11월 11일 일본 삿포로 돔 투어를 시작으로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 나고야 등 일본 5개 도시에서 총 14회에 걸쳐 65만 관객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이어간다. 동방신기는 22일엔 홍콩에서 현지 언론과 만나는 ‘프레스 투어’를 할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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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계 철의 여인 “엄마 되니 감정 더 풍부해져”

    ‘뮤지컬 여제(女帝)’로 불리는 차지연(35)이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서편제’의 송화로 변신한다. 뮤지컬 ‘위키드’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하리’ 등 여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온 그에게 서편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판소리 고법 명인 송원 박오용 선생(1926∼1991)의 외손녀인 차지연은 초연 때부터 뮤지컬 서편제의 북장단을 직접 만들었다. 그는 “2010년부터 고수인 동호 역의 배우들에게 직접 북 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지연은 9개월 전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그는 뮤지컬계에서 ‘철의 여인’으로 통한다. 임신 기간에 ‘위키드’의 초록 마녀 엘파바 역을 소화했고, 출산 7개월 뒤 뮤지컬 ‘마타하리’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뒤이어 3년 만에 재공연되는 서편제에선 국악인 이자람, 이소연(국립창극단 단원)과 번갈아 가며 송화 역을 맡는다. 차지연은 아이 출산 후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많은 긍정적 변화를 얻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감정이 더 풍부해졌고, 강해졌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 와서 그런지 연습실에서 아역 배우들이 등장하는 서편제 첫 장면을 볼 때마다 그렇게 눈물이 나요.” 서편제의 제작진은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 감독 등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아티스트와 배우들이 뭉쳤다. 하지만 초연 당시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고, 자금난을 겪은 제작사 대표가 숨지며 적잖은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일까. 작품에 대한 이들의 애착은 상당하다. 차지연은 “너무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초연 제작사가 없어지면서 한때 작품이 허공으로 날아갔었다”며 “저를 비롯한 배우들, 이지나 연출, 김문정 감독 등 모두가 자신의 개런티를 낮춰 가며 재공연 성사를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번 공연에선 CJ E&M이 공동 제작자로 나선다. “과거 서편제 팀에 처절함이 강했다면, 이번 시즌에선 좀 더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차지연에게 ‘송화’는 참 잘 어울리는 옷이다. 2012년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수의를 입고 송대관의 ‘네 박자’를 국악으로 편곡해 불러 화제가 됐을 당시에도 많은 뮤지컬 팬은 ‘서편제’의 송화를 떠올렸다. 차지연 역시 “서편제의 송화를 모티브로 해 구성한 무대였다”고 말했다. “음악 경연프로그램을 나가든, 무대에서든 언제나 ‘드라마’를 중시해요. 드라마에 집중하며 노래를 풀어나갈 때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서편제에서도 드라마를 잘 전하는 송화가 될 겁니다.” 30일∼11월 5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2만 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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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커’역 배우 윤박, 1인 2역 완벽 소화

    ‘줄리아 로버츠, 브래들리 쿠퍼, 콜린 퍼스, 제임스 매커보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할리우드 배우들이 선택한 연극 ‘3일간의 비’. 러닝타임 동안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왜 소규모의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1960년대와 현재를 오가는 탄탄한 타임 슬립 구조, 모든 배우가 1인 2역에 나서는 도전, 각 캐릭터별 복잡한 감정선 표현 등 배우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여지가 큰 작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명 극작가인 리처드 그린버그가 쓴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은 이렇다. 미국 유명 건축가 네드 제인웨이의 자녀인 워커와 낸은 아버지의 사망 후 유산을 상속받고자 변호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은 그가 남긴 건축물 중 가장 유명한 ‘제인웨이 하우스’를 자신의 동료였던 테오 웩슬러의 아들 핍에게 상속하는 것. 워커는 우연히 아버지의 낡은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 첫 페이지에는 ‘1960년 4월 3∼5일, 3일간의 비’라고 적혀 있고, 친구 테오의 죽음에 대해선 그저 ‘테오가 죽어간다. 죽어간다, 죽었다’라고만 기록돼 있을 뿐이다. 워커는 그렇게 암호처럼 기록된 내용을 해석하며 과거의 진실과 마주한다. 미국 초연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3일간의 비’에는 배우 윤박, 이윤지, 이명행, 최재웅, 최유송이 출연한다. 특히 워커와 아버지 네드 역을 동시에 소화하는 배우 윤박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말더듬 증상을 겪는 네드 역과 다소 감정이 불안정한 워커 역을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한다. 9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4만∼5만5000원. 1544-1555 ★★★☆(★ 5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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