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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과 피크닉의 계절, 여름이 왔다. 캠핑 도구를 활용해 근교나 아파트 테라스, 집 안마당에서 가볍게 즐기는 ‘캠프닉’(캠핑+피크닉)을 위해 롯데마트가 할인 가격에 캠프닉 용품을 선보인다.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최근 몇 년간 신장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으로 인해 캠핑과 ‘차박’(차에서 보내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캠핑 관련 수요도 커지고 있다.롯데마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지난달 텐트 매출은 52.4%, 폴딩테이블과 미니체어 등 이른바 ‘캠핑퍼니처’ 매출은 33.4% 많아졌다.롯데마트 홈리빙 브랜드 ‘룸바이홈’은 차별화, 전문화를 내세운 캠프닉 제품을 내놓고 있다.사용자를 고려한 절제된 형태와 색상의 디자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능적 디자인이 주무기다.위생적이고 친환경적 재료를 활용한 것은 물론이다.접이식으로 들고 다니기 편한 ‘폴딩박스’는 수납용 상자지만 나무판을 위에 올려놓으면 훌륭한 야외 테이블로 변신한다. 집밖에서 덮기 좋은 캠핑용 이불은 솜을 넣어 누빈 차렵이불로 보관, 휴대, 세탁이 쉽다. 가로세로 150×200cm, 180×220cm 등 두 종류가 있다.한지현 롯데마트 홈부문장은 “실내외에서 모두 쓸 수 있는 기획 신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합리적 가격과 디자인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한 룸바이홈 제품과 함께 멋진 캠프닉을 즐겨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raphy@donga.com}
“2025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환경 리사이클링 소재의 용기가 아니면 생산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화장품 용기의 글로벌 경쟁력은 최첨단 리사이클링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우성플라테크는 국내 1위의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다. LG생활건강과 같은 국내 화장품뿐 아니라 로레알, 랑콤, 에스티로더와 같은 글로벌 명품 화장품 회사들도 이 회사가 만든 플라스틱 용기를 쓴다. 허남선 우성플라테크 대표(60)는 고졸 기업인으로서 평생 첨단기술 개발에 힘써 500억 원대 매출 규모의 회사로 키워 온 경영인이다. 그는 올해 초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는 167호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화장품은 유리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허 대표는 끝없는 기술개발 끝에 ‘투명유리 대용 페트 화장품 용기’ 특허를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유리는 추운 날씨나 해외배송 중 냉동창고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는 유리에 비해 무게가 3분의 1로 가볍지만 강도와 내화학 성능이 뛰어나요. 다만 페트(PET)는 두꺼워지면 탁해져 예쁘지 않은 것이 문제였는데, 페트를 순식간에 냉각시키는 ‘헤비블로 성형’ 기술로 두꺼운 페트를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만드는 데 결국 성공했습니다.” 그가 만든 특수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는 친환경 리사이클링으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이 핫이슈입니다. 유리는 1200도의 열로 규사를 녹여서 만들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가스와 전기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반면 플라스틱은 220∼280도에서 녹습니다. 생수병이나 콜라병을 만드는 페트와 동일한 소재로 만드는 헤비블로 화장품 용기는 100% 리사이클링이 가능합니다.” 허 대표는 플라스틱과 금속 스프링이 섞여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화장품 용기의 펌프까지도 100%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럽에서는 2025년부터는 ‘PCR(재활용 가능)’ 플라스틱 소재를 쓴 용기가 아니면 아예 생산 허가가 안 나옵니다. 또한 앞으로는 색깔이 들어가 있는 용기는 분리 배출이 안 되기 때문에, 모든 화장품이 투명한 용기에 떼기 쉬운 라벨만 붙일 것입니다. 라벨을 떼지 않아도 되도록 PP용기에는 PP라벨, PET에는 PET소재 라벨을 붙이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우성플라테크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특히 작년에 자체 생산한 손세정제가 7000만 개가 팔린 데 이어 올해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 손세정제를 대량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이 회사는 고졸사원들을 우대하는 직장으로 유명하다. 경영, 회계를 맡고 있는 핵심 임원과 개발총괄 책임 팀장 대부분 고졸사원들이다. 5년 이상 근속 직원 자녀 대학학자금 전액 지원, 직원 결혼축하금(500만 원), 출산 장려금(첫 아이 2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500만 원) 등 세심한 직원복지도 자랑거리다. 허 대표가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입사를 앞두고, 중소업체로 진로를 바꿔 성공했던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금오공고 졸업 동기 중에 35명 정도가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20년 정도 지나니 그중 절반가량이 임원을 달았다가 3, 4년 후 대부분 퇴사했더군요.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택한 제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흙수저가 금수저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죠.” 허 대표는 “중소 제조업은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뒷받침할 꼭 필요한 분야”라며 “젊은이들에게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소 제조업 회사에서 적어도 5년 이상 인생을 위해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25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는 환경 리사이클링 소재의 용기가 아니면 생산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화장품 용기의 글로벌 경쟁력은 최첨단 리사이클링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우성플라테크는 국내 1위의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다. LG생활건강과 같은 국내 화장품 뿐 아니라 로레알, 랑콤, 에스테로더와 같은 글로벌 명품 화장품 회사들도 이 회사가 만든 플라스틱 용기를 쓴다. 허남선(60) 우성플라테크 대표는 고졸 기업인으로서 평생 첨단기술 개발에 힘써 500억대 매출규모의 회사로 키워 온 경영인. 그는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는 167호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화장품은 유리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허 대표는 1999년 창업 후 유리만큼 내화학성이 뛰어내고, 고급스러운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없는 소재 개발과 성형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투명유리 대용 페트 화장품 용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화장품 용기를 플라스틱으로 만들게 된 계기는. “유리는 추운날씨나 해외배송 중 냉동창고에서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플라스틱 용기는 유리에 비해 무게가 3분의1로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다. 그런데 페트(PET)는 두꺼워지면 뿌옇게 탁해지는 것이 문제였다. 오랜 실험 끝에 페트를 순식간에 냉각시키는 ‘헤비블로우 성형’ 기술로 두꺼운 PET를 유리병처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가 만든 특수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는 친환경 리사이클링으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이 핫이슈입니다. 유리는 1200도의 열로 규사를 녹여서 만들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가스와 전기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반면 플라스틱은 220~280도에서 녹습니다. 생수병이나 콜라병을 만드는 페트와 동일한 소재로 만드는 ‘헤비블로우’ 화장품 용기는 100% 리사이클링이 가능합니다.” 허 대표는 플라스틱과 금속 스프링이 섞여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했던 화장품 용기의 펌프까지도 100%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럽에서는 2025년부터는 ‘PCR(재활용 가능)’ 플라스틱 소재를 쓴 용기가 아니면 아예 생산허가가 안 나옵니다. 또한 앞으로는 리사이클링 소재를 쓰더라도 색깔이 들어가 있는 것은 분리배출이 안되기 때문에, 모든 화장품 용기가 투명한 용기에 떼기 쉬운 라벨만 붙일 것입니다. 라벨을 떼지 않아도 되도록 PP용기에는 PP라벨을 붙이고, PET에는 PET소재 라벨을 개발해 붙이는 기술도 연구 중입니다.” 우성플라테크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직접 개발한 친환경 특허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개발한 손세정제가 지난해 7000만개 팔린데 이어, 올해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 손세정제를 대량공급하기로 계약돼 있다. 허 대표의 우성플라테크는 고졸사원들을 우대하는 직장으로 유명하다. 경영, 회계를 맡고 있는 핵심임원과 개발총과 책임 팀장들은 대부분 고졸사원들이다. 허 대표도 금오공고를 졸업하고 해군하사관으로 복무한 뒤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창업까지 성공한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 이직률이 높은 중소기업과 달리 이 회사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많다. 이는 ‘3.3.3.1 원칙’이라고 하는 허 대표의 독특한 경영스타일 때문이다. 2001년 법인 정관에 넣은 이 원칙은 회사 이익금의 30%는 직원 복리후생, 30%는 R&D에 투자, 30%는 회사의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 10%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이다. 올해 5월1일부터 시행한 직원복지제도에 따르면 △직원자녀 대학학자금 지원(자녀수 관계없이 5년 이상 근속자 100%, 2년 이상 근속자 50%) △직원 결혼축하금 300만원 △직원자녀 출산 첫 아이 200만원, 둘째 300만원, 셋째 500만원 △양부모 모실 경우 연간 240만원 △부모, 형제, 자녀 중 장애가 있는 사람은 연간 24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허 대표는 고교 졸업과 해군복무 후 삼성전자에 입사를 앞두고 있던 중 대성케미칼이라는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화장품 용기를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에서는 20년 이내에 CEO가 될 수 있다”는 당시 회사 대표의 권유로 삼성전자 입사를 포기하고, 1986년 대성케미칼에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그는 1999년에 자기 회사를 창업했다. “공부는 잘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진학했던 금오공고 동기 중에 35명 정도가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20년 정도 지나니 그 중 절반가량이 임원을 달았다가, 3~4년 후 대부분 퇴사했더군요. 대기업에 입사하지 않고 중소기업을 택했던 것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흙수저가 금수저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죠.” 허 대표는 “중소 제조업은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꼭 필요한 분야”라며 “젊은이들에게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소 제조업 회사에서 적어도 5년 이상 인생을 위해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막의 붉은 도시 요르단 페트라. 그중에서도 ‘알 카즈네’에 가기 위해서는 1.2km에 이르는 붉은 사암 협곡인 알 시끄를 지나야 한다. 협곡이 끝날 무렵 25m 높이의 웅장한 코린트식 기둥이 있는 알 카즈네가 거짓말처럼 등장한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마지막 성배’에 나왔던 그 신비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페트라는 기원전 300년경 사막의 유목민이 세웠고 알 카즈네는 나바테아 왕의 무덤으로 건축됐다고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시화방조제는 경기 시흥 오이도와 안산 대부도를 잇는 11.2km의 제방이다. 시화방조제를 막으면서 생긴 인공호수 ‘시화호’는 극심한 수질오염으로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다. 그러나 수문을 열면서 생태가 복원되고,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시화호 거북섬 일대에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인 ‘시흥 웨이브파크’가 문을 열었고, 시화방조제를 건너면 나오는 대부도, 선감도, 선재도, 영흥도는 연륙교가 놓여 하루 나들이 코스로 걷기에 좋은 섬이 됐다.》 ○ 날씨, 계절 상관없이 즐기는 서핑 명소 코로나19 시대에 국내 골프장도 만원이지만, 바닷가에는 서핑족(族)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3m가량 되는 서핑보드에 올라서 파도를 가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서핑 인구는 2014년 4만 명에서, 5년 만에 40만 명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서핑 인구가 늘면서 강원 양양의 인구해변은 ‘서핑 성지’로 떠올랐다. 이 해변에는 카페,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 ‘양리단길’로 불리고 있다. 또한 충남 태안의 만리포해수욕장은 미국 서핑의 명소인 캘리포니아에 빗대 ‘만리포니아’라고 불린다. 이 외에도 부산 송정, 제주, 경북 포항 등에는 한겨울에도 서핑족들이 몰려든다. 서핑은 2021년 도쿄 올림픽,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정착하면서 도심 가까운 곳에서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생겨났다. 경기 시흥 거북섬수변공원에 지난해 10월 개장한 ‘웨이브파크(Wave Park)’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이다. 시흥 웨이브파크는 경기 용인 캐리비안베이보다 전체 면적이 3배나 큰 서프풀이다. 메인 시설인 서프코브는 길이 220m, 폭 240m로 축구장 7배 크기다. 8초에 1번꼴로 최고 높이 2.4m의 파도가 치는 서프코브에서는 시간당 1000회의 파도가 생성된다. 인공서핑장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에 상관없이 1년 365일 질 좋은 파도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초보자들도 강습을 받고 수준에 맞는 파도를 타기에 좋은 곳이다. “그동안 양양에서 주로 서핑을 했는데 왕복 300km가 넘으니까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컸습니다. 또한 막상 바다에 가도 파도가 없어 못 탈 때도 많아요. 그러나 여기는 ‘가성비’가 최고입니다. 흔히들 ‘바다에서 5년 탄 것보다 여기서 1∼2시간 탄 파도가 더 많다’고 해요. 보통 바다에 나가면 하루에 5개의 파도만 타도 행운인데, 여기는 1시간에 최대 20개가 넘는 파도를 탈 수 있어요.”(경기 수원에서 온 서퍼 김영철 씨·37) 특히 웨이브파크에는 야구장에 있는 대형 조명탑도 설치돼 성수기 시즌에 야간에도 서핑을 한다. 또한 겨울철에는 인근 시화공단의 발전소 폐열을 활용해 수온을 15∼20도로 유지해 계절에 상관없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서울 강남에서 온 김희영 씨(28)는 “바닷물은 짜고, 모래가 많은데 여기서는 쾌적한 환경에서 파도를 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웨이브파크에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깊이 5m, 폭 25m의 블루 홀 라군도 있다. 장비를 갖추고 물속에 들어가 보니 거북, 해마, 진주조개, 바다동굴 모양의 시설이 있었다. 지하의 대형 유리창으로 물속을 유영하는 다이버의 모습을 친구가 촬영해줄 수 있어 훌륭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내년 말에는 국내 최대 깊이의 실내 스쿠버 다이빙풀(수심 33m)이 조성될 예정이다. 웨이브파크에서 물놀이를 즐긴 다음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를 산책하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선감도와 대부도를 이어 걷는 ‘대부해솔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갯벌과 살아 숨쉬는 바다 생태 환경을 보여준다. 전체 7개의 코스로 길을 따라 갯벌길, 염전길, 석양길, 바다길, 포도밭길, 소나무길 등 다양한 풍경을 만난다. 해솔길 4코스에서는 쪽박섬과 유리섬박물관을 만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예술품, 대부도 유리섬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섬은 ‘유리의 섬’으로 잘 알려져 있다. 13세기 최초로 유리공예품을 만들었던 무라노섬은 지금도 170여 개 유리공방이 남아 있어 뚜렷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자랑하는 ‘무라노 글라스’의 독보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안산 대부도에 있는 ‘유리섬박물관’은 한국의 ‘무라노’를 꿈꾸는 국내 최초의 유리공예 전문 미술관이다. 서해의 바다와 갯벌 위에 세워진 유리섬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분수가 솟구치는 인공호수에는 유리로 만든 꽃들이 활짝 피어 있고, 그 사이를 오리 한 마리가 유유히 떠다닌다. 잔디밭에는 다양한 유리 공예품이 반짝반짝 총천연색 빛을 발하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겨울 해저여행이라도 온 듯, 유리로 만든 산호초와 새 그리고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박물관 1층 상설 전시장인 테마 전시관은 ‘자연과 유리’를 주제로 화려한 유리의 세계를 소개한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바다의 여신’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약 6만 개의 큐빅을 사용했다. 박물관 2층에는 3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유리공예 시연장과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하루 3회 진행되는 유리공예 시연은 1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유리를 녹여가며 블로 파이프(blow pipe)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또한 체험 신청을 하면 블로잉, 램프워킹, 샌딩, 글라스페인팅 등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직접 만든 유리컵이나 장신구를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특별 전시인 ‘나의 영웅은 누구인가요?’는 초등학생들의 스케치를 유리공예 작가들이 디테일하게 표현해 낸 작품이다. 아이들의 영웅은 코로나19 의료진, 군인, 로봇, 물고기 등 다양한 모습인데, 이를 유리공예로 표현해낸 작가들의 솜씨가 놀랍다. 김동선 유리섬박물관장은 “유리는 섭씨 1200도로 가열하기 때문에 시원하게 바람이 잘 통하고 물이 많은 곳에 자리잡은 공방들이 많다”며 “유리 예술품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박물관”이라고 소개했다. ○석양과 갯벌을 따라 걷는 대부해솔길 대부해솔길은 서해 노을을 바라보는 명소다. ‘누에섬’은 바다 위 풍력발전소의 풍경도 멋있지만, 바닷물이 빠질 경우 걸어서 누에섬까지 들어갈 수 있다. 두 개의 봉우리로 된 누에섬은 걸어서 20분 정도면 정상에 있는 등대전망대까지 산책하고 돌아올 수 있다. ‘구봉도’는 개미허리 아치교와 낙조전망대가 유명하다. 구봉대 낙조전망대는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뜻을 가진 동그란 띠와 석양 모양의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석양이 아름답다. 서해안 낙조를 즐길 수 있는 대부도 최고의 포토존이다. 탄도항 부근에 있는 ‘바다향기 수목원’은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정원이 꾸며져 있는 수목원이다. 요즘엔 각종 허브 식물들의 꽃이 만발해 있다. ‘심청 연못’에는 연꽃이 만발해 있다. 노란색, 분홍빛 연꽃은 황후가 된 심청처럼 어여쁜 자태를 뽐낸다.글·사진 대부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화성은 일자리가 풍부한 기업도시이면서도 천혜의 자연과 습지생태의 보고(寶庫)입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화성형 그린뉴딜’에 앞장서겠습니다.” 경기 화성시는 올해 시 승격 20주년을 맞았다. 미래차와 반도체,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한 화성시는 지난 10년간 인구 순유입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화성의 인구는 83만1888명으로 10년 동안 60% 이상이나 증가했다. 11일 화성시청에서 서철모 화성시장(53)을 만났다. 서 시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성시는 한마디로 ‘모든 게 가능한 도시’”고 말했다. ―시 승격 20주년을 축하드린다. “화성은 인구보다 일자리가 많은 자족도시다. 화성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억266만 원이다.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라고 하는데 화성은 10만 달러 도시다. 화성은 전국 266개 지자체 중에서 재정자립도가 5년 연속 1위다. 주민의 평균연령은 37.5세다. 전국 평균(43.3세)보다 5.8세나 낮은 ‘젊은 도시’다.” 화성시의 성장에는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같은 첨단기술 기업의 역할이 컸다. 화성시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기아 화성공장, LG전자, 동탄테크노밸리 등 수도권 최대 규모의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서 시장은 “현재는 최고의 기업도시이지만 수십 년 후엔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며 “미래 후손들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화성의 바다와 습지를 함부로 개발하지 않고 친환경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의 관광자원은 어떤 것이 있는가. “경기도 해안선의 70%가 화성시에 속해 있다. 화성호 일대와 화옹지구 간척지에는 대규모 습지가 형성돼 있다. 습지는 오염물질 정화, 탄소 흡수, 재해 방지, 생태관광과 자연휴양의 문화적 혜택까지 따지면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 가치가 있다고 한다. 400만 평에 이르는 ‘공룡알화석산지’ 초원에 가보면 수도권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화성의 습지는 갯벌습지, 염습지, 민물습지, 호수가 모두 존재하는 독특한 자연환경 덕분에 ‘수원청개구리’를 비롯한 멸종위기종과 각종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 화성 습지는 2018년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등재됐고, 람사르 국제협약 습지보호지역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서 시장은 지난해 7월 ‘화성형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5만 t 저감, 친환경 발전량 250만 MWh 생산, 10만 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계획이다. 그린뉴딜의 대표적인 정책은 화성을 자율주행 버스가 다니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자가용과 달리 버스는 노선이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전환하기가 비교적 쉽다. 5∼10년 후에는 모든 버스가 무인버스로 대체될 것이다. 모든 버스가 전기차로 바뀌고, 자율주행이 된다면 대중교통 운영예산의 60%를 절약할 수 있다. 화성시는 ‘무상교통’ 정책에 연간 55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는 18세 미만만 무료지만, 점차 확대해 자율주행 버스 시스템이 완전 개통되면 전 시민이 무료가 될 것이다. 화성시의 무상교통은 대중교통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투자해 교통비용을 줄인다는 전제 아래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 시장은 이를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등 관련 업체와 연구소가 집중되는 ‘미래차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화성에는 이미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가 조성돼 있고, 올해 말까지 수소차 충전소도 6곳으로 확충될 예정이다. ―‘경기만 그린뉴딜 특화지구 계획’은 무엇인가. “간척지인 화옹지구와 대송지구를 그린뉴딜 특화지구로 지정해 친환경 미래농업, 생태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30년 전에 간척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곳에서 쌀을 생산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쌀이 남아돈다. 이곳을 네덜란드의 ‘푸드밸리’로 불리는 바헤닝언처럼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미래 지향적인 농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올해 봄에 신세계와 계약을 완료했다. 2026년 부분 개장을 거쳐 2031년 전체 개장이 목표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친환경 수변도시로 설계하고 있다. 국제테마파크와 시화호가 연결돼 해안 관광벨트로 조성한다. 테마파크는 약 418만 m²(약 127만 평) 부지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테마파크와 호텔, 쇼핑몰, 골프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렇듯 화성시는 서해안에서 해양 생태관광 벨트 구축과 그린뉴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 54년간 미 공군 훈련장의 소음에 시달렸던 매향리 마을이 되찾은 평화와 화성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매향리 마을에는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세운 기념관과 함께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된다. 그런데 2017년 2월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의 습지 지역 일대가 수원 군공항이 이전하는 예비후보지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화성시민을 대상으로 올해 1월 말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성시민 10명 중 8명 가까이(77.4%)가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수원 군공항 이전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은…. “현재의 수원 군공항 부지가 이전된 후 만약에 아파트로 재개발되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생긴다. 특별법에 규정된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라 최소 5조∼10조 원 규모가 될 개발이익금은 군공항을 새롭게 유치하는 도시에 주도록 돼 있다. 재정자립도가 충분한 화성시는 유치할 의향이 없지만, 군공항 이전 후보지 유치신청을 다시 받으면 자원하겠다는 지자체가 몇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공항 이전사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얻기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화성습지를 잘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화성의 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인공적인 것은 다시 더 좋은 것을 지을 수 있지만 자연은 만들 수가 없다. 여유 있을 때 비축하듯이 지금은 습지와 해안가를 보존해야 한다. 현재는 화성이 기업도시지만 미래는 ‘관광’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화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화성은 풍부한 일자리를 갖춘 ‘기업도시’이면서도 천혜의 해양환경과 습지생태의 보고(寶庫)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화성형 그린뉴딜’을 선도하겠습니다.” 경기 화성시는 올해 시 승격 20주년을 맞았다.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산업의 메카로서 자족도시로 도약한 화성시는 지난 10년간 인구 순 유입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월 현재 화성의 인구수는 83만 1888명으로 10년 동안 60% 이상 증가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11일 화성시청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한다면 화성시는 ‘모든 게 가능한 도시’”라고 말했다. ―시 승격 20주년을 축하드린다. 화성시는 어떤 도시인가. “화성은 인구보다 일자리가 많은 기업도시다. ‘자족도시’의 전제조건은 일자리다. 한 국가에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있듯이 지자체에는 ‘지역내총생산(GRDP)’가 있다. 화성은 1인당 GRDP가 1억266만원이다.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라고 하는데 화성은 10만 달러 도시인 셈이다. 화성이 아직도 시골인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5년 연속 전국 266개 지자체 중에서 ‘재정자립도 1위’다. 화성주민의 평균연령은 37.5세로 전국 평균(43.3세)보다 5.8세가 낮다. 화성은 생산과 소비가 가장 활발한 ‘젊은 도시’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화성시의 성장에는 첨단기술 기업의 역할이 컸다. 화성시에는 우리나라 미래 3대 산업인 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전기차 관련 기업이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다. 화성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두산중공업, LG전자 등 대기업 산단과 동탄테크노밸리 등 수도권 최대 규모의 산업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서 시장은 “화성에는 6만 개가 넘는 기업이 있는데, 그 중 제조업 공장만 1만 1500개”라며 “화성에 있는 기업들의 총생산은 코스타리가 한 국가의 총생산보다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재정자립도 1위’를 차지하고 하고 있지만 수십년 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며 “화성이 가진 천혜의 자연을 후손들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바다와 습지를 함부로 개발하지 않고 친환경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의 관광자원은 어떤 것이 있는가. “경기도 해안선의 70%가 화성시에 속해 있다. 또한 화성호 일대와 화옹지구 간척지에는 대규모 습지가 형성돼 있다. 습지는 오염물질 정화, 탄소흡수, 재해방지, 생태관광과 자연휴양의 문화적 혜택까지 따지면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의 가치가 있다. 400만 평에 이르는 초원으로 돼 있는 ‘공룡알화석산지’에 가보면 수도권에 이런 곳이 있었나하고 깜짝 놀란다. 관광자원으로서 화성 습지의 가치는 순천만을 능가한다. 이러한 습지를 당장 돈이 된다고 개발해선 안된다. 바다와 습지는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미래 후손들을 위해 보존해야 한다.” 화성의 습지는 갯벌습지, 염습지, 민물습지, 호수가 모두 존재하는 독특한 자연환경 덕분에 ‘수원청개구리’를 비롯한 멸종위기 생명체와 각종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18년 세계 9대 주요 철새이동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등재됐고,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 습지보호 지역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서 시장은 지난해 7월 지자체 최초로 ‘화성형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5만 톤 저감, 친환경 발전량 250만 MWh 생산, 1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이 계획에 따라 화성시는 무상교통, 경기만 그린뉴딜 특구 등의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화성형 그린뉴딜 계획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무상교통’을 꼽았다. 자율주행 버스 전면 개통을 목표로 하는 화성을 ‘미래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5~10년 후에는 모든 버스를 무인 자율주행 버스로 대체될 것이다. 자가용과 달리 버스는 노선이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좀더 빨리 가능하다. 모든 버스가 전기차로 바뀌고, 자율주행이 된다면 대중교통 운영예산의 60%를 절약할 수 있다. 현재 화성의 대중교통은 18세 미만의 무료고, 다음달 15일부터는 65세 이상이 무료다. 11월1일부터는 24세 미만이 무료고, 자율주행 버스로 대체되면 전 시민이 무료가 될 것이다. 화성시의 무상교통은 단순히 교통약자에 대한 교통비 지원 사업이 아니다. 대중교통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시켜 교통비용을 줄인다는 확신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 시장은 이를 위해 화성 내에 100만평 규모의 ‘미래차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화성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가 조성돼 있고, 올해 말까지 수소차 충전소도 6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서 시장은 “미래차 산업단지에는 전기차와 수소차, 배터리 등 미래차 관련 업체와 연구소만 들어올 수 있다”며 “이 기업들에게 화성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관한 데이터를 전부 공개하고, 함께 자율주행 미래차 시스템을 상용화해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만 그린뉴딜 특화지구 계획’은 무엇인가. “간척지인 화옹지구와 대송지구를 그린뉴딜 특화지구로 지정해 친환경 미래농업, 생태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30년 전에 간척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 곳에서 쌀을 생산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쌀이 남아돈다. 우리나라는 쌀을 뺀 식량자급률이 23% 밖에 안된다. 나머지 77%의 농산물을 수입한다. ‘경기만 그린뉴딜 특구’를 첨단과학기술이 접목된 미래지향적인 농업단지로 만들어 식량자급율을 23%에서 60~7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로 불리는 와헤닝헌처럼 첨단 친환경 농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화성의 서부에 조성되는 송산그린시티는 동탄신도시에 비해 인구밀도가 3분의1 밖에 안되는 쾌적한 해변도시다. 15만 명의 시민들이 이 곳에 살면서 친환경 농업에도 관심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제적인 미술관도 유치해 자연환경과 첨단농업,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도시로 만들겠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금년 봄에 신세계와 계약을 완료했다. 2026년 부분 개장을 거쳐 2031년 전체 개장이 목표다. 부지가 바닷가 근처에 있기 때문에 수변도시 형태로 조성할 계획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이탈리아 베이스처럼 운하도시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국제테마파크가 시화호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해안 관광벨트가 될 전망이다. 20~30년 전에 설계된 용인 에버랜드와 똑같이 만들어 경쟁할 필요가 없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VR/AR(가상/증강현실)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약 418만㎡(127만평) 부지에 최신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테마파크와 호텔, 쇼핑몰, 골프장을 조성해 연간 1900만명의 관광객이 찾게 될 것이다. 단순한 테마파크를 넘어 화성의 미래자동차 등 IT와 역사문화가 어우러진 글로벌 복합테마파크로, ‘스마트시티의 대표적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듯 화성시는 서해안에서 해양 생태관광 벨트 구축과 그린뉴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 54년간 미 공군 훈련장의 소음에 시달렸던 매향리 마을이 되찾은 평화와 화성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매향리 마을에는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세운 기념관과 함께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된다. 그런데 인근인 2017년 2월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의 습지 지역 일대가 수원 군공항이 이전하는 예비후보자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화성시민을 대상으로 올해 1월 말 진행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화성시민 10명 중 8명 가까이(77.4%)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서 시장은 “특별법으로 규정된 군공항 이전 사업은 군공항이 옮겨갈 부지의 적극적인 환영 의사가 전제 조건인데, 화성시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원 군공항 이전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은. “현재의 수원 군공항 부지가 이전된 후 만약에 아파트로 재개발되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생긴다. 특별법에 규정된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라 최소 5~10조 규모가 될 개발이익금은 군공항을 새롭게 유치하는 도시에게 주도록 돼 있다. 웬만한 시군의 1년 가용예산의 10~2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재정자립도가 충분한 화성시는 유치할 의향이 없지만, 군공항 이전 후보지 유치신청을 다시 받으면 자원하겠다는 지자체가 몇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공항 이전사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얻기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화성습지를 잘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화성의 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쓰는 것이다. 당장 돈이 된다고 해서 해안 쪽에 공장을 다 짓는다면 어떻게 될까.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국가에서는 도로를 중심으로 해안가 쪽에는 건물을 못 짓게 한다. 식당이나 카페도 허가를 안 내준다. 바다는 개인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카페를 허가해주면, 그 곳은 사유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인공적인 것은 다시 더 좋은 것을 지을 수 있지만, 자연은 만들 수가 없다. 10년 후에는 어떻게 트렌드가 변할지 모른다. 여유있을 때 비축하듯이 지금은 해안가를 보존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자연을 관광산업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성의 해양관광에 대한 비전은. “화성 전곡항에는 요트 마리나 시설이 있다. 남해안에도 훌륭한 요트 마리나가 많지만 화성의 강점은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점이다. 아무리 멋진 곳이라고 멀리 있으면 그림의 떡이다. 화성은 서울 사람들이 1시간 반이면 올 수 있는 거리다. 오후 4시 쯤 퇴근해서 친구들하고 석양을 보며 요트에서 와인 한잔 마시는 것도 가능하다. 화성의 바다는 해양레저 산업 분야에 엄청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화성에는 정조의 능행차 행렬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 추진하는 이유는. “화성에는 정조대왕이 아버지의 묘를 참배하러 온 목적지인 융릉(사도세자의 묘)이 있다. 서울 창덕궁에서 화성까지 이어지는 정조대왕의 능행차 행렬은 우리나라 전통의 ‘효(孝)’ 사상을 아주 잘 발현해주는 행사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만 봐도 열광하는데, 왕의 능행차 행렬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의상과 전통무예 시연 등은 세계적인 볼거리가 될 수 있다. 정조 능행차를 서울시, 화성시 등 관련 지자체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키워간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화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요르단 수도 암만에 있는 시타델 ‘암몬성’은 10개의 언덕 위에 세워진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암몬성 입구에서 헤라클레스 신전을 먼저 만나게 된다. 약 10m 높이 기둥 6개만 남았다. 청동기 시대의 성채부터 로마시대 방어성벽, 우마야드 왕조 왕궁, 6세기 비잔틴 교회 유적 등도 남아 있다. 어스름 해질 무렵 빈틈없이 붙어 있는 건물들이 차례로 불 밝히는 모습이 영화 속 장면처럼 근사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21 장애인창작아트페어’가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 갤러리아포레 G층에 있는 ‘더서울라이티움’에서 개막했다. 27일까지 진행되는 장애인창작아트페어는 공모를 통해 장애미술인 166명이 참가하며 공모전 317점, 특가전 146점 총 463점이 전시된다. 서울숲을 이용한 야외전시회와 서울숲 카페를 찾아가는 게릴라전,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특가전, 작가와의 만남 10차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회장을 맡은 아트 디렉터 한젬마 씨는 “장애인 창작아트페어는 국내최대 장애미술인들의 축제”라고 말했다. 월정아트센터 김기림 총괄디렉터를 비롯해서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영향력있는 큐레이터들이 참관하여 장애인미술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방귀희 회장)와 한국장애인전업미술가협회(김영빈 회장)가 공동주최하는 2021장애인창작아트페어 개막식에는 국회의원 김승수, 김예지, 최혜영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박태영실장,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안중원이사장,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태훈 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석창우화백을 비롯한 장애미술인 150여명이 참여하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클론의 강원래 씨가 부인 김송과 아들 선과 함께 참가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특가전에 작품 2점을 출품하였다’며 미술활동에 의욕을 보였다. 또한 근처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는 화가이자 구독자 10만 명의 크리에이터인 육준서 씨가 방문해주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육 씨는 현재 밀리터리 예능 ‘강철부대’에서 정의로운 강함을 보여주어 인기가 치솟고 있는데 “장애인아트페어 소식을 듣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계신 장애미술인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들렀다”고 말했다. 김영빈 조직위원장은 2021장애인아트페어 캠페인 ‘경계를 넘어 아름다운 세상으로’처럼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코로나19로 초토화된 장애인예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실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대회장을 맡은 아트디렉터 한젬마 씨의 축사(요약) “장애예술가들을 도와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술의 길은 장애예술가들에게만 힘든 세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남다름에서 천재성을 빛내는 예술가들이 존재함을 주목해야합니다. 장애미술인중에는 천재 예술가가 상당하고 그 이름에는 굳이 장애인이라는 조건이 무색할만큼 그저 천재라는 이름으로 존중받을 수많은 이들이 존재합니다. 남다른 스토리와 예술과 예술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함을 직시해야합니다. 장애인창작 아트페어가 왜 존재하는것일까요? 장애인들이어서 쏟아내는 남다른 예술의 세계가 선보이는 곳입니다. 예술은 결국 그 예술가의 삶과 환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아프고 힘들고 나름의 고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덮어두고 뒤로하고 있는 그 소중한 아픔이나 생각들을 바로 이 장애인창작아트페어의 그림을 통한 예술가들과 함께함으로서 치유되고 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의 장애란 예술성 없음입니다. 예술은 장애로 논하는게 아니라 예술성으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장애인 창작아트페어에서는 단지 그림만 보지마시고, 예술가에게 귀기울이길 권합니다. 천재를 받아들일 준비. 그것은 우리가 해야할 몫인 것이다. 어쩌면 숨어있는 내안의 장애를 만나고, 장애미술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치유, 힐링, 발견의 기회를 마련해보시길 권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광고는 예술인가, 과학인가. 광고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학적인 도구’인가, 아니면 ‘메시지를 공들여 표현하는 창작 솜씨’가 더 중요한 장르인가. 어떤 학자는 광고를 ‘자본주의 사회의 공식 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광고가 예술을 만났을 때 아트버타이징’에서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트버타이징’은 예술(art)과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 광고에 예술 기법과 요소를 결합시켜 예술의 광고화와 광고의 예술화를 시도하는 표현 장르이자 예술 주입의 한 형태를 이른다. 저자는 예술과 광고의 관련 양상을 시간 예술(음악·시·소설·동화), 공간 예술(회화·조소·사진·건축·공예), 시공간 예술(연극·영화·드라마·무용·만화)로 구분해 광고가 각종 예술 장르와 어떻게 만나는지 분석했다. 그는 “보통의 광고를 보았을 때와 예술과 만난 광고를 보았을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며 “광고와 예술이 만났을 때, 광고의 황홀경에 빠졌다고 하면 안될까?”하고 묻는다. 김 교수는 광고를 ‘15초짜리 영화’라고 표현한다. 특히 15초짜리 광고를 늘려서 만든 ‘광고영화’는 광고 표현의 영토를 새롭게 확장시킨다. 영화나 드라마 장면에 어떤 제품을 잠깐 노출하는 것이 PPL이라면, 광고영화에서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영화 주인공처럼 핵심 소재가 된다. 광고를 보다 보면 영화의 장면과 줄거리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광고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 광고와 영화가 서로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영화의 주요 장면을 인상 깊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상문화 콘텐츠인 영화와 광고가 맞보증을 서는 셈이다. 광고가 영화를 차용하면 창의성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영화의 기억 효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광고도 미술로 활용되며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광고를 연구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미술사는 ‘죽은 미술의 역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회화(그림)는 광고가 예술작품의 씨앗이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광고와 그림 혹은 그림과 광고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더 늘어나고 있다. 서 교수는 “모든 미디어가 격의 없이 만나는 혼종 미디어 시대에 광고와 그림이 혈연관계로 만나는 친연성은 갈수록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학지사. 336쪽. 1만7000원.■ 지리산을 품은 언론인 출신 수필가 구영회가 여섯 번째 에세이 ‘가장 큰 기적 별일 없는 하루’(나남출판)를 펴냈다. 이 책은 기나긴 코로나의 터널 속에서 지친 영혼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기적과 같은 평화와 행복을 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지리산 형제봉,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섬진강, 푸른 신록과 부드러운 바람이 가득한 서어나무 숲….작가는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진 지리산으로 독자들을 초대하여 마음의 평화를 찾고,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깨달음을 얻는 길을 안내한다. 작가의 기분 좋은 여행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특별한 날을 기다리며 무심하게 흘려보낸 보통의 날들이 사실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10여 년의 산중생활에서 길어 올린 깊은 성찰과 아름다운 지리산 사진이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 여기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만날 수 있는 지혜를 일깨워준다. 구영회 작가는 MBC 보도국장과 삼척MBC 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 작가로, 33년간의 언론인 생활을 마치고 지리산 자락에서 10여 년째 머물면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남출판. 240쪽. 1만4800원.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부채표’ 동화약품이 우리나라 고유의 부채 접선(摺扇·접이식 부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미술 전시회를 후원한다. 10∼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7회 ‘여름생색 展’이다. 동화약품은 2011년부터 50명의 중견 및 신진 작가의 부채 작품을 선보이는 ‘여름생색 展’을 개최해왔다. 2012년부터는 ‘가송예술상’을 제정해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우리나라 고유의 부채, 접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데 힘써왔다. 여름생색 展은 매해 공모로 선발된 가송예술상의 본선에 진출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올해 가송예술상은 부채 장인과의 컬래버레이션 부문, 부채 주제 부문의 두 부문에서 1차 포트폴리오, 2차 심층면접을 통해 본선 진출 작가를 선발했다. 본선에 진출한 작가는 △부채 부문 김용원, 김원진, 백나원, 손승범, 양수연, 왕지원, 이세정, 이지훈, 최혜수 △컬래버레이션 부문 김효연으로 총 10명. 부채 부문 참여 작가들은 접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으며 컬래버레이션 부문 참여 작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과 협업 작업을 진행했다. 6월 10일 최종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사아트센터 1층 본전시장에서는 작가 최혜수의 시멘트와 금박이라는 재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한 회화 작업을 시작으로 이지훈의 바람을 일으키는 기계장치로서의 팬(fan)들로 구성된 화려한 기둥 숲이 관객을 맞이한다. 이어서 전시장 안쪽에서는 작가 왕지원이 붓다가 해탈의 경지에 이른 순간을 사이보그로 형상화한 작업, 김용원의 미디어를 활용하여 새롭게 해석한 산수화를 만나볼 수 있다. 2층 제2전시장에서는 작가 이세정의 전통 자수 기법으로 부채의 조형미를 표현한 작품과 양수연의 부채처럼 접고 펼쳐지는 폴딩도어에 십장생(十長生)을 담은 작업 등을 선보인다. 작가 김효연은 순간을 주제로 한 수묵화를 캔버스와 부채에 담았는데 이 부채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이 만든 것으로, 신진 작가와 부채 장인의 아름다운 협업작품이 탄생하였다. 제2전시장에서는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동화약품에 관한 소개와 가송예술상의 연혁과 같은 지나온 발자취도 함께 전시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곤충은 벌이라고 한다. 요즘 봄꽃의 개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순차적으로 피어야 할 꽃들이 한꺼번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진다. 몇 달간 꿀을 모으며 살아가던 꿀벌들에겐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꿀벌의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다. 영국에서도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는데, 꿀벌이 생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면 인류도 생존할 수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70%가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에 따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의 국립수목원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왼편에 있는 벌집 모양의 앙증맞은 이색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어린이들에게 숲과 자연,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키즈 아카데미인 ‘숲이 오래’다. “벌이 멸종하면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지구의 산소 공급과 먹거리 제공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생물종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벌집형 매스와 건축 디자인 원리를 선택했습니다.” ‘숲이 오래’의 건축설계를 맡은 지음플러스 김성훈 소장(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은 프랑스 유학 후 유럽에서 10년 이상 활동해 온 도시환경 건축 전문가다. 그는 자연과 생태, 건축이 공존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을 수목원 키즈 아카데미 설계에 적용했다. 원래 부지에 있던 낙우송과 전나무 등을 옮기거나 베어내지 않고 건축물을 배치하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그래서 하나의 큰 건물보다는, 육각형 모양의 벌집 형태로 방을 여러 개 만드는 설계를 했다. “기존에 있던 나무도 살리고, 육각형 벌집 구조를 통해 생태계에서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는 벌을 상징하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정사각형 직사각형 공간이 아닌 다양한 육각형 모듈들의 공간에서 아이들이 생태적 상상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숲이 오래’는 ‘숲이 아이들에게 오라고 손짓한다’는 뜻이다. 오래된 나무를 그대로 살려 벌집 모양으로 지은 건물은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숲속 트리 하우스(tree house)처럼 보인다. 외부는 친환경 탄화목(그을려 나뭇결이 드러나는 목재)으로 마감해 주변 나무와 어울리도록 했다. 옆에 있는 계곡을 고려해 건물의 아랫부분은 필로티 구조로 만들었고, 층고가 다른 필로티 공간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조성됐다. 또 건물 뒤편에는 원래 있던 아름드리나무의 그늘과 벌집 형태의 건물 구조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야외 테라스 무대 공간이 탄생했다. 지붕의 경사면을 통해 빗물을 받아들여서 재활용하는 ‘레인가든’은 벌집형 물홈통, 빗물 저금통으로 아이들이 물의 소중함을 재밌는 놀이로 배울 수 있게 한 시설이다. 건물 앞에는 지오돔과 오감체험 텃밭 ‘키친가든’, 곤충호텔을 곳곳에 배치해 식물과 곤충의 서식과 삶을 관찰하고 볼 수 있도록 했다. 인테리어는 영국 런던예술대(UAL) 출신 공간디자이너 장소율 씨(32·우진아이디)가 맡았다. 벌집 모양의 육각형 테이블, 천장에 매달린 숲처럼 생긴 구조물을 헤치며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 향기로운 편백나무 조각에 빠져 놀 수 있는 욕조, 나이테를 형상화한 테이블 등이 숲속에 온 듯한 분위기를 낸다. 나무 무늬 프린트를 한 포스코 강판으로 마무리한 벽면은 칠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장 씨는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로 마스크가 일상화돼 버린 상황이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작은 화면이 아이들의 세상이 되어 버렸는데, 나무와 숲, 생물과 같은 자연을 아이들의 삶의 공간에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곤충은 벌이라고 한다. 요즘 봄꽃의 개화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순차적으로 피어야 할 꽃들이 한꺼번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진다. 몇 달간 꿀을 모으며 살아갔던 꿀벌들에겐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꿀벌의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다. 영국도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는데, 꿀벌이 생태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면 인류도 생존할 수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70%가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에 따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경기 포천시 소홀읍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왼쪽 편에 벌집모양의 앙증맞은 목조 건축물이 지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5~6세 유아들을 위한 환경생태 교육을 위한 키즈 아카데미인 ‘숲이 오래’다. 숲과 자연, 생태계와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한 숲교실이다. “벌이 멸종되면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지구의 산소공급과 먹거리 제공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렇듯 생물 종 다양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벌집형 매스와 건축 디자인 원리를 선택했습니다.” ‘숲이 오래’의 건축설계를 맡은 지음플러스 김성훈 소장(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은 프랑스 유학 후 유럽에서 10년 이상 활동해 온 도시환경 건축 전문가다. 그는 이 건물의 설계에서 자연과 생태, 건축이 공존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의 개념을 활용했다. 원래 부지에 있던 낙우송과 전나무 등 3그루의 오래된 나무를 이전하거나 베어내지 않고 건축물을 배치하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주변의 계곡과 연못, 나무 등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어울리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하나의 큰 건물보다는, 육각형 모양의 벌집형태로 방을 여러개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나무도 살리고, 육각형의 벌집구조를 통해 생태계에서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는 벌을 상징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기존의 정사각형 직사각형 공간이 아닌 다양한 육각형 모듈들의 공간에서 아이들이 활동하면서 생태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숲이 오래’는 숲을 오래 보존하자는 뜻이지만, “숲이 아이들에게 오라고 손짓한다”는 뜻의 이중적 의미도 담고 있다. 건물과 외부 야외 공간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밌게 숲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한 교육과 전시 장소로 활용된다. 오래된 나무를 그대로 살려 벌집 모양으로 지은 건물은 마치 숲 속에 있는 트리 하우스(Tree House)처럼 보인다. 외부는 친환경 탄화목(그을려 나뭇결이 드러나는 목재)으로 마감해 주변 나무와 어울리도록 했다. 건물 주변의 있는 계곡을 고려해 건물의 밑부분은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침수를 방지했다. 자연스럽게 벌집 모양 건물의 높이와 층고가 다르게 설계됐고, 기둥 및 필로티 공간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조성됐다. 또한 건물 뒤편에는 원래 있던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과 벌집형태의 건물 구조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야외 테라스 무대 공간이 탄생했다. 이곳은 자연 속에서 열린 교실이나 공연 무대로 사용된다. 지붕의 경사면을 통해 빗물을 받아들여서 재활용하는 레인가든은 벌집형 물홈통, 빗물 저금통으로 아이들에게 물의 소중함을 재밌는 놀이로 배울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건물 앞에 만들어진 지오돔과 텃밭에는 아이들이 식물을 직접 가꾸며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오감체험 텃밭인 ‘키친가든’이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옥상정원과 곤충의 서식과 삶은 관찰하고 볼 수 있는 폴리네이트 가든, 곤충호텔 등이 조성됐다. 실내 인테리어는 우진아이디가 시공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장소율 공간디자이너(32·미인터내셔널)는 연세대 대학원 공간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영국 런던예술대(UAL)에서 유학했다. 벌집모양의 육각형 테이블, 천정에 매달려 있는 숲처럼 생긴 구조물을 헤쳐가며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 구슬모양의 편백나무 조각에 푹 빠져 놀 수 있는 향기로운 공간, 나이테를 형상화한 테이블 등 실내 인테리어도 숲 속에 온 듯하다. 벽면은 나무 무늬로 고해상 프린트를 한 포스코(POSCO)의 강판으로 마무리해 칠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빛났다. 장 씨는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로 마스크가 일상화 돼버린 일상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작은 모니터 공간이 아이들의 세상이 되어 버렸는데, 아이들의 삶에 공간에 나무와 숲, 여러 생물들과 같은 풍부한 자연을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숲이 오래’ 개원식에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상익 산림청 산림복지국장, 최영태 국립수목원 원장, 배준규 국립수목원 실장, 이병로 광릉숲친구들 이사장, 윤양수 포스코C&C 대표이사, 장순희 이호건설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한정 의원은 축사에서 “광릉숲둘레길에 점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형 시설이 지어진 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익 산림청 국장은 “전국의 수목원과 지방자치단체에도 어린이들에게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교육과 체험시설을 꾸준히 확충하는 사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디즈니 성’의 모델은 어딜까? 바로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프랑스 노르망디에 있는 몽생미셸 수도원이 결합돼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백조의 성’이란 뜻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그야말로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독일 바이에른 왕국 루트비히 2세가 자신이 좋아했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백조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낭만적인 중세 느낌의 성을 지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남 담양은 지금 죽순의 계절이다. 새로 난 죽순이 하루 30~40cm씩 자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은 멈춰버렸지만, 대나무 숲속에서는 매일 어른 팔뚝만 한 죽순이 쑥쑥 올라온다. 죽순의 생명력은 놀랍기만 하다.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나오는 어린 줄기다. 4월 맹종죽부터 시작해 5월 말~6월 중순에는 분죽, 6월 중순에서 말까지는 왕죽의 죽순이 나온다. 대나무는 죽순이 나오고 약 40일 만에 키가 다 커버린다. 짧으면 10m, 길게는 20m까지 다 자란 이후에는 두꺼워진다. 대나무 죽순은 하루에 1m씩 자라기도 한다. “죽순에 모자를 걸어놨는데 다음 날 가보니 손이 안 닿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질 정도다. ●담양 삼다리 대나무숲 ‘죽순회’ 담양에는 유명한 대나무숲이 많다. 31만 ㎡의 공간에 울창한 대나무숲이 조성돼 있는 죽녹원은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으며 영화촬영 장소로도 인기다. 한국대나무박물관 뒤편 대나무품종원 산책로에도 한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대나무 품종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그러나 담양에는 동네 뒷산에도 원시림 같은 대숲이 있는 곳이 많다. 대숲에 이는 시원한 바람소리를 듣고, 푸른 댓잎을 통과한 햇살의 따스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조용한 길이 많다. 그중에서도 국가중요농업유산 4호로 지정된 담양 삼다리 대나무숲은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천연숲길이다. 댓잎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야생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찻집 겸 펜션인 ‘명가혜’(061-381-6015)를 운영하고 있는 국근섭 씨(62)를 만났다. 그는 대숲 속에서 판소리를 하고, 감성무를 추는 예인(藝人)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죽순을 캐고, 물에 삶고, 저장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죽순껍질을 덖고 비벼서 만든 ‘죽신황금차’를 직접 개발해 특허까지 냈다. 투명한 찻잔에 마셔보니 황금색 빛깔에 구수한 향이 일품이었다. 국 씨는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요리”라며 ‘죽순회’를 가져왔다. 집 뒷산에서 오늘 따온 죽순을 다듬고 삶은 죽순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었다. 싱싱한 죽순의 담백한 기운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연한 죽순 내부에는 수많은 마디가 있다. 대나무가 다 컸을 때의 마디 수와 똑같다고 한다. 국 씨는 “평생 자랄 수 있는 마디를 이미 모두 갖추고 있는 죽순은 강한 생명의 기운이자 최고의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죽순회에 죽향막걸리 한잔, 그리고 주인장의 판소리 한 대목까지 곁들이니 이것이 남도 풍류여행의 참맛이 아니겠는가. ●가사문학과 정자문화의 본향, 담양담양은 대나무숲과 함께 조선시대 정자 문화의 본향이다. 영산강 상류 광주호 인근 가사문학면에 있는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면앙정 등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지었던 조선 선비들의 이름난 정자를 찾는 여행도 가볼 만하다. 소쇄원 입구에도 대나무숲이 사람을 맞는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의 작가 김훈은 담양의 대숲을 ‘악기의 숲, 무기의 숲’이라고 표현했다. 대나무는 피리를 만들기도 하고, 활과 화살, 창과 같은 무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안락한 휴식과 음악을 주는 대숲은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들의 무기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소쇄원은 ‘은자(隱者)’의 정원이다.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1503~1557)는 기묘사화(1519) 이후 스승인 정암 조광조의 죽음을 보고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이곳에 은거했다고 한다. 소쇄원은 계곡과 폭포를 최대한 자연 그대로 살렸다. 덧붙인 건물과 나무, 돌다리 하나하나에는 선비의 철학이 담겼다. 우선 ‘소쇄(瀟灑)’는 깨끗하게 씻는다는 뜻, 주인의 공간인 ‘제월(霽月)당’, 사랑채인 ‘광풍(光風)각’은 ‘비가 갠 뒤 하늘에 뜨는 맑은 달과 상쾌한 바람’이란 뜻이다. 육체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씻고 닦는 정원이다. 소쇄원 입구에는 ‘대봉대(待鳳臺)’라는 정자가 있다. 주변에는 봉황이 앉는 벽오동나무와 봉황이 먹는 열매인 죽실이 열리는 대나무밭이 있다. 또한 봉황이 마시는 맑은 샘물인 ‘예천(醴泉)’도 있다. 봉황은 스승 조광조가 꿈꾸었던 왕도정치를 펼칠 왕을 상징하는 새다. 담양에서 향토사 전문서점 ‘이목구심서’를 운영하고 있는 전고필 씨는 “소쇄원은 ‘직유’가 아닌 ‘은유’의 공간”이라며 “직접 대놓고 ‘우리가 혁명하겠다’고 말로 하는 대신, 왕도정치를 펼칠 지도자를 기다리는 은자로서의 철학을 건축에 심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월당에는 하서 김인후(1510~1560)가 쓴 ‘소쇄원 48영시(詠詩)’가 걸려 있다.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의 친구이자 사돈인 김인후는 소쇄원에 정신적, 영적인 의미를 부여한 성리학자다. 소쇄원에는 송순, 정철, 고경명, 기대승, 임억령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선비들이 모여들었다. 훗날 이들을 ‘소쇄원 시단(詩壇)’이라고 불렀다. 마치 유럽이 카페를 중심으로 철학과 시가 꽃피었던 것처럼, 소쇄원을 중심으로 당대 문학과 사상이 꽃피고 무르익었다. 소쇄원의 정자문화는 영산강 상류의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고 확장된다. 식영정(息影亭)은 직역하면 ‘그림자도 쉬어가는 정자’인데, 그림자가 없는 신선처럼 ‘그림자마저 끊어버리고 살겠다’는 도교적 공간이기도 하다. 식영정의 뒷산은 별뫼라고 불렸는데, 한자로 하면 성산(星山)이다. 송강 정철은 이 주변의 풍광을 노래한 ‘식영정 20영(詠)’을 토대로 가사 ‘성산별곡’을 지었다. 환벽당(環碧堂)은 말 그대로 ‘푸르름이 고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정자’다. 요즘 환벽당은 온통 초록으로 뒤덮여 있다. 환벽당 아래에 있는 조대(釣臺)와 용소(龍沼)는 이 정자를 지은 사촌(沙村) 김윤제가 어린 정철을 처음 만난 곳이라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당시 14살의 정철은 귀양살이하던 아버지를 따라 담양에 내려와 살고 있었는데, 때마침 김윤제가 환벽당에서 낮잠을 자다가 꿈에 용소에서 청룡 한마리가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꿈을 깬 후 용소로 내려가 보니 용모가 비범한 소년이 멱을 감고 있었다고 한다. 김윤제는 정철에게 학문과 시를 가르쳤고, 27세로 관계에 진출할 때까지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었다고 한다. 면앙정(俛仰亭)은 송순(1493~1583)이 직접 짓고 호로 삼은 정자다. 정면 세 칸의 팔작지붕의 정자로, 주변의 탁 트인 풍광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자 뒤편에는 곧게 서 있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의 자태가 빼어나다. 정자에는 송순의 ‘면앙정 삼언가’가 판각돼 있다. ‘면유지(俛有地) 앙유천(仰有天) 정기중(亭其中)’(땅을 굽어보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그 가운데 정자를 짓는다)이란 말로 시작되는데, 앞의 세 글자를 따서 ‘면앙정’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송순이 면앙정에서 지은 시조도 유명하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내니/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세 칸 건물 중에 사람이 한 칸을 쓰고, 나머지 두 칸은 툭 터서 달과 바람, 온 강산의 경치를 끌어들인다는 건축의 원리다. 담양의 향토사학자 전고필 씨는 “이 시조에는 조선의 모든 정자와 정원에 적용되는 ‘차경(借景)’의 원리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영산강의 상류지역인 식영정과 환벽당, 소쇄원 앞으로 흐르는 천은 자미탄(紫薇灘)이라 불렸다. 조선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당대의 석학들이 자연과 교감하고 후학을 가르친 조선선비들의 살롱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다. 현재 이곳은 ‘가사문학면’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정자 앞으로 흐르던 자미탄 주변의 유서깊은 명소들은 광주댐이 세워지면서 수몰됐다. 그러나 광주호는 새롭게 생태공원이자 인문학 호수로 조성돼 탐방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비오는 날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에 바라본 영산강물은 마음 속까지 고요하게 만들었다. ● 가볼 만한 곳붉은 벽돌로 지어진 ‘담빛예술창고’는 옛 양곡창고였던 ‘남송창고’를 카페와 미술 갤러리로 개조한 곳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 이곳의 명물은 높이 4m, 넓이 2.6m 크기의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 무려 700여 개의 대나무 파이프로 제작된 이 오르간으로 주말과 공휴일에 특별 연주회가 열린다(061-383-8240).담양읍에 있는 ‘해동문화예술촌’(옛 해동주조장)은 전통 막걸리를 빚던 주조장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061-383-8246). 이 곳에서는 전국의 다양한 막걸리와 술 제조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현대미술 작가들의 기획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전남 담양은 지금 죽순의 계절이다. 새로 난 죽순이 하루 30∼40cm씩 자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은 멈춰버렸지만, 대나무 숲속에서는 매일 어른 팔뚝만 한 죽순이 쑥쑥 올라온다. 죽순의 생명력은 놀랍기만 하다.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나오는 어린 줄기다. 4월 맹종죽부터 시작해 5월 말∼6월 중순에는 분죽, 6월 중순에서 말까지는 왕죽의 죽순이 나온다. 대나무는 죽순이 나오고 약 40일 만에 키가 다 커버린다. 짧으면 10m, 길게는 20m까지 다 자란 이후에는 두꺼워진다. 대나무 죽순은 하루에 1m씩 자라기도 한다. “죽순에 모자를 걸어놨는데 다음 날 가보니 손이 안 닿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질 정도다.》○ 담양 삼다리 대나무숲 ‘죽순회’ 담양에는 유명한 대나무숲이 많다. 31만 m²의 공간에 울창한 대나무숲이 조성돼 있는 죽녹원은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으며 영화 촬영 장소로도 인기다. 한국대나무박물관 뒤편 대나무품종원 산책로에도 한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대나무 품종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그러나 담양에는 동네 뒷산에도 원시림 같은 대숲이 있는 곳이 많다. 대숲에 이는 시원한 바람소리를 듣고, 푸른 댓잎을 통과한 햇살의 따스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조용한 길이 많다. 그중에서도 국가중요농업유산 4호로 지정된 담양 삼다리 대나무숲은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천연숲길이다. 댓잎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야생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찻집 겸 펜션인 ‘명가혜’(061-381-6015)를 운영하고 있는 국근섭 씨(62)를 만났다. 그는 대숲 속에서 판소리를 하고, 감성무를 추는 예인(藝人)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죽순을 캐고, 물에 삶고, 저장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죽순껍질을 덖고 비벼서 만든 ‘죽신황금차’를 직접 개발해 특허까지 냈다. 투명한 찻잔에 마셔보니 황금색 빛깔에 구수한 향이 일품이었다. 국 씨는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요리”라며 ‘죽순회’를 가져왔다. 집 뒷산에서 오늘 따온 죽순을 다듬고 삶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었다. 싱싱한 죽순의 담백한 기운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연한 죽순 내부에는 수많은 마디가 있다. 대나무가 다 컸을 때의 마디 수와 똑같다고 한다. 국 씨는 “평생 자랄 수 있는 마디를 이미 모두 갖추고 있는 죽순은 강한 생명의 기운이자 최고의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죽순회에 죽향막걸리 한잔, 그리고 주인장의 판소리 한 대목까지 곁들이니 이것이 남도 풍류여행의 참맛이 아니겠는가.○가사문학과 정자문화의 본향, 담양 담양은 대나무숲과 함께 조선시대 정자 문화의 본향이다. 영산강 상류 광주호 인근 가사문학면에 있는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면앙정 등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지었던 조선 선비들의 이름난 정자를 찾는 여행도 가볼 만하다. 소쇄원 입구에도 대나무숲이 사람을 맞는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의 작가 김훈은 담양의 대숲을 ‘악기의 숲, 무기의 숲’이라고 표현했다. 대나무는 피리를 만들기도 하고, 활과 화살, 창과 같은 무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안락한 휴식과 음악을 주는 대숲은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들의 무기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소쇄원은 ‘은자(隱者)’의 정원이다.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1503∼1557)는 기묘사화(1519년) 이후 스승인 정암 조광조의 죽음을 보고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이곳에 은거했다고 한다. 소쇄원은 계곡과 폭포를 최대한 자연 그대로 살렸다. 덧붙인 건물과 나무, 돌다리 하나하나에는 선비의 철학이 담겼다. 우선 ‘소쇄(瀟灑)’는 깨끗하게 씻는다는 뜻, 주인의 공간인 ‘제월(霽月)당’, 사랑채인 ‘광풍(光風)각’은 ‘비가 갠 뒤 하늘에 뜨는 맑은 달과 상쾌한 바람’이란 뜻이다. 육체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씻고 닦는 정원이다. 소쇄원 입구에는 ‘대봉대(待鳳臺)’라는 정자가 있다. 주변에는 봉황이 앉는 벽오동나무와 봉황이 먹는 열매인 죽실이 열리는 대나무밭이 있다. 또한 봉황이 마시는 맑은 샘물인 ‘예천(醴泉)’도 있다. 봉황은 스승 조광조가 꿈꾸었던 왕도정치를 펼칠 왕을 상징하는 새다. 담양에서 향토사 전문서점 ‘이목구심서’를 운영하고 있는 전고필 씨는 “소쇄원은 ‘직유’가 아닌 ‘은유’의 공간”이라며 “직접 대놓고 ‘우리가 혁명하겠다’고 말로 하는 대신, 왕도정치를 펼칠 지도자를 기다리는 은자로서의 철학을 건축에 심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월당에는 하서 김인후(1510∼1560)가 쓴 ‘소쇄원 48영시(詠詩)’가 걸려 있다.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의 친구이자 사돈인 김인후는 소쇄원에 정신적, 영적인 의미를 부여한 성리학자다. 소쇄원에는 송순, 정철, 고경명, 기대승, 임억령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선비들이 모여들었다. 훗날 이들을 ‘소쇄원 시단(詩壇)’이라고 불렀다. 마치 유럽이 카페를 중심으로 철학과 시가 꽃피었던 것처럼, 소쇄원을 중심으로 당대 문학과 사상이 꽃피고 무르익었다. 소쇄원의 정자문화는 영산강 상류의 물줄기(자미탄, 창계천, 광주호)를 따라 이어지고 확장된다. 식영정(息影亭)은 직역하면 ‘그림자도 쉬어가는 정자’인데, 그림자가 없는 신선처럼 ‘그림자마저 끊어버리고 살겠다’는 도교적 공간이기도 하다. 식영정의 뒷산은 별뫼라고 불렸는데, 한자로 하면 성산(星山)이다. 송강 정철은 이 주변의 풍광을 노래한 ‘식영정 20영(詠)’을 토대로 가사 ‘성산별곡’을 지었다. 환벽당(環碧堂)은 말 그대로 ‘푸르름이 고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정자’다. 요즘 환벽당은 온통 초록으로 뒤덮여 있다. 환벽당 아래에 있는 조대(釣臺)와 용소(龍沼)는 이 정자를 지은 사촌(沙村) 김윤제가 어린 정철을 처음 만난 곳이라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면앙정(면仰亭)은 송순(1493∼1583)이 직접 짓고 호로 삼은 정자다. 정면 세 칸의 팔작지붕의 정자로, 주변의 탁 트인 풍광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자 뒤편에는 곧게 서 있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의 자태가 빼어나다. 정자에는 송순의 ‘면앙정 삼언가’가 판각돼 있다. ‘면유지(면有地) 앙유천(仰有天) 정기중(亭其中)’(땅을 굽어보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그 가운데 정자를 짓는다)이란 말로 시작되는데, 앞의 세 글자를 따서 ‘면앙정’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송순이 면앙정에서 지은 시조도 유명하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내니/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세 칸 건물 중에 사람이 한 칸을 쓰고, 나머지 두 칸은 툭 터서 달과 바람, 온 강산의 경치를 끌어들인다는 건축의 원리다. 담양의 향토사학자 전고필 씨는 “이 시조에는 조선의 모든 정자와 정원에 적용되는 ‘차경(借景)’의 원리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글·사진 담양=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가볼 만한 곳붉은 벽돌로 지어진 ‘담빛예술창고’는 옛 양곡창고였던 ‘남송창고’를 카페와 미술 갤러리로 개조한 곳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 이곳의 명물은 높이 4m, 너비 2.6m 크기의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 무려 700여 개의 대나무 파이프로 제작된 이 오르간으로 주말과 공휴일에 특별 연주회가 열린다. 담양읍에 있는 ‘해동문화예술촌’(옛 해동주조장)은 전통 막걸리를 빚던 주조장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제일테크노스가 석박사급 인력을 영입하는 등 기업 부설 연구소를 획기적으로 확충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제일테크노스는 1971년부터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각종 건축, 빌딩용 데크(DECK) 플레이트를 생산 시공해 온 업계 선도 기업이다. 국내 건축시장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시공되고 있는 철근일체형 ‘NT 데크’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신기술 지정 제품인 ‘CAP 데크’와 ‘KEM 데크’, ‘HI 데크’ 등을 생산 시공하여 국내 건축 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제일테크노스의 데크 제품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인 평택PJT, 탕정PJT, 베트남 하노이공장, SK하이닉스 이천PJT 등에 제작 시공됐다. 국내 최대 SOC 사업인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비롯해 타워팰리스, 하이페리온 등 국내 유수 건축물에도 시공 및 적용됐다. 회사 보유 기술 중 ‘NRC 공법’은 업계 선도 기술로 평가된다. 주요 골조 부재를 공장에서 선조립해 현장 시공을 단순화하는 공법으로, 전통적인 철근콘크리트(RC)와 철골(S)의 장점은 모으고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의 단점은 보완한 공법이다. NRC 공법은 RC보다 공사 기간을 평균 40% 이상 단축시켜 현장 인력 감축 효과도 크다. 경기 평택 모곡동 지식산업센터 신축 골조공사, 인천 남청라, 경남 창원 등 대형 물류센터에 해당 공법이 적용됐다. 또한 제일테크노스는 1990년부터 조선용 기자재 생산라인을 대단위로 구축해 물류 시스템, 전처리 도장, 소조 및 가공 등의 조선 기자재 제작 전문 공장을 운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대형 조선사에 공급하여 국내 조선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제일테크노스 나주영 회장은 “최근 원자재의 급격한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경영시스템과 기업문화 창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 회장은 노사 간 상생을 중요시해 매년 노사한마음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으며 현재 민선 초대 포항시체육회 회장을 맡아 지역사회 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는 말년에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정원을 가꾸고 수련을 키웠다. 이곳에서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차이를 탐구하며 화폭을 채워 나갔다. 물에 비친 흰 구름과 나무, 꽃 그림자는 어디가 하늘이고, 물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봄의 푸릇푸릇함, 비가 내리는 새벽….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다 보면 작가의 깊은 내면세계와 만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Josun Palace, a Luxury Collection Hotel, Seoul Gangnam)을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공식 개관했다.조선 팰리스는 서울 강남의 시티뷰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를 살려 어느 곳에서도 서울의 스펙터클한 뷰를 즐길 수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초기 조선호텔의 정신을 바탕으로 지난 100여 년의 헤리티지를 계승해 최상급의 독자브랜드로 개발한 첫 호텔이다. 》 서울 도심에서 조선의 헤리티지를 담으면서도 가장 이국적인 곳 커튼월(통유리)로 모던한 느낌을 낸 센터필드와는 대조적으로 호텔은 아르데코 스타일을 기본으로 다양한 색감과 디테일한 요소들을 통해 럭셔리한 조선 팰리스의 미(美)를 느낄 수 있다. 조선 팰리스는 호스피탤리티 업계의 신진 디자이너이자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욍베르&푸아예가 디자인했다. 호텔 메인 입구인 웰컴 로비는 호텔에서 처음 마주하는 공간인 만큼 4m에 이르는 압도적 스케일의 팰리스 게이트가 가장 눈에 띈다. 24층 이상의 고층부에는 서울의 시티뷰를 조망할 수 있는 총 254개의 객실과 수영장 및 피트니스 시설인 조선 웰니스 클럽이 자리했다. 호텔 곳곳에는 메탈과 크리스털 유리의 대비로 투명한 세련미를 담아냈다. 이런 디자인은 조선 팰리스가 선별한 5곳의 고메 컬렉션에서도 섬세하게 어우러졌다. 파인 뷔페 레스토랑 ’콘스탄스‘, 코리안 컨템포러리 ’이타닉 가든‘, 광둥식 파인 다이닝 ’더 그레이트 홍연‘, ’1914 라운지앤바‘, ’조선델리 더 부티크‘ 모두 스펙터클한 뷰를 감상하면서 도심 한복판에서 이국적인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됐다. 한식 계절 식재료에서 시작해 프랑스 등 다양한 조리법을 가미해 새로운 파인 다이닝으로 탄생한 ’이타닉 가든‘은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다. 셰프의 조리 과정을 함께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12석 규모의 카운터석을 비롯해 도심의 시티뷰를 바라보며 프라이빗하게 식사할 수 있는 2인 윈도석도 마련됐다. 24층에서 압도적인 공간감을 자랑하는 1914 라운지앤바는 조선호텔이 쌓아온 헤리티지와 조선 팰리스가 이어갈 가치까지 100년의 역사가 담긴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의 마천루를 품은 객실은 동선 하나하나를 고려해 여행자에게 여유로운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이탈리아 럭셔리 침구인 프레떼의 최상위 라인인 안드레아(Andrea)가 객실과 욕실의 모든 리넨류에 적용됐으며 전 객실에는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컬렉션 중 ’더 원‘ 라인이 준비됐다. 니치 향수 바이레도(BYREDO)의 르 슈맹(Le Chemin)이 기본 어메니티로 비치돼 만족감을 더한다. 호텔 내 400여 아트워크에서 마주하는 ’현대 한국의 황금기‘조선 팰리스 곳곳에는 ’현대 한국의 황금기‘라는 콘셉트 아래 국내외 컨템포러리 아트 4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웰컴 로비에서 처음 만나는 대니얼 아셤의 작품 ’Blue Eroded Moses‘를 비롯해 다층적인 아름다움의 순간을 포착한 칸디다 회퍼의 ’B¤hm Chapel‘, 화려한 번영을 느낄 수 있는 요한 크레텐의 ’Glory‘, 강인한 꽃의 힘을 담은 장미셸 오토니엘의 ’Chrysantheme‘과 조지프 스타시케베츠의 ’Lespinasse‘ 등으로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비전을 보여준다. 김지원, 이정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호텔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한채양 대표이사는 “조선 팰리스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선보이는 최상급 호텔로 최고를 위한 궁극의 호스피탤리티를 경험할 수 있는 호텔이자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생 메리 성당의 가운데에 있는 ‘스트라빈스키 분수’. 러시아 현대 작곡가인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대표작 ‘봄의 제전’을 기리는 분수다. 불새, 높은음자리표, 코끼리, 사이렌 등 16개 조각품은 강렬한 색채로 존재감을 자랑한다. 음악을 움직이는 미술로 표현한 ‘키네틱아트’로 화창한 날 햇빛에 부서지는 물줄기는 파리의 봄날을 한층 다채롭게 수놓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