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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광학 테크 기업 아이엘사이언스(대표 송성근)가 두피·모발 케어 전문 브랜드 폴리니크(FOLLINIC)의 성공적 론칭에 보답하고자 총 3억100만 원 상당의 ‘모가 이렇게 많아?’ 사은 이벤트를 개최한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이번 행사에 벤츠 E클래스와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캘리백, 롤렉스와 IWC 시계,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Z폴드3, LG 스타일러, 세라젬 안마의자, 아이패드 프로, 삼성 그랑데 건조기, 삼성 QLED TV 등 명품 사은품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6일부터 12월 23일까지 약 2주 간격을 두고 총 8회에 걸쳐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한다. 폴리니크 공식몰에서 ‘폴리니크 미세전류LED 두피케어기’를 구매하면 해당 기간의 회차에 자동 응모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부터 기후변화, 미세먼지, 콘크리트 산과 플라스틱 바다….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복합 문화공간 ‘F1963’에서 개막한 ‘2021 부산국제사진제’는 아시아, 유럽, 남미, 극지방까지 전 세계의 대륙에서 사진작가들이 목격한 ‘인류세 시대 지구가 보내는 SOS 구조신호’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한 ‘인류세’는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인류세’는 환경 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킨다.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은 방사성물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을 꼽는다. 지난해 부산국제사진제의 ‘인류세―Save Our Planet’ 주제전은 부산, 대구, 충남 천안 등 국내는 물론이고 벨기에 브뤼셀까지 이어지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부산국제사진제 총감독을 맡은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올해의 주제도 ‘인류세Ⅱ’로 정해 프랑스, 미국, 멕시코, 스위스, 중국, 독일, 한국 등 작가 12명의 신작을 선보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지구 표면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독일 사진가 톰 헤겐의 추상적인 항공사진 작품이 눈에 띈다. 회색빛 산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 잉크 같은 광물질이 누런 강물을 물들이고, 붉은색과 초록색을 띠는 탄광의 호수 위로 독수리가 유유히 날고 있다. 형형색색의 오염물질이 자칫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내 역겨워진다. 프랑스 작가 샤를 그젤로는 순록을 기르는 유목민인 네네츠족이 살고 있는 툰드라의 지하 가스 채굴 산업 현장을 촬영했다. 한국의 사진작가 황규태는 ‘묵시록 그 이후(After Apocalypse)’라는 연작에서 무한 복제되는 아기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무한한 욕심을 경고하는 ‘미래의 묵시록’을 선보인다. 포토몽타주 기법, 이중 노출, 필름 태우기(버닝), 디지털 이미지까지 다양한 기법을 통해 핵전쟁, 생명공학, 인류문명의 위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중국 작가 야오루는 중국 고전적 미적 화풍을 차용한 포토몽타주 표현 기법의 작품을 전시한다. 멀리서 보면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완벽했던 산과 강은 쓰레기 더미들을 초록색 폐기장 그물망으로 감싼 모습이다. 한때 조화로웠던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된 환경을 드러내는 극명한 대비다. 부산국제사진제는 지난해에는 부산항 풍경이 보이는 영도구 폐조선소에서 열렸다. 올해는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재생한 복합 문화공간인 ‘F1963’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외부에는 대나무숲길, 달빛정원 등이 옛 공장시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산국제사진제는 야외 대나무숲길에서도 열리고 있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생태사진을 찍어온 정봉채 작가의 ‘따오기’ 사진이 대나무숲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특별전으로는 ‘부산작가 초대전―사타’가 열리고 있다. 트라우마를 겪어서 생긴 감정을 주제로 작업을 해 온 사타는 불안과 공포 등 현대인이 가진 각종 증상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pandemic)부터 기후변화, 미세먼지, 콘크리트 산과 플라스틱 바다….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구락로(옛 망미동)의 복합 문화공간 F1963에서 개막한 ‘2021 부산국제사진제’에는 아시아부터 유럽, 남미, 극지방까지 전 세계의 대륙에서 12명의 사진작가들이 목격한 ‘인류세 시대 지구가 보내는 SOS 구조신호’의 생생한 현장이 선보이고 있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로 인해 열린 새로운 지질시대를 가리키는 새로운 용어다. 지질연대표의 시간대를 구분하는 명칭은 대부분 라틴어나 암석이 처음 발견된 지역을 따서 붙여졌다. 석탄기(Carboniferous)는 영국에서 발견된 석탄이 풍부한 암석을 가리켜 ‘석탄이 함유한’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비롯됐다. 쥐라기(Jurassic) 역시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사이에 놓인 쥐라 산(Jura Mountain)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대기과학자인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한 ‘인류세’는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지금까지 계속되던 충적세가 끝나고 이제 과거의 충적세와는 다른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인류세’는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킨다.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은 방사능물질,대기 중의 이산화탄소,플라스틱,콘크리트 등을 꼽는다. 고생대의 대표적 화석은 삼엽충,중생대는 암모나이트다. 한 해 658억 마리가 소비되는 닭고기의 닭 뼈를 인류세의 최대 지질학적 특성으로 꼽기도 한다. 수백만 년 뒤에는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 KFC 코카콜라’로 명명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사진제의 ‘인류세-Save Our Planet’ 주제전은 부산, 대구, 천안 등 국내는 물론 벨기에 브뤼셀까지 이어지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부산국제사진제 총감독을 맡은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작년에 이어 올해의 주제도 ‘인류세Ⅱ’로 정했다. 프랑스, 미국, 멕시코, 스위스, 중국, 독일, 한국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빙하가 녹고, 멸종 위기의 동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지구의 현재의 모습을 강렬한 이미지로 담아냈다. 입구에 들어서면 독일의 사진가인 톰 헤겐은 지구 표면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추상적인 항공사진 작품이 눈에 띤다. 회색빛 산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 잉크같은 광물질이 누런 강물을 물들이고, 붉은색과 초록색을 띠는 탄광의 호수 위로 독수리가 유유히 날고 있다. 형형색색의 오염물질이 자칫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내 역겨워진다. 러시아 작가 샤를 젤로는 순록을 기르는 유목민인 네네츠족이 살고 있는 툰드라의 지하 가스채굴 산업현장을 촬영했다. 이곳에서 채굴된 가스는 액화되어 전 세계로 해상 수송된다. 눈보라 휘날리는 툰드라의 대자연과 가스 채굴 공장의 초현대식 시설이 대비되는 작품이다. 한국의 사진작가 황규태는 ‘묵시록 그 이후’(After Apocalypse)라는 연작을 통해 무한복제되는 아기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무한한 욕심을 경고하는 ‘미래의 묵시록’을 선보인다. 포토 몽타주 기법, 이중노출, 필름태우기(버닝), 디지털 이미지까지 다양한 기법을 통해 핵전쟁, 생명공학, 인류문명의 위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중국 작가 야오루는 중국 고전적 미적 화풍을 차용한 포토몽타주 표현기법의 작품을 전시한다. 멀리서 보면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완벽했던 산과 강은 쓰레기 더미들을 초록색 폐기장 그물망으로 감싼 모습이다. 한때 조화로웠던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된 환경을 드러내는 극명한 대비다. 제이미 스털링스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설치된 부지를 하늘에서 촬영한 작품은 마치 디자인의 문양처럼 보인다. 석재현 전시감독은 “이번 주제전은 사회현상이 담긴 다큐멘터리 사진 뿐만 아니라 예술적 형식의 확장을 통해 강렬한 시각 메시지로 기후환경에 대한 시대적 담론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사진제는 지난해에는 부산항대교와 부산항이 보이는 영도구 폐조선소에서 열렸다. 거청조선소는 과거 조선소였다가 문을 닫은 곳으로, 사진 작품과 부산항 전경을 볼 수 있는 이색 전시공간이었다. 올해는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재생한 복합 문화공간인 ‘F1963’에서 열리고 있다. 고려제강은 철제 와이어를 전문으로 생산해온 회사로서 전시장 내부에 들어선 테라로사 커피숍에도 와이어를 재활용한 실내 인테리어가 설치돼 있다. 부산국제사진제 백성욱 조직위원장(부산예술사진가회 회장)은 “부산의 사진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행사가 국제적인 사진제로 발전하게 된 것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외부에는 대나무숲길, 달빛정원 등이 옛 공장시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산국제사진제 전시장은 야외 대나무숲길에서도 열리고 있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생태사진을 찍어온 정봉채 작가의 ‘따오기’ 사진이 대나무숲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특별전으로는 ‘부산작가 초대전-사타’가 열리고 있다. 트라우마를 겪어서 생긴 감정을 주제로 작업을 해 온 사타는 불안과 공포 등 현대인이 가진 각종 증상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사타는 지금 각종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미래에 ‘증상인간(HOMO SYMPTOMUS)’이라는 신인류일 수도 있음을 사진으로 전한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북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샹티이는 물 위에 떠 있는 듯 아름다운 ‘샹티이 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브라질 축구선수 호나우두가 결혼식을 올려 유명해졌다. 성 안에는 푸생, 바토, 라파엘로, 앵그르, 보티첼리, 들라크루아 등의 명화가 소장돼 있는 박물관이 있다. 고색창연한 중세시대 도서관도 감상할 수 있다. 카페에서는 콩데 가문의 왕실 요리사였던 바텔이 개발한 ‘샹티이 크림’ 커피와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산소(O2)길’이냐 ‘정희왕후길’이냐. 늦장마가 오락가락하는 강원 홍천 공작산의 수타사(壽陀寺) 계곡은 향긋한 흙냄새와 나무향기가 가득했다. 계곡물 소리가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수타사 산소길’이다. 이 길은 수타사에서 ‘귕소’ 출렁다리를 거쳐 다시 수타사로 돌아오는 3.2km 구간의 숲속 길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아름다운 계곡의 풍경뿐 아니라 정희왕후 태실, 월인석보, 정이품송, 수타사 동종 등 보물에 얽힌 역사적 스토리까지 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 조선왕조의 첫 여성 정치인조선 7대 왕 세조의 왕비인 정희왕후(貞熹王后·1418∼1483)는 조선 최초로 수렴청정을 하며 정치 일선에 나섰던 여인이다. 조선시대에는 6명의 대왕대비가 7회에 걸쳐 수렴청정을 했는데, 정희왕후가 첫 선례였다. 고려시대까지는 주로 왕의 어머니가 섭정을 했는데, 조선시대에는 정희왕후 이후로 왕실의 가장 큰 어른인 대왕대비가 수렴청정을 하는 전통이 이어졌다. 세조는 조카 단종을 밀어내고 왕위에 올랐지만, 14년 만에 병치레 끝에 승하했다. 세조가 죽은 뒤 차남 예종이 왕위에 올랐다. 예종은 족질(足疾)이라는 병으로 1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예종의 형(의경세자)의 둘째아들인 성종이 13세에 왕위에 올랐다. 정희왕후는 성종이 20세 성인이 될 때까지 7년 동안 수렴청정을 하며 조선의 최고정책결정권자가 되었다. 조선 초기 왕권의 혼란기에 보여준 정희왕후의 노련하고 과단성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리더십은 요즘도 회자된다. 그는 종친 정리작업을 통해 왕권을 안정시키고 종친의 관리 등용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적도 감싸는 포용력을 발휘했다. 세조에게 반기를 들어 역적으로 몰린 정종의 아들 정미수를 관리로 등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왕실의 고리대금업을 엄단하고 농업과 잠업을 육성했다. 과단성 있고 노련했던 정희왕후의 수렴청정으로 조선 왕실은 안정되고, 이후 성종의 친정기에 문물제도가 완성되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 세조와 정희왕후는 경기 남양주시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에 묻혔지만, 홍천엔 세조와 정희왕후의 흔적이 적잖게 남아 있다. 홍천의 공작산 입구에 있는 수타사는 정희왕후의 태가 봉안된 곳이다. 공작산은 예로부터 ‘한 마리의 공작새가 알을 품고 있는 듯하다’고 해서 공작포란형(孔雀抱卵形) 산세로 유명하다. 수타사 성보박물관에는 1459년 세조가 편찬한 월인석보(月印釋譜) 17, 18권이 보관돼 있다. 수타사 사천왕상 배 속에서 발견된 보물 제745호인 ‘월인석보’는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과 세조가 지은 ‘석보상절(釋譜詳節)’을 함께 묶어 펴낸 책이다. 훈민정음 창제 후 처음 나온 불경언해서로 불교문화사와 국어사 연구의 중요한 사료이다. 수타사 옆 연꽃이 피어 있는 생태숲공원을 지나서 숲속 길을 걷는다. 산소길이다. 계곡을 왼쪽에 끼고 천천히 걷다 보면 반환점인 ‘귕소’ 출렁다리가 나온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귕’은 통나무를 파서 만든 소나 말의 여물통의 황해도, 강원도 사투리라고 나온다. 기다랗게 생긴 소가 ‘갈 지(之)’자 모양으로 놓여 있는 모양이 여물통과 똑 닮았다. 귕소 출렁다리를 건너 다시 수타사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시퍼렇고 깊은 ‘용담(龍潭)’이 나온다. 용이 승천하는 연못이라는 전설이 있다. 용담으로 흘러들어가는 폭포에 명주 실타래를 풀면 끝이 없을 정도로 들어간다고 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동굴이 있어서, 소용돌이 때문에 한번 빠지면 나오지 못하는 깊은 물이다. 정희왕후는 아버지 윤번이 홍천 현감으로 재직 시 홍천의 관아에서 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태가 봉안된 곳은 용담 뒤편에 있는 작은 능선으로 추정된다. 수타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에는 봉분 모양으로 태실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사각 모양의 반듯한 돌들이 널브러져 있다. 조선총독부는 1928년 조선왕조의 정기를 끊기 위해 전국 각지의 사찰에 봉안된 왕실의 태실 53위를 서삼릉으로 옮겼으나 정희왕후의 태실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용담 주변에는 세조가 벼슬을 내린 소나무 정이품송의 자목(子木)도 심어져 있다. 홍천군이 충북 보은군으로부터 정이품송의 자목을 분양받아 심은 것이다. 홍천군은 수타사 산소길을 ‘정희왕후길’, 생태숲을 ‘왕후의 숲’으로 이름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조와의 인연이 있는 역사 스토리텔링 관광자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아기자기한 절경이 펼쳐지는 팔봉산 수타사 산소길은 ‘홍천 8경(景)’ 중 제6경으로 꼽히는데, 제1경은 팔봉산(해발 327m)이다. 8개의 봉우리가 아기자기하게 어깨를 맞댄 산이다. 홍천강의 굽이치는 물줄기와 팔봉산의 기암절벽은 수반(水盤) 위에 놓인 아름다운 수석처럼 보인다. 매표소에서 출발해 1봉부터 8봉까지 완등한 후 원점 회귀하는 데 총 3시간 정도 걸리는 아기자기한 산이지만, 쉽게 봐선 큰코다친다. 암벽타기를 하듯이 바위에 박힌 철제구조물에 손과 발을 온몸으로 지탱하며 등산해야 한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봉우리에 올라설 때마다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진다. 4봉에서 바라보면 둥그렇게 마을을 감싸고 돌아가는 홍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홍천(洪川)이란 지명이 유래한 ‘너브내’(넓은 내)의 모습이다. 4봉을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철제 사다리를 이용하는 길이고, 또 다른 방법은 ‘해산굴’을 통과해서 올라가는 것이다.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는 것이 출산의 고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산굴은 통과할 때마다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어 장수굴이라고도 불린다. 틈이 삼각형 모양이라 배낭을 벗고 몸을 요리조리 비틀며 올라가야 통과할 수 있다. 혼자 산행을 한 터라 굴 앞에 도착해 자칫 몸이 낄 것 같은 두려움에 용기를 잃고 먼 길을 돌아갔다. 8봉까지 등반한 후 하산 길에는 홍천강이 반겨준다. 홍천강변을 따라 낚시와 래프팅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걷는 산책길은 팔봉산 등산의 마지막 즐거움이다. ○탄약창고와 폐교가 미술관으로 홍천에서는 지난해 ‘강원국제키즈트리엔날레’에 이어 올해는 9월 30일부터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가 열린다. 국제 미술제가 열리는 장소는 색다르다. 홍천군 결운리에 있는 제11기계화보병사단의 옛 탄약정비공장이다. 1973년 준공 당시부터 놓여 있던 폭발 방호벽, 컨베이어벨트와 탄약도장용 회전기계 등의 시설물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벽화와 설치작품,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돼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국제미술제가 열리는 또 다른 미술관은 와동분교다. 1954년 개교한 후 62년의 역사를 끝으로 2015년에 폐교돼 잡초가 무성했던 곳이다. 교실과 뒤뜰에 미술작품이 설치됐고, 운동장에는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연못과 파빌리온이 설치됐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장터 국수, 젓갈, 꿀, 커피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맛집 홍천읍 와동로 ‘홍천강 막국수’는 감칠맛 나는 막국수와 구수한 옹심이 칼국수가 유명하다. 팔봉산관광지에는 민물매운탕을 내는 식당이 많다. 홍천읍 하오안리 오안초등학교 주변에는 돼지고기·쇠고기 화로구이 집들이 모여 있다. 글·사진 홍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가위가 다가오면서 명절 선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예전과는 달리 모두가 함께 만나 즐기는 들뜬 명절이 아니라 가족, 친척, 지인과의 만남을 최소화해야 하기에 직접 가지 못하는 대신 좀 더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국산 과일 대표 생산자 단체인 한국과수농협연합회 박철선 회장은 “코로나19 시국이기에 받는 분에게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면 우리 과일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1년의 정성이 담긴 우리 과일은 모두가 풍성함을 함께 나누는 추석 명절을 더욱 뜻깊게 하는 선물이라는 뜻이다. 우리 땅에서 자란 햇과일은 추석 차례상에도 올리고 명절 주 메뉴인 갈비찜, 불고기에서 과일안주와 다과상에 이르기까지 널리 활용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부담이 없고 환영받는 선물이 된다. 요즘은 우리 과일 선물세트도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 한 종류의 과일만을 담은 사과, 배 선물세트는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사과와 배 2종 혼합세트도 인기가 높다.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을 위한 최고급 우리 과일 선물세트는 물론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알뜰한 구성의 세트를 찾는 고객을 위한 상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추석에 제철을 맞는 햇사과, 햇배 등은 과즙이 매우 풍부하고 향기가 깊다. 우리 사과와 배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과일이면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한류 과일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사과와 배는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한 것은 물론이고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과일이기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과는 껍질의 색이 고르고 푸른빛이 적으며 흠집이 없고 들어봤을 때 단단하고 묵직한 것이 좋다. 배는 꼭지 부분이 깊고 넓은 것이 당도가 높다. 또한 껍질이 매끈하고 좌우대칭이 맞으며 연한 황갈색을 띠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배는 무조건 큰 것을 고를 게 아니라 성인 주먹 2개 정도 크기의 배를 선택하면 식감, 향,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명절 선물로 받은 과일은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까. 올해 한가위는 이른 추석이라 한낮에는 기온이 높아 수분 증발 위험이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냉장 보관하기를 권한다. 사과는 햇볕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었다가 남은 것은 반드시 냉장고에 넣는 것이 좋다. 사과는 특유의 에틸렌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독 보관하거나 하나씩 싸서 보관한다. 배도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하나씩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랩이나 비닐로 싸서 넣어두었다가 먹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시대이므로 비대면 선물 배송을 이용하면 더욱 편리하다. 전국 과실 전문 산지유통센터에서 품질을 엄격하게 선별하여 출하하는 우리 과일 선물세트는 사전 예약을 하면 할인 폭도 커진다. 우리 과일 생산자 단체인 ‘썬플러스―한국과수농협연합회’ 홈페이지에서는 9월 3∼12일 예약을 하면 2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은 그레고리 펙과 함께 스쿠터를 타고 트레비 분수에 가서 동전을 던진다. 영화 ‘분수와 동전 3개’에는 ‘동전 한 개를 던져 분수에 들어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오고, 두 개가 들어가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세 개가 들어가면 그와 결혼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이탈리아가 봉쇄되자 분수의 물도 말랐다. 최근 다시 분수에 동전이 쌓이기 시작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집인가 백화점인가? 백화점의 쇼룸을 아파트 평수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실제의 집과 똑같이 연출해 그대로 살고 싶은 ‘큐레이션 리빙관’이 인기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오픈한 동탄점 6층에 자연 채광의 ‘프리미엄 쇼룸’ 콘셉트인 큐레이션 리빙 전문관을 오픈해 100여 개의 다양한 리빙 브랜드를 선보였다. 동탄점 인근의 아파트 평수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실제 집과 같이 연출했다. 중심부에는 한옥 지붕에 스치는 바람의 이미지를 연출한 백승호 작가의 작품 ‘공, 유, 경(空, 有, 景)’을 설치해 전통의 미를 더했다. 특히 홈스타일링 큐레이션숍 ‘메종아카이브’는 거실부터 침실, 부엌까지 공간별로 ‘마마콤마’ 같은 젊은 감각을 담은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오스트리아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아우르가르텐’과 이탈리아 하이엔드 조명 ‘에스램프’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는 인테리어 제품들을 제안한다.또한 리빙 상품들을 직접 체험한 후 구매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도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유명 셰프와 협업하여 동탄점에서 최초로 선보인 체험형 다이닝 ‘스카이파티오(SKY PARTO by Ryunique)’가 있다. 류태환 셰프의 브런치 메뉴와 함께 ‘프리츠한센’ ‘로얄코펜하겐’ ‘스타우브’ 등 주변 매장의 상품들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또한 경기 최대 규모의 ‘에이스 프리미엄숍’을 포함한 ‘시몬스’와 ‘템퍼’ 등 침대 매장에서는 직접 매트리스에 누워 체험할 수 있는 ‘매트리스랩’을 운영하여 개인별 수면 유형에 맞는 침대를 선택할 수 있다. 경기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매장인 ‘엘지전자’와, ‘비스포크’ 특화존을 구성한 ‘삼성전자’도 직접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를 강화했다.한편 한 층에 모든 리빙 브랜드를 입점시키던 기존 리빙관들과 달리 동탄점은 6층의 메인 리빙관 외에도 각 층별 상품군과 주 이용 고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리빙 매장들을 선보인다. ‘애플’과 ‘삼성모바일스토어’는 야외 스트리트몰에 위치시켜 일반 로드숍과 같이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하이엔드 리빙 편집숍인 ‘더콘란샵’은 해외패션 브랜드가 많은 1층에, ‘드론’ 비행을 체험해볼 수 있는 ‘DJI ARS’ 매장은 남성패션관이 있는 4층에 오픈해 주변 매장들과 조화를 이룬다. 그 외에도 아쿠아리움을 연상시키는 ‘아쿠아테리아(아쿠아+인테리어)’ 카페 ‘D.AQUA(디.아쿠아)’는 푸드에비뉴가 위치한 지하 1층에서, 직접 도예를 체험해볼 수 있는 ‘이도 아카데미’는 라이프스타일랩 등이 위치한 지하 2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실제로 롯데백화점 리빙 상품군 매출은 2020년 전년 대비 16% 신장한 데 이어 올해 1∼7월에도 33% 고신장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본점과 잠실점 등 주요 점포의 리빙관을 리뉴얼하고, 신규 오픈 점포에도 리빙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6월 동부산에 1만3520㎡ 규모의 초대형 리빙 전문관인 ‘메종동부산’을 오픈했으며, 잠실점은 8월부터 단계적으로 리빙관 면적을 1.5배 넓히며 하이엔드 리빙 전문관 콘셉트로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롯데백화점 오세은 생활가전팀장은 “동탄점의 리빙관은 층 이름도 일반적인 ‘생활가전층’이 아닌 ‘Curated Rooms’일 정도로 실제 집과 같은 공간으로 연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며 “단순한 상품 진열과 판매를 넘어 고객들이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리빙 콘텐츠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라면과 스낵 등 전 국민의 맛을 사로잡아온 농심이 최근 새로운 슬로건 ‘인생을 맛있게, 농심(Lovely Life Lovely Food)’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특히 농심은 최근 ‘필(必)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라벨 없는 백산수 출시, 라면 재포장 방식 변경, 대체육 사업 추진 등 친환경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5월 농심은 라벨이 없는 백산수를 출시했다. 무라벨 백산수는 온라인몰과 가정배송에서 판매를 시작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로 판매망을 넓혀 가고 있다. 농심은 연내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다. 무라벨 백산수는 음용 후 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을 없앰으로써 분리배출의 편의성과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라벨 사용량이 줄어들어 자원 절약의 효과도 있다. 이와 더불어 농심은 페트병 경량화도 추진하고 있다. 농심은 2019년 12월, 백산수 0.5L 제품의 경량화를 추진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13.5% 줄인 바 있으며 연내 2L 제품도 경량화를 적용할 예정이다. 농심은 페트병 경량화로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440t 이상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은 라면 비닐 재포장 방식 변경을 통한 포장지 사용량 절약도 추진하고 있다. 농심은 6월 생생우동 4개 묶음 제품 포장을 밴드로 감싸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농심은 그간 포장재 규격을 최적화하고 불필요한 트레이를 제거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연간 2000t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또 최근에는 큰사발면의 용기를 스티로폼(PSP) 재질에서 종이로 바꾸고 생생우동 용기를 흑색에서 백색으로 전환해 재활용 용이성을 높이기도 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농심은 사내에서 수거한 백산수 페트병을 재활용사업자에게 무상 제공하고 재생 페트(PET)로 만든 필름을 실제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재활용률 높이기에 힘쓰고 있다. 특히 식품업계 최초로 5월부터 오징어짬뽕큰사발 뚜껑의 재료로 재생 페트 필름을 사용했으며 향후 신제품 포장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또 농심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체육은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어 최근 친환경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농심은 그간 라면의 별첨 수프에 사용하는 대두단백과 수출용 NO MEAT 라면 수프를 제조하며 비건 푸드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여기에 맛을 내는 정미 소재 개발 역량을 더해 맛있는 식물성 대체육과 비건 간편식품을 만들어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중앙학교는 외국인 선교사가 지은 학교나, 한 개인이 사재(私財)를 털어서 만든 학교가 아닙니다. 전국의 민족지도자와 각 지방의 민립학회들이 하나로 뭉쳐서 세운 학교는 전 세계에서 중앙학교가 유일합니다.” 채정석 중앙교우회장(65·법무법인 웅빈 대표변호사)은 “민족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만든 중앙학교는 우리나라 사학(私學)의 역사를 이어오는 진정한 자율형사립고”라고 힘주어 말했다. 채 회장은 중앙고를 비롯해 서울시내 8개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관련 소송에서 서울시교육청이 모두 패소한 데 대해 “사필귀정의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에는 공립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립학교의 자율성 있는 교육 정책과 학생선발권을 보장해주는 교육도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중앙학교의 역사는 1908년 1월 경기도와 충청도 출신의 우국지사들을 중심으로 창립된 기호흥학회(畿湖興學會)로부터 비롯됐다. 당시는 을사늑약(乙巳勒約·1905년) 체결로 나라의 명운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롭던 시절이었다. 민족 선각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가능한 일은 신교육, 신문화의 계몽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실력을 기르는 일이라고 생각해 전국 각지에서 학회와 학교를 조직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나 각 지역의 민립학교는 재정난을 겪었다. 기호학교는 1910년 9월 융희학교와 합병한다. 융희학교는 개화 선각자 유길준 선생이 주축이 되어 1907년에 조직된 흥사단이 세운 학교인데, 두 학교 모두 경영난으로 존속이 여의치 않게 되자 합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같은 해 11월 호남학회, 교남교육회, 관동학회도 기호흥학회와 합쳐져 중앙학회로 개칭하고, 학교 이름도 ‘사립중앙학교’로 바꾸었다. 이후 1915년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이 중앙학교를 인수해 명문 사학으로 키워냈다. ―중앙고가 자율형사립고를 유지하는 이유는…. “최남선 선생이 지은 중앙고의 교가에는 ‘건아야 모였도다 열세 길로서∼ 퍼지리라 골고루 예서 얻은 빛’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중앙고는 구한말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선각자들이 사비를 털어서 세운 전국 각지의 민립학교가 한데 통합해 만든 학교입니다. 일제강점기의 관제교육에 맞서 민족정신을 키우는 사립학교 교육을 대표하는 학교였습니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로 사립학교 교육에 상당한 제약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공립학교와 더불어 사립학교의 자율적인 교육에 대한 보장은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광복 이후 1970년대 중반 고교평준화가 실시될 때까지 세칭 5대 명문 공립(公立) 고교로는 경기·서울·경복·용산·경동고등학교가, 5대 명문 사학으로는 중앙·휘문·보성·양정·배재고등학교가 꼽혔다. 그러나 고교평준화 이후 이들 중 상당수는 교육 여건이 더 나은 강남으로 학교를 이전했다. 공립 중에선 경기고와 서울고가 강남으로 옮겨갔고, 5대 명문 사학 중 지금도 강북 서울 종로구 한복판에 남아 있는 학교는 중앙고등학교가 유일하다. 채 회장은 “인구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구도심에 있는 학교는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이 없어 정원을 채우기도 힘들다”며 “중앙고는 창학 당시부터 전국 13도에서 온 학생을 가르치고, 다시 전국으로 내보냈던 학교였던 만큼 지역을 떠나 서울지역 전체나 전국에서 자유롭게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교우회는 1911년 1회 졸업생이 배출된 해에 만들어져 올해로 110주년을 맞았다. 중앙교우회 역대회장은 윤치영 전 국회부의장, 국어학자 이희승 박사, 채문식 전 국회의장, 김각중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명예회장, 김봉은 전 외환은행장,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서정호 앰버서더호텔그룹 회장 등 학계 정치계 관계 경제계에서 큰 역할을 한 거목들이 맡아왔다. 중앙교우회는 중앙고 100주년을 맞아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자 교우회관 건립기금으로 모았던 80억 원의 기금 전액을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기금으로 기증했다. 중앙고는 2012년 총 246명이 생활할 수 있는 최신 시설의 기숙사를 완공했다. 또한 중앙교우회가 모은 약 40억 원의 기금으로 만들어진 계원장학회가 학생들의 등록금을 지원하고, 매년 학생들을 선발해 미주 연수를 지원해왔다. 채 회장은 중앙교우회를 재단법인으로 발전시켜 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일 계획을 밝혔다. “현행법상 교우회가 운영하는 장학재단은 학생들의 등록금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많습니다. 교우회가 재단법인을 설립해 학교에 필요한 첨단 교육 기자재 지원, 원어민 교사 채용 확대, 교사들의 교육훈련, 생활이 어려운 학생 생활비 지원 등 자율형사립고인 중앙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자 합니다.” ―중앙을 상징하는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앙하면 떠오르는 정신은 ‘민족’입니다. 그다음이 ‘자유’입니다. 개교 이래 규율부가 없었고, 두발과 교복도 자유로운 학풍을 이어왔습니다. 또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공선사후(公先私後)’와 ‘양입계출(量入計出)’ 정신도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회나 단체생활을 할 때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공인으로서의 의식을 갖고, 합리주의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앙의 정신입니다.” 채 회장은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한 후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검찰청 검사 및 부장검사,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법무실장 사장을 지낸 법률전문가이자 저작권연구소를 설립하여 문화·스포츠저작권 관련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부회장을 맡고 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중앙의 교지(校旨)는 ‘웅원(雄遠)’ ‘용견(勇堅)’ ‘성신(誠信)’입니다. 웅원은 ‘소년이여 꿈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말처럼 큰 꿈을 지니라는 뜻이고, 용견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굳건하게 견디며, 용감하게 헤쳐나가라는 말입니다. 성신은 성실하고 꾸준하게, 믿음이 가도록 행동하라는 뜻이죠. 요즘 벤처기업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삶의 자세는 없습니다. 멀리 보고 큰 꿈을 꾸고, 어려움을 용감하게 헤쳐나가고, 성실하고 꾸준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죠.”글 사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에트르타에는 유명한 세 마리 ‘코끼리 바위’가 있다. 두툼한 코를 가진 아빠 코끼리, 콧날이 날렵한 엄마 코끼리, 작고 뭉실뭉실한 아기 코끼리…. 에트르타의 하얀 절벽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배경이고, 화가 쿠르베와 모네는 코끼리 바위를 그렸다. 절벽 위에는 해안 절경을 보며 티샷을 날릴 수 있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이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바로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이다. 원시림과 기암괴석, 희귀 멸종위기 동식물의 자생지로서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연간 40만 명의 관광객이 울릉도를 다녀가지만 대부분 육지 풍경만 보고 돌아간다. 물속에 감춰진 울릉도의 수중세계는 더 넓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8월 초 울릉도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며 바닷속 세계를 탐험했다.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을 때 “지구의 70%는 물이다. 평생 모르고 지내왔던 70%의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 해안 절벽에서 만난 부시리 떼와 춤을지난해 아내가 제주해녀학교에 다닐 때 나도 휴가 때 내려가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다. 이후 대학 동기들과 함께하는 스킨스쿠버 동호회에 참가해 동해와 남해, 제주 바다에서 30여 차례 다이빙을 했다. 국내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각광받는 울릉도를 찾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다이빙 연습을 하며 가슴이 설렜다. 한반도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인 독도와 울릉도는 수심 2000m가 넘는 심해에 둘러싸여 있다. 송곳처럼 생긴 지형의 특성으로 해안선 가까이에도 수심이 깊어 배타고 5km만 나가도 수심 1000m의 심해에 이른다. 울릉도의 다이빙 포인트는 죽도, 관음도, 공암(코끼리 바위), 대풍감 같은 유명 관광지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해변에 꽂힌 기암괴석과 주상절리(화산재가 기둥 모양으로 굳어 쌓여 있는 암석) 절벽으로 이뤄진 섬이다. 울릉다이브리조트의 선장님이 “울릉도 최고 포인트”라고 소개한 ‘능걸’에 도착하자 절벽 밑으로 다이버들이 차례로 입수했다. 물속으로 20, 30m 하강하는데 수중에서도 지상과 똑같은 90도 가까운 직벽이 이어진다. 절벽을 한쪽 어깨 방향에 두고 조류를 타면서 천천히 섬 주변을 돈다. 필리핀 보홀 등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월(Wall) 다이빙’이다. 20, 30m 앞까지 훤히 보이는 시야를 자랑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대형 바닷말류(해조류)인 대황과 감태숲이다. 강릉이나 양양 앞바다에 입수했을 때는 산호와 해조류가 없어 사막화된 하얀색 바위가 많았는데 울릉도 바다는 그야말로 생명력이 넘치는 원시림 계곡이다. 대황숲은 물고기들이 숨어 살 수 있는 은신처이자 전복, 소라의 먹이가 되어 주는 고마운 해조류이다. 대황숲 사이로 자리돔, 파랑돔, 돌돔, 쥐치, 놀래기, 볼락 같은 물고기 떼가 끊임없이 지나간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물회로 먹는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이 왜 울릉도에 있을까? 북태평양의 구로시오에서 발달해 제주도와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쓰시마난류를 타고 온 자리돔이다. 파랑돔, 줄도화돔 같은 열대성 어류는 겨울이 되면 사라지지만 자리돔은 겨울철에도 울릉도 수중 바위틈에 머문다고 한다. 자리돔과 숨바꼭질하며 물속 계곡을 넘나들다 거대한 부시리 떼를 만났다. 은빛 몸통에 노란색 꼬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부시리. 방어와 더불어 ‘채널A 도시어부’에 자주 나온 물고기를 여기서 만나다니…. 수백 마리의 부시리 떼 사이로 고프로(수중 액션캠)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물고기 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가이드를 맡은 원용석 다이빙 강사(테마스쿠버)는 “수중에서 물고기 떼를 만났을 때 다이버가 그 안에 들어가 가만히 있으면 물고기가 나를 감싸고 회오리바람처럼 돌며 묘한 질서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통구미 마을 거북바위 앞에서도 전갱이 떼를 만났다. 수심 15m가량의 물속에서 테트라포드가 마치 미래의 수중도시처럼 펼쳐져 있던 곳에 수천 마리의 전갱이 떼가 놀고 있었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 내가 전갱이를 따라가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다가와 나를 감싸고…. 물고기와 추었던 ‘밀당’춤은 오랫동안 눈에 선한 여운으로 남았다. ●심해에 핀 해송(海松)과 동굴 탐험애국가의 가사대로 동해물이 마른다면 울릉도와 독도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울릉도는 해저면부터 최고봉인 성인봉(986.5m)까지 약 3300m 이르는 거대한 산이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는 2300m에 이르는 뾰족한 해저산의 정상부에 송곳처럼 뾰족한 두 개의 봉우리다. 울릉도의 44개의 부속섬 중 가장 큰 죽도는 주민 김유곤 씨(53) 가족이 더덕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유인도다. 죽도 앞바다에 들어가 보니 해저 40m 지점에 눈송이처럼 하얀 백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 희귀 산호다. 해송 군락 근처에는 강렬한 붉은빛의 부채뿔산호와 딸기산호, 해면류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수중 경관을 뽐냈다. 그런데 절벽에 피어 있는 해송을 찍기 위해 한 바퀴 도는 순간, 절벽 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심해 바다를 보고 가슴이 떨려 재빠르게 이동했다. 죽도, 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울릉도 부속섬인 관음도는 요즘 관광지로 핫하게 떠오르는 섬. 해안도로에서 연륙교로 이어진 관음도는 40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삼선암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관음도 산책길은 제주 올레길처럼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관음도 동북쪽 해안절벽에는 높이 14m가량의 ‘관음 쌍굴’이 있다. 육지에서만 감상한 사람은 볼 수 없고, 배를 타고 가야만 볼 수 있는 동굴이다. 관음상을 닮은 두 개의 굴이 나란히 서 있는 이 곳은 과거에 해적들의 소굴이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다이빙보트가 관음 쌍굴 앞에 정박하자, 장비를 갖추고 물에 뛰어들었다. 잠시 하늘을 쳐다보니 관음도의 주상절리 절벽이 마치 거인의 근육질 몸처럼 보여 위용이 대단했다. 울릉도는 죽도 콧구멍, 관음 쌍굴, 거북바위 가재동굴, 학포케이브 등 해저동굴 다이빙의 명소이기도 하다. 물속에서 바위 틈 사이로 들어가면 동굴이 이어진다. 바닥에는 지름 2, 3m의 커다랗고 둥근 알처럼 생긴 바위들이 널려 있고, 그 사이를 떠다니는 줄무늬가 예쁜 돌돔과 거대한 해파리들! 동굴 입구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빛에 수중 하늘이 터키색처럼 빛난다. 신비로운 푸른빛과 어둠이 대비되면서 환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다. 임신원 강사(NASE 코리아)는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울릉도는 동남아 부럽지 않은 다양한 수중세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맛집=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먹거리는 오징어 내장탕, 홍합밥, 독도 새우, 그리고 따개비 칼국수다. 울릉도 바닷 속 주상절리 구조의 절벽은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다. 수직암벽과 바위에는 어른 주먹만한 홍합들이 잔뜩 붙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홍합은 본래 표면이 검고 윤기가 나는데, 울릉도의 홍합에는 표면에 옅은 분홍색 석회조류나 말미잘같은 부착생물이 달라붙어 검은빛깔이 보이지 않는다. 이 커다란 홍합을 넣어서 지은 밥이 유명한 울릉도의 ‘홍합밥’이다. 도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보배식당(054-791-2683)은 울릉도의 별미 ‘홍합밥’을 정갈하고 맛있게 지어낸다. 자연산 홍합을 넣어 지은 밥에 김과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울릉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바로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이다. 원시림과 기암괴석, 희귀 멸종위기 동식물의 자생지로서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연간 40만 명의 관광객이 울릉도를 다녀가지만 대부분 육지 풍경만 보고 돌아간다. 물속에 감춰진 울릉도의 수중세계는 더 넓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8월 초 울릉도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며 바닷속 세계를 탐험했다.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을 때 “지구의 70%는 물이다. 평생 모르고 지내왔던 70%의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해안 절벽에서 만난 부시리 떼와 춤을 지난해 아내가 제주해녀학교에 다닐 때 나도 휴가 때 내려가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다. 이후 대학 동기들과 함께하는 스킨스쿠버 동호회에 참가해 동해와 남해, 제주 바다에서 30여 차례 다이빙을 했다. 국내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각광받는 울릉도를 찾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다이빙 연습을 하며 가슴이 설렜다. 한반도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인 독도와 울릉도는 수심 2000m가 넘는 심해에 둘러싸여 있다. 송곳처럼 생긴 지형의 특성으로 해안선 가까이에도 수심이 깊어 배 타고 5km만 나가도 수심 1000m의 심해에 이른다. 울릉도의 다이빙 포인트는 죽도, 관음도, 공암(코끼리 바위), 대풍감 같은 유명 관광지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해변에 꽂힌 기암괴석과 주상절리(화산재가 기둥 모양으로 굳어 쌓여 있는 암석) 절벽으로 이뤄진 섬이다. 울릉다이브리조트의 선장님이 “울릉도 최고 포인트”라고 소개한 ‘능걸’에 도착하자 절벽 밑으로 다이버들이 차례로 입수했다. 물속으로 20, 30m 하강하는데 수중에서도 지상과 똑같은 90도 가까운 직벽이 이어진다. 절벽을 한쪽 어깨 방향에 두고 조류를 타면서 천천히 섬 주변을 돈다. 필리핀 보홀 등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월(Wall) 다이빙’이다. 20, 30m 앞까지 훤히 보이는 시야를 자랑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대형 바닷말류(해조류)인 대황과 감태숲이다. 강릉이나 양양 앞바다에 입수했을 때는 산호와 해조류가 없어 사막화된 하얀색 바위가 많았는데 울릉도 바다는 그야말로 생명력이 넘치는 원시림 계곡이다. 대황숲은 물고기들이 숨어 살 수 있는 은신처이자 전복, 소라의 먹이가 되어 주는 고마운 해조류이다. 대황숲 사이로 자리돔, 파랑돔, 돌돔, 쥐치, 놀래기, 볼락 같은 물고기 떼가 끊임없이 지나간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물회로 먹는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이 왜 울릉도에 있을까? 북태평양의 구로시오에서 발달해 제주도와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쓰시마난류를 타고 온 자리돔이다. 파랑돔, 줄도화돔 같은 열대성 어류는 겨울이 되면 사라지지만 자리돔은 겨울철에도 울릉도 수중 바위틈에 머문다고 한다. 자리돔과 숨바꼭질하며 물속 계곡을 넘나들다 거대한 부시리 떼를 만났다. 은빛 몸통에 노란색 꼬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부시리. 방어와 더불어 ‘채널A 도시어부’에 자주 나온 물고기를 여기서 만나다니…. 수백 마리의 부시리 떼 사이로 고프로(수중 액션캠)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물고기 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가이드를 맡은 원용석 다이빙 강사(테마스쿠버)는 “수중에서 물고기 떼를 만났을 때 다이버가 그 안에 들어가 가만히 있으면 물고기가 나를 감싸고 회오리바람처럼 돌며 묘한 질서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통구미 마을 거북바위 앞에서도 전갱이 떼를 만났다. 수심 15m가량의 물속에서 테트라포드가 마치 미래의 수중도시처럼 펼쳐져 있던 곳에 수천 마리의 전갱이 떼가 놀고 있었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 내가 전갱이를 따라가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다가와 나를 감싸고…. 물고기와 추었던 ‘밀당’춤은 오랫동안 눈에 선한 여운으로 남았다. ●심해에 핀 해송(海松)과 동굴 탐험 애국가의 가사대로 동해물이 마른다면 울릉도와 독도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울릉도는 해저면부터 최고봉인 성인봉(986.5m)까지 약 3300m에 이르는 거대한 산이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는 2300m에 이르는 뾰족한 해저산의 정상부에 송곳처럼 뾰족한 두 개의 봉우리다. 울릉도의 44개 부속섬 중 가장 큰 죽도는 주민 김유곤 씨(53) 가족이 더덕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유인도다. 죽도 앞바다에 들어가 보니 해저 40m 지점에 눈송이처럼 하얀 백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 희귀 산호다. 해송 군락 근처에는 강렬한 붉은빛의 부채뿔산호와 해면류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수중 경관을 뽐냈다. 그런데 절벽에 피어 있는 해송을 찍기 위해 한 바퀴 도는 순간, 절벽 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심해 바다를 보고 가슴이 떨려 재빠르게 이동했다. 죽도, 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울릉도 부속섬인 관음도는 요즘 관광지로 핫하게 떠오르는 섬. 해안도로에서 연륙교로 이어진 관음도는 삼선암의 절경을 감상하며 40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관음도 동북쪽 해안절벽에는 높이 14m가량의 ‘관음 쌍굴’이 있다. 이곳의 물에 뛰어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관음 쌍굴의 절벽이 마치 거인의 근육질 몸처럼 보여 위용이 대단했다. 울릉도는 죽도 콧구멍, 관음 쌍굴, 거북바위 가재동굴, 학포케이브 등 해저동굴 다이빙의 명소이기도 하다. 물속에서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면 동굴이 이어진다. 바닥에는 지름 2, 3m의 커다랗고 둥근 알처럼 생긴 바위들이 널려 있고, 그 사이를 떠다니는 줄무늬가 예쁜 돌돔과 거대한 해파리들!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비로운 푸른빛과 어둠이 대비되면서 환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다. 임신원 강사(NASE 코리아)는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울릉도는 동남아 부럽지 않은 다양한 수중세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맛집: 울릉도 바닷속 절벽은 딸기산호, 부채꼴산호 등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다. 수중 20m 암벽에는 어른 주먹만 한 홍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도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보배식당은 울릉도의 별미 ‘홍합밥’을 정갈하게 지어낸다. 자연산 홍합을 넣어 만든 밥에 김과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울릉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포르투갈 포르투의 도루강 위에 ‘동 루이스 1세 다리’가 놓여 있다. 파리 에펠탑을 설계한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했다. 이 다리를 건너 빌라노바드가이아 지역에 가면 유명한 ‘포트와인’을 맛볼 수 있다. 강가에는 당시 와인 수송에 쓰던 배들을 띄워 놓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와이너리 위로 날아오르면 루이스 1세 다리 2층에 도착한다. 빨간 지붕이 빼곡한 포르투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대표 최경환) 17일 오후 7시반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전원 현악주자들로 구성된 발트앙상블은 이번 음악회에서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Ancient Airs and Dances No.3’, 벤자민 브리튼의 ‘Simple Symphony’, 차이콥스키의 ‘Souvenir de Florence Op.70’를 연주한다. 발트앙상블 최경환 대표는 “발트(WALD)는 독일어로 ‘숲’이라는 뜻으로, 발트앙상블은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듯 유럽 오케스트라에서 직접 경험한 유럽의 소리를 한국의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오는 10월에는 벨기에 초청 방문 연주회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트앙상블은 지난 2015년 2월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 연주를 시작으로, 2015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연주, 2016년~2020년 예술의전당 IBK홀 연주 등 해마다 한국에서의 연주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병원과 학교 등 사회기관으로 직접 찾아가서 연주도 하고 있다. 발트앙상블 이지혜 음악감독은 “단원들 대부분이 유럽 오케스트라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거나 경험을 했던 사람들로, 각자의 오케스트라에 있는 좋은 음악가, 지휘자들과 소통하며 배운 음악적 이야기들을 저희들의 색에 맞춰서 발트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그랑플라스(La Grand-Place)’는 역사, 문화, 먹거리의 중심지다.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극찬한 이곳은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주변 골목길에는 와플, 초콜릿, 감자튀김, 맥주, 홍합 요리 등 벨기에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광장의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과 달리 맞은편 골목에 있는 오줌싸개 소녀 동상은 철창에 갇혀 있어 슬퍼 보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하늘의 선녀가 베틀로 천을 짰다면 저 모양이었을까. 뾰족뾰족 삐죽삐죽. 기암괴석이 이어져 흘러내리는 모양이 폭포수인 듯, 옷자락인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강원 동해시 무릉계곡 매표소에서 두타산성길을 따라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여. 베틀바위 전망대 위에 오르니 등산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지였던 중국의 ‘장자제(張家界) 무릉원’을 연상케 하는 비경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릉계곡의 별유천지 선경(仙境) 6월에 개방된 ‘동해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은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바위와 폭포, 시인 묵객들이 찾았던 무릉계곡까지 한여름에 찾기에 좋은 피서지다. 천혜의 비경을 품은 베틀바위 구간은 그동안 등산로가 없어 출입이 통제됐다. 그런데 두 달 전 두타산성에서 마천루, 박달계곡, 12폭포, 용추폭포를 거쳐 다시 무릉계곡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5.34km의 순환 등산로 코스가 새롭게 단장돼 산과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조선시대 삼척부사 신광한이 쓴 소설 ‘최생우진기’의 배경이 바로 이곳 두타산 무릉계곡이다. ‘두타(頭陀)’는 마음의 번뇌를 털어버리고자 불도를 닦는 수행을 가리키는 말. 소설 속에는 불교와 유교, 도교를 넘나드는 신선들이 살고 있는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판타지가 펼쳐진다. “최생은 호자 돌 위에 서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느 곳에 학소(鶴巢)가 있고 어느 곳에 용추(龍湫)가 있다고 말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몸이 번쩍 떠서 아래로 떨어졌다. (중략) 최생이 처음에 아래로 떨어질 때는 정신이 아찔하여 술 취한 듯, 꿈결인 듯하였고 다만 두 귓전에 바람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베틀바위 산성길을 걷다 보면 소설 속 주인공인 최생의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들의 천연요새였던 두타산성을 지나면 암벽을 따라 산꼭대기부터 협곡 아래까지 열두 번 꺾여서 내려오는 ‘12폭포’를 만난다. 해발 470m의 ‘마천루’는 거대한 암릉이 도시의 빌딩숲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강산 바위 위로 아슬아슬하게 조성된 잔도 덱(deck) 길 위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는 마치 드론을 타고 날고 있는 듯한 시선에서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다. 신선봉과 병풍바위, 번개바위, 장군바위 사이로 무릉계곡 협곡과 용추폭포가 보이는 장면이 그야말로 별유천지(別有天地) 선경(仙境)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 새삼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저절로 생겨난다. 무릉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에 3단으로 이어지는 물 맑은 용추폭포와 양쪽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콸콸 쏟아지는 쌍폭포를 만난다. 두타산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용오름길을 따라 동해바다로 흘러가는데, 용추폭포는 용오름길의 정점에 있다. 예부터 날씨가 가물 때 기우제를 지내던 폭포라고 한다. 좀더 내려오면 4960m²(약 1500평)나 되는 거대한 너럭바위 계곡에 ‘물(水) 장판’이 펼쳐진다. 조선 4대 명필이라는 양사언(1517∼1584)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무릉반 계곡’이다. 계곡 주변 정자인 금란정(金蘭亭)에는 김홍도가 정조의 어명을 받고 그린 ‘금강사군첩’의 ‘무릉계’ 그림이 붙어있으니 그림 속 바위들의 실제 모습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여행의 묘미다. ○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논골담 산 중의 산이요, 계곡 중의 계곡인 동해의 두타산 무릉계곡을 보았다면 이제는 바다로 가보자. 묵호항 주변에는 묵호등대, 논골담길의 아기자기한 바닷가 풍경으로 유명한데 이에 더해 최근 개장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개장 3주 만에 유료 방문객이 2만 명을 넘어설 정도다. ‘도째비’는 동해지역에서 ‘도깨비’를 부르는 말이다. 원래 이곳은 묵호등대와 월소택지 사이에 집터와 풀만 무성하던 유휴부지. 비 내리는 날 푸른빛의 도깨비불이 보여 ‘도째비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에 동해의 푸른 바다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해발 59m의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세워졌다. 전망대 주변에는 도깨비불, 도깨비방망이, 반지 모양의 구조물에 조명이 더해져 야경 명소가 되고 있다. 스카이밸리에 인기를 끄는 체험시설은 하늘 위를 달리는 자전거인 스카이사이클과 원통 슬라이드 안으로 미끄러져 27m 아래로 내려가는 자이언트슬라이드다. 슬라이드는 물놀이장의 워터슬라이드처럼 ‘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온다. 스카이사이클은 영화 E.T에서처럼 하늘을 날아가는 자전거다. 젊은 여성이 타는 모습을 보고 재밌을 것 같아 안전장치를 맨 순간, 깊은 계곡 허공 위로 놓여 있는 외줄 케이블을 보고 그만 자전거에서 내려와 포기했다. 동해의 푸른 바다로 충분한데 굳이 온 몸에 돋는 소름을 감수하며 외줄까지 탈 필요가 있겠는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논골담길로 이어진다. 묵호항에서 고기잡이배를 출항시키는 어부와 가족들이 많이 살던 언덕마을이다. 산비탈 전체가 블록으로 벽을 올리고 그 위에 판자와 돌, 슬레이트, 양철로 지붕을 올린 판잣집이 즐비했다. 그래서 외항선이 밤에 묵호항에 입항하면 산비탈 언덕에 있는 판자촌 불빛이 마치 고층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산비탈 비좁은 공간에는 소나무로 만든 덕장이 즐비했다. 오징어와 대구, 명태, 가오리 등을 말리는 덕장이었다. ‘언바람 묵호태’는 추운 11, 12월 갓 잡은 명태만 골라 동해의 차가운 해풍으로 말려 깊은 맛이 났다. 워낙 때깔이 좋고 귀한 것이라 하늘에 제사지낼 때만 올리는 귀물 대접을 받았다. “바람 앞에 내어준 삶/아비와 남편 삼킨 바람은/다시 묵호언덕으로 불어와/꾸들꾸들 오징어, 명태를 말린다./남은 이들을 살려낸다./그들에게 바람은 삶이며 죽음이며/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간절한 바람이다.” 논골담길을 걷다 보면 시와 벽화를 곳곳에서 만난다. 2011년부터 조성된 벽화에는 묵호항 어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골목길 어귀에 그려져 있는 논골담 벽화에는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가는 오징어, 명태를 담은 대야 위에 어린아이가 등불을 밝히고 공부하고 있다. 농촌의 부모님들이 논 팔고, 밭 팔아서 자식 공부를 시켰듯이 오징어 잡고, 명태를 말려 자식들을 키워낸 바닷가 어민들의 신산했던 삶이 그대로 담긴 그림이다.○가볼 만한 곳=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하는 동해 추암해수욕장의 촛대바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돋이 명소다. 그런데 요즘 추암이 야경 명소로 새롭게 뜨고 있다. 촛대바위 건너편에 놓은 출렁다리를 비롯해 추암해수욕장의 북평해암정 뒤편 기암괴석 하나하나에 조명이 설치돼 밤에 찾아가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맛집=여름철 인기는 역시 물회다. 동해 부흥횟집에서는 한치, 오징어, 가자미, 전복, 해삼, 소라 등의 횟감을 썰어 넣고 야채를 얹는다. 시원한 살얼음이 자박자박한 고추장 양념육수를 부어준다. 먼저 회를 먹다가 국수나 밥을 말아먹는다. 물회에 말아먹는 밥알의 고소한 맛이 냉면보다 더 시원하게 여름철 입맛을 돋운다. 동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 시테섬에 있는 생트 샤펠에 들어섰을 때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보석처럼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생트 샤펠은 루이 9세가 십자군 전쟁 때 비잔틴제국에서 가져온 예수의 가시관을 보관하려고 지은 소성당이다. 가시관은 나폴레옹 시대 이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보관돼 있다. 2019년 화재 당시 소방관들은 매뉴얼에 따라 가장 먼저 가시관을 구해서 나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뜨거운 태양의 열기만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기세가 대단하다. 도시가 불가마처럼 데워져도 계곡으로 바다로 맘놓고 피서를 떠나기도 어려운 상황.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갤러리에서 그림으로나마 잃어버린 여름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다음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리는 ‘한 여름날의 꿈 展’이다. 강렬한 햇살과 푸른 바다, 짙푸른 숲과 나무, 물고기와 해파리…. 여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코로나19의 우울함을 떨쳐버리를 수 있는 경쾌하고 몽환적인 작품들이 선보인다. 우리나라 여름의 특징은 이중성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찬란한 햇살이 ‘생의 찬가’를 부르게 하기도 하지만, 이내 뜨거운 열기가 짜증스럽게 다가온다. 또한 시원한 소나기같은 빗줄기가 더위를 식혀주길 바라면서도, 긴 장마에 우울감에 젖는 아이러니도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하효진 작가의 작품 ‘부유(浮流)’는 심해를 헤엄치는 해파리와 같은 바다 생물들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해파리지만, 피부에 닿으면 따가운 독을 뿜어낸다. ‘유어도(遊魚圖)’ 속 물고기들은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지만 낚시바늘의 유혹에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수묵화로 표현된 물고기들은 디테일이 살아 있지만, 어탁(魚拓)처럼 박제된 모습에서 삶과 죽음의 혼돈이 함께하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있다.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여름의 유혹이다. 2020년 아시아 작가들의 축제인 아시아프&히든아티스트 페스티벌에서 수상했던 강지혜 작가의 작품은 상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적절히 조화한 낙원을 그린다. 넓고 두툼한 잎사귀의 야자수와 보라색 꽃, 무성한 수풀 사이로 보이는 표범과 여우, 너구리 등의 모습에서 꿈을 꾸듯 편안하고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청년미술상점에도 입점해 있는 이미소 작가는 “나무가 자라듯 사람의 감정도 자란다”라는 생각으로 ‘감정나무’라는 작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을 별, 펭귄, 수박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 감정나무가 자라는 바다도, 하늘도, 사막도 감추어진 우리들의 마음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환상의 세상이다. 2019년 아시아프 선정작가이기도 한 이정희 작가는 주목받지 못한 존재들의 초상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찾고 있다. ‘아무개의 초상’ 속 존재는 인물 대신 풀이 자란다. 다른 작품 속에서도 이름 모를 풀 속에는 개와 고양이가 사람을 대신한다. GS건설 갤러리 시선 전시작가 공모 등에서 당선 경력이 있는 주은빈 작가는 수채화 물감의 청량감으로 푸른 바다를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 작품 ‘보물찾기’ 속 어린아이는 우리들의 지난 여름날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휴가 시즌.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콕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원한 백화점에도 휴가철을 맞아 대형 인테리어 전시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LX하우시스는 7월에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부산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LX Z:IN 인테리어 지인스퀘어 전시장’을 개장했다.LX하우시스는 구매력 있는 고객들이 쇼핑과 휴식공간으로 많이 찾아오는 백화점들과 함께 상권 분석과 매장 입지 평가 등 엄격한 프리미엄 쇼핑공간 기준에 따라 전시장을 열고 있다. 이러한 분석에 따라 대구와 부산 지역 백화점에 프리미엄 제품과 공간을 모두 갖춘 지인스퀘어 전시장이 탄생했다. 지인스퀘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연면적 1289㎡(약 390평) 규모의 대규모 리모델링 전시장이다. LX하우시스의 프리미엄 키친 바스 창호 바닥재 벽지 도어 등이 적용된 주거공간 타입 전시관부터 자재 라이브러리까지 최적의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주거공간 타입 전시관은 18가지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별 공간과 평형대별 아파트 모델하우스 콘셉트 공간으로 꾸며져 방문 고객들이 직접 눈으로 인테리어를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각각 138㎡(42평형), 123㎡(37평형) 규모의 모델하우스 공간은 실제 대구 지역 아파트 평면도를 적용하고 프리미엄 가전제품, 까사미아의 가구 등을 함께 적용해 집 전체의 인테리어를 좀 더 현실감 있게 체험해 볼 수 있다. 지인스퀘어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연면적 529㎡(약 160평) 규모의 리모델링 전시장이다. ‘건강한 거실’ ‘화사한 다이닝룸’ ‘쿡 플레이’ ‘홈 비스트로’ ‘머물고 싶은 침실’ ‘아이방’ ‘공간 지킴이 현관’ 등의 테마를 가진 집 안 곳곳의 인테리어를 LX하우시스의 프리미엄 인테리어 제품과 프리미엄 가전제품, 까사미아의 프리미엄 가구로 함께 꾸며 실제 집 안을 보는 느낌을 준다.LX지인 자동 환기와 고단열 슈퍼세이브 창호를 함께 적용해 미세먼지 걱정 없는 쾌적한 거실 공간을 확인해 볼 수 있으며, 제니스9 셀렉션 등 6개의 키친 제품을 적용한 라이프스타일별 다양한 콘셉트의 주방공간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이와 함께 LX하우시스는 최근 배우 전여빈을 신규 모델로 발탁해 9일부터 ‘LX Z:IN 인테리어’ 키친·바스 제품 소개를 내용으로 한 신규 광고를 선보였다. 스타 배우 전여빈을 통해 더욱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더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