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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을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임종석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이 1980년대 학생 운동을 대표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경력을 전면에 내세워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당 안팎에서 ‘운동권’ 출신에 대한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임 전 부시장 측은 오영식 정청래 임수경 등 당내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속속 컷오프(공천배제) 되는 등 청산 대상으로 몰리는 것에 맞서 ‘전대협’을 내걸고 정면 돌파해 유권자의 평가를 받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임 전 부시장 측은 이와 관련해 이번 주 중 실시되는 당내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후보 대표경력으로 ‘(전)전대협 의장’을 사용하기로 했다. 1989년 3기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 전 부시장은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전대협 의장 시절 임수경 방북 사건(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그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됐다. 임 전 부시장 측은 “임 전 부시장을 비롯해 적지 않은 80년대 학번 정치인들을 얘기할 때 민주화와 전대협, 운동권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경력이 부끄러운 과거가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대협 1기 2기 4기 의장을 각각 지낸 더민주당 이인영(서울 구로갑) 오영식(서울 강북갑·불출마) 의원과 송갑석(광주 서갑) 예비후보는 대표경력에 ‘전대협 의장’ 출신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은평을 현역 의원은 5선 관록의 친이계(친 이명박) 좌장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가 친노(친노무현) 진영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6선·세종)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최종 결정을 김종인 대표에게 위임했다. 김 대표는 이 의원에게 스스로 당을 위해 용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이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는다면 결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르면 14일 이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대안 부재론’과 ‘친노 진영의 조직적 반발’ 등을 고려해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정권 교체를 위해 정치 계속” ‘김종인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이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2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 의원은 개소식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정당당하고 의연하게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 정치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정권교체의 과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이해찬계로 불리는 친노 진영 김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대중 대통령 모시고 정권교체, 2002년 노무현 대통령으로 참여정부 탄생, 2017년 정권교체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죠?”라며 이 의원을 엄호했다. 김종인 체제의 ‘친노 솎아내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문 대표 측은 “당을 김 대표에게 맡긴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도 “(문 전 대표도) 체면이 있는데 나에게 전화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겠느냐. 나도 그럴 필요가 없다”며 “당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수권정당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한 만큼 나는 거기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종인표 컷오프에 조직적 반발 조짐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민주당 경제콘서트 행사장. 김 대표가 인사말을 끝내고 행사장을 떠나려 하자 정청래 의원 지지자 10여 명이 김 대표를 둘러싸고 “정청래를 살려내라”고 고함치며 김 대표 측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저녁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여의도 한 빌딩 앞에서는 세종시에서 상경한 이해찬 의원 지지자 100여 명이 “이해찬 공천 배제 모의를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공천이 배제된 전병헌 의원(3선·서울 동작갑)은 국회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 심사의 종결판”이라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11일 부좌현 윤후덕 최규성 의원에 이어 정청래 의원도 12일 재심 신청서를 당에 제출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친노 진영 최재성 의원은 간담회를 열고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단수공천을 받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최 의원은 최근 김 대표를 만나 정청래 의원 구제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태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의원 공천 배제가) 잘못된 결정이라면 즉각 시정하는 것도 용기”라고 거들었다. 무소속 출마설이 도는 정 의원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의원이 통화에서 ‘제 인생 사전에 없는 단어가 이혼과 탈당이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심 여부는 절차에 의해 하는 것이고, 나도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더민주당은 13일 18곳을 시작으로 15일경 9곳, 16일경 23곳의 지역구 예비후보 간 당내 경선을 실시한 뒤 20일까지 지역구 공천을 완료할 계획이다.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발표한 3차 컷오프(공천 배제)에서도 현역 의원은 2명에 그쳤다. 당 안팎에선 “결국 친노(친노무현)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범(汎)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만 학살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세균계 격앙, 전병헌 “공천 탄압” 정세균 의원과 가까운 3선의 전병헌 오영식 의원이 공천 배제되면서 정 의원 측은 격앙된 분위기다. 전 의원은 “당의 위기 때 중심을 잡고 헌신한 대가가 공천 탄압이냐”고 성토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컷오프 이유로 꼽은 보좌진 비리에 대해 그는 “이미 법원 판결에서 저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입증됐다”며 “승복할 수 없고, 재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침묵 속에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두 의원 외에도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은 일찌감치 공천에서 배제된 상태다. 정 의원 측은 “핵심인 친노는 놔두고 주변만 건드리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최재성 의원도 이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항의했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두 의원의 컷오프는 전적으로 공관위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도적인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12일 열리는 정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살아남은 친노 희비 엇갈리나 친노와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전날 컷오프 된 정청래 윤후덕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살아남았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김태년 홍영표 의원과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은 공천이 확정됐다. 진성준 의원과 이목희 의원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월급사장인 김종인 대표로선 더민주당의 대주주인 친노 핵심들을 손볼 수 없다는 사실만 재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친노 핵심인 이해찬(세종·6선) 전해철 의원(초선·경기 안산 상록갑)과 이미경(서울 은평갑·5선) 설훈(경기 부천 원미을·3선) 박혜자(광주 서갑·이하 초선) 서영교(서울 중랑갑) 정호준 의원(서울 중-성동을) 등 7명은 이날도 공천 결정이 보류됐다. 김성수 대변인은 “현역 탈락 지역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미경, 설훈 의원은 중진 정밀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의원은 ‘윤리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공천 여부는 이르면 13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지도부의 악몽’이 떠돈다. 원외인 이용득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6명의 전직 최고위원 중 정청래 전병헌 오영식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됐고, 추미애 유승희 의원은 경선을 치러야 한다. 주승용 의원은 아예 탈당했다. 당 관계자는 “불출마를 선언한 문 전 대표까지 포함해 자칫 전직 지도부 모두 국회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더민주당은 이날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 공천 결정을 보류했다. 김 대변인은 “미발표된 일부 지역 중 앞으로 연대, 통합을 고려한 곳이 있다”고 했다. 전날 컷오프된 정청래 의원은 이날 “12일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공천관리위원을 이미 다 정해 놓고 나보고 방망이만 두드리라는 뜻이냐. 그런 공천관리위원장이라면 맡을 수 없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당 ‘주요 주주’인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일갈했다. 전 전 원장은 천 대표가 이끌었던 옛 국민회의 창당추진위원단 고문으로 참여한 인연으로 지난달 국민의당 창당과 함께 당 윤리위원장 겸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패거리 정치에 함몰돼 자기 소신을 펴지 못하는 정치인은 안 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소신’을 밝힌 뒤 그는 20여 일 동안 당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천 대표는 물론이고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은 그에게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맡아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그는 일본에 머물며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면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5년간 감사원장을 연임한 것을 포함해 장관급 이상 공직만 여섯 차례 역임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호통을 자주 쳐 ‘전핏대’ ‘혈죽(血竹) 선생’으로 불린다. 그가 당 ‘주요 주주’ 면전에서 큰소리를 친 것은 계파에 둘러싸여 각본대로 움직이는 ‘허수아비’ 공관위원장이라면 맡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국민의당 공관위원 11명은 안 대표 측 4명, 천 대표 측 2명, 김한길 선대위원장 측 3명, 박주선 의원 측 1명 등 계파별로 빈틈없이 짜여 있었다. 결국 ‘주요 주주’들은 전 위원장의 뜻을 받아들여 신중식 전 민주당 의원을 공관위원으로 추가로 임명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신 전 의원은 2006년 민주당의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전 위원장으로선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첫 공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 위원장은 “나는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승복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공관위원들에게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한다면 공관위원을 교체하든지 내가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후 공관위 회의에서 3차례나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수봉 예비후보(인천 계양갑), 박왕규 예비후보(서울 관악을) 등에 대한 ‘단수공천’이 논의됐지만 이를 거부하는 등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이나 연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어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그의 ‘저승사자’ 역할이 부각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실제 전윤철 공관위 체제에서 지금까지 눈에 띄는 공천 발표는 임내현 의원(광주 북을) 컷오프 결정이 유일하다. 전 위원장은 “안 대표 등의 거듭된 부탁을 받고 공관위원장을 맡았지만 나는 안철수의 사람도, 천정배의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용히 좋은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공천 과정이 조용하다는 건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끄럽게 컷오프 여론몰이를 할 만큼 현역 의원 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야권 통합 또는 수도권 연대에 대한 이견으로 김 선대위원장이 사퇴하고 천 공동대표가 중대 결심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전핏대’의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당 대포’를 자처했던 더불어민주당 내 친노(친노무현) 강경파 정청래 의원(사진)이 결국 ‘편집’됐다. 더민주당은 10일 정 의원의 지역구(서울 마포을)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해 정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당이 ‘심판 대상’으로 지목한 직후 페이스북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공개 반성문을 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종인 대표는 전날(9일) 기자들에게 당 홍보 동영상에 출연한 정 의원에 대해 “편집하면 된다”며 공천 배제를 암시했다. 공천관리위원 투표에서 정 의원은 가부가 4 대 4로 동수였다고 한다. 결국 홍창선 공관위원장과 김 대표가 최종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 의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막말로 구설에 올랐지만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정 의원의 극렬 지지층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막말 사태 속에서 정 의원을 살리면 우리도 곤란해진다”는 반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공천 배제 소식이 알려지자 친노 진영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집단행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진성준 의원과 당 최고위원을 지낸 배우 문성근 씨는 트위터에 정 의원에 대한 재심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고, 정봉주 전 의원은 “정청래 컷오프 철회와 구명을 위한 무기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고 제안해 당사 앞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광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산토끼 말고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집토끼를 더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천에서 배제된 정 의원은 침묵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데 꽃샘추위 때문인지 4·13총선의 꽃봉오리는 여전히 꽃 피울 채비를 못하고 있다.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건만 유권자들은 무덤덤하다. 아니 쌀쌀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야권의 분열을 보면서 선거철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아차렸고, 선거구 획정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국회의원들의 속내를 보았다. 현재 진행 중인 각 당의 후보 공천 과정은 극심한 당내 갈등과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 유권자는 안중에 없다. 유권자가 주인이어야 할 선거가 유권자를 배제한 채 치러질 때 그 선거는 의미가 없다. 유권자의 국정 심판과 미래에 대한 소망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야당 정치권의 특권이자 전략이었다. 이승만 정부를 압박했던 민주당, 3공화국과 유신의 개발 독재, 그리고 5공 권위주의 정권을 극복한 야당 정치권 역시 유권자의 마음과 함께했다. 국정의 난맥상을 짚어내고 정책 대안과 비전 제시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야당이 할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제반 상황에 불만족스러운 유권자들에게 20대 국회에서 적절한 입법과 의정활동을 통해 얽힌 끈을 풀어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것이 야당의 몫이다. 그런데 현재 야당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야권의 최대 지주인 더불어민주당은 영입인사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하는 멋쩍은 비상 상황이고, 야당을 뛰쳐나가 제3당의 필요성을 주창하고 출범한 국민의당은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로 전국정당의 길이 난관에 봉착했다. 진보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 정의당 역시 야권 분열과 비례대표 의석수 감소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이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가. 20대 국회가 여야의 균형 속에 견제와 협력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앞으로 한 달 야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다. 짧은 시간이지만 야당은 유권자를 중심에 놓고 모든 일을 진행해야 한다. 우선 19대 국회에서 잘못한 일은 국민 앞에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그 많은 사안 중 어찌 잘못한 판단이 없었겠는가. 국회선진화법이 국회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으면 다음 국회에서 신중하게 수정 보완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야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유권자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국민들은 여당의 독주를 원하지 않는다. 동시에 분열된 야당의 모습도 원하지 않는다. 김종인 대표의 일방적인 당 통합 제의가 국민의당의 거부로 무산된 이후, 야권이 4·13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는 길은 선거연대 또는 선거공조가 대안이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새누리당 과반의석 저지, 180석 저지, 개헌선 저지 등을 호소하며 기계적 선거연대로 방향을 잡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야당이 여당과의 정책적 대립각을 정립하지 못하고, 야당 간 정책적 연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연대와 선거공조를 도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앞으로 20대 국회를 어떻게 꾸려가겠다는 공감대 없이 지역선거구에서 1 대 2, 1 대 3의 구도를 1 대 1의 구도로 바꾸어 보겠다는 선거 공학적 셈법으로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야당이 새누리당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강하게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차례에 걸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공직선거정책토론회에서 정당들은 그들의 정책 비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신생 정당 국민의당이 제3의 길을 내세워 출범했으나 그 길이 어떠한 길인지 유권자에게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 체제의 더민주당 역시 기존의 정책 노선을 어느 정도 수정 보완했는지, 아니면 정책의 입장 변화 없이 선거를 치를지 유권자들은 알 수 없다. 정의당만이 줄곧 진보의 길을 고수하고 있는 편이다.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야당 간 주도권 쟁탈과 당 내부의 공천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정책은 뒤로 제쳐 놓은 격이니 정책 차별성 운운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급할수록 정도(正道)를 밟는 것이 좋다. 당의 정책적 차별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새누리당과 차별화된 야권의 공동 관심사와 대안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야당과 재야가 ‘독재타도’의 구호로 손쉽게 뭉칠 수 있었지만, 민주화 시대에 들어선 이후 야권의 공조는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가능하다. 국가안보, 대북정책과 외교, 청년실업, 노인복지, 영유아 교육, 경제, 노동 등 수많은 정책 이슈가 유권자와 함께 있다. 각 영역과 부문에서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각각 다른 정책 노선을 견지하고 있겠지만, 동시에 매우 유사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민주정치 발전은 야당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유권자를 중심에 두고 움직였을 때 그 결실이 아름다웠다. 아직 시간이 있다. 한 달 후 4·13총선의 심판대에 야당이 어떠한 모습으로 서 있을지 유권자는 주시하고 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0일 15명 안팎의 2차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 명단을 발표한다. 친노(친노무현)·86운동권 출신 의원도 적지 않게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잠복해 있던 내부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있다. 9일 발표한 1차 경선 지역 18곳을 놓고 당 안팎에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라는 지적이 나오자 공천관리위원회 측은 “2차 컷오프 명단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정청래 편집하면 된다” 야권은 10일로 예정된 더민주당 2차 컷오프 명단 공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노·86운동권 현역 의원이 얼마나 포함되느냐에 따라 야권 통합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컷오프 대상자는) 초·재선 그룹에서만 10여 명”이라며 “여기에 중진 의원 4, 5명 정도 포함되면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양보다 질’이라는 태도였지만 공관위원들이 “조금의 윤리적·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정밀 심사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가족 문제, 보좌관 비리 등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평가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 중진 A 의원, 초선 B 의원, 충청지역 C 의원 등이 공천 배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는) 정청래 의원이 당 홍보 뮤직비디오도 찍었는데 컷오프되면 (방송을)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편집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김 대표가 ‘당선 가능성’과 ‘대체 카드 투입’ 가능 여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밝혀 공관위 결정과 달리 비상대책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실제 컷오프 대상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김 대표는 “야당은 인재풀이 한정돼 있다”며 “흠결이 있더라도 대체할 사람이 없으면 무조건 날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말했다.○ 金 “문재인 기다려야” “안철수 정치 잘못 배워” 김 대표는 이날 야권 통합과 관련해 “통합 논의는 이번 주가 지나가면 사실상 끝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고, 추가 통합 제안 여부에 대해 “죽어도 (통합을) 안 하겠다는데 뭘 더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제외하고 논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또 호객행위라고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활동 재개 움직임과 관련해 “움직이는 거야 본인 자유지만 공식적으로 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며 “크게 되려면 참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못 한다. 그러다가 안철수처럼 된다”고도 했다. 그는 안 대표에 대해서도 “정치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며 “(대선 때 도와준) 윤여준 장관 같은 사람(멘토)이 300명이나 있다고 했는데 나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박살냈을 것이다. 정치를 잘못 배워서 그런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빈 수레에 그친 1차 경선 지역 이날 오전 1차 경선 지역이 발표되자 당 안팎에서는 야권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떠오른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이 경선 후보로 확정되는 등 친노·운동권 물갈이에 대한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온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더민주당 이해찬 정청래 이목희 전해철 김경협 의원을 ‘친노 패권·무능 86운동권 심판 대상’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김 의원 외에도 유대운 유승희 의원 등도 경선 대상에 포함 됐다. 김 의원은 “비노(비노무현)는 새누리당 세작(細作)”이라는 발언으로 당직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유대운 의원은 지난해 5월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바바리맨을 찾아내라”고 호통을 쳐 물의를 빚었다. 국민의당은 즉각 “친노 패권 공천 시즌2”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현 대변인은 “김종인 대표가 입만 열면 친노 패권적 행태를 씻어내겠다고 공언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1월 당 대표직 사퇴 이후 경남 양산에 머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사진)가 7일 정치 활동 재개를 예고했다. 문 대표 측은 “이번 주부터 문 전 대표가 영남, 강원 등 ‘험지’에 출마하는 비경선 후보자들을 만나 힘을 실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 전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당 비대위의 2차 컷오프 대상 결정(9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2차 컷오프는 문 전 대표 체제가 설계한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와는 완전히 별개다. 문 전 대표의 영향권 밖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사흘 전인 4일 야권 통합을 제안하면서 “앞으로 (친노) 패권 정치가 다시는 더민주당에서 부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선언은 ‘노무현 정신’을 뿌리로 하는 문 전 대표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일 수 있다. 문 전 대표 시절 만든 당 혁신안 무효화를 넘어 친노의 존재 자체를 김 대표가 지우려 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만하다. 게다가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2차 컷오프 대상은 친노와 86운동권 의원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2차 컷오프에서 일부 친노를 넘어 무차별적으로 친문(친문재인) 의원들까지 솎아낸다면 문 전 대표로서도 방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활동 재개 의사는 김 대표를 향한 메시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당 일각에선 김 대표와의 ‘역할 분담론’도 나온다.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김 대표가 당의 외연 확장을 맡고, 문 전 대표가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두 사람의 ‘2인 3각’ 관계가 순항하고 있다. 더민주당은 이날 6곳의 전략공천 지역을 확정했다. 이 중 오기형, 표창원, 김병관, 김정우, 하정열 예비후보 등 5명은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다. 문 전 대표의 움직임에 야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대표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직까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반(反)문재인 정서’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김 대표와 상의 없이 움직이는 일은 안 된다”며 “특히 호남을 방문하는 것은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세에 나섰다. 김재두 대변인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 있다면 더민주당의 상왕(上王)직을 내려놓고 자중자애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사진)는 6일 오후 동아일보와 창당 후 첫 단독 언론 인터뷰를 갖고 국민의당이 4·13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국민 앞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의 목표가 “3당 체제의 정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계 은퇴도 고려하겠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총선 결과에 대해 당 내부 의원들이 아닌, 어쨌든 대표로서 국민께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당 예상 의석의 마지노선을 “국민의 손으로 (새로운) 교섭단체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대선 후보가 2명 이상이면 당이 깨진다’는 발언에 대해 “이분이 민주주의와 정당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러 후보가 경쟁하며 외연을 넓혀야 하는데 (과거 군사정권 시절) 오직 한 명의 후보만 있는 정당에서 시작해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거 직전의 코스프레, 착시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더민주당은 주인이 그대로다. 선거가 끝나면 100%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야권 연대 거부를 결정한 4일 심야 의원총회와 관련해 “(통합에) 반대한 의원은 주로 수도권 의원들이었다”며 “그분들은 (더민주당을) 탈당할 때 더 결기가 있으니 나온 것이다. 처음부터 각오하고 나온 분들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안 대표는 6일 서울 마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당과 저는 지금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다. 저를 포함해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 있다. 그래도 좋다”며 야권 통합 불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노회한 분’ ‘임시 사장’ 등 표현을 써가며 날선 비판을 했다. 인터뷰 내내 “3당을 하겠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세 당이 서로 해법을 갖고 경쟁하는 ‘3당 정립’ 체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 “이번 총선은 ‘김종인 코스프레 2탄’” 안 대표는 “지난 대선은 ‘김종인 코스프레(착시현상)’ 1탄이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할 것처럼 착시현상을 가져온 분인데 결국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에 관심 없다는 게 드러났다”며 “지금은 (제2의) 착시현상이지만, 유권자들이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도 “제가 새누리당에 맞서 야권 통합 위해 세 번의 결단을 하는 동안 김 대표는 새누리당 세 확산을 위해 헌신했다”며 “누가 통합을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했다. 이에 김 대표가 “너무 자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말을 했다”고 평가절하하자 안 대표는 다시 “(김 대표는) 별생각 없이 툭툭 던지시는 스타일”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안 대표가 대권 욕심 때문에 통합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노회한 정치인의 프레임(틀)이다. 김 대표가 ‘당의 대통령 후보가 하나여야 된다’고 했는데 굉장히 놀랐다. 헌정 중단 발언도 사실은 경악스러운 일인데 이분이 민주주의와 정당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가 없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여러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게 정당이다. (과거) 오직 한 명의 대통령 후보만 있는 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김 대표가 그동안 누구도 못했던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와 낡은 진보 청산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곁가지를 치고 있는 거다. 임시 사장이 물러나면 100% 돌아올 것이다. 유권자들이 속지 않을 것이다. 선거 직전에 하는 코스프레, 착시현상이다. 당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 ―당의 주인이 문재인 전 대표라는 건가. “그 세력 아니겠나. 기형적 형태다. 임시 사장인데도 정당 대표의 권한을 넘는 권한을 갖고 있고 어떤 이념적 좌표보다도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 아닌가. 저도 개혁적인 사람인데 저 같은 사람한테도 새누리당 사고방식이라고 한 게 불과 반년 전인데 지금은 (김 대표가) 더 해도 일언반구 안 하는 이런 기형적 상황이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수 싸움에서 밀리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웃으며) 노회한 분이다. 배울 점도 많다. 하지만 국민들이 저를 부르신 이유는 정치를 배우라는 게 아니다. 정치를 바꾸라고 한 거다. 정치를 바꾸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 安, 야권 분열 책임론? “실력 없어서 지는 것” 안 대표는 오전 회견에서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해 “현재 상황을 모면하려는 하책이고 만년 야당 하자는 이야기”라며 거듭 독자노선 고수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여전히 불씨가 살아 있다는 시각이 많다. ―통합이나 연대 논란이 종식됐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4일 의원총회는) 나뿐 아니라 당 소속 의원 만장일치였다. 굉장히 소중한 기회였다. 절대 다수 의원이 통합에 반대하는 것을 듣고 정말로 고마웠다. 대부분 수도권 의원들이었다. 김종인 대표가 (논의의) 계기를 만들어 줘서 의총을 통해 단합하고 이제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통합파로 알려진)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은 의총에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저희 두 대표(안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하고 김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는 입장이어서 듣기만 했다. 나도 내 생각을 이야기한 건 아니었다.” ―총선 전엔 통합이나 수도권 연대 논의가 다시 없을 것으로 생각하나. “직접 못 들었는데 김 위원장도 이제 이 논의는 이걸로 종결이라고 말씀했다고 하지 않았나.” ―선거가 임박하면 다시 통합이나 연대 얘기가 나올 텐데…. “(소리 내 웃으며) 통합이라는 게 합당인데, 의원 분들이 탈당하고 당을 만든 이유가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 위기를 극복 못하는 핵심에 기득권 거대 양당이 자리 잡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었다.” ―3자 구도로 총선을 치르면 어느 한쪽도 이기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그분들이 무당층에 머물러 있다. 열심히 하면 다시 돌아오실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의당 지지층은) 기존 야권 지지자만 있는 게 아니다. 무당층이 굉장히 많고 새누리당 지지자였다가 박근혜 정부에 실망해서 온 분들이다. 합리적 보수 분들이다. 구성 자체가 다르다. 새로운 지지 기반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 분열 책임론이 제기될 텐데…. “그렇게 되면 실력이 없어서 패배한 것이다. 우리 당 후보가 없을 때 우리 지지자가 더민주당 쪽으로 넘어간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일각에선 ‘호남당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현역 의원 수로 따지면 아직 18명밖에 안 된다. 하지만 창당 한 달인데 후보가 335명이나 된다. 더민주당과 후보 수가 비슷하다. 임기가 석 달도 안 남은 현역만 보면 호남이 많지만 수도권 의원도 6명이나 된다. 3분의 1이 수도권이고 다양한 지역에 후보가 더 많다. 그러니까 전국 정당이다.” ―새누리당 과반 저지와 3당 체제 정립이라는 목표가 충돌할 수도 있는데…. “정치공학적으로 머리 굴려봤자 계획대로 안 된다. 현명한 유권자들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 가령 일대일 구도가 됐다고 새누리당 과반이 깨지겠나. (탈당 전) 일대일 구도일 때도 (더민주당) 예상 의석수가 70~80석에 불과했다.” 인터뷰 말미에 안 대표에게 ‘그간 몇 차례 철수(撤收)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는 달라진 건가’라고 묻자 그는 “철수한 경험이 없는데 공세를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최근 “내 이름이 ‘안 철수’이다. 철수 안 한다. 진짜다”라고 했었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선 등을 거론하며 “첫 번째는 양보한 거지 그게 무슨 철수냐, 대선 때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려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2014년) 민주당과의 통합은 거대 양당 중 한 당에서 혁신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는데 능력이 부족해서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대표가 연일 국민의당을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김 대표는 4일 비대위·선거대책위 연석회의에서 “4·13총선에서 야권이 단합해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만들고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이 이번 총선의 목표로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가 아닌 여소야대까지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야권 지지층을 결집한 더민주당이 ‘대세론’을 앞세워 국민의당 고사 작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또 “특정한 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분도 동참하시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안 대표를 겨냥했다. 안 대표가 전날 “(김 대표가) 심지어 안철수만 빼고 다 받겠다 이런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한 반론인 셈이다. 반면에 김 대표는 통합을 원하는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에게는 ‘화답’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 당에 와서 소위 패권정치를 씻어내려고 계속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패권정치가 다시 더민주당에서 부활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현실성 없는 진보정책이 이 당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통합론자들에게 통합의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대표가 ‘야권 통합’의 선공을 날리면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주말로 예정된 더민주당의 2차 컷오프(공천 배제)가 더민주당의 ‘야권 통합’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3선 이상 중진 50%, 초재선 30%에 대해 정밀심사를 거쳐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역 의원을 추가로 공천에서 배제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원칙적으로 복잡한 연대보다는 당 대 당 통합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최소한 우리가 나올 때 요구했던 것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했다. 통합에 긍정적인 국민의당 의원들은 최소한의 통합 전제조건으로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청산’과 ‘낡은 진보 청산’을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더민주당 안팎에선 김 대표가 친노와 운동권 출신 일부 의원을 쳐낼 거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의 지역구가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국민의당에선 명분뿐 아니라 실리적 측면에서도 통합론이 거세질 수 있다. 하지만 친노 배제를 골자로 한 2차 컷오프가 현실화되더라도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친노 배제 후 통합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막판에 더민주당 중앙위가 이를 거부할 경우 야권 분열의 책임은 더민주당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야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발(發)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동안 벌어진 분열과 혼란, 서로를 향해 쏟아부은 독설에 대한 해명도, 9일간의 국회 마비에 대한 사과도 없다. 야권은 이번에는 통합을 둘러싸고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의 기습 제안은 다목적 카드 김 대표는 2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반드시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전격적으로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불과 5일 전만 해도 “당 차원에서 후보 연대를 하자는 얘기는 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당을 쪼개고 나간 사람들인데 후보 연대를 할 거면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며 통합에 극히 부정적이었다. 김 대표의 기습 제안은 우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전체 지역구의 절반(122석)에 가까운 수도권에서는 참패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총선 패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상승세를 막고 내분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도 읽힌다. 김 대표는 이날 “이기심에 집착하지 말고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했다. 이날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의 만남에서도 “리모델링을 하겠다더니 또 새집을 짓겠다고 나갔다”며 “새집을 짓겠다고 하신 분은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는 “안철수라는 돌발적인 사람이 자기 이기심에 사로잡혀 오늘날 야권을 이 꼴로 만든 것 아닌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내 강경파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필리버스터 정국’ 장기화에 따른 역풍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그는 “야권 통합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분열된 야권으로 총선 승리 이끌 수 있겠느냐”며 필리버스터 종료를 요구했다. 김 대표의 제안은 탈당 의원들이 명분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표 사퇴 △친노(노무현) 패권주의 청산 △기득권 해체 등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의 연이은 ‘우(右) 클릭’ 행보 역시 결과적으로 야권 통합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설사 ‘야권 통합’이 불발돼도 더민주당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 제1야당으로서 야권 통합을 위해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며, 선거 패배 시 책임을 국민의당 측에 전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총선 전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 야권에선 김 대표의 제안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간 당내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야권 통합이나 연대 없이는 총선 승리도 없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수도권은 5% 이내의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곳이 많다”며 “3당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새누리당만 웃는다”고 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수도권 122개 선거구 중 33곳(27%)에서 득표율 5% 이내의 박빙 승부였다. 문제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관심 지역이 수도권과 호남으로 겹친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선 이미 두 당 후보들이 독자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 상황이다. 양당 지도부가 통합을 선언한다고 해도 후보들이 온전히 따를지는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후보들이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통합의 효과는 사라지고 결국 3자 구도가 된다”고 했다. 물리적인 시간도 걸림돌이다. 2012년 4·11총선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 연대조차도 22일 동안의 밀고 당기기 끝에 3월 10일에야 결론이 났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협상을 시작한다 해도 열흘 안에 끝내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결국 ‘당 대 당 통합’ 대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후보 간의 결단에 따라 부분적 연대가 이뤄지는 식으로 결론 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권 관계자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안철수 대표는 이번에도 물러서면 사실상 차기 대권도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이 때문에 총선에서는 ‘느슨한 연대’를 택하고, 완전한 통합은 총선 이후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2일 오전 7시 1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마지막 주자로 국회 본회의장에 나섰다. 그는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무제한 토론이 185시간에 이르렀다”며 그동안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 38명의 이름과 발언 내용을 일일이 언급하던 도중 울먹였다. 이 원내대표는 “정말 죄송하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토론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뒤 이날 오후 7시 32분까지 12시간 31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갖고 있던 국내 최장 기록(11시간 39분)은 이틀 만에 깨졌다. 23일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국회에서 47년 만에 벌어진 필리버스터는 192시간 25분으로 막을 내렸다. 2011년 캐나다 민주당(NDP)이 세운 종전 최장기록(58시간)의 3배가 넘는 시간이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저는 오늘 스티브 잡스가 아닌 ‘스티브 갑수’가 되어서….”(더불어민주당 김갑수 서울 도봉을 예비후보) “오늘 3·1절이라 태극기 들고 나왔습니다. 한번 흔들고 시작하겠습니다.”(더민주당 유승희 의원·서울 성북갑) 서울지역 24개 선거구의 더민주당 예비후보자들이 1일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진행한 공개면접에서 톡톡 튀는 홍보전을 펼쳤다.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면접에는 예비후보 60명이 참여했다. 서울지역 출마자들인 만큼 ‘박원순 키즈’를 내세우는 후보가 많았다. 성북을 기동민 예비후보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하며 박 시장과 소통과 협치를 익혔다”고 했고, 동작을 강희용 예비후보도 “오세훈 시장을 걷어내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이라는 정치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송곳 질문도 쏟아졌다. 2012년 안철수 대선 캠프 출신인 강서갑 금태섭 예비후보에게 “안 대표의 정치적 파트너로 같이할 줄 알았는데…”라는 질문이 나왔다. 금 후보는 “1987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투표한 뒤 내내 야당 지지자였고, 안 대표 탈당 때도 나는 당에 남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5선의 이미경 의원(은평갑)은 세대교체론 관련 질문에 “중진의 경험이 꼭 필요할 때도 있다”고 주장했다. 4선의 추미애 의원(광진을)은 무게감에 비해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자 “집토끼(전통적 지지층)를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맞받았다. 한편 더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신설되는 경기 용인정 지역구에 영입 인사인 표창원 비대위원을 전략공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당 공관위도 이날부터 예비후보 면접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다만 유일하게 광주 예비후보 면접은 6일 지역 유권자 등이 질문에 참여하는 ‘보이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일 논란 끝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에서 탈출하기로 재확인했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원내 제4당인 정의당이 더민주당의 방침에 반발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이어 가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 정의당 “언제 끝날지는 건강 상태에 달려” 정의당은 더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종료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창민 대변인은 “더민주당의 전격적 중단 결정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반민주 악법의 위험성을 깨달았던 민주시민들에게 놀람과 우려를 안겨 줬다”며 “비록 양당이 합의 처리한다면 물리적으로 막기 힘들지만 정의당 의원 5명 전원은 테러방지법 악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심상정 대표의 필리버스터 발언을 신청했다. 더민주당은 이날 밤 국민의당 주승용,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에 이어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끝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심 대표의 추가 발언 신청으로 이날 밤 12시 전 필리버스터 종료는 결국 불발됐다. 정의당 관계자는 “심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는 심 대표의 건강 상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신청자가 있으면 강제로 이를 막거나 중간에 중단시킬 수 없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처음부터 심 대표를 마지막 발언자로 세울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의당도 필리버스터를 한없이 이어 갈 수는 없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한 의원이 한 번만 할 수 있다. 소속 의원이 5명인 정의당은 이미 3명의 의원이 토론을 했기 때문에 남은 사람은 정 원내대표와 심 대표 두 사람뿐이다. 결국 심 대표에 이어 더민주당 이 원내대표를 끝으로 8일간의 필리버스터 정국은 2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혼란의 더민주… “원내대표 사퇴하고 불출마하라” 더민주당은 이날 필리버스터 종료 선언 여부를 놓고 하루 종일 갈팡질팡했다. 전날 김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가 필리버스터 종료를 결정했지만 일부 의원이 이날 “지금 중단해선 안 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0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던 은수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작은 우리가 했으나 필리버스터는 야당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학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힘이 없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다”며 “이 원내대표는 대표직을 걸고 버텨 달라”고 썼다. 이 때문에 당초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이 원내대표의 종료 선언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적어도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장기화에 따른 역풍을 우려한 지도부와 달리 이들은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어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 7시경 시작된 의원총회에서도 격론이 오갔다. 종료 반대를 요구하는 의원들과 중단을 요구하는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최근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잠정 결정되면서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강기정 의원은 “내일 불출마 선언을 하겠다”며 “이 원내대표는 당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고 불출마 선언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론이 나지 않자 김 대표는 의총을 중단시키고 오후 9시경부터 대표실에서 이 원내대표와 담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 비대위원, 손혜원 홍보본부장, 김성수 대변인 외에 ‘강경파’ 정청래 의원도 참석했다. 오후 10시 10분경 재개된 의총에서 더민주당은 2일 이 원내대표가 마지막 토론을 한 뒤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기로 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맞붙는다. 더민주당은 4·13총선 전략공천 1호로 광주 서을 선거구에 양 전 상무를 공천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야권의 적통을 놓고 국민의당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민주당이 양 전 상무를 천 대표 ‘저격수’로 투입한 것. 이번 공천으로 광주 서을은 제1야당인 더민주당의 영입인사와 제2야당 대표인 5선 거물 간 격돌로 호남 전체의 판세를 좌우할 격전지로 떠올랐다. 최근까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 전 상무는 천 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지만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신인은 누구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기존의 현역 의원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양 전 상무의 경우 표의 확장성이 있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전 상무의 출마에 대해 천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날 당내에서조차 수도권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천 대표 측은 “수도권 출마를 말하는 사람들은 호남 민심과 호남 정치 부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호남을 떠나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의 ‘시스템 공천’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혁신안을 무력화하고 김 대표가 사실상 4·13총선 공천의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2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를 위한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변화를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4·13총선을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이 아닌 ‘김종인식 공천’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29일 당무위에서 당헌당규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 방식도 대거 손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혁신안 사수에 앞장섰던 친노·구주류의 반발이 예상된다. 컷오프(공천 배제) 위기감에 휩싸인 친노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무위 참석 거부’ 등 저지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김종인 “바보 같은 룰로는 아무것도 못해” 김 대표는 이날 “총선을 맞아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전면적 전쟁을 선포할 각오”라며 당의 변화 관철을 선언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혁신안은 사실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항목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하위 20%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홍의락 문희상 의원 등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혁신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홍 의원 등의 구제 문제가 발단이 됐지만 김 대표는 처음부터 당 대표의 권한이 제한되는 ‘시스템 공천’ 자체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헌당규에는 컷오프 대상자라도 전략 공천을 가능케 하거나 당 대표의 포괄적인 공천권을 인정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 승리가 핵심 아니냐”라며 “당이 비상 상황인 만큼 비대위 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내 반발도 예상한 듯 “(혁신안을) 만들 때는 아무 말 안 하고 있다가 이런 사태가 터지니까 왜 재량으로 정무적 판단을 못 하느냐고 하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던 26일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도 “그 따위 말을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고 한다. 정세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세균계’의 지도부 성토에 대해선 “5선이나 했다는 사람이, 자기가 와달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이러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또 “지금의 바보 같은 룰(혁신안)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천이라는 게 정치적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한편 당 전략공천위원회는 이날 강기정 의원 선거구(광주 북을)등 광주 2곳에 대한 전략공천 지역 확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를 보류했다.○ 비례대표 공천도 직접 챙긴다 지난달 발표된 비례대표 시행세칙도 대거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는 분야별 후보와 순위를 정한 뒤 중앙위에서 비례대표 명부 최종 순번을 확정하게 하는 ‘시스템 공천’을 예고했다. 계파 간 나눠먹기나 밀실공천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문 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에도 당 대표의 재량이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당헌당규 개정 논의 때 비례대표 공천 방식도 대거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미 비례대표관리위가 맡기로 했던 비례대표 공천 심사도 홍창선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가 맡도록 일원화해 놓은 상태다. 일각에선 독자 행보를 계속하는 김 대표 역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비례대표를 준비하는 한 후보자는 “총선 역사상 한 번도 비례대표 공천에 잡음이 없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 본인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지난달 15일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 나이가 77세”라면서 이를 일축했다. 그러나 22일에는 “단적으로 하겠다, 안 하겠다는 말을 드릴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비례대표 질문을 받자 “왜 자꾸 미리 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그 정도만 아시면 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28일 “지금 여러 가지로 참 힘든 상황으로 기득권의 벽이 참 강고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곽태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번 총선은 기득권 양당 구조를 두고 갈 것인가, 3당 구조가 정립될 것인가의 갈림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당의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자 그 이유를 양당 구조의 기득권 탓으로 돌린 것이다. 국민의당은 지지율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선 1차적으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안 대표가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청소년 멘토링 간담회를 연 것도 그 일환이다. 이날 천정배 공동대표도 광주에서 최근 영입한 천근아 교수와 함께 ‘우리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최근의 국민의당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26일 한국갤럽이 23~25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토대로 실시한 조사(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19∼29세 연령층에서 더민주당은 26%의 지지를 받은 반면 국민의당은 8%에 머물렀다. 30대에서는 더민주당이 38%를 얻어 국민의당(7%)과 5배나 차이가 났다. 2012년 ‘안철수 바람’을 일으켰던 주역이 20∼4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당으로선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안 대표가 ‘새정치’를 바라는 젊은층의 기대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의 국민의당은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50대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11%로 같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국민의당의 호남 승리를 예측하는 근거는 투표율이 높은 장년층의 지지 때문”이라며 “젊은층 지지 이탈 흐름이 고착화될 경우 대선을 노리는 안 의원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가 당직을 맡아 본격적으로 총선 지원에 나선다. 당 관계자는 “29일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야권 통합과 화합 추진을 담당하는 특위를 설치하고 홍걸 씨를 위원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더민주당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홍걸 씨를 가칭 ‘통합과 수권비전특위’ 위원장에 임명할 계획이었지만 특위 명칭을 좀 더 보완하자는 의견에 따라 29일로 최종 결정을 미뤘다. 당 일각에서는 홍걸 씨의 비례대표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홍걸 씨는 한 언론과 만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햇볕정책 보완론’에 대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자고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 지지층, 특히 호남분들이 실망하고 돌아선 경우가 많다. 요즘 국민의당이 좀 부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쪽으로 바로 오는 것은 아니다”며 “그분들에게 더민주당이 반성하고 다시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