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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TV가 6일 개막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면서 일부 중계진의 성차별적 발언이 그대로 방송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주단(@J00_D4N)’이라는 한 누리꾼이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아카이빙’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그는 “각 방송사에 공식 항의하겠다”며 사례를 올렸다. 이에 따르면 KBS의 경우 비치발리볼 경기에서 “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엔 비키니” “해변엔 여자와 함께 가야”라는 언급이 나왔다. 6일 여자 유도 중계 당시엔 남성 아나운서가 여성 아나운서에게 “48kg이 넘느냐”며 체중을 물어보고, 출전 선수를 “실제로 보면 가녀린 소녀”라고 지칭했다. 펜싱 중계 때는 여성 선수를 두고 “미인대회 출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SBS도 유도 경기를 중계하며 외국 선수에게 “살결이 야들야들하다” “스물여덟이면 여자 나이로는 많은 거다” 등의 발언을 했다. 한 수영 선수에 대해선 “얼굴도 예쁘게 생겨서 박수 받을 만하다”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방송사가 성차별 발언을 왜 이렇게 방치하나’ ‘저런 발언을 한 중계진이 성차별이란 의식도 못한다는 게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원본/ 베이징 구자룡특파원·정양환·임희윤·이서현 기자기획·제작/ 하정민 기자·장대진 인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규제설이 일면서 한류산업 시장에 ‘위기론’이 감돌고 있다. 업계는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면서도 △해외시장 다각화 △국경과 상관없는 웹 콘텐츠 등 새로운 유통경로 개발 △완벽한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등을 통해 안정적 한류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류,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해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의 중국(홍콩 포함) 수출액은 2014년 기준 약 13억4123만 달러(약 1조4481억 원)로 전체 수출액 중 26.2%를 차지했다. 지역·국가별로는 일본(약 15억9747만 달러) 다음으로 높다. 한류 엔터테인먼트산업 대표주자인 SM과 YG, JYP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이 각각 35%와 20%, 20%를 차지하고 있다. 한류 문화상품 시장의 다양한 경로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비키’의 소성민 이사는 “중국에서 한류의 독점적 지위는 언제라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유럽과 아랍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 투자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SM은 2011년 태국 최대 미디어 그룹인 ‘트루 비전스 그룹’과 현지 합작법인 ‘SM 트루’를 세우는 등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영화 투자배급사 CJ E&M은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뒀고, 터키와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YG와 JYP 역시 미주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대형업체와 손잡고 완벽한 현지화를 통해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영화 배급투자사 쇼박스는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한중 합작영화 ‘뷰티풀 액시던트(美好的意外·미호적의외)’를 개봉할 예정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중국 화이브러더스미디어 주식유한공사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라 한류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급투자사 NEW 역시 중국 화처미디어그룹과 현지 회사를 차렸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신산업 유통구조 활성화와 정부의 위기대응전략 마련도 중요 이참에 기존 콘텐츠 수출입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문화콘텐츠 유통 경로를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방송시청(OTT) 서비스와 ‘웹드라마’ ‘웹툰’ 등 웹 콘텐츠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PD는 “전통적인 TV 드라마나 음반 판매에서 벗어나 웹을 기반으로 한 시장을 구축하면 최근과 같은 사례가 벌어져도 치명적 타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한류 콘텐츠 위기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673억 달러(약 185조5524억 원). 4년 뒤인 2019년에는 2475억 달러(약 274조5022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를 맞아 손놓고 있다간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한류가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고 있는 한 제작사 대표는 “이명박(MB) 정권 당시 한일관계가 경색됐을 때 움츠러든 일본 내 한류가 지금도 전성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한류를 정책 홍보에만 이용하려 하지 말고 한류 콘텐츠를 보호할 구체적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임희윤·이서현 기자}
한국기자협회는 28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자협회는 ‘김영란법, 비판언론 재갈물리기 악용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김영란법이) 위헌 소지가 다분하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을 기대하고 헌법소원을 냈으나 오히려 헌법상 가치를 부정하는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특히 권력이 법을 빌미로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을 경계한다”며 “사정당국이 자의적 법 적용으로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김영란법을 악용하지 않는지 똑똑히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동아일보 7월 19일자 B5면) 얼마 전 처음 한국에 온 홍콩 지인. 서울 명동 길을 걷다 멀뚱히 쳐다본다. “저기 큰 광고 걸린 빌딩은 뭐야?” “아, 유명한 백화점 본관이야. 어쩌고저쩌고.” 영어가 짧았나. 내내 갸웃거린다. “근데 한국인은 다들 영어나 중국어 잘하나 봐.” “글쎄…, 왜?” “너희 나라 백화점인데 한글이 안 보여서.” 띵. 멘털 붕괴. “설, 설마.” 말까지 더듬었다. 아닐 거야. 주위를 두 바퀴나 돌았다. 절망 직전, 찾아낸 앞문 귀퉁이 작은 두 글자. ‘정문.’ “이것 봐, 있잖아! 내가 뭐랬….” 친구의 접대용 ‘썩소’. 민망, 당분간 연락 말자. 다음 날, 다시 명동. 다른 백화점도 ‘도긴 개긴’이다. 모두 외국어고 한국어는 고작 ‘△층 ××홀’ 정도. 명동대로는? 25년 산 도시에서 까막눈이 돼버렸다. 한 화장품가게 점원을 붙들고 왜 이러냐고 따져봤다. “선머(什요·뭐라고요)?” 헉, 한국말 못 한다. “그런 지 꽤 됐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위주다 보니. 요샌 중국동포나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이 훨씬 많고 시급도 높아요. 간판도 불법이라 벌금 물며 하는 겁니다. 내국인에겐 불편한 점이 적지 않죠. 정말 큰일이에요.”(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 왜? 상인들은 어쨌건 장사 되면 좋잖아. 그게 그렇지도 않단다. 협의회에 따르면 명동을 찾은 한국인은 2011년 10만여 명에서 지난해 약 8만 명으로 줄었다. 이 국장은 “자국민이 등 돌리면 결국 외국인도 흥미를 잃는다”며 “실제 2, 3년간 유동인구는 20% 이상 늘었지만 매출은 5% 성장에 그쳤다”며 걱정했다. 뭐, 그래도 관광객이 만족하면 감수할 불편 아닐까. 지난해 서울에 왔던 중국계 캐나다인 A 씨를 메신저로 불러냈다. 어쨌든 편하지 않았느냐고. “솔직하게? 별로였어. 중국 외갓집 들른 느낌. 이국적인 맛이 없다 할까. 말 좀 안 통해도 그게 또 재미인데. 하나 더. 개인적으로 한글 참 예뻐. 근데 ‘한국인은 모국어 싫어하나’ 싶었어. 간판은 중국어, 입은 티셔츠는 죄다 영어던데.” 2차 붕괴. 맞다. ‘과티(학과 티셔츠)’ 이후 한글 옷 쳐다본 적도 없다. 이거 문화적 자존감 문제였나.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의 최경은 박사에게 심란한 맘을 털어놨다. “동전의 양면이죠. 정체성 유지와 관광 활성화는 원래 균형 잡기 어렵습니다. 최근 유커(遊客) 잡기 열풍은 세계적 현상입니다. 일본도 유럽도. 관광객이 줄면 왜 더 적극적이지 않았느냐고 하겠죠. 항상 고민할 이슈지만 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긴. ‘친절하다’와 ‘배알도 없다’는 한 끗 차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언젠간 아름다운 한글 가게 앞 외국인 단체촬영을 볼 날도 오려나. 먼저 인터넷에서 한글 티셔츠부터 찾아봐야겠다. 그나저나 이럴 땐 뭔 노래가 당길까. #02 스팅 ‘Englishman in New York’(1987년)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좀비가 이순신 장군을 넘어설 수 있을까.” 올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부산행’(사진)이 역대 1일 최다 관객 관람 기록을 새로 썼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23일 하루 128만948명이 관람했다. 2014년 ‘명량’이 그해 8월 3일에 세웠던 1위 기록(125만3352명)을 2만7000여 명 앞섰다. 하루 매출액만 약 108억9800만 원에 이른다. ‘부산행’ 돌풍은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20일 87만2389명이 관람해 역대 개봉일 스코어 1, 2위였던 지난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72만7901명)와 ‘명량’(68만2701명)을 제쳤다. 개봉 5일째인 24일 오후 4시 반 500만 명을 돌파했다. 6일째 관객 500만 명을 넘었던 ‘명량’보다 빠른 속도다. 역대 1위 ‘명량’의 누적 관객 수는 1761만5057명이다. ‘부산행’은 과연 역대 1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까. 첫 번째 판가름은 27일 전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순수 제작비만 147억 원을 들인 ‘인천상륙작전’과 미국 할리우드의 강호 ‘제이슨 본’이 동시에 선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름 경쟁작 ‘덕혜옹주’와 ‘터널’은 다음달 3, 10일 개봉한다. ‘부산행’은 한반도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가운데 부산으로 가는 KTX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작품. 연상호 감독 연출에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이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세션에 초대돼 큰 주목을 받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배우 이민호가 주연한 한중 합작 영화 ‘바운티 헌터스(賞金獵人·상금렵인)’가 18일 기준 2억1230만 위안(약 363억 원)을 벌어들이며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지에서 1일 개봉한 이 작품은 ‘7급 공무원’(2007년)을 연출했던 신태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민호와 중국 배우 중한량(鍾漢良) 등이 출연했다. 현상금 사냥꾼들이 미국 경찰도 잡지 못한 범죄자를 소탕하며 큰 공을 세운다는 내용이다. ‘바운티 헌터스’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더니 보름 만에 2억 위안을 돌파했다. 한국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2억 위안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한중 합작 영화 가운데 흥행 1위는 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20세여 다시 한 번’(3억6400만 위안)이다. 이정재가 출연한 한중 합작 영화 ‘틱 톡(驚天大逆轉·경천대역전)’도 14일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까지 매출 6727만 위안(약 115억 원)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정재는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테러를 막기 위해 싸우는 한국 경찰 역을 맡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전편에서 계속) “누, 누구냐!” 책상 아래서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과 마주친 건 광선총을 지닌 바야바…. 아니 찬찬히 보니 그냥 털 많은 인간이었다. 총이 아닌 대포 카메라를 든. 끙 신음을 내며 일어서더니 쩝 입술을 핥았다. “젠장, 너희 요원 신상을 털려고 이틀이나 잠복했건만. 역시 만만치 않군.” “뭣? 그렇다면 디스패….” “아니, 아닌데! 우린 외계인만 뒤지는 ‘뒤져 패치’다.” “저게 뒈지려고. 하나 시간이 없다, 세븐.” 두둥. 어느새 나타난 에이전트2(정양환)와 41(김배중). “최근 창궐한 ‘패치 수족구병’을 조사해야 한다”며 지하철 막차를 놓칠세라 종종걸음. 굳이 왜. 쟤를 심문하면 될 텐데, 바보들. 에이전트7은 울분의 눈물을 삼켰다. 》 ○ 무차별 신상털이 ‘패치: 폭로의 시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영향인가. 2016년 여름 한반도는 ‘패치: 폭로의 시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온갖 △△패치, ××패치들로 뒤덮였다. 출발은 지난달 말 인스타그램 계정 ‘강남패치’. SNS에서 있는 척하는 여성들이 실은 유흥업소 종사자라며 신상털이에 나섰다. 격렬한 논란에도 며칠 만에 팔로어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부리나케 강남패치를 쫓던 요원들은 이후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속칭 ‘노는’ 남성을 고발한다는 ‘한남패치’와 지하철 추태남을 고발한다는 ‘오메가패치’, 심지어 강남패치 운영자 신상을 털겠다는 ‘안티 강남패치’까지 우후죽순 돋아났다. 문제는 하나같이 ‘정의구현’을 외치지만 사회 정의를 거스르는 건 정작 본인들이란 점이다. 신상털이는 사실이라도 사생활 침해, 거짓이면 사기다. 한 변호사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엄중한 명예훼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첨엔 몇몇 인물 사진 정도 내걸고 험담하던 수준이더니 점차 실명에 직장까지 깠다. 방송사 아나운서에 유명 연예인도 대상이 됐다. 일부는 대놓고 “신상 공개 막으려면 돈을 내라”고 협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최근 몇몇 계정은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근데 진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SNS가 대부분 물 건너온 회사다 보니 해외 수사기관과 협조공문이 오가는 데만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이런 맹점을 파악한 듯 여러 차례 계정을 바꾸며 활개 친다.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날 고소해 봐. 내 판에선 내 룰뿐”이란 글을 남긴 채.○ 뻔한 자정 노력 말곤 답 없는 현실 그래? 경찰마저 어렵다면 에이전트도 이만 철수…하려던 찰나. ‘딩동’ 기다리던 메신저 답신이 도착했다. 응답은 바로 ‘안티 강남패치’의 운영자. 여러 계정에 구애를 펼쳤으나 무응답 퇴짜 며칠 만에. 한 패치는 “○○신문이 자꾸 인터뷰하자는데 확 신상을 털어버릴까”라고도 했다. 아, 이건 우리 요원들이 아니다. 딴 데다. 어쨌든 ‘안티…’와의 짤막한 대화. ―왜 패치를 운영하는가. “지인이 피해를 입은 게 계기였다. 패치에게 무슨 명예나 권리가 있나. 지들도 당해 봐야 한다.” ―신상 털면 똑같은 위법이잖나. “합법 아닌 거 안다. 하나 방어 차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경찰 수사한다고 피해자 억울함이 풀리나. 익명 폭로는 사람을 죽이는 거와 똑같다.” 그들도 안다. 이건 테러고, 살상이다. 한데 멈추질 않는다. 죄인 줄 알면서도….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정서적 무감각’이라 봤다. “폭로 연예 매체의 범람에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연예인 등 공익과 상관없는 개인 사생활까지 파헤쳐 가며 수익을 얻잖아요. 사람들이 여기에 익숙해지며 죄책감이 점점 옅어진 겁니다. ‘이런 사람은 폭로해도 돼’란 정서가 확산된 거죠. 심지어 이걸로 돈 번다는 왜곡의식까지 심어 주고 있잖습니까.” 해결책은 있다. SNS 시대에 SNS를 하지 않는 거다. 아니라면 최소한 절제의 노력이라도.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저 SNS를 유희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스스로 내 정보가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 관심을 가져라”라고 당부했다. 뾰족한 결론 없이 퇴근하는 길. 갑자기 ‘아악’ 비명을 지르는 에이전트41. “어, 어떡하죠. 그동안 숱한 이성과 찍어 올린 사진들. 저도 이제 ‘패치’되나요?” 잠시 쳐다보던 에이전트2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포리원(41), 다들 얼굴은 본단다.”(다음 편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김배중 기자}
영화 ‘수상한 그녀’는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 2014년 국내 개봉했던 영화 ‘수상한 그녀’가 세계 곳곳에서 리메이크되며 한류 콘텐츠 수익모델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중국과 베트남,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고, 곧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버전’을 만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만 성사돼도 ‘수상한 그녀’는 한국판 포함 10가지 버전을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투자배급사 CJ E&M에 따르면 태국판 ‘수상한 그녀’는 이미 지난달 촬영에 들어간 상태로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태국의 국민여신’이라 불리는 여배우 다비까 후네가 주연을 맡아 관심이 뜨겁다. 후네는 2013년 태국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피막’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얼마 전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인도네시아판도 내년 초 상영 목표로 가을쯤 촬영에 들어간다. 현지에서 유명한 오디 하라합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확정했고, 배우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수상한 그녀’의 해외 진출은 아시아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 미국판 리메이크를 현지 유명 제작사와 협의하고 있다. 최종 조율 단계여서 곧 계약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인도에는 리메이크 판권이 팔린 상태. 관계자는 “예상보다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귀띔했다. ‘수상한 그녀’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좋은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제작비 35억 원을 들여 관객을 약 866만 명이나 모았던 ‘효자 상품’이다. 이후 중국에서 지난해 1월 ‘20세여 다시 한번’으로 개봉해 1162만 명이 관람하며 3억6500만 위안(약 640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중 합작영화 가운데 최고 성적이다. 같은 해 12월 베트남 버전 ‘내가 니 할매다’ 역시 485만 달러(약 55억 원)를 거둬들이며 역대 베트남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올해 4월 개봉한 일본판은 3억800만 엔(약 34억 원)을 벌었다. CJ 관계자는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소재를 갖고 각 나라 특성에 맞게 현지화한 게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KBS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자회사 ‘몬스터 유니온’를 다음 달 설립하기로 하자 외주제작사와 독립PD 등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몬스터 유니온은 KBS가 KBS미디어, KBSN과 공동 출자해 만드는 일종의 외주제작사. 최근 ‘태양의 후예’를 기획한 문보현 전 KBS 드라마국장과 예능형 드라마 ‘프로듀사’를 만든 서수민 예능CP가 드라마와 예능 부문장으로 옮겨간다. 또 이정섭 PD(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동네변호사 조들호’ 연출)와 유현기 PD(‘내 딸 서영이’ 연출) 등 KBS 내부의 스타급 PD가 대거 합류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이 돈벌이 목적으로 제작사를 설립하려 든다면 수신료도 포기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KBS가 외주제작사·독립PD와 균형 발전을 모색하기는커녕 내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외주사를 설립하면 일반 외주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같은 날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KBS는 “국내외 제작 인력의 중국 대량 유출을 막고 제작비 폭등 등 악화된 제작 환경에 대처하려는 절박한 인식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KBS 관계자는 “처음부터 ‘몬스터 유니온’은 외주제작사와 상생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KBS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설립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외주제작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에 유리한 쪽으로 꾸준히 규정을 고친 것이 중요한 촉매가 됐다. 지난해 6월 개정된 방송법에선 ‘자회사 등 특수 관계자가 제작하는 편성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특수 관계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은 최대 21%만 방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애 자회사 제작 프로그램도 외주제작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이 규정 개정 당시에도 크게 반대했다. 또 방통위가 올 1월 외주제작사에 대한 간접광고 허용을 공포한 것이나 방송사업자의 순수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기존 ‘40% 이내’에서 ‘35% 이내’로 완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자회사가 콘텐츠를 만들면 지상파가 직접 만들 때보다 간접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수신료를 받는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가 상업적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영세한 외주제작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프레임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정양환 ray@donga.com·이서현 기자}
9월 중국 전역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 ‘뷰티풀 액시던트(美好的意外·미호적의외)’는 얼핏 보면 영락없는 ‘중국 영화’다. 현지에서 뜨고 있는 허웨이팅(何蔚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여배우 구이룬메이(桂綸R)와 중화권 청춘 스타 천쿤(陳坤) 등이 출연했다. 평소 냉정하기만 하던 한 변호사가 뜻하지 않게 평범한 주부로 1주일을 보내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휴먼 드라마로 총제작비는 5000만 위안(약 87억 원). 그런데 한국 관객이라면 스크린에서 낯익은 로고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한국의 대표적 영화배급투자사 쇼박스가 중국 화이브러더스미디어 주식유한공사와 손잡고 내놓는 첫 번째 한중 합작 영화이기 때문이다.중국 진출 2.0 시대… 완벽한 현지화 전략에 초점 한국 영화시장이 정체기냐 아니냐는 어쩌면 의미 없는 논쟁일지 모른다. 호황과 불황은 런던 날씨처럼 수시로 변화한다. 게다가 내부적인 해결책 모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뜻에서 이번 동아일보의 전문가 심층 인터뷰에서 많은 이가 ‘해외 진출’을 타개책으로 꼽은 건 당연해 보인다. 특히 국내 영화계가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으로 대거 진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다. 영화계의 한중 조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중국 내 한류를 바탕으로 여러 감독과 배우들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최근에도 배우 이민호가 주연을 맡은 ‘바운티 헌터스’가 7월 1일 현지에서 개봉했고, 배우 하지원은 거장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신작 ‘맨헌트(Manhunt)’ 출연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그간 썩 만족할 만하지 않았다. 중국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 그룹인 ‘한중콘텐츠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양국이 합작한 영화는 20편 가까이 된다. 그러나 대박이라 부를 수 있는 건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해 3억6400만 위안(약 632억 원)을 벌어들인 ‘20세여 다시 한번’ 1편뿐이다. 이어 지난해 안상훈 감독의 ‘나는 증인이다’(2억1500만 위안·약 372억 원), 2013년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1억9300만 위안·약 334억 원) 등이 체면치레를 했다. 올해 상반기에 ‘엽기적인 그녀2’는 1편의 중국 인기를 반영해 야심 차게 제작돼 개봉했지만 현지에서 3400만 위안(약 58억 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초기 한중 합작이 국내 제작진이 현지 영화에 참여하거나 양국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섞어찌개’의 양상을 띠었다면, 최근엔 한국 회사의 독자 제작이건 공동 제작이건 상관없이 현지화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뷰티풀 액시던트’를 제작한 쇼박스의 안정원 해외사업팀 이사는 “이전 한중 합작 영화가 감독 배우 중심의 인적 협력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콘텐츠를 중심에 둔 합작이 중요하다”며 “기존에 보유한 기획력을 토대로 한국의 뛰어난 스토리 창작 역량을 (현지에서) 활용할 기획 개발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화처미디어와 합자법인 ‘화책합신’을 세운 뉴(NEW)도 ‘마녀’ ‘뷰티인사이드’ ‘더 폰’ 등 한국 콘텐츠를 바탕으로 중국 현지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20세여 다시 한번’으로 대박을 기록한 CJ E&M은 최근 다양한 한중 합작 영화 라인업을 발표하며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영화 ‘베테랑’과 ‘장수상회’ 중국판을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최고의 흥행 메이커 윤제균 감독은 로봇이 주인공인 SF 코미디 ‘쿵푸 로봇’을 한중 합작으로 만들기로 했다. CJ E&M 관계자는 “2009년 ‘소피의 연애매뉴얼’을 제작하며 한발 앞서 한중 합작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왔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나아가 터키까지 진출해 ‘아시아 넘버원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중국 영화로 대우받는 지금이 적기 국내 극장 사업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CGV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중국 12개 도시에서 71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아직 2.9% 수준이지만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독보적인 1위인 완다위안셴(13.8%)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톱5(3.9∼4.5%)와 비교해도 크게 차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국내 영화계가 중국 영화시장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명하다. 연평균 27%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영화시장 연간 규모는 2015년 기준 441억 위안(약 7조6685억 원)으로 110억 달러(약 12조7400억 원)인 북미시장을 위협하는 유일한 영화시장이다. 게다가 CGV 산업분석자료에 따르면 현재 연평균 3%에 그치는 북미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2018년 중국이 세계 1위 영화시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의 힘은 지난달 9일 국내에서도 개봉한 미국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보면 잘 가늠할 수 있다. 총제작비 1억6000만 달러(약 1854억 원)를 들인 이 영화는 최근까지 전 세계에서 3억70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올린 수익이 2억 달러가 넘는다. 북미에서 혹평이 쏟아지며 개봉 첫 주 겨우 2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던 영화가 중국 덕분에 흥행 대작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한중 영화 합작 협의’를 체결한 한국은 협의 기준만 잘 지킨다면 현지에서 중국 영화 지위를 얻을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외국 영화 수입 쿼터제가 있는 중국은 1년에 외국 영화를 34편밖에 상영할 수 없다. 게다가 외국 영화는 중국 극장 수익의 20% 정도만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한중 합작 영화가 중국 영화로 분류되면 쿼터제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의 43%를 가져올 수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5월 11일 개봉해 약 7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곡성’. 나홍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등이 출연한 ‘한국 영화’지만 스크린엔 뜬금없는 회사 로고가 뜬다. 바로 미 할리우드 영화사인 이십세기폭스가 투자 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영화계가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동안 막대한 자본과 기획력으로 무장한 해외 영화사나 콘텐츠 기업들은 한국 시장으로 급속히 몰려들고 있다. 곡성을 만든 이십세기폭스를 필두로 워너브러더스와 넷플릭스 등도 투자 제작에 뛰어들었다. 20세기폭스는 2010년 나 감독의 영화 ‘황해’에 부분 투자를 하며 가장 먼저 한국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런닝맨’(2013년) ‘슬로우 비디오’(2014년) ‘나의 절친 악당들’(2015년) 등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프를 쌓아왔으나 수익 면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 곡성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세기폭스코리아의 김호성 FIP(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한국 대표는 “폭스는 한국 영화가 지닌 콘텐츠의 힘에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며 “당연히 수익도 고려하겠지만 국내 콘텐츠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0세기폭스는 로맨틱코미디나 호러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해 10여 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세계 시장에 함께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미국의 또 다른 대형 영화사인 워너브러더스도 조만간 한국 영화를 선보인다. 지난해 워너로컬프로덕션을 설립했고 올해 9월 영화 ‘밀정’을 개봉할 예정이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송강호 공유 한지민 등이 출연해 올 하반기 최대 화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밖에 공효진 이병헌 등이 주연을 맡은 ‘싱글라이더’(가제)도 조만간 선보인다. 세계적인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역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제작비 5000만 달러(약 576억 원)를 전액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너브러더스 관계자는 “많은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한국 영화의 참신한 소재와 독창적인 시나리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들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화적 소양 없다. 깊이나 식견도 결여.그저 ‘짬밥’이 좀 찼을 뿐.근데도 칼럼 쓰라 다그치는 데스크가 밉다.허나 어쩌랴, 뭔가 짜내 봐야지.그냥저냥 찔러보고 얼기설기 엮을 밖에.고해하노니 깜냥 확 떨어진다.무관심을 지향하는 어설픈 수다.》(동아일보 6월 14일자 A6면)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무섭다. 원래도 두려웠지만 요샌 정말 겁난다. 거짓이면, 그놈의 양치기 두들겨 패련다. 한 지인은 테러 공포에 해외휴가도 취소했다던가.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일컫는 외로운 늑대(lone wolf). 그래, 잃을 거 없는 외톨이라니 더 찔끔할 수밖에. 헌데 외로운 늑대, 실은 피해자 입장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가해자들이 지들 멋있는 척 ‘×폼’ 잡으며 지었다. 1990년대 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혼자나 몇몇이 활동하는 폭력세력을 비호하며 처음 썼단다. 이런, 금수만도 못한 것들이. 진짜다. 늑대로선 무지 억울하다. 얘들은 마구잡이 폭력을 가하는 짐승이 아니란다. 국내 유일의 늑대 사파리가 있는 ‘대전오월드’ 동물관리팀장인 이일범 박사 얘길 들어보자. “늑대만큼 오해받는 동물도 없을 겁니다. 웬만하면 민가 쪽은 오지도 않아요. 러시아 샤라토프 늑대연구소에 따르면 굶주린 겨울에도 병들거나 노쇠한 가축만 건드립니다. 농민들은 ‘늑대가 (건강하게) 솎아준다’고 오히려 좋아해요. 현지에선 이로운 동물로 여길 정돕니다.” 어라, 이건 또 과한데. 테러범급은 아닐지언정 솔직히 이미지는 별로잖아. 옆자리 여성 동료도 “늑대? 징그러워”라며 인상을 구겼다. 쳇, ‘늑대의 유혹’ 강동원이나 ‘늑대소년’ 송중기라도 그렇더냐. 하여튼 높은 점수 주긴 힘들다. 늑대의 구린 이미지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우리도 ‘빨간 모자’ 같은 서양동화에 세뇌당했나. 야심 차게 동물민속학자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늑대는 민속학적으로 한반도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나요?” “전 십이지(十二支) 전공이라 잘 모릅니다만.” 허걱. 그래도 관장님은 좋은 분. ‘한국문화 상징사전’이란 걸 소개해줬다. 여기에 보면 늑대는 다양한 면모를 지녔다. 확실히 늑대는 위험한 맹수다. 예로부터 험한 산세를 자주 ‘늑대고개’라 부른 건 이 때문일 터. 반면 유교에선 부자유친(父子有親)의 표상이기도 했다. ‘늑대는 3대가 가까이 지내며, 힘없는 할아비를 극진히 돌본다. 늑대는 가족 사랑이 크다.’ 하나 더. ‘늑대=호색한’ 이미지는 어디서 왔을까. 요건 일제강점기에 굳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엔 욕정에 사로잡힌 파계승을 늑대라 불렀던 풍습이 전해진다. 말은 부드러우나 속내는 흉악한, 겉과 속이 다른 이를 ‘법의(法衣) 걸친 늑대’라 했다. 이쯤에서 가설을 세워보자. 늑대는 피붙이를 중히 여긴다며? 그럼 외로운 늑대는 조악한 상상력의 산물이란 말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늑대는 가족 유대감이 무척 강해요. 새끼들도 함께 보호하고 키우죠. 그런데 꼭 무리에 ‘왕따’가 한 마리씩 생겨요. 같이 생활하나 대우를 못 받는. 그놈들은 갈수록 식탐이 늘고 거칠어지죠.”(이 박사) 아, 이걸 어쩌나. 늑대나 인간이나. 따돌림은 만병의 근원인 것을. 그나저나, 쿠오바디스(Quo Vadis). 이 칼럼은 어디로 가나이까. 아우우우. 참, 누구(a.k.a. 임희윤)처럼 배경음악은 ‘에어울프’로.#01 Cairns & LeVay ‘Airwolf Themes’(1984년)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의 관리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 등 언론단체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11개 언론단체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코바코는 한국프레스센터를 관리 운영하는 언론재단에 임대료와 관리운영권을 내놓으라는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며 “코바코는 한국 언론의 공익시설인 한국프레스센터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밝혔다. 코바코는 지난달 28일 언론재단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관리권 관련 부당이익금(157억여 원)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1985년 공익자금으로 건립된 한국프레스센터는 현재 코바코와 서울신문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단체들은 “1984년 당시 코바코가 직접 작성한 ‘한국언론회관(한국프레스센터) 운영계획’엔 언론재단이 한국프레스센터를 관리 운영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프레스센터 관련 갈등은 2012년 미디어렙법이 제정돼 코바코가 무자본 특수법인에서 주식회사형 공기업(공영미디어렙)으로 바뀌면서 비롯됐다. 이때 ‘(한국프레스센터와 남한강수련원 등) 코바코 소유 자산 관리권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서 결정하라’고 명시했다. 이후 언론계는 한국프레스센터 등의 언론계 환원을 촉구해 왔으나 3개 부처가 2013년까지도 해법 마련에 실패했다. 언론재단 경영기획실은 “코바코가 같은 해 12월 언론재단에 한국프레스센터 관리위탁 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뒤 언론재단의 무단 점유를 주장하고 나섰다”며 “2015년 위탁수수료 납부 등 협의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바코 측은 “한국프레스센터 관리와 세금 납부로 연간 30억 원을 부담하는데 언론재단은 9개 층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국회 국정감사나 정부 감사에서 이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분쟁이 최근 몇 년간 코바코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한국프레스센터 수익을 통해 손실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단체 관계자는 “코바코가 정상적인 자구책은 마련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경영난을 타개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한국프레스센터는 국민의 세금으로 저널리즘이라는 공익을 목적으로 세워진 공익 자산”이라며 “정부는 산하 공공기관들이 다투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직접 나서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내공(등급점수) 100 겁니다. ‘넷카마’ 구별법 좀 알려주세요.” (N 포털사이트에서) 넷카마? 얼핏 무슨 말인지 짐작도 안 가는 이 용어가 최근 사이버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넷카마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여성인 척 활동하는 남성’을 일컫는 은어. 인터넷의 넷과 여장을 즐기는 남성을 일컫는 일본어 오카마(おかま)를 합쳐 만들었다. 초기엔 소수 취향의 독특한 문화로 가벼이 여겨졌으나, 최근엔 이를 악용해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는 ‘넷카마 주의보’ ‘넷카마 대처법’ 등 관련 글이 현재 1600건이 넘게 올라와 있다. “애교 가득한 말투에 속아 게임머니(현금화가 가능한 가상화폐)를 숱하게 잃었다” “금전이나 노출 등 지나친 요구를 하면 일단 의심해 보라”며 피해를 호소한 누리꾼이 많다. 얼마 전 인터넷방송계에서 시끌시끌했던 ‘H의 넷카마 방송’은 이런 문화의 심각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지닌 한 인기 남성 BJ(인터넷방송 개인운영자)가 주로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20대 젊은 여성인 척하며 사기를 치는 내용이다. 온갖 외설스러운 행태를 요구하는가 하면, 별풍선(유료 아이템) 등 상당한 금전적 이득도 취했다. 게다가 이런 방송을 ‘딸 있는 멍청한 유부남 꼬드기기’ ‘XX 유부남 가정 파탄내기’ 등 자극적 제목을 달아 또 다른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했다. 당시 대화 창에는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누리꾼들도 들어와 감상 평을 쏟아냈다. ‘H의…’는 선정적이란 이유로 방송정지를 당했지만,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꼭 금품 갈취가 아니라도 넷카마는 현행법을 어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 노출녀’로 유명해진 A 씨(26)는 실제로는 한 부대에서 근무하던 남성 직업군인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20대 여성이라며 아름다운 여성 사진을 걸어놓아 숱한 남성의 관심을 모으며 한때 팔로어가 1만60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점점 수위가 세지더니 적나라한 사진을 마구 올리다 결국 음란물 유포,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갈수록 커지는 누리꾼들의 관심에 도취해 나중엔 멈출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일부 넷카마의 삐뚤어진 행태는 자기만족 차원에서 넷카마로 활동하던 이들에게도 역피해를 주고 있다. 한모 씨(22)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남성 중심적인 세태가 싫어서 넷카마가 된 경우. 그는 성소수자도 아니고 외설적인 취미도 없다. 하지만 한 씨는 “남성 누리꾼들의 욕설과 음담패설, 편향적인 시각이 싫어서 넷카마로 변신했다”며 “하지만 최근 넷카마 논란이 커지며 일방적으로 범죄 집단으로 매도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넷카마의 출현을 원초적인 애정결핍과 사이버 시대가 빚어낸 관음증적 욕망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칭찬에 인색한 경쟁사회다 보니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타인을 속이는 기만행위로 확장된다는 데 있다. 연세대 의대의 남궁기 교수는 “자신의 정체는 감춘 채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일종의 관음증적 경향”이라면서 “타인을 속이며 얻는 쾌감을 제어하지 못하다 범죄로 빠져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지난달 29일 선보인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묘한 기운을 마주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적 체험은 예고편부터 본편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배우 마고 로비 얘기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사. ‘수어사이드 스쿼드’(다음 달 4일 개봉)도 같은 회사니 예고편 트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 두 작품, 여주인공이 같다. 그래, 다시 말하지만 마고 로비다. 같은 배운데 역할은 극을 달린다. ‘레전드…’에선 타잔의 영원한 그녀 제인 역을 맡았다. 청순하나 야무지고, 고전적인데 산뜻하다. 반면 ‘수어사이드…’에선 배트맨 숙적인 조커의 연인 ‘돌+아이’ 할리퀸으로 분했다. 섬뜩한데 매혹적이고, 괴기하나 짜릿하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로 주목받는 그는 어떻게 이런 야누스적 매력을 뿜어낼 수 있었을까. 겨우 26세 나이에. 그녀라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를 갖춘 김봉석 영화평론가와 ‘지극히 사심 가득한’ 인물 상찬(賞讚)을 벌여봤다. ▽정양환=일단 한마디. 그녀는 정말 예쁘다(feat. 여보, 사랑해). ▽김봉석=이런 여배우가 있었나 싶다. 성숙한 매력이 차고 넘치는데, 이웃집 소녀 같은 친근함도 지녔다. ▽정=옆집에? 설마. 호주에서 태어나 마침 데뷔는 2010년 자국 드라마 ‘네이버스(이웃들)’. 처음 맡은 역이 자유로운 영혼의 양성애자였단다. ▽김=빵 뜬 건 2014년 국내에 개봉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부터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첫사랑 나오미로 나왔지. 비중 없는 역할인데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정=올 누드 연기 탓인가. 뉴욕타임스(NYT)와 만나 “정말 싫었지만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인데 누가 몸을 사리냐”며 요즘 한국 유행어로 반문했더라. ‘뭣이 중헌디(What outweighs what?)’라고. ▽김=자신의 가치를 올릴 줄 아는 영리한 배우다. ‘레전드…’를 봐도 그렇다. 원래 타잔에서 제인은 ‘민폐녀’다. 위험할 때마다 타잔이 구해줘야 하는. 허나 마고의 제인은 달랐다. 진취적 에너지가 가득하다. 타잔보다 더 인상적이다. ▽정=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밋밋한 영화에서 단 하나의 볼거리”라고 했더라. 연기력도 “(호주 출신인데) 미국 영국 발음이 자유자재”라며 칭찬했다. 우리로 치면 전라도 태생이 경상 제주 사투리까지 능청스레 하는 거지. ▽김=‘수어사이드…’도 마찬가지다. 사실 할리퀸은 DC코믹스의 메인 캐릭터가 아니다. 지적인 박사였다가 조커에게 현혹당해 미치광이로 변하는 주변인물이다. 그런데 예고편만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요즘 먹히는 ‘걸 크러시(girl crush·동성인 여성도 반하는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정=동일 인물 맞나 싶다. 일각에선 그의 등장으로 ‘할리우드 1990년생 4대 천왕’이 완성됐다고 하더라. ‘헝거 게임’ 제니퍼 로런스와 ‘해리 포터’ 에마 왓슨, ‘트와일라잇’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김=허나 제대로 4대 천왕이 되려면 ‘수어사이드…’의 성패가 매우 중요하겠다. 3명은 영화사에 남을 초대박 시리즈를 남겼다. 할리퀸 단독 영화도 나온다던데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미 연예잡지를 훑어보니 셋은 자산이 7000만 달러(약 808억 원) 안팎이다. 시리즈 마지막 출연료는 편당 1250만∼1500만 달러. 로비는 순자산 800만 달러에, 아직 편당 100만 달러 아래라더라. 그것도 우린 후들거리지만. 곧 그녀도 그 반열로 가겠지? ▽김=다만 다소 진지한 성격이 걸린다. 지금도 사치스러운 삶은 싫다며 친구 넷이랑 런던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더라. 털털해서 더 좋긴 한데, 왠지 톱스타의 행보를 거부하는 듯. ▽정=NYT 인터뷰에서도 “스턴트맨이 꿈이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직접 프로덕션을 차려 ‘토냐 하딩’을 연기한단다. 1990년대 인기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가 라이벌 폭행을 사주했던 ‘은반의 악녀’ 말이다. 참 유별난 행보다. 잘되면 오스카도 거머쥔 로런스처럼 되지 않겠나. ▽김=두고 보면 알겠지.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모든 걸 갖춘’ 배우임은 확실하다. ▽정=물 떠놓고 치성이라도 드릴까. ▽김=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에이전트5(김윤종 기자)가 ‘사라졌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최신 워키토키는 “앞으로 함께할 수…”에서 끊긴 채 먹통. 그렇게 말렸건만. 머나먼 행성 ‘망원동’(이름마저 멀어 보인다!) 탐사를 떠나더니. 에이전트41(김배중)은 은하계 CGV에서 겪었던 수많은 외계 생명체가 떠올라 식은땀이 흘렀다. 이대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을 터. 에이전트41은 ‘콘클라베’를 소집했다. 숙취로 장기휴업 중이던 에이전트7(임희윤)도 참석했다. 게다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에이전트2(정양환)와 23(이서현), 31(장선희)까지. 오랜 탁상공론 끝에,드디어 굴뚝에 연기를 피워 올렸다. “우리는 에이전트5가 알 수 없는 세력의 공격을 받았음을 천명….” 그런데 갑자기 까똑 까똑. 휴대전화를 울리는 긴급 알림 메시지. ‘배우 A 씨, 가수 B 씨와 한강에서 치맥 즐겨.’ 뭐야, 에이전트5의 실종은 이대로 묻히는 건가. 끄응, 에이전트2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음모야….” 》○ 음모론, 그 달콤 쌉싸래한 유혹 지구 한반도라는 땅에서 음모론은 더이상 음모가 아니다. 상당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최근엔 쉴 새 없이 터지는 연예계 사건 사고가 더욱 부채질했다. 수많은 누리꾼이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을 정도. 대표적인 것만 봐도 아래와 같다. ① 가수 조영남의 대작(代作) 논란=직전에 터진 어버이연합 배후 지원설 묻힘. ② 박유천 성폭행 논란(지난달 10일)=△정부의 전기 가스 단계적 민영화 암시(14일) △방위사업청 KF-16 개량 사업비 100억 원 손실(16일) △존 리 전 옥시 대표 영장 기각(17일) ③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불륜설(지난달 21일)=△정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같은 날) △검찰 정운호 게이트 전관예우 없음 결론(20일 발표) 심지어 지난달 26일 안타깝게 저세상으로 떠난 배우 김성민에 대한 뉴스마저 음모론으로 보는 시각까지 등장했다. 허나 이는 에이전트들의 양심상 다루지 않겠다. 설문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이었다. 조사업체 엠브레인의 도움을 얻어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20∼50세 남녀 200명씩 4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표 참조). 응답자 가운데 무려 74.5%가 음모론을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대답했다. 특히 남성(66.5%)보다 여성(82.5%)들의 확신이 컸다. 연령별로는 20대(68%), 50대(67%)보다 30대(80%)와 40대(83%)가 더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컸다. 알 만한 사람들이…. 도대체 이들은 왜 이리도 경도된 것일까. 지나가던 지구인 하나를 붙잡고 따져봤다. “박유천이나 김민희 사건을 봐요. 포털사이트에 수많은 관련 기사가 쏟아지며 다른 이슈는 눈에 들어오지 않잖아요. 게다가 방송 메인 뉴스마저 대문짝만 하게 다루니 ‘뭔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평소 연예 기사에 이렇게 오버했던가요? 한번 묻힌 다른 사건을 따로 검색해서 찾아볼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20대 대학원생 송모 씨) ○ 음모론은 사회적 불신이 빚어낸 현상 사실 지구에 음모론이 뿌리내린 지는 오래됐다. 해외 요원들에 따르면 1962년에 대표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할리우드 스타 메릴린 먼로가 사망했을 때 미 중앙정보국(CIA) 개입설이 파다했다. CIA 내부 비밀 폭로를 덮기 위해 그의 죽음을 이용했다는 루머다. 국내에서도 2011년 가수 서태지의 결혼 및 이혼 보도는 BBK 비리 의혹과 맞물렸고, 지난해 한류스타 배용준의 결혼식은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건과 시기가 겹쳤다. 하지만 왜 루머 수준이었던 음모론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을까. 지구인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적 신뢰에 균열이 생긴 징후라고 입을 모았다. “이 사회에 깊숙이 침투한 ‘진영 정치’가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끼리끼리 어울리며 보고 싶은 면만 보는 문화가 형성된 거죠. 사회적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니 주위 사람에게서 얻는 정보만 믿는 겁니다.”(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근본부터 무너졌습니다. 정부 등 권력기관이 특정 사건이나 현안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원인이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들만큼 사회적 ‘영향력’은 있지만 ‘권력’은 없는 연예인으로 쉽게 눈을 돌리는 거죠.”(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음모론은 실체가 없다. 허나 현실을 좀먹는 힘은 강력하다. 어쩌면 음모론은 뭐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세태를 향한 소리 없는 울분의 표출은 아닐는지. 그나저나 에이전트5는 그의 부재가 쏟아지는 기사에 묻혀버린 건 알고 있을까. 하지만 상념도 잠시. 콘클라베가 끝난 뒤 귀환하던 요원들은 뭔가 묘한 기운을 내뿜는 빛줄기에 눈살을 찌푸리는데….(다음 회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김배중 기자}
자, 솔직해지자. 이 책은 볼 사람만 볼 책이다.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나 존재냐’…. 에리히 프롬(1900∼1980)의 수많은 명저를 좋아한다면 흔쾌히 집어들 터. 허나 누군지 관심 없거나 그의 책을 어릴 적 교양필수서적으로 억지로 읽었다면…. 과감히 지나가시라. 그래도 오해는 풀고 가자. 이 책,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좀 과장하면 프롬 책보다 쉽다. 세계적 석학의 잠언은 아무래도 몽롱해지기 마련. 허나 평전은 소설가인 옮긴이 덕분인지, 꼼꼼하게 추적한 지은이 덕분인지 말끔하고 순탄하게 읽히는 맛을 지녔다. 게다가 프롬은 그의 저작만큼 생애도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비관이나 절망에 빠지기 쉬운 시기였다. 20세기 초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히틀러와 세계대전을 목도했고, 냉전시대 핵 위협과 혼탁한 자본주의도 겪었다. 게다가 가정 환경과 독특한 사상 때문에 프롬은 저자가 “감정의 삼각형”이라 불렀던 두 꼭짓점에 우울과 소외를 크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저작들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났던 건 이런 연유였을 개연성이 높다. 허나 프롬은 또 하나의 꼭짓점에 ‘활기’를 지녔기에 중심축을 바로 세웠다. 다소 조증(躁症)의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신중함 따위는 던져버리고 활기찬 존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에너지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유지했다. 그의 다양한 학문적 세계관이 결국 ‘사랑’으로 귀결됐던 건 인본주의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활기 때문이 아닐는지. “인간 실존의 모든 고난에 단 하나의 만족할 만한 대답은 바로 사랑이다.” 이젠 감정이 메말랐단 표현도 진부해졌지만 ‘All you need is love’(비틀스·1967년)를 어찌 부정하겠나.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당시 대통령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현 KBS방송문화연구소 근무)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는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파일을 공개한 뒤 “당시 청와대가 KBS 보도에 직접 개입한 증거”라며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파일은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오후 9∼10시경 두 사람이 통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개된 분량은 각각 7분 24초와 4분 29초. 이 홍보수석은 “지금 이런 시점에서 정부와 해경을 두들겨 패서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겠냐”며 KBS의 해경 비판 논조에 대한 불만을 나타났다. 특히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다”며 “너무 어렵다. 한 번만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 홍보수석은 또 “(KBS 보도가) 과장이 심하다. 앞으로 정부를 비난할 시간이 있을 테니 지금 며칠만 기다려 달라”, “(보도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해주든지 아니면 한 번만 다시 찍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은 김 전 국장 측이 언론노조 등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언 전 KBS 이사는 “김 전 국장의 허락을 받아 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김 국장은 세월호 희생자를 교통사고 피해자에 비유해 논란을 불렀으며 이후 “길환영 사장이 청와대의 뜻이라며 (내게) 사표를 종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편 KBS 관계자는 “녹취록은 양자간에 벌어진 일이라 회사 차원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파일 공개 논란은) 이유를 막론하고 내 불찰”이라며 “해경이 주축이 돼 한 생명이라도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선(先)구조 후(後)조치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는데 지금 와서 보니 지나쳤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김 전 국장과는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격식 없이 통화하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이서현·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