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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와 자동차 래핑, 스마트폰 케이스, 심지어 소주병 라벨까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은 해외 고위 관료들과의 교섭장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개최지 국민들의 열기’ 또한 유치를 위한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의 ‘선봉대’로 뛰고 있는 기업들은 부산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아 ‘부산엑스포 스페셜 에디션’을 잇달아 선보여 왔다. 삼성전자는 8월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Z플립5·폴드5’ 공식 판매에 맞춰 부산엑스포 케이스를 출시했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이혜전 작가가 디자인에 참여했고 부산 갈매기, 동백섬 등 대표 이미지와 랜드마크를 활용해 부산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톰 브라운, 메종 마르지엘라 등 주로 명품 브랜드 업계와 협업해왔던 삼성이 이번에는 국내 디자이너와 손잡고 부산엑스포 홍보 지원에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은 5월 부산엑스포 특별기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글로벌 아티스트인 블랙핑크 멤버들의 사진과 함께 부산엑스포 응원 문구가 래핑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가 인천공항 격납고 앞에서 공개됐다. 이 래핑 항공기는 6월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까지 유치위 관계자 등 200여 명을 실어 날랐다. 이후 엑스포 유치 기간 동안 전 세계 하늘을 날며 부산엑스포 홍보에 나서게 된다. 현대자동차의 래핑 전기차도 국내외에서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산엑스포 응원 메시지를 래핑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등 현대차그룹 전기차 3종 10대가 연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과 6월 파리 BIE 총회에서 시내 곳곳을 누비며 각국 대표단의 이동 차량으로 제공됐다. 이 전기차들이 루브르박물관과 에펠탑, 개선문 등 파리 주요 관광 명소 주변을 달리는 모습은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산엑스포 유치 염원은 소주병에도 등장했다. 지역 주류업체인 대선주조는 지난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특별 에디션 2030만 병을 생산해 유통을 시작했다. 특별 에디션은 라벨에 부산엑스포의 상징 로고와 푸른 물결 무늬를 차용했다. 올해 4월에는 BIE 현지실사단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30년산 매실주 ‘대선골드 스페셜 에디션’을 내놨다. 해당 매실주는 윤석열 대통령이 6월 파리에서의 부산엑스포 유치 리셉션에서 각국 대표들에게 건배주로 나누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동아에스티는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 등 유치 응원 메시지를 담은 수출용 스페셜 에디션 캔 박카스를 준비했다. 이 제품은 7월 캄보디아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유럽, 미주 지역까지 전 세계로 수출됐다. 동아에스티 측은 “박카스는 캄보디아 등 몇몇 국가에선 글로벌 경쟁 제품인 레드불을 제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번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부산 엑스포 결정, 석달 앞으로61조 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되는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기업인들은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2년여간 156개국을 상대로 유치전을 펼쳤다. 11월 28일 부산은 샴페인을 터트리게 될까.》 “이름도 못 들어봤던 나라들을 1박 2일로, 아니면 ‘무박 2일’로도 숱하게 다녔죠.” 8월 말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중남미 출장에서 막 돌아온 한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바로 다음 주(9월 첫째 주) 유럽 출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으로 뛰고 있는 주요 그룹 기업인들은 8월 16일 기준 총 109개국을 해외 출장으로 방문했다. 국내로 초청한 국가들을 포함하면 156개국과 만났다. 교섭 횟수는 총 772회에 이른다. 2021년 7월 13일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창립 이후 764일간 하루에 한 번씩은 교섭을 진행한 셈이다. 2030 엑스포 개최국은 11월 28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최종 선정된다. 정부와 산업계가 2년여를 함께 준비해 온 ‘결전의 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숨가빴던 지난 2년의 여정만큼 남은 기간도 경쟁국들과의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 “비행기가 집처럼 익숙해졌다”는 기업인들 기업 총수들도 예외는 없었다.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선 4차 BIE 총회에서 ‘목발 투혼’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매번 출국 때마다 국가별로 고려할 특성과 한국의 세일즈 포인트를 브리핑 받으며 일일이 보완하느라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였다. 무박 혹은 1, 2박에 서너 국가를 도는 출장 행군을 이어 오면서도 교섭국 대표를 만나면 끈질긴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그런 그도 6월 파리 출장과 곧바로 이어진 장기 출장을 마치고는 “이번엔 처음으로 체력적으로 힘들더라”라고 주변에 토로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대표도 민간위원으로 뛰면서 ‘역대급’ 해외 일정을 소화해 왔다. 1국가당 1표가 주어지는 BIE 총회 특성상 한국과 교류가 전혀 없다시피 했던 소국과 도서국들에도 직접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파나마 대통령궁을 찾아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접견했다. 지난해 10월 정 회장은 에두아르트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를, 구 대표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각각 현지에서 만나 ‘인증샷’을 남겼다. 총수들이 앞장서 현장 출격에 나서면서 기업들도 유치 전략 마련에 사활을 걸었다. 한 주요 그룹 계열사 사장은 “현지 유치를 나가 보면 결국은 고려할 점이 세 가지”라며 “첫째,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카드가 뭔가. 둘째, 우리가 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가. 셋째, 그 나라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은 출장에 앞서 방문하는 국가와의 투자 협력 방안을 치밀하게 준비한다. 주요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지 법인이나 교류가 없었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엑스포 유치 출장을 통해 예상치 못한 사업 물꼬를 터 오는 경우도 생긴다. 삼성은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일환인 정보기술(IT) 인재 양성 기회를 넓혔고, SK는 비상 통신망 사업과 수소 등 차세대 사업 협력을 늘렸다. 현대차와 LG는 현지 대리점 등 판매망 확장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리튬, 텅스텐 등 그간 교류가 없어 미처 채굴되지 않았던 신흥국의 자원 공동 개발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기업들이 엑스포 유치 활동에 치중하느라 부담이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며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그간 미지로 남아 있던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을 이 기회에 만나며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거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옴시티’의 리야드, ‘친환경’ 내세운 로마 최종 투표 무대에 오를 후보지는 대한민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곳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국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한국 유치위원회가 특정 BIE 회원국에 방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곧바로 사우디 유치위 인사들이 같은 곳을 찾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유치위 관계자는 “유치 활동 초기에는 엑스포 응원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방문 국가와 성과를 대외에 홍보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지금은 그조차도 전략 노출이 될 수 있어 해외 활동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사우디는 ‘변화의 시대: 통찰 있는 내일을 위한 동행’을 엑스포 주제로 밝히고 있다.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고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는 그간 석유 생산에 의존해 온 경제 시스템을 바꾸려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엑스포 개최는 사우디로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셈이다. 이에 사우디는 BIE 회원국들에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까지 사막 위에 1조 달러(약 1323조 원)를 들여 서울의 43배에 이르는 친환경 미래 도시를 짓겠다는 네옴 프로젝트 역시 대표적인 세일즈 포인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원하는 회원국들이 줄을 서 있어서다. 하지만 주류 판매 금지, 대중교통 등 열악한 인프라, 여성 인권 억압 등 경직된 사회 분위기는 리야드의 한계로 꼽힌다. 여기에 국제 인권단체들이 최근 사우디가 에티오피아 난민 655명을 집단 학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사우디가 대대적으로 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면서 ‘스포츠 워싱’(스포츠로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을 시도하는 것처럼 ‘엑스포 워싱’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후보지인 이탈리아 로마는 ‘사람과 땅: 도시 재생, 포용과 혁신’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5년 이미 밀라노 엑스포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2030년 엑스포에는 부산, 리야드에 비해 뒤늦게 출사표를 냈지만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세를 확장하고 있다. 엑스포 전시관마다 청정에너지 생산시설을 둬 엑스포 자체를 ‘역대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정국 지지 의사 안 밝힌 나라 여전히 많아 대한민국 부산은 지난해 9월 7일 BIE에 유치계획서를 제출하며 공식 후보국이 됐다. 부산엑스포의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K컬처, 자유와 협력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아티스트 BTS가 공식 홍보대사로 뛰고 있으며 가수 싸이가 경쟁 PT 연사로 나서 화제가 됐다. 앞서 4월 BIE 실사단 방문 당시 부산 시민들이 부산역 광장을 가득 메우며 엑스포 유치 열기를 생생히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추산하는 부산엑스포의 경제 효과는 총 61조 원이다. 43조 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18조 원 규모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합친 숫자다. 50만 명의 대규모 고용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개최 비용은 약 6조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번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 엑스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가 된다. 윤 대통령은 6월 파리 4차 경쟁 PT에서 “역사상 가장 완벽한 엑스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결전의 날엔 5차 경쟁 PT 종료 직후 BIE 회원국 181개국의 투표가 시작된다. BIE 대사는 회원국 한 곳당 3명이다. 1국 1표 원칙이며 국가별로 대사 1∼3명이 들어가서 대표로 1명이 버튼을 누르는 비밀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수의 대사가 함께 들어가는 이유는 공식적으로 특정국 지지 선언을 한 회원국의 경우 대표 투표자가 이를 이행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종 투표까지 석 달이 남지 않은 지금도 특정국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국가들이 많다. 결국 투표 당일 각 회원국 대사들의 손에 유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치위 관계자는 “당일 1차 투표에서 특정 후보국이 득표 3분의 2 이상을 얻지 못하면 1차 투표 1·2위 국가들이 곧바로 결선 투표를 진행해 개최지를 선정하게 된다”며 “현재로선 한국과 사우디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돼 결선 투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일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민간 유치위원인 기업들의 하반기(7∼12월) 유치전 행보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그룹 총수들도 오지와 벽지를 가리지 않고 촘촘한 출장 일정을 짜고 있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BIE 총회가 열리게 될 파리 현지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재계 관계자는 “중간 판세 점검에서 사우디와 한국이 팽팽히 접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종 결선이 100일 안으로 다가온 만큼 한 곳이라도 더 찾아가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빵 냄새 풍기는 무대, 숲속 길 따라가는 마을?’ 1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유럽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상적인 ‘우리 집’의 미래를 세계인들에게 선보인다.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올해 IFA에는 총 48개국 2059개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은 174개사가 참여한다. 중국(1279개), 독일(226개)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삼성전자는 IFA 개막에 앞서 31일(현지 시간) 단독 전시장인 시티큐브 베를린에서 하반기(7∼12월) 신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프레스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전 세계 미디어와 파트너사 등 8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삼성전자의 디바이스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소개 영상이 나오는 동안 영상 속 등장인물들이 실제 무대에 올라 미래형 스마트홈 가정의 모습을 연기했다. 스마트 오븐으로 빵을 굽는 장면에선 특수효과로 행사장 전체에 빵 냄새가 퍼지도록 해 현장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레시피와 식단을 제안하고 주방 가전을 연결하는 원스톱 식(食)경험 플랫폼 ‘삼성 푸드’를 선보인다. 커뮤니티를 통해 104개국의 다른 나라 사용자들과 레시피를 공유할 수도 있다. 연내 ‘삼성 헬스’와 연동해 개인 건강 맞춤형 서비스로 활용성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세플라스틱 저감 코스 적용 제품군을 확대하고 유럽 에너지 규격 최고 등급보다 전력 사용량이 40% 이상 적은 세탁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벤저민 브라운 삼성전자 유럽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전 세계 2억8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싱스 에코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일상에서 중요한 것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결’ 경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전시 주제는 ‘모두를 위한 즐거움과 지속가능한 삶’이다. 전시관도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숲속 길을 형상화한 ‘LG 지속가능한 마을’로 꾸몄다. 전시 부스는 재활용이 가능한 패브릭과 메시망 소재를 적용하는 한편으로 전시 구조물은 최소화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가치를 강조했다. 전시관은 LG전자의 고효율 에너지 기술과 프리미엄 가전 제품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소형 모듈러 주택인 ‘LG 스마트코티지’에는 태양광 패널 지붕과 친환경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을 비롯해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 컴팩트,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에너지 고효율 가전이 배치됐다. 마당에는 이달 유럽에 출시한 이동형 스크린 ‘스탠바이미 Go’와 무선 스피커 ‘LG 엑스붐 360’을 둬 캠핑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속가능성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공기청정기 에어로퍼니처, 슈케이스·슈케어 등이 마을 속 워크숍 공간에 비치됐다. 관람객들은 실제 리사이클링센터에서 수급한 폐플라스틱 자재로 플라스틱 매듭 만들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차별화된 핵심 부품과 앞선 기술력으로 만든 친환경·고효율 가전을 통해 고객의 일상에 지속가능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스마트 홈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인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에 따르면 올해 IFA에는 150여 개국에서 18만여 명의 관람객이 모여들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200여 곳이 참여했던 중국 기업들이 전년 대비 6배 넘게 몰리며 규모를 키운 점도 올해 IFA의 관전 포인트다.베를린=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하이닉스는 지역사회 및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는 위기 상황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 힘써 왔다. ‘행복모아’는 SK하이닉스에서 100% 출자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적 자립 및 생활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행복모아의 주 사업 내용은 반도체 클린룸에서 사용되는 방진 의류와 부자재를 제조 및 세탁, 포장하는 일이다. 비교적 쉽고 안전한 업무이기 때문에 다수의 장애인 고용이 가능하다. 행복모아는 작업장과 휴게실, 화장실 등 모든 공간을 장애인 사원들에게 최적화했다. 2018년에는 정부에서 인증하는 BF(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더불어 전담 사회복지사를 고용해 고용 안정과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활동 및 자립 프로그램을 진행해 장애인의 자립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행복모아는 올해 현재 400여 명의 장애인(발달장애인 비율 약 90%) 고용을 창출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2020년에는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주’에 선정된 데 이어 ‘2021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도 선정됐다. 2022년 지난해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최고 영예인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행복모아는 장애인 자립 선순환 모델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행복만빵’이라는 이름으로 ‘제과제빵’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SPC삼립, SPC행복한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과 ‘장애인 고용 확대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행복모아는 SK하이닉스로부터 증자받은 300억 원을 포함한 총 400억 원을 제과제빵 공장 건축과 운영에 투입하고, SK하이닉스는 이 공장에서 생산된 빵과 쿠키를 사내 식당에 간편식으로 제공한다. SPC삼립과 SPC행복한재단은 제과제빵 노하우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장애인 제빵공장 설립과 운영 자문을 제공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그룹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 구축을 위해 복지 사각지대를 아우르는 촘촘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SK는 7월부터 8억 원 상당의 버스 총 5대를 지원해 여성가족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청소년 마음 건강 지킴이 버스’ 프로그램 운행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이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아짐에 따라 마음 건강에 이상 신호를 느끼는 청소년들을 직접 찾아가 맞춤형 상담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상담 버스 프로그램은 4월 대한상공회의소 신기업정신협의회(ERT)의 2차 ‘다함께 나눔프로젝트’ 위기청소년 자립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다함께 나눔프로젝트는 특정 기업이 주도적으로 사회공헌 분야, 지역, 실천 과제 등을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기업들도 자율적으로 동참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SK는 신한은행, 이디야커피 등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청소년 등의 자립을 지원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청소년들에게 상담을 위한 버스를 제공하거나 자립을 위한 적금 상품을 지원해주고 바리스타가 꿈인 청소년들에겐 인턴십을 지원한다. SK의 상담 버스는 도서·벽지는 물론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와 학교, 청소년 밀집 지역 등을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버스에서는 청소년 상담사와 지도사가 탑승해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가상현실(VR) 체험과 성격유형검사 등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도서·벽지가 가장 많은 전남에서 운행을 시작해 내년까지 대전과 세종, 충북, 경남 등 총 5개 권역으로 운행을 순차적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이후 SK는 위기청소년 자립 지원을 위해 △자립지원관 이용 청소년들에게 행복도시락 제공(3억 원) △청소년 복지 시설 인턴 근무 등 맞춤형 일자리 제공(4억 원) 사업도 진행해 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프로젝트 초기인 4월 경기 군포 경기남부청소년자립지원관을 직접 찾아 “위기청소년이 문제아라는 편견 등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우수 인재 구인난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주요 대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외국인 인재 확보를 위한 각종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어 채용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외국인 인재 확보 경쟁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는 28일부터 ‘연구개발(R&D) 분야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을 위한 전형을 시작했다. 삼성이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별도로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연구역량을 갖춘 우수 외국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번 채용은 국내 체류 중인 석·박사생 중 내년 2월 졸업예정자 또는 이미 졸업한 외국인이 대상이다. 학부 졸업 후 2년 이상 유관 경력 보유자도 지원할 수 있다. SK그룹도 외국인 인력 확보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이달 21∼30일 외국인 대상 채용연계형 인턴십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 최종 입사자는 글로벌 사업 추진을 위한 시장 분석,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매년 미국 현지의 반도체 우수 인재를 초청해 채용까지 연계하는 글로벌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KOTRA가 주최한 외국인 유학생 박람회에 별도 세션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 해외 우수 대학 박사 과정 인재 80여 명이 참석한 ‘2023 현대 비전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친환경, 선행기술, 로보틱스 등 6대 분야 인재들이 핵심 타깃이다. LG그룹에선 LG이노텍이 6월 국내 외국인 유학생 대상 첫 채용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국내 대학 3, 4학년이나 석·박사 과정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LG이노텍은 “외국인 인턴 사원들이 실무를 배우고 조직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선배 멘토를 배정하고 ‘소프트 랜딩(연착륙)’ 할 수 있는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인재 등용문 빠르게 확대될 전망 중장기적으로 젊은 층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별 인재 격차 등이 심화되면서 향후에도 이 같은 외국인 채용 흐름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 인력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정부도 비숙련 생산직 외에도 유학생 대상 국내 취업 관련 제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4일 ‘비자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유학생은 졸업 후 3년 동안 취업을 전 분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어 채용을 조건으로 조선업 현장에서 교육받은 유학생은 전문인력(E-7)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지자체 추천을 받아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유학생 대상 지역 특화비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외국인 우수 인재에 대한 영주권 및 국적 취득 혜택도 제공한다. KAIST를 비롯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 이공계 특성화기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은 올해부터 법무부가 시행하는 ‘과학·기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제도에 따라 3년 만에 영주권·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기존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은 영주권·국적 취득까지 6년 이상 걸렸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인 채용 확대로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적시에 유치할 수 있고, 유학생들의 경우 학업 이후 한국에 남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현실에 숨통을 틔워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전자는 다음 달 1∼5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넷제로 하우스(Net-Zero House)’를 테마로 세탁기와 건조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유럽 시장을 겨냥한 고효율 가전 신제품(사진)을 전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선보이는 LG 드럼 세탁기는 전자제품의 가장 높은 에너지 효율 등급인 A등급보다 약 40% 효율이 더 높다.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미세플라스틱 케어 코스도 들어갔다. 세탁 효과는 유지하면서 옷감의 마찰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은 최대 60% 감소시키는 기능이다. 건조기 신제품은 에너지 효율 등급이 A+++로 시장에 출시된 제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차세대 친환경 냉매인 ‘R290’을 적용했다. 냉장고 신제품은 에너지 효율 A등급보다 20%가량 높은 효율을 갖췄다. LG전자 동급 모델 중 최저 소음인 29dB(데시벨)의 저소음도 장점이다. LG전자는 이번 넷제로 하우스 전시존에서 고효율 가전뿐만 아니라 가정 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절약하는 ‘홈 에너지 플랫폼’도 선보인다. 관람객은 LG씽큐(ThinQ) 앱을 통해 편리하게 가전을 제어하고 에너지 저장 및 소비량을 모니터링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9월부터 삼성그룹을 필두로 주요 대기업 하반기(7∼12월) 신입사원 채용 시즌이 시작된다. 대부분 기업들의 수시 채용 전환과 경기 침체 장기화로 규모는 예년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다음 달 초 하반기 신입사원 정기 채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1∼6월)와 마찬가지로 서류 및 직무적합성검사,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거쳐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채용 규모는 상·하반기 합쳐 1만 명 이상이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상시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하반기에도 채용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인프라, 개발, 서비스 등 분야별 신입사원 채용 지원 서류를 이달 30일까지 접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도 하반기 채용 절차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시 채용 전환 이후 대졸 신입 채용의 경우 매 분기 마지막 달 1일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하고 있다. 9월 1일 신규 채용 공고가 올라갈 예정이다. 기아도 하반기에 부문별로 일괄 채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30일 유튜브 채용 설명회를 시작으로 9월 초 대학생 대상 하반기 채용박람회를 시작한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지난달 하반기 채용 동향을 조사(727개사)한 결과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1.6%포인트 하락한 78.8%가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채용을 확정한 중견·중소기업도 각각 54.4%, 58%로 각각 전년 대비 9.6%포인트, 9.1%포인트 줄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와 LG전자가 9월 초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 2023’과 유럽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에 나란히 출격한다. 두 회사는 IAA에 나란히 첫 출사표를 내고 미래 먹거리인 전장 무대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FA 2023은 9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IF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히며 올해 99회 차를 맞는다. 올해 IFA에는 전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약 2100곳의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불참했던 하이센스, TCL 등 중국 가전 업체들이 대거 복귀한다. 글로벌 TV 시장 1위 삼성전자와 생활가전 1위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IFA에 참여해 다양한 최신 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행사 공식 개막 전날인 이달 31일 베를린 현지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전시 콘셉트와 현지 마케팅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식(食)경험을 제공하는 푸드 통합 플랫폼 ‘삼성 푸드’도 공개한다.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 디즈니 100주년 에디션’도 관람객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스탠바이미 Go’를 비롯해 스탠바이미, LG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 등 최신 TV 라인업을 선보인다. 생활가전 분야에선 세탁기와 건조기를 결합한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이용자 접근성을 높인 ‘유니버설 업 키트’, 소형 모듈러 주택 ‘스마트 코티지’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IFA에 이어 9월 5∼1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2023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처음으로 참가한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명칭을 변경한 IAA는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힌다. 독일 자동차공업협회가 주관하며 BMW, 포르셰,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이자 전장 고객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최근 대형 글로벌 모터쇼 참가를 하지 않는 기조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해 불참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이 IAA에 참가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과 함께 부스를 마련하고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이미지 센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배터리 등을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자체 차량용 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를 독일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납품한 바 있으며 삼성SDI는 BMW를 배터리 고객사로 두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IAA 공식 후원사 자격으로 참가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9월 4일 프레스 콘퍼런스에 발표자로 나설 예정이다. 조 사장은 ‘이동 공간에서 즐기는 라이프스굿(Life’s Good)’을 주제로 LG전자가 추진하는 전장 사업의 현재와 미래 비전 등을 소개한다. LG전자는 이달 초 뉴스룸을 통해 “처음으로 IAA 모빌리티에서 미래의 차량 내 경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한층 진보된 모빌리티 생태계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의 준비 상황은 여전히 불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56%의 기업이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 면제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일부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의 형태로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다. 정부는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2025년부터, 나머지 상장사는 2030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협력사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는 ‘간접 배출(Scope 3)’ 공시의 경우 2027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대한상의 조사 결과 대다수의 기업이 ‘ESG 공시는 중요하다’(88.0%)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ESG 자율공시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5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 중’인 기업은 26.0%, ‘ESG 공시를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경우’는 21.0%로 집계됐다. 현재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도 대부분 자체 시스템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율공시 기업들 중 90.6%는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내부 인력만으로 공시’는 9.4%에 그쳤다. 공시에 필요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한 기업도 14.0%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절반 이상의 기업들은 ESG 공시와 관련해 ‘전체적인 일정을 늦춰야 한다’(61.0%)고 건의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글로벌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5∼7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업계가 전망했던 AI 반도체 훈풍이 숫자로 증명되면서 이와 연관된 첨단 메모리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135억700만 달러(약 17조8400억 원)와 주당 2.70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월가 전망치 112억2000만 달러를 20% 웃돌았다. 주당 순이익은 전망치 2.09달러보다 30%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1%, 순이익은 843% 급등한 숫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을 발표하며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고성능 컴퓨팅과 생성형 AI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성장 전망도 장밋빛이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의 8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경쟁자인 AMD가 추격 중이지만 아직은 차이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엔비디아가 고성능 AI 칩 생산을 내년에 3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당 4만 달러에 달하는 최신 칩 ‘H100’의 생산 목표를 올해 50만 대에서 내년 150만∼20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경기 추락으로 신음하던 국내 반도체업계도 오랜만에 찾아온 호재로 반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AMD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초고성능·초고용량의 첨단 메모리다. 다량의 데이터를 저장·전달함으로써 AI 시스템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를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양산 기준 최고 사양인 HBM3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다음 세대 제품인 HBM3E를 최근 개발해 엔비디아의 샘플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1∼6월) 양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북미 고객사로부터 HBM3 최종 품질 승인을 최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올해 말까지 HBM3 고객사를 최소 4곳 확보하고, 내년까지 8곳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3P 제품도 하반기(7∼12월) 공개를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가량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엔 양사 점유율이 똑같이 46∼49% 수준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사는 4세대 HBM3 이상의 첨단 제품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지난해 10%에서 올해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은 계속해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4년 AI 반도체 시장이 올해 대비 25.6% 증가한 67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수요의 중장기 성장성과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확신이 강화됐다”며 “이번 실적 발표는 국내외 AI 관련 공급망에도 긍정적이며 이들의 중장기 이익 기대감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기관명을 바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공식 출범했다. 2016년 말 전경련을 탈퇴했던 삼성·SK·현대자동차·LG 4대 그룹이 진통 끝에 복귀했지만, 재계 안팎에선 구체적인 혁신 실천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경련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기관명을 한경협으로 바꾸는 한편 신임 회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사진)을 선임했다. 4대 그룹 계열사들을 포함한 430여 회원사를 대표하는 재계 단체로 새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류 회장은 취임사에서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분을 위원장과 위원으로 모시겠다”며 “단순한 준법 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류진 “정경유착 반복 안돼… 한경협, 美CSIS 같은 싱크탱크 될것”‘55년 전경련’ 후신, 한경협 새 출발“국정농단 사건 보며 부끄러웠다… 윤리위 신설, 수긍할 인물 모실것”삼성-SK 등 4대그룹 진통끝 복귀… “혁신안 실행 면밀히 지켜볼 것” 22일 공식 출범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과거 정치권과 유착돼 있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과오에서 벗어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같은 글로벌 싱크탱크를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한경협 신임 회장에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55년 전경련 역사를 뒤로하고 ‘한경협 시대’로 나아간다”고 선언했다. 이어 “저는 선친의 기업보국 정신을 이어받고자 노력해 왔다”며 “기업의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고, 또 국가와 사회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1961년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설립한 경제단체의 첫 명칭이기도 하다. 1968년 전경련으로 명칭을 바꿨다가 55년 만에 초기 명칭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경협의 ‘목적 사업’에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지속가능성장 사업이 추가됐다. 윤리위원회의 설치도 정관에 명시했다. 개정 정관은 9월 중 산업통상자원부가 승인하면 곧바로 적용될 예정이다. 류 회장은 ‘정경유착을 근절할 수 있겠느냐’는 재계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총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류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다는 점을 부끄럽고 아쉽게 생각한다”며 “그런 과정을 직접 봤기 때문에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자신감이 있다. 윤리위를 통해 그런 사태가 다시는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경협이 지향점으로 삼는 CSIS는 1962년 설립됐다.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이지만, 미국 공화당·민주당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지닌 관료와 연구자들이 소속된 초당적인 조직에 가깝다. 류 회장은 2020년 말부터 CSIS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보수적인) 헤리티지재단보다는 중립적이고 많은 분야를 다루는 CSIS가 한경협의 방향에 맞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특히 북한 관계 등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많이 줄 수 있는 파트너”라고 했다.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하면서도 회비 납부나 이사회 참여 등 본격적인 활동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정경 유착 시 즉각 탈퇴, 회비 납부 시 사용 목적과 사용처에 대한 준감위 검토, 연간 활동 내역 준감위 보고 등 한경협 복귀 조건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의 윤리위원회 설치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내년 2월 정기총회까지 전경련이 글로벌 싱크탱크로의 전환이라는 혁신안을 제대로 실행하는지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은 회사 측에서 제안 또는 요청해야 하며, ESG 위원회에서 주기적으로 논의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SK도 회원 자격 유지엔 동의했지만 향후 혁신안 실행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이달 중 각 계열사 이사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의 관련 검토가 예정돼 있다. 한편 이날 총회에는 류 회장을 비롯해 이장한 종근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구자은 LS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참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일부 계열사가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재가입한다. 4대 그룹의 복귀는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경련을 탈퇴한 후 7년 만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한경연 해산에 따른 한경협으로의 회원 자격 승계 건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을 이사진에 보고했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4개사도 21일까지 이사회 보고 절차를 마쳤다. 이사진이 반대한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류를 결정했다. SK는 지난주 4개 계열사 이사진 보고를 마쳤다. LG도 21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고,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산하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관련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처럼 재가입을 거부하는 곳이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4대 그룹이 명목상 복귀했음에도 한경협이 재계 ‘맏형’ 단체로서의 위상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경협이 혁신 방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천하느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어서다. 삼성증권 이사회는 21일 늦게까지 한경협 복귀 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은 전경련이 제시한 혁신안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고 정경유착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한경협에 복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16, 18일 임시회의를 두 차례 연 뒤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한경협 복귀를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발생 시 즉각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한경연 회원 자격의 한경협 이관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란 결론을 냈다. 일부에선 4대 그룹 복귀 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 전경련은 지난달 “기존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자동 가입을 사실상 통보한 뒤 각 회원사에 이를 거절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공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4대 그룹은 회비 납부와 기금 운영, 이사회 참여 등 회원사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할지에 대해선 결정을 미뤄 놓은 상태다. 삼성의 경우 준감위가 한경협 관련 자금 지출 시 준감위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진통 끝에 통합 출범하는 한경협으로서는 향후 남은 과제가 더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경협은 ‘한국형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재계 싱크탱크를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정경유착의 과오를 씻고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한 정책 협력, 주요국 산업 전략 대응 등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의 혁신 방안 실천 의지와 속도에 따라 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재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은 첫 회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내정한 상태다. 류 회장은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국펄벅재단 이사장,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이사회 이사를 역임했다. 부회장 역시 외교 전문가인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을 비롯한 경제인들이 다음 달 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한다. 현지에서 열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맞물려 한-인도네시아 상호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다음 달 7일경 자카르타를 찾아 현지 투자 현황 등을 점검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관계 및 경제인들과 교류도 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해당 기간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해외 일정이 있어 참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발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급부상 중인 동남아시아의 맹주다. 인구 규모 세계 4위(2억7000만 명)의 대국이자 6억 명이 넘는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이기도 하다. 주요 기업의 현지 직접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자카르타와 인접한 브카시에 15억5000만 달러(약 2조800억 원)를 투자해 연간 25만 대 생산을 목표로 자동차 공장을 준공했다. 당시 정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현대차와 합작으로 인도네시아 카라왕에 총 11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1∼6월) 양산이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자바에 39억 달러를 투자해 2025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조성사업인 ‘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일부 경제단체장도 현지 출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생산 거점 외에도 인도네시아 현지에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도 대거 진출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베트남 등 일부 국가가 장기 셧다운(가동 중단)에 나섰던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엔데믹 태세로 전환했다. 이에 시장 회복도 타국보다 빠른 편으로 전해진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 일부 계열사가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재가입한다. 4대 그룹 복귀는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경련을 탈퇴한 후 7년 만이다.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한경연 해산에 따른 한경협으로의 회원 자격 승계 건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을 이사진에 보고했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4개사도 21일까지 이사회 보고 절차를 마쳤다. 이사진이 반대한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류를 결정했다.SK는 지난주 4개 계열사 이사진 보고를 마쳤다. LG도 21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고,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각 계열사 이사회 산하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관련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처럼 재가입을 거부하는 곳이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4대 그룹이 명목상 복귀했음에도 한경협이 재계 ‘맏형’ 단체로서의 위상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경협이 혁신방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천하느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어서다.삼성증권 이사회는 21일 늦게까지 한경협 복귀 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은 전경련이 제시한 혁신안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고 정경유착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한경협에 복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16, 18일 임시회의를 두 차례 연 뒤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한경협 복귀를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발생 시 즉각 탈퇴한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한경연 회원 자격의 한경협 이관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란 결론을 냈다.일부에선 4대 그룹 복귀 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 전경련은 지난달 “기존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자동 가입을 사실상 통보한 뒤 각 회원사에 이를 거절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공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4대 그룹은 회비 납부와 기금 운영, 이사회 참여 등 회원사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할지 여부에 대해선 결정을 미뤄 놓은 상태다. 삼성의 경우 준감위가 한경협 관련 자금 지출 시 준감위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진통 끝에 통합 출범하는 한경협으로서는 향후 남은 과제가 더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한경협은 ‘한국형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재계 싱크탱크를 지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정경유착의 과오를 씻고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한 정책 협력, 주요국 산업 전략 대응 등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의 혁신 방안 실천 의지와 속도에 따라 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재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한경협은 첫 회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내정한 상태다. 류 회장은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국펄벅재단 이사장,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사회 이사를 역임했다. 부회장 역시 외교 전문가인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내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 A사는 도어록 관련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기술을 확보했지만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도어록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기존 알칼리 건전지를 탑재한 제품만 안전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구글, 중국 샤오미 등 해외 경쟁사는 이차전지를 탑재한 도어록에 얼굴·홍채 인식, 체온 측정, 영상통화 등 다양한 신기능을 적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A사 관계자는 “일반 건전지는 용량이 작아 얼굴 인식 같은 첨단 기능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이미 전기차와 스마트폰에 널리 쓰이는 이차전지를 도어록에만 넣지 못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식음료 배달과 ‘홈술 문화’(집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됐지만 국내 배달 플랫폼 B사의 주류 판매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한국에만 있는 ‘배달 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제 때문이다. 선호 주종이 다양화되고 있는데도 비교적 고가인 와인이나 위스키, 전통주 등에 대해선 배달 시장이 열리기 어렵다. 주류 배달 때 소비자의 연령, 배달 시간(오후 11시 이후 금지 등) 정도만 제한을 두고 있는 해외 주요국과 크게 다르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유니콘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오직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인해 성장이 가로막히고 있다. 올해 기준 미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655개, 중국은 169개다. 한국은 14개에 그쳤다. 본보는 한국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을 통해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시급한 개선을 요구하는 킬러 규제 피해 사례 12건을 선정했다. 대부분 시장 수요가 뚜렷해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인데, 한국에선 낡은 규제와 이를 방패로 삼은 기득권 세력의 압박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헌옷 리셀 스타트업, 美선 나스닥 상장… 韓은 ‘폐기물 규제’ 발목 글로벌 100대 유니콘중 韓기업 1곳… 韓 기업경쟁력 10년새 39위→53위로승차공유-원격의료-로보택시 등 주요국 성공모델도 韓선 사장 위기“규제 신속 개선해 숨통 틔워줘야” ● 해외서 급성장 헌 옷 리셀, 한국선 ‘폐기물 규제’ 적용 2021년 창업한 스타트업 리클도 A사와 비슷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이 회사는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수거한 헌 옷을 수선, 가공한 뒤 온·오프라인 리셀(재판매)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친환경성과 편리성을 함께 갖춰 20,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서비스는 단기간에 서울, 부산, 대전, 대구 등 대도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리클은 최근 사업이 제한될 위기에 놓였다. 환경부로부터 헌 옷은 ‘폐기물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쓰레기나 고철 처리 업체처럼 사업 규모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환경오염 방지 시설 등을 갖춰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헌 옷만 수선하면 되는데 폐기물 관리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게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창우 코스포 팀장은 “세계적인 기후 위기로 국내에서도 탄소중립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리셀 사업 모델을 기존 분류 항목에 없다는 이유로 폐기물과 같이 규제한다면 한국에서 친환경 비즈니스 창업이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헌 옷 리셀 스타트업인 스레드업은 2021년 3월 나스닥시장에 상장했고,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 매출액은 2020년 1억8600만 달러(약 2444억 원)에서 작년 2억8800만 달러로 2년 만에 55% 성장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4억 달러다. 최근 두 달 새 6개 업체가 줄줄이 폐업한 원격의료 업계도 예비 유니콘의 고사 사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원격의료를 규제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한국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국가적 감염병 위기 발생 시에만 의료인-환자 간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굿닥, 닥터나우 등 원격의료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활발히 진출했다. 한시적 허용 기간 원격의료 시행 건수는 3700만 건, 이용자는 1400만 명을 넘어섰다. 원스톱 모바일 진단, 약 배달 서비스 등이 일상 의료 서비스로 안착했다. 하지만 엔데믹 상황에 접어들면서 이 사업은 다시 중단 위기에 처했다. 기존 의료 업계의 반발도 거세 관련 부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거나 최소한 시범사업을 통해 활로를 열어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1996년 ‘원격통신개혁법’ 등을 통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법제화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에 남아 있던 원격의료 장소 제한도 전격 폐지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인터넷 의료’를 적극 지원하며 2020년부터는 의료보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맞아 2020년 원격의료를 한시 허용했던 일본도 2021년 이를 영구 허용으로 바꿨다.● 한국 규제 환경 2013년 39위→2023년 53위 ‘한국 한정’ 갈라파고스 규제는 새로운 스타 기업 탄생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중 한국 스타트업은 단 1곳(비바리퍼블리카)만 이름을 올렸다. 최근 5년간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449곳에서 1209곳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는데, 한국 기업은 10곳에서 14곳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1.2%로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 중에는 해당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선 아예 불가능(8개)하거나 제한적으로만 가능(9개)한 경우도 17개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야별로는 공유 숙박, 승차 공유, 원격의료, 드론, 로보택시, 핀테크, 게임 등 다양하다. 규제로 인한 혁신 동력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중 규제 환경을 나타내는 기업 여건 부문에서 한국의 순위는 64개국 중 53위를 기록했다. 2013년 39위에서 최근 10년간 14계단이나 뒷걸음질쳤다. 경제계에서는 킬러 규제 개혁을 위해 △공무원식 규제 접근법 개선 △규제 시스템 자체의 네거티브 전환 △기존 기득권 업계 스스로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 25년 전인데 아직도 한국 산업계는 규제 개혁을 외치고 있다”며 “특히 미래 세대를 담보할 예비 유니콘 업계의 숨통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이들이 당장 직면한 킬러 규제부터 신속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혁신 모델이 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사업자들도 동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4년 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규제 개선 작업에서 엄청난 진통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기존 은행들도 모바일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소비자 편의성이 올라갔다”며 “1, 2%의 잠재적인 위험성만 가지고 신산업 자체를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지난해 4분기(10∼12월) ‘바닥’을 찍었던 국내 주요 대기업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1∼3월)에 이어 2분기(4∼6월)에도 느리지만 회복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은 부진이 계속됐지만 자동차·부품, 조선·기계·설비 업종에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기업정보업체 CEO스코어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4일까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2분기 실적을 비교한 결과 이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3조3404억 원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전년 동기(52조3947억 원) 대비 55.5%, 직전 분기(25조253억 원) 대비 6.7% 감소한 숫자다. 같은 기간 매출은 666조3610억 원으로 전년 동기(702조7968억 원)보다 5.2% 줄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52조3947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래 같은 해 3분기(7∼9월) 37조9211억 원, 4분기 11조2676억 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올해 1분기 들어 25조253억 원으로 회복했다. 기업별로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타격을 입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감소액이 가장 컸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4조970억 원이었지만 올 2분기 6685억 원으로 13조4285억 원(95.3%↓) 급감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2조882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적자 전환했다. HMM(94.5%↓), GS칼텍스(적자 전환)도 영업이익 감소 규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2581억 원 늘어 42.2%가 뛰었다. 기아(52.3%↑), 삼성중공업(흑자 전환), LG에너지솔루션(135.5%↑) 등 자동차·조선·전장 기업이 이익 개선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산업이 포함된 IT전기전자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전반적으로 가장 컸다. IT전기전자 업종은 지난해 영업이익 20조6535억 원을 기록했으나 올 2분기에는 695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1조3489억 원 감소했다. 다음으로 석유화학(90.0%↓), 운송(67.4%↓), 철강(51.5%↓) 등의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조선·기계·설비 등은 영업이익이 늘었다. 흑자를 기록한 업종 중 영업이익 증가액이 가장 큰 업종은 자동차·부품으로, 지난해 2분기 6조3792억 원에서 올해 9조7415억 원으로 3조3623억 원(52.7%↑) 증가했다. 조선·기계·설비(212.7%↑), 에너지(45.2%↑), 통신(13.7%↑) 업종도 영업이익이 성장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국과 이란 간 관계에 큰 걸림돌이었던 동결 자금이 해제되면서 양국 사이의 경제 교류가 정상화될 계기가 마련됐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재개되면 물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 경제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분산돼 있는 이란 동결 자금에 대한 이체 작업이 시작됐다. 한은은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갖고 있던 3조 원 규모의 당좌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묶여 있던 원유 결제 대금까지 합치면 이번 조치로 풀리는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의 석유 결제금은 핵 협상과 맞물려 양국 관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란이 꾸준히 요구해 왔던 사항이 관철된 만큼 양국 간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이 한국에 위협을 줄 만한 커다란 요인이 해소된 것”이라며 “한국 입장에서도 진작 건넸어야 할 대금을 준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크게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재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폭염 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 원유(초경질유)를 수입하면 물가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대(對)이란 무역 거래에서 원화결제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원화결제가 다시 시작될 경우 한국과 이란 간의 무역 거래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이란 기업이 한국의 자본재, 산업용 중간재 등을 수입하는 데 관심이 큰 만큼 관련 거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유 및 전자 업계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 현지 영업 등을 재개하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와 무관하게, 미국 정부에서 이란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본격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앞두고 관련 업계의 첨단기술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방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학습·처리해야 하는 AI 컴퓨팅 관련 시스템 반도체 시장과 이를 뒷받침할 첨단 메모리 반도체 시장 모두 전운이 감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그래픽 콘퍼런스 ‘시그래프 2023’에서 차세대 AI 반도체인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공개했다.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141GB(기가바이트)급 메모리를 결합해 생성형 AI 구동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가졌다. 초당 5TB(테라바이트) 속도로 정보에 접근하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3e’도 탑재됐다. 엔비디아는 이 슈퍼칩을 내년 2분기(4∼6월)에 생산할 예정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원하는 거의 모든 대규모 언어 모델을 여기에 넣으면 ‘미친 듯이’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언어 모델을 추론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AI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요의 성장세가 공급을 뛰어넘고 있어 미국 후발 주자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달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사 수 AMD CEO는 올해 4분기(10∼12월)부터 AI 반도체 ‘MI300’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MI300은 엔비디아의 현 제품인 H100과 경쟁할 상대임을 내비쳤다. 인텔도 2019년 이스라엘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인수해 지난해 5월 ‘가우디2’를 출시하는 등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업계에도 AI 성장세는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량의 데이터 처리를 받쳐줄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 수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콘퍼런스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에서 AI 시장을 겨냥한 최첨단 낸드 기술을 앞다퉈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서밋에서 업계 최고 성능의 PCIe 5.0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 ‘PM9D3a’를 처음 선보였다. 8세대 V낸드 기반으로 전 세대 제품 대비 성능이 2배 향상됐다. 송용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고객과의 전방위 협력을 통해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 제공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321단 4D 낸드’ 샘플을 공개하며 업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2025년 상반기(1∼6월) 양산이 목표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더 높은 단수로 적층할수록 한 개의 칩으로 더 큰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현재 메모리 업계의 낸드 양산 수준은 200단 중반이다. 삼성전자는 200단 후반대로 추정되는 9세대 V낸드를 2024년 양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양산 중인 현존 최고층 238단 낸드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321단 낸드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적층 한계를 다시 한 번 돌파해 SK하이닉스가 300단대 낸드 시대를 열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전자가 이달 21일경 비정기 이사회를 열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후신인 통합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복귀안을 최종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6년 문제가 됐던 정경유착 위험성이 감지될 경우 즉각 탈퇴하고 기금 출연 시 준법감시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거친다는 등의 단서 조항을 포함할 예정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21일 비정기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일정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전경련이 총회를 열고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해 한경협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22일을 하루 앞두고다. 삼성그룹의 나머지 한경연 회원사인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도 모두 전경련 총회 전 비정기 이사회를 열어 복귀안을 각각 의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보다 앞선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의 한경협 복귀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준감위는 전경련에서 4대 그룹에 복귀 요청 공문을 보낸 직후인 지난달 24일 임시회의를 열고 같은 달 말 삼성 계열사별 정기 이사회를 기점으로 전경련 복귀안 검토에 착수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 내부에선 최근까지도 비공식 회의를 통해 복귀 방향성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전경련 쇄신을 조건으로 한경연 회원 이관에 동의하는 한편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제어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최종 논의가 진행 중이다. 복귀 조건으로는 △정경유착 관련 리스크 발생 시 즉각 탈퇴한다 △기금 출연 시 준감위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인 한경협 쇄신안을 정비해 준감위에 보고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맏형인 삼성그룹을 필두로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도 22일 이전에 계열사 이사회 및 내부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거쳐 통합 한경협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그룹 한 고위 임원은 “전경련 탈퇴 이후 6년여가 흐르는 동안 한국 재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면서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이 이런 변화를 맞아 진정한 혁신을 이루고 경제계에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회원사로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