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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처음으로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언론은 11일(현지 시간) 그림을 그리는 인간형 로봇 ‘아이다(Ai-Da)’가 로봇 최초로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다고 전했다. 아이다는 여성 외형을 지닌 ‘초현실주의 인공지능(AI) 로봇 화가’로 불린다. 19세기 영국 여성 수학자 에이다 러블레이스(Ada Lovelace·1815∼1852)의 이름을 땄다. 이날 아이다는 개발자 에이던 멜러 씨와 함께 상원 통신·디지털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기술 발전이 예술과 창작 분야에 미칠 영향에 관한 질의에 답했다. TV로 생중계된 이날 아이다는 로봇 팔 골격은 그대로 드러낸 채 단발머리에 멜빵바지를 입었다. 청문에 앞서 보수당 소속 티나 스토얼 위원장은 멜러 씨에게 “로봇은 인간과 동일한 지위를 갖지 않는다”며 아이다 답변의 모든 책임은 그에게 있다고 말했다. ‘예술을 어떻게 창작하느냐’는 질의에 아이다는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눈에 장착된 카메라와 AI 알고리즘, 그리고 로봇 팔을 통해 캔버스에 그려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한 의원이 아이다의 창작물과 인간의 창작물은 어떻게 다른지 묻자 아이다는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알고리즘 그 자체이자, 이것들에 의존한다. 살아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다는 “예술가는 기술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기술과 사회, 문화와의 관계를 성찰한다”며 “기술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다는 답변 도중 갑자기 졸다가 ‘딸꾹질’을 해 청중을 웃기기도 했고, 말하는 도중 갑자기 작동이 중단돼 멜러 씨가 리부팅하기도 했다. 2019년 발명된 후 지난달 별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초상화를 비롯해 여러 그림을 그려온 아이다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비틀스’ 멤버들이 1966년 공연 직후 낙서를 했던 식탁보(사진)가 미국 경매업체 보넘스의 경매에 등장했다. 당시 식당 주인 조 빌라디 씨가 가졌던 이 식탁보는 6일 만에 도난당했고 지난해 3월에야 그의 손자 마이클 씨에게 반환됐다. 보넘스 측은 19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경매에서 최대 2만5000달러(약 3625만 원)에 팔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1966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원에서 공연을 마친 비틀스 멤버 4인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는 빌라디 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다. 이들과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겸 인권운동가 존 바에즈는 스테이크를 먹다가 즉흥적으로 식탁보에 낙서를 남겼다. 빌라디 씨는 이를 사무실에 보관했지만 6일 후 도난당했다. 마이클 씨는 지난해 3월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여성은 “내 남동생이 식탁보를 훔쳤다”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식탁보를 돌려받은 마이클 씨는 “어려서부터 이 식탁보 얘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반겼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뚜렷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로 수요가 크게 준 데다 미중 갈등까지 겹쳐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세계적 반도체 업체 인텔이 이르면 이달 말 수천 명 감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표적인 미국 반도체 주가 지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속한 30개 반도체 기업 순이익 전망치가 최근 석 달 새 16% 하향 조정됐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기업 엔비디아, 반도체 종합기업 인텔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교적 경기 영향을 덜 받던 애플이 아이폰14 증산 계획을 철회할 만큼 전자기기 수요 감소가 반도체 기업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5% 급감했다. 가트너가 시장조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최저치다. 올 들어 이미 42% 급감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14년 만에 최악의 연간 수익률을 나타냈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사시키려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로 인해 반도체 기업은 세계 주요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미국 수출 통제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11일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는 폭락해 하루 동안 시가총액 2400억 달러(약 344조 원)가 증발했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이르면 27일로 예정된 실적 발표를 전후해 수천 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의 직원 수는 지난해 7월 기준 11만3700명이다. 인텔은 올해 초부터 채용도 동결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다고 해도 아주 가벼운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국 경기 침체’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크림대교 폭파에 대한 러시아의 동시 다발 미사일 보복 공격의 주요 목표가 전력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시설 파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기와 난방을 끊어 곧 겨울이 닥칠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10일 수도 키이우 등 8개 주에서 송전선을 비롯한 필수 기반시설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서부 리비우, 동북부 하르키우 등 4개 도시는 이날 오후까지 전역이 정전됐다. 난방과 식수 공급도 중단됐다. 정전 사태를 우려한 키이우시도 이날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전력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미사일 공격 직후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공격 목표는 에너지 시설”이라며 “그들(러시아)은 두려움과 혼란을 원한다. 우리 에너지체계를 파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번 공격이 자체 발전 수단을 지닌 우크라이나군에 미칠 영향은 미비하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장악한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국가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5분의 1을 잃은 우크라이나에서 이번 공격으로 전력 수급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전력 수출을 ‘전력망이 안정될 때까지’ 11일부터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보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차질이 우려되자 세계 식량가격은 다시 급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미국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밀 가격은 이전 종가보다 약 7.3% 오른 부셸당 9.448센트에 거래됐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한용운의 시를 통해 조국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생각했습니다.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9일 제576돌 한글날을 맞이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온라인 한국어 시 낭송 대회’에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읊어 4일(현지 시간) 대상을 받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옐리자베타 야노우스카야 씨가 6일 온라인 시상식에서 밝힌 소감이다. 뉴욕주에 거주하는 대학원생으로 5년간 한국어를 배웠다는 그는 “이 시는 조국을 잃었더라도 상실과 비탄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으로서 큰 의미”라고 또렷한 한국어로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8개월째를 맞은 지금 일제강점기 당시 잃어버린 조국을 ‘님’으로 표현했던 한용운의 의도를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2등은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낭송한 유타주 출신의 수재나 클라크 씨에게 돌아갔다. 클라크 씨 역시 “이 시 속의 꽃처럼 인생의 도전은 우리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슬픈 과거사를 지녔고 그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것이 오늘날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LA 한국문화원은 미 전역에 한글의 아름다움, 한국 시와 문학의 우수성 등을 알리기 위해 시 낭송 대회를 기획했다. 8월 22일부터 9월 25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렸고 미 전역에서 242명이 참가했다. 그 결과, 야노우스카야 씨를 포함해 총 48명이 입상했다. 참가자들은 윤동주의 ‘서시’,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등 유명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출품했다. 일부는 직접 낭송 배경 음악을 연주했고, 다른 참가자는 낭송 장면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연출했다. 시 구절을 노래로 만들어 부른 사람도 있었다. 국내 기업은 세계 각지에서 ‘한글’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9일 전 세계 200여 개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삼성’ 한글 로고를 활용한 로고플레이를 선보였다. 삼성이라는 글자에 있는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여러 가지 재미있는 표정의 로고를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향후 일주일간 이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등 세계 대도시의 명소 및 옥외광고 등에서 상영하기로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일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건으로 숨진 125명 가운데 미성년자가 3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여성아동보호부는 이날 희생자 중 적어도 32명이 17세 이하였으며 3세 유아도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날까지 사망자는 최소 125명, 부상자는 320명이다. 이번 사태가 ‘경기장 내 최루탄 사용 금지’라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어긴 경찰의 과잉 진압 때문이라는 논란이 커지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일 철저한 사건 수사 및 책임자 색출을 지시했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는 각 부처 관계자 및 프로축구협회, 학계 인사 등으로 합동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인권위원회도 경찰의 최루탄 사용 과정을 포함한 현지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3일 참사 희생자 유족에게는 보상금 5000만 루피아(약 473만 원)가 지급될 예정이며 부상자 320명은 무료로 치료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리가1(인도네시아 프로축구 1부 리그) 모든 경기는 중단된다. 앞서 1일 오후 자바주(州) 말랑시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열린 지역 라이벌 아레마FC 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경기에서 아레마FC가 패배하자 경기장에 난입한 홈팬들이 경찰 최루탄을 피해 출구로 몰리면서 압사 사태가 발생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8월 11일 오전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마성나들목(IC) 인근. 25t 화물차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작업장에 있던 다른 화물차 두 대를 들이받았다. 25t 화물차는 충돌 후 밀려나며 돌출차선 설치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25t 화물차 운전자와 작업자 2명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에도 대구 달성군 달성IC 인근에서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가 노면 보수를 진행하던 작업자 2명을 덮친 뒤 안전관리 차량까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2명은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고속도로 위의 보행자라고 할 수 있는 작업자들은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운전자와 졸음운전 등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국도로공사(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작업장 교통사고는 △2019년 29건 △2020년 36건 △2021년 41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사망자는 △2019년 14명 △2020년 10명 △2021년 12명 등으로 계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 “작업장 인근에선 전방주시”3일 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중에는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은 운전자가 작업차와 추돌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최근 3년간 일어난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106건 중 85건이 작업차 또는 시설물을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였다. 전문가들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도로 위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사고 위험이 큰 만큼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속도로 작업장의 경우 인근을 지나는 차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때가 많다”며 “운전자 주의를 끌기 위한 알림판이나 시선 유도봉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작업장을 지날 때 비상등을 켜 주변 차량에 공사 중임을 알리는 ‘작업장 비상등 켜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정보전광판(VMS)을 통해 공사 중이라고 알리는 한편, 독수리 소리를 콘셉트로 한 작업장 전용 경고음 ‘EX-사이렌’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할 경우 작업장 인근에서는 반드시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고속도로에선 도로가 단조로워 주의가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안전벨트 착용과 정속운전, 안전거리 확보 등 기본적 수칙만 준수해도 작업장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10월, 연중 고속도로 작업장 사망자 최다10월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무더웠던 날씨가 선선해지고, 단풍철이 가까워지면서 차량 통행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10월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57명으로 연중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5월(48명)과는 9명이나 차이가 났다. 경찰 관계자는 “10월에는 나들이가 늘면서 고속도로뿐 아니라 모든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추세다. 여기에 개천절 한글날 등 연휴가 이어지면서 통행량 증가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4월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올 들어 8월까지 일평균 고속도로 교통량은 477만 대로 지난해에 비해 4.4% 늘었다.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도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여름철 폭우 이후 노면 복구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도로 포장 및 유지보수·점검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3년간 발생한 고속도로 작업장 교통사고 사망자 36명 중 22%(8명)가 10월에 나왔다.○ 전세버스 대열운행 단속 강화공사는 이번 개천절 연휴부터 전세버스 통행량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8월까지 전세버스 일평균 교통량은 지난해에 비해 15.4% 증가한 상태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작업장 등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대형버스 대열운행 등 안전거리 미확보 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고속도로 순찰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열운행이란 같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차량 여러 대가 줄지어 이동하면서 다른 차량이 끼어들지 못하게 간격을 좁혀 운행하는 것을 뜻한다.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고 앞차의 시야를 가릴 수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별취재팀 ▽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채연기자 ycy@donga.com}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음력 1월 1일(Lunar New Year)인 ‘설날’을 주(州) 공휴일로 공식 지정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해당 내용이 담긴 법안 ‘AB 2596’에 서명했다. 법안 발효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의 모든 공무원은 음력 1월 1일에 8시간의 휴가 또는 연차를 사용하거나 휴일 근무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뉴섬 주지사는 “설날을 주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곧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캘리포니아주에 가져다준 다양성과 문화적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번 지정은) 모든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설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우리 주를 대표하는 풍부한 다양성과 배경에 대해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주는 하와이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로 아시아계 인구의 비율이 높은 주다. 지난해 미 인구조사국 집계 기준 캘리포니아주에는 전체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는 600만 명의 아시아계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아시아계 인구는 지난 10년간 25%가량 증가하며 주 내 인구 집단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5일(현지 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들이 주축인 우파 연합의 승리가 유력한 가운데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45)가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BBC는 그가 집권하면 파시스트 지도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 이후 100년 만에 첫 극우 지도자이자 첫 여성 총리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난민, 성소수자, 낙태, 유럽연합(EU) 등을 강하게 반대하며 ‘여자 무솔리니’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등으로 불리는 멜로니의 등장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설립된 Fdi는 4년 전 총선까지만 해도 지지율 4%대의 군소 정당이었다. 경제난 등에 따른 우익 포퓰리즘 바람을 등에 업고 정계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Fdi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9일 조사에서 25.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Fdi와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겸 전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이 속한 우파 연합의 지지율 총합도 46.6%로 좌파 연합(27.2%)을 크게 앞질렀다. 이에 로이터통신 등은 멜로니가 총리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로마에서 태어난 멜로니는 10대 시절 무솔리니 지지자가 창설한 파시스트 성향의 정당 ‘MSI’의 청년 조직에 입당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웨이트리스, 바텐더, 보모 등으로 일했다. 2006년 MSI를 이어받은 극우정당 ‘AN’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뽑혔고 2009년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청년장관을 맡았다. 2014년부터 Fdi 대표를 맡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언론인 안드레아 잠브루노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멜로니는 2019년 집회에서 “나는 여자, 어머니, 이탈리아인, 기독교도”라고 했다. 무솔리니 정권 시절 파시스트들이 즐겨 썼던 슬로건 ‘신, 조국, 가족’을 차용한 것이다. 그의 파시스트 성향을 잘 보여준다. 빨간색, 녹색, 하얀색으로 불꽃 모양을 형상화한 Fdi의 로고도 MSI 로고와 비슷하다. 멜로니는 지난달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을 신청한 23세 흑인 남성이 북부 피아첸차에서 우크라이나 국적의 55세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후 그가 난민 혐오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피해자의 인권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위터 측이 이 영상을 삭제했다. 주변 인물의 친러 성향에 유럽에서 우려가 나온다. 우파 연합의 살비니 의원은 과거 모스크바를 찾았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들고 촬영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수십 년간 푸틴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우파 연합이 집권하면 EU의 러시아 제재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외교매체 포린폴리시는 푸틴 대통령이 이탈리아 상황을 지렛대 삼아 EU 분열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 몇 주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장악됐던 북동부 하르키우주의 대규모 영토를 탈환하며 7개월간 이어진 전쟁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듯했다. 러시아가 한 발짝 물러설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더 조일지 세계가 주시하던 21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텔레비전 연설에서 더 강한 협박을 쏟아냈다. 그는 예비역 30만 명을 소집하는 ‘부분 동원령’을 내리면서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핵 위협까지 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기존과는 상당히 달라진 뉘앙스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및 비무장화’를 강조하며 “예비군을 추가로 소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런데 이번엔 “고국(motherland)의 영토 주권을 보호하고, 우리 국민과 ‘해방된 지역’ 주민들의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전쟁 초기엔 우크라이나 내 문제 세력들을 몰아내 지정학적 안정을 이루겠다는 주장이었다가 이제는 위기에 처한 자국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서방 전체(collective West)의 무기와 맞서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핵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초강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겨울을 앞둔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의 강공책에 깔린 속내 23일 오전 루한스크·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4곳에서는 닷새 동안 러시아 편입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시작됐다. 이번 투표로 병합이 결정되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5%가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 또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총동원령과 계엄령이 실시될 때 군복무 이행을 거부하거나 불복종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조치들은 사실상 예비군 동원령에 대비한 사전 준비로 볼 수 있다. 주민투표로 이들 지역이 러시아로 넘어가면 러시아는 이곳 주민들도 병력으로 동원할 수 있다. 주민투표는 예비군 동원령을 합리화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가 전 세계를 향해 핵 협박을 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0일 “(합병된) 러시아 영토를 침범하는 것은 모든 국방력을 동원할 수 있는 범죄”라면서 “주민투표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거쳐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자기 영토라고 공식화할 경우 전쟁의 양상은 달라진다. 그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표현하며 전쟁임을 애써 부인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국의 영토가 공격을 받았으니 “이제는 전쟁”이라며 더욱 잔혹한 공세를 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21일 연설에서 “우리의 영토 주권이 위협받으면 러시아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핵 협박을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권기창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만약 주민투표로 러시아 영토가 된 땅이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로서는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를 쓸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핵 공격 의사는 없더라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 같은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러피안대의 그리고리 골로소프 교수(정치학)는 뉴욕타임스(NYT)에 “주민투표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직접 맞붙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조성하려는 조치”라면서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독재자들이 협상 전 취하는 흔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 러시아가 강공책을 꺼내 든 것은 러시아군이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점을 방증하기도 한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은 우리를 향해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행동을 취하도록 직접 압박하고 있다”며 서방의 군사적 개입을 탓했다. 러시아의 주장대로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한 첨단 무기와 정보는 전선에서 최근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월 “남부 헤르손을 탈환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주 일대에 교두보를 구축하는 등 대대적인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이에 러시아는 돈바스 주둔 병력 약 2만 명을 남부 전선으로 이동시켰고, 그 틈을 타 우크라이나군이 북동부 하르키우주를 기습해 영토 탈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권 전 대사는 “애초에 우크라이나가 역점을 둔 것은 하르키우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과 영국 군사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 카드를 꺼낸 것은 장기화되는 전쟁에 대응할 러시아군 병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임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셈이기도 하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으로 ‘친(親)푸틴파’인 예브게니 프로고진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에게 용병으로 참전할 것을 종용하는 장면이 한 동영상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영상 속에서 “6개월간 복무하면 석방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탈영 시 처형”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바그너그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왔던 프로고진이 전면에 나서 병력을 모집한 것은 그만큼 병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는 (침공 초부터) 현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총동원령을 내려 안정적으로 병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반면 러시아는 그렇지 못했다”며 “러시아는 이번 동원령으로 30만 명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전선에 배치하기까지는 1~2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우군인 중국마저 냉담한 태도를 보이면서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됐다. 15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격동하는 세계에 안정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표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서방 국가로부터 비판을 받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다음 날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금은 전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우준모 선문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전통적 우호국인 중국마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쓴소리를 한 것”이라며 “(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러시아는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도 동요, 물러설 곳 없는 푸틴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물러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극히 희박하다. 러시아군은 4월 초에도 우크라이나 북부 전선에서 대거 후퇴한 바 있다. 이때만 해도 러시아는 “특별 군사 작전의 첫 단계가 마무리됐으며 앞으로는 돈바스 해방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을 뿐 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 등 전략적 요충지 탈환을 시도하면서 사실상의 자기 영토로 여겼던 돈바스 지역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애초에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해방’을 명목으로 침공을 감행한 만큼 이 목표만큼은 어떻게든 달성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러시아 내 극단주의자들의 비판도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주장해 왔으며, 최근 하르키우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후퇴하자 비판 수위를 높이며 책임 소재를 묻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극단주의자 중 한 명인 알렉세이 보로다이 러시아 하원의원은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표 전부터 “우리가 전쟁 중임을 한참 전에 인정했어야 했다”며 “러시아 국경에 계엄령과 예비군 40만 명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 교수는 “국민 동원령을 계기로 러시아 내 강경 보수주의자나 애국주의 청년, 퇴역 장교를 결집시키고, 이를 통해 사기를 진작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정치 컨설팅 업체인 R.폴리틱의 설립자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러시아 내 극단주의자는 소수지만 역사는 항상 소수가 바꿔 왔다”면서 “이들은 관영매체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며 ‘친푸틴’ 엘리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이들이 전쟁의 장기화를 두려워했다면 지금은 러시아가 패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푸틴 정부가 무너지면 이들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극단주의자들의 강공책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러시아 내 민심 변화가 심상치 않다. 지금 러시아에선 동원령을 피해 나라를 떠나려는 ‘대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반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표현하며 국민들 일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강조해 왔지만 30만 명 동원령 발효로 이마저 통하기 어렵게 됐다. 전쟁 장기화로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 푸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3월 폐쇄된 러시아 진보 라디오 방송 에코 모스크비의 기자였던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러시아산 가스가 막힌) 유럽이 겨울을 잘 버틸지도 중요하지만 러시아 내 민심이 그때까지 버틸지도 지켜봐야 한다”며 “푸틴은 아주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학과 교수는 “최악의 경우 푸틴이 어떻게든 단기간에 전쟁에 이기려고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겨울, 美 중간선거도 변수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는 겨울을 지나 내년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영토를 수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종전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쉐겔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많은 인력과 인프라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잘못을 인정하고 전범 재판과 보상을 약속할 때 협상 테이블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장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대로) 모든 영토를 탈환하려면 보급선이 길어지고 군대도 분산돼 반격에 취약해진다”고 CNN에 밝혔다. 서방 국가들의 무기 및 정보 지원이 지속될지도 고려할 요인이다.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역량을 과신하는 것을 우려하며, 사거리 80㎞ 이상 무기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이 겨울에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우 교수는 “유럽이 아직 겨울을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가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성급하다”며 “천연가스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독일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간선거도 변수다. 권 전 대사는 “미국 공화당 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파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중간선거 결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우주정거장에 437일간 머물며 우주에서 최장기간 체류한 기록을 보유한 발레리 폴랴코프 러시아 우주비행사 겸 의사(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80세. 미 뉴욕타임스(NYT)는 19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를 인용해 폴랴코프 씨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폴랴코프 씨는 의학박사 출신으로 1972년 우주인으로 선발됐다. 1994년 1월 8일부터 이듬해 3월 22일까지 437일 17시간 38분간 미르 우주정거장에 머물러 인류 역사상 최장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그는 화성 탐사에 대비해 인류가 사실상의 무중력 상태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랴코프 씨는 지구 귀환 당시 직접 착륙선 문을 열고 나왔고, 동료의 담배를 빼앗아 물며 브랜디를 마시는 등 여전히 강인한 체력을 보여 화제가 됐다. 보통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우주인 생활을 오래 지속할 경우 근력이 약해진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의도적 정보 공작 등을 통해 허위 정보가 확산된다면 결국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독재자가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2년간 세계 각국에서 많은 선거가 치러지는데 자칫하면 민주주의가 와해될 수도 있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 필리핀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 매체 ‘래플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즘과 시대정신’ 강연에서 “(온라인 환경에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혐오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새로운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강연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이 주관했다. 레사 CEO는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사회 분노와 혐오를 유통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언론이 게이트키핑을 할 때는 ‘사실’이 보상을 받았다”며 “현재 게이트키퍼 역할을 차지한 빅테크 기업은 혐오와 분노가 확산될수록 (정보 제공자가) 더 많은 보상을 누리도록 정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언론은 정부나 자본 같은 위로부터의 공격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짜뉴스 같은 ‘밑으로부터의’ 공격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에 맞서려면 언론은 좋은 (정보통신) 기술, 올바른 저널리즘, 그리고 연대를 위한 공동체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래플러를 설립한 레사 CEO는 당시 두테르테 정권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폭력 행태를 집중 조명해 민주주의를 수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 독립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함께 언론인으로는 86년 만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 유족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찾아 조문단 파견과 진상 조사 및 유가족 현장 방문 허용 등을 북한 측에 요청했다. 이날 고인의 형 이래진 씨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속 시원한 진실 규명을 위한 조사와 (유가족) 사고 현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통 큰 허락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대표부 측은 이날 이 씨가 가져온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직접 수령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 씨는 이 서한을 우체통에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씨와 함께 미국을 방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부모를 이 씨와 함께 만나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 의원은 “(웜비어 씨) 어머니 신디 씨는 아들과 이(대준) 씨를 함께 기억하자고 했다”며 “북한 인권 피해자 구제를 위해 해외 북한 자산을 조사, 압류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중고로 판매된 여행가방에서 아동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숨진 아동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40대 여성을 15일 울산에서 붙잡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울산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1시경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 한국계 뉴질랜드 국적 여성 A 씨(42)를 체포했다. A 씨는 2018년경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친자녀인 7세 남아와 10세 여아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뉴질랜드 경찰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공조 수사를 요청해 옴에 따라 국내 체류 기록과 진료 기록, 전화번호 등을 통해 A 씨를 추적해 왔다. 경찰은 A 씨가 울산에 있다는 첩보를 최근 입수하고 머무르는 곳을 알아내 잠복수사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입국 후 서울 등지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초부터 울산 지인 집에서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검거 당시 별다른 저항 없이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고 한다. 이날 울산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인계되면서는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내가) 안 했어요”라고 3차례 되풀이했다. 현지 매체 ‘NZ(뉴질랜드)헤럴드’ 등에 따르면 김미진 오클랜드 한인회 부회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 씨가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2017년 이후 우울증이 심해졌으나 (주변의)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부에서 한 가족이 온라인 중고 경매를 통해 산 여행가방 2개에서 아동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아동들의 어머니가 한국에 있다고 보고 한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서울고검에 A 씨의 긴급인도구속을 명령했다. 긴급인도구속은 범죄인 인도 청구가 뒤따를 것을 전제로 범죄인을 체포 및 구금하는 것을 뜻한다. A 씨가 체포됨에 따라 뉴질랜드 당국은 양국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이날부터 45일 이내에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해야 한다. 이후 법무부의 청구서 검토와 서울고검의 범죄인 인도 심사 청구, 법원의 범죄인 인도 재판을 거쳐 A 씨의 송환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봉 쉬나르 회장(84·사진) 일가가 약 30억 달러(4조1800억 원) 규모의 파타고니아 기업 소유권 전체를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 비영리 재단과 신탁에 넘겼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쉬나르 회장 부부와 두 자녀는 지난달 회사 지분 전체를 새롭게 설립된 ‘파타고니아 퍼포즈 신탁’과 ‘홀드패스트 컬렉티브’에 넘겼다. 이 재단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매년 1억 달러(약 1394억 원)에 달하는 기업 수익 전액 역시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쉬나르 회장은 “(이번 결정이) 소수의 부자와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낳던 자본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자본주의 형성에 영향을 주길 바란다”며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어 안도감을 느낀다. 이상적인 방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암벽 등반 1세대’ 출신인 쉬나르 회장은 과거 자동차에서 생활하거나 고양이 통조림을 먹는 등 가난하게 살았다. 억만장자인 지금도 평소에도 낡은 옷을 입거나 오래된 저가 자동차인 스바루를 사용하며,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환경보호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뉴질랜드에서 자신의 두 아이를 살해한 후 한국으로 도주한 뒤 경찰에 15일 체포된 한국계 뉴질랜드 여성 A 씨(42)에 대해 뉴질랜드 경찰이 송환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뉴질랜드 매체 NZ헤럴드에 따르면 15일 뉴질랜드 마누카우 경찰은 성명을 내고 “A 씨의 본국 송환 신청을 마쳤다. 송환 될 때까지 한국 경찰에 A 씨 구금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에 따르면 2개월 내에 서울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 심사를 진행해 신병 인도 여부를 결정한다.지난달 11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부 마누레와 지역에서 경매로 팔린 창고 속에 방치된 중고 여행가방에서 5~10세로 추정되는 아이 시신 2구가 발견됐다. 뉴질랜드 경찰은 아이들 신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어머니 A 씨가 한국에 체류 중인 사실을 알아내고 양국이 체결한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이달 초 한국 경찰에 체포 협조 요청을 했다.뉴질랜드 경찰 당국은 15일 “흔치 않은 사건”이라며 “이토록 짧은 시간에 해외에서 누군가를 체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한국 당국 지원과 뉴질랜드 경찰 및 인터폴의 협력 덕분”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한인 사회는 “비극적 소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미진 뉴질랜드 한인사회 부회장은 NZ헤럴드 인터뷰에서 “A 씨와 연락을 지속한 지인에 따르면 A 씨가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2017년 이후 우울증이 심해졌으나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한인사회는 A 씨 송환 이후 필요한 법적 절차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러시아가 2014년부터 아시아를 비롯해 20여 개국 정당, 유력 정치인 및 관료에게 적어도 3억 달러(약 4170억 원)의 정치자금을 은밀히 후원해 각국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미국 정보 당국 기밀문서가 공개됐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은)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주권 침해”라며 “다른 국가들이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 언론은 국무부가 13일 공개한 러시아의 해외 비밀 정치자금 후원 관련 내부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국가 정당과 정치인 등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국가들에는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에콰도르 등이 포함됐으며 한국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시아의 한 국가 대선 후보는 자국 주재 러시아대사를 통해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 미 국무부는 “이는(20여 개국 정치자금 제공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추적이 불가능한 방식을 통해 추가 지원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정치자금으로 현금 암호화폐 사치품 등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해당 국가의 재단, 싱크탱크, 범죄조직, 국영기업은 물론 대사관까지 동원해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문서는 적시했다. 문서는 “특히 최근 몇 년간 러시아는 허위 계약과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유럽 일부 국가 정당들에 자금을 조달했다”며 “극우 민족주의 정당을 지원하려고도 했다”고 밝혔다. 문서에 따르면 정치자금 후원 핵심 인물은 친(親)푸틴계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알렉산드르 바바코프다.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프리고진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악명을 떨친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 대표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 당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된 러시아가 이 같은 정치자금 후원 방식을 통해 제재를 우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12일 각국 미국 대사관을 통해 이런 사실을 해당 국가 정부에 알렸다고 밝히며 동맹국들에 러시아에 맞서는 데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가 이달 러시아 점령지 가운데 6000km² 이상 국토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사방으로 도망쳤다”는 탈환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미국 정부는 “지금이 전쟁의 분수령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세(戰勢) 변화를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러시아는 13일 “모든 전선에서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심야 화상 연설에서 “9월 들어 우리 전사들이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서 6000km² 이상을 해방시켰다”며 “우리 군의 진격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되찾은 지역은 서울 면적(605km²)의 10배에 해당한다. 전날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탈환한 영토 면적이 3000km²라고 밝혔는데 하루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12일 전쟁연구소 분석 결과를 인용해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면적은 약 8806km²로 러시아가 지난 5개월간 점령한 5180km²보다 넓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군 점령지 20곳을 손에 넣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북쪽으로 진격해 마을들을 탈환하며 러시아 국경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지역에서 해방됐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탈환 지역 주민인 올렉산드르 베르비츠키 씨는 미 CNN방송에 “(해방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며 “상점에 갔다 돌아오니 모두 달아나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이 차를 타고 묘지를 통과했다”고 말했다.“러軍, 탄약고 버려둔채 도주-집단투항”… 美 “인상적 전세 변화” 우크라, 러 점령지 탈환 美서 지원한 기동로켓 ‘하이마스’와 공대지 미사일 ‘HARM’ 결정적 활약우크라 피란민들은 속속 귀환러 지방의원 47명, 푸틴 사퇴 촉구… 러軍은 “모든 전선서 대대적 반격”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러시아 점령군이 우크라이나군 진격에 압박을 느껴 너무나 빠르게 달아나는 바람에 탄약고 전체를 놔두고 갔다”며 “이걸 적과 싸우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주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탈환한 영토 면적이 러시아가 5개월간 점령했던 면적보다 1.7배 많을 정도로 탈환 속도가 빠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점령 지역을 탈환하며 피란 갔던 거주민들이 최전선이던 마을로 12일 기쁘게 돌아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우크라군, 러 국경까지 접근”일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인근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한 반면 러시아군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병력 부족과 극심한 피로에 직면해 집단 투항을 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정보국 대변인은 12일 “러시아가 황급히 철수하면서 남겨진 병사들이 집단 투항하고 있다”며 “러시아 전쟁포로가 너무 많아 이들을 수용할 공간마저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해 존 커비 미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중요한 분수령이 왔다고 말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크라이나의 탈환 소식이) 확실히 인상적인 군사 보고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미 군사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동북부 하르키우에서 퇴각한 러시아군 다수가 러시아로 철수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전쟁의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성공하기까진 서방이 지원한 최첨단 무기가 역할을 했다.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 ‘하이마스(HIMARS)’와 ‘고속대(對)레이더미사일(HARM)’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사거리가 84km에 달하는 하이마스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과 동부 이줌 지역 탈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현재까지 하이마스가 파괴한 목표물은 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북부 하르키우 수복 작전에서는 HARM의 역할이 컸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2일 보도했다. HARM은 공대지 미사일로, 최장 145km 떨어진 곳의 레이더파 발신지도 추적해 정밀 타격한다. ○ 러 “모든 전선에서 대대적 공격”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점령지를 빼앗기자 러시아는 13일 “모든 전선에서 대대적 공격을 가했다”며 재반격에 나섰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은 전선이 밀리는 데 대해 “정밀하게 계획된 병력 재편성”이라고 말했다. 미군 고위 관료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급속한 반격에도 전쟁에 대한 단기 전망이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힘든 전쟁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고 NYT가 12일 보도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콜피노 등의 지방 의원 47명은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세메놉스키 지역 의원인 크세니아 토르스트렘은 12일 “푸틴의 행동은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의 미래에 해롭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우크라이나 동남부 러시아군 점령지에 대한 우크라이나군 반격에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 내부에서 정부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에서도 이례적으로 전쟁을 비판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날 NYT 등에 따르면 9일 러 관영 NTV 정치 토크쇼에 출연한 야당 소속 보리스 나데즈딘 전 국회의원은 "러시아는 현 상황에서 이 전쟁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나데즈딘 전 의원은 "러시아는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강력한 군대와 맞서 싸우고 있다"며 "평화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 직후 이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친(親)푸틴 계열 정치인은 "말조심 하라"고 쏘아붙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탈환 작전으로 전쟁에 낙관적이던 러 국영방송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12일 국영 TV '로시야-1'에 출연한 알렉세이 페넨코 모스크바대 교수는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가공할 만한 적과 마주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블라디미르 솔로비요브 로시야-1 앵커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체 압도적 세력과 싸우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밀리는 원인을 짚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탈환 작전은) 우크라이나군 예상만큼 순탄하지 않다"고 주장한 지 나흘 만에 사실상 러시아군 열세를 인정한 것이다. 일부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군 패전(敗戰) 소식이 알려지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 로시야-1에 출연한 원로 정치학자 비탈리 트레차코프 모스크바대 교수는 "현재 러시아 국민은 승리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에 차있다. 이 기대감은 실제 (전선에서의) 진전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사람들이 왜 승리와 진전이 없는지 물을 때 사회적 갈등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매기(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 별명)는 떠나라! 매기는 떠나라! 매기는 떠나라!”마가렛 대처(1925~2013) 전 총리가 집권하기 4년 전인 1975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여자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이 아버지는 강성 좌파 수학교수였고 어머니는 반핵(反核) 활동 경력이 있는 간호사였습니다. 이 아이는 성인이 된 후 가족에 대해 종종 ‘노동당 중에서도 왼쪽’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이는 46년 후 영국 총리로 당선됩니다. 놀랍게도 노동당 소속이 아닙니다. 보수당 소속입니다. 주인공은 영국 3번째 여성 총리이자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를 꼭 닮은 듯한 리즈 트러스 총리(47)입니다. 오늘 세계 한 조각은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신임 영국 총리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반(反)대처’ 가문의 딸, 보수 심장에 서다집안 영향은 젊은 그에게 분명해 보입니다. 트러스는 스코틀랜드에 살던 유년 시절 당시 대처 총리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광산업과 철강업이 주 산업이던 스코틀랜드는 대처의 반(反)노조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트러스의 진보적 활동은 대학에서도 계속됩니다. 옥스퍼드대 진보민주당 회장이던 그는 마리화나 합법화와 왕실 폐지론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모든 이는 철없는 시절 실수가 있다. 나는 진보민주당이었다”고 말합니다.그는 졸업 직후인 1997년 보수당에 가입합니다. 그의 ‘변심’은 지인들에게 매우 충격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대학 동료로부터 “네 딸이 ‘보수 꼴통’이 된 것을 봤다”는 e메일도 받았다고 합니다. 트러스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뷰에서는 “어머니는 정치적 견해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내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두 번의 낙선 후 2010년 트러스는 사우스웨스트노퍽 지역 하원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합니다. 왕실 폐지를 주장했던 그는 12년 후 스코틀랜드 밸모럴 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알현하며 총리직에 공식 임명됩니다. 트러스는 엘리자베스 2세의 15번째이자 마지막 총리입니다. 철의 여인 아닌 ‘철의 풍향계’… “치즈는 직접 길러라”신임 총리에 대한 언론 평가는 대체로 박합니다. ‘기회주의자’ 꼬리표가 달립니다. 보수당 총재 선거(사실상 총리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작은 정부’를 주장한 그의 첫 번째 정책은 대규모 에너지 요금 지원입니다. 과거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주장했으나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확정되자 바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트러스는 “오판했고, 오판했음을 인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해명합니다. 프랑스 경제신문 레 제코(Les Echos)는 이런 번복을 빗대 “철의 여인이 아닌 철의 풍향계(une girouette de fer)”라고 트러스 총리를 비꼬았습니다. 트러스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내각 외무장관으로 부임해서는 열성적인 브렉시트 지지자로 활동합니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EU 밖 새로운 시장 탐색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 “별 생각 없는, 텅 빈, 진부한(Facile, empty and cliched)” 영국 대표적 진보 성향 일간 ‘가디언’ 평가는 냉혹합니다. 사이먼 젠킨스 가디언 칼럼리스트는 트러스 취임 후 첫 주에 대해 ‘별 생각 없는, 텅 빈, 진부한’이라고 표현합니다. 칼럼이 지적하는 부분은 에너지 정책입니다. 트러스는 6일 취임 첫 연설에서 1500억 파운드(약 238조 원) 이상의 대규모 에너지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비용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예정입니다. 선거 기간 외치던 ‘보조금 불가(no handouts)’를 24시간 만에 철회한 셈입니다. 트러스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가디언은 “이제는 트러스가 장미빛 색안경을 벗고 현실 도피에서 돌아올 때”라고 비난합니다. 최근 “영국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해야 한다(need more graft)”라는 트러스 과거 발언이 공개됐습니다. 그가 공저자인 책에서는 “영국 노동자는 최악의 게으름뱅이(idler)”라는 표현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가디언은 트러스에게 ‘근면성실로 영국 경제 위기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경고합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리즈 트러스는 단지 ‘괜찮기’ 위해 '훌륭해야' 한다(Liz Truss will have to be great just to be good)” 중도 보수 성향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러스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나열합니다.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파운드화 추락, 끊이지 않는 파업, 악화되는 공공 서비스, 높은 금리, 바닥난 국고. 영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잠재적으로 위기에 놓였고 정당은 분열적이며 반항적이다.” FT는 에너지 지원 정책이 첫 번째 시험대라고 말합니다. “(에너지 정책을) 망친다면 리더십은 물론 (보수당) 정권 전체가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 유일한 희망은 노동당 대안에 유권자들이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영국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본인의 치즈는 직접 기르세요(Grow your own cheese)”트러스에게는 악몽 같은 하루가 있었습니다. 2014년 보수당 회의 때입니다. 환경부 장관이던 트러스는 이렇게 연설합니다. “우리는 전체 치즈 소비량 3분의 2를 수입합니다. 이것은 불명예(disgrace)입니다.”그해 가을 중국과 협상을 앞둔 트러스는 영국산 돼지고기 수출길을 열어 거대한 중국 시장을 사로잡겠다는 야심을 펼칩니다. 그러나 연설은 뜻대로 흐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체 사과 3분의 2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배는 10분의 9를 수입하고, 치즈도 3분의 2를 수입합니다”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연설에 청중은 박수칠 타이밍마저 놓칩니다. 과장된 어투와 표정, 덜컥거리는 모습은 애석하게도 수많은 ‘굴욕 짤’을 탄생시켰습니다. 영국 언론은 트러스가 달변가는 아닌 점을 지적합니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한 존슨 전 총리에 비해 트러스가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여기서 나옵니다.포퓰리스트, 극우파 등 취임 전부터 달린 꼬리표를 떼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영국을 트러스는 구해낼 수 있을까요?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입니다. 그리고…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1926. 04. 21 ~ 2022. 09. 08) 타계에 애도를 표합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