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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014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에 지급해야 할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주지 않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미지급 금액이 올해만 약 120억 원에 달한다. 자사고 등에 사회 취약계층 선발을 의무화해 놓고 이로 인해 생긴 재정 보전 의무를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뒤늦게 “내년도엔 보전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9년째 못 받은 미충원 보전금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부터 자사고와 외고 등 전국 시도교육청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학교에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으로 인한 입학금과 수업료 결손액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액은 각 시도교육청에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넣어 보낸다. 2013년 법령을 개정해 입학 정원의 20% 이상을 기초생활수급권자, 국가보훈대상자 등으로 의무 선발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자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통상 사회통합전형은 일반전형보다 미달률이 더 높다. 올해도 사회통합전형 미달이 대거 발생하면서 서울의 경우 자사고에 98억9000만 원, 외고에 20억7400만 원이 교육청에 교부됐다. 문제는 서울 지역 자사고와 외고가 9년째 이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달까지 이런 보전금의 존재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달리 경기도 등 타 시도교육청은 해당 보전금을 각 학교에 지급하고 있다. 한 자사고 교장은 “지난달 교육부와 고교체제 개편과 관련해 간담회를 하면서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의 존재를 알았다”며 “몇 년 동안 시설 개선도 못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왔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미충원 보전금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취임(2014년) 이후 지급되지 않다 보니 일부에선 ‘음모론’까지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조 교육감이 자사고와 외고에 재정 압박을 해 일반고로 전환시키려고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까지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법적 문제 없다” vs “예산 전용”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및 외고에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해당 명목으로 보내더라도 반드시 그 용도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본보 취재 이후 “내년도 미충원 보전금을 내년 초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지급하지 않은 보전금의 사후 지급에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자사고와 외고 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된 금액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예산 전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법령에 사회통합전형 비율이 명시된 만큼, 이를 지키다 재정 결손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사회통합전형 비율이 법으로 명시돼 있어 자사고와 외고에는 선택권이 없다”며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만큼 일반전형으로 충원할 수 없게 하려면 이에 대한 보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충원 보전금이 지급되지 않던 기간 동안 서울지역 자사고 및 외고의 재정은 점점 악화됐다. A외고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사회통합전형에 해당하는 학생들도 줄다 보니 사회통합전형 정원을 채우는 게 쉽지 않았다”며 “1년 수업료가 약 900만 원 수준이라 10명만 미달되더라도 1억 원 가까운 금액이 비게 된다”고 말했다. B자사고 교장은 “체육관의 지붕 하나 고치는 것도 쉽지 않아 급속도로 낡은 건물이 돼 버렸다”며 “그간 보전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해에 이어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 영역 최상위권의 ‘이과 쏠림’ 현상이 계속됐다. 11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서울 시내 87개 고교 소속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93.45%가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적분이나 기하는 대학들이 자연계열 지원 시 필수로 요구하고 있어 주로 이과생이 응시한다. 반면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중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비율은 6.55%에 불과했다. 확률과 통계는 주로 문과생들이 선택한다. 지난해 통합형 수능이 도입되기 전에는 수학이 가형과 나형으로 출제돼 등급과 점수가 별도로 산출됐다. 문·이과 학생들이 선택하는 유형이 달라 문과생들도 수학에서 1등급을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러나 통합형 수능 도입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학 1등급에서 ‘이과 쏠림’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도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중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비율은 94.20%였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인문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 중에도 미적분이나 기하를 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특정 선택과목 쏠림이 심화돼 적성과 상관없이 점수만 좇는 풍토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과생들이 수학에서 얻은 높은 점수를 바탕으로 대학 인문계열에 교차 지원하는 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 사회탐구의 표준점수가 높아졌지만 주요 대학의 탐구 비중은 국어, 수학에 비해 낮다”며 “사회탐구의 표준점수가 높다고 해서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11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0.9%(476명)가 ‘과이불개’를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꼽았다. 이는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 처음 등장하는 표현으로, 공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라고 말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라는 의미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은 없다”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 정치를 비판했다. 한 교수는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는 “진영 간 이념 갈등이 고조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혀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2위는 ‘욕개미창(欲蓋彌彰·14.7%)’이다. ‘덮고자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으로 잘못을 감추려 할수록 오히려 드러나게 됨을 비유한 고사성어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사회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11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0.9%(476명)가 ‘과이불개’를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꼽았다. 이는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 처음 등장하는 표현으로, 공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라고 말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는 의미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은 없다”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 정치를 비판했다. 한 교수는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는 “진영 간 이념 갈등이 고조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혀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2위는 ‘욕개미창(欲蓋彌彰·14.7%)’이다. ‘덮고자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으로 잘못을 감추려 할수록 오히려 드러나게 됨을 비유한 고사성어다. 공자의 ‘춘추(春秋)’를 노나라 좌구명이 해석한 책 ‘좌씨전(左氏傳)’에 나온다. 이 역시 이태원 참사 후속조치 등에서 책임을 지지 않고 덮으려고 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3위는 ‘누란지위(累卵之危·13.8%)’로 여러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을 뜻한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사회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해에 이어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 영역 최상위권의 ‘이과 쏠림’이 계속됐다.11일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87개 고교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93.45%가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적분이나 기하는 대학들이 자연계열 모집에서 필수로 요구하고 있어 주로 이과생이 응시한다.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비율은 6.55%에 불과했다.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학 1등급에서 ‘이과 쏠림’이 나타난 것이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 조사 결과 2022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비율은 94.20%였다.올해 수능 국어 영역에서는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중 언어와 매체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해에는 1등급 가운데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70.88%였으나 올해는 85.58%로 15%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입시업체인 종로학원도 이날 유사한 결과를 내놨다. 올해 고3 수험생과 졸업생 4968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가운데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은 88.9%로 지난해(85.3%)에서 소폭 상승했다. 국어 1등급 중에서는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비율이 72.1%로 지난해 65.0%에서 7%포인트 가량 증가했다.이과생들이 높은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대학 인문계열에 교차 지원하는 ‘문과 침공’도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 사회탐구의 표준점수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주요 대학의 탐구 비중은 국어, 수학에 비해 낮다”며 “고득점 구간대에서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학생들이 수학 1등급을 ‘싹쓸이’ 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특정 선택과목 쏠림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서울중등진학연구회)는 “통합수능 점수 산출 방식에서는 원점수가 동일하더라도 집단 평균 원점수가 높은 선택과목을 택한 학생이 유리하다”며 “인문계열 지망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문·이과 통합으로 2년째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 영역이 지난해보다 쉬워진 반면 수학 영역은 지난해만큼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 최고점도 수학이 국어보다 11점 높아 상위권 이과생들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에 강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4점, 수학 145점이었다. 지난해는 국어가 149점, 수학이 147점으로 국어가 2점 더 높았다. 표준점수는 개인 점수가 전체 응시자의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간다. 전 과목 만점자는 3명으로, 모두 과학탐구 선택자(이과생)였다. “수학이 당락 좌우할듯… 국어 다 맞아도 수학 삐끗하면 치명타” 표준점수 최고점 11점차 수학 최고점자 작년 2702→934명영어는 2, 3등급 중상위권 줄어사탐 변별력 커져 교차지원 변수과학탐구>사회탐구 응시자 첫 역전 지난해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가 모두 어렵게 출제돼 ‘불수능’, ‘용암수능’ 등으로 불렸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국어가 쉬웠지만, 수학은 비슷한 수준으로 까다롭게 출제됐다. 이 때문에 입시기관들은 “수학이 올해 입시의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수학 점수가 당락 가를 상위권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지난해 149점 대비 15점 하락했다. 표준점수 최고점자도 지난해 28명에서 올해는 371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득점 학생들이 늘면서 국어 과목의 변별력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영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본부장은 “국어 고난도 문항들이 (변별력 측면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 147점에서 올해 145점으로 2점 떨어지는 데 그쳤다. 최고점자는 지난해 2702명에서 올해 934명으로 급감했다. 고난도 ‘킬러 문항’에 발목 잡힌 최상위권 학생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보다 11점 높아지면서 수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대입에서 크게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상위권에서는 국어에서 만점을 받아도 수학에서 삐끗하면 만회하기 어렵게 됐다”며 “수학에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수능”이라고 말했다.○ 사회탐구가 문과생 ‘방패’ 될까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 영역에서는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7.83%(3만4830명)로 지난해 수능(6.25%)보다 다소 늘었다. 2등급과 3등급 비율은 지난해보다 3∼4%가량 줄었다. 중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의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 1·2등급 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6377명 감소했다”며 “상위권 대학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입시에선 지난해보다 어려운 사회탐구 영역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탐구 9개 선택과목 중 8개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랐다. 반면 과학탐구는 8개 과목 중 3개 과목이 하락했다. 응시 인원이 가장 많은 사회탐구의 ‘생활과 윤리’와 ‘사회문화’, 과학탐구의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의 표준점수 최고점을 비교해 보면 지난해는 사회탐구 2과목 합계가 134점으로 과학탐구 2과목의 146점보다 12점이나 낮았다. 하지만 올해는 1점 낮은 데 그쳤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사회탐구가 변별력이 생기면서 이과생들의 인문계열 대학 지원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어려운 과목, 이과 선택하는 수험생평가원은 통합수능 2년 차인 올해도 국어와 수학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차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공개할 경우 점수 받기에 유리한 과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실제로 표준점수를 더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어에서는 ‘언어와 매체’ 응시율이 34.9%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올랐다. 이과생이 많이 응시하는 수학 ‘미적분’ 응시율도 38.1%에서 43.5%로 늘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과목들이다. 이과가 상대적으로 통합수능에 유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과생 수도 늘어났다. 올해 탐구 영역에서는 과학탐구 응시자(21만834명)가 사회탐구 응시자(21만528명)보다 많았다.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과학과 사회 응시자 수가 뒤집혔다. 이날 대성학원과 종로학원은 주요 대학의 학과별 정시 합격선(표준점수 기준)을 발표했다. 의대는 △서울대 417점 △연세대 416∼417점 △성균관대 415점 △고려대 414∼415점으로 예측됐다. 경영학과는 △서울대 400∼403점 △고려대·연세대 390∼395점 등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상위권 문과 수험생들은 이과 수험생들의 교차지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반면 이과 수험생들은 수학 반영 비율이 높고, 탐구영역 반영 비율이 낮은 인문계 모집단위 지원을 고려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졌던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남학생·대도시·졸업생’의 강세가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8일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성별에 따른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평균 합은 남학생(202.2점)이 여학생(197.7점)을 앞섰다. 남학생은 국어 표준점수 평균이 99.2점으로 여학생(100.9점)보다 약간 낮았으나, 수학이 103.0점으로 여학생(96.8점)보다 6점 이상 높았다.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수학 가형을 선택한 남학생들은 여학생보다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평균의 합이 높았으나 수학 나형을 선택한 남학생들은 여학생보다 소폭 낮았다. 수능에서 대도시 강세도 여전했다.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평균의 합은 대도시(198.2점)가 읍면 지역(188.1점)을 10점 이상 앞섰다. 영어 1등급 비율도 대도시(5.9%)가 읍면 지역(3.4%)의 약 1.5배 수준이었다. 17개 시도별로는 국어와 수학에서 모두 서울의 표준점수 평균이 가장 높았다. 절대평가인 영어에서도 서울 응시자의 8.0%가 1등급을 받아 전국에서 1등급 비율이 가장 높았다. 졸업생과 재학생의 성적 격차는 지난해 수능이 2021학년도 수능보다 더 커졌다. 지난해 졸업생의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 평균 합은 218.8점으로 재학생(193.3점)보다 25.5점 높았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이 격차가 수학 가형을 선택한 경우 22.4점, 수학 나형을 선택한 경우 21.9점이었다. 장지환 서울 중등진학연구회 교사(서울 배재고)는 “수능은 객관식 시험이라 문제를 많이 푼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대도시에서는 학원을 많이 다니고, 졸업생은 수능 문제 풀이에 집중할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달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자가 전국에서 3명 나왔다. 모두 과학탐구 선택자(이과생)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8일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전 과목 만점자는 총 3명이며 그중 재학생이 2명, 재수생이 1명”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힌 2022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자가 1명 나온 데 이어 올해도 만점자가 적었다. 2021학년도에는 6명, 2020학년도에는 15명이 전 과목 만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수능 만점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울산 현대청운고 3학년 권하은 양(18)은 만점 비법으로 ‘최대한 다양한 문제를 풀고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포기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권 양은 “내신을 준비하면서 개념을 잡고 다양한 문제를 접할 수 있었다”며 “내신 공부를 하다 보면 수능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양은 수시 지원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작성과 학생부 정리를 마치고 9월부터 하루 종일 수능 공부에 매진했다. 그는 “시간을 재면서 모의고사를 풀어본 게 수능 당일 수학과 과학탐구에서 시간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고등학교를 다닌 권 양은 “공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 선생님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이겨냈다”고 했다. 권 양은 수시에서 의대 3곳에 지원했다. 이번 수능에서 문과 만점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로는 사회탐구가 지난해보다 어려웠던 점이 꼽힌다. 사회탐구 중 가장 많은 학생들(13만6793명)이 선택한 ‘생활과 윤리’는 올해 만점자가 1133명으로 지난해 3951명에서 급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사회탐구 과목의 난도가 전년도보다 상승해 문과 학생들이 만점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에서 어려운 ‘킬러 문항’이었던 17번 문항이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소재로 한 과학 관련 문항이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달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자가 전국에서 3명 나왔다. 모두 과학탐구 영역을 선택한 이과생이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8일 2023학년도 수능 채점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전 과목 만점자는 총 3명이며 그 중 재학생이 2명, 재수생이 1명”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힌 2022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자가 1명 나온 데 이어 올해도 만점자가 적었다. 2021학년도에는 6명, 2020학년도에는 15명이 전 과목 만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상대적으로 수학을 잘 하는 이과 학생들이 유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145점)은 전년도(147점)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만점자는 전년도 2702명에서 올해 934명으로 급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2번 등 공통과목이 어렵게 출제돼 문과 학생들이 만점을 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능에서 사회탐구가 어렵게 출제된 것도 ‘문과 만점자 0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회탐구 중 가장 많은 학생들(13만6793명)이 선택한 ‘생활과 윤리’는 올해 만점자가 1133명으로 전년도 3951명에서 급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사회탐구 과목의 난이도는 전년도보다 상승하고, 과학탐구는 전년도와 유사하게 출제되면서 문과 학생들이 만점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과생에게 유리한 문이과 통합 수능 특성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선택과목 중 이과가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의 표준점수가 높게 형성돼 있다”며 “대체로 상위권 대학은 정시에서 표준점수를 활용하는데, 상위권 학생들은 이를 고려해 이과로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면 자연계열과 인문계열에 모두 지원할 수 있지만,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면 인문계열로 지원 폭이 한정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직장과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우리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8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2022년 한국자동차공학회(KAS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양사이버대 자동차 제작 동아리 ‘망치모터스’ 팀이 3개 부문에서 상을 휩쓴 것이다. 이들은 사이버대 중에서 유일한 출전 팀이면서, 사이버대로는 처음으로 자작자동차대회에서 수상했다. 망치모터스는 10월 전남 영광군에서 열린 대학생 스마트e모빌리티 경진대회에서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실력을 입증했다. 자작(自作)자동차는 학생들이 설계부터 정비에 이르는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한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 일반적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준비하는 게 어렵다. 망치모터스 팀원들은 이러한 한계를 깨고 도전했다. 망치모터스 소속 신명준(41), 장희수(29), 이수성 씨(26)와 지도를 담당한 염광욱 한양사이버대 자동차IT융합공학과 교수를 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학업 잇겠다” 사이버대 입학한 직장인들망치모터스 소속 학생들은 기계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 온 직장인들이다. 신 씨는 놀이기구 설계 및 정비 회사, 장 씨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다. 이들은 대학 졸업 이후 직장을 다니다가 이론과 실무를 함께 배우기 위해 한양사이버대에 다시 입학했다. 이 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린터 관련 회사에서 일했다. 기계 분야를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던 이들은 자작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5년 12월 한양사이버대 기계자동차공학부 내 동아리로 만들어진 망치모터스는 한양사이버대 학생들에게 ‘꼭 해봐야 하는 동아리’로 꼽힌다. 현재 학생 40명이 활동하는 망치모터스에서는 자동차 제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자동차를 설계하고, 핸들을 비롯한 부품 제작과 용접도 한다. 시운전을 하면서 오류를 발견하고 정비를 하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자작자동차 대회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바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포뮬러’ △전기자동차 등 3개 부문으로 나뉜다. 망치모터스는 모든 부문의 자동차를 제작해 2016년부터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낮에는 일, 저녁에는 자동차 제작망치모터스는 올해 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학생들이 생업을 가진 직장인이다 보니 자연스레 평일 퇴근 이후와 주말 등 휴식 시간을 쪼개 만났다. ‘맏형’ 신 씨는 “평일에 퇴근하고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 안에 있는 실습실에 가면 오후 8시 정도 되는데, 대회에 임박해서는 새벽 2, 3시까지 작업을 했다”며 “주말에는 오전 10시에 모여서 오후 10시쯤 헤어지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체력적인 어려움은 이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장 씨는 “집에 갈 때는 매번 졸면서 돌아갔지만 그 순간도 행복했다”고 했다. 학교는 망치모터스를 위해 용접기 등 고가 기계를 갖춘 실습실을 제공해 줬다. 자작자동차 1대당 1500만∼2000만 원씩 제작비도 지원했다. 망치모터스가 처음부터 완벽한 자동차를 만든 것은 아니다. 대회 3개월 전에 완성된 초기 완성품은 차가 똑바로 나가지 못하고, 제동이 제대로 안 됐다. 끊임없이 수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 신 씨는 “이론만 배우면 실무에 접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기어의 활동성을 높이면서 안전하게 조합할 수 있을지 등을 배웠다”고 전했다.○ 직접 만든 자동차로 대회 휩쓸어올 8월 27일. 장 씨는 팀원들과 함께 만든 자동차를 타고 전북 군산시 자동차경주장 오프로드 코스 출발점에 섰다. 그가 출전한 종목은 바하.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80km 속력으로 달리며 물웅덩이를 뛰어넘고, 언덕을 낙하해야 하는 험로다. 장 씨는 자동차를 믿고 달렸다. 망치모터스는 험로를 주행해야 하는 바하의 특성에 맞춰 차량이 웅덩이에서 잘 뛸 수 있도록 차체를 가볍게 만들었다. 운전자인 장 씨의 체격에 맞춰 운전석도 기존보다 넓게 만들었다. 망치모터스는 2022 KAS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바하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장 씨는 “내가 생각한 대로 자동차가 따라와 줄 때의 기분은 자동차를 만들어 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이날 하루를 위해 1년을 하얗게 불태웠다”고 말했다. 포뮬러 부문에서도 동상을 수상했다. 이 씨는 “1년간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는 전우애가 생겼다”며 “팀워크가 좋은 팀에 주는 ‘베스트 활동상’도 수상해 더욱 뜻깊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졸업 이후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신 씨는 “최선을 다한다면 마음먹은 일, 계획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장 씨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염 교수는 “기계나 자동차는 이론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언제든지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직장과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지 우리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8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2022년 한국자동차공학회(KAS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양사이버대 자동차 제작 동아리 ‘망치모터스’ 팀이 3개 부문에서 상을 휩쓴 것이다. 이들은 사이버대 중에서 유일한 출전팀이면서, 사이버대로는 처음으로 자작자동차대회에서 수상했다. 망치모터스는 10월 전남 영광군에서 열린 대학생 스마트e모빌리티 경진대회에서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실력을 입증했다. 자작(自作)자동차는 학생들이 설계부터 정비에 이르는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한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 일반적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준비하는 게 어렵다. 망치모터스 팀원들은 이러한 한계를 깨고 도전했다. 망치모터스 소속 신명준(41), 장희수(29), 이수성(26) 씨와 지도를 담당한 염광욱 한양사이버대 자동차IT융합공학과 교수를 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학업 잇겠다” 사이버대 입학한 직장인들 망치모터스 소속 학생들은 기계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 온 직장인들이다. 신 씨는 놀이기구 설계 및 정비 회사, 장 씨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다. 이들은 대학 졸업 이후 직장을 다니다가 이론과 실무를 함께 배우기 위해 한양사이버대에 다시 입학했다. 이 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린터 관련 회사에서 일했다. 기계 분야를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던 이들은 자작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5년 12월 한양사이버대 기계자동차공학부 내 동아리로 만들어진 망치모터스는 한양사이버대 학생들에게 ‘꼭 해봐야 하는 동아리’로 꼽힌다. 현재 학생 40명이 활동하는 망치모터스에서는 자동차 제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자동차를 설계하고, 핸들을 비롯한 부품 제작과 용접도 한다. 시운전을 하면서 오류를 발견하고 정비를 하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자작자동차 대회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바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포뮬러’ △전기자동차 등 3개 부문으로 나뉜다. 망치모터스는 모든 부문의 자동차를 제작해 2016년부터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낮에는 일, 저녁에는 자동차 제작 망치모터스는 올해 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학생들이 생업을 가진 직장인이다 보니 자연스레 평일 퇴근 이후와 주말 등 휴식 시간을 쪼개 만났다. ‘맏형’ 신 씨는 “평일에 퇴근하고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 안에 있는 실습실에 가면 8시 정도 되는데, 대회 임박해서는 새벽 2, 3시까지 작업을 했다”며 “주말에는 오전 10시에 모여서 오후 10시 쯤 헤어지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체력적인 어려움은 이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장 씨는 “집에 갈 때는 매번 졸면서 돌아갔지만 그 순간도 행복했다”고 했다. 학교는 망치모터스를 위해 용접기 등 고가 기계를 갖춘 실습실을 제공해 줬다. 자작자동차 1대 당 1500만~2000만 원씩 제작비도 지원했다. 망치모터스가 처음부터 완벽한 자동차를 만든 것은 아니다. 대회 3개월 전에 완성된 초기 완성품은 차가 똑바로 나가지 못하고, 제동이 제대로 안 됐다. 끊임없이 수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 신 씨는 “이론만 배우면 실무에 접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기어의 활동성을 높이면서 안전하게 조합할 수 있을지 등을 배웠다”고 전했다.직접 만든 자동차로 대회 휩쓸어 올 8월 27일. 장 씨는 팀원들과 함께 만든 자동차를 타고 전북 군산시 자동차경주장 오프로드 코스 출발점에 섰다. 그가 출전한 종목은 바하.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80km 속력으로 달리며 물웅덩이를 뛰어 넘고, 언덕을 낙하해야 하는 험로다. 장 씨는 자동차를 믿고 달렸다. 망치모터스는 험로를 주행해야 하는 바하의 특성에 맞춰 차량이 웅덩이에서 잘 뛸 수 있도록 차체를 가볍게 만들었다. 운전자인 장 씨의 체격에 맞춰 운전석도 기존보다 넓게 만들었다. 망치모터스는 2022 KAS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바하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장 씨는 “내가 생각한 대로 자동차가 따라와 줄 때의 기분은 자동차를 만들어 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이날 하루를 위해 1년을 하얗게 불태웠다”고 말했다. 포뮬러 부문에서도 동상을 수상했다. 이 씨는 “1년 간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는 전우애가 생겼다”며 “팀워크가 좋은 팀에게 주는 ‘베스트 활동상’도 수상해 더욱 뜻깊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졸업 이후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신 씨는 “최선을 다한다면 마음먹은 일, 계획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장 씨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염 교수는 “기계나 자동차는 이론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언제든지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교육부에서 대학 규제를 맡아 오던 고등교육정책실이 12년 만에 폐지된다. 교육부는 앞으로 입학 정원, 등록금 등 대학 관련 규제개혁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교육부는 6일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인재 육성을 맡는 인재정책실을 새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3월부터 유지되던 초·중등, 대학 등 학제에 따른 조직 구조를 인재 양성,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등 기능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번에 사라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은 그동안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무기로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곳은 학사 제도, 학생 선발 방법, 산학 협력뿐만 아니라 대학 재정 지원까지 담당하면서 대학기본역량진단 등 각종 평가를 진행해 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한국 대학은 교육부의 산하 기관처럼 취급되면서 강한 통제와 지시를 받고 있다”며 고등교육정책실 폐지를 주장해 왔다. 다만 고등교육정책실 폐지가 대학의 자율성 증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학에 대한 규제 기능은 대학규제개혁국으로 이전된다. 이곳은 정원, 등록금 등 전반적인 고등교육 규제 철폐를 위해 신설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직이 만들어지면 대학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규제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을 계기로 사회 변화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대학과 학교를 규제하는 부서에서 정책으로 지원하는 부서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신설된 인재정책실은 인구 감소에 대응해 국가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업무를 맡는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로 했다. 초·중등 교육 업무를 담당하던 학교혁신지원실은 책임교육정책실로 개편해 기초학력 보장, 유아교육·돌봄 강화 등을 맡는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육을 전담하는 디지털교육기획관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 1월 단행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교육부가 4차 산업 혁명, 인구 감소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0년 만에 조직 전면 개편에 나선다. 대학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고등교육정책실은 12년 만에 폐지돼 ‘인재정책실’로 개편된다. 대학 규제 관련 업무는 ‘대학규제개혁국’으로 이관되고 에듀테크 활용을 위한 ‘디지털교육국’이 신설된다.●대학 담당 고등교육정책실 폐지, 인재정책실로 개편교육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대학과 학교를 규제·관리하는 부처에서 정책 지원 부서로 체질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취임한 이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교육부 조직 체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3월 이후 ‘대학-초·중등 교육’의 틀로 유지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실 명칭 변경 등 미세 조정이 있었으나 학제 중심의 틀은 그대로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에서 인재 양성, 국가교육책임 등 기능 중심으로 틀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새 편제 자체는 3실 14국(관) 50과로 기존과 동일하며 큰 틀에서 총정원도 유지된다.대학 업무를 담당했던 고등교육정책실을 인재정책실로 개편하는 것이 이번 조직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다. 고등교육정책실은 여러 실에 분산돼 있던 대학 관련 업무가 2011년 2월 대학지원실로 통합된 뒤 대학정책실, 고등교육정책실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명맥을 유지해 왔다. 교육부에서 대학 정책 업무를 해 오던 핵심 실이 폐지되는 것은 약 12년 만이다.인재정책실에서는 인구 감소에 대응해 국가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인재를 융성하는 등 평생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를 위해 산하에 인재정책관, 지역인재정책관, 평생직업교육정책관의 3국을 둔다. 산학협력, 직업교육 정책 등도 인재정책실 소관으로 들어온다.기존 대학 입학 정책을 담당하던 고등교육정책실 소속 대입정책과는 인재정책실 소속 ‘인재선발제도과’로 이름을 바꿨다. 교육부 설립 이래 직제에서 ‘대입 정책’이라는 명칭이 사라진 것은 처음이다.대학 규제 관련 업무는 별도 국인 대학규제개혁국에서 담당하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통적인 대학 정책 업무는 대학규제개혁국에서 담당하게 돼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했다는 표현을 썼다”며 “인재정책실에서는 대학 규제 업무는 하지 않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대학을 지원하는 쪽으로 (업무를)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명칭 변화를 통해 대학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디지털 교육 전담 조직 신설이 부총리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에듀테크와 관련해선 ‘디지털교육기획관’이 신설된다. 그동안 교육안전정보국, 미래교육체제전환추진단, 평생직업교육국 등에서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디지털 교육 관련 기능이 통합된다.기존 초·중등 교육 업무를 했던 학교혁신지원실은 ‘책임교육정책실’로 개편된다. 산하에는 책임교육정책관, 책임교육지원관, 교육복지돌봄지원관 등 3개 국을 둬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에 나선다. 기초학력 보장, 유아교육·돌봄 강화도 책임교육정책실 소관이다.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유보통합을 위한 국이나 입시비리조사팀도 추가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추진단은 별도 정원에 의해 별도로 만들어질 예정이라 이번 개편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국 단위 이상 조직인만큼 행정안전부와 협의 결과에 따라 신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비리조사팀은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선 논의가 마무리될 때 팀 규모로 신설될 것으로 전망된다.교육부는 관련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급식조리사와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직원 2만1470명이 25일 올해 첫 총파업에 나섰다. 당초 예상보다 파업 참여 인원은 줄었지만 전국 학교 4곳 가운데 1곳꼴로 급식 대신 빵, 음료 등을 제공하는 등 급식과 돌봄에 차질이 생겼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등지에서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 해소와 급식실 종사자의 폐암 산재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학비연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등 교육공무직 3개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해 구성한 단체다. 학교에서 급식과 돌봄,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직군이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전체 교육공무직 16만8625명 중 2만1470명(12.7%)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당초 학비연대 측은 8만여 명이 참가해 이번 파업 참여 인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 이후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해 10월 총파업(2만5201명) 때보다 참여 인원이 적었다. 이번 파업으로 전국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국공립 단설 유치원 총 1만2570곳 중 3027곳(24.1%)이 급식 대신 빵, 음료, 도시락 등 대체급식을 시행했다. 단축수업을 하거나 기말고사를 실시해 급식을 하지 않은 학교도 165곳 있었다. 이번 파업으로 운영이 중단된 돌봄교실은 1만2526곳 중 701곳(5.6%)이었다. 이날 대체급식을 시행한 서울 마포구 A중 학부모는 “아이가 빵만 먹으면 배고플 것 같아 도시락을 싸서 들려 보냈다”며 “아이들 식사가 임금 인상의 ‘볼모’가 된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학비연대는 이날 하루로 파업을 끝냈다. 다만 앞으로 교육당국과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신학기에 파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한편 민노총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소속인 서울대병원과 서울시 보라매병원의 간호사, 간호보조 인력, 임상병리사 등은 25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당초 이들은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23∼25일 사흘 동안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교섭에 진전이 없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분회 측은 “병원은 교섭을 거부하면서 수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하루 세 번 사용하는 칫솔은 현대인의 일상에 가장 밀접한 물건 중 하나다. 그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게 많아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류는 2019년 한 해에만 최소 294억 개, 60만 t의 플라스틱 칫솔을 사용하고 버렸다. 이에 플라스틱 칫솔의 대안으로 ‘대나무 칫솔’이 떠오르고 있다. 치과 의사 출신인 박근우 닥터노아 대표(46)는 대나무 칫솔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개발도상국의 빈곤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16일 서울 구로구 닥터노아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치과 의사가 만든 친환경 칫솔박 대표는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치과 의사였다. 치과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건 적당히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그는 2008년 우간다 의료봉사에 나섰다. 그때도 단순히 오지 탐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갔다. 하지만 박 대표는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 주민들이 진료를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에 봉사에 중독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일회성 봉사가 아닌 사회적 기업 설립을 고민하게 된 건 2015년 4월 에티오피아 남부 훌라에서 현지 아이들을 만난 뒤였다. 그는 아이들이 만든 대나무 가방, 바구니 등 공예품을 한국 지인들에게 나눠줄 요량으로 구매했다. 이를 본 현지 구호단체 직원은 “이걸 사 주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계속 공예품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문득 해외 의료봉사를 갈 때마다 대나무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 적도 인근 국가에는 대나무 산지가 밀집해 있다. 훌라도 아프리카지만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곳이다. 그는 “개발도상국 내에서도 대나무 생산지 소득이 다른 지역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대나무를 소득 자원으로 바꿔 준다면 대나무 산지의 소득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수출을 위해 대나무를 기르고, 이를 가공해 운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방치과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구강 건강 전문가’로 칫솔은 누구보다 잘 만들 자신이 있었다. 기존 대나무 칫솔은 대부분이 저가 중국산이라 칫솔모가 잘 빠지고 곰팡이가 쉽게 슬어 오래 쓰지 못했다. 박 대표는 ‘오래 쓰는 튼튼한 대나무 칫솔’을 목표로 2016년 2월 닥터노아를 설립했다.○ “사람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구강 용품 회사”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은 ‘핫프레싱 공법’으로 만든다. 핫프레싱 공법은 자동차 보닛 제작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대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대신 열과 압력을 이용해 대나무를 틀에 넣고 한 번에 찍어 눌러서 만드는 것이다. 핫프레싱 공법을 이용하면 대나무 칫솔의 표면이 매끈하게 정리되고 강도도 올라간다. 열과 압력으로 대나무를 누르면 안에서 기름이 나와 표면이 코팅되기 때문이다. 중국산 대나무 칫솔은 대나무 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사용을 하다 보면 가시가 일어나 입안에 상처를 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박 대표는 “닥터노아 대나무 칫솔은 기름으로 코팅돼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오랜 시간 사용해도 처음 사용할 때의 형태를 유지한다”며 “단단해진 대나무에 칫솔모를 고정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칫솔만큼 칫솔모가 잘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닥터노아는 핫프레싱 공법으로 규격화된 칫솔을 대량 생산하면서 생산 단가를 낮췄다. 닥터노아는 칫솔 제작부터 검수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칫솔 1개의 제조 원가를 2020년 초 2만 원대에서 올해 1000원 이하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플라스틱 칫솔의 제조 원가인 개당 350원보다 더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 판매량은 2020년 3만 개에서 2021년 75만 개로 성장했다. 올해는 100만 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노아는 고체 치약과 치실, 가글 등으로 생산 제품을 늘리고 있다. 박 대표는 “단순히 대나무 칫솔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구강 건강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사람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임단협 투쟁에서 승리하겠다.”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 광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의료연대본부 산하 서울대병원분회 노조원 730여 명이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보건의료를 시작으로 24일 화물연대, 25일 학교 비정규직, 30일 서울교통공사 등의 파업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시민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공공부문 파업, 의료부터 시작연말 민노총 산하 노조의 연쇄 파업 시작은 의료 분야였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소속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박경득 파업대책본부장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임금 인상, 직무성과급제 도입 철회도 요구했다. 이날 파업에 의사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병동 관리 인력이 부족해져 백내장 수술 등 비응급 수술이 일부 연기됐다. 채혈실, 영상의학과 검사실에서도 환자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노조원 중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근무 인력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건강보험 콜센터 상담원으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도 이날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민간 위탁기업 소속인 이들은 인원 감축 없이 상담사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공단은 이날 민원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콜센터로 온 전화를 공단 본부와 각 지부 사무실로 돌려 처리했다. 25일엔 급식, 돌봄,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측은 전체 직원 16만9000여 명 중 약 5만 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시도교육청은 파업 당일 교직원들이 돌봄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학생들에게 빵 등의 대체식을 지급하기로 했다. 30일엔 서울지하철, 다음 달 2일엔 철도 파업이 예고됐다.○ 화물연대 파업에 정부 “군 차량 투입”이번 연쇄 파업의 ‘핵심’은 24일 0시부터 시작되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무제한 총파업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조합원 수가 2만2000명에 이르는 데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화물연대 측은 23일 “정부가 최소한 (안전운임제) 개악 추진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해야 파업 철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위반한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기존 규정을 삭제하는 등 화주만을 위한 개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실무진 협의, 물밑 접촉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는 24일까지는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를 강행하면 군, 지자체 등과 협력해 군 차량 등을 대체 투입할 계획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23일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에서 “화물연대의 불법 행위는 일체의 관용 없이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시설물 봉쇄, 정상 운송 방해, 비조합원 폭행 등이 벌어지면 현장 체포를 원칙으로 할 방침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피해 동향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멘트와 레미콘업계는 하루 매출 손실이 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번 임단협 투쟁에서 승리하겠다.”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 광장.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의료연대본부 산하 서울대병원분회 노조원 730여 명이 모여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보건의료를 시작으로 24일 화물연대, 25일 학교 비정규직, 30일 서울교통공사 등의 파업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시민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의료부터 공공부문 파업 연말 민노총 산하 노조의 연쇄파업 시작은 의료 분야였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소속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부터 사흘 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박경득 파업대책본부장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의료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의료진 사직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임금 인상, 직무성과급제 도입 철회도 요구했다. 이날 파업에 의사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병동 관리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백내장 수술 등 비응급 수술이 일부 연기됐다. 채혈실, 영상의학과 검사실에서도 환자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노조원 중에서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근무 인력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건강보험 콜센터 상담원으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도 이날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민간 위탁기업 소속인 이들은 인원 감축 없이 상담사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공단은 이날 민원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콜센터로 온 전화를 공단 본부와 각 지부 사무실로 돌려 처리했다. 25일엔 급식, 돌봄,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측은 전체 직원 16만9000여 명 중 약 5만 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직원들이 돌봄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빵이나 우유, 도시락 등으로 급식을 대체하도록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당일 단축수업 등 학사 일정 조정도 허용했다. 30일엔 서울지하철, 다음 달 2일엔 철도 파업이 예고됐다.● 화물연대 파업에 정부 “군 차량 투입” 이번 연쇄 파업의 ‘핵심’은 24일 0시부터 시작되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조합원 수가 2만2000명에 이르는 데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파업기간도 ‘무기한’이다. 화물연대 측은 23일 “정부가 최소한 (안전운임제) 개악 추진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해야 파업 철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위반한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기존 규정을 삭제하는 등 화주만을 위한 개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실무진 협의, 물밑 접촉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는 24일까지는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어명소 국토부 2차관 주재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를 강행하면 군, 지자체, 물류 단체 등과 협력해 군 컨테이너 차량 등을 대체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무역협회는 23일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피해 동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시멘트와 레미콘업계의 경우 하루 매출 손실이 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올해 대입 정시에서 이과 학생들의 문과 교차지원 현상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어와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최대 13점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입시의 ‘이과 유리’ 현상이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됐다. 여기에 통합수능 2년 차를 맞아 이과 학생 및 학부모들의 문과 교차지원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물수능’ 국어에 이과 유리종로학원은 20일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만점) 추정치로 수학 확률과 통계 142점, 기하 144점, 미적분 145점으로 추산했다. 반면 국어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은 132점, 언어와 매체는 135점으로 내다봤다. 이 추산이 맞다면 똑같이 원점수 만점(100점)을 받더라도 난이도 등을 감안해 받는 표준점수가 수학 미적분은 145점, 국어 화법과 작문은 132점으로 13점 차이가 나게 된다. 미적분은 이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지만 화법과작문은 문·이과 학생 모두 응시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표준점수 13점 차이는 다른 과목에서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점수”라고 설명했다. 수학과 국어의 표준점수 차이가 벌어진 것은 올해 국어가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선택과목별 점수 공개 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을 149점이라고 밝혔다. 수학(147점)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어에 강한 문과 수험생들이 낮은 수학 점수를 국어에서 만회했지만, 올해는 그게 어려워졌다. 현장에선 이과 학생의 교차지원 문의가 벌써 쇄도하고 있다. 경기지역 고3 담임인 박모 교사(49)는 “지난해 수도권 대학에 갈 학생이 교차지원 이후 서울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올해는 학생들이 먼저 교차지원 문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이 이과 학생 및 학부모 126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59.0%가 “교차지원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곳곳에 숨은 문·이과 격차전문가들은 현재 수능 점수 산출 방식이 문·이과 격차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수학은 원점수가 똑같아도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가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보다 더 높다. 이과가 많은 미적분 선택 학생의 수학 공통과목 점수가 문과가 많은 확률과 통계 선택 학생보다 더 높은 것이 선택과목 결과까지 연동되기 때문이다. 장지환 서울 중등진학연구회 교사(서울 배재고)는 “개인 점수를 소속 집단의 점수와 연동시키는 지금의 점수 산출 구조가 정당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과 학생은 국어나 사회탐구 제한 없이 인문계열 학과 지원이 가능하지만, 문과 학생은 미적분 등 수학 선택과목을 이유로 자연계열 지원이 사실상 차단된다. 여기에 이번 수능 국어 17번 문제 등 다른 과목에서도 잇따라 ‘킬러 문항’으로 수학적 개념을 필요로 하는 문항이 등장하는 것도 이과 학생들에게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아직까지는 각 대학이 변환표준점수 도입 등으로 문·이과 입시 균형을 맞추는 데도 소극적이다. 이처럼 정시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문과 수험생들은 수시에 적극 응시하고 있다. 20일 수시 논술고사를 진행한 서울 A대학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응시율이 5% 정도 올랐는데 특히 인문계열 학과의 응시율이 자연계열보다 더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졌다. 올해 수능은 ‘N수생’과 검정고시생 등의 비율이 1997학년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31.1%에 달하고, 절대평가인 영어의 체감 난이도가 다소 올라 입시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보다 국어가 쉽게 출제돼 입시에서 수학이 미치는 영향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능에선 우선 ‘졸업생 변수’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능 응시생 전체 50만8030명 중 졸업생이 14만2303명으로 28.0%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수능 응시생(50만9821명) 중 졸업생은 13만4834명으로 26.4%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약학 계열 확대와 반도체 계약학과 등 첨단학과 신설 등으로 인해 졸업생 중에서도 자연계열 상위권의 수능 재응시 비율이 높다”며 “상위권 대학 위주로 경쟁률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과 수험생의 문과 교차지원 현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원중 강남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형성되는 수학의 변별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 학생들이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 인문·상경계열 학과로 대거 교차지원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과 학생들은 정시에서 지난해 자연계열 학생의 교차지원이 가장 많았던 상경계열 지원 여부를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불수능’이라 평가받았던 국어 영역이 올해는 상대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입시에서 수학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과 학생들은 정시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의 지난해 입시 결과를 잘 살펴봐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문계열 학과인데 수학 점수가 전년보다 올라갔다면 이과 학생들이 지원을 많이 한 학과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출제된 영어 영역도 변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영어가 어렵게 출제됐기에 지난해보다 수시 최저학력 등급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대학별 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 때 수시 지원 대학보다 더 나은 학교를 갈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다면 대학별 고사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불수능’ ‘용암 수능’으로 불렸던 지난해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국어·수학 영역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이 줄어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어 영역은 극도로 어려웠던 지난해보다 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수학 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두 번째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이번 수능에서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형성되고, 수학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수학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고, 지난해 수능처럼 이과 수험생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출제진은 올해 수능에 EBS ‘체감 연계율’을 높여 체감 난도를 낮췄다고 밝혔다. 박윤봉 수능 출제위원장(충남대 화학과 교수)은 “EBS 교재와 정확하게 연계된 문제가 아니더라도 유사한 소재의 문항을 출제해 수험생들이 더 쉽게 느끼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인 점, 응시자 중 재수생 등 졸업생 비율(28%)이 매우 높은 점, 올해 고3은 고교 3년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어 학력 격차가 큰 점 등이 상대평가 기반인 수능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발생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확진 수험생(1892명)들이 병원 등 격리시설이 아닌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 국어 작년보다 쉽고, 수학은 비슷하게 어려워… 이과생 유리할듯 국어, EBS 연계율 높여 다소 쉬워져수학, 중간 난도 늘어 변별력 유지영어 난도 평가, 전문가-수험생 갈려“선택과목 점수 차 큰 수학이 관건” “초고난도 문항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까다로웠다.” 17일 실시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수학·영어 영역에 대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시 상담교사단의 평가를 요약한 것이다. 지난해 역대급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았던 국어 영역은 다소 평이한 반면 수학은 지난해만큼 까다로워 올해 입시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어, 평이하지만 과학 지문 많아 국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없고, 지문 길이도 지난해보다 다소 짧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공통과목 중에선 ‘문학’이 평이하게 출제돼 ‘독서’의 성적에 따라 국어 영역 등급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험생들이 가장 까다롭게 느꼈을 ‘킬러 문항’으로는 ‘기초 대사량’ 연구 관련 지문이 출제된 17번이 꼽혔다. 김용진 서울 동국대사범대 부속여고 교사는 “14∼17번 지문은 과학 지문에 EBS 경제 영역의 ‘최소 제곱법’ 개념까지 가져와 수험생들이 특히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문에 ‘상용로그’ ‘L-그래프’ ‘클라이버의 법칙’ 등 수학과 과학 개념이 등장해 문과 수험생들에게 낯설게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 수학, 선택과목 유불리가 관건수학 영역은 지난해와 난이도가 비슷했다. 지난해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7점으로 난도가 높았다. 올해는 초고난도 문항은 거의 없었지만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문항이 늘어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시 다산고 교사는 “아주 쉽거나 어려운 문제는 줄었지만 중간 난도 문항이 늘어 중상위권 학생들에겐 변별력이 있었던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재수생인 이태연 양(19)은 “전체 난도는 지난해와 비슷했는데 선택과목 ‘확률과 통계’에서 생소한 유형의 문제가 나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문·이과 학생 간 표준점수 차이가 큰 선택과목은 공통과목보단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대개 어려운 ‘미적분’ ‘기하’ 등을 선택하는 이과생들이 표준점수에서 더 유리한데, 이를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다만 올해도 이과 유리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영어 난도 평가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난도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는 1등급 비율이 6.25%였지만 가장 최근 치러진 9월 모의고사에선 15.97%로 편차가 컸다. 윤희태 서울 영동일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워 1등급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어렵게 느껴졌다는 수험생도 적지 않았다. 이화여고 3학년 이서현 양(18)은 “듣기 평가 속도가 빨라지고, 헷갈리는 문제도 연속으로 출제돼 어렵게 느꼈다”고 말했다. 입시기관 유웨이는 영어 1등급 비율을 7% 안팎으로, 종로학원은 8.17%로 예측했다.세종=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