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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112 신고자에 대한 경찰 위치추적이 더욱 촘촘해진다. 신고가 들어오면 주변 현장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전자지도가 도입되고 스마트폰 이용자에 대한 위치조회 기능도 강화된다. 신고 접수 도중 통화가 끊기면 자동 회신하는 시스템도 생긴다. 경찰청은 이 같은 기능을 갖춘 새 112 시스템을 내년 1월부터 가동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올 4월 오원춘 살인사건으로 112 신고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자 개선작업을 진행해왔다. 경찰은 거리뷰와 항공사진 조회기능 등이 들어간 자체 전자시스템을 도입해 신고자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신고자가 주변 시설물을 설명하면 별도 컴퓨터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해당 지명을 검색해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신고자가 아무 시설물이 없는 곳에 고립된 경우엔 주변 전봇대에 설치된 관리번호를 112 접수자에게 알려주면 위치 확인이 즉시 가능해진다. 경찰은 최근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면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위치추적 기능을 강화했다. 종전의 휴대전화 기지국 조회 방식은 신고자 주변 반경 200∼300m까지만 알 수 있어 오차가 크지만 GPS의 경우 50m 이내로 범위를 압축할 수 있다. 이번에 도입한 ‘스마트폰 원터치 신고’는 신고자가 스마트폰 좌측 상단의 ‘볼륨↑’ 키와 ‘볼륨↓’ 키를 동시에 3초 이상 누르면 자동으로 신고 위치정보가 경찰로 전송되는 서비스다. 다만 신고자가 외부에 있어야 GPS 조회가 가능하고 일부 최신 기종에서만 가동된다는 한계가 있다. 경찰은 통화가 도중에 끊기거나, ‘통화 중’ 신호에 걸리거나, 대화 중 전화가 끊겨 제대로 112 접수를 하지 못한 신고자를 위해 ‘ARS 콜백시스템’ 도 내년 중 도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신고자가 가해자와 함께 있어 경찰의 회신 전화로 인해 위험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현행법상 전자발찌를 차야 하지만 소급적용 논란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됐던 약 2500명의 악성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은 제도 도입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위헌소송이 제기된 이후 2년 4개월 동안 이들에게 발찌를 채우지 못했다. 소급적용 대상 전과자들은 이 기간에 100건이 넘는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27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자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관 9명 중 4명이 합헌 결정 헌재가 이날 합헌 결정을 내린 법조항은 전자발찌가 도입된 2008년 9월 이전 1심 판결을 선고받았거나 형 종료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검사가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부칙 2조 1항이다. 검찰은 이 요건을 갖춘 성범죄자 중 2회 이상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거나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을 성폭행한 악성 범죄자를 선별해 전자발찌 소급적용을 청구한다. 국회가 2010년 7월 김길태 김수철 사건 등을 계기로 재범 위험이 높은 성범죄자에겐 전자발찌를 소급적용하기로 합의해 신설된 조항이다. 하지만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2010년 8월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여부를 따져 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합헌 4, 일부위헌 4, 위헌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에 찬성해야 하므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난 셈이다. 헌재는 “전자발찌 부착은 성범죄자의 행동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으로 봐야 하는데 보안처분은 소급적용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여성과 아동을 보호한다는 매우 중요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므로 성범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도가 과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강국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이미 형사처벌이 종료된 사람에게 보안처분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일부위헌 의견을 밝혔고, 송두환 재판관은 “전자발찌 부착은 형벌의 성격을 갖는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 성범죄자 2500여 명 전자발찌 찬다 헌재 결정에 따라 출소 후 자유롭게 활보했던 소급 대상 성범죄자들이 무더기로 전자발찌를 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법원은 2010년 8월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제기되자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들의 전자발찌 부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뤄 왔다. 올 8월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난동을 부려 1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한 강모 씨(39)는 법원의 이 같은 판단 보류 때문에 범행 때까지 전자발찌를 차지 않았다. 강 씨처럼 소급적용이 원칙대로 적용돼 전자발찌를 미리 채웠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재범 사례는 2010년 8∼12월 넉 달 동안에만 19건에 이른다. 법원 판단이 유보됐던 2년 4개월로 환산하면 재범 건수는 130여 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검찰이 전자발찌 소급 부착명령을 청구한 건수는 2785건이고 법원은 이 중 2114건에 대해 결정을 유보했다. 법원이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 전 부착 결정을 내린 비율이 88.9%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 중 1800명 이상이 전자발찌를 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출소 예정자에 대해선 법원에 소급적용 청구를 하지 않았는데 이들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6개월 이내 출소할 예정자만도 650여 명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는 1040명(올해 12월 기준)이며 여기에 약 2500명이 새로 전자발찌를 차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부착자가 2.5배가량 늘면 보호관찰 인력의 한계로 관리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 감독 인원은 102명으로 소요 인력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도 감독 인력이 부족한데 관리 대상이 2배 이상 갑자기 늘게 됐다”며 “전담 보호관찰관이 시급히 증원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적극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신광영·최창봉 기자 neo@donga.com}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내려간 올해 성탄절에도 그는 한강 물속에 있었다. 서울 천호대교에서 20대 여성이 유서를 남기고 뛰어내렸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그는 한강 바닥을 손으로 헤집었다. 수백 구의 시신을 건져본 베테랑이지만 이날은 빈손으로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조동희 경위(54)를 만난 건 이날 서울 성산대교 아래에 있는 한강경찰대 세면장 앞에서였다. 구조작업 후 막 씻고 나온 조 경위는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살얼음이 언 강에 맨얼굴로 2시간 동안 들어갔다 나온 탓이다. 귓바퀴가 닳아 귀 모양도 평평하게 펴져 있었다. 한강 안전요원으로 근무한 22년 동안 해녀처럼 머리까지 뒤집어쓰는 구조복을 수천 번 입었다 벗은 흔적이었다. 제2회 영예로운 제복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 경위는 해군 특수전부대(UDT) 출신으로 1984년 경찰에 투신해 1990년부터 한강경찰대원으로 일했다. 한강 투신자살을 시도하거나 홍수 등 각종 재난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동안 500여 명을 구조했고 시신 300여 구를 인양해 경찰 수상구조의 대부로 불린다. 지난해 7월 팔당댐 방류로 한강에 급류가 생기면서 유람선 선착장에 고립된 중국인 관광객 108명을 구조했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당시 최초로 현장에 출동해 8명을 구조하고 시신 24구를 인양했다. 수상구조는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다. 조 경위는 2001년 육군 헬기가 강풍을 맞고 한강에 추락한 현장에 출동하다 물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동체 일부가 타면서 나온 유독가스에 질식했던 것. “조종사를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헤엄쳐가다 그리 됐죠.” 조 경위는 뒤따라온 동료 대원 덕에 목숨을 건졌다. 조 경위는 “레저용 스쿠버 장비로 한강을 헤매고 다니다 장비 고장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길 정도로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한강경찰대의 노고를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하는 1시간 내내 책상 위 무전기를 스무 번 가까이 쳐다봤다. “신고 즉시 튀어나가야 합니다. 한강에 빠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딱 5분이거든요.”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우수상 김현중 소령… 생사의 위기에서 부하들 먼저 구하게 한 ‘참군인’“세계 각지에 파병돼 국가에 헌신하는 동료 장병들을 대신해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군 특수전전단의 1특전대대에서 작전대장을 맡고 있는 김현중 소령(41·해사50기)은 8년 전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강원 동해시 앞바다에서 해상 강하훈련을 하던 중 타고 있던 고속단정(RIB)이 갑자기 폭발했다. 이 사고로 김 소령과 대원들은 온몸에 심한 골절상과 중화상을 입고 물에 빠졌지만 김 소령은 다가온 구조보트에 부하들을 먼저 구하도록 조치하는 참군인 정신을 발휘했다. 당시 발목뼈가 완전히 으스러지고 무릎뼈도 크게 상한 김 소령은 의료진으로부터 최악의 경우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는 군복을 벗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중상을 입은 부하들은 결국 의병 전역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1년간 7차례의 대수술 등을 받고 퇴원한 뒤 4년간 피땀 어린 재활치료를 거쳐 휠체어에서 일어나 2009년 작전 현장에 다시 투입됐다. 부하들을 대신해 군인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빚은 ‘작은 승리’였다. 그는 2010년 청해부대 5진의 검문검색대장으로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돼 한국 선박 등 450여 척의 민간선박 호송 임무를 완수했다. 같은 해 9월엔 표류하던 소말리아 난민선을 구조하는 등 크고 작은 기여로 160여 통의 감사서한을 받았다. 김 소령은 “이역만리에서 태극기를 단 우리 구축함을 타고 각국의 민간선박을 호송하면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공군사격장의 수중 불발탄 탐색 제거활동 등 대민업무에도 적극 참여하고, 특전팀 침투전술 정립을 비롯한 전투 준비태세 향상에도 기여한 공로로 여러 차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상금으로 6·25전쟁 전사자 부인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우리 사회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더 존중받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우수상 강현서 상사… 박봉 쪼개 빈국 어린이 후원 ‘베레모의 기부천사’“기아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큰 격려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6일 ‘영예로운 제복상’ 우수상을 수상한 육군 국제평화지원단 소속 강현서 상사(31·여)는 ‘검은 베레모의 기부천사’로 불린다. 최정예 특전사 요원인 강 상사는 6년 가까이 매달 봉급날이 되면 은행을 찾아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등 국제사회복지단체에 20여만 원을 송금한다. 자신이 후원하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어린이 8명에게 기부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강 상사는 2007년 다니던 교회를 통해 아프리카 빈민국 어린이들의 참상을 접한 뒤 박봉을 쪼개 후원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식사 한번 하면 몇만 원이 나가는데 그것보다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게 더 값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점차 액수와 후원 아동 수를 늘려 지금은 월급의 10% 이상을 기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0년엔 인천시로부터 모범시민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강 상사는 “평소 아끼고 절약한 돈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후원하는 어린이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맡은 분야에서도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어릴 적부터 특전사 여군을 꿈꿔 온 그는 12년간 고공강하만 1130여 차례를 기록해 전체 요원 가운데 상위 1%에 속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월 특전사령관배 스카이다이빙 대회에서 여성 대원 중 2위를 기록했고, 세계군인체육대회와 미국 고공강하 연수에도 참여했다. 아울러 응급구조사를 비롯해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도 여러 개 따는 등 자기계발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는 올해 1월 우수요원으로 선정돼 ‘특전용사상’을 받았다. 강 상사는 “상금을 받게 되면 후원하는 어린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어린이들을 힘 닿는 데까지 돕고 싶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우수상 이상도 소방장… 위험 뚫고 구미 불산가스 밸브 잠근 ‘소방영웅’“구미 불산 누출사고 때 투입된 소방관만 1000여 명에 이릅니다. 현장에서 구조작업에 힘쓰는 소방대원 동료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9월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때 경북 구미소방서 소속 이상도 소방장(47)은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해 오후 3시경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경까지 현장을 지켰다. 이 소방장은 동료들과 함께 공장 안으로 투입돼 가스밸브를 잠그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맡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가스가 자욱한 데다 공장 설비를 잘 아는 실무자는 모두 병원으로 이송돼 밸브 위치조차 알기 힘든 상황이었다. 다섯 벌뿐인 화학보호복을 동료들과 교대로 갈아입으며 공장 안을 8차례 들어갔다 나오면서 밸브를 잠갔다. 그로 인해 불산가스 전체 20t 중 12t이 추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1992년 8월 임용돼 올해로 21년째 소방관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소방장은 119구조대 업무만 약 15년 동안 해온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20년 동안 6000여 회 출동해 3100여 명을 구조했다. 지금도 구조요청이나 사고소식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출동해 현장을 지킨다. 9월 중순에는 태풍 산바로 구미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급류에 고립된 등산객을 구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미의 한 어린이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260여 명을 대피시키고 화재를 진압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 도착하면 피곤하거나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사고를 수습하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고 했다. 여가시간에도 다른 대원들과 함께 홀몸노인들을 방문해 말동무를 해주고 쌀과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10년째 하고 있다. 20년 넘도록 소방관으로 살아왔지만 걱정할까 봐 가족에게는 좀처럼 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선정 소식도 아직 알리지 않았다. 이 소방장은 27일자 신문에 소개된다는 말에 “집에 가면 상 탄다는 말부터 해야겠다”며 웃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특별상 황규동 경사… 집념의 과학수사… 백골시신 197구 유족 찾아줘10년 전 여름 3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루사’는 땅속에 있던 망자들에게도 재앙이었다. 강원도 강릉의 한 공원묘원이 빗물에 휩쓸리는 바람에 무덤 700여 기가 유실됐다. 시신 수백 구가 강가에 뒤엉켜 떠다니는 참상이 벌어졌다. 영예로운 제복상 특별상 수상자인 강릉경찰서 과학수사팀 황규동 경사(43)는 당시 비번인 날만 되면 홀로 그 현장을 찾았다. 근무 날은 태풍에 따른 실종자 수색과 복구활동을 하고, 쉬는 날엔 이미 백골이 돼버린 시신의 주인을 찾으러 다녔다. 황 경사는 “아버지 묘를 잃어버린 유족이 저를 찾아와 아버지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았는데 이장 전 확인을 해보고 싶다기에 유전자 조사를 해보니 혈육이 아니었다”며 “몇 년 전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에 그분들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묻힌 지 몇 년이 지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작업이었다. 황 경사는 사망자의 지문이 경찰청에 마이크로 필름 상태로 보관돼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시신의 지문을 복원하면 경찰 자료와 대조해 신원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신은 대부분 나무젓가락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황 경사는 시신의 손가락 표피를 알코올에 며칠간 담가 물러지게 한 뒤 피부를 자신의 손가락에 직접 끼워 지문을 살려냈다. “시신을 볼 때마다 ‘망자는 내 가족’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시신 틈에서 하루 종일 작업하고 나면 악취가 배어 집에도 못 들어가고 사무실에서 잠을 청했다. 3개월간 쉬지 않고 매진한 끝에 그는 시신 197구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넘겨줄 수 있었다. 황 경사는 이런 집요함으로 미제로 묻힐 뻔한 강력사건을 숱하게 해결했다. 2010년 삼척 콘크리트 암매장 살인사건 때 그는 콘크리트 더미 안에서 시신을 꺼내 뜨거운 물에 담갔다 빼는 방식으로 지문을 확보해 범인을 잡았다. 동료들은 그를 ‘망자의 수호자’라고 부른다. 황 경사는 “범행 현장에 처음 도착하면 피해자가 겪었을 공포와 억울함, 유족이 느낄 분노가 뼈저리게 느껴진다”며 “완전범죄라고 자신만만해하는 범인들을 끝까지 추적해 잡았을 때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줬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화염과 유독가스 속에서 몸던져 인명 구하려다…두산그룹이 후원하는 두산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경남 사천소방서 이상흠 소방사(30)는 올해 1월 경남 사천시 한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해 탈출하던 중 화염에 노출돼 크게 다쳤다. 양손과 어깨, 목 등에 3도 화상을 입어 1년 가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내년 3월엔 수술도 받아야 한다. 간병인 없이는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태로, 퇴직한 부모님과 대학에 다니는 여동생을 부양해야 해 형편이 어렵다. 이 소방사는 “당연한 일을 했는데 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스럽다”며 “복귀해도 몸이 불편해 다시 현장에서 일하기는 어렵겠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상을 받게 된 전북 군산소방서 김인철 소방교는 올해 7월 군산의 한 유리공장에서 물탱크에 빠진 인부를 구하려다 가스에 질식해 순직했다. 향년 40세. 급박한 상황이어서 안전장치도 갖추지 못하고 진입했다가 호흡용 공기통을 착용하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다. 2004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고인은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각종 재난현장에서 앞장서 귀감이 됐다. 유족인 부인과 2세, 3세 자녀가 수입원 없이 어렵게 살고 있다. 부인 김수희 씨는 “자상했던 남편이 곁에 없다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아빠를 잊지 않고 항상 자랑스럽게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상을 받는 대구 북부소방서 최홍 소방경은 재난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들이마신 유독가스가 몸에 쌓여 2010년 9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54세. 몸이 불편해도 참고 현장을 지켰던 고인은 그해 8월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채 한 달도 못 돼 유명을 달리했다. 1984년 소방직에 투신한 고인은 19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 2005년 수성구 목욕탕 폭발사고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사고 수습 및 인명 구조 활동에 앞장섰다. 유족으로는 소방공무원인 아내와 두 자녀가 있다. 부인 변경숙 씨는 “항상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활동해 온 남편이 자랑스럽다”며 “남편의 희생정신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 이렇게 심사했습니다… 최근까지 공적 고려… 大賞은 무기명 비밀투표 ▼올해로 2회를 맞은 ‘영예로운 제복상’은 열악한 근무여건에서도 나라를 위해 헌신해온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등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동아일보사와 채널A가 제정한 상이다. 이 상은 제복 공무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이해가 부족하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이번 수상자들도 주어진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제복 공무원이다. 수상자는 최근까지의 공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 심사위원 9명은 최근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에서 후보 15명을 추천받아 대상 1명, 우수상 4명, 특별상 1명, 두산특별상 3명 등 모두 9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대상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뽑았다. 대상과 우수상 수상자 중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1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이에 준하는 인사 혜택을 받는다. 두산그룹이 후원한 두산특별상은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중에 순직했거나 다쳐 장애가 생긴 소방관에게 수여한다. 심사에는 민간 심사위원 3명과 해당 기관 간부들이 1명씩 참여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대상을 받은 인천해양경찰서 해상특수기동대 전순열 경사는 날로 흉포해지는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단속에서 언제나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선 용기와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2회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양사(兩社)는 열악한 근무 여건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헌신하는 군인 경찰 해경 소방 공무원의 헌신과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습니다.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의 추천을 받아 각 기관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20일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6명을 결정했습니다. 공무 중 순직했거나 부상한 소방관을 기리는 ‘두산특별상’ 수상자 3명도 함께 선정했습니다.}
경찰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사건 송치 전에는 경찰이, 송치 후에는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분점 방안을 새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검찰의 핵심 권한을 경찰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제안이어서 내년 검경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런 내용을 담은 수사권 공약 구체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 시절 “검찰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하되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토대로 경찰이 세부 방안을 직접 만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주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경찰은 현행 형사소송법을 일부 개정해 사건 송치 전 수사는 경찰이, 송치 후 공소제기나 유지를 위한 보충수사는 검찰이 담당하는 일본식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영장 신청 과정에서 검사의 심사범위를 제한하고 검사가 영장 청구를 거부할 경우 관할 지방법원에 불복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방해하거나 무마하기 위해 일부러 영장을 안 내주는 경우가 적지 않아 불가피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경찰의 움직임과 관련해 “현재로선 공식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은 인수위가 구성된 뒤 경찰이 수사권 조정안을 인수위에 공식 제안하거나 인수위의 개혁방안이 구체화되면 이를 토대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엉만튀(엉덩이 만지고 튀기)’ ‘가만튀(가슴 만지고 튀기)’를 조심하세요.”한 누리꾼(네티즌)이 제안해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전국적으로 열릴 예정인 대규모 즉석만남 이벤트 ‘솔로대첩’ 행사를 앞두고 인터넷에 경고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솔로대첩’ 때 성추행을 노리는 남성이 많다는 경고가 늘어나면서 경찰까지 나서 행사를 집중 대비하기로 했다.‘솔로대첩’은 누리꾼 유모 씨(24)가 “솔로 형 누나 동생 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번 할까”라는 글을 올리자 누리꾼들이 열렬히 반응하면서 진행된 행사다. 남녀가 지정된 장소에서 대치하듯 서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달려가 맘에 드는 짝의 손을 잡는 방식이다. 미팅 의사가 있는 남성은 흰 옷, 여성은 빨간 옷을 입어야 하며, 여성은 남성의 제안을 거부할 수 있지만 남성은 여성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이 행사는 일부 유명 연예인까지 참여 의사를 밝혀 큰 반향을 일으켰고 기업 10곳이 후원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국 14곳에서 열릴 예정인 이 행사에 서울 여의도에서 1만여 명, 부산 대전 등 지방에서 6000여 명의 미혼 남녀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하지만 이 행사가 성추행 등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인터넷에서 제기된다. 인터넷상에는 “소심해 보이는 여성의 특정 부위를 만지고 도망가려는 참가자가 있다” “힘으로 제압한 뒤 인근 모텔로 가기 위한 행사” “주최 측도 불분명하고 안전대책도 없어 당하면 본인만 손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이 때문에 불참 의사를 밝히는 누리꾼이 늘자 주최자 유 씨는 “100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치안유지팀을 운영하겠다”며 대비책을 제시했다.안전대책 미비 등을 이유로 이 행사를 불허한 서울 여의도공원은 주최 측이 행사를 강행할 경우 도시공원법 위반으로 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찰은 여의도에 400여 명, 지방에 600여 명 등 총 10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행사가 축제 성격이어서 차단하지는 않겠지만 성범죄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경찰력을 배치해 범행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를 벌여 온 경찰은 17일 여직원의 개인 컴퓨터 2대를 분석한 결과 대선과 관련한 댓글을 단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와 수서경찰서는 이날 “국정원 직원 김모 씨(28·여)가 집에 있던 11∼13일 44시간 동안 개인용 데스크톱PC와 업무용 노트북 컴퓨터 2대의 사용 명세를 집중 조사했다”라며 “김 씨가 컴퓨터 파일 중 일부를 삭제한 흔적을 확인했지만 혐의 내용과 관련이 없는 사적인 내용이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10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를 포함해 컴퓨터를 구입한 시점부터 광범위하게 조사했지만 하드디스크에서 대선과 관련한 어떤 댓글도 게재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의 컴퓨터에서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ID 20여 개, 닉네임 20여 개 등이 발견됐다. 장병덕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비방 댓글을 달 때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4개의 단어와 40개의 ID·닉네임 등 90여 개를 키워드로 하드디스크상의 모든 영역을 확인했지만 대선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라며 “ID가 모두 김 씨의 것인지, 다른 사람의 명의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이 키워드로 사용한 4개의 단어는 대선후보의 이름과 별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2009년 10월부터 사용한 250GB 용량의 데스크톱PC와 올 9월부터 사용한 320GB 용량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수사용 전문프로그램인 ‘인케이스(Encase)’를 이용해 하드디스크의 비할당 영역까지 분석했다. 비할당 영역은 현재 파일이 할당되지 않은 공간으로, 다른 파일에 의해 덮어씌워지지 않아 예전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김 씨의 노트북 접속 기록은 31만 건, 데스크톱은 1100건으로 경찰은 이를 모두 전수조사해서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2대의 PC만 조사했을 뿐, IP를 역추적하고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회사의 협조를 구하지 않아 미완(未完)의 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도 이날 발표를 중간수사 결과라고 규정했다. 만약 김 씨가 제3의 컴퓨터를 이용해 댓글을 달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글을 삭제하도록 했다면 경찰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경찰에 김 씨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제3의 장소에서 작업했을 가능성을 확인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수사를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김 씨의 컴퓨터에서 비방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16일 오후 11시 갑자기 발표한 것에 대해 경찰은 “신속히 조사해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등은 경찰의 전격 발표에 대해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한다는 원칙을 갖고 수사했다”라며 “정반대 결과가 나왔더라도 발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석 경찰청 차장도 “결과가 밤에 나왔는데 경찰이 밤새 이 결과를 가지고 있으면 온갖 다른 억측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어서 결과가 나오는 즉시 발표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박훈상·신광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가정폭력이나 살인, 성폭행 등이 발생하고 있는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집주인이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경찰청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위급상황 시 가택출입·확인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하달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살인, 성폭행 등 강력 범죄 신고가 접수돼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볼 위험이 높고 위험발생 장소가 소수의 건물로 압축될 경우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강제 진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내부를 둘러보다 범죄 흔적을 포착했을 땐 별도의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수사도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온 경우는 남편이 출입문을 열지 않더라도 강제 진입해 조사할 수 있다. 피해 여성이 신고하고도 보복이 무서워 적극적인 구제요청을 하지 못하는 실정을 고려한 것이다. 기존에는 집주인이 거부하면 현행범이 아닌 한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거나 현장을 조사할 권한이 없었다. 4월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당시 경찰은 범인 오원춘의 옆집을 수상하게 보고 탐문하려 했지만 집주인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아 1시간 반가량을 허비했다. 얼마 뒤 발생한 평택 여대생 성폭행 사건 때는 경찰이 피해 여성의 위치를 파악해 94가구를 특정하고 탐문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인기척이 없어 내부를 확인하지 않은 12가구 중 한 곳에서 범행이 발생했다. 경찰은 “미온적 대처로 소중한 인명이 더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가택 진입에 대한 동의를 먼저 구하고 필요한 범위에서만 강제진입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강제 진입이 가능한 요건도 △살인, 강간 등 중범죄이거나 △용의자가 무기를 소지했을 가능성이 있고 △신속히 진입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위험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 등으로 한정했다. 경찰은 당초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해 긴급출입 및 조사권을 확보하려 했지만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법무부의 반대로 좌초되자 기존 법규를 재해석해 이 같은 지침을 만들었다. 아직 명쾌한 법적 뒷받침이 없는 내부 지침인 셈이다. 이 때문에 공권력 오남용에 따른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비판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현장 경찰관들에게 적극 대응을 주문하고 개별 사안별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뷔페식당이 기자들로 들썩였다. 고문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씨(74)의 회고록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고백’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었다. 고문죄로 징역 7년 형기를 마치고 2006년 출소한 이 씨가 6년 만에 공개된 자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행사 주인공인 이 씨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피해 주차장으로 피신했다. 그는 잠잠해진 틈을 타 30분 만에 재등장하며 “나도 행사 좀 합시다”라고 기자들에게 호소했다. 행사는 취재진을 다 쫓아 보내고서야 시작됐다. 이 씨가 연단에 오르자 사회자가 “큰 박수로 맞이하자”고 외쳤다. 서너 사람만 띄엄띄엄 박수를 쳤다. 연단 뒤편엔 ‘경축 이근안 선생 출판기념회’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씨가 책을 낸 건 최근 개봉한 영화 ‘남영동 1985’의 영향이 컸다. 그는 개봉 당일인 지난달 22일 작정하고 서울 종로 피카디리극장을 찾아 몰래 영화를 봤다고 했다. 그는 책을 통해 “영화는 과장됐고, 과오 역시 나만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래는 목사가 된 과정을 글로 쓰고 있었는데 나를 영화로 찍는다기에…좋게 나오겠어요? 그때 자극받아서 내가 했던 일을 전부 다 드러내놓자 결심했죠.” 이 씨는 행사에 앞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문 기술자’로서 영화를 본 느낌을 말했다. “영화를 보니 물고문을 한다면서 샤워꼭지를 빼버리고 물을 퍼붓던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내가 그거 보고 웃었어. (500mL 물병을 가리키며) 이 정도면 돼. 얼굴에 거즈를 올려놓고 마르지 않게 물을 조금씩 뿌려주면 거즈가 착 달라붙어 숨을 못 쉬는 거지.” 이 씨는 영화 속 전기고문도 사실과 다르다며 1.5V AA건전지 하나를 직접 꺼내 보여줬다. “전기고문은 이걸로 한 건데 영화에선 큰 자동차 배터리 같은 걸로 하더군. 난 그런 물건 본 적이 없어.” 이 씨는 영화의 ‘비사실성’을 한참 지적한 뒤 “그래도 죄인은 죄인이지. 고문한 사람을 일일이 떠올릴 순 없지만 고문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정확히 무엇을 사죄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쥐어박으면 안 되는데 그게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고문을 ‘쥐어박는다’라고 표현했다. 그에게 고문을 당했던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2007년 쓴 책 ‘남영동’에서 “전기고문이 강약을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동안 죽음의 그림자가 코앞에 다가왔다”라고 썼다. 김 전 고문은 그 후유증으로 26년간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고 고문대에 눕는 것 같아 치과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끔찍한 고문을 ‘쥐어박아 미안하다’라는 말로 표현한 이 씨의 사죄는 ‘얕은 반성’으로만 들렸다. 이 씨가 10년 11개월간 도피생활을 하다 비로소 자수한 1999년 10월은 김 전 고문을 고문한 범죄의 공소시효가 지난 직후였다. “김 전 고문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생각합니까?”(기자) “그렇죠. 교도소까지 날 찾아와서 ‘시대가 만든 죄악’이라고 했으니 용서한 거죠.”(이 씨) 김 전 고문은 2005년 여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 씨를 찾아가 실제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김 전 고문은 책 ‘남영동’에서 “끔찍한 고문을 받던 그때가 떠오를 것이 분명해 망설였다. (이근안을) 면회 가는 날 오전까지 망설였다”고 회고했다. “머리는 용서했지만 해마다 고문을 받은 시즌이 되면 몸서리치게 몸살을 앓곤 했다. 몸은 또렷이 그 일을 기억하고 있어 내 용서가 진실인지 반문하곤 했다.” 설령 김 전 고문의 ‘용서’가 진심이었다 해도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과를 뉘우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 용서를 받고 오히려 스스로 더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용서받았다고 자신하는 이 씨는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극악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문 피해자의 고통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온 참석자 30여 명은 대부분 대공분야 일을 하다 은퇴한 하급 경찰관이었다. 이 씨는 테이블을 다니며 한 명씩 악수를 하고 때론 반갑게 포옹했다. 이 씨의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화환은 공을 세운 경찰에게 주는 청룡봉사상 수상자 모임인 청룡봉사회 회장 명의로 된 한 개뿐이었다. 이 씨는 경찰 재직시절 청룡봉사상과 국무총리 표창 등 16차례 표창을 받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4년부터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도 오토바이를 몰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자동차 운전면허만 있으면 오토바이 운전면허가 없어도 125cc 미만 오토바이를 몰 수 있다. 경찰청은 이 같은 방향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내년 중 관련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경찰 추진안의 핵심은 자동차운전면허만 있어도 몰 수 있는 이륜차의 기준을 현행 배기량 125cc 미만에서 ‘50cc 미만에 시속 45km 이하인 소형원동기차’로 변경하는 것이다. 요즘은 스쿠터 등 소형 오토바이도 대부분 50cc 이상이고 최고속도도 시속 60km가 넘는다. 자동차면허만으론 오토바이 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 위 기준에 부합하는 이륜차는 전기자전거나 미니 바이크, 전동킥보드 등이다. 다만 경찰은 법 개정 이후 자동차 운전면허를 딴 사람에게만 새 기준을 적용하고 기존 자동차면허 취득 운전자에겐 소급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군 현행범에 대한 1차 조사권이 한국 경찰에 완전히 넘어왔다. 기존에는 미군을 현행범으로 붙잡아도 살인 성폭행 범죄가 아닐 경우 미군 측이 신병을 넘겨 달라고 요구하면 즉각 응해야 했다. 앞으로는 모든 미군 범죄에 대한 초동 조사를 한국 경찰이 담당할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경찰청은 5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형사재판권 운영개선을 위한 합의사항(AR)에 따라 이런 내용을 담은 ‘SOFA 사건처리 매뉴얼 개정안’을 마련해 일선 경찰서에 배포하고 즉시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9일 밝혔다. 개정안은 경찰이 모든 미군 현행범을 체포했을 때 1차 조사를 마치고 나서 미군 헌병에게 피의자의 신병을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살인 성폭행 범죄자는 우리 경찰이 1차 조사 이후에도 계속 구금하고, 그 외에 강도 폭행 등 12개 주요 범죄에 대해서도 미군 측에 신병 인도 요구 자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명문화했다 경찰은 또 미군 헌병의 부대 밖 법집행 권한이 미군 부대나 병사에 직접적인 위해를 미치는 상황에만 적용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7월 경기 평택시에서 일어난 미군 헌병의 민간인 불법 연행 사건처럼 미군 측의 부적절한 권한 행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절도 피의자 A 씨(43·여)의 얼굴 사진을 검사와 검찰 수사관 등 24명이 열람한 사건에 대해 검경이 협력 수사를 하기로 6일 합의했다. 경찰이 해당 검사들을 소환하고 불응하는 과정에서 검경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검경이 수사 협의회를 열어 합의를 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가 사진을 열람한 검사 10명, 수사관 10명, 실무관 4명 등 24명의 명단을 검찰에 주고, 검찰은 일주일 내로 유포 용의자를 압축한 뒤 증거자료와 함께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통상적인 수사라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강제로 해당 자료를 확보하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에 자체 조사를 통해 증거자료를 제공할 기회를 준 셈이다. 경찰은 수사에 필요한 24명의 사무실 PC 로그기록 등 증거자료도 검찰에 목록을 보내 받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협의회에서 “철저히 조사한 뒤 유포 용의자가 나오면 검사든 수사관이든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철저하게 조사할 것으로 본다”며 “검찰의 감찰조사에 시간이 더 필요하면 일주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권을 놓고 그동안 수차례 갈등을 빚어온 양 기관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협력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 주도권을 검찰에 내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자체 조사 과정에서 조직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발견되면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대검이 열람자 24명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는 동안 경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진을 전달받은 사람들을 조사해 사진 유포의 진원지를 역추적하는 등 별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검에서 보내준 자료가 부실하거나 유출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출석에 2, 3회 불응하면 강제수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열람자들은 A 씨가 대형마트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은 서울동부지검을 포함해 의정부지검 4명, 서울남부지검과 인천지검 부천지청 각 2명, 서울서부지검 1명 등 10여 곳의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성추문 사건 보도가 나간 지난달 22일과 이후 A 씨 사진을 열람한 것을 확인하고 수사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조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사진을 열람한 전자수사자료표(E-CRIS) 시스템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지문을 채취해 본인을 확인하고 피의자 인적사항, 죄명 등 수사 및 범죄 경력을 기재하는 데 쓰는 정부 전산망이다. 수사 목적이 아닌 사적인 이유로 접속할 경우 자체 징계를 받게 된다. 처벌 범위를 놓고 갈등 소지도 남았다. 경찰은 24명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보지만 검찰은 열람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박훈상·신광영·최창봉 기자 tigermask@donga.com}
조사 도중 검사와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피의자 A 씨(43·여)의 얼굴 사진을 검사와 검찰수사관 24명이 정부 전산망을 통해 열람한 사실이 5일 확인됐다. 경찰은 사진 열람자 중에서 사진을 외부로 유출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사진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의 사진은 최근 인터넷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어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진 유포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열람자들 가운데도 상당수가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에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람이 사진을 열람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는데 이들 24명 중 상당수는 이번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사정당국 관계자와 서초서 등에 따르면 유출된 사진은 A 씨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에서 각각 얼굴 부분을 떼 나란히 붙인 것으로 주민등록증 사진은 고교 시절, 운전면허증 사진은 최근에 찍은 것이다. 특정인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열람하려면 정부 전산망인 전자수사자료표 시스템(E-CRIS)에 접속해야만 가능한데 여기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곳은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 2곳뿐이다. 경찰은 전모 검사(30)가 A 씨와 처음 성관계를 맺은 지난달 10일부터 A 씨 고소가 접수된 28일까지 해당 전산망에 접속해 A 씨 사진을 열람한 사람이 검사 10명, 검찰수사관 14명 등 총 24명인 것으로 확인하고 그 명단을 확보했다. 이 밖에 경찰관 2명이 전산망에 접속했지만 이들은 A 씨의 대형마트 절도사건 수사 담당이었으며 사진 열람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전산망이어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열람이 가능하다”며 “열람자의 실명과 접속 시간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누군가가 A 씨의 얼굴사진을 파일로 만들어 휴대전화로 옮긴 뒤 내부 메신저와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최초 유포자를 쫓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이들 24명에게 최근 출석요구를 했다.▼ 주민증-면허증 사진 유출… 수사기관만 열람할수 있어 ▼사정당국 관계자는 “문제의 사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나 수사기관 종사자 등으로 범위가 좁혀진다”며 “사진 유포자가 A 씨 가족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니홈피나 졸업앨범 사진을 올리는 통상적인 신상 털기 방식이 아니라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의 얼굴 사진을 정교하게 편집한 것으로 보아 접근 권한을 가진 이의 소행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A 씨 사진 유포 진원지가 만약 수사기관으로 밝혀질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전 검사의 성추문은 개인 비리로 마무리되고 있지만 피해 여성의 사진 유출은 수사기관이 피의자 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유포자가 검찰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나도 검찰의 신뢰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검경은 수사 목적으로만 해당 전산망에서 얼굴사진 등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엔 열람자 대다수가 수사와 관련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A 씨 변호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얼굴이 알려지는 바람에 A 씨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자녀와 함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등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경찰은 “사진 유포자가 확인되면 누가 됐든 즉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 씨 사진 유출 사태는 검경 갈등의 새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사진을 열람한 검찰 직원 가운데 외부 유포자를 가려내려면 검찰 내부 전산망과 해당 검사의 각종 통신기록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장 청구 등 검찰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경찰의 자료 협조 요청을 거부하거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할 경우 양측의 갈등이 예상된다.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 뇌물수수 사건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서도 검경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수사자료표 시스템 서버가 경찰청에 있어 검찰에 허락을 구하는 절차 없이 A 씨 사진 열람자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유포자 수사를 위해 검찰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지 신중히 판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대선후보 선거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해 경찰에 적발된 피의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명 중 2명은 범행 동기를 ‘호기심과 장난’이라고 밝혀 미성년자의 ‘철부지 범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3일 전국에서 일어난 대선후보 현수막 및 벽보 훼손 사건은 188건에 달하며 이들 중 3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36명 중에는 10대가 11명(30.5%)으로 가장 많았고 20, 30, 50대가 각각 7명이었다. 경찰은 이들 중 벽보 4장을 훼손한 1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범행 동기는 호기심과 장난 등의 사유가 23명(63.8%)으로 가장 많았다. 1일 충북 옥천군에서 담장에 부착된 선거벽보를 찢은 A 군(19)은 경찰 조사에서 “사진 속 후보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하는 등 장난삼아 범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어 ‘영업에 방해돼 항의 표시’(5명), ‘술에 취한 우발적 행동’(4명), ‘특정 후보 및 정당에 대한 불만 표출’(4명) 순이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검찰총장은 검찰의 ‘몸통’일까. 30일 사퇴한 한상대 검찰총장의 뒷모습을 보면 총장도 그저 ‘꼬리’에 불과한 것 같다. 한 총장은 이날 사퇴의 변에서 “검사 비리 사건과 내부 분란에 대한 어떤 질책과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이로써 검찰은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의 화살을 잠시 피할지 모른다. ‘꼬리 자르기’란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 총장 사퇴의 도화선이 된 최재경 중수부장과의 갈등은 검찰의 또 다른 치부를 드러내줬다. 최 중수부장은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10억 원 수뢰 혐의에 대한 경찰 내사와 검찰 감찰조사가 진행되던 11월 8, 9일 김 검사와 언론 대응요령에 관한 문자를 10여 차례 주고받았다.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김 검사) ‘사실과 다르다고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강하게 대처, 위축되지 말고 욱하는 심정은 표현하세요.’(최 중수부장) 최 중수부장은 대학동창인 김 검사에게 사적인 조언을 해줬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꽃’이라고 자처하는 대검 중수부의 수장이라면 ‘의혹을 부인하고 강경 대처하라’고 하기보다는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죗값을 받으라’고 설득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의 진의가 무엇이든 국민 눈에는 ‘비리를 감싸 조직을 지키려는’ 시도로 비쳤을 뿐이다. ‘뇌물 검사’ ‘성(性) 검사’ 사건을 잉태한 본질은 무슨 짓을 해도 처벌을 피해온 검찰의 성역화다. 비리수사로 잔뼈가 굵은 김 검사가 차명계좌로 수억 원을 받고, 신참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을 엄두를 낸 배경에는 ‘조직이 나를 지켜줄 것’이란 잠재적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한 총장의 사퇴로 중수부 폐지, 외부인사 주도 검찰개혁위원회 설치 등 ‘한상대 개혁안’은 빛도 못 보고 묻히게 됐다. 자체개혁을 이끌어갈 구심점이 없는 검찰로선 이제 타의에 의한 개혁을 거부할 명분도 없어졌다.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검찰 개혁을 공약한 마당에 자율적으로 개혁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검찰은 위기에 몰릴 때면 수뇌부의 ‘용단’을 끌어내 비난여론을 잠재운 뒤 조직을 지켜냈던 기존 방식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총장이 바뀌어도 검찰은 그대로인 이유다. 국민의 요구보다는 조직의 안위가 우선인 그 뿌리 깊은 관성이 검찰을 지탱해온 ‘몸통’인 셈이다. 검찰 스스로 환부를 도려낼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외부로부터의 ‘대수술’ 외엔 해법이 없다.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
경찰 순경 공개채용 시험과 간부후보생 시험의 응시 상한 연령이 내년부터 현행 30세 이하에서 40세 이하로 상향 조정된다. 경찰청은 경찰공무원임용령을 이같이 개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순경 공채의 응시 연령 상한을 30세 이하로 제한한 현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조치다. 경찰은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초 첫 순경 공채부터 새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순경 공채에 고교 졸업자들이 응시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등은 선택과목으로 분류했다.}
세간에 떠도는 특정 대선 후보의 유언비어를 인터넷 사이트나 트위터 페이스북에 퍼 나르다간 쇠고랑을 찰 수 있다. 동창회 향우회 모임에 가서도 혹시나 특정 후보 측이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게 좋다.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선 선거운동이 27일부터 본격 시작됨에 따라 경찰은 ‘선거경비·수사상황실’을 가동해 각 후보 측 선거운동원과 일반인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다. 선거법 위반은 직업적으로 선거판에 뛰어든 사람들만의 일은 아니다. 일반 시민이 무심코 한 행위도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이 2007년 17대 대선 때 적발한 선거법 위반 사례를 보면 전체 선거사범 2579명 가운데 후보비방으로 입건된 사람이 1149명으로 44.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선거운동원이 상대 후보를 비방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반인이 특정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인터넷 게시물을 여기저기 퍼 나르다가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퍼나르기’ 특히 조심 최근 허위사실로 밝혀진 ‘박근혜 출산설’ 같은 유언비어를 인터넷상에서 보고 확인 없이 다른 인터넷 사이트나 트위터에 올리거나 해당 트위터 글을 ‘리트윗’하는 방법으로 퍼 나르면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후보비방에 해당될 수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본인과 가족(배우자, 형제자매, 직계존비속)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사실인 경우라도 공익과 무관한 내용이면 후보자 비방죄로 처벌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아고라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문제없다”며 “다만 ‘특정 후보가 뇌물을 받았다더라’는 식의 뜬소문이나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욕설과 비난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거나 확산시키면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후보자 또는 정당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단속대상이다. 실제로 2월 한 누리꾼이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설문을 트위터에 올리고 결과를 발표해 경찰 수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부터 투표마감 시각까지 여론조사를 하려면 이틀 전 선관위에 서면으로 여론조사 세부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이런 절차 없이 설문조사를 하면 진행자뿐 아니라 설문 결과를 퍼 나른 사람도 처벌 받는다.○ 밥 한 숟가락 욕 한마디도 처벌 연말에 자주 열리는 동창회나 향우회 종친회 계모임 등에 참석할 때도 유의해야 한다. 모임을 여는 것 자체는 문제없다. 하지만 특정 후보 측에서 제공한 음식물을 먹으면 ‘과태료 폭탄’을 떠안을 수 있다. 모임 주선자는 제공받은 음식물 가액의 50배를, 단순히 참가해 식사한 사람도 30배를 과태료로 토해내야 한다. 특정 후보가 제공한 음식물인 줄 모르고 먹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대상이 된다. 길거리에 걸린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행위도 선거법 위반이다. 선거 벽보를 손이나 칼로 찢는 것은 물론 낙서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거리 유세 중인 후보에게 ‘당신의 정책이 싫다’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욕설을 하면 역시 단속 대상. 이 밖에 공개된 장소에서 5명 넘게 무리지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주장을 외치거나,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선거운동 하면서 활동비 음식물 등을 제공받는 것도 금지돼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꼭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해야 서민이 산다.”(조모 씨·46·제주)“안철수가 후보를 내려놨듯 나도 표를 내려놓겠다.”(김모 씨·28·경북 영주) “불안한 ‘친노 정권’보단 안정감 있는 박근혜가 낫다.”(신모 씨·64·서울) 유력 대선주자였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안 전 후보를 지지하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18대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4∼26일 동아일보 심층면접조사 결과 유권자 절반은 안 후보 사퇴를 ‘야권 후보 단일화’로 보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상적인 단일화 과정을 거쳤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보다는 안 전 후보를 지지하던 표심이 문 후보 측으로 전이된 강도가 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철수 지지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安→文 “정권교체가 최우선” 본보가 10월 25∼31일 실시한 1차 심층면접조사에서 문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 안철수 지지자는 66%였다. 하지만 이번 2차 조사에서는 16%포인트가 줄어든 50%가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물론 절대수치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안 전 후보와 문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29)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이 워낙 커 차선이나 차악을 택하더라도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곽모 씨도 “단일화 과정에서 문제가 있긴 했지만 문재인을 안 밀어주면 박근혜가 득을 볼 텐데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안철수 지지자 중 ‘싫어하는 후보’로 박 후보를 뽑은 비율(68%)도 문 후보(18%)보다 훨씬 높았다. 안 전 후보의 정치 노선을 계승할 후보가 문 후보밖에 없다고 판단한 지지자도 적지 않다. 광주 북구에 사는 김모 씨(50)는 “안철수가 원했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최모 씨(40)도 “안철수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라고 밝힌 이상 그 뜻에 따라 지지할 생각”이라며 “문재인도 민주당 소속인 점은 싫지만 사실 대통령감 아니냐”고 답했다. 기존 문 후보 지지자들은 안철수 지지자 절반이 ‘비(非)문재인’으로 가닥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인천 계양구의 박모 씨(39)는 “지금은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이 일시적인 실망감에 문 후보나 민주당이 밉겠지만 선거가 임박하면 ‘박근혜는 안 된다’는 정서가 강해져 문 후보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安→기권 “기존 정당은 희망 없어” 안 후보 사퇴 후 기권하겠다고 밝힌 안철수 지지자는 4명 중 1명꼴이다. 동일 집단을 대상으로 한 본보 1차 조사 때 안철수 지지자의 46%가 단일화에 반대했는데, 단일화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열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투표 의지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당에 대한 강한 반감’이 이들을 기권층으로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남 목포시의 김모 씨(38·여)는 “이번 단일화 과정은 힘과 조직의 논리만 보여준 것으로 문 후보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정치적 후퇴”라며 “개혁 세력이 빠진 이번 선거에 참여할 의미를 못 찾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 씨(53·여)는 “문재인을 뽑자니 실패한 정부인 노무현 정부 세력에게 또 나라를 맡기게 될 것이고, 박근혜를 뽑자니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는 것이어서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응답자도 많았다. 전북 전주시의 오모 씨(51)는 “안철수 사퇴 후 밥맛도 없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 투표고 뭐고 신경 쓰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安→朴 “국정안정이 차선책” 안 전 후보 지지자 가운데 18%는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로, ‘반민주당’ ‘반친노’ 정서가 강했다. 1차 조사 때 안 전 후보 지지자의 64%가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 또는 보수로 답했을 정도로 안철수 지지층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넓다. ‘안철수식 정치 개혁이 이번 대선에서는 불가능해졌지만 친노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배모 씨(63)는 “문재인은 친노의 꼭두각시 이미지가 강하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민주당 세력은 믿을 수 없다”며 “국가안보 의식이 투철하고, 오랜 기간 대선 출마를 준비해온 박근혜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의 유모 씨(41·여)는 “안철수를 지지한 건 야권 후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구태정치에 대한 혐오 때문”이라며 “문재인과 박근혜 중에서 굳이 고르라고 하면 그나마 첫 여성 대통령이란 상징성을 가진 박근혜에게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신광영·김준일 기자 neo@donga.com}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사퇴 선언에 진보진영과 재야, 시민단체 인사들은 “고맙고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에는 성원의 글이 잇따랐다.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안 후보의 결단으로 국민이 바라는 야권 단일화와 정권교체의 길에 한 발 더 나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대변인은 “안 후보의 백의종군, 살신성인의 자세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단일화 협상에 중재안을 제시했던 소설가 황석영 씨 등 ‘문화예술인·종교인 102명’은 긴급 성명에서 “안철수의 새 정치에 관한 꿈은 현재진행형”이라며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안 후보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헛되이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소설가 이외수 씨는 트위터를 통해 “오, 안철수!”라는 짧은 글로 안 후보의 결단에 감탄을 보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 후보에게 깊이 감사한다. 우리 모두 안철수에게 빚을 졌다”고 썼다.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진정한 단일화는 이제부터다. 두 분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전날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의 기자회견 직후 트위터에서는 “잘라 말하죠. 안캠(안철수 캠프)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안 후보의 ‘절친’인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은 “검산도해(劍山刀海·칼로 만든 산과 바다를 헤쳐 나가야 하는 숙명)를 알몸으로 건넌 존경하는 친구의 아름다운 도전을 잊지 않겠다”며 “당신은 늘 ‘진심’이었다”고 격려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큰 실망감을 표시했다. ‘더 큰 정치’를 기대한다는 반응도 나왔다.직장인 김규현 씨(42)는 “새 정치를 기대했는데 안철수가 안 나온다니 더는 기대를 걸 데가 없다”며 “한 후보는 불안하고 또 다른 후보는 답답해 싫기 때문에 이번 투표에 불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대학원생 김강민 씨(25·세명대 저널리즘스쿨)는 “문 후보와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안 후보가 정치에 대해 크고 뚜렷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문 후보 지지자인 직장인 김모 씨(43)는 “안 후보는 국민에게 감동을 준 차기 주자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며 “이제는 문 후보가 안 후보 지지자를 포용할 수 있는 감동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검산도해 劍山刀海: 칼로 만든 산과 바다를 헤쳐 나감이남희·신광영·김준일 기자 irun@donga.com}
일선 경찰관들이 영화 패러디 동영상으로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51·부장검사급)의 비리 수사를 가로채간 검찰의 행태를 비꼬아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무료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는 한국영화 ‘타짜’를 패러디해 검찰의 사건 가로채기를 꼬집는 3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조성신 순경이 올렸다. 동영상에는 “그랜저, 벤츠, 샤넬. 이것들의 공통점은?”이란 자막 이후 “대한민국 검사님들이 연루된 불미스런 비리사건”이란 문구가 이어졌다. 이어 “안타까운 건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검찰의 수사 가로채기”라는 말과 함께 이 영화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화장실에서 칼로 손가락을 자르려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 장면에서 “검찰이 비리를 스스로 조사하겠다며 제 손 자르기를 천명했다”는 자막이 뜨고 영화 속 라이벌이었던 아귀(김윤석)는 고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기할래? 너 그거 못 자른다.” 검찰이 동료인 김 검사 비리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것임을 풍자한 편집이었다.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정승혁 순경도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1분50초짜리 동영상을 11일 유튜브에 올렸다. 주인공 네오 일행을 검사 비리 수사에 나선 경찰로, 이들을 말살하려는 스미스 요원을 자체 수사를 벌이는 검찰로 각각 묘사했다. 정 순경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복제인간인 스미스 요원은 검사집단의 검사동일체 원칙(검사는 조직체의 일원으로 상명하복 관계에서 직무 수행한다는 뜻)을 상징한다. 특임검사도 별다를 것 없는 (검찰) 절대 권력의 수호자”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검사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가 19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 검사는 9억여 원의 뇌물과 수천만 원의 대가성 금품 등 모두 9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구속영장에 포함된 범죄사실 외에도 김 검사가 부산 C건설 등 다른 업체 여러 곳에서 받은 돈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계속 수사 중이다.신광영·최창봉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