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바티칸이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에 상주 대표부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교황청 방문한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뒤 베트남 하노이에 상주 대표부를 두기로 합의했다. 베트남 국가 서열 2위인 국가주석이 교황청을 방문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베트남은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바티칸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바티칸이 베트남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와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다는 판단에서다. 양측은 2009년부터 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를 이어오다 지난해 대표부 설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날 양측은 공동 성명을 통해 “양자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인구 9600만 명 가운데 6.6%인 약 700만 명이 카톨릭 신자다. 나머지 대다수 국민들은 불교 신자이거나 토속 신앙을 믿는다. 향후 양측이 재수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대표부 설치 합의까지 10년이 걸린 만큼 관계 정상화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 많다. 바티칸 입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중국에도 바티칸 상주 대표부를 설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로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티칸은 비공개적으로 베이징에 상주 대표부를 설치하도록 허가해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해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스라엘이 사법부 무력화 내용을 일부 담은 법안 처리로 내부 분열이 심화된 사이 팔레스타인에서는 반목하던 두 세력이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2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실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3자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자치정부와 하마스는 2007년 내전을 벌인 이후 갈등 관계였다. 당시 하마스는 자치정부의 이스라엘 평화 협정 추진에 반발해 공격을 가해 가자지구를 장악했다. 이후 가자지구는 사실상 하마스 영향권 아래 놓였다. 서방 지원을 받는 자치정부는 이스라엘 영향력이 큰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다.튀르키예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바스 수반과 하니예 하마스 수장은 조만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담을 열고 이스라엘과의 갈등 및 내부 분열 종식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마스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날 회담을 통해 양측은)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만이 이스라엘 점령 행위에 맞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로이터는 다만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날 회담으로 16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자치정부와 하마스의 권력 다툼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강행한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따른 거센 반발이 ‘중동 최강’으로 꼽히던 이스라엘군의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군 수뇌부는 동요하는 군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스라엘에 연 38억 달러(약 4조9400억 원)의 군사 지원을 하고 있는 미국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강행에 반발해 복무 거부 서명에 동참한 예비군은 최근 1주일 동안에만 최소 1만1000명이 넘는다. 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대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신베트 등 전직 안보 고위 관리 또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예비역들의 집단 행동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912만 명인 이스라엘에서 예비군의 수는 40만 명으로 현역(18만 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안보 태세를 갖추는 데 있어 예비군의 중요성이 지대하다. 전투기 조종사, 정보 분석가, 특수부대의 예비역들은 아랍권과 오랫동안 대치해온 이스라엘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법부 무력화 법안의 강행이 군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 내부의 분열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에는 비상이 걸렸다.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예비군들을 향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이 하나로 단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이슬람 국가가 가득한) 중동에서 국가로 존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복무 거부 철회를 호소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예비군들이 마음을 돌렸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NYT는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주변 중동 주요국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고위 관리가 3시간 동안 만나 이스라엘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WSJ 등에 따르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 접경지대에서 조용히 병력을 증강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한 헤즈볼라 대원도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도 우려 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5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를 하고 “현 갈등을 정치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마틴 인디크 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CNN에 “이스라엘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제는 두 발로 설 때”라며 미국의 군사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스라엘이 내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도 24일 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 자신의 사법 위험을 낮추기 위한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에 25일 주식시장과 통화 ‘셰켈’ 가치가 일제히 하락했고 곳곳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도 우려를 표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반대파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는 영국 ‘채널4’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이 현 정부를 불법으로 인식한다”며 현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했다. 현지 시간 25일 오후 2시(한국 시간 오후 8시) 기준 텔아비브 증권거래소의 대표 지수 ‘TA-125’는 전일 대비 2.57% 떨어졌다. 이 지수는 전일에도 2% 넘게 내렸다. 증시는 이달 들어 줄곧 상승세였으나 네타냐후 정권의 법안 처리 강행 소식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 달러화에 대한 셰켈 가치도 1.4% 하락했다.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에서는 수만 명이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의 처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독재에 빗대며 ‘인공기’를 들었다.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한때 섬광 수류탄 사용까지 검토해 시위대를 분노케 했다. 24일 예비군 1만 명이 복무를 거부한 데 이어 이날도 수천 명의 예비군이 추가로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80만 명이 회원인 최대 노동 단체 ‘히스타드루트’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3일 “이스라엘을 분열시킬 수 있다”며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을 촉구한 바로 다음 날 네타냐후 총리가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는 점에 불쾌감을 표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민주주의의 변화는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유감을 밝혔다. 이번 사태가 네타냐후 총리의 방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세 번째로 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앞선 두 번의 집권 때는 취임 직후 미국을 찾았다. 사법부 무력화 논란에 이번에는 약 8개월에 이르도록 초청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초청 사실을 공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두 번째 집권 중이던 2019년 11월 뇌물 수수, 사기 등으로 기소돼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의회 동의로 뒤집을 수 있는 이번 법안이 그의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24일 의회에서 전체 120석 중 네타냐후 정권의 극우 연정에 참여하는 64명 전원이 찬성해 법안이 통과됐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폴란드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폴란드를 향해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며 러시아를 돕고 있는) 벨라루스에 대한 어떤 공격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동유럽 국가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3일 회담을 갖고 폴란드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가안보회의에서 폴란드가 러시아의 조력국 벨라루스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벨라루스에 대한 어떤 공격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벨라루스는 20일 폴란드 접경 지역인 남서부 브레스트주 훈련장에서 자국군과 최근 벨라루스에 주둔한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합동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폴란드는 “명백한 도발 행위”라면서 국경 지역에 2개 여단을 배치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한 상태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폴란드가 영토 수복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폴란드는 자국의 서부 영토가 ‘스탈린의 선물’임을 잊고 있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영국, 소련 3국은 패전국인 독일 땅 일부를 떼어내 당시 독일이 가장 먼저 침공했던 폴란드에 보상으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두고 당시 옛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배려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편 셈이다. 그러나 폴란드는 독일 영토 일부를 받는 대신 자국 동쪽 영토의 일부를 소련에 내줘야 했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스탈린 덕에 폴란드가 국경을 넓혔다”는 주장에 발끈할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격분한 폴란드는 22일 세르게이 안드레예프 주폴란드 러시아대사를 초치했다. 파벨 야블론스키 폴란드 외교차관은 이후 취재진에게 푸틴 대통령의 ‘선물’ 발언에 대해 “허구적인 역사 주장”이라며 “푸틴이라는 현재의 전범(戰犯)이 스탈린이라는 과거 전범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블론스키 차관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23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스트렐나 지역의 콘스탄티놉스키 궁에서 만났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 처음이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과 관련해 “반격이 없다”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은 “존재하지만 실패했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폴란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의 추가 지원을 중단시키려는 시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24일에도 만날 계획이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재집권 7개월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을 받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및 유대인 정착촌 확대 시도를 두고 갈등을 빚던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지역에서 중국과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뒤늦게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8일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 초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총리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통화하고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방문을 협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백악관 방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강고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를 나눌 적절한 시기가 왔다고 본다”며 “가을쯤이 적절한 시기”라고 초청 사실을 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연말 무렵 백악관을 찾게 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의 핵심 우방 이스라엘 총리는 취임 직후 백악관을 방문했다. 이 관례에 비춰 볼 때 네타냐후 총리의 뒤늦은 방미는 이례적이다. 무리하게 ‘사법 조정안’과 팔레스타인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추진하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법 조정안 추진을 “민주주의 기본 원칙 훼손 시도”라고 비판하자 네타냐후 총리가 “내정 간섭”이라고 맞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점점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제어할 필요성을 느끼던 미국이 ‘네타냐후 패싱’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고 이달 중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날 예정인 네타냐후 총리의 ‘방중 카드’가 통했다는 풀이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베이징에 초청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 중재에 이어 이-팔 갈등에까지 적극적인 중재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에는 미국과 다시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이란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오랜 앙숙이자 중동 지역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와 관계를 정상화한 이후 주변 아랍국들과 교류를 강화하며 반미(反美) 분위기 조성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이란 양국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견제를 위해 이스라엘, 사우디와 관계 회복에 신경을 쓰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는 이른바 ‘종교 경찰’(지도 순찰대)의 활동이 재개된다. 지난해 9월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며 체포한 20대 여성 의문사로 촉발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 이후 당국이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없애지 않은 것이다. 500명 넘는 시민의 희생으로 겨우 얻은 자유가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영 IRNA통신 등 이란 언론에 따르면 사이드 몬타제르 알마디 경찰청 대변인은 16일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고 지도에 불응하면 처벌하는 활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종교 경찰 활동 재개를 밝혔다. 또 히잡을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도 처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지 단속하는 종교 경찰은 무자비한 것으로 악명 높다. 길거리에서 복장이 불량하다며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해 구타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초록색 승합차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9월 ‘히잡 의문사’ 사건 당사자인 쿠르드계 여성 마사 아미니(22)도 종교 경찰에 체포된 후 신문을 받다 시신으로 발견됐다. 반정부 시위가 40일 넘게 이어지며 최소 500명이 숨지자 이란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종교 경찰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종교 경찰이 공식 폐지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외신은 사실상 이 조직이 와해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불과 7개월도 지나지 않아 종교 경찰 활동이 부활한 것을 두고 이란 사회가 반정부 시위 이전 강압적 통제 상태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당국은 올 4월 공공장소에 감시 카메라 등을 설치해 히잡 단속을 점점 강화해왔다. 히잡을 쓰지 않은 손님을 받은 식당이나 상점 수백 곳이 영업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이란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음주를 금지하는 이란에서 지난해 불법 제조된 ‘가짜 술’을 마시고 숨진 사람이 전년보다 30% 증가한 644명이라며 “율법이 얼마나 시민을 억압하고 사생활에 개입하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던 집속탄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합동참모본부 더글러스 심스 작전국장은 13일(현지 시간)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급할 포탄을 생산하는 데 시일이 걸려 생산이 완료될 때까지 집속탄을 대신 공급하겠다고 밝힌 지 6일 만이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도 같은 날 CNN 인터뷰에서 “전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집속탄은 하나의 대형 포탄 안에 소형 자폭탄이 여러 개 들어 있어 ‘강철비’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강하지만 민간인 피해 우려도 커 사용 여부를 두고 국제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가 전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 이미 졌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선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행방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나라면 먹는 것을 조심할 것”이라며 독살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화력 지원이 이어지자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TV 인터뷰에서 “외국산 탱크를 우선 공격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탱크는 옛 소련에서 생산된 탱크보다 더 쉽게 불에 탄다”고 비꼬며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러시아군의 우선 공격 대상이 된 서방 탱크에 오르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던 집속탄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합동참모본부 더글라스 심스 작전국장은 13일(현지 시간)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급할 포탄 생산에 시일이 걸려 생산이 완료될 때까지 집속탄을 대신 공급하겠다고 밝힌 지 6일 만이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도 같은 날 CNN 인터뷰에서 “전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집속탄은 하나의 대형 포탄 안에 소형 자폭탄이 여러 개 들어있어 ‘강철비’로 불릴 만큼 파괴력이 강하지만 민간인 피해 우려도 커 사용 여부를 두고 국제적으로 논란이 돼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가 전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 이미 졌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선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행방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나라면 먹는 것을 조심할 것”이라며 독살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화력 지원이 이어지자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TV 인터뷰에서 “외국산 탱크를 우선 공격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탱크는 구소련에서 생산된 탱크보다 더 쉽게 불에 탄다”고 비꼬며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러시아군의 우선 공격 대상이 된 서방 탱크에 오르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이단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11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전격 합의한 것은 서방 도움으로 자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5월 재선 승리 이후 미국 월가 출신 경제팀을 꾸리며 거꾸로 가던 금리 정책을 수정하면서까지 경제 회복에 방점을 둔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親)러시아 노선을 버리고 ‘실리 외교’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친러에서 친서방’ 노림수 통할까 11, 12일(현지 시간)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물꼬를 트면서 나토의 안보 영토 확대를 통한 러시아 봉쇄 전략을 마무리한 인물은 에르도안 대통령이었다. 이를 두고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는 관측이 많다. 로이터통신은 11일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친러 행보를 보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각한 국내 경기 침체 회복을 목표로 친서방 행보를 취했다고 분석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전격 찬성을 지렛대 삼아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가시화함으로써 대규모 외국인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서는 러시아 투자만으로는 국내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튀르키예 경제위기가 그로 하여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90% 하락하고 물가가 80% 치솟는 심각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EU를 비롯한 서방의 지원과 원조가 필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취지다. ‘친서방 유턴’ 결정에는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서방 투자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러시아로서도 서방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관광, 에너지 같은 분야에서 협력해 온 터키가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지적했다. 실제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튀르키예의 친서방 행보에도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겠다”고 밝혔다.● 재집권 6주 만에 외국인 자금 유입 급등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 직후만 해도 시장은 튀르키예 경제가 회복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재선 확정 이튿날인 5월 29일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20.10리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국제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도 “고금리는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며 되레 금리를 낮춘 비상식적 경제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부총리를 지낸 메흐메트 심셰크를 재무장관에, 월가 출신인 하피제 가예 에르칸을 중앙은행 총재에 앉히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심셰크 장관과 에르칸 총재는 각각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을 거친 시장경제 전문가다. 여기에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22일 기준금리를 8.5%에서 15%로 끌어올렸다. 시장은 역행하던 경제 정책이 유턴을 시작했다고 반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부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6월 한 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튀르키예 주식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2021년 11월 이후 최대이며, 6개월 만의 외국인 자금 순유입이다. 튀르키예 주식시장 비스트(BIST) 지수도 한 달여 만에 34% 상승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92%로 둔화됐다. 다만 튀르키예 경제를 마냥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신임 경제팀의 정책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여전히 고금리에는 부정적이라고 밝힌 데다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기존 경제 정책으로 회귀하려 한다는 우려도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될 수 있을까. 나토의 ‘이단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사진)이 10일 정상회의 장소인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협조해 주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도 대면 회담을 했다. 스웨덴이 자국 내 소수민족 쿠르드족을 두둔한다는 이유로 줄곧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태도를 바꿀지가 관심사다. 미 백악관과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튀르키예의 미국산 F-16 전투기 구입, 튀르키예의 EU 가입 여부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이 테러단체라고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 지지층이 스웨덴에서 계속 자신을 향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점에 불만을 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튀르키예의 F-16 구매 요구를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연결 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크리스테르손 총리를 워싱턴 백악관으로 초청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오랫동안 중립국을 유지했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모두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올 4월 핀란드의 가입은 확정됐지만 튀르키예의 반대로 스웨덴의 가입은 지연되고 있다. 나토의 신규 가입에는 31개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스웨덴은 최근 튀르키예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하고 반테러법 또한 통과시키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스웨덴에서 벌어진 반이슬람 시위에서 일부 극우 인사가 이슬람 경전 ‘꾸란’을 불태우자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재검토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크리스테르손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0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3자 회담을 했다. 이 자리를 계기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가입에 동의하면 이번 회의 기간 중 가입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지난해 러시아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82일간 결사 항전하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붙잡힌 아조우연대 지휘관들이 무사 귀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발발 500일째인 8일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던 마리우폴 주둔군 산하 아조우연대 지휘관 5명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전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한 후 귀국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영웅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있다”며 이 사실을 공개했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은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주둔군 특수부대인 아조우연대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배수진을 치고 무차별 포격에 맞서다 5월 17일 군 지휘부 명령으로 항복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제철소 안에서 부상과 굶주림을 무릅쓰고 버티는 아조우연대 장병들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우크라이나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포로 교환이 이뤄졌을 때 아조우연대 지휘관들은 종전 때까지 튀르키예에 머무른다는 조건으로 아조우스탈 제철소 항전 포로 일부를 우크라이나로 송환했다. 러시아는 이번 송환이 이 같은 합의를 어긴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아조우연대 지휘관 귀환 결정 과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쟁 500일째를 맞아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우크라이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흑해 뱀섬을 찾았다. 뱀섬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 함락될 당시 몇 명 되지 않는 병사들이 러시아군의 항복 요구를 무시하고 항전한 것이 알려지며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 사기를 높였다. 이 섬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계획보다 느린 진전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아직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론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수석 정책자문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의 약점을 분석하고 있다”며 “대반격 성공 관건은 파악을 끝낸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빠르게 이 약점을 공략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대반격 이후 동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일대에서 일부 영역을 탈환한 것으로 전해졌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지난해 러시아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82일간 결사 항전하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붙잡힌 아조우연대 지휘관들이 무사 귀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발발 500일째인 8일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던 마리우폴 주둔군 산한 아조우연대 지휘관 5명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전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한 후 귀국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영웅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있다”며 이 사실을 공개했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은 전쟁 초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주둔군 특수부대인 아조우연대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배수진을 치고 무차별 포격에 맞서다 5월 17일 군 지휘부 명령으로 항복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제철소 안에서 부상과 굶주림을 무릅쓰고 버티는 아조우연대 장병들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우크라이나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포로 교환이 이뤄졌을 때 아조우연대 지휘관들은 종전 때까지 튀르키예에 머무른다는 조건으로 아조우스탈 제철소 항전 포로 일부를 우크라이나로 송환했다. 러시아는 이번 송환이 이 같은 합의를 어긴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아조우연대 지휘관 귀환 결정 과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쟁 500일째를 맞아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우크라이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흑해 뱀섬을 찾았다. 뱀섬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 함락될 당시 몇 명 되지 않는 병사들이 러시아군 항복 요구를 무시하고 항전한 것이 알려지며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 사기를 높였다. 이 섬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가 재탈환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계획보다 느린 진전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아직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론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수석 정책자문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의 약점을 분석하고 있다”며 “대반격 성공 관건은 파악을 끝낸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빠르게 이 약점을 공략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대반격 이후 동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일대에서 일부 영역을 탈환한 것으로 전해졌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군함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미국 유조선에 대한 나포를 시도하고 총격까지 가했다. 미 해군이 긴급 출동해 나포를 저지했지만 이란은 “미 유조선이 먼저 이란 선박을 들이받았고 구호 조치도 없이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미중 패권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잠시 가려졌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세계 원유 운송의 약 35%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중동산 원유를 한국 등 아시아로 들여오는 핵심 통로다. 이곳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원유 수급, 국제 유가 변동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사이에 두고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2019년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美 vs 이란 진실 공방중동을 관할하는 미 해군 5함대는 5일 미 대형 정유사 셰브론이 소유한 ‘리치먼드 보이저’호가 이날 새벽 호르무즈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해 인근을 지나던 중 이란 해군 함정의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 군함이 보이저호를 멈추도록 압박하는 과정에서 군함에 탑승했던 이란 군인들은 보이저호에 소형 화기를 포함해 여러 무기를 수차례 발사했다. 미 해군 구축함 ‘USS 맥폴’함이 급히 현장에 도착해 보이저호를 엄호하자 이란 군함이 퇴각했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보이저호를 향해 접근하는 이란 군함, 이란 측 총격으로 보이저호 인근에서 하얀 불꽃이 튀는 장면 등이 담겼다. 셰브론 측은 “인명 피해는 없고 유조선 또한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군함은 앞서 약 3시간 전에도 역시 오만해를 지나던 남태평양 마셜제도 국적 유조선의 나포를 시도하려다가 역시 미 해군으로부터 저지당했다. 이란은 6일 국영 IRIB방송을 통해 “미국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포가 아니라 정당한 압류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보이저호가 먼저 이란 선박을 공격하는 바람에 해당 선박에서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법원으로부터 가해 선박에 대한 압류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의 폭은 약 40km에 불과하며 일평균 14대 이상의 유조선이 지난다. 해로의 좁은 폭에 비해 선박 통행이 많아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이곳을 거친다. ● 2019년 전쟁 직전까지 치달아이란은 그간 서방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이곳을 지나는 각국 유조선을 일종의 ‘인질’로 삼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이 맺은 핵협상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에 이란은 2019년 5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 선박 4척을 나포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 한 달 후에는 해협 인근을 지나던 미군 무인기(드론)까지 격추했다. 격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공격 직전 철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이란 요충지 세 곳에 대한 공습을 허가했으나 인명 피해가 150명에 달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공습 10분 전 이를 중단시켰다”고 직접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1월 이라크를 찾은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바그다드공항에서 공개 사살하며 사실상의 보복에 나섰다. 미 해군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이날까지 이란은 20척 넘는 국제 상선을 나포했다. 특히 2021년 1월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한국 선원 5명 등 총 20명을 억류했다. 당시엔 한국케미호의 환경 오염이 억류 이유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인 선장은 억류 95일 만에 풀려났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소탕’을 이유로 3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제닌 난민촌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였다. 2000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압제에 반발해 대규모 봉기에 나선 제2차 ‘인티파다’ 이후 서안지구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작전이다. 현재까지 최소 8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5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팔레스타인은 “민간인을 향한 새로운 전쟁범죄”라고 반발하며 이스라엘과의 모든 접촉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 세력의 은신처를 끝장내겠다”며 추가 군사작전을 예고해 중동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3일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난민촌 내 여러 건물에 지상군 수백 명을 투입하고 대대적인 무인기(드론) 공격도 가했다. 현장에서 무장단체원 20여 명을 체포했으며 로켓 등 무기 100여 점도 압수했다고 밝혔다. 제닌 난민촌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주요 은신처로, 지난해부터 이스라엘군의 수색이 잦아지며 양측 간 충돌이 이어져왔다. 이스라엘군은 “주요 공격 목표는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의 회합 장소 겸 무기 저장소”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온전한 군사작전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9일 이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을 겨냥한 폭발물 공격이 벌어지자 이후 내내 군사작전을 벌였다. 반면 나빌 아부 루데이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무방비 상태인 주민을 대상으로 새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부상자 중 10여 명은 중상자여서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팔레스타인 구급대원은 로이터통신에 “구급차를 몰고 난민촌에 들어갈 때마다 하늘에서 미사일과 총알이 쏟아졌다. 그때마다 구급차에 부상자를 가득 실어 날랐다”며 전쟁을 방불케하는 당시의 참혹함을 전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폭발물을 찾겠다며 일부 건물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민간인이 거주하는 일부 지역의 전기와 수도마저 끊었다. 극우 성향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제닌은 테러의 온상”이라며 테러 세력의 은신처를 끝장내겠다고 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또한 추가 작전을 예고했다. 이번 작전을 미국에도 알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과의 모든 접촉을 끊고 치안 협력도 중단할 것”이라고 맞섰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이슬라믹지하드 등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달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부 무력화 시도, 유대인 정착촌 건설 등을 두고 전통 우방인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 중이다. 이런 여파로 지난해 말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40년 넘게 인연을 맺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자신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지 않자 보란 듯 중국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 3월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배후에서 중재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또한 14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처럼 중국이 주로 반(反)이스라엘 전선에 있는 중동 국가로 영향력을 대폭 확대해 온 상황에서 네타냐후의 방중까지 성사된다면 중동에서의 미중 패권 갈등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美 자극해 태도 변화 촉구 26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과 중국 실무진은 네타냐후 총리의 방중을 준비하기 위한 만남을 가졌다. 시 주석 외에 다른 중국 지도부와의 면담 방안 또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되면 네타냐후 총리는 2017년 3월 이후 6년 만에 베이징을 찾는다. 이스라엘 측은 방중의 주요 목적이 중국과 패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자극해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려는 데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지 언론에 “미국 외 다른 외교 선택지가 있음을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이스라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역대 미 행정부는 신임 이스라엘 총리가 취임하면 곧바로 초청 의사를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1996∼1999년 첫 집권, 2009∼2021년 두 번째 집권 때는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백악관을 찾았다. 세 번째 집권 후에는 초청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혔음에도 이를 이루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3월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초청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자 “단기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40년 우정 금 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위원회 소속 상원의원이던 1982년 당시 주미 이스라엘 대사로 부임한 네타냐후 총리를 처음 만났다. 둘은 이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랬던 둘의 관계에 금이 간 것은 네타냐후 총리가 세 번째 집권 후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법안을 밀어붙이면서부터다. 이 법에 따르면 의회 과반(61석 이상)이 동의하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무효로 만들 수 있고, 대법관 임명권을 가진 법관선정위원회의 과반을 친네타냐후 인사로 채울 수 있다. 이스라엘 검찰은 2019년 11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 배임, 사기 등으로 기소했다. 이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며 네타냐후 총리가 지면 실각은 물론이고 감옥행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치는 ‘방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올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은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주권국”이라고 발끈했다. 다만 국내에서 연일 항의 시위가 벌어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는 40년 친구”라며 한발 물러섰다. 네타냐후 정권이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것 또한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다. 최근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로 공존하는 미국의 ‘두 국가 해법’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25일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대에 대한 연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55)가 이끄는 중도 우파 집권 여당이 25일(현지 시간) 2차 총선에서 의석 과반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야당 인사 사찰 의혹과 사상 최악의 열차 사고 등 악재에도 유권자들은 파국 직전의 경제를 다시 성장 가도에 올려놓은 미초타키스 현 총리를 택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이끄는 야당연합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감축, 연금 수령액 상향 등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을 내세웠지만 과거 국가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정책에 표심은 반응하지 않았다.● 포퓰리즘과 결별한 그리스 유권자 로이터와 AP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내무부는 이날 개표율 99.6% 기준 미초타키스 총리의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이 득표율 40.55%로 전체 300석 중 158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는 17.84% 득표율로 4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재집권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미초타키스 총리와 신민당은 지난해 ‘그리스판 워터케이트’로 휘청거렸다. 그리스 국가정보국이 야당 의원과 언론인, 기업인 등을 도청하는 등 사찰 의혹이 제기됐고 미초타키스 총리가 배후로 지목돼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올 2월에는 열차 충돌 참사로 57명이 숨지며 정부가 노후 철도 시스템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집중 제기됐다. 지난달 14일에는 그리스 앞바다에서 난민선이 침몰하여 600명 넘게 사망해 그의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일군 경제성장을 더 높이 평가했다. 그리스 경제는 2010년 국가부도 사태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에도 침체 일로를 걸었다.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그리스를 되살린 인물이 미초타키스 총리다. 그는 2019년 총리에 취임한 뒤 기업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무상 의료 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 공격적인 시장친화정책을 펼쳤다. 특히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고조됐음에도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스 경제성장률은 2021년 8.4%, 지난해 5.9%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유럽연합(EU) 평균을 뛰어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도 2020년 202%에서 지난해 171%로 내려갔다. 앞으로도 3년간 매년 10%포인트씩 부채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초타키스는 하버드 출신 금융전문가 미초타키스 총리는 재임 당시 공기업 민영화를 진두지휘하고 긴축을 고집해 노동자와 반대파로부터 드라큘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편 그의 시장친화정책은 정계 입문 전 금융권 업무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는 아테네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다시 사회학 학사를, 스탠퍼드대에서 국제정책학 석사를 마쳤다. 이어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석사(MBA)까지 딴 뒤 영국 런던 체이스은행,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 등에서 근무했다. 그는 정치 명문가 출신이기도 하다.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장남이다. 누나인 도라 바코야니스는 여성 최초의 아테네 시장을 지냈고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04년 아버지가 10년간 당수를 지냈던 신민당 국회의원에 선출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13∼2015년에는 행정개혁 담당 장관으로 재임했다. 이후 비효율에 찌든 그리스 정부를 시장 논리에 맞게 개혁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6년 당 대표에 선출됐다. 그는 경제 정책에선 보수 색채가 강하지만 그리스 정부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애자를 문화부 차관에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로 화제가 됐다. 또 일부 종교단체가 지하철 역사에 설치한 낙태 반대 광고를 전면 철거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낙태권을 인정하는 행보를 보였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수도 모스크바로 돌진하던 중 극적으로 반란을 멈췄다. 러시아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철군하는 조건으로 그와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하며 사태는 36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스트롱맨’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더해 통제력 약화까지 노출시키며 23년간의 장기 집권 중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24일(현지 시간)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기지로 철수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무장 반란의 이유에 대해 “그들(러시아군)이 바그너그룹을 해체하려고 해 우리는 23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모스크바로) 정의의 행진을 시작한 것”이라며 “하루 만에 모스크바 200km 이내까지 왔다”며 전력을 부각시켰다. 중재를 이끌어낸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과 합의하에 루카셴코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협상했다”고 밝혔다. 합의 도출 직후 바그너그룹은 이날 오후 늦게 반란을 통해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이 긴급 TV 연설을 통해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이라며 ‘가혹한 대응’을 예고했지만, 합의 도출 이후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했다. 무장 반란은 36시간 만에 중단됐지만 2000년 집권 이후 강력한 통솔력으로 ‘스트롱맨’으로 불린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바그너그룹은 하루 만에 800km를 진격해 모스크바 코앞까지 다다랐다. 푸틴 대통령이 통제하지 못하는 세력이 얼마든지 모스크바로 빠르게 진격해 권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반란은 실패했지만 그 충격파는 몇 달간 계속돼 정치적 불안정을 부채질하고 푸틴 대통령이 지도자로서 적합한지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6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세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악의 길을 택하는 자는 스스로를 파멸시킨다”며 이번 사태를 반격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24∼48시간이 상황 전개에 결정적인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프리고진, 푸틴 집권후 크렘린궁 연회 주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만들어 해결사 역할 北, 바그너그룹에 미사일 등 제공반란 이후엔 바로 푸틴 편들어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나 이번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북부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용병 모집을 위해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재소자, 후천면역결핍증(AIDS) 환자 등도 받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들의 잔혹함과 각종 만행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론전에서 크게 밀리는 계기가 됐다. 프리고진은 1961년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부터 절도, 강도, 사기 등으로 소년원과 교도소를 드나들었고 출소 후 핫도그 장사로 돈을 벌었다. 1997년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의 눈에 들어 그와 가까워졌다.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의 연회에 각종 음식을 제공했고 당시 러시아를 찾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인사를 접대해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20여 년 전 자녀들과 동화책을 펴낸 이력도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체첸 전쟁에서 활약한 전직 특수부대원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나치 독재자 히틀러를 추종하던 웃킨이 히틀러가 좋아한 19세기 독일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을 붙였다. 바그너그룹은 크림반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세력을 지원하며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대립을 부추겼다. 시리아 리비아 수단 말리 등 중동과 아프리카 주요국에서는 현지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각종 이권 사업을 따냈다. 바그너그룹이 챙긴 돈의 대부분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 쓰였다는 관측이 많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1월부터 수천 명의 바그너 요원을 우크라이나로 보내 사회 불안을 조장했다. 침공 이후에는 “2, 3일 만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수 있다”고 호언하던 러시아 정규군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프리고진이 푸틴의 신임을 믿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파워게임을 벌인다는 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반란으로 양측의 불화가 사실로 드러났다. 현재 바그너그룹이 어느 정도 전력을 유지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영국 국방부는 올 1월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5만 명의 전투원을 지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바그너그룹과 북한의 관계도 관심이다. 지난해 12월 미 백악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쓰일 미사일, 로켓 등을 러시아군 대신 바그너그룹에 인도했다”며 양측의 밀착을 공식화했다. 다만 김정은 정권의 전복을 가장 두려워하는 북한은 반란 이후 바그너그룹이 아닌 푸틴 정권의 편에 섰다.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임천일 외무성 부상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대사를 만나 “반란이 순조롭게 평정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잇단 무력충돌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고조되자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 간 평화협정인 아브라함 협약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모로코 외교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아브라함 협약 당사국 정상회의를 여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아브라함 협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중재로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같은 아랍권 국가가 이스라엘과의 오랜 갈등을 뒤로하고 서명한 평화협정이다. 지난해 3월 이스라엘에서 역사적 회담을 한 협약 당사국들은 올 상반기 모로코에서 회담할 계획이었다. 모로코는 이스라엘의 대(對)팔레스타인 강경책 탓에 회담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19일 요르단강 서안 제닌 난민촌 수색 과정에서 무장헬기까지 동원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교전을 벌였다. 최근 이어진 크고 작은 충돌로 사상자 100여 명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국제사회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에 주택 1000여 채 건설을 승인하는 등 정착촌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나세르 부리타 모로코 외교장관은 “역내 평화를 흔드는 (이스라엘의) 도발적이고 일방적 행동이 (회담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약은 지난해 11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 휘청댈 조짐을 보였다. 올 초 대표적 극우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이슬람교 3대 성지 알아끄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방문을 강행해 아랍 국가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우방 미국도 ‘성지 도발’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스라엘 여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예루살렘 성지를 이슬람교와 유대교 구간으로 나누는 법안까지 추진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 성지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은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 영토에 속하게 됐지만 성지 관리 및 운영은 요르단이 맡고 있다. 현재 이슬람교도만 성지에서 기도할 수 있다. 아브라함 협약이 흔들리면서 중국을 견제하며 중동에 대한 영향력 재확보에 나서려던 미국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아브라함 협약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유년시절 절도와 강도, 사기 등으로 소년원과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출소 후 핫도그 장사로 큰 돈을 벌기 시작한 그는 소련 붕괴 후 고향에서 식료품 가게와 카지노를 열었으며 1995년부터는 음식점 사업도 시작했다. 프리고진과 푸틴의 인연은 그가 1997년 차린 식당 ‘뉴 아일랜드’에서 시작된다. 2001년부터 푸틴이 이 식당을 즐겨 찾으면서 둘은 가까워졌다. 푸틴은 2003년 자신의 생일 파티를 이 식당에서 여는 한편 크렘린궁의 크고 작은 연회를 그에게 맡겼다.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도 이 때 생겼다. 바그너그룹은 2014년 설립됐다. 표면적으로는 프리고진의 경호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9월 결국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바그너그룹을 세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바그너그룹은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러시아 정규군이 하지 못하는 군사작전을 수행하며 ‘푸틴의 해결사’로 등극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고문 및 살해 등 잔혹 행위를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