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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의원=이렇게 계속 ‘나는 그렇게 하면 못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건 결국 경선 룰에 불복하시는 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박지원 의원=옳지 않은 일을 하면서 ‘내가 당 대표가 되겠다’, ‘내가 대권 후보가 되겠다’는 건 진정으로 안 되는 겁니다. 문 의원=어떻게 토론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지금 (여론조사) 룰 이야기를 계속…. 심지어 오늘 을지로위원회 토론회에서도 룰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박 의원=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5일 한 라디오 방송 주최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자 마지막 토론회도 결국 후보끼리 낯을 붉히며 끝났다. 박 의원은 당 대표 경선의 여론조사 룰 변경 논란을 다시 제기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문 의원은 한숨을 몰아쉬며 반박했다. “저질 토론”(문 의원), “정치인이 아니라 여전히 변호사 같다”(박 의원)는 등 날 선 말들이 오갔다. 미래를 위한 청사진은 없었다.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 5인을 뽑는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대는 8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고 오후 5시경 당선자 발표가 예정돼 있다. 당 대표 경선은 문재인, 박지원 의원 측이 서로 우위를 주장하며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 의원은 6일 ‘마지막 지지 호소 메시지’에서 “국민에게 지지받는 당 대표, 그래서 국민에게 지지받는 정당, 그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래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고 정권 교체 희망도 생긴다”며 “그 일에 저를 다 버릴 각오다. 죽기를 각오하고 그 뜻을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당원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에서 “제가 대표가 되면 즉시 당의 통합을 위해 ‘총선·대선 승리 위원회’(가칭)를 구성하겠다”며 “당내 모든 세력과 소중한 자산이 함께 참여하는 거당적인 당 운영 체제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인영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혁신 없는 문재인, 박지원은 무서운 거품일 수 있다”며 “두 후보를 거부하는 부동층 40%의 분노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 “지지받는 黨으로” “文-朴 무서운 거품” “거당적 당 운영할것”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D-1지난달 7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예비 경선을 치른 뒤 한 달 동안 선거운동이 진행됐다. 당 대표 후보들은 ‘당이 위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정당 개혁, 계파 해체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은 경선 과정에서 수권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략, 정책, 비전을 제시하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대를 열흘가량 남기고는 여론조사 경선 룰 변경 논란이라는 수렁에 빠지며 토론회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바뀌었다. 한 TV 토론회에서는 문, 박 의원이 서로의 발언을 “저질”이라고 공격하는 민망한 장면이 연출됐다. 해체하겠다던 당내 계파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이 판쳤다. 새정치연합이 거듭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전대에서 당을 제1 야당 자격이 있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게 할 대표를 뽑는 일이 그것이다. 전체 투표의 45%를 차지하는 대의원 투표가 8일 현장에서 이뤄진다. 전국의 1만5000여 대의원에게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책임이 부여됐다. 대의원들이 지역, 이념의 한계를 뛰어넘는 리더십,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당 대표를 ‘밝은 눈’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건강해야 그 나라 정치가 건강하다”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야당이 정부를 정확하게 비판하고 견제해야 국정이 바로 설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을 통해 ‘진짜 야당’은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중심의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지도부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회자된다. 새정치연합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부자 감세 철회’만 외쳐서는 제1 야당의 지위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전문가들은 대의원들이 ‘계파 보스’가 아니라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도록 당을 혁신할 수 있는 리더십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발목 잡기 정당이 아니라 정책 대안 제시 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국민이 수긍하고 납득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을 만드는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이념 지향적인 투쟁보다 실생활과 관련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미인(여성·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뜻하는 3B라는 말이 있다. 이 3B가 광고에 나오면 소비자의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는 TV 프로그램에도 3B가 적용되는 것 같다. 먼저 아기. 최근 한 방송사는 종영했지만 지난달 초까지 지상파 3사 모두 아기나 아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탤런트 송일국의 세 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이미 광고계 우량주가 됐다. 다음은 미인. 한 방송사의 군대 체험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 8명이 등장한 특집편은 지난 2주간 시청률 17%를 넘었다. 그전 남성 연예인들이 나올 때보다 시청률이 평균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그리고 동물. 각종 동물의 사연을 다루는 한 프로그램은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한 방송사는 최근 아예 연예인과 동물이 같이 먹고 자게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처럼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3B가 유독 외면받는 곳이 있다. 국회다. 일단 동물은 접어놓도록 하자. 먼저 아이. 지난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보육교사에게 맞은 4세 아이의 몸이 붕 떠서 바닥에 처박히는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보면서 모두 치를 떨었다. 그러나 국회는 굼떴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달 14일 여야는 논평도 내지 않았다. 공분이 확산되고 2, 3일 뒤에야 여당 대표, 야당 원내대표가 각기 다른 어린이집을 의례적으로 찾았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는 위원장 등의 해외 출장을 핑계로 보건복지부의 현안보고를 2주 뒤에나 받았다. 그러고는 잊혀간다. 다음은 여성.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 육군 여단장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에 대해 피해 여군을 줄곧 “하사 아가씨”라고 부르며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라고 말했다. 여성이라면 피가 거꾸로 치솟을 만할 얘기다. 더욱이 송 의원은 군 기강을 바로잡는 기무사령관 출신이다. 여야의 반응은 더 어처구니없다. 새누리당 여성위원회는 침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는 송 의원을 비판하며 “소속 특별위원회 및 국방위원회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는 더이상 말이 없다.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 요구를 하면서 송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송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런 일로 사퇴까지야…”라는 분위기에 묻혔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도 있다. 이제 아동학대와 여성인권 문제는 여당의 원내대표 선거와 야당의 전당대회에 묻혀버렸다. 어쩌면 정쟁거리가 되지 않아 여야의 ‘박대’를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집 피해 아동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가 수백만 명이고, 여성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표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이 이 수천만 표를 무시한다. 대단한 강심장이다.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견고한 지지층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13년 취임 이래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지자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던 지지율 30% 선이 무너진 것이자 ‘콘크리트’ 지지층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27∼29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9%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63%였고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악재와 잇단 안전사고,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까지 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 들어 급격한 하락세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9일 40%에서 16일 35%, 23일 30%, 그리고 30일 29%로 계속 추락했다. 20여 일 만에 지지율이 11%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여론조사 기법의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지율 29%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전반기를 마무리하던 2005년 8월과 같은 수치다. 당시 종합부동산세 후폭풍과 대연정 제안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29%짜리 대통령”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이달 첫째 주 51%에서 이번에는 63%로 12%포인트나 늘었다. 그 이유로는 ‘소통 미흡, 너무 비공개, 투명하지 않다’는 의견과 ‘세제개편안, 증세’가 각각 16%로 가장 높았고 ‘인사 잘못함, 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이 14%였다. 이는 박 대통령의 청와대 인적쇄신이 미흡하고 연말정산 논란과 건강보험료 개편 연기 등 정부의 잦은 ‘정책 말 바꾸기’에 국민이 염증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내각제로 따지면 29%는 총리가 바뀌어야 할 지지율”이라며 “지난해부터 누적된 정부의 실수와 혼란이 티핑포인트(결정적 전환점)를 넘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선 후보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다져 나가지 않는다면 지지율 복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정부의 앞길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반전 카드’로 내세웠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자는 차남의 병역면제 사유를 자진해서 공개검증 받으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아직도 경기 성남시 분당 땅 투기 의혹 등과 관련해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이 후보자에게 우호적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까지 태도를 바꿔 “검증을 제대로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유성엽 의원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후보자가) 아들이 공개검증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며 울먹인 모습은 의도적으로 국민 정서에 호소하려는 듯한 태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홍종학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하다가는 이 후보자도 ‘양파 총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기초자료 검증에서 이 정도의 의혹이 제기된다면 향후 문제의 소지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41%)보다 크게 낮아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에 얹혀 가는 대통령’이라는 그림은 여권에서는 상상도 못 한 일이기 때문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천정배 전 의원은 27일 서울 관악구에서 열린 ‘새울림’ 발족식에 참석했다. 새울림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지난 대선을 함께 치렀던 일부 인사가 주축이 된 모임으로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천 전 의원이 이 같은 성격의 모임에 참석한 게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다. ‘국민모임’에 합류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에게서 공개 구애를 받고 있는 천 전 의원의 탈당 여부에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천 전 의원이 국민모임에 합류해 4·29 보궐선거에서 광주 서을에 출마할까 우려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천 전 의원이 탈당을 하고 출마해 광주에서 이길 경우 새 당대표의 리더십은 물론이고 당의 존립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천 전 의원과 오찬을 한다. 천 전 의원을 묶어두려는 것이다. 천 전 의원은 27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광주 서을 공천은 경선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당시 광주 광산을에 자신을 배제하고 권은희 현 의원을 전략공천한 것에 불편했던 심경을 내비친 셈이다. 천 전 의원은 다음 달 5일 국민모임의 광주 토론회에 참석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시장 (역할을) 잘할 수 있게 좀 내버려 두십시오.” 지난해 서울시장에 재선된 뒤 단숨에 야권 대선 후보군으로 부상한 박원순 시장은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이렇게 말했다. 차기 행보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박 시장은 ‘대선 불출마 생각엔 변함없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서울시장의 직무가 중요하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박 시장은 재선 직후에 “당연히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했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느껴졌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그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4년 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덕분에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야권의 대선주자 1, 2위를 다툴 정도가 된 것이다. 박 시장은 올해 시정의 화두로 ‘민생’을 꼽았다.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내세운 이념인 ‘이용후생(利用厚生)’을 강조했다. 백성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21세기의 실학자’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고 사회적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21세기의 실학이라는 게 과연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안전 △복지 △경제를 시정 2기의 중점 추진 과제로 정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이 재선한 뒤 ‘보은 인사’, 서울시향 내부 갈등, 서울시 인권헌장 채택 무산 등 박 시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측근인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 권오중 전 정무수석을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로 임용했다가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5급 별정직으로 들어온 김원이 서울시 정무수석이 1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은 사실이 감사 과정에서 불거져 ‘특혜’ 의혹이 일었다. 박 시장은 “나의 인사 원칙은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라며 “큰 부끄럼이 없이 그 과정을 밟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 정무수석 특혜 의혹에 대해선 “면밀하게 조사해 잘못이 있다면 엄정하게 바로잡겠다”고 했고, 공금 유용 사실이 드러난 서울시향 정명훈 감독과의 재계약 추진에 대해선 “감사 결과가 재계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 감독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때 ‘박원순 마케팅’ 전략을 짠 새정치연합과 거리를 뒀다. 당의 한 관계자는 “괜히 (박 시장이) 한쪽 편을 잘못 들었다가 (자신의) 지지율을 깎아 먹을까 우려해 아예 발을 담그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어설프게 여의도나 기웃기웃하면 당에 유리하겠나”라며 “당이 신뢰받는 시장을 배출한다면 당(지지율)도 함께 올라가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박 시장은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도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 인권헌장의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보수단체와 종교단체의 반발에 부닥치자 인권헌장 채택을 무산시켰다. 박 시장은 “소통이 부족했다”며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강물이 도도히 흐르듯 서울시정 변화의 흐름은 그 한 사건으로 중단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동성애를 반대하느냐’라는 질문에 “그 얘기는 그만하자. 이미 다 정리한 문제인데…”라며 즉답을 피했다. 박 시장은 저울의 한쪽에는 소신을, 나머지 한쪽에는 지지율을 놓고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울질이 오래가면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시장의 다음 선택이 주목된다.배혜림 beh@donga.com·민동용 기자}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소관 국회 상임위 위원들이 해외 출장 일정을 이유로 긴급 현안보고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아동학대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의원 외교를 핑계로 늑장 대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춘진 위원장 등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제보건의료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6박 7일 일정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출장길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최동익 의원과 새누리당 박윤옥 문정림 의원이 동행했다. 방문단은 27일 새벽 귀국한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과 관련한 국회 현안보고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문 의원은 새누리당 아동학대 근절특별위원이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방문국 국회의장 면담 등 오래전에 잡힌 일정을 미룰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귀국 일정을 앞당겼고 의원실에서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제의료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원 외교모임 결성과 공적개발원조(ODA) 사항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래 20, 21일 현안보고를 하자고 얘기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준비가 안 됐다고 해서 28일 열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안보고가 출장 일정 때문에 미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누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느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도 “복지부 업무보고가 22일에 잡혀 있어 현안보고를 미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여야 합의로 28일 일정을 잡았다”라면서도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고 임시국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현안보고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설명은 달랐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업무보고와 국회 현안보고 일정은 관계가 없다”며 “(우리는) 28일 이전으로 앞당기자고 했지만 의원 일정 때문에 앞당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도 서영교 원내 대변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등과 함께 “개헌 관련 공부를 한다”며 3박 5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을 방문하고 있다. 신 의원은 당 아동학대 근절특별위 간사를 맡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민동용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충남’을 얘기했지만 그의 시선은 나라 전체를 향해 있는 듯했다. ‘지방자치와 분권, 시민의 참여와 자기책임성’을 강조하면서도 결국엔 ‘국가운영, 국가혁신 문제’로 귀결됐다. 안 지사는 자신의 도정(道政) 2기 첫 번째 과제로 충남도를 유능하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조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혁신을 꼽았다. 다음 과제로는 도내 농업과 그 밖의 경제·산업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충남경제개발계획을 입안하고 충남경제비전위원회도 구성했다. 시민 참여와 자기책임성 강화를 위해서 도 정부의 재정부터 의사결정까지 정보의 100% 공개를 목표로 하는 ‘제로100 프로젝트’, 전문가와 시민사회 인사들로 이뤄진 정책자문위원단 활동, 그리고 주민자치 마을 100개 조성계획도 내놨다. 이런 과제를 언급하면서 안 지사는 “국가의 구조를 어떻게 혁신할 것이냐는 문제의식을 깊이 파고들어야만 지방자치가 잘되고 21세기 대한민국의 큰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충남에서 국가로 확장되는 그의 전망은 지난해 도지사 재선 이후 ‘야권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위상과 닿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다. 그런데…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만한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할 때, ‘저 꼭 대통령 시켜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도전)하고 싶다.” ‘큰 꿈’을 꾸는 광역단체장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해낸 청계천 복원 사업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러나 안 지사는 “선거는 (유권자의) 이익과 (후보자의) 지지를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큰 사업을 해냈으니 표를 달라’고 해선 안 된다는 것. 그 대신 “지도자와 주권자가 지역, 사회, 국가의 방향과 가치를 결정하는 공간이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런 방향과 가치가 앞서 말한 지방자치, 분권, 시민의 자율적 참여와 자기책임성이라는 얘기다. 안 지사의 이 같은 주장이 대형 사업을 할 여건이 부족한 충남의 입지에서 나온 고육책이거나 그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충남이라는 그릇이 작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안 지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맛집은 큰길가에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사람이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확신은 이른바 ‘충청 대망론’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맞바람이 셀수록 비행기는 잘 뜬다”고 했다. 충청대망론이 하늘로 치솟게 하는 양력(揚力)이 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안 지사의 이름 앞에 붙는 ‘친노(친노무현) 핵심’이라는 수식어는 마주해야 할 숙명이다. 이 꼬리표가 그의 외연 확장을 막는 걸림돌이 될 거라는 비판도 있다. 그는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 친노처럼 사람을 기준으로 정치인을 나누는 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며 “정치인이 정책과 노선에 따라 어떤 주장을 하는지를 평가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안 지사는 인터뷰 내내 ‘대권’에 대해 신중했다. “대통령이 되고 싶으냐”라고 물었을 때도 “계획해서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대통령을 하고 싶은) 의지로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한다”면서도 “‘너의 직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네, 저는 정치인입니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으니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말이 생각났다. “정치인은 누구나 대통령이 목표 아니겠습니까.”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 ‘주도하기’를 원했다. 2007년 열린우리당에서 의원 22명과 탈당한 것도, 그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결행한 것도 그였다. 2013년 5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뒤 ‘야권의 재구성’을 선언했고 지난해 3월 안철수 의원과 당을 통합했다. 다만,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참패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그가 꾀하던 변화는 멈췄다. 그러나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전 대표는 더 큰 변화를 구상하고 있었다. “올해 화두는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 정치가 낡은 이념과 진영논리를 넘어서는 도전, 계파주의 정치를 청산하는 도전이다.” 한국 정치와 야당의 고질병을 손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문’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너무나 당연하게 청와대가 국회를 업신여기고, 여당은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인다”며 “이것이 우리 정치를 크게 잘못되게 만드는 한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 더 통렬한 비판의 메스를 가했다. 환부(患部)는 ‘계파주의’였다. “계파 패권주의가 우리 당을 장악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대표로서 계파주의 정치를 청산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이 민주주의 문제여서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회를) 많이 놓쳤다.” 사실상 당내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겨냥하는 듯했다. “여당과 적대적 공생관계이다 보니 ‘아무리 잘 못해도 제1야당은 된다’는 위험한 생각에 우리가 익숙해진 것 아닌가. 거기에 안주하다 보니 당권을 잡는 게 민생 챙기기보다 더 중요하게 됐다.” 김 전 대표는 “계파주의가 지난 총선과 대선을 망쳤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계파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정권교체를 해도 (당이 아니라) 자신의 계파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못 박혀 있었던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2·8 전당대회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본인이 지난해 사퇴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 전 대표는 “보통의 변화로는 안 된다. 새 지도부는 창조적 파괴 수준의 큰 변화를 이끌 책무가 있다”며 “계파주의를 완전히 청산하는 변화를 보이지 못한다면 혹독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바람과 달리 새정치연합 당 대표 후보들은 이날 광주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작심한 듯 ‘독한 말’을 주고받았다.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의원은 이기는 당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선에서) 진 사람이 이기겠느냐”며 “당 대표도 하고 대선 후보도 하면 누가 납득하겠느냐. 대선 후보를 포기하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맞서 문 의원은 “다음 대선에 불출마 선언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박 의원이) 우리 당을 지금과 같은 당으로 만들지 않았느냐”며 “박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전횡을 할 것 같다”고 맞받았다. 김 전 대표에게 “문 의원 같은 유력한 대선주자가 전당대회를 통해 상처를 받으면 손실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인터뷰 내내 청산유수로 답하던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렇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한 분에게 나중에 ‘대선주자로 하지 않았어야 할 가장 큰 일이 당 대표를 맡은 것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문 의원에게 ‘뼈 있는’ 한마디다. 지난해 말 여러 갈래로 신당을 추진하던 사람들이 김 전 대표를 찾아 의견을 구했다. 그는 그때마다 “지금은 안에서 더 노력할 때”라며 만류했다.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가만 놔두지 않는 법이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조용히 당을 챙기고 있는 김 전 대표는 또 다른 ‘야권의 재구성’을 위해 정중동 행보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한상준 기자}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탈당 선언을 놓고 당 대표 후보 3인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 전 고문의 독특한 정치 이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정 전 고문을 ‘비노(비노무현)-진보-강경’으로 규정한다. 정 전 고문은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갈라섰다. 현재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의원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2009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는 전북 전주 덕진에 출마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당 대표이던 정세균 의원이 출마를 만류하며 공천을 주지 않았다. 정 의원은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된다. 결국 탈당한 정 전 고문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정 전 고문의 노선은 강경 진보다. 야당성과 선명성을 강조한다. 2007년까지만 해도 그는 중도 실용을 표방했다. 그러나 2010년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지 말고, 확실하게 좌회전하자”며 ‘담대한 진보’를 제창했다. “2009년 ‘용산 참사’ 현장에서 ‘당신이 제대로 해서 대통령이 됐으면 없었을 희생’이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전향’ 이유를 밝혔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내에서 정 전 고문과 뜻이 통하는 인사를 찾기가 어려웠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 진영은 정 전 고문과의 해묵은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 비노 진영은 정 전 고문과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함께했던 인사가 많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중도 강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인영 의원을 주축으로 한 486그룹은 적극적인 친노는 적지만 진보 노선에 가깝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시절 차기 대권 주자를 놓고 정 전 고문과 경쟁했던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 측 인사가 많아 쉽게 마음을 주려 하지 않았다. 정 전 고문이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짧은 침묵이 흘렀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단독으로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2014년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시행착오가 많았던 한 해. (당) 대표를 내려놨으니까 제대로 못한 것이다. (살면서) 가장 힘든 한 해였다.” 안 전 대표에게 지난해는 잔혹했다. 추진하던 신당을 접고 당시 민주당과 통합했다. 제3정당을 함께 꿈꿨던 측근들은 곁을 떠났다. 7·30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대표직을 물러났다. 합당 4개월여 만이었다. 안 전 대표는 세계 최대 가전쇼로 불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를 보며 새해를 맞았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컷오프(예비경선)에도 불참했다. 왜 그랬을까. “예전부터 계획했던 CES 참관과 예비경선 일정이 겹쳐 고민했다. (그러나) CES는 전 세계 혁신 경쟁의 장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정치하는 사람도 많이 와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날 안 전 대표와의 대화에서 나온 화두는 ‘위기의식’이었다. “미국에서 만난 패커드 재단 관계자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실패하지 않았다는 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올해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안 전 대표는 올해부터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이제 새 대표도 뽑히니 나도 제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현안에 대한 자기 생각이 맞다면 새 지도부와의 갈등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문재인, 박지원 의원의 당명 개정 시도에 날을 세웠다. “당명 변경은 본질이 아니지 않나. 변화와 개혁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CES에서 ‘우리 당도 이렇게 혁신 경쟁을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안 전 대표는 “당이 위기의식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CES에서 만난 한국의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은 우리 당이 전당대회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주 심각한 일이다.” 그는 그 이유를 전대가 혁신 경쟁이 아닌 계파 대결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직 임명의 기준은 이렇게 하겠다든지, (내년) 총선 공천은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파 해체) 계획을 내놔야 한다. 그것 때문에 (당 대표를) 뽑는데 나를 뽑아 달라고만 해선 안 된다. 이대로라면 계파 구도는 그대로 갈 것 같다.” 당내 계파에 대한 안 전 대표의 불만은 컸다. 당 대표를 맡았던 4개월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방침을 철회한 것을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했다. 당내 잡음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파는 가치관과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위해 구성원 개개인이 희생돼도 좋다는 가치 중심의 강한 결속이다. 그러나 그런 공유 없이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는 사적인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계파의 역기능이 커지고 있음에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안 전 대표에게 실제 겪은 계파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외부에서 보면 다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당의 활동이라는 게 유리병 안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다. 매번 (그런 폐해가) 나왔다. 계속….” 지난해 말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안 전 대표에게 당 대표 출마를 권유했다. 그러나 그는 고사했다. “의원들이 50명 이상 의원을 모을 수 있다며 설득했다. 이 사람들을 확보해 하나의 진영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일면 맞지만 나는 정치인은 책임질 때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정치에 발을 담근 지 4년째지만 그의 측근 얼굴은 매번 바뀌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며 “그냥 워딩(말) 수준이 아니고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2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그의 ‘비선 실세’로 불린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에 대해선 “지난해 통합 이후 서로 연락을 못하고 지낸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 말미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통령이 되고 싶으냐”고. 그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그게 목표가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민동용 mindy@donga.com·배혜림 기자}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의 12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안 취지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과잉 입법과 위헌 소지 논란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을 심사할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9일 “원안보다 적용 범위가 확대된 데다 쟁점이 많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대상에는 공직자의 가족까지 포함됐고,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 없던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관계자를 ‘공직자’로 규정한 것은 과도한 적용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국민 중 최대 1500만 명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가족까지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고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도 “이 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 법 적용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고 정밀하게 규정돼야 하는데 너무 막연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의견은 엇갈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립학교 교원처럼 공립학교 교직원과 사회적 위상이 같은 경우 공무원 의제로 처벌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법무법인 세종 김대식 변호사는 “언론인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등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그 경계가 모호하거나 포괄적이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위헌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 가족까지 적용 대상이 되는 것과 관련해선 ‘연좌제’ 논란이 불거졌다.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족이 금품을 받았을 때 해당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울 만한 객관적 요건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며 연좌제 논란을 피할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란법 가운데 ‘국가가 공직자의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 수행을 할 수 있는 근무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언론의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가 민간 언론사의 근무 여건과 처우 등에 개입할 여지를 두면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가성이 없으며 선의에 의한 사인(私人) 간 거래까지 처벌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과도한 법 적용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형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공무원은 뇌물죄로, 비공무원은 배임수재죄로 각각 처벌하는 법 조항이 다르고 법정형에 차이가 난다”며 “그런데 김영란법에서 똑같은 양형으로 처벌한다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을 적용해 해결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공무원 뇌물 수사에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제였던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은 금품 수수 사실만 확인하면 되는 등 기소의 폭이 넓어졌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표적수사 등을 통한 정치 개입과 공작 가능성, 소액 수수자를 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의 우려도 제기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신동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7일 컷오프(예비경선)를 앞두고 군소 후보인 박주선 조경태 이인영 의원은 자기만의 전술을 구사한다. ‘빅2’로 불리는 경쟁자 문재인 박지원 의원이 그 대상이다. 박주선 의원은 문 의원을 조준해 2012년 대통령선거 패배의 책임을 방기했다며 집중 공략하고 있다. 그는 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당은 친노(친노무현)그룹이 제일 큰 계파를 차지해 봉건 시절을 방불케 하는 정당이 됐다”며 “사당(私黨)화를 막기 위해 문 후보가 대선에 불출마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어 “유력한 대권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이 지난 대선을 전후해 친노 패권주의의 희생양이 된 걸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 의원이) 대선 패배에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당권에 도전하니 잡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문 의원을 강력 비판해 온 조 의원은 최근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정 인물을 공격하기보다 세대교체, 계파청산, 당원민주화 등 비전을 내세웠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도 “지원한 후보 모두 정정당당하게 2·8전당대회에 참가해야 당 지도부의 대표성이 확립될 것”이라며 컷오프 없는 전당대회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문, 박 의원의 이력을 우회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권을 교체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점에서 모두 창업자”라며 “반면 우리는 유산 상속자처럼 조직, 지역, 권력에 안주했다”고 말했다. ‘빅2’를 각각 전직 대통령들의 상속자에 비유한 것이다. 한편 ‘당명 변경’을 주장했던 문 의원은 이날 “(새정치연합의) 합당 정신이 담긴 문제여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동의를 위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문 의원은 1일에는 “안 전 대표의 양해를 얻어 당명 변경을 공약으로 내세우려 한다”고 했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경기 고양 덕양을 지역위원장에 문용식 전 인터넷소통위원장이 당선됐다. 문 위원장은 27일 권리당원 현장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경선에서 총 투표수 849표 중 456표(53.7%)를 얻어 389표(46.0%)를 얻은 송두영 전 지역위원장을 제쳤다. 문 위원장은 29일 전당대회 출마 선언 예정인 문재인 의원의 2012년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했고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된다. 덕양을 지역위원장 경선은 문 위원장과 손학규 전 대표 측근인 송 전 위원장,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의 이태규 당무혁신실장의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이에 앞서 송 전 위원장 측은 지난달 경선 직전 문 위원장 측의 당비대납 의혹을 제기해 경선이 미뤄졌었다. 당 윤리위원회는 덕양을 당원 전수조사를 통해 가족, 친지를 통해 대신 가입한 당원은 있지만 문 위원장 측의 당비대납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당원 부정 등록이 확인됐는데도 경선을 강행한다면 특정 후보 편들기 의혹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당무혁신실장은 이 같은 당의 결정에 반발해 경선에 불참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용에 문제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훼손했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헌재를 원색 비난했다. 하지만 5개월 전인 같은 해 5월 똑같은 헌재 재판관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하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찬사를 쏟아냈다. “헌재의 냉정하고 공정한 재판 진행과 마무리에 대해 국민 모두가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헌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다른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뒤를 이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헌재에 대해 쏟아놓고 있는 품평들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헌재 재판관 구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과연 지금의 구성방식이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과 가치,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대표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판단을 잘못했다는 비판인 동시에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당내에선 보수 정권인 전임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재판관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 헌재가 정권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볼멘소리들도 나온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진보 성향 재판관’이라고 규정한 이정미 재판관은 이번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었지만 통진당은 해산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검찰 수사, 법원 판결, 헌재 결정을 입맛대로 재단해 불리한 결과에는 “정치적으로 의도가 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래서야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은 헌재의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확실하게 종북과 선을 그어야 한다. 2012년 총선 승리에만 집착해 통진당의 손을 잡고 ‘야권연대’를 한 원죄를 씻어내야 한다. 공학적인 수(數)의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가치, 비전에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자기 성찰 없이 남 탓하는 정치는 구태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8 대 1이라….”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직후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회의는 난감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헌법재판관 9명 중 적어도 중도나 진보 성향 인사 3명은 해산에 반대할 줄 알았던 예상이 어긋난 것이다. 이 때문에 “헌재 결정에 유감이라도 먼저 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일부 비상대책위원의 의견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공식 입장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30여 분간 논의한 끝에 “헌재의 오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며 신중하게 반응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당내에는 “이석기 전 의원의 행태와 생각에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정당까지 해산하는 것은 심하지 않으냐”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헌재의 결정에 당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면 ‘종북 숙주’ 논란에 다시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정한 거리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재의 오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정당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적 가치의 최후의 보루는 헌법재판소”라며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는 정당의 자유를 포함한 결사·사상의 자유인데, 앞으로의 상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당권 도전이 유력한 문재인 의원은 “국가권력이 직접 개입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라고 비판했다.○ 종북 숙주 원죄론 다시 불거지나 새정치연합은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새정치연합이 통진당의 원내 진출에 일조했다는 ‘원죄론’이 다시 불거질까 우려하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통진당과 선거연대를 하면서 통진당이 의석과 힘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관련 사건이 터졌을 때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종북 논란’을 떨쳐내지 못했다. 또 헌재의 결정이 나기 직전 당 지도부는 통진당 해산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종북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정당 해산 결정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전례가 없다”고 했고, 문 의원도 “정당해산 심판 청구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라고 거들었다. 정동영 상임고문 등은 17일 이른바 진보진영 인사들로 구성된 ‘원탁회의’에 참석해 “통진당의 해산은 헌재 결정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선택돼야 한다. 통진당 해산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러니 우리 당이 종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급 인사들의 희한한 발언으로 당이 종북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인상을 보여 왔다”며 우려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우리 당이 진보적 지식인 사회나 재야로부터 ‘정부의 공안몰이, 민주주의 위기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의 10일 발언도 ‘재야 원로’ 대접을 받는 함세웅 신부 등이 당 지도부를 방문한 다음 날 나온 것이었다. ○ “선거공학적 연대 없어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통진당과의 선거연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수도권 재선인 정성호 의원은 “공통된 가치와 이념을 토대로 한 정책연대가 아니라 다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선거연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공학적인 야권연대는 더이상 설 땅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당 일각에서는 통진당 해산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향후 각종 선거에서 통진당과 새정치연합을 연결시켜 종북 프레임에 걸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통진당이 계속 존재했다면 우리 당이 통진당과 손잡을 것이냐로 공격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저 과거에 통진당과 왜 연대했느냐 하는 논란만 남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오히려 이번 헌재의 결정이 야권 재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통진당으로 분열됐던 ‘진보진영’이 하나로 결집할 계기가 생겼다는 것. 중도파 의원들은 “넓은 중도를 껴안을 수 있는 정책과 노선을 선보여야 승산이 있다”며 “이참에 통진당과 가까운 것처럼 보였던 것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 이후 청와대가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점을 드러낸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도 손을 놓고 있다. “할 말은 하겠다”던 ‘건강한 당청(黨靑) 관계’는 사실상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임시국회는 15일 문을 열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정치권도 총체적 무기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청와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주류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다.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인사 혁신, 투명한 통치시스템 작동,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 과감한 국정 쇄신으로 새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심재철 의원도 친이계다. 정작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반복해서 강조할 뿐이다. 문제의 진앙으로 지목되는 청와대에 대해선 침묵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도 당 지도부는 여권의 단합을 주문했을 뿐 쓴소리는 피했다. 김 대표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상황”이라고만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이 청와대 눈치만 본다’고 비판하던 김 대표가 당권을 쥐었는데도 똑같은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치 정치 평론을 하듯이 한마디 훈수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이날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으로 돌입했다. 모든 관심은 당권 레이스에 쏠린 셈이다. 야당의 견제 기능이 마비될수록 청와대와 여당의 안이한 대응을 부추긴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새누리당이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거부했다”며 이번 주까지 다른 상임위 활동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여야 대치로 중요한 민생 법안은 다시 표류할 조짐을 보인다.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손영일 기자}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지난달부터 이 같은 자조적인 말이 나돌았다. 의원들의 관심은 내년 2월 8일 전당대회로 일찌감치 옮겨갔기 때문에 다른 현안이 눈에 들어올 수 있겠느냐는 뜻이었다. 과거 같았으면 정부 여당을 공략하는 호재가 됐을 ‘정윤회 문건’ 파문마저 전당대회라는 ‘이슈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는 자평마저 나온다.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은 17일 비상대책위원직을 사퇴했다. 본격적인 당권 도전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전당대회가 새정치연합의 고질병이라고 할 계파 갈등, 당내 분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한 재선 의원은 “한두 달 전부터 지역에서는 당권 주자들의 ‘줄 세우기’가 심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들은 이르면 두세 달 전부터 토론회 등의 명목으로 지방을 돌며 조직 관리에 들어갔다. 역으로 차기 공천권을 거머쥘 당 대표가 누가 될지 ‘바닥 조직’에서는 극심한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가 조폭(조직폭력배)들의 동네 영역 다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문, 박, 정 의원도 서로 눈치를 보는 듯 출마 선언을 미루고 있다. 출마 선언이 늦춰지면서 전당대회는 위기에 처한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자취를 감췄다는 지적도 있다. 친노(친노무현)냐, 비노(비노무현)냐는 구도만 남았다는 것이다. 당 비주류 재선 의원 10여 명이 이들 세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당권을 생각하는 다른 주자들도 문, 박, 정 의원의 행보를 지켜보고만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 의원에 대한 불출마 촉구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이라며 이들의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학생운동권 출신 초·재선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인영 의원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친노 대 비노 구도로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경선 과정은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 뻔하다”며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점점 더 커져 신당 창당 내지는 분당의 명분을 주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걱정했다. 비선실세 국정 개입 의혹 파장으로 약간 상승한 지지율을 다시 까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을 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수사를 맡은 검찰을 향해 작심하고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청와대가 특정인을 유출 책임자로 몰아가기 위해 행정관에게 서명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검찰이 눈치 보기 수사, 짜 맞추기 수사로 끝내려 한다면 청문회, 국정조사, 특별검사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세균 비대위원도 “정윤회 씨가 검찰, 청와대, 새누리당의 각별한 예우를 받는 걸 보니 실세 중의 실세라고밖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비선 실세들은 서로 자기가 아니라며 상대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다”며 “이대로 두면 대통령 잔여 임기 3년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은 일제히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15, 16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비선 실세 의혹을 집중 쟁점화할 태세다. 15일엔 박주선 노영민 박범계 김경협 의원이, 16일엔 안민석 최민희 김용익 김성주 의원이 공격수로 나선다. 안 의원은 정 씨의 승마협회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해왔고, 박범계 의원은 당 비선 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향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받아치면서도 내부적으론 뒤숭숭한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회장과 정 씨가 벌인 갈등 양상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친박(박근혜)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이 소환되면 문건 유출 자체보다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파워게임’ 의혹이 더 커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러나 박 회장에 대한 수사를 통해 모든 논란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는 만큼 논란을 확실하게 해소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이현수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도전이 유력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비상대책위원(가나다순)이 17일 비대위원 직을 그만둔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17일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이들에게서)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경선 룰에 대한 마지막 작업을 해서 이날(17일) 비대위에 상정하고, 비대위를 거치면 당무위원회를 열어 최종 확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동철 김영환 박주선 조경태 의원 등은 빅3가 비대위원으로서 경선 룰을 결정한다면 “선수가 심판 역할까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전에 비대위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문, 박, 정 의원은 사실상 모든 경선 룰을 다 결정하고 비대위원직을 물러나게 됐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경선 룰은 전준위가 만들며 비대위는 이를 전혀 손대지 않고 통과시킨다”며 “빅3가 경선 룰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합리적 진보를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 포럼’ 발기인 총회가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렸다. 박범진 미래정책연구소 이사장(74)을 비롯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사회 각계 원로급 인사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등 진보정당 운동에 몸담았던 인사들과 강동순 전 KBS 감사 등 보수적 성향 인사들도 함께했다. 포럼은 발기 선언문에서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해 더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려면 국민복지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는 합리적 진보세력의 등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는 조세개혁을 통한 복지재정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면서 “지금 정치권은 진보정당마저 정치투쟁에 몰두해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에 진지하게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공동대표로 박 이사장, 박영호 전 한신대 대학원장(72), 주섭일 전 중앙일보 파리특파원(77)을 선임했다. 박 이사장은 “사회민주주의 이념과 정책을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사회민주주의 포럼은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왜 지금 사회민주주의인가’를 주제로 첫 세미나를 연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