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에서 ‘호남 대선주자 육성’ 의지와 ‘진일보한 햇볕정책’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광주시의회에서 호남의 정치, 경제 발전을 위한 ‘광주 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먼저 호남 출신으로는 야권의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호남불가론’을 부정하고 ‘제2, 제3의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를 키우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식 차세대 호남 정치인 육성 계획이다. 문재인 전 대표(부산),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부산), 박원순 서울시장(경남) 등 현재 야권에서 거론되는 대선 후보는 대부분 영남 출신이다. 문 전 대표 측의 반발을 의식한 듯 김 대표 측은 “정치 경제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호남의 민심을 더민주당이 대변하겠다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와 갈등설 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구상 중인 새로운 햇볕정책은 ‘북 궤멸론’ 발언 등으로 불거진 일부 야권 지지층의 비판적 시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도 햇볕정책을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은 명확하다”라며 “다만 햇볕정책은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았을 때 만들어졌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만큼 햇볕정책을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2차례나 지낸 문희상 의원(5선·경기 의정부갑) 등 10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당사자에게 개별 통보했다. 이날 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더민주당 의원은 문 의원을 비롯해 신계륜(4선·서울 성북을) 노영민(3선·충북 청주 흥덕을) 유인태(3선·서울 도봉을) 송호창(초선·경기 의왕-과천) 전정희 의원(초선·전북 익산을) 등 지역구 6명과 김현 백군기 임수경 홍의락 의원 등 비례대표 4명이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 배제는 새로운 분들을 모셔오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번 주 3선 이상 50%, 초·재선 30%를 정밀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공관위원 투표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2차 컷오프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물갈이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한 의원은 “컷오프 대상에 친노 의원들이 예상 밖으로 많이 포함돼 있어 깜짝 놀랐다”라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문희상, 유인태, 노영민, 김현, 임수경, 홍의락 의원 등은 ‘범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유인태, 백군기 의원은 곧바로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김현, 전정희 의원 등 일부 의원은 반발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48시간의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26일 공천 배제자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지만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정밀심사를 통한 2차 컷오프와 윤리심사, 전략공천, 경선 등을 거치게 되면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은 40∼50%대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더민주당의 1·2차 컷오프 대상 중 일부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국민의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1차 쓰나미에서 살아 남았다고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2차 컷오프는 더 심할 것 아니냐.” 24일 발표된 ‘하위 20%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안도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의원들 모두 2차 컷오프는 대체 어느 정도가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홍창선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미 강도 높은 ‘2차 컷오프’를 예고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 3선 이상 중진 의원의 50%, 초·재선 의원의 30%를 정밀 심사하기로 했다. 특히 1차 컷오프에 중진 의원이 대거 포함되면서 살아남은 중진 의원들은 공천 관문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당내 3선 이상 중진은 30명. 이 가운데 이날 컷오프된 4명과 불출마 선언을 한 2명(김성곤, 최재성 의원)을 뺀 24명 중 절반인 12명이 정밀 심사대에 오르게 된다. 지역별로는 호남 의원들의 2차 컷오프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크다. 호남 지역은 현역 교체 요구가 높고, 국민의당과의 경쟁을 앞두고 있어 경쟁력 있는 인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컷오프에서는 16명의 호남 의원 중 전정희 의원 한 명만 포함됐다. 한 전북 의원은 “이번 컷오프는 수도권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자연스럽게 2차 컷오프에서는 호남 의원들이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2차 컷오프와 별도로 3차 컷오프 격인 공관위의 ‘윤리 심사’도 변수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윤리심판원에 제소됐거나 징계를 받은 의원 등 당의 윤리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한 의원에 대해 윤리 심사를 거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윤리 심사 대상자들은 공관위원들의 가부 투표에 따라 공천 배제 여부가 결정된다. 당 안팎에선 막말 등의 이유로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정청래 의원과 김경협 의원 등이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와 홍 위원장은 1차 컷오프가 자신들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주도할 2차, 3차 컷오프의 폭은 1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3일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과 관련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54석에서 47석으로 7석 줄이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국민의당까지 등장하면서 이번 총선에선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각 당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중 더민주당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정당 지지율 기준(새누리당 41.7%, 더민주당 26.7%, 국민의당 11.7%, 정의당 3.5%)으로 비례대표 47석을 각 당에 배분할 경우 새누리당 23석, 더민주당 15석, 국민의당 7석, 정의당 2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총선 당시 27석(자유선진당 2석 포함)을 확보한 새누리당은 4석 줄어드는 반면 더민주당은 6석이나 줄어든다. 더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21명을 당선시켰다. 국민의당이 얻는 7석이 대체로 더민주당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19대 때 6석의 비례대표를 당선시킨 통합진보당과 달리 정의당은 2석을 얻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법은 정당투표에서 3% 이상의 득표를 한 정당에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기대하고 있는 인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후보의 남녀 비율을 50 대 50으로 했던 19대 총선과 달리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모두 여성 후보 비율을 60%로 올리기로 한 만큼, 남성 후보자는 안정적인 비례대표 순번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제도(필리버스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 단독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으로 43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 제도가 19대 국회 들어 처음 시행된 것이다. ○ 첫 타자 김광진… “5시간씩 발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 국회에서 본회의 시작과 함께 “국회법에 따라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게 됐다. 자정이 경과해도 차수를 변경하지 않고 계속 본회의를 진행하게 된다”며 필리버스터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더민주당은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합법적인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첫 발언자로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테러방지법안 전문을 거의 대부분 읽은 것은 물론이고 테러의 정의와 외국의 사례 등을 끊이지 않고 열거했다. 통상 법안에 대한 찬반 토론은 5분으로 제한되지만 김 의원은 이날 밤 12시를 넘겨서까지 발언을 계속했다. 김 의원은 “8시간은 해보겠다”며 각오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간중간 “다시 한번 읽어 드리겠다”며 법 조항을 반복해 읽거나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며 시간을 끌기도 했다. 더민주당 의원들은 1인당 5시간 이상 발언을 하며 토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의 발언이 시작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나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본관 로비 로텐더홀 계단에서 무제한토론 중지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 안전 외면하는 야당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당은 문병호 의원이 토론을 신청하는 등 더민주당의 필리버스터에 공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선거 앞두고 역풍” vs “국정원 청부입법” 앞서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필리버스터를 할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이종걸 원내대표 등의 강경한 목소리에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원내대표는 “오늘 하루만 벌면 된다. (미국 대선 경선 후보인) 샌더스도 8시간 필리버스터를 했다”라며 동참을 요청했다. 은수미 의원도 “협상을 위해서라도 3, 4일 동안 필리버스터가 불가피하다”며 “나도 고문당한 얘기도 하면서 10시간 버티겠다. 다른 의원들도 7시간씩 버텨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역풍’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전병헌 의원은 “선거가 코앞인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려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칼자루를 꺼냈다가 소는 잡지 못하고 병아리만 잡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어설프게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가 오히려 망신만 자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연습이나 훈련 없이 얘기하다 (실수라도 하면) 언론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필리버스터를 하면 상당히 파괴력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계속 반론이 이어지자 이 원내대표는 책상을 치며 “이건 국가정보원 청부입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테러방지법 자체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대부분 의원들은 정부와 새누리당을 성토했지만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박범계 의원은 “기본적으로 국정원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정보수집 권한을 국정원에 주는 것을 막기 위해 테러방지법에 동의 못한다는 것은 곤란하다”며 “참여정부도 이 법을 추진했던 만큼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군 대장 출신인 백군기 의원은 “대테러센터를 국민안전처에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새누리당 안이 더 바람직하다. 총리실에 두는 게 맞다”며 “본질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를 생각해야지 부작용을 우려해 본질을 흐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김종인발(發)’ 공천 물갈이 태풍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마련했던 시스템 공천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20% 컷오프’는 오래전 얘기가 됐다. 이제는 당 중진을 포함해 현역 의원 절반가량이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22일 “경쟁력 지수와 여론조사 평가를 종합해 3선 이상 중진 의원 50%, 재선 이하 의원 30%를 공천관리위원들의 가부(可否) 투표로 공천 배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평가 하위 20% 컷오프’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작업이다. 대부분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천관리위원회의 고강도 물갈이 방침에 이들을 임명한 김종인 대표조차 놀랐다고 한다. 탈당 의원이 속출하면서 다소 느긋했던 현역 의원들은 예상치 못한 ‘강도’와 ‘속도’에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 ‘1차 타깃’ 중진 의원, 최대 14명 공천 탈락 위기 더민주당이 밝힌 현역 물갈이의 1차 타깃은 중진 의원들이다. 현재 3선 이상 의원은 총 30명. 이 중 불출마 선언을 한 3명(김성곤 노영민 최재성 의원)을 제외하면 최대 14명이 아예 공천 심사 면접도 못 한다. 이는 “중진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개혁 공천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벌써 당내에서는 대상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접전 끝에 당선된 수도권 A 의원, 의정 활동과 지역구 관리가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호남의 B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중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단순히 선수가 높다는 이유로 공천 배제 대상자 비율을 높인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중진들이 스스로 용퇴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의원은 “먼저 한두 명이 불출마 선언 등 용퇴하고 후배를 돕는 모습을 보여야 물갈이 효과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명줄’을 쥔 공관위원들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공개적인 불만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하위 50%에 포함되더라도 공관위원들의 투표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일부 중진이 ‘같이 모여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공관위원들에게 찍힐까 두려워 다들 모이지도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라진 문재인표 시스템 공천 문제는 공관위의 공천 배제 투표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민주당은 23일 선출직평가위원회의 ‘하위 20% 컷오프’ 명단을 공개한다. 여기서 살아남아도 공관위의 ‘중진 50%, 초·재선 30% 공천 배제 투표’를 다시 거쳐야 한다. 공관위는 이와 별도로 3단계 도덕성 심사까지 한다. 정 단장은 “당 윤리심판원 제소 등이 있을 경우 별도로 투표해 (공천) 배제 대상을 정하게 된다”고 했다. 막말로 제소됐던 정청래 의원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 관계자는 “징계 받은 사람을 제외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들은 ‘패닉’ 상태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속도전에 ‘악’ 소리도 못 내고 죽게 생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공언했던 ‘시스템 공천’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당이 안정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극약처방을 하면 국민의당만 좋아할 것”이라며 “당이 내홍에 빠져 엉망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한편 비례대표 4선 경력의 김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단적으로 뭘 하겠다, 안 하겠다는 말을 드릴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 등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에 대해 “더민주당에 그런 사람이 많이 들어와야 종전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며 “세상이 바뀌면 당도 바뀌어야지, 무슨 일관성이 밥 먹여주는 줄 아느냐”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공관위원)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공관위원들이 현역 의원의 생살여탈권을 쥔 ‘저승사자’ 역할을 맡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 총선기획단장인 정장선 전 의원은 “이번에 공천 신청 안 하기를 정말 잘했다”며 “외인구단이 무섭긴 무섭다”고까지 했다. 홍창선 위원장이 이끄는 공관위는 남성과 여성 각각 4명으로 구성됐다. 남성은 정장선 단장과 우태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김헌태 메시스컨설팅 대표, 이강일 행복가정재단 상임이사가 참여했다. 여성은 박명희 전 한국소비자원 원장, 서혜석 변호사, 최정애 동시통역사, 김가연 전 법무부 국제법무과 사무관이다. 이들은 김종인 대표와 홍 위원장이 선발한 인사다. 과거 야당의 각종 위원회에 주로 참여했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인사가 많았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중도 성향 인사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이날 당 현역 의원들은 이들이 누군지, 누구와 가까운지를 파악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한 중진 의원 측은 “공관위원들에게 로비가 집중될 것 같은데 사정을 설명하고 싶어도 대부분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공관위의 역할도 제한적일 거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의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2007년(17대)과 2012년(18대) 야권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야권 적통 설전이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를 놓고 문 전 대표가 “자욱했던 안개가 걷히니 누가 적통인지 중심인지도 분명해졌다”고 하자 정 전 의원이 2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부끄러운 줄 알라’”라며 김 대표를 영입한 문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 그는 “제1야당의 대표는 살아온 삶이 야당의 적통을 이어갈 만한 분이어야 한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시며, 그리고 현재도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북한 궤멸론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계시다. 한술 더 떠 18일 300만 농민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주역을 당당하게 영입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은 한미 FTA 타결을 주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으로 한층 고조된 양상이다. 김 전 본부장은 입당 회견에서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다만)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예전 같으면 초재선 그룹이나 개혁적 의원들이 들고일어나 영입 반대나 퇴진 성명을 내고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총선 공천권을 쥔 고양이 앞에 납작 엎드려 일제히 입을 닫아버렸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는 정 전 의원의 반격에 즉각적인 대응을 내놓지는 않았고, 김 대표는 ‘무시’ 전략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심심하니까 글 한번 쓰는 것이겠죠, 뭐”라며 “정체성 운운했다고 하는데 정체성 자체가 뭔지도 모르겠고, 개인이 글 하나 쓴 것 같고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편 더민주당 내에선 김 대표의 독주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장하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에 부쳐’라는 글을 올리고 “당 지도부는 영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대 총선 때 청년 비례대표 몫으로 국회에 입성한 장 의원은 “국민 여러분께서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 당이 용서를 강요해선 안 된다”며 “무엇보다 (한미 FTA 타결이) 용서할 수 있는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정체성 논란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끼어들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햇볕정책과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우클릭’ 기조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영입된 ‘계몽절대군주’의 판단에 충실히 따르면 만사 오케이인가?”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김 대표 영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반성하고 돌아왔기에 환영했다”라고 두둔했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철통보안 속에 금고 깊숙이 봉인돼 왔던 더불어민주당 공천배제(컷오프) 현역 의원 명단이 23일 해제된다. 더민주당은 48시간 동안의 이의 신청을 거쳐 25일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논란 속에 작성한 ‘살생부’ 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존 20% 컷오프 외에 추가적인 평가를 거쳐 일부 중진 의원도 ‘물갈이’할 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암호화해 2개 금고에 나눠 보관 더민주당은 지난 주말로 예정했던 공천심사 배제 대상 하위 20% 현역 의원, 이른바 ‘컷오프’ 대상자 통보를 23일로 미뤘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21일 “선거구 획정이 안 됐기 때문에 면접 시작도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는) 23일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민주당은 23일 컷오프 대상자 본인 통보와 함께 이틀간의 이의 신청 기간을 거친 뒤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컷오프 대상 현역 의원 명단은 아직까지 밀봉된 상태다. 명단은 잠금장치가 된 당 금고에 보관된 자료와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이 별도의 금고에 보관 중인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를 결합해야 완성된다. 의원 평가 자료는 숫자와 영어 등으로 코드화된 상태로 당 금고에 보관돼 있다. 금고 열쇠는 당에 있지만,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조 위원장이 가진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열쇠와 보안번호를 사용해 금고를 연다 해도 의원 이름은 코드로만 표기돼 있기 때문에 실제 탈락 대상을 알 수 없게 돼 있다. 이 코드를 실제 의원 이름으로 바꿔 탈락 대상 의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 위원장이 가진 USB메모리 안에 담긴 ‘키’를 다시 결합해야 한다.○ 2차 탈당 사태 이어지나 더민주당 지도부는 21일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컷오프 대상자들의 이의 신청과는 별개로 24일부터 지역구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곤 컷오프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20% 컷오프는 현역 물갈이의 시작일 뿐”이라며 “공천 과정에서 추가 현역 평가가 진행될 예정인데 그 대상은 일부 중진 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는 지난해 11월 18일 기준 소속 의원 127명(지역구 106명, 비례 21명) 중 하위 20%인 25명(지역구 21명, 비례 4명)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은 상태다. 일단 평가 자료 자체를 제공하지 않고 탈당한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 2명과 탈당과 불출마 등을 이유로 평가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안철수 김동철 문병호 의원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 9명이 모두 하위 20%에 포함됐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컷오프되는 현역 의원은 25명에서 9명을 뺀 16명에 이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구 12명, 비례 4명이 된다. 당의 한 의원은 “지금은 누가 컷오프 대상인지 모르기 때문에 모두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며 “누가 포함됐는지 등 그 결과에 따라 2차 연쇄 탈당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국민의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15일 정당보조금 6억1790만7560원을 받았다. 국민의당이 이날까지 현역 의원 20석을 채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면 ‘1분기 정당보조금’으로 18억200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역 의원 17명인 국민의당은 3석이 부족해 12억 원가량을 날린 셈이다. 3석 차로 보조금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전체 보조금 총액의 50%를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우선 배분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27일 박주선 의원을 17번째로 영입한 이후 3주 가까이 의석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신기남 박지원 최재천 의원 등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합류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4·13총선 선거보조금은 다음 달 28일 지급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현역 의원을 추가로 영입해 20석을 채운다면 국민의당은 72억800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의석수가 유지된다면 이 역시 3분의 1 정도인 약 24억7000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 차액 48억 원가량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이 나눠 갖는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1분기 경상보조금으로 모두 99억9095만6000원을 각 당에 배분했고 이 중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에 각각 46억9365만8600원(47%)과 41억4503만350원(41.5%)을 지급했다고 밝혔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을 명분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안풍(安風·안철수 신당 바람)’에 적잖이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야권 통합의 중심 역할을 자임한 동교동계도 국민의당 합류 자체를 놓고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상임고문과 정대철 전 고문, 이훈평 전 의원,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 등은 13일 급히 전북 순창으로 정동영 전 의원을 찾아갔다. 국민의당 합류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권 전 고문 등은 “함께 국민의당에 입당하자. 정 전 의원이 해야 우리도 입당한다”며 “동교동계와 국민의당이 60년 야당 전통을 가져가는 마당에 대선 후보였던 정 전 의원도 그걸 이어받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걱정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의 권 전 고문이 4시간 넘게 걸리는 순창까지 정 전 의원을 찾아간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뜻한다. 신당 바람이 광주전남에만 머물며 좀처럼 북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동교동계는 야권 통합을 위해 탈당한 만큼 정 전 의원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국민의당에 입당할 수 없다”며 “‘안풍’이 영호남 경계인 소백산맥은커녕 호남과 충청의 경계인 노령산맥도 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게다가 정 전 의원이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독자세력화하면 ‘안풍’은 전북에조차 도달하지 못하고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안철수 공동대표 측은 그동안 정 전 의원 영입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진보’ 색깔을 강화해 온 정 전 의원이 중도 노선을 추구하는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데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꼭 필요한 현역 의원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독자적으로 ‘무소속 연대’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뒤늦게 비상이 걸린 형국이다. 최근 국민의당에 합류한 장세환 전 의원은 14일 성명을 내고 “만약 정 전 의원이 무소속 연대라도 결성한다면 최소한 전북에서만큼은 상당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다”며 “국민의당에는 끔찍한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 대표가 정 전 의원 영입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안 대표도 이날 “지금은 정치의 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 전 의원의 영입 가능성을 열어놨다. 반면 신기남 의원의 합류에 대해선 당 내부 기류가 엇갈리고 있다. 신 의원은 이날 “소위 신진 인사들은 선배 국회의원들을 기득권으로 매도하며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더민주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신 의원 합류에 대해) 당내에서 우려와 반대가 많다”며 신 의원 합류에 선을 그었다.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서도 “함께한 의원들이 (교섭단체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지, 정당보조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천정배 대표도 “제일 가까운 동지가 탈당한 것은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입당) 얘길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측은 “신 의원의 해명을 들어보면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교섭단체 구성 등을 위해 신 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신 의원 합류 문제가 또 다른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을 두고 “북한 궤멸”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9일 경기 파주시 육군 9사단을 방문해 “국방을 튼튼히 유지하고 경제가 도약적으로 발전한다면 언젠가는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선 7일에는 “소련이 핵이 없어서 국가가 무너진 게 아니다”라며 “국민의 삶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핵을 개발한다 할지라도 결국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이 ‘북한 와해론’에 이어 더민주당 내에서 금기시됐던 ‘북 궤멸론’까지 거론한 건 야권을 향한 ‘북한 감싸기’ 프레임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더민주당은 이날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을 처음엔 ‘자멸’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궤멸’로 정정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더민주당이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에 동의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또 “김 위원장이 말한 궤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한 압력이나 제재를 통해 북한 체제를 붕괴시킨다는 ‘괴멸’(조직이 파괴돼 멸망함)이 아니라 핵개발에 몰두하면 ‘자멸’한다는 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 와해나 궤멸, 자멸 등의 단어를 놓고 북핵이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진성준 의원의 ‘인공위성’ 발언도 논란이 됐다. 진 의원은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북한은 위성이라고 발표했지만 대륙간탄도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성을 활용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고 답하자 “그러니 인공위성을 쏜 것은 맞네요”라고 했다. 진 의원의 발언을 보고받은 김종인 위원장은 “왜 (미사일이라는) 당의 결론과 다른 얘기를 하느냐”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정말 함무라비법전을 들고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자위권 확보 차원에서 미군의 전술 핵 재배치 등을 통해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길진균 leon@donga.com·고성호 기자}
“국회가 과연 문제 해결 능력은커녕 그럴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4·13총선을 앞둔 유권자들의 설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여야는 설 연휴 기간을 총선 승리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보고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무책임한 정치권에 대한 질타만 쏟아진 것이다. 특히 ‘깜깜이 선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새해부터 시작된 선거구 실종 사태가 9일로 40일째를 맞으면서 투표할 지역구와 예비후보가 누군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경기 포천-연천)은 “선거구 획정이 오리무중이니 어떻게 선거를 치를 것이냐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전북 군산)도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니까 (선거구 획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특히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의 계파 싸움에 대한 쓴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인천 연수구에 출사표를 낸 민현주 의원은 “친박이고 진박(진짜 친박)이고 다 필요 없으니 제발 경제 좀 신경 써 달라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혜자 의원(광주 서구갑)은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싸움만 해 걱정이 많다는 게 지역 민심이었다”고 말했다. 썰렁한 민심 속에 여야 지도부는 바삐 움직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설 연휴 기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10일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논의할 여야 간 쟁점법안 협상 등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9일 경기 파주시 임진강 대대를 방문하는 ‘안보’ 행보에 이어 지난해 11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의식을 잃은 농민 백남기 씨를 찾는 등 지지층 확보에도 주력했다. 이날 서울 광진구 도시철도공사 승무사업소를 방문해 기관사와 정비사들을 격려한 국민의 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저도 V3 백신을 개발할 때 설에 제대로 쉬어본 기억이 없다”며 “정치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남 양산시 자택에 머물고 있는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7일 트위터에 “새해엔 가슴 벅찬 감동과 환희의 새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더 나은 삶, 더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더더더더 사랑해야겠다”는 글을 올렸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9일 페이스북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안이한 우리의 현실 인식이 북핵을 낳고 북핵 공갈 악순환이 우리 사회 불안을 가속화한다”고 적었다. 그는 “폐쇄적이고 폭압적이며 전근대적 왕조사회인 북한에 동조하는 남측 종북세력은 각성해야 한다”며 “한국사회는 종북이 진보의 탈을 쓰고 정치계 학계 노동계 종교계 등에 침투해 사회를 분열·혼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길진균 leon@donga.com·고성호 기자}
4·13총선 서울 종로 가상대결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박진 전 의원과의 맞대결에선 정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SBS가 1∼3일 선거구별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로에서 오 전 시장은 43.1%의 지지를 얻어 정 의원(39.0%)을 오차범위(±4.4%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반면 정 의원은 박 전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43.6% 대 35.8%로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낸 마포갑에서는 더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우세한 걸로 나타났다. 노 의원 지지율은 48.5%로 안 전 대법관(32.5%)보다 16.0%포인트 높았다. 노 의원은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과의 맞대결에서도 45.7% 대 35.0%로 우위를 보였다. 대구 수성갑에서는 더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지지율(52.5%)이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30.8%)보다 21.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김 전 의원 38.2%, 김 전 지사 35.7%로 격차가 줄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23일이 2년, 아니 20년처럼 느껴져요.” 더불어민주당 입당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짧은 정치권 생활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늘 새로운 게 좋다. 많은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배우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더민주당이 최근 영입한 외부 인사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른바 ‘고호녀(고졸, 호남, 여성)’라는 사회적 편견과 한계를 극복하고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됐다는 점 때문이다. 양 전 상무는 주민이 200명 정도 되는 전남 화순군 이양면 쌍봉리 조그만 시골 마을 출신이다. 20일 남짓 정치권 경험을 한 ‘새내기’ 정치인 양 전 상무를 4일 국회에서 만났다. 양 전 상무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향해 “과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전력에 대해 호남 민심은 유감 표명을 원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공개 사과하고 광주를 찾아가 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었다. ‘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이 충분하다고 보나’라고 묻자 양 전 상무는 “그건 광주시민이 판단해야 한다. 내가 더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며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이날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놓고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 특혜법’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공부하고 있다. 사실 의문이다. 삼성이 어떤 이익을 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공부가 더 필요하겠지만 의문이 있다”고 대답했다. 당내 일부 강경파 의원이 주장하는 ‘재벌 개혁’에 대해서도 “정치권과 기업이 왜 이렇게 불협화음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너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삼성에서 임원까지 했으니 그런 부분은 좀 더 이해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지를 묻자 그는 “솔직히 무관심했다. 업무상 만나보면 다들 참 따뜻한 분들인데 왜 이렇게 욕을 먹을까 궁금한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삼성 임원들은 정치인을 잘 만나지 않는다. 정치인은 스스로를 과대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성과로 보여야 하고, 그게 대치되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영입 과정을 물었다. “지난해 당에서 여러 번 연락이 왔고, 문재인 (당시) 대표와 5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는데 처음엔 죄송하다고 하시더군요. 동아일보에 난 내 기사를 보고 눈물이 났다며 자신이 정치해 온 얘기를 하셨어요. 문 전 대표의 고민이 국민의 고민이고 그런 부분에서 내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남편의 반대가 심해 문 전 대표를 만날 때는 남편과 같이 나갔다고 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만나고 오는데 남편이 흔쾌히 ‘당신 해 봐’라고 했다. 문 전 대표가 마력(魔力)이 있나 보다”라며 활짝 웃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상식적으로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나. 삼성 다니는 사람조차 아이 못 낳겠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런 사회가 지속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젊은이들한테 꿈을 물어보기 미안한 사회가 된 것 같아요. ‘헬조선’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 아프죠.” ‘이미지나 생각이 안철수 의원과 잘 맞을 것 같다. 국민의당은 생각이 없었나’라고 물었다. “솔직히 국민의당에서는 연락이 없었어요.(웃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고향) 어른들은 거기서(국민의당) 나왔으면 당선될 텐데 하면서 아쉬워하시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닌 것 같다고 하시네요. 더민주당이라고 해서 들어오고 국민의당이라고 해서 안 가고 하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어요.” 출마 희망 지역에 대해 그는 “지역에서 왜 안 오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내년 대선까지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전 상무는 고향과 가까운 광주 동구와 남구, 광산구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광산구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이 있다. ‘삼성 임원 연봉이 상당히 많았을 텐데 아깝지 않나’라고 하자 그는 큰 소리로 웃으며 “아마 남편이 가장 아깝다고 하지 않겠나”라고 대답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정부 여당의 중점 법안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40건 안팎의 무(無)쟁점 법안들이 4일 본회의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원샷법과 함께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일괄처리를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데다 원샷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국민의당도 협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구 획정 문제가 최근 다른 쟁점 법안들과 연계되면서 노동개혁 법안 등은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원샷법은 원내대표 간의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원샷법은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설 연휴 전 원샷법 처리를 해주는 게 여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이날 북한인권법의 동시 처리를 고집하지 않았다. 당초 지난달 29일 더민주당의 합의 파기 이후 원내대표 합의문대로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의 동시 처리를 주장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불가 의사를 밝히자 일단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샷법 자체를 반대한 더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 참석이 불투명하다. 새누리당도 ‘선(先)쟁점법안, 후(後)선거구획정’ 방침을 고수하며, 야당의 요구대로 선거법 처리를 먼저 약속할 수 없다는 태도여서 더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더민주당이 없어도 국민의당 의원들과 법안을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새누리당은 더민주당의 불참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고성호 sungho@donga.com·길진균 기자}
국민의당이 2일 대전에서 창당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제3당’ 체제 실험이 시작됐다. 국민의당은 양당 구도 타파와 정치 혁신, 중도 세력 결집을 내세우며 신당 깃발을 올렸다. 1996년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총재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출현 이래 20년 만에 기존 양당 체제 극복을 목표로 하는 ‘의미 있는’ 제3당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조된 국민의당이 70일 남은 제20대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안정적인 3당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국민의당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적지 않은 숙제가 앞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 3당 체제 성공은 결국 ‘인물’ 국민의당은 창당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탈당 세력뿐 아니라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까지 합류시켰다. 공고한 거대 양당 구도를 완화시키는 대안 세력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국민의당은 이를 기반으로 양당 구도의 문제점과 제3당 체제의 필요성을 적극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17석인 국민의당이 안정적인 3당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창당 전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해 총선 전부터 국회 운영 과정에서 거대 양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려던 초기 전략은 실패한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차 마지노선인 15일 이전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은 낮지만 총선 전 교섭단체 구성은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국민의당이 15일까지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85억 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총선 이후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다. 다만 “호남 민심과 인물이 변수”라는 의견은 공통적이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실제 투표에서는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지지층의 세대 간 격차와 정권 교체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호남에서 더민주당의 주 지지층은 20, 30대이고 국민의당은 40, 50대 중장년층인 만큼 실제 득표에서는 국민의당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호남 민심은 조사 때마다 출렁출렁해 예단하기 어렵다”며 “호남은 현역 교체 지수가 무척 높은 만큼 어느 당이 참신한 인물을 더 많이 내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도 변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조사센터장은 “총선 이후 3당 체제가 구축되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가 나타나면 당 대 당 통합을 통한 단일화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3당 체제 구축을 위해선 국민의당 스스로가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 중 상당 부분은 거대 양당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만큼 충성도 높은 지지로 바꾸려면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분적-후보 간 연대 가능성 높아 총선 전 야권 연대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연대는 없다”고 수차례 못 박았다. 윤여준 전 공동창당준비위원장도 “야권 연대는 제3세력을 막는 족쇄”라며 부정적인 뜻을 명확히 했다. 윤 센터장은 “국민의당이 후보 단일화 또는 야권 연대를 시도하는 순간 제3정당 구축의 취지가 퇴색되고 존재감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연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윤태곤 더모아정치전략실장은 “공개적이고 전면적인 야권 연대는 불가능하다”며 “3자 구도에서 새누리당의 승리가 확실한 비호남권 선거구에서는 후보별로 다양한 방식의 연대 또는 단일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국민의당이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공동대표에는 안철수, 천정배 의원이 선출됐다. 지난해 12월 13일 안 의원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지 51일 만이다. 4·13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거대 양당 체제를 극복하려는 제3당 실험이 본격화된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창당대회에서 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국민의당과 이번 선거에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정말 우리에겐 더 이상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 이번 기회가 어쩌면 제게 주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머물고 있는 ‘제3당 바람’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창당대회 장소를 대전으로 선택했다. 국민의당은 영호남 지역 갈등,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 속에 탄생했지만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사에서 여러 차례 제3당 실험이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아직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의원은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로서 공식 제안한다”며 더민주당과 새누리당에 3당 민생정책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3당 체제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다. 그는 “여야 기득권 양당은 19대 국회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했는지를 스스로 반성하고, 이제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며 양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공동대표가 된 천 의원은 “특권 세력만을 대변하며 수구·냉전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 당당히 맞서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더민주당을 향해서는 “누가 더 총선 승리의 적임자인지, 누가 더 정권교체를 이룩할 적임자인지, 반성과 혁신, 정책과 인물, 그리고 정치력으로 경쟁하자”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실험은 이제부터다. 당장 전국 정당화를 위해서는 새 인물을 얼마나 영입하느냐가 관건이다. 길진균 leon@donga.com / 대전=황형준 기자}
“보수 진보가 갈려 모두 기득권화되고 노동계까지도 그렇다.” 야권 주요 세력의 영입 대상 0순위이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1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가진 ‘경제토크’에 참석해 기성세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장 교수는 “대한민국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공을 세운 60대 할아버지,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이룬 386 민주화 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헬조선을 만든(물려준) 장본인”이라며 “그들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피터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타고난 것을 극복할 수 없는 세상이 됐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식이 부모보다 나아질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보수와 진보가 갈려 모두가 기득권화돼 있고, 심지어 진보는 변화를 추구해서 진보인데 진보가 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장 교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표로부터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이 어느 한 사람이 자리를 맡는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120∼130여 명 의원 중에 단 한 명도 대표를 시키거나 위원장을 맡아 당을 구할 사람이 없다면서 밖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구조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분(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해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면 진작 좀 (변화를) 일으켰어야 되지 않느냐”고 더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에 더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문 전 대표가 장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자리를 직접 얘기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장 교수 얘기에 안 의원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저도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공정성장론”이라고 화답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미시적인 산업구조 조정 정도로는 위기 탈출을 못 한다”며 “오히려 가두서명에 나서면서 법안이 통과 안 됐으면 하는 게 정부 생각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당도 이번 총선 주요 정책 기조로 ‘더불어성장론’을 제시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경제 민주화’와 문 전 대표의 ‘소득 주도 성장론’을 절충한 형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강철규 정세균 공동위원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더불어성장론은 불평등 경제 해소와 경제 민주화를 통한 한국적 포용 성장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경제 틀을 만들지 않고서는 우리가 그동안 이룩한 경제성장 성공과 정치 민주화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말로만 미래가 불확실하고 희망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실제 어떤 방안으로 해결할지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당은 ‘더불어성장론’을 당 강령에 포함시키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법안과 제도에 대해서는 총선 공약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출범과 함께 박영선 비대위원(사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9일 당초 여야가 처리하기로 했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본회의 처리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의원총회에서 박 의원은 상임위를 거쳐 여야 원내대표가 상정을 합의한 원샷법에 대해 ‘처리 불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당과 협상을 주도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졸지에 궁지에 몰렸다. 아이러니한 것은 박 의원도 2014년 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맡았을 당시 새누리당과 세월호법 협상안에 합의했다가 당 의원총회에서 두 차례나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은 경험이 있다. 이후 박 의원은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박 의원은 30일에도 트위터에 “원샷법은 경제 살리기와 거의 무관한 대표적인 금수저를 위한 법”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는 등 처리 불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원샷법 처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원샷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선거구 획정이 더 급하기 때문에 같이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원샷법에 일부 문제는 있지만 여야의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혀 박 의원 입장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