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영국이 비만 예방을 위해 10월 시행하려던 ‘정크푸드 1+1 판촉 금지’를 물가 상승을 이유로 2년 연기하기로 했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세계 식량 가격 상승으로 가계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면서 정크푸드 1+1 판촉을 2025년 10월까지 허용한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비만을 줄이고 건강한 삶을 돕는다는 과제와 함께 소비자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2020년 비만 퇴치 정책으로 지방, 당(糖), 소금을 많이 함유한 제품(HFSS)의 다중 구매 판촉을 금지하는 정책을 2022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5월 역시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1년 연기했다. 이번 결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영국 편의점 협회는 “장바구니 비용을 높이는 정책 시행을 유예한 것은 이미 높은 물가 탓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환영했다. 반면 보건 운동가 그룹 등은 이 정책이 아예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상승을 이유로 시행 시기를 올 10월로 연기했는데 또 다시 2년을 유예한 것은 자칫 정책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책 시행이 유예되자 영국의 스타 셰프인 제이미 올리버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어린이 상대 정크푸드 광고 근절을 촉구하며 딸기, 머랭, 휘핑크림 등으로 만든 ‘혼란(mess) 디저트’를 선보이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스티브 바클레이 보건장관에 따르면 영국에서 비만 관련 건강보험서비스(NHS) 비용은 연간 65억 파운드(약 11조 원)에 달한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020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났을 때 4년 후 대선에서 같은 후보가 다시 겨룰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아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모두 내년 대선 후보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81)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의 재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 4월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에겐 당내 경선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먼저 출사표를 던진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공화당 내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린다. 두 사람이 모두 최종 후보가 되면 두 명의 같은 후보가 2차례의 대선에서 연거푸 대결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이 이미 심각한 미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혐오 발언과 막말로 지지층을 선동했고 상대 진영을 악마화했다. 이를 타개하겠다며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도 현재까지 크게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3월과 이달 8일 각각 뉴욕 맨해튼 지검과 연방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를 당하자 대선 판세를 예측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트럼프 지지층은 강하게 결집하고 있으나 중도층 및 민주당 지지자의 반트럼프 성향 또한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바이든 모두 거부감 상당 둘은 모두 강약점이 뚜렷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이라는 우위를 바탕으로 각종 유무형 자원을 쉽게 동원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직을 포함해 부통령 8년, 상원의원 36년 등을 지내며 수십 년간 워싱턴 중앙 정계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기득권 이미지, 사고뭉치 아들 헌터의 각종 사건사고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끊이지 않는 건강 이상설과 잇따른 말실수 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주요국에서 ‘젊은 지도자’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80대 대통령의 재선까지 지켜봐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그의 건강 상태가 직무 수행에 큰 지장을 줬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고작 네 살 어릴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검찰로부터 기밀문서 유출과 사법 방해 등 37개 혐의로, 맨해튼 지검으로부터 문서 조작 등 34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 같은 사법 위험은 공화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출되는 내년 7월까지 그를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설사 유죄가 확정돼도 대선에 출마할 수는 있으나 법적 위험이 큰 인물을 후보로 선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미 헌법은 태어날 때부터 시민권을 보유하고, 35세 이상에 미국에서 14년 넘게 거주한 사람만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기소되거나 복역 중인 사람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여론조사에서는 두 사람 모두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여론조사기업 모닝컨설트가 9∼11일 실시한 조사에서 둘의 지지율은 42%로 같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반 년간 매주 발표한 둘의 지지율 조사에서도 두 사람 모두 40%대 초반의 지지율에 갇혀 있다. 둘 모두에 대한 거부감 또한 높다. 올 4월 NBC방송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 60%였다. “둘 다 출마했으면 좋겠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기소 후 트럼프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호한다”고 했다. 당내 경선의 최대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은 19%에 그쳤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이 ‘예선’인 공화당 경선에서는 호재일 수 있어도 ‘본선’인 내년 대선에서는 불리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정치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연방검찰이 기소한 사안들은 유죄 확정 시 최소 수십 년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라며 집권 전 범죄 의혹을 다룬 맨해튼 지검의 기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했다. 사법 위기가 계속되면 무당층은 물론이고 일부 우파 유권자도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경합주 결과’가 좌우 많은 전문가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미 경기 둔화를 꼽는다. 코로나19 초기였던 같은 해 2분기(4∼6월)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0%였다. 미 역사상 최악의 분기 성장률이어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 또한 ‘경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고물가가 이어져 물가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의 지난달 27∼31일 조사에서 18%의 응답자는 이번 대선의 최고 의제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의료 복지(12%), 일자리(10%), 기후·환경(10%) 등을 제쳤다. 이를 감안할 때 두 사람 모두 미국 내 일자리 늘리기, 특히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의 부활 공약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모두 ‘미국을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란 슬로건을 썼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집권 후 1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 등으로 평가받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편이었지만 최근 대선에서는 양당 모두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이 3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당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 곳이어서 민주당 패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을 얻었다.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간선제와 직선제를 혼합한 미 대선에서 각 주의 유권자는 양당 후보 중 한 사람에게 직접 투표를 한다. 여기에서 이긴 후보가 50개 주 각각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차지한다. 이를 통해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50개 주 중 많은 선거인단이 배정된 주는 캘리포니아(54명), 텍사스(40명), 플로리다(30명), 뉴욕(28명) 등이다. 이 중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텍사스는 공화당 텃밭으로 꼽힌다. 즉, 양당이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플로리다를 얻는 사람이 승리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2000년 대선에서도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미 전체 득표율에서는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앞섰지만 플로리다에서 패하는 바람에 백악관 주인 자리를 넘겨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모두 플로리다를 차지했다. 그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고 연방정부의 기소에 관한 재판 또한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열린다. 이종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 일부 주는 이미 선거 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경합주 결과가 승자를 결정지을 것으로 봤다.● 문화전쟁 의제도 주목 둘은 낙태, 총기, 이민, 인종차별의 역사와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교육 같은 ‘문화전쟁’ 의제에 대해 정반대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보수 성향 대법관을 3명 임명했다. 이로 인해 종신직인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법관으로 채워졌다. 이 같은 인적 구성이 지난해 6월 대법원이 1973년 이후 49년 만에 연방 차원의 낙태권 폐기를 결정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모두에게 좋은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권”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삼권분립 원칙이 엄격한 미국에서 행정부 수장이 사법부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할 정도로 낙태가 보혁 갈등의 핵심 의제임을 보여줬다. 지난달 텍사스주의 한인 교포 부부와 이들의 어린 자녀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졌을 때도 둘은 충돌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역대 미 대통령 중 최고의 총기 찬성자이자 총기 보유권을 명시한 ‘수정헌법 제2조’의 수호자”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이 죽어야 하느냐”며 공화당이 자신의 총기 규제 정책에 협조하라고 맞섰다. 미 인종 차별이 개개인의 편견이 아닌 사회 체제 자체에서 기인한다는 ‘비판적 인종이론(CRT)’ 교육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인종 차별 역사의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며 긍정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좌파의 세뇌 교육”이라며 “교실에서 CRT를 몰아내자”고 외친다. 집권 내내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은 난민 캠프가 아니다” “불법 체류자의 미 입국은 ‘침략’”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집권 중 추진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바이든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재집권하면 다시 장벽을 짓겠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합법 이민자와 불법 이민자를 구분해서 가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개인사도 대조적… “美 우선”은 공통 둘의 개인사도 대조적이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교도인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 탄광촌 스크랜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불과 30세에 인근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자수성가형이다. 이후 상원의원, 부통령을 차례로 거쳐 대통령에 올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세 번 도전해 백악관 주인이 됐으며 평생을 워싱턴 정계의 ‘인사이더’로 살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전에는 한 번도 정계에 몸담은 적 없는 ‘아웃사이더’였지만 첫 대선 도전에서 곧바로 백악관 주인이 됐다. 그는 1946년 뉴욕주 뉴욕시에서 부유한 독일계 개신교도 부동산 개발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뉴욕 맨해튼 도심 재개발, 인근 뉴저지주의 카지노 도시 애틀랜틱시티 등의 개발에 관여하며 큰돈을 벌었다. 2004∼2015년 NBC방송의 생존 경쟁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며 세계적 유명인이 됐다. 당시 그가 탈락한 예비 기업가에게 날리는 단골 멘트 “넌 해고야”는 국제적 유행어가 됐다. 집권 후 지금껏 적지 않은 나이에도 소셜미디어 활용에 능숙한 것 역시 평생을 대중 노출을 즐기며 살아온 성향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둘의 공통점은 ‘미국 우선주의’ 주창이다. 이로 인해 둘 중 누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도 ‘제2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미 기업 살리기 정책이 계속될 것이며 미중 갈등 또한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사회 전반이 미중 갈등의 후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국제학부 부교수는 “미중 갈등 와중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 정책 등을 고수하면 한국처럼 ‘낀 나라’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고 북한 주민들이 밝혔다. 영국 BBC방송이 중국 접경지 등에서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과 은밀하게 이뤄진 인터뷰에서다. 14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라는 북한 남성 A 씨는 “식량 공급 부족으로 이미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식량 부족 탓에 중국으로 몰래 넘어가려다 붙잡힌 주민 몇 명은 비공개 처형을 당했다며 “(북한에) 갇혀 죽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A 씨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자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면서 먹을 것이 없어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죽으러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양에 산다는 여성 B 씨는 이웃집에 물을 주기 위해 찾았다가 일가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상인이라는 여성 C 씨는 “장마당 물건 4분의 3이 원래 중국산인데 (북-중 국경 폐쇄로) 현재는 전부 비어 있는 상태”라고 증언했다. 밀수품으로 생계를 꾸리던 사람들의 수입이 전부 끊겼다는 것이다. BBC는 북한이 2020년 1월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중국 곡물 수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몰래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은 사살하라고 지시하는 등 국경 감시를 강화해 암시장에서 팔 식품 밀수입도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 피터 워드는 “전면적인 사회 붕괴나 대량 기근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송한나 국제담당 국장은 “지난 10∼15년간 볼 수 없던 기근이 발생하고 있다”며 “북한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라고 했다. 수십만∼수백만 명이 숨진 1990년대 초중반 ‘고난의 행군’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다. BBC는 북한이 지난해 탄도미사일 63발 시험 발사에 들인 비용은 5억 달러(약 6375억 원)가 넘는다며 이 돈이면 연간 곡물 부족량을 메우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이 심한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굵어 죽고 있다고 북한 주민들이 밝혔다. 영국 BBC방송이 중국 접경지 등에서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과 은밀하게 이뤄진 인터뷰에서다. 14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라는 북한 남성 A 씨는 “식량 공급 부족으로 이미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식량 부족 탓에 중국으로 몰래 넘어가려다 붙잡힌 주민 몇 명은 비공개 처형을 당했다며 “(북한에) 갇혀 죽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A 씨는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자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면서 먹을 것이 없어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죽으러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양에 산다는 여성 B 씨는 이웃집에 물을 주기 위해 찾았다가 일가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상인이라는 여성 C 씨는 “장마당 물건 4분의 3이 원래 중국산인데 (북중 국경 폐쇄로) 현재는 전부 빈 상태”라고 증언했다. 밀수품으로 생계를 꾸리던 사람들 수입이 전부 끊겼다는 것. BBC는 북한이 2020년 1월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중국 곡물 수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몰래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은 사살하라고 지시하는 등 국경 감시를 강화해 암시장에서 팔 식품 밀수입도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 피터 워드는 “전면적인 사회 붕괴나 대량 기근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송한나 국제 담당 국장은 “지난 10~15년간 볼 수 없던 기근이 발생하고 있다”며 “북한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라고 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이 숨진 1990년대 초중반 ‘고난의 행군’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다. BBC는 북한이 지난해 탄도미사일 63발 시험 발사에 들인 비용은 5억 달러(약 6375억 원)가 넘는다며 이 돈이면 연간 곡물 부족량을 메꾸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테일러 스위프트부터 비욘세까지 미국 대중음악가들을 대표하는 음원 제작사 협회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트위터를 상대로 3000억 원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음원 저작권 보호단체 전미음악출판협회(NMPA)가 17개 음원 제작사를 대표해 트위터에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 원) 이상 손해배상 소송을 테네시 내쉬빌 연방법원에 냈다고 14일(현지 시간) 전했다. NMPA는 고소장에서 “트위터가 사용자로 하여금 저작권자 허가 없이 약 1700곡 음원을 게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곡당 최대 15만 달러(약 1억9000만 원) 배상을 요구했다. 또 저작권자 요청을 받아 트위터에 오른 음원 콘텐츠를 삭제하는 속도가 느리다고도 적시했다. WSJ에 따르면 트위터는 미국 빅테크(대규모 정보기술·IT 기업)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중 유일하게 음원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모기업인 메타 그리고 틱톡 스냅챗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음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해 음원 사용료로 60억 달러(약 7조7000만 원)을 냈고 메타도 매년 수억 달러를 내고 있다. NMPA는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트위터에서 음원 저작권 침해가 만연해졌다”>며 “음악 플랫폼 기업과 작곡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는 2021년부터 유니버셜뮤직 소니뮤직 같은 대형 음반제작사와 저작권 협상을 벌였지만 지난해 10월 머스크의 인수 이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것. 앞서 NMPA는 2019년 홈피트니스 업체 펠로톤을 상대로도 2000건 넘게 저작권을 위반했다며 3억 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20년 초 양측이 새로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문제는 해결됐다. 하지만 WSJ는 머스크가 과거 법적 분쟁에서 합의 대신 재판을 불사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 이번 소송이 트위터 새 최고경영자(CEO) 린다 야카리노에게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암 환자가 완치된 후에도 암을 앓았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병력(病歷)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한다. 1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암 환자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암 치료가 완전히 끝난 지 5∼10년 된 사람이 금융기관, 입양기관 등에 자신의 병력을 알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21세 이전 암에 걸렸던 사람은 마지막 치료 이후 5년, 그 밖의 성인은 이후 10년 내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이 법안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2월 상원에 제출됐지만 처리에 진전이 없자 총리가 나선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암 병력 때문에 보험이나 대출, 입양 신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9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포르투갈 루마니아가 암 환자의 잊힐 권리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차이잉원(蔡英文·사진) 대만 총통이 자국 공군을 격려하기 위해 일선 장교들과 시험 교신을 하는데 난데없이 중국군이 무전 교신에 끼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중국군이 대만군을 감청하거나 대만 수뇌부의 일정이 중국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9일 가오슝에 있는 공군기지를 방문해 장교들과 시험 교신을 했다. 그런데 차이 총통이 “여기는 총통이다”라며 말을 건네자 갑자기 “여기는 중국 공군이다. 당신은 이미 우리의 영공에 침입했고 우리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차이 총통이 쓴웃음을 짓자 부대 관계자가 황급히 무선을 껐지만 당시 영상이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의해 고스란히 보도됐다. 차이 총통은 다시 교신을 시도해 정상적으로 교신을 마쳤다. 이 사태에 대해 천젠런 대만 행정원장(총리)과 대만 공군은 12일 “해당 메시지는 대만 공군이 감시하고 있는 다른 주파수에서 나온 목소리로, 총통의 교신은 해킹당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SCMP는 대만의 군 통신 보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교신 사태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대만 고위 관리들의 군사시설 방문 계획이 유출돼 중국이 고의적으로 꾸민 일일 수 있다는 것. 대만의 퇴역 공군 장성 창옌팅은 SCMP에 “무선 통신 보안에는 구멍이 없을 수 있지만 당국은 중국이 총통의 무선 교신 계획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며 “만약 중국군이 총통, 국방장관, 참모총장의 일정을 쉽게 알 수 있다면 중국인들의 대만 침투가 매우 심각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대만 국민당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정책연구소의 제중 보안전문가는 SCMP에 “(당시) 중국군의 경고는 대만이 아닌 외항기를 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총통이 교신을 시작한 바로 그 타이밍에 중국군의 메시지가 들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인공지능(AI)을 안전하게 활용하는 데 필요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중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이날 베이징 AI 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AI 콘퍼런스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시스템의 등장으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은 세계 최고의 AI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발전된 AI 시스템의 얼라인먼트(정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세계 최고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베이징 AI 아카데미는 중국 내 AI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라며 “올트먼이 이 콘퍼런스에서 연설한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오픈AI의 챗GPT를 사용할 수 없다. ‘월드코인’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올트먼 CEO는 방한 일정 중인 10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벤처스 사무실에서 그가 구상 중인 블록체인 기반의 월드코인 프로젝트 간담회를 열고 “월드코인과 AI를 통해 보편적 기본소득(UBI)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정쩌광(鄭澤光) 주영국 중국대사, 우장하오(吳江浩) 주일본 중국대사,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 등 주요국 주재 중국대사가 중화주의 일색의 공격적 발언을 거듭해 비판받고 있다. 외교 분쟁을 우려해 우회적이고 모호한 ‘수사(修辭)’로 일관하는 타국 외교관과 달리 주재국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데다 특히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타국 정상 및 장관을 향해 막말을 일삼아 “외교관이 외교 결례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내내 중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대외정책을 고수하는 데다, 외교부 대변인 시절부터 중국의 힘을 과시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인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지난해 말 부임한 후 이런 기류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주영국 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탈취한다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발언은 ‘신구자황(信口雌黃·사실을 무시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이라며 주재국 정상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수낵 총리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 러시아 등의 기술 탈취를 우려했다. 정 주영 대사는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했던 지난해 8월 총리 유력 후보였던 리즈 트러스 당시 영국 외교장관과도 충돌했다. 당시 트러스 장관이 그를 초치해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고 하자 정 대사는 “영국의 무책임한 언사를 단호히 거부하고 강하게 규탄한다”고 맞섰다. 우 주일 대사 또한 올 4월 말 도쿄 기자회견에서 ‘일본 일각에서 대만의 유사시 일본이 관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중국 내정을 일본 안보와 연계시키는 시도는 지극히 유해하며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루 주프랑스 대사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옛 소련 국가는 주권국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에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도 없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했다. 이후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중앙아시아 주요국이 거세게 반발했다. 친 부장은 과거 주미 대사 시절부터 거친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올 4월에도 “대만을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발언 후 “부용치훼(不容置喙·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해 외교 결례 비판을 받았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 북부 미시간주(州) 연방 지방법원 판사 후보로 지명된 한국계 법조인 수잔 킴 디클러크(49)가 7일(현지 시간) 상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인준 청문회에서 “나는 이민자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미시간주 노스빌 연방 검사로 일한 후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그를 연방 판사 후보로 발탁했다. 인준이 끝나면 미시간주 최초의 동아시아계 연방 판사가 된다. 9일 NBC방송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자신이 서울의 한 병원 계단에 버려진 뒤 미국의 싱글맘에게 입양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일이 없었다면 내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미국이 내게 준 놀라운 기회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늘 깊이 생각해왔다”며 “이민자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미국이라는 나라 뿐 아니라 미 정부에도 깊은 감사함을 느껴 법무부에서 일했다며 “나는 평등과 정의에 항상 진심이었고 이는 이민자로서 겪은 경험의 일부였다”고 강조했다. 디클러크는 이날 생물학적 어머니, 자신을 입양해준 어머니에게 모두 감사를 표했다. 그는 “훌륭한 여성 두 분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삶과 기회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유럽 리투아니아계 이민자 모친을 둔 딕 더빈 법사위원장은 “그의 인생은 이민이 미국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줬는지를 상징하는 ‘놀라운 이야기’와도 같다”며 “이민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정쩌광(鄭澤光) 주영국 중국대사, 우장하오(吳江浩) 주일본 중국대사,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 등 주요국 주재 중국대사가 중화주의 일색의 공격적 발언을 거듭해 비판받고 있다. 외교 분쟁을 우려해 우회적이고 모호한 ‘수사(修辭)’로 일관하는 타국 외교관과 달리 주재국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데다 특히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타국 정상 및 장관을 향해 막말을 일삼아 “외교관이 외교 결례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내내 중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대외정책을 고수하는 데다, 외교부 대변인 시절부터 중국의 힘을 과시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지난해 말 부임한 후 이런 기류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주영국 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탈취한다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발언은 ‘신구자황(信口雌黃·사실을 무시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이라며 주재국 정상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수낵 총리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 러시아 등의 기술 탈취를 우려했다. 정 주영 대사는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했던 지난해 8월 총리 유력 후보였던 리즈 트러스 당시 영국 외교장관과도 충돌했다. 당시 트러스 장관이 그를 초치해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고 하자 정 대사는 “영국의 무책임한 언사를 단호히 거부하고 강하게 규탄한다”고 맞섰다. 우 주일 대사 또한 올 4월 말 도쿄 기자회견에서 ‘일본 일각에서 대만의 유사시 일본이 관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중국 내정을 일본 안보와 연계시키는 시도는 지극히 유해하며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루 주프랑스 대사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옛 소련 국가는 주권국 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에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도 없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했다. 이후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중앙아시아 주요국이 거세게 반발했다. 친 부장은 과거 주미 대사 시절부터 거친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올 4월에도 “대만을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발언 후 “부용치훼(不容置喙·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해 외교 결례 비판을 받았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중국이 미국 남동부의 군사 시설을 감시하고 감청할 수 있는 도청 기지를 쿠바에 설치하고 그 대가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쿠바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쿠바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와 불과 약 160km 떨어져 있다. 그간 인도태평양 일대에서 중국과 거세게 대립했던 미국이 앞마당에서도 중국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배치를 시도했을 때는 미국과 소련이 전쟁 직전까지 간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다. 플로리다주 탬파에는 미 육해공군, 우주군, 해병대 등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 본부가 있다. 인근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에도 미군 최대 기지 ‘포트리버티’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쿠바에 도청 시설을 건설하면 미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냉전 시절 소련 역시 쿠바 수도 아바나 외곽에 미국을 대상으로 한 감청 기지를 운영했다. 중국은 그간 미국이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중국 본토와 중국군 기지를 상대로 광범위한 첩보를 수집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감안할 때 중국 또한 쿠바에서 미국을 겨냥한 도청 기지를 운영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진단했다. 이에 이날 야당 공화당의 대중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쿠바에 기지가 건설되면 미 국가 안보와 주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국내외 지역에서 안보를 확실히 지키고 있다”며 이번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WSJ는 기지 관련 정보가 최근 수 주 동안 수집된 것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미 고위 관리들 또한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혁신가와 기업가가 넘쳐나는 미국을 만들겠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더그 버검 미국 노스다코타 주지사(67·사진)가 7일 야당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구가 불과 2000명인 북서부 노스다코타주 작은 마을 아서에서 태어난 그는 잇따른 창업과 매각으로 15억 달러(약 1조9500억 원)의 재산을 지닌 거부(巨富)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재선 주지사에도 올랐다. 이날 출마 연설에서 “모든 이가 성장하고 번창할 때 국가도 승리할 수 있음을 경험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자수성가한 자신이 바로 미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고 외쳤다. 버검 주지사는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자신이 근면, 성실, 겸손과 같은 미국을 만든 근본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부, 목장주, 소상공인 등 평범한 미국인이 매일 하는 일을 이해하고 그들과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작은 마을의 가치’가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답게 그는 주지사 취임 후 내내 감세, 규제 완화 등 친(親)시장경제 정책을 폈다. 다만 노스다코타 인구가 78만 명으로, 미 전체 51개 주 가운데 47위에 불과하고 주 바깥에서는 인지도가 낮아 전국적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1% 내외를 나타내고 있다.● 트레이드마크는 ‘감세’ 1956년 아서에서 태어난 그는 노스다코타주립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회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GPS’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다 회사를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11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이후 2007년까지 MS 부사장을 지냈고 특히 기업용 소프트웨어 ‘엔터프라이즈’를 MS의 주요 사업으로 만드는 데 관여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버검이 MS의 영혼을 찾을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며 그의 경영 능력을 호평했다. 이후 부동산 개발회사 ‘킬번그룹’, 고향의 이름을 딴 벤처캐피털 ‘아서벤처스’ 등을 설립해 15억 달러의 재산을 모았다. 그의 자수성가 스토리는 정계 진출의 디딤돌이 됐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채로 2016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승했다. 4년 후에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버검 주지사는 이날 출마 선언의 슬로건으로 ‘경제를 위한 지도자’를 내세웠다. 자신의 취임 전 노스다코타 주정부가 적자 상태였지만 이를 흑자로 돌려놨고, 다양한 감세 조치를 취했다며 미 전체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인, 경찰관, 보안관 등의 퇴직금에 대한 주 차원의 소득세를 없앴다. 올 4월에는 일반 시민에 대한 총 5억1500만 달러의 소득세 및 재산세 감면 법안도 통과시켰다. 개인 대상으로는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다. 노스다코타의 주력 산업인 석유를 거론하며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고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감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방이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며 미 전체의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동맹과 우방국에도 더 많은 미국산 에너지를 판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버검 주지사는 인종, 성(性) 정체성 등을 둘러싼 ‘문화전쟁’ 의제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 어떤 대선 후보 못지않게 강경한 편이다. 올 4월 임신 6주 차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해 낙태 찬성론자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 법은 성폭행 등으로 인한 임신에도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 같은 달 트랜스젠더 여성이 초중고교 및 대학 내 여성 운동팀에 들어가는 것 또한 금지했다. 이로 인해 이날 그의 출마 선언장 밖에서 일부 성소수자들이 반대 시위를 펼쳤다. 2021년 12월에는 노스다코타주에서 인종 차별이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 체계 때문이라는 ‘비판적 인종이론(CRT)’의 교육을 금지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국제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독일은 세계 처음으로 탈원전을 실행에 옮긴 나라입니다. 4월 16일 독일의 마지막 남은 원전 3곳이 모두 멈춰 섰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을 서서히 줄여오다 이번엔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 독일이 한편으론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에너지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으니까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독일은 그동안 의존도가 높았던 러시아산 가스를 쓰지 못하게 돼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졌습니다. 그 여파로 전기요금이 유례없이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9월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 세계 3위로 한국의 5배가 넘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전기나 냉난방비 급등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을 독일인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 생각할까. 국내와 독일에 있는 독일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참고로 독일 공영 ARD방송이 4월 독일 성인 12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59%가 ‘탈원전 반대’였습니다.) ▽기자독일 정부가 탈원전을 실행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팀저는 기본적으로 ‘탈원전’에 반대하고, 특히 지금 이 시기에 탈원전하는 것에는 더더욱 반대합니다. 현재 우리는 1970년대 이래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우리가 가진 에너지원은 최대한 모두 활용해야 하는 시기라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원전은 반드시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요.▽베른하르트과거 정부가 탈원전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독일엔 (거의 대부분 러시아산인) 가스라는 좋은 대안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수급 구조를 변화시키려 한다면 원자력을 그런 변화로 가는 ‘다리’로 사용하다가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생산되면 그때 폐기하는 게 맞다고 봐요. ▽싸이저는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에 찬성해요. 하지만 지금 이 시기라면 탈원전은 시기상조예요. 원전을 더 짓자는 게 아닙니다. 에너지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이미 운영 중인 원전이라면 최대한 활용하자는 거죠. 원전 건설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원전은 장기간 사용할수록 경제성이 높아져요. 현재 독일에 있는 원전은 당연히 가동 가능 연한이 남아 있고요.● “탈원전한다며 석탄 발전 재가동하는 게 무슨 친환경인가”▽기자탈원전이란 목표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시기가 언제인지도 중요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독일인들은 최근 에너지 위기로 인한 전기요금 급등을 피부로 실감할 것 같은데 실제 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나요?▽팀전기요금이 많이 오른 건 맞지만 임금도 같이 올랐고 정부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어서 일상생활에 큰 충격은 없습니다. 다만 기업들은 직격타를 맞았겠죠. 비싼 에너지 비용은 독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저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어요. 전쟁 발발 이후 히터는 오직 곰팡이가 안 생길 정도로만 써요. 불필요하게 냉난방을 안 하기 위해서 계량기로 온도와 습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있고요.▽싸이지난해 겨울에 정말 힘들었어요. 가스요금이 엄청 올랐거든요. 히터를 최대한 조금 틀어야 하니 평소 겨울보다 옷을 더 많이 껴입었고 이불, 담요도 여러 겹 덮고 잤어요. 또 예전엔 회사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동시에 여러 개 켜두고 일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어요. 다만 기존에 하던 문화생활을 포기한다든가, 식비를 아껴야 할 만큼 큰 타격은 없는 것 같아요.▽베른하르트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에너지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에 속합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계속 높여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재생에너지는 생산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각종 정책적 비용이 에너지 가격에 반영되어 있기도 하고요. 최근엔 정부가 한술 더 떠서 가계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히트펌프’라는 냉난방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해서 논란이 되고 있어요. (4월 독일 정부는 내년부터 화석연료 보일러의 신규 설치를 금지하고, 새로 설치하는 보일러의 65%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가동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냉난방장치인 ‘히트펌프’ 설치 보조금을 일부 지원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고비용이어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핵폐기물 덜한 더 뜨거운 지구’ vs ‘핵폐기물 있는 덜 뜨거운 지구’▽기자탈원전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감수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팀오해가 없어야 하는 게 저는 강력한 환경 보호론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원전을 하겠다면서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려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한 정부에 더욱 분노하는 겁니다. (지난해 독일 정부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 급감 문제 해결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했다.) 환경을 고려한다면 ‘탈원전’보다 ‘탈석탄’이 우선이에요. 원전의 가장 큰 환경 문제는 ‘핵폐기물’이에요. 하지만 미래세대에 ‘핵폐기물은 덜하지만 더 뜨거워진 지구’를 남겨주는 쪽과 ‘핵폐기물과 함께 덜 뜨거운 지구’를 물려주는 쪽 중엔 후자가 낫습니다. 더 나아가 석탄 사용을 늘린 정부의 결정으로 정부의 다른 저탄소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손상됐다고 봅니다.▽싸이저 역시 인류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기후 위기라고 생각해요. 근데 기후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화석 연료죠. 아무리 핵폐기물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화석연료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원전보다 훨씬 더 큽니다. 다른 나라 정부들이 원전을 유지하는 이유가 석탄 사용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는데 탈원전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거죠. ▽베른하르트환경보호 정책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독일의 환경정책은 고비용만 수반하고 기후 위기 해결에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어요. 우선 석탄발전소 재가동으로 이제 유럽 국가들 중 거의 가장 더러운 ‘에너지 믹스(에너지 생산을 위한 발전 수단의 구성비)’를 보유하게 됐죠. 환경보호를 위해선 모든 기술들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해요. 단순히 탈원전을 해버릴 게 아니라 소형모듈 원자로나 핵융합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기자독일 정부가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최소 8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인데 재생에너지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그땐 탈원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팀재생에너지는 당연히 이상적인 수단이죠.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저장돼 있었다면 탈원전을 해도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기후 위기는 코앞에 다가왔잖아요. 파리기후협약(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을 지키길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상주의에 빠져있을 여유가 없습니다.▽베른하르트정치인들은 종종 너무 먼 미래의 야망적인 목표를 정하고 당장 지금 취해야 할 것들을 등한시하는 실수를 범합니다. 독일 정부는 탄소중립적인 원전 대신 석탄 발전을 하는 게 일시적 문제라며 무시하고 있죠. 하지만 석탄 발전으로 인한 문제가 구체화할 때 그들은 이미 은퇴해있겠죠. 해가 화창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태양열이나 풍력으로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는 날도 있겠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론 전체 전력의 5%도 채 생산하지 못하는 날들도 있다는 걸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 안전한 독일 원전 버리고 원전 확대하는 프랑스서 에너지 수입▽기자핵폐기물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원전의 안전성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싸이물론 사고 가능성을 100% 부인할 순 없죠. 하지만 엔지니어로서 독일 원전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독일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안전 규정하에 건설되고 가동돼요. 게다가 독일은 지진도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테러 위험 정도가 우려할 만한 일이예요.저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에 있는 아헨이란 도시에서 사는데요. 여기서 벨기에까지는 차로 15분 거리에요. 독일 내 다른 남부 도시들보다 더 가깝죠. 근데 벨기에는 노후 원전을 계속 연장해서 가동하고 있어서 최근 유럽에서 반발이 커요. 이런 원전을 옆에 두고 있는 상태에서 독일에 있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원전을 닫아버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독일은 섬나라가 아니에요. 국가 간 거리가 가까운 유럽에선 다른 나라와 정책의 발을 맞추는 게 필수적이에요. 우리가 아무리 원전 3기 가동을 중단해봤자 프랑스는 50기 이상의 원전을 갖고 있고 여기에 6기를 더 짓고 있어요. ▽베른하르트독일에선 50년이 넘게 원전이 운용되면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어요. 기술적으로 앞으로 수년은 더 사용할 수 있고요. 그런데 보세요. 러시아산 가스와 원전을 사용하지 못하니 독일에선 에너지가 부족해졌어요. 그러자 안전하고 현대적인 우리 원전을 내버려두고 전력의 60~70%를 원전에서 생산하는 프랑스로부터 일부 전력을 수입하죠.(독일은 프랑스로부터 전력을 일부 수입하고 있지만 더 많은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 정작 우리는 프랑스 원전의 안전성을 전혀 규제할 수 없는데 말이죠. 얼마나 모순적인가요.▽팀독일이 ‘재생에너지로의 전면적인 전환’이란 목표를 이루기도 전에 에너지난을 겪게 돼 주변 유럽국들에 손을 벌리는 날이 더 빨리 올지도 모릅니다. 이미 프랑스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처럼요. 유럽 다른 나라 친구들도 저한테 “독일 정부의 탈원전 결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아요. 결국 본인들이 도와주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8~19세 자녀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비율이 한국 학생 평균보다 약 10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가 지난해 자체적으로 처음 시행한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와 이민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12월 서울에 91일 이상 거주한 만 20~75세 결혼 이민자 및 귀화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령기 자녀 중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5.8%였다. 2021년 교육부 기준 한국 학생의 평균 학업중단율은 0.6%로 약 10배에 이른다.실제로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은 서울에 거주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로 ‘자녀 양육 및 교육’ 문제를 꼽았다. △경제활동 기회획득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차별 △주택 등 주거공간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가장 필요한 행정서비스도 ‘자녀 학습 및 교육지원 서비스’라고 답했다.서울시와 공동으로 이번 조사를 시행한 이민정책연구원은 “서울시 이민자 중에는 특히 ‘동포 체류자격’을 통해 온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 자녀는 중도입국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취학 및 학업 중단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민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중도입국을 하는 자녀들은 이미 이전 나라에서 학교에 재학하다가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새로운 교육문화 및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 초점이 ‘2세’에 맞춰져 있지 않다“며 ”갓 입국한 학생들과 한국 공교육을 잇는 역할을 하는 ‘예비학교’를 더 많이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다문화가족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노동자 5명 중 1명(22.8%)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폐업’을 겪었으며, 휴업·영업시간 단축·매출감소를 겪은 비율은 절반을 넘는 51.8%에 달했다.임금노동자의 약 27% 역시 임금이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10.4%는 휴직, 3%는 해고를 당했다고 해 고용취약성을 드러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6·25전쟁 때 튀르키예군은 잠시 전투만 하고 떠난 것이 아니라, 한국인과 진심으로 어우러져 살았다고 생각한다.”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2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주한 튀르키예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살리흐 무라트 타메르 대사는 많은 참전국들 중 유일하게 튀르키예만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당시 병력을 보낸 16개 유엔 참전국 중 4번째로 많은 육군 2만1212명을 파병해 △전사 및 사망자 996명 △부상자 1155명 △포로 244명 등 총 2365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참전국 중 3번째로 큰 피해다. 쿠웨이트 대사, 우크라이나 오데사 총영사 등을 지낸 타메르 대사는 지난해 한국에 부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튀르키예는 6·25전쟁 참전국들 중 4번째로 많은 군인들을 파병했고, 3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한국 전쟁을 지원했던 배경과 그 의의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모든 세계가 힘든 상황이었고, 한국 역시 공산주의 독재정치를 하려던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파병이 큰 의의를 갖는 것 같다. 게다가 한국과 튀르키예의 역사는 70~80년 된게 아니라, 15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나왔다. 심지어 과거에도 (고구려와 돌궐족이) 전쟁에서 같은 편이었다.”―여러 참전국들 중에서도 튀르키예만 ‘형제의 나라’라는 별명을 지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얼마 전 6·25전쟁 발발 당시 8살이었던 한국인 생존자를 만났는데, 특히 튀르키예군과 미군은 한국인과 교류가 잦았기 때문에 한국 어린이들이 좋아했다고 하더라. 양국이 약 8000km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유사성 때문인지 실제로 튀르키예 군인들은 한국에 잘 적응했다고 한다. 여러 모로 튀르키예 군인들은 6·25전쟁에서 잠시 전투만 하고 떠난 것이 아니라 한국인과 진심으로 어우러져 살았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튀르키예 군인들이 경기 수원시에 ‘앙카라 학교’를 짓고, 정전 한참 후인 1971년까지 한국에 머무른 것 역시 이를 보여준다.”(튀르키예 참전용사들은 전쟁 중 ‘앙카라 학교’를 짓고 10여 년간 한국인 전쟁고아 640여명을 돌봤다.)―3년간 튀르키예 군은 수많은 주요 전투에서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미 워싱턴포스트(WP)가 “터키군이 전투에서 보여준 무용(武勇)은 말로 설명하기 조차 어렵다”고 전한 기사도 남아 있다. 튀르키예 군이 참여한 주요 전투와 핵심적 기여를 설명해줄 수 있는지? “김량장리 전투가 대표적이다. 1951년 1월 중공군 점령하고 있던 경기 용인시 김량장리를 튀르키예군이 백병전을 불사해 탈환했다. 여기서 지면 전쟁에서 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요한 전투였는데, 튀르키예군이 대승을 거둬 계속 후퇴하던 유엔군이 재반격에 나서는 전환점이 됐다.”(이 전투에서의 전공(戰功)을 인정 받아 튀르키예군은 한국과 미국 정부로부터 부대표창을 받았다. 지난달 국가보훈처는 이 일대를 ‘튀르키예의 길’로 지정했다.)―정전 70주년을 맞아 올해 계획하고 있는 행사가 있는지?“감사하게도 한국 국가보훈처가 튀르키예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매년 초청 사업을 진행해 7월에도 몇 분이 방한하실 예정이다. 대부분 90세를 넘겼지만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여겨 방한에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도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는데, 숨진 전우의 비석을 쓸어보시며 수십 년이 지났어도 어제 일처럼 전쟁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하시더라. 전쟁을 겪지 않은 우리 세대는 무슨 기분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이밖에 영화 상영제를 열고, 오스만 제국 시절 만들어져 ‘세계 최초의 군악대’로 알려진 튀르키예 군악대 ‘메흐테르’가 부산과 충남 계룡에서 공연을 펼친다. 서울에서도 공연할 수 있도록 시와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는 튀르키예 공화국 설립 100주년이기도 하다. 평소 ‘앙카라 학교’ 출신 한국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데, 올해 기념행사에 초청해 합창 공연을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지난해 한국 대사로 부임하셨다. 한국에서 지내는 소감이 어떠신가?“원래도 한국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첫날부터 내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주변에서도 (한국에 부임한 나를) 부러워 했다. 전날에는 7, 8개국 대사들이 모인 행사에서 한국인 관계자가 ‘형제의 나라’라며 나를 유독 반겨주셨다. 이런 일이 종종 있는데 내심 뿌듯하다. 주튀르키예 한국대사도 튀르키예에서 종종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하시더라.(웃음)”―현재 튀르키예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떻나?“튀르키예에는 원래 식당 앞에서 줄 서는 문화가 없는데, 요즘 한식당 앞에만 줄이 늘어선다. 최근 딸 생일파티에서 보니 주요 대화 소재가 ‘블랙핑크’더라. 요즘은 비단 튀르키예뿐 아니라 전세계 어딜 가든 한류 열풍은 비슷할 것 같다.”―과거 우크라이나 오데사 총영사도 지내셨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해 충격이 크셨을 것 같다.“부인이 우크라이나인이다. 가족관계를 떠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은 것은 분명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다. 전세계적 기준에서라면 누구나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 우크라이나에서 자주 갔던 카페나 식당, 친구 집이 모두 붕괴됐다. 오죽하면 어린 아이들조차 날아다니는 ‘드론 소리’만 듣고도, 이 드론이 지금 자신의 동네를 폭격할지, 다른 지역으로 가고있는 지 알아 맞출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라. 슬픈 일이다.”―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한국도 대(對)중국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받지만 중국과의 오랜 관계나 중국 시장 등을 고려할 때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러시아의 침공은 분명 잘못됐지만, 튀르키예와 러시아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올 2월 튀르키예 남부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 정부가 재건을 돕기 위해 튀르키예에 공병부대를 파견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현재 복구는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아직 건물 재건 단계는 아니고 붕괴된 건물들을 철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후 재건 단계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한국에 공병부대 파견 요청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그 단계는 아니다. 그래도 피해지역에서도 이번 대선 투표가 이뤄졌을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다. 또한 감사하게도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이재민을 위한 컨테이너 마을을 지어주고 있다. 지진 직후 천막 안에서 생활하던 이재민들이 지금은 컨테이너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지난달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의 연합시민단체 ‘ASTOP’은 주재국 대사들 중에선 유일하게 한국대사에 지진 재난 지원활동 공로자를 위한 감사패를 수여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튀르키예군은 6·25전쟁 때 전투만 하고 떠난 것이 아니라 한국인과 진심으로 어우러져 살았다. 많은 참전국 중 유일하게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2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주한 튀르키예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살리흐 무라트 타메르 대사는 튀르키예 참전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공산주의 독재로부터 한국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켜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당시 병력을 보낸 16개 유엔 참전국 중 4번째로 많은 육군 2만1212명을 파병해 사상자 2365명을 냈다. 타메르 대사는 “얼마 전 만난 6·25전쟁 한국인 생존자가 당시 튀르키예군과 미군은 한국인과 교류가 잦았고,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했다고 하더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튀르키예 군인은 경기 수원시에 ‘앙카라 학교’를 짓고 10여 년간 전쟁고아 수백 명을 돌봤다. 타메르 대사는 “이 학교 출신 한국인들과 연락한다”며 “올해 튀르키예 공화국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임한 타메르 대사는 “주변에서 ‘형제의 나라’로 간다며 부러워했다”면서 “어제 7, 8개국 대사들이 모인 행사에서 한국인 관계자가 나를 유독 반겨주셨다. 이런 일이 종종 있는데 내심 뿌듯하다”며 웃었다. 또 “튀르키예에는 원래 식당 앞에서 줄 서는 문화가 없는데 요즘 한식당 앞에만 줄이 늘어선다”며 “최근 딸 생일파티에서 보니 주요 대화 소재가 ‘블랙핑크’였다”면서 튀르키예 내 한류 인기를 전했다. 타메르 대사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총영사를 지냈고 부인도 우크라이나인이다. 그는 “러시아가 침공해 우크라이나인의 자유를 빼앗은 것은 분명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우호적인 관계에 대해 “한국도 대(對)중국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받지만 중국 시장 등을 고려할 때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며 “튀르키예와 러시아 관계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인공지능(AI)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과 기업은 도태된다. AI 시대에는 걷지 말고 뛰어야 한다.” 대만계 미국인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60)가 27일(현지 시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있는 국립대만대 졸업식에 연사로 등장했다. 그는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AI에 능숙한 사람은 일자리를 잃지 않는다”며 AI 시대에 빨리 적응하라고 주문했다. 황 CEO는 자신이 1984년 미 오리건대를 졸업했을 때만 해도 스마트폰, 평면 스크린 등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제 일상이 됐다면서 “컴퓨터 혁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더 복잡한 세상을 마주하게 됐는데, 최근 상황도 40여 년 전과 흡사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AI 시대에 빠르게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으면 뒤처질 위험이 있다”며 “40년간 우리는 PC,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AI 시대를 만들었다. 무엇을 만들든지 간에 걷지 말고 뛰어야 한다. 그래야 잡아먹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AI는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부(副)조종사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일부 일자리를 쓸모 없게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는 AI용 GPU 시장에서도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지 않는 ‘설계 전문회사’(팹리스)로 제조의 대부분을 대만 TSMC에 의존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의 한 일식당에서 황 CEO를 만난 사진이 공개돼 양 사 협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만 2배로 뛰어 세계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00조 원)를 눈앞에 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황 CEO의 개인 재산 또한 163억 달러(약 22조 원)다. 1963년 대만 남부 타이난에서 태어난 그는 9세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주했다. 오리건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으로 각각 학사,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1993년 엔비디아를 설립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해 6월 트위터에서 ‘(차기 미국 대선에서) 누구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말했다. “디샌티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5)가 24일 오후 6시 트위터 음성 대화 플랫폼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머스크와 대화하며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미 NBC방송은 팔로어 1억4000만 명의 ‘빅마우스’ 머스크가 큰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했다. 2016년 대선과 재임 내내 기존 언론보다는 트위터를 적극 활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공화당 내 경쟁자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위터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것도 흥미롭다.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 처음 나선 디샌티스를 공식 지지했다. 이후 ‘리틀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고 시간이 지나며 ‘뇌 있는 트럼프’로 불렸다. 이제 한때 멘토 격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일전만 남았다.● 보수주의 가치 신봉 “정부를 ‘일일 드라마’처럼 운영하지 않겠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에서 이렇게 밝혔다. 돌출성 발언과 행동이 끊이지 않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자신은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그가 말하는 합리적 정책의 토대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다. 반(反)이민, 반낙태, 감세를 줄기차게 주장한다. 그가 전국 매스컴과 공화당 유권자 주목을 끌게 된 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마스크 착용 및 백신 접종 의무화와 록다운 정책을 고수한 데 반대하면서다. 방역보다 자유를 앞세운 그는 “정부가 개인 자유를 제한한다”며 주(州)법으로 방역 조치를 속속 해제했다. “85쪽짜리 문서와 2쪽짜리 그 요약본이 있다면 무조건 문서를 읽는다”는 그의 성격대로 “방역 강화와 코로나19 감소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많은 의학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최근 1년여는 ‘정치적 올바름’ 관련 이슈를 놓고 미디어 공룡 디즈니와 문화전쟁을 벌이며 보수층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고 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를 운영하는 디즈니는 지난해 3월 플로리다 주의회가 초등학교 3학년 이하에게 동성애 같은 성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법을 폐지하라”고 반발했다. 디샌티스가 1967년부터 디즈니월드에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한 주법을 폐지하겠다고 하자 디즈니는 지난달 ‘정치 보복’이라고 맞섰고 양측 간 고소전으로 번졌다. 디즈니는 이달 18일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 플로리다 신사옥 건립 계획을 취소한다”고 압박했다. 신규 일자리 2000개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22일 대통령이 되면 재선까지 성공해 현재 보수 6명, 진보 3명인 연방대법관을 보수 7명, 진보 2명으로 바꾸겠다고 밝히는 등 보수적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명문대 졸업과 이라크전 참전 디샌티스 주지사는 1978년 플로리다 잭슨빌의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다녔고 모친은 간호사였다. 예일대에서 사학을 전공해 우등 졸업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해군에 법무관으로 입대해 이라크전쟁에 참전했고 무공훈장도 받은 가톨릭 신자다. 2012년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3선을 한 뒤 2018년 주지사가 됐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난에도 재선에 성공해 대선 주자 위치를 굳혔다. 공화당 강경 보수 모임 ‘프리덤 코커스’에 속해 있다. 지역방송 앵커 출신인 아내 케이시(43)와 2009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해군 장교 시절 골프장에서 골프공이 담긴 바구니를 쳐다보던 케이시가 자신을 바라본다고 착각해 먼저 말을 건 것이 인연이었다.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에 나라를 위해 싸운 이력과 경험은 보수층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서 젊음은 무기로 평가된다. 그러나 열성 지지층과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까지만 해도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 이후 ‘보수 결집’ 현상으로 현재 그에게 30%포인트 안팎으로 뒤지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위에서 한 여성이 우크라이나 국기와 같은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몸에 피를 연상시키는 빨간 물감을 뿌리는 돌발 시위를 벌였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21일(현지 시간) 칸 영화제 주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발 앞 계단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이 우크라이나 국기와 동일한 노란색, 파란색이 섞인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이 여성은 레드카펫 계단이 깔린 정중앙으로 올라가 드레스 속에 넣어온 액체가 담긴 병 2개를 꺼내 자신의 머리 위에 부었다. 핏빛의 붉은색 액체가 흘러내리며 여성의 머리와 옷을 뒤덮었고 보안요원들이 다급히 다가와 여성을 끌고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는 취재진의 이목이 이 여성에게 집중됐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암시하는 명백한 반전 시위”라며 “여성의 신원이나 어떤 이유로 시위를 한 것인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 위에선 예전부터 이 같은 돌발 시위가 자주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한 여성이 레드카펫에 난입해 우크라이나 국기와 같은 노란색, 파란색 보디페인팅을 한 채 윗옷 탈의 시위를 벌였다. 그는 “우리를 성폭행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몸에 썼다. 러시아군의 성폭행 범죄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칸 영화제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의 참가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앞서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와 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칸 영화제 개막식에선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우크라이나 시를 낭송하며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