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아

서영아 본부장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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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100세 시대를 생각합니다.

sya@donga.com

취재분야

2024-10-25~202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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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대륙인’ 동영상, 中인터넷에 확산

    중일전쟁 초기 일본군의 손에 시민 수십만 명이 학살당했다는 ‘난징(南京)사건’의 현장 중국 난징에서 길을 묻는 일본인 여학생에게 지역 주민들이 친절하게 안내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중국의 인터넷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고 NHK가 9일 전했다. 이 동영상은 인터넷 등에 동영상이나 의견을 보내는 중국의 ‘개인 미디어’ 팀이 제작한 것으로 4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 투고됐다. 동영상에서는 중국에서 유학 중인 일본인 여학생이 난징 거리 등에서 길을 묻자 20여 명의 지역 사람들이 누구나 친절하게 안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중에는 여학생이 ‘난징사건’에 대해 말하며 “난징 사람들은 일본인을 증오하고 있지 않을까 하여 무서웠다”고 털어놓자 난징 사람들이 “과거 일은 당신들 세대와는 관계없다”거나 “우리 모두는 일본인에 대해 우호적이다”라고 답하는 장면도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이 동영상이 이미 300만 회 이상 재생됐다며 “마음이 따뜻해진다”거나 “감동했다”는 댓글이 적지 않아 화제라고 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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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허술한 초등교 안전]선진국선 학교 안전 어떻게

    아이의 전학 수속을 밟기 위해 일본 도쿄 도심의 한 초등학교를 찾은 학부모 A 씨는 교장실로 안내받기까지 몇 번의 관문을 거쳐야 했다. 교문을 통과하기 위해 쪽문에 달린 초인종을 누르자 학교 안에서 인터폰으로 용건을 묻는다. 문이 열리면 학교 건물 1층 구석에 마련된 접수처에 신분증을 맡긴 뒤 이름과 주소, 방문 목적 및 시간, 연락처 등을 적고 나서야 출입증을 받았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목에 거는 출입증이다. 일본의 ‘학교시설 방범관리 지침’에 따르면 방문자 출입증의 경우 앞뒤 모두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목에 거는 명찰을 권고한다. 일본의 학교들은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2001년 6월 일본 오사카의 이케다 초등학교에 흉기를 든 괴한이 침입해 초등학생 8명을 살해하고 교사 2명에게 상해를 입힌 일이 학교 출입 통제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38세로 정신 병력이 있던 전과 15범의 범인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 이후 문부과학성을 중심으로 학교시설 안전관리 매뉴얼이 만들어지는 등 보안이 강화됐다. 일본 초등학교들은 등하교 때도 집 방향이 같은 학생들끼리 팀을 짜서 집단으로 귀가하도록 지도한다. 학내 총기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학교 내 모든 출입문에 상시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범지대에 있는 일부 학교의 경우에는 총기 반입을 막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증에 학생 정보가 담긴 칩을 심어 인식기에 갖다대는 방식으로 학교 시설 출입을 관리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에선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교가 출입자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다. 버지니아주 롱펠로 중학교의 경우엔 재학생이라도 지각을 하면 별도의 소속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미국은 2012년 20대 괴한이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 들어가 총을 난사해 26명(학생 2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로 대다수 주에서 경찰관 1명을 학교 안에 고정 배치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모든 학교에는 가디언(지킴이)이 있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학부모조차도 학교 측이 정한 시간이 아니면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돼 있다. 자녀가 학용품이나 과제물을 빠뜨리고 등교한 경우라도 학부모는 자녀가 아닌 가디언에게 학용품 등을 전달해야 한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워싱턴=박정훈 / 파리=동정민 특파원}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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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불허 트럼프 통상정책에 대처”… 日, 美와 ‘지사회의’ 23년만에 추진

    미국의 주지사들과 일본의 현지사들이 교류하는 ‘미일 지사회의’가 올여름 일본에서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아사히신문이 2일 전했다. 20년 이상 중단됐던 이 회의가 부활한 데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 탄생이 있다. 미국 통상무역정책의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지사급에서라도 신뢰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커진 것. 2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회 동계총회에는 소노우라 겐타로(薗浦健太郞) 총리보좌관이 미국을 방문해 이틀간 네브래스카, 유타 등 5개 주 주지사를 만나고 다녔다. 같은 시기 일본의 전국지사회도 방미단을 만들어 히라이 신지(平井伸治) 돗토리(鳥取)현 지사가 총회 개회식에 출석했다. 미국 주와 일본 현 대부분이 참여한 미일 지사회의는 1962년 시작돼 1995년을 끝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제일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성’을 외교카드로 삼자 불안을 느낀 일본이 지사들과 풀뿌리 차원의 교류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미국과 무역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각국이 주지사들에 대한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일본의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이번 전미주지사회 개회식에서는 호주의 맬컴 턴불 총리가 빅토리아주 총독 등을 데리고 날아왔다. 또 총회 전날에는 캐나다와 멕시코 주미대사관이 주지사들을 초대해 리셉션 파티를 열었다. 중국도 빈번하게 주지사들과의 회합을 갖는다.● 트럼프-아베 17,18일 美서 회담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20일 미국 플로리다주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17, 18일 이틀간 정상회담을 갖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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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4자 평화협정 맺자” 트럼프에 제안… 북핵 본격 개입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남북과 미중의 4개국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대체할 4자회담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미중 주요 2개국(G2)의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구상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과 미중 등 4개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해 ‘새로운 (한반도) 안전보장의 틀’을 제안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일 보도했다.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다음 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제안에 답하지 않은 채 중국에 대북 압박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이 주장해온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좀 더 구체화한 제안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협정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제안은 1953년부터 이어진 휴전협정 체제를 종식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중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정전 65주년’에 맞춰 7월 26일 북한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 주석의 4자회담 카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3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을 검토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과는 결이 다르다. 청와대는 중국의 개입에 긍정적이면서도 시 주석이 제안했다는 4자회담을 통한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구상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평화협정의 당사국이 맞느냐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당사국 권리가 있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며 “1974년 북한이 미국에 미군 철수 조건부 남북평화협정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국의 권리를 북한에 맡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정전협정에 참여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종전선언 당사국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북-미 간 비핵화 해법의 간극을 메울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선(先) 핵 포기-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미국이 원하는 북핵 포기와 북-미 수교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를 절충할 로드맵을 중재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누가 해법을 내도 포괄적, 단계적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며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를 정상 간에 도출하되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방위비 협상을 연계해 한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에 대해 백악관과 청와대의 긴밀한 핫라인 재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른바 ‘정-맥 라인’을 통해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며 양국 이슈를 조율해왔다. 하지만 존 볼턴 신임 보좌관이 9일부터 맥매스터 보좌관을 대체하기로 하면서 청와대는 곧 자리를 떠날 맥매스터와도, 그렇다고 볼턴과도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의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과한 뒤에야 제대로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한미 간 불협화음을 차단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북한의 불법적인 유류 및 석탄 밀수와 관련해 선박 27척과 운송 및 무역회사 21곳, 기업인 1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제재 리스트를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기조를 충실히 담은 것이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도쿄=서영아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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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인 “남북 정상회담 성공 확실, 북미 회담은 변수 많아”

    “북한 비핵화 의제는 포괄적·일괄타결 외에 다른 방안은 없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31일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북한의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이렇게 단언하고 “다만 이행과정에서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이날 도쿄 와세다(早稻田)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반도 핵 위기-대화에 의한 해결은 가능한가’ 주제의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인 동결, 신고, 사찰, 검증, 폐기는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원칙에 있어서는 일괄타결로 나가되 이행에 있어서는 단계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한꺼번에 줬다가 북한이 말을 안 들으면 손해인 만큼 단계별로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의 남북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48개 교류협력사업을 검토해보니 최소한 20개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 나무심기 사업, 결핵환자 지원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제재 체제 안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면 우리 정부가 중국, 미국과 함께 유엔에 제재 완화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이 문재인 정권 초기에 실시되는 만큼 남북 정상이 정례적으로 만나는 셔틀외교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전제로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1년에 한두 번씩 남북 간 정상외교를 한다면 남북 관계에 상당히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하겠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변수가 너무 많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기회를 포착해 앞으로 3개월 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 낙관론도, 비관론도, 회의론도 존재하지만 모두 비현실적”이라며 “남북 회담을 잘 준비하되, 그 과정에서 북한을 그대로 보고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북한을 정상국가로 유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1월 이래 북한을 정상국가로 대접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북한을 실제 정상국가로 행동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 등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일본의 한반도 관심이 많은 학자와 시민, 기자들이 420석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문 특보는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경우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국내 정치가 혼란스러워지고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질 테니 문 대통령이 이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면 주한미군의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딱 1번 쏜 ICBM 대신, 내미는 주한미군 철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연방제 방식 통일 구상과 관련해서는 “통일 방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2개 주권을 가진 남과 북 사이에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며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만드는 ‘남북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되 결정적인 공적은 북-미 정상회담에 남겨줘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 공로를) 돌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온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요즘 한국 인터넷에는 ‘트럼프에겐 노벨평화상을, 한반도엔 평화를!’이란 슬로건이 등장했다”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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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에게 폐 끼치기전, 죽는 방법 정도는 스스로 고를수 있어야”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 화제다. 화두를 던진 사람은 93세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橋田壽賀子) 씨. 1980년대 드라마 ‘오싱’ 등으로 일본 안방극장의 전성기를 풍미했고 지금도 드라마를 집필 중인 현역이다. 이런 그가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2016년 12월호에 ‘나는 안락사로 가고 싶다’는 제목의 도발적인 글을 기고했다. 안락사가 가능한 스위스의 사례 등을 들며 일본에서도 안락사가 허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 반응은 뜨거웠다. 1년간 독자 투고가 가장 많은 기사에 주어지는 ‘분게이슌주 독자상’을 받을 정도였다. 지난해 8월 펴낸 저서 ‘안락사로 죽게 해주세요’는 6개월 만에 5쇄를 찍었고 최근 한국어판(‘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도 나왔다. 23일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47일간의 크루즈 여행에서 돌아왔고 25일부터 다시 103일간의 세계 일주에 나서기 직전 짬을 냈다고 했다. 인터뷰는 예정 시간(45분)을 넘겼지만 그가 오히려 “더 궁금한 건 없느냐”며 붙잡아 1시간을 채웠다.○ “누구나 존엄을 지키며 죽을 권리가 있다” ―한국도 일본도 죽음을 논하는 것은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굳이 ‘안락사’를 제기한 이유가 있나요. “제 얘기를 했을 뿐입니다. 88세 무렵부터 갑자기 쇠약을 느끼게 됐습니다. 체중이 줄고 다리도 아프고 쉽게 피곤하고…. 89세부터 슈카쓰(終活·인생 마무리를 위해 주변을 정돈해두는 일)를 시작해 2년간 주변을 정리했지요. 그런데 정작 어떻게 죽게 될까를 생각하면 불안했습니다. 알아보니 스위스에 안락사를 도와주는 단체가 있더군요. 저는 남편을 30년 전에 떠나보냈고, 자식도 친척도 없습니다. 언젠가 누워서만 지내게 되거나 인지증(치매)으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게 된다면 주변에 폐를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싫습니다. 그렇다고 자살할 용기도 없고요.” 그는 시즈오카(靜岡)현 아타미(熱海)에서 1989년 세상을 뜬 남편과 함께 살던 낡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의 슈카쓰 얘기는 ‘드라마 오싱 작가 91세 하시다 씨의 슈카쓰 체험’이란 기사로 동아일보에 소개된 바 있다(2016년 10월 22일자 A6면). ―반응들은 어떻습니까. “주변에는 찬성이 많습니다. 독자 편지에선 ‘당신 같은 유명인이 좀 더 큰 목소리로 주장해 달라’는 부탁이 눈에 띕니다. 물론 반론도 적지 않죠. 생명이 주어지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거나, 제 주장이 장애인이나 난치병 환자, 고령자들에게 ‘당신도 죽어야 한다’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본에서는 논의 자체가 성립이 잘 안 됩니다. 이쪽은 삶의 질과 노년의 존엄을 말하는데 (저쪽에선) ‘그럼 저 사람도 죽으라는 얘기냐’고 반응합니다. 다만 제가 느끼는 것은 찬성파는 조용한 다수인데, 반대파는 목소리를 높인다는 점입니다. 공론의 장에서 저는 고립돼 있습니다(웃음).” 독자들의 반응에 놀란 잡지사는 저명인사들을 대상으로 실명 앙케트를 했다. 지난해 3월호에 게재된 조사 결과는 응답자 60명 중 ‘안락사 찬성‘이 33명, ‘존엄사에 한해 찬성’이 20명, ‘안락사 존엄사 모두 반대’가 4명이었다. 여기서 안락사란 회복할 가망이 없는 환자가 약물 등을 복용해 죽음을 선택하는 ‘적극적 안락사’, 존엄사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말한다. 가장 많은 ‘안락사 찬성’ 이유는 “인간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주변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였다. 반면 ‘존엄사만 찬성’한 20명은 “연명을 원치 않는 것과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했다. 안락사도 존엄사도 반대한 4명은 “죽음이란 모든 생물에게 자연의 섭리이니 인위적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심장 멈춰도 구급차도 부르지 말라고 부탁” 일본에서는 아직 존엄사도 법제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종말기 의료 가이드라인’ 형태로 환자와 가족이 원한다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실질적인 존엄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에서 안락사가 허용된 곳은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미국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6개 주다. 이 중 외국인의 안락사까지 지원하는 곳은 스위스뿐이다.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단체 ‘디그니타스’를 찾아가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거기 등록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의료기록을 의사가 심사해 ‘나을 가망이 없는 질병’ 때문에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재판소가 인정해야 치사량의 마취약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원이 된 뒤 안락사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선택지를 찾는 겁니다. 안락사 허가는 안심을 확보하는, 마음의 보험 같은 겁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누구나 불안해집니다. 여차할 경우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걸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삶에 임하게 되는 것 아닐는지요.” ―그래서 스위스로 갈 생각인지요. “집안일 봐주는 분에게는 내가 스위스로 가면 (안락사 비용인) 70만 엔(약 707만 원)을 들고 따라와 달라고 부탁해놨습니다. 유골은 들고 돌아와줘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분은) 웃기만 할 뿐, 가줄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 요즘 관심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봐주는 재택의를 만나 집에서 가급적 고통 없이 죽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면 갈아서 먹이거나 튜브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해뒀습니다. 심장이 멈추면 구급차도 부르지 말라고 했고요. 요즘 일본에도 불필요한 연명조치를 하지 않고 자택에서 평온하게 죽음 맞는 것을 도와주는 의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제가 사는 아타미 근처에선 찾지 못했어요. 그런 의사 선생을 만나길 기대합니다.” ―그럼 안락사는 포기한 겁니까. “고민 중입니다. 저는 한 개인일 뿐이고 사회운동가는 아닙니다. 다만 모범적인 복지국가들이 사회적 진통을 겪으며 굳이 안락사를 도입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죠. 일본도 이렇게 고령사회가 됐으니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고령사회, ‘불쌍한 노인’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령사회의 의료적, 사회적 부담은 점점 더 심각할 듯합니다. “오랜 간병에 지친 노인이 배우자를 살해하고 자살하거나, 간병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둔 아들이 끝없는 간병에 지쳐 결국 부모를 살해하는 등 가슴 아픈 사연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일본은 앞으로 노인이 더욱 늘어날 텐데, 국가는 부채가 많은 데다 일손도 부족해서 이런 노인들을 모두 편안하게 돌보기 어렵습니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고, 인지증 환자가 인지증 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게 현실이죠. 불쌍한 노인이 더 많아질 거예요.” ―이 주제와 관련해 다른 계획이 있는지요. “죽고 싶지만 못 죽는 사람 얘기를 드라마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인데도 안락사는 안 되나요’라고 묻는 드라마…. 올해 방영될 ‘세상살이’에서 임종을 돕는 재택의사 이야기를 제대로 써볼까 합니다.” ―말씀을 듣다 보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삶을 고민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죽음과 마주하는 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삶을 열심히, 꽉꽉 채워 살아가면 죽음도 긍정적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저는 지금도 의사가 권하는 대로 매일 200g의 고기를 먹고 주 3회 스포츠센터에 다닙니다. 이런저런 약도 몇십 알씩 챙겨 먹습니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죠. 다만 사는 게 괴로워진다면, 특히 남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다면 그 전에 죽는 방법, 그 시기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겁니다.” 결국 그는 ‘안락사’란 화두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드러냄으로써 일본 사회가 직면한 난제를 일깨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93세가 돼서도 현명함과 위엄을 갖춘 노작가를 보면서, 늙는다는 게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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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러-북일 정상회담도 가시권… ‘新 6자구도’로 판 커진다

    북한 김정은의 전격 방중 이후 벌써부터 러시아행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저팬 패싱’을 우려해 김정은과의 회동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남북은 물론이고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김정은을 가운데 두고 양자(兩者) 또는 다자(多者) 간 접촉을 하고 필요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신(新) 6자 보스 회담’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 6자 회담은 각국의 실무진이 나서 협상의 무게감이 떨어졌지만 이번엔 각국 정상이 비핵화 협상과 논의에 직접 나서고 있어 엇비슷하지만 판 자체가 다르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월 중순 모스크바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6자 회담 당사국인 데다 수많은 북한 노동자가 시베리아 벌목공 등으로 파견나간 곳인 만큼 회동 결과에 따라 김정은은 달러까지 챙길 수 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최근 미국과 관계가 벌어진 푸틴 대통령 역시 북한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서방 국가들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러시아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아직 북-러 정상회담 일정은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푸틴이 김정은과 함께 선 포토라인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회담 직전까지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러 정상회담은 빠르면 4월 초에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도 논평을 내고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국에 이어 러시아의 지지가 필수적인 데다 김정은의 체제 안전과 경제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정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9일 “북한 당국이 간부들에게 ‘6월 초 북-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매체들은 공공연히 대북 경제 지원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안보 문제의 상대는 미국이지만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바랄 상대는 일본뿐”이라며 “북한이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하면 200억∼500억 달러(약 21조6000억∼54조1000억 원)의 지원을 받을 거란 기대감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만나더라도 아베 총리는 지금 상황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김정은은 일본과 성급하게 만나 협상판에 끌어들이면 한미일 공조가 끈끈해져 자신을 역으로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라는 시간표가 요동치고 선수들이 추가되는 데 대해 청와대는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중-일-러 등이 참여하면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더 확실하게 보장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다자 협상의 경우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실리도 많아져 북한의 비핵화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 구도는 김정은이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사실상 필요에 따라 정상들을 ‘골라’ 만나는 상황인 만큼 비핵화 논의의 주도권을 자칫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문병기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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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인터뷰] 드라마 ‘오싱’ 작가 하시다 ‘나는 안락사로 가고 싶다’ 화제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 화제다. 화두를 던진 사람은 93세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橋田壽賀子) 씨. 1980년대 드라마 ‘오싱’ 등으로 일본 안방극장의 전성기를 풍미했고 지금도 드라마를 집필 중인 현역이다. 이런 그가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2016년 12월호에 “나는 안락사로 가고 싶다”는 제목의 도발적인 글을 기고했다. 안락사가 가능한 스위스의 사례 등을 들며 일본에서도 안락사가 허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 반응은 뜨거웠다. 1년간 독자투고가 가장 많은 기사에 주어지는 ‘분게이슌주 독자상’을 받을 정도였다. 지난해 8월 펴낸 저서 ‘안락사로 죽게 해주세요’는 6개월만에 5쇄를 찍었고 최근 한국어판(‘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도 나왔다. 23일 도쿄 시내의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47일간의 크루즈에서 돌아왔고 25일부터 다시 103일간의 세계일주에 나서기 직전 짬을 냈다고 했다. 인터뷰는 예정 시간(45분)을 넘겼지만 그가 오히려 “더 궁금한 건 없느냐”며 붙잡아 1시간을 채웠다.●누구나 존엄을 지키며 죽을 권리가 있다-한국도 일본도 죽음을 논하는 것은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굳이 ‘안락사’를 제기한 이유가 있나요. “제 얘기를 했을 뿐입니다. 88세 무렵부터 갑자기 쇠약을 느끼게 됐습니다. 체중이 줄고 다리도 아프고 쉽게 피곤하고…. 89세부터 슈카쓰(終活·인생 마무리를 위해 주변을 정돈해두는 일)를 시작해 2년간 주변을 정리했지요. 그런데 정작 어떻게 죽게 될까를 생각하면 불안했습니다. 알아보니 스위스에 안락사를 도와주는 단체가 있더군요. 저는 남편을 30년 전에 떠나보냈고, 자식도 친척도 없습니다. 언젠가 누워서만 지내게 되거나 인지증(치매)으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게 된다면 주변에 폐를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싫습니다. 그렇다고 자살할 용기도 없고요.” 그는 시즈오카(靜岡) 현 아타미에서 1989년 세상을 뜬 남편과 함께 살던 낡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90세를 넘기면서 일 의뢰가 줄어 매년 경로의 날 특집으로 방영되는 드라마 ‘세상살이 원수 천지’ 대본을 쓰는 게 가장 큰 일거리다. 그의 슈카쓰 얘기는 ‘드라마 오싱 작가 91세 하시다 씨의 슈카쓰 체험’이란 기사로 동아일보에 소개된 바 있다(2016년 10월 22일자 A6면). -반응들은 어떻습니까. “주변에는 찬성이 많습니다. 독자편지에선 ”당신 같은 유명인이 좀 더 큰 목소리로 주장해 달라“는 부탁이 눈에 띕니다. 물론 반론도 적지 않죠. 생명이 주어지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거나, 제 주장이 장애인이나 난치병 환자, 고령자들에게 ‘당신도 죽어야 한다’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본에서는 논의 자체가 성립이 잘 안됩니다. 이쪽은 삶의 질과 노년의 존엄을 말하는데 (저쪽에선) ‘그럼 저 사람도 죽으라는 얘기냐’고 반응합니다. 다만 제가 느끼는 것은 찬성파는 조용한 다수인데 반대파는 목소리를 높인다는 점입니다. 공론의 장에서 저는 고립돼 있습니다(웃음).” 독자들의 반응에 놀란 잡지사는 저명인사들을 대상으로 실명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지난해 3월호에 게재된 조사결과는 응답자 60명 중 ‘안락사 찬성’이 33명, ‘존엄사에 한해 찬성’이 20명, ‘안락사 존엄사 모두 반대’가 4명이었다. 여기서 안락사란 회복할 가망이 없는 환자가 약물 등을 복용해 죽음을 선택하는 ‘적극적 안락사’, 존엄사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말한다. 가장 많은 ‘안락사 찬성’ 이유는 “인간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주변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였다. 반면 ‘존엄사만 찬성’한 20명은 “연명을 원치 않는 것과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했다. 안락사도 존엄사도 반대한 4명은 “죽음이란 모든 생물에게 자연의 섭리이니 인위적으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주장하시는 안락사 방법도 쉬운 건 아니던데요. “룰과 법률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바스테(고려장)’와 뭐가 다르냐는 말도 들리는데 그럼 안 되죠. 본인이 원한다면 인공호흡기를 달건 위장에 튜브를 잇건 살도록 도와야 합니다. ‘살아서 힘들다. 죽고 싶다’는 사람들은 그에 맞게 대응해달라는 것이죠. 대신 심사는 엄격해야 합니다. 본인이 원해도 주변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안 되고, 의사 진단도 세컨드 오피니언까지 받고, 변호사가 법적인 문제도 검토하도록 하고요. 다만 제 나이를 감안할 때 제가 혜택을 입는 일은 없을 겁니다.”●“내 심장이 멈추면 구급차도 부르지 말라고 부탁해뒀다” 일본에서는 아직 존엄사도 법제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종말기 의료 가이드라인’ 형태로 환자와 가족이 원한다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실질적인 존엄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에서 안락사가 허용된 곳은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미국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6개주다. 이중 외국인의 안락사까지 지원하는 곳은 스위스뿐이다. -스위스의 안락사 지원단체 ‘디그니타스’를 찾아가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거기 등록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의료기록을 의사가 심사해 ‘나을 가망이 없는 질병’때문에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재판소가 인정해야 치사량의 마취약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원이 된 뒤 안락사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선택지를 찾는 겁니다. 안락사 허가는 안심을 확보하는, 마음의 보험같은 겁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누구나 불안해집니다. 여차할 경우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걸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삶에 임하게 되는 것 아닐지요.” -그래서 스위스로 갈 생각인지요? “집안일 봐주는 분에게는 내가 스위스로 가면 (안락사 비용인) 70만 엔(약 707만 원)을 들고 따라와 달라고 부탁해놨습니다. 유골은 들고 돌아와 줘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 분은) 웃기만 할 뿐, 가줄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 요즘 관심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봐주는 재택의를 만나 집에서 가급적 고통 없이 죽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면 갈아서 먹이거나 튜브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말해뒀습니다. 심장이 멈추면 구급차도 부르지 말라고 했고요. 요즘 일본에도 불필요한 연명조치를 하지 않고 자택에서 평온하게 죽음을 맞는 것을 도와주는 의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제가 사는 아타미(熱海) 근처에서 찾지를 못했어요. 그런 의사선생을 만나길 기대합니다.” -그럼 안락사는 포기한 겁니까? “고민 중입니다. 저는 한 개인일 뿐이고 사회 운동가는 아닙니다. 다만 모범적인 복지국가들이 사회적 진통을 겪으며 굳이 안락사를 도입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죠. 일본도 이렇게 고령사회가 됐으니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고령사회, 불쌍한 노인 늘어날 것 -고령사회의 의료적 사회적 부담은 점점더 심각할 듯합니다. “오랜 간병에 지친 노인이 배우자를 살해하고 자살하거나, 간병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둔 아들이 끝없는 간병에 지쳐 결국 부모를 살해하는 등 가슴 아픈 사연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일본은 앞으로 노인이 더욱 늘어날 텐데, 국가는 부채가 많은 데다 일손도 부족해서 이런 노인들을 모두 편안하게 돌보기 어렵습니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고, 인지증 환자가 인지증 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게 현실이죠. 불쌍한 노인들이 더 많아질 거예요.” -이 주제와 관련해 다른 계획이 있는지요? “죽고 싶지만 못 죽는 사람 얘기를 드라마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인데도 안락사는 안되나요’ 라고 묻는 드라마…. 올해 방영될 ‘세상살이’에서 임종을 돕는 재택의사 이야기를 제대로 써볼까 합니다.” -말씀 듣다보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삶을 고민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죽음과 마주하는 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삶을 열심히, 꽉꽉 채워 살아가면 죽음도 긍정적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저는 지금도 의사가 권하는 대로 매일 200g의 고기를 먹고 주 3회 스포츠센터에 다닙니다. 이런저런 약도 몇 십 알씩 챙겨 먹습니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죠. 다만 사는 게 괴로워진다면, 특히 남에게 피해를 끼치게 된다면 그 전에 죽는 방법, 그 시기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겁니다.” 결국 그는 ‘안락사’라는 화두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드러냄으로써 일본 사회가 직면한 난제를 일깨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93세가 되어서도 현명함과 위엄을 갖춘 노작가를 보면서, 늙는다는 게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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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中에 사전통보도 못 받아… ‘저팬 패싱’ 충격

    일본 정부는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이 양측의 발표로 공식 확인되자 충격에 빠졌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데 이어 북-중 정상회담마저 일본만 모르게 진행되면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이른바 ‘저팬 패싱’의 현실이 거듭 입증된 셈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식은) 보도를 통해 파악했다”며 “중국 측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측의 통보나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임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는 “일본이 대북 경제제재 등 국제사회의 압력 강화를 주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다”며 ‘일본 역할론’을 주장했다. 이에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辻元淸美)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모임에서 “큰 긴장 완화를 향한 움직임이 있는데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만 소외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외무성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예상 밖의 사태”라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국 한국에 이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섬으로써 압력 강화 노선을 주도해온 일본을 비핵화 교섭에서 배제해 ‘북한 페이스’로 협상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또 중국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대화 국면에서 미국에 맞서 나름대로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본 정부 안에 팽배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무성은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4월 방일을 예정하고 있다. (그때)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쉽게 제재 완화에 나서지 않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이날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지금까지 북한과 국제사회는 수차례 대화해 왔으나 북한 핵개발을 멈추지 못했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자금을 지불한 일도 있다. 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다음 달 17, 1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한반도 상황과 미일 무역 불균형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측이 나서 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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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도 개헌도 안 통해… 아베 지지율 14%P 급락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로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내각 지지율이 출범 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첩첩산중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는 25일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며 개헌 카드를 던졌지만,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비판 일색이다. 주요 신문들은 26일자 사설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 부족을 지적하며 “사학 스캔들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개헌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의 ‘젊은 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수석부간사장도 “국민적 찬성이 모이지 않는 한 국민투표를 통과하기 어렵다”며 “신뢰 없이 헌법 개정은 없다”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자민당이 개헌안을 발표한 바로 전날까지도 지방조직으로부터 “모리토모 문제로 국민에게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헌법 개정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이 속출했다”고 전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2월 말 조사 때의 56%에서 14%포인트 급락한 42%로 나타났다. 하락 폭은 2012년 12월 아베 내각이 출범한 이후 가장 컸다. 재무성 문서 조작에 대해 70%가 “아베 총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56%나 됐다. 야당이 주장하는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국회 소환에 대해서는 6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TV아사히 계열 ANN이 이날 내놓은 조사결과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11.7%포인트 급락한 32.6%였다. 아키에 여사를 국회에 불러야 한다는 응답은 63%, 일련의 문제에 대해 내각이 책임지고 총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48%였다. 아베 총리는 그간 국회 발언 등을 통해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혀왔지만 정치권에서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포스트 아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닛케이 조사에서는 ‘차기 총리에 적합한 인물’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25%로 1위를 차지했다. 1월 조사 때보다 8%포인트 올랐다. 아베 총리는 11%포인트 하락해 24%로 2위이며, 3위는 고이즈미 수석부간사장(22%)이다.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다음 달로 계획했던 당 총재 선거 출마 선언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칫 ‘당보다 개인 이익을 우선시한다’며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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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자위대 위헌 논쟁 마침표 찍어야” 강한 의욕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가 사학 스캔들로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와중에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공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개헌안 발표를 미루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뒤집은 기습적 조치였다. 실제로 국민 여론은 자위대 명기 개헌안에 부정적이다. 최근 여론조사(교도통신 5일 발표)에 따르면 헌법에 자위대 존재를 명기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제안에 반대(48.5%)가 찬성(39.2%)보다 많았다. 또한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구상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개헌의 동력이 떨어진 상황을 고려할 때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날 전당대회에 나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사학 스캔들에 대해선 고개를 숙였지만 “자위대 위헌 논쟁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 스캔들과는 상관없이 ‘올해 안 개헌안 국회 발의’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자민당이 공표한 개헌안은 평화헌법 9조의 기존 조항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의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보유 불가)을 그대로 두되 ‘9조의 2’를 신설해 “앞 조의 내용이 필요한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한 실력조직으로서 총리를 최고 지휘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이는 아베 총리가 지난해 5월 제안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당초 ‘필요 최소한의 실력조직’으로서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내용을 넣어 자위대가 군대 전력(戰力)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 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필요 최소한의’라는 수식어를 뺄 정도로 자위대를 강화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민당이 자위대 명기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지만 사학 스캔들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개헌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거세 자민당 계획대로 올해 안에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이날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시민집회 연설에서 “헌법을 바꿀 게 아니라 총사직을 해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야권뿐 아니라 자민당 내에서도 상황을 무시한 개헌안 공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부간사장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국민의 신뢰 회복 없이 헌법 개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NHK는 이날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3연임이 의문시되는 가운데 이번 개헌안이 힘을 갖고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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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의 자민당 ‘자위대 명기’ 개헌안 발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25일 전당대회를 열고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다. 자신과 부인이 연루된 사학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개헌을 통해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이날 평화헌법 9조의 기존 조항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개헌안을 공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드디어 창당 이후 (최대) 과제인 헌법 개정에 힘쓸 때가 왔다.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자민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현행 헌법 9조는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 보유 불가)으로 구성돼 있다. 자민당은 여기에 ‘9조의 2’를 신설해 “앞 조의 규정은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내용을 집어넣었다. 일본 국내의 반대 목소리와 주변국들의 군국주의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이 올해 안에 개헌안을 국회에서 발의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치달으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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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서영아]잘나갈 때 삼가라

    “나나 내 처가 관여했다면 총리는 물론이고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 지난해 2월 17일,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불하 문제로 국회에서 추궁당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자신 있게 답했다. 이 ‘경솔한’ 발언은 지금 부메랑이 돼 그를 괴롭히고 있다. 올해 재점화된 모리토모 2차 파동(공문서 조작 문제)에서도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아키에 여사를 국회에 불러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은 일단 “문서 조작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막후에서는 실제 아키에 여사가 무엇을 했는지 아베 총리도 모를 거라는 귓속말이 들린다. 주간지들은 요즘 아베 총리의 속내를 “무서워서 아키에에게 물어볼 수가 없다”는 조롱 섞인 제목을 달아 내보내고 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베 정권의 향방을 물어온다.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참고로 며칠 전 일본 언론사 기자들과 나눈 관련 대화를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아베 총리 스스로 그만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적절한 시기에 옷을 벗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꼼수’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가 재무상에서는 물러나되, 부총리 자리는 유지할지 모른다는 것. 아베 총리의 운명은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가 갈림길이 될 것이다. 6월 20일경 정기국회가 끝나면 한시름 돌린 아베는 개각을 단행하는 등 연명책을 찾을 것이다. 다만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아키에 여사를 둘러싼 추가 스캔들 대두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가 총재 선거를 앞두고 적절한 시기에 불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는 데 의견들이 모아졌다. 그가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며 중의원 해산 카드를 빼들지 모른다는 극단론도 나왔지만 비현실적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10월 총선거를 실시한 지 1년도 안 됐다. 아무리 아베라도 오로지 자신을 위해 수천억 원의 비용과 국가적 에너지가 소요되는 총선거를 실시한다면 그 자체로 역풍을 맞을 소지가 크다. 아베 총리가 모든 역경을 딛고 소생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총리 그만두겠다”는 호언장담이 만든 족쇄는 지속적으로 그를 옥죌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 아베 독주 체제의 국회에서 절대 다수파 집권여당이 공모죄법(테러대책법) 등을 강행 처리했을 때, 사석에서 만난 일본의 원로 정치부 기자는 “너무 법치에 철저해도 인치(人治)가 돼버린다”며 혀를 찼다. 다수파의 다수결 실력 행사는 외견상 법치로 보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독선적 인치의 폐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4년 내각인사국을 신설해 관료들의 인사권을 총리관저가 장악한 것도 ‘합법’이었지만 그 결과는 이번 공문서 조작 사태의 직접 원인이 됐다. 일본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관료사회가 ‘출세’라는 당근 앞에서 ‘알아서 기는’ 조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소식이 크게 다뤄졌다. 그러고 보면 두 사례는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나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것 아닌가,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여기고 자만했던 것 아닌가 싶다. 권력은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이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청와대가 내놓은 논평은 새삼 신선하게 들린다. “스스로 가을서리처럼 삼가고 또 삼가겠다.” 아울러 지금 잘나가는 분들도 한 번쯤 스스로 경계해보는 게 어떨까.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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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궁지 몰린 아베, ‘일본인 납북자’ 카드로 또 탈출 시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납치 문제도 거론해 달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요청했다. 다음 달 중순엔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같은 부탁을 할 계획이다. 2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체적으로도 복수의 루트를 이용해 북한에 북-일 정상회담 희망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며 대북 압박만 강조하던 아베 정권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빠른 전개에 ‘저팬 패싱’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일관되게 말해 왔다. 왜 이렇게까지 납치 문제에 집착하는 걸까. 무엇보다 일본 국민의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범 김현희가 자신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준 선생이 일본에서 납치된 여성이었다고 증언하면서 1970, 80년대 실종자들이 북한에 의해 납치됐다는 설이 부상했다. 특히 1977년 11월 니가타(新潟)에서 하굣길에 종적을 감춘 여중생 요코타 메구미(橫田めぐみ·당시 13세) 가족의 딸을 찾는 애타는 호소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런 관심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 부부가 지방 사학재단의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이른바 ‘모리토모(森友)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종의 돌파구인 셈이다. 현실적으로도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납치 문제에 얽힌 실타래부터 풀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이 추진했던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교섭이 납치 문제에 걸려 좌초됐을 정도로 납치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다. 당시 납치 문제 미해결을 내세워 국교 정상화에 반대했던 대표 주자가 아베 관방 부장관이었다. 그 뒤 그는 ‘납치의 아베’라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아베 총리로서는 이 문제를 ‘결자해지’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김정일 위원장, “유감스러운 일…솔직히 사과하고 싶습니다” 2001년 고이즈미 정권은 북-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막후교섭을 시작했다. 2001년 10월경 북한 측이 ‘극비리에 만나자’는 제안을 해온 게 시작이었다. 일본은 국교 정상화와 납치 피해자의 귀국을 목표로, 북한은 36년간 식민 지배의 배상을 목표로 본격적인 교섭에 나섰다. 2001년 가을부터 1년간 베이징(北京), 다롄(大連) 등에서 20여 회의 비밀 접촉이 있었다.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회담하고 ‘평양선언’을 발표했다. 평양선언은 일본이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하고 식민지 시절 생긴 재산과 청구권을 쌍방이 포기함과 동시에 ‘과거 청산’은 국교 정상화 뒤 경제협력 형태로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북한은 국교 정상화를 전제조건으로 납치 문제와 핵·미사일 문제 등의 포괄적 해결안을 받아들였다. 고이즈미 정권은 내부적으로 100억 달러 규모의 대북 경제 지원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날 오전 평양에 도착한 일본 대표단에 북한 측이 ‘납치 피해자 13명 가운데 8명이 사망했고 5명이 생존해 있다고 전할 것’이라는 정보가 들어왔다. 요코타 메구미도 사망자 명단에 들어 있었다. ○ 아베 관방 부장관이 가장 단호하게 국교 정상화 반대 일본 대표단이 받은 충격은 컸다. 평양선언 조인식을 앞두고 일행끼리 격론이 벌어졌다. 이때 “13명 중 5명만 생존해 있다는 게 무슨 말이냐. 총리는 평양선언에 사인하면 안 된다. 지금 당장 귀국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한 것이 아베 당시 관방 부장관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기왕 온 것이니 조인식은 하자”며 그를 달랬다. 조인식 현장에서 김정일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솔직히 사과하고 싶다”며 “생존자 5명을 일본에 일시 귀국시켜도 좋다”고 했다. 그간 줄곧 “납치는 날조”라 주장해 온 북한의 첫 자백이자 김정일로서는 평생에 걸친 유일한 사죄였다. 하지만 고이즈미 일행의 귀국 후 일본 내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매스컴은 대대적으로 반(反)김정일 캠페인을 전개했다. 여기에 더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상황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아베는 ‘국민 생명을 중시하는 젊은 정치인’ 이미지를 굳혔다. 이 같은 국민적 인기는 2006년 그가 ‘전후(戰後)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오르는 데 큰 힘이 됐다. 이후 북한은 약속대로 5명의 생존자를 일시 귀국시켰으나 일본 정부가 이들을 돌려보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양국 간 교섭은 난항에 빠졌다. 2004년 5월 고이즈미 총리는 두 번째로 방북해 귀국 피해자들의 가족들을 데려왔다. 이후로도 북-일 간 교섭은 간헐적으로 이어져 2014년 ‘스톡홀름 합의’(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조사와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 완화)에 이르기도 했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아베 정권이 강경 자세를 취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북핵 미사일 해결에 일본의 경제 지원 필요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는 지금도 일본 정부의 과제다. 지난해 여름 일본 정가에는 고이즈미 방북 15주년(9월 17일)을 즈음해 아베 총리가 직접 북한을 방문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당시 아베 정권이 견지하던 대북 압박 노선과 방북은 괴리가 너무 심했다. 아베 총리로서는 함께 보조를 맞춰 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나설 줄은 상상도 못 했을 터였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만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하여 납치,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그간 북풍몰이를 하며 대북 제재 일변도의 자세를 보이던 일본 정부가 갑자기 노선을 선회한다고 북한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납치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이미 다 해결된 사안”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지원은 북한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것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게 하는 문제와 일본이 긴밀하게 연동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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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강한 나라’ 내세워 선거로 장기집권… 스트롱맨들 新독재시대

    세계에 ‘장기 집권 시대’가 도래했다. 중국 러시아 독일 일본과 같은 영향력이 큰 강대국들에서 속속 장기 집권이 현실화되면서 민주주의 퇴조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장기 집권자들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국민의 반대를 무자비한 피의 숙청을 통해 진압하던 20세기 독재자들과는 뚜렷이 비교가 된다. 일본과 독일처럼 민주주의적 선거제도가 잘 작동하는 나라들에서도 국민들이 통치자의 장기 집권에 찬성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나라들조차 장기 집권이 가능한 이유를 단순히 정적 제거나 언론 탄압 때문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다. 장기 집권자들은 대개 다른 국가보다 나은 경제 성과 및 정치적 안정을 내세우며 자신들이야말로 외부의 위험에 맞서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임을 국민에게 설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국민이 이들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① “국민의 밥그릇부터 지켜라”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한다면 오늘날 장기 집권에 성공한 통치자들은 대개 확실한 경제 성과를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은 언제든지 다른 나라와 자국의 경제성장을 비교할 수 있다. 인터넷 덕분이다. 세계 평균보다 밑도는 경제 성과를 낸 지도자가 장기 집권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2016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7.2%를 달성했다. 세계 평균 성장률 2.6%를 크게 웃돈 수치다.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평균 30% 내외로, 미국과 유로존 및 일본의 기여도를 합한 것을 뛰어넘는 세계 1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여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시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집권 10년간 연평균 4.5%의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터키를 제조업 및 수출 강국으로 키워냈다. 2001년 터키의 경제성장률이 ―5.7%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반전이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서 헝가리를 조기 졸업시켰으며 성장률을 크게 높이고 실업률을 크게 낮춰 호평을 받았다.② 공포와 두려움이 ‘스트롱맨’을 부른다 “중동은 보다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2차 ‘아랍의 봄’을 앞두고 있으며 이슬람국가(IS)의 새로운 형태가 등장할 것이다.” 이달 초 요르단 외교장관 출신인 마르완 무아셰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부총재가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혁명 이후를 정의한 말이다. 독재자가 사라진 후 누구도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혼란에 빠진 아랍의 현실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혁명이 능사가 아님을 일깨워줬다. 통치자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자신을 국가의 안정을 지킬 ‘스트롱맨’으로 포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나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시진핑 주석은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이 되려면 강력한 1인 통치가 필수다”라고 주장한다.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항해 유럽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대항마 이미지로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도 국민에게 중국과 북한을 외부 위협으로 주지시키며 ‘강한 국가’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③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파고드는 신(新)독재 20세기 후반 세계에는 거대한 민주주의 바람이 불었다.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1927∼2008)가 정의한 ‘민주주의 제3의 물결’ 시대다. 2000년 기준으로 189개 독립국 중 121개가 민주국가로 분류됐는데, 이 중 60∼80개국이 직전 25년 안에 민주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들은 최근 각종 위기에 노출됐다. 민주주의 이론의 세계적 석학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해 민주주의가 2006년경부터 급격히 퇴보했다. 이제는 모든 학자가 민주주의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조차 2011년 부를 독점하는 1%에 대항해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이 벌어졌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믿음도 동시에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독재에 대한 반감은 과거보다 희석되고 있다. 독재 국가라는 비판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에서조차 대규모 피의 숙청이나 정치수용소 같은 강압적 통치는 사라지고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용인된다. 중국처럼 세계 패권을 노리는 국가는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체제가 우월하다며 세계에 끊임없이 설파한다. 대표적으로 왕샤오링(王曉玲) 중국 사회과학원 부연구원은 신화통신 등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이상적 지도자를 선출하지 못하는 서구식 선거 제도의 폐단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방에서부터 능력을 쌓아 최고 지도자가 되는 중국식 정치 제도는 안정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자화자찬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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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고령자의 절반이 75세 이상… ‘중(重)노령’ 사회로

    일본의 고령자 중 절반 이상이 75세를 넘어서면서 고령자 지원대책이 절실해지는 ‘중(重)노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추계(3월 1일 기준)에 따르면 일본의 75세 이상 고령자는 1770만 명으로 65~74세의 1764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의 인구추계에서 75세 이상 인구가 65~74세 인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전체 인구 1억2652만 명에서 7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4%였다. 성별로는 남성이 693만 명, 여성이 1077만 명이었다. 반면 15세 미만 인구는 12.3%, 생산가능연령인 15~64세는 59.8%로 조사됐다. 65세 이상은 27.9%였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고령화율’은 일본에서 흔히 ‘단카이(團塊) 세대’라고 불리는 1947~1949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65세에 이르기 시작한 2012년경부터 급속히 높아졌다. 2025년이면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 이상이 된다. 가뜩이나 사회보장비 팽창으로 고심하는 일본 정부로서는 안정적인 의료 및 간병 제도를 구축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 됐다. 일본에서는 고령자 중 65~74세를 전기 고령자,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분류하며 후기 고령자에게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 조사에서 65~74세 고령자 중 간병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비율은 3%에 불과하지만 75세 이상에선 그 비율이 23%로 늘어난다. 총무성 추계에 따르면 의료기술 발전과 체력 향상으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일본의 후기 고령자는 월 5만 명 안팎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일본 노년의학회는 지난해 “(현재 65세인) 고령자의 정의를 75세 이상으로 고쳐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월 고령사회대책대강을 정비해 “연령에 관계없이 희망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고용 취업환경을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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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해서 못 쓴다” 초고령 일본, 개인도 기업도 돈 쌓아두기만

    “장래가 불안하니 돈을 쓸 수가 없다.” 초고령 사회에 인구마저 줄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개인도 기업도 현금을 움켜쥐고만 있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돈이란 투자가 이뤄지고, 돌고 돌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법인데 일본에서는 장롱 속 혹은 은행 예금 형태로 고이 보존되는 현금이 늘고 있는 것이다. 돈의 순환이 막히면 경제의 선순환을 막게 된다. 19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2017년 3/4분기(10~12월기)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개인들이 보유한 현금·예금은 전년 대비 2.5% 늘어난 961조 엔(9706조 원)으로 나타났다.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중 장롱 속에 보관된 현금은 88조 엔을 차지했다. 주식이나 보험 연금 등을 더한 개인 금융자산 총액은 1880조 엔(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이 또한 과거 최고치였다. 결국 개인금융자산의 51.1%, 즉 절반 이상이 현금이나 예금이란 얘기가 된다. 요미우리신문은 돈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실적이 좋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20일 지적했다.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금융기관을 제외한 일본의 민간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예금’은 전년 대비 5.2% 늘어난 257조 엔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디플레이션 심리’도 관련이 있다. 개인은 연금 등 사회보장에 대한 불안 탓에, 기업은 인구감소로 일본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탓에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인들이 체험한 1990년대 버블붕괴는 ‘믿을 건 현금밖에 없다’는 생각을 강화시켰다. 오르기만 하던 주가가 폭락하고 부동산 가격이 붕괴한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1월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도 은행예금보다는 현금보유를 선호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돈을 은행에 맡겨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으니 개인 금고 등을 구입해 집에 보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주민번호 등록제도와 유사한 ‘마이넘버 제도’가 도입되면서 자신의 자산 정보가 정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개인들이 현금보유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초저금리로 수익환경이 악화한 금융기관들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자산운용 상담 창구를 여는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의 현금 지향을 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문은 “일본 경제가 장기적으로도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국내투자는 활발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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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사학 스캔들’로 휘청… ‘포스트 아베’ 속으로 웃는다

    ‘모리토모(森友)학원’을 둘러싼 스캔들로 일본 정국이 흔들리면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겨냥한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집권한 뒤 ‘아베 1강(强)’ 체제를 지켜온 자민당은 지난해 3월 당규를 바꿔 총재 임기를 3년 2연임에서 3연임이 가능하게끔 했다. 아베 총리가 9월 총재 선거에서 이기면 2021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다. 그동안 각종 조사 결과도 “‘포스트 아베’는 다시 아베”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모리토모 스캔들이 기존 판도를 통째로 흔들어 놓고 있다. 18일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내각 지지율이 33%로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내각 지지율은 같은 날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2주 전에 비해 9.4%포인트 급락해 38.7%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여름 일련의 사학 스캔들로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며 정권 퇴진론이 확산했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번 일이 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행정의 장으로서 첫 번째 책임이다.”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16일 공문서 조작 문제를 둘러싼 총리의 책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헌법 개정 등에서 사사건건 아베 총리와 대결 자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공문서 조작 문제에서는 총리 비판을 자제해 왔다. 당내 제6파벌인 이시바파(20명)로서는 총재 선거에서 다른 파벌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시바파는 다른 파벌과 연대도 모색 중이다. 14일에는 12명의 의원이 소속된 이시하라(石原)파 최고 고문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를 초대해 파벌 공부회를 열었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아베 총리의 3연임 구상을 비판하고 출마를 공언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성원을 보냈다. 14일 자민당 제3파벌인 누카가파(55명)의 회장이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재무상에서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총무회장으로 교체된 것도 총재 선거의 변수로 떠올랐다. 4월부터 파벌 명칭도 ‘다케시타파’로 바뀐다. 문제는 누카가 전 회장은 아베 총리를 지지했지만 다케시타 신임 회장은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시바파에서는 ‘순풍’이라고 보고 연대의 기회를 찾고 있다. ‘포스트 아베’의 또 다른 후보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당내 정세 변화를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2기 아베 내각에서 무려 4년 7개월간 외상을 맡아 고락(苦樂)을 함께해온 그는 지난해 8월 개각 때 당에 복귀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를 뒷받침하면서 후계 자리를 물려받는 ‘선양(禪讓)’ 노선을 추구해 왔다. 다만 이번 문서 조작 사태에 대해서는 “법치국가이자 민주국가인 일본에서 발생한 이번 일은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행정 그 자체의 신뢰가 의심받고 있다”고 비교적 강하게 비판했다. 기시다파(47명) 내에서는 “아베 총리가 너무 오래하고 있다”며 ‘기시다 대망론’이 흘러나온다. 한편 아베 내각의 현직 각료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이나 장래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노 외상은 이번 스캔들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파벌에 소속돼 있어 움직이기 어려운 처지다. 다만 아베 총리로서는 아소 재무상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아소파의 지지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해야 한다. 반면 젊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7) 자민당 수석부간사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이번 공문서 조작 문제에 대해 “자민당은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아베 총리와 아소 재무상의 책임론을 언급하고 있다. 일본 국회는 19일 아베 총리와 아소 재무상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공문서 조작에 대한 집중 심의를 벌인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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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외상 “김정은에 일본인 납치문제 거론해달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만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중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와 관련해 실무협의를 확대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訪日)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가급적 빨리 개최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고노 외상은 한국 정부가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해줄 것도 강 장관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상은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납치,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노 외상은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입장도 거듭 전했다. 양국 장관은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실현할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중·단거리 미사일 폐기에 대해서도 한미일의 협력 방침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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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아사히신문이 2년에 걸쳐 터뜨린 ‘사학스캔들’… 아베 최악의 위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지방 사학재단의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이른바 ‘모리토모(森友)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 같았던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아베 총리는 시종일관 “나는 관계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관료사회 최고의 엘리트 조직인 재무성이 사학 스캔들 관련 공문서를 14건이나 조작한 사실이 이달 초 아사히신문의 단독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본인이 지시한 게 아니라면서도 결국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15일 일본 언론은 ‘조작 전 문서’를 가지고 있던 국토교통성이 5일 관저에 문제의 문서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지만 관저가 이를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여야는 공문서 조작 당시 재무성 국장이었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의 국회 ‘환문(喚問·소환심문)’에 합의하고 이를 위해 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집중심의를 갖기로 했다. 6개 야당은 주요 참고인인 아키에 여사의 환문도 요구하고 있다.○ 아사히가 당긴 모리토모 스캔들 방아쇠 오사카(大阪)의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2월 8일 아사히신문 사회면 기사를 통해서다. 아사히 오사카판은 사회면 톱으로, 도쿄판은 사이드톱 기사로 다뤘다. 만에 하나의 상황을 우려했는지 기사는 학원재단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등 신중하게 작성됐다. 기사 맨 끝에 이 학원재단이 새로 열 계획인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이 아키에 여사라고 기술해 아베 총리 부부가 관련됐을 가능성을 비쳤다. 이후 “왜 이 문제를 더 크게 다루지 않느냐”는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회기 중이던 국회도 나섰다. 야당은 연일 아베 총리에게 스캔들 관련 여부를 따졌다. 거듭된 부인에도 추궁이 계속되자 아베 총리는 지난해 2월 국회 답변에서 “나 또는 아내가 이 문제에 관여했다면 지금 당장 총리직은 물론이고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석 달 뒤 또 하나의 사학재단 스캔들이 터졌다. 아베 총리의 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이 일본에서 52년 만에 처음으로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게끔 총리관저가 힘을 써줬다는 의혹이다. 이 또한 아사히신문의 단독 보도로 시작됐다. ‘2대 사학 스캔들’은 지난해 한때 아베 내각 지지율을 20%대로 끌어내리기도 했으나 지난해 10월 22일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하면서 일단 소강 상태에 빠졌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은 첫 보도로부터 1년여 만인 이달 2일 아사히신문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재무성이 국회에 제출했던 공문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점화됐다. 특혜를 시사하는 문구와 아키에 여사,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 등의 이름이 삭제된, 꼼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에 재무성은 12일 공문서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앞서 9일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가와 국세청 장관이 사직했다. 같은 날 문서 조작 당시 실무를 맡았던 재무성 소속 공무원이 최근 자살한 소식이 알려져 충격을 던졌다. 아베 총리와 아소 재무상은 문서 조작에 대해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자세에는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차세대 기수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수석부간사장은 “정치가 언제부터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게 됐느냐. 정치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개헌 일정에 암운 치명상을 입은 아베 총리는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총재 3연임에 성공하면 2021년까지 장기집권의 길이 열리지만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13일 발표된 산케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사람’에서 아베 총리와 대결 자세를 보여온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급부상했다. 그는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오른 28.6%를 차지해 아베 총리(30%)를 위협했다. 아베 총리가 집념을 갖고 추진하는 개헌 일정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베 총리는 올해 안에 개헌안 국회 발의를 목표로 자민당을 독려해 왔으나 개헌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모리토모 스캔들로 ‘국민적 (개헌) 논의’를 벌일 만한 기운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지만 일본 정계는 당장 아베 정권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파문의 중심 부처 수장인 아소 재무상은 적절한 시기에 교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 언론은 아소 재무상이 19일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 불참한다고 15일 전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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