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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스케치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BBC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16일(현지 시간) 고흐가 29세 때 연필로 그린 ‘닳아빠진 것을 위한 연구(Study for Worn Out·사진)’를 전시했다. 해당 작품은 고흐가 1882년 11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살 때 이웃에 사는 노동자 출신 노인을 그린 것이다. 작품 속 노인은 삶의 무게가 버거운 듯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주먹 쥔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있다. 고흐는 1878년 신학교를 그만둔 후 성직자를 포기하고 1880년부터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제안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닳아빠진 것을 위한 연구’는 화가 전향 2년째를 맞아 스케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린 작품 중 하나다. 고흐의 명작인 ‘울고 있는 노인’(1890년)의 초기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덜란드 미술 소장가인 헹크 브레머르는 1910년 이 작품을 구매한 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자손들에게 물려줬다. 최근 후손들은 반 고흐 미술관에 진품 감정을 의뢰했고 분석 결과 고흐의 미공개 작품으로 확인됐다. 내년 1월 2일까지 반 고흐 미술관에서 전시된 후 소장자에게 돌아갈 예정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스케치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BBC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16일(현지 시간) 고흐가 29살 때 연필로 그린 ‘닳아빠진 것을 위한 연구(Study for Worn Out)’를 전시했다. 해당 작품은 고흐가 1882년 11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살 때 이웃에 사는 노동자 출신 노인을 그린 것이다. 작품 속 노인은 삶의 무게가 버거운 듯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주먹 쥔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있다. 고흐는 1878년 신학교를 그만둔 후 성직자를 포기하고 1880년부터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제안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닳아빠진 것을 위한 연구’는 화가 전향 2년째를 맞아 스케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린 작품 중 하나다. 고흐의 명작인 ‘울고 있는 노인’(1890년)의 초기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덜란드 미술소장가인 행크 브레머는 1910년 이 작품을 구매한 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자손들에게 물려줬다. 최근 후손들은 반 고흐 미술관에 진품 감정을 의뢰했고 분석 결과 고흐의 미공개 작품으로 확인됐다. 내년 1월 2일까지 반 고흐 미술관에서 전시된 후 소장자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테이오 미덴도르프 반 고흐 미술관 수석연구원은 “해당 작품은 세련되진 않지만 거칠면서 에너지 넘치는 고흐 특유의 연필 선 등 그의 초기 작업 방식을 잘 보여준다”며 “그림 뒤에는 고흐가 종이를 그림판에 붙이기 위해 썼던 회반죽 흔적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미국이 영국, 호주와 함께 외교안보 3자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하면서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자 호주와 약 47조 원 규모의 잠수함 건조 계약을 했던 프랑스가 격분했다.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기로 한 호주가 프랑스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우방의 등에 칼을 꽂았다’며 호주를 맹비난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6일 국영방송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우리는 호주와 신뢰 관계를 구축했는데 이런 신뢰가 배신을 당했다”고 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미국을 향해서도 “이렇게 일방적이고 잔인하며 예측할 수 없는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삼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도 이날 RFI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호주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굉장히 나쁜 소식을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동맹국을 어떻게 대했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며 “지정학, 국제관계에 있어서 이번 일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16년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그룹은 잠수함 12척을 건조하는 40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계약을 호주 정부와 체결했다. 로이터는 “2주 전만 해도 호주 국방장관과 외교장관은 프랑스 측에 해당 계약이 유효함을 재차 확인해줬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6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초청해 수십 년에 걸친 양국 협력 관계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연합(EU)이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하기 위한 대외 인프라 투자사업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시작한다.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신장위구르의 강제노동으로 생산되는 제품 또한 거부할 뜻을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5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리의 번영과 안보에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권위주의 정권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를 이용하려 한다”며 유럽이 인도태평양에서 존재감을 더 키우기 위해서라도 이 지역에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럽이 중국이 소유한 구리 광산과 항구 사이에 길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우리는 이런 투자에 더 영리해져야 한다”며 “전 세계의 상품, 사람, 서비스를 연결하는 양질의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포르투갈과 브라질의 해저 광케이블 연결, 아프리카 주요국과 함께 지중해를 아우르는 녹색 수소 시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EU 시장에서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며 “2500만 명이 강제 노동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품이 유럽에서 판매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U와 미국은 중국이 줄곧 신장위구르 내 소수민족을 강제노역에 동원하고 각종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일대일로가 스리랑카 등 저개발국에 인프라 투자를 해주는 듯 보이지만 결국 중국의 경제 식민지가 될 뿐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차별성도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 세계 파트너에게 투명성, 좋은 지배구조를 제공할 것”이라며 EU는 ‘종속’이 아닌 ‘연결’을 원한다고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중국이 소위 ‘시진핑(習近平) 사상’을 앞세워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동안 정보기술(IT) 기업, 사교육, 연예계 등을 대상으로 했던 소위 ‘홍색 규제’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내년 10월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위해 미리 온라인 여론을 관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14일 ‘인터넷 문명 건설 강화에 관한 의견’을 통해 “시진핑 사상을 지도 사상으로 삼아 사회주의 가치관을 고양하고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당과 정부의 공동 지침을 통해 중국식 사회주의 가치관을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 공간의 사상 선도 강화, 문화 육성, 도덕성과 행동 규범 강화, 허위정보 및 사이버 괴롭힘 단속, 문명 창출 등 총 8개 분야의 요구사항도 제시했다.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터넷 윤리와 행동 규칙을 만들고, 인터넷 용어를 규범화하며 청소년들의 인터넷 소양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과 정부는 “각 지역과 부처가 인터넷 문명 건설 강화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지도체제와 업무 메커니즘을 수립해 누리꾼, 특히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문명 건설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중국은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차단체계를 통해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인터넷에 대한 기존의 검열 수위를 대폭 높이고 사회주의 선전 선동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그간 홍색 규제가 IT 기업, 연예계 등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이번 규제는 인터넷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인터넷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9억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여론전 또한 한창이다. 세계 주요국에 파견된 중국 외교관은 시 주석에게 일종의 충성 경쟁이라도 벌이듯 연일 서방에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14일 베트남 주재 중국대사관은 일본을 향해 “도둑이 ‘도둑질을 멈추라’고 한다. 국가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결의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최근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이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하자 일본을 ‘도둑’에 비유한 것이다. 친강 미국 주재 중국대사 또한 지난달 말 미중 관계회의에서 “입을 닥쳐라(Please Shut Up)”라는 강경한 표현으로 미국을 비판했다. 쉐젠 일본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는 지난달 트위터에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아프가니스탄인을 표현한 그림을 올리며 ‘미국의 아프간 20년 성과’라고 조롱했다.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의 폭정을 우려해 아프간을 탈출하다 사망한 이들을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급기야 14일 영국 상·하원은 정쩌광 영국 주재 중국대사의 의회 출입을 금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지적한 영국 의원 7명에게 제재를 가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7구의 보건부 청사 앞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도로를 두고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증명서 의무화 반대’를 외치며 이날까지 9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파리에서만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이 사안을 내년 4월 10일 대선과 연계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회사원 리오넬 씨(50)는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4)이 재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마크롱 정권의 방역 정책은 잘못됐다”며 국민 개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크롱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도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53)를 찍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하루 뒤 르펜은 남부 프레쥐스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마크롱 정권이 전염병을 핑계로 권력을 휘두른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파리시장(62)도 대선 출마를 선언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됐다. 현재 유럽은 ‘선거의 계절’을 맞이했다. 앞서 13일 총선을 실시한 노르웨이에서는 좌파 연정이 집권했고 17∼19일에는 러시아 총선이 열린다. 무엇보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26일 총선을 통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자를 선출한다. 2005년 11월 집권 후 16년간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지도자 역할을 해온 메르켈의 후임자가 누가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EU의 ‘두 축’인 독일 총선과 프랑스 대선 결과에 따라 유럽의 정치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평했다. 獨 집권 기민당 패배 가능성 독일 총선에서는 현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이 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2일 여론조사회사 ‘인사’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이 26%로 1위를 차지했다. 기민당과 기독사회당 연합은 20%에 그쳤다. 지난달 24일 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포르자’ 또한 사민당이 23% 지지를 얻어 기민·기사 연합(22%)을 제쳤다고 보도했다. 친환경을 앞세운 녹색당(15%),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11%), 좌파당(6%) 등이 뒤를 이었다. 기민당의 저조한 지지율은 우선 아르민 라셰트 대표(60)의 인기 하락과 관련이 있다. 1월 당 대표가 된 라셰트는 줄곧 메르켈에 비해 카리스마와 당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독일에서만 약 2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7월 대홍수 당시 피해 현장에서 웃는 모습이 포착돼 지지율이 급락했다. 최근 그는 당 지지율과 별도로 ‘차기 총리 후보로 누가 적합하냐’를 묻는 조사에서도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63)는 물론 아날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대표(41)에게도 밀려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도좌파 사민당은 제1당이 되면 녹색당, 좌파당과 연합해 좌파 연정을 출범시킬 뜻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숄츠 대표가 메르켈에 이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함부르크 시장, 노동장관, 재무장관 등을 거쳤다. 말실수가 적고 안정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나 ‘로봇 같다’는 평도 있다. 부유세 등 좌파 공약 득세 숄츠 대표와 사민당의 선전은 기민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 특히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사민당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80% 이상의 시민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수도 베를린에서는 임대료 상승이 심각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독일 부동산재단(ZIA)에 따르면 2013∼2019년 베를린의 신규 계약 임대료는 27% 올랐다. 2017년에는 시민들이 20평대 소형 아파트의 월 임대료로 500유로(약 69만 원)를 지불했지만 현재 1000유로 이상을 줘도 집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사민당은 엄격한 임대료 제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기민당은 더 많은 주택 공급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 많은 주택이 생겨도 집을 소유하기 힘든 젊은 유권자들은 사민당 정책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젊은 유권자들은 연금 고갈로 자신들이 훗날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도 크다. 사민당은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기민당은 연금체계 개편이 없으면 공멸이라며 일정 부분 고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민당은 또한 현재 9.5유로(약 1만300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1년 안에 12유로로 인상하고 부호들에게 1%의 부유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7월 대홍수로 기후변화 정책 역시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역시 우파보다는 녹색당 등 좌파 진영에 유리한 분야다. 좌파 정당의 강세는 13일 노르웨이 총선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집권했던 중도우파 연정이 8년 만에 패했다. 노동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은 부자 증세, 기후변화 대응 등을 적극 주창해 집권에 성공했다. 노르웨이의 정권교체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5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최초 女대통령 노리는 佛 르펜 프랑스에서는 극우 르펜 대표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가 2차 결선 투표를 치른다. 2017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대표가 결선투표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3일 공영방송 프랑스앵포의 조사에서 마크롱은 24∼26%, 르펜은 19∼23%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론조사회사 IFOP의 조사에서도 마크롱과 르펜의 격차는 3∼5%포인트에 불과하다. 5년 전 결선투표(22%포인트)에 비해 격차가 대폭 좁혀졌다. 르펜은 단순히 반난민, 반이슬람 정서에만 기대지 않겠다며 좌파 정책도 대폭 차용할 뜻을 밝혔다. 코로나19와 봉쇄 등으로 실업 증가, 자영업 폐업 등 서민경제가 팍팍해진 탓이다. 그는 최근 민영화된 고속도로를 국유화해 통행료를 현재보다 15% 낮추고, 국영방송을 민영화해 정부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르피가로 인터뷰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화의 후보’인 반면 나는 ‘국민의 후보’”라며 마크롱 정권하에서 대도시 고학력 엘리트만 잘사는 세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EU의 양 날개 노릇보다 프랑스에만 집중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르펜의 당선은 2016년 6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같은 해 11월 미 대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 강경한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2017년 7월 집권 등에 맞먹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평했다. FT는 “독일에 이은 EU 2위 경제대국 프랑스에서 극우 대통령이 나오면 국내외로 파괴력이 엄청난 ‘정치적 지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내년 4월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2명의 정치인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4)에게 도전장을 냈다. 중도좌파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파리 시장(62)은 12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53)도 선거 유세를 본격화해 ‘마크롱-르펜-이달고’의 3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르몽드 등 프랑스 주요 언론은 출신, 성장 배경, 정책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두 여성 정치인을 집중 비교하고 있다. 스페인계 이민자인 이달고 시장은 이날 사회당 지지세가 높은 북서부 노르망디주 루앙의 옛 조선소에서 “모든 어린이들이 내가 누렸던 기회를 얻길 바란다. 공정한 프랑스를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달고 시장은 1959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태어났고 유년 시절 부모와 프랑스 남부 리옹으로 이주했다. 부모는 프랑스어를 하지 못해 육체노동직을 전전했다. 임대주택에 살던 그는 14세에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리옹3대학에서 사회법을 전공했고 사회당에 입당한 후 좌파 거두 베르트랑 들라노에(71)의 눈에 들었다. 이달고는 들라노에가 재선 파리시장을 지내는 동안 부시장으로 도시계획 등을 담당했다. 2014년 최초의 여성 파리시장이 됐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임기 6년의 파리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꼽힌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3선 시장이다. 이달고는 지난달 파리 시내 자동차 주행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했다. 재임 내내 파리의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등 녹색 캠페인을 적극 추진해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남편은 사회당 동료 장마르크 제르맹(55)이다. 영불해협을 헤엄쳐 건넌 최연소 프랑스인이 그의 아들 아르튀르(20)다.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프레쥐스 유세에 등장한 르펜 대표는 반(反)이슬람 정책을 표방했다. 그는 일부 지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무장세력 탈레반처럼 변했다며 “집권하면 국내의 탈레반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겠다. 프랑스의 ‘탈레반화’를 막겠다”고 했다. 그는 마크롱 정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정책을 비판하며 “대통령이 전염병을 핑계로 권력을 과도하게 휘두른다. 이는 프랑스의 자유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르펜은 1968년 파리 근교 부유층 거주지 뇌이쉬르센에서 국민집회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93)의 딸로 태어났다. 법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1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당 대표를 맡았다. ‘극우의 거두’로 불리는 그의 아버지는 1974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5차례나 대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마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24∼27%의 지지를 얻고 있다. 르펜(22∼26%)과 이달고(8∼10%)가 뒤를 잇는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2일(현지 시간) 헝가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85)이 극우 정치인 오르반 빅토르 총리(58)를 만났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전 부다페스트 미술관에서 오르반 총리와 면담을 진행했다. 교황청에서는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외교장관인 폴 갤러거 대주교가 참석했고 헝가리 정부 측에서는 대통령과 부총리가 자리를 함께했다. 2010년 집권한 오르반 총리는 권위주의 통치를 해온 극우 정치인이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성소수자 차별법 등을 시행하면서 때때로 반(反)유대주의적 태도도 보였다. 평소 극우 민족주의, 포퓰리즘, 반난민 정책을 비판해온 교황과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면담은 약 40분간 진행됐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교황청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헝가리 가톨릭교회, 기후변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발표했다. 이념과 정치 성향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BBC는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페이스북에 교황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기독교적 헝가리가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교황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무슬림 이민자들로 인해 헝가리의 기독교적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오르반 총리와의 면담 후에 현지 기독교와 유대교 지도자들과 만나 유럽 내 반유대주의 부활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반유대주의는) 불이 붙게 놔둬선 안 되는 도화선 같은 것”이라며 “이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노력하고 형제애를 고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가장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만났다.” 12일(현지 시간) 헝가리를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85)이 극우 정치인 오르반 빅토르 총리(59)를 만났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전 부다페스트 미술관에서 오르반 총리와 면담을 진행했다. 교황청에서는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외무장관인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가 참석했고 헝가리 정부 측에서는 대통령과 부총리가 자리를 함께했다. 2010년 집권한 오르반 총리는 권위주의 통치를 해온 극우 정치인이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성소수자 차별법 등을 시행하면서 때때로 반유대주의적 태도도 보였다. 평소 극우 민족주의, 포퓰리즘, 반(反)난민 정책을 비판해온 교황과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면담은 약 40분간 진행됐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교황청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헝가리 가톨릭교회, 기후변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발표했다. 이념과 정치성향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BBC는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페이스북에 교황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기독교적 헝가리가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교황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무슬림 이민자들로 인해 헝가리의 기독교적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오르반 총리와의 면담 후에 현지 기독교와 유대교 지도자들과 만나 유럽 내 반대유대주의 부활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반유대주의는) 불이 붙게 놔둬선 안 되는 도화선 같은 것”이라며 “이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노력하고 형제애를 고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겨우 54%밖에 되지 않는다니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적극 도와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 15구에 사는 이웃들과의 모임에서 프랑스인 지인이 일간 르피가로에 실린 기사를 보며 한 말이다. 아프간 난민 수용 여부를 설문한 결과 54%가 찬성이고, 46%는 반대 또는 무응답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지난달 15일 이후로 뉴스를 통해 피란길에 오른 아프간 난민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루에도 여러 번 접했다. 아프간 난민은 올해에만 55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80%가 아동, 여성, 고령자다. 이달 4일 파리 15구의 명소 ‘시트로엥 공원’이 갑자기 폐쇄됐다. 경찰이 공원을 둘러쌌다. 600명이 넘는 난민과 불법 이주민이 공원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아프간을 비롯해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지에서 온 이들은 공원에 텐트를 친 후 “이민자들을 위한 숙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이후로 동네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공원이 닫히자 불법 점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경찰이 텐트를 철거했지만 ‘일대를 배회하는 난민들이 있다’는 얘기가 퍼졌다. 주부 에나 씨는 “난민처럼 보이는 사람 3명이 아파트 입구에 서성이고 있어 무서웠다. 가정용 방범장치 설치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기자 역시 밤늦게 귀가할 때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당분간 공원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도적 명분과 다분히 ‘남의 이야기’ 같다는 이유로 찬성했던 난민 수용이 막상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유럽 각국의 행보도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터키는 아프간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241km 길이의 방벽을 설치했다. 터키 내 난민은 이미 500만 명에 달한다. ‘아프간 난민 수용 불가’를 선언한 그리스 역시 난민 수용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주변국이 난민을 수용하면 최대 10억 유로(약 1조3800억 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5년부터 난민 유입으로 범죄 위험, 원주민과의 갈등이 커졌다. EU는 아프간 난민을 돕되 EU 역내로 난민들이 밀려드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난민이나 이주민 문제는 이제 한국에도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아프간 협력 사업에 참여한 현지인과 가족 등 377명이 지난달 한국 땅을 밟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세금으로 왜 난민을 지원하나” “테러 위험에 노출된다”는 등 난민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국내 누적 난민 인정자 및 인도적 체류자는 3454명(2020년 12월 기준)에 그치지만, 난민 신청 건수는 2014년 2896건에서 2019년 1만5452건으로 급증세다. 한국도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난민 수용과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커졌다. 한국도 난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난민 수용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시기가 가까워졌다. 나라마다 해답은 다르고 정답도 없다. 다만 고통스러운 난민의 입장,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난민이 ‘내 집’ 근처에 왔을 때 원주민들의 입장까지 함께 살피고 공감해 보는 것. 이런 것들이 난민 문제를 풀어가는 시작점이 아닐까.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운 예브게니 지니체프 비상사태부 장관(55·사진)이 절벽에서 추락한 영화감독 알렉산드르 멜니크(63)를 구하려다 사망했다. 멜니크 또한 숨졌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지니체프 장관은 8일(현지 시간) 시베리아 북부 노릴스크에서 재난재해 등 비상사태 때 정부 합동 대응을 위한 공동 훈련에 참여했다. 그는 전체 훈련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한 폭포의 절벽 위에 올랐다. 북극 관련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려던 멜니크 감독 또한 동행했다. 그 과정에서 멜니크의 발이 미끄러졌다. 멜니크는 절벽 아래로 추락했고 물에 빠졌다. 지니체프 장관은 즉각 멜니크를 구하기 위해 물로 뛰어들었지만 다이빙 도중 튀어나온 암벽에 충돌한 후 물에 떨어졌다. 구조 헬기가 두 사람을 모두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송 중 둘 다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안드레이 구로비치 비상사태부 차관은 “지니체프는 장관이 아니라 구조대원처럼 행동했다. 그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다”고 애도했다. 196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지니체프 장관은 해군을 거쳐 옛 소련의 첩보기관 KGB, 연방보안국(FSB) 등에서 일했다. 고향이 같고 KGB 선배이기도 한 푸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었다. 2006∼2015년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맡았고 2018년 비상사태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지니체프의 사망 소식을 들은 푸틴은 성명을 통해 “동료일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친구를 잃었다”고 비통해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나는 개 취급을 받고 있다. 사람답게 대하라.” 8일 오후 1시, 프랑스 파리 특별법원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살라 압데슬람(31)은 마스크를 벗고 재판장을 향해 “나는 죽어도 부활할 것이며 너희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법정 내 방청석에서는 욕설과 함께 “너는 개가 아니라 돼지다”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15년 11월 13일 130명의 희생자를 낸 파리 연쇄테러 사건에 대한 재판이 이날 시작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테러범 압데슬람은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에 앞서 판사가 ‘이름을 말하라’고 하자 “알라 외에 신은 없다. 무함마드가 그의 종이자 전령이라는 것을 간증하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직업을 묻자 “나는 이슬람국가(IS) 전사가 되기 위해 모든 직업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이후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닫았다. 6년 전 파리 연쇄테러는 프랑스와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린 스타드드프랑스 경기장 밖에서 조끼에 들어 있던 액체 폭탄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테러범들은 파리 시내 식당가, 공연이 진행 중이던 극장에도 난입해 총을 난사했다. 당시 테러로 130명이 사망했다. 테러 현장 생존자 중엔 후유증을 겪다 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었다. 압데슬람은 테러에 직접 가담한 10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나머지 9명은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되거나 자살했다. 압데슬람도 폭탄이 설치된 벨트를 터뜨려 자살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프랑스·모로코 이중 국적을 가진 그는 자신이 태어난 벨기에로 도피했다가 2016년 3월 체포됐다. 테러범들에게 무기 등을 지원한 공범 19명도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 내년 5월까지 이어질 이 재판에는 피해자 300여 명과 테러 발생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올랑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변호인이 330명을 넘고 사건 기록은 100만 쪽에 이른다. AFP통신은 “프랑스 현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라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나는 개 취급을 받고 있다. 사람답게 대하라.” 8일 오후 1시. 프랑스 파리 특별법원 피고석에 앉아 있던 살라 압데슬람(31)은 마스크를 벗고 재판장에게 “나는 죽어도 부활할 것이며 너희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외쳤다. 그의 난동을 지켜보던 방청석에서는 욕설과 함께 “넌 개가 아니라 돼지다”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15년 11월 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테러 사건에 대한 재판이 이날 시작됐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용의자인 압데슬람은 ‘이름을 말하라’고 하자 “알라 외에는 신이 없다. 무함마드가 그의 종이자 전령이라는 것을 간증하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직업을 묻자 “나는 이슬람국가(IS) 전사가 되기 위해 모든 직업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침묵했다. 6년 전 테러는 프랑스와 독일 축구 대표팀의 친선 경기가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밖에서 액체 폭탄이 들어있는 조끼가 터지면서 시작됐다. 테러범들은 파리 시내의 식당가, 공연 중인 바타클랑 극장에도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테러로 130명이 희생됐고 당시엔 생존했지만 이후 후유증을 겪다 2017년 자살한 사람도 131번째 희생자에 포함됐다. 압데슬람은 테러에 직접 가담한 10명 중 1명이다. 나머지 9명은 현장에서 경찰에 사살되거나 자살했다. 압데슬람도 폭탄이 설치된 벨트를 터트려 자살하려 했지만 작동하지 않아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벨기에에서 태어나 프랑스·모로코 이중 국적을 가진 그는 벨기에 브뤼셀로 도피했다가 2016년 3월 체포됐다. 테러범들을 도와 무기 등을 지원해준 공범 19명도 기소됐다. 내년 5월까지 이어질 재판에는 변호인 330여 명, 피해자 300여 명, 사건 당시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증인으로 나선다. 사건 기록은 100만장(총 542권)에 달한다. AFP통신은 “프랑스 현대사 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라고 보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운 예브게니 지니체프 비상사태부 장관(55)이 절벽에서 추락한 영화감독 알렉산드르 멜닉(63)을 구하려다 사망했다. 멜닉 또한 숨졌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지니체프 장관은 8일(현지 시간) 시베리아 북부 노릴스크에서 재난재해 등 비상사태 때 정부 합동 대응을 위한 공동 훈련에 참여했다. 그는 전체 훈련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한 폭포의 절벽 위에 올랐다. 북극 관련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려던 멜닉 감독 또한 동행했다. 그 과정에서 멜닉의 발이 미끄러졌다. 멜닉은 절벽 아래로 추락했고 물에 빠졌다. 지니체프 장관은 즉각 멜닉을 구하기 위해 물로 뛰어들었지만 다이빙 도중 튀어나온 암벽에 충돌한 후 물에 떨어졌다. 구조 헬기가 두 사람을 모두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송 중 둘 다 사망했다. 현장에 있던 안드레이 구로비치 비상사태부 차관은 “지니체프는 장관이 아니라 구조대원처럼 행동했다. 그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다”고 애도했다. 196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지니체프 장관은 해군을 거쳐 옛 소련의 첩보기관 KGB, 연방보안국(FSB) 등에서 일했다. 고향이 같고 KGB 선배이기도 한 푸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었다. 2006~2015년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맡았고 2018년 비상사태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지니체프의 사망 소식을 들은 푸틴은 성명을 통해 “동료일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친구를 잃었다”고 비통해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프랑스 국민배우 장폴 벨몽도(사진)가 6일(현지 시간) 파리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향년 88세. 벨몽도는 1950, 60년대 프랑스 영화계에 작가주의와 사실주의를 강조한 ‘누벨바그’ 열풍이 불었을 때 이를 주도한 장뤼크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등 유명 감독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했다. 특히 고다르가 감독한 1959년 작 ‘네 멋대로 해라’에 비운의 깡패로 등장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코미디, 액션 등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합계 1억30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미남 배우의 대명사 알랭 들롱(86)의 라이벌로도 유명했다. 노년에 영화제작자 등으로 활동했다. 벨몽도는 1933년 파리 외곽의 미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잦은 부상으로 지친 그는 우연히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1956년 단편 ‘몰리에르’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데뷔했다. 당시 동료 배우들은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했지만 그는 이와 정반대인 거칠고 반항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트레이드마크인 ‘비뚤어진 코’도 반항아 이미지 구축에 한몫을 했다. 또 각종 액션 장면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해 감독들이 선호하는 배우로 꼽혔다. 세계 영화계에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제73회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2번 결혼하고 2번 이혼했으며 4명의 자녀가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보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트윗으로 추모했다. 들롱은 “내 삶의 일부가 없어지고 산산이 부서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 국민배우 장 폴 벨몽도가 6일(현지 시간) 파리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향년 88세. 벨몽도는 1950~1960년대 프랑스 영화계에 작가주의와 사실주의를 강조한 ‘누벨바그’ 열풍이 불었을 때 이를 주도한 장뤼크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등 유명 감독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했다. 특히 고다르가 감독한 1959년작 ‘네 멋대로 해라’에 비운의 깡패로 등장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코미디, 액션 등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합계 1억30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미남 배우의 대명사 알랭 들롱(86)의 라이벌로도 유명했다. 노년에 영화제작자 등으로 활동했다. 벨몽도는 1933년 파리 외곽의 미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잦은 부상으로 지친 그는 우연히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1956년 단편 ‘몰리에르’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데뷔했다. 당시 동료 배우들은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했지만 그는 이와 정반대인 거칠고 저항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트레이드마크인 ‘비뚤어진 코’도 반항아 이미지 구축에 한몫을 했다. 또 각종 액션 장면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해 감독들이 선호하는 배우로 꼽혔다. 세계 영화계에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제73회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2번 결혼하고 2번 이혼했으며 4명의 자녀가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보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트윗으로 추모했다. 들롱은 “내 삶의 일부가 없어지고 산산이 부서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한때 철거 논란에 휩싸였던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사진)이 1년 더 자리를 지키게 됐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2일(현지 시간) “베를린시 미테구청이 ‘소녀상이 현 위치인 미테구 비르켄가에 설치 가능하다는 특별허가를 내년 9월 28일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왔다”고 밝혔다. 베를린 소녀상은 지난해 9월 설치됐다. 이후 일본 측이 집요하게 항의하자 미테구는 설치 2주 만에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코리아협의회가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자 미테구는 철거 명령을 보류했다. 코리아협의회 측은 “허가가 1년만 연장된 데 대해 항의하고 영구 설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1년 후 소녀상의 거취는 차기 구청 지도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한때 철거 논란에 휩싸였던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사진)이 1년 더 자리를 지키게 됐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2일(현지 시간) “베를린시 미테구청이 ‘소녀상이 현 위치인 미테구 비르켄가에 설치 가능하다는 특별허가를 내년 9월 28일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베를린 소녀상은 지난해 9월 설치됐다. 이후 일본 측이 집요하게 항의하자 미테구청은 설치 2주만인 10월 7일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코리아협의회가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자 미테구는 철거 명령을 보류했다. 코리아협의회 측은 “설치 허가가 1년만 연장된 데 대해 항의하고 영구 설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를린시가 이달 26일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1년 후 소녀상의 거취는 차기 구청 지도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지난달 30일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53)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장녀 레오노르 공주(16)를 수도 마드리드 국제공항에서 배웅했다. 왕실이 국왕 부녀와 나머지 가족들이 서로 포옹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자 공주가 입학한 학교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고풍스러운 학교 전경, 진보적인 교육과정 등으로 ‘왕족들의 호그와트’로 불리는 영국 웨일스의 ‘UWC애틀랜틱칼리지’다. 1일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레오노르 공주는 이달부터 2년간 이 학교에서 90개국 출신의 학생 350명과 함께 대학 입학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70%는 전액 혹은 부분 장학금을 받고 있다. 다만 스페인 왕실은 장학금 혜택을 받지 않기로 하고 공주의 연간 학비 7만6000유로(약 1억450만 원) 전액을 납부했다. 공주는 펠리페 6세의 2녀 중 장녀로 스페인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이번 학기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54)의 3녀 중 둘째이자 왕위 계승서열 2위인 알렉시아 공주(16)도 입학했다. 알렉산더르 국왕도 이 학교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실 또한 공주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기타를 어깨에 멘 채 학교로 떠나는 사진을 공개했다. 벨기에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엘리자베스 공주(20)도 이 학교를 거쳐 옥스퍼드대 링컨칼리지에 진학했다. 라이야 빈트 후세인 요르단 공주(35) 또한 동문이다. UWC애틀랜틱칼리지는 12세기에 건설된 웨일스 서부의 유명 고성(古城) ‘세인트 도나’ 안에 있다. 유대계 독일 교육학자 쿠르트 한이 1962년 설립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 머물렀고 종전 후에는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한은 설립 당시 민주주의와 평화를 중시하고 냉전과 인종차별을 종식시킬 세계의 지도자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매주 일정 시간 이상 지역사회 봉사를 하고 인명구조 수업 등도 받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지난달 30일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53)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장녀 레오노르 공주(16)를 수도 마드리드 국제공항에서 배웅했다. 왕실이 국왕 부녀와 나머지 가족들이 서로 포옹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자 공주가 입학한 학교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고풍스런 학교 전경, 진보적인 교육과정 등으로 ‘왕족들의 호그와트’로 불리는 영국 웨일스의 ‘UWC애틀랜틱칼리지’다.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학교의 이름을 땄다. 1일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레오노르 공주는 이달부터 2년 간 이 학교에서 90개국 출신의 학생 350명과 함께 대학 입학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70%는 전액 혹은 부분 장학금을 받고 있다. 다만 스페인 왕실은 장학금 혜택을 받지 않기로 하고 공주의 연간 학비 7만6000유로(약 1억450만 원) 전액을 납부했다. 공주는 펠리페 6세의 2녀 중 장녀로 스페인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이번 학기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54)의 3녀 중 둘째이자 왕위 계승서열 2위인 알렉시아 공주(16)도 입학했다. 알렉산더르 국왕 또한 이 학교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실 또한 공주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기타를 어깨에 멘 채 학교로 떠나는 사진을 공개했다. 벨기에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엘리자베스 공주(20) 또한 이 학교를 거쳐 옥스퍼드대 링컨칼리지에 진학했다. 라이야 빈트 후세인 요르단 공주(35) 또한 동문이다. UWC애틀랜틱칼리지는 12세기에 건설된 웨일스 서부의 유명 고성(古城) ‘세인트 도나’ 안에 있다. 유대계 독일 교육학자 쿠르트 한이 1962년 설립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 머물렀고 종전 후에는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한은 설립 당시 민주주의와 평화를 중시하고 냉전과 인종차별을 종식시킬 세계의 지도자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매주 일정 시간 이상 지역사회 봉사를 하고 인명구조 수업 등도 받는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