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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스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고추장, 된장 외에 뭐가 더 들어간 것 같은데….” 31일 오후 6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5구에 있는 미슐랭 1스타 식당 ‘솔스티스’. 프랑스 내 한식 인기가 치솟으면서 콧대 높은 프랑스 요리사들이 솔스티스의 오너 셰프인 에리크 트로숑 씨(57)에게 한식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2014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그는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다양한 한식을 연구해 프랑스에 알리고 있다. 이날 트로숑 씨는 김치가 들어간 바닷가재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 참기름과 해초를 결합한 푸아그라, 새송이버섯과 쌈장으로 조리한 스테이크, 된장과 캐러멜로 만든 과자 등을 선보였다. 20명의 다른 요리사는 이를 맛보면서 스마트폰과 수첩으로 시종일관 한식 재료의 쓰임새와 특징을 기록했다. 이날 모임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파리센터가 마련했다. 센터 측은 “자존심이 강한 파리 요리사들이 참가를 주저할까 봐 걱정했는데 많은 사람이 앞다퉈 ‘한식이 궁금하다’며 모였다”고 소개했다. 채식전문 음식점 ‘히히’의 셰프 소피 씨는 “한식의 장점인 발효와 채소를 이용한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레스토랑 ‘르레이옹’에서 일하는 셰프 필드라 씨 또한 “초고추장과 프랑스 소스를 결합한 새로운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퓨전요리점 ‘보카’를 운영하는 올리비에 씨는 “한식 재료의 장점은 비밀스럽다는 점”이라며 “먹으면 맛이 좋은데 어떤 레시피인지를 잘 몰라 요리하는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 소스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고추장, 된장 외에 뭐가 더 들어간 것 같은데…” 31일(현지 시간) 오후 6시 프랑스 파리 5구에 위치한 미슐랭 1스타 식당 ‘솔스티스’. 프랑스 내 한식 인기가 치솟으면서 콧대 높은 프랑스 요리사들이 ‘솔스티스’의 오너 셰프인 에리크 트로숑 씨(57)에게 한식을 배우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2014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그는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다양한 한식을 연구해 프랑스에 알리고 있다. 이날 트로숑 씨는 김치가 들어간 바다가재 라비올리(유럽식 만두), 참기름과 해초를 결합한 푸아그라, 새송이 버섯과 쌈장으로 조리한 스테이크, 된장과 캐러멜로 만든 과자 등을 선보였다. 20명의 다른 요리사들은 이를 맛보면서 스마트폰과 수첩으로 시종일관 한식 재료의 쓰임새와 특징을 기록했다. 이날 모임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파리센터가 마련했다. 센터 측은 “자존심이 강한 파리 요리사들이 참가를 주저할까 걱정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앞 다퉈 ‘한식이 궁금하다’며 모였다”고 소개했다. 채식전문 음식점 ‘히히’의 셰프 소피 씨는 “한식의 장점인 발효와 채소를 이용한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레스토랑 ‘르레이옹’에서 일하는 셰프 필드라 씨 또한 “초고추장과 프랑스 소스를 결합한 새로운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겠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퓨전요리점 ‘보카’를 운영하는 올리비에 씨는 “한식 재료의 장점은 비밀스럽다는 점”이라며 “먹으면 맛이 좋은데 어떤 레시피인지를 잘 몰라 요리하는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야당과 해외 언론은 연일 여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29일 청와대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규탄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시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벌을 서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인데 거꾸로 내가 벌을 서는 느낌”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나 문 대통령이 제대로 양심을 갖췄다면 아마 그런 (본회의 강행 처리) 식으로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석기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의도, 법치도, 협치도 무시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민주당의) 모습이 탈레반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썼다. 30일에는 당 대선 주자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이사장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미디어법 개정안, 언론 통제로 이어질 우려’라는 제목의 29일 사설을 통해 “가짜뉴스에 따른 피해 구제가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언론 통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고의와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하고 미디어 측에 엄격한 입증 책임을 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프랑스 일간 르몽드 또한 27일(현지 시간) ‘가짜뉴스 근절법 개정을 둘러싼 한국의 뜨거운 논쟁’ 기사를 통해 법안을 둘러싼 논란을 소개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6월 취임한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집권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가진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지 않겠다”며 자주국방 의지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의 이유로 “미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 미군을 두지 않겠다”고 밝힌 데다 철군 과정에서 영국 등 동맹과 충분한 상의를 하지 않았음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핵심 동맹이지만 마냥 미국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베네트 총리는 27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모두 발언에서 “이스라엘은 이제껏 한 번도 미국에 ‘우리를 지켜줄 군대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일이며 안보를 외부에 맡기는 일 또한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운명을 보살피는 것은 우리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두 사람의 정상회담은 예정보다 하루 늦게 열렸다. 2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슬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자살폭탄 테러를 가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이 넘게 숨지자 미국 측이 연기를 요청했다. 다만 두 사람은 ‘공동의 적’인 이란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뜻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는 외교를 우선시하면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외교가 실패하면 다른 ‘선택지’를 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베네트 총리 또한 회담 직후 취재진에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듣고 기뻤다”고 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와 영국이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화상 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로 했다. 31일 미군의 철수 완료에 맞춰 아프간 내 자국민과 조력자의 구조작업 또한 중단할 뜻을 밝힌 미국과 달리 현지에 남아있는 자국민과 조력자를 계속 대피시키려면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8일 주간지 르주르날드디망쉬 인터뷰에서 “유엔 통제 하에 카불 내 안전지대를 마련해 사람들을 피난시키는 인도주의적 작전을 지속해야 한다”며 “안전지대가 있으면 비상사태 시 유엔이 나설 수 있고, 국제 사회가 인권문제 등으로 탈레반을 압박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틀 후 유엔 안보리에 영국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또한 28일 통화를 갖고 주요 7개국(G7) 차원의 아프간 사태 대응방안 및 로드맵 마련을 논의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남아있는 독일인과 아프간 조력자를 출국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독일인과 아프간 조력자 약 1만 명이 남아있다. 독일은 26일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로 사실상 운행이 중단된 카불 국제공항 대신 육로로 이들을 탈출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영국 역시 아프간인 협력자 1100명의 탈출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추가 후송을 위해 27일 카불 및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탈레반 관계자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아프가니스탄을 도와주세요. 사람들을 살려야 합니다.” 2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가 레퓌블리크 광장. 아프간계 프랑스인과 난민들이 모여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검정 빨강 녹색으로 된 아프간 국기를 흔들며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자국을 탈출하지 못한 이들과 세계 곳곳의 아프간 난민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도와야 하지만, 자칫 이주민 증가로 사회적 갈등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자영업자 호베흐 씨는 “이미 시리아, 알제리, 모로코 등에서 온 이주민이 많아 분란이 크다. 아프간 난민까지 유입되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시리아 난민이 전 유럽에 몰려든 2015년 당시 혼란이 재연될 것을 특히 우려했다. 당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유럽 각국은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가 발생하고 극우 정치인까지 득세하자 사회 혼란이 가중됐다. 시리아 난민 사태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등을 야기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당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은 벌써부터 아프간 난민에 대한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세계 3위 난민 발생국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55만 명의 아프간 난민이 발생했다. 이 중 약 절반인 25만 명은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발표한 5월 이후 아프간을 탈출했다. 미군 없는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으로 보고 서둘러 고국을 등진 것이다. 유독 올해만의 현상도 아니다. 소련의 침공(1979∼1989년), 사실상 내전이나 다름없었던 군벌 간 대립, 탈레반 첫 집권(1996∼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에 따른 20년 전쟁 등으로 오랫동안 중앙집권 체계가 붕괴된 아프간은 세계 3위 난민 배출국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UNHCR에 따르면 아프간의 누적 난민은 260만 명으로 시리아(670만 명), 베네수엘라(400만 명) 다음으로 많다. 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함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후에는 주 평균 3만 명의 아프간인이 고국을 떠나고 있다. 대부분 이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 접경지대에서 텐트 생활을 하면서 최종 이주국을 물색하고 있다. 아내와 쌍둥이 자녀를 데리고 터키에 당도한 나지불라 씨(30)는 미 뉴욕타임스(NYT)에 아프간 난민의 고달픈 현실을 소개했다. 그는 이란을 거쳐 터키 동부 도시 완까지 무려 2300km를 이동했다. 터키 정부는 그를 포함한 아프간 난민을 추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나지불라 씨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피신을 왔지만 쫓겨나게 됐다. 차라리 아프간에 머물다가 죽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프간 난민에 빗장 거는 각국아프간 시리아 등 중동 난민 대부분은 유럽과 국경을 맞댄 터키 북서부의 육로, 터키 남부와 그리스 사이에 있는 에게해(海)를 통과해 유럽으로 들어간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터키는 아프간 난민을 막기 위해 이란과의 국경에 군 병력을 대거 파견했다. 241km의 방벽과 200개의 감시탑도 설치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2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아프간 난민 창고가 되지 않겠다”며 강경 대처를 천명했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이란 또한 아프간 상황이 호전되면 자국 내 아프간인을 고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역시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은 현재도 사실상 국경을 봉쇄했고 조만간 국경을 완전히 봉쇄할 뜻을 밝혔다. 유럽 주요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터키와 국경을 맞댄 그리스, 중부 유럽의 오스트리아는 일찌감치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도적 차원의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힌 서유럽국과 미국도 속사정은 다르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프간 난민을 돕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메르켈의 후임자’로 유력한 집권 기독민주당의 아르민 라셰트 대표는 트위터에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안 된다. 시리아 난민 사태 당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유럽 혼자 현 상황을 책임질 수 없다”고 가세했다.영국은 17일 “아프간인 2만 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올해 안으로는 5000명의 입국만 허용하겠다고 했다. 영국 언론은 나머지 1만5000명을 내년에 수용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아프간 난민 등 이주민을 위해 5억 달러(약 5840억 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미국 입국 허용 난민 수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호주, 캐나다 역시 각각 3000명, 2만 명 수용을 약속했지만 그 이상의 수용은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 사태 ‘학습 효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런 현상이 2015년 시리아 난민의 대규모 유입에서 얻은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시리아는 세계 최대 난민 배출국으로 전락했다. 내전 초기만 해도 고령화에 시달리던 유럽은 자국 내 인구 감소 해결, 인도주의 등을 이유로 시리아 난민을 수용했다. 하지만 2015년 한꺼번에 100만 명 넘는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몰린 후 전 유럽이 혼란에 빠지면서 ‘난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적지 않다. 2015년 8월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의 고속도로 갓길에서 방치된 냉동트럭이 발견됐다. 짐칸을 열자 시리아 난민 시신 71구가 발견됐다. 비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차 질식사한 것이다. 끔찍한 죽음에 전 유럽이 비탄에 빠졌다. 며칠 후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가장 먼저 “난민 100만 명 수용”을 외쳤다. 그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몰려든 난민은 곳곳에서 주민들과 충돌했다. 무슬림이 저지른 강력범죄 또한 반난민 정서를 한껏 증폭시켰다. 2015년 12월 독일 쾰른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2016년 12월에는 튀니지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운전자를 살해하고 트럭을 탈취했다. 그가 시장으로 트럭을 몰고 돌진하는 바람에 12명이 숨지고 약 70명이 부상을 입었다. 두 사건의 범인은 모두 시리아 내전으로 유입된 난민이 아니라 기존에 거주하던 무슬림 범죄조직원이었지만 평범한 시민들에겐 ‘난민=범죄자’란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 여파로 2017년 9월 독일 총선에서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이전까지 총선에서 단 1석도 보유하지 못했던 AfD가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집권 기독민주당, 사회민주당에 이어 제3당이 된 것이다. 당시 AfD를 이끌던 프라우케 페트리 전 대표는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 필요하면 난민에게 발포하겠다”는 초강경 반난민 정책을 표방한 인물이었다. 이웃 나라에서도 극우 정당이 속속 득세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 이탈리아의 동맹(Lega)과 이탈리아형제들(Fdl),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네덜란드의 자유당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동맹은 2018년 3월 총선 후 6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하면서 EU 주요국 중 사상 최초로 극우 정당이 포함된 연정도 탄생시켰다.○ “아프간 난민 결사반대” 외치는 유럽 극우이 때문에 유럽의 주요 극우 정치인은 벌써부터 ‘아프간 난민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는 트위터 등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공격이 강해지고, 난민들이 물결처럼 밀려올 수 있는데도 정부는 대책이 없다”며 연일 마크롱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내년 4월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큰 르펜 대표가 아프간 사태로 지지율 상승 계기를 마련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 겸 전 이탈리아 부총리 역시 트위터에 “난민 중 잠재적 테러범이 포함될 수 있다. 절대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아프간 사태가 9월 독일 총선, 내년 프랑스 대선 등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프간 난민 사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위험 증가 등은 극우 정당이 재도약할 환경을 마련해준다”며 “유럽 각국이 아프간 난민 수용을 꺼리는 이유도 자칫 2015년 사태가 반복돼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가 발현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서유럽 선진국이 무작정 아프간 난민의 유입을 차단하면 2015년 냉동트럭 내 집단 질식사처럼 대규모 참사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밀입국 알선, 인신매매, 성폭력 등 참혹한 인권 유린 또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1988년부터 아프간을 지원해 온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의 이모젠 서드베리 이사는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아프간 사태를 난민 유입 문제로만 보는 것은 극우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안을 찾자고 촉구했다. EU는 아직 난민 분산 수용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 사태 때는 2016년 터키에 현금을 지원하며 겨우 유럽 유입을 막았지만 최근 터키는 “그때와 달리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EU가 주는 얼마 안 되는 돈만으로는 수백만 명의 난민을 자국 땅에 둘 수 없다는 것이다. EU는 2019년부터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을 27개 회원국에 자동으로 분배하는 ‘쿼터제’ 도입을 추진해 왔다. 2년이 지났지만 자금 마련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사태가 터진 지금이라도 결론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또한 이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은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불과 수백 명의 아프간 난민이 입국 후 잠시 체류하는 상황에도 거부감을 보인다”며 선진국에 걸맞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은 몇 명의 난민을 수용하느냐가 아니라 이들이 도착한 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다”라며 “정책적 준비 외에도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포용 등 사회 전반의 심리적 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하루 8시간 러시아를 찬양하는 TV를 강제로 봐야 하는 정신적 고문을 당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가 25일 뉴욕타임스에 감시와 통제로 숨 막히는 일과를 공개했다. 나발니는 “2010년 시행된 형법 개혁 때문에 힘든 육체노동을 하거나 간수에게 구타당하는 등의 육체적 고문은 사라졌다”며 “그 대신 24시간 통제된 상태에서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54쪽에 달하는 자필 편지에서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한 것은 강제 TV 시청이었다. 그는 “매일 다섯 번씩 총 8시간 동안 TV 앞에 앉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승리를 다룬 애국영화, 러시아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을 이기는 장면 등 국가를 찬양하는 영상을 억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간수들이 밤에 1시간 간격으로 깨워 잠을 제대로 못 자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TV 시청 중에 졸면 호통을 치는 등 수시로 잠을 방해한다”며 “수면 고문이 왜 가장 괴로운 고문인지 알 것 같다. 흔적이 남지 않아서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교도소 측이 24시간 폐쇄회로(CC)TV 감시도 모자라 수감자 사이에 스파이까지 두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수감자 중 3분의 1 정도가 스파이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비행기에서 푸틴 정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테러를 당한 그는 러시아 의료진을 믿을 수 없다며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후 올해 1월 귀국했다. 공항에서 체포된 그는 사기사건 관련 집행유예 위반으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美-英 “IS-K, 테러 위험” 경고 다음날, 카불공항-호텔 인근서 ‘쾅쾅’게이트밖에서 자살폭탄 추정 폭발… 공항 지키던 미군도 최소 3명 다쳐공항밖 호텔 근처서 두 번째 폭발, 바이든 대통령에도 곧바로 보고伊수송기도 총격 받아… 범인 불명… IS-K, 탈레반보다 더 극단주의적산부인과-여학교 테러… 훨씬 잔혹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밖에서 26일(현지 시간) 오후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공항 주변을 지키던 미군도 최소 3명이 다쳤다. CNN은 이 폭발이 공항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게이트 4곳 중 하나인 에비게이트 밖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테러 발생 직후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폭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곧바로 보고됐다. 영국 가디언은 서방 정보기관이 테러 위협을 경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2차례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폭발은 에비게이트 입구에서 있은 자살폭탄 테러이고, 두 번째는 공항 가까이에 있는 바론 호텔 근처에서 발생했다. 바론 호텔은 영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아프간 현지인들이 출국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 주로 이용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대변인은 로이터와 통화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항 밖에서 주변을 통제하던 탈레반 군인들도 여러 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폭발 직후 트위터에는 공항 주변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CNN은 “명백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보이는 사건이 터졌고, 미군의 아프간 철수 마지막 단계를 뒤흔들었다. 아프간 피란민들의 운명은 더욱 암울해졌다”고 전했다. 아프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 주변을 겨냥한 테러 위협 경고가 이날 폭발에 앞서 잇따르던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있다’며 공항 주변을 당장 떠나라고 25일 경계령을 내렸다. 영국 정부도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imminent)’고 경고한 바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테러 가능성은 이론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험”이라고 했다. 26일 폭발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는 나토 직원들과 아프간 현지인 등 100여 명을 태운 이탈리아 C-130 수송기가 공항에서 이륙한 지 몇 분 만에 총격을 받기도 했다. 기체가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누가 총을 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각국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가 테러를 감행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던 상황이었다. IS-K는 2014년 파키스탄에서 생겨났다. K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지역을 지칭하는 ‘호라산(Khorasan)’의 약자다. 탈레반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이 더 강한 IS-K는 잔혹한 테러를 저질러 왔다. 지난해 카불에 있는 한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해 임신부 등 16명을 살해했다. 올해 5월엔 카불의 한 여학교에 폭탄테러를 가해 68명이 숨졌다. 드미트리 지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4000명이 넘는 IS 테러범이 아프간에서 활동 중”이라고 25일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IS-K가 군중 사이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가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가 25일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들뿐 아니라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의 우려에도 시한(8월 31일) 내 철군을 마무리하겠다며 밀어붙였다.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철군 시한을 늦춰야 한다는 유럽 회원국 정상들의 요구도 단칼에 거절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밖에에서 26일(현지 시간) 오후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공항 주변을 지키던 미군도 최소 3명이 다쳤다.CNN은 이 폭발이 공항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게이트 4곳 중 하나인 에비게이트 밖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테러 발생 직후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폭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곧바로 보고됐다.영국 가디언은 서방 정보기관이 테러 위협을 경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2차례의 강력한 폭발이 공항 게이트 중 한 곳을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번째 폭발은 에비게이트 입구에서 있은 자살폭탄 테러이고, 두 번째는 공항 가까이에 있는 바론 호텔 근처에서 발생했다. 바론 호텔은 영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아프간 현지인들이 출국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 주로 이용하던 곳으로 알려졌다.탈레반 대변인은 로이터와 통화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항 밖에서 주변을 통제하던 탈레반 군인들도 여러 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폭발 직후 트위터에는 공항 주변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사진속 한 남성은 머리와 가슴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수레에 실려 있었다. 다른 남성은 손에 붕대를 감고 주변 사람의 부축을 받고 걸었다. 흰 옷이 피로 물든 채 머리에 붕대를 감은 남성도 있었다. CNN은 “명백한 자살 폭탄 공격으로 보이는 사건이 터졌고, 미군의 아프간 철수의 마지막 단계를 뒤흔들었다. 아프간 피난민들의 운명은 더욱 암울해졌다”고 전했다.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 주변을 겨냥한 테러 위협 경고가 이날 폭발에 앞서 잇따르던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있다’며 공항 주변을 당장 떠나라고 25일 경계령을 내렸다. 영국 정부도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imminent)’고 경고한 바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테러 가능성은 이론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험”이라고 했다. 26일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는 나토 직원들과 아프간 현지인 등 100여 명을 태운 이탈리아 C-130 수송기가 공항에서 이륙한지 몇 분 만에 총격을 받기도 했다. 기체가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누가 총을 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각국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가 테러를 감행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던 상황이었다. IS-K는 2014년 파키스탄에서 생겨났다. K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지역을 지칭하는 ‘호라산(Khorasan)’의 약자다. 탈레반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이 더 강한 IS-K는 잔혹한 테러를 저질러 왔다. 지난해 카불에 있는 한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해 임신부 등 16명을 살해했다. 올해 5월엔 카불의 한 여학교에 폭탄 테러를 가해 68명이 숨졌다. 드미트리 지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4000명이 넘는 IS 테러범이 아프간에서 활동 중”이라고 25일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IS-K가 군중 사이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가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가 25일 보도하기도 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들뿐 아니라 미국 국방부와 정보당국의 우려에도 시한 내 철군을 마무리하겠다며 밀어붙였다.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철군 시한을 늦춰야 한다는 유럽 회원국 정상들의 요구도 단칼에 거절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파리=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시에드 아흐마드 샤 사디트 전 아프가니스탄 정보통신장관이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피자 배달부로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등이 25일 보도했다. 그는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 당일 해외 도피해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치하에서 2018~2019년 장관을 지냈고 정정 불안이 심해지자 지난해 12월 가족들과 독일로 이주했다. 사디트 전 장관은 현지매체 라이프치거폴크스바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정착 몇 달 만에 돈이 떨어져 배달일을 시작했다”며 “지금 하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열등감을 느낀 적이 전혀 없다. 오히려 배달은 내가 부패한 정치인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생각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주황색 배달 유니폼을 입고 자전거로 이동하다 인터뷰에 응했다. 사디트 전 장관은 “독일은 안전한 곳이고 정치와 경찰이 부패하지도 않았다”며 “피자 배달을 하며 가족들과 함께 사는 현재의 단순한 삶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모아 독일어 공부를 계속한 후 현지 통신회사에 취업하고 싶다고 밝혔다. 몇몇 회사에 지원했지만 아직까지는 응답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아프간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하다 “가니 정권이 이렇게 빨리 붕괴될지 예상하치 못했다”고만 밝혔다. 사디트 전 장관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전자공학 등 2개 분야의 석사 학위를 보유한 엘리트다. 2016~2017년 영국 런던의 아리아나텔레콤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의 통신기업에서 일했다. 이를 눈여겨본 가니 정권에 의해 장관으로 발탁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하루 8시간 러시아를 찬양하는 TV를 강제로 봐야 하는 정신적 고문을 당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가 25일 뉴욕타임스에 감시와 통제로 숨막힌 일과를 공개했다. 나발니는 “2010년 시행된 형법 개혁 때문에 힘든 육체노동을 하거나 간수에게 구타를 당하는 등의 육체적 고문은 사라졌다”며 “대신 24시간 통제된 상태에서 정신·심리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54페이지에 달하는 자필 편지에서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한 것은 강제 TV 시청이었다. 그는 “매일 5번씩 총 8시간 동안 TV 앞에 앉아 2차대전 당시 소련의 승리를 다룬 애국영화, 러시아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을 이기는 장면 등 국가를 찬양하는 영상을 억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간수들이 밤에 1시간 간격으로 깨워 잠을 제대로 못 자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TV 시청 중에 졸면 호통을 치는 등 수시로 잠을 방해한다”며 “수면 고문이 왜 가장 괴로운 고문인지 알 것 같다. 흔적이 남지 않아서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교도소 측이 24시간 폐쇄회로(CC)TV 감시도 모자라 수감자 사이에 스파이까지 둬서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수감자 중 3분의 1 정도가 스파이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비행기에서 푸틴 정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테러를 당한 그는 러시아 의료진을 믿을 수 없다며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후 올해 1월 귀국했다. 공항에서 체포된 그는 사기사건 관련 집행유예 위반으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그가 수감된 모스크바 인근 포크로프 교도소는 러시아 최악의 교도소로 꼽힌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서방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아프가니스탄 내 테러 가능성이 ‘이론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 산 무기들이 탈레반에 탈취되면서 이들 무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흘러들어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 위험이 매일 증가하고 있다”며 “일대가 직면하고 있는 테러 가능성은 이론적(theoretical)인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험(real danger)”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을 노린 테러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나토가 가진 난제는 군용기를 통한 철수작전보다는 피난민들이 카불 공항으로 안전하게 오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카불 공항은 미군 약 5800명, 영국군 약1000명이 중심이 돼 방어 중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탈레반이 카불 나머지와 아프간 전역을 통제하고 있다”며 “대피 기한인 8월 31일을 넘겼는데도 아프간에 머물 경우 탈레반에게 암북적인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테러 공격의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토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is-K의 공격 위협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 중이다. 이 단체는 그간 폭탄이나 차량을 통한 자살 테러를 자행해왔다. 그는 “테러 위협에도 나토 차원에서 최대한 많은 아프간 인들을 피난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달 31일 이후에도 민간 항공기를 통해 대피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탈레반에게 육상을 지나 국경지대를 통과하는 피난 경로를 개방하라고 압박할 방침이다. 영국 외무부도 이날 “테러의 위험이 지속적이고 높아지고 있다”며 영국민은 카불 공항 주변을 포함에 아프간 전역에서 이동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영국군은 카불 공항 난민 센터 주변에 장벽을 세우는 등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영국민을 비롯해 영국과 관련된 아프간인 등 1만291명을 현재까지 대피시켰다. 추가로 통역사, 운전사 등 영국 내 이주 자격이 있는 약 2000명의 아프간 인들을 피신시킬 계획이다. 다만 피난 기간 종료와 카불 공항 일대 테러 위험성이 커지면서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모두가 빠져나갈 수 없다“며 ”영국으로 도피하려는 일부 아프간인들이 육지로 국경으로 이동해 이란, 파키스탄 등을 통해 제3국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탈레반이 탈취한 무기들이 흘러들어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방산 제품 수출입 중개회사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 알렉산드르 미헤예프 대표는 25일(현지시간) 옛 소련 시절에 생산된 러시아제 다목적 헬기 Mi-17 100대 이상이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는 옛 소련제 다목적 헬기 Mi-8의 개량형으로, 1979~1988년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됐던 기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도 하루 전인 24일 취재진에 ”가장 큰 위협은 탈레반이 엄청난 양의 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만 100기 이상, 장갑차 수백 대 헬리콥터, 전투기도 탈취해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미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남긴 M16·M4 카빈 등 총기류를 비롯해 군용 차량, UH-60 블랙호크 헬기 등도 확보했다. 탈레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식 무기로 무장한 탈레반 부대원의 모습을 선전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다만 해당 무기들의 수리, 유지, 부품 공급이 필요해 실제 작동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실전 투입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해당 무기들을 분해해 팔거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이 입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탈레반이 탈취한 무기를 북한 등 적국에 판매할 가능성을 있다는 공개서한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보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 시한(8월 31일)을 더 미루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아프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배치된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면서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 내 민간인들을 빼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한 연장 설득에 실패한 유럽 주요국 사이에선 미국에 대한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구 동맹이 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 참여 후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철수 시한 8월 31일에 맞추기 위해 예정 속도대로 가고 있다”며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카불 점령 하루 전인 14일 이후로 7만700명을 아프간에서 빼냈고, 지난 12시간 동안 1만2000명을 탈출시켰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어 “실존하는 심각한 위험과 도전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가 더 오래 머물수록 이슬람국가와 ISIS-K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그룹의 공격 위험이 점점 커진다”고 했다. 다만 그는 “8월 31일 시한을 지키는 것은 탈레반의 협력에 달렸다”며 미국의 작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탈레반에 경고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에는 필요할 경우 현재의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 정보당국과 탈레반 간 시한 연장 논의에 성과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3일 카불로 급히 날아가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회담했지만 철군 시한 연장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탈레반은 철군 시한 연장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은 되지만 아프간 사람들이 공항으로 가는 건 이제부터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프간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워싱턴 정가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이날 ‘철수 시한까지 대피 완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시한을 고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의 정확한 숫자를 왜 확인하지 못하느냐” 등의 비판적 질문이 쏟아졌다. 앞서 24일 오전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한 연장에 실패한 G7 유럽 정상들은 탈레반 측에 “8월 31일 이후라도 (탈출을) 원하는 이들은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G7은 경제적 제재 등을 통해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연장 시한 합의 실패로 무력함을 드러낸 G7 국가들은 ‘결국 미국이 다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바이든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미국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이미 균열된 관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 시한(8월 31일)을 더 미루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아프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배치된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면서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 내 민간인들을 빼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한 연장 설득에 실패한 유럽 주요국들 사이에선 미국에 대한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구 동맹이 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주요7개국(G7) 화상 정상회의 참여 후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철수 시한 8월 31일에 맞추기 위해 예정 속도대로 가고 있다”며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카불 점령 하루 전인 14일 이후로 7만700명을 아프간에서 빼냈고, 지난 12시간 동안 1만2000명을 탈출시켰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어 “실존하는 심각한 위험과 도전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가 더 오래 머물수록 이슬람국가(ISIS)와 ISIS-K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그룹의 공격 위험이 점점 커진다”고 했다. 다만 그는 “8월 31일 시한을 지키는 것은 탈레반의 협력에 달렸다”며 미국의 작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탈레반에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에는 필요할 경우 현재의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 정보당국과 탈레반 간 시한 연장 논의에 성과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3일 카불로 급히 날아가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회담했지만 철군 시한 연장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탈레반은 철군 시한 연장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은 되지만 아프간 사람들이 공항으로 가는 건 이제부터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프간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워싱턴 정가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이날 ‘철수 시한까지 대피 완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시한을 고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의 정확한 숫자를 왜 확인하지 못하느냐”는 등의 비판적 질문이 쏟아졌다. 앞서 24일 오전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한 연장에 실패한 G7 유럽 정상들은 탈레반 측에 “8월 31일 이후라도 (탈출을) 원하는 이들은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G7은 경제적 제재 등을 통해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연장 시한 합의 실패로 무력함을 드러낸 G7 국가들은 ‘결국 미국이 다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며 바이든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미국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이미 균열된 관계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프랑스로 온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중에 탈레반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포함돼 있어 프랑스 정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영국은 테러조직 합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민의 아프간 입국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23일 “프랑스로 대피시킨 아프간인 가운데 5명이 탈레반과 연계됐다는 의혹이 있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들이 (아프간에서) 프랑스를 도운 적이 있더라도 탈레반과 관련이 있다면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들 중 1명은 자신이 탈레반 소속으로 검문소에서 활동했고 탈레반으로부터 무기를 지급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또 다른 1명은 미국 정부가 철군 계획을 발표한 이후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빠르게 장악해 나갈 때 무기를 들고 함께 다닌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둘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프랑스대사관 직원들이 카불 국제공항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도움을 줬고 이런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에 올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5명 중 1명은 경찰에 구금된 상태다. 프랑스는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기 이틀 전인 13일부터 군용기를 이용해 자국민과 이들에게 협력한 아프간인 통역사, 변호사, 기자, 요리사 등을 프랑스로 탈출시켰다. 현재까지 1300여 명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프랑스에 도착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가 아프간으로 들어가는 자국민에 대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넘어오는 아프간 피란민 중에 테러조직원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탈출한 아프간인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범이 섞일 수 있다”고 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을 피해 프랑스로 온 아프간인 중 탈레반과 연계된 인물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프간발 입국자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은 자국민이 이슬람 테러조직에 합류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영국인의 아프간 입국을 금지하고 어길 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23일 “프랑스 본토로 대피시킨 아프간인 중 5명이 탈레반과 연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프랑스를 도왔더라도 탈레반과 연관이 있다면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5명 중 1명은 이미 자신이 탈레반 소속이며 과거 탈레반으로부터 무기도 지급받았음을 인정했다. 나머지 1명 또한 미국의 철군 발표 후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속속 장악할 때 무기를 들고 동행한 전력이 있다. 둘은 프랑스 대사관 직원들이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장악 후 카불 국제공항으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줬으며 이 공을 인정받아 프랑스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은 조사가 끝난 후 현재 거주지에서 프랑스 당국의 감시를 받는다. 자신의 위치를 경찰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최대 3년의 징역형이 처해진다. 프랑스는 13일부터 군용기를 통해 프랑스를 위해 일한 아프간인을 선별 탈출시켰다. 현재까지 1300여명이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를 거쳐 프랑스에 입국했다. 텔레그래프는 테러를 우려한 영국 정부가 아프간에 영국인이 방문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2019년 테러방지법을 도입해 자국민이 테러와 연관된 장소로 이동하거나 거주하는 것을 금지했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이란,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피난 온 아프간인 중 테러범이 숨어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탈출한 아프간인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범이 섞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저항군으로 활동했던 미국 출신의 가수 겸 댄서 조세핀 베이커(1906∼1975)가 흑인 여성 최초로 프랑스 파리의 국립묘지 팡테옹에 안장된다. 세계대전 당시의 공로는 물론이고 전후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22일(현지 시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재 모나코에 있는 베이커의 시신을 판테옹으로 옮기는 행사를 11월 30일 개최한다. 베이커는 생전 미 유명 배우 출신의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1929∼1982)와 친하게 지낸 인연으로 모나코에 묻혀 있었다. 파리5구의 판테옹에는 장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인 80여 명이 묻혀 있다. 여성은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모두 탄 과학자 마리 퀴리, 철학자 겸 정치인 시몬 베유 등 5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미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베이커는 7세부터 청소부로 일했다. 10대 시절에 이미 결혼, 이혼, 재혼을 반복하는 등 개인사도 평탄치 않았다. 그런 그에게 춤과 노래는 희망이었다. 길거리 극단에서 두각을 나타낸 후 뉴욕 브로드웨이를 거쳐 19세 때인 1925년 파리에 입성했다. 파리 사교계는 짧은 치마를 입고 춤을 추며 노래하는 그를 ‘검은 비너스’로 불렀다. 1937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그는 1939년 저항군에 입대했다. 유명 연예인인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유럽 전역의 사교계를 누비며 비밀 정보를 수집했고 나치 압제를 피해 도망쳐 나온 유대인에게 은신처도 제공했다. 전쟁 후에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1963년 8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미 수도 워싱턴에서 행진할 때 킹 목사와 함께 연단에 서서 인종차별 타파를 외쳤다. 1975년 4월 공연 후 파리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숨졌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저항군으로 활동했던 미국 출신의 가수 겸 댄서 조세핀 베이커(1906~1975)가 흑인 여성 최초로 프랑스 파리의 국립묘지 팡테옹에 안장된다. 세계대전 당시의 공로는 물론 전후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22일(현지 시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모나코에 안장된 베이커의 시신을 팡테옹으로 이장하는 행사를 11월 30일 개최하기로 했다. 파리 5구의 팡테옹에는 장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인 80여명이 묻혀 있다. 여성은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모두 탄 과학자 마리 퀴리, 철학자 겸 정치인 시몬 베이유 등 5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모두 백인이었다. 미국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베이커는 7살 때부터 청소부로 일했다. 10대 시절에 이미 결혼, 이혼, 재혼을 반복하는 등 개인사도 평탄치 않았다. 그런 그에게 춤과 노래는 희망이었다. 길거리 극단에서 두각을 나타낸 후 뉴욕 브로드웨이를 거쳐 19세인 1925년 파리에 입성했다. 파리 사교계는 인조 바나나로 만든 짧은 치마와 춤을 부르며 노래하는 그를 ‘검은 비너스’로 불렀다. 1937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베이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39년 레지스탕스에 입대했다. 유명 연예인인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유럽 전역의 사교계를 누비며 비밀리에 정보를 수집했고 나치 압제를 피해 도망쳐 나온 유대인에게 은신처도 제공했다. 전쟁 후에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1963년 8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킹 목사가 미 수도 워싱턴에서 행진할 때 킹 목사와 함께 연단에 서서 인종차별 철폐를 부르짖었다. 1975년 4월 공연을 마친 후 파리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숨졌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라울 교수를 건드리지 마(Touche pas ‘a Raoult).” 21일 낮, 프랑스 파리 7구에 있는 보건부 앞. 시위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요는 독재”, “선택의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프랑스에서는 이달 9일부터 카페, 식당, 대중교통 등 이용 시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날까지 6주째 이어졌다. 전국적으로는 17만 명이 참여했다. 시위 도중 유독 많이 언급된 이름이 있다. 마르세유 대학병원 질병연구센터(IHU) 소장이자 전염병 전문가인 디디에 라울 교수(69)다. 그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른 외모와 카리스마 넘치는 말솜씨까지 갖춘 그는 ‘코로나19에서 세계를 구할 위인’이라며 추종자 집단까지 생겼다.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는 “대학교수라기보다는 ‘록스타’ 같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를 직접 찾아가 자문을 하기도 했다. 현재 라울 교수의 위상은 전 같지 않다. 그는 IHU 소장 자리에서 이달 내로 물러나야 할 상황에 놓였다. 대학 측은 라울이 정년을 넘겨 후임자를 찾는 것이라고 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사실상 퇴출’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그는 정년 연장을 신청했지만 학교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울 교수가 ‘과학적 검증과 팩트가 뒷받침되지 않은 발언으로 음모론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고집한 클로로퀸 처방의 치료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됐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3월 사용 중지를 권고했다. 그는 5월 유튜브를 통해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주장도 했다. 또 “백신이 적절한 보건도구가 될 확률은 제로”라며 백신 접종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21일 프랑스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2만2636명에 달했지만 사망자는 64명에 그쳤다. 확진자 수가 비슷했던 올해 1월 12일의 사망자는 1052명이었다. 주변국보다 백신 공급이 뒤처졌던 프랑스는 전체 국민의 70.1%가 1차 접종을 마쳤다. 독일(63.9%), 미국(61.1%)보다 비율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접종을 시작한 영국(71.3%)과 별 차이가 없다. 시위 규모는 7일 24만 명, 14일 21만 명, 21일 17만 명으로 감소세다. 시위대 속 일부 지지자들은 그의 퇴진이 “정부의 음모”라고 외쳤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예전처럼 라울을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크롱 정부가 라울 교수의 주장과 반대 시위를 의식해 백신 접종 의무화를 강행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코로나19 대유행처럼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이 커진 위기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빠른 해결이 가능할 것 같은 그럴듯해 보이는 설명’을 원한다고 한다. 사실에 기반을 둔 데이터, 현실에 적용 가능한 대안은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데 비해 허위 정보나 음모론은 빠른 해결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영국 옥스퍼드대 임상심리학 연구진의 분석이다. 라울 교수의 부침(浮沈)을 보면서 여러 이미지가 떠올랐다. 백신 공급 차질에도 호언장담을 계속하는 정부, 사회 난제를 한방에 해결하겠다고 하는 대선 주자들…. 사실과는 거리가 먼 솔깃한 주장들에 현혹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인간 사냥’을 시작했다. 탈레반은 미리 작성해 둔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아프간 전역에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협력자, 아프간 정부 군경, 비판적 언론인 등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색출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20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을 위해 일했던 사람도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뒤에서는 “자수하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면서 보복에 혈안이 돼 있다.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에서 6년 넘게 일해 탈레반에 체포될 위험에 놓인 아지지 씨는 18일 “최근 이틀 사이 탈레반에 살해된 통역사를 적어도 5명 알고 있다”면서 “내 차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탈레반은 나를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아지지 씨는 국제난민프로젝트(IRAP)가 이날 미 국무부에 대신 제출한 ‘전시(戰時) 미국 지지자를 위한 긴급 보호 청원’에서 이같이 밝혔다. 탈레반은 18일 점령지의 60대 지방경찰청장을 잔혹하게 처형하기도 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중서부 헤라트 인근 바기스 지역의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 지방경찰청장이 이날 처형됐다. 19일 탈레반 네트워크를 통해 유포된 영상에는 아차크자이가 손목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무릎을 꿇고 있다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탈레반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가족도 살해됐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자사 소속 현지인 기자를 잡으려고 집에 들이닥친 탈레반이 기자의 가족 한 명을 죽였다고 19일 보도했다. DW는 “탈레반이 아무 거리낌 없이 ‘표적 살인’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의 보복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등은 19일 유엔 기밀 문건을 인용해 탈레반이 카불 등 아프간 주요 도시를 점령하기 전부터 조사를 시작해 서방 국가 협력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유엔에 위험 지역 정보 등을 제공하는 노르웨이 국제분석센터(RHIPTO)가 작성한 이 문건에 따르면 탈레반은 현재 카불 등에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을 색출하고 있다. 탈레반은 자수하지 않으면 “가족을 살해하거나 체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문건은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서 대테러 분야에서 일했던 이들에게 ‘아는 것을 다 털어놓으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면서 “그러지 않으면 가족이 대신 체포되고 너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협력자 색출을 위해 끄나풀도 곳곳에 심고 있다. 유엔 문건은 탈레반이 정보원을 신속히 모집하고 있고, 모스크(이슬람 사원) 및 브로커와 접촉해 블랙리스트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유엔 문건을 담당한 RHIPTO 소속 크리스티안 넬레만 박사는 BBC에 “탈레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처형될 위험에 놓였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가 사실상 ‘데스 노트’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보복 표적이 된 이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카불 공항이지만 탈레반이 사실상 봉쇄했고, 가는 길도 무장 탈레반 대원들의 검문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다. 뉴질랜드군 통역사로 일한 노우로즈 알리 씨는 “검문소는 어디에나 있고, 순찰대가 계속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닌다”며 “외국군과 하루를 일했든 10년을 일했든 탈레반은 가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외국군 기지에서 목격됐다는 것뿐”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아프간 독립기념일인 19일을 기점으로 반(反)탈레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현지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카불 등 여러 도시에서 시위와 행진이 이어졌다.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아프간 만세” “‘폭력이 탈레반이 말한 평화냐” 등을 외쳤다. 19일은 1919년 아프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