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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조작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행정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재발방지책 마련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선두에 서서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 4일 오후 일본 재무성의 모리토모(森友) 스캔들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광의의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검찰이 지난달 말 모리토모 스캔들 관련 전현직 재무성 직원 38명을 전원 불기소 처분한 데 이어 이날 재무성이 자체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아베 정권은 자신의 발목을 잡아 온 모리토모 스캔들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만 아직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혹여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다면 재점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최저 수준(30%대)을 기록 중인 아베 총리의 지지율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 파문은 아키에 여사와 가까운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 부부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느냐를 놓고 촉발됐다. 재무성은 이날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담당 국장이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 등 20명에 대한 징계 조치를 발표했다. 부처 수장인 아소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관료 급여 1년 치(170만 엔)를 자진 반납할 것”이라며 “조작은 당시 이재국에서 한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내 리더십하에 재무성을 일으켜 세우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꼬리 자르기’와 ‘책임 떠넘기기’ 성격의 조사 결과 발표에 언론이 날을 세웠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소 부총리가 사임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세상 공기를 못 읽는 것 아닌가” 하는 자민당 중견의원 등의 목소리를 전했다. 도쿄신문은 “장기 집권에 익숙해져서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은 줄 안다”거나 “이 정도로 국민을 바보로 여긴 총리도 각료도 없다. 두 사람(아베와 아소) 모두 이제 그만둬 줬으면 좋겠다”는 시민 목소리를 전했다. 사가와 전 장관 등을 고발했던 시민단체는 4일 검찰이 불기소로 재무성 담당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검찰 처분을 심사할 것을 오사카 검찰심사회에 정식 요청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앞으로 다른 단체들로부터의 신청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모리토모 문제의 무대는 검찰심사회로 옮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리토모 스캔들을 주도적으로 보도해 온 아사히신문은 1면에 나카무라 시로(中村史郞) 편집국장 명의로 ‘정치책임 왜 다하지 않는가’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은 “이 사건은 세 가지 책임, 즉 △형사책임 △행정책임 △정치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 중 정치책임은 총리를 둘러싼 의혹의 뚜껑을 덮고 막을 내리려는 아베 정권이 져야 한다”고 아베 총리를 정조준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1면에 사회부장 명의로 ‘막 내리기 노리는 죄의 심각성’ 제하의 칼럼을 싣고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를 비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 형식의 경제 원조를 한중일이 주로 부담하는 구도로 만들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으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대북 경제 지원은 한중일 3국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그것(경제 지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중국과 일본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6000마일(약 9656km) 떨어져 있지만 그들(한중일)은 이웃 국가다. 우리는 이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한국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여러 차례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를 강조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13일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하는 대신 민간 부문의 투자와 대북 진출, 기술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내가 북한이라면) 우리(미국)로부터 경제 원조는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대북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1998년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 때에도 총사업비 70%와 22%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분담했고 미국은 8%만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청와대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직접 원조가 없어도 개성공단 등에 미국 기업이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 등 남북 합의 사항에 대한 국회 비준을 준비하는 것도 추후 대북 지원 예산 편성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뜻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남북 경제협력 본격화에 대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돈만 내게 생긴 일본,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대북 지원 없다” 일본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도쿄신문은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7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묻고 ‘핵·미사일·납치 문제의 해결이 없는 한 경제 지원도 없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을 다시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북 경제 지원에서 일본은 가장 주목받는 국가.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비핵화 논의에서 일본이 소외되고 있지만, 전후 배상금 형태로 지원에 나서면서 대화의 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 “일본 측이 북한 측에 무상자금 협력, 저이자 장기 차관 및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일 평양선언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부담할 배상금 규모를 100억∼2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소 10조 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7일 다롄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신속한 대북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북한이 “미국의 지원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최근 거듭 밝혀온 것도 새삼 주목된다. 지난달 27일에도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비핵화 대가로 미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언급한 미 언론들을 일일이 지명하며 ‘주제넘은 훈시질’이라고 꾸짖은 뒤 “미국이 운운하는 경제적 지원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그에 티끌만 한 기대도 걸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한상준 기자}
“너무하다. 블랙 유머도 아니고….” 최근 일본 NHK 특집 프로그램 ‘축소 일본의 충격’에서 인구학자들이 2050년 일본의 인구 피라미드 구조를 ‘관(coffin)형’으로 부른다는 말에 누리꾼들의 이런 반응이 쏟아졌다. 교과서에서 배운 인구 구조의 모양은 피라미드형, 방추형, 종형, 표주박형 등이지만 관형은 처음이다. ‘관’이라 해도 흔히 보는 사각형은 아니고 뱀파이어 영화 등에 등장하는 서양식 관, 즉 어깨 부분까지가 넓고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육각관 모양이다. 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린 연령대는 85세 부근이었다. 인구 피라미드는 그 사회의 미래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심각한 것은 사회를 지탱해야 할 일손 부족이다. 방송에서는 2050년까지 전체 인구가 2000만 명 줄고 생산연령인구(16∼64세)는 최고 정점일 때에 비해 3500만 명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노인 인력과 외국인 인력. 이미 일본 정부는 2015년부터 ‘1억 총활약사회’를 주창하며 여성과 노인의 노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민을 인정하지 않는 국책과는 달리 이런저런 형태로 많은 외국인이 일하고 있기도 하다. 21일 일본 재정경제자문회의(의장 아베 신조 총리)가 내놓은 2040년까지의 미래 추계도 충격을 던져줬다. 이때가 되면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4000만 명 가까이 돼 정점을 찍게 된다. 일본인 3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시대가 된다. 일본 정부는 2012년 발표에선 2025년까지를 인구 추계 대상으로 했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는 시점인 ‘2025년 문제’가 다급했기 때문이겠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는 거냐”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그 15년 뒤, 즉 그들의 자녀 세대에 해당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70∼1974년생)가 65세 이상이 되는 2040년까지로 폭을 넓혔다. 추계에 따르면 2040년 간병 의료 등 사회보장비는 현재보다 60% 늘어나고 간병 일손도 현재의 823만 명에서 1060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대부분 연금이 유일한 수입원인 노인들은 날로 인상될 건강보험료, 간병보험료 걱정 때문에 벌써부터 “식비를 아낄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고령화로 인한 일본 사회의 암울함은 도처에서 느껴진다.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자리가 늘었다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단카이 세대의 은퇴에 따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일자리 상당수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있다. 앞으로 가장 많이 필요한 인력도 단카이 세대의 수발을 들 간병 인력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최근 저서에서 “일본은 이미 대국이기를 포기했다”고 분석했다. 인구 감소를 받아들이고 이민 수용에도 소극적인 나라는 더 이상 국력을 추구하지 않는 나라라는 지적이다. 군사안보 전문가로 알려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도 인상적이다. “일본의 가장 큰 안보 문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다. 군사대국이 된다 한들 국민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 일본은 1.43. 고령화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그 속도는 더 빠르다. 2040년 고령화율은 일본과 같은 30%대 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60년 무렵에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인류가 한 번도 겪지 못한 초고령사회.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NHK 프로그램에서처럼 우리를 기다리는 건 정말 관(棺)뿐일까.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아소 다로(麻生太郞·사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소속 의원 후원회에서 북한의 핵 보유와 관련해 “핵무장 외에는 생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감각은 적어도 외교 전략상 옳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과 언론은 이 발언이 북한의 핵 보유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비판했다. 아소 재무상의 실언과 막말이 잇따르자 연립여당인 공명당 내에서조차 ‘정치책임론’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사임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아소 재무상은 자신이 수장을 맡은 재무성이 지난해부터 모리토모(森友) 스캔들의 진원지가 된 데다 재무성 차관의 성희롱 사건까지 겹치면서 국회 대응 과정에서 무수한 실언 기록을 남겼다. 최근에도 재무성이 저지른 공문서 ‘조작’에 대해 “동그라미를 가위표로 바꾸거나 흑을 백이라 하는 소위 ‘조작’이라 부를 만한 악질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궤변을 일삼았다. 공문서 조작을 “어느 조직에서나 있을 수 있는 개인의 문제”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31일 ‘아소 재무상, 이제는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공문서의 중요성, 재무성이 범한 죄의 깊이를 이해할 수 없는 장관에게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현실에는 아소 재무상을 감싸기만 하는 아베 총리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비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1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귀빈 접견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만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대화 과정에서 70주년을 맞은 러-북 우호 관계의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한반도에 관한 모든 문제의 정치적, 외교적 해결을 위한 공조 강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2004년부터 외교장관을 맡고 있는 라브로프 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9년 만이다. 6자회담 참가국이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소외돼 있던 러시아가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하자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공개한 모두발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선 승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우호적 발언을 높이 평가하고 따뜻한 인사를 전하며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대규모 사업들의 성공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 전 지역에서 평화, 안정, 번영의 기운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는 김 위원장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러시아는 다방면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중에 러시아의 참여가 필요한 철도 프로젝트가 들어있음을 상기시킨 발언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을 예방하기에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한반도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한 번에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몇 단계를 거치면서 단계마다 상응하는 조치(보상)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북-미 간 대화에 개입할 권리는 없지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합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3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8, 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인 7일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돼 있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한다고 일본 언론이 31일 전했다. 일본 외교의 주요인사가 워싱턴으로 총출동하는 셈이다. 아베 총리는 8, 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인 7일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돼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미국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고노 외상도 6일 경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상이 7일 미일 정상회담에 동석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고노 외상은 회담을 통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직접 협상한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북-미 교섭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는 예정이다. 이에 앞서 고노 외상은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회의를 계기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힌 바 있다. 고노 외상은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바 있어 6일 회담이 확정되면 2주일 만에 폼페이오 장관을 다시 만나는 게 된다. 이에 따라 고노 외상이 당초 추진했던 6월 8~9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방문 일정은 보류될 전망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대를 최우선으로 하는 아베 정권의 자세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또 북-미 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반도 정세 변화 국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논란을 막으려는 발빠른 움직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외교적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다음달 7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을 계획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0일 이 회담에 대해 “핵과 미사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 해결에 도움 되는 회담이 되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거듭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전날(29일) 밤 하와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일본과 미국은) 북한의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압력과 제재를 유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여기 더해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문제가 진전을 볼 경우 북-일 간 외상 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9일 보도했다. 8월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각료회의를 계기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의 회담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통신은 일본 정부가 회담 개최 의향을 이미 북한 측에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외상 회담을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되거나 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대미 관계를 고려해 북-일 외상 회담은 개최하지 않을 방침이다. 러시아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은 북한 측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관련 추진 상황을 듣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입각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 동방일보는 30일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북-중-러 3자 정상회담이 중국에서 열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030, 2040년대 일본에는 ‘도라에몬의 시대’가 열린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져올 미래를 우려하는 일본에서 로봇과 드론,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에서 그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람이 모자라는 부분을 똑똑한 기계를 활용한 자동화와 무인화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무성 전문가회의가 2030, 40년대를 상정한 ICT 활용 구상안을 6월 중 발표한다며 28일 개요를 소개했다. 1960년대 후반 시작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도라에몬’에 등장하는, 미래에서 온 시간 이동 로봇 도라에몬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끄집어낸 갖가지 물건들이 2030, 40년대엔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라에몬이 주머니에서 꺼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언젠가는 시판될 가능성이 있다. 구상안은 △사람 △지역 △산업의 세 분야로 나뉜다. 사람 분야에서는 사용자가 선택한 언어로 외국어 음성과 문자가 자동 번역되는 ‘온갖 번역’, 고령자들의 동작을 돕는 보조 팔다리 로봇 등의 ‘건강 100년 보디’가 눈에 띈다. 지역 분야에선 하늘과 육지에서 모두 달릴 수 있는 공륙 양용 자동운전 택시인 ‘자동차 비행기’와 인터넷을 이용해 지방자치단체 창구를 24시간 활용할 수 있는 ‘어디로든 행정 서비스’가 포함됐다. 명칭은 애니메이션 도라에몬에 나오는 갖가지 도구의 명명 방식을 따랐다. 산업 분야에서는 드론이 짐을 배달하는 ‘고를 수 있는 배달’, 가사나 간병을 돕는 ‘수발 로봇’, 로봇과 드론이 작업하는 ‘전자동 농촌’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총무성은 “정보기술이 발전하면 도라에몬의 세계도 꿈이 아니게 된다”며 구상을 구체화해 정부 성장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무성 우체국 활성화위원회가 28일 마련한 우체국 편의성 제고 방안에도 ICT 활용이 다수 포함됐다. 동사무소 창구에서 이뤄지는 증명서 발급 등의 업무를 우체국에서도 가능하게 하고 우편배달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카메라를 달아 어린이나 고령자 케어 서비스에 활용한다는 내용 등이다. ICT를 활용한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20, 30대 젊은 공무원과 기업가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총무성은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정보기술 사회의 ‘미래예상도’를 생각하는 젊은 공무원 팀을 발족했다. 평균 연령 28.9세의 젊은 공무원 25명이 ‘미래디자인팀’을 구성해 차관과 함께 원탁회의를 가지며 2040년 전개될 미래 사회의 이미지에 대해 자유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디어들에는 기성세대가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가령 “AI가 발전하면 AI가 나의 상사가 될 수 있다. 또 그때가 되면 AI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서 일하고 싶다”,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간의 이동이 줄어들어 철도나 항공은 지금처럼 자주 정비하지 않아도 된다”, “내 곁에서 과거의 실패를 통해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평생 파트너 로봇도 생겨날 것”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사카이 마나부(坂井學) 총무성 부대신은 “쓸모없어 보이는 논의에서 진짜 아이디어가 생겨난다. 이런 것들을 소중히 하고 싶다. 우리는 늘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로봇을 다루고 길들이는 쪽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특허청은 벤처기업의 발명에 대해 특허를 단기간에 쉽게 딸 수 있게 해 경쟁력 향상을 독려하기로 했다. 대개 1년 이상 걸리는 심사를 2, 3개월로 단축하는 ‘슈퍼 조기 심사제도’의 적용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해외에서도 출원해 있을 것 △발명을 사업에서 이용하고 있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중 해외 출원 실적을 요건에서 삭제한다는 것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는 전격적으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 주목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본 정부는 북-미 회담이 성사되면 핵·미사일 문제와 함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공식 의제로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다음 달 8, 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직접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26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핵 위기 해소 방안과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일러 양국은 북한 비핵화 실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도 북-미 회담이 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도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 큰 관심을 보였다. NHK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생방송으로 연결해 문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동시통역으로 생중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CVID를 북한이 수용할 수 있을지가 초점”이라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보수의 원류’라 불리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사진) 전 일본 총리가 27일 10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일본의 역대 총리 중에는 1990년 102세로 사망한 히가시쿠니노미야 나루히코(東久邇宮稔彦) 전 총리에 이은 두 번째 장수 기록이다. 1918년생인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날 “그야말로 먼 구름 같은 느낌이라 할까. 내년 새 덴노(일왕)의 즉위에 따라 새로운 원호가 시작된다. 4대나 되는 원호를 살아온 것에 깊은 감회를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건강 장수 비결에 대해 “규칙적인 생활과 더불어 늘 삼라만상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꺼질 줄 모르는 탐구심과 지적 호기심이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손목이 골절됐으나 현재 회복 중이라고 한다. 그는 정계에 입문해 걸어온 길에 대해 “(종전 이후) 일본의 재건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더없는 기쁨이었다”고 회고하고 “앞으로도 국가 국민을 위해, 향토를 위해 최후의 봉공을 하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또 자신의 지론인 헌법 개정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여론을 환기하고 진정한 국민 참가에 의해 실현되도록 진지하게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일본의 정치인들에게 “시대가 안은 문제와 과제에 대해 정치의 책임을 자각하고 용기를 갖고 확실히 역할을 다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47년 중의원 의원으로 처음 당선된 뒤 방위청 장관과 통산상 등을 역임했고 1982년 총리로 취임해 5년간 일했다. 1983년 총리 취임 후 첫 공식 방문지로 한국을 찾아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때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를 한국어로 불러 화제가 됐다. 그러나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한국 중국의 반발을 샀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는 ‘론-야스’ 관계라 불리는 돈독한 신뢰를 구축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그를 괴롭혀온 양대 사학 스캔들이 잦아들기는커녕 날마다 새로운 증거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무성의 공문서 조작 및 은폐,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의 계속되는 실언 등 또 다른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일본 재무성은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을 받는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1년 넘게 “없다”고 일관해왔던 문서들을 23일 대거 국회에 제출했다. 학원 측과 재무성의 매각협상 기록 960쪽 등 모두 3000쪽이 넘는 분량이다. 문서에는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여권 정치인들의 이름이 언급되며 이들이 매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중에는 아키에 여사 담당으로 배치된 공무원 다니 사에코(谷査惠子) 씨가 국유지 매각과 관련해 “총리 부인의 지인이 우대를 받을 수 없는지 부인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다”고 말하자 재무성 측이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재무성은 특히 지난해 2월 스캔들이 터진 뒤 직원들에게 해당 문서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조직적으로 스캔들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야권은 아키에 여사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화살은 결국 아베 총리에게 향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2월 국회에서 “나와 아내가 (국유지 헐값 매각에) 관계가 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모두 그만두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재무성 수장인 아소 재무상에게도 조작과 은폐의 책임자로서 사퇴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친구가 이사장인 사학재단이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데 특혜를 줬다는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관련해서도 ‘거짓말’ 의혹에 휩싸여 있다. 아베 총리는 23일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국유지 거래 등에 대해 “나와 아내는 관련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한 뒤 3박 4일 일정으로 24일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1995년 옴진리교에 의한 지하철 사린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나카가와 도모마사(中川智正·55) 사형수가 미국의 독물연구 세계적 권위자와 함께 집필한 화학무기 신경작용제 ‘VX’ 관련 논문이 일본법중독학회 학술지 전자판에 게재됐다. 2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복역 중인 사형수가 집필한 논문이 학술전문지에 게재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공동 집필자는 대만 출신의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명예교수 앤서니 투 씨(88). 생물무기와 화학무기 등에 정통한 학자다. 2011년 12월 이후 연구 목적으로 14차례에 걸쳐 나카가와 사형수가 복역 중이던 도쿄와 히로시마(廣島) 등지를 찾아 그와 면회해 왔다. 논문은 영어로 작성됐다. 제목은 ‘VX에 의한 살인―일본의 옴진리교와 말레이시아의 김정남 암살’. 논문에서는 1994년 옴진리교단이 오사카(大阪)에서 일으킨 VX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살인 사건을 일본 수사당국이 어떤 과학수사로 입증해 냈는지 등이 설명돼 있다. 또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도 고증했다. 습격을 담당한 두 여성의 의복 등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채취한 화학물질을 분석해 VX의 전구물질을 김정남 얼굴에서 혼합하는 ‘바이너리 시스템’이란 방식으로 VX를 합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투 명예교수는 “테러 대책을 위해 면회를 해왔는데 나카가와 사형수는 늘 기억을 더듬어 솔직하게 말해줬다. 지난해 가을 면회 때 그가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으니 영어로 논문을 쓰고 싶다’고 해 도왔고 권위 있는 전문지에 게재할 수 있었다. 일본 법무성 측이 오랜 세월 면회를 허가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카가와 사형수는 의사 출신으로 옴진리교에 빠져 VX 등 대량 화학무기 제작에 관여했다. 지난해 2월 김정남 살해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당국이 VX에 의한 살해라는 것을 밝혀내기 전에 투 교수에게 “정황을 볼 때 VX에 의한 살해”라고 지적한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조율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또다시 북한의 태도 돌변 배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북핵 문제에 관한 미중 간 이견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왕 위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 주석의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애초 왕 위원의 일정은 16일부터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을 거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4개국 순방 일정만 공개돼 있었다. 그런데 왕 위원이 G20 장관 회의 참가 중이던 22일 중국 외교부가 “왕 위원은 아르헨티나 방문 이후 귀국길에 워싱턴을 방문해 중미 양국 관계와 양국의 공통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북한의 태도 돌변에 시 주석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시 주석이 왕 위원을 미국에 보내 이달 초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 단계적 비핵화 해법이 현실적이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시 주석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도 워싱턴을 방문해 23일(현지 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난다. 고노 외상은 폼페이오 장관에게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설명을 듣고 일본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지인의 사학재단에 특혜를 줬다 해서 논란 중인 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가케 학원 소재지인 에히메(愛媛)현은 ‘2015년 2월 25일 가케 이사장이 아베 총리와 15분간 면담해 수의학부 구상을 설명했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문서를 21일 공개했다. 이는 현 직원이 보고용으로 작성했던 문서다. 문서에는 “그런 새로운 수의대학 생각은 좋네”라는 아베 총리의 코멘트까지 기재돼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문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어 상황은 진실게임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문서가 공개된 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22일 “문서에서 지적된 날에 가케 고타로(加計孝太郞) 이사장과 만난 사실이 없다. 관저의 기록을 살펴봐도 (면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그간 “가케 이사장과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 지난해 1월 20일 이 학원이 국가전략특구 사업자로 선정됐을 때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해왔다. 새로 공개된 문서는 아베 총리가 그간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해왔다는 얘기가 되고 수의학부 신설에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아베 총리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지지율 저하로 위기에 몰린 아베 정권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일본 바로 곁에 인구 1억 명에 육박하는 대국이 생기는 게 된다. 이건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는 말을 이어갔다. “남한과 북한은 분단된 지 70년이 넘어 체제와 문화, 사상이 이질적인 나라가 됐다.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른 상처는 더욱 뿌리 깊다.” 요즘 이런 일본 방송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일본은 완벽하게 외부자 포지션이 되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때면 “한반도가 이렇게 (분단)된 데는 일제 식민지배의 영향도 있다”는 한마디가 따라붙었지만 지금은 일언반구도 없다. 일본이 의도한 바는 아니라지만, 2차대전 패전국 중 독일은 동서로 분단됐다. 동북아에선 일본 대신 한반도가 분단됐다. ‘분단의 비극’이 낳은 비극인 한국전쟁을 통해 일본은 전후(戰後) 복구에 성공했고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얻어냈다. 사실 38도선, 혹은 39도선 분단이란 개념도 일본에서 처음 나왔다. 19세기 말 열강의 각축 속에서 일본은 러시아에 39도선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나눠 갖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앞서 임진왜란 때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명나라 장군에게 한반도를 나눠 갖자는 제안을 했었다고 전해진다. 결국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이기면서 한반도를 통째로 얻었다. 평소 통일이란 개념에 별 관심 없이 살아왔지만 인구 1억 명이 넘는 일본 사회를 지켜보면서 ‘만약에’를 떠올리곤 했다. 인구 1억 명이면 자체 완결적인 시장이 형성된다. 같은 언어를 쓰는 1억 인구가 지식 시장을 형성하면 문화의 자양분도 달라진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는 이유도 국내에서 충분히 편하게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반도에 평화와 공존이 찾아온다면 인구 1억 국가가 누릴 수 있는 안정과 번영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을지 모른다. 이웃 나라의 고착화된 분단 현실에 안주한 탓일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전개되는 한반도 환경의 격변에 대응하는 일본의 움직임은 둔하기만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표변이 당혹스럽고 그 변화의 속도가 어지러운 눈치다. 나아가 변화를 바라지 않는 기색도 역력하다. 일본 내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가 헛돌고 있다는 지적이 슬슬 터져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감에만 의존한 판단 착오, 한국 중국과의 연대 부족, 대북 강경 자세만을 어필해온 부작용이란 지적들이 쏟아진다. 그 와중에 “이제 일본은 최후까지 ‘악역’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자탄도 들린다. 18일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심포지엄에서도 한국과 미국 참가자들은 일본에 대해 ‘북한으로 하여금 철저한 핵 포기밖에 길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일본이 한반도에 대해 늘 이런 분위기였던 건 아니다. 개헌과 대북 강경책을 정권 부양의 양대 엔진으로 삼아온 아베 정권이 출범한 지 5년 반이 흘렀다. 그간 아베 장기 집권이 가능한 사회 분위기와 장기 집권하는 아베 정권이 이끄는 여론이 ‘닭과 달걀’처럼 상호작용을 해왔다. 혹여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정상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돌아온다면, 아베 정권은 가장 큰 정치적 동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반도 상황이 일본 정치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노인의 ‘건강수명’을 지금보다 3년 이상 늘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21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목표 시기는 2040년이다. 건강수명은 노인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지장 없이 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일본남성의 건강수명은 72.14세로 평균수명 80.98세와는 8.84년 차가 있다. 여성은 건강수명(74.79세)과 평균수명(87.14세) 사이에 12.35년 차가 난다. 이 기간이 노후에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을 겪거나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는 기간이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를 줄이는 것은 개인에게는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자 의료비용 절감, 사회 분위기 개선과도 직결된다. 현역세대(일하는 세대)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사회의 활력 유지와 향상을 위해서도 건강한 노인은 필요하다. 현재 일본의 노인 정책은 1947~1949년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어서는 2025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를 단카이 세대의 자녀인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70~1974년생) 모두가 65세 이상이 돼 고령자 수가 정점을 찍는 2040년까지로 넓혀 잡아 건강 의료전략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암 환자의 경우 유전자 변이를 조사해 최적의 치료약을 투여하는 ‘암 게놈치료’를 추진하고 근력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져 쇠약해지는 노쇠를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해 건강수명 연장을 도모한다. 검진을 받기 쉽게 하는 등 질병예방과 고령자들이 나들이할 곳을 충실하게 갖추는 개호예방에도 나선다. 후생성은 건강수명의 지역 간 격차에도 주목했다. 2015년 광역자치단체별 조사에 따르면 건강수명 상위 5개 현의 1인당 생애의료비는 2516만 엔(약 2억4548만 원)인데 비해 하위 5개 현은 2961만 엔(약 2억8889만 원)으로 나타났다. 건강수명을 늘리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장수사회를 위한 건강의료 시책에 식생활 연구개발, 운동 추진, 고령자가 안심하고 살아갈 주택 및 교통의 실현 등을 넣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은 외형상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그리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제16회 한중일 심포지엄이 ‘긴장과 대화―동아시아의 향방’을 주제로 18일 도쿄대에서 개최됐다. 올해에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에 관여한 전직 관료 2명이 참가해 한미일중 4개국 지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지금이 한반도의 정치 및 안보환경의 대전환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론이 많았으나 완전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가 다수였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를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북한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할까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고려대 교수)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마음이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성공 여부는 당일 선언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에 돌아가서 실제로 그것을 대내적으로 공표하는 작업을 거치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3개월 동안 핵무기 핵물질 최초 신고서를 어떻게 내는지는 바로미터(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톈충(劉天聰) CICIR 한반도연구실 부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면 성공이고 개최 못하면 실패”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에 대해선 “대화 과정에서 성과가 없다면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며 “열린다면 외부에서 보는 한 성공하는 회담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 모두 국내적으로 ‘성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북한이 핵을 희생해서라도 얻으려는 것은 북-미 국교 정상화 프로세스가 가시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문제다. 미중이 휴전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이고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그 밥상을 차려줄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분단된 곳은 한반도가 유일하다. 통일이 안 되면 동아시아 평화도 어렵다. 이 과정은 국제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독일 통일도 국제 협력 없이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 비핵화에는 비관적 신중론 현 전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신중론’을 강조했다. 우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 보상 조건(미국은 선비핵화 후보상,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조치), 북한과 미국의 국내 변수, 주변국 변수를 들며 낙관론에 빠져 봐야 할 것을 보지 않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부연구원은 북핵 해결방안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략목표, 행동 대 행동의 원칙, 다자간 대화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모든 국가가 같은 방향으로 한반도를 정치 대화의 궤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마크 파이플리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전적 외교 즉, 사전에 충분히 협상하고 준비하는 외교는 모른다”며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은 극장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시 료(佐橋亮) 가나가와대 교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아직 주변국과 전략목표 조율이 안 된 채 북한과 미국이 딜을 계속하는 상황”이라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변국 협력, 특히 중국의 역할 중요 김한권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조건, 이행 검증에 많은 이견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정략적 정책구도하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비핵화가 온전히 진행되려면 유엔 등 공식기구와 국제여론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샤오쥐(樊小菊) CICIR 일본연구소 소장 대행은 역사문제가 안전보장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기흥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이후 핵 해결 뒤 한반도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깊이 논의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한반도를 오래 연구해온 연구자일수록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이 늘었다”며 “북한을 대화의 틀에 계속 묶어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루야 고이치(古谷浩一)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북핵 해결에서 한중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장원재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인물인 아소 다로(麻生太郞·78·사진) 재무상 겸 부총리의 거듭되는 실언과 막말이 정권의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간 ‘두목 스타일’의 친화력 있는 화법이라고 포장돼 온 ‘아소 화법’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15일 국무회의 후 회견에서 그는 “재무상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성희롱 행위를 인정했다고 생각하셔도 된다”고 말해 “개인적으로는 성희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11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의 발언을 뒤집었다.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성희롱 문제가 지난달 12일 발각된 뒤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피해자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이날 야당 공동대표가 질문하는 도중 자리에 앉은 채 야유를 퍼부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3월 재무성에 의한 공문서 조작이 밝혀진 뒤 국세청 장관에 이어 성희롱 문제로 재무성 사무차관도 사임한 상황. 그런데 이들의 임명 책임을 가진 아소 재무상은 반성하기는커녕 실언이나 막말을 반복해 국회에서 추궁받는 장면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아소 화법’의 특징은 속내를 드러내고 여러 정보를 생략한 채 결론만을 단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화법은 정계에서 친화력을 발휘해 우군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솔함에 더해 재무성 관리감독자로서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민당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불을 끄겠다며 불에다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소파의 한 간부도 “지금까지는 ‘아소 화법’이라며 넘겨왔지만 이번에는 걱정이다. 발언 내용이 세상의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며 머리를 싸맸다. 야당들은 15일 국회대책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아소 재무상의 사임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辻本淸美) 국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갖가지 문제가 터지는 가운데 그는 계속 믿을 수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정신을 잃은 사람에게 장관직은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소 재무상은 이날도 중의원에서 재무성 수장으로서 사무차관과 국세청 장관이 공석인 책임을 추궁받자 “원인 규명, 재발 방지를 위해 주어진 책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이처럼 아소 재무상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사라지면 비판의 화살이 고스란히 아베 총리에게 향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아베 총리의 맹우로 2012년 아베 2차 정권이 출범한 이래 부총리 겸 재무상을 맡아왔다. 자민당 내에서 두 번째로 큰 파벌인 아소파(59명)를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다.※ 아소 재무상의 최근 문제 발언● “성희롱죄라는 죄는 없다. 살인이나 강제외설죄하고는 다른 거니까.”(5월 4일 기자회견)● “문서 조작은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은 전혀 아니다. 개인의 자질이나 그런 것들에 의한 점이 크지 않은가.”(5월 8일 기자회견)● “(후쿠다 전 사무차관) 본인이 성희롱 행위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이상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5월 11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 “자기가 말하고 싶은 거야, 이 사람은.”(5월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 발언에 야유)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외무성이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2018년판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를 15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외교청서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에서도 명백히 일본 고유 영토”라며 “한국이 국제법상 어떤 근거도 없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올해 외교청서는 동해 표기에 대해 “일본해가 국제법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는 주장을 새로 넣고 “한국이 일본해라는 호칭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방적인 설명을 달았다. 한일관계에 대해선 “한일의 연대와 협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하다”면서도 지난해에 담았던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은 삭제했다. 이는 올해 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시정방침 연설에서 이 표현을 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오전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외교청서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신진우 기자}
북한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한국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등 5개국 취재진만 초청했다. 심지어 유럽 국가인 영국을 포함시키면서 한반도 주변 4강(미일중러) 중 하나인 일본만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을 놓고 ‘저팬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13일 ‘북한 핵실험장 23∼25일 폐기, 현장취재서 일본은 제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만 제외됐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등 다른 일본 언론들은 북한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5개국 취재진이 초청됐다는 사실만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여는 의도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동결, 폐기의 자세를 어필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외국 언론 수용 명목으로 외화를 획득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핵실험장은 갱도 입구가 막혀도 전체를 폭파하지 않는 한, 간단히 복원할 수 있다”며 “해외에 핵 포기를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은 12일 동북부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행사를 23∼25일 거행한다며 “기자단의 현지 취재 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 핵실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해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고 발표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일본과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통화 등을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북-미 회담 직후 방일 의향을 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직전에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6월 8, 9일 캐나다) 때 아베 총리를 만나 북핵 대책을 논의하고 북-미 회담이 끝난 뒤에 곧바로 일본을 찾아 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자국이 배제되는 것을 우려하는 일본을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되면 미일 정상은 지난달 아베 총리의 방미, 6월 초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서의 양자회담에 이어 두 달 사이 세 번 만나는 게 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