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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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8-28~2024-09-27
문학/출판47%
칼럼17%
사회일반13%
교육7%
미술7%
문화 일반7%
무용2%
  • 높이 4.5cm-무게 50g의 고무 코… 강력 접착제로 붙여 피부처럼 표현

    뮤지컬 ‘시라노’의 상징성을 담은 아이템은 시라노의 뾰족하고 흉측한 코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작품 줄거리의 토대가 그의 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타고난 글쟁이인 시라노는 아름다운 여인 록산을 짝사랑하지만 코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 탓에 고백은커녕 그림자처럼 그녀 곁만 맴돈다. 대신 잘생겼지만 글재주가 부족한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록산을 향한 연애편지를 대필하며 두 연인의 ‘큐피드 화살’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라노 역을 꿰찬 배우는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이다. 이들은 자신의 코 위에 특수제작한 4.5cm 높이의 코 분장을 덧대 붙이고 무대에 오른다. 이들의 코는 동화 속 피노키오 코처럼 길고 뾰족하다. 20년 경력의 김성혜 분장감독(44)은 “시라노 특수분장 코는 코 모양이 새겨진 조소 틀에 고무 소재의 재료를 붓고 본을 떠 제작한다”며 “소재의 특성상 한번 제작한 코는 배우당 2∼3회만 착용한 뒤 버리고 새로 만든다”고 말했다. 본을 떠 제작한 특수분장 코는 무게가 50g이 채 되지 않는다. 당초 피부와 질감이 비슷한 실리콘으로 만들었는데, 100g이 넘는 무게 때문에 배우들이 발성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후 원료를 교체해 무게를 반 이상 줄인 지금의 코가 만들어졌다. 세 배우의 특수분장 코는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같은 모양이지만, 색깔은 다르다. 배우별로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김동완의 피부가 가장 까무잡잡하고, 홍광호는 하얀 피부를 지녔다”며 “김동완, 류정한, 홍광호 순으로 특수분장 코 색깔이 밝아진다. 분장 코가 배우 피부색과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연 1시간 30분 전에 세 배우가 분장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건 특수분장 코를 붙이는 일이다. 김 감독은 “3시간 러닝타임 내내 떨어지지 않도록 접착력이 강한 분장용 글루를 배우 코와 분장 코 표면에 각각 발라 정확한 위치에 부착한다”고 말했다. 코 분장이 완료돼야 메이크업에 들어간다. 배우 김동완은 여느 공연 때와 달리 ‘시라노’ 작품을 위해 코 관리에 부쩍 신경 쓴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저녁 하루 2번씩 소금물을 코로 마신 뒤 입으로 내뱉는 ‘코 가글’을 빼먹지 않고 한다”며 “글루 때문에 코가 쉽게 헐 수 있어서 코 가글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6만∼14만 원. 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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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 78세… 4人의 ‘연극 청년’ 대학로 달군다

    “봄이 되면 아버지만 좋아. 봄이 몇 번이나 바뀌어야 이 땅이 우리 것 될까.” 일곱 형제를 슬하에 둔 탐욕스러운 아버지(오현경 역)가 ‘학’처럼 흰 두루마기를 챙겨 입고 무대에 오른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또렷한 화술과 꼿꼿한 자세다. 연극 ‘봄날’은 권력과 재물, 여자 어느 것 하나 잃지 않고 모든 걸 소유하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그 아래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 아들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33년 전인 1984년 초연 때부터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오현경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올해 2회를 맞은 ‘늘푸른 연극제’의 첫 번째 작품인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봄날’은 첫 공연부터 관객의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노배우 오현경의 투혼이 빛을 발했고, 극작가 이강백의 손에서 빚어진 주옥같은 대사들이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귓전을 맴돌았다. 올여름 연극계의 키워드는 ‘평균 78세’ ‘원로 연극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인 원로 배우 오현경(81)·이호재(76), 연출가 김도훈(75), 극작가 노경식(79)이 의기투합해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진행되는 ‘늘푸른연극제’에 나란히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평균 78세 고령의 연극인들이 한데 모였지만 열정만큼은 여전히 20대처럼 뜨겁다. 1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선 김도훈 감독이 연출한 연극 ‘유리동물원’(테네시 윌리엄스 작)이 올려진다. 1976년 극단뿌리의 창단공연으로 선보인 뒤 꾸준히 공연되며 작품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이다. 1930년대 미국 사회가 겪은 계층 간 갈등을 이질감 없이 ‘바로 우리의 가정’으로 묘사해낸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 최종원, 차유경, 장우진, 전지혜 등이 출연한다. 노경식 작가의 연극 ‘반민특위’도 11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무대에 오른다. 광복 후 반민특위가 시대 상황과 친일경찰 세력의 악랄한 방해공작으로 비극적 해체와 파탄을 맞이하는 역사를 다루고 있다. 연극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극작가 이만희가 배우 이호재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세 친구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자 기억의 저편에 묻어야 했던 첫사랑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18∼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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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거리의 시민들, 정부에 유쾌한 한 방을 날리다

    ‘불온한 샌드위치.’ 2014년 태국 군사 쿠데타 발생 후 태국 시민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행복’이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태도 교정’이라는 명목하에 군부로 끌려갔다. 태국 시민들이 택한 저항의 방법은 길가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같은 책을 읽으며 샌드위치를 먹는 것. 군사정권에 조심스럽지만 ‘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시위였다. 군부정권은 ‘민주주의 도시락’이라 불린 이 저항운동을 위험활동으로 규정했고, 결국 길가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시민들을 체포하며 대응했다. 오웰의 ‘1984’는 금서로 지정됐다. 불과 3년 전 이야기다. 언론인 출신이자 국제앰네스티 사무국장, 인권활동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태국의 ‘민주주의 도시락’ 같은 저항운동을 비롯해 중국, 미국, 유럽,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다양한 거리 집회 현장을 7가지 주제로 엮었다. 책의 강점은 각 시위 현장마다 최대 세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짧지만 빠른 호흡의 문장으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독재 정권의 속임수는 대중이 계몽되자마자 그 힘을 잃게 된다’는 것. 책은 칼과 총을 앞세운 독재 군사정권에 맞서 유쾌한 비폭력 시위를 무기로 자유를 갈망한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압적인 1차원적 수단으로 명분 없는 싸움에 나선 ‘하수’(독재정권)를 이긴 ‘고수’(시민)들의 승리 전략서 같은 느낌이랄까. 특히 각 시위 현장의 상징적 모습을 담은 79개 사진을 수록해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창의적 행동’의 양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정치사회 서적과 에세이집의 경계에 선 듯한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유다. 시민들이 독재자를 향해 날린 조롱으로 반전의 승리를 거둔 사례도 흥미롭다. 독재자들은 절대적인 박수갈채를 갈망하고 요구한다. TV 뉴스로 전해지는 북한 뉴스만 봐도 그렇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등장하면 북한 군부나 주민들이 다소 기계적인 열화와 같은 박수를 쏟아내는 장면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익숙할 정도다. 저자가 목격한 2011년 옛 벨라루스 소비에트 공화국은 그 원칙이 반대로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정부 당국은 대통령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시민들을 ‘폭력행위자’로 규정하고 마구잡이식 체포를 자행했다. 왜일까.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박수를 받을 만한 타당한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독재정권에 폭력이 아닌 조롱을 택했고 승기를 잡았다. 이 외에도 △독재 권력의 부당함을 예술행위로 표현한 각국의 예술가들 △2010년 미얀마 아웅산 수지의 가택연금 해제 당시 정부의 검열을 피해 묘수를 꾀 낸 미얀마 언론 △홍콩의 우산혁명 △튀니지의 재스민혁명 등 다양한 사례들이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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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손잡고 ‘아캉스’ 어때요

    무더운 여름 아이들에게 시원한 공연장에서의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 여름방학을 맞아 공연계는 어린이들을 위한 풍성한 무대를 선보인다. 매년 여름마다 선보이는 서울 예술의전당 어린이 연극 시리즈는 국내외 우수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해도 연극, 인형극,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어린이 연극 전문 극단 사다리의 신작 연극 ‘에스메의 여름’(13일까지)을 비롯해 2009년 스페인 티티리하이 세계인형극제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예술무대 산의 인형극 ‘달래이야기’(15∼20일), 지난해 서울 어린이연극상 대상을 차지한 극단 북새통의 음악극 ‘봉장취’(22일∼9월 3일)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티켓 가격은 지정석 3만 원, 자유석 2만 원이며 가족 3, 4인 또는 5인이 함께 관람할 경우 각각 35%, 40% 할인된다. 02-580-1300 송승환 PMC 회장이 제작한 가족 뮤지컬 ‘정글북’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수작이다. 1894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정글에서 늑대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 소년 모글리와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웅장한 무대세트와 12종가량의 동물로 분장한 배우들의 디테일한 움직임 등이 동심을 사로잡는다. 27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4만∼6만5000원. 02-738-8289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공연도 풍성하다. 헨델, 베토벤 등 고전음악과 영화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청소년 여름음악축제가 10∼15일 경기 성남 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만5000원. 취학 아동 이상 관람 가능. 031-779-1500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2017 썸머클래식’(1만∼3만 원·만 4세 이상·02-399-1790), 8∼1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동화 ‘모차르트와 모짜렐라의 마술피리 이야기’(3만∼4만 원·만 4세 이상·02-399-1000)를 비롯해 5,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키즈콘서트(2만∼4만 원·4세 이상·1544-7744), 10일 경기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들리는 웹툰 보이는 클래식’(1만 원·초등학생 이상·031-230-3295) 등도 추천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김동욱 기자}

    • 20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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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준상 “쉰살에 뮤지컬 주인공… 후배에게 지긴 싫죠”

    “반백년(50세)의 나이에도 뮤지컬 주인공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 행복합니다.” 배우 유준상(48)이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벤허’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벤허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동명 영화는 1959년 개봉돼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유준상은 “벤허 연습 때마다 인물에 너무 몰입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삶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벤허는 귀족 가문의 자제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기구한 운명을 지닌 인물이에요. 영화, 소설과 달리 뮤지컬은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음악까지 덧입혀져 폭발력이 상당합니다.” 벤허가 뮤지컬이란 새 옷을 갈아입는 데에는 유준상의 공이 컸다. 그는 2009년 ‘삼총사’를 함께 한 왕용범 연출가와 계속 뮤지컬 작업을 해왔다. 그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벤허’는 제가 왕 연출에게 뮤지컬 제작을 제안해 실제 공연으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당연히 뮤지컬 벤허 제작이 확정된 뒤 1순위로 캐스팅된 배우는 다름 아닌 유준상이었다. 그는 요즘 SBS 드라마 ‘조작’ 촬영과 뮤지컬 벤허 연습을 병행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후 11시, 오전 1시 할 것 없이 틈날 때마다 헬스장을 찾고 있다. 그는 “관객에게 완벽한 벤허의 모습을 선보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허의 거친 삶을 표현하기 위함이죠. 게다가 노예선을 탄 노예 신분인지라 제대로 된 옷이 없어 의도치 않게 노출이 많거든요. 하하.” 그의 노력이 빛을 본 걸까. 최근 공개된 뮤지컬 벤허의 콘셉트 사진 속 유준상은 같은 배역을 맡은 띠동갑 후배 박은태, 카이에 비해 훨씬 탄탄한 몸을 자랑한다. “프로잖아요. 꾸준한 관리와 탄탄한 연기력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쉰 살의 중년 배우도 젊은 배우들과 경쟁해 주인공을 꿰찰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산증거입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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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타인과의 난감한 동거’ 결혼의 진실을 파헤치다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많이 가입돼 있는 인터넷 카페에 자주 올라오는 몇 가지 종류의 질문이 있다. ‘결혼 준비 중인데 예비 신랑이랑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망설여져요’ ‘결혼 후 경제권은 누가 관리하나요?’ ‘이 결혼, 해야 할까요?’ ‘예비 시부모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요’…. 이런 종류의 글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파혼하세요’와 같은 기혼자들의 단호한 오지랖 댓글이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정작 자신들은 그 ‘곤란한 결혼 생활’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살면서 말이다. 결국, 결혼 생활의 천편일률적인 정답은 없다. 자신만의 경험으로 낳은 모범답안만 있을 뿐. 일본의 대표 사상가인 저자는 결혼은 기본적으로 ‘타인과 함께 사는 난감함’에서 출발하는 제도라고 말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첫 결혼에 실패하고 10년 넘게 혼자 아이를 키운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나름의 조언을 늘어놓는다. 저마다 각기 다른 성향의 남편 또는 아내와 살고 있기 때문일까. 저자가 Q&A 형식으로 결혼 생활의 어려움과 이를 헤쳐 나갈 해법으로 제시한 답안을 보고 있자면 어느 대목에선 수긍이 가고, 어느 대목에선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결혼 생활 중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갈등 케이스를 사례로 들며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결혼 역시 결국 ‘인간 vs 인간’이라는 사회생활의 일부분이라는 점에 착안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흥미롭게 제시하는 점도 흥미롭다. ‘결혼 리얼리즘’을 파헤치겠다는 저자의 패기와 다소 오지랖 넓은 ‘아재’ 스타일의 문체도 괜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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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휴가 여행가방에 들어갈 만한 책은…

    휴가철 대통령이 읽은 책 리스트는 출판계에서 농담 반 진담 반 ‘대통령 로또’로 불린다.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자 정부기관, 기업을 비롯해 일반 독자들까지 해당 책을 구매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2009년 여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드러운 리더십을 다룬 ‘넛지’란 책을 휴가 때 읽은 사실이 알려지며 책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 ‘일본제국 흥망사’ 등의 휴가도서 목록이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말 혹은 8월 초에 첫 여름 휴가를 떠난다. 출판계 대표 및 편집주간 10명에게 문 대통령이 격무에서 벗어나 여름휴가 기간에 읽으면 좋을 책을 1인당 두 권씩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추천도서는 크게 한국 사회의 현안에 관련된 책과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문학작품으로 나눠졌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일자리와 청년실업에 관한 책이 많이 추천됐다. 한성봉 동아시아출판사 대표는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고시생 42명을 심층 인터뷰한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위즈덤하우스)를 추천했다. 한 대표는 “공무원 증원을 추진하는 대통령께서 단지 일자리 늘리기 차원이 아니라 청년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현 상황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생존 보고서인 ‘청춘의 가격’(사계절)을 추천했다. 정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청춘 문제를 놓치면 좌표를 잃는 셈”이라며 “청춘의 목소리를 집약해 놓은 이 책을 대통령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국가의 리더로서 ‘통찰’의 안목을 던져주는 책도 많이 추천됐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대통령이 일국적 시야를 넘어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한국의 지도를 그려주면 좋겠다”며 ‘실크로드 세계사’(피터 프랭코판·책과함께)를 추천했다. 이 밖에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늦어서 고마워’(21세기북스), 로마의 국정과 외교를 다룬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메리 비어드·다른)도 추천됐다. 휴가지에서 머리를 비워야 새로운 창의적인 상상력이 채워지는 법. 감성을 채우는 문학 작품도 여럿 추천됐다. 소설가 황석영이 등단 후 55년 만에 처음 쓴 자전적 에세이집 ‘수인 1, 2’(문학동네), 일본 다도를 완성한 센리큐(千利休·1522∼1591)의 삶을 소설로 다룬 ‘리큐에게 물어라’(야마모토 겐이치·문학동네),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이민 간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한국이 싫어서’(장강명·민음사),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의 작품인 ‘너무 시끄러운 고독’(문학동네) 등이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추천한 열린책들 김영준 문학편집주간은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라는 구절이 책에 나온다”며 “리더로서 짊어질 짐이 많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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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여름 밤 수놓는 밀양 연극축제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다음 달 6일까지 열린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1999년 9월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와 극단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지역 연극 문화 발전을 위해 경남 밀양시 내 폐교를 개조해 밀양연극촌을 만든 뒤 2001년부터 매년 개최한 지역 연극제다. 올해는 축제 기간 중 총 52편(국내 49편, 해외 3편)의 작품이 122회 공연될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올해 신설된 대중극 주간을 비롯해 지역문화 주간, 명작클래식 주간, 가족극 주간, 창작극 주간, 젊은 연출가전, 대학극전, 프린지 공연 등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 신설된 대중극 주간 공연은 뮤지컬과 대중 가극 등으로 축제 개막작인 창작 뮤지컬 ‘완득이’와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한 ‘아리랑’, 뮤지컬 ‘천국과 지옥’, ‘이 일을 어찌할꼬!’, 신파극 ‘홍도야 울지 마라’가 공연된다. 명작클래식 주간 공연 중 아서 밀러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이 눈길을 끈다.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이한 배우 이순재와 밀양 출신 손숙 배우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 외에도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원작을 각색한 ‘위대한 놀이’,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새롭게 해석한 ‘한여름 밤의 꿈’, 아리스토파네스 원작을 바탕으로 한 ‘노래하는 새 뻐꾸’ 등을 선보인다. 폐막작으로는 브레히트 원작의 배경을 6·25전쟁으로 옮겨온 이윤택 연출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 무대에 오른다. 축제 티켓은 인터넷 예매()를 이용하거나 매일 첫 공연 2시간 전부터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055-355-1945, 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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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老배우의 ‘행복학 개론’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의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의 에세이집 ‘퇴사하겠습니다’를 읽어 내려가다 흥미로운 문장에 시선이 머물렀다. ‘신문기자를 죽이는 데 칼은 필요 없습니다. 기사가 실리지 않게 되면 신문기자는 살 수 없으니까요.’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인물이 있었다. 배우 이순재 씨(82·사진). 2년 전 연극 ‘시련’ 출연을 앞둔 그를 인터뷰하며 상투적인 인사말을 던졌다. “연극, 드라마, 영화, 예능,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되물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언제 가장 행복해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노배우의 말이 이어졌다. “취재한 내용을 한 문장씩 고심해 써 내려가고, 그 결과물인 기사가 지면에 실린 걸 눈으로 확인했을 때…. 그때 맞죠? 결과물의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죠. 행복이 그 지점에서 갈리거든요.” 맞는 말이다. 스스로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자존감 있는 삶이야말로 행복 그 자체가 아닐까.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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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러시로 털 한올 한올… 야옹! 진짜 고양이 같죠?

    뮤지컬 ‘캣츠’의 백미는 고양이로 변신한 배우 36명의 현실감 넘치는 분장이다. 1981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때부터 별도의 분장사 없이 배우들이 직접 분장에 나서는 건 오랜 전통이다.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캣츠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의 남녀 주인공 멍커스트랩 역의 애덤 베일리(28)와 드미터 역의 애슐리 하우스차일드(26)가 분장하는 과정을 그들의 목소리로 정리했다.○ 멍커스트랩의 분장 포인트는 카리스마 ‘리더 고양이’ 멍커스트랩입니다. 제 분장은 한마디로 카리스마 그 자체죠. 두꺼운 눈썹과 얼굴 사방에 그려진 검은색 라인이 멋진 저를 만들어 줍니다. 저의 메인 색깔은 모두 무채색입니다. 검정, 회색, 흰색 세 가지예요. 독일의 색조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총 5개의 스틱 크림파운데이션을 애용하죠. 첫 단계에선 흰색 크림 파운데이션을 스펀지에 듬뿍 발라 얼굴 전체에 펴 발라요. 그리고 검은색, 회색 파운데이션을 ‘양쪽 턱밑∼볼 중간’ ‘양쪽 눈썹 뼈 위∼이마’에 두들겨 바르죠. 자, 이제 중요한 포인트! 흰색 가루 파우더를 꺼내 얼굴 전체에 마구 펴 발라요. 가루 파우더는 땀으로 분장이 지워지지 않게 하는 일종의 방수 역할을 한답니다. 자, 다음 단계…. 고양이의 디테일함을 살릴 라인 그리기에 들어갑니다. 눈썹 위와 눈 주변에 검은색과 흰색 크림 섀도를 얇은 브러시를 이용해 날개 모양으로 발라줘요. 코끝과 입 주변에 수염까지 그리면 영락없는 고양이죠. 분장이 끝나면 야크 털로 만든 가발을 써요. 탄성 좋은 재질의 얇은 의상으로 갈아입으면…. 완벽한 고양이 멍커스트랩으로 변신 성공!○ 36마리 고양이 중 가장 화려한 드미터 고양이 사이에서 화려함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드미터예요. 총 7가지 색상의 스틱 크림파운데이션으로 베이스를 깔죠. 메인 색상은 갈색과 흰색, 두 색상의 크림 파운데이션을 베이스로 깐 뒤 흰색 가루 파우더를 얼굴에 듬뿍 발라요(방수…. 아시죠?). 채도도 놓칠 수 없죠. 그래서 베이스 위에 레드브라운, 골드, 블랙 섀도를 덧발라요. 드미터 분장의 특징은 눈은 화려하게, 코와 입은 앞으로 쏠린 듯 몰려 보이게 라인을 그리는 거예요. 화려함을 위해 펄 섀도도 눈에 듬뿍 바르죠, 양 볼 옆에는 흰색, 빨간색, 갈색, 검은색 크림 파운데이션을 이용해 털 라인을 그려줘요. 진짜 풍성한 털을 지닌 고양이처럼 보인답니다. 코 분장의 포인트는 콧구멍 라인! 코 아래쪽 부분만 살짝 검은색으로 테를 둘러 색을 칠해줘요. 1cm라도 코 라인을 높게 올리면 갑자기 고양이에서 ‘개’로 얼굴이 바뀌어 버리죠. 코 분장을 마친 뒤엔 레드 립으로 화려함의 화룡점정을 찍죠. 1.8cm의 인조 속눈썹까지 붙여주면 메이크업 끝! 아, 가끔 저도 분장할 때 실수를 해요. 그럴 땐…. 면봉에 침 발라서 쓱쓱 지우죠. 세계 여성 모두가 그렇지 않나요? 분장에 걸린 시간은…. 정확히 40분이에요! 9월 10일까지. 6만∼15만 원. 1577-336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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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인생 15년, 날 시험에 들게 한 첫 작품”

    “배우 인생에 불가능은 없다는 걸 일깨워준 작품이 바로 ‘나폴레옹’이죠.” 천장 뚫을 기세로 시원하게 고음을 뽑아내다가도 달달한 목소리로 관객의 귀를 녹이는 뮤지컬 배우 한지상(35)이 나폴레옹으로 변신했다. 임태경, 마이클 리와 함께 아시아 초연작인 뮤지컬 ‘나폴레옹’의 주인공을 꿰찬 것. 무대 위 나폴레옹을 연기하는 한지상은 관객에게 카리스마와 광기를 묘하게 풍긴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03년 데뷔 후 14년간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나폴레옹만큼 배우 한지상을 시험하게 만드는 작품은 없었다”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 그 자체였다”고 토로했다. 이번 작품은 캐나다 프로덕션의 원작 공연을 국내 제작진이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논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공연 연습 도중 캐나다 연출에서 한국인 연출로 감독이 바뀌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출연 배우들의 마음고생이 컸다는 후문이다. 한지상은 “출연 배우들이 모두 연출가 마인드로 노력했다”며 “셀 수 없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거의 창작 작품을 새로 만드는 것처럼 너 나 할 것 없이 좋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그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장면도 있다. 알프스 산맥에서 러시아군과의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 나폴레옹이 무반주로 ‘승리의 날(Victory)’ 넘버를 부르며 병사들을 설득하는 1막 중 한 장면이다. 한지상은 “이 장면에서만큼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나폴레옹의 목소리만으로 관객과 병사들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안 좋은 상황에서 주인의식이 발동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며 웃었다. 한지상이 나폴레옹 출연 제안을 받은 것은 지난해 가을 국정 농단 사태가 한창이던 때다. 그는 “국민이 왜 리더에게 권한을 줘야 하는지, 또 그 리더는 어떻게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지 여러 생각에 빠져 있던 참에 작품이 들어와 바로 출연에 응했다”고 말했다. 나폴레옹을 연기하며 그는 수많은 분야의 영웅, 독재자, 뛰어난 리더십을 보인 정치인의 삶을 참고했다. “박정희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외 정치인들을 연구하고 벤치마킹했어요. 미천한 출신에서 정치적 야망 하나로 황제로 거듭난 야심가, 전략가 나폴레옹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죠. 하하.” 공연은 10월 22일까지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77-336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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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反난민 시위-인종차별… 혐오는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맘충’(엄마+벌레) ‘노인충’(노인+벌레) ‘급식충’(급식 먹는 벌레라는 뜻으로 청소년 의미)….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도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감이 내포된 언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 사회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약자 혹은 특정 계층을 향한 혐오발언과 증오범죄들이 커져가고 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책에서 자신이 취재했거나 연구한 분야를 토대로 혐오와 증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혐오와 증오의 가해자들, 차별을 선동하는 집단을 섣불리 괴물화하지 않고, 혐오와 증오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그 구조적 문제점을 파고든다. 동시에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저자는 혐오라는 감정이 개인을 넘어 집단적 차원이 되면 위험한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긴장을 높여 쉽게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적 광기와 폭력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넘게 저널리스트로서 전 세계 분쟁지역을 누빈 저자는 그 예로 독일 클라우스니츠에서 일어난 반(反)난민 시위, 스태튼아일랜드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반복적인 과잉진압,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 멸시와 폭력 등을 꼽는다. 특히 난민과 이주민, 흑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 구성원 및 사회로부터 어떻게 멸시받고 배제되는지, 폭력에 노출되는 구조와 과정 등을 살펴본다. 그는 혐오와 증오의 기저에 깔린 ‘표준’ ‘정상’ 등의 기준이 또 다른 폭력적인 편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가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혐오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저널리스트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장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소 딱딱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 문제를 셰익스피어, 괴테 등 문학가의 작품이나 철학가들의 사상을 대입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나간 점도 흥미롭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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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연극무대 무척 설레요”… 데뷔 20년 발레리나 김주원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발레리나 김주원(40)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10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고선웅 연출의 신작 ‘라빠르트망’의 여주인공 역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모니카 벨루치, 뱅상 카셀이 출연한 영화 ‘라빠르망’(1996년)이다. 2004년 할리우드에서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로 리메이크됐다. 김주원은 극중 주인공 막스가 첫눈에 반해 버리는 발레리나 리자 역을 맡았다. 김주원과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모가 화려하다. 막스 역에는 영화배우 오지호, 앨리스 역에는 연극배우 김소진, 뮤리엘 역은 영화 ‘곡성’과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등에 출연한 장소연이 캐스팅됐다. 김주원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 설레고 걱정도 많다”며 “처음 발레를 시작했을 때처럼 초보자의 자세로 연기를 하나하나 배워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가 연극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연출가 고선웅의 힘이 컸다. 김주원은 “지난해 고선웅 연출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동아연극상 대상작)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며 “평소 흠모해온 무용가 최승희에 대한 작품을 함께 만들어 보자고 고 연출가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연출가 고 씨는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며 “최승희 선생님 작품 하기 전에 다른 연극부터 하나 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그 작품이 ‘라빠르트망’이다. 고선웅 연출은 “원작 영화 속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처럼 막스가 리자를 첫눈에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야 한다”며 “남자들이 봤을 때 매력적인 첫인상을 남길 수 있는 외모, 웃음, 몸짓을 갖춘 적임자로는 김주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몸짓과 표정으로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온 김주원이지만 연극 무대는 생소한 게 사실이다. 그는 함께 뮤지컬 ‘팬텀’에 출연하기도 했던 가까운 후배 황혜민(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에게 연극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걱정되는 마음으로 털어놓았다고 한다. “출연을 덜컥 결정했지만 연극 작품의 대사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너무 수줍어서 주변에 말도 못 꺼냈어요. 혜민 씨에게 말했더니 ‘언니라면, 잘할 수 있어요’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더라고요. 발레리나의 자존심을 걸고 해보라는 말에 불끈 도전의식이 생겼습니다.” 김주원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댄스씨어터 ‘컨택트’, 뮤지컬 ‘팬텀’ 등에 출연하며 무용 밖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그는 “좋은 기회들이 운 좋게 많이 주어졌다. 제 심장을 뜨겁게 하는 작품이라면 언제든 다양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 18일∼11월 5일. 02-2005-100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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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격의 라인업… 국립극장 레퍼토리 공개

    국립극장이 ‘2017∼2018 레퍼토리 시즌’ 라인업을 공개했다. 국립극장은 9월 6일부터 내년 7월 8일까지 신작 20개와 기존 레퍼토리 공연 10개 등 총 44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됨에 따라 이번 시즌 공연은 이전과 달리 LG아트센터, 예술의전당 등 외부 공연장 무대에 상당수 오른다. 국립극장의 3개 전속단체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번 시즌에도 타 장르 예술가와의 협업을 이어가는 ‘파격’을 택했다. 연극 연출가 고선웅에게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 ‘흥보씨’ 연출을 맡겨 흥행에 성공한 국립창극단은 이번 시즌에도 연극 연출가와의 협업을 이어간다.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신작 창극 ‘진채선’(가제)을, 극단 백수광부 대표 이성열 연출가가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대형 창극으로 제작한다. 초연 당시 전 회차 객석점유율 90%를 넘긴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과 ‘흥보씨’도 재공연된다. 특히 트로이의 여인들은 9월 싱가포르 빅토리아 극장, 내년 5월 영국 브라이턴 애튼버러센터 등 해외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국립무용단은 레퍼토리 대표 공연인 ‘묵향’과 ‘향연’을 비롯해 ‘춘상’ ‘넥스트 스텝’ ‘맨 메이드’ 등 3개의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묵향과 향연을 연출한 의상디자이너 정구호가 이번 시즌에도 춘상의 연출을 맡아 또 한 번 감각적인 미장센을 무대 위에 구현할 예정이다. 고전소설 ‘춘향전’은 오늘날 20대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안무는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9월 임헌정 전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초청해 ‘2017 마스터피스-임헌정’ 공연을 연다. ‘2017∼2018 레퍼토리 시즌’ 패키지 티켓은 18일부터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판매한다. ‘프리 패키지’는 개별 공연 10편 이상 구입 시 40% 할인해준다. 전속단체별 주요 작품을 4개씩 묶어 할인 판매하는 ‘일편단심 패키지’, 상설·시리즈 공연 패키지, 정구호 연출작 3개와 창극 2개를 묶은 ‘집중Ⅰ-정구호’ ‘집중Ⅱ-명동’ 등 패키지 티켓은 각각 30% 할인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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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만의 ‘뮤지컬 외도’

    “제 배우 인생에서도 줄리안 마쉬 같은 연출가가 있죠.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가 제게 그런 분이에요.” 배우 김석훈(45)이 ‘왕과 나’ 이후 1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남자 주인공 줄리안 마쉬 역을 통해서다. 마쉬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로 대공황 이후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워진 공연 시장에서 신인배우 페기 소여를 발굴해 뮤지컬 흥행 역사를 써내려가는 인물이다.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20여 년간 배우 생활을 해 오며 수많은 연출가를 봤지만 마쉬를 보며 떠오른 분은 1999년 국립극단 연극 ‘친구들’에서 함께 작업한 임영웅 감독”이라고 말했다. “임 연출은 배우들에게 굉장히 무섭고 완벽주의를 요구해요. 별명이 히틀러에서 딴 ‘임틀러’였다니까요. 그런 감독님이 제 장난에는 유독 ‘허허’ 웃어 주셨어요. 철없는 어린 배우의 자질을 눈여겨보고 예뻐해 주신 거죠.” 1998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그해 SBS 드라마 ‘홍길동’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뮤지컬 마니아다. 오로지 공연을 보고자 영국 웨스트앤드, 미국 브로드웨이로 여행을 떠날 정도다. 하지만 심오한 뮤지컬을 선호하는 그의 관람 리스트에 쇼 뮤지컬은 빠져 있었다. 그런 그가 왜 쇼 뮤지컬의 정수로 꼽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게 된 걸까. “영화 ‘라라랜드’를 본 뒤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심오한 내용이 담기지 않아도 남녀 간 사랑 이야기가 때로는 백만 권의 책보다 좋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거든요.” 과거 마쉬 역을 연기한 남경주, 박상원 등은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연기했다. 하지만 김석훈의 마쉬는 조금 다를 예정이다. 그는 “공연을 코앞에 두고 여주인공이 부상을 입는 바람에 신인 배우를 36시간 연습시켜 무대에 올리는 제작자 심정이 오죽하겠냐”며 “성질 급하고 넥타이 풀어헤친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열정적인 연출자를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브로드웨이 42번가 명장면은 뭘까. “신인에서 단박에 스타가 된 페기 소여에게 마쉬가 이렇게 충고해요. ‘브로드웨이를 밝게 빛내줘라. 넌 착한 애니깐. 온 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다 주지 말고, 스스로 관리를 잘해라’라고요. 제가 배우라서 그런지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죠.” 8월 5일부터 10월 8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3만 원, 1588-521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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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성혐오 범죄, 남성들은 왜 침묵하는가

    ‘여성 혐오, 강남역 살인사건, 성폭력….’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한국사회에 여성 혐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맞서 마치 거울로 반사하듯 똑같은 방식으로 남성을 비난하는 미러링 현상도 거셌다. 한국사회에선 ‘여혐 vs 남혐’을 둘러싼 타협 없는 논쟁이 한동안 이어졌다. 여성 혐오 범죄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신간이 나란히 출간됐다. 지난해 ‘나쁜 페미니스트’를 출간해 국내에 이름을 알린 미국 퍼듀대 록산 게이 교수의 신간 단편소설 ‘어려운 여자들’과 미국의 성폭력 예방 활동가 잭슨 카츠의 ‘마초 패러독스’ 이야기다. 록산 게이의 ‘어려운 여자들’은 다양한 이 시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21가지 에피소드로 엮었다. 성폭력 피해 여성, 학대받은 여성,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오럴섹스의 달인으로 남자가 끊이지 않는 여성…. 21가지 이야기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여성들이면서도 각기 다른 삶을 이야기한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만드는 빠른 호흡의 문장은 작품이 지닌 힘이다. 10세, 11세의 앳된 자매가 건장한 남성에게 납치된 뒤 가해 남성에게 번갈아가며 강간당하는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우리는 애원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는 한 줄의 문장으로 피해 여성들의 아픔을 응축시켜 표현했다. 사냥 전 반드시 섹스를 해야 하는 사냥꾼을 남편으로 둔 아내의 에피소드에서 “나는 칼이다”(사냥의 도구일 뿐이라는 뜻)란 단문으로 주인공의 정체성을 꿰뚫어 낸다. 작가는 여성 혐오 범죄의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생존자인 주인공들의 얽히고설킨 삶을 모자이크처럼 엮어 결국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다. 저자는 주제와 소재, 장르적 시도를 교차하며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능력을 구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뻔한 페미니즘 책이 아닌 문학과 사회서적의 경계를 묘하게 오가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마초 패러독스’는 ‘여성 폭력은 결국 남성의 문제’라는 제목의 TED 강연으로 150만 명의 시청자를 모은 잭슨 카츠의 신작이다. 여성 폭력과 성차별을 부추기는 왜곡된 남성 문화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2003년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발생한 미군 동료 성폭행 스캔들, 오렌지카운티 포르노 비디오 성폭행 사건 등 미국 내 성폭행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구조를 분석해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단순히 성범죄를 남성 문화 탓으로만 결론 내지 않는다. 성폭력은 남성의 힘과 지배력, 여성의 복종과 종속을 미화하고 성적 매력을 부여한 문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성범죄를 줄이는 해법으로 남성들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사회 참여 활동을 꼽는다. 성차별 및 여성 폭력에 관한 논의의 장에 침묵하는 다수의 남성이 ‘남성다움’을 규정하는 또래 문화의 특수한 환경을 깨고 나와 잘못된 사회규범을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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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는 즐거운데… 강렬한 ‘한방’이 없어

    ‘지킬앤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맨오브라만차, 모차르트….’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성공한 라이선스 뮤지컬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의 독보적인 존재감이다. 뮤지컬 관객 대다수가 20, 30대 여성이란 점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탠다. 7일 국내 초연된 뮤지컬 ‘시라노’는 그 나름대로 흥행법칙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1막부터 커튼콜까지 주인공 시라노가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을 주도적으로 이끈다. 시라노 역은 실력과 티켓파워를 두루 갖춘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이 꿰찼다. 하지만 러닝 타임 내내 강렬한 ‘한 방’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특히 1막에선 시라노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장면이 남발돼 산만하고 장황하단 느낌을 준다. 타고난 글쟁이인 시라노는 길고 뾰족한 흉측한 코를 지닌 인물이다. 아름다운 여인 록산을 짝사랑하지만 외모 콤플렉스 탓에 고백은커녕 늘 그림자처럼 그녀의 곁을 맴돈다. 그 대신 잘생겼지만 글재주가 부족한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록산을 향한 연애편지를 대필하며 두 연인의 사랑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1막이 희극이라면 2막은 비극이다. 1막에선 시라노를 다소 돈키호테처럼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인물로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2막에선 시라노, 크리스티앙, 록산의 얽히고설킨 삶을 비극적으로 풀어나간다. 작품의 강점은 류정한, 최현주 등 주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이다. 특히 시라노와 록산이 듀엣으로 부르는 ‘베르주라크의 여름’ ‘그를 부탁해요’ 등의 넘버에선 배우들의 폭발적인 성량과 아름다운 멜로디 선율이 관객의 귀를 즐겁게 만든다.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6만∼14만 원. 1588-5212 ★★★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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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시간 40분이 훌쩍… 배삼식 작가의 마법 통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극작가 배삼식 특유의 능력이 또 한번 발휘됐다. 연극 ‘1945’ 이야기다. 장민호 백성희 선생의 유작인 ‘3월의 눈’ 이후 배 작가가 국립극단과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극의 배경은 1945년 광복 직후 만주다.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갈 기차를 기다리는 조선인들이 전재민(戰災民) 구제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억척스럽고 강한 성격의 위안부 여성 명숙, 명숙에게 자신도 조선으로 데리고 가 달라고 조르는 일본인 동료 미즈코, 어린 남매 숙이와 철이를 둔 김순남 백익남 부부…. 총 15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구제소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식구처럼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명숙의 벙어리 동생으로 신분을 감췄던 미즈코의 정체가 드러나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수십 년간 조선인과 일본인의 경계를 오가며 살아온 인물들은 광복과 동시에 완연한 조선인으로 정체성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그 정체성에 맞지 않는 것들은 병적으로 배제하기 시작한다. ‘일본인’ ‘일본에 부역한 배신자’ ‘위안부 출신 조선 여성’ 등 일본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된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악’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1945년 조선 민초들의 삶이었고, 조선 사람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작품은 역사와 국가관을 강요하기보단 잔잔한 사람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러닝타임은 무려 2시간 40분이다. 황량한 벌판을 표현한 무대는 단조롭고 비어있다. 눈을 휘어잡을 화려한 소품은 없지만 관객의 집중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잔재주보다 탄탄한 기본을 택한 수작이기 때문이다. 일단 대본의 얼개가 지루할 틈 없이 촘촘하다. 김정민 주인영 김정은 박윤희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한데 뭉쳐 각기 다른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주·조연 배우의 실력차를 가늠하기 어려운 작품은 오랜만이다.★★★★ 30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44-200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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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사라진 두 장 복원한다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의 사라진 두 장이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정본(定本) 제작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정본은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표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공식 인정받는 책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9일 기초 학술조사와 학술대회 등을 거쳐 훈민정음 해례본 정본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안동 진성이씨 이한걸 가문으로부터 기와집 열 채 값에 달하는 비용을 주고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이 구입한 책은 발견 당시부터 표지와 본문 앞쪽 2장이 없는 상태였다. 오늘날 남아 있는 2장은 이한걸의 셋째 아들인 이용준이 자신의 은사인 김태준 명륜전문학교 교수와 함께 조선왕조실록 태백산사고본과 훈민정음을 한글로 풀이한 ‘언해본’ 등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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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앤 K 롤링이 그린 ‘제2의 홈스’의 활약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필명 로버트 갤브레이스로 내놓은 세 번째 추리소설이다. 전작인 ‘쿠쿠스 콜링’ ‘실크웜’에 이어 사설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다. 작품을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코모란 스트라이크에 대한 사전 이해는 필수다. 시리즈 연장선에서 출간된 책이다 보니 작가의 추리소설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스트라이크가 이끄는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다소 헐겁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는 전직 헌병대 특별조사팀 출신의 사설탐정이다. 런던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두 건의 수사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제2의 셜록 홈스’라는 명성을 얻었다. 191cm 장신이지만, 전쟁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어 의족을 차고 다닌다. 그는 유명 록 스타의 사생아다. 스트라이크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 로빈 엘라코트에게 여자의 잘린 다리가 담긴 택배상자가 배달된다. 애초에 수신자에는 스트라이크의 이름이 적혔지만 그 위에 로빈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덧붙어 있다. 상자 안에는 ‘거둬들이네, 사지를, 팔다리를, 목을’ ‘목이 돌아간 백조처럼’ ‘갈망하거나 기도하듯이’라는 문구가 적힌 쪽지도 함께 발견된다. 알 수 없는 의미의 문구는 스트라이크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한 록 밴드의 노랫말이다. 스트라이크는 잘린 여자 다리와 쪽지의 내용을 근거로 어머니와 자신으로 인해 인생을 망친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제프 휘태커, 살인을 저지른 뒤 남자 성기를 보낸 전력이 있는 맬리, 스트라이크의 증언으로 종신형을 받았다가 10년간 징역살이를 한 도널드 랭, 스트라이크 때문에 뇌에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노엘 브록뱅크…. 불빛이 없는 으슥한 변두리에서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멈추지 않는 용의자와, 그를 추적하는 스트라이크와 로빈의 활약이 빈틈없는 빽빽한 얼개 속에서 빠른 전개를 이어간다. 총 2권으로 이뤄져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이지만, 용의자와 로빈, 스트라이크 각각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서술이 챕터별로 구성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용의자의 심리 상태와 살인 과정을 표현한 묘사가 서늘할 정도로 생생한 점도 인상적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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